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총 338 건 검색)
- [책과 삶] ‘신자유주의’는 우파 전유물?…좌파도 그 세계적 질서 확장에 결정적 역할
- 2024. 05. 16 20:25문화
- ... 역사학과 폴 멜런 교수로 재직 중인 게리 거스틀은 <뉴딜과 신자유주의>에서 뉴딜 질서와 신자유주의 질서의 흥망성쇠를 설명한다. 전자는 1930~1940년대 일어나 1950~1960년대 절정에 달한 뒤...
- 책과 삶
- 윤석열 정권은 ‘신자유주의적 처벌 국가’···‘자유’와 ‘시장’의 이름으로 개인 소외
- 2023. 07. 11 16:38문화
- ... 범주로 분석하고 이에 대응하는 것이 매우 시급하다”고 했다. 김정희원은 윤석열 정권을 ‘신자유주의적 처벌 국가’로 개념화한다. 이 신자유주의적 처벌 국가는 “‘자유’와 ‘시장’의 이름으로...
- 황해문화30년120호신자유주의적처벌국가
- “바이든은 신자유주의자” 미 진보 철학자 대선출마 선언
- 2023. 06. 06 07:34국제
- ... 대선 도전을 도왔다. 하지만 웨스트 교수는 민주당 소속인 조 바이든 대통령은 ’변변치 못한 신자유주의자‘로, 공화당 소속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신파시스트‘로 규정하며 비판했다. 웨스트...
- [세상읽기] 신자유주의의 끝물
- 2023. 01. 13 03:00오피니언
- ... 발을 빼고 있다. 지난 수십년간 영국과 미국은 ‘반노조, 기업 감세, 시장 제일주의’를 핵으로 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펴왔다. 이제 이런 정책을 그만두었다. 얼마 전 영국 보수당 정부는 철강업체를...
- 세상읽기신자유주의의노조귀족노조노동자
스포츠경향(총 2 건 검색)
- 김동연 “정부 반노동·신자유주의 정책에 심각한 우려”
- 2022. 12. 14 19:29 생활
- 경기도 제공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지금 정부의 반(反)노동정책이나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14일 수원 경기종합노동복지회관에서 열린 한국노총 경기지역본부 주최 ‘노동가족 송년의 밤’ 행사에 참석해 축사를 통해 “정부는 경제 역동성을 살리기 위한 빛만 강조할 뿐이지 그보다 더 구조적인 문제에 해당하는 그림자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는 도외시하거나 간과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동연 지사는 “양극화, 자살률 1위, 10·29 참사를 당하고도 반성하지 못하고 벌어지는 2차 가해들, 반 노동행위들, 반노동 정책들, 이런 것들이 경제성장의 뒤안길에 짙게 드리운 그림자”라며 “빛 뒤에 숨어져 있는 짙은 그림자가 해결되고 함께 그 문제를 풀어야만 지속 가능한 발전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경제가 어려울수록 취약계층, 소상공인, 중소기업인, 노동자에게 먼저 피해가 닥칠 가능성이 크다”며 “우선 경기도부터라도 이런 점에 있어서 먼저 대응하고 선제적으로 대처하고 지속 성장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저는 만 17살 때부터 노동자였다. 첫 사회생활 속에서 받았던 여러 가지 부당했던 대우와 적절하지 못했던 노동환경의 기억들이 지금도 생생하다”는 청년시절의 노동 경험담도 언급했다. 행사에는 김연풍 한국노총 경기지역본부 의장, 김춘호 경기경영자총협회 회장 등 노사정 대표자와 도내 노동가족 300여명이 함께했다.
