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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유찬의 실용재정](43) 민생회복과 충돌하는 세법 개정(2024. 08. 02 16:00)
- 2024. 08. 02 16:00 경제
-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7월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 세법 개정안과 관련한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정훈 세제실장, 최상목 부총리, 박금철 조세총괄정책관.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는 2024년 세제 개편안을 통해 2022년과 2023년에 이은 세 번째 ‘부자 감세’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정부 출범 첫해인 2022년 법인세율 인하와 통합투자세액공제 확대, 다주택자 중과 완화를 통해 감세하고 2023년에도 국가전략·신성장원천기술 확대, 출산 등에 따른 증여 공제 기조를 이어갔다. 올해 세법 개정안에는 상속세와 금융투자소득세 등 자산 및 자본소득에 대한 세 부담을 줄이는 내용이 담겼다. 세법 개정안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은 상속세로 보인다. 10% 세율이 적용되는 상속·증여세(상증세) 최저세율 구간을 1억원 이하에서 2억원 이하로 늘리고, 최고세율 구간은 ‘30억원 초과에 세율 50% 적용’에서 ‘10억원 초과에 세율 40%’로 내렸다. 가장 큰 변화는 자녀 공제로 1인당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대폭 상향했다.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공제액 인상이다. 단번에 10배, 1000% 늘린 것이다. 자녀가 많으면 공제 규모가 대폭 늘어난다. 최대 주주에 대한 보유주식 할증평가도 폐지하겠다고 한다. 상속세에서 지배주주 지분에 대한 20%의 가치 할증평가는 사실과세와 공정과세를 위한 최소수준의 할증인데도 이를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대 주주 지분은 일반 주주 지분보다 평균 40% 이상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정부는 밸류업(value-up·가치 향상)과 스케일업(scale-up·고성장)을 명분으로 가업상속공제도 더 확대한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과도한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부적절한 명분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밸류업 위해 가업상속공제 혜택 확대 한국 기업의 밸류업이 어려운 것이 상속세 부담에 기인하지 않은 것은 명백하다. 상속세 부담 완화는 불평등과 경제 양극화라는 시대 최대의 경제·사회적 위기 요인을 더 키우겠다는 것이다. 과거엔 10억원을 물려받는 게 드문 일이었기 때문에 전체 사망자 중 1~2명만 상속세를 냈지만, 세계적인 금융 완화정책으로 양극화가 심해지고 상위계층이 보유한 자산의 가치가 크게 늘었다. 사망자가 100명이라면 이중 7명 정도에 상속세를 부과하고 있다. 그런데 상속세 부담을 줄여 과거 1~2명만 세금을 내던 수준으로 되돌리는 것이 무엇에 좋은 것일까. 양극화의 심각성과 이 추세를 조금이라도 저지하려는 노력은 세법 개정안에 흔적도 없다. 세수결손이 큰 상황에서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면 상속세에서 확보할 수 있을 세를 왜 포기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분도 없다. 두 번째로 주목할 점은 자본소득에 대한 혜택이다. 주주환원 촉진세제(배당소득에 대한 분리과세 확대), 금투세 폐지, ISA 세제지원 확대 등은 근로소득과 비교해 과도한 자본소득에 관한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것으로 공정하지 못하고 세수가 부족한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 유예는 건전한 경제적 동기에 기인한 투자가 아닌, 100% 투기적 동기에 의한 투자를 우대하는 정책이기도 하다. 2020년 12월 법제화된 금투세는 역대 정부가 10여 년간 일관되게 추진해온 주식양도소득 과세 대상 확대의 최종 결과물이다. 대주주 주식양도세를 대체하고 근로·사업소득뿐 아니라 자산소득에 대해 과세해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라는 조세원칙을 실현할 수 있는 수단으로 평가된다. 금투세는 2023년 시행을 앞두고 한차례 시행을 유예한 바 있는데, 정부가 이를 완전히 폐기하면 국민적 합의와 조세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다. 국가전략기술사업에 대한 연구개발(R&D) 세제지원을 연장하고 통합투자세액공제에서는 증가분 공제율을 확대하면서 점감구조를 도입했다. 지나친 수준의 통합투자세액공제를 더 확대하는 것은 투자 확대보다 세수 손실로 귀결될 것이다. 중소기업 유예기간 확대와 중견기업 범위조정(일률적으로 중소기업의 3배 수준)은 중견기업을 명분으로, 중소기업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성장한 기업에 대해 중소기업특례를 유지하는 것이다. 