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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내란 수괴 혐의’ 윤석열 대통령 체포
공수처 ‘내란 수괴 혐의’ 윤석열 대통령 체포(2025. 01. 15 10:48)
2025. 01. 15 10:48 사회
윤석열 대통령열이 1월 15일 경기 과천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청사 정문에 마련된 포토라인을 피해 후문으로 들어가고 있다. 문재원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1월 15일 내란 수괴 등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을 체포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지 43일 만이다. 현직 대통령이 수사기관에 체포된 것은 처음이다. 공수처는 이날 “오전 10시 33분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을 곧장 조사하고 체포 시한인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공수처는 체포 뒤 윤 대통령을 경기도 과천 공수처 청사로 이송했다. 윤 대통령이 탄 경호차량은 오전 10시53분쯤 정부과천청사에 도착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탄 차량 행렬이 1월 1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과천 공수처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수처는 오전 11시부터 곧장 피의자 조사에 들어갔다. 공수처는 신문을 위해 200여쪽의 질문지를 준비했다. 이재승 공수처 차장이 직접 조사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을 통해 미리 녹화해 발표한 영상메시지에서 “불미스러운 유혈 사태를 막기 위해서 일단 불법 수사이기는 하지만 공수처 출석에 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8일과 25일, 29일 세 차례에 걸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는 공수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공수처는 지난해 12월 30일 윤 대통령 조사를 위해 체포영장을 청구했고 다음 날인 12월 31일 서울서부지법 이순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내란 수괴 혐의를 대표 혐의명으로 유효기간 일주일의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공수처는 발부 나흘째인 지난 1월 3일 경찰과 함께 윤 대통령 관저를 찾아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했지만 대통령 경호처의 저항에 무산됐다. 공수처는 지난 1월 6일 체포영장을 재청구해 다시 발부받았고, 발부 여드레 만인 이날 관저 진입 3시간 만에 집행했다.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발부···금명간 영장 집행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발부···금명간 영장 집행(2024. 12. 31 09:58)
2024. 12. 31 09:58 사회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월 3일 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법원이 12월 31일 ‘12·3 비상계엄 사태’로 내란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된 건 헌정사상 처음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윤 대통령이 머무는 관저에서 영장 집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서울서부지법 이순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2월 31일 오전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공수처)가 내란 우두머리(수괴)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윤 대통령에 대해 청구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대한 수색영장도 발부했다. 법원은 윤 대통령의 내란 등 혐의가 어느 정도 소명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 12월 18일과 12월 25일에 이어 12월 29일 3차 출석요구에도 불응했다. 출석요구서 등 우편 수령을 거부했고, 불출석 사유서도 내지 않았다. 변호인 선임계도 체포영장이 청구된 이후에야 법원에 제출했다.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뿐만 검찰까지 뛰어들어 중복수사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현직 대통령 신분인 윤 대통령의 신변 안전이나 경호 문제 등에 대한 협의도 이뤄지지 않았기에 출석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수처가 내란죄 수사 권한이 없으므로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은 불법이라는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공수처는 조만간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윤 대통령이 머무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사건의 경우 체포영장의 유효기간은 발부일로부터 일주일이다. 윤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서 대통령 경호처의 경호를 받는 만큼 집행 과정에 물리적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과거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 이인제 전 자유민주연합 의원 역시 당원들의 저지로 영장 집행이 불발돼 불구속 기소로 마무리됐다.
[렌즈로 본 세상] 윤석열표 대왕고래도 탄핵해야
[렌즈로 본 세상] 윤석열표 대왕고래도 탄핵해야(2024. 12. 24 06:00)
2024. 12. 24 06:00 사회
국회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이후 윤석열 정권에서 실행된 반환경적 정책들을 중단하라는 환경단체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 이른바 ‘대왕고래 프로젝트’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윤 대통령이 지난 6월 직접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석유·가스 140억 배럴이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발표하며 대표적인 ‘윤석열표’ 에너지 정책으로 부상했다. 그후 탈탄소 시대에 적합하지 않다는 환경기후단체들의 반발이 이어져 왔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지난 12월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후위기 유발, 윤석열의 석유·가스 시추계획을 탄핵하라’는 제목의 기자회견을 열고,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윤석열의 발표처럼 140억 배럴의 석유와 가스를 개발하게 되면 무려 58억t의 온실가스가 추가로 배출된다”며 “이는 한국의 연간 배출량인 6억5000만t의 9배에 달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정부는 계획을 전면 철회하고 시추선을 철수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단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 12월 17일 대왕고래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호’가 1차 시추 장소인 포항 앞바다에 도착해 첫 굴착 작업을 위한 닻을 내렸다.
렌즈로 본 세상
윤석열 없는 ‘윤석열 정부’ 외교 어떡해?
