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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총 17 건 검색)

[골목 내시경]수원 행궁동 골목길(2022. 03. 28 11:38)
2022. 03. 28 11:38 사회
ㆍ18세기와 21세기가 따로 또 같이 경기도 수원의 중심은 어디일까? 수원역을 비롯해 저마다 중심으로 삼는 이유가 있겠으나 대부분은 수원화성(水原華城)을 꼽는다. 그곳에 또 화성행궁(華城行宮)이 있다. 팔달문을 중심으로 동쪽에는 시장의 골목이 줄지어 북적이고, 서쪽 행궁산 기슭으로 공방거리와 행궁동 카페골목이 있다. 젊은이들은 어떻게 그리도 좋은 곳들을 잘 찾아다니는 건지 어디건 그들의 발길이 닿는 곳엔 눈 호강을 하며 느린 산책을 할 수 있는 골목길이 숨어 있다. 수원 화성행궁 일대는 행리단길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수원화성을 높이 꼽는 이유는 여러 실용적인 이유와 역사적 사실이 있겠지만, 왕과 실학자들이 꿈꾼 이상을 구현하려 했기 때문이다. 정조대왕은 “여기에는 나의 깊은 뜻이 있다. 장차 내 뜻이 성취되는 날이 올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의 뜻이 성취된 날이 왔는지는 알 수 없으나, 성이 세워지고 허물어지며 흩어지기를 여러 번 반복한 후 오늘날 오롯이 다시 제모습을 찾았다. 성을 굳이 아름답게 만들 필요가 있겠냐는 질문과 저항에도 정조는 “아름다움이 적을 이기느니라”라는 말을 남겼으니 그 아름다움이 시간의 파괴적인 힘을 이겨낸 것도 사실이다. 무차별의 문화가 매력 수원화성은 효율을 우선으로 꼽는 이 시대에도 아름다웠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러니 장안문이나 팔달문, 화성행궁 등 여러 건물의 아름다움에 대한 의심은 접어도 좋다. 눈을 돌려 가득 들어오는 조선 건축물의 우아함과 효율이 어느 곳보다 무겁게 남아 있다. 비록 근자에 복원했더라도 기록의 민족답게 문고리 모양 하나까지 적어놓은 덕에 옛 모습과 지금의 차이를 구별하지 못한다. 느긋이 행궁터를 걸어도 좋고, 팔달산 비탈 기슭을 걸어 올라가 산자락의 봄바람을 만끽해도 좋을 만큼 일대는 행락의 여유와 운치를 준다. 팔달문 일대는 여러 시장이 복합적으로 연결돼 있다. 젊은 순례객들이 다녀간 다음에는 길이름이 남는다. 화성행궁 주변 행궁동 일대에도 행리단길이라는 이름이 남았다. 전국의 많고 다른 ‘~리단길’에 비해 행리단길은 조금 고풍스럽고 한가롭다. 간간이 골동 가게도 보이고, 손으로 만든 장신구를 만드는 공방도 숨어 있다. 그런 가게에서도 비단에 쪽으로 물을 들인 하늘하늘한 스카프를 판다. 일품이다. 적도 인근에서 건너온 커피 향기를 맡을 수 있고, 보성 비탈에서 이슬 먹고 자란 작설차도 즐길 수 있다. 물론 달곰한 자판기 커피도 만날 수 있다. 베트남 쌀국수집도 눈에 띄고 태국 음식점도 보인다. 젊은 취향의 가게들이 주를 이루나 노숙한 분위기의 가게들도 곳곳에 숨어 있다. 자기가 속한 문화의 테두리 안에서 차별 없이 즐길 게 많다는 이야기다. “이리 오너라!”를 외쳐야 할 듯한 옛 문화의 흔적이 있고, 길거리 춤판이 벌어져야 할 듯한 자유분방함도 함께 느낄 수 있다. 행리단길의 매력은 그 턱 없는 무차별의 문화에 있다. 화성행궁 바로 옆 행리단길의 주된 좌표로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이 있다. 현대미술 작품을 엄선해 전시하는 공간이라 그 자체가 행궁의 조선 건물과 대비돼 시간과 공간과 문화가 섞인 묘한 경계를 보여준다. 행리단길을 목적 삼아 걸어도 좋고, 미술관을 목표 삼아 찾아가도 좋다. 무심히 스쳐 행궁의 반듯한 가로를 걸어도 나쁠 게 없는 길목이다. 길을 따라 18세기와 21세기가 따로 또 함께 있으니 이야깃거리도 많은 골목이다. 팔달문시장은 현대화로 잘 정비된 시장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평지길 아래 골목은 젊은이들에게 넘겨주고 노장들은 팔달산 비탈길을 거슬러 올라간다. 삶의 우여곡절을 다 겪은 후라 굴곡 없는 곧은길은 그다지 재미가 없다는 듯 비탈을 걷는다. 이제 봄물이 한창 오른 숲은 새순이 하늘을 향해 치오르고 산수유는 진작 꽃망울을 터뜨렸다. 생강나무며 조팝나무가 꽃을 보여준다. 산길의 보석이라 눈으로 줍고 부지런히 또 산을 오르는 이들의 모습이 온산 가득하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통닭골목 정조대왕의 효심 이야기도 좋고, 화성행궁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일도 갸륵하지만, 인간사는 먹고사는 일로 시작해 끝을 맺는다. 장안문과 팔달문을 가로지르는 정조로를 사이에 두고 수원천을 따라 동쪽 편은 온통 시장통이다. 그중 몇몇 시장 골목은 명성이 전국에 뻗쳐 있다. 통닭골목은 이미 방송에도 수차례 소개됐을 만큼 통닭 메뉴가 골목을 지배하고 있다. 통닭골목에서 내세우는 닭은 가마솥에 튀겨낸 옛날통닭. 별다른 튀김옷을 입지 않아도 식용유에 튀겨낸 닭은 고소하고 쫄깃하다. 골목 안 통닭집은 대충 잡아 10여곳. 저녁장사 준비를 위해 이것저것 살피던 통닭집 주인은 “아무리 유명해도 장사가 예전만 못하다. 우선 저녁일 끝나고 모여 맥주에 닭 한마리 뜯고 가는 재미를 누리지 못하니 어쩔 도리가 없는 일 아니겠냐”며 말을 흐렸다. 시장을 따라 한두집 있던 통닭가게가 골목을 이룰 정도로 번성했으나 이젠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 된 듯하다. 닭의 잘못도 사람의 잘못도 아닌 애꿎은 세월의 탓으로 삼을 밖에 도리가 없는 일 아닌가 싶다. 행리단길 일대는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다양하다. 통닭골목을 빠져나오면 농기계 수리상과 종묘상들이 눈에 띈다. 때를 놓치면 한 철을 접어야 하는 것이 농사일이라 이것저것 농기구를 챙기고 씨앗을 살피는 농부들의 모습이 분주하다. 곁들여 봄을 뽐낼 화분을 구하려는 주부들의 모습도 다양했다. 누군가는 지금 당장 일이 급하고, 어떤 이에게는 한 철 농사일이 긴요하다. 시간이 흘러가는 폭은 저마다 닥친 일에 따라 달라지는 모양이다. 한 철은커녕 하루하루를 때워야 살 수 있는 이들에겐 그마저 남의 밭에 고랑 파는 일일 뿐이다. 전통과 현대가 잘 어우러진 모습을 볼 수 있다. 수원 일대에도 가내공업 수준의 의류 공장들이 꽤 있는 듯, 재봉틀 가게들이 눈에 보인다. 의류 관련 기계를 팔고 원자재와 부자재 가게도 있다. 지동교 다리 건너 수원천을 건너면 지동시장이 있는데 이곳은 순대국밥으로 유명한 골목이다. 갖가지 순대를 곁들여주는 순대정식과 국밥은 예전 장이 열릴 때면 이곳에 들러 국밥 한술 뜨고 탁주 한잔 마셔야 장보기를 마쳤다고 한다. 지동시장에 육류 도매시장이 있는지라 그 사이사이 국밥집과 순대 전문식당이 있는 건 당연하다고 했다. 수원천을 따라 양곡 상가가 보이고 미나리광시장이 있다. 아마 예전 이곳 천변 습지에 미나리꽝이 있었겠거니 짐작할 뿐이다. 젊은 취향의 가게와 문화 중심지가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 못골 종합시장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수원천을 건너면 팔달문시장이 나온다. 팔달문시장은 현대화를 마쳐 잘 정비된 모습이다. 가로세로 골목마다 가게 호수가 잘 정리돼 있고 파는 물건들도 꽤 품질이 높아보였다. 30년차 옷가게 주인은 “주말에는 매우 바쁘고 평일에는 사람 구경이 힘들 때도 있다. 다들 어려워도 힘내면서 살아가고 있지 않냐. 그렇게밖에 살아갈 줄 모르는 팔자니까 없는 힘도 만들어서 산다”고 했다. 철이 어중간해 겨울옷은 이미 끝났고 봄옷도 기다려 봐야 할 것 같다며 “세월 가는 것이 아무리 지겨워도 겨울 가기 무섭게 여름은 또 금방 온다”고 웃었다. 깔끔하게 정비된 팔달문시장 시장 공터에 햇보리순을 끓여 나눠주며 권하는 장사꾼이 보인다. 종이컵에 넉넉히 따라주며 “팔다리 저리고 힘없고 허리 아프며 무릎 쑤시고 아침에 잘 못 일어나면 이것이 직방이다”는 그의 말에 솔깃했으나 생각보다 맛이 없어서 빈 컵을 들고 조용히 물러섰다. 그래도 장 구경 끝난 노인들과 호기심이 발동한 젊은이들이 꾸준하게 종이컵을 받아 마시며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언론의 자유를 외치기 시작한 곳이 아마도 장마당은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통닭골목은 아직도 10여곳의 통닭집이 명성을 보이고 있다. 