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총 21 건 검색)
- [꼬다리] 수능 듣기평가 시간에 모기가 날아다닌다면?(2024. 11. 15 15:30)
- 2024. 11. 15 15:30 사회
- 2025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둔 지난 11월 13일 서울 중구 이화여고에서 수험생들이 수험표와 고사장을 확인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어젯밤 모기에 물린 종아리를 긁었다. 모기라니, 11월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 진작 서랍에 들어갔어야 할 모기향 훈증기는 연일 맹활약 중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이맘때 모기가 날아다닌다는 건 농담거리도 못 될 이야기였다. 지금은 진지한 다큐다. 질병관리청 자료를 보니 올해 10월 3주 모기 개체수가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8배 가까이 늘었다고 한다. 기후위기로 폭염이 길어지고 가을이 따뜻해지면서 모기 활동기가 늘어났기 때문이란다. 정작 7~8월에는 너무 더워서 모기가 날지 못했다고 한다. 이 글이 게재될 때쯤이면 폭염과 모기는 세상의 관심에서 멀어질지도 모르겠다. 끔찍하게 더웠던 몇 달 전 우리는 친구끼리 가볍게 만난 자리에서도 불안한 목소리로 폭염을, 기후위기를 걱정했다. 그땐 정말 지구가 콘에 올려진 아이스크림처럼 녹는 것 같았다. 하지만 다음 주쯤이면 찬 바람이 불 테고, 모기들은 사라진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이야기하기는 쉽지 않다. 피부에 닿지 않는 것을 걱정하기란 더더욱 어렵다. 외투를 동여매고 폭염을 이야기하는 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일개 개인인 우리는 그렇다 쳐도, 언론이나 정치권 같은 ‘공공의 영역’은 다를 수 있지 않을까. 매년 여름이면 폭염을 다루는 기획기사와 방송 리포트가 쏟아진다. 쪽방촌의 더위와 폭염에도 쉴 수 없는 이들의 노동이 매년 보도되고, 정부는 잘 감독하고 있다고 매년 똑같이 해명한다. ‘몇 년 만의 폭염’ 기록 그래프는 비트코인처럼 치솟고, 해외 어느 나라가 기온 사십몇 도를 찍었다는 뉴스가 착실히 배달된다. 하지만 찬 바람이 불면 기사가 확 줄어든다. 당연히 기사를 쓸 때 시의성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매년 뜨거워지는 지구에서 폭염이란 1년 내내 시의적절한 이슈여도 되지 않을까. 사시사철 돌아가는 정치권의 관심도 사계절을 지나치게 충실히 따라가는 것 같다. 여름마다 취약계층 냉방비 감면법, 폭염 작업 중지 의무화법 같은 법이 우수수 쏟아지지만 그때뿐이다. 한 언론 집계를 보면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폭염 관련 법 29건은 모두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고 한다. 폭염이 지나간 뒤까지 끈질기게 법안을 밀어붙이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뜻이다. 사회팀과 노동팀에서 3년 넘게 일한 나도 이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매년 똑같은 폭염 기사를 숫자만 높여서 쓰는 게 이상하게 느껴질 때쯤 뒤늦은 반성이 떠올랐다. 우리가 찬 바람 불 때부터 폭염을 이야기하면 좋겠다. 모두가 힘을 모아서, 계절과 상관없이. 이제는 정말 필요한 일 같다. 몇 달 전의 끔찍한 폭염은 무엇이었는지. 손꼽아 기다리던 가을은 왜 그리 짧게 스쳐 갔는지. 이 모든 일이 왜 매년 더 심각해지고 있는지. 무엇을 할 수 있고 또 해야 하는지. 얼마 전에도 ‘따뜻한 수능’이었다. 이러다 정말 몇 년 안에 수능 시험장에 모기향을 피워야 할지도 모르겠다. 수능 듣기평가 시간엔 비행기도 멈춰버리는 입시공화국이지만, 자연은 그런 식으로 막을 수 없다. 이미 우리는 11월에 입어선 안 될 옷을 입고 있다.
