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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마니타스연구소·주간경향 공동기획-2024 총선, 함께 생각해봅시다] “오염수 반대가 괴담? 정부 주장이 괴담!”
[후마니타스연구소·주간경향 공동기획-2024 총선, 함께 생각해봅시다] “오염수 반대가 괴담? 정부 주장이 괴담!”(2023. 11. 13 07:00)
2023. 11. 13 07:00 문화/과학
(3)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한국 시민의 자세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명예교수와 일본인 스즈키 아유미씨 8월 24일 오후 1시 5분, 방류가 시작됐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약 12년 만이다. 도쿄전력이 밝힌 하루 오염수(일본은 처리수라는 표현을 고집하고 있다) 방류량은 200~210t. 도쿄전력이 밝힌 방류계획에 따르면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통해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내 탱크에 보관된 오염수를 바닷물에 희석해 1㎞의 해저터널을 거쳐 후쿠시마 앞바다에 방류한다. 도쿄전력이 밝힌 바에 따르면 1차 방류분 7800t은 모두 바다에 흘려보냈으며, 10월 5일부터 시작한 2차 방류도 1차와 같은 7800t이다. 3차 방류는 11월 2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명예교수(오른쪽)와 스즈키 아유미 한살림 수원 생협 이사가 11월 6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 후마니타스연구소에서 개최한 ‘경향시민대학-시민이 동료 시민에게’ 행사에서 강연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경향신문 후마니타스연구소와 주간경향이 공동기획한 ‘경향시민대학-시민이 동료 시민에게’ 세 번째 강연주제는 ‘인류에 닥친 재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중심으로’였다. 강사는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명예교수·국립암센터 초빙의와 일본인으로 후쿠시마 사건 후 한국인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한국에 건너와 살면서 먹거리·환경 문제를 고민하고 대안적인 삶을 실천 중인 스즈키 아유미씨가 맡았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대하는 자세 백 교수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후, 특히 한국 정부가 오염수 방류에 대한 걱정과 비판을 ‘괴담’으로 몰아붙이면서 오염수 방류가 과학이고 측정·예측이 가능하며 방사능 오염 문제도 미미한 정도이므로 문제 될 것이 없다는 ‘논리’의 문제점을 짚었다. “후쿠시마 오염수의 해양투기는 원인도, 결과도 인류가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다. 희석한 다음 투기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희석한다고 방사성 핵종이 변화하거나 없어지지 않는다. 지금도 오염된 후쿠시마 앞바다, 지금도 진행 중인 기후변화와 그에 따른 어류 서식지와 이동 경로의 변화, 또한 먹이사슬로 촘촘히 연결된 생태계의 취약성에 따른 불확실성 등 어느 하나 제대로 평가되지도, 밝혀지지도 않고 있다.” 그는 정부가 제작한 ‘후쿠시마 오염수에 관한 괴담’ 카드뉴스 중 하나를 제시하며 “괴담이라는 정부 발표야말로 괴담”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만들어 배포 중인 ‘후쿠시마 오염수 10가지 괴담’ 카드뉴스를 보면 ‘방류된 오염수는 방사성 물질 범벅이다’라는 주장을 대표적 괴담이라고 단정한다. 정부의 카드뉴스는 일본은 오염수에 남아 있는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를 기준치보다 훨씬 적은 1ℓ당 1500베크렐 이하로 떨어뜨려 바다로 배출할 계획이기 때문에 “이 양은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방사성 물질보다 적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커피 한 잔에는 삼중수소 4900베크렐만큼의, 바나나 하나에는 삼중수소 6000베크렐만큼의 방사성 물질이 들어 있으니 “처리된 오염수에는 커피, 바나나보다 방사성 물질량이 훨씬 적다”는 것이 이 카드뉴스의 주장이다. 백 교수는 말한다. “커피 한 잔에는 삼중수소가 아니라 포타슘40에 해당하는 10베크렐, 바나나 하나에는 15베크렐이 들어 있다. 사람 몸 안에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은 포타슘이 들어 있어 바나나 한 개나 커피 한 잔은 전혀 문제가 안된다. 포타슘은 다른 말로 칼륨인데 우리가 포타슘을 제일 많이 접하는 건 겨울에 눈이 왔을 때 뿌리는 염화칼륨이다. 칼륨은 바나나와 커피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몸, 시금치에도 있다. 심지어 후쿠시마 오염수에도 있다. 바닷물에도 칼륨이 있다. 그런데 그걸 삼중수소로 바꾸면 이만큼 된다는 건데, 결국 커피를 마시거나 바나나도 먹지 말라는 소리다. 완전히 이상하게 환산해서 이상한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셈이다. 우리 몸의 필수 전해질인 포타슘과 원전에서 만들어지는 인공방사능인 삼중수소와 단순 비교하고 심지어 바나나와 커피를 위험하게 보이게 할 정도로 정부가 진짜 괴담을 퍼뜨리고 있다.”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명예교수/ 문재원 기자 무엇이 “괜찮은 것”일까 ‘바닷물로 희석하니 괜찮다’는 논리도 정말 그런지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 백 교수의 주장이다. ‘괜찮은 것’이 무엇인지 먼저 확인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예컨대 흔히 통용되는 방사선 연간 허용량이라는 것도 국제원자력기구(IAEA)나 국제방사선방호협회(ICRP)와 같은 단체가 임의로 정한 양이지 그 수치 이하면 안전하다는 절대적인 안전치가 있지는 않기 때문에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후쿠시마 사고 후 당시 일본 정부는 국제방사선방호협회의 기준에 따라 연간 20밀리시버트(m㏜)를 주민대피 기준으로 제시했는데, 후쿠시마 원전 노동자들에게 연간 허용량은 250밀리시버트였다. 다시 말해 이 허용량이라는 것은 행정적 관리수단일 뿐, 그 이하는 안전하다는 수치를 뜻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제한치’라는 개념도 마찬가지다. 백 교수에 따르면 이 개념은 동물실험을 통해 나온 그래프에 바탕을 둔 것이다. “아주 단순화시켜 말하면 실험동물이 높은 농도에서 죽는지 사는지 보는 방식이다. 실험실에서는 한꺼번에 짧은 기간, 예컨대 1주일 동안 집중 노출하는 반면, 실험실 밖의 실재에서는 저강도로 일생 영향을 받는 것이니 그 결과가 다를 수밖에 없다.” 오염수 방류 후 ALPS가 처리 못 하는 삼중수소 문제가 불거지자, 오염수 방류가 문제가 없다는 쪽에서는 한국이나 중국에서도 삼중수소를 바다에 버리고 있는데 그에 대해서는 침묵한다고 반박한다. 그는 “중수로 방식의 원전에서 삼중수소 배출이 경수로보다 10배 정도 많이 나오는 것은 사실”이라며 “한국의 경우 경주 옆 월성원전이 바로 이 중수로 방식으로 배출 삼중수소 농도가 문제 된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월성 주변 거주 주민들의 소변을 측정하면 삼중수소가 상당히 높게 나오는데 그것이 문제인지 아닌지 아직 논란은 진행 중이다. 쉽게 이야기해서 나이 많은 사람들의 염색체가 많이 깨져 있고, 손상된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가 오래 살아서인지 삼중수소 때문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삼중수소의 유해성은 우리 몸 안에 들어가서 우리 몸의 구성 성분이 됐을 때 나타난다. “식물이 광합성을 통해 물과 이산화탄소를 합성해 포도당을 만든다는 것은 다 알 것이다. 그때 사용되는 물에 삼중수소가 끼어들어 일반수소(H) 대신 삼중수소가 결합하면 삼중수소당이 되고 더 합성이 되면 지방도 되고 식물성 단백질도 된다. 그게 몸에 들어와 대사 작용을 하면 그때 만들어지는 DNA 염색체에 삼중수소가 들어갈 수 있다. 예컨대 난자 DNA에 삼중수소가 섞여 들어가면 세포분열 하면서 DNA 손상으로 난자가 죽거나 태아에 이상이 생기는 생식독성, 유전독성, 소아암 등의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ALPS가 걸러내지 못하는 삼중수소뿐 아니라 걸러낸 뒤에 남는 저선량 방사선도 문제가 된다. “앞으로의 해양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전 세계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또 생각해야 하는 것이 기후변화 문제다. 얼마 전 동해에서 참치가 잡혔다는 보도가 나왔다. 참치는 대표적인 아열대 어종으로 전 세계 바다를 돌아다닌다. 해류도 바뀔 수 있다. 기후변화로 생태계가 바뀔 것이 예상되는데 바다에 오염수를 버리는 것은 불확실성을 증가시키는 일이다. 인권과 평화의 문제를 같이 생각해야 한다.” 일본 지바현 출신의 스즈키 아유미씨는 2011년 3월 11일 지진이 났을 때 자전거를 타고 친구들과 공원에 놀러 가던 중이었다. “땅이 엄청 흔들렸다. 병이 생겨 어지럽나, 싶어 다리를 바닥에 댔는데 그렇게 해도 흔들렸다. 일본은 단독주택이 많은데 기와집 기와가 두루룩 떨어져 깨지고 안에 있던 할머니가 나와 울면서 ‘이런 것은 처음이고 너무 무섭다’고 말하는 광경을 목격했다.” TV에선 쓰나미 영상을 반복해서 틀었다. 동일본 대지진 영향권에 후쿠시마 원전이 있다는 건 그 이전부터 알았다. “대학을 가기 전에는 부모님들이 원전은 지속가능한 에너지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해줬다. 결국 후쿠시마 원전이 터졌고 엄청 무서웠다. ‘아이들을 앞으로 어떻게 키워야 할까’ 생각했다. 요코하마에서 회사에 다니던 남편은 그날 집에 돌아오지 못했다.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했다.” 2012년, 그는 한국인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한국으로 이사를 왔다. 아유미씨는 일본에 있을 때도 ‘생활클럽 생협’이라는 48년 역사의 일본에서 제일 큰 생협에 참여했다. 아이들의 아토피 때문이었다. 생활클럽 생협은 ‘먹거리와 에너지·복지가 정방향으로 가게끔 노력하는’ 소비자 생활협동조합이다. 믿을 만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은 한국에 와서도 밥상살림·농업살림·생명살림을 기치로 1986년부터 80만 세대가 조합원으로 참여 중인 한살림 활동으로 이어졌다. 그는 현재 한살림 수원생협 이사와 자연의벗연구소 국제협력위원 활동을 겸하고 있다. 전국의 한살림 매장엔 “생명의 바다에 아무것도 버리지 마라!”라는 포스터가 걸려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문제에 대한 “우리도 반대한다!”는 의지 표명인 동시에 조합원들이 같은 시민으로서 알고 있어야 하고, 계속 요구하고 연대하며 개선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소비자로서 안전한 먹거리만 먹고 싶다에서 더 나아가 어떤 상황인지 잘 파악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계속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비라는 것이 투표와 같다. 열심히 만들고, 열심히 활동하면서 뭔가 물품을 제공하는 분들에게 우리가 돈을 써야지, 그분들도 지속가능한 생산이 가능하지 않겠나.” 스즈키 아유미 한살림 수원 생협 이사/문재원 기자 투표는 ‘투표권 없는 미래세대’ 위한 것 “시민이 동료 시민에게”라는 주제로 열린 경향신문 후마니타스연구소-주간경향 공동기획 강좌의 큰 전제는 ‘내년, 2024년 총선’이었다. 2024년 총선에서 큰 이슈가 될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대하는 시민의 자세는 어때야 할까. 아유미씨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일본 사람이고, 국적이 일본이어서 투표권이 없다. ‘한국인인 당신께’라는 제목으로 메시지를 생각해봤다. 투표를 한다면 탈핵·탈원전을 지향하는 후보에게 했으면 한다. 또한 정보공개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람, 미래세대 먹거리를 고민하는 사람, 대규모 생산보다 지역, 수입보다 국산으로와 같은 요구를 하는 사람이나 정당을 지지하고 투표하면 좋을 것 같다. 나 혼자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내용이 있다고 알리는 활동을 하면 어떨까.” 백도명 교수는 아유미씨가 활동하는 한살림이란 단체의 이름은 ‘식구’를 뜻한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식구(食口)를 풀어쓰면 같은 입으로 먹는 걸 말한다. 다시 말해 우리는 한 식구라는 것이다. 먹는 게 살아가는 것,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먹는 것에 대한 정보, 알권리가 중요하다. 알권리를 얻기 위해서는, 권리를 쟁취할 수 있는 투표가 중요하다. 투표는 투표권이 없는 사람들, 다시 말해 앞으로 올 사람들, 미래세대를 위해 행해져야 한다.” 그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시민들이 요구해야 하는 것이 바로 “알권리”라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무턱대고 괴담으로 몰 것이 아니라 차분히 물어볼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방사능 기준치가 나라마다 다 다르다면 각 나라가 나름대로 가진 논리가 있을 텐데, 그 논리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뭔지, 자료는 뭔지 물어볼 수 있어야 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우리나라와 같게 이야기하는지 아니면 다르게 이야기하는지, 어떤 결정이 내려진다면 어떤 나라들이 합의한 것인지, 그 상식의 근거는 정부가 제시해줘야 한다. 투표를 통해 이런 요구를 할 수 있는 우리의 대표를 제대로 뽑는 일이 중요하다.”