시장통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곳은 역시 과일과 채소를 파는 가게다. 1000원짜리 한장에 푸성귀 한다발을 살 수 있고, 고르는 실력에 따라 실한 과일도 헐값에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젊은 장사꾼은 느긋하고 오히려 나이 든 장사꾼들이 급하게 손님을 잡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젊은 가게 주인은 “물건이야 사는 사람 마음이지 파는 사람 마음대로 팔 수 있나? 그냥 전 벌려 좋은 물건 놓아두고 사주기를 바라니 느긋하게 장사해도 큰 차이가 없다”고 이야기했다. 손님과 싸우듯 악을 쓰며 전쟁을 벌여도 결국 남는 건 큰 차이가 없다는 게 달관한 그의 장사 경험이다. 그럼에도 시장에는 늘 다툼이 그치지 않는다. 길을 걷다 부딪혀도 악을 쓰고, 물건값을 놓고 치열하게 싸운다. 그렇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믿는 이들도 있고, 어차피 복은 정해져 있다고 믿는 느긋한 사람들도 있다. 그 물음에 대한 결정된 답이 없기에 인생은 늘 복잡하고 어렵게 마련이다. 어느 편에 서서 세상을 봐야 갈피를 잡을 수 있을는지 오늘도 헤매야 한다. 팔달문시장 안쪽으로 깊이 들어가니 여느 중소형 백화점과 다를 바 없었다. 군데군데 아주 값싼 카페가 보이고 특대형 사이즈의 옷을 파는 독특한 가게라든가, 다른 곳에서 보기 어려운 장식품 가게 등이 눈에 띄었다. 팔달문에서 지동 일대가 시장통인데도 이 도시는 시장이 부족해보였다. 한낮에도 사람들은 시장으로 몰려오고 무엇인가를 사들고 또 자기 사는 곳으로 돌아가고 있다. 시장에서 사과 한알이라도 골라 살 수 있는 시절은 그래도 최악은 아닌 셈이다. 시간의 호리병이 있고, 그 안에 구분 없이 모든 걸 넣어뒀다가, 문득 필요한 게 있으면 병 안을 뒤져 찾아내면 되는 곳, 팔달문 일대 화성행궁과 시장 골목이 보여주는 모습이다. 정조대왕이 꿈꿨던 이상이 무엇인지 역사의 혜안이 부족해 알 수 없으나, 그가 만든 아름다운 건축물은 일제강점기와 전쟁을 거친 파괴에도 다시 살아남았다. 그 안에 “아름다운 것이 적을 이긴다”는 왕의 주장이 살아 있다. 민주주의 시대를 겪으면서 모든 국민이 아름다운 시절을 꿈꾼다. 모두가 아름다워져 세상의 부조리와 불합리를 이길 수 있고, 꿈의 좌절을 극복할 힘을 얻게 되기를 바란다. 정조대왕이 꾸었던 꿈의 조각들을 행궁동 골목길을 걸으면 만날 수 있다. 골목길을 빠져나올 때 우리가 꿈꿀 내일의 가치가 모두에게 뼈저리게 다가갈 수 있다면 좋겠다.
골목 내시경
[언더그라운드 넷]수원역 ‘꿈의궁전’ 모텔 괴담, 진실은(2021. 08. 30 11:05)
2021. 08. 30 11:05 사회
“팔 없는 게 수원역 괴담이 떠오르네.” 8월 24일, 한 커뮤니티에 달린 댓글이다. 리얼돌인데 리모컨을 누르면 동작하는 영상을 두고 한 말이다. 수원역 괴담? 유명한 이야기다. 아무래도 여름이 되다 보니 이 도시 전설급 고전 이야기가 리바이벌되는 모양이다. postshare 발단은 2010년 9월. 이종격투기 커뮤니티에 한 회원이 자신이 1990년생 대학교 2학년생이라며 동대구역 인근에서 “3만원에 놀다 가라”는 매춘호객 권유를 받았다는 글에 달린 댓글이었다. 여기에 ‘드리프트’라는 닉네임의 회원이 “팔다리 없고 얼굴은 전지현보다 예쁜 여자가 가방에 실린 채로 들어올 수도 있다”라며 2001년 자신이 군대 상병휴가 때 겪은 경험담이라고 밝힌 글을 올리면서다. 어떤 아저씨가 “2만원에 해주겠다”는 말에 혹해 들어가 보니, 잠시 후 그 아저씨가 여행용 가방을 들고 방에 들어왔는데, 그 안에서 얼굴도 예쁘고 머리도 긴 여자가 생글거리며 웃고 있었다는 것. ‘어떻게 가방 안에 들어갔지?’라고 생각하는 찰나 여성의 팔다리가 없다는 걸 알고 깜짝 놀라 도망쳐 나왔다는 이야기다. 10년 넘게 사실처럼 유통되고 있는 이 수원역 괴담에서 특이한 점은 위 ‘팔다리 없는 여성’이 목격된 구체적인 장소가 거명된다는 점이다. ‘꿈의궁전’이라는 모텔이다. 실제 포털지도 등에서 검색해보면 수원에서 같은 이름의 모텔이 두곳 나온다. 정말 그곳에선 저런 매춘이 이뤄지고 있을까. 두곳 중 그나마 수원역과 가까운 곳이 인계동에 있던 꿈의궁전이다. ‘있던’이라고 쓴 것은 지금은 리모델링을 해 다른 모텔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이나 여러 유튜브 채널에 올라와 있는 대부분의 이 괴담 관련 사진은 리모델링하기 전 모텔 사진이다. “괴담이라고요?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듣습니다.” 과거 꿈의궁전이 있던 자리에서 현 모텔을 운영하는 관계자의 말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자신들은 현재 이름의 모텔로 리모델링한 상태에서 매입했기 때문에 “이전에 있던 모텔이 어떻게 운영됐는지는 일절 들은 바 없다”는 것이다. “글쎄요. 진짜 그런 일이 있었다면 이슈가 됐을 텐데 전혀 그런 일 없었습니다.” 성매매 집결지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수원시청 여성정책과 관계자의 말이다. 이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이 괴담장소로 지목하고 있는 인계동의 경우도 실제 수원역에서 차로 10~15분 떨어진 거리에 있는 만큼 애초 2010년 버전의 괴담도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경우”로 보인다는 것이다. 그 역시 “꿈의궁전 괴담은 처음 들어봤다”며 과거 20년 넘게 현장 업무를 담당한 소장에게 문의해보고 다시 연락을 주기로 했다. 그리고 마침내 돌아온 답. “그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본인이 관심을 가질 정도의 이야기는 아니라고 하네요.” 본인이 관심을 가질 이야기가 아니라는 말은? “이게 사실일까, 하고 찾아볼 정도의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는 겁니다.” 말 그대로 괴담일 뿐이라는 이야기다. 그는 “장애가 있는 분이 사회생활로 돈 버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그런 직업을 갖는 경우는 더러 있었고, 과거 지적 장애가 있는 여성피해자 케이스가 없진 않았다”라며 “그런 종류의 이야기가 과장·와전돼 퍼지면서 이른바 수원역 모텔 괴담이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한다”고 덧붙였다.
언더그라운드 넷
[언더그라운드 넷]수원 벤틀리 사건 차주 “‘합의 없다’ 말한 적 없다”(2020. 04. 24 15:41)
2020. 04. 24 15:41 사회
“아침 6시가 되니 잠잠해지더라고요. ‘술 깼느냐’고 물어보니 ‘깼다’길래 조사해도 되겠냐고 하니 ‘해도 된다’고 답하더군요. 조사하고 7시 20분에 귀가조치했습니다. 아, 물론 아직 피의자 신분입니다.” 경찰 관계자의 말이다. 페이스북 영상 캡처 경기 수원 인계동의 유흥가 밀집지역, 속칭 ‘인계박스’ 지역에서 대학생 ㄱ씨가 주취난동을 벌였다. 누군가가 휴대폰으로 찍은 그의 행각은 주말 인터넷을 달궜다. 영상을 보면 심야시각 거리인파에 옴짝달싹 못 하고 서 있는 한 외제차를 한 남성이 발길질하며 시비를 걸고 있다. 한눈에 봐도 만취 상태다. 그 사람을 걱정하는 사람도 있지만 난동을 독려(?)하는 구경꾼들의 응원구호에 묻힌다. 한 누리꾼은 이렇게 품평했다. “이 사람 평생 노예계약 각.” ‘노예계약’이라고 이야기한 건 차량보험으로 감당 안 되는 수입 외제차의 천문학적 수리비 때문에 나온 말이다. 그가 발로 찬 차(벤틀리)는 그중에서도 최상급이다. ‘가오가 육체를 지배했다’는 말도 나온다. 술김에 주변 사람들의 충동질에 용기를 과시했다 ‘폭망’했다는 정도의 뜻일 것이다. 자신도 돈이 없는데 자기 또래의 젊은이가 벤틀리를 모는 것을 본 흙수저의 ‘열폭’? “그걸 자기도 모르겠다는 겁니다. 친구 2명과 같이 술 먹고 있었는데 친구들은 어디 가고 왜 자기 혼자 차를 차고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경찰 관계자 말이다. “댓글 단 사람들의 추측처럼 제가 그렇게 돈이 넘친다면 수리비도 안 받겠죠. 그냥 열심히 일하는 사람입니다. 금수저나 스포츠토토 같은 거 하는 사람 아닙니다.” 4월 20일 기자와 통화한 벤틀리 차주 ㄴ씨(25)의 말이다. 그는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사실 확인이 안 된 엉뚱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온다”고 했다. ‘차주가 선처 없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대표적인 예라고. “수원의 익명 제보 사이트에 누군가 나를 사칭하면서 그런 글을 올렸습니다. 항의했어요. 내가 쓴 글도 아닌데, 저라고 주장한다고 그렇게 실어주면 됩니까.” ㄴ씨는 “차를 좋아해 열심히 돈을 모아 샀다”고 덧붙였다. 그는 “ㄱ씨와는 전화통화만 했을 뿐 아직 만나지 않았다”며 “가급적 최소한의 수리비만 받고 합의하는 방향으로 끝내고 싶다”고 밝혔다.
