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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총 71 건 검색)

공보의협의회 “공보의·군의관 부족…‘진짜 의료공백’ 올 것”
공보의협의회 “공보의·군의관 부족…‘진짜 의료공백’ 올 것”
2024. 12. 10 16:19사회
... “전공의 입대가 시작되고 나면, 군 의료자원은 더 이상 없다. 정치와 선거용으로 만들어낸 의료공백이 아니라 실재하는 ‘진짜 의료공백’이 올 것”이라고 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162명 등...
재난 대신 의료공백 막는 재난기금
2024. 10. 24 21:52사회
... 유지 위해 서울시에 추가 지출 요구 현재까지 1000억원 달해 “정부 책임, 지자체 전가” 정부가 의료공백 사태로 촉발된 비상진료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서울시에 재난관리기금 655억원을 추가로 지출하라고...
재난관리기금정부집행서울시의정갈등의대증원 갈등
재난관리기금이 ‘의료공백’ 쌈짓돈인가…정부 요구에 서울시 1000억 쓴다
재난관리기금이 ‘의료공백’ 쌈짓돈인가…정부 요구에 서울시 1000억 쓴다
2024. 10. 24 11:49사회
...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 야간 및 휴일 비상진료 안내문이 설치되어 있다. 성동훈 기자 정부가 의료공백사태로 촉발된 비상진료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서울시에 재난관리기금 655억원을 추가로 지출하라고...
재난관리기금정부집행서울시의정갈등의대증원 갈등
의료공백 속에서도 외국인 미용성형 의료관광은 ‘대성황’··· 지난해 환자 수 이미 넘어
의료공백 속에서도 외국인 미용성형 의료관광은 ‘대성황’··· 지난해 환자 수 이미 넘어
2024. 10. 17 14:32사회
... 이미 지난해 전체 관광객 수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의대 증원에서 시작된 의료공백이 8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반면 올해 외국인 미용성형 의료관광은 ‘대성황’이었던 것으로...
의대증원 갈등

주간경향(총 4 건 검색)

공직 떠나는 수의사 ‘가축도 의료공백’
공직 떠나는 수의사 ‘가축도 의료공백(2024. 06. 24 06:00)
2024. 06. 24 06:00 사회
업무 강도 높은데 보수는 낮아…가축방역관 턱없이 부족 지난해 5월 충북 청주시 한우 농장 두 곳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해당 농장에서 살처분을 준비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간이 녹아나요. 정읍은 키우는 가축이 많으니까 사건·사고가 계속 있습니다. 밤도, 주말도 없고 뭐 터지면 출근해야 하니까요. 가축전염병이 어마어마하게 많은데, 법정 전염병만 65가지입니다.” A씨는 전북 정읍시청에서 가축방역 업무를 1년 넘게 맡고 있다. 법상 지방자치단체는 가축방역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수의사 자격을 가진 가축방역관을 둬야 한다. 그런데 A씨는 농업 분야로 임용된 공무원으로 수의사 자격이 없다. 그는 “가축방역관이 없는 시·군은 불법을 자행하고 있죠. 수의대에서 6년 동안 공부한 사람 지식을 따라잡을 수 있겠습니까. 지금도 날마다 책보고 공부하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뜻밖인 것은 정읍이 가축이 유독 많은 지역이라는 점이다. 공공데이터포털을 보면 올해 1월 기준으로 정읍의 축산 농가들은 소 16만두, 돼지 33만두, 닭·오리 등 가금류 1000만수를 키우고 있다. 거의 모든 종의 사육 두수가 전북의 시·군 중 가장 많고, 단위면적당 소 사육두수로는 전국에서도 첫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많다. 가축전염병 예방법은 지역의 가축 수에 따라 가축방역관 인원을 배치하도록 정하고 있어 법대로면 정읍시에는 가축방역관이 6명은 있어야 한다. 그런데 2022년 하순부터 정읍에는 가축방역관이 한 명도 없다. 남은 사람 업무 부담 더 커져 한때 다섯 명이었던 정읍 가축방역관은 하나둘 떠났다. 수의사 B씨도 정읍시청에서 2년여간 근무하고 퇴직했다. B씨는 “원래 두 명이 있다가 한 명이 떠나고 저만 남았습니다. 그러면 업무적으로 외롭습니다. 가축방역에 대한 모든 책임이 저한테 쏠리죠. 시청에서 (근무한) 첫해에 조류 인플루엔자(AI)가 발생했는데 그 뒤로 3년간 계속 발생하더라고요. 그러면 항상 비상이에요. 아침 7시에 출근해 밤 10시 퇴근하는 생활을 계속하는 거죠. 지치는 거죠”라고 했다. 가축이 많아 더더욱 사람이 필요한데 일이 많으니 사람이 떠난다. 남아 있는 사람의 업무 부담은 더 커지고, 종국엔 누구도 쉽게 엄두를 못 내는 일자리가 된다. 정읍만의 일이 아니다. 가축 수가 적은 일부 광역시를 제외하고 전국 지자체에서 유사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가축방역관 적정인력은 1953명인데, 근무 중인 인원은 1130명밖에 없다. 이중 309명은 수의대 졸업 후 군 복무를 대체하고 있는 공중방역수의사다. 해가 갈수록 부족 인력이 늘더니 이제는 적정인력이라는 기준이 의미 없어졌다. 가축방역관 부족 문제는 최근 한국인들이 마주한 필수의료·지방의료 공백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수의계’에서도 전체 수의사가 부족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다만 필수 업무인 이 일을 할 사람이 부족하다. 