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총 2,844 건 검색)
- 청주서 심정지 상태 빠진 30대…100㎞ 떨어진 수원 병원으로 이송
- 2025. 01. 08 11:24사회
- .... 경향신문DB 충북 청주에서 심정지로 의식을 잃었다가 회복한 30대가 100㎞ 떨어진 수원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8일 충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인 7일 새벽 2시13분쯤 청주시 청원구...
- 병원심정지수원A씨충북
- “흑백요리사 스타셰프 4인방이 스타필드 수원에 떴다”
- 2025. 01. 07 14:59경제
- ... 스타필드 수원에서 ‘바이츠 플레이스 시즌 4’를 펼친다. 7일 신세계프라퍼티에 따르면 스타필드 수원 1층을 따라 조성된 바이츠 플레이스는 푸드 편집숍 콘셉트의 식음료(F&B) 특화존으로...
- 수원역 제주항공 참사 합동분향소, 장애인 이동권 제약 논란
- 2025. 01. 03 12:08지역
- ... 자력으로 갈 수 없는 곳에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3일 경기도에 따르면 경기도는 지난해 12월 30일 수원역사 로비 인근과 의정부역 광장 2곳에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설치해 운영...
- 경기도, 수원 화성 서장대서 2025년 해맞이 행사
- 2024. 12. 29 10:05경제
- ... 맞아 평화와 번영을 위해 새롭게 나아가자는 의미를 담아 2025년 1월 1일 오전 6시 30분부터 수원시 서장대 일대에서 해맞이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29일 밝혔다. 경기도는 그동안 제야 및 해넘이...
- 경기도해맞이수원푸른뱀을사년
스포츠경향(총 2,170 건 검색)
- [공식]일류첸코, 서울 떠나 수원 삼성행···“창단 30주년에 승격” 목표
- 2025. 01. 07 10:19 축구
- 수원에 입단한 일류첸코. 수원 삼성 SNS 마침내 오피셜이 나왔다. 검증된 골잡이 일류첸코(35)가 K리그2 수원 삼성 품에 안겼다. 수원은 7일 구단 소셜미디어(SNS) 등 공식 채널을 일류첸코의 영입 소식을 발표했다. 러시아 출신 공격수인 일류첸코는 2019년 포항 스틸러스 유니폼을 입으며 K리그 무대를 밟았다. 그는 포항에서만 28골을 넣었고, 2021년에는 전북 현대로 이적했다. 일류첸코는 전북에서의 2시즌 동안 17골을 넣었다. 2022년 시즌 중엔 FC서울로 이적해 지난 시즌까지 활약했다. 일류첸코는 K리그1에서만 171경기 71골 18도움을 올렸다. 2020년 포항 시절 26경기 19골 6도움을 기록하며 커리어하이를 달성했다. 지난 시즌에는 36경기 14골 5도움을 올리며 득점 2위에 올랐다. 일류첸코는 꾸준히 K리그1에서 빼어난 득점력을 입증했다. 승격을 목표로 하는 수원은 일류첸코 영입으로 공격력 약점을 지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일류첸코는 구단을 통해 “수원에서 뛸 수 있어 기쁘다. 앞으로의 경기가 모두 기대되지만, 특히 홈경기가 기대된다. 팬들의 많은 응원을 받을 수 있길 바란다”며 “많은 경기를 이기고 함께 승리를 축하하고 싶다. 우리의 목표는 명확하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수원이라는 팀이, 30주년을 맞아 승격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라고 전했다. 수원은 오는 8일 태국 방콕으로 향해 해외 전지훈련을 소화할 예정이다.
- [공식]서재민, 김포→수원FC ‘1부 복귀’
- 2025. 01. 05 15:20 축구
- 서재민. 수원FC 제공 수원FC가 왼쪽 측면 자원 서재민(28)의 영입을 발표하며 측면 자원을 강화했다. 수원FC는 5일 측면에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서재민을 영입했다고 밝혔다. 서재민은 2016년 대구FC에서 프로에 데뷔해 인천 유나이티드(2019), 서울 이랜드(2020~2022)를 거쳐 김포FC(2023~2024)에서 활약했다. 1·2부 통산 105경기(4골 6도움)에 출전하며 경험을 쌓은 서재민은 이제 수원FC에서 다시 K리그1 도전에 나선다. 서재민은 강한 에너지 레벨을 바탕으로 K리그2에서 꾸준한 경기력을 보여주며 본인의 가치를 높였다. 또한 왼쪽 측면에서 풀백과 윙어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자원인 만큼 김은중 감독에게 측면 전술의 폭을 넓혀줄 것으로 기대된다. 서재민은 “수원FC에 합류해서 기쁘다”며 “팀이 더 높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 [연봉분석] 적은 연봉 높은 성적, 가성비 최고팀은 강원 수원FC 포항
- 2025. 01. 05 05:09 축구
- 윤정환 김은중 박태하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강원 FC는 2024시즌 최고 효율을 낸 팀이다. 연봉 총 지출액은 83.9억원으로 10위였지만 리그에서는 2위에 자리했다. 2023년 지출액 96.1억원에 비해 연봉은 오히려 감소했는데 순위는 급상승한 것이다. 새해 인천을 이끄는 윤정환 전 강원 감독의 지도력, 강원 구단의 행정력 등이 비결이다. 강원은 새해 아시아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해야 한다. 지난해 수석코치로 있다가 감독으로 승격한 정경호 감독, 김병지 대표이사 간 호흡과 협조가 더욱 중요해졌다. 양민혁(토트넘 이적), 황문기(군입대) 등 빠져나간 전력 누수를 보강해야한다. 최근 베테랑 수비수 홍철(35), 멀티 플레이어 공격수 최병찬(29) 등이 강원으로 갔다. 김은중 감독이 프로 감독으로 첫 시즌을 보낸 수원FC는 연봉 총 지출액 88.4억원으로 9위다. 그런데 리그 순위는 5위에 상위 스플릿에 자리했다. 2023년 지출액 93.9억원에 비해 연봉이 감소했지만 순위는 11위에서 5위로 크게 좋아졌다. 고액 연봉자 이승우, 권경원을 시즌 중 내보내는 등 자금력 한계에도 김은중 감독 지도력이 빛났다. 김 감독과 재계약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을 안정화하고 2024시즌 앞도적으로 도움왕에 오른 안데르손을 지키는 게 관건이다. 강원, 수원FC, 포항 2024년 연봉 분석 포항 스틸러스는 2024시즌에도 한결같았다. 연봉을 많이 쓰지 않으면서도 연봉 대비 좋은 성적을 올렸다. 연봉 총 지출액 95.4억원으로 8위였는데 리그 순위는 6위로 상위 스플릿을 지켰다. 리그 성적은 전년도(2위)에 미치지 못했지만 코리아컵을 2연패하는 성과를 냈다. 선수단 운영 효율성에서는 K리그 내 최고 구단으로 손색이 없다. 한두해 반짝 성적을 내는 게 아니라 꾸준하고 효율적인 운영으로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는 게 돋보인다. 포항은 최근 완델손(36), 김인성(36), 김종우(32), 신광훈(38), 윤평국(33), 백성동(34) 등 베테랑들은 재계약했다. 울산 HD와 전북 현대 등 K리그 다른 구단들이 베테랑 비중을 점차 줄이는 것과는 반대 행보다.