오염수 당장은 안전? 느리다고 폭력 참을까(2023. 09. 01 10:56)
2023. 09. 01 10:56 국제
ㆍ서서히 축적되는 환경재앙 ‘느린 폭력’ ㆍ내부피폭·저선량 피폭도 암 발생 불러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내 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 2022년 8월 21일 촬영한 것이다. / 연합뉴스 지난 8월 24일 오후 1시 3분, 일본이 후쿠시마원전 오염수 방류를 시작했다. 원전 폭발사고 오염수를 장기간 바다로 쏟아붓는 것은 인류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국민 10명 중 8명은 반대(한국일보-요미우리 공동 여론조사, 2023년 6월)하는 일본 오염수 방류를 두고 한덕수 국무총리는 8월 24일 대국민 담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때문에 우리 바다가 오염될 거라는 근거 없는 선동으로 수산업이 위협받고 있다.” 방류 시작 나흘 뒤 윤석열 대통령은 오염수 방류에 비판적인 이들을 “1 더하기 1을 100이라고 하는 사람들”이라며 ‘비과학적’이라고 비난했다. 현 정권의 말대로라면 국민 10명 중 8명은 비과학적 미신에 사로잡혀 있다는 얘기가 된다. 오염수 방류는 당장 우리의 삶을 흔들 정도로 급격한 충격을 몰고 오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1993년까지 영국, 미국, 프랑스, 스위스, 네덜란드 등은 이미 바다에 핵폐기물을 버린 전적이 있고, 구소련은 심지어 동해에 버렸다. 2011년 후쿠시마원전 사고 직후, 그리고 이후 2년간 방사성물질을 머금은 일부 오염수는 이미 바다로 흘러들어갔다. 그후 아직 우리의 눈앞에 충격적인 사건이 펼쳐지지는 않았다. 찬성 측에서는 이점을 들어 “방사능 쓰레기를 바다에 더 버려도 괜찮다”고 말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보이지는 않을지언정 바다가 파괴돼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핵폐기물 투기 관행 때문에 전 세계 어디서 바닷물을 떠도 플루토늄이 떠다닌다”고 말한다. 이미 저지른 오염 위에 또 다른 오염이 수없이 축적될 때 생태계에 어떤 영향이 초래될지 우리는 아직 모른다. 롭 닉슨 프린스턴대 교수는 “즉각적이지도 극적이지도 않지만 점점 불어나고 축적되는”, “서서히 펼쳐지는 환경재앙”을 ‘느린 폭력’이라고 명명한 바 있다(<느린 폭력과 빈자의 환경주의>, 에코리브르). 일본의 오염수 방류는 일종의 ‘느린 폭력’이다. 일본의 계획대로라면 원전사고 오염수 방류는 30~40년간 계속된다. 느린 폭력이 수십 년간 끝없이 이어질 때 바다와 해양생태계는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까. 이것으로 이득을 보는 이들은 누구며, 피해를 보는 이들은 누구인가. 우리가 이런 폭력을 “당장은 안전하다”며 감당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내부피폭, 저선량 피폭은 피폭이 아닌가 오염수 방류가 안전하다고 보는 이들이 주로 내세우는 근거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보고서다. 일본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제1원전 탱크 1000여개에 담겨 있는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알프스·ALPS)로 정화한 후 바닷물로 희석해 배출할 계획을 세우고 IAEA에 검증을 요청한 바 있다. IAEA는 지난 7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오염수에 포함된 방사성물질이 인체에 미칠 영향에 대해 “무시해도 좋을 정도”라는 결론을 내렸다.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해양 방류가 진행 중인 8월 3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청 앞 전광판에 경기바다 수산물 방사능 검사결과 ‘적합’이 표시되고 있다. / 연합뉴스 IAEA는 인체의 방사성물질 노출 허용량이 연간 1밀리시버트(m㏜)라면서 희석된 오염수에서 나오는 방사선량은 연간 0.00002~0.00003밀리시버트라고 봤다. ‘이 정도는 피폭돼도 된다’고 정해진 피폭 허용치를 한참 밑돈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런 ‘피폭 허용치’라는 것은 과연 믿을 만할까? 이 기준치를 제시해온 과학자집단인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가 실은 ‘내부피폭’과 ‘저선량 피폭’의 심각성을 외면해왔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일본 학자인 나카가와 야스오가 쓴 <방사선 피폭의 역사>(무명인·2020년 국내 번역 출간)가 이런 문제의식을 담은 대표적인 책이다. 내부피폭은 음식 등을 통해 방사성물질이 체내 유입돼 피폭되는 것을 말하고, 저선량 피폭은 오랜 시간 낮은 수준의 방사선에 노출돼 피폭되는 것을 말한다. 나카가와 야스오는 이 책에서 ICRP가 피폭의 인체 영향을 측정하기 위해 수행하는 복잡한 계산은 내부피폭과 저선량 피폭의 위험성을 축소하는 “사실상 속임수”라고 말한다. 이 책엔 내부피폭의 위험성을 알게 된 칼 모건이라는 핵 과학자가, 내부피폭을 무시하려는 ICRP 관련 위원회에서 물러난 사례도 언급된다. 훗날 칼 모건은 <성난 램프의 요정>(The angry gienie)이라는 책을 통해 ICRP가 핵산업의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폭로한다. 반핵의사회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도 최근 발간한 <후쿠시마 오염수와 한국 정부 괴담>이란 온라인 책자에서 “방사능엔 안전치가 없다”고 강조한다. 이들이 미국 국립학술원의 <저선량 방사능의 건강위험에 관한 보고서>(2006)를 요약한 바에 따르면 100밀리시버트에 한번 노출되면 100명 중 1명의 암환자가 추가로 발생하고, 10밀리시버트에선 1000명 중 1명의 암환자가, 1밀리시버트에선 1만명 중 1명의 암환자가 추가로 발생한다. 노출에 비례해 위험이 커지고, 위험이 없는 ‘안전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핵심이다. 반핵의사회와 인의협은 말한다. “암 발생 확률을 개인적으로 따진다면 1만분의 1이나 10만분의 1은 별것 아닌 확률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공중보건의 관점에서 보면 성인 1000만명이 매년 단순 엑스레이를 찍으면 매년 100명의 암환자가 발생한다는 것이니 작은 일이 아니다.” 우리는 질병을 진단하거나 치료하는 데 꼭 필요하기 때문에 방사선 검사의 위험을 감수한다. 훗날 알프스로도 거르지 못한 방사성물질로 인해 80억 인구 가운데 단 몇백명이라도 심각한 질병에 걸린다면 우리는 무엇 때문에 그들의 건강 파괴를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할까. 게다가 그들의 피해는 장시간에 걸친 ‘느린 폭력’의 속성상 과학적으로 규명하기조차 까다로울 가능성이 높다.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이 8월 29일 오후 서울 수협강서공판장에서 수산물 원산지표시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오염수는 윤리의 문제다 “과학 대 미신의 대결이다.”(박성훈 해양수산부 차관) “국민을 지키는 건 선동이 아니고 과학이다.”(대통령실 관계자) 일본 도쿄전력의 오염수 방류를 두고 정부는 여러 차례 ‘과학’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에는 오염수를 “과학적으로 처리된 오염수”(한덕수 국무총리)로 봐야 한다는 입장까지 나왔다.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에 동원되는 ‘과학’에 대해 물리학자인 이종필 건국대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과학적’이라는 단어가 어떤 물질이 기준치 이하라서 괜찮다는 의미로 쓴 거라면 이는 ‘과학적’이라는 본래 의미의 극히 일부만 참칭한 것에 가깝다. (중략) 일본의 그런 주장이 어떤 과정을 거쳐 나왔는지, 그 과정과 결과가 임의의 제3자에 의해 검증되고 재현 가능한 것인지 따져봐야 비로소 과학적이라는 판정을 내릴 수 있다.”(이종필, ‘후쿠시마 오염수가 안전하다는 주장이 ‘과학적이지 못한’ 이유들’) 이 교수는 IAEA가 원전사업자들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국제기구이며, 도쿄전력이 자료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과학’의 이름으로 오염수 방류를 정당화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방류 찬성은 ‘과학’이고 반대는 ‘비과학’이란 틀짓기가 완전히 잘못됐다는 얘기다. 이처럼 오염수 방류 정당화가 오히려 비과학적이란 지적은 반복돼왔지만, ‘과학이냐 아니냐’의 구도 속에서 반박이 이뤄지는 한 시민들은 방사성물질과 관계된 기술적 쟁점 속에 둘러싸이게 된다. 그리고 기술적 쟁점에 매몰될수록 사안의 본질은 손에 잡기 어려워진다. 이 같은 악순환을 빠져나오기 위한 측면에서도 롭 닉슨의 ‘느린 폭력’ 개념은 유용하다. 폭력이 잘못됐다고 얘기하는 데 과학적 검증이 필요할까. “IAEA가 방사능물질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원칙은 생명의 가치를 경제성의 관점으로 바꾸는 철학에 기반해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사회·경제적 이익과 인간의 생명과 건강이라는, 비교 대상이 아닌 것을 비교한다는 점에서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손제민 경향신문 논설위원, 녹색평론 183호, ‘방사능 피폭, 누가 어떻게 규정하는가’) 바다를 방사성물질로 서서히 오염시키는 느린 폭력을 우리는 왜 논란 많은 ‘안전성 평가’까지 해가며 감당해야 하는가. 일본 원자력 산업계의 이익, 윤석열 정부가 고집하는 대일외교의 기조, 원전 비중을 대폭 늘리려는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 인간의 생명과 안전이 이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특집
[특별기고]“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멈추려면 세계 연대가 관건”(2023. 08. 18 10:47)
2023. 08. 18 10:47 국제
2023년 7월 26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구호를 외치고 있는 한국 녹색당과 일본 녹색당 / 한국 녹색당 제공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일본인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일본 정부가 국제기준에 부합한다고 말하니 일본인들의 상당수는 괜찮을 것으로 믿는다. 하지만 어민, 특히 후쿠시마 어민들은 화가 단단히 나 있다. 어업에 궤멸적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본 국민 및 세계를 향해 ▲방출하는 ‘처리수’는 국제기준에 부합한다 ▲태평양으로 방류해도 사람들의 건강·환경에 악영향은 없다 ▲다른 나라가 내보내는 양보다 적으니 그리 나쁘지 않다는 등의 이상한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일본 언론은 이러한 정부의 변명만을 보도하기 바쁘다. 즉 방류 계획의 안전성에는 과학적 근거가 있으며, 나아가 방출에 반대하는 중국 등의 수산물 수입 규제는 비과학적이고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는 인상을 주고 싶어 한다. 이에 대해 일본 녹색당, 그리고 우리와 뜻을 함께하는 많은 시민은 강력히 호소한다. 후쿠시마 오염수는 결코 우리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환경 영향 평가는 제대로 이뤄지지도 않았다. 해양 방류가 아닌 육상 보관을 해야 한다고. 오염수의 안전 기준 따위는 없다 일본 정부가 말하는 국제기준이란 무엇인가. 정부는 ICRP(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가 허용하는 피폭량 1밀리시버트(m㏜)/년을 기준으로, 해당 수준의 피폭을 발생시키는 방사능량으로 환산한다. 핵종에 따라 다른 계수를 사용해 피폭량(㏜)을 방사능량(Bq/L)으로 환산한다. 게다가 내부피폭의 경우 몸의 장기마다 계수도 다르다. 