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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자  세 아빠의 브런치 미팅
육아휴직자 세 아빠의 브런치 미팅
2016. 03. 28 17:13 육아/교육
결혼한 여직원에 대한 퇴사 강요가 버젓이 이뤄지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육아휴직을 택한 아빠들이 있다. 아이들을 유치원과 학교에 보낸 뒤 모처럼 외출에 나선 아빠들이 들려준 진솔한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이 들었으면 좋겠다. 엄마들도, 아빠들도, 각 기업의 인사권자들도. Talk 1 나는 왜 육아휴직을 했을까? 김진성 육아휴직을 왜 했는지도 다 까먹었네요(웃음). 육아휴직을 생각했을 당시에는 이유가 많았어요. 좀 쉬고 싶기도 했고. 사실 감사하게도 장인어른이 아이들을 돌봐주셔서 육아 일손이 부족했던 건 아닌데, 둘째가 태어나면서부터 너무 바빠서 아예 둘째를 못 봤어요. 아내가 일찍 출근하면 제가 잠깐 봐야 하는데 아이가 울기만 했어요. 그리고 어느 순간 둘째가 어떻게 크는지 기억 자체가 안 나더라고요. 지금이 가장 예쁠 땐데 왜 내 새끼 크는 걸 내가 모르나 싶더라고요. 윤기혁 저는 아이에게 어떤 문제가 생겼고, 그걸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여러 방안을 찾던 중 하나로 육아휴직을 선택했어요. 큰애가 다섯 살 때 어린이집에서 유치원으로 옮긴 후 많이 힘들어 했어요. 저희도 맞벌이다 보니 아이를 8시에는 유치원에 데려다줘야 지각을 안 하거든요. 그런데 그 시간에 가봐야 유치원에 아무도 없어요. 또 퇴근해서 빨리 간다고 해도 7시인데, 가보면 그때도 저희 아이 혼자 남아 있었고요. 저는 저대로 “아빠!” 하고 아이가 반갑게 달려오겠지 기대하면서 헐레벌떡 달려갔는데, 아이는 고개를 푹 숙이고 저를 본체만체하고, 제 손도 안 잡고 멀찍이 떨어져 혼자 걸어가요. 아이의 그런 모습에 정말 마음이 복잡해지더라고요. 유성기 전 첫째가 아홉 살, 둘째가 일곱 살이라… 육아휴직을 한다니 “다 컸는데 왜?”라는 질문이 가장 많았어요(웃음). 저희도 맞벌이다 보니 큰아이를 저희 집 앞 학교가 아니라 근처에 사시는 저희 어머니 집 인근 학교로 입학시켰거든요. 저희 퇴근할 때까지 아이는 방과후 학교를 6시까지 돌고, 늦으면 늦는 대로 할머니 집에서 TV 보면서 엄마, 아빠를 기다리는 거죠. 우리에게 내색은 안 했지만 큰아이가 많이 힘들었나봐요. 우연히 회사에서 지원해주는 상담 프로그램이 있어서 큰아이가 참여했는데… 우리에게 하지 못했던 말, 응어리를 상담 선생님께 이야기한 거예요. 그 말을 전해 들으면서 ‘아, 애들이 지금 많이 힘들구나!’라는 생각에 안 되겠다 싶더라고요. 김진성 사실 아빠가 육아휴직을 한다? 제도가 아무리 좋아도 우리나라 현실에선 실행하기가 어렵잖아요. 그럼에도 제가 육아휴직을 할 수 있었던 건 준비를 오래했기 때문이에요. 당장 경제 문제를 무시할 수는 없으니 쉽게 선택할 순 없잖아요. 첫째가 태어나면서부터 아내와 육아휴직에 대한 대화를 정말 많이 나눴어요. 뭘 준비해야 하고, 뭘 어떻게 해야 하고 등등이요. 그래서 육아휴직을 실행에 옮길 때 회사를 비롯해 가족의 이런저런 만류에도 덜 흔들릴 수 있었죠. 유성기 육아휴직 할 거라고 했더니 다들… “뭐 하려고 그러냐, 거짓말하지 마라, 사업할 거냐” 이러더라고요(웃음). 회사에서 육아 참여를 많이 하는 아빠로 알려졌는데도 육아휴직 한다고 하니 “진짜 뭐 할 거야?”라는 질문을 제일 많이 하더라고요. 김진성 가족이야 어느 정도 다 받아들이지만 회사는 다르죠. 이직할 거냐고 솔직하게 말해보라고 하기도 하고(웃음). 아마 절반 이상은 육아휴직 자체를 믿어주질 않을 거예요. 