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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새 원내대표, 초선들 손에 달렸다(2020. 05. 04 14:16)
2020. 05. 04 14:16 정치
ㆍ68명 대부분 계파 없는 부동표… 당·정·청 소통 능력에 표심 갈릴 듯 “2강 1중.” 더불어민주당의 한 중진 당선인이 본 원내대표 구도다. 이 중진은 “2강 중 누가 원내대표가 될지 정말 모르겠다”고 밝혔다. 원내대표 선거는 5월 7일 실시된다. 민주당 당선인 163명의 투표로 결정되는 이 선거에는 기호 1번 김태년 후보와 기호 2번 전해철 후보, 기호 3번 정성호 후보가 맞붙었다. 김태년 후보 / 전해철 후보 / 정성호 후보 구도는 지난해 5월 선거와 똑같은 3파전이다. 지난해에는 친문(親文) 이해찬계의 김태년 후보와 비주류의 노웅래 후보, 친문 ‘부엉이모임’에서 밀었던 이인영 후보가 출마했다. 결선투표를 거친 끝에 이 원내대표가 당선됐다. 이번 선거에서는 비주류에서 노 후보 대신 정 후보가 나섰고, 부엉이모임의 핵심인 전해철 후보가 직접 선거에 뛰어들었다. ‘2019년 삼국지’에 이어 ‘2020년 삼국지’라는 드라마가 펼쳐진 셈이다. 공교롭게도 이들 세 후보는 경기도에 지역구를 뒀다. 4월 총선에서 김 후보는 성남 수정구에서 4선, 전 후보는 안산 상록구갑에서 3선, 정 후보는 양주에서 4선 의원이 됐다. 각각 경기 동부와 남부, 북부의 대표주자가 나선 모양새다. 당내에서는 2강으로 분류되는 김태년 후보와 전해철 후보가 이번 원내대표 선거뿐만 아니라 향후 경기도지사 민주당 후보를 놓고도 격돌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당권파 김태년과 정권파 전해철 ‘2강’ 한 당선인은 “이번 원내대표 선거만큼 부동표가 많은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초선 당선인이 무려 68명이나 되기 때문이다. 초선의 대부분은 당내 계파 역학 관계에 들어가 있지 않다. 또한 이런 역학관계 안에서 움직이는 ‘여의도 정치의 문법’에도 아직 익숙하지 않다. 이 당선인은 “보통 원내대표 후보의 캠프에서 동그라미와 세모로 의원들의 표를 분석했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이런 셈법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선인은 “때문에 후보의 정견발표를 듣고 누구를 찍을지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초선들의 표심은 누가 당·정·청 소통에 최고의 능력을 발휘할 것인지에 쏠려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에서 성과를 거뒀고,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4월에 껑충 뛰어올랐다. 초선 당선자들이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데에는 문 정부의 국정지지도 상승이 큰 도움이 됐다. 때문에 청와대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후보가 초선 당선인에게서 표를 많이 얻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세 후보는 출마선언문을 통해 당·정·청 협력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전 후보의 경우 ‘신뢰를 기반으로 청와대와 소통’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전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인 ‘3철(전해철·이호철·양정철)’ 중의 한 명이다. 20대 국회에서 전 의원은 중진급 재선으로 불렸다. 하지만 전 후보에 비판적인 쪽에서는 ‘문 대통령과 매우 가까운 관계’가 오히려 의원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김태년 후보 역시 문 대통령과 가까운 친문 의원이다. 이해찬 직계로 분류되는 김 후보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20개월 동안 여당 정책위 의장을 맡았다. 때문에 당내 일부에서는 문재인 정부 초기에 김 후보가 청와대와 밀접한 소통을 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 후보는 문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19대 국회 때 정치쇄신특위 민주당 간사로, 선거구 획정 협상이라는 중요한 임무를 맡기도 했다. 당내에서는 ‘당권파’인 김 후보와 ‘정권파’인 전 후보가 맞붙은 형국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두 후보는 ‘친문 중 누가 더 친문이냐’라는 친문 논쟁은 피해가고 있다. 코로나 정국에서 국난 극복이 최대 화두가 된 만큼, 친문 논쟁이 불거질 경우 오히려 역풍을 받을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세 후보 모두 이낙연 전 총리에 지원 요청 다른 한 당선인은 “초선들의 경우 이미 자신이 어떤 경로를 통해 공천을 받게 됐는지를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결국 이런 연고에 따라 후보를 찍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후보 영입과 공천 과정에서 이해찬 직계인 윤호중 사무총장과 친문 직계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최재성 의원이 큰 역할을 했다. 김태년·전해철 후보와 가까운 인물들이 초선 당선인들과 어떤 형식으로든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내 한 인사는 “초선들도 이미 그룹이 있고, 계파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역대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에서는 결선에 오르지 못한 후보의 표가 판세를 뒤집기도 했다. 만약 1차 투표에서 승부를 결정짓지 못하게 되면 3위 후보를 지지했던 표의 향방이 중요해진다. 때문에 ‘2강 1중’에서 ‘1중’에 속하는 비주류의 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차 투표에서 승부가 결정될지 여부가 하나의 분수령이 된다. 전 후보의 승리를 점치는 한 인사는 “초선 의원들의 표심 전쟁에서는 전 후보가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면 김 후보의 승리를 예상하는 한 인사는 “결선투표로 가게 되면 비주류의 표는 전 후보보다 김 후보에게 더 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원내대표 선거에서는 당내의 최대 모임인 민평련(민주평화국민연대)과 더미래(더좋은미래)의 선택을 주목하게 된다. 이번 선거에서는 이들 모임에서 후보가 나오지 않았다. 지난해 선거에서는 민평련의 이인영 후보가 출마했다. 더미래에서는 박완주 의원(3선 당선인)의 이름이 오르내렸으나 결국 출마하지 않았다. 이들 모임과 관련을 맺고 있는 인사들은 “모임에 속한 개인 의원의 호불호가 있을 수는 있으나, 이번 선거가 민감한 만큼 모임 이름으로 어떤 후보를 지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 총선을 거치면서 대선주자 1위를 굳힌 이낙연 전 총리와의 관계 설정도 각 후보에게는 중요해졌다. 세 후보는 이미 각각 이 전 총리를 만나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5월 7일 당선되는 민주당 원내대표는 180석의 슈퍼 여당을 이끄는 원내 사령탑에 오른다.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합당한 후 신임 원내대표는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과 21대 국회 원 구성에 나서게 된다. 원내대표를 뽑는 기준으로 당·정·청과의 협력 능력도 있지만, 야당과의 협상력도 있다. 김상일 시사평론가는 “180석의 원내대표는 청와대와 소통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야당을 어떻게 설득해 협상으로 이끄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 후보는 모두 출마선언문에서 야당과의 협상을 강조했다. 전해철 후보는 현재 예결위 민주당 간사로 야당과 협상 전선에서 활동하고 있다. 긴급재난지원금 협상에서 김재원 예결특위 위원장(통합당)을 상대로 무난하게 협상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 후보는 출마선언문에서 “협치의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방점을 찍었다. 김태년 후보는 야당 시절 정개특위 간사와 예결위 간사로 활약했다. 김 후보 측은 “협치는 협상이 잘 되었을 때의 결과물”이라면서 “김 후보는 당내에서 협상에 관한 한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아왔다”고 말했다. 정성호 후보는 야당 시절 전병헌 원내대표 체제에서 원내 수석부대표로 활동했다. 당시 19대 국회에서 새누리당의 윤상현 수석부대표와 굵직굵직한 협상을 이끌어냈다. 정 후보는 “여당 원내대표는 야당과의 대화와 타협에서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면서 “야당 시절 원내 수석으로 협상을 해봤던 만큼 협상에 관한 한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심재철 원내대표 체제 성공할까(2019. 12. 16 15:11)
2019. 12. 16 15:11 정치
ㆍ비박 심재철·친박 김재원 획기적 조합… 첫 여야 협상 합의는 불발 ‘허니문’은 없었다.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와 김재원 정책위 의장 체제는 12월 9일 출범하자마자 곧바로 여야 협상에 나서야 했다. 이미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4+1협의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에서 마련한 예산안 수정안을 이날 통과시키겠다고 선포했다. 자유한국당 새 원내대표에 선출된 심재철 의원(왼쪽)과 새 정책위 의장에 선출된 김재원 의원이 12월 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황교안 대표(가운데)와 함께 기뻐하고 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심 원내대표는 국회의장과 여야 3당(민주당·한국당·바른미래당) 원내대표 협상에 참여해 ‘필리버스터 철회’, ‘예산안 논의 참여’, ‘예산안 10일 처리’라는 임시 합의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첫 의총에서 협상에 대한 평가는 혹독했다. 아무런 조건 없이 필리버스터를 철회하고 한국당이 얻은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었다. 선출된 지 반나절 만에 심재철·김재원 원내대표 체제는 당내 반대의 목소리에 봉착했다. 예산안에 대한 설명이 나오자, 현재 예결위원장이자 전 원내수석 부대표로 활약한 김재원 정책위 의장이 나서 보완 설명을 했다. 이때 한 의원이 “왜 원내대표가 나서지 않고 정책위 의장이 나서느냐”라는 말도 터져나왔다고 한다. 한국당의 한 의원 측은 “그동안 강경 일변도를 유지해온 황교안 대표 측으로서는 이날 오전 원내대표 선거에서 친황(친황교안) 후보의 패배를 경험한 만큼 여야 협상으로 얻어온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황·비황 구도로 계파 재편 계기 마련 원내대표 선거는 지금까지의 한국당 계파 구도를 깨는, 뜻밖의 결과로 받아들여졌다. 