언더그라운드 넷
[골목내시경]수원역전 골목-아시아 음식 맛보고 싶은 사람 어서 오세요(2020. 02. 03 16:32)
2020. 02. 03 16:32 문화/과학
수원역은 경기 남부지역의 교통 요충지다. 경부선과 분당선이 지나고 역전에는 80개 이상의 버스노선이 통과한다. 북적이고 번잡하고 소란하다. 사람과 물자가 모이고 흩어진다. 그러니 수원역전의 골목도 그만큼 복잡하고 다채롭다. 5일장이 서던 수원역전 매산시장은 다문화 시장 골목이 됐다. 수원역 앞을 직선으로 그은 매산로를 두고 남쪽과 북쪽의 골목길은 극단적으로 다르다. 남쪽의 매산시장 일대 골목길은 다국적과 다문화의 정점에 이르렀다. 경기 남부지역 일대의 공장지대는 이주노동자가 없다면 하루도 돌아갈 수 없다. 멀리서 일하러 온 이들을 위한 다양한 공간이 골목을 채우고 있다. 대충 봐도 러시아·중국·몽골·방글라데시·베트남·태국·네팔·인도·미얀마·라오스·캄보디아·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식당이 문을 열었고, 그들을 위한 술집과 노래방까지 성업 중이다. 가히 아시아 대륙의 모든 문화를 이 골목 안에서 엿볼 수 있다. 나라별 노동자를 위한 휴대폰 가게며 환전소와 송금 영업소까지 번창하고 있다. 휴일이면 가게마다 삼삼오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이주노동자들로 성시를 이룬다. 5일장이 다문화 시장으로 변신 고향에 물건을 보내기 위해 무역사무실을 찾은 네팔 출신의 마헨드라는 한국생활 3년차다. 경기 화성의 접착공장에서 일하고 있고 벌이도, 근무여건도 나쁘지 않다고 했다. 네팔에서 배워왔다는 그의 한국말 실력은 능숙했다. 그는 “지금 일하는 곳에서 5년 더 일할 수 있다. 그 후에도 한국에서 계속 일할 계획이다. 이제까지 일하는 공장을 바꾸지 않았기 때문에 일터를 바꾸면 또 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고 한다. 가끔 외롭고 처자식과 부모형제가 보고 싶을 때는 화상통화를 한다고 했다. 한국에서 버는 돈이 고향을 떠나온 모든 어려움과 아쉬움을 덮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휴일이면 이곳에 와서 친구도 만나고, 고향 소식도 전하고, 입맛에 맞는 음식도 먹을 수 있어 좋단다. 무엇보다 일자리 정보를 가장 빠르게 듣고 불이익이 생기면 대처방법도 배울 수 있어서 그들에게 이 골목은 소중한 요람이다. 아시아권의 각종 식자재를 파는 식품점들이 다양하게 있다. 매산시장 골목에 다문화 식당들이 자리를 잡은 것은 대략 10년 정도 됐다. 이주노동자들이 하나둘 자리를 잡으면서 오일장인 매산시장은 어느새 다문화 시장으로 변했다. 수원시에서도 이 골목을 다문화 거리로 지정했다. 처음에는 조선족과 중국인들이 들어오고, 결혼으로 이주한 베트남 주부들이 모이는 식당이 들어섰다. 강산이 변한 10년 동안 다양해진 이주노동자들의 판도를 따라 이제는 아시아 대륙의 거의 모든 식재료와 음식 그리고 교역품들을 찾아볼 수 있다. 국경을 넘지 않고서도 쑹화강반점에서 만주식 옥수수랭면을 먹거나 얼큰한 옌볜식 개장국을 땀 나게 먹을 수 있다. 미얀마 식당에서 샨족의 쌀국수를 먹을 수도 있고, 러시아 식당에서 튀긴 고기만두인 사모사로 배를 채우고 깔바사 소시지를 안주로 보드카를 즐길 수 있다. 이 골목에서 베트남 쌀국수는 난이도가 낮은 순한 맛이다. 시장거리에서 파는 식자재들도 흔히 보기 힘든 것이 많다. 큰 함지박 안에는 겨울인데도 동면에 들 수 없는 개구리들이 살아서 버둥거린다. 뭐에 쓰느냐고 묻자 “훠궈로 먹으면 별미”라고 답한다. 그 옆 고기요릿집에서 파는 음식은 삶은 돼지 혀를 비롯해서 흔히 보기 힘든 재료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술 한잔에 얼굴이 불콰해진 중년의 남성은 “이게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른다”며 돼지 혀를 사갔다. 중국식 빵집에서는 끼니로 먹는 큰 꽈배기와 꽃빵을 팔고 있다. 꽈배기도 ‘우유꽈배기·고구마꽈배기·꿀꽈배기·부드러운 꽈배기’ 등 종류가 많다. 부부가 꽈배기를 사가면서 “두유나 우유와 함께 먹으면 맛있다”고 설명한다. 빵가게 주인은 중국 헤이룽장성 출신으로 한국에 온 지 20년이 됐다고 했다. 처음에는 식당 주방보조로 그릇 닦는 일부터 시작했다가 파출부며 건설현장 잡부를 거쳐서 빵집을 냈단다. 장사도 잘되고 한국에 집도 샀다고 자랑한다. 이주노동자를 위해 송금서비스와 각종 편의를 제공하는 서비스 업체들이 있다. 중국인과 조선족들은 매산시장 골목에서 활착에 성공했다. 거리의 반은 옌볜 요리집이고 중국 식재료상들이다. 골목을 오가는 이들과 흥정하는 소리도 중국말이거나 옌볜식 억양이 거셌다. 초창기에 자리 잡은 이들은 벌써 집도 두어 채 샀고, 가게도 번창하거나 다른 사업에도 손을 댔다고 한다. 자신이 자리를 잡으면 가족을 데려오고 친척과 이웃까지 불러들여 세력을 넓히길 반복하고 있다. 아마도 그들의 선대는 희망을 찾아 압록강과 두만강을 건너 메마른 광야에서 삭풍을 견뎌내며 뿌리를 내렸을 테고, 그들은 다시 대를 건너 이곳까지 흘러와 자리를 잡고 제 살 곳을 만들었으리라. 흥안령 아래 황무지거나 수원역전 매산시장 골목길이거나 비 피할 지붕 아래서 두 다리를 뻗고 한 끼 밥을 배불리 먹을 수 있다면 그곳이 고향이 되고 살 만한 땅일 것이다. 현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다양한 음식들이 있다. 옌볜요리집과 중국 식재료상이 절반 대부분 공장에서 일하거나 간혹 농장에서 일하는 다른 지역의 이주노동자들과 달리 중국 출신 노동자들의 일자리는 그 폭이 넓고 깊다고 한다. 그들은 우리 사회에서 노동이 필요한 대부분의 일터에 스며들었다. 예전에는 식당에서 일하는 이들이 많았다면 요즘엔 일용직 건설노동자로 일하는 이들이 늘었다고 했다. 골목 안에는 중국인 건설노동자들을 위해 작업복이며 안전용품을 파는 가게까지 생겼다. 나이든 여성들은 간병인으로 일하는 것이 인기라고 한다. 일정한 교육을 받고 자격을 얻으면 일거리는 널려 있다고 했다. 60대의 조선족 여성은 “몸이 못 따라서 그렇지 일은 많다. 병원에서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니까 일도 그다지 고되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그도 아이 돌보는 일을 하다가 간병인으로 일한단다. 병든 이를 돌볼 일손마저 이제는 이주노동자들에게 맡겨야 하는 시대가 됐다. 어쨌든 고마운 일이다. 이 골목의 노래방 또한 다문화를 실감할 수 있다. 베트남 사람이 하는 노래방엔 베트남·캄보디아·미얀마·인도네시아·필리핀·말레이시아·인도·러시아·태국·일본·몽골·방글라데시·중국·포르투갈·스페인 노래까지 망라돼 있다. 요즘 이 골목에서 약진하는 세력은 미얀마 사람들이라고 한다. 주류를 차지한 중국계 상점과 굳게 뿌리내린 베트남 가게, 은근히 세력이 확장되는 네팔인들을 뒤쫓아 미얀마인들이 치고 올라오고 있단다. 둘러보니 미얀마 식당이 벌써 서너 곳 생겼고, 그들을 위한 주점과 노래방도 생겼다. 골목 안에서 알게 모르게 세력의 영향력이 늘고 줄고 하며 보이지 않는 긴장이 있다고 했다. 요즘 미얀마 쪽 이주노동자들이 많아졌고 그에 따라 상권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골목 안 부동산엔 3개월짜리 단기 월세방 매물이 많았다. 1년 이상의 장기계약은 드물고 이주노동자들은 단기 임대를 선호한다고 한다. 역전이라 임대료는 그다지 싸지 않았지만 그럭저럭 이해할 만한 가격의 매물들이 많았다. 건물주들도 몸만 들어왔다가 그대로 나갈 수 있도록 시설을 갖추어 임대하는 것이 유행이란다. 일자리를 찾아 멀리까지 떠나야 하는 노동자들에게 한 곳에 깊은 뿌리를 박고 살아간다는 것은 사치일 수도 있겠다. 매물은 많고 금세 왔다가 금세 떠나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 로데오 거리는 유행을 좇는 젊은이들로 활기에 찼다. 