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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워킹맘 CEO’ 시험대 오르다(2012. 07. 24 17:19)
2012. 07. 24 17:19 국제
출산과 육아 부담을 짊어진 여성들이 정·재계 고위직에 오르는 ‘두 마리 토끼 잡기’가 과연 가능한가? 거대 인터넷기업 구글의 부사장 마리사 마이어(37)가 지난 7월 16일 야후의 새 최고경영자(CEO)로 선임, 발표됐다. 사람들은 쟁쟁한 최고 기업의 엔지니어 출신 임원이 왜 부진의 늪에서 허덕이는 경쟁사의 궂은 자리로 옮겼는지를 궁금해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마이어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또 하나의 경사를 알렸다. “오는 10월에 아들 출산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축하인사가 꽃피었고 마이어가 임신 6개월임을 알면서도 선임을 결정한 야후 이사회의 용기를 높이 평가한 이들도 있었다. 임신여성이 거대기업 CEO가 된 전례없는 일에 일부에서는 ‘유리천장이 깨졌다’고 환영했다. 하지만 일부는 조용히 궁금해했다. 임신하고 아이를 길러야 하는 여성이 기업을 성공적으로 경영할 수 있을까. 미국의 시사월간지 최신호의 표지. 앤메리 슬로터 전 미 국무부 정책실장은 이 잡지에 실린 기고문에서 여성이 일과 가족을 병행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고백해 논란을 일으켰다. | AP연합뉴스 야후 최고경영자에 임산부 선임 마이어의 야후 CEO 선임을 계기로 미국에서 ‘워킹맘’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출산과 육아 부담을 짊어진 여성들이 정·재계 고위직에 오르는 ‘두 마리 토끼 잡기’가 과연 가능한지가 쟁점이다. 논의는 최신호에 실린 한 기고를 계기로 지난 6월 말부터 끓어오르고 있다. 두 아들의 양육을 위해 오바마 행정부에서 사임한 앤메리 슬로터 전 미 국무부 정책실장(54)이 “여성이 일과 가족을 성공적으로 양립할 수 있다는 것은 절반쯤 거짓말에 불과하다”고 폭탄선언을 한 것이다. 국무부의 첫 여성 정책실장이기도 한 그는 1년 반의 백악관 업무기간에 아이들을 제대로 돌볼 수 없었다고 고백하면서 ’알파걸’은 있어도 ‘알파맘은 없다’고 말했다. 또 “이제 여성들이 스스로 속이는 것을 그만둬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슬로터의 주장에 대해 일부에서는 맥빠지는 얘기라며 비난하고, 또 일부는 현실을 직시하게 됐다며 공감하는 등 갑론을박이 꼬리를 물던 와중에 임신한 야후 CEO 마이어가 혜성같이 등장했다. 그는 슬로터와 달리 ‘알파맘’이 가능하다고 믿는 게 확실하다. 경제지 과의 인터뷰에서 “수 주간 출산휴가를 사용할 것이고, 휴가 중에도 업무를 계속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1999년 ‘사원번호 20번’을 달고 구글에 입사한 이래 구글의 홈페이지와 메일·뉴스의 이미지를 지금 형태로 단순화시키고, 구글 위치서비스와 지역서비스를 책임지면서 주당 회의 60건을 포함해 총 80시간씩 일해온 ‘일중독자’인 그녀다. 그렇기에 지난 4년간 최고경영자를 다섯 번째로 교체하며 경영난 해법 찾기에 골몰하고 있는 야후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남성 중심적인 IT업계에서 여성 CEO는 매우 드물어서 휴렛패커드의 멕 휘트먼과 IBM의 버지니아 로메티가 전부다. 따지고보면 재계 전반에서 여성 CEO는 매우 드문 존재다. 포춘 500대 기업에서도 여성 CEO는 마리사를 포함해 20명, 전체 비율의 4%에 불과하다. 이 중 자녀를 가진 이들의 비율은 절반이 조금 넘는다. 그리고 대부분 출산과 양육의 책임을 어느 정도 덜게 된 50대 무렵에 CEO에 도전한다. 여성이 ‘엄마’일 때 직업상 성차별이 가장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임신과 육아가 ‘업무장애’로 여겨지는 경향이 적지 않다. 