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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구석 극장전]오바마가 제작한 정부의 역할 가이드(2022. 06. 10 14:05)
- 2022. 06. 10 14:05 문화/과학
- 6월 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났다. 4132명의 당선자 중 508명, 12.3%가 무투표 당선이란 결과에 지방선거 무용론이 등장하고 자연스럽게 정부 무용론으로 흐른다. ‘작은 정부’를 예찬하며 민간(기업)에 뒤처진 관료주의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드높다. 그럼에도 코로나19든, 안보위기든, 불황대책이든 우리는 늘 정부의 역할을 원한다. 대체 정부란 어떤 존재이기에. 넷플릭스 코미디 쇼 포스터 / 넷플릭스 스탠드업 코미디언 애덤 코노버가 진행하는 넷플릭스 코미디 쇼 <애덤 코노버: 정부가 왜 이래>는 미국 연방정부의 숨은 역할을 알기 쉽게 해설하는 기획이다. 다큐멘터리와 코믹 시트콤을 오가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음식’, ‘날씨’, ‘돈’, ‘미래’, ‘질병’, ‘변화’ 테마를 각 30분 내외로 구성하는 6부작이다. 매회 전반부는 애덤 코노버가 해당 주제 관련 연방정부의 보이지 않는 기능을 현장 탐방을 통해 소개한다. 거대하고 복잡한 사회 각 영역을 커버하는 정부조직의 관리능력과 역사적 업적에 대해 친절하고 위트 있는 해설이 이어진다. 이를 통해 ‘놀고먹는 세금도둑’ 이미지로 덧칠된 공무원들이 제 몫을 해내는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후반부는 전반부를 마치 정부의 홍보영상처럼 느꼈던 이들의 우려를 불식시킨다. 애덤 코노버는 신랄한 독설과 함께 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정부의 미흡한 대처와 불공정한 정책들의 원인을 파헤치고 진상을 폭로한다. 시스템 전반을 타락시키는 이익집단의 로비와 정부의 과거 실책을 블랙코미디 형식으로 마구 터뜨린다. 저런 내용으로 만들어도 연방정부가 협조하는 게 신기할 정도다(물론 막판에 비협조도 발생한다). ‘질병’편은 정부의 역할과 한계를 가장 극명하게 드러낸다. 세계 최대 임상시험 병원인 미국 국립보건원의 가치와 지난 세기에 말라리아-홍역-결핵-소아마비를 퇴치한 질병통제예방센터의 역사를 소개한다. 속담을 비틀자면 ‘세금’이 ‘죽음’을 몰아내는 데 쓰인 셈이다. 로널드 레이건 집권 후 신자유주의 도입으로 정부 기능 축소 압박에 공중보건 인력을 대폭 감축하는 바람에 코로나19 대응에 한계를 노출한, 씁쓸한 현실이 곧이어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피해가 제일 컸지만 가난한 시골이라 보건소 외엔 병원이 하나도 없었던 앨라배마의 한 지자체 이야기는 ‘시장’이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함을 극명하게 입증한다. 마지막편 ‘변화’에서 애덤 코노버는 전직 미국 대통령과 토론한다. 오바마는 “정부는 쾌속정이 아니라 원양 정기선”임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멀게만 느껴지는 중앙정부에 목매기보다는 작은 실천과 연대로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지역정치에 관심과 개입을 당부한다. 담화를 마치고 애덤 코노버는 실제 지방선거에 대응해 변화를 이끈 사례들을 찾아 소개하며 희망을 이야기한다. 마무리 자막이 오른다. 총괄 프로듀서에 버락 오바마의 이름이 뜬다. 본인의 치적 자화자찬이 아니라 임기 중의 오류와 한계까지 (일부나마) 담아낸 이 시리즈는 정부가 비밀결사나 ‘빅 브러더’가 아닌 시민들의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 만들어낸 조직이란 점과 그 변화는 결국 시민들의 관심에 달려 있다는, 소박한 교훈을 다시금 일깨운다.
- 방구석 극장전
- [해외문화 산책]영화·TV쇼 추천 ‘오바마 리스트’(2020. 01. 03 15:57)
- 2020. 01. 03 15:57 문화/과학
-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9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에 올린 2019년 한 해 가장 즐겨본 영화·TV쇼 리스트가 한국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꼽았기 때문이다. <기생충>은 세계 최고 권위의 칸 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면서 한국인이 전 세계에 자랑할 만한 성과로 손꼽혔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전날에도 2019년 올해의 책 리스트를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이 리스트에는 한국계 작가 민진 리의 소설 <파친코>와 수전 최의 <트러스트 엑서사이즈>가 포함됐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3일(현지시간) 오바마재단 주최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에서 열린 차세대 지도자들을 위한 행사에서 ‘가치 기반 리더십’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어떤 작품들을 선정했는지 설명했다. 계급 간 역학구도·인간관계를 탐구한 작품부터 고전 만화에 영감 받아 새로 만들어진 영화, 보는 이들을 역사적인 장소나 장면으로 이끄는 다큐멘터리까지 망라했다고 한다. 실제로 <기생충>은 자본주의 사회의 계급 불평등 문제를 우화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폭발적인 가창력과 흑인·여성 인권을 위한 메시지로 존경받았던 가수 고(故) 아레사 프랭클린의 1970년대 전성기 실황 공연을 담은 다큐멘터리 <어메이징 그레이스>도 리스트에 들어 있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서 정체성을 반영하는 작품이다. 미국 언론들은 오바마 전 대통령의 리스트에 오른 영화와 TV쇼를 어떤 플랫폼을 통해서 볼 수 있는지, 어떤 플랫폼에 배치된 작품들이 가장 많이 선정됐는지에까지 주목했다. 오바마가 리스트에 올린 TV쇼를 두고 “영화만큼 강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까지 언급하며 “방송비평가들이 좋아할 만한 대목”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만큼 그의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보도다. 오바마의 인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오바마는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지난해 12월 30일 공개한 ‘2019년 미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18%의 지지를 얻어 1위에 올랐다. 대통령으로 당선된 2008년부터 12년째 이 부문 1위를 지켰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임기 말에도 국정수행 지지율이 50%를 넘길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격의없이, 또 끊임없이 국민과 소통해온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오바마는 대통령 재임 중이던 2016년에도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와 협업해 여름 추천 노래 리스트를 올리며 호평을 받았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좋은 작품을 미국인들과 공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콘텐츠 제작에까지 뛰어들었다. 부인 미셸과 함께 2018년 설립한 ‘하이어 그라운드 프로덕션’이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 <아메리칸 팩토리>는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넷플릭스에서 공개됐고, 지난해 제35회 선댄스 영화제 미국 다큐멘터리 부문 감독상을 수상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하이어 그라운드 프로덕션은 지난해 스포티파이와 팟캐스트 독점 계약도 맺었다. 오바마는 정치계에서 잘 대변되지 못하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송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만큼 오바마가 꿈꾸는 세상에 귀 기울이고 공감할 미국인들도 더 많아질 것이다.