역전의 특성대로 아주 깊은 골목 안엔 붉은 등의 야릇한 여인숙과 검은 가리개 안에 정체를 짐작할 만한 주점들도 점점이 자리 잡고 있다. 행인을 향해 노골적으로 수작을 거는 늙은 포주의 모습은 볼 수 없지만 그래도 요상한 분위기는 좁고 깊은 골목 안에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 붉고 흰 신장대들. 천상의 선녀와 구름 위의 도사들이 속세를 위해 문을 열고 운세를 점쳐주는 점방들이 줄을 잇고 있다.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의 주변엔 신을 파는 이들도 옹기종기 살아간다. 다문화 거리가 된 매산시장 일대의 골목길과 달리 매산로 건너 북쪽 골목은 화려하고 활기차다. 소위 로데오 거리라는 수원역전 우체국 주변 골목길은 유흥을 찾는 젊은이들이 몰려든다. 옷과 화장품과 술과 음식과 놀이가 골목 가득하다. 때때로 버스킹 공연도 벌어지고 난장도 열린다. 이주노동자 중 젊은층은 매산시장 쪽이 아니라 길 건너 이쪽 골목에서 논다고 한다. 가로정비사업으로 예산을 쏟고 있다더니 보이는 정경은 확실히 건너편과는 달랐다. 젊은이들이 몰리는 만큼 북적이고 살아 있는 모습이다. 매산로 북쪽 골목은 로데오 거리 로데오 거리가 새로운 유행의 중심이 됐지만 그 어귀에는 예전 수원역전의 풍광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역전의 길손을 맞는 국밥집들이 길게는 오륙십 년의 이력으로 아직도 문을 열고 있다. 지금은 없어진 수인선 협궤열차를 타고 소래포구로 소금이며 생선을 떼다 팔던 장사꾼들도 그 국밥집에서 뜨듯한 국물로 배를 채우고 하루를 살러 길을 나섰을 것이다. 기찻길이 사라져도 국밥집은 아직도 문을 열고 있다. 수원역전의 국밥집들은 푸짐하고 깊은 맛이 있다. 로데오 거리를 지나 골목을 더 깊이 들어가면 위태로운 장면을 만나게 된다. 긴 유리문과 대낮에도 붉은 등. 수원역이 개발되고 주변에 백화점이 들어서면서, 아파트가 들어서고 땅값이 오르면서 이곳 붉은 등의 집창촌 골목은 애물단지가 됐다. 보기 싫은 상처거나 감추고 싶은 아픈 생채기로 남았다. 이 일대의 정비사업을 열심히 추진한다는 데 지주와 업소와 그곳에서 일하는 이들의 저항도 거세고 시비와 진통도 크다. 골목 안 사정은 복잡하고 심란하다. 금융위기 이후 세상은 많이 달라졌다. 직업도 일터도 일하는 이들도 그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환경 속에서 살아야 한다. 가장 많이 듣던 이야기가 세계화이고 노동시장의 국경은 허물어졌다. 평소에는 그다지 실감하지 못하나 공장지대나 이주노동자들의 거점지역을 둘러보면 이전과 달라진 시대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 곁에 저 멀리 히말라야의 산자락에서부터 안다만해역의 낯선 이웃까지 일자리를 찾아와 함께 일하며 살아간다. 그들은 노동을 팔 뿐더러 자신의 음식과 문화도 함께 들여와 선보인다. 역전 골목에서 국밥뿐 아니라 방글라데시의 무글라이 파라사라는 낯선 이름의 요리도 먹을 수 있고 파키스탄식 꼬치구이도 맛볼 수 있다. 문화는 풍요로워지고 나의 부족함은 누군가가 채워주고 있다. 수원역전 골목길에서 그런 모습들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는 담장은 낮아지고 이웃이 넓어진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인도네시아의 음식을 맛보고 싶다면 수원역전 골목길로 가자.
골목 내시경
[주목! 이 사람]탈핵교수모임 이원영 수원대 교수 “핵발전소는 국민주권의 문제”(2016. 07. 12 10:26)
2016. 07. 12 10:26 사회
/ 김윤중 기자 지난 5일 울산 동구 인근 해역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했다. 한반도 기상관측 사상 5번째로 규모가 큰 지진이었다. 인명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울산·기장에 원전이 밀집해 있어 아찔한 상상을 하기에 충분했다. 이원영 수원대 교수(도시부동산학과)도 간담이 서늘해진 사람 중 한 사람이다. 그는 12일 부산 경성대에서 열리는 핵발전소 안전대책포럼에서 ‘핵발전소 위험과 국민주권’이라는 주제로 기조발제를 한다. 이 교수는 2011년 결성된 탈핵교수모임의 일원이다. 이 교수는 “핵발전소는 문제가 터지면 국경과 세대를 초월해 영향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핵발전소의 설치와 관련해 핵폐기장의 입지를 제외하고는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없었다”면서 “국민주권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전소 운영은 산업자원부가 담당하며, 원자력 관련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와 국무총리실 산하 원자력진흥위원회가 담당한다. IAEA의 원자력 ‘진흥’과 ‘안전감시’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을 분리하라는 권고에 따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생겼지만 행정부(대통령) 산하 기구인 데다 폐쇄적 전문가 그룹으로 이뤄져 있다. 최근 원안위의 심사를 거쳐 신고리 원전 5·6호기의 신규 건설이 결정됐다. 이 교수는 원자력 관련 이슈를 신규 원전 승인 및 건설, 원전의 운영 및 감시, 해체 및 폐기, 재난 대처 네 가지로 나누고, 행정부 외에 입법부·지방정부·사법부·시민사회가 4단계에 모두 개입하도록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는 해외 사례를 발표할 계획이다. “독일의 경우 ‘4개의 눈’이라는 원칙이 있어, 지방정부가 원전 설립을 허가할 때, 원전 사업자와 하청업체가 계약할 때 ‘독립된 전문기관’이 별도로 이 과정을 감시하도록 돼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의회에 과학기술 선택평가국을 두고 핵 관련 이슈에 대해 총괄적 보고를 받구요. 미국의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한국 원안위와 외형적으로 유사해 보이지만 대통령이 연방 상원의회 승인을 받아 위원들을 임명하고, 연방의회가 NRC 내부 감사기구의 예산을 편성하는 등 독립적 활동을 보장합니다. 스웨덴은 환경재판소가 인·허가에 개입하며, 일본은 지방자치단체에 승인 권한이 있습니다.” 행정부가 모든 과정을 독점하는 한국과는 대조적이다. 그는 “탈핵교수모임은 20대 국회 출범을 맞아 국회 내 원전안전감시기구를 두는 방안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2014년 1월 해직됐다. 수원대가 교비를 전용해 이인수 총장의 사돈 일가가 운영하는 TV조선에 50억원을 투자하는 등 학내비리를 고발한 교직원 6명이 함께 해직·계약만료 통보를 받았다. 이 교수는 1·2심 모두 법정에서 부당해고를 인정받았지만 실적미달을 이유로 최근 또다시 재임용 불가 통보를 받았다. 이 교수는 “해직된 이후 자유로워져서 사회활동을 더 열심히 하게 됐다. 법원 판결로 체불임금도 지급받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학교는 학생들의 등록금을 받아 운영되므로 시간이 지날수록 설립자 일가의 목소리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낙관했다. 다만 해결을 위해서는 “폐쇄적 사학 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사립학교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학 문제든, 원자력 안전 문제든 조직이 ‘공공성·개방성’의 원리에 따라 운영되고, 구성원의 ‘주권’이 실현되느냐 여부가 핵심인 셈이다.
