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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정 이야기] ‘어린이날 선물’ 핑크퐁·아기상어 우표 나온다(2024. 05. 01 06:00)
- 2024. 05. 01 06:00 경제
- 핑크퐁 아기상어 기념우표 / 우정사업본부 제공 ‘핑크퐁 아기상어’와 ‘베베핀’이 한국 캐릭터로는 처음으로 미국 백악관 행사에 초청받았다. 핑크퐁 아기상어와 베베핀은 지난 4월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열린 ‘백악관 부활절 행사’에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미국 제19대 대통령인 루더포드 헤이스가 재임한 1878년부터 열렸다. 올해는 약 4만 명이 참석했다. 디즈니 ‘위니 더 푸’와 ‘티거’, 유니버설 픽처스 ‘미니언즈’, 소니 픽처스 ‘가필드’, 피너츠 ‘스누피’와 ‘찰리 브라운’, 세서미 워크숍의 ‘세서미 스트리트’ 등도 초대받았다. 정연빈 더핑크퐁컴퍼니 미국 법인장은 “백악관이 주최하는 유서 깊은 행사에 핑크퐁 아기상어와 베베핀이 한국 대표 캐릭터로 참석해 현지 팬과 초청객을 직접 만나 뜻깊었다”라며 “더핑크퐁컴퍼니는 오프라인 접점을 확대해 콘텐츠를 통한 다채로운 즐거움을 선사하겠다”고 말했다. ‘핑크퐁 아기상어’ 음원은 2019년 미국 빌보드 핫100에 20주 연속 머무는 등 돌풍을 일으켰다. TV 애니메이션 <아기상어 올리와 윌리엄>은 미국 방영 첫날 어린이 프로그램 시청률 1위를 기록했고, 시즌 2 방영과 시즌 3 제작이 확정됐다. 신규 지식재산권(IP)인 <베베핀>은 2022년 4월에 나왔는데 지난해 10월 세계 21개국에서 넷플릭스 톱10에 올랐다. 약 2개월 후에는 스핀오프 <베베핀 플레이타임>이 미국 등 세계 9개국에서 1위를 기록하고, 14개국에서 톱10에 진입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유튜브 구독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약 1억7000만 명, 누적 조회 수는 약 952억 회다. 핑크퐁의 선풍적인 인기에 제작사인 더핑크퐁컴퍼니도 급성장했다. 매출액은 설립 첫해인 2011년 3억5000만원에서 지난해 946억원으로 270배 증가했고, 2022년에는 1170억원을 기록하며 1000억원대를 넘어섰다. 매출액에서 영상·음원 등 콘텐츠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51.7%, 제품 비중은 22.6%다. 더핑크퐁컴퍼니는 “핑크퐁 영상 콘텐츠는 초기 기획부터 영어, 스페인어, 중국어, 일본어 등 현지 언어로 제작하는 것으로 고려하고 있다”면서 “배급 그 자체로 수익이 날 뿐 아니라 모바일 앱, 공연, 제품, 광고 사업 부문으로 ‘원소스 멀티유즈’(하나의 원형 콘텐츠를 다양한 매체로 활용) 효과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는 미국, 일본 등 5개국에서 뮤지컬 세계 공연을 한다. 뮤지컬 <베이비샤크 빅 브로드웨이브 투어>를 제작해 미국 34개 주요 도시를 순회하고, 일본에서는 <베이비샤크 라이브: 히든 트레저>를 공영한다. 국내에서는 <핑크퐁과 아기상어의 무지개 구출 작전>이 5월 1일 서울 올림픽홀 뮤즈라이브에서 개막한다. 오는 8월 25일까지 매주 목·금·토·일요일 및 공휴일에 공연한다. 우정사업본부는 ‘핑크퐁과 아기상어’ 기념우표 80만 장을 5월 3일부터 판매한다. 기념우표는 핑크퐁과 아기상어가 세계 친구들에게 보내는 사랑과 우정의 편지 형식으로 만들어졌다. 전지 뒷면에는 편지를 쓸 수 있도록 제작됐고, 우표는 스티커 형식으로 만들어져 쉽게 떼어서 붙일 수 있다. 기념우표는 가까운 우체국이나 인터넷 우체국에서 구매할 수 있다.
- 우정이야기
- “육아휴직 보편화 위해 어린이연대기금 필요”(2023. 06. 23 11:18)
- 2023. 06. 23 11:18 경제
- ㆍ국회 포럼서 정재철 전 민주정책연 연구위원 제안 ㆍ고용보험과 분리해 비정규직·자영업자 등도 지원 서울의 한 대형병원 신생아실 / 연합뉴스 심각한 저출생 위기 상황에서 육아휴직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사회보험 형태의 새로운 연대기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6월 20일 국회에서 열린 초저출생·인구위기대책위원회 연속포럼 ‘선택과 집중, 아동 돌봄이 답이다’에서 정재철 전 민주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어린이연대기금을 제안했다. 국민연금보험료, 국민건강보험료, 노인장기요양보험료 등에서 추가징수를 통해 안정적 재원을 확보한 후 기금을 만든다는 내용이다. 이 기금을 육아휴직 급여, 아동수당 지급 등에 사용하자고 그는 주장했다. 현행 육아휴직 제도는 사각지대는 넓고 소득대체율은 낮다. 202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출생아 100명당 여성 21.4명, 남성 1.3명이 육아휴직을 사용했다. OECD 평균 여성 118.2명, 남성 43.4명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다(육아휴직을 여러 차례 나눠 사용한 것이 중복된 수치다). 소득대체율도 낮다. 육아휴직 소득대체율은 최초 3개월까지 통상임금의 80%(상한액 월 150만원), 이후 종료일까지 통상임금의 50%(상한액 월 120만원)를 지급한다. 상한액이 낮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 2021년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육아휴직자의 월평균 소득은 348만원이고, 월평균 급여는 102만5000원이다. 소득대체율이 30%가 채 안 된다. 일본의 ‘양육지원 연대기금’ 육아휴직 제도가 보편적으로 사용되지 못하는 배경에는 고용보험법이 있다. 육아휴직 급여는 고용보험법에 따라 지급된다. 정규직 노동자를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다양한 고용형태를 포괄하지 못한다. 육아휴직 대상자는 사업장에 상시고용돼 6개월 이상 근무한 노동자로 한정된다. 특수고용노동자, 프리랜서, 자영업자는 제외된다. 육아휴직 대상자라 해도 비정규직이나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의 상당수는 육아휴직을 쓰지 못한다. 고용보험의 주목적이 실업급여다 보니 육아휴직 지급액 상향도 쉽지 않다. 낮은 소득대체율은 남성이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그 결과 여성 육아휴직자에 대한 차별적인 시선이 계속되는 등 악순환이 이어진다. 정재철 전 연구위원은 육아휴직 급여를 고용보험기금에서 지출하는 것에 대한 한계를 지적하며, 일본에서 추진 중인 ‘양육지원 연대기금’을 소개했다. 일본도 한국처럼 고용보험법에 따라 육아휴직 급여를 지급해왔다. 육아휴직 급여 지급액이 점점 증가하면서 고용보험의 ‘주객전도’ 상황이 발생했다. 2018년 육아휴직 급여 지급액은 5312억엔으로, 실업급여 기본수당 5725억엔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급증했다. 그 결과 육아휴직 급여를 고용보험에서 분리해 독자적으로 운영하자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저출생에 대한 위기감도 고조됐다. 육아휴직 급여 대상자를 취업자뿐 아니라 출산·육아 후 재취업하는 부모로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2022년 4월 일본 내각부의 경제자문회의는 ‘육아휴직은 고용보험 피보험자에 한정돼 있어 자녀 양육으로 휴직하고 퇴직한 사람 모두를 위해 직장 복귀 전까지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고 명기했다. 지난 1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새해 기자회견에서 “차원이 다른 저출생 대책을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3월에는 2021년 14%에 불과한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을 2030년 8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문제는 육아휴직 보편화를 위한 재원 마련 방안이다. 소비세 인상이 최선책으로 거론됐지만, 정치적 부담이 컸다. 일본은 당초 2015년 10월 소비세를 10%로 인상하기로 했다. 두 차례나 연기됐다. 2019년 10월에야 소비세가 인상되면서 사회적으로 피로도가 쌓여 있다. 차선책으로 나온 대안이 사회보험 방식이다. 연금보험, 건강보험, 노인 장기요양보험 등에서 갹출해 양육지원연대기금을 만들고 이 기금을 어린이 양육에 투자하는 구조다. 정재철 전 연구위원은 일본에서는 재원 마련 방안을 둘러싼 논쟁이 활발한 가운데 사회보험 방식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 전 위원은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 한국도 육아휴직 대상을 퇴직자, 자영업자, 전업주부 등으로 대폭 확대하고 소득대체율을 높여 육아휴직 급여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원 마련은 국민연금보험료, 국민건강보험료, 노인장기요양보험료 등에서 추가징수를 통해 확보한 후 어린이연대기금을 창설하자고 제안했다. 정 전 위원은 “최근 정책 흐름을 보면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 등 저출생 문제를 ‘사적 육아’의 형식으로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라며 “저출생 문제를 개인화하려는 흐름을 바꾸고 어린이 돌봄을 사회화하는 방향으로 대전환이 필요하다. 소득재분배 기능을 가진 사회보험을 활용한 ‘공적 육아’ 강화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 전 세대가 아동부양에 ‘올인’한다는 취지에서 어린이연대기금을 제안한다”라고 말했다. 수익자부담 원칙과 충돌 전 세대가 육아휴직 급여 등 양육비 부담을 지는 내용을 두고 수익자부담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포럼에서 토론자로 참석한 최현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의 사회보험 원리상 기여와 급여가 연계돼 있다. 이른바 납부자와 수혜자가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생긴다는 뜻”이라며 “이 부분에서 얼마나 사회적인 수용성이 있을 것인가 여부가 이 제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굉장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최슬기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고용보험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지만 몇 가지 고려할 사항이 있다”라며 “전업주부, 단시간 근로자, 무급종사자까지 포함할 경우 육아휴직 동안 그렇지 않았다면 받을 수 있었던 급여 보전 기능에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금보험, 건강보험, 장기요양보험에 더해 추가로 연대보험료까지 징수한다면 이에 대한 국민적 합의는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의 문제도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전 위원은 “미래의 의료와 요양, 연금 등 대부분의 고령자 관련 급여는 당시 근로세대의 부담을 통해 지급된다. 미래의 근로세대가 될 현재 영유아의 육아 지원을 위해 지금의 고령세대나 근로세대가 부담을 공유하는 것은 사회연대 중 하나인 세대 간 연대를 위해 필요한 조치로, 이를 사회보험을 통해 구현하는 방안은 가능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 ‘갑툭튀’ 어린이정원···용산공원 흔드는 손(2023. 05. 12 14:46)
