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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내란 수괴 혐의’ 윤석열 대통령 체포
공수처 ‘내란 수괴 혐의’ 윤석열 대통령 체포(2025. 01. 15 10:48)
2025. 01. 15 10:48 사회
윤석열 대통령열이 1월 15일 경기 과천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청사 정문에 마련된 포토라인을 피해 후문으로 들어가고 있다. 문재원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1월 15일 내란 수괴 등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을 체포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지 43일 만이다. 현직 대통령이 수사기관에 체포된 것은 처음이다. 공수처는 이날 “오전 10시 33분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을 곧장 조사하고 체포 시한인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공수처는 체포 뒤 윤 대통령을 경기도 과천 공수처 청사로 이송했다. 윤 대통령이 탄 경호차량은 오전 10시53분쯤 정부과천청사에 도착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탄 차량 행렬이 1월 1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과천 공수처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수처는 오전 11시부터 곧장 피의자 조사에 들어갔다. 공수처는 신문을 위해 200여쪽의 질문지를 준비했다. 이재승 공수처 차장이 직접 조사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을 통해 미리 녹화해 발표한 영상메시지에서 “불미스러운 유혈 사태를 막기 위해서 일단 불법 수사이기는 하지만 공수처 출석에 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8일과 25일, 29일 세 차례에 걸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는 공수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공수처는 지난해 12월 30일 윤 대통령 조사를 위해 체포영장을 청구했고 다음 날인 12월 31일 서울서부지법 이순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내란 수괴 혐의를 대표 혐의명으로 유효기간 일주일의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공수처는 발부 나흘째인 지난 1월 3일 경찰과 함께 윤 대통령 관저를 찾아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했지만 대통령 경호처의 저항에 무산됐다. 공수처는 지난 1월 6일 체포영장을 재청구해 다시 발부받았고, 발부 여드레 만인 이날 관저 진입 3시간 만에 집행했다.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발부···금명간 영장 집행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발부···금명간 영장 집행(2024. 12. 31 09:58)
2024. 12. 31 09:58 사회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월 3일 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법원이 12월 31일 ‘12·3 비상계엄 사태’로 내란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된 건 헌정사상 처음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윤 대통령이 머무는 관저에서 영장 집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서울서부지법 이순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2월 31일 오전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공수처)가 내란 우두머리(수괴)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윤 대통령에 대해 청구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대한 수색영장도 발부했다. 법원은 윤 대통령의 내란 등 혐의가 어느 정도 소명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 12월 18일과 12월 25일에 이어 12월 29일 3차 출석요구에도 불응했다. 출석요구서 등 우편 수령을 거부했고, 불출석 사유서도 내지 않았다. 변호인 선임계도 체포영장이 청구된 이후에야 법원에 제출했다.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뿐만 검찰까지 뛰어들어 중복수사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현직 대통령 신분인 윤 대통령의 신변 안전이나 경호 문제 등에 대한 협의도 이뤄지지 않았기에 출석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수처가 내란죄 수사 권한이 없으므로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은 불법이라는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공수처는 조만간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윤 대통령이 머무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사건의 경우 체포영장의 유효기간은 발부일로부터 일주일이다. 윤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서 대통령 경호처의 경호를 받는 만큼 집행 과정에 물리적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과거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 이인제 전 자유민주연합 의원 역시 당원들의 저지로 영장 집행이 불발돼 불구속 기소로 마무리됐다.
