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총 4,239 건 검색)
- 의사 출신 김윤 민주당 의원 “여야의정 협의체로는 의·정갈등 못 풀어, 의사 수 추계 기구 필요”
- 2025. 01. 13 19:51사회
- ... 소속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사 출신 국회의원인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의·정갈등을 풀 대화창구로 여야의정 협의체와 같은...
- 영상
- [뉴스토랑] 곡성군에 첫 번째 소아과 의사가 나타났다
- 2025. 01. 11 15:40사회
- ... 처음으로 소아과 의사가 나타났다곡성에는 약 2,400명의 어린이와 청소년이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1960년 소아과 전문의 제도가 시행된 이후 전남 곡성군에는 소아청소년과가 생긴 적이 없었습니다....
- [인터뷰]의사 늘어나면 지방의료 되살아날까··· “일차의료 제대로 돼야 응급실, 입원실 이용 줄어든다”
- 2025. 01. 10 06:00사회
- ... 사는 곳을 기반으로 만성질환의 예방과 관리, 건강증진 활동 등이 이뤄지는 것을 뜻한다. ‘동네 의사’ ‘주치의 제도’ 등이 일차의료 중심의 진료체계 제도다. 노령 인구가 전체의 35%, 만성질환자...
- [포토뉴스] 롯데백화점, 윤봉길 의사 ‘대한민국 만세주’ 선보여
- 2025. 01. 09 21:23경제
- 9일 롯데백화점 대구점에서 한 모델이 윤봉길 의사 얼굴이 들어간 ‘대한민국 만세주’ 설 선물세트를 소개하고 있다. 인삼을 주재료로 사용한 이 선물세트를 구입하면 ‘윤봉길기념재단’에 1만원이...
스포츠경향(총 1,560 건 검색)
- ‘의사 겸 기자’ 홍혜걸 “공부가 제일 쉬워” (같이 삽시다)
- 2025. 01. 09 22:37 연예
- KBS 2TV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 예방의학박 홍혜걸이 망언을 남겨 야유를 받았다. 9일 방송된 KBS 2TV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에서는 의사 부부 홍혜걸·여에스더가 출연했다. 이날 홍혜걸·여에스더 제주의 집을 공개했다. 홍혜걸은 자신의 서재를 공개하기 위해 2층으로 안내했다. 하지만 여에스더는 “책장 가득한 책은 전부 전시용”이라폭로했다. KBS 2TV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 이에 박원숙은 홍혜걸·여에스더의 전공을 물었고, 홍혜걸은 예방의학박사, 여에스더는 가정의학박사라고 답했다. 여에스더는 “남편은 우리나라 최초의 의학전문 기자”라고 덧붙였다. 박원숙은 “어떻게 그렇게 공부를 잘해서 두 개씩 일을 하나”라고 묻자, 홍혜걸은 “공부하는 게 제일 쉽다. 그리고 제일 정직하다”는 망언을 남겨 야유를 받았다. 그러자 홍혜걸은 “두 분처럼 되는 게 훨씬 어렵다. 각자 분야에서 이렇게 대중에게 사랑을 받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훨씬 어렵다. 공부하는 거야 하면 뭐”라고 해명했다.
- ‘충격 폭로’ 인니 국대 출신 “신태용 감독과 선수단 의사소통 문제 커, 그는 독재자 스타일”
- 2025. 01. 09 16:04 축구
- 신 감독 5년 성과 인정했지만 ‘소통 어려움’ 토로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에서 물러난 신태용 감독. Getty Images코리아 신태용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 감독 체제에서 4년여 활약했던 국가대표가 신 감독과 선수단 사이에 언어 소통 문제로 장벽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신태용 전 감독에 대해 “독재자 스타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 미드필더 출신 마크 클록(32·페르시브 반둥)이 9일 ESPN 네덜란드와 인터뷰에서 “신태용 감독과는 언어 장벽이 문제였다. 이로 인해 많은 선수들이 짜증을 냈다. 그게 마찰의 원인이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까지 대표팀에서 활약하다 이후 신태용 전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던 그는 “감독과 갈등이 있었다. 그와 상의하려고 하면 이름이 지워질 수도 있다. 그는 독재자 같고 팀에 우월감을 느꼈다. 그래서 나는 대표팀을 떠나게 됐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다른 매체 NOS도 클록과의 인터뷰에서 “신태용 전 감독은 매우 엄격한 계층 구로조 일했는데, 의사소통은 통역가를 통해 이뤄져 그게 약간 문제였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국가대표 마크 클록이 2023년 6월 아르헨티나와의 친선경기에서 귀도 로드리게스와 볼경합을 하며 드리블하고 있다. Getty Images코리아 클록은 인도네시아 대표팀에 네덜란드계 출신 귀화선수들이 많아지고 순수 인도네시아계 선수가 혼재된 상황에서 한국 출신 감독이 소통하는 게 원활하지 않았다고 했다. 클록은 신태용 감독의 갑작스런 퇴진에 대해 “상황이 좀 복잡하고 논란의 여지가 있다. 5년 동안 팀을 이끈 신 감독을 칭찬하는 팬들도 있다. 그의 해고는 국민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그는 선수들의 발전을 위해 뭔가를 이뤄냈다”며 신 전 감독이 이룬 성과는 인정했다. 그는 인도네시아 매체 트리뷴 티무르를 통해서는 “신태용 전 감독으로부터 게임의 속도와 공을 이용한 결정을 배웠다. 기술적으로는 잘 이해하고 있으며 이는 모든 선수들과 공유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선수단 전체의 소통 측면에서 새롭게 선임된 네덜란드 출신 패트릭 클루이베르트 감독 선택이 옳은 결정이라고 했다. 그는 “선수들의 귀화도 중요하지만 단기적인 성과도 고려해야 한다. 현지 문화도 무시해서는 안된다. 인도네시아 현지 인재도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클루이베르트 체제의 새 대표팀에서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 1월 아시안컵 16강전에 앞서 호주 선수와 대화하는 인도네시아 클록(왼쪽). Getty Images코리아 클록은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위트레흐트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뒤 유럽 무대를 누비다 2017년 인도네시아 리그로 이적해 현재까지 인도네시아에서 활약하고 있다. 귀화에 성공한 뒤 2022년부터 인도네시아 대표로 활약하며 A매치 21경기를 뛰어 4골을 기록 중이다. 한편 인도네시아 축구협회(PSSI)는 지난 6일 신태용 감독과의 계약해지를 발표했다. PSSI는 “신태용 감독과 성인 대표팀 및 U-23(23세 이하) 대표팀 감독직 계약 해지를 알린다”면서 “이번 결정은 협회가 대표팀의 성과, 대표팀이 달성해야 할 장기적 목표에 관해 오랫동안 신중하게 검토하고 평가한 결과를 바탕으로 내려진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후 8일 클루이베르트를 신임 감독에 선임했다고 밝혔다.
- 박명수 “의사·간호사 일 많이 없으면 좋겠어···다들 건강하시라” (라디오쇼)
- 2024. 12. 31 12:22 연예
- KBS Cool FM ‘박명수의 라디오쇼’ 방송인 박명수가 청취자를 위로하며 풍성한 새해를 기원했다. 31일 오전 11시에는 KBS Cool FM ‘박명수의 라디오쇼’(이하 ‘라디오쇼’)가 방송됐다. 이날 ‘라디오쇼’는 29일 있었던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여파로 인해 차분한 분위기 속에 청취자와 소통하며 진행됐다. 라디오부스 내의 모니터 화면에는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문구가 방송 내내 띄워져있었다. 이날 방송은 예정되었던 게스트 초대 없이 DJ 박명수 단독으로 차분하게 진행됐다. 박명수는 “활기차게 방송하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최소한 애도 기간만큼은 (조심하자)”며 희생자들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KBS Cool FM ‘박명수의 라디오쇼’ 박명수는 “올 한 해 너무 힘들었지만 환자들이 낫는 걸 보며 버텼다”는 간호사의 사연에 “의사, 간호사 선생님들이 일이 많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농담했다. 이어 “그만큼 아픈 사람이 많이 사라져서 병원에 환자가 많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요즘 감기가 유행인데 다들 감기 조심하시라”고 마음을 전했다. 또 박명수는 “사춘기 딸과 아침부터 싸워서 기분이 너무 좋지 않다”라는 청취자의 말에 “모든 것은 대화로 풀어야 한다”며 “급박한 상황에서 사람의 본심이 나온다. 흥분해서 자기 감정을 조절 못하는 모습을 보이지 말고 (가족일수록) 더 차분하고 슬기롭게 해결해보자”며 지혜로운 해결방법을 제시햇다. 이날 박명수는 성시경의 ‘희재’, 아이유의 ‘Love wins all’, 김동률의 ‘답장’ 등 잔잔한 곡을 위주로 선곡하며 청취자들과 희생자들을 위로했다. 박명수는 “내년에는 더 많은 웃음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덕담하며 라디오를 마쳤다.
