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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총 14 건 검색)

“2~3분마다 비행 소음 우린 왜 보상 못 받죠?”(2022. 09. 30 11:07)
2022. 09. 30 11:07 사회
ㆍ같은 단지서도 ‘피해 보상’ 갈리는 김포공항 인근 주민들 ㆍ 기준 완화 땐 사업비 2~3배…공공시설 국고 지원 등 대안 가끔 보면 재밌지만, 매일 반복해서 마주치면 달갑지 않다. 상당히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이착륙을 위해 지상을 스치듯 지나가는 비행기를 보는 일이 그렇다. 고막을 울리는 소음에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한데, 이런 일이 2~3분마다 반복된다. 김포공항 인근의 양천구 신월·신정동 등을 비롯해 서울에서만 약 42만5000여명의 주민들이 공항소음 피해를 겪고 있다. 지난 9월 26일 한 비행기가 김포공항에 착륙하기 위해 바퀴를 펴면서 날아가고 있다. / 주영재 기자 지난 9월 26일 서울 양천구 신월3동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직접 비행기 소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이곳은 소음영향도(웨클·WECPNL)가 85~90웨클 사이인 지역으로 소음 대책지역 중 ‘3종 가’ 지구에 포함된다. 소음 대책지역은 ‘공항소음 방지 및 소음대책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공항소음대책법)’에 따라 대책사업을 실시해야 하는 지역을 말한다. 소음영향도 75웨클 이상인 3종부터 시작해 1종(95 이상)까지 모두 다섯 구간으로 나뉜다. 무 자르듯 소음 피해를 자를 수 있나요 이날 옥상에 서자 경기 광명시 도덕산 인근에서 서울 구로구를 거쳐 공항 쪽으로 날아오는 비행기가 눈에 들어왔다. 날개 양끝에서 반짝이는 2개의 항법등이 뚜렷이 보였다. 그 비행기 밑으로 반짝이는 점 하나가 보이고, 또 그 밑으로 희미하게 반짝이는 불빛 하나가 뒤따른다. 3대의 비행기가 줄지어 착륙을 위해 접근하고 있었다. 비행기가 머리 위를 지나자 순간 소음이 93데시벨(dB)까지 올라갔다. 환경부 환경통계포털에 따르면 90dB 이상은 지속해서 들을 경우 직업성 난청이 시작되는 수준이다. 42년째 이 동네에서 사는 이금자씨는 “그래도 저 비행기는 작은 비행기”라면서 “저녁이면 불빛에 비쳐 안에 타고 있는 사람까지 다 보인다. 일본 비행기인지 러시아 비행기인지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월요일이라 적게 다니는 편인데 주말에는 2분마다 한대씩 다녀 애들이 공부할 수도 없고, 문을 닫아도 시끄러워 사람이 살 수 없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85웨클 이상의 소음대책지역에 속하는 주민들은 한국공항공사에 매수를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공항소음으로 집값이 낮은 상황에서 공시가 기준으로 매수하니 집을 팔아도 서울 안에서는 갈 곳이 없다. 김포공항은 항공 교통량 전 세계 1위 노선인 김포·제주 구간을 품고 있다. 코로나19로 일 평균 교통량이 2019년 424편에서 2020년 349편으로 줄었지만 2021년 이후 421편으로 원래 수준을 회복했다. 공항이 문을 여닫는 오전 6시부터 오후 11시까지 2.4분에 한 번꼴로 굉음을 듣는다. 이른 아침과 잠들 무렵 소음이 특히 고역이다. 2011년 세계보건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60db 이상이면 수면장애를 겪고, 80db이면 청력 장애가 발생한다. 항공기소음을 지속해서 들으면 두통, 이명 같은 신체적 피해뿐만 아니라 정서불안, 주의력 저하 같은 정신적 피해가 발생한다는 사실이 여러 실태조사로 확인된 바 있다. 지난해 서울시가 실시한 주민 실태조사에서도 응답자의 18%가 정신적 피해, 10%가 신체적 피해를 겪었다고 밝혔다. 재산상의 피해도 뒤따른다. 1988년 지은 신월7동의 신월시영아파트는 재건축을 논의 중이지만 성사가 불투명하다. 항공법상 고도제한으로 15층까지만 지을 수 있어 사업성이 낮기 때문이다. 팔고 떠나기도 수월하지 않다. 집을 보러 온 사람들은 비행기 소음을 듣곤 발길을 돌린다. 주민 최선예씨(74)는 “아이들 키우기가 어려워 젊은이들이 떠나면서 어르신들만 남고 동네가 활력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신월시영아파트는 아파트 중간의 차도를 기준으로 소음대책지역에 포함되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으로 나뉜다. 소음 때문에 창문을 열지 못하기 때문에 여름철 4개월간 총 20만원의 전기료를 지원하고, 냉방기와 방음창 설치를 지원해주는데 그 기준이 75웨클이다. 비슷하게 소음 피해를 입지만 75웨클 밑이라는 이유로 보상 대상에서 제외된 주민들은 불만이 많다. 이곳에서 만난 주민 이길용씨(78)는 “소리는 똑같이 나는데 길 하나를 두고 보상을 받는 동과 그렇지 않은 동이 갈리는 건 말이 안 된다”면서 “주민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하는 것도 아니고, 한 단지인데 분할해서 될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대책지역 기준 낮추고, 기반시설 지원해야 지난 8월 24일 서울과 제주의 공항소음 피해 주민 7000여명과 공항소음대책 주민지원센터, 사단법인 항공기소음 등은 국회에 공항소음 대책사업을 추진하는 소음영향도 기준을 70웨클로 낮출 것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박용문 항공기소음 이사장은 “75웨클 소음등고선을 기준으로 수혜자와 비수혜자로 나뉘면서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한 불만이 공동체 내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면서 “단 1~2웨클이라도 기준을 내려 대책지역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인구 밀집지역과 접한 유럽 주요 공항의 소음대책 사업 기준을 보면 프랑스 샤를 드골공항 67.1웨클, 독일 암마인공항 73.1웨클, 네덜란드 스키폴공항 70.1웨클, 스위스 취리히공항 71.1웨클로 우리보다 낮다. 공항소음대책 주민지원센터에 따르면 2022년 7월 현재 ‘사각지대’인 70~75웨클 미만에 속한 서울 주민은 약 27만명이다. 