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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 ‘페트로 달러’에 도전하다(2023. 06. 02 11:29)
2023. 06. 02 11:29 국제
ㆍ중국·사우디, ‘페트로 위안’ 추진…미·중 ‘쩐의 전쟁’ 본격화 지난해 12월 8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수도 리야드에서 회담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위안화를 찾는 국가가 늘고 있다. 러시아는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경제제재에 맞서 위안화를 중심으로 한 ‘탈(脫)달러’ 행렬을 주도한다. 중동과 남미 국가들도 미·중 패권 경쟁 구도에서 달러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높아지는 위안화 위상을 두고 중국 안팎에서 “달러 패권에 대한 위안화의 도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위안화가 과연 달러를 대체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위안화의 부상이 달러 패권에 균열을 가져온 건 맞지만, 당장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를 흔들 만큼의 위세는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중동을 파고든 중국 지난해 12월 7~9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9일 걸프지역 국가 지도자들을 만나 “석유와 가스의 무역에서 위안화를 사용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이 오래전부터 추진한 ‘위안화의 국제화’가 빛을 보는 순간이었다. 중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외환시장 변동성에 대비하고 국제적 위상을 높이기 위해 위안화의 국제화를 추진해왔다. 시 주석은 위안화 결제 외에 중동지역 안보 문제도 거론했다. 그는 “중국은 걸프협력회의(GCC·사우디, UAE, 쿠웨이트, 카타르, 오만, 바레인 6개국) 국가들이 자체 안보를 유지하는 데 계속해서 굳게 지지하며, 걸프 지역을 위한 집단 안보 체제를 구축할 것”이라고 했다. 사우디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도 “중국과 관계에서 역사적인 새 시기”라고 화답했다. 국제사회는 ‘페트로 달러에 대한 위안화의 도전’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놨다. 이는 1974년부터 미국이 사우디의 안보를 책임져주고, 사우디는 국제 원유시장에서 오직 달러로만 원유를 결제하도록 한 이른바 ‘페트로 달러’ 체제의 균열을 의미한다. 세계 각국에 원유를 판 중동 산유국들은 거둬들인 달러를 미 국채와 금융시장 등에 다시 투자하는 이른바 ‘페트로 달러 리사이클링’을 구축했고, 이런 과정을 거쳐 페트로 달러 시스템은 더욱 공고해졌다. 달러가 세계 기축통화로 자리 잡은 가장 큰 배경도 여기에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 주석과 GCC 국가 정상들의 만남에 대해 “위안화로 원유를 거래하는 방안을 추진해온 중국이 결실을 눈앞에 뒀다. ‘페트로 달러’ 체제가 중대한 기로에 놓였다”고 평가했다. 중동의 대표적인 친미 국가이자 페트로 달러의 중심에 섰던 사우디가 미국과 패권을 두고 경쟁 중인 중국과 손잡은 배경도 주목된다. 미국과 거리를 두려는 사우디의 행보는 미국이 2010년대 셰일가스 생산으로 최대 산유국이 되면서 본격화됐다. 미국은 더 이상 사우디 원유에 의존할 필요가 없어졌고, 양국은 협력관계에서 경쟁관계로 바뀌었다.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격 철군한 것 역시 사우디의 탈미국 행보를 부추겼다. 2018년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 이후엔 감정의 골이 더 깊어졌다. 미국 정부는 암살의 배후로 빈 살만을 지목했고, 인권을 강조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사우디 왕정에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도 했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치솟은 국제유가로 인해 국내적으로 수세에 몰린 바이든 정부가 사우디에 증산 요구를 했을 때도 사우디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OPEC 산유국들로 이뤄진 OPEC 플러스의 감산 결정을 주도하면서 미국과의 갈등을 피하지 않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3월 21일(현지시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크렘린궁 내 그라노비타야궁에서 열린 공식 만찬에서 건배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달러 패권’에 맞서는 국가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엔 미국 등 서방세계의 제재를 받는 러시아가 위안화를 비롯한 비달러화 결제를 주도하고 있다. 일부 중동 산유국들은 이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러시아는 국제 은행들의 달러 결제망인 스위프트(SWIFT)에서 배제된 이후 미국에 보유 중인 자국의 달러 자산이 묶여 있는 상태다. 또 유럽 금융시장에 대한 접근이 차단되면서 석유 등 에너지 대금의 달러 결제 채널도 원천 봉쇄됐다. 중국과 러시아 교역 규모는 크게 늘었다. 러시아는 석유와 가스 등을 중국에 수출하고, 중국은 서방세계 제재를 우회한 러시아의 값싼 에너지를 들여왔다. 러시아 타스 통신 보도(5월 10일)에 따르면 올 1~4월 러·중 교역 규모는 731억4000만달러(약 96조84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41.3% 증가했다. 위안화 결제 비중도 큰 폭으로 늘었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5월 11일 보도에서 러시아 중앙은행을 인용, 지난해 러시아의 수입 결제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년의 4%에서 23%로 증가했다고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앞서 지난 3월 21일 시 주석과 정상회담에서 “러시아 연방과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국가 간의 합의를 통해 중국 위안화를 사용할 것”이라며 반미 결속과 위안화를 중심으로 한 달러 패권 대응을 천명했다. 러시아의 값싼 원유를 필요로 하는 인도와 파키스탄 등도 위안화나 루블화로 결제를 하고 있거나 사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미에서도 위안화 등 비(非)달러화의 결제 비중이 늘고 있다. 브라질은 지난 3월 중국과의 무역·금융 거래에서 달러 대신 위안화 또는 자국 통화인 헤알화를 쓰기로 중국과 합의했다. 아르헨티나와 볼리비아도 중국과의 거래에서 위안화로 결제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을 포함한 남미 12개국 정상들은 5월 30일 브라질리아 이타마라치 궁전에 모여 달러 대신 지역 공통 화폐를 도입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지난 3월에는 중국해양석유(CNOOC)와 프랑스 에너지기업 토탈에너지의 액화천연가스(LNG) 계약도 위안화로 했다. 중국의 대외 무역 거래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처음으로 달러를 앞서기까지 했다. 4월 26일 중국 국가외환관리국 자료를 분석한 로이터 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 3월 중국의 대외거래에서 위안화의 결제 비중은 48.4%인 반면 달러화 비중은 2월 48.6%에서 3월 46.7%로 줄었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전문위원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최근까지의 ‘탈달러’ 흐름은 서방국가들의 경제제재로 비달러화 결제가 절실한 러시아가 주도하고 있다. 과거에도 이러한 탈달러 흐름이 있었지만, 국제사회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진 못했다. 하지만 사우디의 위안화 결제 논의와 남미 국가들의 비달러화 결제 등이 겹치면서 국제 원유시장과 글로벌 금융시장, 세계경제에 일정 부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중국 위안화 지폐 / 경향신문 자료사진 페트로 위안은 가능한 시나리오일까. 러시아를 비롯해 중동과 남미 등 국가들과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중국의 위안화 위상이 높아진 건 사실이다. 외신 등에선 사우디와 이집트가 중국으로부터 무기를 구매하면서 달러 대신 위안화로 결제하리라는 관측마저 나온다. ‘페트로 위안’ 가능할까 하지만 페트로 달러를 흔들 정도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세계 기축통화 달러를 대체하기엔 위안화의 위상이 아직까진 미미하다는 의미다. 