야후의 새 최고경영자 마리사 마이어가 구글 시절인 2009년 미국의 여성지 의 ‘올해의 여성상’ 시상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여성이 엄마일 때 직업상 성차별 미 스탠퍼드대학의 실험에서는 경영직에 같은 이력서를 내더라도 자녀가 있는 여성의 경우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채용 확률은 79%, 승진 확률은 100% 떨어지는 데다 연봉도 1만1000 달러(약 1200만원) 적은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는 워킹맘은 회사에 헌신하더라도 반대로 양육에 소홀할 것이라는 편견 때문에 연봉 인상과 승진에서 불리하다는 또다른 연구 결과도 전했다. 남성과 동등한 교육을 받고 동등한 출발을 하더라도 여성 노동자는 임신과 출산을 거치면서 경쟁대오에서 밀려나 어느 순간 남자 동기들이 임원진이 되는 것을 구경하는 신세가 된다. 빠른 산업사회의 발달 속에서도 육아를 여성의 몫으로 여기는 뿌리 깊은 성 인식은 크게 바뀌지 않은 까닭에 여성들이 직장 내 경쟁에서 밀리거나 직업을 그만두면서 경력에 단절이 생기기 때문이다. 미 평등고용위원회는 지난 10년간 임신으로 인해 직장 내에서 차별을 받았다는 여성 노동자들의 신고가 35% 증가한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임신’한 몸으로 야후 이사진의 신임을 얻는 데 성공한 마이어는 그간 보이지 않던 유리천장 한 겹을 깨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슬하에 13명의 자녀를 둔 워킹맘이자 영화배우인 미아 패로는 “마이어의 사례를 시작으로 기업들이 모든 워킹맘에게 더 나은 근무환경을 만들 수 있길 바란다”는 여성계의 기대를 밝혔다. 문제는 이후다.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워킹맘’의 새로운 모델이 된 마이어는 일과 가족을 얼마나 매끄럽게 양립하는지 그를 지켜볼 실리콘밸리의 ‘시어머니’와 ‘시누이’ 같은 관찰자들을 모시게 됐다. “문제가 산적한 야후에는 일하는 CEO가 필요한데, 마이어는 출산휴가를 간다” “야후의 주주로서 (마리사의 선임을) 우려할 이유가 충분하다”는 불만들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마이어가 출산휴가 12주를 모두 사용하지 않을 경우 여성 노동자들의 권익에 부정적 선례가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부유한 슈퍼우먼, 워킹맘 모델론 무리” 지적도 잔소리를 잠재우려면 더 독하게 일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2008년 분만실에 들어가기 전까지 노트북으로 고객에게 이메일을 보냈고, 딸을 낳은 뒤 다시 이메일을 쓰려 하자 의료진이 휴식을 권고했다”(이벤트브라이트사 회장 줄리아 하츠) “셋째 애까지 낳고 나니 블랙베리를 한 손으로 이용할 정도로 도가 텄다”(르벤탈사 알렉산드라 르벤탈 회장)는 여성 기업인들의 일화가 마이어에게는 남의 얘기 같지 않을 것이다. 여성 기업인들은 특히 남편의 육아분담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드니즈 모리슨 캠벨수프 CEO(58)는 “최고경영자는 남편의 외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면서 “두 딸 양육과 경력 유지를 위해 여러 가지를 희생해야 했다”고 에서 말했다. 여성단체들은 마이어가 ‘일+가족’에 성공하면 가족친화적인 직장문화가 사회 전반에 확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그를 워킹맘 모델로 삼기엔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슬로터 전 국무부 정책실장은 “마이어의 야후 CEO 선임은 축하할 일이지만, 그는 부유한 슈퍼우먼이라서 평범한 이들의 전범이 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마이어는 보모를 고용해 육아부담을 덜 수 있지만, 서방에서 유일하게 출산휴가가 무급휴직인 미국의 3400만 워킹맘 대부분은 그럴 형편이 못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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