윤석열 없는 ‘윤석열 정부’ 외교 어떡해?(2024. 12. 23 06:00)
2024. 12. 23 06:00 정치
외교 전문가들 “컨트롤타워 없다”…상당 기간 ‘코리아 패싱’ 우려 대통령 권한대행인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12월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없는 ‘윤석열 정부’가 시작됐다. 대통령 업무가 정지되는 탄핵 정국은 2004년 노무현,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때에 이어 세 번째다. 헌법 제71조가 정한 대로 대통령 권한대행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맡았다. 한 권한대행은 2004년 고건, 2016년 황교안 권한대행처럼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올 때까지 ‘변화’보단 ‘안정적 국정관리’를 목표로 한다는 방침이다. 한 권한대행이 맞닥뜨린 대내외 상황은 2016년 12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이어진 황 권한대행 때와 닮았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따르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직권 남용, 공무상 비밀 누설 등 형법상 혐의가 핵심이었다. 윤 대통령 탄핵도 형법상 내란죄 혐의가 쟁점으로 꼽힌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도 미국 정부가 교체됐다. 2017년 1월 20일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출범했다. 2025년 1월 20일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다.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만큼 또다시 권한대행이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대응해야 할 상황이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실질적 요건, 명분뿐만 아니라 시기조차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누가 외교를 할 것인가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이 아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12월 17일 원내 대책회의에서 한 말이다. 탄핵 정국 속 권한대행의 모호한 지위, 역할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대외 상황을 통해서도 추론해볼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12월 1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과 만난 후 기자회견을 했다. 이날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언급이 나왔지만 윤 대통령이나 한 권한대행에 관한 이야기는 없었다. ‘한국 외교의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우려는 외교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당선인은 윤 대통령이나 한 권한대행을 자신의 카운터 파트너로 보지 않는 것”이라며 “실리·거래주의 관점에서 봐도 윤석열 정부는 이제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과의 전략경쟁에 집중하기 위해 한반도 긴장을 낮춘다’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외교 기조에 ‘12·3 비상계엄 사태’가 변수를 만들었다는 의미다. 또 홍 위원은 “안타까운 것은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향후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에서 한국이 수세적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게 된 점”이라며 “주한 미군이 위험에 처할 수 있는 비상계엄이 아무런 통보도 없어 선포되며 미국 정부는 한국이 주한미군에 지급해야 할 ‘위험수당’을 올려야 한다고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역시 “현재 권한대행 상황이나 헌재 결정에 따라 가까운 미래에 정부가 바뀔 수 있는 상황이 외교적으로 좋지는 않다”며 “외교적 거래를 좋아하는 트럼프 당선인의 성향상 자신과 상대할 카운터 파트너가 어느 정도 권한을 갖고, 언제까지 그 자리에 있을지가 명확해야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는데 한 권한대행은 이 모든 것에서 불확실성을 띠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러한 혼란이 단기간에 종식되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탄핵이 인용되면 60일 이내에 선거를 치른다. 아무리 빨라도 3~4월에나 새 정부가 들어설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2016년 12월 9일 국회에서 가결됐는데 이듬해 5월에야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다. 탄핵이 기각될 경우, 계엄으로 추락한 신용도를 언제, 어떻게 회복할 것이냐가 전부 안갯속에 빠진다. 이로 인해 상당 기간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이 없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 상황이 전개될 것이란 지적이 커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11월 13일 워싱턴의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만나고 있다./AP=연합뉴스 무엇을 할 수 있나 미국의 정치적 변화는 이미 한국의 경제·안보 문제와 직결되고 있다. 지난 12월 16일 로이터는 트럼프 당선인 정권 인수팀의 내부 문건을 입수해 보도했다. 이를 보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전기차에 대해 보조금 폐지 등 지원을 대폭 축소하고, 배터리 소재에 대해서도 전 세계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배터리, 배터리 소재 모두 한국의 주요 산업이다. 해당 보도가 나온 직후 열린(12월 17일) 한국 주식시장에서 전기차 및 2차전지 관련 업종이 크게 하락했다. 안보 상황 역시 유사하다. 트럼프 당선인은 1기 행정부를 이끌 당시 북·미 간 직접 협상을 추진했다. 한·미·일 협력을 통한 압박을 택한 미국 민주당 정부와는 다르다. 변화의 징후는 이미 나타났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12월 14일 ‘특임 대사’로 리처드 그레넬 전 주독일 대사를 지명하고 그의 업무는 “베네수엘라와 북한을 포함한 전 세계 가장 뜨거운 일부 영역을 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레넬은 지난 7월 17일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나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대통령이 김정은과 직접 대화에 나선 것을 기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해당 사안들은 모두 정부 간 조율이 필요하다. 배터리 문제의 경우 트럼프 정권 인수팀 역시 ‘동맹국들과 개별적 협상을 통해 예외를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해야 할 컨트롤타워가 한국에 없거나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은 직무 정지, 국방부 장관은 공석, 육군참모총장은 구속 상태다. 한 권한대행부터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조태열 외교부 장관 등은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행적과 관련해 비판받고 있다. 앞으로 그 자리에서 물러날 수도 있다. 특히 정상 간 안보 문제를 협의할 방법이 없다는 점은 불안감을 키운다. 홍 위원은 “트럼프 당선인의 궁극적 목표는 한반도 비핵화 같은 것이 아닌 북한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 가능성을 없애는 것”이라며 “정부가 정상적으로 운영됐다면 한·미 간 조율 없는 변화에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겠지만, 지금 상황에선 북·미가 접촉해 협의해도 한국은 이 구조를 추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한덕수 권한대행과 트럼프 당선인의 정상 외교, 방미 특사단 파견 등을 추진’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다. 2017년에도 트럼프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을 대신한 황 권한대행과 정상회담을 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차분하게 상황을 직시하고, 할 수 있는 일부터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차 위원은 “지금 상황에서 최선은 윤석열 정부가 유지되든, 바뀌든 한·미동맹·주한미군을 부정하는 정권이 한국에 들어설 수는 없다는 점을 미국에 알리는 것”이라며 “오히려 정상회담이 어려운 만큼 실무선에서 현안에 대해 먼저 협의하고, 해당 결과를 토대로 향후 한국 정부가 안정되면 정상회담으로 이어가는 방법 역시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정상적 기능 수행이 어렵다면 국회 차원에서 ‘의원 외교’ 등을 통해 미국과의 우호 관계를 도모하는 등 적극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 위원은 “탄핵이 어떤 쪽으로 결론이 나든 윤 대통령이 한반도 위기 상황을 자초하며 미국 및 국제사회로부터 신뢰를 잃었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며 “이제 윤석열 정부가 추진해온 한반도 평화·안정 구상은 효용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결국 기존과 다른 전략, 인물들을 내세워 진정성 있게 미국을 설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퇴진 없는’ 윤석열, 국가안보 뒤흔들다
