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총 15 건 검색)
- [IT칼럼]이상한 수학자의 나라(2022. 07. 08 14:23)
- 2022. 07. 08 14:23 경제
- <탑건>의 속편이 극장가를 강타하고 있다. 필자도 두 번 봤는데 다시 볼 때 20대 딸, 아들과 함께 갔다. 둘 다 대만족, 아주 재미있다고 한다. 1986년 첫 편을 봤는데 항공기와 선박에 관심 많던 공학도 시절이었다. 36년 만에 다시 만난 <탑건>은 ‘매버릭’이라는 주인공의 호출부호가 붙어 있다. ‘괴짜’라는 뜻이고, 주인공의 행동도 그렇다. 동기가 태평양함대사령부의 제독이 될 동안 그는 좌천을 거듭하며 대령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그는 현존하는 미 해군 최고 기량의 전투기 조종사다. 후배 탑건들에게 최고 난도의 임무에 성공하도록 가르치는 교관이 되는데 수업 첫날, 그는 이미 노후기종이 된 F-18 매뉴얼을 들고 들어가 쓰레기통에 처박는다.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 수학부 석학교수가 7월 5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필즈상 시상식에서 필즈상을 수상한 뒤 메달과 함께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미 다 알고 있지? 그런데 적들도 다 알아. 그들이 모르는 것은 전투기가 아니라 너희 파일럿의 한계야.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에서 출발하자.” 이 말은 너희의 한계를 밖으로 밀어붙여 보겠다는 도전이다. 한국계 미국인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가 드디어 수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했다. 우리 수학계의 쾌거다. 그의 능력을 우리가 발굴하고, 키워냈는지는 솔직히 의문이다. 그는 초·중·고를 국내에서 다녔지만, 고1 시절에 강압적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퇴했다. 검정고시를 치르고, 수능을 쳐 서울대에 입학해 수학이 아니라 물리천문학·수리과학을 전공했는데 낙제 과목이 많았다고 한다. 3학년 때 초빙돼온 일본인 수학자 히로나카 헤이스케에게서 대수기하학을 배우며 방향을 잡았다. 그의 추천으로 박사과정을 밟기 위해 미국으로 유학길을 떠났고, 필즈상의 주인공이 됐다. 그런데 우리 언론은 그가 국내에서 공부한 ‘토종’임을 강조하고, ‘수포자’였다고 드라마를 쓰고 있다. 늦깎이로 수학의 세계에 입문한 것은 맞지만 허 교수 본인은 수포자가 아니었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는, 우리 교육은 여기서 괴짜들, 다양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성찰과 각성이 필요하다. 아직까지 우리 교육은 계급적 표준화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서 ‘계급적’은 부의 정도와 사회적 계층이 교육 양극화와 불공정을 심화하고 있다는 축약적 표현이다. ‘매버릭’이 없는 교육. 사실 성공한 중퇴자는 많다.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같은 유명 사업가는 물론 국내에는 문화 대통령 서태지와 대학을 포기하고 수능을 치지 않은 아이유까지 포함해볼 만하다. 비즈니스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국한된 건 아니냐고? 그렇지 않다. 19세기부터 20세기를 관통해 지금까지 과학을 상징하는 인물인 아인슈타인은 엄격한 학문 세계의 스위스 취리히공대에서 그리 주목받지 못했다. 식탁 테이블을 머플러 삼아 목에 두르고 바이올린을 멋지게 연주하던 괴짜였다. 허 교수의 필즈상 소식에 떠오른 영화가 또 있으니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다. 사교육이 학교를 쥐락펴락하는 모순 속에서 순수하고 정직하게 갈등하는, 잠재력 있는 학생을 표류하는 망명 수학자가 살려낸다. 다시 <탑건: 매버릭>으로 돌아가면 그를 끝까지 지켜준 경쟁자이자 훨씬 출세한 아이스맨 톰 카잔스키 제독이 숨은 주인공이라고 생각한다. 후텁지근한 여름 날씨라 아이스맨이 더 좋아졌는지도 모르겠다.
- IT칼럼
- [시네프리뷰]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능력주의를 순정하게 완성하는 법(2022. 02. 25 15:00)
- 2022. 02. 25 15:00 문화/과학
