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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토킹처벌법’ 뜸만 들이다 설익힐라(2020. 12. 04 14:24)
- 2020. 12. 04 14:24 사회
- ㆍ2년 반 만에 다시 입법예고… 피해자 보호 내용 거의 없어 아쉬움 법무부가 2018년 5월에 입법예고한 스토킹처벌법이 일부 수정을 거쳐 지난 11월 27일 다시 입법예고됐다. 무엇이 달라졌고, 왜 2년 반이라는 시간이 걸렸을까.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2년 전 입법예고안과 크게 달라진 점은 경찰 권한 확대다. 스토킹처벌법에서 피해자 보호조치는 응급조치와 잠정조치로 나뉜다. 응급조치는 현장에서 경찰이 할 수 있는 조치다. 잠정조치는 검사와 판사를 거쳐야 할 수 있는 조치다. 검사가 직권 혹은 경찰의 신청에 의해 법원에 청구하면 판사가 조치를 결정하는 과정으로 이뤄진다. 영장 발부 절차와 같다고 생각하면 쉽다. 수정된 입법예고안은 바로 이 잠정조치에 있던 일부를 응급조치로 이동했다. ▲피해자나 그 주거 등에서 100m 이내 접근금지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등이다. 이때 경찰서장은 검사를 거치지 않고 판사의 승인을 받아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판사의 승인을 받을 수 없을 때는 직권으로 응급조치를 취할 수 있다. 대신 잠정조치에는 스토킹 범죄가 재발할 우려가 있을 때는 행위자를 유치장 또는 구치소에 유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추가됐다(제8조 4). 검찰 권한 일부가 경찰로 넘어가고 대신에 검사가 권한을 가지는 잠정조치 부분에 구치소 유치 부분이 추가된 것이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적절하게 권한이 분배됐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검찰과 경찰의 ‘부처 간 이견’ 입법예고안에서 수정된 부분은 지난 2년 반 동안 스토킹처벌법이 왜 통과되지 않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 2018년 당시 스토킹처벌법은 스토킹 행위에 규정과 더불어 ‘부처 간 이견’을 이유로 국무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는데 ‘부처 간 이견’이 검찰과 경찰의 권한 문제였던 것이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국회 관계자는 “법무부가 강행하려 하면 경찰 쪽에서 발목을 잡았다. 경찰은 스토킹법을 시작으로 가정폭력처벌법, 아동학대처벌법에서의 임시조치도 바꾸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며 “동시에 법무부도 영장주의는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 일부가 경찰 권한 확대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20년 12월 기준 발의된 스토킹처벌법은 총 7건이고, 이중 3건이 경찰 공무원 출신 의원에 의해 대표 발의됐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 황운하·임호선 민주당 의원이다. 이중에서도 황운하 의원 안은 잠정조치에 대해 판사가 아닌 경찰서장이 ▲서면 경고 ▲100m 이내 접근금지 ▲전기통신 이용 접근금지 등을 결정할 수 있게 했다. 긴급 잠정조치 시에도 사법경찰 직권 또는 피해자가 신청하면 서장이 보호조치 여부를 결정하게 했다. 황운하 의원실 관계자는 “스토킹은 그 순간순간이 위험한 범죄다. 절차가 간소화되면 현장에서 더 적극적이고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며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더 큰 사고가 발생하는 일이 잦다. 경찰 권한의 확대라기보다는 피해자 입장에서 신속한 보호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부분에 대해 현장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이다. 스토킹 범죄는 초기 개입이 중요한데, 경찰이 현장에서 취할 수 있는 조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2년 반이라는 시간이 소요된 것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반의사불벌죄 부분 반드시 삭제돼야” 남인순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2018년 입법예고안이 통과됐더라면 상당한 범죄를 예방하거나 처벌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안타까운 마음이 크지만 지금이라도 빨리 통과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2018년 하반기부터 올해 7월까지 경찰에 신고된 스토킹 범죄는 1만996건이다. 하루 14.9건이 발생한 셈이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법을 촘촘하게 만들어야 하지만, 피해자 입장에서는 응급조치·잠정조치 권한을 어디가 주도적으로 가져갈 것인가, 문제로 2년 넘는 시간이 소요됐다고 생각하면 절망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2년 반 동안 스토킹 범죄에 대한 인식이 변했지만, 진전된 내용이 없다는 것도 한계로 지적됐다. 스토킹에 대한 정의가 대표적이다. 