[박이대승의 소수관점] (49) 대통령 윤석열의 가벼움
[박이대승의 소수관점] (49) 대통령 윤석열의 가벼움(2024. 11. 29 15:50)
2024. 11. 29 15:50 정치
지난 11월 7일 서울 중구 서울역 대기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권도현 기자 정치인의 기질은 흔한 미디어 상품이다. 정당에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면, 언론은 그의 말투, 성격, 첫인상 따위를 분석하기에 바쁘다. 물론 이런 분석은 한계가 명확하다. 정치인의 행동에 개입하는 요소는 매우 다양하고, 그의 사람됨보다 해당 시기의 정치적 상황, 주변의 권력 구조, 시민의 의지와 요구 등이 더 결정적일 때가 많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일종의 예외로 보인다. 지난 11월 7일에 열린 기자회견을 본 후, 적지 않은 시민이 비슷한 질문을 떠올렸을 것이다. 지금 대통령실 주변에서 벌어지는 기가 막힌 상황은 무엇보다 윤석열이라는 사람 개인의 성격과 기질에서 비롯하는 것 아닌가? 벼랑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으면서도, 자기 발밑만 바라보며 신소리를 해대는 예외적인 인물이 이런 난장판의 첫 번째 원인 아닐까? 그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한국식 위계 구조의 특징을 살펴보자. 위계적 공간 배치 한국 영화와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미장센이 있는데, 바로 ‘ㄷ(디귿)’ 모양의 소파 배치다. 이른바 ‘상석’이 정면을 바라보고, 나머지 소파들이 좌우에 배열되는 식이다. 한국의 일반화된 위계 구조를 이만큼 분명하게 재현하는 것이 또 없다. 상석은 보스의 자리이고, 그 좌우에 조직의 넘버 2와 3가 앉는다. 조직 내 서열이 낮을수록 상석에서 먼 곳에 자리한다. 이런 공간 구성은 조폭 영화뿐 아니라 조직 내 관계를 묘사하는 거의 모든 작품에 등장한다. 앉는 사람이 검사, 판사, 정치인, 관료, 기업인, 종교인, 교사 등으로 달라질 뿐이다. 이를 과장된 묘사라고 하기도 어렵다. 실제로 한국사회 어디를 가나 비슷한 공간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귿 모양의 소파 배치는 인간의 신체를 직접적으로 규율한다. 상석의 보스는 몸을 움직일 필요 없이 고개만 조금씩 까딱거리면 모두를 볼 수 있다. 양쪽에 앉은 부하들은 서로를 마주하고 있다가, 보스와 대화할 때는 애써 몸을 비틀어야 한다. 이때는 본인이 원하지 않아도 ‘공손한 자세로 머리를 조아리며 말하는 태도’가 만들어진다. 이런 공간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각자의 성격과 의도를 표현할 수 있다. 예컨대 보스의 권위에 반항하고 싶은 사람은 몸을 그대로 둔 채 고개만 삐딱하게 돌려서 상석을 흘겨보면 된다. 이런 공간 배치가 다른 나라에도 있을까? 일본의 사무라이, 야쿠자 영화 말고는 딱히 떠오르는 사례가 없다. 서구와는 분명히 다른 것 같다. 미국 드라마에 등장하는 마피아 보스나 미국 대통령의 공간을 보자. 이들의 권위는 무엇보다 커다란 책상으로 드러나는데, 책상의 세로 폭이 보스와 나머지 인물의 거리를 만들고, 이 거리가 힘의 차이를 시각화한다. 여기에도 분명한 위계 관계가 존재하지만, 형태와 작동 방식은 한국과 전혀 다르다. 현실의 공간 배치에서도 차이는 쉽게 발견된다. 인터넷에서 한국과 영어권 나라의 교장실 이미지를 검색해 보라. 디귿 모양으로 배열된 소파들은 한국 교장실의 상징 같은 것이다. 다른 나라의 교사 사무실 공간은 상담실의 형태와 유사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월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껄렁한 권위주의 한국식 위계 구조의 핵심은 시선의 비대칭에 있다. 