- 영화 제목 속 이상한 나라는 어디를 말하는 걸까. ‘이상한 나라’라는 제목의 책들이 생각난다. 예컨대 최근 교육문제를 주제로 한 경향신문 연재를 묶어낸 책 를 보면 그 이상한 나라란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임에 틀림없다는 걸 알게 된다. 제목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In Our Prime) 제작연도 2020 제작국 한국 상영시간 117분 장르 드라마 감독 박동훈 출연 최민식, 김동휘, 박병은, 박해준, 조윤서 개봉 2022년 3월 9일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제작 ㈜조이래빗 제공/배급 ㈜쇼박스 ㈜쇼박스 처음은 아니다. 배우 최민식이 북한 출신 인사 역을 맡은 게. 최민식이라는 영화배우를 세상에 알린 게 <쉬리>(1999)의 북한 특무상사 박무영 아니었던가.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영화 제목 속 이상한 나라는 어디를 말하는 걸까. ‘이상한 나라’라는 제목의 책들이 생각난다. 예컨대 최근 교육문제를 주제로 경향신문 연재를 묶어낸 책 <이상한 나라의 학교>를 보면 그 이상한 나라란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임에 틀림없다. 북한의 천재수학자인 이학성은 탈북해 한국에 살고 있다. 그의 직업은 학교 경비원이다. 그 학교, 전국단위로 학생들을 뽑는다는 자립형 사립고(자사고)다. 예전에 TV채널을 돌리다가 영시(英詩)를 멋있게 읊는 한 사립명문대 경비원 이야기를 지나치며 본 적이 있다. 저런 청소년 엘리트학교는 경비원을 뽑아도 능력자만 뽑는 것일까. 아무튼 이 영화의 중심인물은 수학 내신 9등급 학생 한지우(김동휘 분)다. 학벌사회인 한국에서 자사고 내지 특목고가 명문대 진학의 발판이 되면서, 전국의 영재를 싹쓸이한다는 비판을 모면하고자 입시에 사회적 배려 대상자 선발 전형을 도입했다. 어린시절 일찍 아버지를 잃고 달동네의 한부모 가정에서 성장한 지우는 그 사배자 전형으로 들어간 케이스다. 이미 고1 수업시간에 학원 사교육 덕분에 고3까지 진도를 다 마친 아이들 틈에서 지우는 힘겹게 생활한다. ‘아이들을 공정한 잣대로 대하고 있다’는 얼굴을 하고 있는 담임선생은 다른 선생들과 잡담하면서 지우와 같은 아이들은 “결국 전학 가지 않겠냐”는 의견에 저런 애들이 내신 하위등급을 깔아주기 때문에 다른 아이들에게 환영을 받는다는 멘트를 하기도 한다. ‘이상한 나라’란 어디일까 기숙사 룸메이트의 빵셔틀(정확히 말하면 술셔틀)을 하다가 발각된 지우는 기숙사에서 한 달 동안 쫓겨나는 벌을 받는다. 갈 데가 없어진 지우는 자신의 시험지를 푼 경비원 ‘인민군’(아이들이 영화 <쉬리>를 봐서는 아닐 듯싶고, 이 경비원이 탈북자 출신인 것을 알고 있어서 붙인 별명이다)이 수학과 관련한 ‘능력자’인 걸 알고 그에게 도움을 청한다. 딸기우유 한팩을 대가로 진행되는 경비원 이씨의 특훈을 통해 지우의 수학 실력은 나날이 늘게 된다. 지우는 그에게 자기 또래 나이의 아들이 있었다는 걸 알고 탈북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그의 사연에 관심을 갖는다. 총평하자면 최민식의 원톱 연기가 두드러지는 영화다. 2010년 이후 최근작들을 떠올려 보면 누구도 그의 연기에 토를 달 수 없는 경지에 올라섰다. 당장 <명량>(2014)이나 <봉오동전투>(2019)와 같은 영화를 떠올려 보라. 이순신이나 홍범도 장군을 주인공으로 한 차기작을 만든다면 최민식 말고 다른 배우가 그 역을 맡으리라고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우연의 우연이 겹치는 이야기 전개 앞서의 의문(저런 엘리트학교는 경비원을 뽑아도 능력자만 뽑는가)으로 돌아가 보자. 영화의 설정만 놓고 보면 그가 저 자사고의 경비 일을 맡은 건 우연이다. 학교에서 쫓겨날 처지에 놓인 지우와 만나, 그를 가르치게 된 것도 우연이 작용한 것이고. 이학성은 어린시절 세계수학 올림피아드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대표로 나가 한국에서 뽑힌 소년과 실력을 겨룬 적이 있다. 그 북한 소년이 나이 먹어 탈북해 경비원으로 취직한 학교가 하필이면 자기와 경쟁했던 한국 소년이 졸업한 고등학교였다. 마침 그 학교에서 열리는 수학대회에 이제는 중년의 교수가 된 졸업생이 와서 축사를 하는데 그 경비원이 알고 보니 북한 수준을 넘어선 세계 최고 수준의 수학자였다. 감동적인 연설 말미에 공정의 가면을 쓴 못된 교사의 실체까지 폭로한다…는 설정은 그럼직한 이야기일까. 우연의, 우연의 우연이 겹쳐 ‘세렌디피티(의도치 않게 얻은 좋은 경험이나 성과)’를 만들어낸다는 영화의 설정은 1970년대 한시간짜리 TV코미디 단막극의 작위적 전개(이를테면 ‘회사의 왕따 신입사원이 알고 보니 사장님 아들이네’ 하는 식)를 떠올리게 한다. 결국 영화는 이 이상한 나라의 능력주의 교육을 풍자·비판하는 듯싶더니 판타지의 힘을 빌려 능력주의를 완성하는 ‘순정한 이야기’로 결론을 맺는다. 극장을 나서는 관객들은 영화에서 어떤 교훈을 얻어갈까. 리만 가설, 앞으로는 증명할 수 있을까 영화는 북한의 천재적 수학자 이학성이 연필로 계산식 작성을 마무리한 뒤 Q.E.D, 그러니까 ‘증명 완료’라고 쓰면서 시작한다. 편법보다는 과정, 진심이 결국 승리한다는 지우의 주장도 증명한 셈이고. 이학성이 증명 완료했다고 주장하는 리만 가설이란 뭘까. 경향자료 리만 가설을 이야기하려면 그의 스승 가우스의 작업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 3, 5, 7, 11, 13, 17… 숫자들의 공통점은? 금방 눈치챘겠지만 소수다. 일단 각 소수의 배수는 소수가 아니니 목록은 뒤로 가면 갈수록 띄엄띄엄 벌어진다. 일일이 손으로 계산하는 것 이외에 소수엔 어떤 법칙성이 있을 것 같은데, 놀랍게도 아직 그 법칙성은 발견한 적 없다. 가우스가 바로 이 소수의 법칙성을 발견해 내는 일에 도전했다. 그는 결국 사망할 때까지 법칙성을 발견할 수 없었다. 대신 소수의 분포를 대략 알아내는 함수를 찾아냈다(수식은 인터넷에 널려 있으니 가우스 소수정리 등으로 검색해보자). 1859년 리만(사진)은 ‘주어진 수보다 작은 소수의 개수에 관하여’라는 짧은 논문을 낸다. 진짜 짧았다. 총 10페이지에 이르는 논문에 그는 이렇게 쓴다. “독자들은 보다 엄밀한 증명을 요구하겠지만 지금은 논의를 진행하는데 필수적이지 않으므로 일단 넘어간다.” 