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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는 모계 유전?…어느 정도 사실[건강의피셜㉞]
탈모는 모계 유전?…어느 정도 사실[건강의피셜㉞]
2024. 08. 30 09:29 건강
탈모, 막을 수 없지만 늦출 수 있다…증상 및 원인부터 유형별 치료법까지 남성 호르몬 수용체가 어머니로부터 물려받는 X염색체 상에 있으므로, 특정 타입의 남성형 탈모는 모계 유전될 수 있다. 픽셀 이미지 가을이 다가온다. 사람의 모발은 봄철 늘어나고 가을철 줄어드는 패턴이 있다. 생명을 위협하지는 않지만 한 올도 놓칠 수 없다. 증상 및 원인부터 유형별 치료법까지 서울대병원 피부과 권오상 교수가 탈모에 대한 현대 의학의 모든 것을 담았다. 1. 모발의 생장주기 정상적인 모발은 성장기(3~5년), 퇴행기(1개월), 휴지기(3개월)를 반복한다. 탈모 환자의 경우, 성장기가 점점 짧아져 모발이 길고 두껍게 자라나기 어려워진다. 이 같은 생장주기로 인해 사람도 계절에 따라 털갈이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동물의 경우 추위에 대응하기 위해 겨울철에 가장 털이 많아지지만, 사람의 모발은 강한 자외선을 막아주는 기능을 담당하므로 봄철에 많아지고, 가을철부터 줄어드는 양상을 보인다. 2. 다양한 탈모 유형 탈모는 정상적으로 모발이 존재해야 할 부위에 모발이 없는 상태를 말하며, 이로 인해 모발이 가늘어지거나 특정 부위의 모발이 빠지는 것을 탈모증이라고 한다. 크게 모낭이 유지되는 탈모(유전성·휴지기·원형 탈모증)와 유지되지 않는 탈모(흉터형성 탈모증)로 구분한다. 그중 전체 탈모증의 85~90%는 유전성(안드로겐성) 탈모증이며, 남성형 및 여성형 탈모증으로 구분된다. 주요 원인은 유전자, 노화, 남성호르몬(DHT 호르몬) 세 가지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유전성 탈모증 인구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서구화된 식습관, 무리한 다이어트, 흡연 등 환경적 요인도 영향을 미치며, 지방층에서 분비되는 염증유발물질이 탈모를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비만도 탈모와 연관이 있다. 휴지기 탈모증은 스트레스, 영양 결핍 등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모발의 생장주기가 변화하는 증상이다. 특히 출산 후 많이 발생하는데, 임신 중 증가했던 여성호르몬이 분만 후 감소하기 때문이다. 보통 아이가 100일 때 머리가 가장 많이 빠지고, 돌 때(12개월) 거의 회복된다. 일부 회복이 안 되는 사람은 여성형 탈모가 동반됐을 가능성이 크다. 그밖에 원형 탈모증은 자가 면역질환으로 인해 발생하고, 흉터형성 탈모증는 외상, 화상, 감염 등으로 인해 모낭이 영구적으로 파괴되어 발생한다. 3. 자가 진단 및 검사 방법 탈모 초기에는 뒷머리에 비해 정수리와 앞머리의 모발이 가늘어진다. 또한, 모낭이 작아지고 피지샘이 커지면서 유분기가 늘어날 수 있다. 따라서 머리가 평소보다 기름지고 빗질이 부드러워진다고 느껴진다면 탈모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초기에 진단을 받고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면 진행을 늦추고 상당한 회복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 밖에도 하루에 100개 이상의 머리카락이 탈락하거나, 앞머리 헤어라인이 점점 위로 올라가면 탈모를 의심할 수 있다. 한편, 병원에서는 두피 상태와 모발의 밀도, 굵기, 탈모반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탈모를 진단한다. 50-60가닥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당겼을 때 5개(10%) 이상 빠지는지 살펴보거나, 모발확대경·모발 화상분석을 사용해 모발의 밀도 및 굵기, 성장 속도를 확인한다. 두피 조직검사를 통해 모낭의 상태를 확인하기도 한다. 4. 탈모 유형별 치료법 유전성 탈모의 경우 완치가 어렵지만, 약물치료로 진행을 늦추거나 완화할 수 있다. 초기에는 주로 DHT 호르몬 생성에 필요한 5-α환원효소를 차단하는 ‘먹는 약(피나스테리드, 두타스테리드 등)’을 사용한다. 진행된 후에는 모낭을 자극하여 성장기 진입을 촉진하는 ‘바르는 약(미녹시딜 등)’을 사용한다. 먹는 약과 바르는 약을 함께 사용하면 시너지 효과가 있다. 성장기의 모발은 한 달에 약 1cm 자라나므로, 약 6개월간 약물치료를 지속해야 유의미한 발모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단 탈모는 평생 치료가 필요한 만큼 효과가 있다고 투약을 중단하면 재발할 수 있다. 적절한 약물과 용량은 전문의와 상담하여 결정하는 것이 좋다. 한편, 많이 진행된 탈모는 뒷머리를 채취해 앞머리로 이식하는 자가 모발이식이 효과적이다. 뒤쪽 두피는 이마나 정수리 두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남성호르몬 수용체 발현이 적어서 탈모가 심해져도 모발이 잘 유지된다. 이식 후 약물치료를 병행하여 남은 모발을 보호하는 것이 최선의 미용적 결과를 낼 수 있다. 그밖에 휴지기 탈모증은 원인이 제거되면 수개월에 걸쳐 자연스럽게 회복되므로 원인을 찾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자가 면역질환으로 인해 발생하는 원형 탈모증은 국소 스테로이드나 면역 요법을 통해 치료한다. 흉터형성 탈모는 모낭이 영구적으로 파괴되어 모발 재생이 불가능하므로 주로 모발 이식을 실시한다. 탈모와 관련된 속설과 진실 * 아기 때 머리를 밀면 숱이 많아진다 - X 머리를 밀고 새롭게 자라난 모발의 단면만 보면 더 굵어 보일 수 있겠지만, 실제로 머리를 밀거나 자른다고 모발의 수나 굵기는 변하지 않는다. * 머리를 자주 감으면 탈모를 촉진한다 - X 머리를 감을수록 머리카락도 많이 빠진다고 생각하지만, 하루에 100개 미만의 모발이 탈락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머리를 자주 감는 것은 두피와 모발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므로 탈모 예방에 좋다. 단, 두피에 자극을 주는 강한 샴푸나 뜨거운 물은 주의해야 한다. * 모자를 자주 쓰면 탈모가 발생한다 - X 자주 쓰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꽉 끼는 모자나 가발을 장시간 착용할 경우 두피에 염증이 생기거나 모낭염이 발생하는 등 두피 상태가 악화할 수 있다. * 탈모는 한 세대 건너 유전된다 - X 격세 유전은 사실이 아니다. 형제끼리라도 생활습관이나 식습관 등의 차이로 인해 탈모의 정도가 서로 다를 수 있다. * 탈모는 모계 유전된다 - △ 탈모는 기본적으로 부모 양쪽의 유전적 요인에 모두 영향을 받는다. 단 남성 호르몬 수용체가 어머니로부터 물려받는 X염색체 상에 있으므로, 특정 타입의 남성형 탈모는 모계 유전될 수 있다. * 흰머리를 뽑으면 더 많은 흰머리가 난다 - X 흰머리를 뽑은 자리에 더 많은 흰머리가 나지는 않는다. 다만 모근에 자극을 주는 행동은 탈모를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흰머리를 뽑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유전의 속설을 밝히다
2013. 10. 09 17:14 건강
몇몇 인기 프로그램에서 스타 2세들이 맹활약을 펼치며 부모 못지않게 주목을 받고 있다. 부모의 외모와 끼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듯한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새삼 유전의 놀라움을 깨닫곤 한다. 우리 아이는 과연 나의 어떤 점을 닮았을까. 유전을 둘러싼 몇 가지 궁금증을 풀어봤다. 의견 1 DNA as Child’s Destiny 우리는 99.9% 동일한 유전자를 지녔다. 각자를 다르게 만드는 건 0.1%의 유전자다. 이 작은 차이가 외모뿐 아니라 성격, 질병을 결정한다. 복잡한 이론과 과학적 논거들을 제시할 필요도 없다. 거울 앞에서 우리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유전자가 우리를 결정한다는 증거는 숱하게 쌓여 있다. 의견 2 Environment as Child’s Destiny 유전자는 운명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유전자는 타고나지만 환경을 통해 유전자의 스위치를 켜고 끌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일란성쌍둥이라도 떨어져 지내면 다르게 자란다는 점을 증거로 제시한다. 다른 종류의 암에 걸린 일란성쌍둥이는 무시하기 어려운 환경론적 증거다. 환경론자 혹은 후성유전학자들의 주장 역시 이 같은 이치에 맞는다. 외모 편 속설 1 딸은 아빠 유전자를 물려받는다 유전을 둘러싼 수많은 속설들, 대부분 과학적인 검증보단 실생활에서 ‘증명’된 사항들이다. 특히 ‘붕어빵 지수’에 대해서는 이러저러한 이야기들이 많이 퍼져 있다. 가장 널리 알려진 속설은 부녀의 외모 닮은꼴이다. 아버지가 우월한 유전자의 소유자라면 딸은 어머니의 외모와 상관없이 미녀로 태어난다는 설이다. 꽃미모를 타고난 배우 최수종의 딸 윤서양과 배우 조재현의 딸 혜정양이 대표적이다. 이외에 아버지의 친근한 외모를 닮은 딸들도 있다. 배우 김응수의 딸 은서양은 아버지에게 쌍꺼풀 없는 귀여운 눈매와 초콜릿 빛깔의 피부를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요즘은 타고난 예능감으로 방송에 출연해 남다른 부녀애까지 과시하고 있다. 배우 고창석과 예원양은 ‘귀요미 부녀’다. 예원양은 이목구비는 물론 동그란 얼굴형에 통통한 볼살까지 물려받았다. 예원양을 보자마자 고창석이라는 이름이 나올 만큼 두 사람은 닮은꼴이다. 부녀 붕어빵 외모 법칙은 동서양을 막론한다. 할리우드에서도 닮은꼴 부녀를 찾아볼 수 있다. 제시카 알바는 큰 눈과 날카로운 콧날 등으로 화려한 마스크를 자랑하지만 딸 아너양의 눈은 작고 코는 뭉툭하다. 