- “레알 마드리드로 가고 싶습니다” 리버풀 성골 유스, ‘헤어질 결심’ 폭탄 선언···“이적 의사 이미 밝혔다”
- 2024. 12. 29 04:27 축구
- 스페인 ‘마르카’ 레알 마드리드와 연결되고 있는 리버풀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 Getty Images 리버풀의 성골 유스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26)가 레알 마드리드 이적을 결심했다는 소식이 나왔다. 스페인 ‘마르카’는 28일(한국시간) “알렉산더-아놀드는 다음 시즌 자신이 어디에서 뛸 것인지에 대해서 이미 결심한 것 같다. 그는 이미 리버풀 이사들에게 내년 여름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라고 보도했다. 알렉산더-아놀드는 리버풀의 성골 유스 출신이다. 2004년 6세에 나이에 리버풀 아카데미에서 축구를 시작한 뒤로 단 한 번도 리버풀을 떠난 적이 없다. 리버풀 유니폼을 입고 팀에 핵심으로 성장한 그는 이젠 없어서는 안 될 선수가 됐다. Getty Images 2016년 1군에 데뷔한 뒤, 지금까지 통산 332경기를 뛰었고, 19골 85도움을 기록하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 6월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고, 재계약이 논의 중이라는 얘기도 나왔지만 아직 이렇다 할 소식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런 가운데 레알 마드리드 이적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는 라이트백 다니 카르바할이 십자인대 부상을 당하면서 시즌 아웃됐고, 그를 대체할 선수를 찾고 있다. 물론 카르바할이 30대 중반을 향해 가고 있기에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대체자다. 하지만 당초 현지에선 리버풀이 알렉산더-아놀드를 붙잡을 것으로 내다봤다. 구단 유스에서부터 키워낸 선수이며 세계 최정상 라이트백으로 꼽히고 있는 알렉산더-아놀드를 쉽게 내보내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Getty Images 그러나 결국 알렉산더-아놀드의 마음을 돌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재계약 협상에 돌입하며 프리미어리그 최고 수준의 주급을 제안할 것이라고도 알려졌지만 세계 최고의 클럽 레알 마드리드의 러브콜을 거절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알렉산더-아놀드는 계약 만료 6개월을 앞둔 1월이 되면 보스만 룰에 의해 자유롭게 타 구단과 협상에 나설 수 있게 된다. 과연 레알 마드리드가 알렉산더-아놀드의 영입을 위해 움직일지 뜨거운 관심이 쏠린다. Getty Images
주간경향(총 90 건 검색)
- 의사 출신 의원들, 의료대란 진단과 처방 왜 다를까(2024. 09. 30 06:00)
- 2024. 09. 30 06:00 정치
- 안철수·이주영 적극적…대부분 초선이라 제대로 못 나서 지난해 말 국회 의원회관에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면담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결국 의료시스템이 붕괴되는 길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의사 출신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9월 19일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진단한 현재 의료계 상황이다. 컴퓨터 바이러스 전문가로 널리 알려졌지만, 안 의원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단국대 의대 교수로 활동했다. 안 의원은 “대통령이 의과대학 교육이 뭔지도 모르면서 자신 있게 이야기한다”라고 비판했다. 4선 안 의원의 처방은 비관적 진단에서 나오는 만큼 극단적이다. 내년인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까지 논의 대상에 포함해야 전공의들이 돌아오고, 의료시스템이 정상화된다고 보고 있다. 이미 진행 중인 내년 대입 수시 입학 절차까지 재검토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안 의원 측은 “안 의원은 오래전부터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대책을 촉구해왔으나, 주변에서는 그의 주장을 비현실적이라고 무시해왔다”며 “최근 그의 말이 옳았음이 입증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한 대표의 ‘심각’ 인식 배경엔 한지아 의원 같은 여당이면서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 소장 출신인 인요한 의원의 처방은 다르다. 최고위원이기도 한 인 의원은 지난 9월 9일 최고위원 회의에서 의료계에 정치권과의 협상을 호소했다. 의료위기를 겨우 넘긴 추석 이후에는 최고위원 회의에서 더 이상 의·정갈등을 언급하지 않았다. 친윤(친윤석열)계로 분류되는 인 의원은 정부의 2000명 의대 증원 강행에 보폭을 맞춰왔다. 진단과 처방 역시 ‘의료개혁 추진’이라는 정부·여당의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앞서 인 의원은 지난 9월 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휴대전화를 보다가 ‘수술 청탁성 메시지’를 받은 사실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신뢰도가 떨어져 버렸다. 대표적인 친한(친한동훈)계 인사인 한지아 의원은 을지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출신이다. 한동훈 대표가 의료대란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인식하는 배경에는 한 의원의 조언이 있다. 한 대표는 여·야·의·정 협의체를 제안하며 2026학년도 의대 증원이 논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정부보다는 훨씬 더 유연한 입장을 보여왔다. 추석 이후인 지난 9월 19일 한 대표는 “여·야·의·정 협의체가 아니면 이 문제를 풀기 위한 출발이 어렵다”며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위기가 없었다’는 여당 원내 지도부와는 전혀 다른 목소리를 낸 것이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한 대표가 지금 의료대란의 심각한 양상을 정확히 알고 있는 듯하다”면서 “여기에는 한지아 의원이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에서도 활약하는 한 의원은 최근 국민의힘과 의료계 대화 시도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 의원은 지난 9월 26일 당대표실 앞에서 기자들에게 의료계와의 대화 상황을 설명하며 “의협에서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입장을 내달라고 하므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내년 의대 증원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한 대표의 처방은 윤석열 대통령과의 독대 시도 실패에서 드러나듯이 한계에 부딪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여당 내 의사 출신 의원들도 친윤(인요한)-비윤(안철수)-친한(한지아)으로 나뉘면서 의료대란에 대해 공통된 하나의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야당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의료대란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 의사 출신 정치인은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이다. 이 의원은 순천향대 천안병원의 소아전문응급센터에서 오랫동안 전문의로 근무했다. 얼마 전까지 현장에서 일해 의료계 문제점을 가장 정확히 알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의원은 지난 6월 말 국회 보건복지위 청문회에서 슬라이드를 동원해 정부의 일방적인 의료개혁이 향후 10년간 의료시스템을 뒤흔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공의들이 결코 현장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과 그것이 어떤 문제를 일으킬지를 정확하게 진단한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의 한 관계자는 “이 의원이 지금 의료계로부터 가장 신망을 얻는 의사 출신 의원”이라고 평가했다. 의사 출신 의원 해법 근원적 비판도 제기 22대 국회에 들어온 의사 출신 의원은 모두 8명이다. 국민의힘에서 안철수·인요한·한지아·서명옥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차지호·김윤 의원이, 개혁신당에서 이주영 의원, 조국혁신당에서는 김선민 의원이 있다. 이중 한지아·서명옥·김윤·이주영·김선민 의원 등 5명의 의원이 보건복지위에서 활동하고 있다. 안철수·인요한·차지호 의원은 국회 외교통일위에 속해 있다. 서울대 의대 교수 출신인 김윤 의원은 지난 9월 12일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한덕수 총리를 향해 의료대란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사실 김 의원은 오래전부터 의사 증원의 필요성을 역설해왔다. 이 때문에 진작부터 의료계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기도 하다. 정부가 의료개혁을 하는 발단을 제공했다는 오해도 받는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민주당으로서는 지금 김 의원을 전면에 내세울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의사 출신은 아니지만 복지위에서 박주민 위원장과 강선우 간사를 내세워 정부의 2000명 증원 강행을 비판하고 있다. 의사 출신 의원들은 대부분 초선이다. 그 때문에 의료대란이라는 정국 최대 현안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목소리가 당론에 크게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의사 출신인 김윤 의원의 해법이 그대로 당에서 수용되기에는 아직 그의 정무 능력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의사 출신 의원들은 지금 사태의 원인을 가장 정확히 알고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각 당에서 자신의 입지 때문에 제대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의 의료개혁 강행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는 이상돈 전 국민의당 의원(중앙대 명예교수)은 “의사 출신 여당 의원들이 정부에 각을 세우고 쓴소리를 했어야 했다”면서 “지금으로서는 다 늦었고, 상황은 모두 끝났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의사 출신뿐만 아니라 모든 직역 출신 의원들이 자신이 바로 헌법기관이라는 소신을 갖고 정치를 해야 하는데 국회에 들어간 후 정당의 목소리에 파묻혀 버렸다”고 비판했다. 의사 출신 의원의 의료계 해법에 대해서는 근원적인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의사 증원 문제를 공급자의 시각에서만 보게 되면 지금 문제가 비록 해결되더라도 이른바 빅5 병원(5대 대형병원) 중심의 왜곡된 형태로 나갈 수밖에 없다”면서 “의료개혁은 철저히 수요자인 국민을 중심에 두고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료계 출신 의원이 의료개혁을 공급자 문제로만 다루게 되면 그것 역시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 [문화캘린더]서른, 안중근 의사의 삶과 고뇌(2024. 05. 22 06:00)