- 민주당 “안철수, 공부가 덜 된 비판·신자유주의 엿보여” 공격
- 2017. 02. 03 23:59 생활
- 더불어민주당이 3일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4차산업혁명 공약을 ‘박정희식 발상’이라고 비판한 것에 대해 “대단히 공부가 덜 된 비판”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정진우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이같이 말하며 “안 의원에게는 정부와 시장의 관계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정 부대변인은 “정부가 시장의 자율성을 무시한 채, 시장에 불공정하게 개입하여 시장을 왜곡시키는 것을 감수하며 불균형 압축성장을 추진했던 것이 소위 박정희식 모델”이라며 “그것과 시장을 존중하되, 시장이 가지는 역기능을 방치하는 시장만능주의가 아니라 정부가 나서서 시장의 공정한 관리자 역할을 하고, 더 나아가 시장을 적극 지원하는 소위 ‘능동적 정부, 적극적 정부’의 모델은 엄연히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3일 국회에서 열린 제4차 산업혁명시대 포럼에 참석 안내 책자를 살펴보고 있다.|권호욱 선임기자 정진우 부대변인은 “안의원에게 있어 큰 정부, 작은 정부를 넘어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정부역할에 대한 대안은 무엇인가?”라고 반문한 후 “문 전 대표의 대통령직속 4차산업 혁명위원회 신설, 중소기업청을 중소기업부로 승격, 과학기술정책 총괄 국가 컨트롤타워 재구축은 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제대로 지원하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정부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구상인 것”이라고 말했다. 정 부대변인은 “그러한 정부의 역할을 문제 삼아 박정희 패러다임이라고 비판한다면, 그것은 정부의 역할 그 자체에 대한 부정이요, 이는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두자는 시장만능주의와 일맥상통하는 주장”이라며 “정부운용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 없는 준비되지 않은 후보, 안철수 의원의 모습에서 신자유주의자의 그림자가 엿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간경향(총 11 건 검색)
- “칠레는 신자유주의 무덤이 될 것”(2021. 12. 24 15:24)
- 2021. 12. 24 15:24 국제
- “칠레가 신자유주의의 요람이었다면 이젠 신자유주의의 무덤이 될 것이다.” 좌파연합 ‘존엄성을 지지한다’의 후보 가브리엘 보리치(36)가 지난해 12월 19일 칠레의 새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1986년생인 그는 올 3월 민주화 이후 최연소 칠레 대통령이 된다. 1973년 군부쿠데타로 비극적 최후를 맞은 살바도르 아옌데(1908~1973) 이후 이념적으로 가장 왼쪽에 있는 대통령이다. 칠레 제헌의회가 현재 논의하고 있는 새 헌법을 적용받을 첫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 “신자유주의의 종식”을 선언하며 세계인의 이목을 끌었다. 신자유주의는 ‘대처리즘’이나 ‘레이거노믹스’ 이전 칠레 시민의 피와 무덤 위에서 싹을 틔웠다는 역사적 사실이 새삼 환기됐다.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 후보가 대통령 선거 중 1차 투표의 일부 결과를 얻은 후 주먹을 치켜들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1970년 소아과 의사 출신 좌파 정치인 아옌데가 칠레 대통령에 당선됐다. 세계 최초로 혁명이 아닌 선거를 통해 들어선 사회주의 정부였다. 세계경제가 불경기의 늪으로 빠져들던 무렵이었으며, 칠레에서는 토지 없는 농민과 열악한 노동조건에 시달리던 노동자들이 잇달아 시위를 벌이는 등 빈부격차 문제가 특히 불거졌다. 아옌데 대통령은 구리 산업 국영화, 아동 무상 우유 급식, 토지개혁, 사회보장 확대 등을 추진했다. 아옌데 임기 첫해 인플레이션은 34.9%에서 22.1%로 크게 줄었고, 전 정부에서 3%도 이루지 못했던 경제성장률은 8%로 뛰어올랐다. 하지만 사회주의 정책에 불만과 두려움을 품은 강대국과 다국적 기업들이 투자를 끊으면서 칠레 국내총생산(GDP)은 곤두박질쳤고 물가상승률도 140%로 뛰어올랐다. 지주, 고용주, 백인 상류층 등 국내 보수파들도 아옌데의 정책에 반발했다. 아옌데가 구리 광산을 국영화하자 미국은 구리 가격을 일부러 폭락시켜 칠레경제를 뒤흔들었다. 오일쇼크 등 세계적 경제위기도 칠레경제를 혼돈으로 몰아갔다. 1973년 9월 11일 미국의 지원을 받은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당시 국방장관(1915~2006)은 쿠데타를 일으켜 대통령궁을 포위하고 아옌데의 교전 끝 자살로 선거를 통해 만들어진 사회주의 정권은 막을 내렸다. 