혼인에 대한 1세대 1주택 특례적용 기간이 5년에서 10년으로 확대되는 건 주택시장 부양을 위해 불공정한 혜택을 확대하는 것이다. 통합고용세액공제를 개편하는데 기존에 제외하던 1년 미만 기간제,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근로자 고용도 공제대상에 포함된다. 좋은 고용을 지원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측면이 크다. 기업이 기간제 고용을 늘리려는 유인이 본래 강하다는 점에서 추가 세제지원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그쪽으로 쏠리게 만들지 않을지 우려된다. 세법 개정안의 내용은 정부가 설정한 정책목표와도 충돌한다. 체감경기의 어려움 지속에 따른 민생회복 지원, 인구 위기와 성장둔화 등 구조적 문제 해결, 성장 및 세수의 선순환 복원이 세법 개정안이 해결하고자 하는 정책 목표로 표방됐는데, 민생회복을 세제로 지원하는 내용은 취약하다. 소득과 자산이 취약한 계층은 세금 부담도 낮아 세금을 통한 지원은 한계가 있고 재정을 통한 지원이 바람직하다. 부자 감세로 세수결손액 10조원 웃돌 듯 2024년 세법 개정안은 2022년 세법 개정안부터 이어온 윤석열 정부의 부자 감세정책의 연장선에 있다. 상속세와 자본소득, 법인세 분야에서 집중적으로 세금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건전재정 기조를 내세운 윤석열 정부 정책의 궁극적인 목적이 결국은 재벌 등 기업소유주들과 부유층에 대한 세 부담 완화에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부자 감세는 세수 부족으로 이어져 재정지출을 어렵게 하고 결과적으로 민생회복에 이바지하지 못해 어려움을 일으킬 수 있다. 경제에서 성장은 상대적으로 소비성향이 높은 소득 하위계층의 가처분소득을 늘려줄 때 가능하며 이를 통해 성장과 세수의 선순환이 이루어진다. 2024년 정부 세제 개편안이 제안하고 있는 개인 자본소득에 대한 세 부담 경감은 소득 상위계층의 가처분소득을 늘려주는 것으로 성장과 세수의 선순환을 가져오기 어려운 내용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세법 개정으로 향후 세수는 4조4000억원 정도 감소할 것으로 추계된다. 개정안의 세부 내용은 부자 감세가 명백한데, 정부가 제시한 세수효과 수치는 서민과 중산층 세 부담 경감 효과가 큰 것으로 발표돼 신뢰하기 어렵다. 지난해 정부의 세수결손액은 56조원이었고, 올해는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적용해도 세수결손액이 최소 10조원을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건전재정을 지향한다면서 계속 감세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앞뒤가 맞지 않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 탓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 김유찬의 실용재정
- 세법개정안 ‘복합위기 대응’에 적합할까(2023. 09. 08 11:24)
- 2023. 09. 08 11:24 경제
- ㆍ토론회서 “윤석열 정부안 공정하지 못하다” 한목소리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지난 7월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세법개정안 관련 상세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8월 3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윤석열 정부 세법개정안의 문제와 대안을 다룬 토론회가 열렸다. 첫 번째 주제발표자로 채은동 민주연구원 연구위원이 나섰다. 그는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의 소속팀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구단의 운영과 윤석열 정부의 조세재정 정책 기조를 비교해 눈길을 끌었다. 토트넘 구단의 목표는 돈을 최대한 적게 쓰면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에 진출할 수 있는 리그 4강에 오르는 것이다. 낮은 주급으로 선수단을 운영하면서 저가로 새로운 선수를 사들여 고가에 파는 방식으로 구단을 운영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2016~2017년 시즌 20개 팀 중 2위를 찍었던 토트넘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 시즌엔 8위까지 순위가 내려갔다. 윤석열 정부 목표는 건전재정을 기반으로 한 경제성장이다. 목표 달성 수단은 출범 직후부터 유지하고 있는 긴축재정과 조세지출 확대를 포함한 감세다. 결과는 역대급 세수결손과 저성장이다.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올해 1~7월 국세 수입은 217조6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43조4000억원 줄었다. 연말까지 지난해와 비슷한 세수 흐름을 보인다면 올해 세수는 세입 예산(400조5000억원) 대비 48조원 부족하다. 