주목! 이 사람
[총선 격전지-수원 갑]경기도 정치 1번지 여야 ‘시소게임’(2016. 01. 11 18:16)
2016. 01. 11 18:16 정치
ㆍ16대부터 19대까지 2승 2패 번갈아 당선… 서로 “장담 못해” 경기 수원시 갑 선거구는 경기도의 ‘정치 1번지’라 불린다. 새누리당도 더불어민주당도 절대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지역이다. 지난 16대 총선부터 19대 총선까지 선거 때마다 양쪽이 번갈아 당선됐다. 16대에는 새누리당 박종희 전 의원이, 17대에는 당시 열린우리당 심재덕 전 의원이 당선됐다. 18대에서 박종희 전 의원이 다시 이겼고, 18대 재·보선과 19대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찬열 의원이 당선됐다. 이찬열 의원이 수성할지, 새누리당의 박종희 전 의원이나 김상민 비례대표 의원의 도전이 성공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곳이다. 공천을 앞두고 있는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박 전 의원과 김 의원 간의 공천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박 전 의원은 이 지역에서 재선에 이어 3선을 노린다. 새누리당 제2사무부총장직과 함께 수원 갑 당협위원장직을 맡고 있는 박 전 의원은 ‘친박’의 좌장격인 서청원 의원을 비롯해 친박계의 지지를 두루 받고 있다. 그 덕택에 총선 공천의 예비 라운드라 할 수 있는 당협위원장 선정과정에서 김 의원을 제치고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대표적 청년 정치인인 김상민 의원도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이른바 ‘박근혜 키즈’라는 이름 아래 든든한 후원을 받아 비례대표로 원내에 진출한 김 의원이 당내 공천룰에 따라 박 전 의원을 제칠 여지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의 장안구청 사거리 전경. / 김태훈 기자 새누리, 박종희·김상민 공천 경쟁 치열 더불어민주당에서도 현역의원인 이찬열 의원과 이재준 전 수원시 부시장 간의 대결이 예정되어 있지만 이 의원이 후보로 나설 가능성이 가장 유력하다. 18대 총선에서는 박 전 의원에게 패했던 이 의원은 2009년 재·보선과 19대 총선에서 손학규 전 대표의 지지를 받아 당선되며 지역에서 입지를 다져 왔다. 인덕원~수원 간 복선전철과 수원 KTX사업 등을 추진하기 위해 국회 상임위를 국토교통위로 여러 차례 바꿔서 돌아온 사실이 지역에서 호응을 얻었다. 가장 유력한 세 인물 간의 대결은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의 인연으로 얽혀 있는 박 전 의원과 이 의원 사이에 새로운 인물인 김 의원이 틈을 노리는 양상을 띠고 있다. 박 전 의원은 손 전 지사의 비서실장을 지냈고, 이 의원은 경기도의회 의원을 거쳐 2007년 손 전 지사와 함께 한나라당을 탈당한 바 있다. 그래서 특히 박 전 의원과 이 의원은 서로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여야 양쪽의 지지가 비등하게 나타나는 지역답게 수원 갑 유권자들은 20대 총선에서 지지할 후보나 정당을 콕 집어 드러내지 않는 분위기였다. 대규모 아파트단지인 한일타운 아파트를 끼고 있는 장안구청 네거리 주변에서 만난 주민들은 양당의 출마 예정자들을 저울질하고 있었다. “박종희, 이찬열은 의원을 했던 분들이니까 알고 있고, 김상민 그 양반도 젊은 사람이 이번에 여기 지역구로 나온다는 건 알고 있어요. 주변 사람들은 대체로 새누리당 쪽으로 약간 기우는데, 인물만 보면 이찬열 의원이 그동안 못한 건 아니라서….” 수원시청 근처 인계동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다는 정현오씨(47)는 아직 어느 쪽으로도 마음을 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산층 주민들의 비중이 높은 편인 정자지구 일대 아파트 단지에서도 여야에 대한 지지는 비등하게 나왔다. 다만 좀 더 참신한 인물에 대한 기대를 표현하는 주민들이 많았다. 주부 이원의씨(41)는 “당을 보면 새누리당이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민주당 쪽으로 찍을까도 싶고, 좀 더 새로운 사람이 나오면 좋을 것 같아서 김상민 의원이 나오면 찍을 생각도 있고 반반이다”라고 말했다. 이 지역 아파트 상가에서 자영업을 하는 민훈기씨(50)는 “야당이 갈라져서 싸우는 꼴 때문에 야당 찍기가 싫어졌지만 혹시라도 좀 더 새로운 얼굴이 나오면 그땐 다시 생각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반면 구시가지에 가까운 영화동 일대에서는 비교적 고령인구가 많은 탓에 비교적 새누리당 지지층의 목소리가 높은 편이었다. 장안거북시장 주변에서 만난 영화동 주민 엄일서씨(76)는 “김상민이라는 사람은 처음 들어봤고 박종희는 전에 의원한 사람이라 아는데, 여당에서 그 사람이 나오면 찍어줄 생각이 있지”라고 말했다. 엄씨와 함께 있던 시장 상인 황모씨(77)도 “우리 (연령대) 어른들은 북한을 안 좋아하기 때문에라도 일단 새누리당 찍는다”며 “집에 가면 아들놈이 그러지 말라고 하는데, 우리 어릴 적에 인민군 피해 다닌 얘기를 꺼내면 ‘옛날 얘기는 그만하라’ 그러니까 뭐, 각자 알아서 찍는 걸로 하지”라고 말했다. 더민주는 이찬열 의원이 나설 가능성 과거의 총선과 대선, 지방선거에서의 결과는 수원 갑 선거구 내에서 동별로 미미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동과 조원동, 연무동에서는 10%포인트 안팎의 크지 않은 격차로 여권 후보가 앞섰고, 정자동과 율천동 등에서는 비슷한 격차로 야권 후보가 앞서는 양상이 드러났다.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끼고 있는 정자동 일대가 인구비율이 높아 야권 후보가 근소한 우세를 점하기는 했지만 대체로 여야 각 후보 간의 격차가 큰 폭으로 벌어지지 않는 점이 수원 갑의 특성이었다. 때문에 이찬열 의원 측은 예비후보 등록기간 중 현역의원의 장점이라 할 수 있는 의정보고회를 통해 상대적으로 약한 지역들에 적극적으로 얼굴을 드러내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의원은 “과거에는 구시가 주변 동네들은 새누리당 지지세가 강했는데, 최근으로 올수록 그런 경향은 옅어지고 있는 추세”라며 “지역 민원에 누구보다 앞장서 뛰려고 노력해 왔기 때문에 새누리당을 지지하던 유권자들의 마음도 돌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전 의원은 현역의원인 이 의원만큼이나 지역에서 인지도 면에서는 뒤지지 않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18대에서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잃은 뒤 한동안 정치활동에 발이 묶였던 기간이 약점이라 할 수 있다. 박 전 의원은 “비록 공백기가 있지만 당내에서도 김상민 의원보다는 경쟁력 있다는 인정을 받고 있고, 본선에서도 이찬열 의원과 맞붙어 충분히 승부할 만하다”며 “중앙당 업무에 매인 탓에 지역구 활동 시작이 조금 늦은 점을 메우기 위해 전력으로 뛰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 역시 책임당원 지지와 지역구 주민들의 호응을 감안하면 공천에 자신 있다는 입장을 비치고 있다. 김 의원은 “수원 갑은 현역의원을 바꾸려는 표심이 강하게 나타나는 곳”이라며 “지역 내에서 인지도도 끌어올린 데다 기성 정치인에 비해 참신한 이미지로 승부할 수 있기 때문에 더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특집| 사학비리 의혹]김무성과 수원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2014. 06. 17 11:26)
2014. 06. 17 11:26 정치
ㆍ‘여권 실세의 증인채택 불발 로비’ 논란… 이인수 총장 일가와 끈끈한 인연 “여권의 아주 초강력 실세 의원이 사학비리 증인채택을 불발시키기 위한 로비를 다각도로 하고 있다.” 2013년 10월 8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에서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감장에 설 증인채택 안건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었다. 여야는 사학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사학재단 관계자들을 증인으로 세울지 말지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였다. ‘여권 실세의 증인 불발 로비’ 주장은 이러한 와중에 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 의원의 입에서 나온 것이었다. 하지만 당시 관심이 집중된 고교 역사교과서 논란에 묻혀 이 ‘실세’의 정체는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채 잊혀지는 듯했다. 이 실세 의원의 정체와 그가 감싸주려 한 사학비리 의혹이 부각되는 데는 그로부터 8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수원대 비리로 학생·교수들 고통 받아 KBS의 고발 프로그램인 이 ‘증인채택 로비’의 주인공으로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을 지목하면서 의혹과 논란은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김 의원은 문제의 사학비리의 핵심 증인인 수원대 이인수 총장을 국감장에 세우지 않게 하는 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이 총장의 증인채택을 막으면서까지 덮고 넘어가려 한 수원대 재단의 전횡을 숨기는 데는 실패한 듯하다. 