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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묻기만 하면 돈”…습지보전지역 코앞까지 산폐장 추진하는 대기업(2024. 03. 25 06:00)
- 2024. 03. 25 06:00 사회
- ‘에코’·‘네이처’ 꼬리표 단 계열사 통해 산업폐기물 사업에 속속 경남 사천시 곤양면 일대에서 대진일반산업단지 조성 공사가 진행 중이다. 뉴스사천 제공 “주민들은 산업단지까지는 용납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어요. 그렇게 산단 조성이 시작됐는데 시행사가 SK에코플랜트로 바뀌고, 산단 전체의 용도를 이차전지 재활용과 폐배터리 처리시설로 만들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우리나라에서 나온 폐배터리만이 아니라 외국의 것도 들여와 처리한 후 매립하겠다고 해요. 처음엔 지역을 살리기 위해 산단이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후회하죠. 그것조차 못 들어오게 해야 했던 거예요. 돌아보면 (산단을 개발하겠다고 해놓고 폐기물 사업장을 들여오는 게) 업체들의 전략인 것 같아요.” 강호천 경남 사천시 대진산단 산업폐기물 처리장 반대대책위원장의 말이다. 그는 지난 3월 14일 서울에서 열린 ‘산업폐기물 처리 공공성 확보 요구 집중행동’에 참가했다. 이날 사천을 비롯해 충남 예산, 강원도 강릉·양양, 충북 천안과 경기도 평택·연천 등 전국 각지에서 산업폐기물 매립장·소각장·SRF소각시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모여 서울 종각역 인근 SK서린빌딩, 여의도 태영본사,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산업폐기물 사업을 추진하는 대표적인 기업인 SK와 태영을 규탄하고, 산업폐기물 처리의 공공성 확보 등을 담은 정책요구안을 각 정당에 전달했다. ■환경과 개발의 엇박자 보여준 대진산단 사천시 곤양면 대진일반산업단지는 원래 우주항공 분야 제조업 유치를 목적으로 조성됐다. 산단 개발이 진척을 보이지 않자 시공사였던 SK에코플랜트가 시행사로 나섰고, 산단 용도를 통째로 ‘자원순환단지’로 바꾸는 변경 요청을 했다. 시는 산단 조성의 본래 목적과 다른 매립장·소각장 등 산업폐기물 처리장으로의 전환은 안 된다며 불허했는데 SK에코플랜트는 지난 1월 24일 ‘이차전지 리사이클링 복합단지’ 조성을 위한 투자의향서를 제출하며 산단 계획 변경을 다시 요청했다. 시는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데 반대하는 주민들은 SK에코플랜트의 계획이 포장만 바꾼 폐기물 처리장이라고 보고 있다. 새로운 배터리를 만드는 게 아니라 폐배터리를 분쇄·분리·추출·폐기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SK에코플랜트는 하루 200t이던 소각시설 용량을 절반으로, 매립시설은 16% 줄이고 중금속 추출 과정의 환경오염과 매립장 침출수는 기술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간 전국 여러 폐기물 매립 시설에서 침출수 유출이나 에어돔 붕괴 사고가 심심찮게 있었다는 점에서 주민들의 불안감은 크다. 대진산단 바로 앞에 있는 사천 광포만 갯벌은 지난해 10월 23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다. 국내 최대 규모의 갯잔디 군락지로 생태적 가치가 높은 곳이다. 광포만 습지는 2000년대 초부터 산단 조성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었으나 지역 주민들의 보존 노력 끝에 보호지역으로 지정되는 결실을 얻었다. 하지만 산단에 폐기물 처리장이 들어오면 습지가 오염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주민과 환경단체의 우려다. 박남희 사천·남해·하동 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은 “‘매립장 땅을 15~20m 파고 돔을 만들어 가스를 저장하고, 침출수는 외부로 유출하지 않겠다. 대기업이라 그런 기술을 갖고 있다’라고 하는데, 실제로는 전국 곳곳에서 침출수 오염이나 해양오염, 에어돔 붕괴가 비일비재하다”라고 말했다. 