경기 둔화와 기업실적 악화 등으로 세수결손 규모가 60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내외 기관이 전망하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정부의 ‘상저하고’ 전망과 달리 비관적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8월 24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로 1.4%를 제시했다. 지난해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로 1.7%를 제시한 데 이어 올해 2월엔 1.6%, 5월엔 1.4%로 잇따라 낮춘 바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9월 6일 ‘2023년 연례협의 결과보고서’에서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4%로 제시했다. IMF는 지난해 7월·10월과 올해 1월·4월·7월까지 5차례 연속으로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를 내렸다. 채은동 연구위원은 “토트넘 구단 사례에서 보듯 투자 없이 건전재정만 내세우다 보면 선수영입과 경쟁력에서 뒤처질 수 있다. 이는 성적 하락과 영업이익 손실로 이어진다. 윤석열 정부의 조세재정 정책 기조도 마찬가지다. 건전재정과 감세를 동시에 강조하는 것은 재정건전성과 경제성장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잃어버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13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이 대정부 질문을 하는 도중 올해 세수 결손 예상액이 화면으로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토론회에서 강병구 인하대 교수(경제학과)는 ‘세법개정안 평가 및 바람직한 세제개편 방안’이란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세법개정안이 경제활력 제고, 민생경제 회복 등에 초점을 뒀다고 하지만 분배와 성장의 선순환을 위한 내용은 없었다”고 했다. 한국사회가 직면한 인구, 기술, 기후, 세계 경제질서 등 대전환기의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조세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함에도 여전히 감세 기조를 유지하면서 복합위기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서민·중산층과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지원을 소폭 확대했다지만, 지난해 ‘부자 감세’ 논란을 뒤집지는 못하고 있다면서 세제의 재분배기능을 높이기 위한 세제개편이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지난해 감세법안과 성장률 전망치의 하향조정으로 큰 폭의 세수입 감소가 예상됨에도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세수확충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강병구 교수는 “IMF 등 국내외 기관들의 한국 성장률 전망치가 낮아지는 가장 큰 이유는 재정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이 어려울 땐 정부가 적극적으로 재정을 활용해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 결국 정부 재정은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지만 가계부채는 큰 폭으로 증가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그런 와중에 고물가와 고금리로 인한 서민과 중산층의 원리금 상환이나 고물가의 비용 부담은 증가하고 있다. 종합해보면 윤석열 정부의 조세재정 정책 기조와 민간주도의 성장을 지원하는 기조는 결국은 국가 성장률을 둔화시키면서 불평등을 확대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했다. 실제 한은이 지난 9월 5일 발표한 ‘2분기 국민소득’(잠정치)을 보면 올 2분기 실질 GDP는 전 분기 대비 0.6% 성장했다. 수입이 수출보다 더 많이 줄어 발생한 이른바 ‘불황형 흑자’ 덕에 1분기(0.3%)에 이어 성장세를 유지한 셈이다. 문제는 전체 정부 지출(소비+투자)의 성장 기여도가 1분기 마이너스(-)0.3%포인트에 이어 2분기 -0.5%포인트로 더 떨어졌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기재부 2차관을 지낸 안도걸 경제연구소 이사장은 “정부의 재정지출이 경제성장을 제약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가 세수 부족에 맞춰 재정지출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상대적 박탈감·부의 대물림 조장 이날 토론회는 포용재정포럼과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 등이 공동 주최했다. 