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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의 경제학](5)소득세제 개혁의 올바른 방향은?(2022. 07. 29 14:15)
2022. 07. 29 14:15 경제
윤석열 정부가 지난 7월 21일 첫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법인세와 종합부동산세를 인하하고 소득세도 전반적으로 인하한 감세 기조의 개편안이다. 정부는 최근 국세수입이 크게 증가했고, 법인세와 부동산 보유세가 높다며 글로벌 스탠더드와 조세원칙에 맞게 과세체계를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정건전성 기조와는 정반대인 감세는 재정정책의 모순을 보여준다. 특히 정부도 지적하듯 고물가와 성장 둔화가 우려되는데 이러한 개편안이 저성장 극복과 민생안정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지난 칼럼에서도 지적했듯이 법인세와 종부세 인하는 부자와 대기업에만 혜택이 돌아가며 경제활성화 효과는 미지수라는 비판이 많다.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7월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2 세법개정안’ 사전 브리핑에서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 기획재정부 제공 그럼에도 고소득층이 이득 이번 글에서는 소득세를 들여다보자. 부자 감세라는 비판을 의식했는지 이번 개편안에는 서민과 중산층의 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도 포함됐다. 특히 2008년 이후 15년 만에 과세 표준 하위 2개 구간을 상향조정해 소득세 부담을 줄이기로 했다. 현재는 과세표준 1200만원 이하는 근로소득세율이 6%이고, 1200만원에서 4600만원 사이는 15%인데 개정안에서는 6% 구간을 1400만원 이하로, 15% 구간을 1400만원에서 5000만원 사이로 높였다. 이는 시간에 따라 명목임금은 상승하는데 과표구간은 그대로라서 ‘월급쟁이’들의 세 부담이 점점 커진다는 비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실제로 2008년의 연간 총급여가 4000만원이었다면, 실질임금은 오르지 않고 물가상승만 고려해도 2022년에는 약 5388만원이 되는데 소득세는 약 50만원에서 156만원으로 높아진다. 소득은 약 35% 올랐는데 세금은 약 3배가 오른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번 소득세 과표구간의 조정이 이러한 현실을 고려해 특히 중산층 이하 봉급생활자들의 세금 부담을 낮춰주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개편도 결국 고소득층에게 더 많은 이득이 돌아가는 결과를 낳는다. 실제로 이번 소득세 개편으로 각각의 구간에서 모두 54만원의 소득세가 줄어드는데, 고소득층은 이러한 감세효과를 모두 누리기 때문이다. 정부는 총급여 1억2000만원 초과자에 대해서는 근로소득 세액공제를 축소해 세 부담의 경감 폭을 완화하겠다고 하지만 여전히 소수의 고소득층이 금액 면에서 가장 큰 이익을 보게 된다. 정부안에 따르면 총급여 7800만원에서 1억2000만원 사이의 고소득 월급쟁이들의 소득세가 54만원 줄어든다. 3000만원에서 7800만원 사이를 버는 중간층 봉급생활자들은 소득세가 18만원 낮아질 뿐이다. 2700만원에서 3000만원 사이를 버는 이들은 겨우 8만원이 줄어든다. 근로소득자의 약 37%를 차지하는 면세자들은 감세와 아무 관련이 없다. 물론 정부는 기존의 소득세와 줄어든 세액의 비율로 보면 저소득층이 가장 큰 이익을 본다고 하지만 금액으로 보면 그와 다르다. 2020년 국세통계에 따르면 근로소득 기준으로 총급여가 1억원이 넘는 이들이 전체 근로자의 약 4.7%, 그리고 8000만원에서 1억원 사이를 버는 이들도 약 4.7%에 불과하다. 더욱 큰 문제는 ‘소득세 감세라는 방향 자체가 올바른가’ 하는 것이다. 정부는 문재인 정부 시기 근로소득세가 크게 증가했고, 월급쟁이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소득세 감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근로소득세는 2017년 34조원에서 2021년 47조2000억원으로 약 39%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동안 상용근로자가 약 11% 증가했고, 월평균 임금도 약 17% 증가했기 때문에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또한 경제성장과 함께 근로소득세는 꾸준히 증가해왔으며, 2009년에서 2017년 사이의 근로소득세 증가율은 최근 4년보다 더욱 높았다. 따라서 최근 몇년간 실제 소득 중 납부한 소득세의 비율인 실효소득세율은 별로 높아지지 않았다. 여전히 한국의 근로소득세 부담은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2020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근로소득세의 비중은 한국이 5.3%였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8.3%였다. 미국 10.5%, 영국 9.5%보다 크게 낮다. 근로소득세 면세자의 비중도 최근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약 37%로서 다른 선진국들보다 크게 높다. GDP 대비 소득세 비중 낮은 이유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에서는 근로소득세에 수많은 공제가 존재하기 때문에 실효소득세율이 크게 낮다는 점이다. 실제로 소득세를 계산할 때 총급여에서 이미 근로소득공제를 빼고 근로소득금액을 계산하며 그후에도 인적공제와 신용카드 사용액, 보험료 그리고 주택자금 등 여러 소득공제가 있다. 세액 산출 이후에도 자녀교육이나 의료비 그리고 근로소득세액 공제 등 다양한 세액공제가 존재한다. 따라서 2017년 세금자료에 따르면 여러 공제로 인한 근로소득세 감면액이 근로소득세 세수의 1.7배에 달했다. 그러다 보니 실효세율은 명목세율에 비해 한참 낮아 2020년 근로소득세 실효세율은 전체 평균이 5.9%에 불과했다. 총급여가 약 1억7000만원 이상인 상위 1% 소득자들은 실효세율도 약 25%로 높으며, 이들의 소득세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국제적으로 높다. 총급여가 8000만원에서 1억원 사이는 실효세율이 8.1%, 그리고 6000만원에서 8000만원 사이는 5.4%로 크게 낮아진다. 상위 20% 경계인 총급여 약 5700만원인 근로소득자는 실효세율이 약 4.1%에 불과하다. 이들은 분명 상대적으로 고소득자일 텐데 연봉의 고작 4%만을 소득세로 내고 있는 것이다. 결국 최고소득층을 제외한 중상위층 노동자들의 실효세율이 국제적으로도 매우 낮아 결과적으로 GDP 대비 소득세 세수가 낮은 게 현실이다. 앞으로 고령화와 함께 복지지출은 계속 증가할 것이고, 기후위기와 산업의 전환을 배경으로 정부의 재정지출도 더욱 늘어나야 한다. 이를 고려하면 크게 낮은 중상위층 노동자의 근로소득세 부담을 높이고 면세자도 줄이는 방향으로의 소득세제 개편이 바람직하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심각해 상위층과 하위층 사이의 소득격차가 심각한 현실에서 소득세 실효세율의 인상은 불평등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공제로 인한 소득세 감면의 혜택은 고소득층에게 집중돼 상위 10% 노동자의 세금감면 혜택이 하위 50%보다 두 배가 넘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번 세제개편안은 대기업과 부자들에 대한 감세도 문제지만 소득세제 개편의 내용도 우려스럽다. 정부는 무엇보다 공제를 축소해 소득세의 실질적인 증세를 추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크게 낮은 부가가치세율 인상도 논의해볼 만하다. 어찌 보면 기재부는 그동안 과표구간을 조정하지 않아서 보이지 않게 소득세를 높여왔는지도 모르겠다. 사실은 그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소득세 증세를 주장하는 정치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답답한 일이다.
불평등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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