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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57) 인도네시아 부나켄-암컷? 수컷? 성을 바꾸는 ‘니모’ 흰동가리(2024. 11. 20 06:00)
- 2024. 11. 20 06:00 문화/과학
- 2018년 인도네시아 해양국립공원인 부나켄을 찾았다. 그곳에서 이웃한 말미잘에 보금자리를 튼 흰동가리들을 만났다. 흰동가리는 농어목 자리돔과에 속하는 물고기로 전 세계에 27종이 있다. 몸에 새겨진 빨강 또는 주황과 흰색의 배열이 광대 분장처럼 보여 서구에서는 클라운피시(clownfish)라고 한다. 말미잘(sea anemone)과의 공생으로 아네모네피시라 불리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몸을 가로지르는 흰색, 세로줄을 특징화해 흰동가리라 한다. 흰동가리는 ‘니모’라는 이름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2003년 개봉한 디즈니&픽사의 애니메이션 영화 <니모를 찾아서> 때문이다. 주인공 니모란 이름은 쥘 베른의 소설 <해저 2만리>에 등장하는 주인공 네모 선장에서 따왔다고 한다.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자 전 세계 관상어 시장에서 흰동가리 수요가 폭증했다. 현재 관상어 산업의 세계 시장 규모는 2020년을 기준으로 약 50조원에 육박하고 있으며 한국 시장 규모은 5000억원 정도라고 한다. 흰동가리는 얕은 수심의 산호초 지대에서 말미잘과 공생한다. 대부분 말미잘 하나에 서너 마리가 함께 살고 있다. 이들은 철저한 모계 중심으로 덩치가 가장 큰 녀석이 암컷이다. 암컷이 죽으면 수컷 중 한 마리가 암컷으로 바뀐다. 수명이 13년 정도인 것으로 알려진 흰동가리들은 주로 열대와 아열대 해역에서 살아가는데 제주도 남쪽 연안에서도 발견된다.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
- ‘암 치료 경험’ 약점 아니라 강점 된다(2024. 09. 02 06:00)
- 2024. 09. 02 06:00 사회
- 국립암센터 ‘함께가는병원’ 서비스···암 생존자에게 ‘병원 동행 매니저’ 일자리 제공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에 있는 국립암센터는 지난 8월 21일 사회적경제기업 ‘박피디와황배우’와 협력해 경기도사회적경제원의 지원을 받아 ‘함께가는병원’ 서비스를 시작했다. 병원 동행 매니저가 보호자가 없거나 돌봄이 필요한 환자의 병원 통원 및 진료·검사 등을 지원한다. 현재 각 지자체가 ‘일상돌봄서비스’ 안에서 지원하는 병원 동행 서비스와 유사하다. 다만 함께가는병원은 의료기관을 구심점으로 ‘암 생존자’가 동행 매니저로 활동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암 생존자에게는 일자리를, 암 환자에게 병원 동행 돌봄을 제공하는 ‘둘 모두에 좋은 서비스’를 지향한다. 경기 고양 일산동구에 있는 국립암센터는 사회적경제기업 ‘박피디와황배우’와 협력해 지난 8월 21일부터 암 생존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암 환자에게는 무료 병원 동행 서비스를 지원하는 ‘함께가는병원’을 시작했다. 지난 8월 27일 국립암센터 근처 한 카페에서 황서윤 박피디와황배우 대표(왼쪽), 암 생존자로서 병원 동행 매니저로 활동하는 박상기씨가 주간경향과 인터뷰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지난 8월 27일 국립암센터 근처 한 카페에서 병원 동행 매니저로 활동을 시작한 박상기씨(52)와 이 서비스를 기획한 황서윤 박피디와황배우 대표를 만났다. 박씨는 3년 전 난소암을 진단받고 항암 치료를 포함한 투병생활을 마친 후 현재 치료 경과를 추적 관찰 중이다. 황 대표는 8년 전 유방암을 진단받고 투병생활을 거친 암 생존자다. ■“암 생존자, 암 환자 모두에 이점” 함께가는병원 서비스는 국립암센터 공공의료사업팀이 추진하는 암 환자 및 암 생존자 대상 프로그램 중 하나다. 국립암센터에서 치료를 받은 박씨는 암 생존자들을 대상으로 병원 동행 매니저를 양성한다는 걸 알았을 때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저는 수술을 두 번 하면서 병원에 입원한 기간이 좀 길었는데 당시 간호간병통합병동이어서 다행이었지, 아니었다면 정말 힘들었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저희 부모님도 병원 갈 때 형제 중 누군가 안 가면 너무 어려워하시는데, 보호자가 없는 환자들을 동행 매니저가 도와준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걸 제가 할 수 있다면 보람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박상기씨) 국립암센터 ‘함께가는병원’에서 동행 매니저로 활동 중인 박상기씨가 지난 8월 27일 국립암센터 인근 카페에서 주간경향과 인터뷰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일의 보람’은 사회 복귀의 다른 말이었다. 암 치료 특성상 투병 생활이 길어지면서 암 환자는 사회와 단절되기 쉽고, 치료를 끝내고 완치 진단을 받은 후에도 일자리를 얻는 것이 어렵다고 두 사람은 말했다. 박씨는 “막상 병원 생활을 할 때는 미래를 잘 생각하지 못했는데 점점 ‘내가 사회에 나가서 뭘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을 많이 했다”고 했다. 황 대표는 “암 환자들은 암 진단을 받았을 때 한 번, 사회로 복귀할 때 또 한 번 큰 어려움을 겪는다”고 했다. “아무래도 아직 사람들의 인식에서 암 환자였다고 하면 그 사람은 되게 약할 것이고, 일을 시키면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암 생존자들은 병원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잖아요. 병원 동선도 알고 치료 과정도 알고, 그 마음까지도 알고요. 동행 매니저로서 어떻게 보면 경쟁력이 있다고 할 수 있는 거죠.”(황서윤 대표) 국립암센터의 병원 동행 매니저 1기는 7명이 활동을 시작했고 2기 15명은 교육을 받는 중이다. 활동 전 8시간가량 전문교육을 받는다. 국립암센터가 의사, 간호사, 의료사회복지사 등의 전문가들을 강사로 지원한다. 휠체어 등 환자 이동 기기 사용법이나 환자 낙상 예방법은 물론 환자와 심리적 거리는 어느 정도 유지해야 하는지 등도 배운다. 동행 서비스 후엔 정해진 활동비를 받는다.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이 동행한다면 돌봄을 받는 사람에게도 ‘더 나은 서비스’가 될 수 있다고 두 사람은 말했다. 