2018년과 올해 입법예고안은 모두 스토킹을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장소 또는 그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연락을 취하는 행위 ▲물건을 도달하게 하거나 물건 등을 두는 행위로 한정한다. 정춘숙 민주당 의원 관계자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라는 부분은 반의사불벌죄로 간주되기 쉽다”며 “스토킹 범죄는 행위자가 피해자에게 고소를 취하하라고 협박하는 경우가 많고, 피해자는 보복이 두려워 고소를 취하할 수 있다. 이럴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을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도 “반의사불벌죄 부분은 법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 반드시 삭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행위를 열거한 것에 대해 “형사처벌되는 행위를 명확히 정의함으로써 명확성 원칙을 충족시킬 필요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스토킹 행위 유형을 구체적으로 열거하는 방식으로 규정하는 경우, 열거되지 않은 행위를 처벌할 수 없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피해자 보호의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스토킹처벌법이 다시 입법예고 되긴 했지만 논의되어야 할 부분은 적지 않아 보인다. 스토킹의 정의는 물론 피해자 보호도 더 얘기되어야 한다. 발의된 법안 중 남인순·정춘숙 의원 법안만 피해자 보호명령, 신변 안전조치, 피해자 지원 등 피해자 보호 내용을 담고 있다. 승재현 연구위원은 “스토킹처벌법은 가해자 처벌도 중요하지만 피해자 보호가 함께 가야 하는데 지금은 피해자 보호와 관련된 내용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며 “스토킹은 재범의 우려가 높고 범행 수위도 점점 높아진다. 이를 법적으로 어떻게 방지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인순 의원실 관계자도 “피해자가 힘들어하는 것 중의 하나가 신고해봤자 크게 달라지는 게 없다는 것”이라며 “피해자가 느끼는 것과 수사기관이 느끼는 게 다르기 때문에 피해자가 직접 사법기관에 신변보호 등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야 한다”고 말했다. 송란희 사무처장은 “2년이 지나 다시 정부안이 나왔지만 스토킹의 정의 및 피해자 범위가 협소하며, 제대로 피해자 지원이 될 것인지 우려된다”며 “이후 국회에서라도 이런 부분이 제대로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 [만화로 본 세상]‘관심’과 ‘인기’라는 대중의 집단 스토킹(2020. 11. 20 14:24)
- 2020. 11. 20 14:24 문화/과학
- 퇴근 후 회식이 사라지고, 업무시간 외 연락이 금지되는 등 우리는 조금 더 사생활을 존중하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섣부른 의견이나 충고는 간섭이 될 수 있으며, 가까운 사이라고 해도 함부로 프라이버시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조금씩 형성되고 있다. 누군가는 이것에 정이 없다는 표현을 쓰기도 하지만, 시대는 변화하는 것이라 조심조심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한국어판 표지 최근 <아이돌 드렁크>(미야바 야지로 원저, 사키시마 에노키 글·그림)라는 만화를 보았다. 이 작품은 아이돌 그룹으로 활동 중인 멤버들이 휴식 시간에 술을 즐긴다는 설정이었다. 그들은 실제로는 성인이지만 대외적으로 활동하는 나이가 대부분 미성년자이며 이미지 관리를 위해 대중에게 들키면 안 된다. 그런데도 멤버들이 하나둘 합세해 스릴 있게 술을 마신다는 이야기였다. 만화는 들킬 뻔했다는 식의 가벼운 에피소드로 흘러가지만, 이런 상황에 기시감이 들어 그저 웃을 수만은 없었다. 대중이라는 집단의 스토킹은 흔히 ‘관심’과 ‘인기’라는 말로 흐려진다. 오히려 정당하다고 생각하고 강요도 한다. 나아가 대중매체는 이 상황을 이용해 돈을 버는 방법을 고안했다. 수많은 관찰 예능과 집요한 사생활 취재 그리고 검증되지 않은 소문을 퍼나르는 온라인의 뉴스 기사까지 매일 포털 사이트의 메인을 차지하고 있다. 흔해지면 당연해지고 우리는 죄의식 없이 그것들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호기심과 알권리를 혼돈하게 된다. 내가 응원하는 가수가 최근 만나는 누구의 직업과 나이와 과거를 알아야 할 권리 같은 게 있을 리 없다. 심할 경우 이 호기심은 누군가의 죽음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그때마다 각성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여전히 똑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결혼했으니 탈퇴하라 종용하고, 말투에 집착하며, 서 있는 자세도 지적한다. 의혹이 흘러나오면 취재기자와 팬들이 합심해서 온갖 사생활을 추적한다. 물론 대중의 호기심이 잘못은 아니고, 연예인들 역시 이점을 활용해 더욱 입지를 다질 수도 있다. 다만 외줄 타기처럼 균형 잡기가 무척 어렵고, 떨어지는 곳이 바닥이 아니라 불구덩이라는 차이가 있다. 방송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아무도 저를 모르고 돈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그럼에도 팬들의 이런 감시가 긍정적일 때가 있다. 예를 들면 유명 연예인이 성범죄를 저지르거나 가담한 경우 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시장을 정화한다. 