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옵션
닫기
범위
전체
제목
본문
기자명
연재명
이슈명
태그
기간
전체
최근 1일
최근 1주
최근 1개월
최근 1년
직접입력
~
정렬
정확도순
최신순
오래된순

주간경향(총 57 건 검색)

[우정 이야기] 조선업 외국인 노동자의 한국 정착 ‘도우미’
[우정 이야기] 조선업 외국인 노동자의 한국 정착 ‘도우미’(2024. 05. 15 06:00)
2024. 05. 15 06:00 경제
거제우체국 직원이 지난 5월 2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특화훈련 중인 외국인 노동자에게 알뜰폰, 체크카드, 국제특급우편(EMS) 등을 안내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 제공 조선업이 오랜 불황을 벗어나 최근 호황기를 맞았다. 지난해 HD한국조선해양은 2020년 이후 3년 만에, 삼성중공업은 2014년 이후 9년 만에 연간 흑자를 기록했다. 한화오션은 영업손실 규모를 2022년 1조6136억원에서 지난해 1965억원으로 줄였다. 조선 3사는 올 1분기에도 각각 연결기준 1602억원, 779억원, 529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하거나 흑자 폭을 키웠다. 조선업이 살아나기 시작한 2021년과 2022년 수주 물량이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친환경 선박 교체 수요 증가와 미·중 갈등 및 달러 강세까지 더해 15년여 만에 최대 호황을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선업 경기가 살아나면서 해결해야 할 문제 중 하나가 인력난이다. 업계가 과거 침체기에 구조조정으로 덩치를 줄인 후 국내 신규 인력이 유입되지 않으면서 외국인 노동자가 급증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집계를 보면 지난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조선업 신규 충원 인력 중 외국인은 1만2359명으로 전체의 86%를 차지했다. HD한국조선해양 계열사인 HD현대중공업의 울산조선소가 있는 울산 동구 거주 외국인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 6978명으로 1년 전보다 2989명(74.9%) 늘었다. 외국인 노동자가 안전한 환경에서 일하고, 국내 생활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도록 하는 게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면서 우정사업본부도 힘을 보태기로 했다. 우정사업본부는 올 연말까지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와 협업해 공동훈련센터에 입교하는 비전문 외국인력(E-9)에 국내 적응에 필요한 물품을 지급하고, 우체국의 우편 상품과 금융서비스를 안내한다. E-9 비자는 비전문 취업(단순 기능직) 요건을 갖춘 자에게 제공하는 체류 자격이다. 국내 고용주가 노동부에 허가 신청을 하면, 외국인은 고용주와 근로계약을 체결한다. 취업기간은 기본 3년, 최대 4년 10개월이다. 거제조선소는 외국인 노동자 입국 후 초기 3~4주 동안 조선업에 필요한 기술훈련과 산업안전교육 등을 하고 있다. 거제우체국은 지난 5월 2일 거제조선소를 찾아 외국인 노동자 20여명에게 의약품·식료품 키트를 제공하고, 우체국 알뜰폰 서비스, 체크카드, 국제특급우편(EMS) 이용 방법 등을 안내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페르디나요가씨(31)는“우체국에서 통장과 카드를 만들어 주고, 고향으로 보낼 EMS 할인요금도 알려줬다”면서 “한국 생활이 낯설지만 우체국에서 도움을 줘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90일 미만 단기체류하는 외국인도 여권을 갖고 우체국에 가면 예금계좌를 만들 수 있다. 90일 이상 장기체류자가 여권, 외국인등록증을 가지고 우체국을 방문하면 예금계좌, 현금카드, 전자금융서비스를 신청해 이용할 수 있다. 보험은 장기체류 비자가 있고, 약관과 청약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한국어 능력이 있어야 가입할 수 있다.
우정이야기
[박이대승의 소수관점](34)외국인은 누구인가
[박이대승의 소수관점](34)외국인은 누구인가(2023. 12. 11 07:05)
2023. 12. 11 07:05 사회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지난 칼럼에서 이민에 관한 내용을 다뤘다. 이민을 확대하든 말든, 그에 관해 논의하려면 반드시 선행돼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외국인이라는 범주를 재검토하는 작업이다. 국적법과 실제의 차이 한국에서 ‘우리나라 사람 vs 외국인’은 인간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인식 틀 중 하나로 작동한다. 외국인의 정확한 의미는 무엇일까? 아마 대부분 ‘한국 국적을 갖지 않은 사람’이라고 답할 것이다. 국적법 역시 그렇게 정의한다. 그런데 저 말이 사용되는 실제 사례를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행정안전부는 매년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주민 현황’을 발표한다. 이 통계가 사용하는 세부 범주를 보니 흥미로운 점이 있다. ‘외국인 주민’은 다음 세 가지 하위 범주로 나뉜다. 1)한국 국적을 가지지 않은 자 2)한국 국적 취득자 3)국내 출생한 외국인 주민 자녀. 그런데 방금 말한 외국인의 정의에 따르면, ‘한국 국적 취득자’는 한국인 아닌가? 한국 국적을 취득한 사람이 왜 ‘외국인 주민’으로 분류되는 것일까? 외국인이 한국 국적을 취득하면 한국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한국 국적을 취득한 외국인이 되는 건가? ‘국내 출생한 외국인 주민 자녀’에는 귀화인의 자녀도 포함된다. 이들은 출생과 동시에 한국 국적을 취득한 한국인이지만, ‘외국인 주민’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이 통계는 ‘다문화 가구’에 관한 내용도 포함하는데, ‘한국 국적 취득자’와 한국인이 결혼한 경우, 즉 한국인끼리 결혼했을 때도 다문화 가구로 분류된다. 이런 이상한 분류법의 실제 의도를 드러내는 내용이 있다. 한국인이 한국 국적을 상실했다가 다시 회복한 경우에는 ‘한국 국적을 취득한 외국인’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이런 분류법 전체가 일종의 ‘오리지널 한국인’을 전제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오리지널이 아닌 사람은 한국 국적을 취득해도 여전히 외국인으로 분류되고, 오리지널은 외국인이 됐다가 국적을 회복해도 한국인으로 인정된다. 분별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상황을 보고 기겁할 수밖에 없다. 누군가 ‘국가의 인종주의’라고 비난해도 반박하기 어려울 것이다. 생각해 보라. 만일 당신이 한국에서 귀화인의 자식으로 태어나, 한국 국적을 가지고 평생을 살았는데, 국가가 당신을 ‘외국인 주민’으로, 당신 가족을 ‘다문화 가구’로 분류한다면, 명백한 차별이라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외국인이라는 말 역시 항상 국적에 관련된 것은 아니다. ‘일반적인 한국인의 외모’와 다른 사람을 보면 무조건 외국인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다. 한국에서는 언젠가부터 ‘외국인 예능’이 하나의 장르가 됐는데 한국으로 귀화한 사람도 종종 출연한다. 이들이 외국인으로 인식되는 이유는 국적이 아니라 ‘일반적인 한국인’과 다른 신체적 특징이나 개인사를 가졌다는 점에 있지 않은가? 모든 국가가 국적에 따라 자국 시민과 타국 시민을 구별하지만, 한국에서 ‘우리나라 사람’이란 단지 한국 국적뿐 아니라 한국인 부모, 한국어 사용 능력, 한국인의 외모 등을 모두 갖춘 사람을 말한다. 이런 조건 중 만족시키는 것이 적을수록 외국인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커진다. 한 마디로 한국에서 외국인이란 다른 국적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우리 아닌 사람’을 지칭한다. 이런 식의 이해 자체가 차별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수많은 차별적 행위가 여기에서 비롯한다. ‘우리’만의 세상 ‘우리’와 ‘우리 아닌 사람’을 어떻게 구별하는지에 따라 한 문화의 특징이 결정된다. 거칠게 말해서 유럽인은 자신의 관점에서 비유럽인에 대한 인식 체계를 구축하면서, 세계 전체를 ‘우리 유럽인’의 표준에 따라 재조직하려고 시도해 왔다. 반면 동아시아인은 ‘우리 아닌 사람’에게는 무관심하고, 오로지 ‘우리’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데 관심을 가진다. 그래서 유럽인은 타자를 자신의 존재론적 분류표 안에 배치하는 데 집착하지만, 동아시아인은 ‘우리’가 될 수 있는 조건을 강화하면서 순수한 ‘우리’를 유지하는 데 몰두한다. (가장 극단적인 경우가 북한이다. ‘우리’에 대한 그들의 집착을 보라.) 이 두 가지 경향 모두 폭력적 차별로 드러날 수 있지만, 차별의 종류와 형태는 완전히 달라진다. 이민자에 대한 유럽과 한국의 대응 방식이 전혀 다른 이유 중 하나도 여기에 있다. 이런 맥락에서 국어, 우리말, 우리글, 우리나라 따위의 표현을 보면 꽤 흥미롭다. 여기엔 ‘국(國)’이 어느 나라인지, ‘우리’가 누구인지가 없다. 영국에서는 영어를, 프랑스에서는 프랑스어를 가르치지만, 한국 과목 이름은 한국어가 아니라 국어다. 우리말과 우리글은 한국어와 한글을 대체하는 고유명사로 널리 사용된다. 이런 단어들은 특정한 상황에서 발화될 것을 가정하고 있다. 즉 화자와 청자 모두 한국어를 하는 한국인일 때만 정상 작동한다. 한국어를 하는 미국인이 모였을 때, 누군가 ‘우리말은 배우기 쉽다’라고 말한다면, 이는 한국어와 영어 중 무엇을 지칭하는 것일까? 이런 상황은 상상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디즈니플러스에서 제공하는 영상의 엔딩 크레딧에는 언어별 더빙 및 자막 제작진이 나온다. 다른 모든 언어는 일본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으로 표기되는데, 오로지 한국어의 경우에만 ‘한국어 제작’이 아니라 ‘우리말 제작’으로 돼 있다. 한국인 시청자 대부분은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하겠지만, 한번 상상해 보자. 전 세계 사람들이 보는 엔딩 크레딧에 ‘english version’이 아니라 ‘our language version’이라고 표기돼 있다면, 시청자는 혼란스럽지 않을까? 우리말 같은 표현이 고유명사로 사용되는 것은 ‘우리말 사용자’와 ‘우리나라 사람’이 일치하는 순수한 언어 공간을 상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어를 하는 ‘외국인’, 또는 ‘외국어’를 모국어로 갖고 있는 한국인이 그 공간에 들어오는 순간, ‘우리말’은 고유명사로서의 가치를 상실하고, 애매한 기표가 돼버린다. 물론 그런 순수한 언어 공간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어가 공용어인 국가는 한국만이 아니고, 요즘 같은 시대에 한국인만 한국어를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순수한 우리’를 가정하고 있는 건 비단 언어 영역만이 아니다. 한국의 사회관계, 문화, 국가 제도 등 거의 모든 것이 ‘우리’만 존재하는 상황을 가정하고 있다. ‘외국인’과 ‘다문화’는 그런 순수성을 유지하기 위한 인식 도구다. 하지만 그런 도구가 작동할 수 있는 시대는 이미 끝나지 않았는가.