‘퇴진 없는’ 윤석열, 국가안보 뒤흔들다(2024. 12. 16 06:00)
2024. 12. 16 06:00 정치
계엄 사태 후 실질적 대책 없어…군 통수권과 외교권 사실상 공백 ‘자유민주주의 수호’ 외친 대통령이 스스로 ‘국가안보 구멍’ 만들어 지난 12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한동훈 대표가 이날 오전 윤석열 대통령의 담화 내용에 대해 비판하자 강명구 의원이 일어나 항의하고 있다./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사태’의 주요 근거로 이용된 ‘국가안보’가 윤석열 대통령, 국민의힘에 의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며 정치적 책임을 회피한 윤 대통령과 ‘질서 있는 퇴진’을 내세운 국민의힘이 호응하는 사이 안보를 구성하는 군 통수권, 외교권이 사실상 공백 상태가 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12월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자신이 말한 ‘당에 일임’에는 ‘자진사퇴’가 포함되지 않았음도 분명히 했다. 이로써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통치권’의 실질적 행사는 장기간 부재 상태에 빠질 전망이다. 틈만 나면 “종북 세력 척결”을 외쳤던 윤 대통령이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역설적 상황이다. 실제로 군 장성들은 지난 12월 3일 있었던 윤 대통령의 내란 시도 정황을 앞다투어 증언하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12월 9일 “국군통수권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지만 이는 현실과 다르다. 미국·일본뿐만 아니라 주요 우방국들은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법무부는 윤 대통령의 출국을 금지했다. 지난 12월 10일 “외교의 최종 결정권자는 여전히 윤 대통령”이라는 외교부의 원론적 입장과도 다른 상황이다. 유사시 윤 대통령이 군 통수권, 외교권을 정상적으로 발동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다. 권력 공백으로 인한 안보위협을 빠르게 제거해야 하지만 계엄 사태 후 10여 일이 넘도록 실질적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국가안보’, ‘자유 헌정질서 수호’를 시급한 과제로 강조해왔던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함께 침묵했다. 지난 12월 7일 헌법에 따른 수습 절차인 ‘탄핵’을 무산시킨 국민의힘은 “퇴진 전이라도 대통령은 외교·군 통수권을 포함한 국정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그러나 현행법상 당이 대통령의 권한을 제한할 근거는 없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오호룡 국가정보원 1차장, 박선영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을 임명하는 등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했다. 이도 저도 아닌 ‘그냥’ 공백 “대통령이 궐위된 때(…)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 헌법 제68조 제2항이다. ‘궐위’는 대통령이 탄핵당해 파면되거나, 사망, 사퇴, 혹은 기타 사유로 대통령직이 공석이 된 경우다.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 헌법 제71조다. 헌법은 권력 공백으로 발생할 수 있는 국가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절차를 촘촘하게 준비해 뒀다. 반면, ‘질서 있는 퇴진’을 내세운 여당은 누가, 어떤 근거로, 언제까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한다는 청사진을 내놓지 않았다. 지난 12월 8일 한덕수 국무총리,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대통령 퇴진 전까지 국무총리가 당과 긴밀히 협력하여 민생과 국정을 차질없이 챙긴다”고 발표한 내용이 전부다. 탄핵 없는 권한대행은 법적·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 상황을 딱히 규정할 용어가 없을 정도로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라며 “윤 대통령 입장에서만 보면 정치적 책임은 피하고, 법적 책임에 대비할 시간을 성공적으로 벌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빠르게 탄핵을 해도 헌재 판결부터 수습까지 3~4개월 이상 걸릴 상황에서 여당은 최고 국정책임자의 공백 기간만 늘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로 인한 문제는 안보와 외교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형태로 나타난다. 윤석열 정부는 대북 압박정책을 안보의 기본으로 삼았다. 이를 뒷받침할 수단은 ‘한·미동맹’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런데 정작 ‘12·3 비상계엄 사태’는 안보를 분담한 미국에 사전 통보 없이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사태 수습 과정에서도 미국과의 단절 상황은 이어졌다. 지난 12월 11일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계엄 당일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가 상황 파악을 위해 조태열 외교부 장관,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에게 전화했지만 이들은 전화기를 끄고 답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조 장관은 “상황이 너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고 잘못된 정세 판단과 상황 판단으로 미국을 미스리드(mislead·잘못 이끌고)하고 싶지 않았다”며 이를 인정했다. 김 의원은 이날 주간경향과의 통화에서 “미국은 윤석열 대통령, 조태열 외교부 장관, 김태효 안보실 1차장 등 한국 외교안보 정책을 이끌어 온 사람들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지난 12월 5일, 8일에는 조 장관, 9일에는 한 총리가 골드버그 대사와 만났지만 현재 한국 외교의 결정권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상황만 미국에 확인해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년 1월 20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까지 40여 일도 채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만든 외교적 불확실성이 안보의 근간인 ‘한·미동맹’을 흔드는 상황이다. 욕하면서 닮아간다 하야도 탄핵도 아닌 어정쩡한 상황은 한국 안보의 목표인 남북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계엄 사태 이후 침묵을 지키던 북한은 지난 12월 11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심각한 통치 위기, 탄핵 위기에 처한 윤석열 괴뢰가 불의에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파쇼 독재의 총칼을 국민에게 서슴없이 내대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나 온 괴뢰 한국 땅을 아비규환으로 만들어놓았다”는 논평을 냈다. 이에 대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 정권 차원의 공식 입장은 지난 10월 발생한 ‘평양 무인기 침투 사건’ 등이 윤석열 정부에 의한 것이라는 확정적 증거가 나온 후 대남공세 형태로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계엄 상황을 되짚어보는 과정에서 재점화된 ‘평양 무인기 침투 사건’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국지전을 유발하기 위해 획책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성공했다면 비상계엄의 근거가 됐을 것이란 논리다. 이에 대해 군 당국은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해당 사안이 남북갈등으로 확대돼도 이에 대응할 군 통수권자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군사전문가는 “지금 윤 대통령과 여당의 행태는 영화 <서울의 봄>에서 반란군이 ‘오늘 밤 때려죽여도 김일성은 안 내려옵니다’라고 하는 것과 같다”며 “보수 정부·정당이 유사시 군을 이끌어야 할 최고 책임자를 공백 상태에 두고, 안보에 문제없으니 천천히 퇴진하라고 하는 것이 정상이냐”고 말했다. 양 교수는 “결국 윤석열 정부와 여당이 말해온 안보는 국가안보가 아닌 정권안보”라며 “대북강경책을 그렇게 강조하더니 정작 북한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맞춰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게 돕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을 반인권적 독재 국가로 비판해온 윤석열 정부는 되레 북한으로부터 ‘독재’, ‘총칼을 국민에게 내댔다’고 비판받고 있다. 윤 대통령은 자진 사퇴 없이 “마지막 순간까지 싸우겠다”고 선언하며 스스로 국정 공백 장기화를 초래하는 중이다. 국회에서 탄핵이 결정되면 헌법재판소는 사건이 접수된 날로부터 최대 180일 이내에 심판을 마쳐야 한다. 파면될 경우 60일 이내에 차기 대통령선거를 진행한다. 최대 240일간 정상적인 통치권 행사가 어려워진다. 윤 대통령 스스로 초래한 국정 공백 사태가 언제까지 지속할지 지금은 가늠하기 어렵다.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외친 윤 대통령은 스스로 ‘국가안보’에 구멍을 만들었다.