- 꼬다리
- [신간] 한국을 들썩이는 ‘수능의 실질’(2024. 07. 03 06:00)
- 2024. 07. 03 06:00 문화/과학
- 수능 해킹 문호진, 단요 지음·창비·2만3000원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시행된 지 올해로 31년째. 어느 때라고 관심이 적었겠느냐 마는, 최근엔 내내 화두다. ‘킬러 문항’이나 ‘사교육 카르텔’이 개혁 대상으로 호명되는가 하면 학원가 스타 강사가 연예인처럼 인기를 모은다. 의대 정원 확대 관련 뉴스가 이어질 때마다 입시판도 들썩인다. 수능은 도입 목적에서 변질한 지 오래고 최근엔 그 정도가 더 심해졌다. 수능 출제방식이 고도화할수록 수험생들이 대형학원에 기댈 수밖에 없는 구조도 공고해졌는데, 저자들은 수능에 대처해온 사교육계의 작업을 ‘수능 해킹’이라 부른다. 수능의 진화가 공교육과 어떻게 상호작용했는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실전 모의고사 문제 출제가 어떻게 문화이자 산업으로 자리 잡았는지 과정도 담겼다. 현재 의사로 일하는 문호진과 SF소설 작가인 단요는 사설 모의고사 문제를 내본 경험자들이다. 수험생, N수생, 학원 강사, 조교, 교사 등을 두루 인터뷰해 ‘수능의 실질’을 파헤쳤다. 저자들은 수능이 그 자체로 폐단일 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의 미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 지적한다. 온전히 평등하고 지극히 차별적인 김원영 지음·문학동네·1만9000원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의 저자인 김원영 변호사는 장애인 차별을 비판하고 정치적 주체로서 이들의 평등을 주장해왔으면서도 자신의 몸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긍정할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이 책을 관통하는 질문은 ‘아름다워질 기회의 평등은 모두에게 허락되는가’이다. 김원영은 10여 년 전 무대에 올라 몸을 움직이면서 “가장 생생한 내가 되는 경험”을 한다. 몸을 숨기기보다 드러내는 과정에서 몸에 깃든 ‘힘’을 인식했으며, 그 이후 더 이상 몸을 비장애인처럼 위장하지 않게 됐다고 말한다. 김원영은 장애가 있는 몸을 타자화했던 무대나 춤을 비판적으로 바라면서도 그 무대에 섰던 이들이 주체가 된 경험, 그들의 긍지에 대해서도 주목한다. 제국은 왜 무너지는가 피터 헤더, 존 래플리 지음·이성민 옮김·동아시아·1만8000원 역사학자·정치철학자인 저자들은 최신 고고학 연구를 바탕으로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 제국 쇠망사>를 반박한다. 로마가 경제적으로 서서히 몰락한 것이 아니라 몰락 직전 세기까지 번성했다고 주장한다. 로마 쇠망사를 미국을 비롯한 현재 서구 정치경제사와 비교하며 위기를 경고한다. 퀸의 대각선 1·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전미연 옮김·열린책들·각권 1만6800원 개인의 뛰어난 역량이 인류 진보의 원동력이라 믿는 모나카, 함께 뭉친 집단이 역사를 움직인다고 믿는 니콜. 소설은 천재적 두 여성이 국제정치 무대에서 격돌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다. 체스 게임을 하듯, 두 인물의 두뇌 대결이 펼쳐진다. 감수성 수업 정여울 지음·김영사·1만7000원 문학평론가인 정여울 작가가 20년 글쓰기 인생을 지탱해준 감수성 훈련법을 전수한다. 어떤 낱말, 장소, 사물, 사람에 대해서 작가의 감상을 읽을 수 있다. 작가는 풍부한 감수성은 ‘잘 느끼고 깨닫는 능력’뿐만 아니라 ‘행동하고 살아가는 능력’까지 확장한다고 말한다.
- 신간
- [주간 舌전]“공정한 수능 결코 물수능 의미 아냐”(2023. 06. 23 11:17)
- 2023. 06. 23 11:17 정치
- “공정한 수능은 결코 물수능(쉬운 수능)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 연합뉴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6월 19일 국민의힘 소속 국회 교육위원회 의원들과 가진 실무 당정협의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수능 논란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15일 “학교 수업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은 (수능) 출제에서 배제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며 시작됐다. 이를 두고 수능이 150여 일 남은 시점에서 난이도를 조절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며 혼란이 생겼다. 이 부총리는 “우리 아이들이 학원으로 가지 않도록 공정한 수능이 돼야 한다는 것으로, 저는 이런 수능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은 “해명부터 가관”이라며 “(윤 대통령이) 국어 교과서가 몇 종류인지는 아는지, 대입 예고제에 따라 정부를 믿고 교육과정을 따라온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혼란이 얼마나 클지 가늠이나 하고 있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소속 국회 교육위원인 김영호·강득구·강민정·도종환·문정복·서동용·안민석·유기홍 의원 등은 공동성명문을 내고 “더 이상 어설프고 즉흥적인 발언, 무도한 징계와 감사로 수험생과 학부모를 불안과 혼란에 빠뜨리지 마라”고 비판했다. 반면 한덕수 국무총리는 “초등학교 5학년이 하는 영어를 보고 놀랐다. 저도 못 풀겠더라”고 옹호했다.