육아휴직 한 다른 아빠들에게 물어보니, 가장 힘든 건 바로 회사의 허락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이게 만만찮은 거구나 느낀 게, 다른 회사 다니는 임원급 친한 형에게 육아휴직에 대한 상의를 하면서 “혹시 나중에 잘리면 어쩌지?” 하고 걱정했더니, “당연하지”라고 답하더라고요(웃음). “밑에 사람이 육아휴직 한다고 하면 우선 내가 힘들어지니까”라면서요. 충분히 이해는 되죠. 윤기혁 육아휴직을 해본 여자 동료들은 좋을 거라고 말해주기도 했지만, 남자 동료들은 대부분 “왜 하냐, 정말 하냐, 무슨 일 있냐” 등등 다른 분들과 비슷했던 것 같아요(웃음). 그냥 두세 달 쉬는 정도로 생각하기도 하고요. 저는 반대로 부모님께 말씀드리는 게 가장 어려웠어요. 저조차도 ‘남자가 육아휴직을?’이라는 선입견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거든요. ‘가족도 중요하지만 사회생활도 중요한데’ 싶었고요. Talk 2 육아휴직, 하길 참 잘했다고 느끼는 순간 김진성 저도 똑같은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아빠의 육아휴직이란 게 삶의 기준을 잡지 않은 상황에서 하면 쉽지 않아요. ‘나는 사회의 성공보다 가족의 행복이 더 좋다’ 이런 자기 기준이 없으면 사실 남자가 육아휴직 못해요. 회사에서도 보면 승진에 민감한 그런 타입들 있잖아요. 윤기혁 아빠 육아휴직과 관련해 모 신문사 기자와 전화 인터뷰를 한 적이 있거든요. 당시 기자가 “다른 아빠들에게도 권하고 싶냐?”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묻더라고요. 그때 제가 했던 답이 “사회적으로 성공을 원하는 사람에겐 절대 권하고 싶지 않다”였어요. 아빠가 육아에 참여하는 건 꼭 육아휴직이 아니어도 다른 방법이 있을 수도 있거든요. 김진성 하루는 여자 후배가 자기 남편이 되게 싫다는 거예요. 설거지하고 있으면 주변에서 어슬렁거리면서 “뭐 도와줄 거 없어?”라고 한다고. 아니, 뭘 물어보냐고, 그게 너무 짜증난다고요(일동 웃음). 남자들에게도 살림이든 육아든 도와주는 게 아니라 자기 일인데 말이에요. ‘살림도 육아도 내 일이고 내 삶의 기준은 가족이다’ 하는 분들이 육아휴직도 할 수 있고, 해도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 유성기 육아휴직을 하고 제일 좋았던 순간은 언제예요? 다른 아빠들의 이야기도 궁금하네요. 윤기혁 언젠가 큰아이랑 뭘 하고 있는데, 아이가 무심결에 저를 “엄마! 엄마!” 하고 부르는 거예요. 그때 진짜 좋더라고요. 예전엔 제 손도 잘 안 잡고 걷던 아이가 이제는 저를 엄마처럼, 주 양육자로 느낀다는 거잖아요. 제가 아이를 키우다 보니 잔소리도 많아지긴 하는데(웃음) ‘아빠가 이러이러해서 이렇게 말하는 거지!’라고 설명해주면, 아이가 제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아 고맙고요. 아이와 교감하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 가장 보람된 것 같아요. 그것 때문에 한 육아휴직이니까요. 유성기 저는 휴직 전에도 아이들을 제가 다니는 직장 어린이집에 보냈기 때문에 육아를 거의 전담하고 있다고 자부했어요. 어제가 육아휴직을 한 지 100일째 되는 날이었는데요. 김진성 어? 저랑 똑같은 날 시작하셨나 보다. 저도 어제가 100일이었어요. 윤기혁 아니, 그렇게 날짜를 세고 계시다니!(일동 웃음) 유성기 육아휴직 하고 아이들이 어떻게 변했느냐는 질문도 꽤 받는데요. 워낙 제가 아이들을 데리고 어린이집도 다니고 해서 그런지 휴직한 지 100일 된 어제서야 둘째가 “아빠 왜 회사 안 가?”라고 묻더라고요(웃음). 이 인터뷰 끝나고 아이 학교도 가봐야 하거든요. 그래서 오랜만에 양복을 입었더니 아이가 “아빠 예쁜 옷 입으니까 멋있다” 이래요(일동 웃음). 