- 2024. 05. 22 06:00 문화/과학
- [뮤지컬]<영웅> 15주년 기념공연 일시 5월 29일~8월 11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관람료 VIP석 16만원, R석 14만원, S석 10만원, A석 8만원, B석 6만원 2009년 안중근 의거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뮤지컬 <영웅>이 올해 15주년 기념 공연을 연다. <영웅>은 지난 15년 동안 9번의 시즌을 보내며 한국을 대표하는 뮤지컬로 자리 잡았다. 올해는 15주년이자 <영웅>의 10번째 시즌으로 더욱 의미를 더한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영웅>을 대표하는 배우 정성화, 양준모, 민우혁 등이 안중근 의사 역할로 합류했다. 이토 히로부미는 배우 김도형, 서영주, 이정열 등이 맡았다. 2009년 10월 한국에서 초연한 <영웅>은 2011년에는 미국 뉴욕, 2015년에는 중국 하얼빈에 진출하는 등 세계로 무대를 넓혔다. 2019년에는 10주년 기념 전국 10개 지역 투어를 진행했고, 20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지난해에는 <명성황후>에 이어 국내 창작 뮤지컬 사상 두 번째로 누적 관객 100만명을 돌파했다. 뮤지컬 <영웅>이 다루고 있는 이야기는 안중근 의사의 삶 중 1909년에 맞춰져 있다. 대한제국 주권을 일제에 완전히 빼앗길 위기에 놓인 시점에서 갓 서른 살이 된 청년 안중근의 고뇌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가 독립운동의 결의를 다지고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을 방문하는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는 과정을 모두 담고 있다. <영웅>이 다루고 있는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를 통해 당시 시대 상황과 조선 청년들의 고뇌를 함께 엿볼 수 있다. 이번 <영웅> 공연에서는 세종예술아카데미와 연계해 초등학생 대상 교육을 함께 진행한다. 교육은 노래, 서예, 안무, 역사 강좌로 구성되며 수강을 하면 <영웅> VIP석 표를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교육에 참여하는 초등학생의 보호자에게도 VIP석 표를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할인권을 제공한다. 아이와 함께 <영웅>을 관람하고자 하는 부모님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전망이다. 02-2250-5900 *주간경향을 통해 소개하고 싶은 문화행사를 이 주소(flycloser@kyunghyang.com)로 알려주세요. 주간경향 독자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공연이나 전시면 더욱더 좋습니다. [연극]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 일시 6월 1~30일 장소 상명아트홀 1관 관람료 전석 6만원 인간의 도덕성과 그것을 판단하는 잣대에 관해 이야기하는 연극이다. 1980년 러시아 극작가 류드밀라 라주몹스까야의 작품으로 유럽 내 100개가 넘는 극장에서 공연됐다. 선과 악에 대한 기존의 관념을 바꾸려는 철학적인 작품이다. 1566-5588 [무용]몽유도원무 일시 6월 28~30일 장소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관람료 R석 4만원, S석 3만원 꿈속에서 본 듯한 아름다운 모습을 춤으로 풀어낸다. 이상과 현실이 공존하는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모티브로 삶의 무게를 벗어던지고 이상으로 향해가는 인간의 모습을 춤으로 형상화했다. 02-2280-4114 [콘서트]아시안 팝 페스티벌 2024 일시 6월 22~23일 장소 파라다이스시티 관람료 양일권 17만6000원, 1일권 11만원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의 공연을 한 공간에서 만나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넬, 마이 엔트 메리, 김창완밴드, 백예린, 브로콜리너마저, 크라잉넛 등 국내 정상급 가수들도 함께한다. 1544-1555
- 문화캘린더문화캘린더
- [김우재의 플라이룸](50) 한국의 의사, 중국의 엔지니어(2024. 05. 03 16:00)
- 2024. 05. 03 16:00 사회
-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지 60일째인 지난 4월 18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캐나다에서 살던 때의 일이다. 쇼핑몰에서 뛰던 아이가 넘어지면서 바닥에 튀어나와 있던 못에 무릎이 크게 찢어지는 일이 있었다. 오후 6시가 다 돼가던 시간이었고, 급하게 지혈을 하며 근처 병원 응급실로 차를 몰았다. 첫 번째 응급실 간호사는 아이의 무릎 상태를 자세히 보지도 않은 채 증상이 심각하지 않다고 판단했고, 두어 시간을 기다리다 지쳐 더 큰 대학병원 응급실로 향했으나 마찬가지였다. 8시간을 기다리고 나서 들어온 젊은 전공의들은 도대체 왜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렸냐며 급하게 찢어진 상처를 꿰매는 수술을 진행했다. 그 후에야 캐나다에선 웬만큼 심각한 증상이 아니면 응급실이나 병원에 가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전 국민 무상 의료를 실시하고 있는 캐나다의 현실이다. 완벽한 의료체계란 없다 한국, 미국, 캐나다, 중국의 의료체계를 직접 경험하며 살았다. 미국은 잘 알려져 있듯이 의료비가 엄청나게 비싸다. 보험 없는 사람이 자칫 응급실이라도 실려 갔다간, 엄청난 빚더미에 앉게 될 수 있다. 하지만 돈 있는 사람들에게 미국 의료체계는 천국이다. 자본주의의 극단에서 만들어진 의료체계를 보고 싶다면, 미국을 보면 된다. 미국에서 아이를 출산할 때, 우연히 나중에 명세서를 보게 됐는데, 약 2000만원이 청구돼 있었다. 대학에서 제공해주었던 보험이 아니었다면, 가난한 박사후연구원이 낼 수 있는 수준의 금액이 아니었다. 캐나다는 의사가 부족하다. 의사가 얼마나 부족하냐면, 당장 죽을 정도의 질환이 아니면 의사를 만나는 것 자체가 힘들다. 한 지인이 피부질환으로 수술을 받고 싶어했는데, 미용 목적으로 판단돼 몇 년을 기다리는 걸 본 적이 있다. 물론 캐나다는 진짜 무상 의료를 추구하는 국가다. 암에 걸려도 무료로 치료받은 사례를 여럿 목격했다. 하지만 그건 소득의 절반 이상을 세금으로 내는 캐나다라 가능한 일이다. 또한 부족한 의사 수 때문에 무상 의료를 받기 위해선 기다림이 필수다. 캐나다는 미국에 경제적으로 종속된 국가다. 과학기술은 물론 의료체계까지 캐나다는 미국이라는 이웃의 대국에 영향을 받는다. 실제로 캐나다 사람들은 급한 경우에 미국에 가서 치료를 받는다. 그리고 캐나다 의대생들은 졸업 후 미국에서 의사로 일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캐나다보다 미국 의사의 연봉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중국은 의사가 인기 없는 직업이다. 물론 의사가 되면 공무원처럼 평생직장을 보장받을 수 있지만, 들이는 시간과 일하는 양에 비해 의사 연봉이 형편없다고 알려져 있다. 근처 병원의 의사가 공동연구를 원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과학자인 내 연봉의 절반도 안 되는 돈을 받고 일하는 걸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의사가 인기가 없으니, 의료체계가 공공의료 중심으로 유지되고, 결국 첨단 의료에서 뒤처지게 된다. 중국의 의료체계는 문명국가를 추구하는 중국의 큰 약점 중 하나다. 의대생 증원을 두고 의료계와 정부의 대립이 지속하는 가운데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이 시작된 지난 3월 25일 서울의 한 대학 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한수빈 기자 공대생이 만든 나라 실제로 첨단과학기술 분야 대부분에서 미국을 앞선 중국이 유일하게 미국과 한국에 뒤처지고 있는 분야가 의생명과학 분야다. 특히 반도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산업 분야에서 중국에 주도권을 내주고 있는 한국은 지난 수십 년간 큰 규모의 투자와 더불어 여전히 중국보다 우위를 점유하고 있는 의생명과학 분야에 대한 장기적인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최근 북경과 선전 일대의 의생명과학 관련 연구소와 회사들을 둘러보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대로 게임이 진행된다면, 한국의 의생명과학 분야는 곧 주도권을 잃게 될지 모른다. 지난 4월 초에 미국 재무장관 재닛 옐런이 중국을 재차 방문해 태양전지판 등의 생산을 억제해 달라며 공급과잉의 우려를 전했다고 한다. 테무와 알리의 공습에서 알 수 있듯이, 이제 중국은 과잉생산을 통해 전 세계의 공급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고, 미국이 이를 위협으로 느낄 정도가 된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한국 언론은 중국에 관한 자극적인 기사만 내보내고 있고, 대통령과 정부는 아예 중국과의 관계에서 손을 뗀 상황이다. 그렇다고 더불어민주당이 딱히 제대로 된 대안을 가진 것 같지도 않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중국을 공대생이 만든 나라라고 말한다. 실제로 중국의 역대 최고 지도자 모두가 공대생이었다. 덩샤오핑은 프랑스에서 자동차공학을, 장쩌민은 상해 교통대 전기공학을, 후진타오는 칭화대 수리공정과를, 그리고 잘 알려져 있듯이 시진핑 현 주석은 칭화대 화학과를 전공하거나 졸업했다. 전병서 소장은 바로 이 중국 최고권력의 공대생 마인드가 서비스에 약한 공대생의 나라를 만들었다고 말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서비스업은 과학기술이라는 하부구조의 견고함이 없으면 결코 창발을 만들어낼 수 없다. 그것이 인도의 발전에 한계가 명확한 이유다. 의한민국 직업에 따라 노동의 대가가 어떻게 달라야 하는지에 대한 합의는 없다. 극단적으로 모든 노동에 대해 동일 시간 동일 임금을 주장할 수도 있고, 임금을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직업별 노동의 가치를 사회적 맥락 속에서 정량화할 방법은 아직 없다. 그런 게 있다고 해도 완벽하지 않을 것이며 부작용이 더 클 것이다. 하지만 한 직업이 지나치게 큰 가치를 부여받는 사회에선 해당 직업의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 사고실험을 해볼 수는 있다. 즉 해당 직업이 없다면 사회가 얼마나 빨리 무너질 것인지 상상해보는 것이다. 바로 이 사고실험을 통해 의사라는 직업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명확해진다. 의사는 분명 사회의 기능에 중요한 직종이며, 그들의 임금이 평균보다 높은 것도 당연하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 사회는 의사만큼 중요한 다른 직종들에 대해서도 그 정도의 임금을 보장하는가. 엔지니어가 없는 사회를 상상해보자. 발전소가 멈출 것이고, 당장 전기와 통신을 비롯한 생존의 필수체제가 무너질 것이다. 즉 엔지니어가 사라진 사회는 의사가 없는 사회보다 훨씬 더 빠르게 무너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노동이 공정하게 대접받는 사회에선 공대생이 의대생만큼 대접받아야 한다. 적어도 미국과 중국은 그런 점에서는 공정성이 유지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엔지니어 중에 기회만 된다면 외국으로 옮기려는 비율이 얼마나 될까. 그 답이 머릿속에 그려진다면, 대안은 뻔한 것이다. 얼마 전 AI 분야 상위 인재의 대부분이 중국계 과학기술자라는 통계를 보았다. 중국은 과학기술 인재 양성에 국운을 걸고 움직여왔고, 한국은 의사 양성에 국운을 건 듯 움직여왔다. 의사가 나라를 구할 것이다. 그러길 바란다.