보스는 위계 구조의 정점에서 모두를 내려다보지만, 부하들은 보스를 마주 대하지 못한다. 그 정점은 모두의 시선 바깥에 있다는 점에서 위계 구조의 내부이면서 동시에 외부이기도 하다. 그래서 근엄하고 진지한 보스뿐 아니라 껄렁하고 가벼운 보스도 존재할 수 있다. 이런 인물의 가벼움은 솔직함이나 반권위주의적 태도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만이 위계 구조를 무시할 수 있음을 과시하는 수단이다. 엄숙한 곳에서 실없는 농담을 던지고, 공식적 자리에서 아무 말이나 늘어놓을 수 있다는 사실이 그의 권위를 증명한다. 조폭이나 검사를 다룬 영화에는 이런 유형의 인물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윤석열은 가벼운 보스의 전형 같은 사람이다. 그가 보여주는 표정, 동작, 듣고 말하는 방식에는 특유의 껄렁함이 묻어난다. 2022년 9월 미국 순방 도중에 발생한 비속어 논란을 보자. 대통령의 정확한 발언이 무엇인지를 두고 황당한 논쟁이 벌어졌는데, 그가 특정 비속어를 사용했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이는 단순히 언어의 품격이 낮은 문제가 아니다. 당시 영상에서 그의 표정과 말투, 주변 환경을 다시 보자. 누가 봐도 그 공간을 지배하는 보스는 윤석열이다. 오로지 그만이 특유의 껄렁함으로 막말을 내뱉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무거워야 하는 공간에서 가벼울 수 있는 인물, 그런 가벼움으로 자신의 권위를 드러내는 것이 습관화된 인물이다. 그가 검사 출신이라는 사실과 이런 습관이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앞서 말한 위계적 공간 배치에 가장 잘 어울리는 조직이 검찰 아니던가. 지난 기자회견을 보고 윤석열의 ‘솔직한’ 화법을 언급하는 사람이 있다. 이는 공적 언어의 규칙을 무시하는 그의 말하기 습관 때문이다. 공식적 자리에서 일상어를 적절히 사용하면, 듣는 사람이 편안해지고 언어 공간의 위계 구조가 완화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의 말하기는 이런 친절한 일상어가 아니라 상석에 앉은 보스가 내뱉는 흰소리에 가깝다. 정제된 공식 언어를 써야 하는 공간에서 품위 없는 표현과 말투를 쓰고, 이를 통해 자신이 위계 구조의 외부에 있음을 과시하는 것이다. 보스와 부하들이 모여 있는 공간에서는 이런 식의 ‘껄렁한 권위주의’가 통하겠지만, 기자회견장에서는 무례한 대통령으로 보일 뿐이다. 이런 식의 권위주의가 드러나는 또 다른 태도가 귀찮음이다. 권위주의적 인물 대부분이 소통을 싫어하지만, 윤석열의 태도에는 독특한 점이 있다. 박근혜가 질문 자체를 회피하거나 틀어막는 식이었다면, 그의 답변에는 항상 ‘뭐 대강 이런 거니까, 대충 알아들어라’라는 분위기가 묻어 있다. 타인의 말을 경청하고 진지하게 반응하는 것 자체를 귀찮아하는 것이다. 그래서 흰소리나 비아냥으로 들릴 만한 말이 자주 튀어나온다. 이는 의도적 전략이 아니라 신체적 습관에 가깝다. 윤석열은 한국식 위계 구조에서 등장할 수 있는 전형적 인물이지만, 자신의 본래 영역을 벗어나면 기괴한 예외적 인물이 돼버린다. 그가 권위를 행사하는 방식은 보스와 부하로 구성된 폐쇄적 위계 조직 내에서만 인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의 민주주의 제도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이런 인물이 정당 정치로 진입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블랙 코미디에 가까운 지난 수년의 과정이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었고, 지금 그를 끌어내린다고 해도 그 코미디가 끝날지는 알 수 없다.