박씨는 서비스가 시작된 첫 주 국립암센터에 입원 중인 60대 암 환자 1명을 지원했다. 박씨는 “보호자가 없는 분이었고 항암 치료를 하면서 머리카락이 빠지니 다듬고 싶은데 혼자 병원 밖으로 나가기는 어려워서 동행을 부탁해온 것이었는데, 미용실에 함께 다녀오면서 그간 살아온 이야기도 나눴다”며 “처음 만났을 때 어두웠던 표정이 다시 병실로 갈 땐 조금 나아진 것처럼 보였고, 제 마음도 많이 움직이고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내가 좀 안 좋아’ 이런 말을 했을 때 무얼 도와주면 좋겠다든지, 어딘가를 긁어주면 좋은지 저는 알잖아요. 항암 치료 시작할 때 어떤 느낌이었는지 아니까 감정적인 교류도 되고요. 암 환자들은 누군가 손 한번 내밀어주면, 등 한번 토닥여주면 정말 힘이 나거든요.”(박상기씨)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에 있는 국립암센터에서 지난 8월 27일 사회적경제기업 ‘박피디와황배우’의 황서윤 대표(오른쪽)와 암 생존자로서 암 환자 병원 동행 매니저로 활동하는 박상기씨(황 대표 옆)가 서비스를 안내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휴먼터치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건 인공지능이나 기계가 할 수 없잖아요.”(황서윤 대표) 다만 동행 매니저의 경험이 환자의 치료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도록 주의한다. 황 대표는 “동행 매니저에게 특히 강조하는 것은 ‘자신의 경험을 정답으로 말하지 않도록 주의해 달라’는 것”이라며 “사람마다 암종도, 치료법도 다르고 극복하는 방법도 다 다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국립암센터의 함께가는병원 서비스는 암센터를 이용하는 환자라면 누구라도 신청해 무료로 2회까지 받을 수 있다. 경기도사회적경제원의 ‘2024 사회환경문제 해결 지원사업’으로 운영되는데 올해 예산이 소진될 때까지 계속한다. 9월 11일까지 국립암센터 본관 홍보데스크에서, 이후엔 박피디와황배우 홈페이지와 SNS 계정으로 신청을 받는다. 다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기간은 오는 11월 8일 이전까지로 제한된다. 국립암센터는 내년에 사업을 지속할 예산 확보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밝혔다. ■“암 생존자의 사회 복귀 돕는 발판 됐으면” 이 서비스가 나온 배경엔 황 대표가 암 치료 후 사회 복귀 과정에서 겪은 ‘3만원의 경험’이 있었다. 뮤지컬 배우로 활동했던 황 대표는 생활비·병원비 마련을 위해 바리스타 자격증을 땄다고 한다. 하지만 경력이 없어서인지 카페 아르바이트도 구하기 힘들었다. “내가 쓸모없는 인간이 됐다는 감정이 힘들었다”는 황 대표는 2018년 서울 서대문구 암 환자 자조모임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자문료 3만원을 받았던 것이 생각의 전환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암 경험이 쓸모가 있을 수 있다’고 말이다. 황 대표는 그즈음 앞서 작품을 같이하면서 인연을 맺은, 역시 암 환자였던 박지연 PD(현 박피디와황배우 공동대표)와 팟캐스트를 시작했고, 암 환자 관련 콘텐츠·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경제기업을 키워가게 됐다. 국립암센터의 ‘함께가는병원’을 총괄하는 사회적경제기업 ‘박피디와황배우’의 황서윤 대표가 지난 8월 27일 국립암센터 인근 카페에서 주간경향과 인터뷰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황 대표는 “암 생존자들이 다시 사회에 나갈 용기, 발판을 만들고 싶다”며 “지금은 국립암센터에서 지원을 받아 시범사업 수준으로 하고 있지만, 암 생존자들을 위한 일자리 모델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박피디와황배우의 다음 목표는 정부·지자체 바우처 사업에서도 (함께가는병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중앙암등록본부)가 발표한 통계를 보면, 1999년 이후 암 확진을 받아 2021년까지 치료 중이거나 완치된 환자는 243만4089명이다. 국민 21명당 1명(전체인구 대비 4.7%)이 암 유병자라는 것을 의미한다. 2017~2021년에 진단받은 암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72.1%였다. 2006~2010년 암 진단을 받은 환자의 생존율(65.5%)보다 6.6%포인트 높아졌다. 암 경험이 늘고 생존율도 높아지면서 암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는 있지만 암 환자도 일상적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거나, 발병 원인을 온전히 환자 탓으로만 돌리는 등의 고정관념은 아직 남아 있다. “암 생존자 동행 매니저가 암 환자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을 바꾸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암 환자 당사자의 인식은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제가 암 환자지만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잘 먹고 일하는 모습을 보면, 환자분들도 ‘치료를 잘 마치면 사회에 나가서 다시 일을 할 수 있겠다’ 이런 인생의 계획이 세워질 수도 있잖아요.”(황서윤 대표) “제가 암 치료 후에 잘 살고 있다는 것이 환자분들에게는 작은 희망의 씨앗이 되지 않을까요.”(박상기씨)
- [취재 후] 암표 사는 게 ‘당연한 일’이 돼선 안 되죠(2024. 05. 08 06:00)
- 2024. 05. 08 06:00 문화/과학