- 2023. 05. 12 14:46 정치
- ㆍ용산반환부지 대통령실 선전용 활용 모양새 ㆍ오염 논란에도 어린이날 행사 위해 임시개방 2022년 3월 2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청와대를 국민 품으로, 대통령은 국민 속으로.’ 2022년 3월 20일.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이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옮기겠다”고 밝히며 내건 슬로건이다. 윤 대통령은 직접 용산집무실 조감도도 선보였다. 집무실이 있는 국방부 건물 앞으로 탁 트이고 넓은 용산공원이 잘 조성된 조감도였다. 이때부터였을까. 120여년의 기다림 끝에 국민 품으로 돌아오는 역사적 공간이자 ‘국가공원 1호’가 될 용산공원에 ‘정치(대통령)’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기 시작했다. 조감도의 주인공은 누가 봐도 대통령실이었다. 마치 조경이 잘 꾸며진 ‘숲세권 아파트’ 조감도를 연상케 했다. 한 도시계획 전문가는 “윤 대통령이 국방부로 집무실을 옮기는 결정을 내린 시점에 용산공원은 이미 ‘상징조작(정치선전)’이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용산공원이 될 미군기지 부지는 윤 대통령 당선 시점을 전후로 반환이 본격화됐다. 반환된 부지의 운영은 윤 대통령의 정치 스케줄에 맞춰 움직였다. 지난해 6월 허겁지겁 시작한 시범개방이 그랬고, 올해 취임 1주년을 맞아 ‘용산어린이정원’으로 임시개방한 것이 그랬다. 아직까지 집무실을 옮긴 효과는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5월 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33%로 역대 두 번째로 낮았다. 시범·임시개방을 둘러싸고 제기되는 부지오염, 인체 유해성 논란은 1년째 달라진 게 없다. 용산공원은 지금 ‘산’으로 가고 있다. ‘갑툭튀’한 ‘어린이정원’, 누구 생각일까 엄밀히 말해 ‘용산공원’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용산공원조성특별법에 따르면 반환되는 미군 주둔지와 그 주변 공원구역을 국가공원으로 조성을 완료한 뒤 붙이게 될 최종 이름이 용산공원이다. 지난해부터 반환이 본격화된 용산 미군 주둔지 부지의 공식 명칭은 ‘용산공원부분반환부지’다. 다만 편의에 따라 부분반환부지를 용산공원으로 통칭하는 게 일반화됐다. 향후 용산공원의 일부가 될 지역을 미리 ‘용산공원’으로 부른다고 문제가 될 건 없다. 그러던 중 정부가 지난 4월 말 불쑥 ‘용산어린이정원’이라는 명칭을 내밀었다. ‘공원’도 아니고 ‘정원’이라니. 부분반환부지인 이 땅은 애초에 공원이 아닌 탓에 ‘어린이공원’이 될 수 없다는 사정은 둘째로 치자. 일반 시민이라면 ‘용산공원이 이제 용산어린이정원이 되는 것인가’ 하고 헷갈릴 법도 하다. 그야말로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오다)’이다. 용산공원특별법에서는 용산공원정비구역에 관한 중요 사항을 심의하기 위해 국무총리 소속으로 ‘용산공원조성추진위원회’를 두고 운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출범한 추진위는 현재 2기 위원들이 활동 중이다. 특별법이 규정한 위원회의 심의 사안 중엔 ‘용산공원정비구역 내 용산공원의 명칭·조성 및 관리에 관한 사항’도 있다. 규정을 보면 ‘용산어린이정원’이라는 명칭도 위원회 심의를 받았을 것 같지만 아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위원회에서 심의하는 명칭은 ‘용산공원’이라는 전체 공원에 대한 것”이라며 “어린이정원은 부분반환부지에 해당하는 지역이라 따로 명칭 심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그래도 위원회에 계획은 보고했다고 국토부 관계자는 말했다. 이 말은 사실이다. 용산공원추진위의 한 위원은 전화통화에서 “올 3월 열린 회의에서 국토부가 (안전대책 등) 좀 수정을 해서 개방할 계획이라고 얘기했다”며 “‘어린이정원’이라는 이름까지는 못 들었고, ‘가족들과 함께하는 공간’ 정도로 들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그럼 ‘용산어린이정원’은 누가 정한 이름일까. 국토부는 “용산공원부분반환부지라는 이름이 어렵고 부르기도 어려워 정부 내에서 별칭을 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해명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부분반환부지를 이미 ‘용산공원’으로 통칭해 쓴 것이 일반화됐다. 지난해 6월 정부가 배포한 시범개방 홍보 책자 이름 역시 ‘용산공원 시범개방’이었다. 언론보도 등을 보면 ‘어린이정원’이 처음 등장한 건 지난 4월 17일 연합뉴스 보도를 통해서다. 당시 보도에서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1년 나라가 이렇게 바뀌었습니다’라는 주제로 달라진 나라의 모습을 널리 알릴 계획”이라며 “특히 대통령 집무실 전경을 바라볼 수 있고, 이를 통해 대통령이 일하는 모습까지 직접 볼 수 있는 장소에 아이들이 뛰놀 수 있는 넓은 공간을 마련하고, 이를 ‘용산어린이정원’으로 명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5월 4일 열린 용산어린이정원 개방 행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 어린이가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어린이정원 개방행사는 지난 5월 4일 열렸다. 앞서 5월 2일에 열린 사전개방 행사에서 현장에 참석한 윤 대통령은 “일하면서 생각을 해보니까 우리나라에 어린이들이 뛰놀 데가 너무 없는 것 같더라”라며 “그래서 어린이정원으로 이름을 붙였다”고 했다. 이를 종합하면 어린이정원이라는 이름은 윤 대통령, 혹은 적어도 대통령실에서 명명했을 가능성이 높다. 5월 4일 정부가 배포한 자료에는 윤 대통령이 올 3월에도 “어린이정원 조성을 서둘러 달라”고 당부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국토부에 “대통령실이 이름을 정했나”라고 묻자 “대통령실도 명칭 정하는 데 참여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대통령이 ‘중심’이 된 용산공원 부분반환부지의 명칭을 용산공원으로 하든 어린이정원으로 하든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의 말처럼 “미래세대”인 어린이에게 과거 단절과 아픔의 공간인 용산을 돌려주는 게 한편으론 상징적인 일로도 보여질 수 있다. 문제는 ‘절차’와 ‘과정’이다. 2021년 7월 ‘용산공원 국민참여단’은 활동을 마무리하며 용산공원 조성과정에서 정부가 지켜야 할 ‘7대 제안’을 제시했고, 정부는 이를 채택했다. 일곱 번째 제안이 바로 ‘국민 참여 과정이 역사가 되는 공원’이다. “계획수립, 개방 부지의 활용 등 공원 조성 전 과정에 걸쳐 국민과 소통하고, 국민이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민관협력 방안을 마련해 달라”는 내용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용산공원 조성사업은 그간 ‘국민의 참여’를 중요한 가치 중 하나로 삼아왔다”며 “어떠한 의견청취나 공모 과정도 없이 일방적으로 ‘용산어린이정원’으로 명칭을 정한 것 자체가 용산공원 조성 취지에 크게 어긋난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확정된 ‘용산공원’이라는 명칭 자체도 국민 공모를 통해 정해졌다. 공모 결과를 놓고 “너무 평범한 이름 아닌가”라는 지적도 일부 있었지만 실제로 ‘용산공원’이 공모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이름이었고, 그대로 수용됐다. 용산공원 국민참여단·청년서포터즈 등을 운영한 것도 공원 조성 방향 등을 놓고 수시로 국민의 의견을 듣겠다는 취지였다. 윤 대통령 당선 후 용산공원의 ‘중심’에는 늘 윤 대통령이 있었다. 지난해 3월 대통령 집무실 조감도에서도, 지난해 6월 시범개방 행사 홍보 책자에서도 용산공원의 중심에는 대통령실이 자리 잡고 있다. 5월 4일의 어린이정원 개방행사는 어린이날을 앞두고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참여하는 어린이날 행사를 겸해 열렸다. 윤 대통령 부부가 축사를 하고 시작한 개방행사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어린이정원도, 어린이도 아닌 윤 대통령 부부였다. 온종일 윤 대통령 부부의 사진과 발언이 언론 등을 통해 쏟아졌다. 한 언론은 “120년 금단의 땅을 윤 대통령과 어린이가 열었다”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정부도 윤 대통령의 ‘치적’을 알리기에 여념이 없다. 국토부는 지난 4월 말 어린이정원 개방 보도자료에서 “120여년 만에 개방”이라며 의미를 부여하는 동시에 “‘용산 대통령실 주변에 수십만 평 상당의 국민 공간을 조속히 조성해 임기 중 국민과 소통을 더욱 강화하겠다’던 윤석열 대통령의 국민과의 약속 실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발간하는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은 지난 5월 4일 어린이정원 개장을 알리며 “‘집무실 앞마당 어린이에게 내주겠다’ 용산시대 1호 약속 지켜”라고 제목을 달았다. 녹색연합이 5월 4일 용산어린이정원 행사장 앞에서 토지오염 문제를 지적하며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녹색연합 제공 윤 대통령의 공약 이행에 대한 국토부와 언론의 의미부여는 사실과 동떨어져 있다. 정부가 표현한 ‘용산 대통령실 주변에 수십만 평 상당의 국민 공간’이나 ‘집무실 앞마당’은 애초에 대통령실이 들어서기 훨씬 이전부터 국민에게 돌려주기로 약속된 용산공원 부지다. 비유하자면 새로 이사온 이웃이 옆집의 넓은 정원을 가리켜 내 것인 양 행세하는 꼴이다. 반환된 부지를 120년 만에 공개하기로 한 계획도 이미 전임 정부 시절 정해져 추진된 일이지 윤 대통령이 취임해 ‘결단한’ 사항은 아니다. 부지 반환이 윤 대통령 취임을 전후로 본격화된 것 역시 윤 정부만의 성과가 아니다. 2021년 7월 한·미 협의에 따라 2022년 상반기까지 전체 부지의 ‘4분의 1’을 반환키로 예정된 일이었다. 