김진성 편한 옷 입고 살림만 하다가 아빠가 양복 입으니 예쁜 옷 입어 멋있단 소리도 듣는군요(웃음). 유성기 좋은 점은 소소한 행복인 것 같아요. 아이들 유치원, 학교 행사 가서 사진도 찍어주고 말이에요. 아이들이 학교와 유치원 끝나고 절 만나면 바로 하루 있었던 일과 감정들을 봇물이 터지듯 얘기해요. 생각해보면 아이들이 예전에는 이런 것들을 혼자 누르고 있었구나 싶어요. 휴직 전에는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말하지 않았거든요. 이제는 소통이 되고, 대화가 되니까 마음이 섞이는 기분이 들어요. 김진성 저희 집은 육아휴직 후 가장 많이 바뀐 게 아침 풍경이에요. “빨리, 빨리, 늦었어!”가 난무하는 가운데 엄마 나가고, 아빠 나갈 때마다 아이들이 막 울고…. 그런데 요즘은 그런 게 전혀 없죠. 엄마에게 의존하던 게 아빠에게 의존하는 것으로 바뀌었고요. 뭐든 천천히 느긋하게 할 수 있어요. 그 여유가 아이들에게 가장 주고 싶었던 것 중 하나였거든요. 그래서 가끔은 육아휴직 이후가 고민되기도 해요. 지금이야 ‘아빠만 믿어!’라고 할 수 있지만 휴직이 끝나면 어쨌든 또 예전과 같은 상황이 되는 거잖아요. Talk 3 육아와 살림, 직장생활보다 더 힘들어 윤기혁 다른 아빠들의 힘든 점도 궁금해요. 사실 아이를 키운다는 게 씻기고,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게 다가 아니잖아요. 그 가운데서 아이의 감정을 읽고 교감해야 하는데, 저는 아이하고 소통이 잘 안될 때 힘들어요. 애한테 차근차근 설명해줘야 하는데 저도 힘들면 또 버럭 하게 되고… 이러면 안 되는데 싶으면서 힘들더라고요. 또 딸아이들이 싸울 때요. 작은아이가 큰아이 물건 가지고 가서 안 주고 큰애는 자기 거라고 하고…. 그런 상황에서 큰애도 아홉 살 어린 앤데 그냥 첫째니까 양보를 강요하게 되고요. 아이가 상처가 클 수 있겠구나 싶어요. 어려워요. 유성기 저희 집도 아들 형제가 무지하게 싸우는데요. “네가 형이니까” 하면 큰애들한테 100% 상처가 되니까 저희도 그런 소리를 안 하려고 무던히 노력해요. 또 막내가 어느 정도 설득이 가능한 나이가 되기도 했고요. 저는 요즘 그런 방법을 써요. ‘양보해라’가 아닌 큰애 대접을 해주면서 칭찬해주는 거요. 강압에 의한 양보는 안 시키려고 해요. 김진성 저희 집도 오늘 아침에 똑같은 문제가 있었어요. 요즘은 애들이 좀 아옹다옹해도 유심히 관찰은 하되 최대한 개입 안 하고 참아요. 안 듣는 척하면서요. 한참 지나면 자기들끼리 정리하거나 싸우거나 하더라고요. 그렇게 싸우다가 한 번 혼이 나면 둘 중 하나가 양보하는데, 저도 제 나름의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 중이에요. 서로 때리고 하지 않는 이상 끼어들지 않으려고 해요. 유성기 가사와 살림들은 어떠세요? 뭐가 제일 힘든가요? 김진성 청소도 하고 빨래도 하고 다 하는데, 이상하게 물걸레질은 잘 안 하게 돼요. 청소기 돌리고 걸레질해야 하는데(웃음). 유성기 저도 물걸레질이 정말 싫더라고요. 그래서 아내한테 물걸레 청소기 하나 사자고 했더니, 그거 없이도 자신은 다 해왔는데 휴직하자마자 물걸레 청소기 사자는 말을 하느냐고(웃음). 그래서 제가 인터넷 검색해서 물걸레 청소기 체험단에 응모해 당첨돼서 받았어요. 일동 와! 대단하시다(웃음). 김진성 저녁 준비도 제가 해요. 아내가 일찍 들어올 때면 아내도 하지만 어쨌든 아이들은 6시에는 먹어야 하니까요. 제일 고민되는 게 음식의 다양성이에요. 골고루 잘 먹여야 하는데, 일주일 내내 같은 걸 먹일 순 없잖아 (일동 맞장구). 그런데 그걸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가 잘 모르겠단 말이죠. 볶음밥도 해줬다가, 탕수육도 해줬다가, 짜장면도 해줬다가…. 어쨌든 살림은 저녁 식단의 다양성과 물걸레질이 제일 고민입니다. 