천연덕스럽게 자신이 제시한 소수 법칙을 이미 증명한 것처럼 넘어갔다. ‘리만 가설이 마침내 증명됐다’는 주장은 그후 수학계의 오랜 떡밥이다. 2018년 9월에는 마이클 아티야라는 저명 수학자가 리만 가설의 해(Proof)를 마침내 발견했다고 발표해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를 예고하는 등 작은 소동이 있었다. 마침내 9월 24일, 생중계 스트리밍 접속이 폭주해 다운까지 되는 사고가 벌어지면서 아티야의 입에 관심이 쏠렸다. 막상 생중계 영상에서 그는 자신이 어떻게 증명했는지 밝히지 않았다. 발표가 끝난 후 질문을 받자 그는 “이미 낸 논문에서 가설을 증명했다”고 답했다. 아티야는 증명논문은 끝내 공개하지 않은 채 2019년 1월 8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 시네프리뷰
- [IT칼럼]인공지능이 증명한 수학 공부법(2022. 01. 07 15:26)
- 2022. 01. 07 15:26 경제
- 지난 4일 대학 수준의 수학문제를 풀 수 있다는 인공지능이 구현돼 관련 업계에서 정초의 화제로 떠올랐다. 미적분은 물론 확률통계·선형대수까지 어지간한 문제를 다 풀 뿐만 아니라 아예 출제도 할 수 있었다. 문제 출제란 고급 수학 과정에 이를수록 복잡한 일인데, 그 어려운 일을 해낸 셈이다. 기계의 출제가 어찌나 그럴듯한지 학생들도 속을 지경이었다. 지금까지 고급 수학 문제를 푸는 일은 현재 인공지능 연구의 대세로 군림 중인 신경망으로는 힘들다고 여겨져 왔다. 이번 구현을 발표한 논문은 이 사실을 재확인하며 시작한다. Photo by Thomas T on Unsplash 수학을 힘들어하는 마음, 이해가 간다. 전국의 수많은 ‘수포자’들이 어떤 기분인지도 잘 안다. 문제를 읽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머리가 하얘지는 바로 그 기분. 기계 번역처럼 입력과 출력의 쌍을, 툭 치면 나올 때까지 반복 암기해 길들이는 신경망으로는 수학문제를 풀 수 없다. 요령을 모르고 책상머리에 앉아 있다고 수학 성적이 오르지 않듯이…. 실은 대학입시나 학부 수준의 수학에는 요령이 있다. 그 수준의 수학이란 문제의 지문을 읽고 이 문제가 어떠한 학습 요소로 이뤄져 있는지 분해하는 일, 그리고 그렇게 낱낱이 나눈 요소에 필요한 연산을 실수 없이 수행하는 일. 이 두가지가 전부다. 그 학습 요소들이란 간단한 공식일 수도 있고, 그들의 조합이기도 하고, 짓궂게 단원을 섞어놓기도 한다. 아무리 어려운 본고사라고 하더라도 기출문제와 문제은행 모음에서 함부로 벗어날 수 없는 일이니, 결국은 반복되는 학습 요소들의 조합일 뿐이다. 학습 요소는 교과서로 상징되는 출제 범위 안으로 국한되기 때문에 “교과서만 보고 공부했다”는 전설도 허풍이 아닐 수 있다. 이처럼 수학시험의 관건은 어떠한 지문이 나와도 당황하지 않고 외워둔 학습 요소로 기계적으로 번역하는 일에 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도 마찬가지다. 이미 방대한 오픈소스를 학습한, 실은 암기한 코덱스(Codex)라는 거대 인공지능이 이번 구현의 배후에 있다. 여기에서 차별점은 이 코덱스가 이해하기 쉽도록 지문을 다시 한 번 더 고쳐 말해주는 데 있었다. 친절하게 지문을 풀어 기계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입력해주면 이 코덱스가 파이썬의 수학 모듈을 활용한 코드로 출력해 준다. 미리 암기하고 있던 것들이다. 코덱스는 깃허브(소셜코딩을 가능하게 하는 웹호스팅 서비스)의 코파일럿 기능으로 보통의 코드 편집기에서도 체험해볼 수 있다. 코덱스 자신이 외워둔 패턴을 사용자가 짜려고 하면 옆에서 나대고 참견하며 대신 짜준다. 패턴은 외운 만큼 인식된다. 이처럼 문제에 숨은 패턴을 인식할 줄 알면 수포자를 피할 수 있다. 필요한 패턴의 수는 일정하게 정해져 있으니, 이를 암기했다면 그다음은 해(解)를 도출하기 위한 실수 없는 연산력의 몫이다. 수학시험은 그것이 전부다. 어학이 결국 어휘의 암기이듯, 수학도 패턴의 암기라는 걸 이 인공지능은 증명하고 있다. 컴퓨터의 연산 능력은 초당 수억회. 한 치의 오류도 없을 것이다. 어떠한 문제를 던져도 만점을 받은 이 AI. 계산에 실수가 있을 리 없는 기계가 패턴까지 외우고 있었다니….
- IT칼럼
- [시사 2판4판]수학과 산수(2019. 03. 25 15:31)
- 2019. 03. 25 15:31 정치
- 패스트트랙 정국이 점입가경이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4당의 선거제 협상안이 발표되자, 어려운 셈법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셈법이 어려운가, 쉬운가가 아니다. 그 셈법이 정의로운가, 그렇지 않은가 하는 문제다. 어떤 셈법이 과연 국민들의 민심을 가장 정의롭게 반영한 룰일까. 자유대 학생 어이. 이번 수학문제 너무 어렵지 않냐? 바른대 학생 어렵지 않아. 빠르게 풀었지. 패스트하게. 자유대 학생 그거 어려운데. 4차 방정식이잖아? 바른대 학생 지난번에 너는 5차 방정식도 풀었잖아? 자유대 학생 그때는 풀었는데, 지금은 너무 어려워. 그냥 우리 수준에는 2차 방정식이 좋아. 바른대 학생 지난 연말에 푼 예산문제 이야기구나. 2차 방정식으로 풀었잖아 자유대 학생 우리에겐 그게 딱이야. 바른대 학생 수준 좀 올려봐. 수학과 학생이면 4차 방정식 정도는 풀어야지. 자유대 학생 그러지 말고, 우리 산수문제 풀자. 우리는 비례 공식이 없어. 아주 쉬워.