박이대승의 소수관점
[메디칼럼](32)외국인 노동자, 의료 전문직은?(2023. 10. 13 11:06)
2023. 10. 13 11:06 건강
병실에서 간병인이 환자를 돌보고 있다. 노령화로 인해 돌봄 수요가 계속 늘고 있지만, 일이 고단해 기존 간병인들도 일을 그만두기 일쑤다. 의료계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가장 많이 들어와 있는 분야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요즘 최대 이슈는 인구 문제가 아닐까. 2022년 합계출산율 0.7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최하위다. 특히 1.0명 이하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점차 아이를 낳지 않아 실질적으로 노동인구가 확연히 줄었다. 일선 현장의 구인난도 심각하다. 앞으로 나이 든 사람들을 부양하기 위한 청소년과 청년층의 부담은 가중될 게 자명하다. 연금 문제, 노동 인구 문제, 급속도의 고령화 등 모든 것이 연결돼 있으므로 대책이 시급하다. 인구 감소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기술 발전으로 인간은 노동할 필요가 줄어들고, 재화는 적절한 재분배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그런데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지 못하는 분야가 분명 존재한다. 또 대체할 수 있다 하더라도 급격한 변화에 대응해 연착륙을 위한 완충적인 시기를 준비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구절벽과 외국인 노동자 유입 현재 단순노동, 즉 3D 분야에 많은 외국인 노동자가 유입되는 현상은 피부로 느낄 만큼 보편화됐다. 최근 몇 년간 식당에 가보거나 지역에 들러보면 몽골,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등에서 온 수많은 외국인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여러모로 외국인들에게 매력적인 곳이다. 그들의 고국에 비해 고임금을 받을 수 있으며, 몇 년 동안 열심히 일하면 많은 걸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살기 좋은 환경도 우리나라를 더욱더 인기 있게 만든 배경이라 할 수 있다. 국내 체류 외국인은 약 225만명. 그중 고용 허가를 통해 유입된 외국인 노동자들이 건설현장에만 10만명 이상, 농업 분야에는 4만여명이 있다. 대부분 비숙련 단기 비자를 받은 사람들이다. 물론 내국인 고용 비율 등 내국인 역차별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 하지만 기피 분야에서는 내국인이 워낙 부족하다 보니 비율만큼 고용하지 못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그만큼 여기저기서 일손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외국인을 받을 수도 없다. 고용 허가를 통해 들어온 인원들은 당연히 한 사업장에서 일정기간을 채워야 하는 규정이 있지만, 소위 야반도주하는 사례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견디기 힘든 업무환경 탓이 크다. 불법 이탈자가 생기고 만다. 더불어 사각지대의 범죄율이 올라가는 상황도 연쇄적으로 벌어진다. 결국 외국인 관리도 중요 문제로 두드러지고, 국민 정서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외국인 관련 사항과 규제 등을 조금만 들여다보니 정말 복잡하기 그지없다. 법무부, 고용노동부, 교육부, 여성가족부 등이 다문화 가정, 외국인 취업 정책 등을 담당한다. 비자 발급과 출입국 사무소 관련 사항은 법무부 소관이다. 법무부가 추진 중인 출입국·이민관리청(속칭 이민청) 설치에 대한 제안은 어느 정도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 8월 서울 용산구 용산역광장에서 전국이주노동자대회가 열렸다. / 권도현 기자 의료계는 상대적으로 아직 느긋한 상황이다. 수많은 직군이 면허 관련 직종이고, 국가에서 직접 관리하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특히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은 인기가 높고, 각자의 영역과 관련해 단체 간 갈등의 소지도 있을 정도로 좋은 대우를 받는 직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응급구조사, 물리치료사 등 병원 내 모든 구성원이 취직을 보장받는 좋은 직종으로 분류된다. 사무 행정직, 청소, 식당, 간병인 등 면허가 필요 없는 분야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이중에서도 가장 많은 인원이 필요한 쪽은 간병인이다. 앞으로 노인인구가 많아지면서 24시간 돌봄이 가능한 인력은 부족해질 게 뻔하다. 지금도 70%가량은 중국인과 러시아인이라 보면 된다. 그만큼 외국인 노동자가 많이 들어와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최소 2만~5만명은 더 필요해 보인다. 일 자체가 굉장히 고단하고 힘든 직종이어서 기존에 있던 간병인도 빠져나가는 사례가 계속 발생한다. 제도의 미비함을 개선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하는 까닭이다. 간병은 힘들지만 나름의 비법과 충분한 교육이 없다면 양질의 서비스가 불가능한 분야이기도 해서 국가의 개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당장은 급하지 않겠지만 간호 인력 부족 현상도 추후 심각해질 수 있다. 지금도 간호사 구하기가 쉽지 않다. 간호조무사 또한 마찬가지다. 분명 발급된 면허 수는 상당한데, 구인이 어려운 것은 왜일까, 생각해봄 직하다. 적정기간 숙련 과정을 거쳐 이제 같이 지낼 만하다는 생각이 들 때쯤이면 이직을 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도 신경 써야 할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법적으로 의사는 일정 수 이상의 간호사 인력을 고용해야 한다. 심지어 작은 소형 의원조차 많은 간호조무사 인력을 필요로 한다. 그만큼 의료는 많은 고용 창출 효과를 낼 수 있으며, 그에 따른 합당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분야다. 지금도 구인이 만만치 않은데, 앞으로는 더해질 것이다. 빠르면 5~10년에 쓰나미 같은 상황이 몰려올 수 있다. 추이를 살펴 대책을 세워야 한다. 시기적으로 이르게 보일지 몰라도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의료 분야 전문직 인력은 어떨까 의료 면허는 굉장히 예민한 문제다. 각 직군 단체의 입김이 워낙 강해 정치권의 조율이 쉽지 않다. 한 가지 제언을 하고 싶다.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동남아 국가와 국내 의료 면허를 서로 인정해주는 제도를 발효해보면 어떨까. 이렇게 되면 인력 수급이 편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해당 분야 전문 지식 못지않게 한국어 실력이 따라야 한다는 점이 변수다. 의료 분야는 영어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다른 전문 분야보다 상대적으로 소통이 원활하다는 건 다행이다. 충분한 사전 교육과 해당 나라의 국가적 의료시스템이 우리가 인정할 만한 수준으로 뒷받침된다면 활발한 교류가 가능하다고 본다. 아마도 가장 높은 문턱은 각 의료단체의 의견이 될 터이다. 각자의 이익을 가감하는 계산법에 따라 수용 여부가 결정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점에서 현실적으로 멀어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 도래한 것만은 분명하다. 전문직 외국인이 우리 사회에 걸림돌이 될지 디딤돌이 될지 숙고할 때다. 우리나라는 특히 노동 분야에서 노조의 법적 지위가 강하다. 그런데도 젊은 인력의 유입은 힘든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달리 말하면 모두가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얘기일 수도 있다. 최소한의 인권 대우나 최소 임금 수준 보장을 통해 사각지대는 없애야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노동 관련 법규를 외국인에게 똑같이 적용한다고 했을 때 모든 내국인의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국내 노조들이 고민해봐야 할 대목이다. 앞으로 인구 구조가 바뀌면서 대대적인 사회 구조 개혁이 일어날 수 있다. 우리의 책무는 미래세대가 잘 살아갈 수 있도록 틀을 만드는 일이다. 올해 들어 코로나19가 실질적으로 끝났다. 내년부터 당장 외국인 노동자 쿼터가 늘어난다고 한다. 본격적으로 불어올 거센 변화의 바람에 과연 우리는 제대로 대비하고 있는 것일까.