기존의 친박과 비박의 대립, 친황과 비박의 대립이 아니라 친황과 비황의 구도로 재편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무엇보다 비박·비주류인 심재철 원내대표가 러닝메이트로 친박인 김재원 정책위 의장과 한 조를 이뤄 선거에 나선 것이 획기적이었다. 심 원내대표는 김 정책위 의장에게 손을 내밀기 전 몇몇 의원에게 러닝메이트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몇몇 의원이 거절한 후 결국 심 원내대표의 손을 잡은 것이 김 의장이었다. 통상 원내대표 선거에서는 원내대표 후보가 부각됐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오히려 정책위 의장이 관심을 받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게다가 비박과 친박의 조합이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당내 한 관계자는 “지난 2월 전당대회에서 친박이 황 대표를 밀었지만 이후 황 대표 측근으로 넘어간 친황계와 그대로 친박에 남은 친박계로 분화가 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친박계로 그대로 남은 김 의장이 황 대표와 반대편에 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한 의원 측은 “친박이 분화된 배경에 황 대표의 관료형 정치가 자리 잡고 있다”면서 “친박은 황 대표와는 정치적 스타일이 맞지 않았다”고 말했다. 원내대표 선거가 본격적인 구도로 접어들자, 김선동-김종석 의원 후보조가 ‘황심(황 대표의 의중)’을 얻고 있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흘러나왔다. 황 대표는 단식에 들어가면서 당직자 일괄 사표를 받은 후 초선인 박완수 의원을 사무총장에 앉혔다. 초·재선 중심으로 당을 이끌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사실상 현역 50% 물갈이라는 공천 개혁을 발표하자, 다선 의원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여기에 나경원 원내대표의 임기 연장 불허를 최고위원 회의에서 결정하면서 비판이 들끓기 시작했다. 원내대표 선거에서는 이런 목소리가 그대로 반영됐다. ‘친황’으로 분류된 김선동 후보는 첫 투표에서 28표, 3명이 붙은 결선 투표에서 27표를 받는 데 그쳤다. 비박을 대표하는 강석호 후보 역시 첫 투표에서 28표, 결선투표에서 27표를 얻어 친황표와 비박표가 동일했다.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12월 9일 낮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각 당 원내대표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문 의장, 심재철 자유한국당,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 권호욱 선임기자 정견발표에서 아예 ‘황심은 없다’고 선언한 심재철 원내대표는 결선투표에서 다른 두 후보를 큰 표차로 따돌렸다. 비황친박의 표, 다선 중진의 표가 심재철-김재원 후보 조에 쏠렸다고 볼 수 있다. 한 의원 측은 “5선 관록의 심 원내대표도 압도적이었지만, 원내 수석부대표를 역임한 3선 김재원 의장의 관록 역시 다른 후보에 비해 압도적이었다”고 말했다. 이 의원 측은 “두 사람이 최고의원 회의에 들어가면 최고의원 회의 분위기도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공천권은 어차피 대표가 갖고 있고, 두 명의 원내 지도부가 최고위원 회의에 들어가더라도 대표의 권한이 크기 때문에 황 대표의 일방적인 분위기가 달라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원내대표 체제는 무엇보다 나경원 체제와는 다른 여야 협상을 펼칠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5선+3선’이라는 관록에다 여야 협상에서 중요한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12월 10일 여야 협상 공방 속에서 이들 원내대표 체제의 협상력은 빛을 발휘하는 듯했지만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4+1협의체의 예산안 수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항의 과정에서 심 원내대표와 김 의장이 전면에 나섰다. 4+1협의체에 속한 한 야당 의원 측은 “국회 부의장직을 역임해 국회의 의사진행을 잘 알고 있는 심 원내대표가 20분 넘게 연단에서 끈질기게 발언하는 것을 보면서 그가 한국당 내 강경파와 민주당 강경파 사이에 끼여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황 대표 강경 투쟁으로 운신 폭 좁아져 예산안 통과에서 ‘한국당 패싱’이 현실화되자, 일부에서는 원내대표 체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장성철 소장은 “이번 예산안 협상은 원초적인 잘못이 나경원 전 원내대표에게 있는 만큼 지금 원내대표의 잘못으로 돌릴 수는 없다”고 평가했다. 예산안부터 패스트트랙 법안까지 대안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무조건 반대만 해온 전임 지도부의 책임이 크다는 것이다. 장 소장은 “원내 지도부가 허니문 기간을 거치고 있지만 이번 협상 실패로 인해 강경 일변도의 당 대표 지도부와 강·온 병행의 원내 지도부 간 알력이 조기에 표출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예산안 협상 과정에서 이미 광화문 장외투쟁을 예고한 황교안 당 지도부는 예산안 협상이 통과된 후 국회 로텐더 홀에서 농성을 하기 시작했다. 당 안팎에서는 황 대표의 강경한 투쟁이 원내 지도부의 협상 입지를 좁힐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재원 의장과 직접 협상해본 적이 있는 민주당의 한 의원은 “김 의원은 겉으로 보기에는 강경파지만 속으로는 실리를 챙기는 능숙한 협상파”라면서 “하지만 지금과 같은 국면에서는 김 의원이 운신할 폭이 그리 크지 않다”고 말했다. 장성철 소장은 “한국당은 지금까지 줄곧 반대 투쟁을 해왔기 때문에 협상에 나설 경우 명분도 잃고 실리도 잃는 국면에 처해 있다”면서 “민주당이 강행 처리하더라도 명분만은 지킬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원내 지도부의 협상 입지는 넓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당 지도부와 원내 지도부 사이에 불협화음은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친황으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황 대표가 강경파이고 원내 지도부가 온건파라는 것은 일부 언론의 시각일 뿐 내부에서는 모두 강경한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심재철 원내대표나 김재원 의장 역시 원래부터 강경한 입장을 갖고 있었다”면서 “새로운 원내대표가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약간 달라졌을지는 몰라도 의원들의 생각은 나경원 원내대표 때나 심재철 원내대표 때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주간 舌전]“한국당 전 원내대표 나경원의 발걸음은 여기서 멈춘다”(2019. 12. 06 16:02)
2019. 12. 06 16:02 정치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게 된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의 말이다. 나 전 원내대표는 “권한과 절차를 둘러싼 여러 의견이 있지만 오직 국민의 행복과 대한민국의 발전, 그리고 당의 승리를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당초 임기 연장 불가 방침에 반발해 자신의 재신임을 묻겠다던 나 전 원내대표는 12월 4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돌연 입장을 바꿨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전 원내대표 / 권호욱 기자 나 전 원내대표의 ‘교체’는 당 의결기구인 최고위원회에서 이뤄진 사안이다. 당장 당내에서는 최고위원회가 월권행위를 했다며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김태흠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이것이 살아 있는 정당이냐”며 “원내대표의 연임이든 경선 돌입이든 의원총회에 권한이 있다. 당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이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가의 존립 근거인 헌법과 마찬가지로 정당이 존립하는 근거는 당헌인데 이번 조치는 당헌을 파괴한 행위”라며 “정당의 존립 근거를 말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한국당 내부가 들끓고 있는 가운데 나 전 원내대표의 ‘교체’를 지시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해당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황 대표는 “당 차원에 검토해 원칙대로 한 것”이라며 “나는 친황하려고 정치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와 총선을 앞둔 시기. 당에 번진 내홍을 가라앉히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주간 舌전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 “정개특위 활동, 한계점에 왔다”(2019. 08. 23 16:04)
2019. 08. 23 16:04 정치