동물병원 개원 등 다른 선택지보다 가축방역관이 업무환경, 보상 면에서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의 정책 시도가 때를 놓치면 파국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닮았다. 가축방역의 실패는 식량안보·물가안정을 저해할 뿐 아니라 인간의 건강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코로나19 사례에서 보듯 새롭게 나타나는 감염병의 75%는 동물에서 유래한 인수공통감염병이다. 축산농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 일을 하려는 사람이 빠르게 줄고 있다. 수의사는 7급 공무원으로 신규 채용하는데, 채용 공고를 내도 구직자가 오지 않는다. 도내에 약 160명의 가축방역관이 있는 경기도는 지난해 경력 3년 미만 가축방역관 12명이 사표를 냈다. 기껏 채용해도 금방 떠난다는 얘기다. 올해 14명을 신규로 채용하기로 했는데 지원자 수는 모집정원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그나마 수도권은 사정이 낫다. 전라북도는 올해 상반기에 무시험으로 45명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냈는데, 지원자는 1명에 불과했다. 전북은 가축방역관이 205명 필요한데, 현재는 그 절반도 안 되는 94명이 일하고 있다. 기저에는 높은 업무강도가 있다. 일단 AI가 기승을 부리는 매년 10월이면 가축전염병 특별방역대책기간(특방)이 시작된다. 이 기간 가축방역관들은 질병 발생 신고에 대비해 교대로 24시간 비상근무를 한다. 밤늦게 퇴근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주말에도 순번을 정해 당직 근무를 한다. 통상 특방은 이듬해 2월까지 5개월간 계속되는데, 최근엔 2월 이후에도 AI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어 연장되는 일도 잦다. 관내에서 질병이 발생하면 가축방역 업무를 맡은 모든 직원이 비상근무로 총력대응하고, 살처분도 진행한다. 관내가 아니라도 일단 국내에서 질병이 확인되면, 역학조사를 벌여야 한다. 사료 차량 등의 동선이 겹쳐 관내로 전파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국내로 전파됐다면 특방이 끝난 평상시에도 예찰(미리 살피기)이 계속된다. 수출에 유리한 동물 질병 청정국 지위 회복을 위해서는 몇 년간 질병이 재발하지 않았다는 예찰 실적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부족한 보상은 더 큰 걸림돌이다. 최옥봉 경기도 조류질병관리팀장은 “7급으로 들어온 초임 수의직 공무원의 첫해 연봉이 세전 3000만원 남짓이다. 직원 한 명이 그만둔다기에 잡아라도 볼 요량으로 부모님과 상의했는지 물어봤다. 부모님이 ‘이 급여가 맞는 거냐’고 하셨다더라”고 했다. 가축방역관 초임 연봉은 수의사들의 평균 초봉(4180만원·고용정보원 2020년 자료)에 미치지 못한다. 동물병원 개원의와 비교하면 시간이 흐를수록 임금 격차는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승진도 쉽지 않다. 가축방역관은 업무 범위가 제한된 기술직 공무원인 탓에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5급 공무원이 사실상의 승진 상한선이다. 7급으로 입직해 30년이 지나도 잘해야 5급에 머무르는 실정이다. 인사적체도 심해 승진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반려동물 수의사는 인기 반려동물 문화 정착으로 반려동물 수의사를 꿈꾸고 수의대에 진학하는 경우가 많아진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한수의사회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현업에 종사하는 수의사의 81.5%는 반려동물을 진료하는 수의사다. 소·돼지 등 농장동물만 진료하는 수의사는 11.3%에 그쳤다. 현장에서는 수의대 학제가 1998년부터 4년제에서 6년제로 바뀐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한다. 기회비용이 커져 수의대 졸업생들이 기대하는 보상도 커졌는데, 수의직 공무원은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는 일자리라는 얘기다. 이는 가축방역관의 고령화로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도 단위 행정기관에서 공중방역수의사를 제외하면 ‘2030’ 가축방역관은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전북 지역 가축방역관의 평균 연령은 52세로 나타났다. 현장에서 파열음이 계속되자 정부는 지난해부터 대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광역 시·도의 경우 의료업무수당을 월 25만원에서 35만원으로 인상했다. 재난 담당 공무원에 승진 가점을 부여하기로 했고, 강원도 등에서는 신규 채용 직급을 6급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그러나 근본 대책이 아니라는 평가가 많다. 전남 동물위생시험소에서 일하는 20년차 수의사 C씨는 “수의대 졸업한 친구들에게 수당 10만원 올랐으니까 공직으로 오라고 차마 말할 수 없다. 6급으로 신규 채용하면 뭐하나. 20년 동안 6급인데. 승진으로 올라갈 수 있는 직급을 높여야 한다. 10년 전부터 결원 징후가 있어 줄곧 얘기해 왔는데 우는 소리 정도로 치부하는 것 같다. 올해 상반기에만 50대 팀장급 세분이 나갔다. 신입만 안 들어오는 게 아니라 베테랑도 버티다 못하고 나간다. 한계가 온 것 같고, 앞으로 무슨 일이 터질지 두렵다”고 했다.
