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총 7 건 검색)
- [시사 2판4판]여야합의 후 옥상…(2022. 04. 29 15:34)
- 2022. 04. 29 15:34 정치
- 시사 2판4판
- 옥상에서 찾은 탄소중립 실마리(2021. 10. 01 15:22)
- 2021. 10. 01 15:22 경제
- ㆍ옥상에 태양광 발전 설치, 경제성 높고 국토 훼손 우려 낮은 장점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137개 국가(2021년 6월 기준)가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한국은 산업화 역사가 짧지만 급속한 경제 성장으로 누적 배출량이 전 세계 13위에 올라 있다. 2018년 기준 영국(-42%), EU(-24%), 일본(-2%), 미국(4%) 등은 199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을 상당량 줄이거나 억제했다. 반면 한국은 같은 기간 149% 증가했다.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다해달라는 요구가 나올 만하다. 경상남도가 탄소 중립을 선도하기 위해 5년간 도내 공공청사에 3㎿의 태양광 설비를 설치한다고 9월 23일 밝혔다. 사진은 마산의료원에 설치된 태양광 설비 / 경상남도 제공 산업환경도 달라지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이 녹색으로 재편되면서다. 제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탄소중립은 피할 수 없다. 애플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GM, BMW 등 331개 기업(2021년 9월 기준)이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를 100% 재생에너지로 조달한다는 캠페인인 RE100에 가입했다. 이들은 협력업체도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길 요구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를 확보하지 못하면 부품사는 거래처를 잃고 대기업들은 재생에너지 구입이 용이한 해외로 생산시설을 이전할 가능성이 있다. 옥상 4분의 1만 활용해도 발전량 18% 충당 일본 산업계가 재생에너지 공급을 2030년까지 50%로 높여야 한다고 수년째 정부에 요구하는 배경에 이런 국제적 흐름이 있다. 국내에선 원전이 정쟁의 수단이 돼서 발목을 잡고 있지만, 재생에너지 확보는 이미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정책대학원, 에너지경제연구원 등의 최근 연구를 보면 RE100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자동차, 반도체, 디스플레이 패널 산업 수출액이 각각 15%, 31%, 4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전은 저탄소 발전원으로서의 의미가 있다. 하지만 경제성은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분석 결과 2025년경 미국, 프랑스, 중국, 인도 등 주요 국가에서 태양광에 역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 원전의 건설 비용이 예상외로 높아지면서 신규 건설이 중단되고, 재생에너지가 늘면서 대형 원전의 출력을 조정하는 상황도 벌어진다. 중국은 원전을 늘리고 있지만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확충에서도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한국은 제9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원자력 발전 비중을 2019년 25.9%에서 2030년 25%로 제시해 점진적인 원전감축을 지향하고 있다. 신재생은 같은 기간 6.5%에서 20.8%로 늘어난다.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달성하는 데도 건설기간이 긴 원전이 기여할 부분은 적다. 원전은 최대한 수명대로 유지하면서 재생에너지 투자에 박차를 가할 시점이다. 관심사는 국내 재생에너지 자원 잠재량이 어느 정도 되는가이다. 잠재량을 알아야, 그에 맞춰 보급 계획을 짤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격년으로 발간하는 <신재생에너지 백서>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의 기술적 잠재량(지리적·기술적 영향요인을 반영해 활용 가능한 양)은 5025GW(설비용량 기준)이다. 현재 국내 총 발전설비용량 130GW의 약 38배이다. 재생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입지자원은 풍부하다는 의미이다. 경제적 영향요인과 지원·규제 등 정책 요인을 적용해 실질적으로 활용 가능한 에너지량인 시장잠재량은 916GW이다. 이중 태양광 시장잠재량만 356GW(설비용량 기준), 495TWh/년(발전량 기준)이다. 2018년 국내 총발전량(570TWh)의 86.7% 수준이다. 건물의 경우 시장잠재량이 아닌 우선공급잠재량. 통상적으로 시장잠재량은 지역별 토지비용 등 경제성이 가장 크게 고려되나, 건물의 경우 대도시 토지비용 등을 고려하지 않고 산정함 / 에너지기술연구원 특히 건물 옥상에 설치한 태양광의 우선공급 잠재량은 무시 못 할 정도다. 에너지기술연구원의 연구결과 2050년 시점에서 건물에 설치 가능한 태양광 설비는 145GW(옥상 면적 25% 사용 가정)로 평가된다. 평균 이용률을 15.38%로 가정하고, 2050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태양광 모듈 효율 34%를 적용하면, 발전량은 연간 177TWh로 예상된다. 