- 시사 2판4판
- [주간여적]대학수학능력시험(2015. 11. 03 14:49)
- 2015. 11. 03 14:49 사회
-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고 있는 수험생 / 김기남 기자 취재를 위해 사회교과 과목들의 교과서를 훑어나가던 중 이 교과서로 공부한 고등학생들이 어떤 시험을 보는지 궁금해졌다. 지난해 치러진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 사회탐구영역 선택과목 시험지들을 찾았다. 어려웠다. 대학에서 인문학과 사회과학을 복수전공했고, 특히 두 전공 다 사회탐구 선택과목 중 가장 많은 수험생들이 선택하는 ‘생활과 윤리’, ‘사회·문화’와 관련이 깊었지만 대충 봐서는 풀기 힘든 문제가 적지 않았다. 지난호 표지이야기 기사 서두에도 등장한 윤리학 학설 간 차이점을 묻는 문제를 비롯, 일부 사회과학 전공자가 아니라면 대학에서도 들을 일이 없는 양적·질적 연구방법론에 관한 내용까지, 요즘 들어 취업난 탓에 경영학과로 더욱 몰리는 대학 지원자들에겐 대학생활 중에도 마주칠 일 없는 이론적 논의가 고등학생의 학문적 관심을 끌기는 어려워 보였다. 관련 분야를 대학에서 전공까지 하고도 ‘대학에서 수학할 능력을 가리는’ 시험조차 제대로 볼 수 없다면 어느 한 쪽이 문제이긴 할 것이다. 비록 졸업 후 여러 해가 지났다지만 전공자의 머리에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 대학교육이 문제이거나, 필요 이상으로 추상적이라 관련 전공자조차 여러 번을 되풀이해 읽어야 문제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시험이 문제일 것이다. 물론 기자의 지적 역량이 낮을 수도 있다는 점은 일단 논외로 한 상태에서 말이다. 어느 쪽이 더 문제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보다 실용적 지식에 가까운 ‘공업’, ‘가사·실업’ 등 직업탐구 영역의 시험지도 보았다. 다행이었다. 사회탐구 영역보다는 정도가 덜했지만 ‘공업’ 시험지에 품질관리 국제인증에 관한 경영학 관련 내용, 하인리히의 재해발생 모형이 등장하는 산업공학 관련 내용이 나올 정도로 추상적이라는 점은 매일반이었기 때문이다. 기자의 무식을 변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인문학의 위기를 넘어 ‘문과의 위기’라 불릴 정도로 인문계열 전공자들에게 더 혹심한 취업 한파가 불긴 하지만 한편으로 고교에서부터 깊이 있는 인문·사회과학 지식을 가르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 지식이 단지 시험만 넘기면 필요없는 일회용 지식이었다면, 적어도 한 과목 정도는 고교 이후 현실의 사회생활에서 가장 필요한 내용을 시험문제로 만들어 대비하게 해주는 방법도 괜찮지 않을까.
- 주간 여적
- ‘수학자’가 접수한 다저스, ‘확률’에 빠지다(2015. 02. 02 17:28)
- 2015. 02. 02 17:28 스포츠
- 다저스의 새 프런트는 야구의 수학자로 불릴 만큼 숫자에 밝은 이들이다. 앤드류 프리드먼 야구담당 신임 사장은 월스트리트 출신이고, 새로운 단장은 MIT와 UC버클리를 나온 ‘숫자 장인’ 파르한 자이디다. 한국 프로야구 구단들의 스프링캠프는 한창 진행 중이고 메이저리그 역시 본격적인 스프링캠프 돌입을 앞두고 있다. 선수들에게는 기량 점검의 시간, 팬들에게는 응원 준비의 기간이다. 어떤 새로운 선수가 활약을 펼칠지 기다리는 시간은 소개팅을 앞둔 청춘의 두근거림과 크게 다르지 않다. 류현진이 뛰고 있는 LA 다저스는 국내에서 가장 사랑받는 메이저리그 구단이다. 그런데 새 시즌을 맞는 다저스는 조금 낯설다. 류현진은 그대로지만 많은 선수들이 바뀌었다. 장타를 펑펑 때려주던 유격수 핸리 라미레스와 중견수 맷 켐프가 떠났다. 황소를 닮은 커다란 눈망울과 치타만큼이나 빠른 발로 국내 팬들에게 사랑받았던 2루수 디 고든도 마이애미로 트레이드됐다. 류현진 뒤를 받쳐줄 센터라인, 2루수-유격수-중견수가 모두 바뀌었다. 미국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단장 파르한 자이다(왼쪽)가 1월 7일 LA 다저스 스타디움에서 새로 영입한 유격수 지미 롤린스를 소개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마운드 역시 변화가 심하다. 3선발 류현진의 뒤를 이을 4~5선발이 모두 교체됐다. 불펜진에도 변화가 생겼다. 수염에 불이 붙을 것처럼 ‘불쇼’를 이어갔던 브라이언 윌슨이 방출됐고, 베테랑 불펜 투수 조엘 페랄타가 합류했다. 디 고든 트레이드 때 데려온 크리스 해처도 불펜에 투입된다. 꽤 커다란 변화다. 변화를 이끈 것은 다저스의 새 프런트다. 야구의 수학자로 불릴 만큼 숫자에 밝은 이들이다. 앤드루 프리드먼 야구담당 신임 사장은 월스트리트 출신이다. 툴레인대학을 졸업해 베어스턴스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했다. 투자은행에서 만난 동료들이었던 매튜 실버맨, 스튜어트 스턴버그 등과 함께 메이저리그 구단 탬파베이 경영에 참여했고, 실버맨을 중심으로 탬파베이를 인수한 뒤 프리드먼은 탬파베이 단장으로 일했다. 1998년 창단 이후 10시즌 동안 꼴찌를 도맡았던 탬파베이는 이들이 활약하기 시작한 2008년 월드시리즈에 진출하며 대반전에 성공했다. 다저스 프런트의 수뇌부는 프리드먼 신임 사장을 중심으로 ‘수학자’들로 꾸려졌다. 새로운 단장은 파르한 자이디다. ‘머니 볼’로 유명한 오클랜드의 부단장 역할을 했다. MIT와 UC버클리를 나온 ‘숫자 장인’이다. 오클랜드에서 빌리 빈을 보좌할 때 ‘빌리 빈의 세이버메트리션 왕’이라고 불렸다. 수비 센터라인과, 제4,5선발 교체 프리드먼 사장-자이디 단장으로 이어지는 라인업에 ‘숫자 장인’들이 추가됐다. 