메디칼럼
노동시간 단축 대신 외국인노동자 투입···이런다고 애 낳을 맘 생길까(2023. 09. 01 10:57)
2023. 09. 01 10:57 사회
지난 7월 31일 열린 외국인 가사노동자 시범사업 계획안 공청회에서 한국여성노동자회 등 노동·여성단체 활동가들이 정부의 시범사업 추진 강행을 비판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 김창길 기자 저출생 원인으로 일·가정 양립이 어려운 장시간·불안정 노동, 과도한 주거비용과 사교육비, 성 불평등 등이 지목된다. 합계출산율 0.78은 저출생을 야기하는 한국사회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지난 7월 31일 고용노동부는 저출생 대책 일환으로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은 한국사회에 필요한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한다. ‘비용 절감’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답습한 정책이라는 비판이다. 그 결과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은 실효성 없이 오히려 저출생을 악화시키는 정책이 되리라는 우려도 나온다.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은 지난해 9월 오세훈 서울시장이 국무회의에서 제안하면서 이슈로 떠올랐다. 지난 3월에는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을 전제로 최저임금 적용을 배제하는 가사법 개정안을 발의해 논란이 됐다. 지난 5월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을 주문했고, 이후 정책은 빠르게 추진됐다. 고용노동부는 비전문 취업비자(E-9)에 가사서비스 분야를 확대하고 이르면 올해 안에 필리핀 등 외국인 가사노동자 100여명을 국내에 도입하는 시범사업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최저임금제 적용을 받으며 최소 6개월 이상 서울시 가정에서 일하게 될 예정이다. 수요 얼마나 될까 전문가들은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이 자녀를 양육하는 가구의 실제 수요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전국 성인 15~59세 2만2000명을 대상으로 한 ‘2022년 전국 일-생활 균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일하는 양육자의 일-생활 균형을 위해 일하는 시간과 돌봄 시간 중 어떤 시간을 보장해주는 것이 필요한지도 조사했다. ‘양육자의 일하는 시간은 그대로 유지하고 주로 서비스나 타인의 도움을 활용하도록 지원하는 것’과 ‘양육자의 직접 돌봄이 이루어지도록 주로 일하는 시간에 대폭 변화를 주는 지원을 하는 것’ 중 어떤 것을 선호하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일하는 시간 보장’보다 ‘자녀를 직접 돌보는 시간을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성·연령·학력·소득수준과 관계없이 일관되게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이민정책연구원이 발행한 이슈 리포트 <‘돌봄’의 관점에서 본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장주영 부연구위원)은 해당 조사를 인용하며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이라는 정책의 방향성이 자녀를 직접 돌볼 수 있는 시간을 늘려달라는 국민의 요구와 일치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다 보니 정부와 서울시가 시행한 수요조사를 공개하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8월 28일 고용지방노동청 앞에서 열린 ‘이주·가사 돌봄노동자 시범사업 저지 공동행동(공동행동)’ 기자회견에서 송미령 가사·돌봄유니온 사무국장은 “고용노동부는 ‘내국인 종사 인력 감소와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어 저출산에 대응하고 여성경력 단절방지를 위해 외국인력 활용요구가 증가되고 있다’라고 했다. 어떤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 것인가”라고 비판하며 “수요조사를 했다면 그 결과를 공개해 달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수요조사와 관련해 “고용노동부 외국인력정책위원회에서 공개할 방침이다”라고 밝혔다. 외국인력정책위원회는 9월에 열릴 예정이다. 수요가 있어도 일부 소수 계층에만 해당되는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월 200만원 이상을 주고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고용하는 가정은 현실적으로 소수에 불과하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다른 국가들의 경험을 통해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이 출생률 제고에 효과가 없다는 것이 이미 알려졌다.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은 국가가 책임져야 할 돌봄서비스를 시장에 맡기고 지불 능력이 있는 소수 가정에만 혜택(장기적으로는 혜택이라 볼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을 주는 무책임하고 근시안적인 정책이다”라며 “대다수 다른 가정은 똑같은 시민이라도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출생률을 높이고, 성평등한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복지국가의 패러다임 자체가 변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역행하는 제도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필리핀 가사노동자 고용으로 자녀의 영어 교육 효과를 기대하는 수요가 있다고도 한다. 이런 주장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그렇다 하더라도 그야말로 소수 엘리트, 일부 중산층에서 대졸에 영어를 구사하는 외국인 젊은 가사노동자를 국내 가사노동자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고용하려는 수요다. 극히 일부의 수요를 위해 여러 가지 부작용이 우려되는 정책을 도입해야 하나”라고 비판했다. 해당 정책의 수요가 극히 제한적일 것으로 예측되면서, 서울시가 지원하기로 한 1억5000만원 상당의 외국인 가사노동자 초기 정착비용에 대한 타당성 논란도 이어진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비현실적이며 여러 가지 면에서 위험할 수 있는 정책이다. 입주 외국인 가사노동자의 경우 그의 안전을 보장하기 어렵다. 성폭력과 학대, 폭력, 장시간 노동 등 인권침해의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다”라며 “출퇴근을 한다면 그들의 거주지는 어떻게 제공할까. 외국인 가사노동자의 주거비용을 시에서 일부라도 부담한다면, 그것이 정당화될 수 있을까. 중산층 가정에 풀타임 가사노동자를 파견하기 위한 비용을 서울시민이 부담해야 한다면 시민들이 동의할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해 9월 국무회의에서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을 제안했다. / 연합뉴스 노동시간 단축과 기업 책임 강화 전문가들은 저출생의 해법을 한국사회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변화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앞서 보건사회연구원 실태조사가 시사하듯, 자녀를 직접 돌볼 수 있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동시간 단축이 필요하다. 한국사회의 ‘장시간 노동’과 ‘남성생계부양자 모델’은 저출생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주희 교수는 “저출생의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장시간 노동이 핵심 원인 중 하나다. 조직이 장시간 노동을 선호하면, 가사와 육아의 부담을 더 지고 있는 여성은 승진하기 어렵거나 심지어 경력단절이 되기 쉽다”라며 “그 결과 여성은 남성보다 훨씬 덜 일하는 불안정한 시간제 일자리밖에 재취업할 기회를 얻지 못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여성은 자녀를 낳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성이 장시간 노동을 하고 여성이 남성을 대신해 가사와 육아를 전담하는 ‘남성생계부양자 모델’을 보편적 생계부양자 및 돌봄자 모델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 남성과 여성 모두 일과 돌봄을 병행할 수 있게 하려면 당연히 노동시간 단축이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시간 단축은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업의 부담과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어져야 한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가 앞다퉈 내놓는 저출생 대책에는 기업의 책임을 유도하는 맥락은 상당 부분 빠져 있다. 정재철 강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강사는 “인구위기는 국가적 접근으로 해결해야 하며, 기업 책임을 유도해야 한다는 발상 없는 지금의 위기대응은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까지 가정의 출산 및 양육으로 가장 큰 혜택을 본 집단은 기업이다. 그 같은 관점에서 보면 우리 기업은 전혀 저출생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미래 노동력 확보’라는 관점에서 출산 및 양육 과정의 혜택을 기업이 과도하게 누리는 만큼 기업도 출산 및 양육에 기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는 단순히 개별 기업의 복리후생이나 노사협약이 아닌 국가적 차원의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정재철 강사는 19세기 영국의 아동 노동착취에 국가가 개입한 사례를 설명했다. 1842년 ‘아동 노동에 대한 왕립 위원회 실태 보고서’는 가혹한 아동 노동실태를 드러냈다. 이후 영국은 탄광에서 일하는 아동노동을 규제하는 ‘광산·탄광법’을 통과시켰다. 정 강사는 “개별 기업의 입장에서 아동 노동착취는 이익이지만, 총자본인 국가의 입장에서는 노동력의 손실이다. 아동은 국가가 보호하고 길러야 하며 개별자본에 맡기면 안 된다는 게 그간의 역사적 경험이다”라며 “이런 인식은 인구정책을 미래를 위한 사회투자개념으로 봐야 한다는 ‘예방적 사회정책’의 등장으로 이어졌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동 양육지원이라는 ‘예방적 사회정책’의 혜택은 기업이 본다. 