- 해외문화 산책
- [편집실에서]56세 퇴임 대통령 오바마의 행보(2017. 02. 14 17:16)
- 2017. 02. 14 17:16 오피니언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좌충우돌 행보에 세계가 휘청일 때 카리브해 푸른 바다로부터 신선한 사진이 날아왔다. 어린아이마냥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영국 기업가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과 해양 스포츠를 즐기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었다. 보름여 전 헬리콥터를 타고 백악관을 떠나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사라진 오바마가 사실상 퇴임 후 첫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시기심과 질투심의 발로인가. 즐거운 표정의 오바마 모습을 보자 몇 가지 궁금증이 일었다. 오바마는 왜 억만장자 브랜슨의 초청에 응했을까. 오바마는 자신의 사진이 공개되는 것을 원했을까. 원했다면 그 의도가 무엇일까. 그리고 사진 공개로 더 큰 이득을 보는 쪽은 오바마일까, 브랜슨일까. 첫 번째는 자연스런 궁금증의 소산일 뿐이다. 두 번째와 세 번째는 조금 다르다. 오바마 사진은 파파라치에 의해 찍힌 것이 아니다. 브랜슨이 고용한 전문 사진가가 찍었다. 브랜슨이 버진그룹 웹사이트와 자신의 트위터 계정 등 SNS에 오바마의 사진을 공개한 것은 그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 사진 공개 이후 오바마 측의 이의제기도 없다. 그렇다면 오바마는 사진 공개로 무엇을 기대했을까. 어쩌면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나 이렇게 지내고 있어” 하고 그저 근황을 알려주고 싶었던 건 아닐까. 말하자면 퇴임 전 “잠이나 자고 빈둥거리겠다”고 한 약속을 실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을지도 모른다. 마지막 궁금증에 대한 답은 아무래도 브랜슨일 것 같다. 브랜슨이 오바마 사진 공개로 천문학적인 홍보효과를 얻었다는 보도로 확인된다. 브랜슨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홍보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바마에 대한 반응은 엇갈렸다. 지금 트럼프의 미국이 엉망인데 기업가와 철없이 장난치며 놀고 있을 때인가라는 비아냥과 위선자라는 비난도 나온다. 반면 퇴임 대통령으로서 충분이 누릴 권리가 있으며, 이런 일로 왜 시비냐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위에 언급한 궁금증들은 호사가들의 취향에 기대 흉내내본 것이다. 진짜 관심은 퇴임 대통령으로서의 오바마의 향후 행보에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은 둘째 딸 사샤가 고교를 졸업할 때까지 워싱턴에 머무를 예정이며, 책도 쓰고 오바마 재단 일을 할 것이라는 정도다. 중요한 것은 세계의 대통령으로 8년간 호령했지만 오바마의 나이는 56세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여느 퇴임 대통령보다 주목받는 인물이 될 요소가 많다는 것도 장점이다. 그는 타고난 달변가이자 웅변가요, 재담꾼이자 익살꾼이다. 전직 대통령 프리미엄이 엄청날 것이라는 말이다. 마음만 먹으면 퇴임 후 강연으로 돈을 쓸어모은 빌 클린턴 부부를 넘어설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오바마에게는 그를 돋보이게 할 상대가 있다. 트럼프다. 트럼프가 갈지자 행보를 거듭할수록 오바마의 진가는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어쨌든 워싱턴 정가 자기권 안에 있으면서 반트럼프 또는 세계 진보진영의 선봉장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인생 2막에 접어든 오바마가 그 기대에 부응할지가 어쩌면 지켜볼 유일한 관심거리가 될지도 모른다. 퇴임 대통령의 역할은 정해진 것이 없다. 대개는 여생을 국가를 위해 봉사할 것이라고 밝힌다. 실천한 이는 지미 카터 정도가 아닐까 싶다. 머잖아 박근혜 정권이 남긴 적폐를 청산하고 민주주의 토대를 다질 새 대통령을 뽑게 된다. 대통령을 뽑기도 전에 퇴임 대통령을 거론하는 것은 두 사람이 한몸이기 때문이다. 현직에서 잘한 대통령이 아무래도 훌륭한 퇴임 대통령이 되기 쉽지 않겠는가. 퇴임 대통령의 좋지 않은 말로를 본 우리 앞에는 말썽을 일으키지 않을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당면과제가 놓여 있다.
- 편집실에서
- “우린 해냈다, 또 할 수 있다” 아듀, 버락 오바마(2017. 01. 17 10:11)
- 2017. 01. 17 10:11 국제
- 7일 독자들은 오바마의 가장 큰 유산으로 그의 기품과 가치를 꼽았다. 버락 오바마는 계층을 아우르는 소통과 가식 없는 삶으로, 흑인 대통령의 한계를 뛰어넘어 세계에 영감을 줬다.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 8년 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대선 슬로건이 10일(현지시간) 고별 연설장에서 다시 울려퍼졌다. 이번에는 “우리는 해냈고(Yes, we did.), 또 할 수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도 국민들이 ‘민주주의’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희망을 역설했다. 시작도 끝도 박수를 받은 대통령 오바마의 8년은 단순히 업적과 성과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정치적으로 올바른’ 그의 결정 뒤에는 가식 없는 삶과 기품 있는 태도가 자리하고 있다. 미국인들은 오바마를 존경했고, 그의 마지막 길을 아쉬워했다. 지성과 카리스마는 물론 공감력과 유머감각까지 갖춘 ‘인간’ 오바마의 매력은 미국과 전 세계를 매료시켰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 매코믹 플레이스에서 고별연설 도중 눈물을 훔치고 있다. 오바마는 이날 연설에서 8년 전과 같은 ‘희망’을 말하며 “우리는 해냈고, 우리는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AP연합뉴스 희망과 화해·관용·다양성의 상징으로 오바마는 2008년 대선 캠페인 동안 ‘변화’와 ‘희망’을 강조했다. 오바마는 자신의 약속을 지켰다. 그가 가져온 ‘변화’는 희망의 메시지였다. 두려움을 내세워 ‘변화’를 주창한 트럼프와 대조된다. 일각에서는 오바마가 완성한 정책이 별로 없다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이란 핵협상 타결, 쿠바 국교정상화, 건강보험 개혁, 기후변화 대처노력, 금융위기 극복, 소수자·여성 인권 신장 등 오바마 행정부의 8년은 세계 평화와 민주주의를 향해 내디딘 한걸음이었다. 5일 오바마는 대국민 편지를 통해 “우리는 미국의 기초를 다졌다”며 집권 8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변화는 결코 쉽지 않고 빨리 오지도 않는다”고 했다. 그가 이룬 업적이 트럼프 행정부를 만나 물거품이 될 위기에 있다는 것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또 총기규제, 이민개혁 등 채 이루지 못한 정책을 아쉬워하는 듯했다. 8년 전 오바마가 취임할 당시 금융위기와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 등 안팎으로 악재가 팽배했다. 임기 내내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에 정책이 막혔지만 오바마는 품위를 잃지 않았다. 오바마케어 추진을 앞두고 공화당 의원들을 일일이 찾아가 설득했다. 공감과 소통의 정치는 57%에 달하는 임기말 지지율로 돌아왔다. 민주당 정권을 지키는 데 실패했지만 ‘마이티 덕(레임덕 없는 대통령)’ 칭호를 들었다. 오바마는 신념을 포기하지 않았다. “미국의 이야기는 진보의 이야기”라고 강조한 오바마는 더 많은 사회복지망을 구축하려 했고, 밖으로는 핵 없는 세상을 꿈꾸며 지구온난화에 대처하려 했다. 오바마는 늘 긍정을 말했다. 그는 고별편지에서 “미국의 가장 좋은 날들은 아직 우리 앞에 있다”며 “미래의 진보를 만든 사람은 여러분(미 국민)”이라고 강조했다. 2015년 흑인교회 총기 난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장례식에서 치유의 노래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부른 장면은 상징적 이다. 7일 독자들은 오바마의 가장 큰 유산으로 그의 기품과 가치를 꼽았다. 독자들은 “미국에 자부심을 갖게 해준 지도자” “신념을 절대 잃지 않은 대통령” “모범적인 아버지이자 남편” “쿨한 지도자” 등 오바마의 인간적인 면모를 가장 인상깊게 평했다. 계층을 아우르는 소통과 가식 없는 삶으로, 흑인 대통령의 한계를 뛰어넘어 세계에 영감을 줬다. 케냐 출신 흑인 아버지와 미국 출신 백인 어머니를 둔 오바마의 유년시절은 순탄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결혼 2년 만에 곁을 떠났고, 어머니는 재혼해 인도네시아로 이주하지만 곧 파경을 맞았다. 