- 김우재의 플라이룸
- 의사 파업은 총선 호재냐 악재냐(2024. 03. 25 06:00)
- 2024. 03. 25 06:00 정치
- 의료대란 일어나면 여당에 불리·극적 타결 땐 유리 의대 증원으로 인한 반발로 의료대란이 지속하고 있는 지난 3월 12일 서울 시내 한 공공병원에서 의료진이 환자 옆을 지나가고 있다. 한수빈 기자 이번 총선도 4년 전처럼 ‘보건·의료’ 이슈가 여야의 승패를 좌우하게 될까. 지난 총선(2020년 21대 총선)은 ‘코로나19 사태’가 거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다. 당시 ‘해외입국 원천봉쇄’를 주장한 야당(미래통합당)과 정부의 방역 대응을 옹호한 여당(더불어민주당)이 맞붙었다. 유권자들은 1차 대유행을 막은 문재인 정부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고, 그 결과 민주당이 압승했다. 4년 전 코로나19 이슈보다 영향 적어 공교롭게도 4년 뒤 올해 총선에서도 윤석열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증원 추진이라는 보건·의료 이슈가 선거판을 흔들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 20일 내년도 의대 입학정원을 2000명 늘리는 안을 확정해 발표했고, 의대 교수들이 이에 항의해 집단 사직을 예고했다. 서로 각자의 길을 가는 의·정이 정면충돌해 총선 막바지에 ‘뜨거운 감자’가 될 가능성이 점차 커졌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이종섭 주호주대사(전 국방부 장관)와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리스크(위험)가 어느 정도 가라앉게 되면 ‘의료계 집단행동’이 가장 변수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철현 정치평론가 역시 “의사 증원이 마지막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국민의힘에는 가장 큰 총선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여당으로서는 지난 2월 말·3월 초의 유리한 국면을 되살릴 수 있는 ‘불씨’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 소장은 최근 국민의힘에 불리하게 돌아가는 선거 판세 속에서 “만일 의·정의 극적 타결이 이뤄지면 보수가 결집하고 중도 일부가 합류해 국민의힘이 제1당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김 평론가는 “용산 대통령실에서 (의사 증원을) 밀어붙이고 여당에서는 정략적으로 거리 두기를 하는 모양새를 보인다”면서 “대통령실에서 소극적인 여당의 태도에 불만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고 진단했다. 엇갈린 처지로 인해 대통령실의 의대 입학 정원 증원 추진이 여당의 선거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유권자들에게 있어 대통령과 정당은 구분이 된다”면서 “(의사 증원 문제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율 상승에는 이득이 될지는 몰라도 총선을 앞둔 여당과는 별개의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짚었다. 문제는 야당인 민주당의 입장이다. 민주당은 정원 확대에는 찬성하면서도 의·정의 충분한 대화와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충돌이나 의료대란 같은 극한 대결을 피하자는 것이다. 홍 소장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면 양당 의견이 찬반으로 갈려야 하는데, 사실상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어정쩡한 입장이 민주당 득표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만, 역설적으로 여당인 국민의힘에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김포지역의 서울특별시 편입 문제처럼 민주당이 여당의 정책을 사실상 따라가는 모양새를 취하면 총선에 득인지 실인지 계산이 잘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총선에서 의대 정원 확대 문제가 큰 쟁점이 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양당의 입장이 대립적으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18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을 방문해 병원장 등 참석 의료진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상대적으로 의대 정원 확대 문제의 영향권은 4년 전 코로나19 이슈보다 넓지 않다. 코로나19 사태는 전 국민이 피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렸는데 의대 정원 확대 문제로 인한 의·정 갈등은 환자와 환자 가족 등으로 피해 범위가 제한적이다. 따라서 총선에 미치는 여파가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홍 소장은 “코로나19는 외생변수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사태지만, 의·정 대립은 정책 충돌로, 여러 가지 소통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인위적인 방식으로 해결될 여지가 많다는 점에서 총선에 파괴적인 이슈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의료계 집단행동 사태는 이종섭·황상무 사태와도 묘하게 맞물려 있다. 앞서 의사 증원을 기대하는 유권자들의 바람은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의대 정원 확대 방침 발표 이후 윤석열 정부의 국정 지지율은 20%대 하강 국면(갤럽 정기여론조사)에서 30%대(2월 3주차 조사)로 반등했다.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 이유로 ‘의대 정원 확대’(2월 4주차 조사)를 손꼽는 비율도 높아졌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런 가운데 이·황 사태가 벌어졌고, 선거국면에 두 사안은 복잡하게 얽혔다. 민주당 측 보건복지위 관계자는 “의사 증원 정책이 국민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으나 검찰 정권의 강압적 추진이 오히려 역기능을 낳고 있다”고 평가했다. 의료계와의 소통 방식이 대화와 절충·협상이 아닌 수사기관의 수사 압박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야권은 검찰 정권의 국정 운영 방식이 두 사안에서 똑같이 일방적인 지시와 강행으로 나타나면서 부작용이 더 커졌다고 보고 있다. “대통령실 일방적 추진에 피로감” 의료계의 저항과 진료 차질을 충분히 예상하고도 윤석열 정부가 대책을 전혀 준비하지 않은 점은 비판받고 있다. 그 때문에 국민 건강에 대해 불안감만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안 대표는 “이번 사태는 대통령실과 여권이 총선을 앞두고 일방적으로, 당리당략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인상을 풍기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여당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안 대표는 또 “대통령실의 일방적 추진이 국민에게 피로감을 안기고, 오히려 의료계 현안임에도 불구하고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이렇게 막무가내식으로 해결하려는가라는 의문을 낳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향후 의대 교수들이 집단으로 사직하게 되면, 한 달 이상 전공의의 이탈 공백으로 지친 병원에 의료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 의료대란으로 인한 불똥이 제대로 준비도 하지 않고 밀어붙이는 정부뿐만 아니라 여권에도 쏟아질 수도 있다. 최병천 소장은 “‘의대 정원 극적 타결’은 국민의힘에 도움이 되고, 반대로 윤석열 정부와 의료계가 정면으로 맞붙어 의료대란이 일어나게 되면 국민의힘에 불리하게 된다”고 전망했다.
레이디경향(총 69 건 검색)
- 톰 형이 짠하게 느껴진다면? ‘탑건:매버릭’②[영화에 관한 정신과 의사들의 대화]
- 2024. 03. 26 06:58 문화/생활
- [두 명의 정신과 전문의가 한 편의 영화를 두고 정신분석학적 시각과 정신의학 이론을 토대로 다각도로 분석해 보는 코너입니다.] <탑건: 매버릭> 보도 스틸 ▶남자들은 왜? ‘탑건: 매버릭’①[영화에 관한 정신과 의사들의 대화]에서 이어집니다. 윤 : <탑건2>에서도 반복되는 대사가 바로 “생각하지 말고 그냥 해”죠. 박 : 동물의 세계를 보면 ‘알파메일’이 있지. 힘이 가장 세서 모든 걸 차지하는. 매버릭도 그런 셈이야. 어쨌건 비행 실력과 그런 무모함 덕분에 가장 뛰어난 조종사잖아? 게다가 얼굴도 잘 생겼어. 잘 생겼다는 건 건강하다는 신호야. 원론적으로 얘기하자면 우리는 그 사람이 건강할지 아닐지를 외모를 보고 판단하도록 적응되어 왔어. 얼굴이 비대칭이고, 피부에 뭐가 많이 나고, 눈코입이 적당한 위치에 있지 않다면 건강하지 못하다는 신호로 받아들이지. 그 반대면 좋은 유전자를 가졌다는 의미고. 멋진 외모는 좋은 유전자를 갖고 있을 거라는 암시야. 물론 이건 수십 만년의 원시 사냥사회를 기준으로 했을 때의 얘기지만. 윤 : 잘 생기고 몸도 잘 발달해있고 얼굴도 잘생긴 매버릭은 알파메일인 셈이네요. 박 : 여기서 또 중요한 건 평판이라는 심리기제야. 톰 크루즈라는 잘 생긴 배우가 있는데 우리는 왜 그를 좋아할까? 여자뿐 아니라 남자들도 말이야. 알파메일은 나머지 개체들한테 경쟁자일텐데. 하지만 알파메일이랑 경쟁하는 대신에 그를 추앙한다면 얘기가 달라지지. 능력 있는 개체와 잘 지내는 것이 생존에 오히려 더 유리할 수 있거든. 흡혈박쥐들은 서로 피를 나눠 먹어. 한 마리가 피를 빨아오면 옆자리 박쥐한테 빨아먹은 피를 게워내서 나눠주지. 받아먹은 박쥐가 사냥해왔을 땐 갚아주고. 이런 식으로 협력하는 행동을 하는 개체들이 더 많이 살아남아서 그런 행동 경향은 후대로 전달되거든. 사람도 비슷해. 능력 있는 사람이 누굴 도와준다면 그의 평판은 올라가고, 좋은 평판을 받은 그 능력자도 지지자들 덕분에 이득을 보지. 