정부는 70웨클 이상으로 대책지역을 확대할 때의 재정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국토부 공항안전환경과 관계자는 “소음 피해 대책을 내실 있게 마련하려고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도 “예산이 과다하게 들어가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석 공항소음대책지역 주민지원센터장은 “70웨클로 보상지역을 넓힐 경우 대책사업비가 현재(약 700억원)의 2~3배 정도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동일지원이 아닌 소음도에 따른 차등지원이 바람직하다. 착륙료에서 대책사업비 재원으로 쓰는 비율을 75%에서 일부 외국 공항처럼 100%로 늘리고 국고보조금을 지원하면 재원 마련에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토부 측은 한국공항공사에서 착륙료를 활주로 유지보수 비용으로도 쓰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용선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관련해 2건의 공항소음대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2020년 11월 발의한 첫 법안은 공공개방을 전제로 주차장, 공원 등 사회기반시설에 예산지원을 할 수 있도록 했다. 2021년 1월 개정안은 발전소주변지역법이나 방폐물유치지역법처럼 공항시설관리자나 공항개발사업자가 공항소음피해 지역 주민을 우선 고용할 수 있는 근거를 담았다. 이 의원은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 공항은 국가기반시설이지만, 주변 주민들은 고도제한, 항공기소음 등으로 인한 건강권·생활권·재산권 등의 피해를 보고 있고, 특히 고도제한은 주변 지역 재개발·재건축 시행 시 사업이 불가능한 수준이어서 주민들의 재산권을 제약한다”고 법안 발의 취지를 밝혔다. 개정안이 통과되려면 국회와 여론의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 이 의원은 “공항소음문제는 양천구와 김포공항 주변만이 아니라 김해·제주 등 전국에 산재한 민간공항 주변 주민들이 똑같이 안고 있는 문제”라면서 “공항소음피해를 입는 해당 지역구 의원들이 함께 뜻을 모아 정부와 국회를 설득하려 한다”고 말했다. 피해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한 주기적인 건강검사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역학조사를 통해 항공기소음과 건강 피해 간의 인과성을 파악한 후, 국가 차원의 의료지원사업을 계획해야 한다”고 말했다.
[렌즈로 본 세상]사람도, 소음도 사라진 명동의 ‘오늘’(2021. 08. 13 14:58)
2021. 08. 13 14:58 사회
“지난주에 저쪽 가게도 빠졌잖아.” 임대 안내문이 붙은 상가 옆 가게 사장들이 밖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휴일을 맞은 지난 8월 8일 찾은 서울 중구 명동거리는 스산했다. 10곳 중 4곳. 지난 7월 28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올해 2분기 상업용 부동산 임대 동향 조사 통계에서 명동의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43.3%에 달했다.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나 화장품 가게 점원들의 홍보 멘트처럼 명동을 가득 채웠던 소리는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두 손 가득 쇼핑백을 든 외국인도, 발 디딜 틈 없이 자리를 지키던 노점상도 자취를 감췄다. 사람도, 소음도 사라진 명동에서 가장 쉽게 눈에 띈 것은 불 꺼진 상가와 ‘임대 안내문’이었다.
렌즈로 본 세상
[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프로파간다의 소음으로 들려오는 군가
[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프로파간다의 소음으로 들려오는 군가(2017. 04. 03 17:19)
2017. 04. 03 17:19 문화/과학
헌재로부터 탄핵 받고 역시 검찰의 직접수사를 받았으며 결국 대한민국 법원에 의해 구속까지 되었음에도 텔레비전 생중계로는 악에 받친 듯 프로파간다의 소음으로 군가들이 들려온다. 그것이 실로 우울한 것이다. 지금은 외부 활동이 뜸하지만 한때는 정통 문학뿐만 아니라 문화 전반에 걸쳐 날카로운 시선과 특유의 일그러진 냉소로 번득이는 비평을 썼던 이재현이 오래 전에 쓴 글이 생각난다. 문화는, 특히 음악, 그 중에서도 노래는 귀로 들려오는 게 아니라 몸으로 스며든다는 것이다. 이재현은 이렇게 썼다. 무슨 모임을 끝내고 회식이라도 하게 되면 그 당시 풍습대로 노래를 부르게 되는데 아직 술기운이 번지기 전이므로 안치환의 ‘솔아솔아 푸르른 솔아’ 같은 노래를 부른다. 그러다가 노래방이라도 가게 되면 술기운에다 노래방 특유의 분위기에 의해 저마다 마음속에 저장해둔 노래를 부르게 된다. 송창식이나 양희은이나 김광석의 노래가 아마도 선택될 것이다. 그렇게 어울려 노래하고 마시고 돌아오다 보면 이윽고 몸속 저 깊은 기억의 골짜기에 스며든 노래를 부르게 되는데, 남성의 경우 대체로 군가나 ‘새마을노래’나 트로트를 저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된다는 것이다. 태극기 집회에서 들려오는 군가나 새마을노래는 한국 사회의 정서적 퇴행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슬픈 노래'다. 3월 1일 광화문에서 열린 태극기 집회 모습. / 연합뉴스 독재정권 시절 숱하게 불렀던 노래 실제로 그러한가? 과연 그러하다. 나는 그것을 지난 3·1절 광화문 일대에서 체험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결정 심판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었고, 그래서 광화문 일대는 지난 겨울 내내 탄핵을 요구해온 촛불집회와 이에 반대하는 박근혜 지지자들의 이른바 ‘태극기’ 집회가 열렸다. 헌재의 결정을 코앞에 둔 시점이라 두 집회 모두 팽팽한 긴장으로 맞선 상황이었다. 나는 태극기를 흔드는 집회의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확인해 보기 위해 이순신 동상 아래쪽으로 걸어가려 했으나 두 가지 이유로 포기해야 했다. 