국회 정치개혁특위의 활동이 8월 말로 끝나게 되면서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구체적인 대책을 묻고 싶었다. 당초 7월 말로 예정됐던 인터뷰는 이 원내대표가 매년 주최해온 ‘DMZ 통일 걷기’ 행사가 끝난 후에야 잡혔다. 8월 21일 오후 4시였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 시간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각종 의혹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의원총회가 열렸다. 인터뷰는 의총이 끝난 후에야 국회 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겨우 진행됐다. 이 원내대표는 정개특위의 일정에 대해 “한계점에 온 것 같다”며 8월 말까지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예상 답변서가 준비돼 있었지만, 한 번도 들춰보지 않은 채 그는 시종일관 기자를 바라보며 답변했다. -원내대표가 된 지 100일이 넘었다. 체력을 유지하기 힘들 것 같다. “(일정이) 보통이 아니다. 힘들다.” -원내대표 선출 때 머리를 염색하면서 ‘까칠한 정치인’에서 ‘부드러운 정치인’으로 바뀌겠다고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다시 까칠해졌다. 전환점이 어디였나. “협상이 진행되면서 어느 정도 절충점을 찾으면 조건이 달라졌다. 그건 좀 곤란하다. 협치하는 데도 어느 정도 원칙이나 기준이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처음 만들어진 합의안에 사인하고 그럴 때는 나름대로 노력한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한국당 텃밭 출신 의원들의 경직성을 돌파하지 못한 거다. 개인의 협상 스타일보다도 그런 구조적 문제에 나 원내대표가 갇혔다고 봐야 한다.” -3선 동안 상임위에서 쟁점 법안을 다루면서 한국당과 논쟁을 벌이지 않았나. 원내대표 때와 다른 점이 있나. “교육위·행자위·기재위·환노위·외통위에서 쟁점을 놓고 한국당과 논쟁을 벌였다. 원내대표가 되고 나니 아무래도 전체 국면을 책임져야 하니까 좀 다르다. 논쟁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매듭을 지어야 한다는 점이다.” -조국 장관 후보자 문제가 정국의 최대 현안이 돼 버렸다. “조국 인사의 핵심은 후보자가 사법개혁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이다. 전문성도 있다. 그런 의지나 전문성 부분에 대해서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그 뒤에 청문회를 준비하면서 몇 가지 이슈들이 나온 것이다. 공안몰이는 낡은 거다. 그 다음에 가족 신상털기는 지독한 인권침해다. 딸 문제는 법적 문제는 없지만 국민 정서와는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 그 부분은 본인도 인정하니까, 때가 되면 진솔한 정서의 고백이 있으면 좋겠다. 법적인 엄격성으로 돌아볼 때는 그것이 결정적인 하자라고는 보기 어렵다.” -지난 개각 때 홍영표 원내대표 시절 당에서 민심을 전달하면서 2명의 장관 후보자가 낙마했다. 조국 후보자와 관련해 앞으로 당에서 청와대에 민심을 전달할 계획이 있나. “이건 아직 인사청문회도 안 했다. 인사청문회를 하고 그 결과를 본 뒤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하면 그런 것(민심 전달)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청문회 날짜도 안 잡고 안 하겠다는 식으로 나오고 있다. 법무부 장관(후보자)에게는 법을 지키라고 하면서 국회 법 절차를 어기고 있다.” -법적인 시한(8월 29일)까지 인사청문회를 마쳐야 하는데, 청문회 일정이 잡히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 “국회로서는 할 말이 없는 상황이 되는 거다. 국회에서는 법 절차를 지켜야 한다. 다른 장관은 몰라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절차는 확실히 준수해야 한다. 이걸 자꾸 정략적으로 활용해서 정쟁을 반복하는 이런 청문회는 안 된다.” -조국 후보자도 86세대의 대표주자로 손꼽힌다. 이 원내대표 역시 86세대의 대표적인 정치인이다. 이번에 의혹이 불거지면서 86세대 정치인에 대한 비난도 함께 쏟아지는 측면이 있다. “86세대 중 대다수의 사람은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 정치권에 들어온 사람들 말고, 건강하게 사는 대중 86세대가 있다. 그들의 삶이 실제 86세대의 삶이지, 저 같은 정치인의 삶이 어떻게 세대를 대표하겠나. 조국 후보자도 본인이 86세대의 삶을 대표한다고 이야기하지는 않을 거다. 이런 것에서마저 오만하다면 우리의 정치생명은 끝이다.” -정개특위의 활동시한이 8월 말로 바로 코앞에 다가왔다. “이 인터뷰가 보도되는 시점에서 상황이 어떻게 종료될지는 모르겠는데, 한계점에 온 것 같다. 한국당이 지난 두 달 사이에 기존의 선거안(비례대표를 없애는 안)에서 입장이 바뀐 것이 없다. 시간만 끌고 있다. 애당초 두 달 활동시한을 연장했던 의미가 없다. 휴전에서 평화협정으로 갈 수 없다면 우리도 나름대로 중대한 결단을 할 수밖에 없다.” -정개특위에서 패스트트랙에 지정한 선거 개혁법안을 통과시키더라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 전망이 불투명하다. “패스트트랙은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마냥 시간을 끌어서 아무것이 안 되는 식물국회를 막자는 취지가 선진화법이다. 시간을 확보하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시간을 확보하면 (야당과) 합의안을 만드는 것이 훨씬 강제될 것이다.” -똑같이 8월 말로 끝나는 사법개혁특위는 어떻게 되나. “정개특위와는 달리 사개특위는 시간이 그렇게 급하지 않다.” -언론 인터뷰에서 내년 총선 때 민주당이 과반을 얻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패스트트랙 지정안인 연동형 50% 비례대표제에서는 힘들지 않겠는가. “50%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적용되면 비례 75석 중 절반에서는 민주당이 비례의석을 확보하기 힘들다. 하지만 연동형이 아닌 나머지 50% 권역별 비례대표에서 지금 의석(13석)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지역구 선거에서는 더 많은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과반이 기본적으로 목표이고 실제로 불가능하다고 보지 않는다.”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하는 것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에 이라크 파병을 반대했는데, 이런 민감한 문제에서는 원칙과 현실에 대한 생각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사견이지만, 추가 파병보다는 파병된 부대의 작전반경을 넓히면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상선을 지키는 것이다. 국가 간의 전쟁에 특정국가가 개입해 들어간다는 차원보다는 우리 국민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의 문제다. 원내대표로서도 이런 입장을 갖고 있다.” -운동권 출신으로 3선을 하는 동안 여당 시절이든 야당 시절이든 원칙을 고수하는 경우가 많았다. 원내대표가 되면서 원칙과 현실에 대한 고민을 가장 많이 하게 한 문제가 무엇이었나. “원칙을 흔들 수는 없다. 원칙을 바꾸면 제 정치가 달라진다. 제 원칙은 국민이 가진 원칙이다. 원칙을 버릴 수 없는 것이고, 원칙 속에서 원칙에 가깝게 움직이려고 최대한 대처하고 있다. (패스트트랙에 대해) 내가 뭘 잘못했다고 사과를 해야겠나. 원래대로라면 한국당에 대해 ‘택도 없는 소리 마라, 네가 사과해야지’라고 해야 한다. 그리고 예전 같으면 유감 정도로 절충이 안 됐다. 그런 부분에서 최대한 공존할 여백을 만드는 것이다. 경제실정 청문회도 말이 안 되는 소리였지만 국회의장이 중재하는 원탁회의 정도로 수용하자, 그런 거다. 다른 한편에서 분명히 해야 하는 것은 (패스트트랙) 고소·고발 문제인데, 이것은 양보할 수 없다.”
민주당 원내대표 ‘뜨거운 3파전’(2019. 04. 29 11:04)
2019. 04. 29 11:04 정치
ㆍ김태년·이인영 의원은 친노·친문의 범주류로, 노웅래 의원은 비문 비주류로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2017년 5월 원내대표 선거에서 우원식 전 원내대표에게 석패했다. 승리를 예상했던 홍 원내대표 측은 “홍 의원이 몇 시간 동안 사무실에 혼자 들어가 있다 나오더니 의원 명단을 가져오라고 했다”고 그때 상황을 전했다. 그 명단에는 ‘동그라미’ 표시가 있었다. 동그라미 표시는 분명히 과반이었지만 실제 표는 그렇게 나오지 못했던 것이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해 5월 선거에 다시 출마해 78표를 얻었다. ‘재수(再修)’ 끝에 원내대표가 된 것이다. 홍 원내대표의 임기가 곧 끝나고, 5월 8일에는 새로운 민주당 원내대표를 뽑는 선거가 실시된다. 김태년·노웅래·이인영 의원이 뜨거운 선거전을 펼치고 있다. 김태년·이인영 의원은 친노·친문의 범주류로, 노웅래 의원은 비문(非文) 비주류로 분류된다. 하지만 범주류 측에서 2명의 후보가 나옴에 따라 친문·비문이라는 계파 분류가 승패를 가를 중요 요인으로 작용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의원 명단에 그려진 동그라미의 위력 원내대표 선거 투표에는 민주당 현역의원 128명이 참여하게 된다. 후보들은 벌써 몇 번씩이나 의원들을 만나 지지를 부탁했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각 후보의 의원 명단에는 동그라미, 세모 등의 표시가 되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한 의원 측은 “후보들이 계속 의원을 만나려고 의원실에도 오고, 전화도 온다”면서 “의원들도 입장이 난처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한 의원 측은 “지금쯤 각 캠프에서는 의원 명단에 벌써 동그라미가 3개씩이나 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후보들이 직접 의원을 만나 지지 의사를 확인한 다음 동그라미로 표시한다면 3개도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한 후보 측 관계자는 “의원들이 ‘지지 의사는 있는데, 밖으로는 지지하고 있다고는 하지 말라’고 부탁한다”고 전했다. 누구를 찍을 것이라고 하면 나중에 입장이 곤란하기 때문에 속내를 밝히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적이 있는 한 의원 측은 “보통 동그라미 표시를 하면 전체 동그라미 수에서 20개 정도는 허수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원내대표 선거에서 결선투표는 2015년과 2016년에 이뤄졌다. 당시에는 후보자들이 난립해 5∼6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재적의원의 과반을 얻지 못해 결선투표까지 간 경우다. 2017·2018년 선거에서는 2명의 후보가 출마해 1차 투표에서 승부가 결정났다. 2017년 선거에서는 우원식 의원이, 2018년 선거에선 홍영표 의원이 과반을 확보해 당선됐다. 이번 선거에서는 3명의 후보가 출마해 결선투표가 이뤄질지, 아니면 1차 투표에서 판가름을 지을지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당초 원내대표 선거는 친문의 김태년 의원과 비문의 노웅래 의원이 붙을 것으로 예견됐다. 노 의원은 지난해 선거에서 두 번째로 떨어진 후 바로 의원들과 접촉해 삼수 도전을 기정사실화했다. 김 의원은 지난 1월 정책위 의장에서 물러나면서 사실상 원내대표 선거 출마를 공식화했다. 이때는 범친문계를 아우르는 김 의원의 승리가 점쳐졌으나, 이인영 의원이 출마를 표시하면서 선거구도가 요동쳤다. 특히 친문 직계인 ‘부엉이 모임’이 이 의원을 지원하고 나섰다는 이야기가 전해졌고, 급속도로 친문의 분화가 이뤄졌다. 이 의원은 김근태계 모임인 ‘민평련’(민주평화국민연대)과 초·재선 의원들의 모임인 ‘더좋은 미래’라는 지지기반을 갖고 있다. 맨 먼저 출마선언을 한 뒤 한 정책 세미나에 참석한 이 의원은 선거운동에 대해 “잘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년 의원 역시 지난 4월 9일 <주간경향> 인터뷰에서 선거 결과에 대해 낙관적인 예측을 했다. 인터뷰가 끝난 뒤 “1차 선거에서 승리하고 싶다”고 표현했다. 인터뷰에서 김 의원은 “국회 교육문화위와 정치쇄신특위의 민주당 간사, 그리고 여당 정책위 의장을 거치면서 여러 의원과 만나 같이 일을 해봤기 때문에 의원들이 계파를 떠나 능력을 놓고 투표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당내에서는 김 의원이 가장 많은 ‘동그라미’ 표시를 갖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결선투표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김 의원이 유력하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3명의 후보가 출마해 경쟁하기 때문에 1차 투표에서 재적의원의 과반(65표 이상)을 얻지 못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예측했다. 