그런 관점에서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을 비롯해 세액공제·다자녀 우대정책 등 개별적·가족적·세대적인 접근은 해결책이 못 되며, 공동체적 관점에서 기업도 책임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저출생 위기는 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저출생’ 악화할 수도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한국의 저출생 위기가 심각하기 때문에 다양한 정책을 시도라도 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황무지에서 작은 낱알을 찾자는 것”이라며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을 주장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대표적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시범사업은 말 그대로 시범사업”이라며, 시범사업 결과를 보고 정책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 있다고도 했다. 시민사회나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접근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시범사업 자체를 막아야 한다고 반박한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일단 시범사업이 시작되면 끝이다. 이후에는 확대 추진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시범사업 추진은 본사업으로 진행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담겨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시범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더라도 본사업에서 동일한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주영 이민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정부와 서울시는 어떻게든 긍정적인 결과를 끌어낼 수 있는 사용인(신청 가구)과 노동자들을 모집할 것이다. 최대한 경력이나 나이·언어·능력 면에서 괜찮은 자격조건을 갖춘 사람들을 데려오려고 노력할 것이고, 사용인들도 마찬가지로 선발할 것이다”라며 “그래서 시범사업이 더 위험하다고 본다. 100명을 도입하는 시범사업에 성공했다고 치자. 그렇다고 ‘이게 정말 훌륭한 제도다’라고 과연 결론내릴 수 있을까. 이 제도를 확대한 이후에도 동일한 질의 수요와 공급을 보장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서울시는 시범사업 사용인 선정방식에 대해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이 또한 9월에 열리는 외국인력정책위원회에서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3월 열린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황무지서 작은 낱알을 찾자”며 시작한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이 오히려 저출생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출산과 가족에 대한 서울 청년의 인식을 다룬 2023년 연구보고서 <세계 대도시 시민들과 비교한 서울시민들의 젠더와 돌봄에 대한 인식>(허정원 서울대 연구교수)에 따르면 자녀를 기쁨으로 느끼는 비율보다 부담이라고 느끼는 비율이 높은 도시는 15개 국가 대표도시 중 서울과 도쿄뿐이었다. 서울시민 응답자의 81%는 자녀를 경제적 부담으로 여겼다. 아이의 성장을 보는 것이 인생의 가장 큰 기쁨이라는 응답자도 68%에 그쳤다. 특히 자녀가 기쁨이라는 긍정적 가치에 대한 태도는 무자녀 응답자가 유자녀 응답자보다 30%포인트 정도 낮게 나타났다. 장주영 부연구위원은 최근 수행한 <‘돌봄’의 관점에서 본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에서 이 조사를 인용하며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이 젊은 층의 이러한 가치관을 더 강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 부연구위원은 “지금 정부가 젊은 세대에게 보내고 있는 시그널은 ‘저출생이라 아이를 낳아야 하는데, 여러분은 나와서 노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아이를 돌볼 시간이 없다. 아이를 돌보는 일은 중요하지 않고 또 돈까지 드는 일이니 이를 저렴한 값에 해결해 주겠다’라는 것이다”라며 “지금 출산을 유도해야 하는 집단에 전혀 호소력이 없는 정책인 셈이다. 한마디로 ‘출산과 육아는 힘들고 보상은 낮은 일이다’라고 정부가 선언해 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돌봄의 핵심은 ‘비용’ 아닌 ‘관계’ 또 다른 문제는 준비 없는 졸속 도입이다. 정부가 빠른 속도로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 시범사업을 추진해도 될 만큼 한국사회는 과연 충분히 준비돼 있을까. 한국사회가 ‘돌봄노동’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고 있는지, 외국인노동자들을 불합리한 차별과 착취 없이 동등한 구성원으로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앞선다. 가뜩이나 평가절하된 돌봄노동의 가치는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으로 인해 더 저평가될 수밖에 없다. 이주희 교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무보수로 가정 내 돌봄노동을 하게 되면 시장에서 소득을 얻을 수 없고, 유급노동에 종사한다고 해도 그 소득은 감소한다. 얼마나 소득과 재산을 늘리는가의 관점으로 한 사람의 노동의 가치를 평가한 탓에 우리 생활의 질을 높이고 공동체의 장기적인 발전에 기여하는 여러 다른 형태의 노동, 즉 돌봄노동과 자원봉사, 지역사회운동 등의 가치는 항상 저평가돼왔다”라며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은 이런 우리 사회의 유급노동 편중성과 돌봄 가치의 하락을 오히려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국인 가사노동자에게 지급할 돈을 벌기 위해서라도 한 가구의 남녀 모두 장시간 더 일할 인센티브가 강화되고 돌봄은, 돈을 번다는 더 가치 있는 일을 하기 위해, 저임금을 주는 다른 노동자에게 맡겨 버릴 수도 있는 일로 더 평가절하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인권침해, 차별 등이 끊임없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서둘러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도입하면 상황이 더 나빠지리라는 우려도 나온다. 당초 오세훈 서울시장, 조정훈 의원 등은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과 관련해 최저임금 적용에서 제외하자고 주장한 바 있다.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당연시한 주장이었다. 지난 8월 28일 ‘공동행동’은 기자회견에서 “안전장치 없이 단순히 비용 절감만을 목적으로 이주 가사·돌봄노동자를 확대하는 것은 외국인 차별과 착취에 앞장서는 일과 다름없다”라며 “이런 중대한 이슈가 제기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더구나 한 번의 토론회, 한 번의 공청회라는 최소한의 절차만 거친 채 시행을 앞두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제도적으로 문화적으로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섣불리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도입하게 된다면 피해는 아동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장주영 부연구위원은 “돌봄의 핵심은 관계이다. 다문화 수용성이 아직 확고한 사회적 가치로 자리 잡지 못했고, 특히 저렴한 돌봄노동 제공이라는 목적으로 외국인을 도입하자는 이 정책의 관점에서 외국인 대리양육자의 의사결정권과 훈육을 포함한 육아 가치를 부모가 존중하고 권한을 위임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라며 “대리양육자의 권한이 존중받지 못하면 그에게 양육을 받는 아동의 애착과 신뢰 형성 등 정서적 발달에 영향을 미치고, 학령기 아동의 경우 이주민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형성하거나, 존중의 대상이 아닌 사람에게서 돌봄을 받는 자신의 가치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라고 말했다. 이런데도 왜 하려는 걸까 정책 효과는 불투명한 반면, 부작용이나 위험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다각도에서 제기됨에도 외국인 가사노동자 정책이 정부의 저출생 대책으로 급부상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저출생이 문제라고 다들 입을 모으지만, 정작 저출생 위기의 핵심인 ‘돌봄’에 대해서는 진지한 관심과 고민이 없는 정책 결정자들의 한계라는 지적이 나온다. 신경아 교수는 “남성 정치인이나 고위직의 정책 결정권자 중에서 돌봄에 대해 진지하게 질문하고 답을 구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19세기 경제학에서 가사노동의 가치를 따지는 논쟁이 있었을 때 모든 남성 경제학자들이 가사노동을 비경제활동, 주부를 잉여인구로 분류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아직도 성장과 안보가 전부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저출생이나 기후변화를 얼마나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중요하다고 말은 하지만, 레토릭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라고 말했다. 그 배경에는 ‘형님문화’로 대변되는 정치권 특유의 수직적 위계질서가 있다. 이는 새로운 사회문제에 대해 안일하고 관습적인 대응만 반복하게 만든다. 신경아 교수는 “정치권의 형님문화는 한 사회의 시대적 과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정치를 철저히 ‘남성 집단의 위계서열과 그 속에서 차지하는 위치에 따른 권력의 나눠먹기’로 만들어 왔다. 이런 배타적인 조직 속에는 새로운 시각이나 문제의식을 가진 이들이 들어가기 어렵고, 그 내부의 구성원들이 개방성이나 변화를 위한 지향성을 갖기도 어렵다”라며 “동일시와 동질성, 충성심의 크기에 따라 지위와 권력이 부여되기에 다른 목소리가 나오기 어려운 것이다. 새로운 이슈가 터져나와도 이런 조직 구도에서는 그것의 심각성을 재빨리 감지하고 중요성을 인지해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작업을 기대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합계출산율 0.78은 저출생을 야기하는 한국사회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과 같은 정책은 ‘성장’이나 ‘비용 절감’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 했던 기존의 패러다임을 그대로 답습한다. 문제의 원인을 문제의 해법으로 내세운 셈이다. 저출생을 야기한 사회의 기반이 그대로인 상태에서 한국의 저출생 위기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표지 이야기
[우정이야기]독립 헌신한 ‘외국인’ 석호필·쇼 기념우표(2023. 08. 11 14:47)
2023. 08. 11 14:47 경제