기축통화 영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경상 적자를 감수하면서 위안화를 세계 각국에 퍼뜨려야 한다. 수출 의존도가 높으면서 무역 흑자국인 중국이 이런 조건을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달러는 2022년 약 6조6000억달러(약 8750조원)에 달하는 전 세계 외환 거래의 약 90%를 차지했다. 지난 3월 스위프트(SWIFT) 결제망에서 사용된 달러화와 유로화의 비중은 각각 39.5%와 35.8%를 차지한 데 반해 위안화는 2.5%에 그쳤다. 자본시장의 신뢰 역시 기축통화가 갖춰야 할 조건이다. 그러나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과 자본통제를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오건영 신한은행 WM본부 팀장은 “미국과 러시아, 미국과 중국의 갈등 구도에서 벌어진 틈을 중국의 위안화가 메우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중국을 비롯한 외신 등에서 사우디의 위안화 결제를 점치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하지만 (기축통화 조건 등 여러 여건을 감안했을 때) 위안화의 위세가 페트로 달러 체제를 흔들 만큼은 아니다. 지난해 12월 사우디에서의 시 주석 발언도 선언적인 의미로 봐야 한다. 사우디의 위안화 결제도 불가능할 것으로 본다. 달러 패권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위안화의 부상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있다. 오정석 위원은 “국제유가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달러 가치 변동에 따라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지는데, 여기에 위안화 등 비달러화 결제가 늘면 (위안화 환율 변동 등으로) 국제유가 시장에 또 다른 리스크가 추가될 수 있다. 만약 페트로 위안으로 거래가 된다고 가정했을 땐 달러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명성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우리 입장에선 수급이나 가격 등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원유 수요를 줄이는 방법을 강구하면서 중장기적으로 대체 연료를 개발하는 방안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로스 대 리커창 ‘위안화 전쟁’
소로스 대 리커창 ‘위안화 전쟁’(2016. 03. 08 13:50)
2016. 03. 08 13:50 경제
ㆍ투기적 자본의 대부 소로스, 위안화 공매도 시작… 중국은 “성공 못할 것” 반박 대박을 터트리는 중국판 가 될 것인가, ‘식탁 위의 날아다니는 한 마리의 파리’에 불과할 것인가. 투기적 자본의 대부 조지 소로스와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의 총성 없는 위안화 전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소로스를 따르는 헤지펀드들이 잇달아 위안화에 대한 공매도(하락장을 예상하고 투자하는 것) 대열에 합류하는 데 이어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중국의 국가신용등급을 내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외환보유액으로 환율을 방어하는 한편, 중국 언론들은 “해외 기관의 중국 경제에 대한 일종의 습관적 폄하”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는 마이클 루이스의 소설로, 금융위기 당시 하락장을 예상하고 베팅해서 큰돈을 번 4명의 투자자들의 이야기다. ‘식탁 위의 날아다니는 한 마리의 파리’는 중국의 관영매체 격인 가 소로스의 공격이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일축하면서 쓴 표현이다. 소로스는 1992년 영국과 이탈리아, 1997년 태국의 무릎을 꿇렸다. 신흥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이 이 전쟁에서 이기느냐, 지느냐에 따라 세계 경제사의 흐름이 뒤바뀔 수도 있다. 헤지펀드의 대부 조지 소로스, (오른쪽)리커창 중국 총리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 신화연합뉴스 소로스, 영국·이탈리아·태국 무릎 꿇려 소로스의 공격이 시작된 때는 1월 21일,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에서다. 소로스는 “중국의 경착륙은 피할 수 없다”면서 “이는 앞으로 벌어질 일이 아니라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며 중국에 포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아시아 국가 통화가 미국 달러와 대비해 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지난해 말 미국 국채를 샀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 경제가 약화될 것이니 여기에 맞춰 투기전략을 펴겠다는 의미로, 위안화에 대한 공격을 뜻했다. 소로스가 퀀텀펀드를 이끌던 1992년에도 그랬다. 소로스는 당시 영국의 파운드화 가치가 영국 경제수준에 비해 실제보다 높게 평가돼 있다고 봤다. 영국이 보유한 외환도 얼마 없었다. 조금만 흔들면 쉽게 파운드화가 폭락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소로스는 공매도를 이용해 파운드를 빌린 뒤 이 돈으로 외환시장에서 독일 마르크화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마르크화를 담보로 또 파운드를 빌린 뒤 다시 마르크를 사들였다. 다른 헤지펀드들도 영국 통화 하락에 베팅했다. 헤지펀드 연합군의 작전명은 ‘투기적 공격(Speculative Attack)’이었다. 외환시장에서 대거 내다 팔리자 파운드화는 폭락했다. 반면 계속 사들인 마르크화 가치는 급상승했다. 당시 소로스는 하루에 100억 달러(12조원) 이상의 파운드화를 팔았다. 다른 헤지펀드까지 합치면 공격자금은 1100억 달러(1320조원)에 달했다. 영국 중앙은행은 파운드화 폭락을 막기 위해 외환보유액을 풀어 풀린 파운드화를 사들였다. 또 하루에 세 번이나 금리를 올리면서 외화 유출을 막았다. 하지만 전쟁은 싱겁게 끝났다. 영란은행의 외환보유액은 하루 만에 동이 났다. 치솟는 금리에 대출을 했던 국내 금융소비자와 기업들이 아우성을 치면서 금리도 더는 올릴 수가 없었다. 파운드화는 20% 이상 평가절하됐다. 공매도를 한 소로스는 한 달 만에 10억 달러(1조2000억원)를 벌어들였다. 헤지펀드에 백기를 든 1992년 9월 16일을 영국은 ‘검은 수요일(Black Wednesday)’이라고 부른다. ‘시장은 중앙은행을 이길 수 없다’던 국제금융계의 속언도 이때 깨졌다. 1997년 소로스의 태국 공격도 똑같은 형태였다. 태국 바트화가 고평가돼 있다고 생각한 소로스는 바트화 공매도를 시작했다. 태국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백기를 들었다. 태국의 몰락은 동아시아 다른 나라로 전이됐고, 1997년 외환위기로 이어졌다. 당시 마하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는 소로스의 실명을 거론하며 강력히 비난했다. 소로스가 공격한 나라들의 특징은 사실상 고정환율제라는 점이다. 고정환율제란 환율을 정부가 정한 뒤 일정 범위 내에서만 움직이도록 허용하는 환율제도다. 정부가 환율을 막아주기 때문에 기업이나 가계는 환율 변동에 노출될 위험 없이 경제생활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특정 환율을 유지하기 위해서 정부는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해야 한다. 예를 들어 통화가 약해질 것 같으면 외환을 풀어 가치를 끌어올리고, 통화가 세질 것 같으면 외환을 사들여 균형을 잡아줘야 한다. 소로스가 공격대상으로 중국을 삼은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은 ‘관리변동환율제’를 택하고 있다. 변동환율제의 한 형태지만 필요할 때 정부가 나서 환율을 고시하고, 중국 정부의 시장 개입도 많아 사실상 고정환율제에 가깝다. 소로스는 중국 경제가 생각보다 좋지 않다고 보고 있다. 성장률이 급격히 꺾이고 있는 데다, 기업과 국가 부채가 생각보다 많아 리스크가 크다는 것이다. 또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적인 수요 둔화로 수출증가가 당분간 어렵고, 부동산 시장의 버블도 위험요소로 보고 있다. 이미 추락하는 중국 증시는 그 전조로 보고 있다. KEB하나은행 직원이 중국 위안화 지폐를 세어보고 있다. / 연합뉴스 중국 승패따라 세계경제 흐름 바뀔 수도 그럼에도 중국이 과거 영국과 태국과 다른 점은 외환보유액 세계 1위 국가라는 사실이다. 