윤 : 매버릭이 혼자 잘났다고 이기적으로 행동했다면 매력이 덜 했겠죠. 영화에서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동료들을 도와주잖아요. <탑건: 매버릭> 보도 스틸 박 : 톰 크루즈, 다시 말해 젊은 매버릭이 무모한 행동을 하고, 그런 모습을 왜 사람들은 좋아할까 하는 이유는 우리 유전자 속에 전달되어온 원시 사냥사회의 본능이 무의식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내 설명이야. 윤 : 저는 사람들이 이 영화를, 그리고 톰 크루즈를 좋아하는 이유를 다른 식으로 봐요. 젊음도 있지만 사실 이 영화가 사람들이 받아들이기에 아주 쉽게 되어있기 때문이라는 거죠. 상징계적으로 되어 있어요. 남자주인공은 남성적이고 용감해. 그냥 우리 상식에 부합하고 거슬리는 부분이 별로 없어요. 매버릭이 제멋대로였던 이유도 타고난 기질도 있지만 다른 요인도 있다고 봐요. 일단 아버지가 없어요. 유능한 조종사였는데 전투에서 죽었죠. 근데 아버지가 너무 잘나면 자식이 힘든 경우가 많잖아요? 큰 나무 밑에서 작은 나무가 자라기 어렵듯이요. 특히 아들의 기질이 아버지랑 다르게 느슨한 경우 아이는 위축되고 우울 불안해지곤 하죠. 안 맞는 거예요. 반대로 아버지처럼 되기 위해서 너무 과하게 행동하는 경우도 있죠. 박 : 매버릭처럼 말이지. 윤 : 아버지와 동일시를 하는 거죠. 이게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로 이어지는 과정과도 연결이 되고, 경쟁자이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니깐 우상화하고 아버지처럼 되기 위해서 노력하고… 그래서 더 무모한 행동을 하지 않나 싶어요. 그리고 여자도 하필 자기보다 키가 크고 연상인 여자를 좋아하죠. 박 : 나는 좀 다른 측면으로, 매버릭이 여자와 사귀는 장면에서도 인간의 보편적인 본성, 어떤 경향 같은 게 드러난다고 봐. 1편에서 술집에서 찰리를 보는 순간 딱 첫눈에 마음에 드니까 매버릭이 먼저 접근을 하잖아? 플러팅한다고 하지. 그것도 친구 구스가 거들면서 춤추며 노래까지 부르고. 이런 상황에서 왜 여자가 아니라 남자가 먼저 접근을 할까? 이것도 진화심리학에서 성 선택, 성 전략으로 설명이 돼. 남자의 정자는 값싸다고 하지. 정자 수도 많고 여기저기 뿌리는 게 자손 번식에 유리하거든. 반대로 여자의 난자는 비싸. 개수가 제한되어 있지. 게다가 자궁은 더 귀해. 한번 임신하게 되면 10달 동안 잘 사용해야 하거든. 소중하지. 그래서 여자들은 짝짓기 전략에 있어서 신중해. 매버릭은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구애를 하고, 찰리는 마음의 문을 천천히 열지. 남녀는 연애에서도 이렇게 기본적인 성향이 달라. 윤 : 하지만 그것도 요즘 세대는 여자들이 더 적극적인 경향이 있잖아요? 그러니깐 구애 행동에도 문화적인 영향이 있다고 봐요. <탑건: 매버릭> 보도 스틸 박 : 맞아. 그렇기 때문에 사실 정신의학이나 심리학 같은 학문이 과학적이지 못하다고 비난받는 면이 있어. 남자가 적극적이라고 했다가 그게 아니라고 했다가… 아까 아버지와의 관계 문제도 아버지가 훌륭하면 아들이 주눅이 든다고 했다가 동일시해서 더 강해진다고도 말하고…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비아냥을 사곤 하지. 근데 이건 좀 억울해. 사람의 복잡한 심리기제가 어떻게 공식 하나에 맞아떨어지겠어? 윤 : 그건 심리를 표현하는 데 언어라는 것이 사용되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 수학이나 과학처럼, 1더하기 1은 2처럼, 공식으로 딱 떨어지는 게 아니죠. 언어라는 건 불완전해요. 언어학에서 기표와 기의, 이렇게 얘기하는데 언어가 무언가를 표현할 때 내가 원하는 뜻을 상대방한테 확실히 이해시켜줄 수 있지가 않거든요. 내가 사과라고 말해도 내가 먹어본 사과랑 상대가 먹어본 사과가 다를 수 있죠. 극단적으로 말하면 난 달고 빨간 부사를 상상하면서 말하는데 상대는 시큼한 초록색 아오리를 떠올릴 수도 있는 거거든요. 박 : 그렇다고 정신의학이론이 논리적이지 않은 건 아니야. 여러 가설이 있지만 다들 논리성이 있지. 설사 다른 결론에 도달하더라도 말이야. 실제로 환자를 보다 보면 어떤 사람은 프로이트 이론이 들어맞고 어떤 사람은 융 이론이 적합하거든. 중요한 건 대화하면서 어떤 쪽일지 이야기를 풀어나가다 보면 환자가 깨닫고 동의하는 지점이 나와. 그러면서 문제가 해결되는 걸 우리 의사들은 직접 확인하곤 하잖아. 윤 : 그건 우리가 지금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형과 제가 다른 설명을 붙이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죠. 그리고 그렇게 다양한 시각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게 영화의 매력이기도 하고요. <탑건: 매버릭> 보도 스틸 박 : 다시 영화 얘기로 돌아가 보자고. 1편이 아직 어린 사내아이 같은 특성을 보이는 20대 톰 크루즈라면, 2편은 조종사이던 때를 벗어나지 못하는 중년 남자의 이야기이지. 인간은 어른이 되어서도 심리사회적으로 계속 발달을 해. 발달이라기보다는 난 변화라는 표현이 더 맞는다고 생각하는데, 20대일 때의 심리와 50~60대일 때의 심리는 다를 수밖에 없고 또 달라야 하지. 에릭슨에 따르면 청년기는 친밀감을 성취하는 시기라고 해. 뭔가에 익숙해지는 때라는 거야. 일에서도 그렇고 연애 같은 인간관계에서도 그렇고. 이때 이룬 거를 바탕으로 30대에서 50대까지 열심히 살면서 뭔가를 이뤄내. 생산성의 시기라고 하지. 그런 다음 이제 60대가 되면 자신이 이룬 것을 마무리하는 자아통합의 과정을 거쳐야 해. 윤 : 그렇게 되면 인생을 잘 살았다고 느끼게 되죠. 박 : 제독까지 오른 아이스맨은 아마 자아통합을 이뤘을 거야, 나 잘 살아왔다고. 하지만 매버릭은 생산성의 시기를 제대로 보내지 못한 것 같아. 그저 조종사이던 때의 성취감에만 계속해서 머물러 있지. 그 나이가 돼서도 여전히 젊었을 적의 가죽 점퍼를 입고 가와사키 오토바이를 타면서 아직도 자신이 전투비행사인 걸로 착각해. 그래서 아이스맨이 “It’s time to let go”라고 충고해. 그 시절을 이제 그만 떠나보내라고. 일뿐만 아니라 사랑에서도 매버릭은 변화하지 못했어. 젊은 시절 사귀었던 페니와 2편에서 다시 만나는 걸로 나오지. 가만 보면 30여 년이 흐르는 동안 페니랑도 만났다 헤어졌다를 반복한 것 같아. 페니랑 데이트한 날 페니 딸이 돌아오자 창문으로 도망쳐. 10대 아이 같지. 다크스타 프로젝트에서 무리하다가 추락해서 먼지투성이가 된 채로 식당에 들어온 장면도 엄마 말 안 듣고 가출했다가 거지꼴로 돌아온 청소년 같아. <탑건: 매버릭> 보도 스틸 윤 : 그리고 매버릭은 정착을 못 해요. 남자가 연애 상대를 고를 때 엄마를 찾잖아요, 엄마의 이미지를 가진. 근데 기대했는데 나중에 가면 실망하는 거죠. 엄마처럼 모든 걸 해주질 않으니깐. 다른 더 괜찮은 사람이 있을 것 같고. 그리고 또 실망을 하고. 바람둥이들이 대개 이러는데 매버릭도 이런 측면이 있어 보여요. 마침 아버지도 일찍 죽고 없으니까 더. 역사가 반복되는 것처럼 사람의 행동도 반복이 되고, 나이를 먹어서도 정착하지 못하고 여전히 떠돌죠. 박 : 반복이 맞아. 매버릭도 아버지가 죽은 것처럼, 루스터도 아버지 구스가 죽었어. 매버릭과 루스터는 같은 입장인 거야. 그래서인지, 자기가 살아온 삶에 후회가 있어서인지 매버릭은 루스터가 조종사가 되는 걸 방해해. 물론 루스터 엄마의 유언이라고 설명되긴 하지만. 2편이 진행되면서 결국 루스터는 매버릭처럼 돼. 도리어 매버릭한테 “생각하지 말고 그냥 해요”라며 되받아치지. 윤 : 매버릭이 루스터한테 아빠 역할을 해주고 싶었지만, 그러질 못했죠. 왜냐면 매버릭 본인이 결혼해본 적도, 아이를 낳아 아빠 역할을 해본 적도 없으니까요. 나중에 화해하는 걸 보면 부자 관계라기 보단 동료 사이에 가까워요. 박 : 매버릭만 과거에서 못 벗어난 게 아니라 영화의 플롯 자체도 똑같아. 마지막에 매버릭의 낡은 격납고에 등장인물들이 다 모이잖아? 모두들 과거에, 추억에 젖는 거지. 하기야 나도 마찬가지였지 뭐. F14의 날개가 펼쳐지는 장면에서 아마 우리 또래 남자들은 속으로 탄성을 질렀을 거야. 아무리 F16, F18이 나왔어도 남자아이들한테는 날개가 접히는 F14 전투기는 로망이거든. 윤 : 맞아요, 저도 그랬어요. 그래서 지금 분석은 하고 있지만 막상 이 영화를 볼 당시엔 그저 재밌게만 봤을 뿐이죠. 한마디로 <탑건2>는 향수에 젖는 영화에요. 그러니깐 톰 형이 짠하게 느껴지는 거고요. <탑건: 매버릭> 보도 스틸 Key Word : 에릭슨(Erik Erikson)의 생의 8단계 이론 프로이트가 아동기의 정신성적 발달에 대해 자세히 분석하였다면, 에릭슨은 성인기 이후의 세 단계를 추가하면서 심리사회적인 발달의 이론을 완성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발달이란 게 아동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성인기 동안에도 계속 된다고 본 거죠. 그렇게 해서 인생을 총 8단계로 나눴고, 각 단계마다 완수되어야 할 과제들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프로이트 개념의 구강기에 해당하는 유아시절엔 기본적인 신뢰를 쌓느냐 아니면 불신감을 키우느냐가 중요합니다. 걸음마를 배우고 배변훈련을 하는 항문기 시기엔 자율성을 키워야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수치심과 회의감이 많아지게 됩니다. 유치원 나이 때인 남근기에는 스스로 무언가를 주도적으로 하느냐, 금지된 것까지 하려다가 죄의식을 느끼게 되느냐가 결정이 됩니다. 초등학교를 다니는 잠복기 아이들은 스스로가 근면한지, 아니면 열등한 지에 대한 감각을 익히게 됩니다. 그러다가 사춘기인 생식기에 접어들면서 자아정체성을 완성하게 되는데 그러지 못하면 역할에 혼란이 초래됩니다. 이후 성인기에 3단계가 추가되는데, 청년기에는 친밀감을 쌓느냐 아니면 세상으로부터 고립되느냐, 장년기에는 생산성을 발휘해 성취를 이루느냐 아니면 그대로 침체되어 버리느냐, 노년기에 이르러서는 자아를 통합하게 되느냐 절망감에 빠지게 되느냐가 결정됩니다. 박성근과 윤병문은 정신과전문의이다. 고려대학교에서 공부를 하였고, 3년 선후배 사이로 같은 대학병원에서 정신과전문의 과정을 수료하였다. 현재 각각 마음과마음정신건강의학과 구로점과 용인수지점의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두 사람 모두 영화를 좋아한다. 네트워크 원장 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시간을 잡아 영화에 관해 수다를 떨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이 글이 쓰이게 되었다.