어머니보다는 영화 제작사인 아버지 캐시 워렌의 외모와 가까운 셈이다. 아버지들은 딸에게 어떤 유전자를 물려주는 것일까. 유전 확률이 높은 부위 1위는 쌍꺼풀이다. 쌍꺼풀은 우성형질이라 부모가 모두 쌍꺼풀이 있을 경우 자녀가 쌍꺼풀이 있을 확률이 높으며, 만약 없더라도 부모의 윗세대의 유전자로 인해 쌍꺼풀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화살표 코도 우성형질이라 유전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주걱턱이라 불리는 하악턱은 열성형질이다. 이 경우에는 부모 두 사람 모두 주걱턱이어야 자녀가 주걱턱이 될 가능성이 높다. 속설 2 아들은 부모의 외모와 큰 관계가 없다 딸과 달리 아들은 부모의 외모와 다른 경우가 종종 발견된다. 이로 인해 아들은 부모의 외모와는 관련성이 적다는 속설이 생기기도 했다. 수려한 외모를 지닌 부모 아래에서 다소 밋밋하거나 평범한 외모의 자녀가 태어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영국의 파레트 박사는 논문을 통해 부모의 외모가 유전적으로 아들에게 연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배우자를 선택할 때, 남성은 여성 외모를 보는 비중이 높지만 여성은 외모가 아닌 다양한 기준으로 배우자를 선택하기 때문에 부모들은 아들에게 화려한 외모를 물려줄 필요성을 못 느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신장에 대한 연관성은 어떨까. 신장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남성의 외모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안타깝게도 과학계가 알아낸 사실은 거의 없다. 의학 전문가들은 키가 크는 데 몇 쌍의 유전자가 관여할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다. 하지만 골격의 성장은 오직 유전자의 영향만 받는 것이 아니라 성장기의 영양 상태나 운동량 등에 의해서 좌우되기도 한다. 유전의 영향이 있지만 인력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력으로 운명을 이긴 사람도 있다. 단신 개그맨 이홍렬이다. 작은 키로 마음고생이 많았던 그는 아들들에게 어렸을 때부터 우유를 많이 마시게 했다고 한다. 그 덕분인지 이홍렬의 키는 162cm지만 아들들은 180cm 가까이 자랐다. 특히 둘째아들은 고교 시절 농구선수로 활약하기도 했다. 단신 유전의 꼬리를 끊은 셈이다. 지능 편 속설 3 아들의 지능은 엄마가 결정한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라는 속담까지 언급하지 않더라도 머리가 탁월하게 좋은 부모 밑에서 수재가 태어난 사례가 적지 않다. 대를 이은 과학자 집안, 법학자 집안, 음악가 집안 등 각종 ‘집안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멀리 가지 않더라도 주변을 둘러보면 학구적인 가족들이 있게 마련이다. ‘리틀 아인슈타인’이라고 불리는 천재 의사 쇼 야노가 대표적이다. 한국인 어머니 진경혜씨와 일본인 아버지 가쓰라 야노씨 사이에서 태어난 쇼 야노는 생후 6개월 전부터 그림책을 읽었고, 3세 때 배운 적도 없는 쇼팽 피아노곡을 연주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9세에 미국 최연소 대학생이 됐고 18세에는 분자유전학과 세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1세에는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시카고대에서 의학박사까지 취득했다. 그는 현재 시카고대 부속병원에서 소아신경과 레지던트 2년 차 과정을 밟고 있다. 그의 여동생 역시 영재로 지금은 바이올린을 전공하고 있다. 남매의 이야기가 나올 때면 어머니 진경혜씨는 “유전자 조합이 잘된 거 같다”라고 말하며 웃는다. 그녀는 오하이오 대학에서 미술과 미술사로 학사 및 석사학위를 받았고, 학창 시절 남편을 만났다. 그녀가 아이들에게 최고의 유전자를 물려줬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 과학자들이 일란성쌍둥이나 이란성쌍둥이를 조사한 결과, 지능의 유전적 영향은 약 60%라고 밝혔다. 물론 쇼 야노의 재능은 유전자 덕분만은 아니다. 진경혜씨는 아들을 위해 환경에도 큰 관심을 기울였다. 그녀는 범상치 않은 아들을 교육시키기 위해 홈스쿨링을 했다. 학교 교육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아들을 위해 그 능력에 맞게 학업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서였다. “임신 사실을 알고 고민했어요. 남편과 저의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는 분명 저희와 비슷한 점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저희가 좋아하는 것은 아이도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은 아이도 싫어하겠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아이를 교육시켰죠. 아들이 태어나자 남편과 함께 하루에 책을 20권이나 읽어줬어요.” 아직까지 천재를 만들어내는 유전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아인슈타인의 뇌를 조사한 결과 천재의 뇌 속에서 평범한 사람의 머리 안에 없는 특별한 조직이 발견되지 않았을뿐더러, 천재나 보통 사람 모두 문제를 해결할 때 동일한 과정을 밟는다는 것을 밝혀냈다. 결국 우월한 유전자도 중요하지만 이를 어떻게 발현시킬 것인가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천재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훌륭한 스승을 만나야 한다고 조언한다. 어머니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속설은 자녀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며 배우는 사람이 어머니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도 이루어졌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주립대 조앤 루비 소아정신과 교수 연구진은 부모의 사랑과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는 뇌 성장이 더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에 따르면 태어나서 초기 2년 동안 보살핌을 받지 못하면 지능을 포함한 뇌 기능과 관련된 유전자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이후 성장이 근본적으로 떨어진다고 한다. 속설 4 가족력을 보면 질병이 보인다 가족력은 한 가족 내의 질환의 역사다. 부모가 어떤 부분이 취약하고 강한지 알아야 자녀들도 질병에 대비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자신을 기준으로 3대에 걸친 직계가족 혹은 4대에 걸친 사촌 이내에 같은 질환을 앓은 환자가 2명 이상일 때 ‘가족력이 있다’라고 한다. 중년에 이르면 건강 검진 결과서는 학창 시절 성적표보다 무서운 존재가 돼버린다. 검진 결과를 볼 때마다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피는 못 속인다’라는 단순한 사실이다. 아버지의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면 아들과 딸도 혈관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곤 한다. 위나 장처럼 취약한 장기도 비슷하다. 암도 마찬가지다. 물려받은 유전자가 특정 질병에 취약할 경우 변형이 쉽게 일어나 암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생활 습관병이라고 하는 암이나 당뇨병, 고지혈증 등의 병에도 유전적 요인이 관여돼 있다. 스웨덴에서 일란성쌍둥이들을 대상으로 한 암의 유전적 영향을 조사한 결과 위암은 유전의 영향이 28%, 전립선암은 42%에 달한다. 유전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부분은 고혈압이다. 부모가 모두 고혈압이 있다면 아이가 고혈압에 걸릴 확률은 무려 50%나 된다. 이 경우 작은 환경인자의 작용에도 고혈압 발병 가능성이 높아진다. 고혈압이 무서운 건 합병증 때문이다.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뇌중풍이 가장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심장이 제 기능을 못하는 심부전, 콩팥 기능 이상 및 심장동맥질환 등도 흔한 합병증이다. 고혈압과 합병증까지 가족력이 동반된 경우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 속설 5 가족력의 영향이 가장 큰 질병은 유방암이다 얼마 전, 안젤리나 졸리가 유방을 절제한 후에 복원술을 받았다.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돌연변이 유전자 브라카(BRCA1)로 인해 유방암에 걸릴 위험이 87%에 달하자 예방적 차원에서 수술을 감행한 것이다. 이로 인해 유전성 유방암에 대해서도 관심이 급증했다. 브라카 유전자 돌연변이는 전체 여성의 약 0.2%에서 발견되고 있다. 아시아인은 유럽보다 비율이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의심이 된다면 유전상담과 유전자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브라카 유전자가 없다고 안심하기는 이르다. 브라카가 없더라도 유방암 가족력이 있다면 고위험군에 속한다. 전체 유방암 환자 중 유전적 소인이 있는 경우는 5~10%에 달한다. 