- ‘역대급 흥행’ K리그, 입장 수익 425억원 ‘역대 최고’···K리그1 1위는 ‘76억원’ 서울, K리그2 1위는 ‘31억원’ 수원
- 2024. 12. 31 13:29 축구
- 프로축구연맹 제공 프로축구 K리그가 역대급 흥행에 힘입어 입장 수익 또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31일 2024시즌 K리그 입장 수입과 평균 객단가를 31일 발표했다. K리그1과 K리그2 총 입장 수입은 425억5660만4292원으로 2013시즌 공식 집계 이래 최고 기록을 세웠다. 종전 최고 수입을 기록한 2023시즌(344억원)보다 무려 23.54% 증가한 수치다. 2024시즌 K리그1 입장 수입은 342억1171만2812원이다. 이중 FC서울이 가장 많은 76억6263만7190원을 기록했다. 우승팀 울산 현대가 46억7374만6552원, 전북 현대가 39억7806만8800원으로 뒤를 이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K리그2에서는 강등된 인기 구단인 수원 삼성이 총 입장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컸다. K리그2 총수입은 83억4489만1480원이며, 이중 38%에 달하는 31억9161만1040원을 수원 혼자서 벌어들였다. 수입 2위인 K리그2 우승팀 FC안양(7억9154만7400원), 3위 서울 이랜드(6억5390만8700원)와 격차도 컸다. 수원은 승격에 실패한 터라 다음 시즌에도 K리그2 흥행에 기여해야 하는 처지다. 관객 1인당 입장 수입을 뜻하는 객단가의 경우 K리그1 12개 구단의 평균은 1만2710원으로, 역시 2013시즌 이래 최고를 기록했다. 구단별로는 대구FC의 객단가가 가장 높은 1만6425원이었고 서울이 1만5292원, 대전하나시티즌이 1만3595원이었다. K리그2에서는 수원이 1부 구단들보다도 높은 1만7111원의 객단가로 1위에 올랐다. 프로축구연맹은 “2년 연속 K리그 합계 유료 관중 300만명을 돌파한 역대급 흥행 덕에 입장 수입이 증가했다”며 “객단가 상승 또한 K리그의 높아진 인기에 힘입어 다양한 금액대별 특성화 좌석을 판매하고, 무료입장권 및 과도한 할인 입장권을 지양하는 등 유료 관중을 늘리려는 각 구단의 노력이 더해진 결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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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목 내시경]수원 행궁동 골목길(2022. 03. 28 11:38)
- 2022. 03. 28 11:38 사회
- ㆍ18세기와 21세기가 따로 또 같이 경기도 수원의 중심은 어디일까? 수원역을 비롯해 저마다 중심으로 삼는 이유가 있겠으나 대부분은 수원화성(水原華城)을 꼽는다. 그곳에 또 화성행궁(華城行宮)이 있다. 팔달문을 중심으로 동쪽에는 시장의 골목이 줄지어 북적이고, 서쪽 행궁산 기슭으로 공방거리와 행궁동 카페골목이 있다. 젊은이들은 어떻게 그리도 좋은 곳들을 잘 찾아다니는 건지 어디건 그들의 발길이 닿는 곳엔 눈 호강을 하며 느린 산책을 할 수 있는 골목길이 숨어 있다. 수원 화성행궁 일대는 행리단길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수원화성을 높이 꼽는 이유는 여러 실용적인 이유와 역사적 사실이 있겠지만, 왕과 실학자들이 꿈꾼 이상을 구현하려 했기 때문이다. 정조대왕은 “여기에는 나의 깊은 뜻이 있다. 장차 내 뜻이 성취되는 날이 올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의 뜻이 성취된 날이 왔는지는 알 수 없으나, 성이 세워지고 허물어지며 흩어지기를 여러 번 반복한 후 오늘날 오롯이 다시 제모습을 찾았다. 성을 굳이 아름답게 만들 필요가 있겠냐는 질문과 저항에도 정조는 “아름다움이 적을 이기느니라”라는 말을 남겼으니 그 아름다움이 시간의 파괴적인 힘을 이겨낸 것도 사실이다. 무차별의 문화가 매력 수원화성은 효율을 우선으로 꼽는 이 시대에도 아름다웠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러니 장안문이나 팔달문, 화성행궁 등 여러 건물의 아름다움에 대한 의심은 접어도 좋다. 눈을 돌려 가득 들어오는 조선 건축물의 우아함과 효율이 어느 곳보다 무겁게 남아 있다. 비록 근자에 복원했더라도 기록의 민족답게 문고리 모양 하나까지 적어놓은 덕에 옛 모습과 지금의 차이를 구별하지 못한다. 느긋이 행궁터를 걸어도 좋고, 팔달산 비탈 기슭을 걸어 올라가 산자락의 봄바람을 만끽해도 좋을 만큼 일대는 행락의 여유와 운치를 준다. 팔달문 일대는 여러 시장이 복합적으로 연결돼 있다. 젊은 순례객들이 다녀간 다음에는 길이름이 남는다. 화성행궁 주변 행궁동 일대에도 행리단길이라는 이름이 남았다. 전국의 많고 다른 ‘~리단길’에 비해 행리단길은 조금 고풍스럽고 한가롭다. 간간이 골동 가게도 보이고, 손으로 만든 장신구를 만드는 공방도 숨어 있다. 그런 가게에서도 비단에 쪽으로 물을 들인 하늘하늘한 스카프를 판다. 일품이다. 적도 인근에서 건너온 커피 향기를 맡을 수 있고, 보성 비탈에서 이슬 먹고 자란 작설차도 즐길 수 있다. 물론 달곰한 자판기 커피도 만날 수 있다. 베트남 쌀국수집도 눈에 띄고 태국 음식점도 보인다. 젊은 취향의 가게들이 주를 이루나 노숙한 분위기의 가게들도 곳곳에 숨어 있다. 자기가 속한 문화의 테두리 안에서 차별 없이 즐길 게 많다는 이야기다. “이리 오너라!”를 외쳐야 할 듯한 옛 문화의 흔적이 있고, 길거리 춤판이 벌어져야 할 듯한 자유분방함도 함께 느낄 수 있다. 행리단길의 매력은 그 턱 없는 무차별의 문화에 있다. 화성행궁 바로 옆 행리단길의 주된 좌표로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이 있다. 