이러한 환산 자체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하게 산출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백번 양보해서 정확하다고 치자. IAEA는 정말 ‘처리수’ 방출이 안전하다는 사실을 보증한 것일까. IAEA는 보고서에서 “1)ALPS(다핵종 제거설비) ‘처리수’의 해양 방출 방식은 국제기준에 부합하며 2)ALPS ‘처리수’의 해양 방출이 사람 및 환경에 미치는 방사능 영향은 무시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같은 보고서에서 “‘처리수’ 방출은 일본 정부의 국가적 결정이며, IAEA가 권장하는 것도 지지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따라서 ‘IAEA가 좋다고 하니까 괜찮다’가 아니라 일본이 주관적으로 결정한 셈이다. IAEA의 말처럼 정말 ‘사람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작을 것인가’도 여전히 큰 의문으로 남는다. 2023년 7월 26일 일본대사관에 한·일 녹색당 공동 항의서한을 제출하는 오가타 게이코 일본 녹색당 공동대표(왼쪽)와 김찬휘 한국 녹색당 대표 / 한국 녹색당 제공 모든 핵종을 측정한다는 거짓말 일본 정부는 삼중수소 이외의 모든 핵종의 방사능량을 합해도 1m㏜/년의 피폭량을 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말하는 “고시농도비 총합이 1을 넘지 않는다”는 것은 그런 의미다. 일본 녹색당의 질의에 경제산업성 담당자는 “방출하기 전에 62핵종을 모두 측정하고 대략 발생할 것으로 보이는 모든 물질을 측정한다”고 말했다. 과연 사실일까. 현재까지 발표된 것은 주요 7~9개 핵종의 양뿐이다. 나머지 핵종은 농도비총합의 0.3%로 가정하고 있다. 이 숫자는 1000기 이상 되는 탱크 중 단 3기에서 20ℓ씩 꺼내 측정한 결과다. 이마저 방사성 물질이 침전돼 있는 바닥 쪽의 농도가 짙은 부분을 피해서 측정한 것은 아닌가 의심스럽다. 불상사가 계속되고 있는 도쿄전력이 방출 개시 이후 수십 년에 걸쳐 진행될 영향에 대해 엄청난 수고를 들여가며 앞으로도 모든 핵종을 측정할 것인가. 더군다나 이번 방류는 세계 최초로 원자로의 핵연료봉이 녹아내리는 노심 용융(멜트다운)의 잔해로 오염된 물을 방출하는 것이다. 미지의 유독성 물질이 포함돼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IAEA는 과연 정당한 검사를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을까. 할 수 있을 거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는다. ALPS가 처리할 수 없는 삼중수소 ALPS가 제거할 수 없는 삼중수소는 수소의 동위원소이며, 베타선을 내뿜고 반감기 12년 만에 헬륨으로 바뀐다. 일본 정부는 배출 기준을 6만Bq/L로 정하고 있다. 이번에 방출하려는 물은 1500Bq/L이니 기준치의 40분의 1 수준이라며 으스대고 있다. 삼중수소의 위험성은 경시되기 쉽다. 도쿄전력은 최근 ‘광어 실험’을 실시했다. 광어를 삼중수소 함량 1500Bq/L의 물속에 며칠간 놓아둔 결과, 베타선 내부피폭이 있었으나 4~5일 만에 대사 과정을 거쳐 원래대로 되돌아 왔다고 한다. 그러니 괜찮다는 것이다. 이것은 삼중수소가 체내의 유기물로 흡수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정작 무서운 것은 유기결합 삼중수소다. 수소의 동위원소인 삼중수소는 수소와 쉽게 대체된다. 만약 몸 조직의 수소와 대체돼 유기결합 삼중수소가 되면 대사되지 않고 10여 년간 장기를 피폭시킨 뒤 헬륨으로 변한다. 만약 유기결합 삼중수소가 유전자에 있다면 헬륨으로 바뀌었을 때 100% 확률로 유전자를 손상시킨다. 이 현상이 실제로 얼마나 일어나는지 우리는 잘 모른다. 2023년 7월 26일 일본대사관 앞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비판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일본 녹색당 오가타 게이코 공동대표(가운데) / 한국 녹색당 제공 희석해도 방사능 총량은 같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로 독자들은 이미 눈치챘을 것이다. 우리는 방사성 물질의 ‘농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1ℓ의 물에 얼마나 많은 방사능이 있느냐는 얘기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문제는 방사능의 절대량이 아닌가. 희석한다고 해서 ‘총량’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희석된 폐기수를 대량으로 방출하는 것과 진한 폐기수를 소량 방출하는 것은 어떻게 다른가. 다를지도 모른다. 바닷물의 흐름이나 식물성 플랑크톤이 핵 물질을 어떻게 흡입하는가 등에 따라. 그러나 어느 쪽이건 간에 환경에 미칠 영향을 심사할 때에는 축적된 방사능의 총량을 문제 삼아야 하지 않겠는가. IAEA는 비등수형 핵발전소인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로부터, 삼중수소를 연간 22조Bq/L 방출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도쿄전력은 한도가 꽉 찬 삼중수소를 방출하는 계산을 했다. 22조Bq/L을 365일로 쪼개면 매일 603억Bq/L의 삼중수소를 방출하는 셈이다. 이것을 바닷물에 희석해 농도 1500Bq/L로 하면, 약 4000만ℓ가 된다. 무려 25m 수영장 110개 분량이다. 희석했다고 해도 매일 이렇게 많은 양의 오염수가 방출된다는 의미다. 도쿄전력은 삼중수소만 약 860조Bq/L이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따라서 대량 방출은 약 40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2023년 7월 17일 바다의날 행동에 참여한 일본 녹색당원들 / 한국 녹색당 제공 삼중수소 이외의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총량(농도가 아니라)을 도쿄전력은 공표하고 있지 않다. 경제산업성 담당자는 탱크 내 농도가 균일하지 않고 1000기 이상의 탱크를 일일이 조사하기 힘들어 어차피 추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이는 방사능 총량을 조사하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방사능 총량도 모르는데 어떻게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할 수 있겠는가. 불가능하다. 정부가 환경영향평가를 하고 있다는 건 결국 거짓말이나 다름없다. 배출된 방사성 물질이 넓은 바닷속에서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을 따라 생물 간 농축 과정이 어떻게 진행될지도 분명치 않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사람들의 건강과 바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이런데도 오염수 방류가 ‘중대한 죄’가 아니란 말인가. 태평양 오염 금지 국제조약 존중해야 태평양도서국포럼(PIF)이 오염수 방류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1950~1960년대 원폭 실험으로 막대한 피해를 경험한 국가들의 우려는 당연하다. 바다 오염을 금지하는 국제조약으로 라로통가조약과 런던조약이 있다. 남태평양비핵지대조약(라로통가조약)은 남태평양비핵지대에서 방사성 폐기물 및 기타 방사성 물질의 해양투기에 대한 원조 및 장려 등을 하지 않는 것을 법적 의무로 부과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PIF에 모든 당사자가 합의할 때까지 ‘처리수’를 방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앞바다는 남태평양이 아니라고 밀어붙일 것인가. 2023년 7월 17일 바다의날 행동에 참여한 일본 녹색당 오가타 게이코 공동대표(오른쪽) / 한국 녹색당 제공 또 하나의 조약인 런던조약은 폐기물을 선박-항공기 등에서 바다에 투기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번 해양 방출은 육상 투기이므로 조약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일본 정부의 입장이다. 선박으로 외해에 투기하는 것이 아니라 육상의 물에서 방출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육상의 물이라고 해도 1㎞의 해저터널 끝에서 방출하는 것은 가급적 오염수를 외해로 확산시키기 위한 목적이 아닌가. 그래도 런던조약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조약 위반은 아니라고 한다. 어느 쪽이든 조약의 취지를 경시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일본 정부는 여러 세대에 걸친 미래의 위험, 어업, 환경, 생물 다양성, 건강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 한편 이미 핵발전소에서 버려지고 있는 대량의 오염수를 세계가 묵인하고 있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다. 맞다. 핵발전소의 오염물질이 이미 전 세계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다. 큰 문제다. 더 큰 문제는 후쿠시마의 오염수 방출이 ‘처리가 곤란하면 폐기물을 바다에 버리면 된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도 방출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 2023년 7월 13일 경제산업성과 면담 중인 일본 녹색당 오가타 게이코 공동대표(가운데) / 한국 녹색당 제공 육상에 보관할 공간과 방법이 있음에도 일본 정부는 ‘처리수’를 육상에 보관할 공간이 없으므로 바다로 방류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것도 거짓말이다. 공간은 있다. 핵연료 잔해(데브리) 880t을 꺼내 보관하기 위한 넓은 공간이 확보돼 있다. 데브리는 언제 꺼낼 것인가. 로봇팔을 활용하는 등의 방법을 연구 중이지만 아직 1g도 꺼내지 못했다. 데브리를 꺼내는 것을 단념하고, 그 공간에 오염수를 보관할 거대탱크를 설치하는 것은 어떤가. 석유 비축에 사용되는 대형 탱크는 견고하고 빗물 혼입 대책이 마련돼 이미 세계 각지에서 이용되고 있다. 현재 저장탱크 1000기에 보관돼 있는 140만t의 오염수는 100만t 탱크 14기로 바꿀 수 있다. 또 시멘트를 섞어 모르타르 고체화하는 방법도 있다. 누수 위험이 줄어 이미 미국 핵시설에서 적용 중이다. 정부는 이러한 육상 보관 방법을 제대로 검토조차 하지 않고 해양 방류밖에 없다는 쪽으로 결정했다. 그게 어업인들에게 심대한 피해를 준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그리고는 근해 1㎞ 지점에서 방출하기 위해 약 430억엔을 들여 해저터널을 건설했고, 이것은 가시마건설 등 건설대기업의 사업이 돼버렸다. 후쿠시마현 주민들과 어민들은 지금 2015년 일본 정부·도쿄전력과 후쿠시마현 어업협동조합연합회·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 간에 약속 문서가 오갔다. 이해관계자의 이해 없이는 어떤 처분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담은 문서다. 후쿠시마현 어협을 비롯한 어민들은 지금도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약속을 파기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정부는 되레 일찌감치 ‘가짜뉴스 대책’으로 2021년 300억엔, 2022년 500억엔을 책정했다. 많은 후쿠시마현 주민은 여전히 불신하고 있다. 이들 정책은 핵발전소 폐로를 우선시하고 부흥을 희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후쿠시마 재건과 핵발전소 폐로를 함께하겠다고 선언했으나, 실제로는 복구를 저해하는 오염수 방출을 우선시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12년이 흘렀다. 주민들은 조금씩이나마 오염이 사라져 고향이 회복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파괴적인 피해로 인해 어획량과 매출이 급감했지만, 어민들은 어업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철저한 방사능 검사를 하는 등 열심히 노력해 왔다. 어민들은 여전히 오염수 방류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번에 오염수를 방류한다면 관련자들의 동의(이해) 없이는 어떤 방류 처분도 하지 않겠다던 정부의 중대한 약속 위반이다. 