윤기혁 짜장면, 탕수육을 집에서 직접 요리하신다고요? 대단하세요. 김진성 요리에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잡다한 것에 관심이 많아서 예전에 문화센터에서 배웠거든요. 잘하는 게 아니라 겁을 안 내요. 그냥 하는 거예요(웃음). 윤기혁 저는 요리를 못해요. 그래서 저는 오늘은 탕수육을 시켜줄까, 짜장면을 시켜줄까 하거든요(웃음). 요리는 정말 어려워요. 그래서 간단하게 달걀찜 해서 줘요. 다이어트가 아니라 요리가 힘들어서 하루 세 끼가 아니라 두 끼만 먹을까 하는 생각도 하고 소식에 관한 자료도 찾아보고(일동 웃음). 유성기 저도 음식 하는 게 힘들어요. 언젠가 동그랑땡을 해주는데 한 두 시간 걸렸나? 아이들 먹는 건 순식간인데 말이죠. 다행인 게 저나 집사람이나 음식에 대한 관심이 그리 크지 않아서 적당히 해 먹어요. 대신 간식으로 영양분을 챙겨주자 하죠. 과일이나 견과류 같은 거요. 그런 건 제가 챙겨요. 요리가 아니니까요(웃음). 김진성 그나저나 여기 계신 아빠들은 언제 육아휴직 한 거 제일 후회되세요? 또 그런 날이 있잖아요. Talk 4 힘들고 후회되는 순간이요? 윤기혁 저는… 왜 더 빨리 육아에 참여하지 않았을까, 후회해요. 첫째가 태어났을 때 가사나 육아 모두 좀 더 나눠서 했다면 아이가 다섯 살 때 유치원 적응 문제도 안 생기고 내가 육아휴직까지 하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해요. 당시 아이가 유치원에서 5분, 10분 간격으로 계속 화장실을 간다는데, 병원에 가면 이상이 없어서 저희 부부가 힘들었거든요. 얼마 전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이 있었잖아요. 휴직 전이라면 아마 승패에만 관심이 갔을 거예요. 그런데 요즘은 이세돌 9단이 딸과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대국을 기다리는 장면이 눈에 더 들어오더라고요. ‘아, 사람이 힘들어도 버틸 수 있는 건 가족 덕분이구나. 나도 좀 더 빨리, 더 많이 가족 곁에 있을걸…’ 하는 생각을 합니다. 김진성 제가 자주 가는 사이트에서 설문 조사를 한 걸 봤는데요. ‘아이들에게 부모 손이 가장 필요할 때가 언제인가’라는 조사였는데, 부모가 생각하는 것과 아이들이 생각하는 게 다르더라고요. 부모들은 보통 초등학생 때라고 답했는데, 아이들은 중학생 때라고 가장 많이 답했어요. 그거 보면서 지금 육아휴직을 하고 있지만 ‘어릴 때만 부모가 필요한 게 아니구나. 초중고 그 시기마다 요구되는 부모 역할이 있구나. 아이들이 커갈수록 더 부모를 필요로 하는구나’ 싶으면서 저도 많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유성기 ‘아줌마톡’을 할 사람이 없는 거 힘들지 않나요? 아내가 늦게 들어오는 날엔 하루 종일 아이들하고만 얘기하잖아요(웃음). 김진성 휴직한 지 4개월 정도 됐는데 아직까지 딱히 힘들다 하는 건 없어요. 그런데 그거요, 우울증! 전 그게 제일 컸어요. 육아휴직 한 아빠들 몇 명 아는데 전부 우울증이 왔다는 거예요. 그래도 설마 했는데 한 달쯤 있으니까 찾아오더라고요. 오늘도 일주일 만에 처음 집 밖에 나온 거라니까요. 주부들의 우울증을 알겠더라고요. 유성기 전업하고 있는 아빠들에게 슬럼프나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자기계발을 하라고 하지만 쉽지 않아요. 그래서 전 온·오프라인 소규모 카페 같은 데 가입해서 활동해요. 회원 대부분이 여자분들인데요. 육아휴직 하는 아빠라고 소개하면 다들 엄청나게 환영해줘요(웃음). 또 회사가 집에서 멀지 않아서 가끔 근처 도서관에 책 반납하러 간다는 핑계 삼아 회사에도 가요. 밥도 먹고 커피도 한 잔 하고 오기도 해요. 밖에 잘 나가지 못하니까 블로그 같은 것도 하는데 답답함이 꽤 해소돼요. 