표지 이야기
[박성진의 국방 B컷](21) 내란으로 이어진 ‘윤석열과 김용현의 브로맨스’
[박성진의 국방 B컷](21) 내란으로 이어진 ‘윤석열과 김용현의 브로맨스’(2024. 12. 13 15:00)
2024. 12. 13 15:00 정치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6월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용현 당시 경호처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군부의 쌍두마차 ‘12·3 비상계엄 사태’의 키맨(핵심 인물)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육사 38기)은 육사 1년 선배인 신원식 청와대 안보실장과 함께 윤석열 정권의 군부를 이끈 양대 축이었다. 두 사람 모두 군부의 ‘강경 매파’를 대표한다. 그리고 김 전 장관은 정부 내에서도 대표적인 충성파 인사다. 그는 2022년 3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 부팀장을 맡아 대통령실 이전 실무를 맡았다. 이후 윤석열 정부의 초대 대통령실 경호처장을 거쳐 국방부 장관으로 발탁됐고, 지난 12월 10일 형법상 내란(내란 중요 임무 종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구속됐다. 김 전 장관과 신 안보실장 모두 노무현 정권이 중용한 ‘PK 군맥’ 출신이다. 과거 노무현 정권은 앞서 집권한 김대중 정권의 ‘호남 군맥’을 대거 제거했다. 이 과정에서 PK 출신들이 군부의 신주류를 이뤘다. 경남 마산 출신인 김용현 당시 대령도 노무현 정권 때 별을 달았다. 그는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자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로 돌변했다. 육군 제17사단장(소장)으로 부임한 그는 인천 지역 예비군 훈련장에 ‘김 부자의 목을 따서 3대 세습 종결짓자’, ‘세습 독재 도려내어 북한동포 구해내자’ 등의 현수막을 걸도록 지시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머리 위로 총구가 겨눠진 현수막도 훈련장 곳곳에 설치하도록 했다. ‘장병 정신교육에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정권이 진보에서 보수로 바뀌자 위기의식에서 나온 ‘보여주기식’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이후 김 전 장관은 이명박 정권에서 승승장구했다. 그는 군사작전에서 최고 전문가로 꼽혔다. 명석한 판단 능력의 소유자로 자타가 공인했다. 그런데 그런 그에게 박한 평가를 하는 선배 장군들이 적지 않았다. 1970~1990년대 대간첩 작전과 같은 임기응변식 ‘팃포탯’(맞받아치기) 군사 대응에는 능하지만, 전구(戰區) 작전에서는 전략적 사고가 미숙하다는 평가가 대표적이다. 윤석열 정권에서 군부 최고 실세였던 그가 하루아침에 내란죄 나락으로 떨어진 원인은 그의 성장 과정과 성격을 보면 알 수 있다. 야망을 품은 출세 지향적 인사인 김 전 장관은 상관의 명령에 토를 달지 않는 ‘예스맨’ 군인이었다. 김 전 장관은 경호처장 시절부터 윤 대통령의 모든 말에 “맞습니다, 대통령님!”이라고 화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에서는 김 전 장관이 대통령의 말에 한 번이라도 반대한 걸 본 기억이 없었다는 전언이다. 그는 결론이 난 문제는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다. 육군특수전사령부(특전사)의 핵심가치 구호처럼 ‘안 되면 되게 하라’는 식이다. ‘안 되는’ 이유를 버리고 결과를 내는 ‘방법’에만 몰두한 군인이었다. 그 부작용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대통령실 졸속 이전과 비상계엄 강행은 모두 그 부작용을 무시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의 ‘불도저식 업무 추진’에 불만을 내비치는 부하들에게는 거리낌 없이 거친 언사를 퍼부었다. 김 전 장관의 업무 스타일 등이 윤 대통령과 싱크로율 99%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가 3성 장군(중장) 진급까지 육사 38기 동기생 가운데 선두주자로 나설 수 있었던 이유다. 그는 합참 작전본부장(중장) 시절 집무실에 야전 침대를 갖다 놓고 거의 24시간 근무하면서 현행 작전에 대비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얘기했을 때도 “안 됩니다”라고 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가능한지를 설명했을 개연성이 높다. 그리고 비상계엄의 불법성과 계엄군이 국회 장악에 실패했을 경우 어떤 후과가 따르는지는 보고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 10월 1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76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과 사열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축구선수’에서 ‘장군’이 된 소년 ‘소년 김용현’은 원래 부친의 반대를 무릅쓰고 축구선수가 되고자 했다. 아들이 운동선수가 되길 바라지 않았던 부친은 그를 서울 충암고로 강제 전학시켰다. 그는 충암고 7회 졸업생으로 윤 대통령의 고교 1년 선배다. 김 전 장관은 고교 시절 학도호국단장을 지낸 것을 자랑스러워한다. 학도호국단은 1975년 박정희 정권이 ‘학원의 총력안보체제를 구축한다’며 학생회 대신 만든 조직이었다. 당시 학도호국단장은 학생회장이나 마찬가지였다. 김 전 장관은 육사 38기 동기생 가운데 선두주자였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진급에 나름으로 어려움을 겪고 절치부심했다. 일 처리가 철두철미하고 두뇌 회전이 빠른 그에게도 군 생활은 진급이라는 ‘정글’에서의 서바이벌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그가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있을 때 본부장실에서 함께 점심 도시락을 먹은 적이 있다. 김 전 장관은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그동안 군 인사에서 자신이 받은 불이익을 두고 울분을 터뜨렸다. 당시 그는 유력한 육군 대장 진급 후보자였으나, 한민구 장관이 중장 ‘3차 진급자’인 A장군을 측근이라는 이유로 대장으로 진급시켰다며 속을 삭이고 있던 터였다. 앞서 그는 2007년 준장 1차 진급, 2010년 소장 1차 진급에 이어 2013년 10월 인사에서도 육사 38기 중 단독으로 중장 1차 진급을 한 선두주자였다. 중장 보직도 대장 진급 0순위로 꼽히는 ‘수방사령관-합참 작전본부장’ 코스를 밟았다. 그러나 2016년 9월 군 인사에서는 A장군이 대장 진급과 함께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에 취임했다. 당시 김 작전본부장은 군 인사의 부당함을 장시간 토로했다. 그는 “수방사령관 시절 통합방위 회의에서 군 측 참석자로서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났을 뿐인데 마치 긴밀한 관계인 ‘박원순 사람’인 것처럼 음해에 시달렸는가 하면, 진보 정권에서는 김민배 TV조선 전무의 절친이라고 인사 검증을 한다”며 억울해했다. 