의 취재 결과 이전부터 재단 및 대학 운영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수원대에서는 아직도 알려지지 않은 비리들로 학생과 교수 등 구성원들이 몸살을 앓고 있었다.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전당대회 출마 기자회견을 마치고 물을 마시고 있다. | 박민규 기자 수원대 문제의 중심에는 수원대를 움직이는 이인수 총장과 그 일가가 자리 잡고 있다. 이인수 총장은 수원대 설립자인 고 이종욱 총장의 차남이다. 수원대와 수원과학대의 재단인 학교법인 고운학원 이사장 자리에는 이 총장의 부인인 최서원씨가 앉아 있다. 이 총장의 처남인 최형석 교수는 교무부처장을 맡고 있다. 교비회계에 들어가야 할 기부금 50억원이 법인의 수익사업 명목으로 종합편성 채널인 TV조선에 투자된 데에도 이 총장 일가의 혈연이 작용했다. 이 총장의 딸은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며느리다. 문제는 단순히 기부금을 법인회계로 전용해 사돈 기업에 투자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교비를 일방적으로 전용한 데 대해 감사원의 지적을 받자 학교법인은 50억원을 교비회계로 되돌리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입수한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이 투자로 인한 손실액 규모가 이미 약 35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전체 투자액의 70%가량이 손실을 입은 셈이다. 게다가 법인이 메우기로 한 이 손실액마저도 편법을 써서 마련했다는 주장까지 나오며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최 이사장은 2011년 7월 ‘대학발전기금에 관한 사항’이라는 확인서를 감사원에 제출하면서 “최근 5년간 기부받은 대학발전기금 중 60억1417만원은 가능한 한 조속히 수원대학교 회계로 전출해 학교의 시설비, 교육비, 장학금 또는 연구비 등에 사용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부금 명목으로 들어온 이 발전기금 중 일부는 교수 및 직원들에게 지급된 명목상의 포상금과 연구비를 회수하는 방식으로 조성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수원대 교수협의회(교협)에 따르면 발전기금으로 종편 투자액을 보전하겠다는 학교법인 측의 입장이 나온 뒤인 2012년 ‘자랑스런 수원대인 상’을 시상하며 교수와 직원 약 100명에게 100만원 이상의 포상금이 지급됐다. 그런데 해당 교수·직원이 포상금과 함께 받은 것은 ‘발전기금 기부약정서’였다. 2013년 3월이 되면서 이 방식으로 모인 발전기금액만 1억5000만원을 넘어섰다. 교협 관계자는 “이때의 포상금 외에 교내연구비를 교수에게 지급한 뒤 기부 명목으로 회수하는 편법도 잇따랐다”고 밝혔다. “교수들에게는 연구계획서도 심사하지 않고 연구비를 먼저 지급하는 등 정상적인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 연구비를 지급한 뒤에는 다시 교수들에게 연구비 일부를 교무부처장(이인수 총장 처남)이 지정해준 재단 계좌에 입금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분리돼 있는 교비와 법인회계를 주머닛돈이 쌈짓돈인 것처럼 편법으로 전용한 셈이다. 교비회계 총장 일가에 의해 좌지우지 사실상 대학과 학교법인을 입맛대로 주무르고 있는 현실을 악용해 총장의 개인사업체에 저리로 은행 대출금을 융통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특정 건설사가 은행에서 약 365억원을 저리로 대출받을 수 있게 이 총장이 지급보증을 서면서 4300억원대의 대학 적립금을 담보물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교협 관계자는 “강원도 홍천에 골프장을 건설하고 있는 ㈜서주라는 건설사는 자본금이 3억원에도 못 미치지만 수원대 적립금이 예치된 은행에서 365억원을 단기 차입했다”며 “골프장 부지 땅값은 대출금에도 못 미치는데 이 총장이 지급보증을 했기 때문에 예치은행은 요구를 뿌리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감사보고서를 보면 ㈜서주는 두 은행에서 각각 243억원과 90억원을 단기차입했고, 이 총장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라비돌에서 나머지 32억원을 차입한 것으로 돼 있다. 강원도 홍천의 골프장 부지 땅값은 공시지가에 따라 계산하면 28억3000만원에 불과한데도 감사보고서에는 해당 부지가 325억9900만원에 이르는 자산으로 들어가 있다. 부풀려진 땅값만큼의 자산 행방이 묘연한 것이다. 재단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이인수 총장과 수원대학교의 전경. | 수원대학교 홈페이지 이 총장 일가와 대학 측의 비자금 조성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미술품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영수증도 없이 회계처리를 하는가 하면, 교내 미대 교수들로부터 기증 형태로 미술품을 증여받은 정황도 발견됐다. 교협이 제공한 수원대 미술품 목록을 보면 2011년 감사원 감사 전까지만 해도 1000점 이상 보유하고 있던 미술품들이 감사원 감사 당시 적발된 이후로도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교협은 “착공도 하지 않은 이공대 건물에 로비 전시용 미술품으로 9억8000만원을 지출했고, 수원과학대 컨벤션센터의 조형물도 교비로 11억원이나 지불했는데 영수증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 미술품들은 감사에 대비해 대학이나 학교법인과는 무관한 총장 소유 사업체인 리조트와 빌딩 등지로 이동시켜 보관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 운영을 위해 사용돼야 할 교비회계가 총장 일가에 좌지우지되면서 그 피해는 수원대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지난해 7월에는 수원대 학생들이 대학 측이 쌓아둔 적립금을 돌려달라며 등록금 환불 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수원대 등록금환불추진위 학생 88명은 이 총장과 최 이사장, 학교법인 고운학원을 피고로 1인당 100만~200만원을 환불청구했다. 수원대의 적립금은 약 4300억원으로 학교알리미 자료에 따르면 예산 대비 적립액이 전국 1위, 총액 기준 4위에 달한다. 하지만 등록금 중 인건비 비율은 39.4%에 그쳐 60%대인 평균치에 비해 크게 낮고 연구학생경비가 차지하는 비율 역시 25.9%로 평균 38.7%에 미치지 못했다. 나머지 등록금이 대부분 대학 적립금으로 쌓일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김 의원 딸 교수 임용시기 두고도 ‘뒷말’ 해마다 쌓이는 거액의 예산을 총장 일가의 뜻에 따라 전용하는 일들이 벌어졌음에도 감사원이나 교육부 등의 시정조치가 형식에 불과했던 데는 이유가 있었다. ‘여권 실세’인 김무성 의원의 증인채택 불발 로비가 가능할 수 있을 정도로 이 총장 일가의 끈끈한 인맥이 뒷받침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 총장의 사위인 방정오 TV조선 마케팅실장은 김 의원의 고종사촌이다. 김 의원의 장인인 고 최치환 전 의원은 수원대 학교법인 고운학원의 이사장을 역임한 고 문학동 이사장과 경찰 및 재향경우회 재직 시절 인연으로 얽혀 있다. 문 전 이사장은 2000년 수원대 최초로 명예법학박사 학위를 받을 정도로 설립자인 이종욱 전 총장과도 각별한 관계였다. 문 전 이사장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양가의 관계는 문 전 이사장의 자서전에서 최 전 의원과 이 전 총장과의 인연을 상세히 써놓았을 정도다. 김 의원의 딸인 김모 교수의 수원대 디자인학과 채용을 두고 의혹이 불거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12년 1학기부터 수원대에서 시간강사로 강의를 맡고 있던 김 교수는 2013년 2학기부터 전임교원인 조교수로 임용됐다. 김 교수의 임용시기가 김 의원이 무마한 이 총장의 국감 출석 직전이라는 점 때문에 임용과정에서도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까지 나온다. 게다가 2학기 강의 시작일은 8월 26일인데, 김 교수에 대한 임면권을 갖고 있는 재단 이사회 회의가 열린 것은 그로부터 사흘 뒤인 8월 29일이었다는 점도 의혹을 증폭시킨다. 김 교수가 정식으로 교수 임용이 확정되기 전부터 총장의 결정이 있었고, 이사회에는 사후 통보해 결재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처음 의혹을 제기한 에 딸의 교수 임용 의혹에 대해 “확인할 수 없다”고 대응하던 김 의원은 방송이 나가고 난 뒤 6월 8일 있은 새누리당 대표 출마 기자회견에서는 딸의 교수 임용과정에 대해 직접 해명에 나섰다. 수원대 관계자 역시 “정당한 임용과정을 거친 뒤 임용된 것”이라는 입장을 반복했다. 그러나 교협은 ‘국감 직전’이라는 시기상의 우연 외에도 김 교수의 임용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점들이 여럿 발견된다고 주장했다. 교협 측은 8월 26일인 개강보다 한 달 남짓 앞둔 7월 15일에 공고가 난 뒤 접수기간도 3일에 불과했다는 점을 들며 2009학년도 교원 채용과정에서는 약 4개월 전 모집공고를 내고 한 달간의 접수기간을 뒀던 사실을 언급했다.  김 의원의 해명처럼 김 교수는 “대학평가기관에서 1등을 놓치지 않는 학교를 나온 인재”이기도 하지만 ‘여권 초강력 실세 의원’의 딸이기도 하다. 김 교수가 수원대에 들어간 비결이 두 가지 이유 중 과연 무엇 때문인지는 아직 의문부호로 남아 있다.