샌디에이고 단장에서 물러난 조쉬 번즈 역시 세이버메트리션에 능하다. 번즈는 다저스의 야구 담당 부사장이 됐다. 다저스 육성총괄로 영입된 게이브 케플러는 탬파베이 외야수 출신이다. 최근까지 FOX스포츠에서 야구 해설을 했다. 케플러 역시 선수시절 야구 통계에 무척 강한 선수였다. 야구의 전문적인 통계를 다루는 일을 두고 세이버메트릭스라고 한다. 미국야구학회(Society for American Baseball Research)의 줄임말인 SABR에 메트릭스를 더한 말로 야구 통계의 대부격인 빌 제임스가 만들었다. 세이버메트릭스를 잘 다루는 이를 세이버메트리션이라고 한다. 다저스를 이끄는 프런트의 수장들은 이들 세이버메트리션으로 꾸려졌다. 앞선 단장이었던 네드 콜레티는 ‘전통파’에 속한다. 숫자보다는 전통적인 스카우트 방식을 선호한다. 정량적 평가보다 정성적 평가에 가치를 둔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류현진을 영입한 결정은 ‘대박’ 결정이었다. 그러나 이름값 높고 몸값 비싼 불펜 투수들은 대부분 실패했다. 올 겨울 다저스는 ‘확률 게임’에 푹 빠졌다. 다저스가 팀 구성에 있어서 대대적인 ‘개각’을 추진한 것 역시 ‘확률’을 위해서다. 야구는 확률 게임이다. 4선발 브랜든 매카시는 2005년 데뷔 이후 통산 52승65패를 기록했다. 단 한 번도 시즌 10승을 거둔 적이 없다. 2013시즌에는 애리조나에서 5승11패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 중반 뉴욕 양키스로 트레이드된 뒤 7승5패를 거둬, 앞서 애리조나에서 따낸 3승과 함께 처음으로 10승 투수가 됐다. 통산 평균자책 역시 4.09다. 그런데, 감춰진 숫자가 있다. 매카시는 볼넷을 주지 않는다. 지난 시즌 9이닝당 평균 볼넷이 1.5개였다. 양키스 성적만 따지면 1.3개다. 볼넷 안 주기로 유명한 류현진이 1.7개다. 클레이튼 커쇼도 지난 시즌 1.4개였다. 볼넷을 주지 않는 투수는 ‘계산’이 가능하다. 맞아 나가는 타구는 수비로 커버할 수 있다. 5선발 후보 브렛 앤더슨은 더욱 심각하다. 2라운드 지명의 유망주였지만 2011시즌 이후 단 한 번도 100이닝을 넘긴 적이 없다. 최근 3시즌 동안에는 시즌당 평균 40이닝 투구에 그쳤다. 툭하면 부상을 당했다. 2011년에 토미존 수술을 받았고 2013년에는 발이 부러졌다. 기대를 모았던 2014시즌 역시 손가락이 부러지는 부상을 당하면서 선발등판 8번에 1승3패(평균자책 2.91)에 그쳤다. 제4,5선발 감춰진 숫자서 가능성 찾아 역시 ‘확률’이다. 앤더슨의 부상은 2011년 통과의례와도 같은 토미존 수술을 제외하면 발, 손가락 등 투구와 관계없는 부상이다. 단지 ‘불운’했을 뿐이고, 확률로 따지자면 이제 불운은 끝날 때가 왔다. 앤더슨은 유망주 시절부터 ‘터지면 무서운 투수’로 평가받아 왔다. 둘의 영입엔 한 가지 숨은 이유가 더 있다. 매카시와 앤더슨 모두 오클랜드에서 뛴 경험이 있다. 파르한 자이디 단장이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확인한 ‘특별한 무언가’가 있을 수 있다. 불펜에 새로 추가된 투수 조엘 페랄타도 독특하다. 조엘 페랄타는 38세의 베테랑 불펜 투수다. 2014 시즌 69경기에 나와 3승4패, 방어율 4.41을 기록했다. 속구의 평균 구속이 90마일 언저리로 빠른 편은 아니지만 효과적인 움직임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야구 통계 중에 Babip라는 항목이 있다. 인플레이 타구의 타율(혹은 피안타율)로 풀이되는데, 페어지역으로 떨어진 타구 중 얼마나 안타가 되느냐의 확률 계산이다. 이 Babip는 ‘운’을 평가하는 요소다. 이게 높으면 공교롭게도 수비수가 없는 쪽에 공이 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페랄타는 2014시즌 Babip가 0.307로 자신의 통산 평균 0.267에 비해 꽤 높았다. ‘평소의 운’만 돌아온다면 페랄타는 단단한 불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다저스는 야수진 구성에 있어서도 수비 강화에 초점을 뒀다. 골든글러브를 4차례나 받은 유격수 지미 롤린스가 영입됐고, 수준급 수비를 보이는 2루수 하위 켄드릭이 센터라인을 지킨다. 일명 미트질이라 불리는 프레이밍 기술이 뛰어난 포수 야스마니 그란달이 포수진에 더해졌다. 중견수를 맡을 다저스 최고 유망주 조크 페더슨은 빼어난 수비능력을 자랑한다. 타자는 10번 중 3번만 안타를 때려도 되는 30%의 세계지만, 수비는 98% 이상의 확률로 성공해야 하는 세계다. ‘숫자 장인’으로서는 당연히 집중할 수밖에 없는 영역이다. 다저스는 공격보다 수비를 택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LA타임스의 스티브 딜벡은 지난해 칼럼을 통해 “다저스를 숫자 괴짜들이 접수했다”며 “두꺼운 뿔테안경을 쓰고 교실 뒤에 앉아서 계산기나 두드리던 녀석들”이라고 다저스 수뇌부를 비꼬았다. 딜벡은 “그들이 야구에 대해서 어떤 자산과 정보를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모르지만, 나는 이거 하나는 확실히 알 수 있게 됐다. 이제 내 노트북이 바이러스 때문에 고장 나면 어디로 가져가면 되는지 안다”고 한 방 먹였다. 이에 대해 자이디 단장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자이디 단장은 이 칼럼이 나온 뒤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스티브 딜벡 기자님 오셨나요? 저 노트북 고쳐드리려고 드라이버 갖고 왔는데요”라고 말했다. 일단 1차전은 자이디 단장의 판정승이라는 평가다. 진짜 승부는 시즌이 시작되면 그때부터다.