이후 오바마는 하와이에서 외조부모의 손에 컸다. 그러나 미국 사회의 마이너리티(소수자)로 성장한 배경은 타인에게 공감하고 다름을 인정하는 관용의 자양분이 됐다. 오바마는 불법이민자의 법률상담 등을 보장하는 ‘이민 개혁’을 추진했다. 2012년 재선을 앞두고 동성결혼 합법화 지지를 선언한 데 이어 임기 중 연방대법원의 합헌 판결을 이끌어냈다. 지난해 여성지 기고문에서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선언하며 “성차별에 맞서 싸우는 것이 남성들의 책무”라고 밝혔다. 미국 역사에 남은 갈등의 상처도 봉합하려 애썼다. 취임 9개월 만에 핵무기 군비축소 노력과 다자외교 노력을 인정받아 2009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그해 4월 체코 프라하에서 오바마가 제시한 ‘핵무기 없는 세상’ 비전은 정책으로 이어졌다. 2015년 12월 타결된 ‘이란 핵협상’은 오바마 외교의 최대 업적으로 평가된다. 36년간 숙적이었던 미·이란 관계는 화해 분위기로 접어들었다. 또 그는 지난해 3월 미 현직 대통령으로는 88년 만에 처음으로 쿠바를 방문해 냉전의 장벽을 허물었다. 2009년 1월 20일 취임선서하는 오바마. /미국 정부 퇴임 후 정치지도자 양성에 나설까 지난해 5월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이 원폭을 투하한 일본 히로시마를 찾았다. 그러나 ‘사과 없는’ 방문으로 “어정쩡한 과거사 봉합을 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지나치게 신중해 실기했다’는 비판을 받은 이슬람국가(IS) 대응, 시리아 내전 문제는 결국 풀지 못하고 주도권을 잃었다. 노예제가 폐지된 지 143년 만에 탄생한 흑인 대통령도 인종주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경찰 총격에 흑인들이 목숨을 잃으면서 지난해부터 미 전역에서 ‘흑인 생명도 중요하다’는 운동이 일었다. 최근 퓨리서치 여론조사에서 ‘오바마 재임 기간 흑백 갈등 해소에 진전이 있었나’라는 질문에 61%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1961년생인 오바마 대통령은 현재 만 55살로, 퇴임 대통령 중 4번째로 젊다. 아직 젊은 그가 대통령직 퇴임 이후 맡을 역할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에는 오바마재단 본부가, 워싱턴에는 개인사무실을 둘 것이라는 정도만 알려졌을 뿐 오바마는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둘째딸 사샤의 학업이 끝나는 2019년까지 워싱턴에 머무르기 때문에 오바마가 대통령 임기 동안 추진했던 정책과 관련해 민간활동을 할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지난달 미 공영라디오(NPR)와의 인터뷰에서 오바마는 “기후변화, 건강보험, 형사사법개혁, 최저임금 문제 등에 관심 있는 인재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해 ‘정치지도자 양성’의 뜻을 밝혔다. 또 지난 선거에서 패배한 민주당의 문제가 무엇이었는지 고민하고 재건하는 역할을 맡고 싶다고도 했다. 이미 5권의 책을 써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른 오바마는 지난해 대선 이후 잡지 과의 인터뷰에서 “퇴임 후 1년간 책을 쓸 것”이라고 했다. 오바마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이 끝난 다음날인 21일에는 하루 종일 밀린 잠을 잘 것이라고 말해 8년 동안 얼마나 어깨가 무거웠는지를 표현하기도 했다.
- 오바마의 사법개혁, ‘감옥국가’ 오명 벗을까(2015. 07. 27 16:57)
- 2015. 07. 27 16:57 국제
- 미국은 1970년대부터 ‘대량투옥(mass incarceration)’이 형법의 중요한 원칙으로 자리잡았다. 많이 잡아들여 되도록 오래 감옥 안에 가두는 것을 범죄예방을 위한 최선의 방법으로 여겼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대량투옥 원칙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감옥에 들어갔다. 지난 7월 16일 오클라호마주 엘리노 연방교도소. 찰스 사무엘스 연방교도소 관리국장이 독방구역으로 대통령을 안내했다. 대통령은 ‘123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사무엘스 국장이 123호의 회색 철문을 열자, 대통령은 내부를 찬찬히 둘러봤다. 흰색 와이셔츠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어올린 오바마 대통령은 독방에서 나와 취재진 앞에 섰다. “이곳에 있는 재소자들은 내가 과거에 했던 것과 비슷한 실수를 한 젊은이들입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나에겐 실수를 만회할 만한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이고, 이들에겐 그렇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날 그는 교도소를 방문한 미국 최초의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미국 감옥 재소자 수 221만명 넘어 오바마 대통령은 왜 감옥에 갔을까. 그의 교도소 방문은 오바마 정부가 임기말 역점과제로 꼽고 있는 사법개혁을 강조하기 위한 이벤트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4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 연례회의에 참석해 ‘고장난(broken)’ 사법시스템을 고치겠다고 밝혔다. 그날 오바마가 미국 사법체계에 제기한 문제는 크게 두 가지 질문으로 요약된다. ‘죄를 지은 사람들을 더 많이 더 오래 가두면 사회는 더 안전해지는가’ ‘교도소를 나온 사람들은 미국 사회의 정상적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는가’ 모두 수십년간 지속된 미국의 사법·교정 원칙의 중심을 찌르는 질문이다. 살인죄로 기소돼 18년간 복역한 뒤 무죄로 풀려난 앤소니 그레이브스가 2010년 석방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독방 형벌 시스템 개선에 앞장서고 있는 그레이브스는 오바마 대통령의 사법개혁안 발표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 AP연합뉴스 미국은 1970년대부터 ‘대량투옥(mass incarceration)’이 형법의 중요한 원칙으로 자리잡았다. 많이 잡아들여 되도록 오래 감옥 안에 가두는 것을 범죄예방을 위한 최선의 방법으로 여겼다.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흑인시위를 잠재우기 위해 시작된 이 원칙은 1990년대 빌 클린턴 정부부터 미국 형법의 상징이 됐다. 클린턴 대통령은 1994년 한 사람이 세 번 이상 유죄평결을 받으면 무기징역을 선고하도록 의무화하는 ‘삼진아웃제’ 법안을 통과시켰다. 경제불황과 사회불안으로 급증하는 범죄를 수습하기 어려웠던 클린턴 정부가 택한 극약처방이었다. 시행 초기 수치상 범죄발생률이 줄어들면서 법안은 큰 효력을 발휘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대량투옥이 범죄예방에 거의 효력이 없다는 연구결과들이 연이어 발표됐다. 특히 감옥을 나온 사람들의 60%가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량투옥정책은 새로운 기록을 만들었다. 미국을 세상에서 가장 많은 사람을 가두고 있는 나라로 만든 것이다. 2015년 국제교정연구소(ICPS)에 따르면 미국 재소자 수는 221만7000명이다. 미국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5% 정도이지만, 재소자 수는 전 세계의 20%를 넘어섰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지난 16일 21년 전 자신이 너무 쉬운 길을 택했다고 인정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 법은 좋은 법이 아니었다”며 “경미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까지도 너무 오래 교도소에서 인생을 보내게 됐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량투옥 원칙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마약범죄자들의 경우 비폭력사범들까지도 의무적으로 징역을 살게 하는 제도를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 연방교도소 재소자의 48%가 마약사범일 정도로 미국 감옥은 마약범죄자들로 가득차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엘리노 연방교도소 방문 때 비폭력 마약사범 6명을 직접 만나 45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과거 회고록에서 젊은 시절 마리화나와 코카인에 손댄 사실을 고백한 오바마 대통령은 “젊은 날 실수를 저지른 이들에게 두 번째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도소 내부생활도 개혁 대상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선 독방감금제 개선을 지시했다. 