특집
[스포츠]수원, 서울 만나면 ‘펄펄’ 대전만 가면 ‘약골’(2013. 04. 22 17:26)
2013. 04. 22 17:26 스포츠
징크스는 과학의 잣대를 들이대면 미신에 불과하다. 하지만 승부에 목을 매는 프로 스포츠에선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이다. 4월 14일 프로축구 서울과 수원의 슈퍼매치에선 서울이 먼저 골을 넣었다. 수원전 8경기 연속 무승(1무7패)에 시달린 서울이 초반 19분 만에 선제골을 터트리자 전반 종료 후 서울 승리를 예측하는 축구팬이 많았다. 4월 1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과 서울의 2013년 첫 슈퍼매치는 많은 볼거리와 다양한 뒷얘기를 남기며 축구팬의 관심을 불러모았다. 수원 정대세가 서울 골키퍼 유상훈과 부딪치며 헤딩슛을 시도하고 있다. | 이석우 기자 전문가들 역시 경기 흐름과 선수들 투지를 볼 때 서울이 낫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수원 공격수 정대세까지 퇴장당해 서울 승리는 당연해 보였다. 그러나 결과는 뜻밖에도 1-1 무승부. 수원이 종료 3분을 남기고 동점골을 만들면서 서울을 또 울렸다. 최근 2년간 슈퍼매치에서 2무7패. 9경기 동안 서울은 수원을 한 번도 못이겼다. 올 시즌 서울이 리그에서 주춤하긴 해도 2010년과 2012년, 막강 전력으로 프로축구 정상을 차지한 점을 감안하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다. 프리메라리가로 치면 레알 마드리드가 엘 클라시코에서 바르셀로나에 9경기 연속 무승하고, 프리미어리그로 치면 맨유가 레즈 더비에서 9경기 연속 리버풀에 발목을 잡히는 상황이 K리그 클래식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설명이 안 되는 이해하기 힘든 결과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결과가 계속되는 이유는 뭘까. 첫 번째로 꼽히는 것은 서울이 징크스 늪에 빠졌다는 사실이다. 징크스(jinx)의 사전적 의미는 ‘재수없는 일. 또는 불길한 징조의 사람이나 물건’이다. 김대길 대한축구협회 풋살연맹회장은 “징크스는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하지 못한다. 과학적으로 설명이 안 된다”고 말한다. 상대는 펄펄 나는데 정작 우리는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집중력과 자신감도 떨어지는데 문제는 이런 이유를 콕 집어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준희 KBS 축구해설위원도 “승부세계에 징크스는 분명 존재한다”면서 “괜히 경기가 꼬인다. 골 먹을 것도 아닌데 먹고, 들어갈 건 안 들어가는 그런 상대팀이 있다”고 말했다. 발로 하는 축구는 다른 구기종목에 비해 불확실한 요소가 많다. 선수 개개인의 심리적·정신적인 상태에 따라 팀 퍼포먼스 업다운의 폭이 비교적 크다. 한 사람이라도 수동적으로, 소극적으로 플레이를 하면 놀랄 만한 속도로 ‘소극 바이러스’가 팀 전체에 퍼져버린다. 수세에 몰리면 자신을 잃어버리고 플레이가 더욱 소극적이 되는 ‘심리적인 악마의 사이클’에 빠져버리는 것이다. 즉 서울이 수원의 심리전에 말렸다는 분석이다. 한준희 위원은 “수원은 과격한 파울로 가뜩이나 부담감에 짓눌리고, 흥분상태에 있는 서울 선수들을 교묘하게 자극해 평정심을 잃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고 말한다. 이는 팀뿐 아니라 개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앞서 비슷한 상황에서 좋지 않은 기억이 있다면 미리 자신감을 잃어버리고 당황한다. 불길함 때문에 제 실력을 펼쳐 보이지 못하는 것이다. 반대로 비슷한 상황에서 좋은 일이 가득했다면 마음의 안정을 찾고 심리·신체적인 컨디션을 유지하게 된다. 대구는 개막전 무승 징크스에 시달려 징크스는 과학의 잣대를 들이대면 미신에 불과하다. 하지만 승부에 목을 매는 프로스포츠에선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이다. 따라서 프로선수들은 자신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고 불길한 것들은 애써 외면한다. 선수뿐 아니라 감독과 구단도 마찬가지다. 징크스에 울고 웃는 프로축구 백태를 살펴봤다. 서울에 강한 수원은 이상하게 대전만 가면 힘을 못 쓴다. 삼성이라는 글로벌기업의 후원을 받는 수원이 선수층이나 재정면에서 시민구단 대전에 전혀 밀릴 게 없다. 반면 대부분의 기업팀에 고전하는 대전은 유독 수원만 만나면 펄펄 난다. 2003년부터 2010년까지 12차례 안방 수원전에서 4승8무. 2011년 1-3으로 져 징크스가 깨지는가 했지만 지난해 5월 홈경기에서 또다시 수원을 잡고 ‘킬러’로 군림했다. 대구FC는 ‘개막전 무승’ 징크스가 있다. 2003년 창단 첫 경기에서 수원에 0-1로 패한 뒤 11년간 개막전(3무8패) 승리가 없다. 올해는 울산에 덜미를 잡혔다. 지난해 12월 9일 일본 도요타시 도요타스타디움에서 열린 2012 피파 클럽 월드컵 6강전 울산현대와 몬테레이의 경기에서 김호곤 현대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김 감독은 승리한 경기에서 입은 옷을 다음 경기에서 또 입는 것을 고수한다. | 연합뉴스 최용수 FC서울 감독은 “파란색만 보면 진저리가 난다”는 말을 자주 한다. 유니폼 색깔이 파란색인 구단에 고전하기 때문이다. 올해도 서울은 인천에 2-3으로 패했고, 울산과 수원을 상대로는 각각 2-2, 1-1로 비겼다. 기분좋은 징크스도 있다. 최고령 사령탑 김호곤 울산 감독에겐 ‘옷 징크스’가 있다. 승리한 경기에서 입은 옷을 다음 경기에서 또 입는 것이다. 2011년 플레이오프 서울전에서 승리한 김 감독은 같은 양복을 입고 준플레이오프를 치러 이겼고, 아시아 챔피언에 오른 지난해도 상승세를 유지하기 위해 자주 같은 옷을 고집했다. 최근 전북을 2-1로 꺾고 홈에서 310일(15경기) 만에 처음 승리한 성남은 노란색 징크스를 새롭게 만들었다. 성남 프런트들은 팀 승리를 염원하며 사비로 구단 상징색인 노란 넥타이를 사서 맸는데 전북전과 서울전에 잇달아 승리하며 넥타이의 효험을 맛봤다. 징크스는 국내 프로축구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해외 유명스타와 감독들도 기상천외한 미신에 의지한다. 가장 특이한 경우는 디에고 마라도나 아르헨티나 감독과 대표팀 시절 한솥밥을 먹은 골키퍼 세르지오 코이코체아의 징크스다. 그는 승부차기에서 키커로 선정되면 반드시 골대 근처에서 소변을 보며 긴장감을 ‘방출’해 해결하는 특이한 미신을 갖고 있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두 차례나 승부차기 승리를 이끈 그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급할 때 아무 곳에서나 방사(放射)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나는 매우 교활했기 때문에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볼 일을 봤다”고 태연하게 말했다. 승부차기 앞두고 골대 근처서 소변 보는 골키퍼 잉글랜드의 공격수 저메인 데포(토트넘)는 머리카락 한 올 없는 민머리를 선호한다. 그는 경기 직전에 면도기로 머리를 민다. 데포는 반짝거리는 머리를 유지해야만 부상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 잉글랜드의 전설적인 수비수 보비 무어는 유니폼 입는 순서에 민감했다. 그는 팀 선수들이 모두 하의를 입고 난 뒤 마지막으로 반바지를 착용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렸다. 팀 동료인 마르틴 피터스는 무어가 소변이 급했지만 다른 선수들이 유니폼 하의를 끌어올릴 때까지 눈치만 보다가 반바지를 내린 웃지 못할 일화를 공개하기도 했다. 감독도 미신에 약하긴 마찬가지다. 올 시즌 강등위기에 몰린 박지성의 소속팀 퀸스파크레인저스(QPR) 해리 레드냅 감독은 최근 줄곧 입던 구단 양복과 넥타이를 내다버렸다. 팀 부진과 불운을 떨쳐내겠다는 의도였지만 바로 다음 경기에서 또 패해 노력이 허사로 돌아갔다. 레드냅 감독은 팀이 상승세를 타고 있을 땐 같은 자리에만 주차하는 버릇이 있다고 한다.