의료공백 3개월…그들만의 수싸움에 숨 가쁜 환자들
의료공백 3개월…그들만의 수싸움에 숨 가쁜 환자들(2024. 05. 27 06:00)
2024. 05. 27 06:00 사회
출구 보이지 않는 의·정 갈등…의대 정원은 이달 말 확정될 듯 지난 5월 6일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입원 환자가 이동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다고 했을 때 이 사태가 길어지면 어쩌나 두려움이 컸습니다. 그 두려움은 현실이 됐고, 지금은 무력감이 가장 큽니다.”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 여파로 인한 의료공백이 3개월을 넘긴 지난 5월 21일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부가 2025학년도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현원(3058명)보다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건 지난 2월 6일. 2주 뒤인 2월 19일 전국 주요 수련병원의 대다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하고 다음 날부터 병원에 출근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정부가 의대 증원 계획을 발표하고 의사단체가 ‘협의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고, 반발하는 뉘앙스도 ‘(정부에) 속았다’는 것이었다”며 “2020년 때와 달리 개원의들이 파업을 선언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공의들이 먼저 빠져나갔다. 초반부터 이번엔 의료공백이 길어지지 않을까 우려했는데 그게 지금 현실이 됐다”고 했다. ■수술 지연·진료 차질···‘끝’ 안 보여 막막한 환자들 전공의 의존도가 높은 3차 의료기관인 상급종합병원들에선 수술·입원, 외래 진료량이 대폭 축소됐다. 정부는 “의료대란 수준의 혼란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말 그대로 ‘진료공백’ 3개월간 환자들은 건강상의 피해를 겪고 불안을 안고 지냈다. 보건복지부는 전공의 이탈 시점인 지난 2월 19일부터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를 운영했다. 지난 5월 22일까지 센터에 접수된 피해신고 누적건수는 736건(수술 지연 457건, 진료 차질 146건, 입원 지연 36건, 진료 거절 97건)이다. 지난 3개월간 정부가 ‘비상진료체계’를 운영하면서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봤던 중등증(경증과 중증의 중간)·경증 환자들은 2차 종합병원으로 전원됐고, 환자들 스스로 다른 의료기관을 찾기도 했다. 상급종합병원부터 찾고 보는 환자 쏠림 현상은 개선 과제로 꼽힌다. 보건의료 위기 상황에서 역설적으로 “의료이용 행태가 개선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다만 갑작스러운 진료환경 변화 앞에서 “난치성 희소질환 환자들, 그중에서도 이제 막 자신의 질환을 알게 된 환자들은 더 어려움을 겪고”(진미향 한국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 대표) 있다. 진 대표는 지난 5월 20일 기자와 통화에서 “난치성 질환 환자들은 임상경험이 많은 대형병원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기존 환자들도 진료 지연이 좀 있지만, 기존 의사 선생님들과 일정을 조율해 치료를 이어가고 있는데 신규 환자들은 길이 막힌 것 같다. 대형병원 진료·수술을 무기한 연기하고 있거나, 중소병원을 찾아가면서도 불안해하고 있다”고 했다. 의·정 갈등을 지켜보며 진 대표는 “환자들은 막연히 바라만 보고 있으려니까 많이 답답하고 빨리 해결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3개월 내내 정부와 의료계 양측에 사태를 빨리 해결하라고 같은 말만 반복해왔다”며 “이제는 여기서 어떤 해법이 있을지 모르겠다. 한국사회가 어떤 사회적 갈등 조정 능력을 아예 상실해버린 게 아닌가 절망감을 느낀다”고 했다. ■전공의 빈자리 메우는 간호사는 ‘업무 가중’ 정부는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지난 2월 27일부터 시범사업을 통해 전담간호사(진료지원인력 가운데 PA 간호사)들이 일부 의사 업무를 대신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 추계로 지난 4월 말 기준 1만명 이상의 PA(진료 보조) 간호사가 활동 중이다. 수도권 대형병원에서 일하는 8년 차 PA 간호사인 A씨는 지난 5월 21일 통화에서 “원래도 병원에서 PA 간호사들이 처치, 처방, 대리수술 등 의사 업무를 일부 대신했기 때문에 PA 간호사 없이는 병원이 안 굴러간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이번 시범사업을 계기로 병원마다 간호사들에게 EMR(전자의무기록시스템) 아이디를 만들도록 하고 있는데, 의료공백 장기화를 염두에 둔 것일 수도 있지만 이제 전담간호사가 의사 업무를 하는 것을 제도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지난 5월 20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전공의 전용공간’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이날은 고연차 전공의들이 내년 전문의 자격취득 수련기간 확보를 위한 ‘복귀 시한’이었지만 복귀자는 소수에 그쳤다. 정효진 기자 A씨는 “업무 자체는 하던 일들이라 새롭지는 않지만 업무량이 그 이전보다 2~3배 가까이 늘었다”고 했다. 추가 노동에 대한 보상은 “없다”고 했다. 그는 “병원 측에 보상을 요구하면 ‘지금 병원 경영이 어려워 당장 월급이 끊길 수 있다’는 말이 되돌아온다”고 했다. ‘전담간호사 업무 범위 명확화’는 정부가 지난해 4월 발표한 제2차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에 담긴 내용이다. 이번 의료공백 상황에서 서둘러 추진된 것이다. A씨는 “시범사업 기간에 간호사가 의사 일을 하다가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책임이 간호사들에게 돌아올 수 있는데, 법적인 보호장치는 미비한 상태”라고 했다. 미숙련 PA 간호사들이나 이번에 전담간호사로 전환된 일반 간호사들은 시범사업에서 정한 업무를 새롭게 익혀야 한다. 복지부는 대한간호협회와 함께 새 업무 분야별 이론·술기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A씨는 “신규 전담간호사들을 대상으로 해서 교육 대상자 범위가 좁고, 교육을 들었던 간호사들이 말하길 질적으로도 임상 현장에서 필요한 내용이 부족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A씨는 “간호사들도 처우개선 목소리를 꾸준히 내왔고 파업도 했지만, 환자 곁을 온전히 떠나지는 않았다”며 “의사들은 환자 곁으로 빨리 돌아와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의대 증원은 찬성하지만, 정부가 현장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것 같다. 정부는 필수의료 분야 수가를 현실화하는 게 먼저 해야 할 일인 것 같다”고 했다. 정부는 지난 3월 11일부터 전공의 대체인력으로 군의관과 공중보건의(공보의)를 상급종합병원들에 파견해왔다. 지난 5월 22일 기준 423명이 파견됐고, 23일부터 군의관 120명을 추가했다. 