피노체트 군부정권의 비극 피노체트 군부정권은 집권하자마자 아옌데의 모든 정책을 무효화했다. 정권은 미국과 영국의 시카고학파 출신 경제학자들을 초청해 경제정책을 만들도록 했다. 복지·교육예산 등이 삭감됐고, 259개 국영기업 중 14개의 기업과 1개의 은행을 제외하고 모두 민영화됐다. 연금, 보험, 교육, 전력 송배전 등의 공공서비스가 대거 민간영역으로 넘어갔다. 1973년 평균 94%이던 관세율은 1978년 14%로 대폭 내려갔다.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은 영국과 미국보다 칠레에서 먼저 만들어졌던 것이다. 해외투자가 재개되면서 1975년 470%까지 치솟았던 물가는 안정됐으며 피노체트 집권 시절 칠레경제는 연평균 6%씩 성장했다. 그러나 빈부격차가 확대되고 빈곤율이 상승했다. 민영화된 연금 체제에서 칠레 노동자들은 기여금 대비 40%도 되지 못하는 연금을 받았고, 대학 등록금은 비쌌다. 정권에 저항하는 시민은 잔혹한 탄압을 받았다. 칠레 정부의 과거사 조사결과에 따르면 17년간의 피노체트 집권 기간 사망자가 약 3000명, 실종자가 1200명 발생했으며 고문 피해자도 수만명에 달한다. 피노체트 시절 국가범죄에 대한 재판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칠레에서 한바탕 피바람이 몰아친 뒤에야 대처와 레이건의 시대가 열렸고, 한국의 신군부 정권 역시 신자유주의 정책을 받아들였다. 2019년 10월 25일 칠레 산티아고에서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행진하고 있다. / EPA·로이터연합뉴스 칠레는 1989년 피노체트를 몰아내고 민주화를 이루는 데 성공했다. 1988년 10월 피노체트의 집권 연장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에서 반대가 높게 나온 것이다. 그러나 피노체트 시절인 1980년 제정된 헌법은 이후에도 개정되지 못했다. 피노체트 헌법에는 교육, 의료, 복지 등 국민의 기본권에 관한 내용이 없었으며 노동법률 등도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돼 있었다. 민주화 이후 중도좌파 정부가 집권해도 칠레 정부가 떠안은 피노체트 시대의 유산은 해결할 수 없었다. 칠레의 1인당 GDP는 2018년 기준 1만6000달러가 넘는다. 이는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인구의 45%는 여전히 빈곤층에 해당한다. 지니계수도 0.46(2017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칠레에서 ‘신자유주의 종식’을 요구하는 대중운동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11년 대학 등록금 인상에 맞서는 시위가 칠레 전역에서 벌어졌다. 당시 칠레대 재학 중이던 보리치 역시 시위를 이끈 학생 지도자 중의 한명이다. 보리치는 2013년 고향에서 하원의원에 당선돼 정계에 본격 입문했으며, 2017년 재선에 성공했다. 버스요금 인상이 기폭제가 돼 벌어진 2019년 시위에서는 ‘1973=2019’란 팻말 구호도 등장했다. ‘1973년 체제’에서 근본적으로 벗어나야 한다는 요구였다. 최저임금 인상을 주요 공약으로 중도 우파 성향인 세바스타인 피녜라 대통령은 2020년 개헌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쳤다. 개헌을 요구하는 시민의 압력을 더 이상 묵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칠레 국민 78.99%는 개헌을 택했다. 2021년 7월 ‘마푸체’ 원주민 여성인 엘리사 롱콘(59)을 의장으로 하는 제헌의회가 출범해 1년 동안 개헌을 논의했다. 2019년 시위부터 제헌의회 출범까지 이어진 좌파 시민운동이 보리치의 당선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칠레 시민은 ‘신자유주의 종식’에 대한 지지와 양극화된 경제만큼 깊고 넓은 분열을 동시에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보리치는 최저임금 인상과 대대적인 사적 연금 개편, 의료 시스템 정비, 국영 리튬 회사의 설립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우파 연합 기독사회전선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56)는 기성정치권에 대한 비판, 불법 이민에 대한 강경한 태도 등으로 정치 아웃사이더에서 대선주자로까지 발돋움했다. 피노체트 시절의 경제 성과에 대한 긍정평가도 했다. 아옌데와 피노체트의 대리전처럼 벌어진 선거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카스트 지지자인 아우로라 오비에도(68)는 “난 아옌데 정권도 경험했는데 매우 혼란스러웠다. 먹을 것도 없고 뭐든 구하려면 줄 서서 기다려야 했다”고 말했다. 반면 미레야 가르시아(65)는 “쿠데타는 우리 가족을 완전히 파괴했다”며 “이번 선거는 칠레를 위험에 빠뜨릴 극우와 젊은 층을 대변할 후보의 대결”이라고 말했다. 50년의 세월 동안 더욱 깊어진 분열의 골은 보리치 대통령이 해결해야 할 숙제다. 하지만 개헌과 함께 칠레 역사의 한 페이지가 매듭지어진 것만큼은 분명해보인다.