우정사업본부는 제78주년 광복절을 맞아 ‘대한독립에 헌신한 외국인’ 기념우표를 발행했다. 우정사업본부 제공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는 제78주년 광복절을 맞아 ‘대한독립에 헌신한 외국인’을 주제로 기념우표 62만4000장을 발행했다. 우정사업본부는 그간 해외 독립운동 유적지, 역사 속의 태극기 등을 광복절 기념우표로 발행했는데 올해는 한국을 위해 독립운동에 나선 외국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8월 14일 발행되는 제78주년 광복절 기념우표는 프랭크 윌리엄 스코필드(1889~1970·한국명 석호필)와 조지 루이스 쇼(1880~1943) 2명의 초상이 담겨 있다. 우표 전지에는 스코필드가 3·1운동 당시 모습을 촬영한 대한문 앞 만세 시위 사진, 그리고 쇼가 일본 경찰에 체포됐다는 1920년 8월 11일 자 동아일보 기사가 기록됐다. 영국 태생인 프랭크 스코필드는 캐나다에서 의학자이자 선교사로 활동하다가 1916년 세브란스의학전문학교 교수로 내한했다. 내한 초기엔 영어로 강의를 했다고 전해졌다. 하지만 방문 이듬해 한국어 시험을 보고 선교사 자격을 받은 뒤 석호필(石虎弼)이란 한국어 이름을 만들었다. 당시 학생들과 더 깊은 친분을 맺기 위함이었다. 석호필은 영어이름을 음차한 것인데 ‘단단하고 무섭게 남을 돕는다’는 자신의 철학을 담았다고 전해진다. 그는 1919년 3·1운동 첫날 모습을 사진으로 촬영해 해외에 알렸다. 특히 경기도 수원군 향남면 제암리교회 방화 학살 사건을 국내와 해외에 알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제암리교회 사건은 일제가 제암리 마을 주민들을 교회에 소집시킨 뒤 총을 난사하고 불을 질러 양민 26명을 학살한 일이었다. 당시 스코필드는 제암리에 잠입해 총살 방화 현장을 촬영하고 일제의 만행을 보고서로 남기며 해외에 알리는 데 힘썼다. 그로 인해 일본 언론에서도 제암리 학살 사건을 비판하는 기사가 나오는 등 일본 제국주의 잔혹상이 국내외에 널리 퍼졌다. 스코필드는 영국인이자 캐나다인이었던 자신의 신분을 이용하거나 친분이 있는 일본 경무국장을 통해 3·1운동으로 일제에 붙잡힌 학생들을 구출하기도 했다. 한국인을 돕는 스코필드의 행위가 조선총독부에 알려지면서 1920년 그는 강제 출국을 당했다. 캐나다에 돌아간 스코필드는 틈틈이 강연과 기고를 통해 한국의 상황을 알리며 일제를 비판했다. 광복 이후 다시 내한해 강연과 언론 기고를 통해 한국인의 인권과 민주화를 위해 목소리를 냈다. 1968년에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았다. 1970년 4월 12일에 서거한 그는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 애국지사 묘역에 안장됐다. 한편 쇼는 아일랜드계 영국인으로, 중국 안동현(현 단둥)에서 무역업과 선박업을 하며 대한민국 임시정부 활동을 적극 지원한 사업가다. 자신의 회사인 이륭양행이 치외법권 지역에 있는 점을 이용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교통사무국을 설치하도록 도왔다. 또 회사 선박으로 독립운동가들과 무기·출판물·자금 등을 안전하게 운송·보관해주기도 했다. 이러한 행적으로 1920년 7월 일제에 내란죄로 기소돼 4개월의 옥고를 치렀다. 중국 안동으로 돌아간 뒤에도 1938년까지 독립운동을 지원하다가 1943년 11월 푸저우에서 생을 마감했다. 정부는 1963년에 쇼에게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다.
우정이야기
조정훈의 외국인 가사도우미 ‘오발탄’(2023. 03. 31 11:24)
2023. 03. 31 11:24 사회
ㆍ최저임금 적용 배제 법안에 비난 여론 확산 지난 3월 21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최저임금 적용에서 배제된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법안은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을 적용하도록 한 가사근로자법 제6조 제1항에 “외국인 근로자인 가사근로자는 최저임금법 적용이 제외되는 가사사용인으로 본다”라는 단서 조항을 신설했다. 현행법상 고용허가제를 통해 입국하는 비전문인력 중 방문취업 동포(H-2)는 가사도우미 등 가사서비스 분야 취업이 가능하다. 방문취업동포가 아닌 일반 고용허가인력(E-9)은 의사소통이 중요한 서비스업 특성 등을 고려해 가사서비스 분야에 취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조 의원의 법안은 내국인과 중국동포 중심의 가사노동 고용시장이 고용허가제 대상인 16개국 외국인 근로자에게도 확대 허용되면 이들을 최저임금 적용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6월 한국여성노동자회 등 여성들이 가사노동자법 안착과 활성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한수빈 기자 조 의원은 이 법안이 통과되면 월 100만원 이하로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게 되며, 그 결과 저출생 및 여성 노동자의 경력단절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안이 발의되자 당장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과 가사노동 저평가를 우려하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비난 여론이 들끓으면서 공동발의에 이름을 올렸던 김민석·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발의에서 빠졌다. 조 의원은 ‘의원 10명 이상 동의’라는 법안 발의 최소 요건을 채우지 못해 법안을 철회했다. 다음 날 권성동·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추가로 공동발의자에 이름을 올려 같은 내용의 법안을 다시 제출했다. 오세훈 시장은 조 의원 법안에 찬성 오세훈 서울시장은 조 의원의 법안에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오 시장은 지난해 9월 국무회의에서 외국인 육아도우미 정책을 건의했다. 당시 오 시장은 홍콩과 싱가포르에서는 월 38만~76만원 수준에서 외국인 육아도우미를 고용하고 있다며, 한국에도 도입된다면 출산율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월 23일 자신의 SNS에 “(법안에 대해) 일부에서 ‘외국인 임금 차등 지급은 차별’이라거나 싱가포르, 홍콩, 일본 등 ‘이미 도입한 나라에서 효과가 미미했다’는 반대 논리를 펴고 있지만, 독보적인 세계 최악의 저출산 국가인 우리나라에서는 그냥 포기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과거라면 주저했을 모든 파격적인 방안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 적용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파격이 아닌 반인권적이고 성차별적인 데다 시대착오적인 접근이며 저출생 완화에 대한 효과도 없을 것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주민센터 ‘친구’의 이진혜 변호사는 “외국인 가사노동자에 대해서만 최저임금 적용 제외를 한다는 것은 근로기준법, 헌법상 평등권에 위배되는 조치다”라며 “기존에 중소기업중앙회 등에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차별적인 임금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지만, 이는 외국인 노동자의 노동권을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특히 돌봄노동을 하는 이주여성 노동자는 인권침해적 상황에 더욱 취약하다. 이 변호사는 “국제노동기구(ILO)는 2016년 ‘가사 이주노동자 보호’라는 연구에서 이주노동자가 성별·인종·민족·출신국가 및 사회적 지위에 따른 불평등으로 인해 임금체불, 장시간 노동, 직접 계약 원칙의 위반, 여권 압수,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적 자유의 침해, 굴욕적인 대우와 폭력, 강제노동 및 노동 착취를 위한 인신매매 등 인권침해적 상황에 취약하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말했다. 성차별적·계급차별적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는 법안에 대해 “한국의 저출생 문제 원인을 여성의 가사노동 부담에서 찾고 그 부담을 아주 저렴하게 이주노동자들에게 떠넘기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라며 “가사노동자가 대부분 여성임을 감안할 때, 이주 여성은 가사노동 기계로, 국내 여성은 출산의 도구로 바라보는 성차별적 발상이다”라고 지적했다. 비장애인이면서 일정한 재산이 있는 여성들을 출산의 대상으로 보고, 가사는 이주여성의 값싼 노동력으로 대신하겠다는 발상이라는 비판이다. 명숙 활동가는 “미국에서 아이를 돌보는 일을 하는 ‘내니’의 얼굴은 아시아계, 동양인이다. 한국에서도 이를 똑같이 하겠다는 것”이라며 “여성에게 가사노동, 돌봄노동이 전가되는 한국사회의 문제적 현실은 그대로 둔 채, 여성 내부를 갈라치기 한 후 정주여성과 이주여성에게 각각 부담을 지게 하겠다는 것이다. 여성을 동등한 사람으로 바라본다면 이러한 안이 머리에서 나올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가사근로자법 무력화 가사노동에 대한 저평가도 문제로 지적된다. 2022년 1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주최로 <초고령 사회, 모두의 괜찮은 돌봄을 위하여-돌봄, ‘반값 노동’에서 ‘괜찮은 일자리’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발표된 ‘우리나라 돌봄노동은 얼마나 저평가되었는가’(함선유·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는 한국의 돌봄일자리 노동환경을 유럽·미국 등과 비교해 분석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 돌봄직-비돌봄직 간 임금 격차가 다른 국가들에 비해 더 컸다. 직종별로 차이는 있으나 돌봄직은 비돌봄직에 비하여 시간당 임금이 낮을 뿐만 아니라, 불완전 고용에 따른 저임금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사 및 돌봄 일자리에 대한 저평가가 사회적 문제인데, 여기에 최저임금 적용을 제외한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고용하자는 주장은 가사 및 돌봄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더 후퇴시킬 수밖에 없다. 최영미 가사·돌봄유니온 위원장은 “조정훈 의원이 말하는 가사도우미를 보면 집안에서 살림도 하고 아이도 돌보고, 환자가 있으면 환자도 돌보는 가정 내 전천후 돌봄노동자다. 그렇게 하는데 임금이 100만원이 안 된다는 건 이 노동은 아무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사노동 자체에 대한 가치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라면서 “외국인 가사노동자에 대한 임금을 이야기했지만, 결국 외국인이든 내국인이든 같은 일을 하는 노동자다. 결국 내국인 가사노동자들에 대해서도 그 정도의 임금을 받으면 되는 일이라고 보는 시각, 가사노동 자체에 대한 폄하가 깔려 있다”라고 말했다. 가사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가사근로자법’을 무력화시키는 법안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가사노동자는 근로기준법 적용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늘 권리의 사각지대에 있었다. 지난해 6월부터 시행된 가사근로자법은 일정한 요건을 갖춘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을 정부가 인증하고, 여기에 고용된 가사노동자의 최저임금, 4대 보험, 퇴직금 등의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직 제대로 정착되지 못한 상태다. 