역시 전공의 업무를 추가로 맡은 의대 교수들의 피로가 쌓이고 있다. 이에 의대 교수들은 지난 4월 30일 이후 개별적으로 ‘주 1회 휴진’을 하고 있다. 군의관·공보의 파견 수요가 커진 배경이다. 다만 공보의 상당수는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지 않은 일반의라 교수를 대체하긴 어렵다. 한편 지역 보건소·공공의료기관에서 일하던 공보의들의 파견 규모가 커지고 장기화하면서 해당 지역의 의료공백을 일으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5월 말 내년 의대 정원 확정될 듯···‘의·정 대화’ 먼 길 서울고등법원이 지난 5월 16일 의대 교수, 전공의, 의대생, 수험생 등이 제기한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 건에 대해 각하·기각 결정을 하면서 정부의 내년도 의대 증원은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는 대법원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정부는 5월 31일 대학별 2025학년도 대학 수시 모집 요강이 공고되면 되돌리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의대 정원이 늘어나는 것은 1998년 제주대 의대 신설 이후 27년 만이다. 2006년 이후 동결된 의대 정원 3058명은 19년 만에 깨진다. 정부는 국립대 총장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내년에 한해 늘어난 정원을 배분받은 32개 대학이 증원분의 50~100% 선에서 정원을 자율로 정하도록 허용했다. 각 대학 결정을 종합하면 내년 의대 총 입학정원은 1509명이 늘어난 4567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부 대학 학내 의사결정기구에서 내년 의대 증원을 반영한 학칙 반경 안이 부결되면서 막판까지 변수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가 의대 증원 결정의 효력을 멈춰달라는 집행정지 사건의 항고심 결정이 내려진 지난 5월 16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로비에 정부를 비판하는 포스터가 걸려 있다. 김창길 기자 의·정 갈등 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정부와 의료계 양측 모두 ‘대화’를 하자면서도 진전은 없다. 지난 4월 출범한 대통령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의대 증원을 포함한 지역·필수의료 강화방안을 마련하겠다며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의사단체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대한의사협회가 지난 5월 22일 의대 교수 단체, 대학의학회 등과 비공개 연석회의를 연 후 “의료계는 정부와 대화 준비가 돼 있다”는 메시지를 냈다. 정부도 “대화의 문은 늘 열려 있다”(조규홍 복지부 장관, 5월 23일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고 했다. 다만 대화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의료계는 의대 증원 추진 중단을 요구하고, 정부는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 같은 비현실적인 조건은 받아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지난 5월 22일 총회를 열어 정부 보건의료 정책 자문과 관련 위원회 참여를 거부하는 운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정부와 의료계가 의견을 나눌 창구는 오히려 좁아졌다. 의료공백을 해소하는 게 시급한데 전공의들은 ‘요지부동’이다. 정부가 전공의 수련·노동환경을 개선하고, 행정처분 유연 적용 등 연일 유화책을 제시하며 복귀를 촉구했지만, 전공의들은 응하지 않았다. 100개 수련병원 전체 전공의 1만3000여명 중 지난 5월 20일 기준 출근자는 659명에 그쳤다. 전공의 없이 비상진료체계로 의료공백을 최소화하는 것 이외에 뾰족한 대안은 없는 실정이다. 복지부는 지난 5월 22일 브리핑에서 “의료현장의 신속한 불편 해소를 위해 환자단체와의 상담창구를 열겠다”고 했다. 향후 11개 환자단체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담당관을 지정하고 개별 환자단체들과 주기적으로 간담회를 열 방침이다. “의사도 의료위기에 책임…정부가 결자해지해야”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인터뷰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왼쪽)이 지난 5월 2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융합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지난 4월 29일부터 5월 10일까지 시민들이 원하는 의료시스템 개선 방안에 대한 원고를 공모했다. 이어 5월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의사 수 추계 연구를 공모하겠다고 밝혔다. 이 시점에 의대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안’을 제시하기 위한 기초자료들을 만드는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서울대 비대위를 이끄는 3기 비대위원장 강희경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지난 5월 21일 기자와 통화에서 “올바른 의료개혁이 무엇인지를 먼저 질문했어야 한다. 정부의 의료개혁안은 현장 의사들과 시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 비대위원장은 “정부의 2000명 의대 증원 정책이 나오는 데 근거가 된 3개 연구는 2018년, 2019년 의료이용량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그 시점에서의 의료이용 행태가 바람직한가를 먼저 질문해야 한다고 봤다”며 “MRI(자기공명영상) 건강보험 급여 보장 확대(2018년 10월)나 실손보험 활성화로 폭증한 의료이용 행태를 의료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과학적 의사 수 추계 연구를 위해, 우리가 원하는 의료시스템을 먼저 논의해야 하기에 선행해 시민 공모를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고등법원이 5월 16일 의대 교수, 의대생, 수험생 등이 제기한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 건에 대해 각하·기각 결정했다. 의료계는 대법원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내년도 대학 입학정원 모집요강 발표 절차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강 비대위원장은 “서울대 비대위도 같은 입장”이라며 다만 “2025학년도의 입학 정원 규모에 대해 (연구를 진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가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안을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했다. 