용산공원의 중심이 국민에서 대통령으로 옮겨간 것에 대해 한 도시계획 전문가는 “용산공원의 상징조작”이라고 평가했다. 용산공원이 윤석열 정부의 정치적 홍보수단이 됐다는 의미다. 그는 “용산공원이란 공간은 민족의 아픈 역사가 머무는 곳이라 치유나 역사적 대안을 제시하는 과정도 민족 전체가 같이 참여하고 기억하는 방향이 돼야 하는데 현재 특정 집단이 주도하고 있다”며 “국민에게 공원을 돌려준다는 원래 취지대로, 다시 민족공원으로 조성하도록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 야권 관계자는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기고 ‘용산시대’를 선언한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용산공원의 흥행이 필요할 것”이라며 “어린이를 위한 공간을 조성하면 자연스럽게 가족이 함께 찾는 장소가 되기 때문에 이름을 어린이정원으로 정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부지오염 논란 지속, 이번에도 “괴담”이라는 정부 용산공원 부지에는 오염문제와 관련해 두 가지 상충하는 ‘팩트’가 존재한다. 첫 번째 팩트는 이번에 어린이정원으로 개방된 곳을 포함해 현재까지 반환된 부지(사우스포스트) 대부분이 각종 유류 유출 사고 등으로 인해 심각하게 오염됐다는 점이다. 5월 4일 정부가 공개한 용산어린이정원 전체 조감도(왼쪽). 2022년 6월 정부가 용산공원 시범개방 행사 당시 배포한 홍보 포스터. 국토부 제공 이는 환경부가 2021년 실시한 ‘용산기지 환경조사 및 위해성 평가’ 보고서에 분명하게 나와 있다. 사우스포스트 지역은 토양환경보전법 시행규칙상 1지역(주거·학교·공원·어린이놀이시설)의 토양오염 우려 기준을 초과한 항목이 석유계총탄화수소, 크실렌, 벤조피렌, 카드뮴, 비소, 납 등 10개에 달했다. 기준치를 초과하는 수치는 많게는 30배에 이른다. 일부 지역에서는 폐기물 소각 등이 원인으로 의심되는 다이옥신이 검출되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이곳에는 당초 어린이정원도, 공원도 조성할 수가 없다. 벤조피렌 등 일부 물질의 경우 어린이가 성인보다 월등하게 노출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두 번째 팩트는 오염된 부지를 현재 정부가 15㎝ 이상 흙을 덮고, 그 위에 잔디 등을 식재해 인체와의 직접적인 접촉은 차단한 상태라는 점이다. 다이옥신 발견 지역은 개방에서 제외했고, 일부 오염지역은 콘크리트로 덮었다고도 정부는 밝혔다. 부지의 토양오염 물질인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토양에 있다가 기화하면서 유해물질을 방출하는 것이 문제인데, 정부는 흙과 콘크리트 등으로 차단해 유해물질이 안 나온다고 설명한다. 정부가 지난해 9월과 11월, 올해 3월 실시한 실내외 공기질 측정에서는 모두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부지오염 논란을 둘러싼 논쟁의 핵심은 “덮었으니 안전하다”(정부)와 “덮었어도 위험하다”(시민단체)로 압축된다. 이 문제는 사실 당장 해답을 내릴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토지오염복원전문가인 김휘중 에아가이아 환경복원연구원장은 “15㎝ 정도 흙으로 오염부지를 덮었다면 유해물질이 나와 당장 인체에 해를 끼칠 개연성은 아주 적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뜨거운 여름 날씨나 장마 등 환경변화에 따라 계속 안전성이 유지되는지는 모니터링을 해봐야 알 수 있는 문제”라고 밝혔다. 김 원장은 “용산공원 부지의 주요 오염원인 항공유, 휘발유, 등유 등은 가벼운 성질을 가지고 있어 상층부로 이동하는 성향을 보이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흙을 덮어도 향후 오염물질이 밑에서부터 올라올 수 있다는 얘기다. 부지오염 논란에는 한·미 간 반환부지 오염정화 비용 분담 문제라는 정치·외교적 문제도 걸려 있다. 녹색연합은 “중요한 것은 오염에서 정화된 땅을 반환받는 것”이라며 “오염자부담원칙을 적용해 미군 측의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하는데도 정부는 정화에 대한 책임을 묻지도 않았고, 정화조차 하지 않은 오염부지를 그대로 활용하는 잘못된 선례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미국과 협의를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올인’ 외교를 고수하는 상황에서 정화비용 등을 놓고 얼마나 미국 측에 책임을 요구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윤 정부는 시민단체 등의 문제 제기를 정치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정부는 최근 설명자료를 통해 “부지 개방은 전임 정부부터 추진하던 것”이라며 “온 국민의 소중한 땅을 근거 없는 ‘오염 괴담’으로 불안감을 조장해 기약 없이 닫힌 채로 두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둘러싼 우려 제기에 대한 여당의 대응 태도와 별반 다르지 않다. 어린이정원에 어린 자녀를 데리고 갈지 말지는 결국 국민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 어린이 패스트트랙, 어떻게 생각하세요?(2023. 05. 12 14:44)
- 2023. 05. 12 14:44 사회
- ㆍ용혜인 의원, 도입 추진…저출생 대책으론 긍정적 2022년 11월 26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매표소 앞에 긴 줄이 늘어서 있다. 김찬호 기자 “양육자를 위축시키고 눈치 보게 만드는 사회가 아닌, 가장 먼저 환대하고 포용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합니다. 어린이에게 키즈카페를 넘어선 다양한 여가 공간을 보장해야 합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어린이날을 앞둔 지난 5월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이렇게 말했다. ‘어린이 패스트트랙’ 제도의 도입 필요성을 밝히면서다. 이는 공공시설 등에서 어린이를 동반하면 긴 줄을 서지 않고 별도의 입구로 입장토록 하는 제도다. 어린이와 그 일행은 대기시간을 단축해 신속하게 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선착순에서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다. 이에 앞서 일본이 어린이 패스트트랙을 시행해 큰 주목을 받았다. 일본 정부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강조한 “차원이 다른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이런 제도를 고안했다. 일본은 앞으로 어린이 패스트트랙을 전 지역과 민간으로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편 국내에서는 ‘돈으로 시간을 사는 것이 정당한가’라는 화두를 두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공공부문에서는 인천공항의 유료 패스트트랙 제도가 이에 해당한다. 비즈니스 클래스 이상 승객이나 추가 비용을 낸 이코노미 클래스 승객이 별도의 출국 통로를 이용해 빠르게 수속을 밟을 수 있게 하는 방안이다. 민간 영역에서는 놀이공원에서 줄을 서지 않고 놀이기구를 탈 수 있게 하는 상품(패스권)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난 3월 21일 일본 도쿄의 대형 공원인 신주쿠 교엔의 입구에서 어린이를 동반한 일행이 ‘어린이 패스트트랙’ 통로로 입장하고 있다. 일본 환경성 제공 일본, 어린이 패스트트랙 시행에 속도 일본에는 ‘어린이가정청’이라는 총리 직속 부처가 있다. 지난 4월 1일 출범했다. 다른 각 부처에 산재한 출생·보육 담당 업무를 일원화해 다루는 조직이다. 어린이가정청은 지난 4월 18일 첫 관계부처 합동회의를 개최하고 ‘어린이 패스트트랙’ 제도 시행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제도를 시범 시행한 사례가 보고됐다. 일본 환경성은 지난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도쿄의 대형 공원인 ‘신주쿠 교엔’에 어린이 전용 입구를 마련했다. 벚꽃을 즐기기 위한 인파가 대거 몰려 사전 예약이 필요한 특정한 날짜에 운영했다. 중학생 이하 어린이를 동반한 일행이나 임산부는 별개 입구로 들어갈 수 있었다. 따로 예약하지 않아도 입장이 가능했다. 일본 정부는 이 제도를 올여름을 목표로 전국으로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공립 박물관·미술관·극장·공원, 운전면허 등 각종 민원창구, 군사시설(견학), 세무서, 우체국 등에서 시행할 방침이다. 민간의 여가·문화시설과 프로스포츠 관람 등에도 어린이 패스트트랙을 적용토록 할 계획이다. 오구라 마사노부 저출산대책담당상은 “어디가 개방하기 쉬운지가 아니라 아이나 가족을 동반한 사람들이 어디에 가고 싶은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유의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휴일이 몰려 있는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이른바 ‘골든위크’(황금연휴)를 전후해서도 20여개 공공시설에서 어린이 패스트트랙을 시행했다. 도쿄도 다이토구에 있는 국립과학박물관, 고토구의 일본과학미래관이 대표적이다. 어린이가정청 홈페이지에는 어린이 패스트트랙을 두고 “허가나 등록이 필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각 시설에서 임의의 시간에 실시해 달라”고 나와 있다. 오구라 담당상은 지난 5월 1일 어린이 전용 통로를 설치한 국립과학박물관을 직접 시찰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3월 31일 아동·육아 정책 강화 대책의 시안을 발표한 바 있다. 향후 3년 동안 속도를 내서 추진할 정책의 방향을 정리한 내용이다. 시안에는 “정부는 어린이·육아에 친화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한 대책을 추진한다. 국가시설에서 어린이 동반자가 창구에서 힘들게 줄을 서는 일이 없도록 ‘어린이 패스트트랙’을 설치하는 등의 대책을 실시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지난 5월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공공시설 노키즈존 근절’과 ‘어린이 패스트트랙’ 등의 필요성을 밝혔다. 용 의원의 두 살배기 아들도 함께했다. 용혜인 의원실 제공 국회 및 서울시도 추진 국내에서도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일본 사례를 들어 어린이 패스트트랙 제도의 추진 의사를 밝혔다. 