최영미 위원장은 “현재 36개 인증기관이 400~500명을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가 정착되는 속도가 느리다고도 하는데, 우리는 이 법이 자리 잡는 데 3년은 필요하다고 봤다. 홍보도 부족하고 정부 인증기관에 대한 인센티브도 부족하다. 사례가 3년 동안 쌓이게 되면 이후에는 확산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외국인 가사노동자 고용을 확대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고용노동부는 조정훈 의원 법안과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으며, 가사노동법의 적용에 따를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히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2월 ‘산업현장과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고용허가제 개편방안’을 발표하면서 올해 상반기 중으로 가사근로자법에 따라 공인을 받은 서비스인증기관이 한국어 능력이 검증된 외국인노동자를 고용하는 시범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계획이 아직 수립된 것은 아니다”라며 “현행 가사근로자법에 따라 인증기관에 고용된 근로자에게는 최저임금이 적용된다. 고용허가제 개편방안에서도 가사근로자법에 따른 인증기관 방식을 검토한다고 한 만큼 현행 법체계에 따라 외국인노동자도 기본적으로 가사근로자법 적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저출생 대책 효과 입증 안 돼 조정훈 의원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의 사례로 언급한 싱가포르와 홍콩은 한국을 제외하고 아시아에서 합계출산율이 가장 낮은 국가다. 저출생 대책으로 내세웠지만,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고 접근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많다. 양난주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근시안적 접근이다. 저출생 문제는 우리 사회에 구조적 문제가 집약돼 있다. 우리보다 경제 수준이 덜 발달한 국가의 노동자들을 무조건 데려와 우리 사회에서 합의한 최저임금 기준마저 다 깨가면서 가사나 돌봄을 그들에게 떠넘긴다는 발상은 시대착오적이다. 정책에 대한 접근이 너무 부실하다”라고 지적하며 “가사나 보육을 부모가 하기 싫어서 다른 이에게 떠넘기고 싶어한다는 생각부터 잘못됐다. 남자든 여자든 모두 아이도 키우고 가사도 하고 커리어도 추구하면서 적정 수준으로 일과 생활을 양립해 평화롭게 살고 싶어한다”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저출생 문제는 노동시장 문제를 풀어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선진국에서 보육서비스의 종료시간과 부모의 퇴근시간이 일치하는 것처럼 노동시간의 지속적 단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양 교수는 “아직은 부모 손이 필요한 일정한 연령대의 아동을 키우는 부모들의 노동시간을 항상적으로 줄여줘야 한다. 외국은 초등학교의 하교시간, 보육서비스의 종료시간, 부모의 퇴근시간이 일치한다. 부모가 퇴근하면서 아이를 데려다가 나머지 시간을 같이 있을 수 있도록 종합적으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아이를 키우느라 일을 그만두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고, 결국 부모 중 하나가 일을 포기해야 한다면 한국사회의 성별 임금 격차를 생각할 때 여성이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구조적으로 불평등한 상황이 더 강화되면서 결혼도 안 하고 아이도 안 낳는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할 말 있습니다](17)‘외국인 육아도우미’ 무엇이 문제인가(2022. 10. 07 14:01)
2022. 10. 07 14:01 사회
서울 성북구 소재 라파엘클리닉에서는 매주 일요일 ‘이주민을 위한 무료법률상담’ 부스가 열린다. 이주노동자 무료진료소인 라파엘클리닉에 방문한 이주노동자들이 법률적인 이슈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을 때 물어볼 수 있도록, 진료소 한켠에 이주민센터 ‘친구’가 마련한 작은 공간이다. 어느 추운 겨울날이었다. 진료대기를 위해 줄을 길게 늘어서 있는 틈을 비집고 한 중년 여성이 부스 앞 간이의자에 앉았다. “어떤 큰 회사 사장님의 집에서 10년 넘게 아이를 돌봤는데 한순간에 쫓겨났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 듣지 못하고 나온 것이 억울하다. 10년 넘게 일했는데 퇴직금 한푼 못 받았다. 이게 말이 되나?” 이분은 아이가 갓 태어났을 때부터 학교에 다닐 때까지 입주 육아도우미로서 아이를 먹이고, 놀아주고, 중국어와 수학을 가르쳤지만 한편으로는 비정규 노동자로서 언제든 쫓겨날 수 있는 상태이기도 했다. 한 중국동포 육아도우미가 아이와 놀이터에서 놀아주는 모습 / 경향신문 자료사진 돌봄노동을 하는 이주여성은 여러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정 내 피고용자로서 돌봄노동자들이 처한 사각지대, 이주노동자로서 취업 활동의 좁은 문과 언어·문화적 소통의 어려움으로 인한 불이익, 여성 노동자로서 일터에서 겪는 각종 성적 학대와 착취 등은 교차적 차별의 대표적 사례다. 입주 육아도우미, 간병인 등 돌봄노동자들은 빠르게 이주노동자로 대체돼왔다. 힘들고 어려운 일들이 대개 그렇듯, 내국인이 기피하는 일자리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자리를 더욱 열악하게 만들 수 있는 정책이 서울시, 국무회의 등에서 논의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 정책 건의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9월 27일 국무회의에서 외국인 육아도우미 정책을 건의했다. 그는 서울의 합계출산율이 0.63이므로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도입하고 있는 외국인 육아도우미제도를 한국에서도 도입한다면 출산율 제고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양육이 사회적으로 존중받고 엄마·아빠가 낳아서 사회가 함께 기르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적었다. 이어 “한국에서 육아도우미를 고용하려면 월 200만~300만원이 드는데, 싱가포르의 외국인 가사도우미는 월 38만~76만원 수준”이라고 했다. 24시간 내내 아동을 양육하는 노동의 대가를 대폭 할인하면서 동시에 양육을 사회적으로 존중받도록 하는 게 양립 가능한 목표일까? 고용노동부는 지난 8월 24일 한 언론이 ‘정부가 외국인 도우미 도입을 미적댄다’는 취지의 보도를 하자 가사서비스 분야의 저임금 외국인력 도입은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동부가 제시한 우려는 내국인 중·고령 여성 일자리 잠식 및 근로조건 저하, 저임금으로 인한 외국인력 이탈 등이었다. 이 같은 한국 정부의 관점뿐 아니라 가사 이주노동자의 입장에서도 외국인 육아도우미 정책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돌봄노동을 하는 이주여성 노동자는 여러 가지 문제에 봉착한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016년 ‘가사 이주노동자 보호’라는 연구에서 이주노동자가 성별·인종·민족·출신국가 및 사회적 지위에 따른 불평등으로 인해 임금체불, 장시간 노동, 직접 계약 원칙의 위반, 여권 압수,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적 자유의 침해, 굴욕적인 대우와 폭력, 강제노동 및 노동 착취를 위한 인신매매 등 인권침해적 상황에 취약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현재 가사노동, 이른바 ‘가구 내 고용활동’이 가능한 외국인은 한정된 종류의 체류자격을 가진 경우에 국한된다. 취업활동의 범위에 제한이 없는 거주(F-2), 혼인이주(F-6), 영주(F-5) 체류자격 소지자는 국민과 거의 동일하게 취업이 가능하다. 반면 그 외의 체류자격은 대부분 취업활동이 불가능하거나, 정해진 사업장에서 일해야 한다. 외국국적 동포에게 주는 F-4 체류자격 및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외국국적 동포에게 주는 방문취업(H-2) 체류자격 소지자는 모두 가사노동자로 일하는 것이 가능하다. F-4 체류자격은 단순노무 분야에 취업이 불가능하고, H-2 체류자격은 단순노무 분야에서만 일하도록 한 데 비해 가사노동은 그 분류체계에서 모두에게 허용되는 예외적 업종에 해당한다. 차별적 이민정책, 재검토해야 현재 가사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외국인은 사업장 변경, 즉 퇴사와 이직, 직종변경의 자유가 있는 사람들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제안한 ‘외국인 저임금 가사노동자 도입정책’은 국민보다 현저히 낮은 저임금으로 일할 ‘가사노동자’를 도입하는 것이므로 필연적으로 사업장 변경의 자유가 제한되고, 다른 직종으로의 이직 역시 제한될 것이다. 저임금 가사노동자 도입정책은 사업장 변경을 제한해 외국인 노동자의 근로권, 신체의 자유, 직업선택의 자유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하고 강제노동의 환경을 조성하는 문제가 있다고 오랫동안 지적돼온 고용허가제와 동일한 형태, 혹은 고용허가제도 내 업종에 포섭되는 형태로 설계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고용허가제는 단기순환형 인력정책으로 5년 내 귀국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이주민이 한국사회에 정착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민 확대를 고려한 이민청 도입을 추진 중인 정부에서 단기순환형 체류제도를 확대하는 것은 모순이다.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모든 세대가 함께 행복한 지속가능 사회’라는 비전을 위해 주요 정책과제 중 하나로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는 사회 조성’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보편적 육아휴직 권리를 확립하고, 부모 모두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건의는 육아휴직 장려 등을 통해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는’ 방식이 아닌 ‘함께 일하고 따로 돌보는’ 방식의 제안에 가깝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추진하는 기본계획 및 정책과제의 기본이념·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양육을 존중하는 사회라면, 돌봄노동의 가치를 폄훼하지 말아야 한다. 평등과 공정을 중시하는 사회라면, 이주노동자라고 해서 그 국적, 인종,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차별 취급을 해서는 안 된다. 저출생·고령화로 인해 국가발전이 우려된다면, 차별적 이민 정책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이민자를 환대하는 정책을 우선 펼쳐야 한다. 외국인 저임금 육아도우미 정책은 우리 사회가 원하는 올바른 해결책이 아니다.