서울대 비대위는 ‘과학적 의사 수 추계 연구’ 공모의 결과는 내년 2월쯤 최종 공개해 2026학년도 의대 증원 규모에 관한 사회적 논의에 자료로 제공하겠다고 했다. 강 비대위원장은 “정부가 2026학년도 의대 정원 규모 재논의가 가능하다고 여러 차례 밝혀왔다”며 “이상적으로는 일본, 미국 등에서 하는 것처럼 의대 정원 문제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논의 끝에 최소 2년에서 5년 정도 앞서서 발표해 준비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했다. 강 비대위원장은 지난 5월 14일 시민 원고 공모 수상작 발표 자리에서 낭독한 비대위 성명서에서 의료계의 ‘책임’을 언급하고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의대 증원을 둘러싸고 의·정 갈등 상황이 부각되면서 의료계 내부에서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드물었다. 강 비대위원장은 “그간 현장 의사들은 환자들을 회송(전원)해줄 의료기관이 점점 없어지고, 멀쩡히 일하던 동료가 떠나는 일들을 보면서 어느 정도 체감을 했지만, 그 바탕의 근본적 문제를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던 것 같다. 미리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하지 않았던 데 대한 책임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서울대 비대위는 시민(환자)들과 의료계, 정부가 의료개혁을 논의하는 상설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의료계 내부에선 환자·소비자단체가 의료개혁 논의체에 참여하는 것에 부정적인 목소리도 있다. 강 위원장은 “의사들과 환자들이 서로를 잘 모르기 때문에 선입견이 굉장히 심한 것 같다”며 “서로가 만나서 대화해보면 생각이 다르지 않은 부분들, 양측 주장이 서로 수용 가능한 이야기들이 있다”고 했다. 의료공백 장기화와 관련해 강 비대위원장은 “의료공백 피해가 발생한 원인이 정부에 있으므로 정부가 해결할 수밖에 없다”며 “의사들은 환자를 열심히 보는 것밖에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전공의들이 떠나 있는 이유는 절망해서다. 정부가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희망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강 위원장은 서울대병원 소아신장분과 전문의로 오는 8월 31일 사직을 예고한 바 있다. 그는 “8월 31일이 저의 희망 사직일인데, 그 전에 문제가 좀 해결됐으면 좋겠다. 저는 사직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전공의들과 같은 생각이다. 국민 건강에 해가 될 것 같은 정책을 이렇게 밀어붙이는 것에 대한 항의의 의미”라며 “정부가 현장 전문가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집
의료공백으로 인한 희생은 없어야”(2021. 03. 19 14:05)
2021. 03. 19 14:05 사회
ㆍ정유엽 학생 사망 1주기, 경산에서 청와대까지 걷는 아버지 “오늘 출발할 때만 해도 마음이 굉장히 착잡했습니다. 아내가 아침에 전화했는데 유엽이 SNS 계정이 다 없어졌다고 울더라고요.” 정성재씨(54)는 이 말을 한 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비밀번호를 풀지 못해 미접속 상태가 1년을 지나자 아들의 계정이 휴면상태로 바뀌었다. 지난해 3월 18일 코로나19 의심환자로 분류돼 제때 병원 진료를 받지 못한 채 급성폐렴으로 숨진 아들 정유엽 학생(당시 17세)을 추억할 수 있는 작은 연결고리가 사라진 것이다. 이날은 경산에서 출발해 청와대로 향하는 도보행진을 시작한 지 23일째 되는 날이었다. 코로나19 확산 당시 의료공백으로 숨진 고 정유엽 학생의 아버지 정성재씨와 시민들이 3월 18일 서울 정동사거리를 출발해 진상규명과 의료공백 재발 방지, 의료공공성 강화를 촉구하며 청와대 분수대 앞까지 도보행진을 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370㎞ 걸으며 외쳤다 “공공의료 한걸음 더” 지난해 3월 10일 대구·경북지역에서 코로나19가 크게 확산하던 시기, 마스크를 사러 추운 날씨에 약국 앞에서 오래 줄을 섰던 아들이다. 아들은 이틀 뒤부터 고열 증상을 보였고, 정씨는 아들과 함께 집 근처 민간병원인 경산 중앙병원을 찾았다. 병원은 코로나19 환자로 의심해 해열제와 항생제만 처방해주고 집에 돌려보냈다. 뒤늦게 입원한 영남대 병원에선 코로나19 검사만 13번을 받았다. 총 14차례에 걸친 검사결과는 모두 음성이었다. 부모는 음압실에서 죽은 아들의 임종조차 못 했다. 그후 1년 정씨는 아들의 죽음이 의료공백으로 인한 것임을 알리고자 백방으로 노력했다. 아들만의 일이 아니라는 확신도 있었다. 그 시기 대구·경북지역 초과사망자가 338~900명 정도가 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코로나19 대응으로 공공병상이 포화상태가 되면서 일반 환자들이 입원하지 못하거나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죽은 사례가 평소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정씨는 그해 6월 청와대를 찾아 의료공백 진상조사와 재발방지를 위한 공공의료 강화를 요구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정당에도 도움을 청했다. 그러나 탄원서를 전달받은 청와대 담당자는 “유엽이 한 사례로는 보고하기가 부족하다”고 답했다. 다른 곳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경산 중앙병원은 유엽이 사건 때문에 환자수가 감소했다, 병원 이름을 떼면 탄원서 서명에 동참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왜 아들이 죽었는지 알려달라, 아들과 같은 희생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의료공공성을 강화해달라는 요구에 책임 있는 기관과 정부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정씨는 “참담하다”고 말했다. 1년이 다 되도록 진전이 없자, 아버지는 도보행진을 마음먹었다. 아들의 허망한 죽음이 잊히는 걸 막을 방법은 이것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도보행진은 지난 2월 22일 시작했다. 이번 만큼은 답변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설렘과 기대감 한편에 이것마저 안 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절박함이 함께했다. 주간경향은 3월 16일 경기도 범계역에서 출발해 서울 대림역까지 향하는 약 16㎞의 일정을 함께했다. 정씨는 전날까지 약 340㎞를 걸었다. 아들의 1주기인 3월 18일까지 남은 이틀 동안 14㎞를 더 걸어야 청와대에 도착한다. 베이징에서 불어온 황사가 뒤덮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이날 날씨는 맑았다. 바람이 불어 걷기에 좋았다. 범계역에 모인 이들은 18명이었다. 경북 경산에서부터 동행한 최기석 정유엽사망대책위 집행위원(민주노총 경산지부 조직부장)과 자문변호사 역할을 하는 민변의 권영국 변호사를 비롯해 노조 관계자, 인권단체 활동가, 정의당 경기도당 관계자들이 함께했다. 의료공백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 출발 전 짧게 인사말을 나누고 행진을 시작했다. 