한 의원은 “결선투표는 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결선투표와 역전 이뤄질까 역대 원내대표 선거 결선투표에서는 표수가 팽팽했다. 2015년 선거에서는 비문의 이종걸 의원이 친문의 최재성 의원을 5표(66 대 61) 차이로 겨우 눌렀다. 2016년 선거에서 우상호 의원은 1차 투표에서 4표차(36 대 40)로 우원식 의원에게 뒤졌으나, 결선투표에서 승리했다. 63표를 얻어 56표를 획득한 우원식 의원에게 ‘역전승’을 거둔 것이다. 당시 민주당에서는 비문 의원들이 우상호 의원에게 표를 던져 결선에서 역전이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결선투표까지 감안해야 하면서 각 후보 측은 복잡한 셈법에 빠졌다. 2016년 선거처럼 지금 다소 열세이더라도 결선투표에서 결과를 뒤집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 후보 측 한 의원은 “1차 투표에서 내가 누구에게 던질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 다른 두 후보가 각각 1차 때는 아니더라도 결선투표에서는 자신을 찍어달라고 부탁한다”고 말했다. 결선투표까지 생각해 선거운동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후보 측 관계자는 “김태년 의원이 1차 투표에서 끝내고 싶은 것은 거꾸로 생각해보면 결선투표에서 역전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선투표의 대상자로 ‘김태년-이인영’ ‘김태년-노웅래’ ‘이인영-노웅래’ 등 각각 경우의 수가 등장하고 있다. 각 후보 측에서는 결선투표에 자신이 미는 후보 이름이 반드시 들어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가장 인원이 많은 범주류 측은 ‘김태년-이인영’ 간의 결선투표를 상정하고 있다. 하지만 비문 측의 계산법은 다르다. 노웅래 의원은 “지난해 선거에서 38표를 얻은 만큼 올해에는 이보다 더 많은 표를 얻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다른 한 의원은 ‘숨은 표’를 거론했다. 이 의원은 “의원들의 밑바닥 정서는 다르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원내대표까지 주류가 차지하는 데 대한 거부감이 많다는 것이다. 현역의원들에게 가장 큰 관심사는 뭐니뭐니해도 공천이다. 원내대표 선거가 공천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표심으로 나타난다는 것이 이 의원의 설명이었다. ‘숨은 표’는 결선투표가 이뤄질 경우에도 큰 위력을 발휘한다. 1차 투표 결과를 확인한 후 의원들이 새로운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후보 측 관계자는 의원들의 속내를 전혀 알 수 없는 이 현상을 ‘이삭 줍기’로 표현했다. 5월 8일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에서는 ‘동그라미 표’와 ‘숨은 표’가 결국 누구에게로 향할지가 드러나게 된다. 결선투표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측한 한 의원은 “원내대표 선거를 몇 번 치렀지만 이번만큼은 승부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원내대표 출사표 김태년 의원 “간사로, 정책위 의장으로 늘 정치일선에 서 있었다”(2019. 04. 15 18:52)
2019. 04. 15 18:52 정치
지난 3월 중순 더불어민주당과 야3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할 선거제 개혁법안을 합의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인물은 민주당 김태년 의원(경기 성남 수정)이었다. 20대 총선의 룰을 만든 국회 정치쇄신특별위원회에서 그는 민주당 간사였다. 선거구 획정의 미묘한 셈법을 알고 싶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인터뷰를 뒤로 미뤘다. 4·3 보궐선거를 마치고 나서야 인터뷰 일정이 잡혔다. 김 의원은 민주당 차기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다. 노웅래·이인영 의원과의 3파전이 예상되고 있다. 김 의원을 지난 4월 9일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인터뷰 주제는 원내대표 선거가 될 수밖에 없었다. 선거를 앞둔 그는 “야당 시절부터 간사로, 정책위 의장으로 늘 일선에 서 있었다”고 자신의 장점을 강조했다. -지난 1월 정책위 의장을 그만뒀다. 그때 이미 원내대표 출마를 선언한 것으로 해석됐다. 문재인 정부의 여당 정책위 의장으로서 거둔 성과는 무엇인가. “ 대통령 임기 초기에 국정과제를 설계하면서 성과를 만들어 냈다. 국정기획위에서 향후 5년간의 로드맵을 만들었다. 혁신적 포용국가의 큰 설계 그림을 그렸다.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이 초기 단계의 성과를 거뒀다.” -일자리 감소와 관련해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해서는 야당의 비판이 거세다. “논쟁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소득주도성장이 일자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고 분석하는 보고서는 없다. 단지 체감으로 느낀다고 할 뿐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비판이 많았는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면밀히 분석해봐야 한다. 시장의 수용성을 살펴보자는 것이다. 나머지 정책은 시빗거리가 없다. 다만 정쟁의 도구로 프레임을 짜고 있다. 경제는 대외적 여건을 비롯해 종합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진단을 왜곡하면 처방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공격이다.” -차기 원내대표 선거에서 3파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두 후보에 대한 평가는? “이인영 의원은 30년 친구다. 어쩌다 보니 선의의 경쟁을 펼치게 됐다. 이 의원은 젊은 시절 순순한 열정을 그대로 올곧게 간직하고 있다. 지금은 남북경협특위 위원장으로 통일문제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 노웅래 의원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으로 여야를 뛰어넘어 두루 원만하게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의원만이 내세울 수 있는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늘 일선에서 일을 해왔다. 야당 시절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간사, 정치쇄신특위 간사, 예산결산특별위 간사를 맡았다. 그리고 20개월 동안 여당 정책위 의장을 맡아 여당의 국정과제를 수행했다. 교문위 간사 때는 누리과정이 최대 이슈였다. 당시 야당으로서 누리과정 재원 지원에 꿈쩍도 하지 않은 여당을 움직여 상당 부분을 국고에서 부담하도록 했다. 예결위 간사와 정책위 의장 때는 추경까지 포함해 모두 다섯 번의 예산안 협상을 책임졌다. 정치쇄신특위 간사 때에는 보궐선거 연 2회를 1회로 줄였다. 그리고 온라인 입당을 합법화한 굵직굵직한 경험이 있다. 그때그때마다 우리 당의 정책 목표를 실현해왔다. 일련의 과정에 대한 주위의 평가가 그렇다. 그런 평가를 들으면 제 자신은 기분이 좋았다. 행복했다. 일과 관련해서는 능력이 있다, 일을 맡으면 책임을 갖고 성과를 내더라며 점수를 잘 준다. 그래서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것이다. 결과는 잘 나올 것으로 낙관한다.” -당대표와 너무 가까운 사람이 친정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우려도 있다.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호흡을 잘 맞춘다면 여러 가지 정국 현안을 푸는 데 장점이면 장점이지, 단점이 될 수 없다. 유능한 집권여당에는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다.” -노웅래 후보는 비문(非文)이라고 알려져 있다. 친문 표를 놓고 김 의원과 이인영 의원이 격돌하는 셈이 됐다. “언론에서 기사를 쓰기 위해서 친문, 비문으로 분류한다. 이해 못하는 바가 아니나 잘 맞지 않는다. 게다가 실제 원내대표 선거는 그런 식으로 표심이 흐르지 않는다. 국회의원들은 어떤 ‘그루핑’으로 원내대표를 뽑지 않는다. 최소한 이번 원내대표 선거는 그렇다. 그래서 도식화 분류는 맞지 않다.” -정책위 의장을 했기 때문에 현안에 대해서 누구보다 더 잘 알 것 같다. 어떤 일이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하나. “민생 챙기기가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미세먼지 대책과 경제활력 제고, 산불 지원대책이 필요하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한국 경제를 진단하면서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추경이 우선적 과제다. 권력기관 개혁입법도 역시 중요하다. 유치원3법과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 통과도 중요하다.” -야3당과의 패스트트랙 협상이 지지부진하다. 바른미래당이 기소권 없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법안’(공수처법)을 주장하고 있다. “지금 홍영표 원내대표가 임기 중이고, 우리 당 의원들의 동의하에 판단하고 선택할 문제다. 차기 원내대표에 출마하면서 공개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적당하지 않다고 본다. 다만 기소권을 분리해 수사대상한테 준다는 것에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공수처를 만들려고 했던 취지에 비춰보면 적절한 제안은 아니다.” -만약 원내대표가 된다면 제1야당의 협상 파트너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다. “협상은 유연하게 해야 한다. 당·정·청의 원만한 사전 조율이 있어야 하고, 야당의 부당한 요구에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나 원내대표가 협상답게 했으면 좋겠다. 원내대표가 된다면 협상을 직접 해봐야 알겠지만, 저는 협상을 잘하기로 공인된 사람이다. 협상할 때마다 성과가 있었다. 예산을 놓고 정책과 예산에 해박한 논리를 갖춘 김광림 자유한국당 의원과 협상하기도 했다. 야당일 때든 여당일 때든 협상을 할 때마다 (상대방에게) 밀렸다는 평가를 받지 않았다. 나 원내대표가 어려운 협상 파트너라면 그럴수록 협상을 잘했다고 평가받은 제가 적임자가 아닌가 생각한다.” -지난 19대 국회 때 정치쇄신특위 민주당 간사를 맡으면서 선거구 획정 등 어려운 일을 해냈다. 선거 룰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잘 알 것으로 생각된다. “상대가 있는 현안이라서 어떻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전망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선거 룰을 정하는 것은 의원 간, 지역 간, 정당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어려운 과제일수록 동의할 수 있는 범위를 넓혀야 한다. 이런 점에서 선거제 개혁안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태도는 바람직스럽지 않다. 지난 연말에 한 약속을 어기고 몽니를 부린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비례대표제를 폐지하자고 하는 것은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그렇게 국회를 대하면 안 된다. 서로 진지하게 진정성을 갖고 협상을 하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번 원내대표는 내년 5월까지 임기로, 내년 총선의 승패와도 맞물려 있다. “그동안 국정과제들을 하나씩 해결해가는 성과를 만들고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만들어 내는 것이 원내대표의 총선 전략이 될 것이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선거법은 불가피하게 패스트트랙으로 진행할 것”(2019. 03. 18 14:12)