토론회 내내 윤석열 정부 조세재정 정책 기조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역대 최대 규모 ‘세수 펑크’와 경기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감세와 긴축재정 기조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참석자들은 세법개정안이 위화감과 상대적 박탈감을 유발하고, 부의 대물림을 조장하는 공정하지 못한 세제라고 날을 세웠다. 정부가 지난 7월 27일 내놓은 ‘2023년 세법개정안’을 보면,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부동산 규제지역 개편,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등과 같은 굵직한 세제개편은 담기지 않았다. 대신 결혼자금 증여세 공제 한도 확대(5000만원→1억5000만원)와 자녀장려금(CTC) 연소득 기준 상향 등을 포함해 해외 진출기업의 국내 복귀(리쇼어링) 세제지원과 가업승계 증여세의 추가적인 세 부담 완화 등 재계에서 요구한 내용을 담았다. 올해 일몰을 맞는 비과세·감면 71개 중 58개의 적용 기한도 연장했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 혜택을 10월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한 지난 8월 16일 경기 고양시의 한 주유소에서 차량에 기름이 주유되고 있다. / 연합뉴스 한 토론회 참석자는 “경제 전반이 위기 상황에 직면했음에도 이에 적합한 세제개편 내용이 정부안에 없다. 사실상 무대책이나 마찬가지다. 이번 세법개정안에서 결혼자금 증여세 공제한도가 주목받았는데, 이마저도 (기획재정부가) 제대로 세수 추계도 하지 않고 (국회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을 향한 날카로운 비판도 이어졌다. 이날 토론회에 민주당 의원들은 참여하지 않았다. 토론회 패널로 참석한 국회 기재위 소속 장혜영 의원(정의당)은 “지난해 세법개정안의 경우 심사를 앞두고 원내 1야당인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가 ‘윤석열 정부의 부자 감세를 저지하겠다’고 강조했다”면서 “하지만 귀결은 법인세·소득세·종부세·조특법 등에 걸친 국회예산정책처 추산 5년간 64조원 감세 전격 합의였다. 원래 정부안의 71조원에서 6조원, 단 10%의 양보를 받은 참담한 실패였다”고 했다. 세수결손 책임 피하려는 꼼수 정부는 역대급 세수결손을 메우기 위해 기금을 활용할 방침이다.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과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이다. 외평기금의 원화 여유재원을 여러 기금과 일반회계를 연결하면서 기금의 저수지 역할을 하는 공자기금으로 옮긴 후 일반회계로 전환해 세수 부족분을 메우겠다는 구상이다. 올해 예상되는 세수 부족분을 60조원 정도로 보면, 내국세의 40%가량을 차지하는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제외했을 때 중앙정부가 메워야 하는 부족분은 전체의 60%에 해당하는 36조원가량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필요한 재원은 예산을 쓰지 않는 불용예산 10조원대, 세계 잉여금 3조~5조원대, 외평기금 최대 20조원 등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외평기금은 급격한 환율 변동을 막는 데 쓰인다. 이런 기금을 세수 부족분을 메우는 데 쓰겠다는 것은 여러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민주당 경제 대변인인 홍성국 의원이 9월 6일 한은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와 2분기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의 전일 대비 변동률은 각각 0.54%, 0.43%였다. 1분기와 2분기 모두 주요 7개국(G7)과 아시아 9개 신흥국을 통틀어 일본 다음으로 한국의 환율 변동성이 높았다. 환율 리스크에 취약한 상황에서 외평기금을 활용했을 경우 외환시장의 대외신인도에 부담을 줄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8월 14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조세재정개혁특별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이용섭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채은동 연구위원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저해하는 조치이며, 세수결손 책임을 피하려는 꼼수에 불과하다. 외평기금 활용은 당장은 재정수지에 영향을 주진 않지만, 어찌됐든 한은이 다시 (기금 활용 규모로 예상되는) 20조원을 마련해야 하는 돈이다. 결국엔 국가부채로 잡힌다. 이미 정부가 한은에서 끌어다 쓴 차입금이 100조원을 넘긴 상황에서 외평기금까지 끌어다 쓰겠다는 결정에 한은이 가만히 있는 것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관련해 기재부가 올해 들어 8월까지 한은에서 빌린 일시대출액(누적 기준)은 113조6000억원이다. 세수 부족으로 교부세와 교부금이 쪼그라들면 지방의 살림살이가 나빠지고 사업 추진에도 차질이 빚어지게 된다. 