미국 교도소에는 1980년대부터 독방 시설이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다. 처음에는 살인 등 중범죄를 저지른 이들에게만 적용됐지만 차츰 일반 범죄자들까지 독방에 수감하는 일이 늘면서 비판이 제기돼왔다. 독방은 최소 23시간에서 며칠, 몇 년씩 갇히게 되는데 독방에 있는 동안에는 감옥 안의 교정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없고 면회도 받을 수 없다. 독방시스템 폐지를 요구하는 미국 내 인권활동가들과 의사들은 독방에 갇힌 재소자들이 심각한 고립감을 느끼며 우울증, 분노조절장애, 자해충동에 시달린다고 주장한다. 재소자들을 상담하고 있는 정신분석전문의 테리 쿠퍼 박사는 “재소자들이 독방에서 나올 때 그들은 완전히 망가져있다”며 “영구적인 손상을 입는다”고 말했다. 살인죄로 기소돼 유죄판결을 받고 18년 동안 복역하다 무죄로 풀려난 앤소니 그레이브스는 수감기간 중 16년을 독방에서 보냈다. 그는 “독방은 한 인간의 삶에 대한 의지를 꺾기 위해 만들어진 시스템”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 독방시스템 개선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 사람을 23시간 동안 혹은 며칠, 몇 년 동안 가두는 것이 과연 우리 사회를 더 강하고 안전하게 만드느냐”며 로레타 린치 법무장관에게 독방수감제의 오남용 실태를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 사회를 안전하게 만들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범죄가 일어나기 전에 미리 막는 것”이라며 “범죄가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은 많은 시민들에게 평등한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죗값을 다 치르고 나온 사람들에게는 투표권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고, 가족의 투옥으로 무너진 가정의 아이들에게도 교육받을 권리와 직업을 가질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법개혁 가장 큰 걸림돌은 돈 오바마 대통령이 던진 사법개혁안은 2016년 미 대선에서도 주요 화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사법개혁을 위해 의회에 초당적 협력을 당부했다. 클린터 전 대통령이 자신의 법안을 ‘실수’라고 인정한 것 역시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선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의 도전에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오바마표 사법개혁의 가장 큰 걸림돌은 공화당이 아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사법개혁안을 발표할 때 사법개혁에 협조적인 공화당 의원들의 이름을 줄줄이 언급했을 정도로 양당은 현행 사법체계개혁에 일정 부분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문제는 돈이다. 미국을 ‘감옥국가’라 부르는 것은 단순히 감옥과 재소자 수가 많아서가 아니다. 감옥이 미국에서 중요한 ‘사업’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범죄가 급증하고 재소자들이 넘쳐나면서 미국 정부는 1980년대부터 민간이 운영하는 교도소를 허가했다. 1983년 1월부터 운영하기 시작한 미교정협회(CCA)와 GEO 그룹은 미국 민간교도소 운영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교도소 사업으로 연간 수십억 달러의 이윤을 보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CCA와 GEO 그룹이 교정시설을 부동산투자시설로 판매하기 시작한 사실을 전하며 “교도소가 새로운 투자대상이 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교도소 운영의 상당부분을 민간에 의존하고 있는 미국 정부는 민간교도소들의 로비를 받아 투옥률을 높이며 ‘수익원’인 재소자들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공급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뉴욕타임스는 21일 ‘오바마가 재소자 수를 줄이기 어려운 이유’라는 분석기사에서 “죄수들의 상당수는 연방정부가 아닌 각 지방정부가 관리하는 재소자들”이라며 “각 지방정부의 교도소 운영체계와 비용운영은 모두 독립적이기 때문에 개혁안이 영향을 미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2012년 자료를 보면 전체 비용 중 98.8%가 주정부와 기타기관에서 부담한 것이고 연방정부 예산은 1.2%에 불과했다. 오바마 정부가 원칙을 제시하고 개선을 촉구할 수는 있지만, 개별 교도소와 교정시스템에서 실제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돈’의 산을 넘어야 한다는 뜻이다.
- [조찬제 선임기자의 월드 프리즘]다시 도마에 오른 오바마의 드론 정책(2015. 04. 20 17:26)
- 2015. 04. 20 17:26 국제
- 국방부와 CIA는 무인비행기(드론)를 활용해 ‘표적살해(targeted killing)’할 것을 주장했고, 법무부는 체포해 재판에 부칠 것이라며 맞섰다. 오바마 행정부가 미국인 테러용의자를 상대로 이 같은 고민을 한 것은 처음이 아니었다. ‘표적살해냐, 체포냐’. 2013년 미국 법무부와 국방부, 중앙정보국(CIA) 등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고위 관계자들은 파키스탄에서 알카에다 고위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는 잠재적인 미국인 테러 용의자의 처리를 놓고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국방부와 CIA는 무인비행기(드론)를 활용해 ‘표적살해(targeted killing)’할 것을 주장했고, 법무부는 체포해 재판에 부칠 것이라며 맞섰다. 오바마 행정부가 미국인 테러 용의자를 상대로 이 같은 고민을 한 것은 처음이 아니었다. 2011년 9월 말 CIA는 미국인 출신 과격 이슬람 성직자 안와르 알올라키를 예멘에서 드론을 활용해 표적살해한 바 있다. 알올라키는 미 정부에 의해 오사마 빈라덴 사망 이후 가장 위험한 인물로 꼽혔다. 당시 드론 공격으로 그의 10대 아들도 함께 숨졌다. 미국은 왜 알올라키만큼 위험하지도 않은 자국 출신 테러 용의자의 운명을 놓고 힘겨루기를 했던 것일까. 이 힘겨루기의 승자는 누구이며, 테러 용의자의 운명은 어떻게 됐을까. 그리고 이 힘겨루기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2013년 미국 행정부처 간의 ‘표적살해냐 체포냐’를 둘러싼 힘겨루기 끝에 목숨을 부지한 미국인 테러 용의자 모하나드 마흐무드 알파레크가 4월 2일(현지시간) 재판을 받기 위해 뉴욕 브루클린 연방법정에 출두한 모습을 담은 스케치. / 뉴욕리뷰오브북스 웹사이트 캡처 2013년 새 정책 후에도 ‘오락가락’ 미 행정부처 간에 이례적으로 벌어진 힘겨루기 사태의 전말은 지난 4월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보도로 낱낱이 드러났다. 보도에 따르면 테러 용의자는 텍사스주 출신의 29세 청년 모하나드 마흐무드 알파레크다. 미 정부가 알파레크의 운명을 둘러싸고 고민하기 시작한 시점은 2012년이다. 그때부터 CIA와 국방부는 파키스탄에서 압둘라 알샤미라는 가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알파레크에 대한 감시활동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2013년 초 알파레크의 활동이 드론 감시를 통해 몇 차례 드러나자 국방부는 곧바로 알파레크를 ‘표적살해자 명단(킬리스트)’에 올렸으며, CIA는 백악관에 드론을 활용한 그에 대한 표적살해를 승인해줄 것을 요청했다. 킬리스트는 오바마 행정부가 2010년부터 드론을 활용해 고위 테러 용의자를 표적살해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위에 언급한 알올라키는 명단에 오른 첫 미국인이었다. 하지만 법무부의 생각은 달랐다. 에릭 홀더 장관은 알파레크가 과연 미국의 즉각적인 위협이 되는지, 국방부와 CIA가 묘사한 것처럼 알카에다 고위 인사인지에 대해 의문을 품은 끝에 그를 체포해 재판을 받게 해야 한다고 여겼다. 미 법무부의 이 같은 판단에는 2011년 알올라키를 표적살해한 데 따른 파장도 작용했다. 미국은 알올라키가 2009년 1월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 지부(AQAP) 창설, 그해 11월 미 텍사스주 포트후드 군기지 총기난사 사건, 같은 해 성탄절 여객기 테러 기도 사건을 주도한 혐의를 이유로 표적살해했다. 하지만 ‘정당한 법 절차에 의하지 않고는 어느 누구의 생명도 빼앗을 수 없다’는 수정헌법 5조 위반이라는 비판도 제기되는 등 당시 그의 죽음을 둘러싼 논란이 일었다. 