박이대승의 소수관점
[전성인의 난세직필](18)벼랑 끝에 선 윤석열 대통령(2023. 09. 22 11:24)
2023. 09. 22 11:24 정치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경제 민생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지난 9월 2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됐다. 사실 표결 결과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이 대표가 단식 중 체포동의안 부결을 호소하는 메시지를 내는 순간, 그의 정치생명은 (적어도 상당기간 동안) 끝났다. 검찰이 한두 번의 우여곡절에 가던 길을 멈출 리 없고, 정치생명이 다한 ‘부결 호소인’을 당대표로 두고 총선을 치르려는 국회의원도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벼랑 끝에 섰던 이 대표는 스스로 자멸의 길로 들어섰다. 그럼 윤석열 대통령은? 그의 정치적 맞수인 윤 대통령은 승리했는가? 전혀 아니다. 역설적이게도 이 대표 다음 차례로 벼랑 끝에 선 사람은 윤 대통령 본인이다. 물리적 권력에 대한 대통령의 장악이 강화되고, 권력의 짜릿한 손맛이 승리에 대한 환각을 주입할수록 대통령과 국민 간의 거리는 더 멀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확실히 최근의 상황은 ‘통제되지 않는 권력의 방자함’을 절감하게 한다. 조자룡 헌 칼 쓰듯 이곳저곳에서 분란을 일으키고 있는 감사원의 무모함은 너무 일차원적이어서 소박해 보이기까지 한다. 국민권익위원회, 금융감독원을 향했던 감사원 감사 결과는 사실상 빈손이었다. 최근에는 통계조작을 이유로 전 정부 인사 상당수를 굴비 엮듯 엮었지만, 과연 그 실상이 ‘국기문란’에 해당할 정도라고 느끼는 국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맘에 안 드는 일부 언론에 대한 장악 시도는 무모함을 넘어 불법성과 위헌성의 소지마저 느껴진다.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에 대한 해임과 후임 임명은 모두 법원에서 일단 제동이 걸렸다. 김만배씨와의 인터뷰를 요약해 보도한 뉴스타파의 보도가 대통령선거에 영향을 끼칠 부적절한 목적이 있었는지는 향후 더 따져봐야 할 문제다. 그러나 이를 인용 보도한 언론에까지 책임을 추궁하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지나친 것이다. 언론의 자유가 헌법적 권리라는 점에서 이런 시도는 위헌적이기까지 하다. 권력을 이렇게 써서는 안 된다. 그 점은 아마도 윤 대통령과 그 측근 검사 출신 정치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다. 본인들이 한때 자의적인 권력 행사 때문에 고초를 겪지 않았는가?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 ‘판사 사찰’이라는 어마어마한 이유로 2개월의 직무집행 정지를 겪었다. 물론 법원이 여기에 제동을 걸어서 사건은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역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시절 ‘검언 유착’ 프레임에 걸려 부산, 진천 등지를 떠돌아야 했다. 한동훈 장관 역시 최종적으로 법원에 의해 피의자 신분을 벗어났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면서 그때까지 심정적으로 문 대통령을 지지해왔던 많은 사람이 분노했다. 나도 분노했다. 검찰개혁이 아무리 중요하다 한들 그것이 권력의 자의적 행사를 정당화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지 않는다고 우리는 어렸을 적부터 배웠기 때문이다. 영미법에는 정의와 형평 그리고 양심의 관점에서 판결을 내리는 법정이 있다. 형평법을 집행하는 형평법정이다. 그 법정에는 ‘깨끗한 손의 원칙(clean hands doctrine)’이라는 것이 있다. 형평법정에 억울함을 호소하려는 사람은 그 자신이 불법에 물들지 않은 깨끗한 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의란 그래야 한다. 정의를 집행하는 구체적 수단인 권력도 그래야 한다. 물론 세상이 이처럼 고고한 이상처럼 굴러갈 수는 없다. 그렇지만 권력을 가진 사람은 하다못해 ‘정의로운 척’이라도 해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한동훈 장관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왜냐하면 본인이 자신의 입으로 그런 말을 했으니까. 2020년 7월 21일, 다수의 언론은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한동훈 당시 부산고검 차장 검사 사이에 있었던 대화의 녹취록 전문을 보도했다. 이 녹취록은 그해 2월 1일 이 기자가 동료 후배 기자와 함께 한 차장을 방문해 나누었던 대화를 수록한 것이다. 이 녹취록의 중간쯤에 다음과 같은 한 차장의 말이 나온다. “(중략) 사회가 모든 게 다 완벽하고 공정할 순 없어. 그런 사회는 없다고. 그런데 중요한 건 뭐냐면 국민이 볼 때 공정한 척이라도 하고, 공정해 보이게라도 해야 해.” 녹취록의 전후 문맥에 의하면 이 말은 아마도 ‘범죄 혐의가 있는 권력자에 대한 수사를 억지로 뭉개려고 하면 안 된다’는 뜻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정성의 훼손은 있는 범죄를 뭉개는 데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없는 범죄를 만들어내거나 작은 혐의를 큰 범죄로 뻥튀기하는 데서도 얼마든지 발생한다. 