용 의원은 지난 5월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린이 패스트트랙 제도는 ‘어린이가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출발점”이라며 “돌봄의 공공성을 확대함으로써 초저출생 사회를 해결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용 의원은 ‘노키즈존’으로 인해 아이들이 ‘키즈카페’밖에 갈 수 없는 현실을 지적하며, 어린이의 여가권 보장과 연계해 어린이 패스트트랙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나타냈다. 용 의원은 일본의 제도 시행 현황과 입법을 위해 필요한 사항 등을 살펴보기 위해 관련 자료를 국회입법조사처에 요청한 상태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어린이 패스트트랙을 긍정적으로 봤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4월 2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일본에서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차원이 다른’ 대책을 내놓겠다는 의지를 밝혔는데, ‘어린이 패스트트랙’ 제도 등 고민해볼 만한 대책이 꽤 있었다”고 썼다. 지방자치단체 중에서는 서울시가 어린이 패스트트랙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5월 4일 ‘서울 어린이 행복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어린이 First 문화’ 조성 방안을 내놓았다. 박물관·미술관·공연장 등 시립문화시설과 잠실종합운동장 등 시립체육시설을 이용할 때 어린이 동반 일행을 우선 입장토록 하는 조치가 포함됐다. 서울시가 주최하거나 공동주최하는 행사부터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나아가 민간이 시설을 대관해 콘서트 등 행사를 개최할 때도 권고사항으로 유도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구체적인 시행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올해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줄서기 등 입장관리 방식과 관련한 규정이나 지침은 따로 없다”고 말했다. 어린이 패스트트랙은 의지만 있으면 임의로 운영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 관계자는 “어린이를 존중하는 문화가 확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저출생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를 염두에 두고 준비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어린이 패스트트랙을 두고 찬반이 갈린다. 다섯 살 자녀를 둔 이모씨(40)는 “이 제도만으로 육아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아이를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적극적인 메시지로 보여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아이들이 버릇만 나빠질 수 있을 것”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의견도 있다. 이 외에 아이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실태를 꼬집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있다. “노키즈존 운운하는 한국에서 과연 실현이 가능할까” 등이다. 장경은 경희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어린이 패스트트랙은 결과적으로 부모들에게 혜택이 주어지는 방식으로 보인다”라며 “기본적으로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할 수 있다. 부모의 삶을 조금 더 편하게 만들어주면 간접적으로 아이들 삶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일본의 어린이 패스트트랙 제도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 지켜본 뒤에 한국도 시범적으로 시행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뭐라도 해봐야 하는 상황인 것은 맞다”라고 했다. 인천공항 ‘비즈니스 패스트트랙’ 어린이 패스트트랙과 달리 공공시설에서 유료로 패스트트랙을 추진하는 사례도 있다. 현재 인천국제공항 1·2터미널에는 교통약자를 위한 ‘출국 우대출구’(패스트트랙)가 있다. 노인, 유소아, 임산부, 장애인, 정부가 인정한 ‘사회적 기여자’ 등은 별도의 통로를 이용해 보안검색과 출국심사 등을 보다 빠르게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인천국제공항공사는 프리미엄 좌석 승객이나 추가로 비용을 지불한 승객도 이런 패스트트랙을 통과할 수 있게 하는 제도를 추진 중이다. ‘비즈니스 패스트트랙’이라 불린다. 퍼스트·비즈니스 클래스 승객은 항공사가 비용을 부담하고, 이코노미 클래스 승객은 희망자에 한해 패스트트랙 티켓을 구매하는 방식이다. 티켓 비용은 1만~1만5000원 수준으로 책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교통약자도 물론 기존처럼 패스트트랙을 이용한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007년부터 비즈니스 패스트트랙 제도 시행을 준비해왔다. 해외의 많은 주요 공항에서 시행 중인 점, 공항서비스 경쟁력 강화, 승객 수요 분산 등이 이유였다. 여기서 발생한 수익은 사회공헌과 교통약자 시설 확충 등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비즈니스 패스트트랙 도입이 공론화될 때마다 논란이 일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입장을 두고 지지와 반대가 맞붙었다.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무소속 시절인 2018년 9월 논평을 내고 “공기업 본연의 기능과 역할을 망각한 편의주의적 처사”라며 거세게 비판한 적이 있다. 이 의원은 당시 “국민을 부자와 가난한 사람으로 나눠 돈벌이를 하겠다는 발상”이라며 “국민이 여객기 안에서 느끼는 위화감을 공항이 부채질하는 모양새”라고 밝혔다. 이어 “출국 수속은 법적 절차에 따른 공적 서비스”라며 “출국자 줄이 길어지면 제도나 시설을 개선해 누구나 더 나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맞다”고도 했다. 정부도 신중한 입장을 줄곧 유지하고 있다. 공공시설인 공항에서 돈을 더 낸 이들에게만 특혜를 부여하면 사회적 위화감이 조성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현재 국민정서에는 부합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비즈니스 패스트트랙을 도입하려면 국토교통부의 ‘출입국절차간소화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 위원장은 국토부 2차관이 맡는다. 위원으로는 대통령비서실, 외교부, 법무부, 국방부 등 여러 유관부처의 고위공무원이 참여한다. 정부 내에서도 의견 일치가 이뤄져야 가능한 것이다. 이 제도 도입 문제가 위원회의 안건으로 오른 적은 아직 없다. 국토부 관계자는 “논의하거나 검토하고 있는 사항이 전혀 없다”라며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이런 제도를 추진해왔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는 수준”이라며 선을 그었다. 어린이날인 지난 5월 5일 실내 놀이공원인 서울 잠실 롯데월드가 인파로 북적이고 있다. 연합뉴스 돈을 내고 새치기할 권리? 민간에서의 유료 패스트트랙은 어떨까. 최근 사설 놀이공원에서 특정 비용을 내면 따로 마련된 통로로 입장해 대기하지 않고 놀이기구(어트랙션)에 탑승할 수 있는 상품이 논쟁의 대상이 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롯데월드의 ‘매직패스 프리미엄’이다.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 및뇌공학과 교수가 지난 4월 초 한 방송에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으로 시간을 사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런 현상들이 정당한가”라는 화두를 던졌다. 그는 매직패스 프리미엄을 두고 “돈을 더 내면 새치기할 수 있는 권리를 준 것”이라고 했다. 이에 온라인에서는 찬반 의견이 대립했다. 사기업이 비용에 따라 차별화된 상품을 판매하는 건 문제 될 게 없다는 견해가 있다. 그러면서 정 교수의 문제 제기 자체를 자본주의를 부정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등 공격적인 반응도 잇따랐다. 결과적으로 돈으로 다른 사람의 시간을 빼앗아 박탈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맞섰다. 비용도 만만치 않아 선뜻 구매하기도 어렵다는 푸념도 있다. A씨는 “4인 가족이 자유이용권에 매직패스까지 이용하려면 40만원이 넘게 든다. 큰 부담이 되는 액수”라고 했다. “아이들이 왜 저 사람들은 줄을 안 서냐고 물으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조마조마했다”는 경험담도 있다. 매직패스 프리미엄은 돈이 있어도 구매가 쉽지 않다. 한정된 수량을 선착순으로 판매하기 때문이다. 몇 초 만에 매진될 정도라고 한다. 인터넷 중고마켓에는 웃돈을 얹은 암표가 거래되기도 한다. 희소성이 높은 만큼 체감하는 특권의 가치도 큰 셈이다. 인터넷에 올라온 매직패스 프리미엄의 이용 후기를 보면, ‘자본주의’라는 단어가 종종 언급된다. 자본주의를 옹호·비판한다기보다는 현실 인식이 반영된 가치중립적인 표현으로 보인다. “자본주의 세계 경험함. 이래서 돈이 좋구나” 등이다. 개장 시간인 오전 10시에 입장해 1시간에 어트랙션 1개씩만 타다가 오후에 풀린 매직패스 프리미엄을 구매한 뒤에는 1시간 동안 4개가량을 탄 경험을 소개하며 “이게 바로 자본주의구나”라는 반응이 담긴 글도 있다. 에버랜드도 ‘플랜잇’이라는 상품을 판매한다. 매직패스 프리미엄과 유사하다. 3회권은 4만2000원, 5회권은 7만3000원이다. 주말에는 가격이 더 비쌀 때도 있다. 플랜잇 이용 후기 가운데도 “자본주의의 맛을 느끼다” 등의 내용이 있다. “자본주의로 인한 차별화된 세상이 조금은 씁쓸하지만 그걸 또 즐기면 짜릿하다”는 후기도 눈에 띈다. 롯데월드의 매직패스 프리미엄이라는 명칭은 ‘매직패스’라는 무료 서비스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무료 매직패스는 2006년 도입된 탑승 예약시스템으로 일종의 ‘원격 줄서기’다. 모바일이나 키오스크 등을 이용해 최대 3개의 어트랙션에 대기를 걸 수 있었다. 고객들은 오랜 시간 줄을 서는 수고를 덜고 그 시간에 다른 활동을 할 수 있었다. 다만 무료 매직패스도 예약을 하기 위해 소위 ‘광클’(매우 빠르게 클릭)을 해야 했다. 무료 매직패스는 2022년 9월 폐지됐다. 매직패스 프리미엄을 구매하지 않는 한 일반 고객은 직접 줄을 서야 하는 것이다.