어민들은 정부의 진지한 대응을 바라고 있다. 후쿠시마현 내 농업협동조합·소비자조합도 최근 잇달아 항의 성명을 냈다. 후쿠시마현 내 59개 지역 의회 중 7할이 방출 반대 혹은 신중 대응을 요구하는 결의문을 냈다. 후쿠시마현 주민만이 아니다. 올해 7월 26일, 전국자치단체장연합회(전국지사회)는 “국내외의 이해를 충분히 구한 상황이라 할 수 없으며, 새로운 가짜뉴스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며, 해양 방출을 전제로 하고 있는 정부의 자세에 대해 비판적인 제언을 의결했다. 2023년 7월 26일 참여연대 느티나무 홀에서 열린 후쿠시마 핵오염수 투기 대응 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한 한·일 녹색당 및 한국 탈핵환경단체들 / 한국 녹색당 제공 정부·도쿄전력 발표대로 내보내는 언론 이처럼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목소리가높다. 그럼에도 이것은 단지 감정론일 뿐이며, “가짜뉴스 피해”를 선동하고, 차별을 조장하는 것이라는 언설이 유감스럽게도 일본 내에 퍼지고 있다. 언론도 비판을 망설이며,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발표를 그대로 전달할 뿐이다. 해외의 반응에 대해서도, 한국 국민이 방출에 반대하는 목소리나 중국의 일본수산물 수입 규제에 대해서도 냉담한 반응을 보인다. 비과학적이고 감정적인 반응이라는 말만 반복적으로 보도한다. 이런 방식의 보도 태도가 일본 국민의 사고방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많은 일본인은 정부 발표 혹은 정부의 발표밖에 보도하지 않는 언론의 보도를 그대로 믿고 있다. 다시 말해 IAEA가 국제기준에 부합한다고 했으므로 괜찮다, 대양에 방출하는 ‘처리수’의 방사능은 미미하다, 점점 불어나는 오염수를 언제까지고 후쿠시마에 저장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이들도 안다. ‘처리수’라고는 해도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물을 태평양에 흘려보내는 것은 당연히 좋지 않다는 사실을. 그렇다고 목소리를 높여 반대하느냐고 묻는다면, 대부분의 일본인은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는다. ‘생선을 먹어도 문제가 없으면 좋겠는데…’라고 바라던 찰나 IAEA가 때맞춰 “영향은 미미합니다”라고 말해주었다. 정부도 문제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듣고픈 말을 해주니, 그것을 믿기로 했다고나 할까. 문제의식이 부족하다는 점이 같은 일본 국민으로서 안타까울 따름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일본의 활동가들이 시급히 해야 할 일은 자국민에게 알리는 것이다. 해양 방출이 과학적으로 옳다고는 전혀 말할 수 없다고. 정부는 해양 방출밖에 방법이 없다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다. 육상 보관도 가능하다고. 바다를 오염시키지 않는 국제조약의 취지를 존중해야 한다. 태평양을 방사성 물질로 더럽혀서는 안 된다. 해양 방류를 단념시키기 위해 후쿠시마 어민도, 일본 국민도 세계인과 연대하자. 모든 바다를, 지구의 환경을 지키자!
[정봉석의 기후환경 이야기](8)오염수 논쟁, 과학인가 정치인가(2023. 07. 14 11:20)
2023. 07. 14 11:20 경제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로 방사능 누출 사고가 일어났던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2019년 2월 18일 방사성 오염수를 저장해놓은 탱크가 줄지어 늘어선 모습이 보인다. / 로이터연합뉴스 2011년 3월 11일 일본 산리쿠 연안 태평양 앞바다에서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다. 규모 9가 넘는 거대지진으로 동아시아 국가 사상 역대 최대의 해저 지진이다. 바다에서 발생한 거대지진은 곧바로 강력한 쓰나미를 발생시켰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 두 차례의 쓰나미가 덮쳤다. 이 사고로 원자로 3기가 녹아내렸다. 운영자들은 녹아내린 연료를 식히기 위해 바닷물을 원자로에 주입했다. 12년 지난 지금도 계속되는 냉각 과정에서 매일 130t 이상의 오염수를 발생시킨다. 사고 이후 130만t이 넘는 핵폐수를 수거·처리해 원전 내 탱크에 보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더 이상의 탱크 저장 공간이 없기에 태평양에 방류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한다. 일본은 삼중수소라는 방사성 동위원소와 다른 방사성 물질 미량이 포함된 폐수가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2023년 7월 4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관련 최종보고서를 발표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보고서 서문에서 “일본이 선택한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 오염수 방류에 대한 접근 방식과 활동이 국제적인 안전 기준과 일치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이를 근거로 올여름 안에 방사성 물질 오염수를 30~40년 동안 바다로 방류하는 작업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오염수 방류에 대한 과학 논쟁 이 오염수 방류를 놓고 과학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몇몇 언론과 정치인들은 IAEA는 국제적으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과학기구이기에 IAEA 보고서의 내용을 믿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학적 사실을 정쟁 도구로 쓰지 말라고 조언한다. 일본과 IAEA의 주장은 과학적으로 맞는가? 그들의 주장이 과학적이지 못한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IAEA는 원전 오염수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데 한계가 있다. IAEA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권장”하는 국제기구다. 동시에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군사 목적에 원자력이 사용되는 것을 억제하는 사찰기구다. 따라서 순수한 과학적 목적으로 이뤄진 기구가 아니다. 동시에 원전 사업자들과 특수한 이해관계를 가지며 원전 사업의 확장을 추구한다. 이는 마치 설탕 사업자들이 모인 에이전시(Agency)가 설탕 회사가 만든 설탕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것과 같다. 아무리 설탕의 안전성을 정확하게 검사했다고 해도, 그 에이전시의 이해관계상 설탕의 검사결과에 의심의 눈길을 없애기 어렵다. 둘째, 일본과 IAEA의 주장이 과학적이라는 것에는 보편성의 문제가 있다. 어떤 결과가 과학적이라고 주장하려면 그 과정과 방법이 보편적이어야 한다. 누구든지 그 과정을 똑같이 따랐을 때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과학의 재현성이라 하고, 과학적 방법의 황금률이자 초석으로 여겨진다. 어떤 과학자가 자신이 발견한 장치나 방법으로 어떤 효율의 성능을 가졌다고 주장하려면 다른 이가 같은 장치나 방법으로 실험했을 때 같은 효율의 정량적 성능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그 주장에 보편성이 있다. 현재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는 일본업체가 만든 ALPS라는 장비에 의존하고 있다. IAEA에서 제공된 자료에 따르면 ALPS는 직렬로 연결된 여러 개의 필터를 오염수가 통과하는 형태다. 단계별로 특정 물질에 해당하는 흡착 물질을 사용해 거르는 구조로 돼 있다. 또한 ALPS는 삼중수소는 거르지 못하고 그대로 통과되는 것으로 발표됐다. 보도된 자료에 따르면, 이 오염수 처리 설비가 구체적으로 어떤 필터 구조를 가지고 동작하는지, 어떤 오염 물질을 어떻게 흡착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공개돼 있지 않다. 따라서 ALPS는 아직 과학적으로 증명된 장비라고 보기 어렵다. 더군다나 ALPS는 운행 중 처리수 누출사고, 오작동에 의한 긴급정지 사고 등이 있었다. 그리고 농도가 높은 오염수를 처리할 때 위험물질이 제대로 걸러지지 않았다고 도쿄전력도 인정했다. 도쿄전력은 농도가 높은 오염수의 경우 ALPS를 여러 차례 거칠 것이기에 오염수를 안전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나는 그들의 주장을 믿고 싶다. 그 장치가 정말 그렇다면 130만t이 넘는 핵폐수 문제를 풀어가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이 과학적이라는 논리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아직 구체적인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고, 이해관계가 없고 객관적인 제삼자의 정량분석을 실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셋째, 일본은 ALPS로 걸러지지 않는 삼중수소는 기준치 이하로 묽게 희석해 바다로 방류하면 괜찮다는 입장이다. 방사성 핵종의 해양 확산 시뮬레이션 결과를 근거로 오염수가 방류돼도 주변 국가에 끼칠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해양 확산 시뮬레이션은 그러나 어렵고 여러 가정-예를 들어 초기조건, 경계조건, 모델 단순화-이 많이 포함된다. 이는 시뮬레이션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시뮬레이션 결과를 과학적으로 정량하기 위해서는 이해관계가 없는 전문가의 검증과정이 필요하다. 또 시뮬레이션 결과가 증명되기 위해서는 실제 현장 결과치와 비교하는 모델 검증과정을 거쳐야 한다. 무엇보다 희석이 해결책이라는 현 시뮬레이션 분석은 유기 결합, 생물 축적 및 생물 농축의 생물학적 과정과 지역 해저 퇴적물에 축적되는 현실을 무시한다. 축적된 폐냉각수에 포함된 방사성 핵종 대부분은 반감기가 수십 년에서 수백 년에 이른다. 그 해로운 영향은 조개, 굴, 게, 랍스터, 새우, 생선 등 같은 해양생물에 미치고 그 해양생물을 섭취하는 사람들의 DNA 손상과 암 위험 증가에 이른다. 이를 어떻게 검증할 것인가. 이런 이유로 미국해양연구소협회(NAML)는 오염수 방류 계획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해양연구소협회는 ALPS가 오염수에 존재하는 60여 가지의 방사성 핵종을 거의 완벽하게 제거했다는 중요한 과학적 데이터가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희석이 오염의 해결책이라는 가정은 가장 큰 생물학적 자원을 보유한 태평양을 위협하기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과학을 벗어나는 문제 무엇보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는 과학의 영역을 벗어나는 문제를 가진다. 일본의 선례로 한국과 서해를 공유하는 중국에서 비슷한 경우로 오염수를 방류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일본 역시 1993년 러시아 해군이 방사성 폐기물을 동해상에 방류했을 때, 이웃 국가는 물론 세계적으로 심각한 환경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항의했다. 그 결과로 1996년 런던협약이 개정돼 핵폐기물의 해양투기 금지를 더욱 강화했다. 과학적으로 오염물질의 농도가 얼마 이하라고 말하는 것과 그것을 바다에 방류해도 괜찮은가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는 일본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정치·외교적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IAEA 최종보고서가 나오기 전 일본 정부는 IAEA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발표했다. 역설적으로 IAEA 최종보고서 첫 장에는 IAEA와 회원국은 이 보고서의 사용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결과에 대해 어떠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리고 핵폐수 처리수의 방출은 일본 정부의 국가적 결정이고, 이 보고서가 그 결정에 대한 권고나 지지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서로에게 책임을 넘기고 있다. 서로가 책임지지 않으려는 이 전대미문의 결정을 어떻게 과학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서로가 판도라의 상자를 넘기고 있다.