중국공산당 기관지인 는 1월 26일 “중국을 향해 선전포고? ‘하하’”라는 제목의 사설을 내고 “아시아 통화 하락에 돈을 걸었다고 밝힌 소로스의 영향력으로 인해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아시아 각국 화폐가 심각한 투기성 공격에 직면했지만 이런 시도는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은 소로스가 실패했던 1994년 엔화 공격을 주목하고 있다. 소로스는 그해 10월 “엔화가 고평가돼 있다”며 엔화를 공매도하고 달러를 사들였다. 하지만 멕시코 금융공황이 불어닥치면서 미국이 고금리 정책을 포기해 달러가치가 하락했다. 일본에서는 고베 대지진이 발생하면서 엔화가치가 상승했다. 복구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엔화 수요가 늘어난 탓이다. 소로스는 6억 달러(7200억원) 이상의 손해를 보고 물러섰다.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 인민은행 총재는 “현실적으로 위안화의 가치절하가 지속될 만한 조건이나 상황이 아니다”라며 “절대 투기세력이 시장 분위기를 주도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분위기는 심상찮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2014년 7월 이후 7623억 달러(915조원)나 감소했다. 아직도 3조2300억 달러가 남아있지만 중국 내 기업들이 위기가 닥쳤을 때 정부가 지원해야 줘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다지 여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올해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2조9000억 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카일 배스 헤어먼 캐피털 회장도 중국 위안화와 홍콩 달러 붕괴에 배팅하는 등 헤지펀드 동맹군은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배스는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 미국 주택시장 붕괴에 공매도해 큰돈을 벌었다. 중국의 마지막 카드는 미국 국채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갖고 있는 나라다. 중국이 달러를 마련하기 위해 1조3000억 달러의 미 국채를 시장에 대거 내다 팔게 될 경우 미국 달러는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 헤지펀드가 막무가내로 중국을 공격하는 것을 미국이 마냥 지켜보기 힘들다는 얘기다. 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장은 “소로스의 공격을 받아 위안화가 폭락하는 사태가 오면 한국을 비롯해 신흥국 전체의 통화위기로 번질 수 있다”며 “소로스와 중국의 힘 대결이 흥미진진하지만, 마냥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수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위안화 절하에 아시아 경제 ‘충격’(2015. 08. 18 13:48)
2015. 08. 18 13:48 경제
ㆍ증시 동반 곤두박질·환율 상승… 한국 국가부도 위험 급상승 중국의 기습적인 위안화 절하에 세계가 놀랐다. 아시아 통화국은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이 급상승했다. 미국과 유럽은 수출경쟁력 약화에 따른 경기침체를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미국 금리인상도 영향을 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왔다. 중국이 잘나가면 잘나가는 대로, 못 나가면 못 나가는 대로 세계는 빈 가슴을 쓸어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미국이 금리인상을 예고하는 가운데 중국이 위안화 절하를 통한 통화전쟁에 뛰어들면서 하반기 세계 경제는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 미국 금리인상에 선제대응 가능성 8월 11일 중국 인민은행은 달러 대비 위안화 고시환율을 6.2298위안이라고 발표했다. 전날 달러당 6.1162위안보다 1.86% 인상한 것으로, 역대 환율인상폭 중 가장 컸다. 인민은행은 다음날인 12일에는 추가로 1.62% 올린 6.3306위안을 고시했다. 13일에도 1.11% 인상한 6.4010위안을 고시했다. 위안화 환율의 방향성이 확인되자 13일 장중 현물환율은 달러당 6.45위안까지 상승했다. ±2%로 정의된 밴드 상단에 붙자 인민은행은 시장에 개입, 종가를 6.3990위안으로 끌어내렸다. 중국은 정부가 환율을 정하는 고정환율제와 시장이 정하는 자유변동환율제의 중간인 ‘관리변동환율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시장환율은 정부 고시환율의 ±2% 안에서만 움직일 수 있다. 사흘간 중국이 끌어내린 위안화 가치는 4.66%에 달한다. 8월 14일이 돼서야 인민은행은 전날보다 0.055%가 내린 6.3975위안으로 발표했다. 나흘 만에 환율절하 브레이크를 건 것이다. 이날 환율인하는 예견됐다. 전날 장샤오후이(張曉慧) 행장조리는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위안화가 추가 절하될 여지는 크지 않다”며 “(외환)시장이 점진적으로 안정화 기조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에 파다하게 퍼진 10% 위안화 절하설에 대한 해명격이었다. 하지만 인민은행이 위안화 절하를 멈췄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국제금융계의 시각이다. 인민은행은 “절하조치는 일회성이다”(지난 11일), “국내외 경제여건을 감안할 때 지속적인 절하가 필요하다는 근거는 없다”(12일)고 성명을 내면서도 이 기간 위안화를 계속 평가절하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상당수 분석가들은 중국이 속도를 조절할 수는 있겠지만 위안화 절하 방향은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본다. 유럽과 일본이 양적완화를 통해 인위적으로 통화가치를 끌어내리면서 위안화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여온 측면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국제결제은행 자료를 보면 중국 위안화 실질실효환율은 최근 1년간 약 14% 절상됐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4년간 위안화 실질실효환율 절상은 약 30%에 이른다고 밝혔다. 통화가 절상되면 수출기업들이 수출하는 데 부담이 된다. ‘수출시장 악재’·‘국내경제 호재’ 엇갈려 주가 폭락, 내수부진 등 좋지 못한 중국 내 경제상황도 위안화를 더 이상 강세로 끌고가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뉴욕타임스는 8월 12일 “중국의 건설경기가 어느 때보다 약화되고 소비수준도 예년만 못하다”며 “중국 경제가 겉과는 다르게 우려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의 분석도 비슷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의 위안화 절하와 관련, “그동안 위안화의 국제화를 위해 강세를 추구해 오다 국내 경기를 우선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에 처했음을 반영한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위안화 평가절하가 미국 중앙은행의 예정된 금리인상에 선제대응하는 의미가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미국이 금리인상을 하면서 달러 강세가 올 텐데, 이를 예상해 미리 위안화를 절하해 경제에 주는 충격을 줄이자는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음모론도 나온다.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가 미국의 묵인하에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닥터 둠’으로 불리는 마크 파버는 이코노믹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중앙은행이 중국 인민은행에 위안화 평가절하를 권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했다. 중국 경제가 나빠지면 세계 경기회복이 더뎌지니 미국 정부가 위안화 절하를 묵인해줬다는 의미다. 문제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다. 위안화 절하는 아시아 국가들에 직접적인 충격을 주고 있다. 중국이 위안화를 절하하자 아시아 증시는 동반 폭락했고, 환율은 상승했다. 특히 중국 의존도가 큰 한국의 충격이 심해 보인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8월 13일 현재 달러 대비 원화는 7월 1일 대비 6.8% 떨어졌다. 이는 태국 바트(4.3%), 호주 달러(4.1%), 싱가포르 달러(3.9%), 인도네시아 루피아(3.4%), 뉴질랜드 달러(2.5%), 인도 루피(1.8%) 등 다른 아시아국가보다 하락률이 크다. 