그러나 정작 윤 정권의 실세가 된 후 그는 ‘충암파’나 ‘용현파’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편향된 군 인사를 했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직후 김 전 장관(당시 합참 작전본부장)은 가장 강력한 합참의장 후보자였다. 김 전 장관의 육사 후배인 청와대의 A장군과 송영무 국방부 장관의 최측근 B장군이 그를 강력히 추천했다. 그러나 조국 당시 민정수석이 이끄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육군 제17사단에서 일어났던 ‘영웅 조작사건’을 들이밀며 급제동을 걸었다. 17사단은 2011년 소속 병장의 익사 사고를 후임병을 구하고 대신 사망한 영웅담으로 조작했다가 언론 보도 등으로 사실이 탄로 나 물의를 빚었다. 민정수석실은 “김용현 당시 사단장이 병장 익사 사고를 ‘영웅담’으로 조작 지시했다”고 한 당시 사망자 소속 부대의 연대장이었던 이모 대령의 주장을 받아들여 김 전 장관의 대장 진급을 막았다. 나중에 이 대령은 대법원에서 무고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지만, 김 전 정관은 결국 대장 진급에 실패하고 2017년 11월 전역했다. 전역 이후 2021년 윤석열 대선 캠프에 합류했다. 새 정권 출범과 함께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의 ‘잘못된 브로맨스’가 시작됐다. 그리고 두 사람은 극과 극을 달리는 ‘롤러코스터’를 함께 탔다. 12월 3일 ‘브로맨스의 몰락’으로 가는 롤러코스터에는 김 전 장관의 충암고 10년 후배인 여인형 방첩사령관(육사 48기)도 탑승했다.
박성진의 국방 B컷
일본에 기회만 주는 윤석열 정부
일본에 기회만 주는 윤석열 정부(2024. 12. 09 06:00)
2024. 12. 09 06:00 정치
‘물컵론’부터 ‘비상계엄’까지···한·일 정상회담도 불투명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월 3일 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하고 있다./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초래한 ‘12·3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정부 대외정책 변화도 불가피해졌다.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책임과 기여를 다한다는 대외정책 기조에는 아무런 변함이 없다”는 윤 대통령 말과 달리 국무위원들이 사의를 표명하며 사실상 정부 기능이 멈췄다. 범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한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대한 준비뿐만 아니라 예정돼 있던 국가 간 교류가 속속 취소됐다. 특히 현안인 ‘한·일관계 불협화음’ 대응도 미궁에 빠졌다. 사도광산 추도식 파행으로 불거진 일본의 약속 불이행 문제는 또다시 흐지부지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이미 일본 정부는 한·일 간 현안을 사도광산에서 계엄 이후 상황으로 빠르게 옮겼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지난 12월 4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 상황을) 특단의 중대한 관심을 갖고 주시하고 있다”며 “재한 일본인의 안전에 대해서는 최대한의 대응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추진 중이던 내년 1월 방한 일정과 관련해서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양국 간 현안이 된 사도광산 추도식 문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윤석열 정부를 상대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 ‘일제강점기 때 산업유산의 유네스코 등재 문제’ 등을 차례차례 해결한 일본은 한국과의 ‘약속 불이행’ 문제에서도 벗어나고 있다. 해제만 하면 끝? 비상계엄의 여파 ‘12·3 비상계엄 사태’가 만든 행정 공백은 외교 현안에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11월 24일 일본 니가타현 사도섬 아이카와 개발종합센터에서 열린 ‘사도광산 추도식’ 파행과 관련한 정부의 실효적 대책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비상계엄 사태가 터졌다. 주간경향은 비상계엄이 선포되기 전인 지난 12월 3일 오후, 외교부에 ‘일본의 약속 불이행에 대한 실질적 대응책은 무엇인가’, ‘사도광산 추도식 참여 인사나 추도사 내용 등에 관한 세부적 합의가 없었나’ 등을 질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외교부도 ‘긴급상황’이란 이유다. 지난 7월 27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사도광산’에는 조선인 강제동원 문제가 엮여 있다. 분쟁 유산인 사도광산은 윤석열 정부의 동의를 받고 세계문화유산이 됐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일본은 ‘사도광산 전체 역사를 반영한 전시 및 매해 추도식 개최’를 약속했다. 전시 관련 약속은 시작부터 깨졌다. 전시물에 ‘강제동원’ 문구가 빠졌다. 추도식 관련 약속도 깨졌다. 한국 정부는 추도식이 열리기 하루 전인 지난 11월 23일 불참을 결정했다. “일본 측 추도사 내용 등 추도식 관련 사항이 애초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시 합의한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라는 이유다. 실제로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차관급)이 읽은 추도사에는 “전쟁이라는 특수한 사회적 상황 아래,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생각하며 광산 내의 위험하고 가혹한 환경 속에서 어려운 노동에 종사했다”는 내용만 담겼다. 조선인 강제동원 언급과 반성은 없었다. 합의와 이행이 다른 일본의 행태는 2015년 군함도(하시마)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때와 닮았다. 당시에도 일본은 “의사에 반해 끌려와 엄혹한 환경에서 일을 하게 된 조선인 노동자를 알리겠다”고 약속했다. 정작 등재 이후엔 군함도가 있는 규슈 나가사키현이 아닌 도쿄 신주쿠구 산업유산정보센터에서 해당 내용을 짤막하게 소개하는 것으로 대체했다. 일본이 2015년과 같은 방식으로 2024년에도 한국을 속이는 데 성공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를 두고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합의 불이행에 대해 일본이 국제사회의 평판 부담을 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문화유산 전문가들은 일본의 태도 변화는 사실상 예견됐는데 한국 정부의 주의가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기준은 총 10가지로 구성된다. 이중 1번부터 6번까지가 문화적 기준이다. 일본은 군함도, 사도광산 모두 4번 ‘특정 시대의 중요한 건축물, 기술적 성취, 또는 도시 계획의 대표 사례’로 등재신청을 했다. 