정봉석의 기후환경 이야기
[렌즈로 본 세상]땀방울, 생수 그리고 오염수(2023. 06. 30 11:25)
2023. 06. 30 11:25 정치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지난 6월 26일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저지를 위한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이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앵무새’ 같은 우리 정부의 거짓말이야말로 괴담”이라고 지적하며 “이번 단식 농성은 (일본 정부를 압박할 수 있는) 여론을 모아내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낮 최고기온이 28도까지 오른 지난 6월 27일 단식 2일 차인 이 대표를 카메라에 담았다. 주한일본대사관 앞 의자에 앉아 있던 이 대표는 경향신문 기자와 인터뷰하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저지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의자 옆에 붙은 작은 주머니에는 생수 두 병, 휴대용 선풍기, 기자회견문이 꽂혀 있었다. 이 대표는 물로 목을 축이며 상세한 답변을 위해 기자회견문을 확인하고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했다. 인터뷰가 막바지에 이르자 이 대표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고, 생수 한 병은 바닥을 보였다. 농성장 앞을 지나는 시민들의 응원에 이 대표는 고개 숙여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 대표는 “오염수 방류를 일단 연기시켜놓고 검증 방식 등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답이 나오면 (단식을) 중단하겠다”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국회에서 오염수 방류 저지를 위한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반면, 국민의힘은 수산물 소비 진작을 위한 ‘릴레이 횟집 회식’을 이어가며 안전성을 강조하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두고 벌이는 여야의 여론전이 한여름 태양만큼이나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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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수 대신 ‘처리수’…여당, 일본 정부 대변(2023. 04. 21 13:56)
2023. 04. 21 13:56 정치
ㆍ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좌담회서 각종 의혹 가짜뉴스 규정 일본 정부가 추진 중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 문제를 놓고 수산물 안전 및 해양생태계 파괴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일본 방문 직후에는 일본 언론이 ‘윤 대통령이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국) 국민의 이해를 구해나가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해 파문이 일었다.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에 대해 공식 석상에서 한 번도 “반대한다”고 말한 적이 없는 윤 대통령의 모호한 태도는 ‘대(對)일본 굴욕외교’ 논란과 더불어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이 됐다. 한국갤럽이 지난 4월 14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 긍정 평가는 27%로 6개월 내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4월 13일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한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류 관련 긴급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안병길 의원실 제공 이 와중에 여당인 국민의힘이 오염수 방출 문제를 주제로 최근 개최한 긴급좌담회가 논란의 대열에 합류했다. 국민의힘은 “후쿠시마 관련 괴담과 가짜뉴스를 바로잡고 과학적 대응책을 모색하겠다”며 좌담회 개최 취지를 밝혔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을 놓고 제기되는 여러 의혹이나 우려 등을 괴담 내지는 가짜뉴스로 지목하고, 이를 평가절하하는 내용이 좌담회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오염수 방출에 문제 제기를 해온 시민단체 등에선 “국민의힘이 과연 어느 나라 여당인지 모르겠다”는 비판이 나온다. ‘오염수’를 ‘처리수’로 공식화한 여당 지난 4월 13일 열린 좌담회는 제목부터 범상치 않았다.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류 관련 긴급좌담회’. 주목할 부분은 ‘원전 처리수’다. ‘원전 처리수’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대외적으로 만들어낸 말이다. 이들은 온갖 방사능 물질이 가득한 원전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거른 뒤 “안전하다”며 이를 가리켜 ‘원전 처리수’라고 부르고 있다. ‘오염수’와 ‘처리수’는 분명 어감도 다르고, 내포하는 의미도 다르다. 환경단체 등은 오염수를 굳이 처리수라고 표현하는 것 자체가 후쿠시마 원전과 원전에서 비롯된 오염수 등의 위험성을 감추기 위한 일본 정부의 의도적인 행위라고 비판한다. 정부도 그간 후쿠시마 오염수를 ‘처리수’라고 공식적으로 표현한 적이 없다. 국내 언론도 잘 쓰지 않는 표현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최대 국정운영 파트너이자 여당인 국민의힘이 ‘처리수’라는 단어를 전면에 걸고 좌담회를 연 것이다. 이날 좌담회는 주최자인 안병길 의원(부산 서구·동구)을 비롯해 같은당의 박대출 정책위의장, 양금희·신원식·백종헌·최춘식 국회의원 등이 참석했다. 좌담회는 주제발표와 토론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주제발표는 국책연구기관과 원자력 전문가가 맡았다. 주제발표에선 복잡한 여러 전문용어와 분석자료가 등장했지만, 간단히 다음 두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류는 안전하다”(국책연구기관), “안전한데 언론과 여론이 괴담과 가짜뉴스를 생산하고 선동하고 있다”(전문가)다. 주제발표에 나선 김경옥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은 오염수 방류 이후 오염물질의 확산 과정을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언급했다. 이는 지난 2월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한국원자력연구원이 한국방재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에 의한 해양 확산 시뮬레이션’과 같은 자료다. 당초 정부가 발표하겠다고 공언했다가 어쩐 일인지 막판에 학술대회를 통해 공개돼 뒷말을 낳은 그 자료이기도 하다. 김 연구원은 자료를 통해 국내에서 ALPS로도 제거되지 않는 삼중수소 유입에 대한 우려가 있는데, 시뮬레이션 결과 동해 등으로 유입되는 삼중수소의 양이 워낙 미미해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등장한 이상한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방사능 물질이 국내 바다로 유입됐지만, 기준치보다 낮거나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수치와 유사해 문제될 것이 없다는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아무리 여당이 불렀다 해도 객관성을 유지해야 할 국책연구기관이 와서 오염수 방류 등에 대해 “안전하다”고 단정적으로 확인해주는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좌담회에서 나온 발표 내용이 공식 입장인지 각 기관에 문의했다. 그러자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시뮬레이션 결과가 그렇게 나왔다는 것을 소개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원전 처리수 방류 이후의 영향은 전적으로 일본 측 자료에만 의존하고 있어 신뢰성 있는 검증이 필요하다는 게 (우리의) 결론”이라고 밝혔다. 일본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의 오염수 저장 탱크 / 로이터연합뉴스 오염수 우려 제기를 “선동”이라고 평가절하 좌담회를 주최한 안병길 의원은 개회사에서 “현재 일부 정치권에서는 국민이 아닌 정치적 이익만을 위해 온갖 괴담을 확산시키고 위협을 과장하면서 후쿠시마 처리수 문제를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책연구기관에 이어 주제발표에 나선 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가 지원사격에 나섰다. 정 교수는 오염수 방류가 불러올 수 있는 각종 문제나 의혹 등을 제기한 시민단체나 지방자치단체의 성명, 이를 보도한 언론 등의 내용을 일일이 나열한 뒤 “방류 반대 측을 보면 이유나 논거가 없다”, “반핵단체의 선동적인 논거”, “반대하는 사람이 많다는 게 반대 논리” 등으로 평가했다. 뒤이어 나선 이재기 대한방사선방어학회 방사선안전문화연구소장은 “(처리수를) 방류한다고 해서 생선 방사능을 증가시키고 사람 건강을 해친다는 주장은 전혀 비과학적”이라며 “정치적 대일 갈등 때문에 과학적 사실을 왜곡하면 국격만 훼손하고 국민 불안을 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교수는 2020년 총선 때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의 외부인재로 영입된 경력이 있다. 당시 자유한국당은 총선 공약으로 원전 활성화를 내걸고 정 교수를 포함해 친원전 전문가를 여럿 영입했다. 총선 결과 자유한국당은 참패했고, 원전 전문가는 모두 원내 입성에 실패했다. 이 소장은 과거 한양대 재직 시절부터 국내 대표적인 친원전 학자로 알려져 왔다. 이날 좌담회에서 오염수 방류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나 우려를 제기한 주제발표는 없었다. 야당의 한 관계자는 “주제발표를 보면 그간 오염수 배출에 대해 쓴소리를 해온 한 전문가를 집단적으로 공격하는 행태마저 눈에 띈다”고 말했다. 최경숙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국제사회가 가장 의혹을 갖는 일본 정부에 대한 신뢰성 문제나 오염수 방출에 따른 방사능 물질의 해양생태계 축적 문제 등은 제대로 거론되지도 않았다”며 “일본 정부를 대변하는 듯한 여당의 태도는 결국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결과로 되돌아올 것”이라고 밝혔다. 서균렬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도 “국민건강과 식탁안전을 고려해 오염수 방류 문제를 최대한 검증하고 조심하자는 취지로 문제를 제기하는 건데, 이를 괴담이나 가짜뉴스로 치부한다면 유감”이라며 “결국 판단은 국민이 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이르면 4월 방류, 먹거리 안전 어쩌나(2023. 02. 03 11:25)
2023. 02. 03 11:25 사회