한국보다 통화가치 하락이 심한 나라는 말레이시아 링깃(7.0%)화가 유일했다. 말레이시아는 주요 수출품목인 석유의 가격이 하락하고 정치적 불안정을 겪으면서 경제가 좋지 않다. 원·달러 환율은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 절하를 발표한 11일 오전 12분 만에 달러당 13원이나 수직 상승했다. 다음날 인민은행이 추가 위안화 절하를 발표한 뒤에도 10분 만에 12원이 급등했다. 변동성이 그만큼 컸다는 의미다. 주가는 급락했다. 위안화 평가절하 소식과 함께 코스닥지수는 장중 한때 5% 넘게 폭락했다. 코스피도 2000선이 붕괴됐다. 외국인 자금이탈 가능성과 함께 한국 수출기업이 고전할 것으로 우려됐기 때문이다. 좋지 못한 실적에도 유입된 외국인 자금으로 버티던 주가에 위안화 절하 소식은 큰 악재가 됐다. 한국의 국가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CDS 프리미엄은 6개월 만에 최고치로 올랐다. 8월 13일 영국의 시장정보업체 마킷은 한국의 5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에 붙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63.10bp(1bp=0.01%포인트)라고 밝혔다. 이는 2월 12일(63.96bp) 이후 6개월여 만에 가장 높다. 중국이 위안화 절하에 나서기 전인 8월 10일과 비교해보면 13.69%가 올랐다. 한국보다 CDS 프리미엄 증가율이 높은 곳은 53개국 중 태국(20.56%)뿐이었다. 위안화 평가절하가 한국 경제에 최종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단하기는 어렵다. 워낙 불투명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국이 위안화를 절하하면 한국 원화는 상대적으로 강세를 띨 수 있다. 이 경우 세계 시장에서 중국과 경합을 벌이는 한국 기업들은 어렵게 된다. 하지만 위안화 절하가 신흥국 전반에 대한 위험으로 인식되면서 원화가 더 큰 폭으로 하락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일본과 유럽의 양적완화로 원화 강세에 시달려온 한국 수출기업으로서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대중 수출이나 중국 제품과 시장 경쟁이 치열한 아세안 시장을 중심으로 우리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하락할 우려가 있다”(이봉걸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와 “한국과 중국은 교역량이 많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중국 경제가 활성화되면 국내 경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의 시각이 엇갈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기고]위안화 평가절하 어떻게 나왔나(2015. 08. 18 13:45)
2015. 08. 18 13:45 경제
ㆍ20여년 만의 대대적 방향 전환… 시진핑 리더십 ‘신창타이’ 정책에 기반 8월 11일 중국은 그야말로 전격적으로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했다. 이는 1994년 중국 환율정책이 평가절상 기조로 들어선 이후 특히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세간의 예측을 뒤엎고 중국 정부가 위안화 평가절상 경향을 더욱 강화하기 시작한 뒤로 20여년 만의 대대적인 방향 전환이다. 중국의 정책, 특히 경제정책 기조는 개혁개방 이후 일관된 흐름을 가져왔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실제로 1984년부터 1992년 사이 중국 경제학계를 달구었던 중국 개혁개방과 관련된 7개 학파의 치열한 논쟁에서 이른바 중국 경제 콴송(寬松)학파가 주도권을 잡은 후로 중국 경제의 기조는 ‘느슨한 거시조절정책’을 기반으로 하는 ‘안정 속의 발전(穩中求進)’과 그 과정에서의 ‘미세조정(微調)’론이 이끌어 왔다. 이러한 정책적 일관성은 중국 권력구조의 핵심인 집단지도체제의 특성에 기인한다. 중국 최고 권력관계는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의 구성에 좌우된다. 현재 7명인 이 정치국 상무위원회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세력이 정국의 주도권을 갖는 구조이다. 이러한 중국 특유의 권력구조에서는 정책의 변화가 급격하고 일방적인 형태로 나타날 수 없게 만든다. 지난 7월 9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러시아 우파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 에서 발언하고 있다. / EPA 연합뉴스 콴송학파의 지속성장 정책 밀어내 지금 세계를 격동시키고 있는 위안화 평가절하 기조로의 대변화 역시 단지 경제가 어렵다는 이유로, 수출이 안 된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만들어질 수 없는 것이 중국 정책 결정 구조의 현실이다. 환율기조 변화와 같은 중요 사안은 명확하게 정치국 상무위원회의 협의사항이고 이 기조가 변화했다는 것은 중국 최고 권력구조의 합의에 기반한다는 얘기가 된다. 문제는 이것이 단순히 환율정책의 변화가 아니라 중국 경제정책 기조의 근본적인 변화, 특히 중국 최고 권력구조의 합의에 기반한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변화를 의미한다는 데 있다. 이러한 정책기조 변화의 이면에는 시진핑의 강력한 리더십이 전제되어 있다. 시진핑 리더십의 실체는 강력한 명분과 이를 뒷받침하는 정교한 정책논리에 기반한다. 경제정책 기조의 측면에 한정해 이를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면 시진핑의 경제정책 기조는 ‘신창타이(新常態)’라 불리는 ‘뉴 노멀(New Normal)’ 정책에 기반한다. 앞서 얘기한 콴송학파가 1984년 이후 중국 경제정책을 주도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안정 속의 발전’이라는, 그 누구도 대항할 수 없는 명분에 기반해 왔다. 사회주의 체제, 보다 구체적으로 얘기해 중국공산당 중심 체제를 유지해야 하는 중국 현실에서 이 명분과 1989년 천안문 이후 경제적 고립을 능동적으로 해결하고 1995년 연착륙을 성공시켜 중국 경제 급속 성장의 이론적 기반을 마련한 이들의 정책기조는 장쩌민 시대를 거치면서 중국의 시대정신으로 자리 잡아 왔다. 한마디로 그 누구도 그 논리를 깰 수 없는 철옹성이었다. 이 철벽 같은 논리에 치명적인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그리 멀지 않은 작년 5월의 일이다. 이때 시진핑은 뜬금없이 ‘신창타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이는 바로 정치국 상무위원회의 주요 논제가 됐고, 그리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 내에서는 리커노믹스(리커창 총리의 경제정책)를 밀어내고 중국 경제정책의 주요 기조로 자리잡게 됐다. ‘신창타이’의 핵심은 변화된 중국 경제환경에 대한 능동적인 대처에 있다. 반대로 콴송학파 정책의 핵심은 지속성장, 보다 정확하게는 고용이 가능한 지속성장에 있다. 콴송학파는 이를 위해 이른바 ‘바오빠(保八)’ 즉 중국 내 고용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최소 수준의 경제성장률인 연 8%를 유지하는 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양극 분화에 근거한 심각한 빈부격차, 도농격차, 연안과 내륙의 지역격차를 능동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고용문제는 해결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최소 연 10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콴송학파의 기본 입장은 중국이 GDP가 1% 성장하면 일반적으로 100만개 정도의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것으로, 1000만개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최소 8%의 성장률 유지가 관건이라는 것이었다. 시진핑은 바로 이 부분에서 콴송학파의 기존 논리에 치명적인 파열을 가하게 된다. 기존 논리가 고도화된 중국 경제의 발전을 감안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중국 경제수준에서는 GDP 1% 성장이 100만개 정도의 신규 일자리만 창출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150만에서 17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 할 수 있을 정도로 경제구조가 고용창출 효과가 큰 서비스산업을 중심으로 고도화됐고, 이러한 새로운 상황은 성장률 8%에 목맬 필요 없는 새로운 경제환경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2013년 평균 7.7%의 성장을 했지만 신규 창출된 일자리는 1300만개에 달했다. 