현시점의 태양광 모듈 효율(20%)을 적용하면 연간 발전량은 104TWh 정도이다. 옥상 면적은 국토의 1.5%에 불과한데 그 일부만 활용해도 총발전량의 상당 부분을 충당할 수 있다. 건물 옥상은 이미 개발된 지역이고, 유휴부지라 개발에 따른 환경 파괴와 비용 문제에서 자유롭다. 의지가 있고, 적절한 지원만 뒤따른다면 지금 당장 설치 가능하다. 태양광 시장잠재량을 조사한 윤창열 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산림·경관 훼손 문제 때문에 산지형·수상태양광은 포함하지 않았고, 기술개발·보급 초기 단계인 건물일체형 태양광(BIPV)도 넣지 않았다”며 “보수적인 관점에서 임대료가 들지 않는 건물 옥상에도 임대료를 반영했다”고 말했다. 중립성을 두고 공격이 들어올 수 있어서 오히려 많은 부분을 쳐냈는데도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태양광 시장잠재량이 크게 늘었다는 설명이다. BIPV 보급이 늘고, 임대료를 뺄 경우 건물형 태양광 발전의 시장잠재량은 훨씬 커질 수 있다. 태양광 발전 경제성, 2028년 원전 앞서 신재생에너지 발전으로 국토가 훼손된다는 논란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배정환 전남대 경영대학 교수는 “이젠 계획입지로 변경되면서 태양광 초기처럼 난개발로 진행될 우려는 없다”면서 “건물 옥상에 설치한다면 초·중·고와 대학교 등 일정 규모 이상의 교육시설에 먼저 의무적으로 설치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적 효과도 큰데다 민원이 없어 설치하기도 쉽고, 전기 낭비도 큰 곳이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태양광 발전은 100만달러를 투자할 때 15.7명의 일자리가 생길 정도로 높은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다. 에너지 수요가 많은 오후 2~5시의 피크타임에 전력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특성이 있어 과설비 문제 해결에도 효율적이다. 태양광은 분산전원이라 생산된 지역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어 송배전망의 비효율성을 극복하고 송배전에 따른 환경 파괴의 위험도 줄어 지속가능성이 높다. 태양광 분야 기술 혁신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국내에서도 그리드 패리티 달성이 머지않았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결과 대형(3㎿ 이상) 상업용 태양광 발전소의 경우 2028년 이후 원자력에 비해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각에선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중국만 이득을 본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국제적으로 신규 발전 투자는 대부분 태양광인데 중국이 점령할 것이 두렵다는 이유로 포기한다면 이 시장을 다 내주는 꼴이 된다. 정우식 태양광산업협회 부회장은 “중국이 태양광 모듈 1㎿ 라인에 15명을 투입하면 우린 8~10명을 투입해 모듈 자체로는 경쟁력이 있다”면서 “중국에 비해 3분의 1에서 4분의 1 정도만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게 해주면 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규모의 경제를 이루려면 내수 확대가 필요하다. 김성훈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정책실장은 “확대된 내수시장을 통해 기업경쟁력 강화, 고용 확대, 세계시장 진출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 [장르물 전성시대]황태환 , 백상준 (2018. 07. 23 14:35)
- 2018. 07. 23 14:35 문화/과학
- ㆍ좀비인 척하며 사는 ‘우리들의 두 얼굴’ 처음에는 좀비의 출몰에 잔뜩 긴장하게 만들지만 뒤로 가면 우리 자신의 추한 민낯 탓에 고개를 돌리게 만든다. 좀비보다 추한 인간의 몰골, 이것이야말로 좀비소설이 추구해야 할 궁극의 목표가 아닐까. 장마에 이어 찾아온 불볕더위, ‘납량특집’이란 상투적인 타이틀 아래 각종 공포물이 텔레비전과 영화 그리고 만화와 소설을 누비는 시즌이다. 하지만 개인적 원한에 사무친 귀신이 악착같이 달려든다거나 악령에 홀려 집안이 풍비박산 나는 정도로 관객과 독자의 간담을 진짜 서늘하게 할 수 있을까? 요즘처럼 먹고살기 빠듯한 세상에 좀비들이 길거리를 쏘다니는 얘기쯤으로 88만원 세대의 불안을 잠재울 수 있을까? 황태환의 | 황금가지 좀비 이야기도 하기 나름이다. 망해버린 문명의 잔해 속에서 좀비들과 사투를 벌이는 생존자의 영웅적인 투쟁 같은 할리우드식 전개에는 심드렁할 만도 하다. 하지만 최근 요 몇 년 사이 발표된 국내 좀비소설을 보면 벌떼처럼 덤비는 좀비들은 주로 배경요소로나 쓸 뿐, 그와 같은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서 여과 없이 드러나는 인간성이나 부조리한 현실인식에 초점을 맞춘다. 처음에는 좀비의 출몰에 잔뜩 긴장하게 만들지만 뒤로 가면 다름 아닌 우리 자신의 추한 민낯 탓에 고개를 돌리게 만든다. 좀비보다 추한 인간의 몰골, 이것이야말로 좀비소설이 단지 B급 오락소설이 아니라 독자들로 하여금 곱씹게 만드는 사변소설이 되려면 추구해야 할 궁극의 목표가 아닐까. 이러한 시도가 아주 성공적인 국내 좀비소설 두 편을 소개한다. 