- 김찬호 기자 사기만 하면 두 배는 기본. 이런 장사가 가능하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마치 땅 짚고 헤엄치기 같은 돈벌이에 혹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현재 한국 공연·콘서트 시장이 그렇습니다. 돈이 될 만한 공연·콘서트를 골라서 예매한 뒤 되팔기만 해도 큰돈을 벌 수 있습니다. 일부 인기 아이돌 콘서트는 정가의 4~5배를 버는 것이 가능할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공연 티켓 재판매는 암암리에 하고 있을까요. 그렇지도 않습니다. 일상생활에 파고든 중고거래 앱, 티켓 거래 전용으로 만들어진 인터넷 플랫폼 등을 이용해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습니다. 몇 배의 웃돈을 붙여 팔든 ‘도덕적 비판’의 대상은 될지언정, ‘법으로 처벌’받지는 않습니다. 이른바 ‘매크로’(반복 작업을 자동화하는 컴퓨터 프로그램) 프로그램을 이용해 티켓 예매를 하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지난 3월 22일 시행된 개정 공연법은 매크로를 이용한 티켓의 부정판매를 금지했습니다. 공연법 개정 취지를 보면, “암표가 기승을 부려서 법을 개정했다”고 명확히 나옵니다. 그런데 공연법 어디에도 이 ‘암표’가 무엇인지는 단 한 줄도 나오지 않습니다. 대체 이 법은 매크로 사용을 금지해서 무엇을 막겠다는 것일까요. 실효성도 문제입니다. 매크로 사용은 금지했는데 실제 예매 과정에서 매크로를 사용했는지 잡아낼 방법이 없습니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판매하는 업자들은 “안심하고 쓰라”며 개정 공연법을 비웃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개정 공연법을 통해 한 가지 확실해진 것이 있습니다. 매크로만 이용하지 않는다면 티켓을 사서 얼마에 되팔든 처벌할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공연 티켓을 되팔아 차익을 얻는 업자들에겐 사실상 ‘면죄부’가 주어진 셈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티스트 소속사와 티켓 예매를 위임받은 업체들이 자체적으로 나섭니다. 이들 역시 티켓을 재판매하는 업자들을 잡을 방법이 없습니다. 대신 공연을 보러 오는 관객, 즉 팬들의 행동을 통제합니다. 단순히 “암표를 사지 마세요”가 아닙니다. 신분증을 검사하고, 결제 내역을 확인하고 서로를 감시하게도 합니다. “내가 팬인지, 잠재적 범죄자인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법, 기술, 사회적 인식 어느 측면에서 봐도 현재 한국사회에서 티켓 재판매는 사라지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문제에 대한 접근법을 바꿔볼 필요가 있습니다. 티켓 재판매를 허용하되, 가격 상한 등으로 규제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지금 변화를 고민하지 않으면 한국에서 공연을 보기 위해선 암표를 사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 취재 후
- [편집실에서] 암표를 없앨 수 있을까요(2024. 05. 01 06:00)
- 2024. 05. 01 06:00 오피니언
- 홍진수 편집장 최근 유명 가수들이 ‘암표와의 전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암표가격이 수백만원대에 이르러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거론된 가수 임영웅씨는 불법 거래로 보이는 예매 건은 사전 안내 없이 바로 취소하는 등 강력하게 대응했습니다. 지난해 연말 소극장 공연을 하려던 장범준씨는 암표가 기승을 부리자 예매분 전체를 취소했습니다. 가수 아이유씨는 콘서트 티켓 불법 거래 신고자를 포상하는 ‘암행어사 제도’를 시행했습니다. 흔히 암표로 불리는 ‘티켓 재판매’는 콘서트장을 가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익숙합니다. 인터넷 예매가 없던 시절에는 인기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 앞에서 쉽게 암표상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주말에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는 야구장에 가면 은밀하게 접근하는 암표상이 있습니다. 좌석이 한정된 문화 시장에는 항상 암표가 등장한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겁니다. ‘직접 티켓을 산 사람’에게만 공연장 입장을 허용하는 방법도 나왔지만 아직 큰 효과를 보지 못한 듯합니다. 암표 판매자와 구매자들이 ‘아옮’으로 대응을 했기 때문입니다. 아옮은 ‘아이디 옮기기’의 줄임말입니다. 온라인에서 구매한 티켓을 양도할 때 티켓만 넘기는 것이 아니라 양도를 받는 사람이 직접 티켓을 산 것처럼 만들어주는 것을 말합니다. 암표 문제는 해결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개인과 개인 간의 거래를 막을 근거가 부족합니다. 이를테면 내가 힘들게 예매한 표를 사정이 있어 친구에게 넘길 때 웃돈을 조금 받는다면 문제가 될까요. 암표 역시 거래 행태 자체는 개인과 개인의 거래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재판매를 법으로 규제할 수는 있을까요. 지난 3월 22일부터 암표 판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개정 공연법’이 시행됐는데, 이 역시 온라인상 매크로를 이용한 입장권 판매자를 처벌할 수 있을 뿐입니다. 개정 공연법은 매크로를 이용하지 않고, 입장권을 구매해 당근, 티켓베이 등에 판매한 사람도 ‘부정판매’로 규정하긴 했지만 처벌 조항을 두지는 않았습니다. 즉 매크로만 이용하지 않는다면 당장 인터넷서 입장권을 구매해서 얼마에 팔든 법적으로 처벌할 근거도 없고, 실제로 처벌도 받지 않는다는 겁니다. 팬들은 속이 터집니다. 좋아하는 가수나 공연을 보러 가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가 됐습니다. 공연을 마련한 가수와 기획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암표 거래 과정에서 상승한 가격은 이들에게 돌아가지 않습니다. 가장 확실한 해결책은 아무도 암표를 사지 않는 것입니다. 공정한 절차를 거쳐 티켓을 산 사람만이 공연을 볼 수 있다는 인식이 사회 전체에 퍼진다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겁니다. 물론 그렇다고 쉬운 일은 아닙니다. 주간경향 이 번호는 과도한 티켓팅 경쟁이 만든 공연 입장권 재판매 시장을 심층적으로 취재해 전합니다. 개인 간 거래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는지 등 기본 논점부터 하나하나 짚어봅니다. 또 공연문화가 발달한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도 살펴봤습니다. 암표 문제, 이번에는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까요.