명분과 논리에 있어서 시진핑은 중국 경제정책 기조를 대혁신할 수 있는 새로운 상황, 이른바 ‘신창타이’를 내세울 수 있게 된 것이다. 8월 13일 중국 베이징의 한 편의점에서 한 손님이 100위안짜리 인민폐를 내고 있다. / EPA 연합뉴스 ‘세계 경제 적극 개입’으로 정책 변화 이러한 상황은 중국 경제학계에, 특히 중국 경제정책 기조의 논리를 제공하는 싱크탱크 그룹의 지형에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기존 중국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를 중심으로 하는 콴송학파 그룹이 일보 후퇴를 하고 ‘신창타이’의 이론적 근거를 마련한 국무원발전센터와 중국사회과학원의 비주류 그룹이 부상하게 된 것이다. 이 두 그룹의 경제정책 기조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콴송학파의 정책기조는 기본적으로 중국 내 문제를 우선시하는 불간섭주의에 기반한다. 하지만 ‘신창타이’ 그룹은 중국 경제가 자국의 문제에만 국한되어서는 안 되고 세계 경제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진핑의 중·고교 동창이기도 한 류허(劉鶴)가 주도하고 있다고 알려진 이 흐름은 향후 중국 경제정책 변화의 핵심 문제이다. 특히 적극적인 간섭주의를 표방하는 이들의 움직임은 ‘중국몽(中國夢)’의 실현을 자신의 정치적 기반으로 하는 시진핑에 의해 주도적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시진핑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와 이의 재정적 기반이 되는 ‘AIIB(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의 이론적 근거 역시 이들의 논리에 기반하고 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중국발 환율전쟁의 서막에도 이들의 정책논리가 정교하게 숨어 있다. 콴송학파가 국부를 중시해 위안화의 평가절상 기조를 일관되게 지지하고 이 과정에서 소프트파워를 키워 강한 중국을 만들고자 했다면, 류허를 중심으로 하는 ‘신창타이’ 그룹은 위안화 평가절하 기조를 통해 국제경쟁력을 키우고 이를 기반으로 세계 경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스마트파워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중국 경제정책의 새로운 기조는 곧바로 강력한 중국의 건설이라는 시진핑의 ‘중국몽’으로 연결된다. 지금의 위안화 평가절하는 어려운 경제상황에 대한 즉자적이고 단순한 대응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세계 경제에 개입해 오늘 중국의 힘을 보여주고 내일 더 강력한 중국을 만들겠다는 선전포고에 다름 아니다. 중국 경제가 도광양회(韜光養晦·자신의 재능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인내하면서 기다린다)하던 시절은 이제 끝났다. 이제 말 그대로 대국굴기(大國堀起ㆍ대국이 일어서다)의 시기이다. 중국 경제에 이미 동반화돼 있고 앞으로도 그럴 수밖에 없는 우리가 긴장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위안화 평가절하는 옆동네 불구경이 아니다. 바로 우리에게 지금 현재 닥친 현실이고 이 현실의 다른 이름은 전쟁이다.
[세계]‘위안화 절상 압력’ 그러는거 아니야~(2010. 10. 13 14:54)
2010. 10. 13 14:54 국제
ㆍ미국, 세계경제 왜곡 중국 탓하지만 금융위기 후 달러 과잉공급 상기해야 “통화가치 상승을 억누르고 있는 한 경제대국에 의해 세계 경제의 균형이 위협을 받고 있다.”(티모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 6일 브루킹스 연구소 연설) “위안화가 20% 혹은 40% 절상되면 중국의 공장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고, 이는 중국뿐 아니라 전세계에 재앙이 될 것이다.”(원자바오 중국 총리, 6일 중국·유럽 비즈니스 컨퍼런스 연설) 지난 10월 6일 티모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미국 워싱턴 브루킹스연구소 강연에서 중국의 환율 왜곡이 세계 경제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역설했다. |연합뉴스 총성만 없다 뿐이지 세계 외환시장이 피도 눈물도 없는 약육강식의 정글로 변해가고 있다. 누가 선 (善)이고 악(惡)인지, 누가 동맹국이고 적인지 분간하기도 어렵다. 미국과 중국으로 대변되는 두 마리 맹수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유럽, 일본, 브라질 등 세계 경제에서 무시할 수 없는 열강들만이 그나마 자기 목소리를 낼 뿐 동남아시아, 한국, 대만 등 나머지 국가들은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질까’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중국이 서서히 전 세계를 상대로 줄세우기 경쟁에 나서고 있다. 지난 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폐막한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는 겉으로는 미국이 중국을 유럽과 일본으로부터 고립시키는 데 성공한 듯 보였다. 장 클로드 융커 유로그룹 의장,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올리 렌 유럽연합(EU) 집행위 경제·통화담당 집행위원은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의 회담에서 한 목소리로 위안화의 빠른 절상을 요구했다. 환율전쟁, 미국·유럽·일본 공동전선 융커 의장은 회동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유로화 사용 16개국 재무장관들은 위안화가 전적으로 저평가됐다고 믿고 있다”며 중국 정부가 위안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춰 막대한 무역흑자를 얻고 있다고 비난했다. 유럽의 대주주격인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은 ASEM 정상회담을 통해 일본과 함께 8~11일 미 워싱턴에서 개최된 국제통화기구(IMF) 연차총회에 앞서 위안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G7’ 재무장관 회담 개최에도 합의했다. 환율전쟁이 본격화된 이후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미국, 유럽, 일본의 연합전선이 처음으로 공식화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중국의 반격도 만만찮다. 중국의 힘은 미국이 사상 최대의 재정적자로 허덕이고 있는 사이 막대한 무역흑자를 통해 거둬들인 가용 외환에 있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ASEM 정상회의 개막을 이틀 앞둔 지난 2일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와 만나 “중국은 이미 그리스 국채를 매입해 보유하고 있으며 앞으로 그리스가 발행할 국채를 사들이는 데에도 매우 적극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글로벌 경제와 함께 그리스 경제도 회복할 것으로 믿는다”며 “그리스를 비롯해 유럽 국가들이 위기를 극복하도록 중국은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자바오 총리의 그리스에 대한 국채 매입 약속은 아일랜드, 스페인, 포르투갈 등 국가부채 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 국가들에는 무시할 수 없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중국이 유로채를 한꺼번에 내다팔거나 추가로 국채 매입을 거부할 경우 어떠한 일이 벌어질지는 누구보다 이들 국가가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으로서는 지난 5일 일본중앙은행(BOJ)이 미국의 간접적인 경고에도 불구하고 0.1%의 정책금리를 사실상 4년반 만에 ‘제로금리’로 만들면서 엔고를 막기 위한 시장개입 의사를 분명히 밝힌 것이 무엇보다 뼈아픈 대목이다. 일본 정부는 이미 지난달 15일 6년 만에 1조7000억~1조8000억 엔을 쏟아부으면서 외환시장에 개입, 단숨에 엔·달러 환율을 83 엔대에서 85 엔대로 끌어올리면서 미국 의회와 행정부를 불편하게 만든 바 있다. 일본의 시장개입은 전 세계 환율방어 전쟁에 방아쇠를 당기면서 미국의 중국에 대한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의 명분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야말로 미국으로서는 믿었던 우방으로부터 뒤통수를 맞은 격이 된 것이다. 미국 금융가의 이해를 대변하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본중앙은행의 금융통화정책회의가 열리기 하루 전인 지난 4일 “일본의 새로운 엔 환율 전략은 당분간 침묵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으나, WSJ의 기대 섞인 전망은 하루도 안돼 보기좋게 빗나갔다. 