- [장하나의 눈]신천지라 쓰고 신자유주의라 읽는다(2020. 03. 13 15:10)
- 2020. 03. 13 15:10 오피니언
- ‘뭐? 신천지라고?’ 몇 년 전 ‘새누리가 신천지’라던가 하는 소리를 들어본 것 같은데, 코로나19에 뜬금없이 신천지라니. 신천지 관련 기사가 쏟아지기 시작하자 ‘이거 영화야, 실화야’ 하는 그런 느낌이었다. 분노로 이어지기엔 너무나 비현실적이었다. ‘하나님의 새 나라의 제사장’이 될 터인데 학업·취업·가족·연애 그리고 코로나19가 무슨 대수냐? 수십만 명이 그렇게 생각했다는 게 믿기지 않아서 여전히 화가 안 난다. 신천지 교도의 60%가 20대 청년이라는 기사를 보았을 때 뇌가 흔들리는 충격을 받았다. ‘대체 20대가 왜?’ 수천 명의 신천지 청년 교도들이 일제히 교리 시험을 보는 동영상을 눈으로 보고서야 ‘이게 진짜구나’ 싶었다. 눈 앞에 펼쳐진 그 광경이 코로나19보다 훨씬 더 무서웠다. ‘신천지, 청년’으로 검색을 해보니 신천지를 탈퇴한 청년들의 인터뷰나 이와 관련한 기사들이 꽤 있었다. 신천지가 왜 청년을 노리는지, 청년은 왜 신천지에 빠지는지 그리고 청년들을 포섭하는 신천지의 구체적인 수법들이 나열돼 있다.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다지만, 한국사회와 한국의 청년들에게는 진단만 난무할 뿐 처방이 없다. 신천지를 제거하면 우리 사회는 치유될 것인가? 신천지는 사이비 종교인 동시에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다. 신천지가 암적 존재일지라도 악성 종양처럼 도려낼 수는 없다. 그들은 건강해야 하고 행복해야 하는 나 같은 사람이고, 그들 역시 우리다. 그들이 처음부터 하나님의 새 나라를 원한 건 아니었을 것이다. 먹고살 만한 안정된 직장을 구하고, 취미 생활도 하고 여행도 다니고, 좋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고, 특별한 사람을 만나 특별한 관계가 되어도 보고, 멋진 차를 사거나, 작더라도 나만의 공간을 구해 멋진 인테리어를 해보고 싶고, 맛있는 것 먹고, 좋은 옷 입고 싶고…. 말도 안 되지만 그걸 하나님의 새 나라가 대체했다. 사이비 교주의 말대로 선택받은 14만4000명에 들어 영생을 얻는 게 더 현실적인 목표로 느껴질 만큼 청년들에게 꿈은 감히 꾸어선 안 되는 금기의 영역이 됐다. 수능을 보고 나서, 군대를 제대하고 나서, 고민은 늘어가는데 고민을 나눌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그때 누군가 나타나 고민을 들어주고 심리테스트를 해주고, 그렇게 시작되었다고 한다. 한때 신천지 교도였다는 청년의 인터뷰를 보고 너무도 허망했다. 지금 우리는 다시 꿈을 꾸어야 한다. 주 40시간 땀 흘리면 먹고살 만한 사회가 되는 꿈, 상시 지속적인 업무에는 비정규 노동자를 쓸 수 없는 사회가 되는 꿈 말이다. 청년들에게 꿈을 꾸라고 하지 말고 나부터 꿈을 꿔야 한다. 택시 운전으로 4인 가족을 부양하고 저축해서 집을 살 수 있던 시절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고한다. 나 때는 더 힘들었다며 청년들 속이지 말고, 근거 없이 무조건 노력하라고 충고하지 말고, 내 자식만 살아남길 바라지 마라(그런 건 불가능하니까). 특히 전태일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청년에게서 꿈꿀 자유마저 앗아간 신자유주의와 양심껏 좀 싸우자.
- [김진호의 ‘웰빙-우파와 대형교회’](9) 자기계발의 시대 신자유주의적 귀족교육(2016. 08. 22 17:33)
- 2016. 08. 22 17:33 사회
- 이 대놓고 신자유주의적 성공주의를 드러내고 있다면, 이러한 날것 상태의 자기계발주의와는 달리, 많이 ‘조리된’, 하여 그 욕구를 보다 승화된 양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교육운동이 대형교회 대안학교운동이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 사람들은 당황했다.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이것이 그 시간을 살았던 사람들의 가장 중요한 물음이었다. 대답은 하나다. 적어도 그 시대에는 여러 가치관에 따른 다양한 답을 이야기할 여유가 없었다. 단지 하나만이 절박하게 요청되었다. 돈, 돈을 벌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무렵 출판계에는 주목할 만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고, 그러한 추세는 이후 거의 10년 동안 서점가를 휩쓸었다. 이른바 ‘자기계발서’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 이전까지 가장 높은 판매부수는 단연 소설 분야의 것이었고, 몇몇 소설가들은 밀리언셀러 작가로 등극했다. 그런데 2000년대에는 자기계발서들이 그 자리를 대체하였다. 놀랍게도 2000년대 베스트셀러 20권 중 무려 10권이 자기계발서들이다. 기독교 출판계도 예외가 아니다. 1999년 번역되어 출간된 가 그 신호탄이었다. 이 책은 2년 만에 무려 27쇄, 20만부 이상 팔렸다. 