현대미술 작품을 엄선해 전시하는 공간이라 그 자체가 행궁의 조선 건물과 대비돼 시간과 공간과 문화가 섞인 묘한 경계를 보여준다. 행리단길을 목적 삼아 걸어도 좋고, 미술관을 목표 삼아 찾아가도 좋다. 무심히 스쳐 행궁의 반듯한 가로를 걸어도 나쁠 게 없는 길목이다. 길을 따라 18세기와 21세기가 따로 또 함께 있으니 이야깃거리도 많은 골목이다. 팔달문시장은 현대화로 잘 정비된 시장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평지길 아래 골목은 젊은이들에게 넘겨주고 노장들은 팔달산 비탈길을 거슬러 올라간다. 삶의 우여곡절을 다 겪은 후라 굴곡 없는 곧은길은 그다지 재미가 없다는 듯 비탈을 걷는다. 이제 봄물이 한창 오른 숲은 새순이 하늘을 향해 치오르고 산수유는 진작 꽃망울을 터뜨렸다. 생강나무며 조팝나무가 꽃을 보여준다. 산길의 보석이라 눈으로 줍고 부지런히 또 산을 오르는 이들의 모습이 온산 가득하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통닭골목 정조대왕의 효심 이야기도 좋고, 화성행궁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일도 갸륵하지만, 인간사는 먹고사는 일로 시작해 끝을 맺는다. 장안문과 팔달문을 가로지르는 정조로를 사이에 두고 수원천을 따라 동쪽 편은 온통 시장통이다. 그중 몇몇 시장 골목은 명성이 전국에 뻗쳐 있다. 통닭골목은 이미 방송에도 수차례 소개됐을 만큼 통닭 메뉴가 골목을 지배하고 있다. 통닭골목에서 내세우는 닭은 가마솥에 튀겨낸 옛날통닭. 별다른 튀김옷을 입지 않아도 식용유에 튀겨낸 닭은 고소하고 쫄깃하다. 골목 안 통닭집은 대충 잡아 10여곳. 저녁장사 준비를 위해 이것저것 살피던 통닭집 주인은 “아무리 유명해도 장사가 예전만 못하다. 우선 저녁일 끝나고 모여 맥주에 닭 한마리 뜯고 가는 재미를 누리지 못하니 어쩔 도리가 없는 일 아니겠냐”며 말을 흐렸다. 시장을 따라 한두집 있던 통닭가게가 골목을 이룰 정도로 번성했으나 이젠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 된 듯하다. 닭의 잘못도 사람의 잘못도 아닌 애꿎은 세월의 탓으로 삼을 밖에 도리가 없는 일 아닌가 싶다. 행리단길 일대는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다양하다. 통닭골목을 빠져나오면 농기계 수리상과 종묘상들이 눈에 띈다. 때를 놓치면 한 철을 접어야 하는 것이 농사일이라 이것저것 농기구를 챙기고 씨앗을 살피는 농부들의 모습이 분주하다. 곁들여 봄을 뽐낼 화분을 구하려는 주부들의 모습도 다양했다. 누군가는 지금 당장 일이 급하고, 어떤 이에게는 한 철 농사일이 긴요하다. 시간이 흘러가는 폭은 저마다 닥친 일에 따라 달라지는 모양이다. 한 철은커녕 하루하루를 때워야 살 수 있는 이들에겐 그마저 남의 밭에 고랑 파는 일일 뿐이다. 전통과 현대가 잘 어우러진 모습을 볼 수 있다. 수원 일대에도 가내공업 수준의 의류 공장들이 꽤 있는 듯, 재봉틀 가게들이 눈에 보인다. 의류 관련 기계를 팔고 원자재와 부자재 가게도 있다. 지동교 다리 건너 수원천을 건너면 지동시장이 있는데 이곳은 순대국밥으로 유명한 골목이다. 갖가지 순대를 곁들여주는 순대정식과 국밥은 예전 장이 열릴 때면 이곳에 들러 국밥 한술 뜨고 탁주 한잔 마셔야 장보기를 마쳤다고 한다. 지동시장에 육류 도매시장이 있는지라 그 사이사이 국밥집과 순대 전문식당이 있는 건 당연하다고 했다. 수원천을 따라 양곡 상가가 보이고 미나리광시장이 있다. 아마 예전 이곳 천변 습지에 미나리꽝이 있었겠거니 짐작할 뿐이다. 젊은 취향의 가게와 문화 중심지가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 못골 종합시장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수원천을 건너면 팔달문시장이 나온다. 팔달문시장은 현대화를 마쳐 잘 정비된 모습이다. 가로세로 골목마다 가게 호수가 잘 정리돼 있고 파는 물건들도 꽤 품질이 높아보였다. 30년차 옷가게 주인은 “주말에는 매우 바쁘고 평일에는 사람 구경이 힘들 때도 있다. 다들 어려워도 힘내면서 살아가고 있지 않냐. 그렇게밖에 살아갈 줄 모르는 팔자니까 없는 힘도 만들어서 산다”고 했다. 철이 어중간해 겨울옷은 이미 끝났고 봄옷도 기다려 봐야 할 것 같다며 “세월 가는 것이 아무리 지겨워도 겨울 가기 무섭게 여름은 또 금방 온다”고 웃었다. 깔끔하게 정비된 팔달문시장 시장 공터에 햇보리순을 끓여 나눠주며 권하는 장사꾼이 보인다. 종이컵에 넉넉히 따라주며 “팔다리 저리고 힘없고 허리 아프며 무릎 쑤시고 아침에 잘 못 일어나면 이것이 직방이다”는 그의 말에 솔깃했으나 생각보다 맛이 없어서 빈 컵을 들고 조용히 물러섰다. 그래도 장 구경 끝난 노인들과 호기심이 발동한 젊은이들이 꾸준하게 종이컵을 받아 마시며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언론의 자유를 외치기 시작한 곳이 아마도 장마당은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통닭골목은 아직도 10여곳의 통닭집이 명성을 보이고 있다. 시장통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곳은 역시 과일과 채소를 파는 가게다. 1000원짜리 한장에 푸성귀 한다발을 살 수 있고, 고르는 실력에 따라 실한 과일도 헐값에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젊은 장사꾼은 느긋하고 오히려 나이 든 장사꾼들이 급하게 손님을 잡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젊은 가게 주인은 “물건이야 사는 사람 마음이지 파는 사람 마음대로 팔 수 있나? 그냥 전 벌려 좋은 물건 놓아두고 사주기를 바라니 느긋하게 장사해도 큰 차이가 없다”고 이야기했다. 