전 고위 행정부 관계자는 뉴욕타임스에 “그(알파레크)가 미국인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더 많은 정보가 필요했다”면서 “알올라키 이후 이 점이 많이 신경이 쓰였다”고 말했다. 미 행정부가 알파레크 살해를 둘러싼 논의를 질질 끌자 당시 하원 정보위원장이었던 마이크 로저스 의원은 “이처럼 엉망인 것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의 자국민에 대한 첫 드론 ‘표적살해’ 희생자인 과격 이슬람 성직자 안와르 알올라키. / 인포워스닷컴 웹사이트 캡처 오바마의 드론 공격 2011년 이후 470차례 ‘법무부 대 국방부·CIA’ 대결은 어떻게 결론이 났을까. 1년간의 힘겨루기의 승자는 법무부였다. 드론을 활용한 표적살해 대신 체포해 재판에 넘기기로 한 것이다. 그 덕분에 알파레크는 지난해 말 파키스탄 군에 체포된 뒤 미국으로 송환돼 재판을 받고 있다. 알파레크는 지난 2일 뉴욕 브루클린 연방법원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혐의는 파키스탄이 아닌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공격을 위한 급조 폭발물 제조와 공급이었다. 유죄선고를 받아도 최고형은 15년 형이다. 베일에 싸여온 그의 실체는 법무부가 법원에 제출한 고소장에 어느 정도 드러나 있다. 그는 어릴 때 요르단으로 건너갔으며, 캐나다 마니토바대학을 졸업했다. 파키스탄으로 건너간 때는 알올라키의 온라인 설교에 영향을 받은 뒤인 2007년 3월이다. 그곳에서 알카에다 고위 지도자의 딸과 결혼해 ‘넘버 3’까지 올랐다는 보도도 있지만, 미 관계자들은 과장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알파레크는 법무부 덕분에 목숨을 건진 셈이지만 이는 힘겨루기 사태의 본질이 아니다. 알파레크가 목숨을 건진 것은 헌법적·민주주의적 관점에서 이뤄진 것이 아니라 드론 활용 표적살해와 관련 있는 기관들의 이견과 법적 관할 다툼 때문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본질은 부처간 힘겨루기를 통해 오바마 행정부 안에 드론과 관련한 일치된 정책이 없다는 것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는 점이다. 알올라키 표적살해 논란 이후 테러 용의자에 대한 오바마 행정부의 드론 정책은 2013년 봄 재정립됐다. 오바마는 그해 5월 국방대학 연설에서 드론 정책을 투명하고 책임 있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데이비드 콜 조지타운대 교수에 따르면 오바마는 드론 활용 표적살해는 네 가지 조건에 맞을 경우에만 승인하겠다고 했다. 미국인들에게 계속적이고 즉각적인 위협이 되는 경우,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을 경우, 체포할 수 없을 경우, 민간인이 사망하거나 부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을 경우이다. 테러 용의자에 대한 표적살해 위주에서 체포 선호로 정책이 바뀐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 표명 이후에도 드론을 활용한 테러 용의자 표적살해는 계속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뉴아메리카재단과 영국의 비영리 조사단체인 언론조사국(BIJ) 등에 따르면 2011년 이후 지난 4월 14일까지 파키스탄과 예멘 두 나라에서만 자행된 미국의 드론 공격은 215차례, 사망자는 1271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 가운데 민간인은 5.6%인 71명이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집권 8년 동안 드론 공격 명령을 50차례 정도 내린 반면 오바마는 470차례나 내렸으며, 이에 따른 테러 용의자 사망자는 3300명에 달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드론 공격 지침에 투명성이 없음이 확인된 것이다. 대테러 및 안보전문가들의 비판이 잇따랐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의 자밀 재퍼 변호사는 뉴욕타임스에 명백히 체포할 수 있음에도 알파레크를 살해하기를 옹호하는 일부 정부 당국에 대해 “으스스하다”고 표현했다. 그는 “고위 정보 당국자들이 드론 활용 살해는 마지막 수단이라고 국민들에게 공언했다”면서 “하지만 CIA와 국방부는 이 같은 원칙에 대해 내부적으로 합의를 이루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영국 가디언 칼럼니스트 트레버 팀은 “알파레크 사례에도 불구하고 왜 미군은 더 많은 테러 용의자를 드론을 활용해 살해하기 전에 법의 심판대에 세우려고 시도하지 않았을까 하는 커다란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콜 조지타운대 교수는 지난 14일 뉴욕리뷰오브북스에 기고한 글에서 “우리가 익명의 정부 인사의 말에 의존한 뉴스 보도를 접해 드론 정책이 실제로 작동하는지를 아는 한 우리는 그 정책의 합법성을 판단할 정보를 가질 수 없다. 또 체포 가능성이나 즉각적인 위협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모른다. 얼마나 많은 민간인들이 숨졌는지도 알지 못한다. 미국인과 다른 사람을 죽이는 미 정부의 기준이 다른 것인지, 다르다면 어떻게 다른지를 알지 못한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해 11월 에릭 홀더 법무장관 후임으로 지명된 로레타 린치 연방검사장은 알파레크가 처음으로 법정에 선 지난 2일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는 알파레크와 같은 사람들을 법의 심판대에 세우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 정부가 드론 공격에 대한 투명성을 강조한 이후에도 드론을 활용한 공격이 이어지고, 그에 따른 민간인 희생자가 나오는 현실에서 어떻게 그의 말을 신뢰할 수 있을까.
- 조찬제 선임기자의 월드 프리즘
- 오바마 남은 2년, 골치 좀 아프겠네(2014. 11. 10 17:26)
- 2014. 11. 10 17:26 국제
-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의 패인은 ‘오바마’다. 공화당에 대한 호감도가 오바마 지지율과 엇비슷한데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이 공화당을 선택한 이유는 공화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오바마의 인기가 너무 없었기 때문이다. “공화당은 분명 기분 좋은 밤을 보냈을 겁니다. 그들은 선거를 잘 치른 것을 칭찬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11월 5일 백악관 이스트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침통한 표정으로 기자들 앞에 섰다. 전날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은 예상대로 상원, 하원, 주지사 선거 모두에서 공화당에 참패했다. 이로써 오바마 대통령은 집권 기간 치러진 두 차례 중간선거에서 모두 패배한 대통령이 됐다. 아이젠하워 대통령 이후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 중 유일하게 두 번 연속으로 소속당 상하원 의석이 모두 줄어든 대통령이라는 불명예까지 얻었다. 이번 중간선거에서는 미국 연방 하원의원 전체와 상원의원 100석 가운데 36석, 주지사 50명 중 36명을 뽑았다. 공화당은 상원 경합주 13곳 중 대부분의 주에서 승리해 과반을 확보했다. 공화당은 당초 접전이 예상됐던 켄터키와 캔자스 등에서 낙승을 거뒀고, 민주당의 우세가 점쳐졌던 아칸소와 웨스트버지니아, 노스캐롤라이나 등도 빼앗아왔다. 원래 민주당 의석이었던 몬태나, 사우스다코타, 콜로라도, 아이오와 등도 모두 공화당에 넘어갔다. 결선투표가 예정된 루이지애나와 결과가 확정되지 않은 알래스카를 공화당이 가져온다면, 공화당은 이번 선거를 통해 상원에서 9석을 추가해 총 54석(종전 45석)을 차지하게 된다. 하원 선거에서는 공화당이 243석 이상을 확보했다. 재검표와 결선투표 등의 과정이 모두 끝나면 공화당의 역대 하원 최다 의석이었던 246석을 넘을 가능성도 있다. 공화당은 주지사 선거에서도 격전지를 싹쓸이하며 36곳 중 24곳에서 승리했다. 이로써 2006년 조지 W 부시 대통령 집권 2기 중간선거에서 상하원을 모두 민주당에 넘겨줬다가 2010년 하원 과반수를 찾아온 공화당은 이번 선거로 상원까지 장악하게 됐다. 8년 만에 명실상부한 여소야대 정국이 형성된 것이다. 중간선거에서 참패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5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중간선거 참패, 상하원 모두 여소야대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의 패인은 ‘오바마’다. 공화당에 대한 호감도가 오바마 지지율과 엇비슷한데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이 공화당을 선택한 이유는 공화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오바마의 인기가 너무 없었기 때문이다. 