- [신간]어린이를 노래하다 外(2022. 05. 06 14:51)
- 2022. 05. 06 14:51 문화/과학
- ㆍ어린이 운동에 몸 바친 정순철 <어린이를 노래하다> 도종환 지음·창비·2만2000원 “엄마 앞에서 짝짜꿍, 아빠 앞에서 짝짜꿍”,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이 노래를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이 곡을 지은 작곡가 정순철의 이름은 우리에게 낯설다. 그는 1920년대 이후 이 땅의 어린이 운동에 큰 역할을 담당했다. 방정환과 함께 천도교소년회에서 활동했으며, 잡지 ‘어린이’에 필자로 참여하면서 동요를 작곡했다. 이후 ‘녹양회’라는 동요동극단체를 만들어 아동극에 들어가는 수많은 노래를 만들었다. 저자는 어린이날 하면 으레 떠오르는 소파 방정환을 뒤로하고 한국 동요 4대 작곡가인 정순철을 전면으로 불러낸다. 분단의 기억 속에 잊힌 정순철의 삶을 통해 3·1운동이라는 민족적 열망이 분출한 대사건을 전후로 이 땅에 독립의 열망을 키워내기 위해 분투한 어린이 운동의 주역들을 다채롭게 그려낸다. ▲이것만 알면 경제 인싸 전규열 지음·새로운사람들·2만원 흔히들 ‘정치는 생물’이라 표현하지만, 오히려 ‘경제는 생물’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합당할 듯하다. 물론 정치와 경제가 맞물려 돌아가는 측면이 있어 어느 쪽이 우선이라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추상적으로 보이는 정치보다는 체감할 수 있는 경제가 훨씬 구체적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경제현상을 체계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저자는 이를 해결해주기 위해 37명의 경제 전문가를 심층 인터뷰해 한국경제의 현안을 팩트체크하면서 ‘경제 인싸’가 되는 지침을 제공한다. ▲탄소로운 식탁 윤지로 지음·세종서적·1만8000원 대한민국은 해산물 섭취 세계 1위, 돼지고기 소비량 2위다. 먹는 일에는 누구보다 진심이지만 먹거리와 기후의 연관성에는 무심한 사람들에게 기후위기를 만드는 먹거리의 여정과 식량 시스템을 낱낱이 알려준다. ▲이것도 산재예요? 노동건강연대 지음·보리·1만2000원 20년 넘게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온 노동건강연대의 경험과 노하우를 소개한다. 책은 산업재해의 개념부터 제도 소개, 신청 절차와 준비서류까지 산재의 모든 것을 담았다. ▲알맹이만 팔아요, 알맹상점 고금숙 외 지음·위즈덤하우스·1만6000원 동네 시장의 비닐봉지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싶어 모인 ‘쓰레기 덕후’들이 어쩌다 사장이 되기까지의 고군분투기. 쓰레기를 하나라도 더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이들의 노력과 캠페인을 엿볼 수 있다.
- 신간
- [꼬다리]어린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2022. 04. 29 15:34)
- 2022. 04. 29 15:34 사회
- 이달 월급이 들어오자마자 조카들에게 줄 어린이날 선물을 샀다. 요즘 장난감은 어른이 봐도 눈이 핑핑 돌아간다. 현란한 기술을 선보이는 게 많다. 이번에 산 건 무선 조종 공룡 로봇과 물에 넣으면 특정한 형태로 변하는 물감이다. 장난감이 작동하는 원리는 잘 모르지만 상관없다. 선물 얘기를 하면 조카들이 방긋방긋 웃는다. 사실상 주는 쪽이 더 행복해지는, 선물의 마법이다.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간간이 조카 선물을 챙기는 이유가 ‘조카 바보’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어린이는 ‘조건 없는’ 사랑을 많이 받고 자라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시험을 잘 봐서, 말을 잘 들어서, 심부름을 갔다 와서 받는 ‘조건부 급부’가 아니라 그냥 존재 자체로 선물을 받는 경험이 풍부할수록 더 단단한 주체로 자라리라 믿는다. 어른이 주는 용돈을 쥐어보고, 집안 형편이 어렵더라도 공연을 볼 기회를 얻고, 행사장에서 풍선이나 스티커를 받는 크고 작은 경험 말이다. 꼭 ‘잘해서’가 아니라 ‘그림을 그렸다’, ‘청소했다’처럼 하기만 해도 칭찬하는 것 또한 훌륭한 선물이다.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내가 속한 세대(1990년대생)까지만 해도 사회가 아동을 보는 시선이 지금보다 열악했다. 개별 가정의 상황과 무관하게 학교를 비롯한 교육기관과 양육문화 자체가 팍팍했다. 체벌도 만연했다. 집 밖으로 내쫓기, 폭언 따위는 아동학대 축에도 끼지 못했다. 미식을 경험하지 못한 이에게 맛있는 음식을 기대할 수 없듯이, 윗세대는 더 팍팍하게 자랐을 테니 당연한 결과였다. 청년들이 <금쪽같은 내 새끼>를 보며 양육자에게서 받지 못한 위로를 찾는 식으로 ‘셀프 치유’를 한다는 보도에 고개를 주억거리게 된다. 사회적 여건도 녹록지 않았다. 2010학년도엔 70만명 가까이가 수능에 응시했다. 그들이 전국의 400개 남짓한 대학에 배치됐다. 취업 전선에서 제 몫의 자리를 찾아보려고 아직도 분투하는 이들이 많다. 우리 세대는 치열하게 줄 서는 것으로도 모자라 의사, 교사, 소방관, 운동선수, 연구자 같은 수많은 직업군의 서열조차 매겨야 하는 구조적 운명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조카들이 태어난 2014년과 2016년의 출생아 수는 40만명대로 떨어졌다. 이후 더 급감해 2021년은 약 26만5000명에 불과했다. 앞으론 20만명 남짓한 아이들을 사회 필수 인력은 물론이고 다양한 직업인으로 키워내야 한다는 뜻이다. 이민을 더 많이 받아들인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기본적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미래가 그렇다. 이런 사회에서 아동·청소년 줄 세우기가 과연 온당한지 의문이 든다. 과거의 시선으로 미래를 이끌어갈 이들을 재단하고 가두는 일이 합리적일 리 없다. ‘인구절벽’이란 말이 주는 위태로움을 반전시켜 보자면, 더 많은 어린이가 ‘적성과 흥미’에 따라 장래희망을 찾을 기회를 이제야 겨우 제대로 맞이한 걸지도 모른다. 과거엔 꿈만 같던 일이다. 치열하게 줄 서지 않아도 되고, 존재 그 자체만으로 칭찬받고 행복할 수 있는 사회. 이런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야말로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은 올해 어린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다.