지난 10월 6일 중국 원자바오 총리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중국·유럽 상공인 정상회의에서 위안화의 급격한 평가절상은 세계 경제의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합뉴스 하지만 미국은 지난 8일 열린 IMF 연차총회를 비롯해 자국의 영향력 하에 있는 국제금융기관을 내세워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전까지 중국을 비롯해 신흥경제권의 인위적인 환율방어에 대한 압력의 강도를 계속 높여나갈 태세다. IMF의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총재가 7일 연차총회 개막에 앞선 기자회견에서 “환율을 전쟁을 위한 무기로 여겨서는 안된다”고 경고한 것도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국의 초조감을 우회적으로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G7 재무장관 회담이 열리기 전인 지난 6일 브루킹스연구소 연설에서 “1930년대 대공황 시절 전 세계가 통화절하 경쟁에 돌입하면서 세계 경제를 악화시켰던 것처럼 최근에는 통화절상을 막기 위한 경쟁이 시작됐다”고 역설했다. 미국으로서는 지금처럼 세계가 통화절상에만 치중하면서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할 경우 조만간 세계 경제가 다시 혹독한 침체에 빠져들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이같은 으름장에 대한 세계 여론의 흐름은 호의적이지 않다. 당장 미국 내에서도 뉴욕타임스는 “가이트너의 경고는 IMF가 내년도 경제전망을 다소 비관적으로 바꾸도록 하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중국의 태도를 누그러뜨리는 데는 별다른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누가 ‘늑대’이고, 누가 ‘착한양’인가 일부에서는 현재 환율전쟁이 2008년 금융위기를 초래한 미국 월스트리트의 모럴해저드에서 비롯된 점을 상기시키면서 미국이 과연 세계 각국을 상대로 ‘기본에 충실하라’고 역설할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한다. 미국의 ‘블로거뉴스 네트워크‘는 “만약 2008년 금융위기를 촉발한 게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였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해보라”며 “미국은 1991년 자취를 감춘 소련제국처럼 아마도 지금쯤 존재하고 있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이 이솝의 우화에 등장하는 ‘늑대와 착한 양’처럼 세계 경제를 약탈하는 나쁜 늑대로 중국을 지목하면서 자신은 늑대에 의해 희생되고 있는 착한 양인 척하지만 사실은 미국이야말로 세계 경제를 왜곡하는 늑대라는 것이다. 미국이 금융위기 후 막대한 달러를 찍어냄으로써 세계 각지에 인플레이션을 수출하고 있고, 이로 인해 전 세계가 미국의 경기회복을 위해 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RB) 의장은 지난 4일 로드아일랜드주에서 열린 대학생 포럼에 참석해 “연준의 미 국채 대량매입이 경제회복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버냉키 의장은 “연준은 경기부양을 위해 모두 2조3000억 달러를 동원할 수 있는 상황에서 지금까지 1조7000억 달러를 풀었다”며 다음달 초 추가적인 양적완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결국 미국의 경기부양을 위해 풀린 달러가 다른 나라들의 펀더멘털을 위협하고 있는데도 미국은 이를 무시하고 추가로 달러를 더 찍어내겠다면서 다른 나라에 대해서는 ‘환율방어를 하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경제는 현실이고 힘의 논리가 정의에 앞서는 무한정글이다. 그런 점에서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열강의 대립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증가시키는 요인이지만, 어느 한쪽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막강한 상대가 있다는 것은 세계 경제의 입장에서 다행일 수도 있다.
[포커스]중국 위안화 ‘기축통화’ 노리나(2008. 11. 13)
2008. 11. 13 경제
‘중·러 통화 스와프’ 체결로 달러 패권 거부 조짐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오른쪽)가 지난 10월 30일 한·미 통화 스와프 계약 체결을 공식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통화패권 전쟁의 전조인가? 세계 금융위기 속에서 달러 강세가 가속화하고 있다. 그런 상황임에도 세계의 기축통화인 달러 패권를 거부하는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1조9055억 달러(9월 말 현재)의 외환보유고를 갖고 있는 중국이 있다. 중국이 홍콩·대만 등 중화경제권과 러시아·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 등 신흥시장국에 달러를 지원할 때만 해도 중국의 움직임은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가 지난 10월 29일 달러화 결제 시스템을 파기하고 러시아의 루블화와 중국의 위안화로 무역결제하는 통화 스와프를 체결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일종의 ‘탈달러 동맹’의 조짐 중 하나로 해석되기 시작한 것이다. 권영준 경희대 국제경영학부 교수는 “조만간 국제 금리가 안정되면 미국은 재정지출을 확대하고, 그 결과 달러 가치는 약화할 것”이라면서 “달러 영향력 약화에 대비한 조치”라고 해석했다. 그렇다면 왜 중국은 하필이면 러시아를 상대로 자국 화폐 스와프를 한 것인가. 그것은 러시아 경제와 관계가 깊다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최용식 21세기 경제학연구소장은 “러시아는 외환 위기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는 나라”라면서 “석유와 가스 가격의 하락으로 외환 수입이 줄면서 내수산업은 초죽음의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통화 스와프는 중국의 러시아 지원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통화 스와프 협상 중인 한국에 대해서도 중국은 일정 부분에 대해 원화와 위안화 교환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나라당의 경제통인 최경환 의원은 이에 대해 “우리에게 위안화가 무슨 필요가 있냐”고 부인했다. 하지만 일반적인 전망은 원화와 위안화의 통화 스와프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물론 학계에서 중국의 통화 공세를 ‘위안화=포스트 달러 기축통화’ 전략으로 보는 것은 지나치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삼성경제연구소 황인성 박사는 “그 정도 공세로 기축통화 운운한다면 일본 엔화는 벌써 달러 수준의 기축통화가 됐어야 한다”면서 “한 바구니에 섞은 달걀을 넣지 않으려는 의도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 소장도 “미국이 위협을 느끼면 왜 아직 가시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겠느냐”면서 “미국이 중국 공세를 감당할 수 있고 또 아시아의 환율 안정이 더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도 원화·위안화 교환 요구 그러나 일각에서는 한국에 300억 달러 스와프를 제공한 것 자체가 대(對) 중국 통화 방어선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이 중남미 국가들과 호주·뉴질랜드와 체결한 통화스와프와 한국·싱가포르는 전혀 다르다는 얘기다. 황인성 박사는 “한국과 싱가포르를 제외한 나라는 외환이 바닥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 역시 미국 국채를 시장에 내놓으면 제값을 받을 수 없고 그 자체로 국가 신용이 하락할 것”이라며 “한국 정부의 미국 국채매각설은 과장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도 “미국 재무성은 국채의 국제가격을 유지할 책무가 있다”면서 “그것을 떠나서 한국 정부가 미국 국채에 손을 댄다면 누가 좋아지겠냐”고 반문했다. 그 답변은 중국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중국의 통화방어선이 한국과 싱가포르라는 얘기다. 달러 패권을 방어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한국과 통화 스와프를 체결했다는 얘기다. 달러 패권 유지를 통해 기축통화의 ‘시너리지 효과(Seigniorage Effect)’를 유지하겠다는 미국의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시너리지 효과란 기축통화인 달러를 발행함으로써 미국이 취하는 이익이다.