- 주간 舌전
- [시사 2판4판]수능 전야(2020. 09. 21 12:20)
- 2020. 09. 21 12:20 정치
- 지난 4월 총선에서 각당은 앞으로 정쟁이 아니라 민생에 집중하겠다고 서로 다짐했다. 하지만 21대 국회 역시 20대 국회처럼 정쟁으로 날 새고 있다. 민생으로 가는 길은 멀고 험난하다. 선생님 수능이 얼마 안 남았는데, 공부는 언제 할 거야? 재수생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잖아요. 선생님 4월에 시험 칠 때는 공부만 열심히 한다고 했잖아? 재수생 그때는 그때이고…. 선생님 특히 민생 공부 제대로 하겠다고 다짐했잖아. 재수생 제가 요즘 좀 바빠서요. 선생님 지난해에는 조국 게임을 한다고 공부 안 하더니. 재수생 크게 재미 못 봤어요. 선생님 올해는 무슨 게임을 하니? 재수생 추미애 게임이라고 엄청 재밌어요. 선생님 삼수는 안 돼.
- 시사 2판4판
- [건강설계]수능 이후 척추 건강(2018. 12. 10 15:37)
- 2018. 12. 10 15:37 건강
- 얼마 전 수능을 치른 최모군(19)은 홀가분한 마음도 잠시, 긴장이 풀렸는지 여기저기 온몸이 쑤시고 아파 병원을 찾았다. 평소에도 목과 어깨에 통증이 있었지만 장시간 책상 앞에 앉아 있어야 하는 수험생들이라면 모두가 겪는 일이라 여겨 참아왔다. 하지만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심해지자 병원을 찾은 최군은 근막동통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변재철 정형외과 전문의수험생들은 장시간 한 자세로 공부하기 때문에 몸이 뻐근하고 목과 허리 등에 부담이 지속돼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또 오랜 시간 입시 스트레스를 받고 운동 부족에 시달리면 근골격이 약화되기도 한다. 근막동통증후군은 수험생들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질환으로 근막에 갑작스러운 스트레스나 과도한 긴장이 가해질 때 조직이 손상되고 근육 세포 내 칼슘 농도 조절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질환이다. 주로 두통, 안통, 이명, 목의 뻣뻣함, 어깨를 짓누르는 듯한 증상이 나타난다. 근막동통증후군이 발생하면 우선 스트레칭 등의 운동치료 및 물리치료, 약물치료 등을 하고, 치료후에도 증상에 호전이 없으면 주사치료나 도수치료, 충격파치료 등을 시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근막동통증후군은 방치 시 만성질환으로 악화할 수 있고, 심하면 수면장애까지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기 치료와 예방이 중요하다. 오랜 시간 책상 앞에 앉아 있어야 하는 수험생들과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이 잦은 청소년들의 경우 목과 고개를 숙인 채 바르지 못한 자세로 장시간 앉아 있다 보면 목과 허리에 통증이 발생하기 쉽다. 책을 보거나 컴퓨터로 동영상 강의를 볼 때면 시선을 한 곳에 고정하고 목을 쭉 빼는 일자목 상태가 되는데, 이런 일자목은 어깨와 목 주변 근육을 긴장시켜 근육 피로와 손상을 유발하고 뒷목을 굳게 만든다. 뻣뻣해진 근육은 통증으로 이어지고 손저림 등이 나타나며 목디스크로 이어질 수도 있다. 고개를 푹 숙인 채 장시간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습관 역시 목디스크를 유발하게 된다. 척추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바른 자세와 생활습관이 중요하다. 의자에 앉을 때는 엉덩이를 의자에 깊숙이 들여 앉고 허리는 등받이에 밀착시킨다. 장시간 책이나 컴퓨터를 봐야 한다면 중간중간 목을 뒤로 젖히고 허리를 움직이며 스트레칭을 해준다. 스마트폰은 액정을 눈 높이까지 들어올려 보는 것이 좋다. 화면과 눈 사이의 거리를 30㎝ 이상으로 유지하면 목이나 어깨 통증을 감소시킬 수 있다.