- 꼬다리
- [다시 보는 남북건설협력사업](10)북한 어린이 보건·의료, 지속적이고 체계적 지원(2021. 07. 23 15:04)
- 2021. 07. 23 15:04 정치
- ㆍ모유 대용 콩우유 개발·공급… 병원 건립 등 지원범위 꾸준히 확장 어린이어깨동무는 대북지원단체 중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어린이 영양, 의료, 교육지원 사업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콩우유(두유) 공장, 학용품 공장, 병원 등을 평양과 그 외 북한 여러 지역에 건립하고 2016년까지 운영지원을 했다. 국내에서는 어린이와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한 통일교육을 하기도 한다. 평양어린이어깨동무병원 공사 모습 / 어린이어깨동무 제공 어린이어깨동무는 어린이 운동 단체인 ‘공동육아’와 한겨레신문이 남북 어린이 교류를 위해 1996년 설립했다. 설립 초기, 북한의 식량난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어린이를 돕기 위해 분유, 구충제 등 의약품, 밀가루 등의 인도적 지원을 했다. 1998년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에 따라 민간 교류가 확대됐으며, 어린이어깨동무 대표단이 북한을 방문했다. 대표단은 북한 어린이들에 대한 지원이 긴급구호 차원이 아닌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관련 전문가들과 북한 어린이 영양개선을 위한 지원방안을 검토한 뒤 2000년 3월 북한 ‘어린이영양관리연구소’와 지원에 대한 협의를 진행했다. 그 결과, 식량난으로 모유 수유가 부족한 북한 영유아를 위해 대용 식품으로 콩우유를 개발·공급하기로 합의했다. 2001년 9월 콩우유 생산을 위한 제반 설비, 원료를 공급하고 운용기술을 전수했다. 콩우유 생산설비 지원과 기술전수는 어린이어깨동무의 본격적인 지원의 시작이었다고 볼 수 있다. 평양어린이어깨동무병원 준공 후 모습 / 어린이어깨동무 제공 평양어린이어깨동무병원 건립사업 2000년대 북한에 대한 의료지원사업은 평양 중심의 병원건립사업으로 추진됐다. 남측 단체에 의해 처음으로 진행된 병원건립사업은 어린이어깨동무의 평양어린이어깨동무병원 건립이었다. 어린이어깨동무가 북한에 어린이 영양과 관련된 치료와 연구를 위한 시설 건립을 제안했고, 2002년 2월 병원 건립에 합의했다. 병원 건립 시 남측은 설계와 의료장비 지원을 하고 북측은 건축을 맡기로 했다. 처음에는 ‘설사’ 관련 질병치료를 위한 병원을 건립하기로 했으나, 나중에 치과치료가 추가됐다. 북한의 경제 사정을 고려해 2003년 4월 병원 건축자재도 남측에서 제공하기로 했다. 병원부지는 평양 동대원구역(‘구역’은 남한의 ‘구’에 해당) 새살림동(새살림거리)에 있었다. 동대원구역은 김일성광장 건너편 지역으로 주체사상탑이 있다. 골조공사 중 중단된 병원을 활용해 짓기로 했다. 기존 병원은 기초, 1층 기둥과 벽 일부 골조공사가 진행된 상태였다. 처음에는 7층 규모였으나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남측에서 설계했다. 설계는 황영현 건축사(이가건축)가 담당했다. 평양의과대학 소아병동 입원실 / 어린이어깨동무 제공 연면적은 5450㎡(약 1649평)이며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설계했다. 지하층은 창고, 1층은 소아과진료실, 2층은 생화학 검사실, 3층은 연구실 및 교육자료실로 구성됐으며 병원과 콩우유공장을 연결하는 구조로 계획했다. 2층으로 휠체어나 침대의 이동을 위한 엘리베이터를 설치했으며 정전을 고려해 별도의 경사로도 계획했다. 병원건축을 위해 어린이어깨동무는 모금을 진행했는데 삼성, LG, 한화 등 대기업에서도 참여했다. 2002년 11월부터 남측에서 건축자재 지원을 시작했고, 시공은 북한 ‘어린이 영양관리소’에서 담당했다. 북한은 남한 건축자재 사용에 익숙하지 않으므로 남한 기술자가 방북해 지도하기도 했다. 2003년에는 사스(SARS) 때문에 지원이 일시 중단됐다가 2003년 11월 골조공사가 완료됐다. 2004년 마감공사 및 의료장비를 설치하고 2004년 6월 17일 병원 준공식을 열었다. 어린이어깨동무병원은 2003년 8월 준공된 류경정주영체육관에 이어 두 번째로 남측 민간에서 건축한 건물이고, 병원으로는 최초였다. 2000년대 초반까지 북한의 건축기술에 대해 남측에 알려진 것이 많지 않았다. 북한의 건축설계와 기술이 일정 수준 이상일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나, 생각보다 더 열악하다는 것을 알게 된 계기가 됐다. 평양어린이식료품공장 내에 있는 콩우유공장 / 어린이어깨동무 제공 평양의과대학 어린이어깨동무 소아병동 평양의과대학 어린이어깨동무 소아병동은 2004년 북한에서 적십자병원을 일부 개축해 건립해줄 것을 요청한 게 계기가 됐다. 그러나 어린이어깨동무는 모금으로 운영되는 민간단체이므로 추가로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어린이어깨동무는 어린이병원 준공 후 1년간 병원의 운영지원과 모니터링을 했다. 어린이병원 운영이 어느 정도 안정되기 시작하자 향후 보건의료협력사업 방향을 ‘산모와 영유아로 수혜 대상 확대’, ‘평양 이외 지역 진출’로 설정했다. 2005년 7월 북한은 어린이어깨동무에 어린이의료센터 설립을 제안했으며 2005년 11월 어린이어깨동무는 평양의대 내에 모자보건센터 건립을 제안했다. 평양의대 측은 산과는 평양산원이 담당하므로 평양의대 내 모자보건센터 건립은 불가능하다며 소아과병원 신축을 요청했다. 방문단은 어린이병원 신축이 아닌 소아과병원의 개보수는 검토가 가능하다고 답변하고 평양의대 내 소아과를 참관했다. 소아과병동은 기숙사로 사용하던 건물을 개보수해 사용하고 있었는데 환경이 대단히 열악했다. 어린이어깨동무와 서울대병원 의료진으로 구성된 방문단은 소아과병동 신축의 필요성을 인식했다. 귀국 후 건축위원회와 소아병동 설립위원회(서울대 어린이병원 의료인 중심)를 구성했다. 2006년 3월 6일 어린이어깨동무, 서울대 어린이병원과 북한의 민족화해협의회는 평양의대 소아병동 건립에 합의했다. 어린이어깨동무와 서울대 어린이병원이 당초 계획했던 의료협력 방향과 다르게 평양의대 소아병동 신축을 추진하기로 한 것은 병원단계별 연계치료 시스템 구축을 지원하고 북한 의료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였다. 평양의대병원은 북한의 중앙급 의료기관으로 하급단계의료기관(리 단위 병원, 군 단위 병원 등)에서 치료하기 어려운 질환을 치료해야 하지만 시설이 열악해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또 평양의대의 소아과 의료인력 양성을 위해서도 소아병동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평양의대는 평양의 중심인 중구역에 있다. 김일성광장에서 멀지 않고 평양지하철 봉화역과 당 창건 사적관(과거 노동당사로 쓰인 건물), 번화가인 창광거리에 인접해 있다. 평양의 중심가에 있어 소아병동이 신축되는 경우 상징성이 있는 위치다. 소아병동의 신축부지 선정과 관련해 북측과 이견이 있었다. 2005년 7월 소아과 참관 시 북측은 평양의대 정문과 떨어진 위치를 신축부지로 제시했고, 남측은 정문에서 멀어 응급환자이송에 효율성이 떨어지고, 햇빛도 잘 들지 않으므로 정문에서 인접한 공원에 건립할 것을 제안했다. 북측은 남측이 제안한 위치에 대해 처음에는 동의하지 않았으나, 여러 번의 협의를 거쳐 정문에서 가까운 남측이 제안한 위치로 부지를 확정했다. 설계는 이상준 건축사(엘레멘타 건축사사무소)에서 2006년 3월 착수했다. 평양어린이어깨동무병원 놀이방 / 어린이어깨동무 제공 남북협력으로 건설된 소아병동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5층으로 연면적 3967m²(약 1200평) 규모이며, 220병상 규모였다. 구조는 철골구조였다. 남북건설협력사업 중 철골구조로 건설된 것은 많지 않았으나 공기, 시공성, 구조적 안정성 등을 고려해 철골구조로 건립됐다. 2006년 6월 북측과 신축을 위한 역할부담에 합의했다. 북측은 부지, 건설인력, 모래 및 혼석, 장비임대, 변전소에서 소아병동까지의 전기공사 등을 맡기로 했으며, 남측은 신축을 위한 모든 건설자재와 전문인력을 지원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북측에서는 소아병동에 집중치료실(중환자실) 설치를 요구했으나 어린이어깨동무가 감당하기 어렵다는 의사를 전달해 집중치료실 설치는 제외했다. 2006년 6월 14일 착공식을 했다. 7월 세부설계안을 협의했고, 8월 터파기 공사를 시작했다. 건설공사 시 평양에서 일부 자재를 직접 생산하기도 했다. 벽돌을 남측이나 중국에서 반입하는 경우 운송비가 제작비보다 높아지는 문제가 있어 남측에서 벽돌틀과 시멘트를 제공하고 평양에서 직접 제작해 시공했다. 창틀은 한화에서 원자재를 제공하고 남측 기술자가 지도 감독형식으로 기술이전을 한 후 평양건재공장에서 제작해 시공하기로 했다. 한화그룹 창업주인 김종희 회장은 일제강점기 원산상업고등학교를 졸업했으므로 원산에 대한 애정이 있어 어린이어깨동무의 사업에 많은 지원을 했다고 한다. 건설자재 일부를 북한에서 생산해 공사비 절감이 가능했다. 북한에 기술이전 효과도 있었다. 건설시공은 처음에는 평양의대 직원들이 일부 공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기술이 부족하고 능률이 떨어져 공기가 지연되는 문제가 발생해 평양시 건설사업소와 대외건설사업소에서 시공을 담당했다. 인도적 지원사업을 위한 건물공사 시 인건비를 남측에서 지원하는 경우도 있으나 평양의대 소아병동 공사 인건비는 남측에서 별도로 지급하지 않았다. 공사 중 북한에서 병원에 추가 시설 설치와 지원을 요청했다. 북한은 병동 앞 포장을 위한 자재(아스팔트 피치), 시체처리구 설치, 조리시설 지원 등을 추가로 요청했다. 어린이어깨동무는 협의를 통해 가능한 부분은 지원했다. 어린이어깨동무는 병원 운영을 위해 수액 생산설비와 이동 진료차량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북측과 협의해 추가로 지원하기도 했다. 2008년 9월 건물공사가 대부분 마무리됐다. 의료장비를 설치하고 작동교육을 실시했다. 2008년 10월 준공식이 진행됐다. 