- 편집실에서편집실에서
- “뻔히 보고도 못 잡는다”…애꿎은 팬들만 잡는 암표와의 전쟁(2024. 04. 29 06:00)
- 2024. 04. 29 06:00 사회
- X(옛 트위터)에 올라온 콘서트 티켓 판매글/X 갈무리 “거래 건수 6000회 이상의 VVIP 등급 판매자입니다. 티켓 양도 안전하게 진행되오니 많은 이용 부탁합니다.” 공연·콘서트·스포츠 등의 입장권(티켓)을 거래할 수 있는 인터넷 플랫폼 ‘티켓베이’에 올라온 글이다. 오는 5월 초 진행하는 유명 아이돌 가수의 콘서트 티켓을 판매하고 있다. 정가 19만8000원짜리 VIP석 티켓은 5배가 넘는 105만원으로 가격이 재책정됐다. 지난 4월 23일 티켓베이 기준, 해당 가수의 VIP석 티켓 재판매 가격은 최소 67만원부터 최대 930만원까지 있었다. 또 다른 인기 가수의 콘서트 티켓 판매글에는 판매자의 고유 표식(시그니처)이 눈에 띈다. 글을 쓸 때 특정 색깔의 하트 표시를 순차대로 사용하는 식이다. 딱 이틀간 진행하는 콘서트 티켓을 판매자는 날짜별로 모두 갖고 있다. 해당 가수의 콘서트는 ‘효도 고시’라고 불리며 피켓팅(피가 튀길 정도로 치열한 티켓 예매 경쟁)의 대명사가 됐다. 한 번 성공하기도 힘들다는 ‘명당’ 자리를 판매자는 두 번이나 딱딱 예매한 셈이다. 해당 티켓은 두 장 연석으로 판매한다. VIP석 기준 정가 37만4000원짜리 티켓 두 장을 110만원에 팔고 있다. 공개된 플랫폼을 벗어나면 판매글은 조금 더 노골적으로 된다.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성격이 강한 X(옛 트위터)는 티켓거래의 ‘성지’가 됐다. X에서 콘서트를 검색하면 ‘티켓 양도’ 글이 쏟아진다. 실물 티켓도 사진으로 확인해볼 수 있다. 최종 거래는 판매자가 미리 만들어 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으로 구매자를 불러 거래하는 방식이다. 정가 10만~20만원대 티켓이 몇 배의 웃돈을 붙여 거래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런 상황이 공연 문화를 파괴하는 병폐로 지적되기 시작한 것도 몇 해가 지났다. 문제를 막겠다며 지난 3월 22일부터 개정 공연법도 시행됐다. 그렇다면, 웃돈을 받고 티켓을 판매하는 해당 글들은 모두 불법일까. 티켓베이, X, 티켓 거래가 가능한 모든 중고거래 사이트는 불법을 방조하고 있는 것일까. 현행법대로라면 해당 사례 판매자들은 모두 처벌받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티켓 거래가 가능한 플랫폼 역시 판매자가 몇 배를 부풀려 팔든 신고할 책임이 없다. 불완전한 법은 오히려 티켓을 높은 가격에 재판매하는 행위에 ‘면죄부’가 됐다. 업계에서는 있으나 마나 한 법에 더 이상 기대할 것 없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이로 인한 피해는 아티스트를 보고 싶어 공연장을 찾는 팬들이 입는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표를 구할 수 없어서 한 번, 공연장에 입장하려면 온갖 개인정보를 다 넘겨줘야 해서 또 한 번 상처를 받는다. 대체 한국 공연 시장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암표란 무엇인가 공연·콘서트와 관련한 논란의 핵심에는 흔히 ‘암표’라고 불리는 티켓이 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암표는 ‘법을 위반하여 몰래 사고파는 각종 탑승권, 입장권 따위의 표’를 의미한다. 즉 ‘암표’에 관한 법적 규제가 곧 용어의 정의가 된다. 현행법 체계에서 탑승권, 입장권 등 티켓 관련 조항이 있는 것은 경범죄 처벌법, 공연법 등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 법은 ‘암표’가 무엇이라고 명확하게 규정한 바가 없다는 것이다. 경범죄 처벌법 제3조는 경범죄의 종류를 나열하고 있다. 이중 2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태료의 형을 처벌하는 항목 중 ‘암표 매매’가 나온다. 이는 암표가 무엇이란 정의가 아닌 ‘행위’에 관한 것이다. 이에 따라 암표의 의미를 추론해야 한다. 해당 조항의 전문은 “흥행장, 경기장, 역, 나루터, 정류장, 그 밖에 정하여진 요금을 받고 입장시키거나 승차 또는 승선시키는 곳에서 웃돈을 받고 입장권·승차권 또는 승선권을 다른 사람에게 되판 사람”이다. 이를 통해 암표가 ‘정해진 요금’보다 웃돈을 얹어 공연, 경기 등이 진행되는 ‘현장’에서 거래된 티켓이라고 추론해 볼 수 있다. 지난 3월 22일 시행된 개정 공연법. 제4조의2 제2항이 신설됐다. 주요 내용은 ‘매크로’를 이용한 티켓 판매를 금지한다는 것이다./국가법령정보센터 반면 공연법에는 ‘암표’라는 말 자체가 없다. 대신 공연법 제4조의2 제1항에 ‘부정판매’라는 말이 나온다. 이 역시 행위에 대한 규정으로 부정한 것이 무엇인지 추론을 해야 한다. 해당 조항은 “입장권 등을 판매하거나 그 판매를 위탁받은 자의 동의를 받지 아니한 자가 다른 사람에게 입장권 등을 상습 또는 영업으로 자신이 구입한 가격을 넘은 금액으로 판매하거나 이를 알선하는 행위”를 부정판매라고 한다. 얼핏 보면 경범죄 처벌법의 ‘암표 매매’와 유사한 것 같지만 구성요건 자체가 다르다. 부정판매는 ‘상습 또는 영업으로’, ‘자신이 구입한 가격’을 넘어 판매한 티켓이 대상이다. 결정적으로 공연법은 부정판매에 대한 처벌 조항 자체가 없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장관이 부정판매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선언에 가깝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온라인에서 어떤 식으로 티켓을 판매해도 처벌할 수가 없다. 현행법대로라면 ‘암표’는 현장에서 거래되는 경우만을 한정할 뿐이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보완하겠다며 개정 공연법이 시행됐다. 제4조의2 제2항을 신설해 “누구든 정보통신망에 지정된 명령을 자동으로 반복 입력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입장권 등을 부정판매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했다. 