- 건강설계
- [렌즈로 본 세상]수능을 마치고, 애타는 부모님 품으로(2018. 11. 19 14:20)
- 2018. 11. 19 14:20 사회
- 수능일인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덕성여고에서 시험을 마친 학생들이 홀가분한 표정으로 시험장을 나서고 있다. 예년과 달리 따뜻한 날씨 속에 치러진 올해 수능에는 지난해보다 1397명 늘어난 59만4924명이 지원했다.
- 렌즈로 본 세상
- [법률 프리즘]수능시험에 점자정보단말기를 쓰는 이유(2018. 11. 19 14:17)
- 2018. 11. 19 14:17 사회
- 시각장애인 학생들은 컴퓨터보다 점자정보단말기로 시험 보기를 원했다. 수학영역 때문이었다. 수학 문제는 기호가 많아 컴퓨터로 볼 수 없었다. 문제를 풀려면 중간 계산식을 점자로 적고 확인해야 하는데 점자정보단말기가 가장 유용했다. 대입수학능력시험용 카세트테이프, 점자 시험지, 일반 시험지(왼쪽부터). 나는 시각장애인이다. 5년 전인 2013년,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한빛맹학교 학생들을 초대한 자리에 갔었다. 한 학생이 수능시험도 변호사시험처럼 컴퓨터로 보고 싶다고 했다. 중도실명한 시각장애인이라 나는 점자 읽는 속도가 느렸다. 점자 문제지로는 시험을 볼 수 없었다. 그래서 변호사시험은 컴퓨터에 시각장애인용 화면읽기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문제를 파일로 받아 프로그램이 읽어 주는 소리를 듣고 풀었다. 나는 수능시험을 본 한참 뒤에 실명한 터라 수능시험에서 컴퓨터를 쓰지 않는다는 말에 몹시 놀랐다. 그 뒤 다시 학생들을 만나 어려움을 들었다. 시력이 거의 없어 글자를 볼 수 없는 학생들은 점자 문제지로 시험을 본다고 했다. 점자를 빨리 읽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문제를 녹음한 테이프를 준다고도 했다. 스마트폰이 널리 사용되는 세상에서 카세트테이프라니, 난 학생들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학생들이 가져다 준 모의고사 녹음테이프에는 정말로 지문, 문제, 선택지 등이 녹음되어 있었다. 학생들은 지문이 긴 국어영역은 점자로 읽기가 힘들고 녹음테이프를 다시 듣기 어려워 지문을 한 번만 듣고 문제를 푼다고 했다. 더 놀라운 것은 영어영역이었는데 독해 문제가 원어민이 말하는 속도로 녹음되어 있어서 도저히 듣고 풀 수 없었다. 이런 상황은 컴퓨터로 시험 보면 대부분 해결할 수 있었다. 사법시험은 이미 2007년부터 시각장애 응시자가 컴퓨터를 쓸 수 있었다. 수능시험은 늦어도 한참 늦은 셈이었다. 바로 도입하지 못할 이유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정작 학생들은 컴퓨터보다 점자정보단말기(정보 입출력을 점자로 할 수 있는 보조기기)로 시험 보기를 원했다. 수학영역 때문이었다. 수학 문제는 기호가 많아 컴퓨터로 볼 수 없었다. 그리고 문제를 풀려면 중간 계산식을 점자로 적고 확인해야 하는데 점자정보단말기가 가장 유용했다. 그런데 수능시험에서는 점자정보단말기를 쓰지 못해 학생들은 수학 문제를 암산으로 푼다고 하였다. 하지만 점자정보단말기를 시험에 도입하기에는 큰 걸림돌이 있었다. 무선 인터넷이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시험에는 인터넷 기능이 없는 별도의 기기가 필요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보조기기 사용을 방해하는 행위를 차별행위로 규정하고 있었다. 학생들이 수능시험에서 보조기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차별이었다. 하지만 예산과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소송으로 다투기 쉽지 않았다. 