이후 수많은 기독교 자기계발서들이 쏟아져나왔다. 특히 2006년 번역 출간된, 미국 최대의 메가처치 레이크우드 교회의 담임목사인 조엘 오스틴의 책 은 기독교 출판물 중 최대의 밀리언셀러가 되었다. 또 미국에서 가장 특징적인 메가처치인 새들백 교회 담임목사인 릭 워렌의 책 시리즈도 밀리언셀러의 반열에 올랐다. 한국인 저자 김동환의 책 의 판매량도 수십만권에 달했다. 2006년대 중반 수많은 자기계발서들이 출간됐다. 기독교 출판계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2006년 한 대형서점의 자기계발 코너 / 경향신문 자료사진 20만부 이상 팔린 이 책들은 거의 모두 ‘성공’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더 적나라하게 말하면 돈을 벌 수 있게 하는 다양한 방법들에 관한 것이다. 이 시기 자기계발서들에 대한 주목할 만한 비평서인 에서 저자 이원석은 이 공통점에 대하여 “바깥의 사회구조를 배제하고, 순수하게 자기 자신을 주목하도록” 만드는 신화들이라고 좀 더 분석적으로 이야기한다. 즉 자기계발서들이 주장하는 성공 비법들은 개개인의 자기계발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하여 자기계발에 매진하는 개개인은 능동적으로 자기를 쇄신해야 한다. 그런 쇄신은 무한히 가능하고, 그 쇄신에 따라 성공이 실현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이가 남자건 여자건, 부자건 빈자건, 내국인이건 외국인이건, 사회적 범주가 어떠하건 상관없다. 쇄신은 사회적 규정에 좌우되는 게 아니라 자신의 노력에 좌우된다. 즉 자기계발은 철저히 개개인의 문제다. 한데 흥미로운 것은 자기계발은 개인적으로 수행되지만, 그 내용은 사회가 이미 규정한 것이라는 점에 있다. 즉 자기계발은 사회가 정한 원리에 따라 개개인이 자기 자신을 스스로 규율하는 수행과정을 의미한다. 이때 사회가 정한 원리란 크게 보면 신자유주의적 원리라고 할 수 있다. 요컨대 자기계발은 신자유주의적 삶의 수행법이며, 신자유주의적 인간의 자기 관리법이다. 지난 글에서 우리는 교회들의 배금주의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런데 그것은 이 시기 자기계발서들 속의 신자유주의적 원리가 여과되지 않고 적나라하게 표출된 것에 다름 아니다. 이러한 날것 상태의 신자유주의적 양상으로서의 배금주의는 동시대 기독교 출판물들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한국인 저자 김동환의 “서울대 출신 최강의 국·영·수 선생님들이 ( )에서 뭉쳤다.” 여기서 괄호 안에 들어갈 문구는 무엇일까? 참고로 이 전단지에 들어간 다른 문구들은 이렇다. “강북 강남 통틀어 이렇게 막강한 선생님들이 한꺼번에 모인 학원은 찾기 어렵습니다.” “수준별, 실력별, 맞춤식 학습을 통해 확실한 실력 향상을 목표로 학습이 이루어집니다.” 정답은 ‘장안평 다니엘비전학원’이다. 모두가 예상한 대로 학원 광고다. 그런데 핫한 학원가로 유명한 대치동도 아니고 분당 정자동도 아니다. 게다가 사람들이 잘 들어보지 못한 이름이다. ‘다니엘’이니 ‘비전’이니 하는 표현으로 봐서는 기독교 냄새가 풀풀 난다. 익숙한 것과 낯선 것이 섞여 있다. 이 학원은 장안평이라는 지명에서 드러나듯이, 고소득층 자녀를 대상으로 하는 학원이 아니라 서민층을 대상으로 한다. 그리고 기숙학원이다. 흥미로운 것은 새벽 5시10분에 예배로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 세 번의 기도와 예배를 통해 철저한 신앙훈련을 하는 곳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신학대학 입시학원이 아니라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입학을 목적으로 하는 입시학원이다. 그리고 가장 놀라운 것은 무료학원이라는 점에 있다. 원장은 의 저자 김동환이다. 서울대 종교학과 출신이고 전교 수석 졸업자로 알려졌다. 그가 이 학원에서 문제아인 청소년들을 SKY대학들에 입학시켰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것은 그가 창안했다는 공부법인 ‘다니엘 학습법’에 대한 폭발적인 반응을 야기시켰다. 입학 문의가 속출했다. 이에 중상위층 학생 대상의 유료학원을 만들려 했다가 재정 투명성 문제로 실패했다. 그렇지만 책은 전국 도처에서 불티나게 팔려나갔고, 그는 전국의 무수한 대형교회들을 돌면서 강연을 했다. 또 다니엘 학습법을 주제로 하는 무수한 수련회를 이끌었다. 즉 장안평의 기숙학원은 소문의 진원지일 뿐이다. 다니엘 학습법 신드롬은 전국적 현상이었고, 특히 대학입학을 꿈꾸어도 좋을 중상위계층에서 더 열기를 띠었다. 이는 자기계발서 현상이 단지 독서행위에 그치는 게 아니라 삶 전체가 투입된 실천적 수행으로 나타나는 하나의 사례에 속한다는 것을 뜻한다. 다니엘비전학원 전단지에 의하면 “21세기 다니엘 같은 하나님의 준비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다니엘 학습법’의 목표다. 즉 ‘21세기 크리스천 인재 양성’, 그것이 바로 ‘다니엘 학습법’으로 표상되는 신자유주의적 기독교 입시교육 신드롬의 지향점인 것이다. 