- [우정이야기]‘제왕의 학문’ 수학에 바치는 우표(2014. 07. 21 17:43)
- 2014. 07. 21 17:43 경제
- “수학을 다룰 줄 모르는 인간은 온전한 인간이 아니다. 기껏해야 그는 신발신기, 목욕하기, 집안 정리하기나 배운 괜찮은 유인원일 뿐이다.” SF의 거장 로버트 하인라인의 말이다. 미·적분이나 수열, 함수를 떠올리며 머리를 절레절레 흔드는 사람들에게 수학은 혐오의 과목에 불과한데 수학을 모르면 유인원일 뿐이라니. 발끈하는 사람들 많겠다. 그러나 수학은 인간의 삶 속에, 자연 속에 오묘하게 녹아 있다. “만물의 원리는 수(數)다”라고 설파한 피타고라스의 말에 공감하든 안 하든 우리 삶이 수와 얽혀 있다는 사실을 누구도 부정할 수는 없다. 실제로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고도의 수학적 활동을 하며 산다. 한정된 예산으로 집을 장만하고 자동차를 구입하고 금융상품 등에 가입할 때를 떠올려 보라. 누구나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와 지식을 총 동원해 추론하고 최적, 최상의 선택을 하기 위해 애쓴다. 무엇이든 눈에 보이기만 하면 셈을 하고 크기를 가늠하고 득실을 따진다. 예술 작품에는 수학적 이미지들이 들어 있고, 각종 게임에는 수학적 통계가 내재되어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범인 파생상품은 말할 것도 없고 모든 금융상품에는 수학적 법칙이 적용되고 있다. 자연계는 어떤가. 해바라기씨 안에 조화로운 수학적 배열이 존재하며, 조개껍질이나 꽃잎 구조에 기하학적 황금비율이 숨겨져 있다. 우정사업본부가 8월 13일 개막하는 세계수학자대회를 기념해 발행한 ‘피타고라스의 정리’ ‘오일러의 정리’ ‘파스칼의 삼각형’ 공식을 형상화한 3종 우표. | 우정사업본부 제공 인류 문명을 이끈 수학 천재들의 이야기는 또 얼마나 극적인가. 1637년 피에르 드 페르마에 의해 처음으로 추측된 ‘페르마의 정리’는 영국 수학자 앤드루 와일즈에 의해 증명되기까지 358년 걸렸다. 그동안 좌절한 수학 천재들이 얼마겠는가. 지금도 ‘리만 가설’ 등 범인들로서는 알 길이 없는 난제들을 풀기 위해 수많은 수학자들이 미로 속으로 뛰어들고 있다. ‘마치 존재하지도 않는 검은 고양이를 찾아 어두운 방을 더듬거리는 맹인처럼.’ 어둠 속에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인간 지성, 지구촌 천재 수학자들이 서울에 집합한다.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수학계 올림픽’ 세계수학자대회(ICM)가 8월 13일부터 21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린다. 세계 120여개국 5000여명의 수학자들이 모여 지난 4년간의 성과를 평가하고 세기 안에 풀릴 가능성이 있는 난제도 발표한다. 한국이 대회를 개최하는 것은 처음이며 아시아에서는 일본·중국·인도에 이어 네 번째다. 개막 행사 때 발표되는 필즈상 수상자에 세계 언론이 촉각을 세우고 있다. 필즈상은 40세 미만의 젊은 수학자들에게 주는 수학계의 노벨상이다. 미래의 수학 발전에 크게 공헌할 수학자에게 금메달이 수여되기를 바라는 필즈의 뜻에 따라 나이에 제한을 두었다. ‘제왕의 학문’인 수학 올림픽을 앞두고 국내외 수학계가 들떠 있다. 우정사업본부도 이를 축하하기 위해 우표를 발행했다. 우표와 수학이 무슨 관계냐고 의아해할지 모르겠지만 수학과 관련된 우표는 수백 종이 넘는다. 피타고라스, 아르키메데스, 뉴턴, 아인슈타인, 가우스, 아벨, 앨런 튜링 등 수많은 천재 수학자들이 우표 속에서 부활하고 인류의 역사를 바꾼 공식들을 되새겼다. 우본이 이번에 발행한 3종의 기념우표도 수학의 대표적 이론을 형상화했다. 첫 번째 우표는 아무리 수학에 진저리치는 사람이라도 기억하는 ‘피타고라스의 정리’(직사각형의 빗변을 한 변으로 하는 정사각형의 넓이는 나머지 두 변을 각각 한 변으로 하는 정사각형 두 개의 넓이의 합과 같다)이다. 두 번째는 스위스 수학자 오일러가 ‘독일의 쾨니히스베르크시 프레겔 강의 다리 7개를 하나도 겹치지 않고 건너기’에서 힌트를 얻은 ‘한붓그리기에 관한 오일러의 정리’다. 세 번째 우표는 파스칼이 열세 살 때 발견했다는 ‘파스칼의 삼각형’(서로 다른 물건 중에서 순서 없이 그 일부를 뽑는 방법의 가짓수를 삼각형의 기하학적 형태로 배열한 것)을 디자인했다. 총 100만2000장을 발행해 판매에 나섰다. 인도 속담에 ‘공작의 머리 깃처럼 수학은 모든 지식의 머리에 얹혀 있다’는 말이 있다. 모든 학문의 뿌리이자 사유와 철학의 학문인 수학이 한국에선 입시도구로 전락하고 기술과 계산 차원으로 격하된 지 오래되었다. 이번 세계수학자대회를 계기로 수학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바뀌고 한국 수학의 위상이 한 단계 도약하기를 바란다.