나라살림연구소가 9월 4일 공개한 ‘내년도 예산안 분석 보고서’를 보면 내년 교부세와 교육교부금은 총 135조7000억원으로, 올해 예산 대비 15조4000억원 감소한다. 교부세는 8조5000억원(-11.3%), 교육교부금은 6조9000억원(-9.1%) 각각 줄어든다. 재정이 열악한 비수도권 지자체를 중심으로 주요 사업이나 공공서비스 예산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손종필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상대적으로 재정 규모가 열악한 군 단위 지자체의 교부세 감소율이 클 것으로 분석된다. 중앙정부의 세수 재추계 이후 교부 방식이 정해지겠지만, 가급적 지자체에 충격이 덜 가는 쪽으로 부족분을 반영한 교부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세수 기반 확충하고 재정 확대해야” 전문가들은 감세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한다. 특히 역대급 세수결손 상황에서 재정지출을 줄이면서 조세지출을 늘리는 건 부작용만 낳으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유찬 포용재정포럼 회장(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은 “세제개편을 통해 투자를 늘리거나 소비를 진작시키는 방법은 기대만큼 효과를 보기 어렵다. 지금은 조세지출을 확대할 수 있는 여건도 아니다. 경기 부양 측면에선 정부가 세금을 걷어서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했다. 복합위기에서 세제개편은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에 맞춰져야 하고, 이를 위해선 누진적 보편증세로 세수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강병구 교수는 “정부는 상대적으로 부채가 적은 반면 재정엔 여유가 있는 편이다. 한국의 조세부담률(2022년 21.2%)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5.0%)보다 낮다. 낙수효과가 작동하지 않는 현실에서 복합위기, 양극화,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선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자산가나 대기업에 부유세와 횡재세 등을 도입해 조세 부담을 더 지우는 방식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9월 말쯤엔 ‘민주당표’ 세법개정안도 공개될 예정이다. 일각에선 이번 국회 심의 과정에서 민주당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지금까지 국회를 통과한 수많은 감세법안은 모두 민주당이 동조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기재부가 밀어붙이는 재정준칙 법제화와 관련해서도 민주당 내에 동조하는 시각이 있다. 경제주체들이 모두 힘든 위기 상황에서 재정의 소극적이고 경직된 대응은 더 큰 위기를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이런 정부 기조는 바뀌어야 한다. (최근 출범한) 민주당 조세재정개혁특위가 부자 감세를 되돌리고 재정준칙 법제화를 막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고 했다.
- [김유찬의 실용재정](18)2022년 개정세법, 지속가능할까(2023. 01. 06 14:17)
- 2023. 01. 06 14:17 경제
- 윤석열 정부의 기획재정부가 제출한 2023년 예산안과 2022년 세법개정안이 지난해 12월 24일 새벽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야당인 민주당은, 특히 세법개정안의 주요 내용에 대해 보기 드물게 강하게 반대의견을 피력했으나 법정기한을 훨씬 넘긴 수정안에는 민주당이 반대하던 세법개정안의 내용 상당 부분이 담겼다. 통과된 세법개정안은 과연 우리 경제에 필요한 내용인가. 더 나은 대안은 없었나. 그리고 오래 유지될 수 있는 내용일까.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지난해 12월 22일 국회에서 열린 내년 예산안·세법 일괄 합의 발표 기자회견에서 합의문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 박홍근 원내대표,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추경호 부총리,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 / 연합뉴스 첨예하게 대립했던 법인세는 기재부가 법인세 최고세율은 25%에서 22%로 줄이기를 원했지만, 여야는 법인세 전체 과세표준구간의 4개 세율을 1%포인트씩 낮추는 법인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세율로 보면 마치 정부 원안의 내용이 3분의 1 정도로 축소돼 관철된 것처럼 보이겠지만 세수효과로 보면 다르다. 정부 원안의 2027년까지 법인세 감세효과는 기재부 추산 17조2000억원이지만 통과된 세법개정안의 감세효과는 같은 기간 13조7000억원으로 기재부의 원안은 80% 정도 관철됐다. 