정책 개선을 촉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마침 또 다른 고1 학생들이 찾아왔다. 시각장애 학생 2명과 그 친구인 비장애 학생들이었다. 이들과 함께 시각장애학생 수능시험 차별 증언대회를 열고 정책 개선을 촉구했다. 문제제기를 받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호의적이었다. 이미 컴퓨터는 도입을 준비하고 있었고, 점자정보단말기도 도입을 위해 연구하겠다고 했다. 그 결과 컴퓨터는 2014년에 도입되었고, 점자정보단말기는 2015년 수학영역을 시작으로, 2016년에는 모든 영역에 도입되었다. 이 문제를 제기했던 2013년 고1이던 학생들은 2015년 자신들이 원하는 방법으로 수능시험을 보고 대학생이 되었다. 이 학생들이 없었다면 지금도 수능시험에서 점자정보단말기가 쓰이지 않았을지 모른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선 교육당국이 모든 학생들에게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확인하고 그에 맞는 편의를 제공하는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 법률 프리즘
- [건강설계]수능에 지친 허리 돌보자(2015. 11. 17 11:22)
- 2015. 11. 17 11:22 사회
- 수능시험이 끝났다. 대학입시를 준비하느라 열심히 공부한 수험생들의 경우, 건강을 챙기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수험생 뒷바라지에 열심인 학부모도 자식 공부 건사하느라 본인 건강을 등한시하기가 십상이다. 그 중에서도 간과하기 쉬운 것이 척추건강이다. 학생들은 장시간 한 자세로 앉아서 공부하기 때문에 몸이 뻐근하고 목과 허리 등에 부담이 지속돼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오랜 시간 입시 스트레스를 받고 운동부족에 시달리면 근골격이 약화되기도 한다. 수험생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질환은 목 관련 질환을 꼽을 수 있다. 책을 보거나 동영상 강의를 들을 때 시선을 고정하고 목을 쭉 빼는 일자목 상태가 대표적이다. 일자목은 어깨와 목 주위 근육을 심하게 긴장시켜 근육 피로와 손상을 유발하고 뒷목을 굳게 만든다. 이처럼 뻣뻣해진 목 근육은 통증으로 이어지고 손저림이 동시에 나타나기도 한다.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하는 수험생들은 목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는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다. 중장년층인 학부모들은 허리통증을 간과해선 안 된다. 허리부터 다리까지 이어지는 찌릿찌릿한 느낌과 다리가 터져나갈 것 같은 방사통, 기침할 때 허리 전체가 울리는 느낌이 지속적으로 들면 허리디스크를 의심할 수 있다. 수험생과 학부모 모두 수능을 준비하며 통증을 참거나 병원에 가는 것을 미루는 일들이 많았을 것이다. 모든 질환이 그러하듯이 척추관련 질환 또한 방치 하면 점점 악화된다. 통증에 따른 집중력 저하로 학업성적이 떨어지는 등 당장 입시 문제가 아니라 평생 만성적인 목이나 허리통증으로 고생할 수 있다. 학부모의 경우 허리디스크는 척추신경을 누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방치하면 심각한 통증이나 마비로 발전할 수 있다. 따라서 통증이 3주 이상 지속된다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과 진료를 받는 것이 현명하다. 가장 기본적인 치료법은 휴식이다. 아픈 부위를 무리하게 사용하면 호전될 리 없다. 충분한 안정을 취하는 것만으로도 증상이 좋아지는 환자도 있다. 수술적 치료가 불가피하더라도 최소 침습 치료를 적용하면 수술과 회복에 대한 부담을 덜면서 최대한 치료효과를 얻을 수 있다.