경찰의 차벽이 광화문 네거리를 막고 섰는데, 그 너머로 태극기 집회가 바짝 올라와서 진행되고 있었다. 건너갈 수 없는 상황이었고, 건너가지 않아도 그쪽에서 넘어오는 온갖 구호와 노래가 생생하게 들려왔다. 엄청난 데시벨로 울려퍼지는 노래 때문에 같이 걷던 사람들과 정상적인 대화를 하기도 어려웠다. 몸은 촛불집회의 장소에 있지만 압도적인 데시벨로 밀려드는 소리에 의하여 흡사 태극기 집회에 참가한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아닌 게 아니라, 나는 내 몸속 어딘가에 저장된 오래된 노래, 저 독재정권 시절에 숱하게 들었고 군생활 때도 자주 불렀던 노래를 나도 모르게, 따라부르고 있었던 것이다. 너와 내가 아니면 누가 지키랴 침략의 무리들이 노리는 조국 너와 내가 아니면 누가 이으랴 남북으로 끊어진 겨레의 핏줄 내 이성은 그 노래를 가로막고 있었으나 내 몸은 그 노래를 따라하고 있었다. 후렴구의 가사, 즉 “아아 피땀 흘려 싸워 지킨 그 얼을 이어 전우여 굳게 서자 내 겨레를 위해”는 내 몸이 오래전부터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차츰 이성을 되찾고, 그 노래를 다시 생각해 보았다. 어떤 측면에서는, 이런 노래보다 더 슬픈 노래는 없을 것이다. 20세기 중엽에 일시 중단된 전쟁의 그늘이 21세기 초엽의 한반도에 여전히 드리우고 있음을 그 노래들이 확인시켜 준 셈인데, 더 슬픈 것은 그것이 이성적인 장소이거나 이해할 만한 상황의 소산은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이 태극기 집회를 지지하는 관점에서 참여한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은 이 집회에 참석하여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른 사람들에 대하여 “이들 한 사람 한 사람들은 그 무슨 ‘강철대오’니 ‘투쟁조직’이니 하는 전체주의적 규율에 매여 거리로 나온 ‘떼‘나 “패’가 아니다. 그야말로 한 사람 한 사람이 자발적으로 깨어나 걸어 나온 개인들이다. 이게 자유-민주-공화의 자산”이라고 하였으나, 이는 실제 상황을 고의적으로 왜곡하여 읽은 섣부른 역설에 불과하며 이후 전개된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과 대한민국 검찰의 소환조사,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3월 31일 새벽 3시의 상황, 즉 대한민국 법원에 의한 박근혜 구속 결정이라는 법치적 진행과도 전혀 어울리지 않는 감상적 수사일 뿐이다. 그렇기는 해도, 그 노래들은 한동안 쉼없이 울려 퍼지면서, 이 나라의 퇴행적 정서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그런 경우를 지난겨울에 파주의 임진각에서도 생생히 느낀 바 있다. 분단의 상징적 장소인 임진각 일대는 평화누리 공원이 조성되어 있는데, 크고 작은 조형물들이 동아시아의 불안정성을 의외의 형상으로 방증하고 있었다. 특히 2015년 12월 조성된 ‘평화의 발’ 조형물은 평화누리라는 이 일대의 명칭마저 무색케 하는 섬뜩한 모습이었다. 그해 8월 4일,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때 다리를 잃은 김정원·하재헌 중사를 기억하기 위한 조형물이다. 효성그룹이 제작지원을 한 이 조형물에 대해 군당국은 “통일과 분단을 상징하는 임진각에 평화의 염원을 표현하는 발걸음이며 동시에 북한의 도발을 강조하기 위한 형상”이라고 설명했다. 임진각에 조성된 섬뜩한 ‘평화의 발’한 그 뜻은 소중하고 또한 군인들의 희생을 기리는 것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이지만, 그러나 그 형상은 섬뜩했다. 절단된 신체, 잘려나간 발목. 더 이상 달리 표현할 길이 없는, 차마 마주 보기 어려운, 너무나 즉물적이고 노골적인 형상이다. 전쟁과 분단, 그 이후 전개된 남북한의 긴장과 특히 남한의 사회 상황 전개과정을 두루 생각한다면 이토록 직접적으로 2m 크기의 황동 재질로, 절단된 신체 그 자체를 노골적으로 조형화하는 일은 삼갔을 것이다. 그렇게 직접적인 형상으로 재현하기에는 두 군인의 상처가 참담하고 이 나라의 전쟁 이후 분단상황이 처참하면서도 복잡하기 때문이다. 당시 중앙일보 기사는 “두 하사의 다리가 절단된 내용을 알고 본다면 성급했던 게 아니냐”고 비판했다. 상처나 고통을 표현하기 위해 반드시 상처 부위와 고통의 실재를 엄청난 크기로 재현할 필요가 있느냐는 얘기다. 더불어 이 기사는 제막식에 의족을 한 군인을 초청했어야 하는가 의문까지 제기했다. 2m 크기로 확대된 잘려진 발목을 직접 보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주의했어야 한다. 이듬해 4월 총선에서 국회에 진출한 군사전문가 김종대씨는 당시 제막식 소식을 접하고, 다양한 정보를 심도 있게 판단한 끝에 “군의 성의 없는 치료와 치료비 지원 행태를 겪은 군인과 그 가족에게는 큰 상처가 될 것”이라고 썼다. 평화누리 입구에 서 있는 조형물을 지나 임진각 쪽으로 가면 그야말로 분단의 현황을 생생하게 만나게 된다. 판문점으로 이어지는 철로를 중심으로 하여 오랜 세월에 걸쳐 잇대어 구성된 조형물과 녹슨 기관차와 각종 군사시설물이 쌀쌀한 바람 사이로 전개되어 있다. 어디선가 노래가 들려온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그리웠던 30년 세월 의지할 곳 없는 이몸 서러워하며 그 얼마나 울었던가요 설운도가 부른 이다. 군가만큼 내 몸속 깊이 스며들지는 못했지만, 이 노래 또한 내 몸속 어딘가에 묻어 있었다. 뒷부분의 가사는 분명치 않지만, 쉼없이 반복하여 울려퍼지는 이 노래의 도입부, 즉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는 금세 내 입에 달라붙었다. 이 상흔들, 이 처참한 기억들을 누가 과연 부정하겠는가. 그러나 몸속에 배어 있는 노래라고 해서 언제나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나는 지금 이 글을 3월 31일 새벽에, 텔레비전 생중계를 보면서 쓰는 중이다. 대한민국 법원에 의해 구속 결정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에서 서울구치소로 이동하는 생중계 말이다. 이에 반대하는 일부 지지자들이 틀어놓은 확성기의 군가 소리가 텔레비전을 통해 들려온다. 상상을 초월하는 국정농단과 엄청난 부정부패로 법치국가의 최고 기관인 헌재로부터 탄핵 받고 역시 검찰의 직접수사를 받았으며 결국 대한민국 법원에 의해 구속까지 되었음에도 텔레비전 생중계로는 악에 받친 듯 프로파간다의 소음으로 군가들이 들려온다. 그것이 실로 우울한 것이다.