다만 의학계는 한국의 유방암은 유전적 요인보다는 환경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고 말한다. 서양에는 50대가 많은 반면 한국은 30대와 40대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국내 유방암 발병 원인은 여성의 활발한 사회 진출로 인한 스트레스와 늦은 출산, 짧은 모유 수유 기간으로 추정되고 있다. 속설 6 편식, 72%가 유전이다 아이들의 편식은 그저 먹기 싫어서 떼쓰는 게 아니었다. 유전자마다 입에 맞는 음식이 있다는 보고가 나왔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연구팀은 4~7세의 쌍둥이 66쌍의 식습관과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특정 음식 기피증은 72%가 유전자 때문이라고 밝혔다. 사람마다 맛을 느끼는 유전자는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나뉘는데, 이 유전자에 따라 똑같은 음식을 먹더라도 느끼는 맛이 달라지는 것이다. 만약 채소를 유달리 싫어하는 아이들의 경우 쓴맛을 잘 인식하는 유전자를 타고났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아이들에겐 채소와 함께 단맛이 나는 드레싱을 섞어서 권하는 게 현명하다. 영국 왕실 윈저가의 ‘사색자 이마’ 얼마 전 영국 왕실에서 로열 베이비가 태어났다. 윌리엄 왕세손과 세손빈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출생과 동시에 왕위 서열 3위로 등극했다. 짓궂게도 세간의 관심은 아이의 이마에 쏠렸다. 이번 왕자도 영국 윈저가의 ‘사색자의 이마(탈모의 흔적을 두고 영국 언론이 붙인 타이틀)’를 물려받을까. 에든버러 공작 필립 마운트배튼 영국의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남편. 특유의 품위와 고결함이 묻어나는 행동으로 영국 국민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탈모 유전자를 아들과 손자에게 물려준 장본인이기도 하다. 찰스 윈저 왕세자 어머니 엘리자베스 2세가 61년간 재위하는 바람에 백발의 할아버지인데도 아직도 ‘왕자’다. 고 다이애나비와의 사이에서 윌리엄과 해리 두 왕자를 두었다. 멋진 백발의 헤어스타일을 가졌지만 뒷부분에는 오래전부터 진행된 탈모의 흔적이 역력하다. 윌리엄 윈저 왕세손 출중한 외모와 카리스마를 갖춰 어릴 때부터 국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평민 출신의 케이트 미들턴과 결혼해 세기의 부부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20대부터 정수리를 중심으로 탈모가 진행돼 영국인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조지 알렉산더 루이스 왕자 왕자가 태어나자마자 세계 언론들은 아들이 아버지 윌리엄의 이마를 물려받을 것인가에 대한 예측 기사를 쏟아냈다. 이를 의식한 듯 윌리엄은 “(아들은) 나보다 머리카락이 길 것이라 다행이다”라는 농담을 건넸다. 유전학자들은 머리카락 색깔은 흑갈색일 가능성이 크며 삼촌 해리 왕자처럼 빨강 머리카락을 가질 확률은 6%로 다소 낮다고 말했다. 엄마 지능과 아들 지능이 판박이 세 아들 서울대 보낸 여성학자 박혜란 가수 이적의 어머니 여성학자 박혜란. 과외 한 번 없이 세 아들을 모두 서울대에 보내 전국 어머니들의 롤모델이 되기도 했다. 그녀는 “서울대를 보내는 DNA는 없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한창 공부할 시기에 39세의 엄마가 여성학을 공부하기 시작하며 책을 보는 환경은 아들들에게 “공부하라”라는 백 마디 말보다 더 큰 힘을 발휘했다. 아이는 엄마의 지능을 따라간다는 속설의 배경은 무엇일까. 일부 연구기관은 X염색체가 지능을 결정하기 때문에 엄마로부터 X염색체를 받은 아들은 엄마의 지능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X염색체가 2개인 여성은 한 곳에서 열성 염색체가 들어오더라도 다른 쪽에서 보완할 수 있지만 남성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아들에게 X염색체를 물려준 엄마의 유전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성적이 낮은 아들이 무조건 “이건 모두 엄마 탓”이라고 말하는 건 곤란하다. X염색체에 지능을 결정하는 유전자가 있지만 다른 염색체에도 지능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박은혜(프리랜서) ■사진 / 조민정, 경향신문 포토뱅크 ■참고 서적 / 「뭐라고, 이게 다 유전자 때문이라고?」(리사 시크라이스트 치우 저, 한얼미디어), 「알면 알수록 신비한 인간 유전 100가지」(사마키 에미코 외 저, 중앙에듀북스), 「인간은 유전자를 어떻게 조정할 수 있을까」(페터 슈포르크 저, 갈매나무), 「0~3세, 아빠 육아가 아이 미래를 결정한다」(리처드 플레처 저, 글담)>
핏줄은 물론 불륜까지 밝혀낸다! 유전자정보센터, 그곳에선 무슨 일이?
2011. 05. 03 16:55 문화/생활
출생에 얽힌 비밀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단골 소재다. 어쩌면 그런 일들이 일어날 수 있을까 믿기 어려울 때가 많지만 알고 보면 누군가에게는 제발 꿈이었으면 하는 실제 사연들인 경우가 많다. 드라마가 곧 현실이 되는 유전자정보센터, 그곳에는 머리카락 한 가닥만으로도 하루아침에 운명이 뒤바뀌는 다양한 인생이 존재한다.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MBC-TV 주말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은 신생아 시절 산부인과에서 뒤바뀌면서 전혀 다른 인생을 살게 되는 두 여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동안 숱하게 봐왔던 출생의 비밀을 소재로 했지만 드라마의 인기는 매우 뜨겁다. 해마다 등장하는 진부한 설정이지만 그래도 자꾸만 눈길이 간다. 30여 년 동안 키워온 금쪽같은 딸이 친자식이 아니라는 유전자 감식 결과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엄마의 모습에 시청자들의 가슴도 찢어진다. 낳은 정과 기른 정 둘 중에 무엇을 선택해야 하느냐고 술잔을 기울이는 딸의 모습도 애처롭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 장면들을 보고 눈시울을 붉히면서도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현실에서는 도무지 저런 일이 일어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 사연들은 결코 드라마에 그치지 않는다. 물론 드라마에서 일부 과장한 부분도 있겠지만 알고 보면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누군가는 친자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또 다른 누군가는 친부모를 찾기 위해 발을 동동 구르며 유전자정보센터를 찾는다. 한순간에 인생의 희비가 교차하는 이들이 모여드는 곳, 한국유전자정보센터를 찾아 유전자 감식에 얽힌 다양한 사연을 들어봤다. 유전자 감식, 왜 필요할까 유전자 감식은 주로 제출용과 확인용 두 가지 목적으로 이뤄진다. 제출용은 의뢰자가 감식 결과를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 법무부, 법원 등 공공기관에 제출하기 위해 의뢰하는 경우다. 예를 들어 조선족이 우리나라 국적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국내에 이미 거주하고 있는 가족 및 친척들과 유전자 감식 비교를 한 뒤 해당 서류를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제출해야 하는데 이때 제출용 유전자 감식을 하게 된다. 그 밖에 사건이나 사고가 일어났을 때 피의자와 피해자의 혈흔과 지문 등을 채취해 유전자 감식 과정을 거친다. 제출용 유전자 감식의 경우 자료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유전자정보센터 직원이 직접 현장에 가서 자료를 모은다. 하지만 이러한 일들은 대부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대검찰청, 국방부 조사본부 등에서 담당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유전자정보센터에서는 주로 국적 취득을 위한 제출용 유전자 감식과 개인적으로 의뢰하는 확인용 유전자 감식을 한다. 국내에서 유전자 감식을 하는 기관들은 대부분 사설 업체다. 현재 200여 곳이 운영되고 있지만 미량의 세포로부터 DNA를 분리해 판독할 수 있는 전문적 지식과 기술적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특수 분야이기 때문에 유전자 감식이 제대로 전문적으로 이뤄지는 곳은 5, 6개 정도밖에 안 된다. 드라마 속에서 유전자 감식을 통해 친부모와 친자식이 극적으로 상봉하는 장면들.대체 누가, 왜 의뢰하나 고객들은 주로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기혼 남성과 여성이다. 개인적인 의뢰는 하루에 최소 10건 이상이다. 친자 확인이 85% 이상이고, 부계나 모계 확인을 위해 찾는 이들도 더러 있다. 최근 들어서는 남편의 속옷을 들고 찾아와 자신 이외의 다른 사람의 유전자가 묻어 있는지 확인하려는 아내들과 아내의 속옷을 내놓으며 다른 남자의 정액이 묻어 있는지 감식해달라는 남편들의 의뢰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드라마에서처럼 재벌들의 의뢰가 절대적으로 많은 것은 아니다. 재산 상속 때문에 친자 확인을 의뢰하는 경우는 자주 있지만 그들이 얼마만큼의 경제력을 갖고 있는지는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 하지만 진짜 재벌들의 경우 오히려 신분을 최대한 노출하지 않고, 자택으로 출장을 부탁한다. 