다니엘비전학원 광고지 김동환은 기숙학원을 통해서 다른 교육, 즉 공교육의 교육과정 전체를 대체하고자 했다. 국·영·수 세 과목의 ‘입시교육’과 예배와 기도라는 ‘종교교육’으로 구성되는 입시 맞춤형으로 축소된 교육과정으로, 크리스천 인재를 양성하고자 했던 것이다. 이 대놓고 신자유주의적 성공주의를 드러내고 있다면, 이러한 날것 상태의 자기계발주의와는 달리, 많이 ‘조리된’, 하여 그 욕구를 보다 승화된 양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교육운동이 대형교회 대안학교운동이다. 1990년대 말 이전까지 개신교계 대안학교들은 크게 세 가지 양상으로 나타났다. 첫째는 장애인학교 같은 특수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대안학교이고, 둘째는 일종의 진보적 가치의 대안교육운동으로, 입시중심 교육에 반대하는 생태주의나 사회공동체주의적 대안학교다. 그리고 셋째는 근본주의적 신앙에 기반을 둔 홈스쿨링 운동이다. 이 세 가지 대안학교들은 모두 주류사회의 질서에서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벗어난 교육운동의 성격을 띤다. 그런데 2000년대 이후 개신교계에는 특히 대형교회가 주도하는 새로운 대안교육운동들이 활기를 띤다. 귀족교육으로서의 자기계발적 수행법 이 시기에 대형교회들이 대안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은 이렇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종교계, 특히 개신교계 사립학교의 종교교육에 대한 사회적 저항이 거세졌다. 나아가 종교계 사학법인들의 비민주적 재단 운영에 대한 사회적 검열의 요구도 빗발쳤다. 여기에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교회학교도 문제였다. 이때 대형교회의 대안교육에 대한 관심은 두 가지 문제제기가 결합된 양상으로 나타났다. 하나는 민주주의적 사회론의 기조에 대한 비판적 문제제기였고, 다른 하나는 교회 사학 운영의 전근대성에 대한 문제제기였다. 이 두 문제제기가 수렴되는 지점에 ‘21세기 글로벌 시대 크리스천 인재 양성’이라는 목표가 있다. 즉 민주주의적 사회론의 평등주의나 사학 운영의 전근대성의 공통된 문제점은 현행의 교육제도가 사회를 이끌어갈 엘리트의 양성을 방해하고 있다는 데 있다. 하여 기독교가 주도해서 엘리트 교육을 위한 대안적 교육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2000년대 대형교회들이 주목했던 대안학교운동이다. 2000년대 베스트셀러였던 기독교 자기계발서. 그런데 다니엘 학습법이 개발자 개인의 교수법에 의존하고 있다면, 대형교회의 대안학교운동은 좀 더 제도적이고 시스템적 체계를 중요시했다. 즉 신자유주의 시대의 엘리트로 성장하게끔 하는 제도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장치들이 활용되는 교육기관으로 기독교계 대안학교가 부각된 것이다. 그러므로 개발자 개인의 창의적 교수법 외에는 별다른 자원을 필요로 하지 않았던 전자와는 달리, 후자는 인적·물적 자원이 기존의 공교육보다 훨씬 더 풍부하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다. 이는 막대한 인적·물적 자원을 보유하고 있고, 그 자원을 활용하는 데 있어 지지부진한 논의과정을 거의 거치지 않고 신속하게 활용할 수 있는 대형교회에 가장 용이한 것이었다. 더구나 자녀교육에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강남·강동·분당의 중상위계층이 대대적으로 결집된 이 지역의 대형교회들에겐 교인들의 필요에 대한 맞춤형 기획인 측면도 강했다. 하여 대형교회들의 대안학교운동은 일종의 귀족화 교육의 측면을 지닌다. 그것은 명문대학 입학뿐 아니라, 신자유주의적 글로벌 시대에 맞는 국제적인 인재의 자격을 갖추게 하는 총체적 교육을 추구하는 학교라는 것이다. 유·초년 교육기관에서부터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까지 다양한 대안교육기관들이 속속 설립되었고, 그 학비는 일반 교육기관보다 훨씬 높았다. 단, 교인들에게 입학의 특전이나 학비의 특전을 주는 경우가 많아, 이런 교육운동은 일종의 선교 프로그램이기도 했다. 지역사회에 대중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일이고, 그들을 교인화하기에도 용이하며, 교인들의 결속도를 높이는 방법이기도 했던 것이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귀족학교들은 배금주의나 성공지상주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사실 다니엘학습법처럼 가난한 학생들에게 성공욕구를 부추기는 교육과는 달리, 처음부터 풍요로운 학생들에게 성공이란 삶의 최종 목적이 아니다. 성공도 격조 있게 이룩되어야 한다. 풍요를 위임받은 자가 격조 있게 재산을 관리하는 청부론처럼, 귀족적 대안교육은 성공도 품격을 필요로 하는 삶의 요소임을 강조했다. 신앙은 바로 그러한 품격 있는 성공의 준거다. 하여 귀족적 대안학교의 신앙은 웰빙적 자기계발의 수행법인 것이다.