황태환의 단편 <옥상으로 가는 길>(2012)과 백상준의 장편 <좀비 그리고 생존자들의 섬>(2013)이다. “처음으로 이 저주받은 몸이 고마웠다”는 사내 <옥상으로 가는 길>은 사람들이 거의 다 좀비로 변한 가운데 대도시 곳곳에 고립된 극소수 생존자들이 정부가 헬기로 건물 옥상에 던져주는 구호품으로 근근이 연명하는 근미래가 배경이다. 뜻밖에도 이 소설의 포커스는 좀비와 인간의 대결이 아니다. 한 낡은 건물 1층 상가에 다섯 명이 고립된다. 살아남으려면 각층마다 나 있는 쓰레기 배출구로 옥상까지 올라가 헬기가 떨어뜨린 구호품을 가져와야 한다. 계단에도 좀비들이 득실대니까. 환풍구보다 약간 더 큰 이 통로를 드나들 수 있는 이는 난쟁이 사내 ‘성국’뿐이다. 그 결과 이 작은 폐쇄사회의 권력지형이 예전과 180도 바뀌어버린다. “처음으로 이 저주받은 몸이 고마웠다.” 성국은 왜소한 몸집 탓에 건물청소부로 일하는 것조차 감지덕지했었지만 부지불식간 권력서열 1순위로 올라선다. 그가 있어야만 사람들이 목숨을 부지할 수 있으니까. 대재앙 이후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세상이 폭삭 주저앉으면 기성사회의 이력과 재주는 아무짝에도 쓸모없음을 일깨워준다. 피에 굶주린 좀비 떼가 서슬 퍼런 눈으로 문짝을 두들겨대는 판에 하버드대 로스쿨 출신의 변호사 면허증이나 조폭의 어깨근육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처음에는 성국도 양심껏 돕지만 도움 받는 처지에 놓인 사람들의 천연덕스러운 구태(난쟁이에 대한 조롱과 편견)에 불만을 품고 태업에 들어간다. 굶주린 사람들은 그의 발아래 엎드리고 뜻하지 않게 권력의 맛을 본 성국은 폭주기관차처럼 그들 위에 군림하려 든다. 독재자로 돌변한 성국에게 염증을 느낄 무렵 사람들 앞에 권력의 추를 뒤흔들 새 경쟁자가 나타난다. 식량 부족을 이유로 반대하는 여론을 무릅쓰고 좀비들에게 쫓기던 모자(母子)를 건물 안에 들였더니 정작 그 아이가 자기처럼 좁은 통로를 자유로이 오가며 식량을 가져오는 것이 아닌가. 삽시간에 성국은 왕따가 되고 소년이 새로운 식량공급자로 떠오른다. 이제 성국에게 남은 선택지는 무엇일까? 권력의 정점에 오른 자가 그 영광에 대한 향수를 잊지 못해 추악한 만행을 벌이는 사례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리 새삼스럽지 않다. 지배와 피지배의 심리학을 효과적으로 담아낸 <옥상으로 가는 길>은 마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좀비판 같다. 둘 다 권력의 지형도를 작은 공간에 압축해 선명하게 보여주는 데 성공했으니까. 아니 왜 서로에게 정체를 숨기고 속였을까? 백상준의 | 황금가지 <좀비 그리고 생존자들의 섬>(이하 <섬>) 또한 좀비소설이란 장르적 특질만이 아니라 한국 사회가 당면한 제반문제들을 통렬하게 돌아보게 한다. 건설회사에서 일하던 30대 주인공 ‘나’는 좀비들만 설칠 뿐 인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아파트촌에서 고립된 섬처럼 살아간다. 특기할 것은 주인공이 세계 종말에 대처하는 태도가 지극히 무덤덤하다 못해 시큰둥하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리차드 매드슨(Richard Matheson)의 <나는 전설이다(I Am Legend)>(1954)에 나오는 최후의 생존자가 보여준 비장함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나’는 세상이 무너지든 말든 안중에도 없다. 정신적 공황 따위는 사치다. 대신 ‘나’는 좀비로 되살아난 부모를 다시 한 번 완전히 죽여버린 다음 그 피부를 뜯어내 자기 몸에 붙여서 위장하고 좀비들 속을 돌아다닌다. 이마트에 가서 장봐야 하니까. 좀비는 몰라도 인간은 먹어야 산다. ‘나’는 좀비가 없을 때보다 살아가기 조금 더 불편해졌다고 여길 뿐이다. 물과 가스, 전기가 끊어져 잘 씻지 못하고 몰골이 말이 아니나 이제 누굴 의식할 필요도 없지 않은가. 구하러 오지 않는 군대나 정부를 욕할 때도 있다. 혹시 아는가? 미군이 구하러 올지. ‘나’는 만일에 대비해 갑자기 토익 공부에 열심이다. 미군 병사 앞에서 좀비로 오인되면 곤란하잖은가. 더욱 충격적인 것은 결말이다. 이야기의 클라이맥스에서 ‘나’는 먹을 것이 바닥나자 결단을 내린다. 토목 엔지니어로서의 전공을 살려 폭발물을 구해다 자기 사는 아파트 최상층에다 설치한 것이다. 그리고는 혹시 몰라 좀비들이 서성이는 아래에다 대고 외친다. 곧 무너질 테니 만일 사람이 있다면 대피하라고. 그때 ‘나’는 본다, 말 끝나기 무섭게 좀비들 사이를 헤집고 마치 ‘강물을 거슬러 가는 연어처럼’ 슬금슬금 빠져나가는 13명을. ‘나’는 눈을 의심한다. 열셋, 열셋이나 있다니! 다 나처럼 좀비인 척하며 좀비들 틈에 살아왔다니! 왜 이제까지 서로 알아보지 못했을까? 아니 왜 서로에게 정체를 숨기고 속였을까? 이렇게 소리치면 다 들리는 곳에 함께 살면서 아파트 벽에 메시지를 써놔도 그리고 약수터에서 좀비들 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목숨을 건 탐문을 시도해도 왜 저들은 끝내 묵묵부답이었을까? <섬>은 결말에서 이렇게 묻는다, 세상의 기생충은 좀비가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이 아니냐고. 기회주의자들만 득실대는 세상에서 과연 변화와 개혁을 꿈꿀 수 있을까? 당신이 참여하지 않는 세상이 당신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섬>은 우스꽝스런 좀비 이야기인가 싶더니 막판에 가서 두 얼굴을 가진 우리들의 알량한 자존심을 살점 하나 남기지 않고 발라내버린다.
- 장르물 전성시대
- [신간]옥상정원의 비밀外(2016. 02. 15 17:05)
- 2016. 02. 15 17:05 문화/과학