- 우정이야기
- [언더그라운드. 넷]세월호 수학여행 괴담, 진실은?(2014. 05. 26 18:18)
- 2014. 05. 26 18:18 사회
- “방금 미용실에 갔다가 놀랄 만한 이야기를 들었어요.” 한 누리꾼이 올린 괴담은 이런 말로 시작한다. 세월호 사건의 주인공은 원래 안산 단원고가 아니라 인천의 옥련여고가 될 뻔했다는 것이다. 안개가 끼여 출항이 지연되면서 순서가 바뀌었고, 옥련여고는 다른 배를 타고 갔다는 것이다. ‘세월호 수학여행’으로 검색하면 엇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버전의 이야기가 여럿 나온다. 오산 운천고, 평택여고와 관련한 이야기는 앞의 옥련여고에 비해 조금 더 구체적이다. 세월호를 타고 가는 것을 두고 안산 단원고를 포함해 세 학교가 제비뽑기를 했는데, 원래 당첨된 곳이 운천고라는 것이다. 그런데 단원고 교감이 사정해 운천고가 양보, 불행을 모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누리꾼은 “교감선생님이 자살한 것이 아마 그로 인한 죄책감 때문인 것 같다”고 추정했다. 면목고등학교 홈페이지에 올라온 수학여행 경비 인출 안내문. 세월호 사건이 나기 전에 이미 항공편 이용 예정으로 계획되어 있었다.9yu | 면목고등학교 찾아보면 이런 유의 ‘세월호 수학여행 괴담’은 꽤 된다. 이 수학여행 괴담에 주로 등장하는 곳은 서울과 수도권 인근의 고등학교들이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학교는 서울 강북지역의 면목고다. 5월 21일, 다음 아고라에는 이런 글이 올라왔다. “사고 하루 전, 세월호에 승선하기로 한 서울 면목고 학생들과의 계약이 취소됨.(세월호 정원이 921명이므로, 두 학교 모두 이용 가능)” 이 글을 올린 누리꾼은 그 근거로 한 타블로이드 시사지 기사와 블로그 글을 제시했다. 하지만 그 ‘근거’에는 면목고가 세월호에 탑승할 예정이었다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다른 고등학교가 세월호에 단원고 대신 또는 같이 탑승할 예정이었는데 이런 저런 이유로 취소되었다”는 이야기는 사실일까. 앞서 거론한 학교들은 확인한 결과 5월 수학여행 예정이었다. 세월호 사건으로 취소되었다. 이들 학교만이 아니라 5월 수학여행 예정 학교는 모두 취소되었다. 적어도 세월호와 같이 떠날 예정이었다는 등의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다. 그런데 면목고는 1학년 학생들이 4월 16일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나 2박3일 일정으로 다녀왔다. 안산 단원고와 겹치는 날짜다. 괴담이 퍼진 이유로 보인다. 그런데 학교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1학년 수학여행 참가동의서’ 문서를 보면 처음부터 항공편을 이용하는 걸로 돼 있었다. 참가동의서를 낼 시한은 3월 24일. 그러니까 사건이 나기 20일도 전에 이미 비행기 이용이 확정되어 있었다. 나라장터에는 이 학교가 낸 ‘수학여행 용역업체 선정 공고’가 올라와 있다. 입찰로 업체가 선정된 것은 올해 1월. 입찰에 제시된 여행경비 부분에는 ‘항공권’이라는 항목이 있다. 면목고 관계자는 “최근 3년간 왕복 항공권을 기준으로 입찰공고를 냈고, 처음부터 배편으로 이동하는 공지는 없었다”고 말했다. 세월호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강북의 기숙형 자립형공립고 대신 경기도의 가난한 동네 학교’라는 식의 음모설을 만드는 것은 곤란하다. 진상규명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다.
- 언더그라운드. 넷
- [표지이야기]수학여행 상품 ‘싼 게 비지떡’(2014. 04. 28 18:11)
- 2014. 04. 28 18:11 사회
- ㆍ모든 비용 학생 부담, 가격 비싸면 부조리 의혹… ㆍ최저가 입찰 상황서 안전은 뒷전 도교육청의 규정은 느슨했고, 정부의 지원은 없었다. 정보가 없다 보니 일선 학교가 수학여행을 준비하면서 사전에 위험요소를 걸러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정부의 지원이 없는 수익자부담이 원칙이었다. 학생들의 경제여건을 고려해 좀 더 안전해 보이는 비싼 여행상품을 선택할 수도 없었다. 특히 학교 측에서 업체를 선택할 때 최종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가격’이다. 감사 우려 때문이다. 최철환 경기도 교육의원은 “수학여행은 공공입찰을 통해서 구하는데, 같은 옵션이면 제일 싼 쪽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비싸게 했을 경우에는 부조리 관련 의혹을 사서 감사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로 각급 학교의 수학여행이 중단된 가운데 송파구 탄천주차장에는 관광버스들이 줄지어 서 있다. | 연합뉴스 공교육 일환이지만 지원은 전무 학교가 수학여행 업체를 선정할 때 첫 번째 단계는 나라장터에 공개입찰을 하는 것이다. 여행사들이 공개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요건은 느슨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공개입찰 자격요건은 사실 없다고 보면 된다. 차량 연식이나 자동차가 직영인지 지입인지, 보험은 가입되어 있는지 이 정도인데, 이 정도는 대부분의 여행사들이 기본으로 되어 있다”고 말했다. 직영차는 여행사에서 소유하고 있는 차량이고, 지입차는 개인이 차를 소유해 여행사로 들어와서 운영하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직영인지 지입인지는 사실 학교에서는 알 수가 없다. 사내에서 내부적으로 하는 거라서 지입인데 거짓말로 하고 직영차량으로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며 “한마디로 여행사 허가를 내게 되면 다 할 수 있고, 학생들을 인솔하려면 국내 인솔 가이드자격증이 있으면 되는 정도”라고 말했다. 나라장터에서 평균가격을 기준으로 몇 개의 업체가 선정되면 두 번째 단계인 학교장터에서 최종 업체를 선발한다. 나라장터에서 선정된 몇몇 업체끼리 다시 학교장터에서 입찰을 하는데, 이때 대부분의 학교가 최저가를 입찰한다. 업체 선정의 기준이나 가이드라인이 없는 가운데 선정 기준의 많은 부분이 가격으로 결정되면서 위험요소는 걸러지기 어렵다. 더군다나 이번 세월호 참사처럼 선박업체인 청해진해운의 문제점 등에 대해서는 여행사 쪽도 정확한 정보를 갖기가 쉽지 않다. 여행사 관계자는 “사실 인천에서 제주까지 배를 띄울 수 있는 회사가 많지 않다. 