도보행진의 시작과 끝엔 늘 “정유엽과 내딛는 공공의료 한걸음 더”를 외쳤다. 오전 10시에 출발해 경수대로를 따라 대림대사거리를 거쳐 석수1동 주민센터에 이르니 1시간 30분 정도가 지났다. 걷기가 만만치 않다는 건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정씨는 직장암 3기로 투병 중이다. 암세포는 제거했지만, 전이 가능성이 있어 늘 조심해야 한다. 정씨는 도보행진을 한 후 첫 3일간은 무척 힘들어했다. 혈액순환이 좋지 않아 발가락은 검게 변했고, 물집도 많이 잡혔다. 어깨 통증도 심했다. 하지만 일주일을 넘기면서부터 오히려 “몸은 훨씬 더 단단해졌다.” 다만 서울에 가까워질수록 심적인 압박감이 커졌다. 묵묵부답을 되풀이하면 거기서 받을 상처가 두렵다. 그는 “목적지에 가까이 왔는데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불확실함을 향해 달려가는 게 불안하고, 앞으로 어떻게 감당할지 고민된다. 한마음으로 함께 걸어주는 분들을 의지하고 가겠다”고 말했다. 고 정유엽 학생의 아버지 정성재씨가 3월 16일 도보행진 중 시민들에게 공공의료 강화를 촉구하는 홍보물을 나눠주고 있다. / 주영재 기자 이날 동행자 중에는 정유엽 학생의 또래도 있었다. 이재혁 정의당 경기도당 청소년위원장(17)이다. 그는 “의료공백으로 인한 사망은 고 정유엽만이 아니라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다. 지역과 지방도시의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데 공공의대 설립과 공공병원 확충으로 시급히 보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밖 청소년인 그는 특히 청소년의 의료공백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신과 진료를 받을 때 청소년이 혼자 가면 흔히 진료 거부를 당한다면서 그 이유를 들었다. 의료공백은 사회적 약자에게 더 크게 문제가 된다는 게 도보행진에 나선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감염병 대유행 등 국가적 재난 상황이 발생할 경우 공공병상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공공병원을 코로나전담병원으로 지정하게 된다. 노숙인, 장애인, HIV 감염인, 이주노동자 등 취약계층이 공공병원에 의지할 길이 막히면서 비싼 민간병원을 찾아야 한다. 그나마 보호자가 없이는 입원을 시켜줄 수 없다, 의사소통이 잘 안 된다는 등의 이유로 진료 거부를 당하기 일쑤다. 결국 이들은 아파도 참고, 참다 병이 악화돼 죽음에 몰리게 된다. 지난 메르스 사태 때 겪었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되풀이되는 것이다. 건강과 대안, 다산인권센터, 인도주의실천의사협, 장애여성공감,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 등 보건의료·인권단체들은 ‘코로나19 의료공백 인권실태조사단’을 꾸려 지난해 11월 의료공백 1차 실태조사를 벌였고, 지난 3월 15일부터는 2차 실태조사를 시작했다. 이날 도보행진에 함께한 랄라 다산인권센터 활동가는 “1차 실태조사 결과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가 의료공백의 위험에 더 크게 노출돼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평소에도 진료받기 어려운 조건의 사람들이 코로나19로 공공병원이 소개되면서 더 갈 데가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누구나 평등하게 의료기관에 접근할 수 있도록 공공의료와 공공병원을 확충할 필요도 있지만, 위급 시기엔 민간병원을 동원할 수 있는 대안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공의대 설립안이나 의대 정원 확대 등은 의사단체의 반발로 흐지부지되고, 올해 공공병원 확충을 위한 예산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정부가 공공의료의 부족 문제를 가리고 의료 문제를 K방역이라는 행정권력 강화로 해결하려 한다는 게 정유엽사망대책위나 보건의료단체의 주장이다. ‘코로나19 의료공백 인권실태조사단’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보고서에만 13건의 의료공백 사례가 담겨 있다. 진상조사 요구하는 국민청원에 동참해달라 그럼에도 정부 차원에서 의료공백 실태조사가 이뤄진 적은 없다. ‘정유엽 사례만으로는 의료공백 문제를 제기하기 부족하다’는 청와대의 입장과 다를 바 없다. 권영국 변호사는 “정부는 백신문제가 해결되면 마치 의료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말하지만 감염병 말고도 다른 질병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이 훨씬 많다. 의료 사각지대를 없애고, 이들이 평등한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이번 계기를 통해 반성하고 개선책을 만들어야 하는데 늘 이슈에서 밀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권 변호사는 “결국 아버님은 의료공백 문제에 사회적 관심을 갖도록 만드는 게 자신의 사명이라고 보는 것 같다. 의료 사각지대에서 피해를 받은 많은 사람을 대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도보행진단은 서울에 진입하면서 10인 이상 집합금지 지침을 따라 9인은 도로로 나머지는 인도로 분리해 행진했다. 인도로 가는 팀은 환하게 웃는 정유엽 학생의 얼굴이 찍힌 전단을 나눠줬다. 많은 사람이 멀리서 이들을 유심히 지켜봤고, 일부는 먼저 다가가 전단을 받아가기도 했다. 도보행진은 이날 오후 3시 30분쯤 서울 대림역 11번 출구 앞에서 끝났다. 정리 행사 중 누군가 “함께 걸어 좋았지만 슬펐다”고 말했다. 어떤 사람은 “세상은 가진 사람이 바꾸지 않는다. 산재문제를 봐도 가장 어려운 상황에 처한 유족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정치권을 움직여 제도를 만들었다. 가장 약한 사람이 가장 큰소리를 낼 수 있는 행진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말했다. “첫발을 내디딜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왜 이런 아픔을 겪어야 하는지, 왜 이런 일이 벌어진 후에도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지, 사회의 제도적인 불합리함과 모순을 왜 해결하려 하지 않는지, 그 답변을 듣고자 참 먼 길을 왔습니다. 제도적 개선으로 누구나 평등하게 진료받을 수 있는 사회가 빨리 정착되고 현실화되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정성재씨가 밝힌 소감이다. 행사를 마친 후 그는 한가지 청이 있다고 말을 건넸다. 도보행진을 시작한 날 청와대 국민청원도 시작했는데 참여자가 저조해 널리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국민청원은 아들의 사망이 코로나19 의료공백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정부가 인정할 수 있도록 진상을 밝혀달라며 올린 것이다. 18일 청와대에 의견서를 전달한 후에도 아무런 답을 받지 못할 경우 청원에 희망을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청원에 동참한 이는 3월 18일 오후 4시 기준 7090명이다. 국민청원에 20만명 이상이 30일 이내인 3월 24일까지 동참해야 답변을 받을 수 있다.