이른바 ‘매크로’를 이용해 티켓을 ‘부정판매’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시행 한 달도 안 돼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개정 공연법이 실효성이 있을까 매크로를 이용한 티켓 판매를 금지한 조항에는 몇 가지 의문이 따른다. 첫째로 판매만 하지 않는다면, 매크로를 이용해 티켓을 ‘구매’해도 되는가. 매크로 이용을 예매단계부터 잡아내지 않는다면, 해당 티켓이 판매되는 과정에서 매크로를 이용했다는 것을 수사기관이 입증해야 한다. 또 매크로 이용이 가능하다는 것은 정상적인 절차로는 티켓을 예매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 경우 법이 지향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불분명해진다. 둘째로 매크로만 사용하지 않는다면, 티켓을 예매해 몇 배의 웃돈을 붙여 팔아도 되는가. 티켓 재판매가 일종의 ‘재테크’ 수단으로 인식돼 너도나도 인기 공연 예매를 시도해보는 상황에서 매크로만 막는다고 재판매가 줄어들지 미지수다. 이에 관해 공연법 주무부처인 문체부에 문의했다. 첫 번째 의문에 관해 문체부 관계자는 “공연법이 부정구매를 규정하고 있지는 않고, 매크로를 이용해 티켓을 구입해 상습 또는 영업의 목적으로 자신이 구입한 가격 이상으로 티켓을 판매할 경우만 처벌 대상”이라고 답했다. 즉 매크로를 이용해 티켓을 구매하는 것 자체는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의미다. 두 번째 의문에 대해서는 “개정 공연법 제4조의2 제1항에 따라 부정판매가 될 수는 있지만, 제2항에 따라 매크로를 사용하지 않는 이상 처벌 대상이 아니다”고 답했다. 즉 매크로만 이용하지 않는다면 인기 가수의 공연 티켓을 구매해 몇 배의 프리미엄을 붙여 팔든 처벌할 근거가 없다는 의미다. 예스24 티켓, 멜론 티켓, 인터파크 티켓 등의 예매처가 자체적으로 매크로 적발 수단을 도입하고 있기 때문에 처벌 조항만 있다면 업자들을 잡을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매크로 제작 업자와 접촉해 실상을 확인해 봤다. 범죄에 이용될 가능성을 고려해 상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지만, 업자는 시종일관 자신감을 보였다. “‘입력하기’, ‘체크박스 클릭하기’, ‘특정페이지로 이동하기’는 물론이고 ‘캡차’(매크로가 아닌 사람임을 특정하기 위해 일련의 문자를 쓰게 하는 것) 해독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최근에는 구매자가 원하는 공연 좌석이 있는 맵으로 바로 이동할 수 있는 기능까지 추가했다”고 답했다. 매크로 제작 업자와 나눈 대화 내용/김찬호 기자 의문에 대한 답변이 가리키는 결론은 분명하다. 개정 공연법으로 티켓 재판매의 폐해를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법 시행 이후 한 달여가 지났지만 여전히 티켓베이, X, 각종 중고거래 사이트 등에는 기본 4~5배 웃돈을 붙인 공연 티켓이 쏟아진다. 이중에는 영업성, 상습성을 버젓이 홍보하는 곳도 많다. 동일한 공연 표를 날짜별로 확보하는 등 매크로 사용이 의심되는 업자들 역시 다수다. 법 위반을 홍보수단으로 삼고 있지만 문체부, 경찰에 따르면 신고 및 수사가 진행된 사례는 없다. 문체부 관계자는 “티켓 거래 사이트 등에서도 법 위반이 의심된다고 신고한 경우는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문제의 근본 원인인 티켓 재판매 업자를 처벌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업계는 새로운 대안을 찾았다. 관객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다. 팬인가, 잠재적 범죄자인가 2024년 기준, 한국에서 진행하는 공연·콘서트에는 기본 원칙이 있다. ‘공연 예매는 본인 명의의 아이디(ID)로 예매처에 로그인을 한 뒤, 본인 명의 카드 혹은 계좌로 티켓값을 지불하고, 본인만 콘서트에 참석할 수 있다. 어떠한 경우에도 양도나 티켓 재판매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를 기획사나 예매처는 티켓 재판매를 막기 위한 특단의 조치라고 설명한다. 티켓 재판매가 사그라지지 않는 것은 이 원칙을 깨는 일부 팬들 때문이고 이들을 감시하면 문제를 없앨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런데 개인 간 거래되는 티켓 중에는 ‘대행표’, ‘초대표’, ‘관계자표’, ‘내부표’란 이름으로 기획사나 후원사, 예매를 대행하는 업체 쪽에서 흘러나온 것들도 있다. 주로 아티스트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앞쪽 좌석에 배치돼 일반 예매표보다 프리미엄이 붙는다. 해당 티켓으로 입장하면 본인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증언도 차고 넘친다. 원칙에 구멍을 만들고 있는 것은 공연 기획사 및 관련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티켓 재판매는 팬들의 행동, 인식을 교정해서 잡아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최근 가수 아이유 콘서트에서 발생한 사건은 이러한 시각이 어떤 문제를 만들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지난 2월 아이유 콘서트를 예매하는 데 성공한 A씨는 예매처인 멜론 티켓으로부터 “공연 공식 예매처가 아닌 개인, 또는 인터넷 중고 거래 사이트를 통한 티켓 거래가 의심된다”는 메일을 받았다. 멜론 티켓 측은 “‘신분증’, ‘입금확인증(이체확인증) 또는 카드결제내역’, ‘결제 과정’(예매-입금-확정 과정)을 제출해 해당 의심을 소명하라”며 “정해진 기한까지 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소명하지 못할 경우 예매 취소 및 추후 아티스트 팬클럽 이용 및 공연 예매 제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 경고했다. 