여행사도 별로 선택지가 없는 편”이라며 “청해진해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여행사들도 당연히 몰랐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 전직 교장은 이번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학교 측에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교라는 기관이 거대한 선박회사의 조직과 허술한 점까지 따지고 조사하기는 어렵다”면서 도교육청에서 여행사 입찰을 할 때 좀 더 구체적인 정보와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수학여행 폐지론부터 수학여행 안전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자, 각 지자체에서는 선박을 이용하거나 전세버스를 이용한 수학여행과 체험활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학교 측이 챙겨야 할 내용을 구체화하는 조례안을 준비 중이다. 계획을 수립하는 단계에서 학생들이 타야 할 선박의 연령과 사고 유무, 선장을 비롯해 항해사·기관사 등의 나이·경력 등을 해당 업체에서 정보를 미리 제공받아 확인하도록 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수학여행이 저가의 여행으로 이루어지는 현재의 관행을 개선하지 못하면 근본적인 문제점은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수학여행이 공교육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만큼 양질의 수학여행을 위한 비용 지원이 필요하지만, 현재 우리의 공교육 수준에서는 요원한 일이다. 최철환 교육의원은 “초등학교 현장 체험학습도 전액 지원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아직 한국의 공교육이 발전단계에 머물러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 표지 이야기
- [우정이야기]우표로 부활하는 비운의 천재 수학자(2012. 01. 17 17:18)
- 2012. 01. 17 17:18 문화/과학
- 올해 기념해야 할 인물로 앨런 튜링을 맨 앞자리에 놓고 싶다. 오늘날 인류는 그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음에도 고마워하기는커녕 그의 고국인 영국조차 죄인으로 만들어 죽음으로 내몰더니 지금껏 사면조차 하지 않고 있어서다. 튜링은 24살에 현대 컴퓨터의 기본 설계도라고 할 수 있는 ‘튜링 기계’를 고안한 천재 수학자다. 오늘날의 모든 컴퓨터는 튜링 기계가 제시한 이론체계에 의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세계 최초의 연산 컴퓨터인 ‘콜로서스’를 만들고 독일군의 암호체계 ‘에니그마’를 해독, 연합국의 승리에 크게 기여한 공로도 놀랍다. ‘튜링의 해’ 홈페이지(http://www.mathcomp.leeds.ac.uk/turing2012/) 로고 화면 중의 하나. 천재의 죽음은 어이없다. 동성애자라는 게 드러나 화학적 거세형을 당하고, 2년 후 불과 41세의 나이에 외로운 주검으로 발견됐다. 여성 호르몬 투여의 부작용으로 유방이 생기고 정신적으로 황폐해지자 청산가리를 주사한 독사과를 먹고 자살한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애플의 로고인 한 입 베어 문 사과는 그에 대한 추모의 뜻이 담긴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공식적으로 애플 측은 이를 부인하지만) 2012년은 튜링의 탄생 100주년이다. ‘튜링의 해’를 맞아 그를 기리는 네티즌들이 활발한 추모활동을 벌이고 있다. 튜링을 단죄한 영국의 행위에 대해 2009년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의 사과를 받아낸 바 있는 이들은 이번에는 온라인 청원을 통해 공식 사면을 추진하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영국 우정공사가 2월 발행 특별우표에 담을 ‘위대한 영국인 10명’ 속에 그를 포함시킨 것이다. 우표 가운데서도 특히 까다롭게 발행하는 것이 인물우표다. 오랜 우정 역사를 가진 영국은 인물우표 발행에 보수적이었다. 국왕 말고는 처음 우표에 등장한 인물이 윈스턴 처칠 전 총리였을 정도다. 특히 미국은 철저하게 살아 있는 인물을 배제했다. 이런 정책이 올해 비로소 바뀌었는데 그 배경에는 미국 우정공사의 만성적인 재정적자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도 인물우표는 잘 발행하지 않는 편이다. 금년도 우표 발행계획에도 인물우표는 없다. 굳이 꼽자면 11월에 발행할 ‘신라 박혁거세 특별우표’가 있는데, 인물우표라기보다는 ‘우리 문화 정체성 바로세우기’ 일환의 테마우표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우정사업본부는 이미 단군왕검(2008년), 금와왕(2009년), 주몽(2010년), 대조영(2011년) 특별우표를 발행한 바 있다. 가장 최근의 인물우표로는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년 기념우표’(2010년), ‘윤봉길 의사 탄신 100주년 기념우표’(2008년), ‘제17대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2008년) 등을 꼽을 수 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해서는 1988년 노태우 전 대통령부터 취임 때 1회에 한하여 우표로 발행하는 게 관례가 됐다. 다만 김대중 전 대통령 우표는 노벨평화상 수상 기념까지 포함해 2회 발행됐다. 우표에 가장 많이 등장한 대통령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다. 1980년 11대 대통령 취임을 시작으로 외국 순방 때마다 해당 국가의 원수와 동반으로 우표에 등장한 것이 무려 33회에 이른다. 그 다음은 21종의 우표에 등장한 박정희 전 대통령, 9종이 발행된 이승만 전 대통령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김대중 전 대통령 우표가 2회, 최규하·노태우·김영삼·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 우표가 1회씩 각각 발행됐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유일하게 윤보선 전 대통령은 우표에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인물우표 발행과 관련한 명확한 규정 같은 건 없다. 우정사업본부 우표팀 관계자는 “관례적으로 생존 인물을 주제로 한 우표는 발행하지 않는다”며 “다만 취임하는 대통령에 한해서 예외로 하고 있다”고 말한다. 정치적·종교적 논쟁이 있는 소재나 종교단체, 일반 개인을 기념하는 우표는 발행하지 않는 것이 내부 원칙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영국의 튜링처럼 올해 우표로 기념할 만한 인물이 어디 없을까.
- 우정이야기
이전1
2
다음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