할 말 있습니다
외국인도 ‘투표할 권리’ 있습니다(2022. 05. 06 14:52)
2022. 05. 06 14:52 정치
ㆍ김은혜 “중국인 지방참정권 가지는 것 불공정” 발언 ㆍ전문가들 “외국인 혐오 부추기지 말고 포용성 보여야” 외국인은 ‘주민’일까 아닐까. 6·1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외국인의 지방참정권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지방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만 18세 이상이면서 ‘영주권을 취득한 지 3년 이상’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처음으로 지방선거 선거권이 주어진 외국인들이 2006년 4월 15일 서울 중구 한성 화교소학교에서 열린 투표시연회에서 관계자의 안내를 받으며 모의 투표를 하고 있다. / 김문석 기자 한국은 2005년 아시아에서 최초로 외국인에게 지방참정권을 부여했다. 외국인도 지역공동체를 이루는 주민으로서, 지역 살림을 꾸려갈 대표자를 선택할 권리를 인정한 것이다.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선거 등 국정선거의 투표권은 아직 없다. 2006년 지방선거 이후 외국인 유권자는 계속 증가했지만 투표율은 하락했다. 투표권에 대한 인식, 차별·혐오 분위기, 정치권의 무관심 등 복합적인 요소가 원인으로 거론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투표 가능한 외국인은 역대 최다다. 형식적인 참정권을 넘어 실질적인 정치 참여로 나아갈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국인 참정권의 정략적 이용 “외국인 지방선거 투표권 문제, 국가 간 공정성 관점에서 개선이 필요하다.”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가 지난 4월 14일 경선 후보 시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쓴 글이다. 그는 “우리 국민은 단 한명도 중국에서 투표하지 못하는데 10만명에 달하는 중국인이 우리나라 투표권을 가지는 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 3월 말 기준 6·1 지방선거의 외국인 유권자는 12만6668명이고, 이 가운데 중국인은 9만9969명(78.9%)으로 추정했다. 김 후보는 “‘영주권 취득 3년 경과’ 요건을 강화하는 등 국민 눈높이에 맞는 개선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현행 외국인의 지방참정권은 국가 상호주의에 어긋나기 때문에 최소한 요건을 강화하는 쪽으로라도 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후보가 외국인 유권자 가운데 유독 중국인을 강조하자 ‘반중 정서’에 기대 외국인의 참정권을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와 ‘조선학교와 함께하는 사람들 몽당연필’, 지구촌동포연대(KIN)는 공동성명을 내고 “경기도에 거주하는 외국 주민과 다른 주민을 편 가르기하는 전형적인 혐오 선동 방식”이라고 밝혔다. 김명준 몽당연필 사무총장은 김 후보의 발언을 이렇게 우려했다. “이 발언을 아무렇지 않게 볼 수도 있지만, 더 큰 문제로 번질 여지가 있어 긴장하게 된다. 재일동포를 향한 일본인의 ‘헤이트 스피치(특정 집단을 향한 공개적 차별·혐오 발언)’가 외국인에게 혜택을 줄 필요가 없다는 취지에서 시작된 측면이 있다. 우리 동포 입장을 생각하면 이런 말을 할 수 없다.” 최상구 지구촌동포연대 사무국장도 “국내 이주민을 향한 혐오를 조장한다면 해외동포들도 같은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외국인 지방참정권의 역사 일본사회에서 차별과 배제에 시달린 재일한국인에게 지방참정권은 숙원이다. 한국 정치권에서 외국인의 참정권 문제가 본격 논의된 건 재일한국인의 처지도 큰 영향을 끼쳤다. 한국이 선제적으로 외국인 참정권을 인정하면, 상호주의에 따라 일본도 재일한국인에게 참정권을 부여토록 견인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깔려 있었다. ‘남이 안 하니까 나도 안 한다’가 아니라 ‘내가 먼저 해서 남도 하게 만들자’는 생각이었다. 외국인 참정권 법안이 통과되기 전인 2005년 6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선거법소위원회 회의에서도 관련 발언들이 나왔다. “우리가 전격적으로 해주면 일본에 굉장히 좋은 영향”, “재일동포의 경우 굉장히 명분이 설 것 같다” 등이다. 김은혜 전 의원이 지난 4월 22일 6·1 지방선거의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로 확정된 뒤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한국에서 외국인 참정권 문제가 관심사로 떠오른 건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이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거론한 뒤부터다. 정부는 1999년 장기 체류 외국인에게 지방선거 투표권을 주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관련 내용을 담은 선거법 개정안을 마련했지만 2002년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당시 법사위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헌법에 위배된다”며 반대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2002년 7월 한일 정상회담에서 재차 일본에 적극적인 조치를 요청했다. 한국 국회가 2005년 관련 법 통과로 지방선거에 한해 외국인에게 참정권을 부여했지만, 일본은 현재까지도 재일동포의 참정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외국인도 지역사회의 주민 그렇다면 한국도 외국인의 참정권을 제한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할까. 지방자치의 취지, 다민족·다문화 사회로 나아가는 흐름 등을 고려하면 외려 유지·확대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외국인이 지방선거에서 투표한다는 것은 지역공동체의 정치의사 형성 과정에 직접 참여한다는 의미다. 외국인이 소속감을 가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원활한 사회통합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지방정부의 여러 정책은 외국인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될 수밖에 없다. 외국인 참정권 문제를 연구해온 이윤환 건양대 국방경찰행정학부 교수는 외국인의 지방참정권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와 지방자치의 본래 취지와 부합한다고 말했다. 또 기본적인 인권 차원에서도 참정권이 필요하다며 “인간이 국경을 초월해 생활하는 오늘날에는 국적을 기준으로 한 인권보장은 실태와 맞지 않다”고 밝혔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한국이민학회장)도 “투표권이 있다는 건 배제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 참정권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외국인이라도 자신이 실질적으로 생활하는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상응하는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 국적을 따질 게 아니라 지역사회에 합당한 주민인지를 봐야 한다. 과거 미국에서 생활할 때 지역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갔는데 여권을 요구받지 않았다. 지역 은행의 계좌나 집으로 온 우편물 등을 통해 해당지역에서 생활하는 주민이라는 점만 입증하면 됐다. 외국인의 지방참정권도 이런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영주권 취득 후 3년 이상’ 자격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곽재석 한국이주동포개발연구원장은 영주권 취득 요건이 상당히 까다롭고 한국이 영주권 전치주의를 시행 중인 점을 들며 참정권 자격 완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영주권 전치주의는 국적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영주권부터 받아야 하는 제도로 한국은 2018년 12월부터 적용하고 있다. 곽 원장은 “영주권 취득자 대부분은 한국에 정착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라며 “외국인 참정권은 세계적으로도 확산되는 추세”라고 했다. 최소 40개국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저조한 투표율 외국인 유권자 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2006년 6726명이던 외국인 유권자들이 2010년 1만2875명으로 늘었다. 2014년 4만8428명에서 2018년에는 10만6049명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이번 6·1 지방선거는 아직 선거인 명부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12만6668명으로 추정된다. 다만 전체 유권자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8년 기준 0.25%에 불과하다. 2014년 1월 28일 서울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에서 열린 ‘외국인 주민과 함께하는 설 한마당’ 행사에 참가한 외국인들이 제기차기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투표율은 2010년 35.2%, 2014년 17.6%, 2018년 13.5% 등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원인을 묻는 질의에 “외국인 투표권자 증가와 투표율이 비례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한 유의미한 분석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저조한 투표율의 원인으로 여러가지가 꼽힌다. 우선 외국인이 투표권을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8년 11월 연구용역을 통해 발간한 ‘이주민의 권리에 기반한 사회통합 방안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설문조사에 응한 영주권 보유 외국인 33명 가운데 42.4%가 투표권이 없는 것으로 인식했다. 24.2%는 투표권 여부를 몰랐다. 보고서는 “향후 교육 또는 홍보 등 정책적인 대응이 필요해보인다”고 했다. 외국인을 향한 차별·혐오 분위기도 투표율 하락의 원인으로 추정된다.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대표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윤인진 교수는 “낮은 투표율은 외국인의 사회통합 수준이 낮다는 걸 보여준다”라며 “투표를 한다는 건 소속감을 갖는 일인데 영주권이 있어도 자신이 사회구성원이라는 인식이 약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따라서 외국인의 참정권을 높이기 위한 직접적인 노력보다는 우선 이들이 지역사회에 통합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윤 교수는 지적했다. 그러면 투표율은 자연스레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윤 교수는 “외국인들이 더 조직화·세력화돼서 표를 통해 자신들의 권익을 증진할 수 있다는 걸 깨닫는다면 투표율도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곽재석 원장도 “정치권이 외국인 혐오를 부추기지 말고 포용성을 보여주는 등 모범을 보여야 한다”며 “단순히 국민에게 차별·혐오를 하지 말라고 얘기하는 것만으론 개선이 어렵다”고 했다. 윤 교수와 곽 원장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변 ‘재외동포연구모임’의 조덕상 변호사는 “외국인들의 언어로 후보자의 공약을 이해할 수 있는 안내가 필요하다. 또 제대로 된 이주민 공약 자체가 없다 보니 투표를 할 동력이 떨어진다”라며 “투표율이 낮으니 정치권에서도 외국인을 별로 관심 갖고 안 보는 등 악순환이 발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베트남에서 온 김나현 이주민통번역센터링크 센터장(48)은 외국인이 투표권 행사에 어려움을 겪는 점을 언급한 뒤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항상 이주민 문제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정치권에 요구한다. 그들 입장에선 이주민이 소수이기 때문에 관심을 안 가질 수도 있겠다. 그러나 최소한 이주민 얘기를 할 때 차별과 혐오의 발언만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것부터 고쳐주면 정말 고맙겠다.”