- 옥상정원의 비밀 박영란 글·이경하 그림·북멘토·1만1000원 사랑하는 형제를 잃어버린 어린 동생들의 슬픔을 담은 동화다. 남겨진 사람들의 슬픔에 공감하고 떠난 이들을 함께 기억하는 연대야말로 마음속 상실감을 치유해줄 최선의 방법임을 이야기한다.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IT 거인들 김환표 지음·인물과사상사·1만5000원 IT산업의 정점에 선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들의 개인적 삶을 비롯해 몸담고 있는 IT기업의 경영철학과 전략 등을 살펴본다. 늙는다는 건 우주의 일 조너선 실버타운 지음·노승영 옮김·서해문집·1만3500원 생물학자인 지은이가 수명과 노화, 죽음에 대해 해설한 책이다. 길가의 가로수도, 내 곁의 반려견도 나와 같이 늙고 죽는 것처럼 늙는다는 건 별일 아닌, 우주의 일이라고 말한다. 고양이 마을로 돌아가다 히라카와 가쓰미 지음·남도현 옮김·이숲·1만3000원 자본주의와 주식회사 체계의 본질을 파헤치고, 경쟁과 탐욕이 지배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인간성을 잃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 신간
- 백화점 옥상, 놀이공간으로 변신(2015. 08. 04 17:22)
- 2015. 08. 04 17:22 경제
- ㆍ용산 현대아이파크몰 풋살경기장 예약 ‘하늘의 별 따기’… 동물원·테마파크 등 다양 직장인 강모씨(29)는 매주 수요일 새벽 출근 전에 백화점에 들른다. 문도 열지 않은 백화점에 쇼핑을 하러 가는 게 아니다. 축구를 하러 간다. 백화점에 풋살경기장이 있기 때문이다. 풋살경기장은 실내에서 하는 5인제 미니 축구 경기다. 백화점이 고객서비스와 마케팅 차원에서 비어 있는 옥상 공간에 풋살경기장을 만들면서 젊은 남성들에게 새로운 ‘놀이공간’이 생긴 것이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옥상이 변하고 있다. 일부 대형마트도 통상 주차장으로 활용하던 옥상에 최근 풋살경기장을 설치하며 남성 고객들을 위한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지방의 경우 백화점 옥상에 동물원이나 소규모 테마파크가 들어서는 경우도 있다. 백화점과 마트의 옥상 공간 활용은 고객서비스 차원도 있지만 관련 매출 상승과 집객효과 등 실리적인 이유도 있다. 온라인과 모바일쇼핑에 밀려 성장이 정체된 백화점과 마트 입장에서는 대규모 옥상 공간은 오프라인 매장의 장점을 살려 손님을 끌어모을 수 있는 비장의 무기이기도 하다.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옥상에 문을 연 테마파크 ‘주라지’ 전경 / 신세계백화점 고객 서비스 강화해 매출 상승 효과 서울 용산 현대아이파크몰 옥상의 5개 풋살경기장에서는 24시간 경기가 열린다. 야간에도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조명탑과 샤워실, 휴게실 등 부대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예약은 ‘하늘의 별 따기’다. 사전 예약을 받는 매달 말일이면 백화점 홈페이지는 학기 초 수강신청을 받는 대학교 홈페이지를 방불케 할 만큼 북적거린다. 주말과 평일 새벽·야간 등 인기가 높은 시간대는 1시간 안에 예약이 모두 마감된다. 아이파크몰 풋살경기장을 이용하는 고객은 월 평균 8000여명 수준이다. 직장인과 대학생, 풋살 동호인 등이 전체의 70% 정도를 차지한다. 유소년 축구교실과 기업 체육대회 대관 등이 나머지 30%를 채운다. 특히 주변 사무실에 근무하는 직장인들이 출근 전 새벽이나 퇴근 후 저녁 운동을 즐긴다고 업체 측은 설명한다. 한 달에 한두 차례 가족 동반 체육대회가 열리기도 한다. 아이파크몰이 옥상에 풋살경기장을 만든 때는 2012년 4월이다. 국내 유통업계에서 처음 하는 시도였다. 대한축구협회장을 겸직하는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53)의 영향도 컸다. 풋살경기장 인기가 높아지며 2013년 2개 구장을 추가로 열었고, 올해 3월에 또 2개 구장을 새로 만들었다. 아이파크몰은 향후 실내 구장 1개를 추가 조성해 전천후 풋살 경기를 할 수 있게 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서일엽 현대아이파크몰 마케팅 이사는 “풋살경기장 오픈 초기에는 직장인과 동호인 중심이었는데 최근에는 유소년 대회가 자주 열리고 친목 체육대회에 주부 대상 교실까지 열리는 등 인기가 치솟고 있다”며 “덕분에 백화점 이미지 제고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애경그룹이 운영하는 백화점 AK플라자도 지난해 12월 옥상에 풋살경기장을 만들었다. 수원점 옆에 젊은층을 타깃으로 한 종합쇼핑몰 ‘AK앤’을 새로 지으면서 7층 건물 옥상에 풋살경기장을 도입한 것이다. 2개의 인조잔디 구장에는 야간경기에 필요한 조명탑과 샤워실, 락커룸, 응원석 등 부대시설이 함께 마련됐다. AK앤이 풋살경기장을 유치한 것은 주력 소비층과 관련이 깊다. 젊음과 트렌드, 맛 등 세 가지 콘셉트로 개장한 AK앤은 유행에 민감하고 합리적 소비를 지향하는 10대 후반부터 30대까지를 타깃층으로 삼았다. 입점 매장도 신사동 가로수길의 로드숍은 물론 스트리트패션, 키덜트, 마니아 스포츠용품 관련 브랜드가 대거 포함됐다. 미니카 서킷장과 풋살경기장 등 놀거리가 들어선 것도 20~30대 젊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안의 하나다. 서울 용산 현대아이파크몰 옥상에 들어선 풋살경기장. / 현대아이파크몰 실제로 AK앤의 풋살경기장은 인근 10여개 대학의 학생들과 직장인들에게 입소문이 퍼지며 인기 시간대인 평일 야간과 주말에 예약을 하려면 한 달 이상을 대기해야 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 월 이용객은 1000명 정도로, 개장 후 누적 이용객 수는 8000여명에 이른다. AK플라자 관계자는 “최근 유통업계의 흐름은 백화점과 영화관, 쇼핑몰 등이 한데 모인 복합 문화공간 쪽으로 가고 있다”며 “여기에 스포츠를 더해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강화했기 때문에 지역의 쇼핑 명소로서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아예 옥상에 소규모 테마파크를 꾸몄다. 