2019. 03. 18 14:12 정치
최근 정치권에서 가장 바쁜 사람이 있다. 각 당 원내대표다. 선거법 개혁 협상 때문이다. 이 중에서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홍영표 원내대표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주간경향>과 인터뷰하기로 한 날은 지난 3월 12일이었다. 이날 국회 본회의 정당대표 연설에서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주십시오”라는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발언으로 큰 소란이 벌어졌다. 민주당은 강력하게 항의하는 등 여러 가지 대책을 강구했다.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다며 인터뷰는 하루 연기됐다. 다음날에도 한국당을 제외한 4당의 선거법 협상이 숨가쁘게 돌아갔다. 이런 가운데 국회 본청 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인터뷰가 이뤄졌다. 홍 원내대표는 인터뷰하는 도중 휴대전화를 보며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에게서 전화가 왔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선거법이 신속처리 안건(패스트트랙)에 지정되더라도 여전히 (한국당과) 협상 여지는 남아있다”고 말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연설이 파장을 일으켰다. “저는 솔직히 귀를 의심했다. 너무나 충격적인 발언이었다. 여야 간에 당리당략이 있다 하더라도 넘어서는 안 될 금기를 넘어섰다. 현 정국을 잘 말해주는 압축적인 발언이었다. 야당이 정부를 비판하는 것은 당연하다. 여당으로서 당연히 얼마든지 받아들여야 한다. 지적도 마찬가지고 대안 제시도 마찬가지다. 남북문제를 보더라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중요한 시기다. 다시 전쟁이냐 평화냐의 갈림길에 섰다. 국민들은 2017년 이전 상황으로 돌아갈 것인지 우려하고 있다. 돌아간다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모든 지혜와 힘을 모아서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모멘텀을 이어가야 한다. 몇십 년 만에 찾아온 기회를 성공시켜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보는 게 아니고 (한국당은) 잘 안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진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이) 잘 되면 내년 총선에 안 좋다는, 정말 속좁은 정치적 계산으로 이 문제를 바라본다. 이런 것은 정치를 떠나서 용납할 수 없다. 나는 일관되게 ‘적어도 외교·안보 문제는 초당적으로 협력하자’고 호소했다. 남북 간에 교착상태일 때 오히려 국회가 나서서 좀 더 진전시킬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것이 국회에 주어진 가장 중요한 소명이라고 본다. 그러기는커녕 어깃장을 놓고 몽니를 부리는 것으로 가득 차 있다 보니까 이런 (수석대변인) 발언이 나온 거다.” -올해 들어 겨우 3월에야 국회가 열렸다. “여러 가지 복잡한 사정이 있다. 통상 1월 국회는 쉬게 돼 있다. 설날이 끝나고 국회를 열어야 하는데 한국당이 여러 가지 조건을 걸었다. 김태우 전 검찰수사관 특검,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 청문회, 환경부 리스트 국정조사, 손혜원 의원 국정조사를 요구하면서 국회를 보이콧했다. 모두 검찰 수사 중이다. 국정조사를 해봤자 말싸움만 하다 끝나는 거다. ‘못받겠다. 검찰 수사가 끝나고 하자’고 하니 국회를 못연 것이다.” -전에는 김성태 전 원내대표가 협상 대상이었다가 지금은 나경원 원내대표다. 이후 여야 협상이 잘 안 되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 “협상이 제대로 안 되는 것은 집권여당 원내대표의 무한책임이다. 제가 부족해서 안 된 거다. (책임에 대해서) 나 원내대표를 특별히 언급하고 싶지 않다. 정치는 각 당의 이해관계와 국민 그리고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이뤄진다. 항상 여야 간에 쟁점이 있다. 많은 갈등과 대립이 있다. 그러나 그걸 탓할 수는 없다. 국회 고유의 일은 해야 한다. 초등학교 1·2학년의 영어 방과후 교육을 다시 허용하는 법안이 대표적이다. 법사위까지 올라갔다. 그런데 신학기가 시작되고 난 뒤에야 통과됐다. 민생이나 국가 미래를 위한 예산입법은 다른 차원에서 여야가 타협해서 조율해야 하고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아예 정쟁의 영역에 빠져 ‘이거 안 들어주면 아무 것도 안 하겠다’고 해서 애꿎은 법안이 통과가 안 된 것이다. 아무리 어려워도 일은 해야 한다. 다 내가 부족해서 안 된 거라고 생각한다.” -신속처리 안건(패스트트랙)이 논란이 되고 있다. “우선 패스트트랙은 갑자기 생긴 법이 아니다. 국회법에 명시돼 있다. 원래 국회는 다수결이 원칙이다. 그런데 단 한 개의 정당, 한 명의 국회의원이 반대하면 아무것도 안 된다. 식물국회가 된다. 그런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만든 것이 패스트트랙이다. 그런데 요건이 엄격하다. 상임위에서도 재적의원 5분의 3이 동의해야 할 만큼 지정하기가 어렵다. 지난번에 ‘유치원 3법’을 처리할 때도 그랬지만 오랫동안 여야 간에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두 명이 반대하면 (통과가) 안 됐다. 지금은 불가피하게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할 수밖에 없다. 신속처리 법안에 지정되더라도 최장기간 동안 논의도 못하는 것이 아니다. 그 다음날이라도 합의되면 처리할 수 있다. 전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아예 법안심사에 응하지 않고 협상도 안 되는 이런 상대에 대해서 협상을 해보자고 불러내는 의미가 있다.” -선거제 룰 협상은 지금까지 여야 합의 없이 통과된 적이 없다. “이례적인 것은 사실이다. 이대로 통과시키겠다는 게 아니다. 협상에 응하지 않으니까, 무슨 방법이 있나. 선거제 개혁을 포기하느냐, 아니면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하느냐. 우리는 후자를 택한 거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더라도 여야 간 합의 여지는 그대로 있다. 수정안도 만들 수 있다. 얼마든지 한국당이 참여해 반영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그런데 비례대표제를 없앤다는 한국당의 안은 말이 안 된다. 지역구 의원 선거를 통해서는 도저히 국회에 올 수 없는 분들이 있다. 청년, 각 분야의 전문가, 시민단체 활동가 등을 비례대표로 활동하게 하는 제도다.” -지역구 의원을 줄이는 민주당 안에 대해서 당 내부에서는 불만이 없나. “솔직히 말해서 지역구 의원을 줄이면 민주당이 가장 손해를 보고, 한국당도 손해를 본다. 민주당 내에서 우려나 비판이 있다. 야당도 현행 선거제를 어떻게든 바꾸면 민주당이 손해를 감수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익을 보는 거 아니다. 내부적으로 합의 도출이 쉽겠느냐. 의총에서 추인된 안이다. 그래서 야당에게 이런 기회를 소탐대실해서 놓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민주당이 이익을 많이 보려고 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장관들의 인사청문회가 3월 국회에서 열린다. 어떻게 보나. “통과가 될 것이라 본다. 이번 인사는 균형 있게 됐고 청문회 대상 인사들이 다 전문가다. 훌륭한 분들이다.” -재벌 개혁법이 지지부진하다는 비판이 있다. “그런 것이 아니다. 그것(재벌 개혁법)은 여전히 중요한 정책 목표다. 여러 가지 경제상황을 고려하면서 가야 한다고 본다. 상법 개정안이 대표적인데, 예를 들면 감사위원 분리선출이라든지 집중투표제는 여러 전문가의 이견이 있다. 경제계의 우려도 있다. 그런 것은 좀 더 신중하게 의견을 수렴해서 처리해야 한다. 그런(논란이 되는) 것 외에 나머지는 여야가 합의 못할 이유가 없다. 공정거래법이 이번에 패스트트랙에서 빠졌다. 공정거래법은 사정이 있다. 38년 만에 처음으로 전면 개정한다. 국회에 상정도 안 됐고 논의도 안 됐다. 그래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공정거래법도 내용이 방대해서 이거야말로 여야 간에 논의 수준을 맞춰서 할 수밖에 없다.” -원내대표를 한 지 10개월이 넘었다. 얼마 남지 않았는데, 어떤 것이 가장 아쉽나. “개혁입법을 완성하는 성과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공수처법, 검·경 수사권 조정, 국가정보원법이 그렇다. 제일 아쉬운 것은 국정원법이다. 왜냐하면 문재인 정부 들어 국정원이 국내 사찰에 개입했던 조직, 거기에 속해 있던 IO(정보관), 이런 거 없앴다. 그래서 정말 국정원을 개혁했다. 이젠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전문기관으로 거듭났다. 제가 야당 의원에게 이야기하는 게 ‘국정원 개혁한 지 2년이 됐다. 거기에 맞춰 법을 바꿔야 하는데 안 돼 있다’는 것이다. 한국당에 대해 내가 ‘다른 법은 모르겠다. 정치사찰·도청 안 하겠다. 과거에 IO가 정보를 수집하고 정치에 개입했다. 이런 것을 안 하겠다는데 (국회가) 안 해주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국정원법이 정작 패스트트랙에서 빠졌다. “야당에서 반대해서 그런데, 아쉽다.” -원내대표직을 수행하면서 원형탈모로 고생했다고 알려졌다. “작년에 예산안 통과할 때 가장 힘들었다. 예산안이 통과하던 마지막 날 아침 6시에 집에서 나와 다음날 새벽 6시에 집에 들어갔다. 24시간 계속 협상했다. 들어가자마자 쓰러졌다. 그 무렵 힘들었다. 지금 원형탈모는 증상이 좋아져서 머리가 많이 났다.” -친문 의원으로 손꼽히는데, 원내대표직을 수행하면서 당·정·청 관계가 원만했다고 생각하나. “원내대표에 선출되면서 당·정·청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우선 상임위 당·정·청 회의를 열었다. 이전에는 없었다. 