- 건강설계
- [건강설계]수능, 최상의 컨디션을 위하여(2015. 11. 09 18:26)
- 2015. 11. 09 18:26 사회
- 2016년도 수학능력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수험생활은 수학생과 학부모에게 견디기 힘든 시간의 연속이다. 특히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이때 심리적 불안감이 높아지면 우울증, 주의력 결핍, 불면증으로 학업에 큰 지장을 받게 된다. 수험생들은 수면시간이 적고 대부분의 시간을 의자에서 생활하며, 운동량도 부족하기 때문에 체력적·정신적으로 피로가 쌓여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학습, 수면 시 바른 자세와 습관을 서서히 익혀가면서 체력과 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수능을 앞두고 막판 레이스에서 최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최적의 컨디션을 만드는 방법을 알아보자. 먼저 하루 종일 의자에서 생활하는 수험생들은 자신도 모르게 자세가 흐트러지면서 머리가 무겁고 허리가 뻐근한 증상을 호소한다. 의자에 앉을 때는 엉덩이를 뒤로 깊숙이 넣고 허리를 곧게 펴 등받이에 기대도록 한다. 쿠션이나 타월을 둥글게 말아서 허리를 받치면 좋다. 장시간 책을 볼 때는 독서대를 이용하면 허리와 목을 많이 굽히지 않고 책과 눈높이를 맞출 수 있어 좋다. 수면 자세도 점검이 필요하다. 옆으로 누워자는 자세는 팔이 저리고 허리에 무리가 가 선잠을 자기 쉽다. 엎드려 자는 것도 목이 한쪽으로 틀어져 목 근육에 무리가 생기고 허리가 뒤로 젖혀져 좋지 않다. 가장 좋은 자세는 뒷목을 충분히 받쳐주는 베개를 베고 팔다리를 쭉 펴고 반듯하게 눕는 것이다. 수능 전날 잠들기 전에 따뜻한 목욕으로 긴장감을 해소하고 피로를 푸는 것도 좋다. 배꼽 아래 부분만 따뜻한 물에 담그고 20분가량 반신욕을 하면 근육의 피로를 풀고 혈액순환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여학생은 입욕제로 말린 쑥을 쓰면 생리통 완화에 도움이 된다. 뜨거운 물에 발을 담그고 움직이는 족욕만 해도 피로 해소 효과를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자신감을 잃지 말도록 하자. 헬렌 켈러는 “낙관주의는 성공으로 인도하는 믿음이다. 희망과 자신감이 없으면 아무것도 이루어질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힘들었던 과정을 가슴 속에 잘 새기고 차분하게 임하도록 하자.
- 건강설계
- [비상식의 사회]수능 파동의 진정한 민낯(2014. 10. 21 14:50)
- 2014. 10. 21 14:50 사회
- 교육부는 수능시험 전 과정의 공정성을 담보하는 감독기구다. 그런데 공정성에 하자가 있는 문제가 생겼다. 제대로 된 감독기구라면 나서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런 의무가 있다. 그런데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수능 세계지리 8번 문항. 몇 줄에 불과한 작년 수능시험 문제가 목하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아이로니컬한 점은 명백하게 틀린 문제를 틀렸다고 인정하는 데 장장 1년씩이나 걸렸다는 점이다.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1심 판결이다. 교과서에 그렇게 써 있으니까 맞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교과서를 비판 없이 믿으라는 것이다. ‘무엇이 진실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이 진실이라고 윗분들이 가르치는가’를 보고 믿으라는 것이다. 잘못된 판결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모처럼 고법이 사태를 바로잡았다. 그런데 뒷맛이 영 씁쓸하다. 왜냐하면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나라 교육제도와 사법제도의 고질적인 문제를 다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세계지리 8번 문항 오류 논란이 벌어진 지난해 11월 29일, 임윤태 변호사(왼쪽)와 박현지 변호사가 수험생들을 대리해 서울 양재동 행정법원에서 수능시험 출제오류 소장을 접수하고 있다. | 서성일 기자 교육은 진리의 전수와 사회화의 두 가지 기능을 수행한다. 그런데 이 두 가지 기능은 종종 충돌한다. 덴마크의 동화작가인 한스 안데르센의 이라는 동화는 이런 갈등을 잘 묘사해주고 있다. 재단사에게 속은 임금님이 벌거벗고 지나간다. 이때 교육은 어떤 기능을 수행해야 하는가. 진리를 탐구하고 전수하는 기능을 강조한다면 임금님이 벌거벗었다는 점을 알려야 한다. 그러나 반대로 사회화의 기능을 강조할 경우에는 진실을 은폐하고 임금님이 스스로 멋있는 옷을 입고 있다고 생각하니 백성들도 그대로 믿으라고 가르칠 수도 있다. 어떤 것을 더 우선해야 할 것인가. 동화책을 읽은 모든 어린이들은 말할 것이다. 임금님은 벌거벗었다고. 이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교육과정평가원의 변명과 1심 판결은 정확히 그 반대 논리를 폈다. 교과서에 그렇게 적혀 있으니 그게 진리이고, 교과서를 열심히 공부한 학생은 충분히 답을 할 수 있으니 문제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은 생텍쥐페리의 말대로 “모차르트를 죽이는” 교육이다. 이런 교육풍토에서는 노벨상 수상자도, 빌 게이츠도 나올 수 없다. 오직 권위추종적인 눈 먼 백성들만을 만들어낼 뿐이다. 