그런데 군함도나 사도광산처럼 역사 문제 등으로 합의가 필요한 문화유산은 ‘갈등 기억유산’으로 신청할 수 있게 별도의 기준이 있다. 6번 ‘인류에 미친 중요한 영향이나 과거의 갈등이나 재난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경우’다. 실제로 일본이 전쟁 피해사례로 강조하는 ‘히로시마 원폭돔’이 6번 기준으로 세계문화유산이 됐다. 정부가 믿은 약속처럼 일본이 애초에 조선인 강제동원을 대대적으로 홍보할 것이었다면 쉬운 길인 6번 기준을 두고 굳이 4번 기준으로 갈 이유가 없었다. 일본은 해당 시도의 의미를 이미 군함도 때 보여줬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군함도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땐 차관, 똑같은 방식으로 사도광산이 등재될 땐 장관이 조태열 현 외교부 장관”이라며 “이게 우연인지, 실력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지난 11월 2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사도광산 문제와 관련한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의 질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똑같은 방식으로 두 번 속은 정부는 이번에도 ‘유감 표명’ 외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산업유산 전문가인 강동진 경성대 교수는 “이미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만큼 개발 등으로 유적 가치가 훼손되지 않는 한 이제 특별한 대응 방법은 없다”며 “일본은 등재 당시 약속한 것들의 시행 여부를 이행보고서 형태로 유네스코에 제출하게 돼 있는데 그때 우리가 이의제기하는 것 정도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12·3 비상계엄 사태’로 녹록지 않게 됐다. 정상 외교가 가능할까? 이른바 ‘물컵론’이라고 불리는 윤석열 정부 대일외교 기조는 ‘한국이 먼저 양보하고, 일본의 호응을 기다린다’는 것이다. 문제는 호응은커녕 오히려 일본에 비판까지 받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추도식 하루 뒤인 지난 11월 25일 일본 정부 대변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한국 측이 추도식에 참석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할 입장은 아니지만 유감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대체 정부가 무엇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정부가 추도식 하루 전날까지도 문제를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불참한다고 하니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협조를 얻어야 할 현안을 해결한 일본은 이제 관계가 악화하면 악화했지 한국에 무엇인가를 양보할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외교의 불문율인 ‘하나 주고, 하나 받는’ 상호주의가 무너진 상황에서 한국 외교는 비상계엄 여파까지 맞았다. 윤석열 정부 표현대로면 일본에 받을 것이 남은 상황에서 내년 1월 한·일 정상회담 개최는 불투명해졌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현안에 대한 한·일 간 공동대응 역시 어렵게 됐다. 한·일관계 전문가인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도광산을 포함한 한·일 문제는 양국 정상이 만나고, 대화를 통해 풀어나가야 하는데 계엄 여파로 이를 위한 여건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일 삼각협력 역시 삼국 정상 중 교체되지 않고 유일하게 남은 윤 대통령이 협력의 중심이 돼야 할 상황에서 스스로 대외 신뢰도를 낮출 수 있는 결정을 한 것”이라며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입장에선 한·일 정상 모두 국내 지지 기반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기존 삼각협력을 지속해야 할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12·3 비상계엄 사태’의 여파는 사회불안, 경제뿐만 아니라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외교에서도 크게 굴러가고 있다. *외교부는 지난 12월 6일 입장을 알려왔습니다. ‘사도광산 추도식 참여 인사나 추도사 내용 등에 관한 세부적 합의가 없었나’ 등의 질문에 “협상의 상세 내용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면서도 “우리 정부는 세계유산위원국으로서 한일 양자 차원의 협의와 함께 유네스코 틀 내에서 일본의 세계유산위원회 결정 이행을 지속 점검하고 문제제기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야당, ‘윤석열 탄핵안’ 오늘 오후 표결 추진
야당, ‘윤석열 탄핵안’ 오늘 오후 표결 추진(2024. 12. 05 11:20)
2024. 12. 05 11:20 정치
12월 5일 새벽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보고되고 있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12월 7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국회 본회의 표결을 추진하기로 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 12월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 탄핵안 의결은 7일 오후 7시를 전후해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민주당 등 야 6당 소속 의원 190명, 무소속 김종민 의원 등 191명이 발의한 윤 대통령 탄핵안은 이날 0시 48분쯤 본회의에 보고됐다. 탄핵안은 본회의에 보고된 뒤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을 해야 한다. 따라서 윤 대통령 탄핵안은 6일 0시 49분부터 8일 0시 48분까지 표결할 수 있다. 탄핵안 가결 요건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다. 재적 의원 300명을 기준으로 200명이 찬성해야 한다. 범야권 의석이 192석인 것을 고려하면 여당에서 최소 8표의 이탈표가 나와야 가결된다. 조 수석대변인은 표결 시기를 12월 7일로 미룬 것에 관해 “국민들도 탄핵안 판단을 위한 시간적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의원들에게도 한동훈 대표처럼 위헌적, 위법적인 내란 혹은 쿠데타, 반란 기도에 대해서 결단을 해야 할 것인가 하는 충분한 숙고의 시간을 주는 측면에서 12월 7일 저녁으로 정했다”고 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여당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표결 때) 18명이 본회의장에 출석해 전원 찬성표를 던졌다”며 “비상계엄을 멈춰 세운 것처럼 윤 대통령도 멈춰 세워야 한다. 결단을 기대하고 용기를 발휘해달라”고 말했다.