대통령 임기 후반에 치러지는 미국 중간선거는 전통적으로 정권 심판 성격이 강하다. 토머스 만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대통령의 존재는 그 자체로 집권 2기의 모든 중간선거에서 소속 정당 의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경제이슈를 전면에 내세우고 “경제상황이 좋아지고 있다”며 유권자들에게 호소했지만 먹히지 않았다. 오히려 체감경기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는 공화당의 주장에 동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유권자들의 다수가 현재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고 생각하며, 유권자들의 3분의 2는 다음 세대가 현재 세대보다 어려운 상황에 놓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대신 오바마 대통령의 ‘실정’이 부각됐다.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미국인 참수사건으로 대표되는 이라크·시리아 정책 실패로 오바마 정부는 많은 비판을 받았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에서 확산된 에볼라 바이러스 공포도 오바마 정부에 악재였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은 42%까지 추락했다. 재임 중 대통령 지지율로는 역대 가장 낮은 수치다. 민주당 후보들은 일제히 오바마 대통령의 지원유세를 사양하며 ‘거리두기’ 전략을 택했다. 심지어 오바마의 정치적 고향인 일리노이에서조차 1998년 이후 처음으로 공화당 소속 주지사가 탄생했다. 여기에 사우스다코타 등의 민주당 텃밭에서 현역 의원들이 은퇴한 뒤 본선 경쟁력이 없는 후보가 출마한 것도 민주당의 패인이었다. 반면 공화당은 예선에서 극단적 성향의 티파티 진영 후보들이 잇달아 탈락해 본선 경쟁력이 높아졌다. 투표율이 낮았던 것도 문제다. 비영리단체 미국선거프로젝트가 잠정 집계한 이번 중간선거 투표율은 36.6%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저다.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는 출구조사를 인용해 투표자들 중 30대 미만은 13%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투표하지 않은 유권자들 중 40% 이상은 히스패닉, 흑인 등 소수인종들이었다. 민주당의 주요 지지층인 젊은이들과 소수인종이 투표장에 나오지 않은 게 민주당 패배의 큰 원인이 된 것이다. 원래 민주당 성향 유권자들은 정책적 대립이 뚜렷한 대선에서는 적극적으로 투표하지만 지역선거 성격이 강한 중간선거에서는 투표에 잘 참여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패배 기자회견에서 “어제 투표하지 않은 3분의 2의 유권자들의 목소리 역시 듣고 있다”고 말했다. 공화당과 정책적 타협 불가피 아직 임기가 2년이나 남은 오바마 대통령은 중간선거 참패로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을 맞게 됐다. 상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의 협조가 없으면 국정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에 놓인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과 어느 정도 정책적 타협을 할 가능성이 높다. 중간선거에서 패배해 조기 레임덕을 맞은 전직 대통령들도 마찬가지 선택을 했다. 이라크 전쟁 피로감 때문에 2006년 중간선거에서 패배한 부시 전 대통령은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을 경질했고, 1994년 중간선거에서 참패한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정책을 전면 재검토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 지지층이 싫어하는 정책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이 맞닥뜨린 현안 중 공화당이 적극 찬성해온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다자간 FTA 추진작업이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고, 공화당의 숙원사업인 캐나다 앨버타주-텍사스를 잇는 장거리 송유관 키스톤 XL 건설에도 타협할 가능성이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법인세 개혁, 공공인프라 지출 부문에서도 공화당과 타협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양보할 수 없는 정책에 대해서는 ‘마이웨이’를 걷겠다는 입장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이 ‘불법이민자 사면법’이라고 주장하는 이민개혁 문제에 대해서는 물러설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의회에서 조치하지 않으면) 올해가 가기 전에 이민시스템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법적 조치를 어떤 식으로든 취할 것”이라고 말해, 공화당이 끝내 협조하지 않으면 행정명령으로 단독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오바마케어’(의료보험 개혁안)에 대해서도 “양보할 수 없는 선이 있다”고 말했다. 향후 미 정국이 경색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상원 지도부가 강한 영향력을 끼쳐온 외교정책에서는 공화당의 강경 입장이 힘을 얻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공화당이 주장해왔던, 이라크·시리아에 지상군을 파병하는 방안은 현실이 될 가능성이 좀 더 높아졌다. 미·러관계도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란 핵협상에서도 이란을 강하게 제재해야 한다는 매파의 목소리에 힘이 실려 협상이 난항을 겪게 될 수도 있다. 중간선거 종료로 미국은 일찌감치 2016년 대선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민주당의 잠재적 대권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공화당의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등은 중간선거 기간에 지원유세를 통해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양당 대권주자들은 앞으로 본격적으로 자기 정책을 알리는 데 나서고, 오바마 대통령은 업적 관리에 치중할 전망이다.
- ‘오바마의 전쟁’은 ‘부시의 전쟁’과 다르다?(2014. 09. 16 13:42)
- 2014. 09. 16 13:42 국제
- 원치 않았던 중동 개입을 시작하게 된 오바마는 대국민 연설에서 단 한 번도 ‘전쟁’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전략’이란 표현을 썼다. 과거 부시 대통령이 주도했던 이라크·아프간전과 자신의 전쟁을 구별짓기 위한 안간힘이었다. 9·11 테러 13주년을 하루 앞둔 10일 밤 9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프라임 타임의 TV에 모습을 드러냈다. 굳은 얼굴, 결연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그는 14분 동안 이어진 대국민 연설에서 “미국을 위협하면 어디든 안전한 피난처가 없다는 사실을 이슬람국가(IS)는 알게 될 것”이라며 “(이제 더 이상) 시리아 공습을 주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전임 행정부의 중동 개입 전쟁을 ‘어리석은 전쟁’이라 평해 왔던 오바마는 결국 자신이 그토록 피하고자 했던 ‘오바마의 전쟁’ 서막을 열게 됐다. 군사작전의 명칭과 명분, 규모는 제각각 다르지만 미국은 4개 행정부가 연속으로 25년째 중동지역의 분쟁에 깊숙이 개입해 왔다.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을 막기 위한 조지 H W 부시의 걸프전(1991년),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의혹 시설물을 집중 폭격한 빌 클린턴의 ‘사막의 여우’ 작전(1998년), 9·11 후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조지 W 부시의 아프가니스탄전(2001년) 및 이라크전(2003년) 등이 그것이다. 9월 11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9·11 테러 13주년 추모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미국기자 참수 이후 여론 강경해져 그러나 오바마는 역대 대통령과 다른 길을 걷고자 했다. 2011년 이라크에서 완전 철군한 데 이어 2016년 이후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철군하기로 결정했다. “우리가 제일 좋은 망치를 들고 있다고 해서 세계의 모든 문제들을 못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며 ‘팍스 아메리카나의 시대’를 재정립하려 했다. 