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
[베이징의 속살]폭죽놀이-춘제 분위기 띄우는 소음, 진짜 전쟁터 같다(2017. 02. 07 10:04)
2017. 02. 07 10:04 국제
지난달 27일 저녁부터 28일 오전 7시까지 베이징시는 490대의 차량을 동원해 폭죽 파편 179.5톤을 수거했다. 환경미화 관계자는 올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4.55톤이나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루샹수이수(入鄕隨俗)’. 그 고장에 가면 그 고장의 풍속을 따라야 한다. 즉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는 뜻의 중국 사자성어다. 올해 설은 중국에서 지내게 됐으니, 중국 춘제(春節·설) 풍습에 맞춰 지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중국에서 한국 설처럼 쇠는 게 힘들지, 중국에서 중국식으로 보내는 게 뭐 그리 힘들겠나 싶었다. 섣달 그믐밤인 지난달 27일 저녁에 가족끼리 모여 오후 8시부터 생방송하는 중국 관영방송 CCTV 종합예능프로그램 을 보고 만두를 먹는 것이 일반적 춘제 풍속이다. 한국에서 설날 아침 떡국을 나눠먹고 세배를 하는 것만큼 섣달 그믐밤에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데 큰 의미를 둔다. 가족과는 멀리 떨어져 있으니 을 보며 만두를 먹는 것까지 해보기로 했다. 중국 춘제(春節·설) 다음날인 지난달 28일 새벽. 환경미화원들이 베이징 거리에 흩어진 폭죽 파편들을 청소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저녁부터 28일 새벽까지 베이징 시내에서 수거한 폭죽 파편은 180톤에 달했다. 관계자는 지난해에 비해 상당히 줄어든 수준이라고 밝혔다. / 바이두 가수들의 공연과 무술, 코미디, 중국식 만담 등이 어우러진 종합쇼 은 몇 시간이 지나도록 재미있는 코너가 눈에 띄지 않았다.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새벽 12시 반까지 이어지는 긴 쇼는 이제 인기가 많이 시들해졌다. 베이징에 사는 친구 정하이롱은 “은 틀어놓고 딴 거 하는 프로그램”이라면서 “볼거리는 없지만 라디오처럼 틀어놓으면 명절 분위기를 낼 수 있다”고 했다. 위기는 지루한 이 아니라 춘제를 맞아 시작된 중국의 폭죽과 불꽃놀이에서 왔다. 아파트 단지 안은 물론이고, 도로변 인도에서 여기저기 폭죽과 불꽃이 터지기 시작했다. 오후 11시쯤부터 빈번해지기 시작하더니 자정 즈음에는 절정을 이뤘다. 그동안 폭죽 때문에 스모그가 더 심해진다는 뉴스를 보면 과장 아닌가 싶었는데, 직접 겪어보니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넓이가 2m쯤 되는 창문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는 불꽃 너댓 개가 동시에 보였다. 한 번 끝나면 또 연이어 터지니 동네 전체가 불꽃놀이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웬만한 불꽃축제가 부럽지 않았다. 보기는 아름답지만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큰 소음이 문제였다. 아프리카 출장 갔다가 공포탄을 쏘며 위협하는 강도를 만난 적이 있는데, 폭죽 소리를 듣고 있자니 수년간 잊고 있던 그때 생각까지 났다. 오전 1시쯤 서서히 잦아들기 시작했다. ‘이제 좀 잘 수 있나’ 싶으면 또 폭죽이 터졌다. 새벽 3시에도 폭죽을 터뜨리는 사람은 대체 누구란 말인가. 베이징에서 태어난 친구 펑레이는 “어렸을 땐 이것보다 훨씬 더 심했다”며 “요즘 폭죽은 시끄러운 축에도 못 든다”고 했다. 아파트 단지별로 아이들끼리 경쟁이 붙어 누가 더 크게 폭죽놀이를 하는지 내기가 붙었다는 것이다. 그는 “그땐 진짜 전쟁 같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베이징시는 공기오염, 안전사고 등을 이유로 폭죽, 불꽃놀이를 제한하고 있지만 폭죽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명절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중국인들의 풍습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신경보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저녁부터 28일 오전 7시까지 베이징시는 490대의 차량을 동원해 폭죽 파편 179.5톤을 수거했다. 환경미화 관계자는 올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4.55톤이나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진짜 전쟁 같았다던 예전엔 대체 어느 정도였을까. 춘제 연휴 기간 내내 폭죽과 불꽃놀이가 이어졌다. 밤에도 그랬고, 아침에도 그랬다. 아침에도 하는 사람은 대체 무슨 생각인가 싶었지만 ‘루샹수이수’, 여긴 중국이니 로마법에 따르는 수밖에…. 첫날에는 전쟁터 총소리처럼 느껴졌던 폭죽, 춘제 연휴가 끝날 때 쯤엔 폭죽 소음이 마치 팝콘 만들 때 옥수수알이 터지는 소리처럼 느껴져 입안에 침까지 고였다. 아, 중국의 풍습에 조금씩 적응돼 가고 있는 걸까.