신세계는 부산 센텀시티점 9층 스카이파크에 2013년 7월 국내 백화점 최초로 상설 옥외 테마파크 ‘주라지’를 열었다. 4000여㎡(약 1200평) 규모의 주라지는 탐험과 놀이, 휴식을 테마로 한 가족형 테마파크를 표방한다. 전체 디자인은 미국 유명 건축 스튜디오의 대표 디자이너인 알란 마스킨이 맡았다.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되는 주라지는 ‘공룡의 땅’, ‘아프리카 마을’, ‘빗물 정원’, ‘바오밥 숲’, ‘해적선’ 등 놀이기구와 체험시설이 포함된 5개의 공간으로 조성됐다. 신세계는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시간을 보내기에 좋도록 공간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 청량리점 옥상에 마련된 체험 텃밭 ‘시티팜’에서 고객들이 작물을 심고 있다. / 롯데백화점 롯데 청량리점에선 미니 텃밭 운영 신세계가 기존의 옥상 정원을 ‘놀이터’로 바꾼 것은 부산지역의 특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주말 가족 단위 나들이객이 들를 만한 놀이공원이 없는 부산에서 쇼핑과 레저 등을 함께 제공해 차별화를 이루고 지역사회에도 기여하기 위함이다. 반응도 좋은 편이다. 주라지 개장 후 스카이파크는 하루 평균 방문객이 2500여명에서 네 배가량 많은 1만여명으로 급증했다. 연관 매출 상승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다. 주라지가 생기면서 센텀시티점 방문 손님은 5% 이상 늘어났고, 특히 30대 고객층이 10% 이상 크게 증가했다. 아동 매장과 식당가 매출은 두 자릿수 이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롯데백화점도 부산 광복점에 소규모 동물농장을 포함한 옥상공원을 만드는 등 옥상 변신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해 8월 1만5700여㎡(약 4700여평) 규모로 문을 열어 국내 최대 규모 인증을 받은 광복점 옥상공원은 어린이를 위한 동물농장과 연인을 위한 ‘사랑의 자물쇠’, 전망대 등의 공간을 갖췄다. 롯데는 서울 청량리점 옥상에 고객이 직접 재배하는 미니 텃밭인 ‘시티팜’을 운영하고 있다. 매년 네 차례 총 50가족에게 추첨을 통해 텃밭을 분양하는데, 매번 응모 경쟁률이 10대 1에 육박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롯데 관계자는 “텃밭은 부모 고객이 교육 목적으로 아이와 함께 방문하는 경우가 많아 집객과 매출 활성화에 도움이 많이 된다”며 “특히 작물을 계속 가꿔야 하기 때문에 재방문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어서 지역밀착형 백화점 전략으로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 청와대 특보단 신설, ‘옥상옥’ 될라(2015. 01. 20 17:11)
- 2015. 01. 20 17:11 정치
- ㆍ박 대통령, 신년회견서 밝혀… ㆍ정무·홍보 등 공식라인과 업무 겹쳐 갈등 빚을 수도 지난 2012년 1년 동안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는 엄청나게 큰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거기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얼굴과 함께 ‘국민만 보고 가겠습니다’라는 말이 쓰여 있었다. 유권자들은 그 말만 믿고 그해 치러진 총선과 대선에서 1번과 박근혜 후보를 찍었다. 그러나 지금의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이 아닌 ‘나만 보고 가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1월 12일 가진 신년 기자회견에서 “올해는 경제활성화를 통해 국가 재도약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강조하며 ‘경제’라는 용어를 무려 42차례나 언급했다. 하지만 국민들이 박 대통령에게 기대했던 비선실세 의혹·항명파동 등 현안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와 인적쇄신, 국정운영 스타일 개선 등에 대한 방안은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박 대통령은 김기춘 비서실장과 문고리 권력‘3인방’(이재만·정호성·안봉근 비서관)의 교체 여부에 대한 질문에 “교체할 이유가 없다”며 강한 신임 의지를 나타냈다.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이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만 확인된 자리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1월 12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정지윤 기자 “비서실에 사람 없어 문제냐” 비판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박근혜 대통령은 무엇보다 민심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는 것 같다”며 “이렇게 갈 경우 박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시간이 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이 1월 13∼15일 조사한 