잠정조치 신청 준비도 의지도 없어 선박 평형수 관리로 해역 침투 막고 양식장 등 어민 보호책 마련 필요 폭발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제1원전과 부지 주변의 오염수 탱크 모습 / 로이터연합뉴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일본 정부는 지난 1월 13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올해 봄부터 여름쯤 시점에 해양 방류가 가능하다”고 확인했다. 도쿄전력의 방류시설 완공 시점에 따라 변동 가능성이 있지만 이르면 4월부터 오염수 방류가 시작될 수 있다. 지구에 문명이 생겨난 이래 원전사고에서 비롯된 막대한 양의 오염수가 바다에 방류된 전례는 없다.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체르노빌 원전사고(1986년)에 이어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분류한 역대 두 번째의 최대규모(7등급) 사고이기도 하다. “안전하다”는 일본 정부 주장과는 달리 오염수 방류로 인한 해양 생태계 파괴 우려 및 이른바 ‘피폭 생선’으로 상징되는 먹거리 안전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원전 활성화를 넘어 핵무장까지 거론하는 윤석열 정부는 명실상부 ‘친핵(核)정부’다.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시민단체, 전문가 등은 정부가 방류를 막을 의지도, 능력도 없다면 향후 수십 년간 지속될 ‘방류 이후’ 시대를 위한 대비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오염수 방류 기정사실화, 손 놓은 정부 2011년 3월 12일 발생한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사고에서 폭발을 일으킨 원자로는 1·3·4호기 등 세 개다. 이들 원자로에는 폭발사고로 녹아내린 뒤 굳은 연료가 그대로 남아 있다. 고열의 연료를 식히기 위해 계속 냉각수를 붓고 있다. 이렇게 연료와 접촉한 냉각수와 원자로 건물 등을 타고내린 빗물·지하수 등이 섞이면서 세슘, 스트론튬, 코발트, 트리튬 등 인체에 치명적인 주요 핵종을 포함한 고농도 방사능 오염수가 발생한다. 오염수 처리문제는 진작부터 문제가 됐다. 사고 직후인 2011년 4월에는 일본이 오염수를 그대로 바다에 방류한 사실이 드러나 큰 논란이 일었다. 2013년에도 후쿠시마 앞바다로 오염수가 흘러들어간 사실이 밝혀졌고, 정부가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금지를 내리면서 일본이 세계무역기구(WTO)에 한국 정부를 제소하기도 했다. 일본은 철제 저장탱크를 만들어 오염수를 보관했다. 2014년 기준 하루 평균 470t(47만ℓ)에 달하는 오염수가 쏟아져나왔다. 2018년이 되자 일본은 “저장탱크 용량이 곧 한계에 달할 것”이라며 방류에 시동을 걸었다. 2019년 12월에 일본 경제산업성 오염수처리대책위원회가 오염수 처리 방법으로 ‘바다 방류’를 제시했다. 2021년 4월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다핵종제거시설(ALPS) 등 처리수의 처분에 관한 기본 방침’에서 바다 방류 방식을 확정했다. 일본은 “2023년부터 30년간 바다에 방류하겠다”고 공언했고, 계획대로 착착 진행돼 이르면 올 4월부터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다. 10여년이 흐르는 동안 정부가 한 일은 별로 없다. 정권이 여러 번 교체됐어도 이 같은 기조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2013년의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금지를 둘러싼 일본과의 갈등은 오염수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라기보단 무역분쟁에 가까웠다. 그나마 2021년 일본이 오염수 기본 방침을 확정한 뒤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 대사를 초치해 항의하고, 각 부처에 “국제해양재판소 제소(긴급 잠정조치 신청)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이 ‘강력한 조치’에 해당한다. 이마저도 대선 국면 등을 거치며 흐지부지됐다. 전국녹색연합 회원들이 2021년 6월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구파괴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법조계는 잠정조치 신청이 이미 늦었다고 본다. 국제통상법 전문가인 송기호 법무법인 수륜아시아 변호사는 “잠정조치를 신청하려면 오염수 관련 우리 정부의 연구와 평가의 축적, 일본의 방류법에 대한 과학적 문제점 등을 수집해 제출해야 하는데 자료 준비도 안 됐고 할 의지도 없어 보인다”며 “일단 방류가 시작되면 잠정조치 신청도 불가능해 돌이킬 수 없다”고 밝혔다. 정치권 일각에서 막상 일본이 오염수 방류를 시작하면 잠정조치 신청을 안 한 것을 두고 전·현 정권 간 “네 탓” 공방이 벌어지리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송 변호사는 현재 민변, 그린피스 등 국내외 시민단체 등과 협력해 IAEA에 보낼 공개서한을 준비 중이다. 오염수 관련 정부 태스크포스(TF)를 주관하는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오염수에 핵종이나 삼중수소 등 방사성 물질이 섞여 방류되면 안 된다는 게 정부 기조”라며 “오염수 방류가 수산물 식품 안전이나 해양생태계에 미칠 영향 등을 정부 차원에서 계속 점검 중이고 2월 중 오염수 방류에 따른 해류 흐름 관련 시뮬레이션 결과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방류 방법은 오염수를 ALPS로 처리해 정화한 뒤 바다에 배출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오염수가 인체나 해양생태계에 무해한 “처리수”(일본 정부)가 된다는 주장이다. ALPS로도 처리되지 않는 삼중수소는 대량의 바닷물에 희석해 방류하게 된다. 현재 계획된 방류량은 저장탱크에 모인 125만t이지만 최종 폐로가 될 때까지 오염수가 얼마가 더 방류될지 알 수 없다. 국내에선 “안전”, 해외 전문가들 “우려” 방류까지 남은 ‘최종관문’은 IAEA의 조사 결과다. IAEA는 “방류 전 오염수 처리 등이 적절하게 되고 있는지 점검하겠다”며 지난 1월 16~20일 현지 조사를 벌였다. 조사를 마친 뒤 IAEA는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3개월 내 보고서를 작성하겠다”고 밝혔다. 보고서 작성이 완료되는 시점은 일본이 방류 시작을 예고한 시점과 겹친다. IAEA는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대해 내내 “과학적”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주변국 중 미국은 진작부터 오염수 방류에 찬성했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오염수로 인한 방사능 유출 및 인체·해양생태계 피해는 없을 것”이라는 보고서를 여러 번 냈다. 중국의 경우 매번 “방류에 강력히 반대한다”면서도 일본 정부를 제소하는 등의 구체적인 ‘액션’에는 나선 바 없다. 국내에서도 오염수 방류는 “안전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대다수를 이룬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1년 5월 발간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영향 및 대응 방안> 보고서를 통해 “다수의 전문가는 오염수가 해류를 타고 이동하며 반감기가 짧은 방사성 물질은 빨리 소멸하고, 반감기가 긴 물질은 1년 이상 바닷물과 희석되면서 우리나라에 해류가 도착할 때쯤엔 유해성이 낮은 상태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갈치, 고등어, 멸치, 삼치, 꽃게 등 연근해 어업 주요 어종의 산란 및 이동 경로 등 생태 현황과 조업 구역을 고려했을 때 오염수의 직접적인 영향은 매우 낮아 보인다”고 밝혔다. 2013년 후쿠시마 수산물 사태 당시 국내 수산물 소비마저 크게 감소할 만큼 파문이 일었던 국민의 정서와도 배치되는 내용이다. 반대로 지난 1월 26일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에서 개최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해외 전문가 초청토론’에선 우려가 쏟아졌다. 페렝 달노키 베레스 미국 미들베리국제대학원 교수는 “도쿄전력의 (오염수) 표본 데이터는 문제가 되는 64개 방사성 물질 중 삼중수소에만 집중돼 있어 매우 편향되는 등 데이터가 오류투성이”라며 “아무도 정확한 정보를 모른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일본이 오염수 관련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은 채 자체 조사 결과 등을 들어 일방적으로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아르준 마키자니 에너지환경연구소 대표는 “도쿄전력이 삼중수소와 탄소-14를 제외한 62개의 방사성핵종에 대해서도 ALPS를 통해 적절하게 처리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며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할 것이 아니라 저장탱크 확충을 통한 저장 연장, 처리수의 콘크리트 제조 활용, 생물학적 정화 등의 대안을 통해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로버트 리치몬드 하와이대학 교수는 “식품 안전과 보건, 문화적 정체성 보호, 청정 생태계 보전과 환경적 지속 가능성 등을 위해서도 방사성 물질을 해양에 투기하는 정책 자체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에서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할 경우 확산 예상도. 7개월 뒤 제주도 근해에 다다르고(위), 18개월 뒤에는 동해 대부분으로 퍼진다. / 독일 헬름홀츠 해양연구소 제공 ‘원전 마피아’들이 만들어낸 ‘이상한 조합’ 주변국을 의식하지 않고 오염수 방류를 강행하는 일본과 이를 대놓고 지지하는 미국. 방류를 강력히 반대한다면서도 행동하지 않는 중국과 한국 정부의 방관적인 태도. 한편에선 이 같은 ‘이상한 조합’을 ‘원전 마피아’의 산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바로 원전(핵) 강국이고, 내부 의사결정 과정도 ‘원전 마피아(세력)’들이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서로 공격해봐야 본인들의 약점이 드러나기 때문에 오염수 방류 문제를 강하게 제기할 수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 한국 모두 과거 혹은 현재 핵폐기물 무단 폐기나 삼중수소 유출 등 크고 작은 방사성 물질 방류 전력이 있다. 여기에는 본래 오염수 처리문제에 있어 수십 년간 바다 방류에 의존해온 원자력 발전의 ‘불편한 진실’도 숨어 있다. 그는 “국내만 해도 전문가 대부분이 원전 사업에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보니 오염수에 대해 99%가 문제없다는 견해를 내놓는 게 현실”이라며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친원전 정책이 강화되면서 이 같은 기조는 더욱 공고해졌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을 둘러싼 강대국들이 ‘원전’이라는 이해관계로 묶이는 동안 오히려 오염수 방류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쪽은 피지·호주·뉴질랜드 등 태평양 지역 17개 도서국가의 연합체인 태평양도서국포럼(PIF)이다. 대부분 관광이나 레저 등 해양 자원에 의존해 살아가는 이들 나라에 오염수 문제는 곧 생존의 문제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가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이상 그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권고한다. 오염수 방류가 해양생태계와 인체에 어떤 영향을 초래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오염수 방류와 해류의 움직임과 관련된 그간의 연구들을 보면 방류 후 짧게는 6개월 이후부터, 길게는 4~5년 이후에 오염수가 국내 바다에 흘러든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는 “당장 시급한 것은 선박의 평형수 문제”라며 “현재 조사 방식을 변경해 미야기현 등 후쿠시마 인근 해역에서 입항하는 모든 선박에 대한 평형수 전수조사 및 관리체계를 구축해 오염수가 곧바로 우리 해역으로 침투하는 것부터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서 교수는 “방류가 시작되면 수산물 소비 감소로 인한 어민 피해, 오염수 침투로 인한 남해안 등지의 양식장 피해 등이 예상되므로 어민소득 보전 정책 등도 마련해야 한다”며 “오염수 방류가 계속될 것이므로 일본 정부에 끊임없이 대안 마련을 요구하고, 중요한 정보를 확보해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정책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고]후쿠시마 오염수 막을 마지막 무기, 국제법(2022. 08. 05 14:37)