표지 이야기
김치, 외국인도 좋아하는 ‘힙한 슈퍼푸드’(2021. 12. 03 15:13)
2021. 12. 03 15:13 문화/과학
김장철이다. 한국인에게 김장은 특별하다. 먹거리가 변변하지 않던 시절, 김치는 ‘겨우내 반식량’이었다. 짧게는 4~5개월, 길게는 1년 내내 먹어야 했기 때문에 집집마다 배추 수백포기, 무 수백개로 김장을 하는 것은 예사였다. 김장하는 날은 온 동네 잔칫날이었다. 이웃끼리 김장품앗이를 하며 정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그랬다. 김장보너스를 주는 회사도 적지 않았다. 김장문화는 2013년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등재된 정식 명칭은 ‘김장,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문화(Kimjang·Making and Sharing Kimchi)’다. 남한에 이어 2014년에는 북한의 ‘김치 담그기 전통’도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김장문화와 김치가 한민족 고유의 음식문화임을 세계에 각인시킨 것이다. 이에 앞서 김치는 2001년 제24차 코덱스(Codex Alimentarius Commission·국제식품규격위원회) 총회에서 세계 각국의 절임류와 차별화된 채소 발효식품의 특성을 인정받아 국제 규격 기준으로 승인됐다. 김치 소비 감소 속 수출은 최고 기록 김장을 하거나 직접 김치를 담가 먹는 가구, 그리고 김치를 소비하는 국내 인구는 줄어들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19년 김치산업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김장을 한 가구는 36.4%, 김치를 직접 담가 먹는 가구는 41.7%에 불과하다. 58.3%는 상품김치를 사먹거나 가족·지인 등을 통해 공급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1인당 하루 배추김치 섭취량은 2010년 71.4g에서 2013년 65.1g, 2016년 62.4g, 2019년 59.9g으로 감소했다. 추계인구 감소로 절대적인 김치 소비 인구가 감소하고 서구화된 식생활 확대, 1~2인 가구(지난 10월 기준 1인 가구 40.15%, 2인 가구 23.8%)의 증가 때문이다. 반면 김치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은 커졌다. 한국의 지난해 김치 수출 규모는 3만9000t. 금액으로는 1억4451만달러(약 1684억원)를 외국에 판매해 2012년(1억661만달러) 이후 8년 만에 최대 기록을 넘어섰다. 올해는 김치 무역도 흑자로 돌아설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한국은 김치 종주국이면서도 그동안 값싼 중국산 김치의 물량 공세로 적자에 시달려왔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김치 수출액은 1억3611만달러(약 1618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1억3612만달러)과 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김치 수입액은 1억884만달러로 8.6% 감소했다. 지난 3월 중국에서 알몸으로 배추를 절이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수입 김치에 대한 거부감이 커졌고, 코로나19로 인한 외식업 운영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김치를 소비하는 주요 국가에서의 한국산 김치 선호도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지면 2009년 이후 처음으로 김치 무역에서 흑자를 보게 된다. 10월까지 무역수지는 2727만달러(약 324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이창현 세계김치연구소 문화진흥연구단장은 “한류에서 출발한 단순한 호기심으로 김치에 관심을 갖던 외국인들 사이에 김치가 독특한 맛과 풍미는 물론 면역 증강 등 건강 기능적 우수성까지 갖춘 식품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거부할 수 없는 매력적인 식품으로 부상했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아시아음식에 대한 신비감을 갖고 있는 외국인들에게,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김치는 이제 이른바 ‘힙한(고유한 개성과 감각을 갖고 있으면서도 최신 유행에 밝고 신선한)’ 슈퍼푸드(영양가 높은 음식)가 됐다는 것이다. 일본 여성이 좋아하는 요리, 김치나베세계김치연구소 박채린 박사는 “아직은 일반적 풍경은 아니지만 미국이나 유럽의 가정에서 현지인들이 직접 김치를 담가 가족의 식탁에 올리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박사는 “세계김치연구소 조사결과, 외국인들이 김치에 매력을 느끼는 맛의 포인트는 배추김치의 경우 아삭한 질감과 여러가지 맛이 섞인 오묘한 맛으로 나타났다”며 “처음 김치를 먹었을 때 발효가 잘된 아삭한 김치를 먹었다면 호감도가 높지만, 중국산 배추김치나 매장에서 유통이 잘못된 김치를 먹은 경우에는 다소 부정적인 반응을 갖는다”고 했다. 김치의 염도가 과거에 비해 낮아진 것도 외국인들이 김치를 즐기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한국에서 김치는 밥반찬이라는 고정관념이 뿌리 깊은 데 반해 오히려 해외에선 이미 김치가 다양한 형태로 소비되고 있다. 바이런, GBK와 함께 영국을 대표하는 3대 버거체인인 어니스트버거는 ‘11월 특별메뉴’로 김치버거를 선보였다. 버거의 정식 명칭도 ‘김치(Kimchi)’다. 아삭한 생김치와 양상추 위에 쇠고기 패티와 불고기 양념 베이컨, 파 맛 버터, 치즈, 특재 김치소스를 올려 만들었는데, 큰 인기를 얻었다. 지난해 일본의 TV 프로그램에서 일본 여성이 가장 좋아하는 전골요리 1위로 김치나베를 꼽았고, 마켓에서는 일본 소스업체가 만든 김치나베소스가 잘 팔리고 있다. 미국의 아마존에서는 김치주스가 품절 대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파스타, 피자는 물론 감자튀김이나 팝콘, 과자 등의 간식에 뿌려먹는 김치맛 가루 ‘김치 시즈닝’도 아마존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제품은 국내 스타트업 푸드컬쳐랩이 만들었다.
[렌즈로 본 세상]새우처럼 꺾인 외국인, 아니 사람(2021. 10. 01 15:23)
2021. 10. 01 15:23 사회
인권단체와 이주민단체의 활동가들이 지난 9월 29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외국인보호소 내 인권유린 규탄 및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화성외국인보호소가 모로코 출신 수용자 A씨를 지난 3월부터 최소 12차례 독방에 가두고, 최소 4회 이상 손발을 뒤로 묶어 일명 ‘새우꺾기’라는 방식으로 가혹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입장문에서 “1시간 동안 물을 달라고 호소했는데 아무도 와주지 않아 난동을 부릴 수밖에 없었다”며 “내가 겪은 부당한 폭력에 대항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고 밝혔다. 이날 회견 참가자들은 A씨에 대한 즉각적인 보호 해제와 인권유린 과정에서 발생한 불법에 대해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 등을 요구했다. 2017년 난민 신청을 위해 한국에 온 A씨는 체류자격 연장 기한을 놓쳐 지난 3월 4일 강제퇴거 명령을 받고 보호소에 수용됐다.
렌즈로 본 세상
이전1 2 3 4 5 6 다음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