태영그룹이 산업폐기물 매립장을 추진하고 있는 강릉 주문진읍의 주민들도 침출수 유출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태영그룹은 사모펀드 KKR과 손잡고 ‘에코비트’라는 회사를 만들어 여러 곳에서 산업폐기물 매립장 사업을 하는데, 주문진읍에서는 ‘태영동부환경’이라는 회사를 별도로 설립해 대규모 산업폐기물 매립장을 추진하고 있다. 지정폐기물까지 처리하는데, 670만㎡로 국내 최대규모다. 이곳도 강릉시가 생태공원으로 지정하려는 부지와 가깝다. 산업폐기물 처리의 공공성 확보를 요구하는 시민들이 3월 14일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황의혁 제공 이날 집회에서 만난 양양군 주민 김경욱씨는 “폐기물 매립장 예정지에서 직선 5㎞ 거리에 주문진항이 있고, 소돌해수욕장이 있다. 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하천에 침출수를 내보낸다고 하는데 아무리 정화한다고 해도 지역 식당이나 횟집을 손님들이 찾을 것이며, 해수욕장에 손님이 올까. 강원 영동 지역에서 나오는 지정폐기물의 양이 전국의 0.2%도 안 되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게 남아 있는 청정지역이다. 왜 이곳에 폐기물을 끌어오려는 것인지 희한하다”고 말했다. ■대기업과 사모펀드까지 뛰어든 산업폐기물 사업 대기업이 ‘에코’·‘네이처’ 등의 이름을 단 계열사를 세우고 폐기물 사업에 열중하는 이유는 막대한 수익이다. 폐기물의 양이 늘면서 폐기물 평균 매립 단가는 2016년 t당 11만원에서 2020년 24만원으로 올랐는데, 현재는 그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추정된다. 방치폐기물은 더 비싼데 폐유기용제, 폐석면, 폐농약 등이 t당 60만원을 넘고, 의료폐기물은 t당 140만원에 가깝다. 일단 인허가를 받고 매립장을 건설하면 그 이후엔 돈을 쓸어 담을 수 있어 사모펀드와 대기업 사이에서 산업폐기물 매립장·소각장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된다. 실제 공익법률센터 농본의 2023년 자료에 따르면 에코비트는 산업폐기물 매립장 사업 분야에서 1368억원 매출을 거뒀는데 매출액에서 매출원가를 뺀 매출총이익은 1220억원으로 이익률이 89%에 달했다. SK에코플랜트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경기도 연천의 의료폐기물 소각장 운영업체 도시환경은 2021년 114억원 매출에 2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영국계 자본이 100% 지분을 소유한 경기도 용인의 의료폐기물 소각장 운영업체 스테리싸이클코리아는 2021년 277억원 매출에 6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현금 창출 능력이 탁월하다 보니 몸값도 높다. 태영그룹은 지난 1월 워크아웃 중인 태영건설 자구안으로 에코비트의 매각을 결정했는데 기업가치가 3조원 안팎으로 추정됐다. SK에코플랜트는 2021년 6월 클렌코, 대원그린에너지, 새한환경, 디디에스 등 4개 폐기물 처리 기업을 인수하면서 4000억원이 넘는 돈을 썼다. 2022년 5월엔 산업폐기물 매립장을 운영하는 제이에이그린의 지분 70%를 1925억원에 인수했다. 산업폐기물은 지자체가 관리 책임을 진 생활폐기물과 달리 전국 단위로 이동할 수 있다. 그래서 기업이 폐기물 사업을 추진하는 최적지는 땅값이 싸고, 인구가 적어 반대를 쉽게 물리칠 수 있는 농어촌 지역이다. 폐기물이 나오는 곳이 아님에도 폐기물 책임을 거의 전담하다시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기업이 농어촌 지역을 설득하는 주요 논리는 지역 부흥과 일자리 유치를 위한 산단 개발이다. 실제 SK에코플랜트는 서산시 대산읍, 아산시 선장면 등 충남의 다섯 군데 지역에서 산업단지와 산업폐기물 매립장을 패키지로 추진하고 있다. 기업들은 사업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 ‘활동비’를 지급하면서 주민들을 회유하고, 마을 주민들은 찬성파·반대파로 나뉘어 갈등을 겪는다. 