손님과 싸우듯 악을 쓰며 전쟁을 벌여도 결국 남는 건 큰 차이가 없다는 게 달관한 그의 장사 경험이다. 그럼에도 시장에는 늘 다툼이 그치지 않는다. 길을 걷다 부딪혀도 악을 쓰고, 물건값을 놓고 치열하게 싸운다. 그렇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믿는 이들도 있고, 어차피 복은 정해져 있다고 믿는 느긋한 사람들도 있다. 그 물음에 대한 결정된 답이 없기에 인생은 늘 복잡하고 어렵게 마련이다. 어느 편에 서서 세상을 봐야 갈피를 잡을 수 있을는지 오늘도 헤매야 한다. 팔달문시장 안쪽으로 깊이 들어가니 여느 중소형 백화점과 다를 바 없었다. 군데군데 아주 값싼 카페가 보이고 특대형 사이즈의 옷을 파는 독특한 가게라든가, 다른 곳에서 보기 어려운 장식품 가게 등이 눈에 띄었다. 팔달문에서 지동 일대가 시장통인데도 이 도시는 시장이 부족해보였다. 한낮에도 사람들은 시장으로 몰려오고 무엇인가를 사들고 또 자기 사는 곳으로 돌아가고 있다. 시장에서 사과 한알이라도 골라 살 수 있는 시절은 그래도 최악은 아닌 셈이다. 시간의 호리병이 있고, 그 안에 구분 없이 모든 걸 넣어뒀다가, 문득 필요한 게 있으면 병 안을 뒤져 찾아내면 되는 곳, 팔달문 일대 화성행궁과 시장 골목이 보여주는 모습이다. 정조대왕이 꿈꿨던 이상이 무엇인지 역사의 혜안이 부족해 알 수 없으나, 그가 만든 아름다운 건축물은 일제강점기와 전쟁을 거친 파괴에도 다시 살아남았다. 그 안에 “아름다운 것이 적을 이긴다”는 왕의 주장이 살아 있다. 민주주의 시대를 겪으면서 모든 국민이 아름다운 시절을 꿈꾼다. 모두가 아름다워져 세상의 부조리와 불합리를 이길 수 있고, 꿈의 좌절을 극복할 힘을 얻게 되기를 바란다. 정조대왕이 꾸었던 꿈의 조각들을 행궁동 골목길을 걸으면 만날 수 있다. 골목길을 빠져나올 때 우리가 꿈꿀 내일의 가치가 모두에게 뼈저리게 다가갈 수 있다면 좋겠다.
- 골목 내시경
- [언더그라운드 넷]수원역 ‘꿈의궁전’ 모텔 괴담, 진실은(2021. 08. 30 11:05)
- 2021. 08. 30 11:05 사회
- “팔 없는 게 수원역 괴담이 떠오르네.” 8월 24일, 한 커뮤니티에 달린 댓글이다. 리얼돌인데 리모컨을 누르면 동작하는 영상을 두고 한 말이다. 수원역 괴담? 유명한 이야기다. 아무래도 여름이 되다 보니 이 도시 전설급 고전 이야기가 리바이벌되는 모양이다. postshare 발단은 2010년 9월. 이종격투기 커뮤니티에 한 회원이 자신이 1990년생 대학교 2학년생이라며 동대구역 인근에서 “3만원에 놀다 가라”는 매춘호객 권유를 받았다는 글에 달린 댓글이었다. 여기에 ‘드리프트’라는 닉네임의 회원이 “팔다리 없고 얼굴은 전지현보다 예쁜 여자가 가방에 실린 채로 들어올 수도 있다”라며 2001년 자신이 군대 상병휴가 때 겪은 경험담이라고 밝힌 글을 올리면서다. 어떤 아저씨가 “2만원에 해주겠다”는 말에 혹해 들어가 보니, 잠시 후 그 아저씨가 여행용 가방을 들고 방에 들어왔는데, 그 안에서 얼굴도 예쁘고 머리도 긴 여자가 생글거리며 웃고 있었다는 것. ‘어떻게 가방 안에 들어갔지?’라고 생각하는 찰나 여성의 팔다리가 없다는 걸 알고 깜짝 놀라 도망쳐 나왔다는 이야기다. 10년 넘게 사실처럼 유통되고 있는 이 수원역 괴담에서 특이한 점은 위 ‘팔다리 없는 여성’이 목격된 구체적인 장소가 거명된다는 점이다. ‘꿈의궁전’이라는 모텔이다. 실제 포털지도 등에서 검색해보면 수원에서 같은 이름의 모텔이 두곳 나온다. 정말 그곳에선 저런 매춘이 이뤄지고 있을까. 두곳 중 그나마 수원역과 가까운 곳이 인계동에 있던 꿈의궁전이다. ‘있던’이라고 쓴 것은 지금은 리모델링을 해 다른 모텔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이나 여러 유튜브 채널에 올라와 있는 대부분의 이 괴담 관련 사진은 리모델링하기 전 모텔 사진이다. “괴담이라고요?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듣습니다.” 과거 꿈의궁전이 있던 자리에서 현 모텔을 운영하는 관계자의 말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자신들은 현재 이름의 모텔로 리모델링한 상태에서 매입했기 때문에 “이전에 있던 모텔이 어떻게 운영됐는지는 일절 들은 바 없다”는 것이다. “글쎄요. 진짜 그런 일이 있었다면 이슈가 됐을 텐데 전혀 그런 일 없었습니다.” 성매매 집결지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수원시청 여성정책과 관계자의 말이다. 이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이 괴담장소로 지목하고 있는 인계동의 경우도 실제 수원역에서 차로 10~15분 떨어진 거리에 있는 만큼 애초 2010년 버전의 괴담도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경우”로 보인다는 것이다. 그 역시 “꿈의궁전 괴담은 처음 들어봤다”며 과거 20년 넘게 현장 업무를 담당한 소장에게 문의해보고 다시 연락을 주기로 했다. 그리고 마침내 돌아온 답. “그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본인이 관심을 가질 정도의 이야기는 아니라고 하네요.” 본인이 관심을 가질 이야기가 아니라는 말은? “이게 사실일까, 하고 찾아볼 정도의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는 겁니다.” 말 그대로 괴담일 뿐이라는 이야기다. 그는 “장애가 있는 분이 사회생활로 돈 버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그런 직업을 갖는 경우는 더러 있었고, 과거 지적 장애가 있는 여성피해자 케이스가 없진 않았다”라며 “그런 종류의 이야기가 과장·와전돼 퍼지면서 이른바 수원역 모텔 괴담이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한다”고 덧붙였다.