베이징의 속살
[시로 여는 한 주]즐거운 소음(2016. 12. 27 14:54)
2016. 12. 27 14:54 문화/과학
고영민(1968~ ) 아래층에서 못을 박는지 건물 전체가 울린다. 그 거대한 건물에 틈 하나를 만들기 위해 건물 모두가 제 자리를 내준다. 그 틈, 못에 거울 하나가 내걸린다면 봐라, 조금씩, 아주 조금씩만 양보하면 사람 하나 들어가는 것은 일도 아니다. 저 한밤중의 소음을 나는 웃으면서 참는다. 한밤중 어디선가 소음이 들릴 때 웃을 수 있는 사람은 지극히 드물다. 더욱이 건물 전체가 흔들리는 진동이 느껴진다면 당장 민원을 넣을 것이다. 누군가의 무례한 행동을 봐줄 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사실 얼마나 불편한가. 시인은 이 부분에서 낙관적이다. '그 거대한 건물에 틈 하나를 만들기 위해 건물 모두가 제 자리를 내준다'고 한다. '건물'도 제 자리를 내주는 아량을 베푼다. 이모저모 팍팍한 연말연시라서인지 시인의 부드러운 마음이 돋보이다. <김시언 시인 2013년 ‘시인세계’로 등단. 시집 <도끼발>(2015)이 있음.>
시로 여는 한 주
[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대중음악의 공허한 소음에 질린다면(2015. 12. 21 17:11)
2015. 12. 21 17:11 문화/과학
홍순관은 미술학도 출신답게 시적 이미지를 펼쳐보이는데, 궁극적으로는 기도의 노래가 된다. 그렇다고 그의 노래가 ‘복음성가’인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 앞뒤 다 제쳐두고 전도와 힐링을 추구하는 복음의 노래로부터 멀찍이 떨어져 있다. 오랜만에 홍순관의 노래를 들었다. ‘체육시민연대’ 송년의 밤 행사에 그가 노래를 부르러 왔다. 따스한 말과 따스한 노래였다. 오랫동안 노래를 불러온 사람답게 1시간 가까이 차분하게 자신의 시간을 이끌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쓸쓸한 공기도 흘렀다. 참석자 가운데 상당수가 홍순관이 누구인지 모르는 분위기였다. 당사자가 몇 번 그런 질문을 하기도 했다. 이름은 들어봤어도 노래는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도 있었다. 이름도 노래도 잘 알지만 금세 따라 부를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나도 그랬다. 미안했다. 책을 냈는데, 그래서 이 송년 모임에 새 책과 그동안 냈던 음반도 들고 왔는데, 내 스스로 구하여 읽거나 듣지 못했으므로 진심으로 미안했다. 책의 제목은 이다. 여러 자리에서, 특히 집회에서, 또 그 밖의 자리에서 들은 느낌으로 홍순관의 노래는 시적이다. ‘시’라고 해도 되겠지만, 시보다 노래가 한 칸 아래에 있다는 뜻이 결코 아니라, 그가 시의 상태보다는 정녕 노래의 상태를 동경하기 때문에 다만 ‘시적’이라고 쓴다. 미술학도 출신답게 그는 시적 이미지를 펼쳐보이는데, 궁극적으로는 기도의 노래가 된다. 그렇다고 그의 노래가 ‘복음성가’인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 앞뒤 다 제쳐두고 전도와 힐링을 추구하는 복음의 노래로부터 멀찍이 떨어져 있다. 그렇지만 결국 기도가 된다. 그는 노래를 하면서, 그 노랫말이 일러주는 대로 손짓과 눈짓을 더불어 하는데, 바로 그 순간에 본 사람은 그 모양만 보고 ‘찬양’하는 줄 알겠지만, 오랫동안 본 입장에서 말하자면 특정한 종교를 넘어서는 차원의 기도를 드리는 모습이다. 가수 안치환 백창우·이지상과 함께 시 짓고 노래 불러 그의 기도, 아니 노래는 그러나 오늘의 상황에서 종종 힘에 부치는 일이다. 그는 스스로의 음악적 지향과 신학적 견해에 따라 주류 기독교의 기능주의적 음악문화와 발을 끊었다. 동시에 ‘기도’를 잃지는 않았기에 일반 대중음악에서도 쉽게 들을 수는 없다. 강력한 투쟁과 저항의 힘을 보여줘야 하는 대규모 민중집회에서도 그의 ‘찬송가스러운’ 음악이 설 자리는 드물었다. 그러나 바로 그랬기에 그는 계속 노래할 수 있었다. 시대의 상흔과 동떨어진 기능적 복음주의의 찬양에 질려버린 사람들이 그의 음악을 들었고, 주류 대중음악의 공허한 소음에 질려버린 사람들이 더러 그의 음악을 찾았고, 서로의 강렬한 우애와 사랑을 확인하고자 하는 소박하고 진지한 모임에서 그를 초대했다. 의 송년 모임도 그런 자리였기에 그를 초빙하게 되었고, 끝내 그 자리는 아름답게 어울리는 자리가 되었다. 대부분 40·50대 남성들인 ‘체육’ 전공자들은 팔짱을 끼고 그의 음악을 듣다가 끝내는 박수를 하면서 그의 음반도 사고 책도 샀다. 가수 이지상 그런 얘기를 이지상과 나눴다. 공연장보다는 축구장에서 자주 만난다. 