원안 수정을 통해 3000억원 이상의 과세표준을 가진 대기업에 집중될 수 있었던 감세 혜택을 전체 기업에 분산시킨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다만 법인세율 인하와 동시에 통과된 반도체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6%에서 8%로 올린 것의 효과를 같이 고려할 필요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세법개정안 통과 직후 세액공제율 상향조정의 목표를 대폭 높여 요구했다. 세액공제율 인상의 감세효과는 반도체 분야에 종사하는 대기업에 집중될 것이고 투자의 규모에 따라서 감세 규모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세액공제 확대와 추가 세율인하의 비합리성 세법개정안에 대한 공방이 지속되는 동안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법인세율 인하가 필요하다는 기재부의 주장과 세율인하가 기업의 투자증가를 유도하는 효과가 미약하기 때문에 필요 없다는 야당의 주장은 수없이 반복됐다. 그런데 세법개정안에는 법인세의 세율인하안과 동시에 반도체 투자에 대한 법인세 세액공제 인상안이 동시에 담겨 있다. 기업의 투자유도를 위해 세액공제 인상을 요구하면서 왜 추가적으로 세율인하가 필요하다는 것인지 그 논리의 취약성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된다. 법인세율 인하는 기업의 투자 여부와 상관없는 세금 감면 제공이다. 세액공제 인상은 투자를 조건으로 세금을 감면하는 것이니 투자에 대한 효과 측면에서 세액공제 인상안이 압도적으로 우월하다. 기업의 투자 증가를 원한다면 기재부는 법인세 세율인하가 아니라 세액공제 인상을 반도체 분야에 국한하지 않고 전체 분야에 제공하라고 주장해야 맞다. 다음 연도에는 반도체 분야뿐 아니라 자동차나 배터리 분야에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인상도 필요하다고 주장할 것이다. 결국 세액공제와 법인세율 인하의 동시 제공은 법인 분야에 대한 지나친 감세로 이어져 국가재정을 어렵게 할 것이고, 꼭 필요한 정부지출을 옥죄는 효과를 가져온다. 비효율적이고 경제 전체에 부정적이며 지속가능하기 어려운 정책이다. 법인세와 함께 종합부동산세도 여야 간 논의의 중심에 있었다. 당초 다주택자 종부세 중과세율 폐지, 다주택자 9억원 그리고 1주택자 12억원으로의 기본공제액 상향, 종부세의 일반세율 0.5~2.7%로의 인하 등 정부안에 대해 여야는 과표 12억원 초과 3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종부세 중과제도는 유지하기로 했다. 기재부가 추계한 수정안의 감세효과는 2027년까지 향후 5년간 6조3000억원으로 기재부 원안보다 3조원 정도 감소했다. 윤석열 정부는 세법개정안을 제출하기 이전, 이미 100%에 도달해 그 한시적 역할을 종료한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시행령 개정을 통해 60%로 낮췄다. 여야 간의 합의된 종부세법 개정안과 공정시장가액비율 60%로의 하향조정 효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종부세 효과는 완전하게 형해화됐다. 1주택자와 2주택자의 경우 기준시가 12억원으로 기본공제액이 조정됐는데 여기에 공정시장가액비율 60%가 추가로 작용하면 시가로는 30억원 정도의 부동산을 소유하는 사람들에게도 종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종부세를 납부하던 이들 중에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하던 시가 18억원에서 30억원 정도의 가치를 가지던 부동산 보유자들이 과세대상에서 제외되면서 극히 소수의 납세자만 과세대상자로 남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앞줄 가운데)와 박홍근 원내대표(왼쪽) 등 의원들이 지난해 9월 2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초부자감세 저지, 민생예산 확대 등의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부동산 쏠림 현상으로 인한 금융 리스크가 국가 전체의 경제위기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문제다. 가계부채를 통해 금융위기로 악화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원이 부가가치 창출효과가 낮은 부동산 분야에 묶이게 돼 국가의 장기 성장을 저해하게 된다. 종부세는 금융위기 발생의 사회적 비용을 개인들의 부동산 보유 행태에 반영하도록 하는 기제이며 현재의 한국 경제 상황은 그 필요성을 다른 어떤 시기보다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종부세가 최소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이미 주어진 기능을 완료한 공정시장가액비율의 폐지가 수준이다. 국회는 정부가 나서지 않더라도 앞장서야 한다. 개정세법, 직면한 경제위기 해결 어려워 금융투자소득세도 정부가 원하는 대로 2년 유예됐다. 증권거래세는 단계적으로 인하되며 5000만원 이상 국내 상장주식의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는 2025년부터 실행된다. 기재부가 바라던 대주주 기준 100억원으로의 상향조정은 민주당의 반대로 무산돼 종목당 10억원의 기준이 유지됐다. 