물론 유전자 감식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다만 직원들이 자택에 도착해 머리카락이나 칫솔에 묻은 DNA를 채취하는 과정에서 자택의 크기나 위치를 보며 어느 정도 재력을 가진 사람인지 개인적으로 대략 판단할 뿐이다. 의뢰에서부터 결과를 통보받기까지는 하루도 채 걸리지 않는다. DNA가 포함된 검체가 유전자정보센터에 오전 10시 전까지 도착하면 아무리 늦어도 당일 오후 6시 이전에는 결과가 나오고, 오후 4시 전까지 도착하면 다음날 오후 1시 이전에 감식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몇몇 사람들은 두 배의 돈을 지불할 테니 최대한 빨리 결과를 알려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하지만 감식 과정에 따른 시간적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아무리 빨라도 6시간 이상은 걸린다. 3, 4년 전만 해도 유전자 감식 한 건당 60만~80만원의 비용이 들었지만 요즘은 의뢰자들도 예년에 비해 급격히 늘고 그에 따라 업체들 간에 경쟁이 붙어서 검사 비용이 많이 저렴해진 편이다. 이제는 30만~40만원 정도면 유전자 감식 의뢰가 가능하다. 그래서인지 약간의 호기심이나 의심만으로도 유전자정보센터를 찾는 이들이 많다. 친자 확인 결과에 가슴 찢기는 부모와 자식 친자 확인에 얽힌 기구한 사연들도 대단히 많은 편이다. 친자가 아닌 사실을 확인하고 대성통곡하거나, 몇십 년간 헤어졌던 피붙이와 극적으로 재회해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있다. 친자 확인은 여성 의뢰자보다 남성 의뢰자가 훨씬 많다. 얼마 전에는 드라마에서처럼 실제로 산부인과에서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바뀌었다가 몇 달 후에야 유전자 감식으로 친부모와 친자식을 찾은 일이 있었다. 병원에서도 항상 주의를 기울이는 일이지만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한순간의 실수로 이런 비극이 종종 벌이지고는 한다. 이럴 경우 부모가 받은 충격은 말할 것도 없고, 병원에서는 사태를 해결하는 것과 동시에 외부에 소문이 나지 않도록 각별히 입단속을 하기에 바쁘다. 머리카락, 칫솔에 남아있는 구강상피세포, 정액 등 DNA를 채취할 수 있는 자료만 있으면 누구든지 유전자 감식을 의뢰해볼 수 있다.40대 후반의 남성 A씨는 자식들이 자신과 외모와 성격 모두 전혀 닮지 않았다는 이유로 유전자정보센터를 찾기도 했다. 그에게는 4명의 자식이 있었는데, 유전자 감식 결과 2명은 친자식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망연자실한 A씨는 아내에게 유전자 감식 결과를 보여주며 어떻게 된 일인지 자초지종을 물었고, 아내는 그제서야 외도 사실을 시인했다. 이후 A씨는 감식 결과 자료와 아내의 자백을 증거로 이혼 소송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자식이 부모를 버리기 위해 유전자 감식을 한 경우도 있었다. 20대 중반의 남성 B씨는 어릴 때 입양되어 양부모에 의해 자랐다. 양부모는 B씨를 친자식처럼 정성스럽게 키웠다. 하지만 B씨는 20대 중반에 들어서며 자신이 연로한 부모를 부양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친부모도 아닌데 부양해야 할 책임이 없다”고 자신을 호적에서 빼줄 것을 양부모에게 요구하며 유전자 감식을 의뢰하기에 이르렀다. 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검증해 법원에 제출하고자 했던 것이다. 25년 이상 B씨를 돌봤던 부부는 유전자정보센터를 찾아 “오랜 시간 사랑으로 키웠던 자식이 이제는 부모를 버리고 떠나겠다고 한다”며 한동안 펑펑 울다 갔다고 한다. 친자 확인으로 존재조차 몰랐던 자식을 뒤늦게 찾은 사람도 있다. 30대 초반의 남성 C씨는 필리핀에 출장을 갔다가 현지 여성과 잠시 사귀다가 헤어졌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 몇 년이 지나 다시 필리핀으로 출장을 가게 된 C씨는 과거 자신이 만났던 여자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 마을에 들렀지만 여자는 이미 병으로 사망한 후였다. 동네 사람들은 여자에게 아이가 한 명 있다고 말해줬고, C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이를 대상으로 친자 검사를 의뢰했는데 그 결과 친자로 확인되어 한국으로 데려와 자신의 호적에 올린 뒤 미혼부가 되었다. 이 밖에도 아내와 이혼한 후 14년 동안 아이의 양육비를 대주었으나, 나중에 이상한 느낌이 들어 아이의 머리카락으로 유전자 감식을 한 결과 친자가 아닌 것으로 판명돼 큰 충격에 휩싸인 남성도 있었다. 지나친 의심과 집착으로 남편 속옷 쌓아놓는 주부들 불륜 확인과 관련한 의뢰는 유전자정보센터 직원들에게 가장 난처한 일이다. 불륜을 확인하러 오는 의뢰자들은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다. 40대 중반의 여성 D씨는 남편을 끊임없이 의심하며 남편이 쓴 휴지, 속옷 등을 매일같이 유전자정보센터에 가져와 의뢰를 했다. 하지만 검사 결과에서는 다른 여자의 유전자는커녕 작은 이물질 하나조차 묻어 있지 않았다. 하지만 D씨는 “남편의 불륜 증거를 분명하게 가져다줬는데 왜 감식을 제대로 하지 못하냐”며 유전자 감식을 다시 할 것을 요구했다. 유전자정보센터 직원들 입장에서는 해당 비용을 지불하고 정식으로 의뢰를 요청하는 D씨를 거절할 수도 없어 결국 그녀가 더 이상 찾아오지 않을 때까지 계속 유전자 감식을 해주었다고 한다. 유전자 감식 결과로 인해 하루 아침에 인생이 뒤바뀌는 일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서울 유명 대학병원의 의사인 40대 초반의 여성 E씨는 집착의 끝을 보여준 최악의 의뢰자였다. 남편의 외도를 확신한 E씨는 낮과 밤을 불문하고 툭하면 직원들에게 연락해 당장 유전자 감식을 해달라고 종용했다고 한다. 밤 11시에 유전자정보센터로 찾아와 남편의 속옷들을 쏟아내며 당장 결과를 알려달라며 심한 집착 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심지어 한밤중에 찾아오는 것이 불만이냐며 소리를 지르고 따지기도 했다. 어느 날엔 갑자기 거리로 뛰쳐나가 길에 떨어진 담배꽁초를 주워 와서는 “직원들의 능력을 못 믿겠으니 내 눈앞에서 유전자 감식을 해봐라”라고 윽박지른 적도 있다. E씨의 만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어느 날부턴가는 남편이 아닌 부모의 욕을 하며 부모가 자신을 친자식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며 친자 확인을 해달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남편의 외도 사실이 전혀 밝혀지지 않았던 이전의 결과들처럼, 이번에도 역시 아무리 검사를 해도 E씨는 부모의 친자가 맞았다. E씨가 원하는 수확을 얻지 못한 채 유전자 감식 비용으로 날린 돈만 해도 1천만원 가까이 된다. 물론 불륜이 확인된 경우도 있다. 유전자 감식으로 불륜이 발각된 이들은 때때로 유전자정보센터를 찾아와 반말로 항의하고 심한 욕을 하며 행패를 부리기도 한다. 유전자 감식으로 남편이나 아내의 속옷에 다른 이성의 정액이나 이물질이 발견되면 이혼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혼 소송 과정에서는 유전자 감식 결과가 유용하게 사용된다. 하지만 의뢰자가 개인적으로 남편이나 아내의 채취가 묻은 증거물들을 가져오기 때문에 객관성이 떨어지고 간통 현장에 대한 장면이 실질적으로 확인되기 어렵기 때문에 유전자정보센터에서 감정서를 법원에 제출해준다고 해도 불륜을 정확히 입증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공식기관에 제출하기 위한 제출용 결과가 필요하다면 자신이 직접 채취하기보다는 출장 의뢰를 해 유전자정보센터 직원이 집이나 직장에서 유전자 감식에 필요한 자료들을 수거해가도록 하는 것이 낫다고. 유전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혹은 알고 싶어 하는 그 이상의 비밀을 품고 있는 신비로운 물질이다. 하지만 유전자 감식 결과만을 절대적으로 믿고 그 이후의 상황에 대해 미처 준비해두지 못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물론 유전자정보센터 입장에서는 회사의 이익 창출에 있어 유리한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유전자정보센터의 김우태 본부장은 “유전자 감식에 의한 좋은 결과보다는 나쁜 결과가 더 많은 편이다. 특히 친자 확인을 의뢰하기 전에는 의뢰 후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을 때 부딪히게 될 일들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제출용은 법원에서 정확한 판단을 위해 검사를 해오라고 명령한 부분이기에 큰 문제가 없지만, 단순한 호기심이나 의심으로 의뢰를 요구하는 개인 확인용은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주위 사람들과 충분한 대화를 나눈 후 그들의 과반수가 동의했을 때 유전자 감식 의뢰를 고려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하다. <■글 / 윤현진 기자 ■사진 / 이성원 ■도움말 / 김우태 본부장((주)한국유전자정보센터, 02-2679-2120)>
식탁 위 위험인가, 식량난 구원인가! 유전자조작 농산물 경보
식탁 위 위험인가, 식량난 구원인가! 유전자조작 농산물 경보
2008. 08. 19 재테크