[포커스]코로나 쏠림으로 ‘의료공백’ 어쩌나(2020. 07. 10 15:51)
2020. 07. 10 15:51 사회
의료자원 편중되면서 일반 환자 ‘골든타임’ 놓치는 안타까운 상황 막아야 #1 지난 3월 10일 화요일, 마스크 5부제가 시작된 둘째 날이었다. 2002년생이라 이날 마스크를 살 수 있었던 정유엽군(17)은 아버지 정성재씨(53)와 함께 오후 5시 20분쯤 경북 경산의 한 약국 앞에 줄을 섰다. 아침부터 마스크를 구하려고 백방으로 알아보다 겨우 물량이 남아 있는 곳을 찾아냈다. 6시부터 선착순으로 판매한다길래 외투와 목도리를 하고 기다렸다. 가랑비가 날리던 추운 날씨였다. 7월 9일 광주 서구청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문진을 하고 있다. 광주에선 코로나19 지역감염이 확산하며 감염원이 늘어나고 있다. /연합뉴스 정유엽 학생은 그날 자정 무렵부터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감기인 줄 알고 감기약과 해열제를 복용했다. 열은 12일까지 오르락내리락했다. 그날 저녁 체온을 재니 42도였다. 급히 집 근처 경산 중앙병원 선별진료소에 갔지만 문을 닫아 응급실을 찾았다. 의사는 코로나19로 의심해 해열제와 항생제 한 알만 처방해주고 집에 돌려보냈다. 열은 내리지 않았다. 다음날 병원 문이 열리자마자 선별진료소에서 폐 엑스레이 사진을 찍고 코로나19와 독감 검사를 했다. 의사는 폐에 염증이 군데군데 보인다고만 말하고 코로나19 검사결과가 나오는 내일 오라고 말했다. 그날 오후 일이 뭔가 잘못되어 간다는 생각이 든 부모는 병원에 연락했다. 담당 의사는 진료의뢰서를 끊어주겠다고 했다. 병원에 도착하자 병원장은 대뜸 ‘오늘을 넘기기 어렵다’는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했다. 퇴근 무렵이었다. 구급차를 요청했지만 병원은 거부했다. 항암치료로 손발이 저렸지만 정성재씨는 직접 운전해 대구 영남대병원까지 가야 했다. 중앙병원의 코로나19 검사결과는 음성으로 나왔지만 영남대병원은 13차례의 검사를 추가로 했다. 출입이 금지된 채 부모는 승용차에서 대기하며 전화로 산소호흡기 착용, 스탠드 시술, 인공호흡기 시술 등의 결과를 통보받거나 동의를 요구받았고, 매일 같이 오늘 밤을 넘기기 어렵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3월 18일 아들이 죽기 두 시간 전. 한 의사가 갑자기 흥분한 상태로 전화해 아들에게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알렸다. “변종 바이러스로 생각되는데 세계 학회에 보고할 사항이라고 말하더라고요. 죽어가는 애 앞에서 할 말인가요.” 응급실에서 마지막으로 잠깐 볼 수 있었던 아이의 얼굴. 눈가엔 마른 눈물 자국이 있었다. 사망진단서에는 ‘코로나19에 의한 호흡부전’이라는 사인이 적혔다. 그러나 병원 측은 곧 사망진단서를 회수했다. 질병관리본부의 검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급성 폐렴’으로 사인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최종적으로 급성 폐렴으로 결론이 났지만, 음압병실에 있었다는 이유로 장례식장을 찾기조차 어려웠다. 어머니 이지연씨(51)는 “중환자실에 있었다면 잠깐 손이라도 만질 수 있었는데 음압병실에 들어가 임종도 지키지 못했다”면서 울먹였다. 그렇게 허망하게 떠나보낸 아들은 이제 거실 액자 속에서 살포시 웃고 있다. “(부모와) 20년 후 공기 좋은 곳에서 같이 지내기, 함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기.” 정유엽군의 책상 액자에 담긴 ‘버킷 리스트’다. #2 대구의 한 대학에 다니는 ㄱ씨. 지난 3월 11일 저녁 갑자기 배 오른쪽에 통증이 느껴졌다. 맹장이라고 생각해 경산 세명병원을 찾았다. 체온을 재니 37.8도가 나와 병원에 들어가지도 못한 채 돌아서야 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열이 나면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거친 후 음성 결과가 나와야 병원에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세명병원도 인근 경산 중앙병원도 오후 6시에 선별진료소 문을 닫은 상태였다. 병원 측은 열이 나는 이상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ㄱ씨는 119에 전화해 병원을 수소문했고, 결국 24시간 선별진료소가 있는 대구 경북대병원으로 갔다. 하지만 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폐쇄됐다. 밤을 꼬박 새우고 다음날 오전 6시 40분이 되어서야 코로나19 음성판정과 맹장염 진단을 받아 응급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발생하면서 병동이 폐쇄됐고, 결국 인근 협력병원에서 수술을 받아야 했다. 거의 16시간을 기다린 끝에 받은 수술이다. ㄱ씨는 “위급한 사람에겐 일분일초가 생명과 직결되는데 열이 있다는 이유로 진료를 거부하고, 환자가 알아서 병원을 찾아가라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3 지난 3월, ㄴ씨는 급히 서울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실을 찾았다. 숨을 쉬기 어렵고 두통이 심해 응급 치료가 필요했다. ㄴ씨는 심혈관질환을 앓고 있다. 심혈관질환은 뇌혈관질환, 중증외상과 함께 응급치료가 필요한 3대 중증 응급질환이다. 하지만 응급실은커녕 병원 입구에서부터 막혔다. 코로나19 환자만 진료한다는 이유였다. 문제는 ㄴ씨가 국립중앙의료원 말고는 갈 병원이 마땅치 않았다는 것이다. ㄴ씨는 ‘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HIV)’ 감염인, 즉 에이즈 환자다. 그는 다른 병원에서는 HIV 감염인을 받아주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병원에 사정해 간단한 응급처치를 받았지만 비슷한 일이 발생할까봐 마음을 졸인다. HIV 감염인들은 감염병이 크게 발생할 때마다 의료 사각지대로 몰린다. 마음 놓고 갈 수 있는 병원은 몇몇 공공병원뿐인데, 공공의료원은 제일 먼저 ‘국가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된다. 이번에도 서울의 공공병원 6곳 중 5곳이 전담병원으로 지정됐다. 손문수 한국 HIV/AIDS 감염인연합회 대표는 “감염인이 다치거나 수술이 필요할 때 그나마 잘 받아주는 곳이 국립중앙의료원인데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응급실·수술 모두 막혔다. 갈 곳이 없다”고 말했다. #4 대구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던 지난 2월 말, 근로복지공단 병원 의료진 사이에서는 “우리도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근로복지공단은 전국 10개 직영 병원과 2개 의원을 운영하고 있다. 