- 남자들은 왜? ‘탑건: 매버릭’①[영화에 관한 정신과 의사들의 대화]
- 2024. 03. 25 06:59 문화/생활
- [두 명의 정신과 전문의가 한 편의 영화를 두고 정신분석학적 시각과 정신의학 이론을 토대로 다각도로 분석해 보는 코너입니다.] <탑건: 매버릭> 보도 스틸 # 탑건 미해군 전투기 조종사 매버릭은 초계비행 도중 적국의 미그기와 마주치면서 일촉즉발의 위기에 처한다. 하지만 천부적인 재능과 과감함 덕분에 위기를 모면하고, 최고의 조종사를 양성하는 탑건 스쿨에 입학하게 된다. 술집에서 마주친 찰리에게 호감을 느껴 접근해보는데 다음 날 알고 보니 자신의 교관이었다. 몇 주간의 훈련과정에서 정석적인 비행을 하는 아이스맨과 경쟁을 하다가 사고가 발생해 파트너 구스가 죽게 된다. 방황하는 매버릭은 찰리와 가까워지면서 위로를 받는데, 인도양에서 적국과의 교전이 발생해 뒤늦게 합류되어 멋진 비행술로 전투를 승리로 이끈다. # 탑건: 매버릭 30여 년이 지난 현재도 매버릭은 전투기를 모는 조종사이다. 다크스타 프로젝트를 성공시키지만 그는 여전히 무모할 정도로 과감하다. 사령부로부터 핵개발 조직을 일망타진하는 임무를 수행할 조종사들을 가르치라는 명령을 받는다. 자신은 조종사이지 교관이 아니라고 항변하지만 오랜 동료 아이스맨 제독의 설득 때문에 임무를 맡는다. 각지에서 모인 쟁쟁한 조종사들을 훈련하기 시작하는데 그 안에는 죽은 구스의 아들 루스터도 포함되어 있다. 루스터는 감정이 좋지 않았고, 매버릭은 이런 과정에서 옛 애인 페니와 재회한다. 훈련은 힘들었고 임무 완수는 어려워 보였지만 매버릭이 직접 비행해 가능성을 보여줌으로써 작전은 개시된다. 핵시설을 파괴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매버릭과 루스터는 함께 낙오되었다가 가까스로 구출되면서 둘은 화해한다. 윤병문 : 이번에는 <탑건: 매버릭>, 앞으로 설명하기 쉽게 <탑건2>라고 하죠. <탑건2>를 얘기해볼 건데 그러려면 꼭 <탑건1>하고 같이 얘기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이게 진짜 36년 만에 나온, 거의 40년 가까운 세월의 차이가 나는 영화인데…. 박성근 : 윤 원장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는데, 나는 이 <탑건> 영화가 특히 각별한 세대라고 할까? 87년 작으로 되어있는데 내 기억으로는 88년에 우리나라에서 개봉했거든. 난 그때 재수생이라 몰랐는데 대학에 들어간 친구가 그러는 거야, <탑건>이라는 영화가 있는데 남자주인공이 엄청나게 멋지다고. 윤 : 여자들한테도 잘 생겼다고 난리가 났었죠, 이 배우 누구냐고. 톰 크루즈가 대중의 인기를 끈 첫 작품이었죠. 박 : 내 또래한테 각별하다는 얘기가 뭐냐면, 그때가 어렴풋이 기억나는 거야. 근데 얼마 후 막상 영화를 보고 나니까 영화는 별로 재미가 없었어. 윤 : 그렇죠. 사실 스토리는 뻔하거든요. 그래서 영화는 잘 모르겠지만 암튼 주인공이 잘 생겼다, 아니 그보단 뭐라고 할까 너무 탱글탱글하다, 젊음이 확 느껴지는 영화다… 박 : 그렇지. 내가 하고 싶은 얘기가 그거야. 스토리는 뻔한데 사람들이 왜 이렇게 열광할까? 젊다는 얘기처럼 그때 <탑건>에서 보여준 톰 크루즈의 모습은 모든 남자가 선망하는 모습이고 여자들도 매력을 느끼는 모습인 거야. 용감하고 동료애 뛰어나고, 정말 테스토스테론 ‘뿜뿜’이지. 윤 : 근데 <탑건2>를 보면 좀 느낌이 달라요. 물론 여전히 톰 크루즈가 멋있고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이고 아주 관리를 잘 했죠. 톰 형 안 죽었네, 살아있네… 하지만 한편으로는 좀 짠해요. 형 애쓴다, 형도 늙으니깐 좀 어쩔 수 없구나 싶은 거예요. <탑건: 매버릭> 보도 스틸 박 : 그 점이 이 영화가 우리 세대한텐 각별하다는 거야. 우리도 그렇게 늙었으니깐. 톰 형한테 열광하던 고등학생, 대학생이 이제는 그 또래 아이들을 둔 부모가 되어 있잖아. 윤 : 젊음은 좋은 거면서도 사실 무서운 거예요. 이건 톰 크루즈라는 배우 얘기만은 아닌 것 같아요. 그냥 영화 자체가 그래요. 스토리 배경에서도, 뭐라 할까 미국도 이제 늙었다 싶더라고요. <탑건1>이 만들어지던 당시만 해도 정말로 미국이 세계 최고였잖아요? 유일한 라이벌이던 소련도 무너질 무렵이고. 국력만이 아니라 당시에 물건도 ‘미제가 최고야’ 그랬었죠. 일제도 좋았지만 아무래도 우리나라 특성상 미국은 마치 힘센 아버지상과 같은 나라였어요. 박 : 특히 그때까지 우리는 지금처럼 잘 살고 국력이 세지는 못했었으니까. 윤 : 우두머리고 대장이라는 거죠. 그렇게 보면 미국은 상징계의 규칙을 만드는 나라였어요. 국가로 보자면 세계에 대해서. 흔히 경찰국가라는 표현처럼. 그러니까 이 나라 나쁜 나라야 그러면 쳐들어가서 때려 부수고. 박 : 적을 딱 규정할 수 있었지. 미그기와 싸우는 내용이 나오잖아? 미그기라고 하면 소련, 적어도 공산권 국가였던 거지. 윤 : 나치놈들, 소련놈들, 중공군들 그러면서 영화에서 상대 나라 이름을 막 댔어요, 눈치 안 보고. 자기네가 세계의 규칙을 만들었으니깐 마음대로였던 거죠. 근데 그러던 미국이 이번에 <탑건2>를 보고 있자니 미국도 이제 늙었구나, 톰 형만 늙은 게 아니구나 생각되더라고요. 일단 적국의 이름을 옛날처럼 대놓고 말하지 못해요. 그냥 핵무기 개발하는 조직이라고만 하죠. 심지어 무기도 적의 것이 더 좋다고 말해요. 옛날엔 미국 기술이 최고라고 자부했었는데, 상대가 5세대 전투기라서 우리 F18로는 못 이긴다고. 그러니깐 매버릭은 조종사가 더 중요하다며 정신승리 같은 얘기를 해요. <탑건: 매버릭> 보도 스틸 박 : 미국과 할리우드의 그런 분위기가 영화 설정에서도 그대로 반영되는 거 같아. 나중에 다시 말하겠지만, 톰 형이 늙은 것뿐 아니라 영화주인공 매버릭도 같은 처지지. 36년이 지난 지금 동기는 제독이 되어있는데 매버릭은 대령에 머물러있으니까. 윤 : 문화도 그런 거 같아요. 미국 물건만 최고라고 받아들였을 뿐만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세뇌된 면이 있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미국적인 생각을 하도록요. 예쁜 것도 바비인형처럼 서양적인 걸 기준으로 삼고요. 근데 세상이 바뀌어서 대표적으로 우리나라 같은 경우 경제적으로 위상이 올라가면서 케이팝을 미국 사람들이 더 좋아하게 되었죠. 박 : 난 좀 다르게 생각하는 게 그렇다고 케이컬처가 한국의 고유한 문화를 보여주는 건 아니잖아? 걸그룹 외모를 봐도 얼굴 작고 다리 길고 다 서구화된 모습이거든.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란 말이지. 좋든 싫든 현대 사회는 특성상 서구적인 외모가 더 적합한 건 사실이라고 나는 생각해. 윤 : 그건 문화사대주의나 우생학적인 시각이라고 공격받기 쉽겠는데요? 박 : 그렇긴 해. 그렇다 해도 우리가 인정할 수밖에 없는 건 그게 톰 크루즈든 차은우이든, 아니면 블랙핑크 제니이든 간에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선호하는 무언가가 있는 것만은 사실이야. 사람의 보편적인 성향을 설명하려면 진화심리학 이론이 적당해. 처음에 얘기한 대로 사람들은 왜 톰 크루즈를 보며 열광했을까, 그리고 <탑건2>에서의 톰 크루즈 모습은 <탑건1> 때 준 느낌과 왜 다를까 하는 의문에 대한 답인 셈이지. 윤 : 어떤 환경에 적응하기 적합한 특성이 더 많이 살아남아서 후대에 그 유전자가 전달된다는 게 진화론이죠. 목이 긴 기린이 높은 나뭇잎을 따먹기 유리해서 더 많이 살아남으니까 그 새끼들, 그러니깐 부모 닮아서 목이 긴 기린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결국엔 목이 긴 기린들만 남는다, 이런 생존경쟁, 자연선택을 말하는 거네요? 박 : 그게 신체 특징만이 아니라 특정 행동도 자연선택된다고 보는 게 진화심리학이야. 그럼 진화되어 내려온 행동이 뭐냐, 사람들의 유전자에 새겨져 있는 행동패턴이 뭐냐를 생각해보자고. 산업화된 건 고작 200년 정도이고, 문명이란 게 만들어진 것도 대개 1~2만 년 정도이지. 근데 호모사피엔스가 세상에 나타난 건 60만 년 전쯤이란 말이야. 이 얘긴 현대인들의 행동 특성의 상당 부분이 사냥으로 먹고살던 때의 습성이란 거야. 윤 : 사냥 문화에 적합한 행동과 심리가 후대로 전달됐다는 거죠. 박 : 사냥해서 잘 살아남기 위한 형질이란 게 뭐냐면 힘이 세고, 달리기가 빠르고, 높은 곳도 무서워하지 않으면서 안 아프고 건강한 거거든. 수십 만 년 동안 인류는 전체적으로 그런 방향으로 진화되어왔지. 그리고 그런 특성들을 부러워하고 자신도 그렇게 되게끔 선망하도록 심리도 형성이 된 거야. 이런 건 아이들의 놀이에서도 확인이 돼. 어린아이들을 보면 그냥 놀아. 놀고 싶어하는 심리는 본능에 가까워, 마치 본능적으로 위험한, 날카로운 것 같은 것을 무서워하는 것처럼 말이야. 그럼 애들은 왜 놀까? 어른이 되었을 때 사냥을 잘하기 위한 예행연습 같은 거야. 애들이 놀 때 보면 막 뛰어, 적당히 높은 데로 기어 올라가 점프하고. 특히 남자아이들은 막대기 같은 거만 잡히면 칼처럼 휘둘러 봐. 아빠만 보면 씨름하자고 달려들지. 윤 : 하지만 그건 남자아이들 얘기고 여자아이들은 다르게 놀잖아요? 인형놀이를 한다던가 소꿉장난을 하죠. <탑건: 매버릭> 보도 스틸 박 : 그렇지. 근데 지금 톰 크루즈라는 남자의 행동에 대해 설명하는 거니까 남자아이들 특성만 얘기하게 되는 건데, 여자아이들의 놀이도 원시 습성으로 설명할 수 있어. 암튼 남자아이들은 장난감을 사도 너프 총, 파워레인저 칼, 장난감 자동차, 리모콘 비행기 같은 걸 골라. 친구들이랑 놀 때도 총싸움을 하고 축구 같은 경쟁적인 운동을 좋아해. 그런 놀이에선 늘 승패가 있고 영웅이 나와. 어렸을 때 이런 식으로 연습한 개체가 나중에 어른이 되었을 때 사냥에 유리한 법이지. 그래서 이런 행동들을 하도록 유전자 속에 각인되어 있어. 윤 : 정신분석학에서는 다르게 보거든요. 라캉식으로 말하면, 그렇게 되는 거는 문화라는 상징계의 규칙을 무의식적으로 아이들한테 주입시켰기 때문이라는 거죠. 넌 남자아이니깐 이렇게 행동해야 해, 칼싸움을 해야지 소꿉장난하면 고추 떨어져, 이런 식으로요. 그리고 이런 것도 있잖아요? 여자형제가 많은 집에 태어난 남자아이가 자기가 여자인 줄 알고 행동하면서 여성화되는 경향이 있다는. 박 : 늘 얘기되는 본성이냐 양육이냐의 논쟁이지. 물론 지금은 둘 다 중요하다고 받아들이고 있고. 근데 난 그 본성을 위주로 설명하려는 거고. 앞서 말한 남자아이의 본능을 톰 크루즈가 잘 보여준다는 거야. 일단 콜사인이 매버릭이야. 매버릭은 우리말로 망아지 같은 어감이거든. 윤 : 그 이름을 듣고 찰리가 ‘엄마가 싫어했냐’며 농담을 하죠. 말 안 듣고 날뛰는 개구쟁이 아들. 박 : <탑건1>에서 전투비행 때 “생각하다간 죽어요”라며 즉각적으로 행동하고, 교전 때 적기의 표적이 될 때까지 일부러 속도를 늦출 정도로 무모하기도 하지. 아이스맨이 “넌 아직도 위험해”라고 경고하고, 상관도 “아버지랑 닮아서 영웅심리가 있다”고 말하지. 윤 : <탑건2>에서도 반복되는 대사가 바로 “생각하지 말고 그냥 해”죠. ▶톰 형이 짠하게 느껴진다면? ‘탑건:매버릭’②[영화에 관한 정신과 의사들의 대화]로 이어집니다. <탑건: 매버릭> 보도 스틸 박성근과 윤병문은 정신과전문의이다. 고려대학교에서 공부를 하였고, 3년 선후배 사이로 같은 대학병원에서 정신과전문의 과정을 수료하였다. 현재 각각 마음과마음정신건강의학과 구로점과 용인수지점의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두 사람 모두 영화를 좋아한다. 네트워크 원장 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시간을 잡아 영화에 관해 수다를 떨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이 글이 쓰이게 되었다.