식량 전쟁시대가 도래했다. 우리나라는 쌀을 제외한 식량 자급률이 5% 미만이다. 문제는 우리가 수입할 농산물에 유전자가 조작된 곡물이 많다는 것이다. 유전자조작농산물(GMO)은 전 세계적인 논란의 중심에 있다. 인체 유해성 여부가 확실히 검증되지 않은 이유로 제한을 하는 국가가 있는가 하면 GMO 최대 수출국인 미국의 자국 내 식약청은 안전성을 인정하고 있다. 쇠고기에 이은 제2의 식품 대란으로 번질 수 있는 유전자조작 농산물에 대한 보고서.GMO란? 유전자조작농산물(GMO: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은 생산성 향상과 상품성 강화를 위해 본래 유전자를 조작해 거둔 생산물을 말한다. 모든 생물체는 DNA라고 하는 유전자 정보를 가지고 있다. 이 유전 정보에 따라서 생물체의 각 기관이 만들어지고 제 기능을 한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생물 고유의 DNA 정보를 파악하게 됐다. 즉 어떤 생물의 유전자 중 유용한 유전자(예: 추위, 병충해, 살충제, 제초제 등에 강한 성질)만을 취해 다른 생물체에 삽입해 새로운 품종을 만드는 게 가능해진 것이다. GMO, 우리 식탁 어디까지 왔나? 요즘 시장에 가면 한숨부터 나온다. 각종 먹을거리의 가격은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오른다. 지갑에서 돈 꺼내기가 무서울 정도다. 근본적으로 식자재의 원료인 곡물 값이 오른 게 가장 큰 이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국이나 호주 등 농업 강대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 나라 대부분의 농산물이 유전자조작을 통해 생산됐다는 점이다. 국내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요즘 시대에 GMO 식품 수입하는 건 대안 없는 선택”이라고 입을 모은다. 독자들 중에도 이미 GMO을 섭취한 사람이 있을지 모를 일이다. 지난 5월과 6월, 최초로 식용 유전자조작 옥수수 33만 톤을 수입했기 때문이다. 올해 식용 유전자조작 옥수수의 총 수입 규모는 당초 계획했던 50만 톤의 2배가 넘는 1백20만 톤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나 세계 3위 옥수수 수입국인 우리나라는 그동안 비(非)유전자조작 식품을 고집해왔지만 주된 수입국이던 중국이 수출을 중단함에 따라 유전자조작 옥수수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게 됐다. GMO의 안전성을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불안감을 느낄 수도 있다. 혹은 “그럴 줄 알고 5월 이후로 옥수수를 한 번도 사먹지 않았다”며 뿌듯해할 수도 있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옥수수는 생각보다 훨씬 광범위한 식품의 원료로 쓰이고 있다. 이번에 수입된 옥수수의 대부분이 전분당이라는 식품으로 가공됐다. 이는 식품의 단맛을 내는 데 사용하며 우리가 흔히 접하는 아이스크림이나 과자, 심지어 탄산음료에도 들어간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전분당의 경우 현행 GMO 표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부지불식간 GMO를 먹고 마시고 있는 것이다. 전분당뿐 아니라 식용유, 간장 등에도 별도의 표시를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GMO, 식량대란의 구세주? ●병충해, 더위, 추위에 강한 품종을 인위적으로 개발해 식량난 해소. ●새로운 품종을 개발해 식생활 개선. ●농약 사용량이 줄어 환경 보전에 기여. 의, 식, 주. 이 세 요소 중에서 가장 인간 생활에 밀접한 것은 바로 식(食)이다. 한정된 자원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에서 GMO가 탄생됐다. 위 정의에서 볼 수 있듯 유전자조작 기술을 이용하면 영양 성분, 저장성, 병충해 내성 등 기능이 보강된 농산물을 얻을 수 있다. GMO 식품의 첫 번째 매력은 많은 경제적 이득을 유발한다는 점이다. 필요한 유전자의 삽입과 불필요한 유전자 삭제로 농산물의 장점을 부각시키고 단점을 줄인다. 이는 좋은 형질의 동식물의 생산을 가능하게 해 최소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둘째로, GMO 식품의 개발은 보다 나은 형질을 가진 동식물 개체의 생산을 가속화시킨다. 즉, 이전의 동식물에서 얻기 힘들었던 좋은 형질을 쉽게 얻을 수 있다. 특히 요즘의 기후 이상변화와 토지의 황폐화로 인한 사막의 증대는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만약 유전공학 기술을 이용해 사막에서 잘 버티는 개체의 유전자를 연구하고 알아낸다면 사막화를 막고 지구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어 일거양득이 된다. 전 세계의 인구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제한된 면적과 환경에서 현재 품종으로는 인류의 식량을 충족하기 힘들다. 세 번째 찬성 이유는 GMO 식품의 개발이 환경 파괴를 막는 친환경적 동식물의 개발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이다. 인간은 보다 나은 생산량을 위해 농약과 비료를 사용해왔다. 이 농약은 토양의 영양 불균형화를 초래해왔다. GMO 식품의 개발은 농약의 사용을 줄일 수 있어 자연환경의 파괴를 막을 수 있다. 이것이 GMO 찬성론자들의 의견이다. GMO, 간과할 수 없는 위험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 검증이나 입증 기간이 턱없이 짧음. ●동식물의 유전자 결합으로 독성 가진 새로운 개체 탄생할 가능성. ●윤리적 측면에서 자연 현상 혹은 질서에 위배.최근 GMO와 관련해 안전성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당장 소비해야 할 일반 국민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반대론의 입장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안전성 문제다. 과연 GMO를 사람이 마음 놓고 먹어도 안전한가. 지속적인 섭취로 인한 몸의 부작용은 없는가. GMO의 안전성 검증 기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수천 년 동안 먹으며 검증한 다른 식품들과 달리 근본적인 위험성을 안고 있다. 둘째는 유전자조작 농산물이 재배되는 과정에서 방출돼 다른 생물과 우연히 교배가 이뤄질 수 있다. 이 과정에 예기치 않은 변화를 일으켜 환경에 나쁜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실제로 이런 새로운 개체가 독성을 나타내거나 인간의 몸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설을 증명하는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세 번째 반대 이유는 유전자조작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인 윤리, 종교적 측면이다. 사람들은 근본적으로 자연을 거스르고 질서를 위배하는 것에 공포심을 갖는다.GMO, 남아 있는 의문점 1 씨 없는 수박도 유전자조작 농산물일까? 씨 없는 수박은 형질 전환을 통해서 만들어진 것이지만 유전자조작은 아니다. 유전자를 다른 유전자와 결합하거나 삭제한 것이 아니라 세포분열 단계에서 콜히친이란 약품을 이용해 염색체 간 분열을 억제해서 만든 결과물이다. 수박의 수꽃에 약품을 바른 다음 다른 암꽃에 수꽃의 화분을 묻혀 만들어진 씨를 심으면 씨 없는 수박이 된다. 덧붙여 뿌리에는 감자가, 줄기에는 토마토가 열리는 ‘포마토’의 경우 세포융합으로 만들어진 식물이다. 2 방울토마토도 GMO라는데? 방울토마토는 품종개량이다. 우수한 품종들끼리의 교배를 통해서 좋은 품종을 얻어내는 방법이다. 원래는 슈퍼토마토를 만들기 위해 품종개량을 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탄생한 것. 하지만 한 입에 쏙 들어가는 크기가 사람들에게 인기를 타면서 본격적인 재배를 시작한 것이 방울토마토의 유래다.3 아프리카 식량난을 해결한 김순권의 슈퍼옥수수도 유전자조작? 김순권 박사의 슈퍼옥수수는 GMO가 아니다. 아프리카를 식량재난으로 몰아갔던 공포의 잡초인 ‘스트라이가’와 일반 옥수수를 접목(교배)해 잡초에 말라죽지 않고 열매를 맺는 옥수수품종을 만들었다. 김 박사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당장 이상이 없다고 해서 GMO 옥수수가 안전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GMO 반대 입장을 밝혔다. 4 유전자조작 동물은 없나? 있다. 대표적인 동물이 연어다. 더 큰 연어를 생산하기 위해 알 유전자에서 성장호르몬 조절 물질을 제거한다. 연구 결과 GMO 연어는 2년 만에 모든 성장을 마친다. 그러나 머리가 기형이며 헤엄이 서툰 특징을 보이고 생존율이 낮다. 5 GMO와 품종교배의 차이점은? 쉽게 예를 들면 추위에도 잘 견디는 딸기를 만들려면 추위에 잘 견디는 형질을 나타내는 유전자를 식물, 동물, 미생물에서 찾아내 이를 딸기에 주입시켜 형질 전환시키는 것이 GMO다. 즉 원하는 유전자만 선택적으로 취해 새로운 품종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품종개량은 같은 종끼리의 교배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6 대표적인 GMO의 피해 사례가 있다면? GMO 옥수수를 먹은 닭의 간이 작아지고 쥐의 수명이 짧아진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나와 있는 상태. 또 미국 전역에서 GMO 옥수수 때문에 제초제에도 강한 ‘슈퍼잡초’가 등장했다. GMO의 개발이 새로운 위험을 초래한 것이다.GMO 가려 먹을 수 있는 방법 ■ 정부와 식품업계, 소비자 불신 막는다 정부는 쇠고기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 GMO 괴담이 불거질까 우려하고 있다. 