엄마들 모이는 온라인 사이트 같은 데 가입하세요. 엄마들이 칭찬 막 해줘요. 그게 위로가 된다니까요!(웃음) 윤기혁 역시 직접 겪어보지 않고는 모를 일인가 봐요. 주부 우울증부터 엄마들의 애환까지 말이에요. 김진성 요즘 또 느끼는 게, 예전에는 “집에 있는데 운동도 안 하고 뭐 하냐”라는 말을 쉽게 했어요. 저희 본가 어머님께도 그렇고요. 그런데 이게 집에 있어보니 좀처럼 시간이 안 나더라고요. 밖에서 일하는 사람에겐 시간이 많아 보일지 모르지만 회사에 다니면서 시간 관리에 익숙한 나도 막상 집에 있으니 힘든데, 평생 집에서 살림하고 아이들 키우다 보면 더 못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말 했던 거 많이 미안해요. 유성기 휴직 전부터 저는 살림과 육아 모두 꽤 많이 분담한다고 자부했고, 적어도 30~40%는 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육아휴직? 전업? 하면 되지!’ 했어요. 그런데 막상 해보니까 제가 3%도 안 했다는 걸 알게 됐어요(웃음). 눈에 보이는 거 말고도 해야 할 일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내가 잠들어 있는 사이에 아내는 이걸 다 해놓고 출근했구나, 라는 걸 직접 해보니 알겠더라고요. 정말 아내가 짠하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친구 모임이나 부부 동반 모임 같은 데 가면 아내들에게 잘하라고 말하게 돼요. 김진성 직장생활 15년 차, 결혼생활 8년 차, 나은(6)·원우(4) 남매의 아빠. 내 아이들이 가장 예쁠 나이, 그 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 육아휴직을 감행했다. 귀하게 얻은 시간 허투루 쓰고 싶지 않아 아이들과 함께 차 타고, 배 타고, 비행기 타고 최대한 많은 곳을 여행할 참이다. 가족 여행기로 제법 유명한 블로거(blog.naver.com/jinslovejin)다. 김진성 저도 비슷해요. 저는 육아는 50%, 살림은 10% 정도 했다고 생각했어요. 아내가 퇴근을 더 빨리 해서 저보다 더 해왔죠. 그래도 아이 태어나고는 저도 제법 했어요. 그런데 아내가 얼마 전에 그러더라고요. “당신이 육아휴직을 하면 내가 편할 줄 알았는데 더 힘들어졌다”라고요(웃음). 왜냐면 맞벌이할 때는 사람도 쓰고 했으니까요. 요새는 농담처럼 그런 얘기도 해요. 맞벌이가 편하다고. 애 봐주는 사람 쓰자고(웃음). 더욱이 요즘 아내가 직급이 올라가서 일이 많아요. 아내를 보면 옛날의 저를 보는 느낌이에요. Talk 5 내 아내가 이렇게 힘들었겠구나 윤기혁 저는 아내가 무척 외로웠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얼마 전 알파고와 치른 대국에서 이세돌 9단은 철저하게 혼자였잖아요. 그걸 보고 있자니 혹시 내가 그동안 외면했던 모습이 아내에겐 저런 보이지 않는 벽 같은 느낌이지 않았을까 싶더라고요. 물론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막연하게 아내가 처했던 상황이 저런 막막함이지 않았을까, 싶었죠. 지금이야 애 옷을 하나 사려고 해도 쇼핑몰 하나하나 살펴봐야 하는 걸 아는데, 예전에는 “옷? 사면 되지 뭐가 문제야?” 이런 식이었거든요. 아내가 혼자 고민하고 해결해나갈 때 왜 곁에 더 있어주지 못했을까 하는…. 윤기혁(39) 직장생활 11년 차, 결혼생활 9년 차, 은세(9)·세빈(3) 자매의 아빠. 큰딸 은세가 다섯 살 때 처음 육아휴직을 했고, 이번이 두 번째 육아휴직이다. 아이를 위한 육아휴직이었지만 날이 갈수록 아내가 더 마음이 쓰인다는 그는 자신의 육아휴직 경험담을 책 「육아의 온도」(somo)에 담기도 했다. 김진성 육아휴직을 경험해본 선배로서 육아휴직을 고민하는 아빠들에게 조언을 좀 해줘야 할 타이밍이 온 것 같은데요. 