결과 박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도는 35%로 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1002명 조사,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포인트) 박 대통령이 청와대의 인적쇄신과 시스템 개선 요구와 관련해 밝힌 유일한 구상이 특별보좌관단(특보단) 신설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특보단을 설치하는 것만으로는 국민들의 국정쇄신 요구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이 되지 못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것은 마치 본질(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은 바꾸지 않고 형식(특보단 신설)만 바꾸겠다고 한 것과 같다는 얘기라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소통 부족과 폐쇄적인 국정운영 스타일로 인해 비판을 받아왔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과 부처 장관보다는 비서관 3인방을 통해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는 지적도 여러 차례 받았다.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변화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장관들의 대면보고에 대해 “전화나 그런 것이 더 편리할 때가 있다. 필요하다고 여겨지면 더 늘려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는데, 이 또한 의사소통의 기본을 모르는 발언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수첩인사’라는 말이 널리 통용되듯이 고위직 인사와 관련해서도 어떤 추천과정을 거쳐 등용되고 있는지 베일에 가려져 있다. 비선실세의 인사개입 의혹과 ‘3인방’의 국정개입 의혹사건이 박 대통령의 투명하지 못한 국정운영 스타일에서 비롯됐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랐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지금 비서관실에 사람이 없어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박 대통령이 이들에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느냐, 이들과 자주 소통하느냐의 문제였다”고 말했다. 대통령 특보는 말 그대로 대통령을 ‘특별하게 보좌’하는 자리다. 기존 청와대의 조직인 비서실 또는 국가안보실의 비서관 등 정식 참모와는 다르다. 특보단이 어떻게 구성될지는 아직 구체적인 그림이 나오지 않았지만 정무특보와 언론(또는 홍보)특보는 신설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친박(박근혜)계 등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그동안 청와대 정무기능이 약하다며 정무장관 또는 특임장관 부활을 요구해 왔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에 조윤선 정무수석이 있지만 정무기능보다는 대통령 의전 때에만 자주 나타나는 것 같다”며 “청와대와 여야를 잇는 창구 역할을 할 정무특보가 필요하다는 데 당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가운데)이 2014년 12월 30일 국가경쟁력포럼 송년회에서 모임 총괄간사인 유기준 의원(왼쪽) 등 동료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특보단장에 서청원·한화갑 하마평 여의도에서는 벌써부터 특보 후보들이 구체적으로 거명되고 있다. 특보단장의 경우 친박계의 맏형격인 서청원 의원이 1순위로 꼽히고 있다. 서 의원은 박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고 여권은 물론 대야관계에까지 발이 넓기 때문에 제격이라는 것이다. 야권과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한화갑 한반도평화재단 이사장을 특보단장으로 기용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정치권에서는 보고 있다. 동교동계 출신인 한 이사장은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언론특보에는 박 대통령의 원로 조언그룹인 ‘7인회’ 멤버 중 홍사덕 민화협 상임의장과 조선일보 출신의 안병훈 도서출판 기파랑 사장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특보단 신설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잇따르고 있다. 당장 우리나라에서 ‘특보정치’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7월 미국산 쇠고기 개방에 반대하는 촛불시위가 잇따르자 민심수습 차원에서 호남 출신인 김덕룡 전 한나라당 의원을 국민통합 특보로, 이성준 전 한국일보 편집인을 언론문화 특보로 기용했다. 하지만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들을 기용한 후에도 국민들의 쇠고기 수입 재협상 요구와 촛불집회는 더욱 거세졌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이후 최저인 20% 초반까지 떨어졌다. 특보단과 기존 조직 간의 권한과 업무중복 문제 등 각종 잡음이 발생할 수도 있다. 