아이유 콘서트에서 겪은 부당함을 공론화 한 A씨가 블로그에 올린 글/A씨 블로그 갈무리 A씨에게 소명 요청이 온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추측된다. 하나는 결제 과정에서 발생한 실수다. 티켓 가격에 수수료를 포함한 16만7000원을 지정된 무통장 계좌로 입금해야 하는데 수수료를 뺀 16만5000원을 이체했다. 이로 인해 A씨 명의 계좌에서는 정상 결제가 불가능해졌다. 결국 A씨를 대신해 친구가 16만7000원을 지정된 계좌로 입금해 결제를 완료했다. 또 다른 하나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아이유 콘서트 예매에 성공했다는 사실을 알렸다는 것이다. 아이유의 소속사 측은 티켓 재판매를 막겠다며 이른바 ‘암행어사 제도’를 운영했다. 티켓 재판매 의심 사례를 신고해 사실로 확인되면 그 포상으로 콘서트 티켓 등을 받는 것이다. A씨가 SNS에 올린 글이나 이를 도용한 글을 보고 누군가 티켓 재판매로 신고했을 가능성이 있다. 요인이 불분명하다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A씨와 멜론 티켓 측과 연락할 때는 SNS에 올린 티켓이 문제로 지적됐고, 신분증 및 계좌이체 과정, 친구와 나눈 대화 내용 등을 제공해 소명도 마쳤다. 하지만 지난 3월 3일에 열린 콘서트에서는 소속사가 친구가 티켓 값을 대신 입금해 준 것을 문제 삼았다. ‘대리 예매’라는 것이다. A씨가 블로그를 통해 해당 문제를 공론화하자 아이유 소속사 이담 엔터테인먼트는 “과도한 소명 절차로 피해를 입은 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암행어사 제도 역시 폐지했다. 상황은 일단락됐지만 A씨 사례는 근원적 의문을 만든다. 소속사가 팬들의 신분증을 일일이 검사하는 것 외에 티켓 재판매를 막을 방법이 정말 없는가이다. 대안은 없나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티켓 재판매는 ‘매크로 사용’만 배제하면 제재할 법적 근거가 명확지 않다. 이에 따라 공연 주최 측은 입장권을 구매자에게 판매할 때 ‘양도 불가’ 등을 담은 약관에 동의하게 한다. 실제로 예매 과정에서 구매자가 무심코 ‘확인’을 눌러버린 것 중 이런 내용이 포함돼 있을 확률이 높다. 즉 소속사나 예매처가 구매자에게 신분증 등을 제출해 본인임을 소명하라고 경고하는 것은 상호 합의한 조건 때문이라는 의미다. 그런데 이런 약관이 티켓 재판매를 막기보다 반발만 부른다는 지적도 있다. 남기연 단국대 법대 교수는 2020년에 쓴 논문 ‘공연티켓 재판매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에서 “소속사나 예매처가 티켓을 판매할 때 계약 조건으로 양도 제한을 걸 수는 있지만 예외 없이 일괄적으로 규제한다면 민법의 기본원칙인 사적 자치를 침해한 것이 아닌지 논의가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이러한 엄격한 규정이 팬들을 콘서트장에서 멀어지게 하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멜론 티켓 홈페이지 모습/멜론 티켓 갈무리 실제로 각종 약관을 통해 재판매가 금지된 공연 티켓도 온라인상에서 버젓이 거래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 역시 해당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한 소속사 관계자는 “콘서트장을 찾는 팬들이 티켓 구매 당사자가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인력을 배치하는 등 추가 지출을 늘렸지만 현장에서 제기되는 불만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며 “재판매를 법적으로 막을 수 없다면 제한된 범위 안에서 판매할 수 있게 하는 것도 대안으로 고려해볼 만 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프랑스, 캐나다, 일본 등에서는 제한된 범위 내에서 티켓 재판매가 가능하다. 미국은 50개 주 가운데 38개 주가 티켓 재판매를 허용한다. 주마다 운영 형태는 다른데 일리노이주, 매사추세츠주, 미주리주 등은 티켓 재판매를 면허세 혹은 등록세를 내고 면허를 발급받은 판매업자만 가능하도록 했다. 또 플로리다주, 조지아주, 노스캐롤라이나주, 로드아일랜드주 등은 재판매 금액의 상한선을 두어 수익을 제한하고 있다. 일본은 2019년 6월부터 ‘특정 흥행 입장권의 부정전매 금지 등에 의한 흥행 입장권의 적정한 유통 확보에 관한 법률’을 시행하고 있다. 한·일 양국을 오가며 20여 년 동안 공연 기획 등의 일을 한 카케히 마호는 “일본은 공연 관련 업계가 주체가 돼 공식적으로 티켓 거래가 가능한 ‘티케트레’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며 “공적 신분증 등으로 본인 확인을 한 사람만 ‘정가’로 티켓을 판매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국은 티켓 취소가 가능하지만 공연 시작까지 남은 기한에 따라 취소에 따른 수수료가 올라간다. 구매자 입장에서는 ‘티케트레’와 같이 정가에라도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면 더 나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해외 사례가 티켓 재판매를 막는 완벽한 대안은 아니다. 일본의 경우 재판매 가격을 정가로 한정하다 보니 인기 공연의 경우 여전히 개인 간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만약 한국에서 재판매를 허용한다면 어느 정도 웃돈을 붙이는 것을 허용할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다만 해외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규제의 방향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공연장을 찾은 관객이 아닌 티켓 재판매 업자들에게 각종 제약을 하고 있다. 이는 날로 공연장을 찾는 팬들에 대한 제재만 늘어가는 한국과는 분명히 다른 방향이다.