- 언더그라운드 넷
- [언더그라운드 넷]수원 벤틀리 사건 차주 “‘합의 없다’ 말한 적 없다”(2020. 04. 24 15:41)
- 2020. 04. 24 15:41 사회
- “아침 6시가 되니 잠잠해지더라고요. ‘술 깼느냐’고 물어보니 ‘깼다’길래 조사해도 되겠냐고 하니 ‘해도 된다’고 답하더군요. 조사하고 7시 20분에 귀가조치했습니다. 아, 물론 아직 피의자 신분입니다.” 경찰 관계자의 말이다. 페이스북 영상 캡처 경기 수원 인계동의 유흥가 밀집지역, 속칭 ‘인계박스’ 지역에서 대학생 ㄱ씨가 주취난동을 벌였다. 누군가가 휴대폰으로 찍은 그의 행각은 주말 인터넷을 달궜다. 영상을 보면 심야시각 거리인파에 옴짝달싹 못 하고 서 있는 한 외제차를 한 남성이 발길질하며 시비를 걸고 있다. 한눈에 봐도 만취 상태다. 그 사람을 걱정하는 사람도 있지만 난동을 독려(?)하는 구경꾼들의 응원구호에 묻힌다. 한 누리꾼은 이렇게 품평했다. “이 사람 평생 노예계약 각.” ‘노예계약’이라고 이야기한 건 차량보험으로 감당 안 되는 수입 외제차의 천문학적 수리비 때문에 나온 말이다. 그가 발로 찬 차(벤틀리)는 그중에서도 최상급이다. ‘가오가 육체를 지배했다’는 말도 나온다. 술김에 주변 사람들의 충동질에 용기를 과시했다 ‘폭망’했다는 정도의 뜻일 것이다. 자신도 돈이 없는데 자기 또래의 젊은이가 벤틀리를 모는 것을 본 흙수저의 ‘열폭’? “그걸 자기도 모르겠다는 겁니다. 친구 2명과 같이 술 먹고 있었는데 친구들은 어디 가고 왜 자기 혼자 차를 차고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경찰 관계자 말이다. “댓글 단 사람들의 추측처럼 제가 그렇게 돈이 넘친다면 수리비도 안 받겠죠. 그냥 열심히 일하는 사람입니다. 금수저나 스포츠토토 같은 거 하는 사람 아닙니다.” 4월 20일 기자와 통화한 벤틀리 차주 ㄴ씨(25)의 말이다. 그는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사실 확인이 안 된 엉뚱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온다”고 했다. ‘차주가 선처 없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대표적인 예라고. “수원의 익명 제보 사이트에 누군가 나를 사칭하면서 그런 글을 올렸습니다. 항의했어요. 내가 쓴 글도 아닌데, 저라고 주장한다고 그렇게 실어주면 됩니까.” ㄴ씨는 “차를 좋아해 열심히 돈을 모아 샀다”고 덧붙였다. 그는 “ㄱ씨와는 전화통화만 했을 뿐 아직 만나지 않았다”며 “가급적 최소한의 수리비만 받고 합의하는 방향으로 끝내고 싶다”고 밝혔다.
- 언더그라운드 넷
- [골목내시경]수원역전 골목-아시아 음식 맛보고 싶은 사람 어서 오세요(2020. 02. 03 16:32)
- 2020. 02. 03 16:32 문화/과학
- 수원역은 경기 남부지역의 교통 요충지다. 경부선과 분당선이 지나고 역전에는 80개 이상의 버스노선이 통과한다. 북적이고 번잡하고 소란하다. 사람과 물자가 모이고 흩어진다. 그러니 수원역전의 골목도 그만큼 복잡하고 다채롭다. 5일장이 서던 수원역전 매산시장은 다문화 시장 골목이 됐다. 수원역 앞을 직선으로 그은 매산로를 두고 남쪽과 북쪽의 골목길은 극단적으로 다르다. 남쪽의 매산시장 일대 골목길은 다국적과 다문화의 정점에 이르렀다. 경기 남부지역 일대의 공장지대는 이주노동자가 없다면 하루도 돌아갈 수 없다. 멀리서 일하러 온 이들을 위한 다양한 공간이 골목을 채우고 있다. 대충 봐도 러시아·중국·몽골·방글라데시·베트남·태국·네팔·인도·미얀마·라오스·캄보디아·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식당이 문을 열었고, 그들을 위한 술집과 노래방까지 성업 중이다. 가히 아시아 대륙의 모든 문화를 이 골목 안에서 엿볼 수 있다. 나라별 노동자를 위한 휴대폰 가게며 환전소와 송금 영업소까지 번창하고 있다. 휴일이면 가게마다 삼삼오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이주노동자들로 성시를 이룬다. 5일장이 다문화 시장으로 변신 고향에 물건을 보내기 위해 무역사무실을 찾은 네팔 출신의 마헨드라는 한국생활 3년차다. 경기 화성의 접착공장에서 일하고 있고 벌이도, 근무여건도 나쁘지 않다고 했다. 네팔에서 배워왔다는 그의 한국말 실력은 능숙했다. 그는 “지금 일하는 곳에서 5년 더 일할 수 있다. 그 후에도 한국에서 계속 일할 계획이다. 이제까지 일하는 공장을 바꾸지 않았기 때문에 일터를 바꾸면 또 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고 한다. 가끔 외롭고 처자식과 부모형제가 보고 싶을 때는 화상통화를 한다고 했다. 한국에서 버는 돈이 고향을 떠나온 모든 어려움과 아쉬움을 덮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휴일이면 이곳에 와서 친구도 만나고, 고향 소식도 전하고, 입맛에 맞는 음식도 먹을 수 있어 좋단다. 무엇보다 일자리 정보를 가장 빠르게 듣고 불이익이 생기면 대처방법도 배울 수 있어서 그들에게 이 골목은 소중한 요람이다. 아시아권의 각종 식자재를 파는 식품점들이 다양하게 있다. 매산시장 골목에 다문화 식당들이 자리를 잡은 것은 대략 10년 정도 됐다. 이주노동자들이 하나둘 자리를 잡으면서 오일장인 매산시장은 어느새 다문화 시장으로 변했다. 수원시에서도 이 골목을 다문화 거리로 지정했다. 처음에는 조선족과 중국인들이 들어오고, 결혼으로 이주한 베트남 주부들이 모이는 식당이 들어섰다. 강산이 변한 10년 동안 다양해진 이주노동자들의 판도를 따라 이제는 아시아 대륙의 거의 모든 식재료와 음식 그리고 교역품들을 찾아볼 수 있다. 국경을 넘지 않고서도 쑹화강반점에서 만주식 옥수수랭면을 먹거나 얼큰한 옌볜식 개장국을 땀 나게 먹을 수 있다. 미얀마 식당에서 샨족의 쌀국수를 먹을 수도 있고, 러시아 식당에서 튀긴 고기만두인 사모사로 배를 채우고 깔바사 소시지를 안주로 보드카를 즐길 수 있다. 이 골목에서 베트남 쌀국수는 난이도가 낮은 순한 맛이다. 시장거리에서 파는 식자재들도 흔히 보기 힘든 것이 많다. 