[월드뉴스]사면초가 몰린 위안화(2003. 08. 14)
2003. 08. 14 국제
美 평가절상 공세에 EU-韓-日 등 동조... 中 세계 경제 불리 주장하며 불가 고수 중국 위안화 환율이 세계 경제의 핵심 현안으로 떠올랐다. 2분기 예상치보다 훨씬 높은 2.4%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한 미국은 차제에 경제 회복의 저해 요인인 "위안화 환율을 바로잡겠다"며 공세를 취하고 있다.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고 하지만 고질적인 '고용 없는 회복'이 지속되는 양상이어서 장단기적으로 고용 효과가 큰 제조업을 보호-육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 제조업의 가장 큰 적은 낮은 인건비를 무기로 싼값에 미국 시장에 쏟아붓고 있는 중국산. 미국은 "위안화가 인위적으로 저평가돼 있다"며 평가절상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중국은 그러나 "중국뿐 아니라 세계 경제 전체를 위해서도 위안화의 급격한 절상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반대하고 있다. 위안화 가치 올려라  미국은 전방위 압력을 가하고 있다. 앤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7월 16일 미국 상원 증언에서 "중국 통화 당국이 페그제(고정환율제)를 유지한다면 자국 경제에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린스펀 의장은 "중국은 위안화 환율을 고정시키기 위해 달러 표시 자산을 계속 사들이고 있으나 이는 한계가 있다"며 "이같은 행위를 계속하다간 어느 순간 통화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1995년 이래 1달러당 8.28위안 안팎으로 환율을 고정해놓고 있다. 이에 따라 막대한 대미 무역흑자와 투자 유입 효과를 누리고 있다. 공화-민주당 소속 미 상원의원 12명은 7월 31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베이징에 위안화 절상 압력을 강화하도록 촉구했다. 또한 철강-섬유를 비롯 중국 수입품에 민감한 미 업계도 위안화 문제로 중국을 제소하기 위한 준비를 갖춘 상태다. 업계 소식통은 "중국이 끝내 협조하지 않을 경우 그들의 환율 '조작'을 미 상무부에 제소하기 위해 소요 자금까지 출연한 상태"라면서 "이렇게 되면 세계무역기구(WTO)로 사태가 비화하는 상황이 빚어질 수도 있다"고 중국에 경고했다. 미 업계는 그동안 미 통상법 '301조'를 발동해 우크라이나의 지적재산권 침해와 한국 수입차 문제 등을 제소하기는 했으나 환율 문제로 이 조항을 들먹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백악관에 위안화 절상 압력을 가하도록 미 상원 공동서한 작성을 주도한 찰스 슈머(민주-뉴욕주) 상원의원은 "더 이상 위안화 환율 문제를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슈머 의원은 7월 31일 존 스노 재무장관을 출석시킨 가운데 열린 상원 재무위 청문회에서도 "위안화 가치가 너무 낮기 때문에 미국인 다수가 일자리를 잃고 있다"면서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라 자유무역 공감대 자체가 빠르게 와해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대중(對中) 무역적자가 지난해 기록적인 1천30억달러에 달했다면서 2000년 이후 미국 제조업 부문에서만 무려 2백60만명이 실직했음을 상기시켰다. 미 업계는 "10년 가까이 위안화 환율이 고정돼 있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실제 위안화 가치에 비해 15~40% 저평가돼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80여 산업단체가 중국을 비롯 한국-일본-대만을 싸잡아 '환율 조작' 시비를 걸면서 결성한 모임인 '건전한 달러'도 유사시 위안화 환율 문제를 미 무역대표부에 제소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 20만달러를 긴급 출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위안화 절상은 공통의 이익  유럽연합(EU)은 위안화 평가절상을 요구하는 미국의 움직임에 동조하고 있다. EU 집행위는 "위안화의 저평가가 세계 금융시스템에 문제를 야기할 것"이란 미국의 우려에 가세했다고 홍콩 〈사우스 차이나 모닝포스트〉가 7월 19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로마노 프로디 EU집행위원장이 회견에서 "그러한 상황이 궁국적으로는 보호무역주의를 촉발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국 업계로부터 '범(汎)환율 조작국'으로 분류된 한국과 일본도 김진표 재정경제부 장관이 위안화 평가절상 필요성을 언급하는 등 세계적인 위안화 때리기에 동참했다. 특히 엔고를 방어하기 위해 올해 들어서만 최근까지 9조엔을 쏟아부은 일본으로선 중국의 거저먹기식 '위안 저평가'가 내심 얄미울 법하다.      중국 내에서도 현실화해야 한다?  중국 내에서도 일부 위안화 환율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21세기경제보도〉는 최근 사설을 통해 "환율 변동폭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싱가포르 중국계 일간 〈연합조보(聯合早報)〉는 8월 1일 "세미나에서 고정환율제를 고수하는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학자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으며, 대만의 〈공상시보(工商時報)〉도 최근 위안화 절상을 노리고 중국 시장에 유입된 핫머니(단기투자자금)가 2백억달러에 달한다고 경고했다. 중국 내에서 평가절상을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데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위안화의 총통화(M2)는 지난해 동기보다 20.8% 늘어나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인 8.2%를 크게 웃돌았다. 은행 대출도 급증세다. 중국 정부가 화폐공급량을 늘리는 것은 고정환율제를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대규모 무역흑자와 외자유치를 통해 조달한 달러만큼의 위안화를 시중에 풀어야 위안화의 평가절상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안화 절상을 통해 무역흑자를 줄이거나 외환보유액의 증가 속도를 조절해야만 과도한 물가 상승을 방지할 수 있다. 못 올린다  '위안화 절상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중국은 "위안화 평가절상이 세계 경제에도 불리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왕위안룽(王元龍) 중국은행 국제금융연구소 연구원은 8월 1일 홍콩 〈명보(明報)〉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왕 연구원은 "미국의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은 국내의 경제적인 이유 외에도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정치적인 요인에서 비롯하고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무역적자는 중국의 환율정책 때문이 아니라 미국의 산업구조조정 등에서 기인한다"면서 "중국에 거액을 투자하고 있는 미국인들은 위안화 평가절상을 싫어한다"고 말했다. 왕 연구원은 "위안화 환율제도에 결함이 있다면 개선해야겠지만 지금은 시기가 아니다"며 "위안화 평가절상은 중국은 물론 일본과 동남아, 미국 등 세계 경제에 모두 불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국제통화기금(IMF)도 "평가절상 압력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7월 22일 밝혔다. 케네스 로고프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달러와 세계 경제' 회의에서 "위안화의 가치가 한 번 상승하기 시작하면 자칫 끝도 없이 올라 중국 정부가 감당해낼 수 없을 것"이라며 "그 대신 유연하게 장기적으로 변동환율제를 도입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전략이 IMF는 바람직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모든 논란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는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세계의 공장'으로서 입지를 확고히 해 성장기반을 공고히 하기 전까지는 절대 위안화 평가절상을 수용하지 않을 전망이다. 안치용〈국제부 기자〉 ahna@kyunghyang.com
[월드뉴스]사면초가 몰린 위안화(2003. 08. 14)