하지만 가족의 지분을 합산하지 않고 개인별로 판정하도록 해 고액자산가들에게 유리하도록 개정됐다. 상속세법의 개정도 자산가들에게 유리하도록 가업상속공제의 한도를 확대했다. 소득세법도 결과적으로 소득 상위계층에게 감면 혜택이 더 크게 나타나도록 개정됐다. 국회 수정을 통해 확정된 세법개정안의 전체적 내용이 한국이 직면한 경제상황에 적절한 것인가. 한국은 다층적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커지는 소득과 자산의 격차로 인한 양극화 문제, 인플레이션 및 에너지 위기에 직면한 소득 하위계층 및 소상공인의 위기는 필요계층을 정확하게 겨냥한 지원책을 필요로 한다. 기후위기는 기후재앙을 통해 우리의 생존을 어렵게 하며 에너지위기의 근원이다. 기업들에는 통상압력으로도 작용할 것이다. 에너지전환은 결국 정부의 선제적 투자를 요구한다. 정부 역할이 더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작은 정부론과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하리라는 실용적이지 못한, 이념에 치중된 정책이 채택되고 있다. 시장과 정부는 각각 고유의 역할이 있다. 양자의 기능은 국가경제 전체에 보완적으로 작용하는 관계다. 국회를 통과한 세법개정안은 지속가능하지 못하다. 한국 경제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 김유찬의 실용재정
- [특집]세법 개정안은 ‘삼성특혜법’?(2015. 09. 07 18:15)
- 2015. 09. 07 18:15 사회
- ㆍ지주회사 설립 과세 특례 3년 연장… “지배주주 일가 세부담 경감” 지적 8월 말 한 포털사이트의 삼성전자 주식 시세 게시판에는 한 네티즌의 분석이 눈길을 끌었다. 이 네티즌은 “지주회사 설립 과세 특례가 2018년 말까지로 3년 연장되었으므로 당분간은 인적분할 등의 사유로 주가 하락 방치사례들은 없을 것으로 전망함”이라고 적어 놓았다. 여기에서 말하는 지주회사 설립 과세 특례란 지주회사를 설립하거나 전환할 때 현물출자나 주식 취득의 경우 양도차익 과세를 주식 처분 때까지 이연(移延)해주는 것을 말한다. 네티즌의 이 분석은 정부에서 내놓은 과세특례 조치가 어떤 식으로든 삼성그룹의 재편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추진 당시에 과세이연 혜택이 올해 말까지이기 때문에 삼성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기에는 너무 촉박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 시한이 3년 뒤로 연장된 것이다. 정부에서 내놓은 과세특례 조치는 사실 그동안 큰 눈길을 끌지 않았다. 8월 6일 기획재정부는 2015년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세법 개정안은 민감한 문제였던 종교인 과세, 체크카드 및 현금영수증에 대한 소득공제율 확대 등만이 관심을 끌었다. 삼성 등 재벌 대기업이 민감하게 받아들일 만한 내용은 화제가 되지 못했다. 당초 올해 말이 일몰시한이었던 ‘지주회사 전환 시 과세이연’이 2018년까지 3년 연장됐다는 발표는 수많은 세법 개정안의 일부였다. 이런 가운데 경제개혁연대가 세법 개정안에 대한 논평을 내면서 삼성 등 재벌 대기업에 특혜를 주는 법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서울 서초동 삼성그룹이 모여 있는 삼성타운. / 이준헌 기자 경제개혁연대 “시대적 요구에 역행” 경제개혁연대는 “최초 도입 당시에 비해 지주회사 제도의 내용이 많이 후퇴해 재벌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기보다는 지배주주 일가의 지배력만 강화시키는 부작용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런 중에도 계속 지주회사 설립 및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과세특례가 일몰시한을 연장하면서까지 유지되는 것은 애초의 취지에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시대적 요구에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 혜택 연장이 삼성에 특혜를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논평에서 “특히 삼성그룹이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지배권을 강화하거나 자녀들 간 그룹 분할을 위해 지주회사 전환을 하게 될 경우, 이재용 부회장 등 지배주주 일가에게 세부담을 지우지 않는 엄청난 특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는 세법 개정안을 발표한 후 8월 7일부터 26일까지 20일간 관련 법안을 입법예고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들 법안을 9월 초 국무회의에 상정한 후 11일까지 정기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지주회사 전환 시 과세이연과 관련된 법은 조세특례제한법이다. 