유성기 현실적인 얘기를 하고 싶어요. 사실 경제적인 부분은 크게 문제가 안 되는 것 같아요. 조금 줄여서 살면 되고, 또 설령 빚을 내더라도 소중한 추억 값이라고 생각하면 인생 전체로 봤을 때 앞으로 또 벌 거니까 작은 돈일 수도 있어요. 그런데 문제는 복직이에요. 영업직이나 관리직은 안 되면 다시 밑바닥부터 하겠다, 뭐 이런 계획도 세울 수 있겠지만 저처럼 사무직은 절대 불가능해요. 40 넘으면 어디 딴 데서 절대 안 받아주죠. 그렇기 때문에 복직이 보장되지 않는 육아휴직은 무모해요. 가족을 위해 질러본다? 안 돼요. 하지만 복직만 가능하다면 그 외의 문제들은 무시해도 돼요. 그런 건 얼마든지 나중에 복구가 가능하니까요. 김진성 정책 자체는 잘돼 있다고 봐요. 그걸 못 써서 문제인 거죠(웃음). 당장 뉴스만 봐도 선진국들이랑 비교하잖아요. 1년도 쓸 수 있고 공무원의 경우 3년까지 되던데. 그런데 그렇게 비교하고 있는 선진국처럼 편하게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느냐 생각해본다면? 육아휴직 하겠다고 할 때 이걸 인허가해주는 분들이 육아를 해본 적 없는 40대, 50대라는 거죠. 와 닿지 않는 거예요. 어느 정도 자리 잡으려면 저희처럼 육아휴직을 경험한 세대가 결재권자가 돼야 편해지지 않을까 싶어요. 유성기 우리나라 사회 분위기라는 게 있으니까요. 아빠의 육아휴직 제도가 어느 정도 강제성을 가지고 짧게는 한 달이라도 ‘하기 싫어도 해야 해’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요. 유성기(48) 직장생활 20년 차, 결혼생활 11년 차, 진혁(9)·찬혁(7) 형제 아빠.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아빠와의 시간이란 걸 안 순간 육아휴직을 결정했다. 열심히 블로그(blog.naver.com/usk3181)를 운영하며 살림을 꾸려나가는 만능 ‘엄빠’다. 올해는 캠핑카를 타고 전국 일주를, 내년에는 호주 일주를 계획하고 있다. 김진성 제도 정착의 시간을 단축시키려면 사회적으로 좀 교육을 시켜야 할 것 같아요. 왜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처럼요. 어느 순간 전국적으로 의무적으로 교육하니 인식도, 분위기도 바뀌었잖아요. 아빠 육아휴직은 지금이 과도기인 것 같아요. 윤기혁 저도 두 분 말씀에 공감하고요. 거기에 하나 더 덧붙인다면, 제도도 제도인데 ‘내가 할 수 있을까, 없을까’ 생각해보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가사와 육아의 문제 해결 방법 중에 육아휴직도 포함된 사람이라면 권하고 싶어요. 육아휴직이 다 좋았던 건 아니지만 제겐 멈춤의 기회가 됐고, 육아휴직으로 인해 놓친 것을 충분히 감내할 만큼 의미가 있었어요. 자신에게, 부부에게 또 그 가정에 맞는 방법을 찾는 게 정답인 것 같아요. 아빠의 육아휴직만이 정답은 아니고요. 김진성 아빠 육아휴직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어쨌든 육아휴직을 할 수 있던 우리는 행운아인지도 모르겠어요. 회사 사정 때문에 하고 싶어도 못하는 아빠들이 더 많다는 거, 우리가 잘 알잖아요. 유성기 분위기가 “대한민국의 모든 아빠 파이팅!”이라고 외치면서 마무리해야 할 것 같아요.아! 대한민국의 모든 엄마, 아빠라고 해야겠죠? 함께 모두 수고하고 있으니까. 일동 맞아요. 대한민국의 모든 엄마, 아빠 파이팅!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강은진(객원기자) ■사진 / 김태환 ■장소 협찬 / 카페 패턴에티오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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