[박이대승의 소수관점] (49) 대통령 윤석열의 가벼움
[박이대승의 소수관점] (49) 대통령 윤석열의 가벼움(2024. 11. 29 15:50)
2024. 11. 29 15:50 정치
지난 11월 7일 서울 중구 서울역 대기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권도현 기자 정치인의 기질은 흔한 미디어 상품이다. 정당에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면, 언론은 그의 말투, 성격, 첫인상 따위를 분석하기에 바쁘다. 물론 이런 분석은 한계가 명확하다. 정치인의 행동에 개입하는 요소는 매우 다양하고, 그의 사람됨보다 해당 시기의 정치적 상황, 주변의 권력 구조, 시민의 의지와 요구 등이 더 결정적일 때가 많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일종의 예외로 보인다. 지난 11월 7일에 열린 기자회견을 본 후, 적지 않은 시민이 비슷한 질문을 떠올렸을 것이다. 지금 대통령실 주변에서 벌어지는 기가 막힌 상황은 무엇보다 윤석열이라는 사람 개인의 성격과 기질에서 비롯하는 것 아닌가? 벼랑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으면서도, 자기 발밑만 바라보며 신소리를 해대는 예외적인 인물이 이런 난장판의 첫 번째 원인 아닐까? 그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한국식 위계 구조의 특징을 살펴보자. 위계적 공간 배치 한국 영화와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미장센이 있는데, 바로 ‘ㄷ(디귿)’ 모양의 소파 배치다. 이른바 ‘상석’이 정면을 바라보고, 나머지 소파들이 좌우에 배열되는 식이다. 한국의 일반화된 위계 구조를 이만큼 분명하게 재현하는 것이 또 없다. 상석은 보스의 자리이고, 그 좌우에 조직의 넘버 2와 3가 앉는다. 조직 내 서열이 낮을수록 상석에서 먼 곳에 자리한다. 이런 공간 구성은 조폭 영화뿐 아니라 조직 내 관계를 묘사하는 거의 모든 작품에 등장한다. 앉는 사람이 검사, 판사, 정치인, 관료, 기업인, 종교인, 교사 등으로 달라질 뿐이다. 이를 과장된 묘사라고 하기도 어렵다. 실제로 한국사회 어디를 가나 비슷한 공간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귿 모양의 소파 배치는 인간의 신체를 직접적으로 규율한다. 상석의 보스는 몸을 움직일 필요 없이 고개만 조금씩 까딱거리면 모두를 볼 수 있다. 양쪽에 앉은 부하들은 서로를 마주하고 있다가, 보스와 대화할 때는 애써 몸을 비틀어야 한다. 이때는 본인이 원하지 않아도 ‘공손한 자세로 머리를 조아리며 말하는 태도’가 만들어진다. 이런 공간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각자의 성격과 의도를 표현할 수 있다. 예컨대 보스의 권위에 반항하고 싶은 사람은 몸을 그대로 둔 채 고개만 삐딱하게 돌려서 상석을 흘겨보면 된다. 이런 공간 배치가 다른 나라에도 있을까? 일본의 사무라이, 야쿠자 영화 말고는 딱히 떠오르는 사례가 없다. 서구와는 분명히 다른 것 같다. 미국 드라마에 등장하는 마피아 보스나 미국 대통령의 공간을 보자. 이들의 권위는 무엇보다 커다란 책상으로 드러나는데, 책상의 세로 폭이 보스와 나머지 인물의 거리를 만들고, 이 거리가 힘의 차이를 시각화한다. 여기에도 분명한 위계 관계가 존재하지만, 형태와 작동 방식은 한국과 전혀 다르다. 현실의 공간 배치에서도 차이는 쉽게 발견된다. 인터넷에서 한국과 영어권 나라의 교장실 이미지를 검색해 보라. 디귿 모양으로 배열된 소파들은 한국 교장실의 상징 같은 것이다. 다른 나라의 교사 사무실 공간은 상담실의 형태와 유사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월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껄렁한 권위주의 한국식 위계 구조의 핵심은 시선의 비대칭에 있다. 보스는 위계 구조의 정점에서 모두를 내려다보지만, 부하들은 보스를 마주 대하지 못한다. 그 정점은 모두의 시선 바깥에 있다는 점에서 위계 구조의 내부이면서 동시에 외부이기도 하다. 그래서 근엄하고 진지한 보스뿐 아니라 껄렁하고 가벼운 보스도 존재할 수 있다. 이런 인물의 가벼움은 솔직함이나 반권위주의적 태도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만이 위계 구조를 무시할 수 있음을 과시하는 수단이다. 엄숙한 곳에서 실없는 농담을 던지고, 공식적 자리에서 아무 말이나 늘어놓을 수 있다는 사실이 그의 권위를 증명한다. 조폭이나 검사를 다룬 영화에는 이런 유형의 인물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윤석열은 가벼운 보스의 전형 같은 사람이다. 그가 보여주는 표정, 동작, 듣고 말하는 방식에는 특유의 껄렁함이 묻어난다. 2022년 9월 미국 순방 도중에 발생한 비속어 논란을 보자. 대통령의 정확한 발언이 무엇인지를 두고 황당한 논쟁이 벌어졌는데, 그가 특정 비속어를 사용했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이는 단순히 언어의 품격이 낮은 문제가 아니다. 당시 영상에서 그의 표정과 말투, 주변 환경을 다시 보자. 누가 봐도 그 공간을 지배하는 보스는 윤석열이다. 오로지 그만이 특유의 껄렁함으로 막말을 내뱉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무거워야 하는 공간에서 가벼울 수 있는 인물, 그런 가벼움으로 자신의 권위를 드러내는 것이 습관화된 인물이다. 그가 검사 출신이라는 사실과 이런 습관이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앞서 말한 위계적 공간 배치에 가장 잘 어울리는 조직이 검찰 아니던가. 