조세특례제한법 제38조 2항(주식의 현물출자 등에 의한 지주회사의 설립 등에 대한 과세특례)에는 ‘내국법인의 내국인 주주가 2015년 12월 31일까지 다음 각 호의 요건을 모두 갖추어 주식을 현물출자함에 따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주회사(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른 금융지주회사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지주회사”라 한다)를 새로 설립하거나 기존의 내국법인을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경우 그 현물출자로 인하여 취득한 주식의 가액 중 그 현물출자로 인하여 발생한 양도차익에 상당하는 금액에 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주주가 해당 지주회사의 주식을 처분할 때까지 양도소득세 또는 법인세의 과세를 이연받을 수 있다’고 명시했다. 기획재정부는 이 조항에서 ‘2015년 12월 31일까지’를 ‘2018년 12월 31일까지’로 개정해 입법예고했다. 기획재정부는 세법 개정안 보도자료에서 지주회사 전환 시 과세이연에 대한 혜택 종료 시점을 연장한 조치를 ‘기업구조조정 뒷받침’으로 분류하고 있다. ‘기업 혁신역량 강화를 위해 선제적 구조조정을 뒷받침한다’는 것이 기획재정부의 구호다. 경제개혁연대의 채이배 회계사는 “재벌 대기업의 지주회사 전환이 투명성 확보보다 지배권 강화에 이용돼 오히려 부작용이 크다”면서 “원래 취지대로 지주회사의 요건을 강화해서 한다면 모를까 지금 상황에서는 그럴 말한 유인이 없다고 보기 때문에 혜택 연장에 대해 반대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당근이 아니라 채찍을 마련해야” 재벌 대기업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는 과세이연이 과연 재벌 대기업에 당근이 될 수 있을까. 삼성은 그동안 ‘지주회사 체제 전환 계획이 없으므로 딱히 답할 것이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해왔다. 이번 세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삼성의 한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법 개정에 대해 개별 기업이 일일이 언급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세법 개정안이 지주회사 전환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KB투자증권의 강선아 선임연구원은 “지주회사로 전환할 때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과세이연은 충분한 유인책이 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지주회사로 전환하려면 금산분리라는 장벽이 있어 삼성그룹이 이를 선택할 가능성은 낮다”고 예측했다. 강 선임연구원은 “삼성은 중간금융지주회사법이 국회에서 통과돼야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혜택 연장에 대해 강 선임연구원은 “이미 3년 주기로 계속 연장돼 왔고 이번에 연장하면 다섯 번째”라면서 “아마 대기업에서는 연장될 것으로 미리부터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혜택 연장에 대한 비판 이전에 기업집단의 현재 상황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가 만만찮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지주회사로 전환하도록 유인하는 세제혜택을 연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이라면서 “하지만 계속해서 이렇게 시기를 연장해주는 방식으로 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현재 재벌 대기업이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고 순환출자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비판했다. 박 교수는 이에 대해 “정부가 당근만 줄 뿐 채찍이 없다”고 표현했다. 박 교수는 “기업집단의 지배구조에 대해서는 총체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면서 “과세이연이라는 큰 혜택을 줘도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는 현실을 냉철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성처럼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해도 3세 승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굳이 지주회사를 선택할 이유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 박 교수의 주장이다. 박 교수는 “삼성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 시 금산분리 적용을 받아야 하는데, 지금 그대로 있는다고 해서 규제가 없다”면서 “과세이연 연장이라는 당근만 내밀 것이 아니라, 기업집단이 특정기간 안에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도록 강제하는 법을 제정하는 등 채찍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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