덕분에 제작사나 기획사들도 이 문제에 방관하지 않게 되었다. 또한 연예인의 행동이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한다. 최근 한 연예인이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으로 온통 화제가 되었다. 이에 많은 이들이 응원을 보내며 시대에 뒤처지는 제도를 지적했다. 비혼모를 배척하고 정상 가족을 고집하던 분위기가 금세 역전됐다. 우리는 사생활이 존중받기를 원함과 동시에 소셜미디어에 그것을 전시하려는 욕구도 있다. 물론 그것은 편집된 것이며, 휘황찬란하게 꾸며진 상태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오늘의 일과를 올리고, 오늘 내가 입은 옷을 촬영하며, 무엇을 어디서 먹었는지도 알린다. 그리고 누군가의 반응을 기대한다. 몇개의 응원 댓글에 괜히 내가 잘났나 싶기도 하다. 반대로 악담이 달려 있다면 종일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는 유명하다는 이유로 그것의 몇천 배를 겪고 있다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 만화로 본 세상
- [법률 프리즘]스토킹은 범죄의 전조, 왜 법률 못 만드나(2020. 04. 17 15:02)
- 2020. 04. 17 15:02 사회
- 남성 A씨는 2017년 8월 여성 B씨에게 닷새간 236회에 걸쳐 “교제하고 싶다”며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B씨는 이미 연락을 원치 않는다고 밝힌 상태였다. 줄곧 응답이 없자 A씨의 문자메시지는 거칠게 바뀌었다. A씨는 회사에 전화해 B씨의 개인정보를 알아내려 하다가 급기야 “모든 것이 네 잘못이다. 연락에 응하지 않는 너와 그 주변 사람을 해치겠다”고 문자를 보냈다. ‘스토킹(Stalking)’이다.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에 가담한 사회복무요원 강모씨로부터 2012년부터 스토킹을 당해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바꾼 한 교사가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 해외에서 스토킹은 처벌 대상이다. 미국은 ‘누구든 살인·상해·괴롭힘·위협의 의도를 가지거나 그러한 의도 아래 상대방을 감시하에 두는 일련의 행위 또는 그 결과로 상대방 내지 관련자에게 해를 끼치는 행위’를 처벌하고 있다. ▲사망·중상해에 대한 합리적 두려움을 느끼게 하거나 ▲상당한 정신적인 고통을 가하거나 그러한 결과를 합리적으로 기대·예상할 수 있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 독일도 ‘타인에게 그 사람의 생활 형성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 방법으로 권한 없이 의사에 반하여 지속해서 접촉한 자’를 3년 이하의 자유형 또는 벌금형 처분을 한다. 일본도 ‘스토커 행위 등 규제 등에 관한 법률’에서 ‘반복된 따라다니기’ 등 열거된 행위에 해당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엔 이하의 벌금형으로 다룬다. 한국에선 경범죄처벌법상 ▲상대방의 명시적 의사에 반해 ▲지속해서 접근을 시도하여 ▲면회 또는 교제를 요구하거나 지켜보기·따라다니기·잠복해 기다리기 등의 행위를 ▲반복하는 사람인 경우에야 비로소 최대 10만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을 뿐이다. 처벌 범위도 좁고 수위도 낮다. 특히 경범죄처벌법 요건에서 벗어난 유형의 스토킹에 대해선 ‘입법 공백’ 상태다. A씨는 정보통신망법 위반죄가 더해져 불과 2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국민은 안전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스토킹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할 국회의 태업은 사실상 헌법 위반에 가깝다. 1999년 ‘스토킹 처벌에 관한 특례법안’이 발의된 이래 20대 국회서 5개의 법안이 발의되는 등 스토킹 방지와 처벌 관련 총 14개 법안이 발의됐지만 단 하나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스토킹의 정의와 범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 나아가 국가가 사인 간 관계에 개입하는 것이 과연 맞는지에 대한 논쟁 때문이었다. 스토킹은 범죄의 전조다. 국회가 20년이 넘도록 법률을 만들지 않는 동안 수많은 사건이 일어났다 ‘n번방 사건’에서 피해자들의 개인정보를 빼낸 혐의를 받는 사회복무요원은 과거 자신의 담임교사를 스토킹하다 뜻대로 되지 않자 급기야 어린이집에 다니던 교사의 딸을 살해해달라고 청부했다. 한 대학생은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교제하는 사람이 생기자 “다시 만나자”며 지속해서 스토킹한 끝에 피해자를 살해했다. 범죄는 결코 무균실에서 배양되지 않는다. 스토킹의 유형이 날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폭력 성향이 강해지는 국면에서 사인 간 관계에 공권력이 개입해선 안 된다는 주장은 힘을 잃는다. 입법 공백부터 해결해 최소한의 저지력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스토킹의 유형을 나열·한정하는 방식으로라도 즉각 법령을 통과시켜야 한다. 누군가 목숨을 잃고, 그때 가서 또다시 피해자의 이름을 딴 법안을 만들 텐가.
- 법률 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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