이전에는 해당 상임위와 상의 없이 정부가 발표하는 식이었다. 지금은 정부가 정책을 수립하면 해당 상임위와 논의한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 많이 개선됐다. 또 하나는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매주 일요일 저녁에 총리·청와대 비서실장, 당대표 등과 회의한다. 내가 원내대표가 되면서 만들었다. 당·정·청이 소통하는 것을 제도화해서 모든 것이 많이 개선됐다. 주요 정책은 어떻게 보면 우리(민주당)가 주도했다. 확대재정은 재작년에 하지 못했지만 내가 강력하게 주장했다. 작년에 10%에 가깝게 늘렸다. 중요한 정책을 하는 데 있어 이전보다 당이 주도하는 일이 많아졌다. 기억나는 것으로는 부동산정책이 대표적인 예다. 당이 주도했다. 부동산 안정에 큰 역할을 했다. 최근에 카풀 택시 관련 사회적 대타협도 마찬가지로 당이 주도했다. 과거에는 주요 정책을 발표할 때 형식적으로 당이 앉아서 사진만 찍었다. 내가 원내대표가 되어 그런 것은 없었다고 자부한다. 당이 청와대나 정부에서 시키는 대로는 안 했다. 구체적 사례가 많다.” -원내대표를 그만두면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 “원내대표가 힘든 자리다. 특히 여당 원내대표가 힘들다. 뒤에 딸이 그린 그림이 있다. 제목이 여당 원내대표다. 닭을 그렸다. 내가 닭띠다. 닭이 화려하다. 하지만 목이 비틀리고 고생을 한다. 여당 원내대표이기 때문에 어려움이 훨씬 많다. ‘을’ 중의 ‘을’이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하루하루 날짜를 세고 있다. 5월 초에 그만둔다. 드디어 두 달 안으로 들어왔다.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예산안 통과가 끝나고 거의 다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이번에 패스트트랙 협상 등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원내대표 후 행보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
양당 원내대표 범주류가 웃었다(2016. 05. 10 17:45)
2016. 05. 10 17:45 정치
ㆍ주류인 듯 주류 아닌 주류 같은 범주류가 원내 지휘… ‘협치’라는 변화 내세워 5월 초 범주류가 웃었다.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범주류에 속하는 우상호 의원이 원내대표에 당선됐고,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는 범친박에 속하는 정진석 의원이 원내사령탑에 앉았다. ‘내 거인 듯 내 거 아닌 내 거 같은 너’라는 노래 가사처럼 주류인 듯 주류 아닌 주류 같은 범주류가 양당의 원내 지휘를 맡았다. 양당은 마치 평행이론처럼 하루 이틀 사이에 비슷한 선택을 했다. 친박·친노의 주류에서는 직접 지원을 받는 후보를 내세우지 않았고, 범주류에 속하는 후보가 비주류를 물리치고 원내대표직에 오른 것이다. 범주류 중 가장 유연한 후보가 선택됐다. 선택은 먼저 새누리당에서 이뤄졌다. 5월 3일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범친박의 정진석 의원이 김광림 의원(정책위 의장)과 조를 이뤄 전체 투표자 119명(전체 당선자 122명) 중 69표를 얻었다. 과반을 얻음으로써 단 한 번의 투표로 끝난 것이다. 비박의 나경원 의원-김재경 의원 조는 43표를 얻었고, 유기준 의원-이명수 의원 조는 7표를 얻는 데 그쳤다. 새누리당 정진석 20대 국회 원내대표(오른쪽)와 더불어민주당 20대 국회 우상호 원내대표가 5월 5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만나 손을 잡고 여야 협력을 다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새누리, 친박 김광림과 조 이룬 정진석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이미 정진석 의원이 김광림 정책위 의장을 러닝메이트로 선택하면서 승부는 기울었다”고 말했다. 대구·경북(TK)지역의 한 의원은 “우리로서는 김광림 의원을 러닝메이트로 하는 곳에 표를 몰아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 의원실에서 원내대표 경선 전에 만든 표 예측에는 정진석-김광림 조의 교집합(두 의원과 모두 친한 당선자)이 58표였고, 합집합(두 의원 중 한 의원이라도 친한 당선자)이 85표였다. 교집합과 합집합의 중간이 70표 어름이었다. 특히 TK지역 전체 당선자 22명 중 20표 정도가 정진석-김광림 조에 몰표를 던질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왔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충청과 TK지역을 정진석-김광림 조가 석권하고, 수도권·경남 등 나머지 지역에서 반타작을 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개원국회의 원내대표는 단순히 당의 얼굴을 뽑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당선자들의 이해관계가 직접적으로 걸려 있는 상임위 결정이 원내대표와 정책위 의장의 손에 쥐어져 있기 때문이다. 정진석 - 김광림 조를 선택했다는 한 의원은 김광림 의원의 이름에 ‘형’을 붙이며 친근함을 과시했다. 정진석 의원은 탈계파를 선언하고 어떤 계파의 모임에도 참석하지 않았음을 강조했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정무수석직을 수행하면서 ‘친박’임을 은근히 내세웠다. 김광림 의원은 19대 국회에서 경북지역 의원들이 친박과 친김무성계로 분화될 때 친박 쪽에 섰다. 지난해 7월 경북도당 위원장 임명을 놓고 친박계 김광림 의원 대 친김무성계 이한성 의원 간 표 대결이 벌어지기도 했다. 친박은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 한 걸음 뒤에 물러났다. 친박인 유기준 의원이 친박 쪽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원내대표 경선에 참여했다. 친박의 수장인 최경환 의원이 유 의원의 출마를 만류하면서 친박 차원의 지원이 아님이 드러났다. 범친박에 속하는 원내대표와 정책위 의장이 선출되면서 혁신의 목소리는 하나둘씩 사그라지고 있다. 원유철 비대위원장 체제를 반대했던 새누리혁신모임은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2주 만에 사실상 와해됐다. ‘혁신형 비대위’를 꾸려야 한다는 비박 측의 주장도 친박의 ‘관리형 비대위’에 밀리는 형국이다. 당선자들의 계파 분포를 보면, 오는 7월 전당대회에서도 주류인 친박 또는 범주류인 범친박계의 후보가 당권을 차지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와 비슷한 현상은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일어났다. 단지 하루라는 시간이 차이가 날 뿐이다. 5월 4일 더민주의 원내대표 경선에서는 1차 투표에서 우원식 의원이 40표, 우상호 의원이 36표(전체 123명의 당선인 중 121명 투표)를 얻어 결선에 진출했다. 비주류에 속하는 의원들의 득표는 지지부진했다. 민병두 의원은 16표, 이상민 의원은 12표, 노웅래 의원은 9표, 강창일 의원은 8표를 얻었다. 결선 투표에서 우상호 의원은 63표를 얻어 56표(전체 120표 중 무효 1표)를 얻은 우원식 의원을 물리쳤다. 더민주, 우원식보다 덜 강경한 우상호 원내대표 경선이 시작되면서 더민주에서는 새누리당의 친박처럼 친노의 움직임이 최고의 관심사였다. 친노의 홍영표 의원은 “문재인 전 대표와 일절 상의하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그의 기반은 친노 표의 결집이었다. 끝까지 경선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던 홍 의원은 4월 30일 등록마감 30분 전에 후보 출마를 포기했다. 이날 친노 의원들이 모임을 갖고 홍 의원의 출마 포기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노 측 한 관계자는 “이 자리에서는 범주류에 속하는 우원식 의원과 우상호 의원 중 누구를 밀지에 대해서는 일절 이야기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범주류 측의 연대 움직임 과정에서 우원식 의원이 적극적이었던 반면, 우상호 의원은 수동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한 관계자는 “우상호 의원의 경우 우원식 의원보다 비교적 덜 강경하다는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결선투표에서 범주류 측과의 연대보다는 비주류의 지원을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우원식 의원은 을지로위원장을 맡고 당내 혁신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강경파라는 이미지를 굳혔다. 우 의원은 김근태 계보인 민평련에 속하지만 손학규계로도 분류된다. 반면 우상호 의원은 전대협 부의장을 맡았던 경력 때문에 줄곧 86그룹으로 분류돼 왔다. 하지만 대변인 등 많은 당직을 맡을 정도로 운동권 의원 중 가장 유연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때문에 친노 주류의 표가 우상호-우원식 후보로 각각 갈라지면서 비주류의 표를 받은 우상호 의원이 유리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비주류 측에서는 통합행동을 중심으로 김부겸 의원을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시키려는 물밑 움직임이 있었으나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행동의 민병두 의원은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비주류 측 네 후보의 표를 모두 모아도 45표에 불과해 비주류는 20대 국회에서 영향력이 더 약화됐음을 실감해야 했다. 범주류에 속하는 우상호-우원식, 두 의원이 나란히 결선에 진출할 정도로 계파 간 기울기는 가팔라졌다. 민병두 의원은 경선을 앞두고 3강 예상에 대해 “3강은 결선에 진출하지도 못하는 만큼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비주류의 한 의원은 “비주류가 단일화를 하지 않은 현실이 있지만 여전히 당의 주류는 친노·친문(친문재인)·운동권이라는 것을 알게 한 경선”이라면서 친문과 운동권의 차이에 대해 “주류 측에서는 다르다고 말하지만 아는 사람은 (같음을)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우 원내대표가 친노·친문과는 다른 길을 갈 수도 있지만, 앞으로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8월 또는 9월 전당대회에서도 범주류의 영향력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주류의 한 의원은 “전당대회 역시 친노·친문의 선택대로 간다고 볼 수 있다”면서 “친노·친문이 협조가 가능한 대표를 내세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변화에 표를 찍었다. 청와대의 결정에 무조건 따르기만 했던 친박을 먼저 심판했다. 양당체제의 한 축인 더민주에 대해서는 비판적 시각을 견지해 국민의당과 함께하는 3당체제를 만들었다. 하지만 총선이 끝나고 난 뒤 양당의 선택은 정책을 바꾸는 것이지 계파 구도나 사람이 바뀌는 것이 아님을 보여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양당의 범주류 원내대표는 협치(協治)라는 변화를 내세웠다. 변화하는 듯 변화가 아닌 변화 같은 20대 국회가 막 시작하려 하고 있다.