거의 매주 만난다. 매주 수요일 3시, 성공회대 운동장에서 ‘뽈’을 차는데, 지난주에도 만나서 전반전 뛰고, 하프 타임 때 두런두런 얘기를 하다가 홍순관 얘기가 나왔다. 백창우, 홍순관, 이지상 등은 서로 어깨동무해가며 오랫동안 시를 짓고 노래를 불러 왔다. 최근에도 함께 작업을 했다. 어린이 문학과 한글 교육을 바탕으로 이 나라 참된 교육의 밀알이 되셨던 고 이오덕 선생님을 기려 2013년부터 시작된 ‘이오덕 동요제’를 함께하고 있다. 지난 5월에 그동안 아이들의 시에 곡을 붙여 불렀던 작품들을 노래집과 CD, 그리고 시집으로까지 묶어냈다. 이지상은 노래를 아주 잘하지만 축구도 잘한다. 그가 이 문장을 읽는다면, 앞뒤를 고쳐써달라고 할지 모른다. 축구도 잘하는 게 아니라 청소년 시절에 축구선수를 지망했던 ‘준프로’다. 이 정도면 동네축구에서 그를 막을 자가 없다. 그 자신의 나이가 아마도 그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의 노래를 많이 들었다. 집회에서, 카페에서, 술자리에서, 강의실에서 그는 노래를 해 왔다. 그 각각의 공간이 요구하는 바를 그는 절묘하게 드리블하듯이 자신의 노래를 변주하며 들려줬다. 그렇기는 해도, 어떻게 변주가 되고 미묘하게 흔들려도 결국 모든 공간의 모든 노래는 이지상의 노래였다. 시인의 노래요, 가객의 시요, 축구인의 질주요, 틈나면 신영복 선생님으로부터 서도를 사사한 자의 기풍이다. 내년 1월에 홍순관의 새 음반이 나오고 이지상은 연말에 새 음반을 위한 녹음을 한다. 그런 얘기를 하는 중에 안치환이 거들었다. 이미 우리들, 그러니까 매주 수요일마다 공을 차온 사람들의 화제는 광활한 대륙의 질주로 넘나들고 있었다. 어떤 분이 내년에 안식년으로 미국의 미주리주 쪽으로 가게 되는데, 그쪽에서 어떻게 운전할까, 그런 얘기를 하고 있었다. 안치환이 오래전 미국을 횡단하면서, 오래전 여행가 김찬삼씨가 출연했던 광고 문구대로 해를 따라 서쪽으로 무려 900㎞를 직진했던 지루하면서도 아득했던 경험을 들려줬다. 안치환의 노래 중에 ‘늑대’를 좋아한다 독일에서 운전하는 얘기도 나왔다. 아우토반을 한없이 달렸던 얘기, 그건 내가 했다. 시속 220㎞로 달려가고 있는데, 점 하나가 달려와서 뒤에 바짝 붙길래 2차선으로 비켜줬더니 그대로 질주하여 눈앞에서 사라지더라는 얘기였다. 아마도 시속 250㎞는 훨씬 넘어 보였다. 그 얘기를 듣고는 안치환이 한 번 달려보고 싶다고 했다. 그래야 한다. 그래야만 한다. 개인의 신상이라 함부로 말하지 않았지만, 본인이 몇 번의 인터뷰를 통해 스스로 밝혔으므로 조심스레 말하건대 안치환은 근래 몹쓸 병과 싸워 왔다. 그래서 한동안 축구장에 나오지 못했다. 우리 모두는 안치환이 없는 운동장에서 쓸쓸하게 공을 찼다. 그렇게 몇 개월을 투병한 끝에 안치환은 공을 차러 나왔고, 곧 무대에서도 볼 수 있었으며, 얼마 전에는 주류 음악의 스타들이 출연하는 에도 나왔다. 우리 모두는 진심으로 기뻐했다. 그가 기력을 회복해서 예전처럼 다소 거친 플레이를 하는 것만 빼고는 모든 게 축복이 되었다. 나는 안치환의 노래 중에 ‘늑대’를 좋아한다. 도종환 시인의 견고한 시에 강렬한 선율을 얹은 곡이다. 후렴구의 황량한 도시에서 울부짖는 울음소리가 특히 마음에 든다. 마음에 든다고 해서 부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안치환의 목소리로 듣는 울음이어야 한다. “오늘은 사람들 사이에서 늑대를 본다 / 그대의 빛나는 눈빛 속에 늑대를 본다 / 홀로 어슬렁거리는 외로운 정신을 / 그 무엇에도 길들여지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을.” 바로 그런 사람들과 지난주에 스치듯 만났고, 만나서 공을 찼다. 이들의 노래와 이야기와 저항의 태도를 기억하는 분들에게 한 가지 부탁이 있다. 제발 이들에게 노래를 청할 때 정중히 요청하고 그에 합당한 사례를 하자는 것이다. 언필칭 재능기부라, 이들만큼 20여년 넘게 해온 가수들도 드물다. 이들은 뜻한 바가 준열하여 한 시대의 상흔과 저항의 자리에 서야 할 때 반드시 그 자리에 서서 노래를 했다. 사례비는커녕 오히려 이들이 그 무슨 재능기부 차원을 넘어 헌신과 희생으로 노래를 한 일도 많다. 그러니 기필코 싸워야만 하는 자리가 아니라면 이들을 초대할 때 과도한 헌신의 의무를 요구하지 않아야 하며, 그 노래를 들은 후에 마땅히 사례를 해야 한다. 그래야 또 시를 짓고 노래를 지을 수 있다. 그렇게 존중할 때 이들이 “홀로 어슬렁거리는 외로운 정신”을 유지할 수 있으며, 그 결과 빚어진 아름답고 강건한 노래들에 의하여 우리 또한 “길들여지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이 될 수 있다.