지난 기자회견을 보고 윤석열의 ‘솔직한’ 화법을 언급하는 사람이 있다. 이는 공적 언어의 규칙을 무시하는 그의 말하기 습관 때문이다. 공식적 자리에서 일상어를 적절히 사용하면, 듣는 사람이 편안해지고 언어 공간의 위계 구조가 완화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의 말하기는 이런 친절한 일상어가 아니라 상석에 앉은 보스가 내뱉는 흰소리에 가깝다. 정제된 공식 언어를 써야 하는 공간에서 품위 없는 표현과 말투를 쓰고, 이를 통해 자신이 위계 구조의 외부에 있음을 과시하는 것이다. 보스와 부하들이 모여 있는 공간에서는 이런 식의 ‘껄렁한 권위주의’가 통하겠지만, 기자회견장에서는 무례한 대통령으로 보일 뿐이다. 이런 식의 권위주의가 드러나는 또 다른 태도가 귀찮음이다. 권위주의적 인물 대부분이 소통을 싫어하지만, 윤석열의 태도에는 독특한 점이 있다. 박근혜가 질문 자체를 회피하거나 틀어막는 식이었다면, 그의 답변에는 항상 ‘뭐 대강 이런 거니까, 대충 알아들어라’라는 분위기가 묻어 있다. 타인의 말을 경청하고 진지하게 반응하는 것 자체를 귀찮아하는 것이다. 그래서 흰소리나 비아냥으로 들릴 만한 말이 자주 튀어나온다. 이는 의도적 전략이 아니라 신체적 습관에 가깝다. 윤석열은 한국식 위계 구조에서 등장할 수 있는 전형적 인물이지만, 자신의 본래 영역을 벗어나면 기괴한 예외적 인물이 돼버린다. 그가 권위를 행사하는 방식은 보스와 부하로 구성된 폐쇄적 위계 조직 내에서만 인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의 민주주의 제도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이런 인물이 정당 정치로 진입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블랙 코미디에 가까운 지난 수년의 과정이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었고, 지금 그를 끌어내린다고 해도 그 코미디가 끝날지는 알 수 없다.
박이대승의 소수관점
[취재 후] ‘여사 문제’ 입에 올리지 못하던 윤석열 대선캠프
[취재 후] ‘여사 문제’ 입에 올리지 못하던 윤석열 대선캠프(2024. 11. 20 06:00)
2024. 11. 20 06:00 정치
신용한 전 윤석열대선캠프 정책조정본부장이 11월 5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에서 일한 안종범 전 경제수석 비서관은 자신의 기록이 사초(史草)가 됐으면 한다고 했습니다. 실제 안 전 수석이 수기로 남긴 수첩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휴대전화 통화 녹음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결정적 근거가 됐습니다. 감옥에서 나온 뒤 안 전 수석은 수첩 속 메모에 기반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건을 재구성하는 책 두 권(<안종범 수첩>·<수첩 속의 정책>)을 썼습니다. 정윤회씨와 최서원씨(개명 전 최순실)가 박근혜 정권의 비선 실세라는 이야기는 박근혜 정부 출범 전부터 정·관계나 언론 주변에서 떠돌았습니다. 그런데 당시 ‘공식’ 대선캠프에서 일하던 사람들을 취재했지만, 캠프 내에서 최씨나 정씨를 봤다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비선 국정농단이 사실로 드러난 건 JTBC가 최씨가 쓴 것으로 알려진 태블릿PC를 공개한 뒤였습니다. JTBC 보도가 나오고 1년쯤 뒤 포렌식으로 복구한 해당 태블릿PC의 전체 파일을 입수해 분석해보니 대선 시기 정씨 또는 최씨는 암호화된 구글 e메일을 통해 이른바 ‘문고리 권력 3인방’(안봉근·이재만·정호성 전 비서관) 등에게 지시를 했습니다. 이들을 포함한 7~8명이 별도의 비선라인을 만들었다는 물증이었습니다. 정용인 기자 안 전 수석의 책들을 읽으며 2012년 대선 이후 이 비선 국정농단이 어떤 식으로 지속했는지 궁금했습니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사람 중 적어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청와대 경제수석이 비선 국정농단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었는지 궁금했습니다. 적어도 책에 기술된 내용만 놓고 보면 ‘비선 최순실의 존재’는 당시 청와대에서 근무하던 사람은 김기춘 비서실장을 비롯해 누구나 알고 있었지만, 입 밖으로 꺼내긴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책에는 JTBC의 첫 보도가 나온 다음 날 안 전 수석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 3인이 모여 “최순실 문제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사과를 하라고 건의하러 가자”고 용기 내(?) 의기투합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모두 여사 문제를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말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왜? 후보가 불같이 화를 내니까. 대신 누구누구가 비선이다, 여사와 어떤 관계다라는 소문만 횡행했다. 아닌 게 아니라 당사자들이 그걸 자랑스럽게 떠들고 다니기 때문이다.” 지난주 표지 이야기를 쓰기 위해 지난 대선 때 윤석열 캠프에 있었던 신용한 전 서원대 석좌교수를 만나 들은 이야기입니다. 기시감이 느껴지는 대목이었습니다.
취재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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