[사회]수원시 부채비율 대폭 낮췄다(2012. 09. 04 16:40)
2012. 09. 04 16:40 사회
ㆍ민선 5기 들어 지방채 발행 억제·국비 확보 노력 등 ‘결실’ 경기 수원시는 최근 고심 끝에 이전비용만 3800여억원에 이르는 수원 농수산물도매시장을 이전 대신 재건축하기로 결정했다. 재건축할 경우 비용은 1000억원에 불과하고, 그나마 국비와 도비를 지원받을 경우 610억원만 있으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염태영 수원시장이 ‘주민참여예산제 사업설명회’에서 시민들에게 예산설명을 하고 있다. 수원시 제공 시는 당초 지은 지 20년째인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내년까지 권선구 곡반정동으로 이전할 계획이었다. 건립 당시에는 시 외곽지역에, 주변이 벌판이었으나 현재는 아파트단지들이 빼곡히 들어서면서 악취와 소음 등 각종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시는 현 권선동 부지(5만6925㎡) 매각대금 2000억원(추정)과 지방채 600억원 발행, 입주자들의 추가 부담 등으로 이전비용을 충당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 침체로 기존 부지의 매각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자칫하면 기존 부지 매각대금 2000억원도 시가 부채로 떠안아야 할 형편이 됐다. 이에 시는 예산 부담을 느꼈고, 고심 끝에 이전 대신 현 부지에 재건축을 통한 시설현대화사업으로 3600여억원의 예산을 절감키로 최종 결정했다. 수원시는 민선 5기에 들면서 지방채 발행을 최대한 억제하는 방법으로 재정운용의 건전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민선 5기 출범 이후 부채 조기상환, 국·도비의 안정적 확보, 예산절감과 세수증대 방안 마련, 주민참여예산제 확대 도입 등 다각적인 노력으로 전체 예산 대비 부채비율이 2009년 말 13.31%에서 올해 말 3.26%로 대폭 낮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수원시는 과거 민선 4기 동안 모두 820억원의 지방채를 발행, 도로교통사업 등에 투자했다. 그러나 민선 5기에 들어서면서 시민들에게 안정적인 물 공급을 위한 상수도사업비 23억원에만 지방채를 발행, 지방재정의 건전성과 직결되는 지방채 발행을 최대한 억제했다. 그 결과 2009년 말 3175억원에 이르던 채무는 3년여 만에 2500억원을 갚아 올해 말에는 644억원만 남게 될 전망이다. 농수산물시장 재건축 예산 절감 수원시가 이처럼 부채를 줄일 수 있었던 것은 서울사무소에 전문 인력을 투입, 정부 예산을 확보하고, 국회와 긴밀한 네트워크 구축 등으로 안정적으로 국비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올해는 524억원의 국고보조금을 확보, 지난해(287억원)보다 두 배가량 늘었다. 세수 증대와 예산절감을 위한 노력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시는 중복예산 낭비라는 비판을 받아온 유사축제를 과감히 조정, 11여억원의 예산을 절감했다. 고질적인 체납세액 징수에도 나서 2010년 505억원, 2011년 538억원의 체납세액을 징수해 재정 건전성에 보탬이 됐다. 이와 함께 지난해부터 주민참여예산제를 확대 시행, 시민들이 사업을 직접 제안하고 심의하는 소통행정도 펼쳤다. 염 시장은 “선택과 집중을 통한 재원의 절약과 지방채 발행의 억제를 통해 발생하는 이자 손실액 30억~40억원 절감분을 초등학교와 중학교 무상급식, 사회복지종사자의 처우개선 등의 보편적 복지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길에서 만난 사람]아름다운 성곽, 수원화성(2012. 02. 07 17:57)
2012. 02. 07 17:57 문화/과학
우리나라 성곽 건축 사상 가장 독보적인 건축물로 평가되는 수원화성은 한국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문화유산이다. 특히 수원화성은 과학적이고 합리적이며 실용적인 구조를 갖고 있어,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아름다운 우리의 성곽, 수원화성 수원화성은 서쪽 팔달산을 끼고 동쪽 낮은 구릉의 평지에 쌓은 평산성으로, 팔달산 정상에서 산세를 살리면서 큰 타원을 그리며 석재와 벽돌을 함께 사용해 축조되었다. 도시 중심부를 감싸안은 형태인 수원화성에는 예전 모습 그대로의 4대문이 있다. 남문인 팔달문은 때마침 보수 중이어서 맞은편인 북문 장안문을 높은 곳에서 올라 마주한다. 팔달문과 장안문은 각각 남북의 정문으로 석축으로 된 항아리 모양의 옹성을 쌓고 그 위의 2층에 누각이 세워져 있는 독특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 또 서문인 화서문과 남문인 창룡문은 사방이 여장으로 둘러져 있고, 옹성의 입구가 옆으로 나 있는 것이 팔달문과 장안문과 조금 다르다. 수원화성 절경 중 하나로 꼽히는 눈이 내린 방화수류정의 모습. 아직도 일상적으로 사람들이 드나드는 장안문으로 들어 누각에 오르니 성곽 안팎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수원 팔경 중 1경인 광교적설(光敎積雪), 멀리 광교산에 눈이 쌓인 모습 아래 긴 성벽이 동서와 남북으로 둘러싸여 있는 모습이 장관이고, 그 둘레로 다시 어우러진 현대적 도시의 풍경이 어우러진다. 수원화성은 성곽을 둘레로 하여 안과 밖에 여전히 있는 그대로의 삶이 공존한다. 옛 사람들과 수레가 드나들던 성문으로는 조금은 바빠진 사람들의 왕래가 이어지고, 우마차와 수레가 달렸을 그 한길에는 좀 더 빨라진 자동차의 질주와 경적소리가 지금의 삶으로 이어진다. 장안문에 올라 남문인 청량문 쪽으로 길을 잡는다. 수원화성을 제대로 둘러보려면 대략 어른 걸음으로 2시간 30분 남짓이 소요된다. 밤 사이 눈이 쌓였지만, 성곽길은 비교적 제설작업이 잘 되어 있다. 한류 드라마 보고 한국 찾은 일본인 부부 한류 바람을 타고 한국 관광길에 오른 오스미 다다시 부부는 방화수류정의 모습을 보고 감탄했다. 수원화성의 유일한 수문인 화홍문을 지난다. 일명 북수문으로 불리는 화홍문은 남쪽으로 흐르는 수원천이 성내를 관통하도록 모두 7칸의 홍예문을 만들어놓았는데, 견고한 건축미와 자연경관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외관이 눈에 띈다. 특히 여름이면 7개의 수문에서 세차게 흐르는 수원천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아름다운 무지개를 만들어내 수원 팔경의 하나로 꼽힌다. 화홍문을 지나 조금 오르면 동북각루다. 각루는 비교적 성곽의 높은 곳에 있다. 사방을 둘러보는 망루 역할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휴식 공간으로 이용되던 곳이다.  수원화성에는 모두 4곳의 각루가 설치되어 있는데, 전략상 중요한 지형에 위치해 있다. 그 중 흔히들 방화수류정이라 불리는 이곳 동북각루는 화홍문과 함께 수원화성의 대표적인 절경 중 한 곳이다. 특히 수원 팔경 중 팔경인 ‘용지대월(龍池待月)’이 바로 방화수류정의 절경을 일컫는다. 즉 ‘달이 떠올라 방화수류정의 그림자가 물에 반영되어 비추어진 절경’을 말하는 것인데, 지난 1월 방화수류정은 CNN이 선정한 ‘한국에서 가봐야 할 아름다운 50곳’ 중 한 곳으로 선정됐다. 방화수류정은 봄·여름·가을·겨울 그 색을 달리하며 아름다움을 한껏 뽐낸다. 눈이 내린 방화수류정의 모습도 손꼽는 절경 중 하나. 그래서 성곽의 바깥 쪽으로 용연(龍池)에 물오리들이 다니고 하얀 설경과 어우러진 방화수류정의 실루엣을 담으려는 관광객과 사진가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방화수류정에 올라 둘러보니 왼편으로 멀리 장안문이 내려다 보이고 오른편으로 연무대까지 이어진 성곽길이 한눈에 들어온다. 부부가 함께 한국 관광을 나섰다는 일본인 관광객 오스미 다다시와 오스미 지에미(일본 나고야 미에겐)가 방화수류정에서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다. “조금 춥지만, 때마침 눈이 와서 너무 너무 아름답습니다. 일본에서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보고 많이 많이 반했습니다. 등의 한류 드라마를 보고 한국을 꼭 찾고 싶었습니다. 이번이 처음 한국 방문인데, 오늘 수원 화성을 둘러보고 온양에서 온천하고, 그리고 서울 관광까지 3박 4일 일정입니다. 많이 많이 기대됩니다. 너무너무 행복합니다.” 화성행궁 앞에서 펼쳐지는 무예 24기 공연을 관람하고 올라왔다는 오스미 부부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부랴부랴 걸음을 서두른다. 화홍문을 지나 조금 오르면 동북각루를 만날 수 있다. 수원화성의 꽃, 화성행궁 오스미 부부는 화성행궁 신풍루 앞마당에서 펼쳐지는 무예 24기 공연을 보고 행궁 뒷길을 따라 서장대에 올라 수원시내 전경까지 둘러보고 장안문까지 걸어온 셈이다. 서장대까지 가려면 걸음을 서둘러야 할 듯하다. 서장대는 화성행궁 뒤편 팔달산 정상에 위치한 장대로 수원화성에는 동장대와 서장대가 있다. 특히 서장대는 주변을 살피면서 군사를 지휘하던 군사지휘본부로 사방 100리가 한눈에 보이는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한다. 지금도 장안문과 화서문 멀리 광덕산과 수원시내의 빌딩숲까지 한눈에 살필 수 있다. 천천히 사방을 둘러보니 가슴이 탁 트인다. 눈 쌓인 성곽. 또 바로 발치로는 화성행궁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수원화성의 꽃인 화성행궁은 1789년 정조가 팔달산의 동쪽 기슭에 세운 행궁으로 우리나라 행궁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아름답다. 행궁이란 임금이 궁을 떠나 지역에 갔을 때 일도 하고 잠도 자던 시설을 말한다. 아버지 장헌세자(사도세자)에 대한 효성이 지극했던 정조는 재위 기간 중 모두 열두 차례에 걸친 능행을 거행했는데 이때마다 화성행궁에 머물렀다. 화성행궁은 건립 당시에는 600여칸의 정궁 형태를 이루고 있었지만, 일제에 의해 대부분 훼손됐었다. 1996년 복원공사가 시작돼 2003년 10월 일반에게 공개되었다. 화성행궁의 정문인 신풍루 앞마당에서 관광객을 대상으로 무예 24기 공연 등 상설공연이 펼쳐지기도 한다. 이제는 화성행궁의 정문인 신풍루 앞마당에서 관광객을 대상으로 무예 24기 공연 등 상설공연이 펼쳐지기도 한다. 정조의 명을 받은 실학자 이덕우, 박제가와 무예달인 백동수는 1790년에 실전무예 교범서인 를 편찬했다. 무예 24기는 여기에 실린 24가지 민족 전통의 무예이다. 이날은 올 겨울 중 가장 추운 날씨. 그럼에도 무예 24기 시범단원들이 역동적인 무예 기술로 시범을 보이자 관광객들이 갈채를 보낸다. 마지막 기합을 넣으며 추위를 떨쳐내는 그들의 모습이 용맹스러운 장수 같다. 도시와 삶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성곽 연무대의 야경 우리나라 성곽 건축 사상 가장 독보적인 건축물로 평가되는 수원화성은 한국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문화유산이다. 특히 수원화성은 과학적이고 합리적이며 실용적인 구조를 갖고 있어,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우리가 주목할 점은 수원화성은 도시 중심부에 위치한 까닭으로 전통의 문화가 도시의 삶과 공존하며 현대까지 이어진다는 점이다. 동서남북의 4대문으로는 여전히 사람들이 왕래를 하고 사대문을 빙 둘러가면서 옛터와 새로운 신도시가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살아간다. 수원화성, 전통과 현대가 한데 어우러지고 자연스레 그 안에 또 새로운 삶과 문화가 꽃 피어나는 곳이다. 글·사진|이강 leeghang@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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