지난 3년간 이어진 시리아 내전에서 화학무기가 동원된 최악의 인도적 참사가 빚어지고 “국제사회의 인도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음에도 오바마가 주저했던 이유는 이러한 신념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이 개입을 망설이는 틈을 타 시리아에 ‘안전한 피난처’를 구축한 IS가 이라크까지 진격해오자 상황은 달라졌다. 게다가 IS가 미국 기자 2명을 잇따라 참수하면서 오바마도 더 이상 결단을 미룰 수 없게 됐다. 미국 기자 참수 이후 강경여론으로 돌아선 미국인의 65%가 시리아 공습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등 떠밀려 원치 않았던 전쟁을 시작하게 된 오바마는 이날 대국민 연설에서 단 한 번도 ‘전쟁’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전략’이란 표현을 썼다. 과거 부시 대통령이 주도했던 이라크·아프간전과 자신의 전쟁을 구별짓기 위한 안간힘이었다. 오바마는 “이라크전과 달리 이번에 지상군 투입은 없을 것”이라면서 “IS 격퇴전략은 예멘, 소말리아에서 했던 대테러전과 비슷한 형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최근 소말리아에서 무인기와 미사일 공격만으로 극단 테러조직 알샤바브의 지도자를 사살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오바마의 계획은 이라크·시리아에서도 소말리아에서처럼 공습만 담당하겠다는 것이다. 대신 지상군 역할은 현지의 온건한 무장세력이나 군조직에 맡기겠다는 계산이다. 오바마는 이를 위해 의회에 시리아 반군을 무장하고 훈련시키는 데 필요한 5억 달러의 예산 승인을 촉구한 상태다. 또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지역 수니파 국가들의 적극적인 참전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오바마의 희망사항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IS를 상대로 수행할 전쟁은 예멘·소말리아와는 규모가 다르고 상황도 더 복잡하다. 미군이 이라크에서 지난 한 달간 수행한 공습만 154차례로 소말리아와 예멘에서 수년간 했던 모든 공격 횟수를 이미 넘어섰다. 목표 설정을 위한 정보를 수집하고 지형지물을 파악해줄 지상군 없이는 공습의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은 지난해 IS에 인질로 잡힌 미국 기자들을 구하기 위해 비밀리에 시리아로 특수부대를 잠입시켰지만 정보 부족으로 실패한 바 있다. 아무리 시리아 반군에게 군사훈련을 시킨다 하더라도 이들을 단기간에 지상군으로 키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리아 온건파 반군은 전투력이 약하고 여러 그룹으로 나뉘어 있다. “지상군 투입계획은 없으며 미군의 목숨이 희생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는 오바마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지 않는 이유다. 우방들 시큰둥, 적극적 참여 주저 미 국방부는 이날 475명을 이라크에 추가 파병하기로 했다. 이로써 IS 관련 임무를 띠고 이라크에 주둔하는 미군은 1600명으로 늘게 됐다. 브루킹스연구소의 타마로 코프먼 위츠는 “오바마가 지상군 파견이 없다고 계속 얘기해도, 그것이 미국인들의 우려를 해결해주지는 않는다”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고 길게는 3년 이후까지 장기전으로 이 전략을 끌고 가겠다는 오바마의 계획이 성공하려면 우방국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 백악관은 IS 격퇴를 위해 추진 중인 국제연합전선에 37개국과 아랍연맹 등 국제기구가 지지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그러나 상황은 오바마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 등 수니파 걸프국들은 겉으로는 “오바마의 계획에 공감한다”고 말하지만, 적극적인 참여는 주저하고 있다. 수니파인 IS를 공격하다가 자칫 자국 내 수니파 극단주의 세력을 자극할 수 있다는 부담과 함께 시리아 공습이 결과적으로 시아파 맹주인 이란과 알아사드 정권에만 좋은 일을 시켜주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이들 국가는 시아파 맹주인 이란의 지원을 등에 업은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무너뜨려야 한다는 요구에도 시리아 내전 개입을 주저해온 오바마에 대해 극심한 불신을 드러내 왔다. 그런가 하면 알아사드 정권의 우방인 러시아와 이란도 반발하고 있다. 시리아 내 IS 공습 자체는 결국 알아사드를 도와주는 셈이니 마다할 이유가 없지만, 알아사드의 대항세력인 시리아 반군에게 군사훈련을 시켜주겠다는 계획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러시아 외교부는 11일 성명을 내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가 없이 이루어진 미국의 행보는 도발행위이자 심각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시리아·이라크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 미국의 군사행동에 가장 큰 도움을 줘야 할 터키는 IS에 47명의 자국인이 인질로 잡혀 있어 운신이 어려운 상황이다. 유럽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프랑스·독일 등은 쿠르드군인 페쉬메르가에 무기를 지원하거나 인도적 구호품 지원 등으로 역할을 최소화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가장 적극적인 것은 영국이다. IS가 다음에는 영국 국적의 인질을 참수하겠다고 예고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최근 스코틀랜드 독립 움직임으로 정치적 위기에 몰린 상태라 국내 문제만으로도 마음이 바쁘다. 2011년 오사마 빈 라덴이 사살된 뒤 미국에서는 대테러전이 끝나간다는 기대감이 팽배했다. 하지만 알카에다보다 더 잔인하다는 세력이 나타나 9·11 테러 13주년 전야의 대통령 연설을 장식했다. ‘오바마의 전쟁’이 2년여 남은 그의 임기 중에 끝날 가능성은 낮다. 백악관 관계자는 남은 임기 2년간 IS의 위협을 최대한 줄여 후임자의 운신 폭을 넓혀주는 것이 이번 개입의 현실적 목표라고 인정했다.
- [오키나와로부터 온 편지]오바마의 센카쿠 제도 관련 발언 본심은(2014. 05. 02 16:52)
- 2014. 05. 02 16:52 국제
- 센카쿠 문제의 주체는 사실 오키나와인데 미국과 일본, 중국 모두는 이러한 사실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는 분노의 정서가 뿌리 깊다. 한국이 세월호 참사로 비통한 상황에 빠진 가운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 필리핀과 말레이시아를 방문해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이번 오바마의 아시아 4개국 방문은 ‘아시아로의 회귀’ 전략을 통해 경제와 군사안보 측면에서 ‘미국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목표에서 이뤄졌다. 그 핵심에 ‘중국 포위론’ 또는 ‘아시아로의 회귀’ 전략이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는 것이다. 이번 4개국 순방의 첫 번째 국가인 일본에서의 오바마 발언을 나는 주목했다. 특히 오키나와 현 센카쿠 제도(중국명 다오위다오)의 영유권 문제와 관련해 “센카쿠는 일본의 시정권(施政權) 아래에 있으며 미국의 일본 방어의무를 정한 미·일 안보조약 제5조의 적용 대상”이라고 밝힌 부분은 주목된다. 미·일 안보조약 5조는 일본과 미국의 군사기지에 대한 외부의 위협에 공동으로 대응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본의 영유권 인정 해석은 곤란 오바마의 발언은 미국의 대통령이 센카쿠 제도가 미국의 안보 적용 대상이라는 것을 전후 최초로 명시적으로 밝혔다는 점에서, 일본의 외교적 승리라는 식의 해석이 일반적이다. 일본의 언론 역시 이런 관점에서 오바마의 발언을 보도하고 있으며, 아베 정권 역시 이러한 점을 강조하면서 ‘집단적 자위권’을 포함한 일련의 우경화 정책에 속도를 내려 하고 있다. 한국 언론 역시 일본의 언론과 유사한 방식으로 오바마의 발언을 해석하고 있으며, 이러한 발언의 이면에는 아시아에서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면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 협정(TPP)에 일본의 조속한 참여를 견인하기 위한 계산된 발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센카쿠 제도가 일본의 시정권 아래에 있으며 안보조약 제5조의 적용 대상이라고 말한 것을 근거로 일본의 ‘영유권’을 명시적으로 인정했다는 식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센카쿠 제도가 일본의 시정권 아래 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말을 바꾸면 센카쿠 제도를 현재 ‘실효지배’하고 있는 것은 일본이다. 