만약 특보의 권한이 기존의 정무수석, 홍보수석 비서관보다 강할 경우 공조직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수도 있다. 청와대가 ‘백악관 모델’이라며 특보단 신설을 밝혔지만 미국에서도 ‘특보정치’의 폐해는 있었다. 빌 클린턴 대통령 당시 정치컨설턴트였던 딕 모리스를 국내 전략담당 특보로 기용했으나, 본인 업무 이외에 외교전략에도 관여해서 ‘월권’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또한 우리나라의 정치구조상 청와대 비서실과 특보단이 유기적인 협조를 하기도 사실상 어렵다. 박 대통령의 직속 조직이다 보니 특보는 각종 비공식 활동을 많이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비슷한 일을 하는 청와대 공식라인과 갈등을 빚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특보단이 대통령과 멀리 떨어져서 자문단 역할에 그친다면 특보단은 유명무실할 수밖에 없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운영을 하는 데 있어서 조율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라며 “특보와 수석비서관 간에 갈등이 생기면 박 대통령이 개입해서 정리해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정치]통일준비위 출범 초읽기 그들만의 ‘옥상옥’ 예고(2014. 04. 21 16:12)
- 2014. 04. 21 16:12 정치
- ㆍ통일부ㆍ평통 등과 역할 중복 논란 속 야당ㆍ국민의견 배제한 채 일사천리… ㆍ보수진영만의 반쪽 기구로 ‘실효성 없는 준비작업’ 예고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통준위)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통준위는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을 예정이어서 통일과 관련한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통준위가 통일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평통) 등 통일 관련 부처와 기능과 역할이 중복되면서 ‘옥상옥 기구’가 아니냐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청와대는 외교안보수석실과 통일비서관실 주도로 통준위의 사무처 설립 등 조직 구성과 부위원장 등 위원 인선작업을 해 왔다. 통일부는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 청와대를 지원해 왔다. 최근 통준위 위원 인선작업이 마무리됐으며, 통준위 출범은 박 대통령의 최종 재가만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2월 25일 청와대에서 취임 1주년을 맞아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를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통일준비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통준위는 한반도 평화통일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확산, 통일 추진의 구체적 방향 제시, 민·관 협력을 통해 한반도 통일을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 같은 통준위의 역할은 기존 통일 관련 부처나 기관들이 하는 일과 비교했을 때 전혀 새로운 게 없다. 통일부, 평통 및 대통령 자문기관인 통일고문회의와 기능과 역할이 겹친다. 통일부는 통일 및 남북대화, 교류·협력, 인도적 지원에 관한 정책의 수립과 북한 정세 분석, 통일 교육·홍보 그 밖에 통일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고 있다. 통일부의 올해 예산은 3374억원이다. 통준위가 통일 관련 사안을 주도해 나갈 경우 통일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그 위상이 흔들릴 게 뻔하다. 수십억에서 수백억 예산낭비 불 보듯 헌법상 대통령 자문기구인 평통은 통일에 관한 국내외 여론수렴과 국민적 합의 도출, 통일에 관한 범민족적 의지와 역량 결집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평통자문위원은 국내외에 2만여명이 있으며, 이들의 회의 참석비 지급 등 1년 예산으로 238억원을 쓴다. 뿐만 아니라 정부 내 다른 부처와 공기업, 국책연구기관에서도 비슷한 업무를 하고 있는 곳이 많다. 법무부에는 통일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법무부 통일법제과가 있으며, 외교부 산하의 국립외교원에도 안보통일연구부가 있다. 또한 국무총리실 산하 통일연구원은 통일 및 북한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등 통일부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다. 이밖에 LH(한국토지주택공사), 광물자원공사 등 공기업들도 남북협력사업을 담당하는 조직을 갖추고 있다. 통일부와 평통 등이 있는데도 굳이 통준위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통준위가 예산 낭비만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통준위를 운영하는 데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까지 ‘국민 혈세’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박주선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박근혜 정부는 돈이 없어서 ‘65세 이상 모든 어르신들께 20만원씩 지급하겠다’는 복지공약마저 파기했다”며 “통일부와 평통이 있는데도 수십억에서 수백억원을 들여 통준위를 만드는 것은 전형적인 예산 낭비”라고 말했다. 