큰 함지박 안에는 겨울인데도 동면에 들 수 없는 개구리들이 살아서 버둥거린다. 뭐에 쓰느냐고 묻자 “훠궈로 먹으면 별미”라고 답한다. 그 옆 고기요릿집에서 파는 음식은 삶은 돼지 혀를 비롯해서 흔히 보기 힘든 재료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술 한잔에 얼굴이 불콰해진 중년의 남성은 “이게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른다”며 돼지 혀를 사갔다. 중국식 빵집에서는 끼니로 먹는 큰 꽈배기와 꽃빵을 팔고 있다. 꽈배기도 ‘우유꽈배기·고구마꽈배기·꿀꽈배기·부드러운 꽈배기’ 등 종류가 많다. 부부가 꽈배기를 사가면서 “두유나 우유와 함께 먹으면 맛있다”고 설명한다. 빵가게 주인은 중국 헤이룽장성 출신으로 한국에 온 지 20년이 됐다고 했다. 처음에는 식당 주방보조로 그릇 닦는 일부터 시작했다가 파출부며 건설현장 잡부를 거쳐서 빵집을 냈단다. 장사도 잘되고 한국에 집도 샀다고 자랑한다. 이주노동자를 위해 송금서비스와 각종 편의를 제공하는 서비스 업체들이 있다. 중국인과 조선족들은 매산시장 골목에서 활착에 성공했다. 거리의 반은 옌볜 요리집이고 중국 식재료상들이다. 골목을 오가는 이들과 흥정하는 소리도 중국말이거나 옌볜식 억양이 거셌다. 초창기에 자리 잡은 이들은 벌써 집도 두어 채 샀고, 가게도 번창하거나 다른 사업에도 손을 댔다고 한다. 자신이 자리를 잡으면 가족을 데려오고 친척과 이웃까지 불러들여 세력을 넓히길 반복하고 있다. 아마도 그들의 선대는 희망을 찾아 압록강과 두만강을 건너 메마른 광야에서 삭풍을 견뎌내며 뿌리를 내렸을 테고, 그들은 다시 대를 건너 이곳까지 흘러와 자리를 잡고 제 살 곳을 만들었으리라. 흥안령 아래 황무지거나 수원역전 매산시장 골목길이거나 비 피할 지붕 아래서 두 다리를 뻗고 한 끼 밥을 배불리 먹을 수 있다면 그곳이 고향이 되고 살 만한 땅일 것이다. 현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다양한 음식들이 있다. 옌볜요리집과 중국 식재료상이 절반 대부분 공장에서 일하거나 간혹 농장에서 일하는 다른 지역의 이주노동자들과 달리 중국 출신 노동자들의 일자리는 그 폭이 넓고 깊다고 한다. 그들은 우리 사회에서 노동이 필요한 대부분의 일터에 스며들었다. 예전에는 식당에서 일하는 이들이 많았다면 요즘엔 일용직 건설노동자로 일하는 이들이 늘었다고 했다. 골목 안에는 중국인 건설노동자들을 위해 작업복이며 안전용품을 파는 가게까지 생겼다. 나이든 여성들은 간병인으로 일하는 것이 인기라고 한다. 일정한 교육을 받고 자격을 얻으면 일거리는 널려 있다고 했다. 60대의 조선족 여성은 “몸이 못 따라서 그렇지 일은 많다. 병원에서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니까 일도 그다지 고되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그도 아이 돌보는 일을 하다가 간병인으로 일한단다. 병든 이를 돌볼 일손마저 이제는 이주노동자들에게 맡겨야 하는 시대가 됐다. 어쨌든 고마운 일이다. 이 골목의 노래방 또한 다문화를 실감할 수 있다. 베트남 사람이 하는 노래방엔 베트남·캄보디아·미얀마·인도네시아·필리핀·말레이시아·인도·러시아·태국·일본·몽골·방글라데시·중국·포르투갈·스페인 노래까지 망라돼 있다. 요즘 이 골목에서 약진하는 세력은 미얀마 사람들이라고 한다. 주류를 차지한 중국계 상점과 굳게 뿌리내린 베트남 가게, 은근히 세력이 확장되는 네팔인들을 뒤쫓아 미얀마인들이 치고 올라오고 있단다. 둘러보니 미얀마 식당이 벌써 서너 곳 생겼고, 그들을 위한 주점과 노래방도 생겼다. 골목 안에서 알게 모르게 세력의 영향력이 늘고 줄고 하며 보이지 않는 긴장이 있다고 했다. 요즘 미얀마 쪽 이주노동자들이 많아졌고 그에 따라 상권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골목 안 부동산엔 3개월짜리 단기 월세방 매물이 많았다. 1년 이상의 장기계약은 드물고 이주노동자들은 단기 임대를 선호한다고 한다. 역전이라 임대료는 그다지 싸지 않았지만 그럭저럭 이해할 만한 가격의 매물들이 많았다. 건물주들도 몸만 들어왔다가 그대로 나갈 수 있도록 시설을 갖추어 임대하는 것이 유행이란다. 일자리를 찾아 멀리까지 떠나야 하는 노동자들에게 한 곳에 깊은 뿌리를 박고 살아간다는 것은 사치일 수도 있겠다. 매물은 많고 금세 왔다가 금세 떠나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 로데오 거리는 유행을 좇는 젊은이들로 활기에 찼다. 역전의 특성대로 아주 깊은 골목 안엔 붉은 등의 야릇한 여인숙과 검은 가리개 안에 정체를 짐작할 만한 주점들도 점점이 자리 잡고 있다. 행인을 향해 노골적으로 수작을 거는 늙은 포주의 모습은 볼 수 없지만 그래도 요상한 분위기는 좁고 깊은 골목 안에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 붉고 흰 신장대들. 천상의 선녀와 구름 위의 도사들이 속세를 위해 문을 열고 운세를 점쳐주는 점방들이 줄을 잇고 있다.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의 주변엔 신을 파는 이들도 옹기종기 살아간다. 다문화 거리가 된 매산시장 일대의 골목길과 달리 매산로 건너 북쪽 골목은 화려하고 활기차다. 소위 로데오 거리라는 수원역전 우체국 주변 골목길은 유흥을 찾는 젊은이들이 몰려든다. 옷과 화장품과 술과 음식과 놀이가 골목 가득하다. 때때로 버스킹 공연도 벌어지고 난장도 열린다. 이주노동자 중 젊은층은 매산시장 쪽이 아니라 길 건너 이쪽 골목에서 논다고 한다. 가로정비사업으로 예산을 쏟고 있다더니 보이는 정경은 확실히 건너편과는 달랐다. 젊은이들이 몰리는 만큼 북적이고 살아 있는 모습이다. 매산로 북쪽 골목은 로데오 거리 로데오 거리가 새로운 유행의 중심이 됐지만 그 어귀에는 예전 수원역전의 풍광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역전의 길손을 맞는 국밥집들이 길게는 오륙십 년의 이력으로 아직도 문을 열고 있다. 지금은 없어진 수인선 협궤열차를 타고 소래포구로 소금이며 생선을 떼다 팔던 장사꾼들도 그 국밥집에서 뜨듯한 국물로 배를 채우고 하루를 살러 길을 나섰을 것이다. 