- 정신과 의사처럼 영화 보기 ‘웡카’②[영화에 관한 정신과 의사들의 대화]
- 2024. 03. 19 07:17 문화/생활
- [두 명의 정신과 전문의가 한 편의 영화를 두고 정신분석학적 시각과 정신의학 이론을 토대로 다각도로 분석해 보는 코너입니다.] <웡카> 보도 스틸 ▶이 영화가 정신과 의사에게 재미없는 이유? ‘웡카’①[영화에 관한 정신과 의사들의 대화]에서 이어집니다. 윤병문 : 오늘 마지막 시간을 정리하는 얘기일 것 같네요. 박성근 : 아까 난 3편이 재미없었다고 했잖아? 1, 2편과 달리 3편은 왜 재미가 없었을까 생각해봤지. 내 딸이 그러더라고. ‘이렇게 영화를 만들면 아이들이 좋아하겠지’라고 생각하면서 어른들이 만든 영화 같다고. 그러니까 어린이의 시각에서 본 게 아니라는 말이지. 동화든 영화든 모든 예술작품은 어린아이들이 느끼는 원초적인 즐거움을 자극해야 한다고 생각해. 윤 : 우리의 무의식을 살살 건드려줘야 재미와 감동이 느껴지는 거죠. 박 : 맞아. 무의식이란 게 뭐냐 하면 두 가지로 이뤄졌어. 하나는 인간이 태어날 때 기본적으로 갖고 태어나는 본능이야. 성욕과 공격성으로 대표되는 건데 정신분석학에서 말하는 이드지. 또 하나는 아주 어린 시절의 경험이야. 엄마와의 이자 관계이든 아빠까지 등장하게 되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이든, 대개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정도 나이까지 있었던 경험의 기억이지. 이런 기억들은 나이가 들어서 사춘기 동안 시냅스의 가지치기가 일어나면서 기억에서 잊혀. 무의식 속으로 억압되는 거지. 윤 : 하지만 그 무의식은 현실의 의식세계에 끊임없이 어떤 영향을 주게 되죠. 박 :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어린아이 같은 마음에 울림을 줘야 좋은 영화라는 거야. 아까 마블 시리즈나 범죄도시 얘기한 것처럼 일단 재미가 있어야 해. 여기서 어린이들의 놀이에 대해 우리가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 아이들이 노는 건 본능적인 행동이야. 가르치거나 배워서 노는 게 아니지. 그럼 애들은 왜 노느냐? 앞으로 생존해서 살아남기 위해서 세상을 탐색하고 연습하는 거지. 물웅덩이를 발로 첨벙 해보고, 나무 위에 기어 올라가 보고, 이 물건을 저 물건에다가 갖다 붙여보고… 그러면서 애들은 까르르르 즐거워해. <찰리와 초콜릿 공장> 보도 스틸 윤 : 즐거워야, 재미가 있어야 세상도 더 열심히 탐색할 거고요. 박 : 무의식 속에 감춰진 그런 아이 같은 마음을 자극해주는 게 재밌는 영화의 조건인 셈이야. 그럼 아이 같은 마음이 뭐냐? 첫 번째로 아이들 코드에 맞는, 그러니깐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스토리텔링이야. 어린아이들은 1차 과정의 사고를 하지. 뇌가 아직 미숙해서 신경들끼리 연결이 잘 안되어 있어. 세상을 배우면서 시냅스들을 하나씩 만들어가는 거지. 그러기 위해서 세상 것들을 서로 상관없는 것들끼리도 이리저리 막 연결해봐. 그래서 비논리적이야. 애들이 떠들고 노는 걸 보면 어른들은 좀처럼 이해가 잘 안 돼. 그 말이 무슨 뜻인지, 그게 왜 웃긴 지… 1차 과정 사고 중 대표적인 게 마술적인 생각이야. 1편에서 보면 거품 음료를 먹은 찰리와 할아버지가 하늘로 둥둥 떠오르잖아? 과학적으론 말이 안 되지만 아이들은 그런 장면에서 너무 재밌어하지. 윤 : 3편에서도 초파리가 날개 짓 하면 사람들이 몸이 떠오르는 걸로 나오죠. 박 : 그렇지. 어른들도 똑같아. 아이언맨이 슈트를 입고 하늘로 날아오르고, 스파이더맨은 손바닥에서 거미줄을 발사하지. 다 마술적인 생각들이야. 아이 같은 마음의 두 번째 속성은 쾌락원칙이라고 할 수 있어. 아이들은 즐거운 걸 좋아해. 춥거나 배고프거나 지루한 건 싫어하지. 원작의 기본 설정은 춥고 배고픈 현실이야. 그런데 초콜릿 공장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모든 게 즐거워져. 공장에 들어가자마자 외투부터 벗으라고 하잖아? 춥지 않다는 거지. 그리고 공장 안에는 강물도 잔디도 꽃잎도 다 먹을 수 있는 것들이야. 한마디로 소망을 충족시켜주는 판타지로 가득 찬 공간인 셈이지. 윤 : 저도 왜 하필 초콜릿일까 생각했어요. 달콤하고 금방 기분을 좋게 해주고 웃게 만드는 초콜릿을 먹고 싶지만 현실에서 어린 웡카는 신문 돌리는 일을 해야 하죠. 착한 아이예요. 콤플렉스의 전형인 거죠. 자기 욕망을 그대로 못하고 할아버지 담배 사 피우시라고 하고, 그 좋아하는 초콜릿마저도 식구들과 나눠 먹지요. 박 : 그런 아이들의 판타지가 잘 드러나는 것 중의 하나가 패밀리 로망이라는 게 있지. 오이디푸스 기를 지난 아이들은 사실 진짜 자신의 부모는 따로 있다고, 원래는 왕족이거나 부자라는 환상을 갖곤 해. 어쩌다 보니 지금의 부모 밑에서 살고 있지만 언젠가는 왕자나 공주라는 원래 신분으로 돌아갈 거라고 꿈꾸지. 원작의 결말에서도 보면 공장을 물려받아서 갑부가 되잖아? 윤 : 현실은 찢어지게 가난하고, 2편에서 보면 팀 버튼 특유의 위트처럼 말 그대로 다 쓰러져가는 모습의 집에서 살고 있죠. 박 : 그런 소망을 이루기 위해 이제 아이들이 바라는 세 번째 특징인 적당한 교훈이 가미되어야 해. 마술적인 생각만 하고 쾌락만 좇다가는 망하기 십상이지. 적당할 때 그건 아니라고, 참을 줄도 알아야 훌륭한 어른이 된다고 가르쳐주는 부모, 적당히 달래주는 초자아가 있어야 해. 그래서 동화나 영화의 결말들은 대개 권선징악이라든가 상을 받는 것으로 끝나. 천하무적 마동석이 마침내 악당들을 때려눕혔을 때 보는 사람들은 마음이 편해지지. <웡카> 보도 스틸 윤 :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편에서 타노스에 의해 세상의 절반이 죽어버리잖아요? 그때 사람들이 많이들 당황했어요. 이거 다음 편에 어떻게 마무리할 거냐고. 영화는 재미있게 봤는데 끝이 찝찝해. 박 : 그래서 지금까지 말한 세 가지 요소가 적당히 섞인 영화들을 관객들은 편안하게 즐기는 거지. 오락영화로서 말이야. 난 그런 특징을 아주 잘 보여주는 동화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고 생각해. 시계를 보면서 늦었다고 뛰어가는 토끼를 따라 토끼굴에 들어갔다가, 몸이 커졌다 작아졌다 하면서 자기 눈물에 빠져 헤엄치고, 동물들이랑 토론하고, 미친 모자 장수랑 티타임을 즐기다가 하트여왕의 재판에 끌려가 트럼프 병사한테 쫓기다가 꿈에서 깨어나지. 이야기 전개가 뒤죽박죽이야. 1차 과정 사고이고 쾌락원칙을 따르고 안도하면서 해소되지. 사실 이 동화가 만들어진 배경은 흥미로워. 저자인 루이스 캐롤이 자기 학교 학장의 딸인 앨리스랑 놀아주면서 그날그날 지어서 들려준 이야기를 한데 엮은 책이라고 해. 캐롤은 원래 당시 영국 사회를 풍자하려고 토끼나 모자 장수 등을 등장시켜서 빗댄 거다 보니, 그 상징과 은유를 눈치챈 어른들도 재미나게 읽은 거야. 윤 : 꿈도 똑같아요. 무슨 스토리가 있긴 한데 가만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죠. 말이 안 되니깐 사실 그게 자기 진심인 거예요. 무의식이 드러나는 거니까. 영화도 꿈과 비슷하게 감독이나 작가의 무의식이 드러나게 되어 있어요. 박 : 그 무의식은 등장인물에게로 투영이 되거나, 아니면 영화의 기본 설정 자체로 보여지지. 윤 :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의식은 언어처럼 구조화되어있다.’는 말이 있어요. 라캉이 한 얘기로, 여러 가지로 해석되곤 하는데 이건 제 해석이긴 한데요… 무의식을 설명할 때 흔히 빙산의 일각이라고 표현하잖아요? 물 위에 드러나는 의식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고, 거대한 무의식은 물 밑에 가라앉아 있다고요. 그런데 그 무의식은 너무 커서 우리가 다 알 수는 없죠. 그래서 언어로 구조화될 수 있는 범위까지만 우리는 이해할 수가 있어요. 그런 부분을 우리는 전의식이라고도 표현하죠. 박 : 그렇다면 진정한 무의식은 언어로 표현할 수 없다는 얘기가 되네. 