2003. 08. 14 국제
중국 위안화 환율이 세계 경제의 핵심 현안으로 떠올랐다. 2분기 예상치보다 훨씬 높은 2.4%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한 미국은 차제에 경제 회복의 저해 요인인 "위안화 환율을 바로잡겠다"며 공세를 취하고 있다.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고 하지만 고질적인 '고용 없는 회복'이 지속되는 양상이어서 장단기적으로 고용 효과가 큰 제조업을 보호-육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 제조업의 가장 큰 적은 낮은 인건비를 무기로 싼값에 미국 시장에 쏟아붓고 있는 중국산. 미국은 "위안화가 인위적으로 저평가돼 있다"며 평가절상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중국은 그러나 "중국뿐 아니라 세계 경제 전체를 위해서도 위안화의 급격한 절상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반대하고 있다. 위안화 가치 올려라  미국은 전방위 압력을 가하고 있다. 앤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7월 16일 미국 상원 증언에서 "중국 통화 당국이 페그제(고정환율제)를 유지한다면 자국 경제에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린스펀 의장은 "중국은 위안화 환율을 고정시키기 위해 달러 표시 자산을 계속 사들이고 있으나 이는 한계가 있다"며 "이같은 행위를 계속하다간 어느 순간 통화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1995년 이래 1달러당 8.28위안 안팎으로 환율을 고정해놓고 있다. 이에 따라 막대한 대미 무역흑자와 투자 유입 효과를 누리고 있다. 공화-민주당 소속 미 상원의원 12명은 7월 31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베이징에 위안화 절상 압력을 강화하도록 촉구했다. 또한 철강-섬유를 비롯 중국 수입품에 민감한 미 업계도 위안화 문제로 중국을 제소하기 위한 준비를 갖춘 상태다. 업계 소식통은 "중국이 끝내 협조하지 않을 경우 그들의 환율 '조작'을 미 상무부에 제소하기 위해 소요 자금까지 출연한 상태"라면서 "이렇게 되면 세계무역기구(WTO)로 사태가 비화하는 상황이 빚어질 수도 있다"고 중국에 경고했다. 미 업계는 그동안 미 통상법 '301조'를 발동해 우크라이나의 지적재산권 침해와 한국 수입차 문제 등을 제소하기는 했으나 환율 문제로 이 조항을 들먹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백악관에 위안화 절상 압력을 가하도록 미 상원 공동서한 작성을 주도한 찰스 슈머(민주-뉴욕주) 상원의원은 "더 이상 위안화 환율 문제를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슈머 의원은 7월 31일 존 스노 재무장관을 출석시킨 가운데 열린 상원 재무위 청문회에서도 "위안화 가치가 너무 낮기 때문에 미국인 다수가 일자리를 잃고 있다"면서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라 자유무역 공감대 자체가 빠르게 와해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대중(對中) 무역적자가 지난해 기록적인 1천30억달러에 달했다면서 2000년 이후 미국 제조업 부문에서만 무려 2백60만명이 실직했음을 상기시켰다. 미 업계는 "10년 가까이 위안화 환율이 고정돼 있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실제 위안화 가치에 비해 15~40% 저평가돼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80여 산업단체가 중국을 비롯 한국-일본-대만을 싸잡아 '환율 조작' 시비를 걸면서 결성한 모임인 '건전한 달러'도 유사시 위안화 환율 문제를 미 무역대표부에 제소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 20만달러를 긴급 출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위안화 절상은 공통의 이익  유럽연합(EU)은 위안화 평가절상을 요구하는 미국의 움직임에 동조하고 있다. EU 집행위는 "위안화의 저평가가 세계 금융시스템에 문제를 야기할 것"이란 미국의 우려에 가세했다고 홍콩 〈사우스 차이나 모닝포스트〉가 7월 19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로마노 프로디 EU집행위원장이 회견에서 "그러한 상황이 궁국적으로는 보호무역주의를 촉발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국 업계로부터 '범(汎)환율 조작국'으로 분류된 한국과 일본도 김진표 재정경제부 장관이 위안화 평가절상 필요성을 언급하는 등 세계적인 위안화 때리기에 동참했다. 특히 엔고를 방어하기 위해 올해 들어서만 최근까지 9조엔을 쏟아부은 일본으로선 중국의 거저먹기식 '위안 저평가'가 내심 얄미울 법하다.      중국 내에서도 현실화해야 한다?  중국 내에서도 일부 위안화 환율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21세기경제보도〉는 최근 사설을 통해 "환율 변동폭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싱가포르 중국계 일간 〈연합조보(聯合早報)〉는 8월 1일 "세미나에서 고정환율제를 고수하는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학자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으며, 대만의 〈공상시보(工商時報)〉도 최근 위안화 절상을 노리고 중국 시장에 유입된 핫머니(단기투자자금)가 2백억달러에 달한다고 경고했다. 중국 내에서 평가절상을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데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위안화의 총통화(M2)는 지난해 동기보다 20.8% 늘어나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인 8.2%를 크게 웃돌았다. 은행 대출도 급증세다. 중국 정부가 화폐공급량을 늘리는 것은 고정환율제를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대규모 무역흑자와 외자유치를 통해 조달한 달러만큼의 위안화를 시중에 풀어야 위안화의 평가절상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안화 절상을 통해 무역흑자를 줄이거나 외환보유액의 증가 속도를 조절해야만 과도한 물가 상승을 방지할 수 있다. 못 올린다  '위안화 절상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중국은 "위안화 평가절상이 세계 경제에도 불리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왕위안룽(王元龍) 중국은행 국제금융연구소 연구원은 8월 1일 홍콩 〈명보(明報)〉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왕 연구원은 "미국의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은 국내의 경제적인 이유 외에도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정치적인 요인에서 비롯하고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무역적자는 중국의 환율정책 때문이 아니라 미국의 산업구조조정 등에서 기인한다"면서 "중국에 거액을 투자하고 있는 미국인들은 위안화 평가절상을 싫어한다"고 말했다. 왕 연구원은 "위안화 환율제도에 결함이 있다면 개선해야겠지만 지금은 시기가 아니다"며 "위안화 평가절상은 중국은 물론 일본과 동남아, 미국 등 세계 경제에 모두 불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국제통화기금(IMF)도 "평가절상 압력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7월 22일 밝혔다. 케네스 로고프 IMF 수석 이 코노미스트는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달러와 세계 경제' 회의에서 "위안화의 가치가 한 번 상승하기 시작하면 자칫 끝도 없이 올라 중국 정부가 감당해낼 수 없을 것"이라며 "그 대신 유연하게 장기적으로 변동환율제를 도입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전략이 IMF는 바람직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모든 논란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는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세계의 공장'으로서 입지를 확고히 해 성장기반을 공고히 하기 전까지는 절대 위안화 평가절상을 수용하지 않을 전망이다. /안치용〈국제부 기자〉 ahn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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