고질적인 교육·사법제도 문제점 확인 고법 판결에도 씁쓸한 부분은 있다. 교육부는 아무런 처분을 한 적이 없으므로 잘못이 없다는 부분이다. 흐음. ‘재판의 도사’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어찌 이리도 생각이 꽉 막혔을까. 우리들 중 그 누구도 교육부가 이번 사태에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잘못된 문제가 출제된 것이야 어찌 교육부 탓을 하겠는가. 문제는 그 후다. 교육부는 세계지리 8번 문항의 논란이 제기된 이후 어떤 적절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것이 잘못된 부분이다. 이것은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고법은 “아무런 일을 하지 않았다는 것” 그 점을 들어 면죄부를 부여했다. 이 무슨 궤변의 향연인가. 교육부는 수능시험 전 과정의 공정성을 담보하는 감독기구다. 그런데 공정성에 하자가 있는 문제가 생겼다. 제대로 된 감독기구라면 나서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런 의무가 있다. 그런데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것을 직무유기라고 표현하건, 부작위처분이라고 포장하건 그것은 법률 전문가들이 할 일이다. 그러나 제대로 된 법원이라면 이 중 어떤 논리를 채택하건 간에 이런 무사안일과 진실 은폐가 잘못된 것임을 지적했어야 한다. 고법이 실패한 부분은 바로 이 점이다. ‘재판의 도사’를 자처하려면 단순히 ‘법을 해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어진 법 속에서 사회적 상식을 발견’해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을 못한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필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에피소드가 있다. 지난 2000년 11월 8일에 있었던 미국의 제45대 대통령 선거의 재검표 파동이 그것이다. 공화당의 부시 후보와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가 맞붙은 이 선거에서 플로리다주는 두 후보의 표차가 0.5% 이내여서 자동 재검표에 들어갔다. 여기까지는 특별할 것이 없다. 문제는 부시 후보의 동생인 젭 부시가 플로리다 주지사였다는 점이다. 젭 부시 주지사의 선거캠프 출신인 해리스 플로리다주 국무장관은 아직 재검표가 완료되지 않았지만 재검표 시한이 끝나자 그대로 재검표 종료를 선언한 후 그때까지의 결과를 토대로 부시 후보가 플로리다주에서 승리했음을 선포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앨 고어 측의 법무팀이 법원으로 달려가서 해리스에게 ‘재량권’이 있었음을 호소한 것이었다. 그때 필자는 어리둥절했다. 아니 재량권이 있다면 재검표를 시한이 되어 종료한 것이 무엇이 문제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기 맘대로 해도 되는’ 재량권까지 있는 사람이 시한 다 지켜서 재검표를 종료했는데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단 말인가. 의무 저버리고 아무 일도 않은 교육부 그런데 신기한 것은 부시 측 법무팀의 태도였다. 그냥 얼씨구나 재량권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기를 쓰고 재량권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법의 원칙이 ‘재량권이 있으면 상황을 파악하여 적절하고 공정하게 행동해야 할 의무’가 자동적으로 따라오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아직 재검표가 완료되지 않은 정황을 고려했어야 할 의무가 발생하는 것이었다. 필자는 무릎을 쳤고, 이런 법리가 상식으로 통하는 미국 사회가 무척 부러웠다. 플로리다주 법원은 해리스에게 재량권이 있음을 확인했고, 이에 따라 자동적으로 재검표는 연장되었다. 우리는 어떤가. 교육부가 수능시험의 감독당국이라면 재량권을 들먹일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상황을 공정하게 관리하고 감독할 의무가 당연하게 전제된다. 그런데 교육부는 이런 의무를 저버리고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런 직무유기 또는 부작위처분은 위법한 것이다. 우리나라 법원이 실패한 지점이 바로 여기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쉬운 듯하면서도 어려운 일이다. 상식을 상식이라고 얘기할 수 있어야 하고, 그렇게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상식이 침해되었을 때는 상식이 쓰러지지 않도록 버팀목이 되어주는 보루가 있어야 한다. 선진사회에서 그 역할은 법원이 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구조가 작동하지 않는다. 교육은 진실을 외면해도 된다고 가르치고, 법원은 감독당국이 아무 일도 하지 않은 경우 아무 책임도 지울 수 없다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이런 시스템은 창의성을 말살하고 붕어빵 같은 부속품만을 찍어낼 뿐이다. 이번 세계지리 8번 문항이 초래한 수능 파동의 진정한 민낯은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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