- 표지 이야기
- [정태겸의 풍경](65)경남 합천 대암산-운석 충돌구 위를 날아 ‘이카로스’가 된 봄날(2024. 04. 24 06:00)
- 2024. 04. 24 06:00 문화/과학
- 활공장에 섰다.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맨몸으로 하늘을 나는 건 처음이었다. 경남 합천의 대암산 활공장. 세계적으로도 패러글라이딩을 즐기기에 최적의 지형을 갖췄다는 곳이다. “자, 이제 달리세요!” 나를 앞에 태운 파일럿의 신호에 맞춰 있는 힘껏 땅을 굴렀다. 다리가 헛발질한다 싶은 그때였다. 하늘 위로 몸이 날아올랐다. 대암산 활공장의 앞은 초계적중 분지다. 5만 년 전 운석이 떨어져 만들어진 것으로 공식 확인된 국내 최초의, 최대의 운석 충돌구다. 운석이 떨어져 충돌하는 과정에서 솟아오른 땅은 이 일대를 빙 에워쌌다. 그중 정면으로 우뚝 솟은 흙더미가 대암산이 됐다.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아주니 분지의 앞쪽은 상대적으로 평온하다. 대신 뜨거운 태양이 지표를 달궈서 상승기류를 만들고, 눈에 보이지 않는 기류에 올라타 하늘을 활공한다. 세계 각국의 패러글라이딩 파일럿이 이곳을 찾아오는 이유다. 짜릿하다. 낙하산에 의지해 하늘을 날아오르는 기분은 그랬다. 그 무엇으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미묘한 감정에 사로잡혀 버렸다. 우주에서 날아온 운석이 만든 지형. 그 위를 날아 한눈에 운석 충돌구를 담는 경험. 함께 날아오른 모든 이가 이카로스가 된 것 같은 봄날이었다.
- 정태겸의 풍경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46) 남태평양 팔라우-수중 암살자? 노랑가오리(2024. 04. 17 06:00)
- 2024. 04. 17 06:00 문화/과학
- 우리나라 연안에서는 가오리가 크게 다섯 종 발견된다. 노랑가오리, 상어가오리, 흰가오리, 목탁가오리, 시끈가오리(전기가오리) 등이다. 목탁가오리와 시끈가오리는 주둥이가 약간 둥글다. 노랑가오리, 상어가오리, 흰가오리는 주둥이에 모가 나 있어 홍어로 오인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가오리류는 꼬리 부분에 독 가시가 있는데 홍어는 독이 없다. 독을 가진 가오리 중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노랑가오리다. 몸이 노란빛 또는 붉은색이라 영어명이 ‘Red stingray’이다. 대형종인 노랑가오리는 바닥에 납작 엎드린 채 대부분 시간을 보낸다. 공격적이지는 않지만, 위협을 느끼면 퇴화한 등지느러미가 변한 꼬리 가시를 들어 올려 상대를 찌른다. 가시는 독이 있는 데다 매우 날카로워 사람의 살갗을 쉽사리 파고든다. 가시에 찔리면 참을 수 없을 정도의 통증과 함께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이익의 <성호사설>에는 “가오리 꼬리 끝에 독기가 심한 가시가 있어 사람을 쏘며, 그 꼬리를 잘라 나무뿌리에 꽂아두면 시들지 않는 나무가 없다”라는 내용이 있다. 2006년 9월 4일 호주 퀸즐랜드주 연해에서 환경운동가 스티브 어윈이 노랑가오리 가시에 찔려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노랑가오리가 관심 종이 되기도 했다.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
- [IT 칼럼]AI의 위험한 암기력과 저작권(2024. 01. 16 06:00)
- 2024. 01. 16 06:00 경제
- Photo by Steve Johnson on Unsplash 인간과 달리 기억은 AI엔 위험한 능력이다. 자칫 학습했던 자료의 원본을 그대로 토해낼 수 있어서다. 이를 역류 현상이라 한다. 기억력과 역류는 모든 거대언어모델 개발자들의 골칫거리다. 당장 원본을 기억해 뱉어내기라도 하면 저작권 침해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 개인정보 유출에 악용될 수도 있다. 심지어 구토를 유발하도록 꾀어내는 기술도 정교화하고 있어 고민은 더 깊어졌다. 블랙박스와 같은 거대언어모델의 특성상 그것의 기억 발휘 시점과 범위를 정확히 감지하는 건 쉽지 않다. 많은 연구자가 이 메커니즘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용빼는 해법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학습 데이터 샘플 안에 동일 문장, 동일 이미지가 여러 건 포함돼 있을 경우 기억력이 출현한다는 정도만 파악한 수준이다. 문제는 거대언어모델이 더 인간에 가까운 능력을 갖추려 하면 할수록 적절한 기억력을 필요로 하고, 이로 인한 역류 위험은 더 높아진다는 사실이다. 뉴욕타임스가 이 거대언어모델의 위험한 기억력을 근거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12월 공개된 뉴욕타임스의 오픈AI 소송장을 보면, 원본의 표절 수준이 꽤 심각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019년 보도된 뉴욕타임스의 퓰리처상 기사 ‘뉴욕시 택시 업계의 약탈적 대출 시리즈’의 경우 GPT-4가 동일 문장을 상당 부분 베낀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거대언어모델의 치명적 약점인 환각 현상과 결합하면서 뉴욕타임스가 보도하지도 않은 사실을 답변에 추가해놓기도 했다. 표절에 이미지 훼손이 더해진 셈이다. 물론 뉴욕타임스가 소송 근거 마련을 위해 프롬프트문을 유도했다는 비판도 있지만, 표절 사실 자체를 부인하기는 어렵다. 출시된 이미지 생성 모델 가운데 가장 정교하다고 평가받는 미드저니도 마찬가지다. 미드저니의 최신 모델인 V6는 글로벌 영화사들이 제작한 인기 영화들의 핵심 장면을 기억을 통해 그대로 재현해냈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헝거게임>, <다크나이트>, <심슨>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특정 장면을 출력해 달라는 요청에 거름장치 없이 그대로 뱉어냈다. 거대언어모델 개발사도 할 말이 없는 건 아니다. 이러한 원본 구토 현상은 ‘희소한 버그’일 뿐이며, 이를 없애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라고 반박한다. 특히 오픈AI는 최근 공개한 공식 블로그를 통해 “의도적으로 모델을 조작해 역류하도록 하는 것은 적절한 기술 사용이 아니며 사용 약관을 위배한 것”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내기까지 했다. 그것이 버그이든 아니든, 통제할 수 있는 기술이든 아니든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만 본다면, 거대언어모델의 위험한 기억력은 우리에게 두 가지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 표절된 저작물의 남용을 부추기고 인간의 창작 의지마저 손상한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스의 사례에서 보듯, 환각 현상이 없는 말을 지어내 뉴욕타임스의 명성을 훼손하는 건 신뢰로 수익을 유지하는 언론사로선 감내하기 어려운 결과다. 인간을 닮기 위해, 아니 그 역량을 넘어서기 위해 인간의 창작력을 경시하고 착취하려는 빅테크 기업들의 태도는 어떤 식으로든 견제할 필요가 있다.