[편집실에서]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에게 거는 기대(2015. 02. 10 17:01)
2015. 02. 10 17:01 오피니언
작년 7월에 본란에 쓰려고 다 써놨다가 접었던 글이 있습니다. 당시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김무성 의원에 대해 큰 기대를 걸고 있다는 요지의 글이었습니다. 김 대표에게 보수 꼴통에 구악이라는 이미지가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가 박근혜 대통령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던 ‘탈박’이었고 정치력도 갖추고 있는 만큼 당대표로서 제 역할만 해준다면, 비정상을 일상화하고 있는 박근혜 정권의 역주행에 제동을 걸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때 썼던 글을 싣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었습니다. 욕만 바가지로 먹을 뻔했습니다. 김 대표는 기대했던 만큼 견제자 역할을 해주지 못했습니다. 분명 박 대통령과 맞지는 않는 것 같은데 대놓고 각을 세우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개헌 이야기를 꺼냈다가 청와대가 발끈하자 바로 꼬리를 내리기도 했지요. ‘무대’(무성 대장)라는 별명이 무색하게 앞에서는 못하고 뒤에서만 구시렁대는 게 김 대표의 이미지였습니다. 김 대표 이야기를 꺼낸 건 이번에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된 유승민 의원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또 오판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저는 유 원내대표에게 기대를 걸어보고 싶습니다. 유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에서는 보기 드문 개혁적 마인드를 갖고 있고, 합리적이라는 인상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2005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의 비서실장을 하기도 했지만 박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아 결국 둘 사이가 멀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박 대통령 입장에선 토사구팽했던 김무성 의원과 유승민 의원이 당대표와 원내대표로 금의환향한 꼴이니 그 속이 어떨지 짐작이 됩니다. 김무성-유승민 투톱 체제가 새누리당을 이끄는 이상 박 대통령도 더 이상 오기나 불통의 정치를 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당장 유승민 원내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증세 없는 복지’의 용도폐기론을 내걸었지요. 그걸 보는 순간 동화 에서 “임금님이 벌거벗었다”고 외치는 아이가 떠올랐습니다. 사기꾼이 어리석은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다는 옷을 임금에게 바칩니다. 임금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숨기기 위해 옷이 보이는 척하고, 심지어 보이지 않는 옷을 입고 거리행진까지 합니다. 신하들 역시 진실을 이야기하지 못하고 아첨하기에 바쁩니다. 얼마나 우스꽝스럽습니까. 그런데 우리의 현실 역시 이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박근혜 정권이 내세운 ‘증세 없는 복지’가 바로 어리석은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다는 옷이었습니다. ‘증세 없는 복지’라는 말 자체가 앞뒤가 안 맞는 일종의 형용모순인데도, 박 정권에서는 마치 건드릴 수 없는 성역으로 군림해 왔습니다. 실현불가능한 일인데도 박 대통령도, 청와대도, 정부도, 새누리당도 할 수 있는 척했습니다. 허구와 위선, 꼼수만 가득한 구호였던 ‘증세 없는 복지’를 유 원내대표가 “허구”라고, “거짓말”이라고 대놓고 까발린 것입니다. 대통령이 ‘어리석은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옷’을 입은 게 아니라 벌거벗었다고 말할 줄 아는 것만으로도 유 원내대표에게 기대를 걸어볼 만하지 않습니까. 박 대통령은 ‘사면초가’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방에 포위된 형국입니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당대표와 원내대표 모두 탈박 인사들이 차지하면서 예전처럼 청와대 맘대로 움직이기가 힘들어졌습니다. 박 정권을 떠받쳤던 콘크리트 지지율도 깨졌습니다. 국민들이 보내는 신호는 분명합니다. 박 대통령에게 변하라고 합니다. 오만과 오기, 불통의 리더십을 환골탈태하라고 합니다. 박 대통령은 위기라고 느낄지 모르지만 저는 박 대통령에게, 대한민국에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유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의 위기를 대한민국의 기회로 바꾸는 연결고리가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것이 저만의 개인적인 기대는 아닐 것입니다.
편집실에서
[유인경이 만난 사람]새민련 원내대표 도전 나선 이종걸 의원 “계파색 없는 4선 경륜, 블록화된 당 통합에 적격”(2014. 04. 08 20:59)
2014. 04. 08 20:59 정치
각 정당은 6·4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총력체제로 돌입했다. 기초선거 정당공천 여부를 둘러싸고 국회 안팎이 시끄럽다. 여야 간 기싸움 양상이다. 한편에선 물밑싸움의 열기도 뜨겁다. 차기 원내 사령탑을 향한 경쟁이다. 차기 원내대표는 올 하반기 대거 교체되는 각 상임위원장과 위원 선정의 칼자루를 쥐게 된다는 점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의원들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민련)에서는 이종걸 의원이 일찌감치 원내대표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현 전병헌 원내대표의 임기는 5월 15일에 끝난다. 원내대표로 나설 결심을 한 이유는 뭔가요. “속마음과 겉마음이 다릅니다.(웃음) 표면적 이유는 제가 4선 의원으로 그동안 국민들이 많이 보살펴줬는데 거기에 상응하는 봉사나 실행이 좀 적었던 것 같다는 반성을 했습니다. 더 많은 일을 하고 국민에게 더 큰 봉사를 해보자는 마음에서 원내대표 선거에 나서게 됐습니다. 정치 수요자, 국민 관점, 국민 눈높이로 정치가 바뀌는 전환기에 제가 신당의 원내대표가 된다면 정말 온몸을 던져서 수요자 입장에서 정치를 하는 첫 번째 모델을 만들고 싶은 욕망이 있습니다. 속마음은 좀 다르죠. 과거에도 도전했다가 중간에 포기한 적이 있어요. 당시에는 제가 의원들 전부를 아우르는 능력을 발휘하기엔 미숙하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원내대표는 혼자 튀는 자리가 아닙니다. 의원 개개인의 특징·의지·조건 등을 다 파악해서 우리 국회에서 최적화된 의원으로 역량을 발휘하게 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또 원내대표는 엄청난 정신적·육체적 노동이 요구되는 자리입니다. 의지와 동시에 체력도 필요한 자리여서 지금 이 시점이 제가 원내대표를 할 가장 최적기라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4선의 경륜이지만 아직 건강하니까요.” 이 의원 외에도 박영선, 최재성 등 다른 의원들도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박영선 의원의 경우 최초의 여성 원내대표 시대를 열자면서 개별적으로 의원들을 접촉하는 등 스킨십을 발휘하고 있다고 하던데요. 경쟁자들 가운데 이 의원이 꼭 원내대표가 되어야 할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현재 우리 당은 여러 가지로 위기상황입니다. 통합 전 민주당의 경우 의원총회에서 분노감과 열패감이 많이 느껴지고 내부 반발도 심합니다. 이길 수밖에 없던 총선에서 지고, 이길 수 있던 대선에서 패배했는데 자칫 이번 선거에서도 지는구나 하는 패배감이 바이러스처럼 퍼지고 있습니다.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대통령 정책이나 새누리당을 비판만 하는 처지에 있는 데다가, 국민들로부터도 질시와 배척을 당한다는 생각도 큽니다. 다행히 안철수 신당과의 통합을 통해 유턴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는데, 이번 지자체 선거에서 패배하면 또 나락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엄청나게 중요한 시기죠. 사실 저는 4선 의원에 과거 우리당의 원내부대표도 했고, 현재 정치혁신실행위원장도 맡고 있지만, 다른 개성이 강한 의원들에 비해서는 크게 두드러진 존재감은 없습니다. 이종걸에 대해서 다들 ‘사람은 참 좋지. 그런데 그 양반이 뭘 했지?’라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이번 19대 국회에서도 51개의 법안을 발의했고, 우수의원 상까지 받았는데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런 평가, 혹은 강렬하지 않은 존재감이 제 장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계파를 거느린 수장도 아니고 강한 카리스마도 없지만 그렇다고 저를 아주 싫어하는 이들도 없거든요. 