산단 개발이나 폐기물 매립장·소각장이 들어서는 농촌 지역에서 되풀이되는 광경이다. 곤양면 석문마을 이장이기도 한 강호천 위원장은 “SK에서 활동비를 받아서 찬성 활동을 하는 세력이 있는데, 그래서 주민 간 갈등이 심했다. 지금도 마을이 반대파·추진파로 갈려서 서로 말도 안 할 정도로 앙금이 남았다”고 말했다. 경기 연천군 청산면 대전리에 있는 염색 공장과 폐기물 소각장에서 매연이 나오고 있다. 황의혁 제공 ■발생지 책임 원칙, 공공 관리 도입해야 이익은 민간업체가 갖지만 사후관리는 결국 공공이 떠맡는 경우가 많다. 충북 제천시의 경우에 에어돔 붕괴사고가 일어난 매립장을 시가 98억원을 들여서 복구했고, 충남 당진시의 고대부곡 매립장과 경기도 화성시 주곡리 매립장의 경우 업체가 부도를 내면서 지자체가 사후관리 부담을 떠안았다. 업체가 매립으로 이익을 얻은 후 30년 사후관리를 맡을 땐 고의로 부도를 낸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폐기물 매립장에서의 침출수 유출과 소각으로 인한 대기 오염에 따른 피해는 주민이 감당하고 있다. 경기 연천군 청산면 대전리에는 산업시설과 폐기물 소각장이 주거지를 중심으로 밀집해있다. 섬유 염색 공장이 15개 업체 이상 입주해 있고 아스콘 공장 한 곳, 건설폐기물 처리장 두 곳 등이 영업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12월 SRF(폐비닐, 폐플라스틱 등의 가연성 물질을 선별해 건조 과정 등을 거친 고형폐기물연료) 소각장이 추가됐다. SRF소각로는 마을 거주지와 불과 60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황의혁 SRF열병합발전소 설치 반대 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제일 심각한 건 지난해 겨울부터 가동한 SRF 소각장이다. 마을 한가운데 들어와 연기와 소음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황 부위원장은 “지난 10년간 마을 주민 30명이 돌아가셨는데 전부 사인은 암이었다. 30년간 마을 주변에 들어온 공장, 매립장이 내뿜는 오염물질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농촌 지역에 환경오염 시설이 주거지와 혼재한 경우는 드물지 않지만, 과학적으로 건강피해와의 인과관계가 규명되지 않은 곳이 많다. 정부·지자체 차원에서 실태조사가 필요한 부분이다. 농촌 환경오염 피해를 조사해온 고정근 공익연구센터 블루닷 대표는 “건강피해는 과학적 연관성을 규명해야 하지만, 소음과 냄새로 인한 스트레스 등으로 최소한 삶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면서 “대체로 농촌 지역에 고령자들이 많고, 적절하게 항의할 여건이 안 되는 분들이 많아 (폐기물 처리시설이) 그쪽으로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폐기물이 나오는 한 이를 처리할 시설은 사회적으로 필요하지만, 그 과정이 정의롭지 않은 게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산업폐기물 처리의 공공성 확보, 발생지 책임 원칙 확립, 주민감시 보장과 실태조사, 환경영향평가제도 개선, 정책 전환을 위한 국회 주관의 정·민·관 합동 TF 구성이라는 5가지 해결 원칙을 제시했다. 고정근 대표는 “법으로 어렵다면 지역 조례로라도 최소한 주거지에 인접해 들어가는 건 공적으로 제한해야 한다”며 “민간기업이 운영하더라도 공공이 운영하는 정도로 정보가 공개되고, 지역 의회와 시민사회가 감시할 수 있도록 공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승수 농본 대표(변호사)도 “폐기물 처리시설 설치촉진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주민감시나 주민참여 조항은 생활폐기물에만 적용되고, 민간업체가 하는 산업폐기물에는 적용이 안 된다”며 “생활폐기물보다 더 위험성이 큰 산업폐기물에도 주민감시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책 제안서에 민주당은 주민감시권 보장과 TF 구성에 찬성하고 나머지는 보류했고, 국민의힘은 아직 답변이 없다”며 “일단 논의를 시작하는 게 중요하고, 22대 국회가 구성되면 법 개정까지 가야 한다”고 말했다.