- 김진호의 ‘웰빙-우파와 대형교회’
- [신간]신자유주의의 좌파적 기원外(2015. 03. 16 16:20)
- 2015. 03. 16 16:20 문화/과학
- 신자유주의의 좌파적 기원 조하나 보크만 지음·홍기빈 옮김·글항아리·2만8000원 냉전시대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에서 이루어진 정치·경제적 논의들을 제시하고 이 시기에 동서 대립을 넘어 교류했던 신고전파 경제학자들의 활동을 복원한 책이다. 담배는 숭고하다 리처드 클라인 지음·허창수 옮김·페이퍼로드·1만5000원 담배에 관한 종합비평서다. 이 책이 쓰여진 20년 전 미국에서는 금연운동이 퍼져나가고 있었다. 지은이는 문학과 철학, 정신분석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문과 접목시켜서 담배와 흡연 습관을 해부하고 있다. 검색의 시대 사유의 회복 법인 지음·불광출판사·1만4000원 인터넷, SNS 등 온갖 미디어를 통해 많은 정보들이 넘쳐난다. 이 책은 경직되고 고착된 검색에서 벗어나 활발하게 움직이는 사유·사색의 힘을 강조하고 있다. 누가 진짜 범인인가 배상훈 지음·앨피·1만3500원 프로파일러인 지은이가 다년간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범죄사회를 분석한 책이다.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범죄의 발생 경과와 수사과정, 범죄사건이 사회적으로 수용되는 양상과 효과 등을 짚었다.
- 신간
레이디경향(총 1 건 검색)
- [박세희·우제원의 독서연애] 신자유주의시대 상품화된 페미니즘 '눈살'
- 2020. 08. 31 13:52 문화/생활
- intro 청년 제원은 똑똑한 세희와 사랑에 빠졌다. 세희는 제원에게 단하나의 연애 조건을 요구한다. ‘존중할 것!’ 처음에는 이 조건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할수록 밑도 끝도 보이지 않는 조건이었다. ‘알 수 없으면 읽으면 되지!’ 세희와 제원은 연애를 위한 독서를 함께 해 보기로 한다. ‘박세희·우제원의 독서연애’는 스물한 살 페미니스트 대학생 세희와 기독교학을 전공한 스물일곱 살 제원의 연애독서일기다. 세희와 제원이 함께 읽은 열다섯 번째 책은 ‘페미니즘 리부트’(손희정 지음 / 나무연필)다. 이번엔 세희가 쓴다. ▶세희와 제원의 대화: 연애의 유통기한? 제원: 얼마 동안 연애하면 장수 연애로 불릴까? 3년? 5년? 10년? 세희: 10년! 그쯤 되면 화석 연애 아닌가. 갑자기 엉뚱 질문은? 제원: 우리가 만난 지 2년이 됐는데 다툰 적도 별로 없고, 짜증 낸 적도 거의 없더라고. 아직 그럴 때가 아닌지, 아니면 내 인품이 워낙 훌륭해서인지 궁금했거든 ㅎㅎ 세희: 역시 ‘기승전 자기 자랑’ 우제원! 난 연애는 기간보다 내용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연애도 양보다 질이 우선이야. 제원: 맞아. 시간이 가면 연애가 익숙해지는 순간이 오지. 서로 잘 안다고 착각하면서 상대를 함부로 예단하고 자신의 방식대로 행동하잖아. 상대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사소한 오해와 실수가 결국 눈덩이로 변하거든. 세희: 큭큭~ 똑같은 생각! 화목한 연애를 위한 요술봉은 상대를 향한 열린 마음이잖아. 제원: 세희야, 오늘도 난 너를 어제보다 더 애정애정 할게. 세희: 그만 좀 닥쳐 줄래. 닭살씨. 경향DB▶없는 정답은 찾지 말자 나 박세희는 올해 스물두 살이다. 나보다 여섯 살 많은 제원이와 2년째 연애 중이다. 가끔은 우리 커플이 다투지 않고 연애하는 비결이 무엇인지 생각한다. 둘 다 고양이를 좋아하고, 즐기는 영화 장르도 비슷하고, 약속을 칼같이 지키는 성격도 유사하고, 무엇보다 치킨 취향이 똑같은 것도 한몫 할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서로 만족할 수 있는 관계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생각하고, 그렇게 서로를 생각하는 시간이 너무나 행복하기 때문일 듯하다. 자주 싸우는 커플들의 공통분모는 ‘상대를 향한 식상함’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는 것이다. 사소한 지적에도 “그래. 알았어. 그렇게 할게”를 말버릇처럼 달고 다니고, “알았다니까. 피곤하다. 그만하자”라는 말이 나오면 위험수위를 지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커플은 얼마 후 연애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씁쓸하게 말하곤 한다. 