그건 제가 남에게 보여지는 면에 치중하기보다는 묵묵히 의원직에 충실했다는 뜻이고, 적어도 제 능력에는 시비를 거는 이들이 드물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우리 당은 현재 이념별·계파별 등등으로 블록화돼 있어요. 각각 칸막이가 쳐 있어서 분열된 우리 당의 의원들을 끌어안고, 그 칸막이를 걷어낼 수 있는 사람은 특징 없는 이종걸이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당내의 갈등을 아름다운 소통으로 바꿀 수 있는 최적화된 원내대표가 될 자신도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 다른 의원들을 만나 이야기를 많이 듣는 중입니다.” 왜 그렇게 존재감이 없다고 생각합니까. 광복유공자 자손에 경기고, 서울법대, 사법고시 등 스펙도 화려한데…. 의사 부인 등 가진 게 너무 많아서일까요. “국회 안에서 큰소리를 지르거나 주목받는 활동을 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또 제가 장자연 사건이나 국정원 여직원 사건 등 보수언론과 자주 대립된 일을 한 탓인지 주요 매체에서 제 활동을 잘 다루지 않기도 하고요.” 장자연 사건의 경우 지난해에 대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죠. “지난 2009년 4월 당시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을 상대로 한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장자연 리스트에 조선일보 방 사장이 포함됐다. 이를 은폐하기 위해 경찰에 압력을 행사해 수사를 왜곡하고 있다’고 밝혔고, 홈페이지·블로그 등에 그 사실을 알렸다며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와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했습니다. 조선일보가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와 관련한 소송을 약 4년 만에 일괄 취하하면서 무더기 고소·고발이 잘못된 것이었음이 만천하에 밝혀진 거죠. 4년 동안 지루하게 끌어온 법정 싸움이 마무리됐는데, 조선일보를 상대로 4년간 투쟁해 승소한 것은 아주 드문 일이죠. 그 사건이 4년을 끌 일입니까. 조선일보는 사주의 이름이 언급되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국회의원의 정당한 직무행위와 언론 보도 등에 대해 거액의 민사소송과 형사 고소를 통해 야당 의원과 시민단체, 언론사 관계자들에게 어마어마한 고통을 안겨줬습니다. 모든 소송은 끝났지만 고 장자연씨가 죽음을 통해 밝히고자 했던 우리 연예계의 고질적인 병폐를 둘러싼 진실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국정원 여직원 사건으로도 검찰에 출석했더군요. “지난 대선 직전 댓글작업을 한 국가정보원 여직원을 감금한 혐의로 고발당해서 지난달 25일 검찰에 출석했습니다. 저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에 대해 여직원을 감금하고 위해를 가한 중범죄인 취급을 하더군요. 엘리트 국정원 직원들에게 댓글 아르바이트를 시키는 정부에 대해 항의하고 진실을 밝히려는 것을 이런 식으로 물타기하는 것을 보면서 검찰이 사회적 고민을 하지 않고 정치공작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검사가 12시간 정도 조사를 했는데 이름, 나이, 대표 정당경력을 묻기에 최고위원 시절에 맡았던 ‘정치검찰대책특위 위원장’을 말하니까 좀 어이없어 하더군요.” 검찰혁신도 중요하지만 정치·정당혁신도 국민들에게는 더 관심이 큽니다. 민주당 정치혁신실행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혁신안도 발표했는데요. “정치혁신, 특히 특권과 기득권 내려놓기에 관해서는 정말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심정입니다. 국회의원들의 처지나 상황을 알면서 제가 대표로 다 내려놓으라고 주장하는 것 같아서요. 제가 지난달 국회에서 ‘국민들의 혁신 요구를 천금같이 받아들입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국회의원의 여러 특권을 내려놓겠습니다. 정치혁신을 선도하겠습니다’라고 밝혔을 때 정말 마음이 무겁고 뜨거웠습니다. 잘못된 모든 관행을 떨쳐버리고 외부 힘에 의한 변화가 밀려오기 전에 스스로 변하겠다는 각오를 대표로 밝히는 자리였습니다. 관련 법규가 재개정되기 이전이라도 정치혁신 과제를 먼저 실천해나갈 겁니다.  변칙적인 후원금 모금행사로 악용되고 있는 국회의원들의 출판기념회 회계를 투명화시키는 것과 경조사의 축·부의금 수령을 금지하는 등 국회의원들이 직무와 관련 없이 누리고 있는 모든 특권을 내려놓겠다는 내용은 지금까지 나온 적이 없는 새로운 제안입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한 ‘(가칭)국회의원윤리법’은 영국 정도에서만 시행되고 있을 뿐입니다. 혁신안에 면책특권이나 불체포특권 폐지 등 알맹이가 빠졌다는 지적이 있는데, 그 부분은 헌법개정 사항이기 때문에 좀 더 연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유보한 것입니다. 다들 의미와 의지에는 찬성을 하면서도 국회의원 활동을 하려면 연구 등에도 돈이 많이 필요한데 너무한 게 아니냐는 불만도 많아요. 다행히 출판기념회를 아예 하지 않거나 책값만 받는다며 투명한 플라스틱 박스를 비치해둔 행사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실천이 중요하죠.” 지난 대선과정에서 공약으로 내세웠던 세비 30% 삭감은 포함이 안 됐더군요. 공약을 안 지키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나 새누리당과 다를 바가 없네요. “지난번 혁신안을 발표할 때 국민들과의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 사과드렸고.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 하지만 이번에 저희가 제안한 세비심사위원회를 구성해서 이후에도 계속적으로 세비의 적정성을 심사하게 된다면 세비에 대해 좀 더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을 마련한 제도가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초기에야 살짝 실천하는 것같지만 금방 흐지부지되는 것은 아닐까요.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민주당은 김대중 대통령의 퇴임 이후 지난 11년 동안 거의 모든 선거에서 패배를 거듭해 왔지만 반성과 혁신을 이뤄내지 못했습니다. 뚜렷한 국가 비전도 변변한 정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새로운 당을 만들었는데,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이 보시기에 납득할 만한 수준의 정치혁신을 이루지 못한다면 제1야당으로서의 존립 자체가 어려운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위기감은 의원들이 모두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혁신안에 대해 의견을 모으는 데 크게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국회 경제민주화 포럼도 운용하면서 공인인증서 관련 법안도 내놓고, ‘대륙으로 가는 길’ 이사장으로 통일전략에 대한 비전도 많이 발표하셨는데요. 정작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개혁을 강조하고 ‘통일 대박’을 주장하며 선점한 느낌입니다. “뭐 좀 거친 표현으로 네다바이 당한 심정입니다. 경제민주화도 그렇고, 복지정책도 그렇고, 국민들의 눈길이 갈 만한 것들은 무조건 다 자기네 것으로 만들어버리더군요. 그것이 진정성을 갖고 정말 국민들의 행복에 도움이 된다면 누가 먼저 발의했건, 누구의 법안이건 뭐가 중요합니까. 그런데 현실이 그렇지가 않아요. 정략적으로만 활용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입니다. 경제민주화는 이미 실종된 것 같고, 현재 대북관계로 볼 때 어떤 대박을 보여주려는지 걱정스럽습니다. 대통령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정치가 아니다’라고 한 자신의 말을 벌써 잊은 것 같아요.” 이종걸 의원은 광복유공자 후손입니다. 유공자의 자손으로 산다는 것이 명예이기도 하고 멍에이기도 할 텐데요. “우당 이회영 할아버지의 손자란 것은 엄청난 행운입니다. 할아버지는 벼슬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았고 명예나 지위에 대한 욕심도 없었다고 합니다. 평생을 광복운동과 혁명가의 길을 걸었음에도 어떤 단체나 모임에서 장(長)을 맡은 적이 없습니다. 광복을 위해 6000석의 전 재산을 광복운동 자금으로 내놓았고요. 그런 혁명가적 기질이 저에게도 조금은 흐르는 것 같습니다. 은행원으로 일하며 경제적 자립을 이룬 아버지는 제가 정치를 한다고 했을 때 ‘할아버지 이름에 누가 되는 정치는 절대 하지 말라’고 강조하셨습니다. 정치인은 교도소 담장 위를 걸어가는 상황이 많은데, 언제라도 조부나 선친 이름에 누가 되면 정치를 그만둘 각오를 했기에 지금까지 버틴 것 같습니다. 할아버지나 작은 할아버지(이시영 선생), 사촌형님(이종찬 전 국정원장)에 비하면 제가 너무 부족하지만, ‘그래도 역시 우당 손자답다’란 말을 들을 때 참 기쁩니다.” 작은 일을 하고도 엄청나게 큰 일을 한 듯 부풀려 말하고, 자신을 영웅처럼 포장하는 정치인들 사이에서 “존재감이 없다”고 스스로를 평하는 이종걸 의원은 겸손하다 못해 좀 안쓰럽다. 국민은 과대포장에 속지 않을 만큼 현명해졌지만 국회의원들은 과연 어떨지 모르겠다.
유인경이 만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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