올 들어 먹을거리 불안이 고조되고 안전이 검증되지 않은 만큼 1%의 GMO 함유도 찜찜하다는 것이 소비자들의 반응이다. 소비자의 불안을 의식한 정부는 일단 GMO 표시를 강화하는 정책에 힘을 쏟고 있다. 한나라당 임두성 의원 등 의원 10명은 가공식품에 GMO 사용 여부를 의무적으로 표시토록 하는 ‘식품위생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개정안은 GMO를 원료로 해 제조·가공·수입한 식품과 첨가물에 대해 GMO 사용 사실을 반드시 표기토록 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식품업체들도 ‘GMO 프리(Free)’를 선언하는 추세다. 소비자·시민단체들이 참여한 ‘GMO옥수수 수입반대 국민연대’ 측에서 47개 식품업체에 GMO 옥수수 사용 계획 여부를 질문했다. 동원F&B, 매일유업 등 12개 업체가 GMO옥수수 ‘프리(Free) 선언’을 했다. 또 농심, 롯데제과는 유럽, 중국 등지에서 일반 옥수수 전분당을 수입한다는 방침이고 롯데칠성, 해태음료 등은 음료 제품에 전분당 대신 설탕을 쓰기 시작했다. ■ GMO 제품 표시 식별법 우선 현행 GMO 표시제를 살펴보자. 표기 대상은 제조시 사용되는 주재료 5가지 중 한 가지라도 GMO 콩, 콩나물, 옥수수를 원료로 사용한 식품이다. 최종 제품에 유전자 재조합 DNA 혹은 외래 단백질이 없는 식품은 제외된다. ‘Non-GMO’는 3% 이하로 혼입된 식품에 표기한다. 전혀 GMO가 들어 있지 않은 제품은 ‘GMO-free’로 표기한다. 제품의 주 표시면과 농수산물의 원재료명 바로 옆에 표시해야 하고, 즉석 제조 식품의 경우 진열 상자나 표시판에 기재해야 한다. ■ 수입품은 되도록 구매 자제 수입 가공품에 경우 GMO로 표시되어 있지 않다 하더라도 원산지가 미국, 호주면 GMO일 가능성이 있으니 주의하자. 미국도 GMO 표시제도가 실시되고 있지만, 전 품목 실시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체에 알레르기를 일으킬 가능성 때문에 미국에서 식용이 금지되고 사료용으로만 승인된 GMO 옥수수가 포함된 식품이 국내로 유통된 경우도 과거에 있었다. ■ GMO 사료를 먹은 육류 수입된 GMO 대두, 옥수수, 면화, 유채를 가공한 후 남은 찌꺼기로 사료를 만들어 소, 돼지, 닭에게 공급하므로 GMO의 위협은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축산물도 예외는 아니다. 동물 체내에 축적된 GMO 물질을 함께 섭취하게 될 위험이 크다. 단백질은 육류보다는 대두류가 좋다. 물론 Non-GMO로 안전한 국산 콩이어야 한다.■ 유기농산물을 이용하자 가까운 생활협동조합 매장이나 유기농산물 직거래 단체를 통해 먹을거리를 이용하면 GMO의 불안감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다. 이들은 농약과 같은 화학물질이나 GMO의 위험이 없는 국산 유기농산물을 취급하고 있다. 축산물의 경우도 GMO 사료, 항생제, 성장 촉진제를 최소화해 사육하므로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GMO 옥수수 옥수수 밭에 잡초가 많으면 옥수수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제초제를 뿌리면 옥수수까지 피해를 본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옥수수에 제초제 내성 유전자를 삽입한다. GMO 토마토 토마토의 가장 취약점은 익으면 쉽게 무른다는 점이다. 그래서 보통은 덜 익은 상태에서 수확한다. GMO 토마토는 과질을 말랑말랑하게 만드는 유전자가 억제돼 빨갛게 익어도 단단함이 유지된다.GMO 콩 콩에도 제초제 내성 유전자를 삽입한다. 현재 미국 생산 콩의 94%가 GMO 콩이며 국내에도 수입되고 있다. 대부분이 식용유(콩기름) 제조에 쓰인다. 원산지 표시에 미국산으로 되어 있으면 GMO 콩으로 봐도 무방하다. GMO 감자 병충해 저항력을 높이는 락틴이란 성분을 감자의 유전자에 삽입한다. 락틴은 일명 천연 농약으로 눈꽃류에서 추출한 성분. 그러나 락틴을 섭취한 쥐의 위장과 일부 점막이 손상됐다는 연구 발표가 있다. ■글 / 이유진(자유기고가) ■사진 / 인성욱 ■자료 협조 / 녹색연합, 한국 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 식품의약품안전청
유전자 건강법으로 또다시 신드롬 일으키고 있는 이상구 박사
유전자 건강법으로 또다시 신드롬 일으키고 있는 이상구 박사
2008. 02. 22 화제
지난 1990년대 초 ‘엔도르핀 이론’으로 건강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이상구 박사가 유전자 건강법으로 돌아왔다. 사실 ‘돌아왔다’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던 그때에도, 대중들의 시야에서 벗어났던 그 이후에도 그의 건강 강의는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20년 전 그의 화두가 ‘엔도르핀’과 ‘채소’였다면 2008년, 그는 ‘유전자’와 ‘사랑’을 이야기한다.‘당신이 마음속에 품은 뜻이 문제다’ 21세기 의사의 권력은 절대적이다. 결코 인정하기 싫은 인간의 치명적인 약점에 해답을 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이 하는 말이 해답일 수 없고 유일한 존재이지도 않지만 적어도 그렇게 오해하는 사람들은 충분히 많다. 지금에 비해 건강에 대한 정보가 적었던 1990년대에는 더욱 그랬다. “그때는 지금만큼 건강에 대한 의식과 정보가 풍부하지 않았어요. 없어서 못 먹던 시절도 있었으니까, 고기가 무조건 좋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채소가 좋다’고 하니 충격이었죠.” 1989년 아주 ‘난리’가 났었다. 이상구 박사의 강의는 큰 파장으로 대한민국을 흔들었고 여러 이익 집단의 반대도 컸다. “고기 값이 폭락하고 그 때문에 파장도 컸어요. 그야말로 ‘이상구 신드롬’이었죠. 채소가 좋다는 건 지금도 변하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강의하며 음식 얘기는 많이 안 합니다.” 강의를 부탁하는 방송사의 러브콜도 끊임없이 있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출연이 무산되곤 했다. 하지만 방송을 쉬었다 뿐이지 한국과 해외를 오가며 강연은 계속됐다. 올해 65세인 이상구 박사는 요즘도 국내와 해외를 오가며 꾸준히 건강법을 강의하고 있다. “그래도 최근에는 한국에 머무는 기간이 더 많아지고 있어요. 지난 2년 동안은 주로 한국에서 살았고요.” 한 달에 한 번씩 한국에서 갖는 정기 세미나와 미국과 호주 등 해외 강의, 최근에는 EBS 방송 강의까지,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의 열정은 늙지 않았다. 그만큼 그를 필요로 하는 곳이 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날이 발전하는 의학기술에 생활수준과 영양 상태도 좋아지고 있는데 아픈 사람은 더욱 많아진다니 아이러니다. 이상구 박사는 생활습관과 사고방식이 문제라고 말한다. “암 세포는 우리 몸의 유전자가 변질된 것이지요. 생활습관과 사고방식이 유전자의 변질을 만듭니다. 무슨 음식을 먹느냐, 어떻게 생활하느냐,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해요.” 음식과 생활습관은 우리 몸에 직접적인 작용을 하는 요소이기 때문에 당연히 건강과 연관이 있겠지만 사고방식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을까? “유전자는 뜻에 반응해요. 흔히들 ‘속상하다’라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정신적 자극에 의해 마음이 상한다는 말인데 그 말은 곧 유전자가 상한다는 말과 같아요.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 몸의 활성산소가 과잉 생산되고 그게 세포 안의 유전자를 손상시키는 치명적인 요인입니다.” 불가항력의 스트레스가 많다는 것은 핑계다.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든 행복을 선택할 수 있다.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울해하고 낙담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행복을 선택하겠다’라는 의지가 있다면 훌훌 털어버릴 수도 있는 것이 바로 스트레스다. 암을 부르는 것은 현대인의 의지박약이라는 얘기. 결국 당신이 마음속에 품은 뜻이 문제다.“수도꼭지를 고쳐야죠. 죽을 때까지 걸레질만 할 순 없잖아요.” 우리나라에서 건강법을 트렌드화한 최초의 의사였던 만큼 이상구 박사는 건강법에 대한 다양한 이론을 내놓았다. ‘엔도르핀 이론’, 지금은 ‘생기 이론’이라 부르는 ‘찌지직 이론’, 그리고 요즘 강의를 하고 있는 ‘유전자 이론’이 그것이다. 하지만 핵심은 하나. 병의 원인을 알자는 것. “병을 발생시키는 원인을 치유해야죠. 증세만 치료하려고 하면 결국 병을 이기지 못합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안타깝게도 현대 의학은 병의 원인을 찾아 치유하는 것보다 병으로 인한 증세와 고통을 치료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환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암 세포는 유전자가 변질된 것이라고 했죠? 변질된 이유가 무엇인지에 골몰하고 원인을 고쳐나가야 하는데 항암치료로 암 세포 죽이기에만 급급해요. 유전자를 정상적으로 되돌리지 못하는 이상 암 세포는 계속 생겨나게 돼 있어요.” 이쯤해서 유전자와 암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 몸은 세포로 되어 있고 세포 안에는 유전자가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전자는 신(神)만이 읽을 수 있는 ‘인간의 책’이었다. 베일 속에 싸여 있던 인간의 유전자 암호를 해독한 것이 지난 2003년. 그때부터다. 