윤 대통령은 지금 공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공정한 척도 못 하는’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해병대 고 채모 상병 사망 사건에 대한 대통령실의 수사 외압 논란은 정확하게 과거 한 차장이 지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위 인용문 바로 뒤에 나오는 녹취록을 보자. “그 뜻이 뭐냐? 일단 걸리면 가야 한다는 말이야. 그리고 그게 여러 가지 야로가 있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걸렸을 때, ‘아니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성내는 식으로 나오면 안 되거든. 그렇게 되면 이게 정글의 법칙으로 가요.” 문재인 대통령이 내치와 외교에서 어떤 성과를 거두었는지는 향후 역사가 평가할 문제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 왜 지난 대선에서 패배했는지는 곱씹어볼 만한 대목이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나는 부정과 불의가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대장동 의혹과 같은 부정부패, 그리고 민주적일 것으로 기대했던 정권이 공권력을 자의적으로 행사한 데서 오는 실망감과 경악. 이제 나는 문재인 대통령 말기의 모습을 벌써부터 윤석열 대통령에게서 본다. 물론 윤 대통령은 이재명 대표와 함께 진흙탕에서 뒹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모습을 보면서 내년 총선과 다가오는 대선에서의 승리를 자신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선거라는 국민적 심판을 마주한 정치인들은 권력에 심취한 대통령보다 훨씬 더 국민 여론에 민감하고, 자신이 살기 위해서라면 어떤 선택도 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아마도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보다 훨씬 더 빨리 정신을 차릴지도 모른다. 윤 대통령은 지금 멈춰야 한다. 국민 편가르기에서 오는 작은 승부에 집착하지 말고, 국민 모두를 끌어안는 커다란 결단을 내려야 한다. 협소하고 철 지난 인재풀에 안주하지 말고 폭넓게 인재를 구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권력의 행사는 정의롭고 공정하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 끝은 매우 참담할 것이다. 추석 연휴가 국정운영의 분기점이 되기를 희망한다.
전성인의 난세직필
박정훈은 ‘제2 윤석열’···대통령 왜 말 없나(2023. 08. 25 10:55)
2023. 08. 25 10:55 정치
ㆍ10년 만에 재현된 수사외압 폭로 윗선 개입 규명 지시 없는 이유는 2013년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특별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 답변을 위해 걸어나오며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 뒤를 지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지금 이 사건은 중대범죄인 게 맞다. 수사팀 검사들은 (국정원 직원들의) 트위터 글을 보고 상당히 분노했다. 어떻게 민주주의 국가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 그런데 (서울중앙지검장에게) 보고드렸을 때, 검찰의 원래 모습이라면 ‘아 이런 게 또 발견됐느냐. 정말 잘 됐다, 수사하자’ 이런다. 하지만 ‘일단 좀 있어봐라’ 하는 것은….” “(서울중앙지검장은) ‘야당 도와줄 일 있느냐. 정치적으로 얼마나 이용하겠느냐. 정 체포하겠다면 내가 사표 내거든 하라’고 말했다.” “(강제수사를 하지 말라는) 부당한 지시를 하시기 때문에 그것은 대법원 판례에 의하더라도 따르면 안 되게 되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수원지방검찰청 여주지청장이던 2013년 10월 국회의 검찰 국정감사에 나와 했던 ‘폭탄 발언’들이다. 그해 4월부터 약 6개월간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댓글 여론조작 사건 수사를 이끌었던 윤 대통령은 검찰 수뇌부의 반대에도 국정원 직원들의 집을 압수수색하고 체포했다. 수사를 멈추라는 조영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의 지시를 따르지 않은 것이다. 이후 그는 수사팀에서 배제됐고 1개월 정직 징계를 받았으며, 대구고검 등으로 좌천됐다. 10년 전의 이 사건은 최근 벌어진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항명 논란’과 똑 닮았다. 지난 7월 19일 폭우 구조 활동 중 숨진 채모 상병 사건을 수사한 박 대령은 경찰에 수사 결과를 이첩했다가 집단항명수괴 혐의로 보직해임을 당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하고 결재까지 받았던 그는 유재은 법무관리관과 해병대 사령관의 ‘사단장 혐의 삭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장관 결재본’ 그대로 이첩했다.