통준위는 박근혜 정부와 일부 보수진영만을 위한 ‘절름발이 기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는 통준위가 국민적 통일 논의를 수렴하고, 통일 한반도의 청사진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혀 왔다. 통준위가 명실공히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범정부기구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통준위 설립과정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과 전혀 소통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의견수렴은 도외시하고 속도전으로 일관했다. 통일부는 지난 3월 14일 ‘통일준비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을 입법예고했다. 통일부는 ‘이 제정안에 대해 의견이 있는 기관, 단체 또는 개인은 3월 17일까지 의견서를 제출하라’고 홈페이지에 공고했다. 통준위 관련 의견수렴을 단 4일만 한 것이다. 그나마 4일 중에 평일은 14일(금)과 17일(월) 이틀에 불과했다. 당연히 이 기간에 들어온 국민들의 통준위에 대한 찬·반 의견은 한 건도 없었다. 보통 법 제정과 개정을 위한 입법예고 기간은 충분한 의견수렴을 하기 위해 40일 정도를 준다. 이에 대해 통일부 관계자는 “보통 입법예고는 찬반 양측의 대립되는 의견이 있을 때 하는 것인데, 통준위 설립의 경우는 그럴 것이 없다고 판단해서 짧게 했다”고 해명했다. 박 대통령 ‘대박론’ 내세워 진두지휘 통준위 설립과정에 야당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청와대에 요구했지만 그 역시 철저히 무시됐다. 박 대통령이 통준위 설립계획을 발표하자 당시 민주당은 “통준위가 또 하나의 관제기구가 아닌 그야말로 국민통합적 기구가 돼야 한다”며 여·야·정 실무준비팀 구성을 제안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에 대해 지금까지 야당과 단 한 번도 상의하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들은 통준위는 기존의 통일 관련 기구와 달리 통일에 대비해 각 부처와 전문가가 참여해 구체적인 준비작업을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 캠프에 참여했던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지난 2월 한국국제정치학회 학술회의 만찬사에서 “단순히 통일 담론 논의 단계를 넘어 방법론으로, 구체적인 액션 플랜으로 구체화해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통준위가 특정 시점에 통일이 될 것을 염두에 두고 화폐통합 같은 준비작업을 한다 해도 실효성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통일 준비작업을 남한에서만 일방적으로 하면 아무런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통일 이후에 남북한이 공통으로 따를 제도나 액션 플랜은 남북한 당사자들이 시간을 두고 논의해 합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게 상식이다. 전문가들은 이 부분에서 박근혜 정부가 통일을 과정으로 이해해야 하는데, 결과로만 이해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통일 시점을 미리 정해놓고 하는 남한만의 통일 준비는 아무런 쓸모가 없는 것”이라며 “만약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한다면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통일과는 더욱 거리가 멀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북한 급변사태에 따른 남한 정부의 대응계획은 역대 정부 때마다 만들어 왔다. 때문에 이와 관련된 각 분야에서의 축적된 자료도 꽤 많이 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통일 이후에 남북한이 모두 따를 수 있는 액션 플랜은 아니다. 통일의 파트너인 북한도 박근혜 정부의 통일 구상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북한은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 방문을 통해 내놓은 ‘드레스덴 통일 구상’에 대해 “흡수통일로 이뤄진 독일에서 이런 발언을 했다는 것 자체가 불쾌하다”며 거부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조만간 통준위를 진두지휘할 예정이다. ‘통일대박론’에 이어 통준위를 통해 강력한 ‘통일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역대 정권에서 만든 수많은 위원회들이 정권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사라졌듯이 통준위도 그런 운명에 처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다. 한 북한 전문가는 “통준위는 정말로 필요 없는 조직이다. 오히려 한쪽 진영의 목소리만 대변하는 국론분열기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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