기찻길이 사라져도 국밥집은 아직도 문을 열고 있다. 수원역전의 국밥집들은 푸짐하고 깊은 맛이 있다. 로데오 거리를 지나 골목을 더 깊이 들어가면 위태로운 장면을 만나게 된다. 긴 유리문과 대낮에도 붉은 등. 수원역이 개발되고 주변에 백화점이 들어서면서, 아파트가 들어서고 땅값이 오르면서 이곳 붉은 등의 집창촌 골목은 애물단지가 됐다. 보기 싫은 상처거나 감추고 싶은 아픈 생채기로 남았다. 이 일대의 정비사업을 열심히 추진한다는 데 지주와 업소와 그곳에서 일하는 이들의 저항도 거세고 시비와 진통도 크다. 골목 안 사정은 복잡하고 심란하다. 금융위기 이후 세상은 많이 달라졌다. 직업도 일터도 일하는 이들도 그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환경 속에서 살아야 한다. 가장 많이 듣던 이야기가 세계화이고 노동시장의 국경은 허물어졌다. 평소에는 그다지 실감하지 못하나 공장지대나 이주노동자들의 거점지역을 둘러보면 이전과 달라진 시대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 곁에 저 멀리 히말라야의 산자락에서부터 안다만해역의 낯선 이웃까지 일자리를 찾아와 함께 일하며 살아간다. 그들은 노동을 팔 뿐더러 자신의 음식과 문화도 함께 들여와 선보인다. 역전 골목에서 국밥뿐 아니라 방글라데시의 무글라이 파라사라는 낯선 이름의 요리도 먹을 수 있고 파키스탄식 꼬치구이도 맛볼 수 있다. 문화는 풍요로워지고 나의 부족함은 누군가가 채워주고 있다. 수원역전 골목길에서 그런 모습들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는 담장은 낮아지고 이웃이 넓어진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인도네시아의 음식을 맛보고 싶다면 수원역전 골목길로 가자.
- 골목 내시경
레이디경향(총 2 건 검색)
- 수원시립미술관 “어린이날 모든 전시&체험 무료로 즐겨요”
- 2022. 05. 01 14:18 문화/생활
-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은 어린이날을 맞아 음연 동화 ‘꽃들에게 희망을’을 공연한다.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제공 경기도 수원시립미술관이 올해 100주년을 맞은 어린이날을 축하하며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 수원시립어린이미술체험관에서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전시와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수원화성행궁 옆에 위치한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은 5월 5일(목) 어린이날 당일 입장객 전원 무료 개방한다. 초등학생 이하 어린이는 5월 한 달간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 현재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은 미술관이 자리한 행궁동 일대의 자생적 문화예술 활동을 조명하는 전시 ‘행궁유람 행행행’을 열고 있다. 오는 5월 5일 오후 2시에는 피아노, 첼로, 바이올린으로 구성된 클래식 트리오 ‘라온’과 뮤직큐레이터가 준비한 음연동화 ‘꽃들에게 희망을’이 공연된다. 또한 등나무를 활용해 일상 소품을 제작하는 라탄 공방과 도자, 동판 등에 칠보를 이용한 액세서리를 제작하는 칠보 공방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광교 호수공원 옆에 위치한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는 ‘아워세트: 아워레이보×권오상’ 전시를 개최 중이다. 입장료는 무료다. 어린이날에는 전시 만족도 조사를 완료한 어린이 관람객에게 전시 연계 체험키트인 ‘모두의 키트’를 제공한다. 파장동에 위치한 수원시립어린이미술체험관은 ‘예술가의 놀이법’ 전시를 열고 있다. 입장료는 무료다. 5월 5일 오후 2시에는 전시 참여작가 신혜정과 무용가 장원정이 진행하는 ‘가족 구성원의 역할’을 주제로 한 몸 놀이법에 관한 워크숍 ‘몸으로 역할하기’가 예정돼 있다. 수원시립미술관 김진엽 관장은 “어린이날 특별프로그램을 통해 미술관의 문턱을 낮추고 다양한 체험과 추억을 만드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자세한 정보는 수원시미술관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지자체장에게 듣는다] 염태영 시장 "시민과 함께 ‘안전한 수원시' 만들어 가겠다"
- 2021. 01. 31 20:52 화제
- 염태영 수원시장.다사다난하던 2020년이 지나고 새해를 맞았다. 지구촌 전체가 코로나19로 최악의 한 해를 보낸 가운데 대한민국도 극심한 몸살을 앓았다. 많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심각한 경영난에 휘청거렸고, 적잖은 노동자가 일터를 잃었다. 바늘구멍 같던 일자리는 더욱 좁아졌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희망의 빛은 보인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지금도 밤을 낮 삼아 일하는 사람들 덕분이다. 공무원도 그들 중 일부다. 특히 지역방역체제를 빈틈없이 유지하면서 소외되고 힘겨운 이들을 살뜰히 돌보는 시·군 공무원들의 노력에 힘입어 대한민국은 여전히 ‘사회적 건강함’을 지키고 있다. 이에 지방자치단체 행정을 이끄는 시장·군수들에게서 2021년의 희망을 들어본다. 그 다섯 번째 순서는 염태영 수원시장이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최근 신년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시정 운영방향을 밝혔다. 