신만이 읽을 수 있었던 인간의 책을 인간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인간 유전자의 수수께끼가 풀리며 유전자의 기능과 의미를 알게 됐고 유전자 변질시 나타나는 질병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 모든 병은 유전자 변질에서 온다는 것 역시. 때문에 변질된 유전자가 회복되면 완벽한 치유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사람들은 “유전자가 왜 변질됐을까?”라고 질문하지 않는다. 대신 “변형된 유전자를 잘라내고 새로운 유전자를 넣으면 되지 않느냐”고 묻는다. 그만큼 현대인들이 자신의 생활습관을 바꾸기 싫어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 박사는 내 몸속 유전자가 어쩌다 변했는지 그것부터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화장실에 물이 넘치면 물이 왜 넘치는지, 수도꼭지가 왜 고장 났는지부터 살피고 수도꼭지를 고쳐야죠. 계속해서 넘치는 물만 걱정하며 걸레질만 하다가는 평생 걸레질만 하다 끝나는 겁니다.” 그렇다면 유전자는 왜 변질 되고 암은 왜 생겨나는 것일까? “우리 몸에는 하루에도 약 4백 개에서 5천 개의 암세포가 생겨납니다. 놀라셨죠? 그래도 우리는 암에 걸리지 않고 이렇게 살아 있죠. 암세포를 죽이는 T세포 유전자가 켜져 있기 때문이에요. 그 유전자가 켜져 있지 않으면 T세포가 제 기능을 못하게 되고 결국 암세포가 계속해서 발생하게 됩니다. 그럼 암을 죽이는 유전자를 켜는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사랑’이에요. 감사하는 마음, 아름답다는 느낌, 옳다고 믿는 것 등이 바로 생명의 유전자를 켜는 하나의 전파입니다.” 휴대전화도 신호가 오지 않으면 울리지 않듯이 우리 몸도 사랑의 전파를 받지 못하면 생기를 멈추게 되는 것이다. 사랑이 곧 생명이라는 촌스러운 명제는 역시 거스를 수 없는 진리였다. 하지만 강요가 섞인 사랑은 아니 주는 것만 못하다. “제가 의과대학을 다닐 때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유방암은 흔한 병이 아니었어요. 전립선암, 폐암 모두 한국에 없었던 병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만병이 다 생겼죠. 한국 사회가 너무 스트레스가 많은 사회이기 때문이에요. 한국 사회에서 가장 큰 스트레스가 뭔 줄 알아요? 남의 일에 간섭하는 거예요. 우리는 남의 일에 간섭하는 것을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다 내가 널 사랑하니까 이러는 거라고 하죠. 정말 사랑은 ‘네가 나의 뜻대로 하지 않아도 나는 너를 사랑하겠다’예요.” 진정한 사랑은 존중하는 것이다.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만 이런저런 간섭에 젖은 한국인들은 아직 행동에 옮기기가 쉽지 않다. 가족 중 한 사람이 암을 앓고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우리 세미나에 참석하는 분들 중 가족과 친척들의 성화에 못 이겨 할 수 없이 항암 치료를 받다가 견디지 못해 오신 분들이 많아요. 항암 치료해서 암세포 죽여 봐야 꺼진 유전자는 그대로죠. 현대의학에서 봤을 때 반드시 죽을 수밖에 없는 환자분들 중 우리 세미나를 듣고 완치되신 분들이 많아요. 불치의 병은 없습니다.” 환자에게 ‘완치’라는 말만큼 선정적인 말은 없다. 그 누구도 쉽게 장담할 수 없는 재생(再生)을 이 박사는 자신 있게 말한다. 부인 이혜숙씨와 이상구 박사.“저를 찾아오는 사람 중에는 현대 의학으로 치료하지 못한 말기 환자들이 많습니다. 미국에 있을 때는 환자 보호자에게 멱살을 잡힌 적도 있었죠. 프로그램을 따랐지만 삶을 마감하는 분도 있고, 기적처럼 치유되는 사람도 있습니다. 단순한 건강 정보보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스스로 찾아나갈 수 있는 믿음을 주는 것. 그것이 제가 진정으로 하려는 것입니다.” 사진기자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아 ‘양복 모델 해도 되겠다’고 농을 던지니 안 그래도 몇 번 제의를 받았다고 한다. 양복 광고뿐이겠는가. 건강식품 광고 제의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았다. 하지만 단 하나의 제의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환자들이 자신에게 갖는 신뢰를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서다. 환자에게는 나을 수 있다는 믿음이 곧 생명이다. 나을 수 있다고 말하는 이 박사는 그들에게 생명과 같은 존재인 것이다. 그 믿음을 깨뜨리는 것은 환자의 생명을 깨뜨리는 것이기에 이 박사에게 믿음과 신뢰는 목숨과 같다. “부부의 유전자, 사랑으로 켜주십시오” 이 박사의 식단이 궁금했다. 그의 점심 식단은 현미밥에 채소를 곁들인 비빔밥, 바나나와 시금치나물, 맵지 않은 무김치, 버섯 무국, 그리고 아몬드와 호박씨였다. 그는 간이 되지 않아 싱거운 국을 맛있다며 한 그릇 더 먹었다. 8박 9일간의 세미나 동안 세미나에 참석한 환자들과 함께하는 식사다. “기자님 드시기에 간이 좀 안 맞죠? 한 일주일 드시면 맛있어질 겁니다. 일주일 더 있다 가세요(웃음).” 매달 있는 세미나 때문에 집보다 호텔에서 자는 날이 더 많다. 일 년 중 양양에 있는 본가에서 지내는 날은 일주일 정도밖에 안 된다. 처음 강의를 시작한 것이 지난 1981년이니 횟수로 27년째. 그것도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아일랜드와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중국, 알래스카까지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려면 지치기도 할 것이다. “의사 할 때 돈은 더 많이 벌었지만 보람은 없었어요. 매일 병의 증상만 치료했으니까요. 환자들이 약의 부작용으로 고통받는 걸 지켜보는 것도 많이 괴로웠구요. 하지만 이 일은 정말 사람을 살리는 일이에요. 어느 곳, 어느 그룹에 가서 강의를 하더라도 죽어야 할 사람 중 살아나는 사람이 반드시 있으니까요. ‘내 강의가 사람을 달라지게 하는구나’ 생각하면 아무리 힘들어도 힘들지 않아요.” 중고차를 타고 다니고 좋은 집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어주는 자신의 일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다. 그리고 또 하나, 언제나 옆에서 힘이 되는 존재, 바로 아내 이혜숙씨다. 1996년 결혼한 두 사람은 올해로 결혼 12년 차. 19년이라는 나이 차이가 무색할 정도로 친구 같은 부부다. 중학교 훈육주임이었던 아내는 옳고 그른 것이 분명하다. 쉽지 않은 길에 언제나 든든한 지원자가 되어주는 아내가 고맙고 또 사랑스러워 바라만 봐도 웃음이 나온다. 하지만 이렇게 금실이 좋은 두 사람도 신혼 초에는 티격태격했다. “부부만큼 힘든 관계가 없어요. 각자 다른 배경에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살다가 만나서 부부가 됐는데 이게 맞아떨어질 리가 있나. 양보해야 하고 굽혀야 하고 참아야 하고. 힘들고 짜증 나는데 저쪽은 또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고. 등산을 가는데, 나는 운동화를 신고 싶은데 집사람은 자꾸 등산화를 신으라고 해. 어떻게 하시겠어요. 아내가, 남편이, 나를 불행하게 만드는 대로 불행해지시겠어요? 이 세상에서 나를 제일 멋진 남자라고 하는데,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사랑스럽다고 하는데, 그 사람 눈에 멋있도록 해주는 게 사랑이에요. 나와 상대방의 유전자를 켜주는 것. 그게 곧 생명입니다.” 이 박사는 또 젊은 엄마들에게 당부했다. “요즘 한국에서 태어나는 아기들이 아토피가 많습니다. 아이들에게 인스턴트 먹이지 마시고 정성이 들어간 음식을 해주세요. 음식이 몸에 좋아서 좋은 것이 아니라 음식에 들어간 사랑이 약이 됩니다. 아이가 아토피가 있다면 엄마가 의사가 돼주셔야 합니다. 병원과 약에만 의존하지 말고 엄마의 생활습관부터 바꾸세요. 엄마가 아이에게 주는 사랑, 이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실질적으로 유전자를 바꾸는 귀중한 힘을 가졌다는 것을 꼭 명심하세요.” 많은 것을 이야기했지만 그의 테마는 한결같이 ‘사랑’이었다. 사랑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얘기하고 설명했을 뿐이었다. 행복을 선택하라는 그의 말도 깊은 울림으로 전해졌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우리의 행복을 남에게 맡기고 살아가고 있었던 듯하다. 왜 그리 쉽게 잊었던 것일까. 행복은 그 누구도 아닌 나의 선택이라는 것을. 남이 아무리 나를 불행하게 만들려고 해도 나의 의지만 있다면 행복할 수 있다. 선택으로, 의지로, 사랑으로 나와 당신의 생명을 켜보자.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홍태식(프리랜서)
대인관계에 관한 여성의 유전학적 경쟁력에 대하여
2003. 08. 01 화제