- [렌즈로 본 세상]순천만습지 ‘S자형’ 물길(2021. 02. 05 14:53)
- 2021. 02. 05 14:53 사회
- 세계 습지의 날(2월 2일)을 앞둔 지난 1월 31일 전남 순천시 순천만을 찾았다. 갈대와 갯벌 등 습지 일대를 조망할 수 있는 용산전망대에는 탐방객들이 꽤 오갔다. 저물녘 간조가 되자 유명한 ‘S자형’ 물길이 드러났다. “참 좋다”를 연발한 탐방객들은 이내 사진작가가 되어 일제히 휴대폰을 들고 풍광을 담았다. 해가 넘어가고 사위에 어둠이 내리자, 인근 농경지에서 먹이활동을 하던 흑두루미 무리 등 철새들이 잠을 청하기 위해 갯벌과 갈대 군락으로 돌아왔다. 그대로의 자연을 지켜보는 내내 경외감이 일었다. 2006년 람사르협약에 등록된 순천만을 비롯해 서남해안 갯벌은 세계 5대 연안 습지다. 순천만에는 멸종위기, 희귀 철새 등 수많은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태의 보고이기도 하다. 기후변화가 심각해지면서 ‘탄소 먹는 하마’ 습지의 역할이 여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다.
- 렌즈로 본 세상
- [IT 칼럼]사용자가 주도하는 오픈소스 ‘혁신의 습지’(2018. 07. 23 14:36)
- 2018. 07. 23 14:36 경제
- 오픈소스가 인공지능 등 소프트웨어 산업생태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지만 그에 합당한 주목을 못받고 있다. 정부의 혁신정책에서 사용자는 늘상 배제된다. 사용자가 혁신을 주도하는 주체라는 사실을 망각한다. 기술력을 갖춘 거대 기업, 혹은 산업의 중심축을 차지하는 게이트키퍼들에게만 정부의 자원이 분배된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연구개발 자금도 대부분 기업들의 몫이다. 진흥의 대상을 시장과 기업에 한정함으로써 사용자들이 주도하는 혁신의 활력은 점차 감쇄하고 있다. 사용자의 혁신 역량은 주로 시장 밖에서 발휘된다. 그래서 성장률 따위의 경제지표에 쉽게 잡히지 않는다. 주요 경제지표로 반영되지 않으니 정부의 관심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시장의 성장을 기대하는 정부의 일관된 정책으로 인해 혁신 생태계에 기여하는 사용자의 존재감은 늘 흐릿해 보일 수밖에 없다. 사용자가 주도하는 혁신의 대표적인 사례는 오픈소스다. 오픈소스는 공유재다. 협력적 관계의 성과물이다. 위계 없는 네트워크가 빚어낸 창발의 응축체다. 누구나 창작과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만 누구나가 다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는 없다. 내가 기여했지만 내 것은 아닌 셈이다. 사용자가 협력해 만들어낸 오픈소스는 ‘혁신의 습지’이기도 하다. 자연 습지는 역할이 잘 드러나 보이지는 않지만 생산성이 가장 높은 생태환경 가운데 하나다. 다양성과 생태 건강성을 유지하는 건 덤이다. 디지털 습지로서 오픈소스도 마찬가지다. 대단한 생산력을 갖추고 있지만 산업생태계에선 도드라져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사용자의 이타적 협력으로 조성된 공유재로서 산업 전반의 건강성과 생산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텐서플로라는 인공지능 오픈소스 소프트웨어가 있다. 구글이 2015년 공개했고, 지금은 가장 널리 쓰이는 인공지능 프레임워크로 자리를 잡았다. 텐서플로도 혁신 습지의 한 사례다. 텐서플로는 인공지능의 활용에 대한 진입장벽과 비용을 크게 낮췄다. 수많은 변형들이 만들어지면서 새로운 인공지능 기술 탄생의 산파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우버, 트위터, 샤오미 등 글로벌 기업들도 속속 텐서플로를 활용해 인공지능 기술의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다. 2015년에 이르러 텐서플로는 수천 명의 기여자들 손과 땀을 거치면서 이젠 구글이 아닌 모두의 자산이 됐다. 강조하지만 텐서플로는 더 이상 구글의 자산이 아니다. 사용자 커뮤니티의 자산이며 공동체의 보물이다. 하지만 자발적 사용자의 헌신적 기여는 경제지표나 매출로 잡히지 않는다. 시장에 존재하지 않을뿐더러 돈이 거래되는 상업적 상품도 아니어서다. 이처럼 오픈소스가 인공지능 등 소프트웨어 산업생태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지만 그에 합당한 주목을 못받고 있다. 국내외 유수 기업들이 다양한 오픈소스에 의존하고 있지만 정작 이를 공동으로 개발한 이타적 사용자들은 정부 정책의 지원대상에서 배제돼 왔다. 오히려 소프트웨어 특허권 강화를 들먹이며 디지털 공유지를 위협한다. 글로벌 컨센서스를 역행하며 사용자들의 혁신할 권리마저 앗아갈 기세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정부발 표어 속에 오픈소스라는 혁신의 습지는 거의 지워져 있다.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하는 많은 수의 기술적 실험들이 누구나 기여할 수 있고 참여할 수 있는 오픈소스 자원으로부터 파생된다는 사실을 정부는 간과하고 있다. 사용자들이 만들어가는 혁신의 경로를 포용하지 않는 이상, 혁신성장을 문화로서 안착시키기란 요원할 것이다.