현재의 센카쿠 제도는 전 도쿄도 지사였던 이시하라 신타로의 ‘국유화 선언’ 이후 실제로 2012년 국유화되었다. 그러나 일본이 센카쿠 제도를 실효지배하고 있다거나, 시정권이 미치는 지역임을 인정했다는 사실이 곧바로 센카쿠 제도에 대한 일본의 ‘영유권’을 인정했다는 것으로 해석되어서는 곤란하다. 센카쿠 제도가 미국의 ‘안보 적용 대상’임을 확인한 것과 ‘영유권’을 인정했다는 것 사이에는 큰 의미의 격차가 있다. 센카쿠 제도에 일본의 시정권이 미친다는 발언은 일본이 ‘실효지배’하고 있다는 의미와 별 차이가 없다. 이미 일본이 실효지배하고 있는 지역에 대해 “일본의 시정권이 미치는 지역”이라고 말하는 것은 사실 동어반복에 불과하다. 오키나와의 역사학자인 아라사키 모리테르 교수는 (2013)에서 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자공당 정권(자민·공명 연립정권)과 민주당 정권 모두 미국이 센카쿠 제도를 안보 적용 지역으로 인정했다며 기뻐하지만, 미국은 안보 적용 지역과 영유권에 대해서는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영유권 문제는 미국이 시정권을 장악하기 이전에 기인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본심은 이미 이야기한 바와 같이 중국과 일본 사이에 분쟁의 씨앗이 존재하는 것이 일본의 대미의존도(대미종속도)를 강화한다는 점에 있다.” 센카쿠 제도가 ‘안보 적용 대상’이라는 오바마의 발언은 과거에 비하면 진일보한 것이지만, 그것이 “오키나와의 영유권은 일본에 있다”라는 명시적 선언과는 다르다. 위의 분석에서 제기되는 것처럼 센카쿠 영유권 분쟁의 당사자는 일본과 중국인데, 사실 이 분쟁의 씨앗은 오키나와를 류큐처분으로 강제병합한 후 청일전쟁이 지속되던 1895년 일본이 ‘무주지 선점론’을 통해 센카쿠 제도 영유를 결정한 시기로까지 소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당시에도 중국은 센카쿠 제도에 대한 일본의 영유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거꾸로 중국 측은 센카쿠 제도가 명·청 시기부터 중국의 책봉선이 오키나와로 가기 위한 표지도였다는 점을 들어 ‘중국 고유의 영토’임을 내세웠다. 동시에 일본의 센카쿠 영유권 문제에 대해 중국이 강력 반발하고 있는 것은 청일전쟁이 전개되던 와중에 일본이 청 측에 제안했던 류큐열도 분할안에 따르면, 센카쿠 제도가 포함된 미야코와 야에야마 제도를 청의 영토로 하자는 입장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1972년 당시 중국과 일본의 국교정상화 과정에서도 센카쿠 제도의 ‘영유권 문제’가 협정에 명시된 바는 없었다. 1978년 10월 일본에 온 중국의 부총리 덩샤오핑도 영유권 문제에 대해 “이러한 문제는 잠시 동안 보류해도 괜찮다. 다음 세대는 우리 세대보다 더 지혜로울 것이다”라고 말했고, 일본 정부 역시 이러한 발언을 묵인했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센카쿠 ‘영유권 문제’는 전혀 해소된 것이 아니다. 오바마의 일본에서의 발언은 이러한 저간의 사정을 고려한 치밀한 외교전략에서 나온 것이다. 겉으로는 일본의 이익을 편들어주는 듯한 발언을 통해서 오바마는 TPP 협정의 명백하고도 신속한 조인을 아베 정부에 압박한 셈이었는데, 아베 정부는 국내의 광범위한 반대세력의 부담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확실한 응답을 회피했다. 미국의 속내는 ‘갈등의 균형 상태’ 오키나와 현의 센카쿠 문제에 있어서 미국의 일관된 태도는 중국과 일본을 일종의 갈등의 균형상태로 묶어두는 것이다. 중·일 간에 군사적·외교적 갈등과 긴장이 지속되면, 가장 큰 이익을 얻게 되는 것은 미국이다. 북한 위협론과 중국 위협론을 극대화시킴으로써, 미국은 아시아에서의 군사적 패권체제를 오히려 강화할 수 있다. 특히 오키나와 현민들이 ‘올 오키나와 투쟁’ 또는 ‘섬 전체 투쟁’을 통해서 미군기지의 현외 이전을 촉구하는 상황에서, 중·일 갈등은 아시아에서의 미국의 핵심 이익을 정치·경제·군사적으로 보존하는 데서 더 나아가 확대시킬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오키나와인들은 ‘센카쿠 분쟁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센카쿠 문제의 주체는 사실 오키나와인데 미국과 일본, 중국 모두는 이러한 사실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는 분노의 정서가 뿌리 깊다. 오키나와 현민들은 센카쿠 문제를 포함한 더 넓은 오키나와 차별 문제가 오키나와인들의 주체적이고 자립적인 ‘자기결정권’을 억압하고 훼손하고 있다고 말한다. 오바마와 아베, 더불어 시진핑 같은 정치가들이 이런 오키나와의 목소리에 귀를 열어야 한다.
- 오키나와로부터 온 편지
- [유승찬의 눈]정부 3.0 비전은 오바마 스타일?(2013. 07. 15 16:26)
- 2013. 07. 15 16:26 오피니언
- 강렬하고 혁신적이다. 6월 19일 열린 박근혜 정부의 ‘정부 3.0 비전 선포식’ 얘기다. 정부 1.0을 일방향의 시대로, 정부 2.0을 쌍방향 국민 중심의 시대로, 정부 3.0을 국민 개개인이 행복한 시대로 규정한 대목은 정치적 수사로 치자. 정말 놀라운 것은 개방과 공유, 소통과 협력을 정부 3.0의 핵심 가치로 내세운 점이다. 불통의 폐쇄적 리더십 이미지를 갖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언어 치고는 매우 파격적이다. 이날 발표의 꽃은 공공 데이터 전면 공개 방침이다. 정부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 과정에 대해, 국민 중심으로 공개하겠다”고 했다. 2012년 31만건에 불과하던 공공 데이터 공개 건수가 2014년엔 1억건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데이터 플랫폼을 단일화하고, 범정부 통합 빅데이터 솔루션을 개발해 데이터 활용도를 높이며, 이를 원활하게 관리할 클라우드 컴퓨팅 센터도 구축할 것이라고 했다. 주요 정책은 설계과정을 공개해 국민들이 참여할 수 있게 하는 ‘플랫폼 정부’ 구상도 밝혔다. 발표 내용을 그대로 믿는다면 ‘박바마’(박근혜+오바마)라는 별명이 나올지도 모른다. 우연의 일치인지 바로 전날인 6월 18일 북아일랜드 로크에론에서 폐막한 G8 정상회담에서 ‘오픈 데이터 헌정’이 발표되었다. 선언문은 정부 데이터를 ‘거대한 가능성을 가진 미개발된 자원’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오픈 데이터가 기술혁신과 경제발전, 더 나은 공동체를 향한 거스를 수 없는 추세임을 알렸다. 박근혜 정부의 공공 데이터 공개 방침은 G8 정상들의 합의 내용에 비춰 봐도 손색이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 궁금증이 사라지지 않는다. 물음표의 핵심은 박근혜 정부가 진정으로 정보 독점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공유와 소통의 플랫폼 정부로 나아갈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안병진 교수는 에 ‘박근혜 정부: 닉슨 스타일 국정운영의 특징과 한계’라는 매우 흥미로운 글을 발표했다. 안 교수는 이 글에서 “출범 초기 박근혜 정부의 성격을 진보의 시대정신을 일부 선점한 ‘선제적’(preemptive) 스타일의 실용주의적 보수”로 정의한다. 나아가 “단지 선제적 대응만이 아니라 위대한 재구축을 꿈꾸는 공통점을 가진다”고 분석한다.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선제적’으로 선점해 대통령에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이 오픈 데이터와 열린 정부로 ‘위대한 재구축’을 꿈꾸는 것은 아닐까. 일방향 리더십의 상징인 아버지 시대의 정부 1.0을 넘어, 즉 경부고속도로를 넘어 데이터 기반의 네트워크 대로를 꿈꾸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아직 이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할 핵심 동력인 공유와 소통에 대한 철학과 리더십을 아직까지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다. 여전히 정부 3.0의 실현 가능성에 수만개의 물음표가 생기는 이유다. 공개를 꺼릴 것이 분명한 특권층과 일부 공무원들의 ‘악마적 카르텔’을 어떻게 돌파할지, 데이터 과학자들을 어떻게 양성할지, 명쾌한 해법은 아직 없어 보인다. 더 중요한 것은 정보격차 해소와 데이터 활용을 뒷받침할 ‘데이터 공개법안’ 마련이다. 뉴욕시 블룸버그 시장도 데이터 공개법안 통과야말로 오픈 데이터가 진정한 의미를 갖는 출발점이라고 했다. 정부 3.0 청사진을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선 처음으로 돌아가 개방과 공유, 소통과 협력의 가치를 곱씹고 또 곱씹어야 할 것이다.
- 금주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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