2022. 08. 05 14:37 국제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NRA)는 지난 7월 22일, 내년 여름부터 약 130만t에 이르는 후쿠시마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하기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 한국, 태평양 도서국 포럼(PIF) 등 인접국들뿐 아니라 일본 수산업계까지 거세게 반발하는 가운데 도쿄전력은 지난 8월 4일 후쿠시마 원전 해안 1㎞ 바깥 지점까지 이어지는 해저터널 건설에 착수했다. 일본 후쿠시마현에 위치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 그린피스 제공 일본 정부는 2050년까지 후쿠시마 원전의 폐로 작업을 마치고, 그때까지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그린피스의 분석결과, 이 목표는 수정이 불가피하고 오염수 방류 역시 세기를 넘겨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린피스가 후쿠시마 제1 원전 건설사인 GE원자력의 원전 수석관리자를 지낸 사토시 사토 엔지니어와 함께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폐로 기술과 그에 따른 오염수 영향을 분석(2021년 3월)한 결과, 일본 정부가 목표대로 2050년까지 폐로를 마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폐로를 위해서는 원전 부지 내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된 흙이나 잔디를 모두 외부로 옮겨야 하지만, 모든 폐기물의 양을 감당할 만한 부지를 찾는 것 역시 불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그린피스는 후쿠시마 제1 원전의 부지 자체를 거대한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으로 활용하고 오염수도 부지 내에 장기 저장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보고 있다. 도쿄전력은 현재 후쿠시마 제1 원전의 원자로 3기에 매일 수백t의 냉각수를 쏟아붓고 있다. 원자로에 남은 핵연료가 발열로 인해 폭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투입된 냉각수는 모두 오염수가 된다. 뿐만 아니라 그린피스의 분석에 따르면, 삼중수소의 농도를 일본 정부가 목표하는 기준치 이하로 희석하기 위해서는 오염수 1ℓ당 254ℓ의 깨끗한 해수가 필요하다. 따라서 실제 방류해야 할 양은 총 3억t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방류해야 할 양 3억t 넘을 수도 초르노빌(체르노빌의 우크라이나식 발음) 원전의 현 상황을 고려하면, 30년 이내에 폐로 작업을 끝내겠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 역시 타당성이 부족하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초르노빌 원전의 핵연료를 제거하는 데 앞으로 100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후쿠시마 원자로에는 초르노빌 원전보다 약 2배 많은 1100t가량의 핵연료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도쿄전력은 첨단 로봇 팔을 활용해 2050년까지 폐로 작업을 끝마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로봇 팔로 올해 안에 제거하겠다고 발표한 핵연료 파편이 고작 1g에 지나지 않고 원자로에 남아 있는 양이 약 9억9700만g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후쿠시마 원전의 폐로 작업 역시 초르노빌 원전만큼 오래 걸릴 것이 자명하다. 더욱 우려되는 대목은 다핵종제거설비(ALPS)에 있다. ALPS는 삼중수소 이외에 오염수에 포함된 64가지의 방사성물질을 제대로 처리한 이력이 없다. 도쿄전력은 최종 방류할 오염수에서 삼중수소만 확인해 방출하겠다고 밝혔다. 소금처럼 물에 녹아 사라지는 물질이 아닌 삼중수소는 물에 희석돼도 그 총량이 그대로 유지된다. 도쿄전력뿐 아니라 한국원자력안전위원회,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등도 삼중수소의 반감기가 짧아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주장하고 있다. 독일·영국 등 주요 국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삼중수소가 체내에 유입되면 몸체를 구성하는 가장 기초적인 성분인 탄소·수소와 유기적으로 결합해 유전적 변형을 일으킨다. 유럽 국가들은 이러한 연구결과에 따라 2000년대 초반 삼중수소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배출 기준을 상향했으나 한국과 일본의 인식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일본 정부는 ALPS의 기술적 역량이 입증되지 않았음에도, 삼중수소와 탄소14를 제외한 오염수의 방사성 물질 모두를 안전히 처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도 최종 방출할 오염수의 방사성 핵종과 농도를 공개하지는 않겠다는 방침이다. 플루토늄, 우라늄처럼 반감기가 수만년에서 수억년에 이르는 방사성물질이 정확히 처리됐는지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오염수가 전 세계 바다로 퍼지는 것이다. “오염수는 음용 기준에 맞춰 처리된 후 해양에 방류된다”는 NRA의 주장은 근거가 부족하다.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인근 바다를 둘러보고 있다. / 그린피스 제공 일본 정부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후쿠시마 원전을 시찰한 결과 “해양 방류와 관련해 큰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힌 점을 근거로, 국제기구의 승인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도쿄전력도 IAEA가 검증했기에 오염수는 해양에 방류해도 안전하다는 입장이다. IAEA는 오염수가 생태계나 인접국 시민들에게 미칠 영향을 검토하고 분석한 적이 없다. IAEA가 오염수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기관도 아니다. 이들의 운영 목적은 생태계와 인체의 방사선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있지 않다. 이 기구는 핵무기나 원자력 발전을 운영하는 국가들의 분담금으로 운영된다. 핵무기나 원자력 발전이 줄어들수록 이들의 영향력은 줄어든다. 대형 원자력 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인물들이 IAEA의 운영을 맡고 있고 전 세계에 원자력 산업을 확대하기 위해 로비를 벌인다. 과연 이런 IAEA와 일본 정부에 우리의 안전을 맡길 수 있을까? 그린피스를 포함한 여러 국가는 공식 서한을 통해 이러한 문제점들을 일본 정부와 IAEA에 수차례 경고했다. 이들은 그 어떠한 경고도 무시한 채, “희석 처리한 오염수를 30년간 바다에 방류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 주장은 일본 정부가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시민들이 믿기를 바라는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에 어떤 영향 미칠까? 칭화대 연구진이 2021년 세계 3대 과학 학술지 중 하나인 ‘사이언스’에 밝힌 연구결과에 따르면, 해양에 방류된 후쿠시마 오염수는 해류를 따라 이동해 7개월 만에 한국 바다로 유입된다. 이로 인한 즉각적인 피해는 한국 수산업계가 입을 경제적 타격이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한국 수산업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한국수산경제연구원이 2013년 12월 31일까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당시 수산 피해 업종의 피해 금액은 1조5000억원에 달했다. 수산 생산 산업에서는 약 5000억원 정도의 손실이 있었으며, 수산 소비는 60% 정도 줄었다. 만약 후쿠시마 오염수가 해양에 방류된다면, 한국 수산업은 2011년 당시를 뛰어넘는 타격을 앞으로 최소 30년간 지속적으로 받아야 한다. 같은 이유로 일본의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전어련)는 오염수가 방류될 경우 어업 산업이 ‘궤멸할 것’이라며 일본 정부의 해양 방류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불과 수일 전에도 후쿠시마 원전 앞바다의 물고기에서 기준치의 10배를 넘는 세슘이 발견됐다. 오염수가 해양에 방류되면 후쿠시마뿐 아닌 일본 전 해양에서 이와 비슷한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특히 2011년 5월 관리 부실 문제로 300t의 후쿠시마 오염수가 해양에 방출됐을 때, 50개 이상의 국가들이 후쿠시마산 수산물의 수입을 금지했다. 일본 정부가 계획대로 130만t의 오염수를 의도적으로 해양에 방출할 경우, 전어련은 후쿠시마뿐 아니라 일본 전체 수산업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정부·도쿄전력을 비롯한 일부 과학자들은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해도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한다는 연구결과가 없다는 점을 근거로 해양 방류가 괜찮다고 주장하고 있다. 130만t이 넘는 대량의 오염수가 전 세계 바다로 흘러 들어가고, 해류를 따라 방사성 물질이 어디로 어떻게 갔는지조차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이를 돌이킬 방법은 없다. 따라서 사전에 해양 방류를 차단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2020년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를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그린피스 제공 그린피스는 이러한 이유로 2019년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을 세계 최초로 폭로하고 이를 저지하기 위한 활동을 펼쳐왔다. 지난해 10월 국제해사기구(IMO)에 참석한 IAEA와 일본 정부에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를 위해 해양 방류가 유일한 대안임을 입증하는 과학적 근거를 요청한 바 있으며 올해 10월 추가 논의를 기대하고 있다. 중국, 러시아, 대만, 필리핀 등 동아시아 및 태평양 지역의 국가들도 후쿠시마 오염수의 해양 방류에 반발하고 있다. 특히 뉴질랜드, 호주를 비롯한 태평양 도서국 포럼은 최근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일본 정부가 지난해 4월 오염수 방류 계획을 밝혔을 때 여러 공식 채널을 통해 반대의사를 밝혔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가 해양 방류 계획을 강행하자, 이들은 전 세계적으로 저명한 해양학자, 방사선 전문가들을 기용해 도쿄전력과 IAEA의 주장을 분석해 만든 반박 자료를 일본 정부에 제출하며 오염수 방류의 문제점을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방식으로 근거화하고 있다. 한국은 어떠할까? 한국 정부는 지난 3년 동안 오염수 해양 방류를 막는 데 기여한 것이 없다.