- IT칼럼
- [생태줌인]시화호 습지는 뿔논병아리의 신도시(2013. 07. 23 15:53)
- 2013. 07. 23 15:53 사회
- 시화호 한 습지에 수초가 자라면서 100여 쌍이 넘는 뿔논병아리들이 찾아왔다. 수초를 뜯어 집단으로 틀어놓은 둥지는 마치 새들의 신도시 같은 풍경이다. 새우와 물고기 등이 풍부해 뿔논병아리 무리에겐 풍요로운 곳이다. 습지 수평선 곳곳에서 뿔논병아리들이 알을 품고 있다. 5월 중순부터 4~5개의 알을 낳고 한 달 정도 알을 품은 후 새끼들이 태어난다. 때로는 2차 번식도 한다. 1차 번식에서 태어난 녀석들이 2차 번식으로 태어난 동생들을 등에 어부바하고 물에 떠다니며 어미를 돕기도 한다. 뿔논병아리는 알을 품는 중에도 둥지 위에서 수시로 짝짓기를 한다. 암수가 번갈아 알을 품고, 함께 수초를 뜯어다 둥지를 보강하는 일도 잊지 않는다. 아마도 비가 오면 습지의 물이 불어나, 둥지가 잠기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생각된다. 뿔논병아리 어미가 갓 태어난 어린 것들을 데리고 주변을 살피고 있다. 뿔논병아리 어미들이 알을 품고 수초를 물어다 둥지를 보강하고 있다. 집단으로 둥지를 틀고 모여 살다보니 이웃과 영역 다툼 싸움이 자주 발생한다. 수컷들은 다른 무리가 가까이 침범하는 것을 경고음으로 제재하거나 치열한 싸움으로 쫓아낸다. 뿔논병아리의 주식은 물고기지만 연체동물과 수생곤충, 풀포기, 싹도 뜯어 먹는다. 우리나라에서 이같이 많은 뿔논병아리가 한곳에 둥지를 틀기는 처음 있는 일이다. 이들이 모여든 이곳은 세계습지협회 람사르 등록이 추진되고 있다. 이들의 집단 번식은 그야말로 등록 추진에 응원이 되고 있다. 이재흥
- 생태줌인
- [환경토크]정신분열적 ‘습지파괴특별법’(2008. 02. 21)
- 2008. 02. 21 사회
- 습지를 생명의 자궁이라고 부르는 것은 과장이 아니다. 지난해 말 통과한 ‘동서남해안권발전특별법’은 동서남해안 3만여㎢ 와 74개 지자체를 개발 대상으로 삼는다. 사진은 태안의 두웅습지. /경향신문 포토뱅크 "그 사람 정상이 아니야!” 흔히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규범에서 벗어나는 행위를 하는 사람에게 하는 말이다. 정상적이라는 기준이 뭘까. 이 세상에 모든 규범을 다 지키면서 합리성을 지키는 완벽한 사람은 드물다. 예수도 부처도 간디도 모두 인간적인 나약함과 허점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때때로 부조리를 드러내는 것은 인간이기 때문에 가질 수밖에 없는 자연스러운 욕망을 잠시 풀어놓는 수준에서다. 상상이나 공상 속에서처럼 사회적으로 허용된 일탈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조리가 혹 행동으로 이어진다 해도 흡연처럼 자신의 건강과 안녕을 해치는 범위에 그친다. 거기까지다. 한계선을 벗어나는 행위는 영화에서처럼 공공의 적으로 간주돼 법 이전에 윤리나 문화의 이름으로 제재를 당한다. 우리가 시커먼 잔해를 드러낸 숭례문에 망연자실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개발주의에 정신 팔려 겨레의 역사와 문화를 하찮게 여기는 이른바 높으신 분들의 집단 정신분열증에 분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숭례문만이 아니다. 3만㎢ 해안과 74개 지자체 개발 대상 지난해 12월 22일 ‘동서남해안권발전특별법’이 재적의원 178명 가운데 134명 찬성이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은 김태호 경남지사가 남해안에 있는 국립공원을 개발하려고 ‘남해안발전특별법’이라는 이름으로 법제화를 추진하던 것이었다. 