익숙함이 식상함으로, 변화를 기대하는 마음이 간섭으로, 상대의 욕망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사랑이 식은 것으로 낙인찍는 순간 연애의 종착역은 멀지 않다. 연인들의 싸움거리 중 하나는 만남의 횟수에 대한 의견 차이다. 나와 제원도 이 문제로 한 차례 고비를 겪었는데, 발단은 다른 연인들과의 비교였다. 일주일에 몇 번, 한 달에 몇 번 같은 기준점이 없음에도 ‘통상적으로 이 정도 만나면 정상이지’ 같은 관념을 탑재하고 있었다. 다행히 우리는 가벼운 투닥거림으로 우리만의 지점을 찾았다. 경향DB▶신자유주의 안에서 혐오와 차별은 끝나지 않을 것 페미니즘도 연애와 닮았다. 연애를 잘하고 싶다면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야 하듯이 페미니즘에 대해 올바로 이해하려면 인간, 특히 여성이 그 사회와 관계하는 방식에 대한 이해가 요구된다. 지금껏 페미니즘의 측면에서 볼 때 우리 사회는 여성과 올바른 관계 맺기에 실패했다. 아니 바르게 관계 맺으려는 의도가 애당초 없었다고 보는 편이 낫다. 이제껏 사회적 약자이자 희생을 강요당한 여성들에게 매일의 삶은 전쟁과 다름없었다. 여전히 약자에 대한 혐오와 배제가 넘쳐나고 오히려 갈수록 노골화되고 가중되는 이 참혹한 현실에 대해 페미니스트로서 지금의 사회를 바꿀 것인지, 시원하게 차 버리고 새로운 사회를 꿈꿀 것인지를 대답할 때라 생각한다. 항해사가 나침반 없이 갈 길을 정할 수 없듯이 페미니스트로서 고민하기 위해서 지성은 필수다. ‘페미니즘 리부트’는 우리의 전두엽을 가격해 잠자고 있던 페미니즘 뉴런들을 새롭게 가격한다. 이 책은 쉽게 읽히지 않는 깊이와 난이도를 지녔지만, 읽을수록 시대적 이슈와 대중문화를 매개로 쉽게 간과할 수 있는 페미니즘의 본질을 현미경처럼 펼쳐 놓는다는 점에서 공감의 폭이 넓다. 저자 손희정은 무엇보다 현재 우리 사회를 이끄는 가장 강력한 문제를 진단하는 데 혐오와 이를 가능하게 하는 신자유주의를 지목한다. 1990년대 사회주의·공산권 세력의 몰락 후 신자유주의는 급속히 팽창하기 시작했다. 한국은 IMF를 겪으며 본격적인 신자유주의의 길로 들어섰는데, 이때 주목할 것은 노동·문화의 전반 영역에서 일어난 ‘유동화’라는 것이다. 노동의 유연화라는 명분으로 실시된 비정규직의 증가는 사람들을 생존의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이 무렵 개인들은 본인의 생존을 위해 약자를 몰아냈으며, 동시에 공동체의 해체로 상실된 소속감을 위해 혐오를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도구로 사용했다. 혐오를 제외하더라도 신자유주의는 페미니즘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통찰이다. 신자유주의의 가장 역겨운 지점은 상품화된 페미니즘을 파는 데 혈안이라는 점이다. 최근 미디어에서는 페미니즘과 관련된 메시지들이 많이 다뤄지고 있는데, 이는 페미니즘이 상업적인 가치를 가지기 시작하면서 가능해졌다. 그러니까 페미니즘이 공적인 영역에서 마이크를 잡을 수 있는 것도 자본주의적 속내로 파악하면 어디까지나 상품성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허용된다는 것이다. 페미니즘을 제대로 구현하려면 사회와의 관계에 대해 전반적으로 통찰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혐오의 근본인 신자유주의에 변화가 없다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몇 가지 사건들에 대해서 아무리 날을 세우고 싸워본들 약자에 대한 혐오는 멈추지 않을 거라는 말이다. 이제는 미디어에서도 심심치 않게 페미니즘을 접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불과 몇 년 전을 생각한다 하더라도 분명 이는 큰 변화임이 확실하지만, 진정한 페미니즘은 자본주의 가짜 논리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도 사회의 약자에 대한 혐오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각 문제에 시야가 매몰돼서는 안 된다. 신자유주의에 체제에 대한 페미니즘 비판의 필요성이 이제는 너무 확실해진 듯하다. 이때 신자유주의 체제를 다른 것으로 바꾸자고 할지, 아니면 개선하자고 할지는 이제 우리가 선택해야 할 문제다.
- 박세희·우제원의 독서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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