그 중심은 ‘시민과 함께하는 안전한 도시 만들기’다. 코로나19 방역과 함께 시민 안전을 위한 정책들을 꼼꼼히 추진해 모두가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삶의 터를 조성하겠다는 것. 하지만 ‘시민 안전’은 치안과 보건·복지만의 문제가 아니며, 경제적 안정 등 많은 것이 복합적으로 이뤄져야 가능하다. 그러기에 염 시장은 “정인이 사건과 같은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지역사회의 모든 기관이 협력해 튼튼한 보호체계를 만들고, 위기아동 찾기를 위한 노력을 꾸준히 기울이겠다”며 “△소상공인 특례보증 수수료 지원 △소상공인 맞춤형 컨설팅, 경영환경 개선사업, 업종전환 지원 등 경영안정 지원 △착한 임대인 운동에 참여하는 임대인에게 지방세 감면 △‘수원페이’ 인센티브 10% 제공 △질 높은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소상공인을 보호할 수 있는 여러 지원사업도 벌이겠다”고 전했다. 최근 문을 연 ‘수원시스마트소상공인관’을 염태영 시장이 둘러보고 있다.염 시장이 던진 올해의 시정화두 안민제생(安民濟生), 즉 ‘시민을 안전하게 지키고, 활기찬 경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코로나19 방역이 급선무다. ‘올해 경제정책은 기본적으로 코로나19 위기의 극복 여부에 달려 있다. 확산세를 조기에 잡지 못하면 어떤 경제정책도 펼치기 어렵다’는 것이 염 시장의 확신이다. 이에 수원시는 4개 보건소에 ‘감염병 대응팀’을, 동 행정복지센터에 ‘찾아가는 보건복지팀’을 각각 신설해 현장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와 함께 ‘수원 소셜 밸리’를 조성해 창업 보육 인프라를 구축하고 공동판매장을 설치하며, 무주택 다자녀 가구에 무상으로 지원하는 임대주택인 ‘다자녀가구 수원휴먼주택’은 올해부터 2025년까지 매년 30~35가구 공급한다. 또 △방과 후 돌봄을 위한 ‘다함께 돌봄센터’ 6곳과 국공립 어린이집 9곳 확충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 보행 로드맵 제작 △수원시 사회복지타운 건립 등 모두가 안전한 수원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시책들을 펼친다. 염 시장은 특히 올해를 ‘특례시’의 기틀을 다지는 한 해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수원시는 인구 123만 명에 달하는 대도시다. 그러나 여전히 ‘기초단체’라는 한계에 부닥쳐 행정·재정·사무 등에 관한 권한이 부족하다. 당연히 시민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 단적인 예로 민원만 해도 공무원 1인당 8000여 명의 시민을 감당해야 한다. 업무가 포화 상태다. 천만다행으로 지난해 말 32년 만에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수원시는 이제 ‘특례시’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 물론 특례시가 됐다고 뭔가 당장 바뀌는 것은 아니다. 아직 광역단제와 기초단체 중간의 공식 자치단체로 인정된 것도 아니고, 특례시가 갖는 행·재정적 권한도 명확하지 않다. 이에 염 시장이 올해 세운 목표 중 하나가 ‘특례시 갖추기’다. 염태영 수원시장염 시장은 “특례시가 됐다고 권한이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권한 확보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이를 시민들과 함께 이뤄 가겠다. 그래야 더욱 가치가 있다”며 “무엇보다도 서비스 관련 차별적 요소들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겠다. 자치행정권과 복지서비스 향상, 권한 이양 등 특례 권한 확보에 중점을 두고 도시경쟁력을 높여가겠다”고 밝혔다. ‘시민이 만드는 특례시’를 위해 염 시장은 민간 또는 학계와 머리를 맞댈 수 있는 학술대회와 세미나 등도 계획하고 있다. 아울러 현장의 생생한 의견을 발굴해 정부에 전달하기 위해 수원시를 포함한 100만 이상 특례시(창원·고양·용인)와 ‘공동기획단’을 꾸려 권한 및 책임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특례시의 궁극적 지향점은 ‘수원 시민의 삶의 질 향상’으로, 사회복지·교육·교통안전·도시계획·환경·보건 등 모든 영역에서 지금껏 감수해 왔던 행정적 불이익을 걷어내겠다. 수원시가 만들어 갈 특례시의 모습은 대한민국 행정의 혁신이자 자치분권 역사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123만 시민과 함께 수원시의 100년 미래를 설계하는 2021년을 만들어 가겠다”는 것이 염 시장의 각오다. 한편 염 시장은 수원시 최초의 3선 시장이다. 1년 반 정도 남은 임기가 시장으로 지내는 마지막 시간이다. 이런 가운데 염 시장은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됐다. ‘풀뿌리’ 출신으로는 최초다. 이 때문에 염 시장의 다음 행보가 주목된다. 하지만 염 시장은 “‘시민만 바라보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고 주어진 과제를 풀어내는 데에만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러고 나서 시민들에게 평가받겠다. 어떤 성과를 내는지에 따라 다음 행보가 정해지지 않겠느냐”고 어떤 행보도 예고하지 않았다. 2022년 8월까지 민주당 최고위원으로 일하지만, 당장은 지금 수원에서 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 염태영 수원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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