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
[유승찬의 눈]‘잘못된 신호’와 ‘소음’
[유승찬의 눈]‘잘못된 신호’와 ‘소음(2014. 09. 30 11:28)
2014. 09. 30 11:28 오피니언
우리는 정보의 폭발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가 굳이 찾지 않아도 너무 많은 정보들이 비연속적으로 달려든다. 몇 년 전 뉴욕타임스가 신문의 미래를 묻는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한 여성(26세)은 이렇게 대답했다. “뉴스가 중요하면 이제 그 뉴스가 나를 찾아올 것이다.” 질 에이브람슨 전 뉴욕타임스 편집국장은 “한숨 돌리기 위해 잠시 멈춰서기만 해도 뒤처진다”고 초고속 변화를 한탄했다. IBM에 따르면 인류는 매일 2.5퀸틸리언(250경·1조의 250만배) 바이트의 정보를 생산한다고 한다. 정말 무시무시하다. 네이트 실버의 책 은 이런 거대하고 빠르고 다양한 데이터의 소음 속에서 예측 가능한 신호를 어떻게 잡아낼 것인가에 관한 책이다. 네이트 실버는 데이터의 양이 무제한으로 늘어난다고 해서 유용한 데이터의 양도 그에 비례해 늘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빅 데이터는 하나의 ‘쓰레기’일 수도 있다. 여기서 의미 있는 ‘신호’를 찾아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네이트 실버는 이렇게 묻는다. “어떻게 하면 내 안에 숨어 있는 편견에 휘둘리지 않고 나의 판단을 자료에 올바르게 적용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이 정말 필요한 곳이 한국의 정치권이다. 여야 할 것 없이 이 중요한 시기를 편견과 아집, 불통으로 뒷걸음질치고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 특별법을 보자.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9월 16일 오랜 침묵을 깨고 특별법에 대해 언급했다. 수사권, 기소권은 삼권분립과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2차 협상안을 사실상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다. 신호는 신호이되 매우 잘못된 신호를 보낸 것이다. 삼권분립을 이야기하면서 대통령이 특별법의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비문’을 구사한다. 의원들을 만나 설득하는 대신 국회를 향해 호통을 친 셈이다. 여당 지도부는 대통령의 가이드라인 앞에 꼼짝없이 멈춰 서 있다. 야당은 어떤가. 문희상 비대위 체제가 뜨고 이른바 계파 수장을 망라한 비대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입장은 오리무중이다. 아예 신호가 없다. 말은 무성하지만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명쾌하게 알아들을 수 없다. 그저 소음뿐이다. 정부와 여당의 잘못된 신호와 야당의 소음이 만나 정치는 거의 완벽하게 표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경환 부총리는 담뱃값 인상, 주민세·자동차세 인상 등 서민증세를 노골화하며 내년도 초강력 확대예산(376조)을 밀어붙이고 있다. 전 세계는 지금 디지털 혁명의 정점에서 국가 생존전략을 찾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정치권은 과거의 프레임에 갇혀 역할놀이에 열중하고 있다. 네이트 실버의 말대로 “과거를 지침으로 활용하려는 욕구와 미래는 다를 것이라는 우리의 인식을 어떻게 하면 하나로 엮을 수 있을까?” 정략가는 다음 선거를 걱정하고 정치인은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는 말이 있다. 에 나오고 25일 안병진 교수가 한 학술 심포지엄에서 언급한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줄 알고, 들리지 않는 것을 들을 줄 아는’ 새로운 리더는 어디에 있을까. 국민들은 이 거대한 소음 속에서 미래로 가는 신호를 찾아낼 진짜 혁신의 아이콘을 기다리고 있다.
금주의 칼럼
[건강설계]홍삼은 소음인에게 좋다
[건강설계]홍삼은 소음인에게 좋다(2012. 10. 23 11:49)
2012. 10. 23 11:49 사회
인삼은 원기를 보강하고 허탈(虛脫)을 치료하며, 혈액을 만들고 심기를 길러 정신을 안정시키는 효능이 있다. 사상의학이 개발되면서 인삼은 소음인 체질의 처방에만 사용됐다. 소음인 체질 가운데 평소에 혈압이 낮아 기운이 없고, 피로하면서 손발이 차거나 소화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인삼을 먹으면 그 효과가 상당히 좋다. 홍삼은 인삼과 마찬가지로 생체의 비특이성 면역력과 각종 스트레스에 대한 적응력을 높인다. 홍삼은 원기를 보강하고 혈액을 만들고 진액을 만들어 당뇨병을 치료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 홍삼은 양기를 보강하기 때문에 성기능 회복에 도움을 준다. 위장을 튼튼하게 하기 때문에 식욕을 증진시키고 설사를 치료한다. 기력부족으로 인한 노인성 질환에도 효과가 있고, 오래된 상처를 아물게 한다. 또한 홍삼은 피로가 심하고 기운이 없을 때 특효가 있고, 잠을 많이 자는 사람에게도 좋다. 과음한 다음날 숙취 해소에도 효과적이다. 홍삼은 인삼을 일정 시간 동안 쪄서 햇볕에 말려 ‘유효 사포닌’의 종류를 늘리고 보존성을 좋게 한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인삼과 달리 홍삼은 체질과 병증에 상관없이 먹으면 좋다’는 잘못된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다. 고려인삼학회가 연구비를 지원한 연구논문 ‘고려홍삼이 고혈압 환자의 혈압 및 맥상도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태음인이 홍삼을 한 달 이상 먹었을 때 혈압이 올라간다. 