여성 리더들에겐 ‘인간을 흡수하는’ 정신적 유연함이 있다! “요즘 여성들이 너무 많이 들어와.” ‘너무’와 ‘많이’. 취재 중 만난 한 의사는 자못 자조적으로 두 단어에 힘을 주어 강조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귀결되는 결론이란 “이렇게 여성이 차지하는 분야는 사양산업 아닌가요?”였다. 적지 않은 사람들과 함께 하고 있던 그 자리, 나는 반갑게 맞받았던 기억이 있다. “맞습니다. 사양산업이 분명해보입니다. 남성들의 진입이 계속 힘들어지고 있으니까 말이죠.” 1년 전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 본, 그리고 우리의 전 사회 영역에서 여성들의 진출의 속도와 규모가 놀랍다. 특히 남성 고유의 영역으로 ‘애지중지’ 분류되던 비즈니스의 영역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는 CEO 중 여성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 또한 우리에겐 더 이상 낯선 소식이 아니다. 이들에게선 우연으로 볼 수 없는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는데 유연한 사고, 직관의 발달, 그리고 통합과 부드러움의 리더십 등이었다. 벤처란 마치 숲 속으로 캠핑을 떠난 사람들이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 의식주를 해결해야 하는 원칙과 같아서, 허허벌판의 분야를 개발해 수익구조를 창출하는 과정 중에 맞부딪칠 수 있는 위기와 장애들은 극복 의지와 지적 능력 외에도 또 한 가지 특장을 요구한다. 사람을 만나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고 내편으로 만드는 데에 있어서 인간을 읽고 전후 맥락에서 살피는 사고능력은 도전과 응전의 시기에 구비돼야 할 필수 요건이다. ‘인간’이라는 화두가 ‘기술’과 ‘비전’을 압도하는 요즘, 기업에서 다른 어떠한 자원에 대한 투자보다 사람에 대한 투자만한 것이 없음을 역설한 피터 드러커의 예언처럼 비즈니스의 흐름은 인간을 흡수하는 특장을 지닌 여성들에게 필연의 대세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생체적으로 터득되고 있는 여성의 대인 경쟁력은 인류학적인 연원이 있다. 한 번에 다섯 가지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또한 여성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했다. 늪지대에서 게를 잡거나 나무열매를 따면서 근처에 둔 아이를 살피는 것이 필요했던 것처럼 한번에 한 가지 분야만 집중적으로 파고들어가는 남성의 계단적 사고와 달리 여성은 다양한 상황을 결합해 동시에 해독해내는 거미집 구조의 사고를 가졌다고 인류학자 헬렌 피셔는 주장한다. 실제로 전체적인 사고를 관장하는 뇌의 전두엽 앞쪽 피질 중 한 부위 이상은 여성이 남성보다 더 크다는 학설이 지배적이다. 97년 런던에 있는 아동건강연구소의 신경과학자 데이빗 스쿠즈의 조사를 보면 한 개 혹은 한 무리의 X염색체 유전자가 전두엽 앞쪽 피질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여성들은 사회적 상호작용의 미묘한 차이까지 파악하고 모든 변화와 다양성을 끌어모으는 데 익숙하며, 이로써 정신적인 유연함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사람을 읽는 능력’이야말로 여성들이 가진 유전적 경쟁력이다! 여성은 사람을 읽는 능력에서 재능을 보일 때가 많다. 인력의 채용과 조직 관리에 있어서 사람을 읽는 능력은 성공의 관건이다. 수익을 좇아 하룻밤 사이에 이해가 갈리고 이합과 집산이 수없이 반복되는 요즘 사회에선 더더욱 그렇다. ‘지혜는 사물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신속하게 파악하는 것’이라고 미국의 철학자 조지 산타야나는 말한다. 여성들의 사람에 대한 안테나는 촉각과 청각·후각, 그리고 미각과 시각 등 오감에서 인류학적으로 남성들에 비해 조율이 잘 돼 있는 편이다. 사회적 상호작용에 담긴 의미를 해석하는 데에 유전적 장점을 가지게 된 것이라고나 할까. 고대 아프리카의 평원에서 젖먹이를 키우는 여성들은 바람이나 빗소리, 그리고 뱀과 고양이와 육식조류가 내는 소리에 귀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곧이어 어린 자식들의 심장소리로 안위를 살폈다. 예민한 청각을 지닌 사람들이 자신들의 아이를 잘 돌보았고 이러한 점진적인 자연 도태로 여성들은 소리에 보다 예민한 귀가 주어졌다. 일터 동료들의 나지막한 목소리, 소리의 떨림, 미묘한 음색의 차이는 여성들이 생체적으로 상대방을 나의 사람으로 만들  대화의 코드로서 능숙하게 해독되고 있다. 여성들은 또한 신체적 단어를 읽는 데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 19개 국가의 남녀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여성들은 사람의 말투나 몸짓, 그리고 자세 등 다른 비언어적인 단서에서 사람의 감정을 읽어내는데 탁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들이 육체언어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남성들은 말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진화론적인 이유로 어린 자식을 보호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 기능은 선택과 집중의 과정을 거쳤다. 선조 여성들이 자라나는 자녀들의 얼굴을 잘못 해석했다면 자녀들의 일상적인 건강상태를 말해주는 결정적인 정보를 놓쳤을 것이다. 사람들의 육체와 얼굴을 읽기 위해서 발전시켜온 생물학적 도구를 가지고 있는 덕분에 여성들은 사람을 평가하는 일에 있어서 유리한 위치에 서 있을 수 있다. 감각과 반응의 신속함에서 여성이 우위를 점하는 데에는 뇌 구조의 또 다른 한 가지 양상에 힘입은 바가 크다. 두 개의 뇌반구를 서로 연결하는 조직들이 그것인데 대뇌피질의 두 개 뇌반구는 각기 다른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여성들의 경우 보다 유기적으로 연결돼 두 개의 뇌가 활발하게 상호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우측 뇌반구는 얼굴표정을 읽어내고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실린 감정을 탐지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러한 비언어적 자료들을 해석하는 곳은 좌측 대뇌피질에 담겨 있는 언어센터인데 여성들의 뇌는 2개의 뇌반구 사이에 놓은 연결 고속도로가 큰 편이어서 수집한 비언어적인 자료들을 해석해 적절한 대응을 내놓는, 사교적인 재능이 더하다는 분석이었다. 오감으로 분석한 자료들을 언어적으로 전달하고 발음으로 효과를 높이는 것은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의 덕을 보곤 한다. 에스트로겐은 신경세포에 동굴 손 같은 돌기나 척추를 달아주고  결과적으로 신경세포간의 연결고리의 수를 늘려서 서로 정보의 흐름을 용이하게 하는 기능이 있다. 그 덕분에 언어 사용에 대한 기억과 상황에 맞는 적확한 단어를 찾는 능력, 그리고 발음의 정확성이 에스트로겐 수치가 오를수록 비례해 배가한다. “에스트로겐이 그대를 재치있게 만드는가?”라는 질문이 1997년 좥뉴욕좦 지의 표지를 장식한 적이 있다. 뇌에 언어 고속도로를 깔아준다는 것, 언어 기술과 읽기 능력 등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인자 덩어리가 X염색체에서 발견됐다는 사실과 그리 크게 동떨어져 보이지 않는다. 여성의 진입과 성장은 다른 많은 여성들에게도 희망이 된다! 앞서 이야기했던 진화론적이고 유전적인 장점은 그러나 조직에서 유리천장을 깨고 있는 여성들에게 인위적인 절제와 훈련을 요구할 수도 있다. ‘여성들은 감정적’이라든지 ‘변덕스럽다’든지 등의 일반적인 오류는 또한 여성을 돋보이게 했던 생물학적 근거의 다른 이면으로 작용한다. 신경과학자인 아른 오만과 존 모리스 등의 발견처럼 여성들은 감정이입과 슬픔에의 지각이 훨씬 더 짙은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여성의 뇌는 훨씬 잘 통합돼 있기 때문에 감정적 반응을 지각하고 이를 의식적·무의식적 감각으로 바꾸는 활동이 활발하기 때문이란다. 프로이트가 여성들을 ‘도덕적 피학대자들’이라고 불렀을 정도로 여성이 감정이입의 성향이 강하다는 점을 과학자들은 생물학적 시각에서 받아들이고 있다. 자칫 집중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 거미집 사고 또한 개인적 감정 이입과 표현의 절제를 요구하는 조직에서 추진력을 시험하는 잣대가 되곤 한다. 모든 관계를 통털어 아우르는 사고의 구조가 이를테면 위치에 대한 문제에, 50m라든지 독도법을 통한 전후방향의 정확한 판단으로 딱 떨어지는 답을 도출하는 남성들과 달리 여성들의 경우는 부근의 분위기라든지 자신만 아는 지점을 빗대어 연상하는 관성으로 대답의 선명성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경쟁의 한가운데에 진입하지 못했던 오랜  과거가, 함께 경쟁하는 동료 여성과 뒤따라오는 여성 후배들에 대해 연대와 협력의 끈을 쥐여주는데 익숙지 못하게 하는 스스로의 굴레를 만들 수 있다. 역사 앞에 홀로 서는 사람은 회의주의자가 된다고 했던가. 그래서 여성들은 더욱 손을 잡고 사람을 다루는 기술과 거미집 사고 방식, 그리고 네트워크에 강한 오래 전에 체득한 ‘인간 중심’의 특징을 더욱 개발할 필요가 있다. 약자의 진입과 성장은 사회의 또 다른 약자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희망을 다루는 사람, 지도자의 그 길을 따라가고 있는 이 시대 많은 여성들에게서 나는 희망을 본다.  profile 1971년 서울 출생 1993년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 졸업/1993년 MBC입사/ 1993.12.~1996.5. 사회부 경찰기자/1996.5-1999.5 정치부 국회 담당 출입기자, 총리실 출입 기자/1999.5-2000.11 MBC뉴스데스크 앵커/2000.11.~2002.9 MBC아침뉴스 앵커 2002.9.~2003.09 미국 스탠포드대 수학/2002.9.~2003.4 MBC보도국 경제부 한국은행 출입기자/2003.4.~현재 MBC뉴스24(마감뉴스) 앵커 1994.~1999 MBC특종상/1994년 이달의 기자상/2000 자랑스런 이화언론인상 진행 / 박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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