이것을 대통령선거라는 고삐에서 풀려난 정치인들이 전 국토의 3분의 1을 포함시키는 법으로 둔갑시켜 통과시킨 것이다. 그것도 ‘특별법’이라는 이름으로. 기대했던 대통령의 거부권은 행사되지 않았다. 김태호 경남지사는 자신이 “귀향길을 막을 수도 있다”고 노 대통령을 압박해 통과시켰다고 언론에 자랑했다. 이명박 당선인을 만난 자리에서는 한 술 더 떠 “남해안특별법은 대운하를 뒷받침하려고 통과된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 당선인도 “앞으로 대통령은 시도지사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일해야 한다”고 추켜세웠다고 한다. 특별법은 동서남해안 3만여㎢ 해안과 이곳의 74개 지자체를 개발 대상으로 삼는다. 해수욕장, 명산, 유적지가 즐비한 다도해해상국립공원, 한려해상국립공원, 변산반도국립공원, 그리고 기름 재난으로 신음하고 있는 태안해안국립공원까지 대상이다. 또한 연안습지보호구역 7군데, 해양생태계보전지역 4군데, 두웅습지, 순천만갯벌, 무안갯벌 등 람사르 사이트로 지정된 습지와 줄포갯벌도 개발 대상지에 포함된다. 경상남도는 올해 10월 습지와 철새를 보호하기 위한 국제협약 총회인 람사르회의를 개최한다. 2005년 우간다에서 람사르회의 개최권을 따낸 뒤 ‘습지보호 선진국으로 가자!’며 기뻐했던 사람들 속에는, ‘동서남해안권발전특별법’을 통과시킨 지방과 중앙의 정치인은 물론 현 대통령과 차기 대통령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도대체 이런 자기부정과 이율배반이 또 어디 있을까? 람사르회의를 개최하면서 동시에 ‘습지파괴특별법’의 제정을 아무런 부끄러움도 없이 당당하게 추진하는 이들에 대해 ‘정신분열적 인격(Schizophrenic Personality)’를 나누어 가졌다고 진단해야 하지 않을까? 진정한 생명의 고향은 연안습지 습지는 어떤 곳인가? 모든 생명이 바다에서 왔다고 한다. 하지만 진정한 생명의 고향은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연안습지다. 지금도 연안습지에서 바다생태계 구성원의 70%에 이르는 동식물이 태어난다. 연안습지를 생명의 자궁이라고 부르는 건 결코 과장이 아니다. 따지고 보면 어머니의 피에 젖어 태어나지 않은 생명이 어디에 있는가. 정신분열의 세계에서 허우적거리며 생명의 어머니를 훼손하는 일을 눈도 깜짝하지 않고 해치우는 사람들. 이들을 어떻게 치료해야 개발주의의 망령을 멈추게 할 수 있을까? 자신들의 정신분열을 ‘총선 때문에 민의를 살피지 않을 수 없었다’고 변명함으로써 멀쩡한 국민들까지 환자로 만드는 그들을 이번에는 치료해야 한다. 자신을 해치려 드는 자식조차 모성애로 껴안아 받아들이는 것이 어머니의 모습이다. 하지만 우리가 정신 멀쩡한 자식들이라면 어머니의 죽음을 어찌 보고만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올해 총선은 투표가 아니고 치료다.
- 환경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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