이 외에도 홍삼이 모든 체질에게 다 좋다는 인식과 반대되는 연구가 많이 발표돼 있다. 임상에서 홍삼을 먹고 여러 부작용이 생기는 사례를 본 바 있다. 얼굴이나 상체로 뜨거운 느낌이 올라오거나 눈이 붉어지고, 피부에 붉은 반점이 생기는 사람, 가슴이 두근거리고 답답한 사람, 혈압이 올라 뒷머리가 아픈 환자 등이 있었다. 홍삼은 인삼의 약효를 강화한 것이기 때문에 체질을 가려서 먹어야 하며, 특히 성장기의 어린이나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은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소음인 체질을 제외하고는 홍삼을 꾸준히 먹는 것은 피해야 한다. 소음인 체질이더라도 한꺼번에 너무 많은 양을 먹어서는 안된다. 특히 몸에 열이 많은 태음인과 소양인은 홍삼을 먹지 않아야 한다. 김달래
건강설계
[건강설계]소음인 냉증 향신료가 효과
[건강설계]소음인 냉증 향신료가 효과(2012. 04. 17 17:36)
2012. 04. 17 17:36 사회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음식은 맵다. 고추 같은 양념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다. 1700년대에 이르러 한반도에 도입된 고추는 음식 조리법에 여러가지 변화를 일으켰다. 고추는 남미가 원산지이지만 재배할 수 있는 기후조건이나 토양환경이 까다롭지 않다. 이 때문에 고추는 전국적으로 재배되어 한국음식에서 빠질 수 없는 양념이 됐다. 고려시대에는 자생적인 향신료 외에 서역에서 후추가 들어온다. 후추는 요즘도 우리나라에서 재배되지 않는 작물이다. 공양왕조에 보면 유구(오키나와의 옛이름)의 사신이 후추 300근을 가져왔다는 기록이 있고, 신안 앞바다에서 발견된 원나라 시대의 해저 유물선에서도 후추가 발견됐다. 후추는 조선시대까지도 귀중한 향신료였기 때문에 상류계층에서 사용하거나 약재로만 한정적으로 이용됐다. 유성룡이 임진왜란 때 쓴 (懲毖錄)에는 일본 사신이 우리나라에 왔다가 술자리에서 후추를 뿌리자 자리를 함께 했던 벼슬아치나 악공, 기생 등 모든 사람들이 후추를 줍느라 야단법석을 떨었다는 기록이 있다. 향신료에 대한 욕구는 우리보다 유럽인들이 더 심했다. 근세의 유럽에는 냉장시설이 없었기 때문에 당시 유럽인들은 소금에 절인 저장육이나 북해에서 잡은 생선을 절여 건조시킨 것을 먹었다. 향기나 매운 맛이 나는 향신료를 사용해서 맛을 돋우지 않으면 먹기 어려웠다. 콜럼버스나 마젤란이 대항해를 떠난 이유도 신대륙을 발견하고자 한 측면만큼이나 비싼 향신료를 구해 일확천금을 노린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유럽인들은 인도산 후추와 계피를 좋아했다. 체질적으로는 소음인들이 냉증에 가장 많이 걸리는데, 입맛이 까다롭고 근육이 잘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소음인 중에 식욕이 없고 몸이 찬 사람의 경우 고추나 마늘, 계피, 생강 등의 향신료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면 냉증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소양인과 태음인이 향신료를 많이 먹으면 오히려 속이 쓰리거나 설사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김달래
건강설계
[CAR]디젤 엔진의 소음을 잡았다(2006. 12. 26)
2006. 12. 26 경제
‘조용하다.’ 베라크루즈를 타본 첫 느낌이다. 디젤 엔진 차의 가장 큰 폐단 중 하나가 소음이지만 베라크루즈에서는 소음으로 인한 불쾌감이 적었다. 심지어 가솔린 엔진 차라고 착각을 할 정도였다. 현대자동차가 수입 SUV에 대응해 야심작으로 선보인 베라크루즈는 제조사의 소음공해에 대한 노력을 엿볼 수 있는 자동차였다. 오죽 했으면 현대차 측에서 LUV(럭셔리유틸리티차)로 불러주길 원하겠는가. 이 차가 조용한 것은 차량 내부 곳곳에 숨겨진 비밀 때문이다. 즉 차량 곳곳에 4겹 구조의 흡착음재를 장착하는 등 최첨단 소음·진동 방지장치를 대거 적용했기 때문이라는 게 제조사측의 설명이다. 소음이 줄었다고 성능이 떨어지는 것 같지는 않았다. 힘찬 구동력은 예전 SUV 뿐만 아니라 웬만한 수입차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에 이르는데 10초도 안 걸릴 정도로 순발력이 뛰어났다. 중속 이상에서의 가속능력은 꽤 만족스러웠다. 현대차 측이 “국내 최초로 독자 개발한 3000㏄ V6 디젤엔진이 최대 출력 240마력에 달하며, 6단 자동변속기는 부드러운 변속”이라고 설명한 이유에 수긍이 갔다. 그만큼 힘이 좋다는 것. 특히 넓은 실내도 장점으로 느껴졌다. 실제로 이 차는 차체 크기가 최근 나온 고급 수입 SUV에 견줘도 뒤지지 않는다. 폭스바겐 투아렉보다는 크고 아우디 Q7보다는 약간 작다. 실내는 넓지만 회전반경이 작아 코너링에서나 좁은 공간의 주차에서도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하지만 차폭이 넓어 초보자나 운전경력이 적은 사람은 운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편의장치는 비슷한 가격대의 국산차 고급편의 장치와 별 차이가 없었다. 가격 3180만~4140만 원이다. 6단 자동변속기가 기본으로 장착된 베라크루즈의 판매가격은 300X밸류 3180만 원부터 300VX 럭셔리 3614만 원, 300VXL 슈프림 3950만 원(이상 2륜구동)이다. 또 4륜구동인 300X밸류 3370만 원, 300VX럭셔리 3804만 원, 300VXL 슈프림 4140만 원이다. 결코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베라크루즈의 성능과 수입 SUV의 판매가격을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C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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