준공식에는 전세기로 어린이어깨동무 관계자를 포함한 많은 사람이 참여했다. 특히 남측 어린이들이 준공식에 참여한 것은 남북어린이교류차원에서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공사비, 의료장비 및 각종 비품 지원 금액은 약 50억원에 달했다. 남측에서 지원한 공사비를 40억원으로 추정하면 평당 공사비는 약 330만원으로 여타 병원공사와 비교하면 공사비가 적게 들어갔다. 벽돌, 창호 등을 현지에서 생산한 것과 준공 전 고압전류를 인입해 공사를 원활히 한 것이 공사비 절감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된다. 평양의대 소아병동은 외벽이 폴리카보네이트로 마감돼 독특한 외관을 형성하고 장소적 상징성을 잘 표현하고 있다. 또한 건물의 형태가 직사각형이므로 독특한 외벽재료 사용에도 불구하고 주변에 이질감을 주지 않고 조화를 이루고 있다. 또한 건물에 중정(아트리움)을 두어 채광, 소음 등에 유리하도록 계획했다. 북측은 에너지 사정이 좋지 않으므로 채광은 조명과 난방을 고려하면 계획에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평양의대 소아병동은 장소성, 조형성, 남북협력방식 등을 고려했을 때 북측에 지원한 건물 중 건축적으로 의미 있는 대표적인 건축물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어린이어깨동무는 평양의대 소아병동을 건축하면서 개성, 남포, 원산 등 직할시와 도청이 있는 도시의 어린이병원 11곳을 현대화하는 일을 구상했다. 2007년 겨울 어린이어깨동무는 남포시 소아병원을 둘러봤다. 남포시 소아병원은 와우도 구역 용수동에 있었으며 외래병동과 입원병동으로 나뉘어 있었다. 입원병동이 열악하므로 4층으로 신축하기로 합의하고 2008년 4월 공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이 일어났고,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으로 공사는 중단됐다. 지속성·연계성이 필요한 북한지원사업 어린이어깨동무의 북한지원사업은 일회성이나 이벤트성이 아닌 사업의 지속성과 연계성이 특징이다. 1998년 북한에 지원사업을 시작한 이후 평양어린이어깨동무병원, 콩우유공장, 유치원 및 학교개선공사 등 지원사업을 하면서 사업이 단순히 시설 건립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준공 후 시설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도록 지원을 지속했다. 지원범위도 꾸준히 확장했다. 콩우유공장을 운영하기 위해 콩우유 원료를 계속 공급했다. 원산 등 지방에 콩우유공장을 건설하고 영유아 시설이나 학교지원을 연계하기도 했다. 보건의료와 관련해서는 병원 운영을 위한 약품, 의료도구, 소모품과 장비 등을 지속적으로 지원했을 뿐만 아니라 남북의료인의 교류와 북한 의사에 대한 교육도 시행했다. 남북관계는 남북만이 아니라 국제정세의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관계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남북의 지정학적인 위치, 남한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남북교류와 협력은 불가피하다. 남북교류와 협력이 재개되는 경우 개별적·분산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의료보건 협력을 체계적으로 구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 다시 보는 남북건설협력사업
- 어린이집 보육료에 웬 ‘속지·속인주의’(2021. 06. 25 16:21)
- 2021. 06. 25 16:21 사회
- ㆍ지자체마다 지원 범위 달라 무상보육 원칙 사각지대 발생 직장인 김진선씨(37)는 올해 3월부터 네 살 아이를 가까운 어린이집으로 보내고 있다. 마음 놓고 자녀를 맡길 수 있는 곳을 찾다가 걸어서 20분이면 갈 수 있는 민간어린이집을 찾아 등원을 시작했다. 이미 해당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는 부모들의 평도 좋았고, 아이도 등원 이후부터 잘 적응해 다니고 있었기에 별다른 불만은 없었다. 하지만 김씨는 매달 내는 보육료 내역을 살펴본 뒤 예상치 못한 추가적인 보육료 부담이 있었다는 점을 알고선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등원하는 어린이의 주소에 따라 보육료가 다르다는 점을 어린이집 운영자 및 다른 학부모와의 대화를 통해 알게 된 것이다. 서울의 한 공원으로 나들이를 나온 어린이집 원생들이 교사들과 돗자리로 비를 막으며 이동하고 있다.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 연합뉴스 무상보육 지원 범위 확대정책과 배치 주소에 따라 각 가정이 부담해야 하는 보육료 차이가 발생한 이유는 서울시와 경기도의 보육료 지원범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김씨의 집은 서울시 송파구에 있지만 아이를 등원시키는 어린이집은 경기도 하남시에 있다. 그런데 서울시는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동의 주소와 상관없이 어린이집이 서울시 안에 소재하면 서울시가 책정한 보육료 지원액에서 정부 지원액을 뺀 차액 보육료를 지원한다. 반면 경기도는 도내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동이 경기도에 주민등록이 돼 있어야만 차액 보육료를 지원해준다. 비유하자면 서울이 ‘속지주의’를 택한 데 비해 경기도는 ‘속인주의’를 적용했다. 이 같은 차이는 김씨 가구처럼 무상보육 원칙의 사각지대를 만들었다. 타 시도에 소재한 어린이집을 다니는 이상 해당 가구에서 불가피하게 감안해야 할 부담이라고 보기엔 억울한 구석이 있다. 경기도에 주소를 두고 서울시에 있는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집이라면 고민하지 않아도 될 문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어린이집은 시도 간 경계에서 불과 15m 떨어져 있어 사실상 송파구 생활권에 속한다. 이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28가구 중 경기도에 주소를 둔 가구는 9가구에 불과하다. 나머지 19가구는 모두 서울시에 주소를 두고 있다. 국공립어린이집의 경쟁률이 높고, 집에서 가장 가까운 어린이집이 이곳이라 다녔을 뿐인데 지자체 간 경계를 넘어 아이들을 등원시킨다는 이유로 지자체의 보육료 지원을 받지 못하고 매달 9만원이 넘는 액수를 자부담하게 된 것이다. 영유아보육법 제3조 3항은 “영유아는 자신이나 보호자의 성, 연령, 종교, 사회적 신분, 재산, 장애, 인종 및 출생지역 등에 따른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받지 아니하고 보육되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같은 법 제34조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영유아에 대한 보육을 무상으로 하되, 그 내용 및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무상보육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지자체 경계를 사이에 두고 발생하는 미묘한 차이 때문에 보육 지원액을 덜 받는 아동은 결과적으로 차별을 받게 되며, 정부와 지자체가 분담해 무상보육 지원 범위를 확대하는 그간의 정책 방향과도 배치된다. 국공립어린이집의 보육료는 정부가 전액 지원하지만, 민간어린이집은 전체 보육료 수납액 중 정부 지원액을 뺀 차액을 각 지자체에서 지원한다. 어린이집 간의 보육료 차등을 없애기 위해 도입된 정책이다. 그럼에도 김씨의 경우에서 보듯 지자체 간 지원 방침이 서로 달라 민간어린이집에서 무상보육 원칙이 실현되지 못하는 사각지대는 남아 있다. 김씨는 “무상보육의 취지는 모든 아이에게 사는 지역에 관계없이 평등한 돌봄을 하겠다는 국가의 약속인데, 사는 곳과 어린이집의 행정구역이 달라 차액 보육료를 지원받지 못하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느냐”고 말했다. 지자체마다 보육료로 지원하는 액수가 다른 점이 사실상 국가 차원의 무상보육이 완전히 실시되지 못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3세 기준 정부 보육료 지원액 월 26만원을 제외하고 서울시는 차액 보육료를 월 17만원까지 지원한다. 반면 경기도의 차액 보육료 지원액은 9만3000원으로 서울시보다 적다. 전국의 광역지자체마다 차액 보육료 지원 액수가 각기 다른데다 지원 여부도 다르다. 때문에 불과 2년 전에는 각 가정에서 차액을 부담해야 했던 지자체도 있었다. 지자체마다 예산 사정이 다른 현실 탓에 무상보육이 정착되는 데도 지역마다 시차가 생겼던 셈이다. 지자체마다 처한 사정과 예산규모가 달라 발생하는 무상보육 사각지대를 원천적으로 없애려면 정부 지원 보육료의 액수를 한도액까지 높이면 된다. 그러나 이 방법 역시 지난해 대비 올해 인상된 정부 지원액이 월 2만원에 그쳤던 점에서 보듯 예산의 한계를 벗어날 수는 없다. 보육정책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정부 지원 보육료 외의 차액에 대해선 각 지자체가 특성과 상황에 맞게 지원하는 현실을 당장 손대긴 어렵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부모부담 보육료에 대한 지원은 각 지자체가 자체 시책에 따라 운영하는 사업이므로 지원대상 및 금액 등의 기준에 대해서는 해당 지자체에서 결정하여 시행하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보육료 지원 사각지대 당장은 해소 못해” 각기 속지주의와 속인주의 방침과 유사하게 지원 범위를 정하고 있는 서울시와 경기도도 현재로서는 보육료 지원 사각지대를 당장 해소하진 못한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차액 보육료 지원대상을 서울시 소재 어린이집이 아닌 서울시 거주 아동으로 설정할 경우, 서울시가 영유아보육법 제38조에 의거해 책정한 차액 보육료 기준과는 달리 경기도에서 정한 차액 보육료만큼을 경기도 소재 어린이집에 지원하게 된다”며 “타 지역 소재 어린이집에 대한 서울시의 점검 및 관리감독 권한이 없어 어린이집 실태조사 및 운영평가, 규정 위반 시 환수 등이 불가능해진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도내 소재 어린이집에 적용하는 차액 보육료 지원 기준을 명시한 ‘경기도 보육사업 안내’에 따라 ‘경기도 내 주민등록’ 요건을 충족해야만 지원이 가능하다는 점을 규정으로 들고 있다. 이 규정 때문에 현재 경기도에 있는 어린이집에 다닌다는 요건만으로는 보육료 지원이 이뤄질 수 없다. 다만 경기도 관계자는 “지자체 간 상이한 규정으로 인한 불평등 해소를 위해 관련 기준 개편 가능 여부, 개선 방향 등을 올해 안에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렌즈로 본 세상]어린이날 ‘아이들 표정’ 내년에는 볼 수 있기를(2021. 05. 07 11:20)