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같은 방식으로 대응한다면, 해양 방류를 막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월 26일 도어 스테핑(약식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는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해 한국의 동의를 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것과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의미다. 한국 정부는 국제사회를 통해 ‘일본 정부가 오염수 방류 계획을 계속 추진한다면 국제법으로 대응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한국의 국제법 대응, 이미 선례도 있다 한국 정부가 이 문제를 국제법으로 대응하는 데 어려움이 따를 것이란 견해도 있다. 한국은 이미 국제법으로 대응한 선례가 있다. 바로 세계무역기구(WTO)의 후쿠시마 수산물 분쟁 재판이다. 한국 정부는 2013년 9월 후쿠시마 주변 8개 현에서 나오는 모든 수산물에 대한 수입을 금지하는 특별조치를 결정했다. 이에 반발한 일본 정부는 ‘위생 및 식물위생 조치의 적용에 관한 협정(SPS 협정)’에 위배된다며 WTO에 한국 정부를 제소했다. IAEA는 당시에도 일본 후쿠시마 현지를 시찰하고 “일본은 국제적으로도 최고 수준의 식품 기준을 확립하고 있었다”며 일본 정부의 손을 들어주었다. 결국 1심 재판에서 일본 정부가 승소했지만, 이에 항소한 한국 정부는 2020년 2심에서 승소할 수 있었다. 이 재판을 통해 후쿠시마산 수산물의 국내 유입을 막았다.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2021년 그린피스 일본사무소 앞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다. / 그린피스 제공 이 소송의 결과가 다시 뒤집힌다면 어떨까? 한국 정부가 오염수 해양 방류를 적극적으로 막지 않으면, 이는 결국 오염수가 바다와 수산물에 미치는 방사선 피해가 없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셈이 된다. 이는 일본 정부가 WTO의 판결을 뒤집을 수 있는 기회다. WTO에 항소해 한국 정부가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을 재개하도록 할 것이다. 한국 정부가 오염수 해양 방류에 동의할 수 없으며 국제법적으로 대응할 것이란 명확한 입장을 국제사회에 밝혀야 하는 이유다.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168개 이상의 국가가 당사국으로 참여하는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르면, 해양에 투입되는 폐기물이 위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환경보호를 위해 적절한 사전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를 위해 포괄적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해양 피해를 예측하고 방지책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 평가 결과를 인접국에 공개하고 동의를 구해야 하는 절차도 있다. 일본 정부의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과 그 근거인 환경영향평가는 이 같은 국제해양법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 따라서 “음용 기준에 맞추었으므로 포괄적 환경영향평가를 할 필요가 없다”고 밝힌 NRA의 주장은 옳지 않다. 또한 유엔해양법은 “해양 환경의 중대한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그 상황에서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잠정 조치를 명령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에 따라 한국 정부는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잠정 조치를 청구할 수 있다. 이 잠정 조치를 통해 오염수의 안전성이 입증되기 전까지 해양 방류를 보류시킬 수 있으며, 이후 법정에서 오염수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부분을 다툴 기회가 주어진다. 이 잠정 조치에는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여러 국가가 제3자로 참여할 수 있다. WTO 후쿠시마 수산물 분쟁 재판에 다른 나라도 한국편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과 같은 이치다. 한국보다 먼저 국제해양법을 비준한 일본도 1990년대 러시아의 핵폐기물 해양 투기를 막기 위해 유럽, 미국, 한국 정부와 협력하고 국제법적 권리를 활용한 바 있다. 역사적으로 전례 없는 위기 앞에 서 있다. 사고 난 원전의 방사성 오염수를 수백만t이나 바다에 방류한 적은 없었다. 오염수 해양 방류까지 채 1년이 남지 않았다. 한국 정부는 아직 이를 막을 기회가 있다. 그린피스는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모아 한국 정부의 국제법적 입장표명을 요구할 것이다. 앞으로 9월과 11월경 IAEA 총회와 국제해사기구 총회가 열린다.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를 막으려면 한국 정부가 각 총회에서 강력한 반대 의사를 밝혀야 한다. 그것이 후쿠시마 오염수를 막을 ‘유일한’ 방안이다.
[시사 2판4판]오염수(2021. 04. 16 11:08)
2021. 04. 16 11:08 정치
시사 2판4판
일본 방사성 오염수 방류 사전에 막아야(2020. 12. 04 14:24)
2020. 12. 04 14:24 사회
ㆍ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 방출 금지 명령 받아야 시간이 많지 않다. 일본은 약 137만톤(2022년 여름 기준)의 방사성 오염수를 태평양에 방류할 것이다. 이 방법이 가장 돈이 적게 들고 방사성 오염수를 연상케 하는 물건 자체가 보이지 않게 잘 감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방류는 인류가 고의로 지구생태계에 다량의 방사성 오염수를 배출하는 첫 번째 사건이 될 것이다. 문명의 이름으로 막아야 한다. 일본 후쿠시마에 위치한 도쿄전력 다이치 원전 전경 / 사진제공 그린피스 방사성 오염수가 일단 바다에 방출되면 사후에 오염을 제거할 수 없다. 되돌릴 수 없다. 그러므로 오염수 방류 결정 자체를 막아야 한다. 단호하게 일본 정부에 안 된다고 말해야 한다. 일본이 방류 계획을 끝내 포기하지 않는다면 그린피스가 최근 언론을 통해 강조하는 것처럼 국제법적 사전 조치가 필요하다. 일본을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해 방출 금지 명령을 받아야 한다. 지금 준비해야 한다. 양국 모두 유엔 해양법협약 가맹국 한국과 일본 모두 유엔 해양법협약 가맹국이다. 잠정조치를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신청할 수 있다. 이것은 유엔 해양법협약 위반이라는 최종 판단을 기다리는 것만으로는 해양오염을 막을 수 없는 긴급한 경우에 임시로 내리는 조치이다. 긴급구제이다. 일본의 방사성 오염수 방류는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일본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현지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와 관련해 도쿄전력을 규탄하고 있다. 국제해양법재판소의 판례도 있다. 바로 일본이 1999년에 다랑어 포획 행위로 뉴질랜드와 호주에 의하여 피소된 사건이다. 재판소는 일본에 당사국들과 가장 최근에 합의했던 다랑어 포획 수준을 넘는 포획을 금지하는 등 5가지 내용의 긴급구제를 명령했다. 2003년에 국제해양법재판소는 싱가포르에 말레이시아의 해양환경에 심각한 해를 야기하는 방식으로 바다 매립작업을 하지 말 것을 잠정조치로 명령하기도 했다. 현 상태에서 일본의 방류는 유엔 해양법협약이 정한 해양환경 보호보존 의무와 환경영향평가 의무와 의견교환 의무를 위반한 행위이다. 따라서 일본을 제소해 방류 금지 긴급구제를 구하는 데에는 관할권 인정에서 문제가 없다. 한국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일본 대사관 앞에서 오염수 방류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일본의 방류 금지를 명령할 긴급구제가 나올 가능성은 분명 있다. 그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을 치밀하게 강구해 일본의 방류를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 2001년 12월에 국제해양법재판소는 참고할 만한 판례를 냈다. 영국이 해안가에 우라늄과 플루토늄의 복합 산화물인 목스(MOX) 생산공장을 건설했다. 몇 차례 바다로 방사성 오염물질이 배출된 사고가 있었다. 그러자 바다에 접한 아일랜드가 영국을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했다. 아일랜드는 공장 사고로 방사성 물질이 바다로 배출될 위험과 방사성 물질이 해상 운송을 통해 일본 등으로 수출되는 과정에서 사고로 해양에 누출될 위험성을 제기했다. 결국 영국은 더 이상 방사성 물질을 해상 운송하지 않을 것이라고 재판소에 확약했다. 이 경우 공장에서 사고로 배출된 오염물질 양이 많지 않았고 사고 기간도 짧았다. 그래서 재판소는 영국에게 누출 사고 예방조치와 모니터링, 아일랜드와 의견교환 정도의 잠정조치를 명령했다. 일본이 약 137만톤의 오염수를 고의로 장기간 해양에 계속 방출하는 것은 영국의 경우와는 다르다. 무엇보다 일본은 아직 환경영향평가를 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재판소에서 긴급구제가 인용될 가능성을 높이려면, 일본이 환경영향평가를 완료하지 않는 한 방류를 금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일본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수중방사성 농도를 측정하고 있다. / 사진제공 그린피스 오염 행위 환경영향평가 의무화 유엔 해양법협약은 해양오염 행위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의무화했다. 해양환경의 상당한 오염 또는 중대하고 해로운 변화를 야기할 수 있다고 판단할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경우, 해양환경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을 가능한 수준까지 평가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그리고 평가결과를 이웃 나라와 공유하도록 했다. 그럼에도 일본이 환경영향평가 없이 방사성 오염수를 방류하기로 결정한다면, 이는 명백하게 유엔 해양법협약 위반이다. 환경영향평가가 실시될 때까지 방류를 금지하는 긴급구제를 해양법재판소에 제기하는 것이 재판에 유리하게 인용될 것이다. 한국 정부는 일본에 방사성 오염수 바다 방류는 안 된다고 말해야 한다. 고의로 다량의 방사성 오염물질을 바다로 배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한국 정부의 입장이어야 한다. 일본의 연구를 보더라도 해양 방류가 아닌 다른 대안이 가능하다. 일본은 다른 나라에 피해를 줄 해양 방류가 아닌 다른 대안으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다. 그러므로 일본에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구성원으로 행동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방류를 원천적으로 막기 위한 유엔 해양법 제소를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송기호는 통상법 전문 변호사로 1987년 수세폐지운동,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 2013년 일본 후쿠시마산 농수산물 수입금지조치 소송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 통상 문제를 ‘시민의 이익’ 관점에서 다루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현 법무법인 수륜아시아 대표 변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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