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등 모두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두 사건의 주체와 배경을 박정훈 대령→윤석열 당시 수사팀장, 검찰→군, 국정원 댓글 수사→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로 바꿔봤다. ‘윗선 개입에 저항한 수사 책임자에 대한 보복성 처벌’이라는 핵심 얼개가 같다. “2023년의 박정훈은 2013년의 윤석열이다”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8월 18일 오후 승인 없이 TV 생방송에 출연한 것과 관련해 열린 징계위원회에 출석하기 위해 경기도 화성시 해병대 사령부로 들어가고 있다(위).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결재한 ‘해병대 1사단 채 상병 사망원인 수사 및 사건처리 관련 보고’ 표지 / 연합뉴스, 박정훈 대령 측 변호사 제공 2013년의 윤석열 vs 2023년의 윤석열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결과의 이첩을 둘러싼 이번 사건은 ‘과거의 윤석열’과 ‘현재의 윤석열’에 대한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10년이 흐르는 동안 그의 위치가 180도 바뀌었기 때문이다. 박 대령 측과 국방부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결과의 경찰 이첩 과정에 문제가 생긴 것은 지난 7월 31일이다. 이날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박 대령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대대장 이하의) 직접적인 과실이 있는 사람으로 (혐의를) 한정해야 한다”, “(사건인계서에서) 혐의자와 혐의 내용을 다 빼라” 등의 요구를 했다. 전날(30일)까지만 해도 장관에게 수사 결과 결재를 받고 ‘수고했다’는 말까지 들었던 박 대령 입장에선 당황스러운 전개였다. ‘장관 결재’와 ‘수정 요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야권은 국가안보실이 언론브리핑 자료를 입수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장관 보고가 이뤄졌던 30일 오후 대통령 국가안보실 행정관은 박 대령에게 수사 결과의 ‘장관 결재본’을 요구했다. 박 대령은 ‘수사 중 사안’이라는 이유로 거절했다. 이어 해병대 정책실장이 같은 요구를 했으나 박 대령은 재차 거절했다. 나중에는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으로부터 “언론브리핑 자료라도 (대통령 국가안보실에) 보내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박 대령은 마지못해 언론브리핑 자료는 전달했다. 그리고 이튿날 유재은 법무관리관이 구체적인 수정을 요구하는 전화를 해왔다. 이어 낮 12시에 예정돼 있던 수사 결과 언론브리핑도 취소됐다. 박 대령에 따르면, 8월 1일엔 해병대 사령관이 국방부 차관으로부터 온 ‘혐의 내용 빼라’는 문자메시지를 읽어줬다. 박 대령이 폭로한 외압 주체에 윤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포함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적어도 대통령실의 그림자는 어른거린다. 대통령 국가안보실은 지금까지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국가안보실 관계자는 “국방부 차원에서 수사 결과를 면밀히 재검토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진 일들이지, 국가안보실에 보고돼 수정되는 그런 상황은 없었다”면서 “국방부에서 충분히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방부 입장은 이종섭 장관이 7월 30일 결재를 했다가, 이튿날 자신의 의지로 법무관리관에게 법리 검토를 하게 한 후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 장관은 지난 8월 21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국가안보실 연루 의혹과 관련해 “대통령실에서 어떤 지침도 받은 게 없다”고 답했고, 다음날 번복할 거면서 결재를 한 이유에 대해서는 “확신이 있어서 결재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아울러 유재은 법무관리관의 발언은 지시나 요구가 아닌 ‘이런 방법도 가능하다’는 설명이었고, 국방부 차관의 문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왜 한마디 말이 없나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명언’으로 유명했던 2013년 ‘검사 윤석열’의 수사외압 폭로. 10년의 세월이 흘러 윤석열 정권에서 당시와 유사한 외압 폭로가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과거 윤석열’을 지운 게 아니라면, 윗선 개입 의혹을 명명백백히 밝힐 수 있도록 발 벗고 나서야 하지 않을까.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8월 22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이렇게 꼬집었다. “대통령의 참모들이 (외압) 의혹을 받게 된 이상 당연히 대통령이 나서서 성역 없는 엄정한 수사를 다시 지시해야 할 상황입니다. 그러나 무슨 이유인지 대통령은 단 한마디도 말씀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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