- 2021. 05. 07 11:20 사회
- 지난 5월 5일,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을 찾은 어린이들이 비눗방울 놀이에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99주년 어린이날인 이날, 어린이대공원은 종일 붐볐습니다. 아이들은 모처럼 즐겁게 뛰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어린 자녀들의 답답함을 누구보다 잘 아는 엄마·아빠는 마스크를 벗는 것만 빼고 다 허용하는 것 같았습니다. 아이들 핑계로 부모들도 덩달아 기분 좋은 봄바람을 쐬었습니다. 아장아장 걷다 멈춰 서서 비눗방울을 신기하게 올려다보는 한 아기는 돌이 갓 지난 듯했습니다. 작은 얼굴에 씌워놓은 조그만 마스크가 안쓰러웠습니다. 태어나면서부터 마스크를 쓴 세상만 봤을 테지요. 사진 속 마스크를 쓴 채 비눗방울을 만드는 아이들의 표정을 짐작만 할 뿐 담을 수 없어 아쉬웠습니다. 코로나19 이후 두 번째 어린이날입니다. 내년 100회 어린이날에는 아이들의 신나는 표정과 함께 기록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렌즈로 본 세상
- [키즈 법률카페](8)어린이집·유치원 운영에 참여 방법은(2020. 08. 07 15:25)
- 2020. 08. 07 15:25 사회
- 아이가 유치원에 입학할 때 열의를 가지고 참여해보겠노라 운영위원회에 지원했다. 보통 지원자가 없다는 말을 듣고 용기를 냈다. 대망의 전체 학부모 회의 날. 낯도 가리고 부끄러움도 많아 위원 선정하는 그 순서까지 다른 지원자가 있으면 어쩌나 걱정했다. 아니나 다를까? 다른 지원자가 등장하는 것이 아닌가. 불안감이 엄습했다. 결국 다른 지원자가 학부모위원이 되었고, 나의 작은 용기는 에피소드로 남았다. 돌이켜 보면 신입생 반이었던 우리 반만 경쟁자가 있었지 다른 반은 지원자가 없었다. 다른 학년 반의 학부모들처럼 보통 젊은 학부모들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운영에 ‘디테일한 관심’ 두기를 꺼린다. 학부모들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운영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학대나 급식 문제에 대한 모니터링도 중요하지만, 학부모와 선생님은 한 아이의 성장을 위한 파트너이기에 서로 협력하고 공동의 교육 가치관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어린이집, 유치원 운영에 부모가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덧붙여 학부모의 의견이 많이 반영되면서도 여러 문제가 지적되는 방과후 과정 규정을 훑어보고자 한다. #유치원은 어떻게 참여할까 유아교육법은 원아가 20명 미만인 사립유치원의 경우를 제외하고 운영위원회를 필수적으로 두도록 규정한다. 운영위원회 위원은 3가지의 권리와 2가지 의무가 있다. 먼저 유치원 운영참여권이다. 다양한 요구를 수렴해 유치원 운영위원회에 제안하고 건의할 수 있다. 또한 법이 정하는 운영의 중요한 사항을 심의·자문하는 권한과 원장이 심의·의결 결과와 다르게 시행하거나 심의 자문을 거치지 않고 운영하는 경우 그 사유를 유치원 운영위원회에 보고하도록 요구하는 권한이 있다. 권한이 있으면 의무도 있는 법. 운영위원은 임기 중 회의에 출석·참여해야 하고, 유치원과 영리를 목적으로 거래하거나 알선해서는 안 된다는 지위 남용 금지의 의무가 있다. 봉사직이지만 법에서 정하는 공공의 일을 수행하는 만큼 정직하게 운영해야 한다는 것. 그렇다고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원복, 졸업앨범, 체험활동 등 학부모가 부담하는 경비나 방과후 과정 편성이나 비용 등 아이의 유치원 일과와 밀접하게 관련된 일상의 문제가 심의·자문 안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집은 어떻게 참여할까 영유아보육법상 학부모의 어린이집 참여를 명시하고 있는 두 가지 기구가 있다. 운영위원회와 부모모니터링단이다. 운영위원회는 어린이집을 중심으로, 부모모니터링단은 시도 또는 시군구 지자체 중심으로 구성된다. 먼저 어린이집 운영위원회를 살펴보자. 영유아보육법은 운영위원회가 어린이집 운영과 아동의 발달에 관한 중요한 사항들을 논의하도록 정하고 있다. 2016년 학부모의 의견을 중요하게 고려하기 위해 학부모 대표가 2분의 1 이상으로 구성되도록 개정됐다. 운영위원회는 유치원과 마찬가지로 운영 참여, 심의·자문, 보고·요구 권한과 회의 참여, 지위 남용 금지 의무가 있다. 유치원은 투표로 선출하지만, 어린이집은 선출이 어려울 때는 지명·위촉도 허용하고 있다. 다음은 부모모니터링단이다. 모니터링 단원은 공모에 따라 모집하고 선정기준에 따라 공정하게 선정해야 한다. 운영위원회가 어린이집 운영에 관한 중요한 사항을 심의·자문한다면 부모모니터링단은 어린이집에서 원아가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어린이집에 방문하여 건강, 안전, 급식, 위생관리 영역을 점검·지도하는 역할을 한다. 부모모니터링단은 처리해야 할 업무가 적지 않기에 소정의 활동비를 지급한다. #얼마나 강력한 힘이 있을까 운영위원회 규정 위반 시 유치원은 모집정지 등의 처분을 받거나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이 불가능하다면 폐쇄명령을 받을 수 있다. 아린이집의 경우 운영위원회 규정 위반만으로는 최대 운영정지 3개월의 처분을 받는다. 광주의 한 유치원이 예·결산, 안전관리 사항에 대해 운영위원회의 자문을 받지 않았고 회계를 부적정하게 운영했다는 등의 이유로 2016년 교육청으로부터 폐쇄명령을 받았다. 유치원은 소송을 진행했지만 패소했다. 운영위원회 운영 규정 위반뿐만 아니라 안전 관리 의무 소홀 등 심각한 위법 사항이 함께 적발되어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된 것이나 운영위원회의 설치, 운영이 의무규정인 만큼 엄중한 심의 자문 기구로서 그 권한과 책임 적지 않다. #학부모 의견이 반영되는 방과후 과정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 오티에 참여했다. 원장은 학부모들의 의견을 받아 방과후 과정을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정규교육과정은 누리과정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반면 방과후에는 일정 정도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재량으로 편성·운영할 수 있으므로 학부모의 요구와 점검이 중요하다. 교육부 지침에 따르면 유치원 방과후 과정은 교육과정 이후 반드시 방과후 과정에서만 운영해야 한다. 방과후 프로그램에 동의한 학부모의 자녀가 대상이며 유아 1인당 1일 1개 1시간 이내, 주 5개 이내여야 한다. 하루에 반드시 바깥놀이 시간을 60분 이상 확보해야 한다. 어린이집은 시행규칙에 규정을 두고 있다.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 24개월 이상의 영유아에 한해 예·체능, 언어, 창의 분야의 프로그램을 개설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의 표준운영안은 추가로 총프로그램 수 3개 이하, 주 2회, 회당 30분 내외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안내한다. 이러한 규정들은 너무 어린아이들이 의도된 교육과정으로 인해 발달, 건강, 놀권리 등이 침해되지 않도록 아동을 보호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러나 기준을 지키지 않아 적발된 유치원이 있다. 유아 1인당 1일 3개까지 운영하는 유치원, 정규교육과정을 무시하고 학원 소속의 강사가 교육을 실시한 경우도 있었다. 인천시에서는 학부모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방과후 과정을 운영한 유치원이 9곳으로 조사됐다. 방과후 과정의 불법 운영은 아이들의 발달이나 휴식 등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인지학습 위주로 운영하다가 적발된 형태가 많았다. 아직 한창 뛰놀 나이, 어른들의 욕심 때문에 고단한 일과를 보냈을 것이다. 이러한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 나아가 아이 성장을 위한 건강한 교육파트너로서 학부모가 기관의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운영위원회가 형식적으로 진행된다는 비판도 있지만 적어도 유치원이 돌아가는 상황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필자처럼 위원회 진입에 실패할 수도 있지만 뭐 어떤가. 용기 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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