- IT칼럼
- [오늘을 생각한다]‘암컷’의 역설(2023. 12. 13 07:00)
- 2023. 12. 13 07:00 오피니언
- 정주식 ‘토론의 즐거움’ 대표 지난 11월 최강욱 전 의원은 한 출판기념회에서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를 빗대 “암컷들이 나와서 설치는 경우는 잘 없다”고 말했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이야기에서 갑자기 ‘김건희=암컷’으로 점프한 의식의 흐름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최강욱은 하루 전날 다른 행사에서도 “침팬지 사회에서는 암컷이 1등으로 올라가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 배우자의 비리 의혹은 낱낱이 밝혀야 할 중대한 문제다. 하지만 최강욱이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을 보면 김건희씨의 실제 의혹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동물사회에서 암컷이 1등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를 검찰이 밝혀낼 수는 없지 않은가. 최강욱은 왜 자꾸 그런 말을 할까? 그의 발언은 청중을 먼저 고려하지 않고는 설명할 수가 없다. 양일의 행사에서 주최자와 청중은 최강욱의 ‘암컷’ 발언을 훈훈하게 반겼다고 전해진다. 이런 분위기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모이는 행사와 그들이 시청하는 유튜브 채널의 일반적인 풍경이다. 가장 자극적인 말로 김건희씨를 비난하는 사람이 그날의 분위기메이커가 된다. 대통령 배우자의 이름은 분위기를 돋우는 최고의 ‘양념’이다. 김건희씨가 민주당의 최고 스타가 된 것은 한 유튜브 채널이 제기한 이른바 ‘쥴리설’ 때문이다. 민주당의 많은 정치인과 지지자들은 이 의혹을 대선 필승카드로 여겼다. 집권에 실패하면서 당초의 목적은 사라지고 대상에 대한 악감정만 남았다. 이러한 원한 감정은 당의 대선 출구전략과 맞물려 하나의 세계관을 만들어냈다. 이 세계관 속에서 윤석열의 당선은 ‘쥴리의 진실’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은 대한민국 모든 언론의 책임이 된다. 그걸 알고도 2번을 찍은 ‘윤찍’들은 지구를 함께 공유할 수 없는 원수이며 김건희는 나라에서 제일 못 된 ‘암컷’이 된다. ‘쥴리병’에 걸리면 우리 빼고 온 세상이 적이다. 그렇게 김건희라는 이름은 민주당 진영주의의 상징이자 진영주의자들의 생존전략이 됐다. 그들 사이에서 대통령 배우자에 대한 조롱은 “안녕하세요” 같은 안부 인사다. 최강욱을 징계한 당에 화가 난다, 인사 좀 나눴을 뿐인데 징계를 하다니, 당의 법도가 이래서야 되겠는가 이런 분위기는 저 당의 앞날에 큰 장애물이다. 그러나 여기서 얻는 정치적 이득이 존재하는 이상 개별 정치인들의 선동을 막을 방법이 없다. 김건희를 매개로 형성된 팬덤과의 애착관계에서 벗어나는 순간 나의 정치가 끝난다는 걸 그들은 안다. 미래가 불안한 정치인은 더욱 자극적인 발언으로 존재감을 확인한다. 김건희가 없으면 나도 없다. 김건희를 혐오하며 김건희와 운명공동체가 된 것이다. 이것이 최강욱의 불안이며 민주당의 불안이다. ‘암컷’ 발언의 본질은 민주당의 진영주의적 토양과 이를 부추겨 연명하는 정치인, 그에 휘둘리는 당의 체질이다. 집권 초반 대통령 배우자를 둘러싼 의혹들은 분명 윤석열 정권의 큰 부담이었다. 황당한 건 ‘김건희 리스크’가 이제 민주당에 더 큰 고민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저 당의 정치란 대체 무엇인가.
- 오늘을 생각한다
- [주간 舌전]“암컷이 나와서 설친다”(2023. 11. 28 07:00)
- 2023. 11. 28 07:00 정치
-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연합뉴스 “암컷이 나와서 설친다.”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1월 19일 광주에서 열린 민형배 의원의 책 <탈당의 정치> 북콘서트에서 윤석열 정부를 겨냥해 이렇게 말했다. 해당 발언은 윤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말로 해석된다. 최 전 의원의 발언이 알려지자 국민의힘은 비판에 나섰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1월 22일 김영삼 전 대통령 8주기 추모식에서 “과도한 막말 대행진을 벌이는 게 과연 제대로 된 상식 있는 정당인지 민주당은 돌아보라”며 “최 전 의원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민주당 최고 지도부부터 그동안 막말 릴레이를 계속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최 전 의원에게 당원 자격정지 6개월 징계를 내리고 즉각 사과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11월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당 소속 의원들과 정치인들의 사려 깊지 않은 언행으로 국민께 상처를 드리고 당의 입장과 관계없는 무분별한 주장으로 혼란을 드린 것에 대해 원내대표인 제 책임이 가장 크다”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개인적으로 워낙 제가 좋아하는 선배이고 청와대에서 같이 일하기도 했던 사이”라며 “(징계)결정하는 게 정말 괴롭긴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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