그들의 우려처럼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은 지난 2월 23일 ‘국가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됐다. 2월 29일에는 근로복지공단 창원병원이 전담병원으로 지정됐다. 의료진을 비롯한 병원 인력들은 바빠졌다. 기존 환자들을 다른 민간병원으로 보내야 했기 때문이다. 공단병원은 특성상 산재 환자, 장기 입원 환자가 많다. 그러다 보니 환자들을 다른 병원으로 보내는 게 쉽지 않다. 창원병원의 한 간호사는 “백방으로 병원을 알아보느라 코로나19 환자를 받기 직전까지 난리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공단병원은 코로나19 국면에서 큰 역할을 했지만 현장 의료진들은 ‘이게 최선이었을까’라고 묻는다. 대구·창원병원 모두 음압시설이 없고 감염내과도 없다. 심지어 재활전문병원인 대구병원은 감염병 대응·통제시설이 없어 본관 전체 출입을 통제하고 병원의 모든 부서와 시설을 컨테이너 건물로 옮겨야 했다. 배호원 보건의료노조 대구병원지부장은 “야전병원처럼 움직여야 해서 직원들이 많이 힘들었다”며 “인근에 감염병을 전문으로 하는 공공병원이나 대구의료원 외에 또 다른 종합병원급 공공병원이 있었다면 컨테이너까지 써 가면서 전담병원을 운영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7월 6일 경북 경산 자택에서 정유엽군(17)의 부모가 아들의 사진이 담긴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주영재 기자 창원병원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왔다. 2013년 폐원된 진주의료원은 중환자실 전체에 음압시설이 되어 있었다. 민간병원에서 꺼렸던 신종플루 환자들을 진주의료원에서 도맡아 치료한 경험도 있다. 때문에 의료진들 사이에서는 “진주의료원만 있었어도…”라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의료공백으로 인한 초과사망 조사 필요 앞선 사례는 모두 코로나19에 의료자원이 집중되면서 응급환자와 입원 환자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 의료공백에서 비롯했다. 특히 정유엽군의 죽음은 여력이 있는 병원으로 응급환자를 안내하는 의료전달체계가 작동하지 않은 탓이 크다. 공공병원 병동을 코로나19 환자 병상으로 바꾸면서 기존 입원 환자의 진료 연속성이 파괴되고, 지역 사회의 진료 역량이 줄어든다. 노인 환자나 만성질환자들은 감염 불안으로 의료기관 방문을 꺼리거나 예정된 치료를 미루면서 위험한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이런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심장병·뇌질환, 응급환자들의 사망이 늘어나는 ‘초과사망’ 사례가 늘고 있다.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 홍윤철 단장(예방의학과 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통계를 토대로 한 대구의 3월 예측 사망자는 1215.8명인 반면 실제 사망자는 1403명이었다. 코로나19로 응급환자·만성질환자의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면서 187명(15.4%)에 달하는 초과사망자를 낳았다고 볼 수 있다. 7월 9일 현재 대구지역 코로나19 사망자(185명)보다 많다. 해외에서도 초과사망 문제는 심각하다. 지난 4월 말 발표된 국제연구진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이후 스코틀랜드(27%)와 잉글랜드·웨일스(35%), 네덜란드(60%), 미국 뉴욕주(26%)에서 사망률이 증가했는데 사망자 중 코로나19로 인한 비율은 채 절반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의 이상윤 책임연구위원(직업환경의학 전문의)은 “초과사망이 확인된 만큼 왜 발생했는지 국내외 사례를 조사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방역에 구멍이 날 수 있다는 가정하에서 의료자원과 방역자원을 구축하는 데 우선적으로 자원을 할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 컨트롤 타워 ‘공공보건의료청’ 만들자 지난 2월 말 콩팥 이식 수술 후 면역 억제제를 먹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가 입원을 못 하고 집에서 목숨을 잃기도 했다. 정유엽군처럼 의료자원 부족에 기저질환이 있는 응급환자를 제대로 살피지 못한 의료전달체계의 미비 탓이다. 전문가들은 가을 2차 대유행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유기적인 의료전달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일부 지역에서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을 꾸려 비슷한 역할을 부여하고 있는데 그 권한을 더 명확히 하고, 장기적으로는 국가 전체의 의료자원 정보를 수집하고 자원을 배분할 수 있는 ‘공공보건의료청’을 설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상윤 위원은 “정유엽 학생을 진료한 의사는 지역사회의 어느 병원에 병상이 남아 있고, 발열이 있음에도 입원시킬 수 있는 병상은 어디에 있는지 몰라 환자를 그냥 집에 돌려보냈다”며 “방역을 책임지는 기관이 있듯이 의료를 책임지고 지역사회의 의료자원을 연계해주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동은 계명대 동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필요한 시점에 적절한 의료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으면 의료공백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코로나19 환자와 아닌 환자를 어떻게 치료할지 대응체계를 세우지 않으면 언제든 비극은 되풀이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은 지금, 호흡기 환자와 발열 환자는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가 여전히 어렵다. 정유엽 학생 부모와 시민단체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정유엽사망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정부의 진상조사와 재발방지책을 요구하고 있다. 정성재씨는 “유엽이와 같은 일을 당한 사람은 누구나 하루하루가 지옥 같을 것”이라며 “이 아픔을 우리 대에서 끝내야지 다른 가족이 또다시 고통받게 할 순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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