윤 : 그럴 수 있죠. 다르게 표현하자면 실재는 상징화되지 않아요. 물 밑에 남아있는 부분이 항상 있으니까요. 그런 부분이 바로 실재계라고 표현하는 거고요. 실재계는 아무도 모르는 부분이지만 그래도 언뜻언뜻 드러나겠죠. 그렇게 되면, 그 부분을 알게 되면 또 다른 전의식이 생겨나고 하는 거니까. 박 : 그렇다면 엄밀히 말해서 영화에서 드러나는 무의식 부분은 전의식에 더 가까울 거야. 윤 : 영화를 만드는 것뿐 아니라 우리가 감상하는 것까지도 그런 무의식 세계를 느끼게 되는 거니까 흥미를 끌고 재미가 느껴지죠. 박 : 그렇지. 내가 이 영화가 왜 재미있을까 스스로 곰곰이 생각해본다면, 자기 자신에 대해서, 자신의 갈등이나 기억, 특성 같은 것에 대해서 되짚어보는 좋은 기회가 될 거야. 윤 : 하지만 예술적인 은유나 상징을 통하지 않고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면 그건 오히려 불편해져요. 약간 가려져서 나오면 흥미가 생기지만, 대놓고 포르노면 불쾌감이 드는 것과 같은 원리죠.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예로 들자면 <파벨만스>는 대놓고 표현을 해서 대중적으로 흥행하지 못했다고 설명했잖아요? 하지만 팀 버튼은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 덜 거부감이 들게 숨겨서 표현하니깐 관객들이 훨씬 받아들이기 편했던 거죠. 박 : 자, 이렇게 해서 총 10편이 마무리가 됐어.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했지. <스즈메의 문단속>부터 시작해서 오늘 얘기한 <웡카>까지. 남근의 상징, 애도반응, 열등감 이론, 융의 원형, 나르시시즘 그리고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까지 다양한 설명을 해봤어. 이렇게 다양한 설명이 가능한 것은 사람의 심리라는 게, 특히 무의식이라는 게 아무도 모르는 물밑의 빙산이고 그래서 그걸 바라보는 시선 또한 여러 가지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야. <파벨만스>에서 엄마가 말했듯이 “영화는 꿈”이지. 프로이트가 말한 대로 무의식에 이르는 왕도인 꿈. 그동안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윤 : 수고 많으셨습니다. <웡카> 공식 포스터 Key Word : 대상관계이론(Object Relation Theory) 주로 한 사람의 심리 구조를 분석적으로 설명한 프로이트 이론은 이후로도 계속 발전합니다. 특히 엄마를 비롯한 주변의 인물들이 아이의 심리발달에 아주 큰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죠. 아이가 대하게 되는 사람들을 통틀어 ‘대상’이라고 일컫습니다. 어린 시절 경험한 대상과의 관계는 앞으로 살아가는 데 중요한 기본틀이 됩니다. 대표적으로 엄마와의 관계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나중에 커서도 대인관계에 여러 가지 문제들을 보인다는 얘기입니다. 다시 말해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가 부족하죠. 대표적인 경우가 경계선 성격장애입니다. 채워지지 않는 공허감을 늘 느끼는 이런 사람들은 끊임없이 주변사람들의 사랑을 테스트합니다. 꿈에 그리던 사람이라고 이상화하다가 작은 실망에도 순식간에 그를 비난해버립니다. 변함없이 자신을 좋아해줄 것인지 확인하려는 듯 변덕을 부리면서 상대를 긁습니다. 좋은 사람 아니면 나쁜 사람, 이런 식으로 이분법적으로 편 가르기를 하죠. 하지만 그 결과 그는 더 외로워지고, 이런 악순환은 반복이 됩니다. 박성근과 윤병문은 정신과전문의이다. 고려대학교에서 공부를 하였고, 3년 선후배 사이로 같은 대학병원에서 정신과전문의 과정을 수료하였다. 현재 각각 마음과마음정신건강의학과 구로점과 용인수지점의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두 사람 모두 영화를 좋아한다. 네트워크 원장 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시간을 잡아 영화에 관해 수다를 떨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이 글이 쓰이게 되었다. 왜 여자를 전면에 내세우지? ‘스즈메의 문단속①’ [영화에 관한 정신과 의사들의 대화]■ 프롤로그 박성근 : 오늘부터 우리 둘이서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할 건데, 이 토크에 제목을 달아보면 어떨까? 윤 원장은 혹시 생각해본 제목이 있어? 윤병문 : 글쎄요. 형...https://lady.khan.co.kr/issue/article/202401220655011 거장 스필버그가 이제야 이 영화를 만든 이유? ‘파벨만스’①[영화에 관한 정신과 의사들의 대화][두 명의 정신과 전문의가 한 편의 영화를 두고 정신분석학적 시각과 정신의학 이론을 토대로 다각도로 분석해 보는 코너입니다.] 어린 새미 파벨만은 부모님과 함께 난생처음으로 ...https://lady.khan.co.kr/culture/article/202402051352001
- 이 영화가 정신과 의사에게 재미없는 이유? ‘웡카’①[영화에 관한 정신과 의사들의 대화]
- 2024. 03. 18 06:53 문화/생활
- [두 명의 정신과 전문의가 한 편의 영화를 두고 정신분석학적 시각과 정신의학 이론을 토대로 다각도로 분석해 보는 코너입니다.] <웡카> 보도 스틸 # 찰리와 초콜릿 공장 초콜릿 업계의 큰손 윌리 웡카는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인물이다. 어느 날 5명을 뽑아 공장을 견학시켜주겠다는 그의 얘기에 세상은 흥분한다. 찰리를 비롯한 5명의 어린이가 당첨되어 공장 안으로 들어간다. 공장 안에는 갖가지 신기한 것들이 많았는데, 아이들은 참지 못하고 욕심을 부리다가 난처한 처지에 빠진다. 하지만 찰리만은 끝까지 솔직하고 착한 모습을 보여 공장의 후계자로 낙점받는다. # 웡카 7년간의 항해를 마치고 윌리 웡카는 육지에 도착한다. 돈이 없어 길에서 자야 할 처지가 되었을 때 웬 남자가 다가와 여관으로 안내한다. 하룻밤을 보내고 달콤 백화점에 가서 자신의 초콜릿 제품을 사람들에게 선보이지만 초콜릿 연합은 웡카를 방해한다. 빈손으로 여관에 돌아온 웡카를 여주인은 함정에 빠뜨려 지하 세탁실에 갇혀 죽도록 일만 하도록 만든다. 입양 소녀 누들의 도움을 받아 탈출하려 하지만 움파룸파가 초콜릿을 다 훔쳐가는 바람에 뜻대로 안 된다. 초콜릿을 다시 만들기 위해서는 기린 젖이 필요해 동물원에 가서 젖을 구하고, 그걸로 만든 초콜릿으로 비밀 장사를 해서 돈을 벌어 달콤 백화점에 상점을 열지만 초콜릿 연합의 음모로 엉망이 되어 버린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웡카는 세탁소 직원들과 함께 초콜릿 연합의 비리를 파헤치려 하지만 도리어 초콜릿 탱크에 빠져 죽을 위기에 처한다. 그때 움파룸파가 나타나 구해주고 비리에 가담한 자들은 모두 경찰에 붙잡힌다. 용기를 얻은 웡카는 마을에 초콜릿 공장을 짓는다. 박성근 : 우리가 계획한 10편의 영화, 그 마지막이네. 윤병문 : 어떤 영화를 고를 것인가가 제일 고민이었어요. 우리가 얘기하고 싶은 영화들이 사실 사람들이 아주 많이 본 영화가 아닌 경우가 많아요. 흥행에 크게 성공한 영화들은 보기가 편한 것들인데 대개 속이 시원하고 단순하죠. 박 : 대표적인 게 마블 영화들이나 ‘범죄도시 시리즈’ 같은 것들인데, 하지만 이런 영화들을 사람들이 많이 보는 데에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고 봐. 윤 : 오늘 할 영화는 그 중간쯤으로 잡아서 대중의 인기를 끈 오락영화이면서 동시에 저희가 얘기할 거리도 있는 <웡카>에요. 아무래도 요즘 제일 핫 한 배우인 티모시 샬라메 덕분에 흥행하는 것 같기는 하지만요. 박 : 사실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면 그 배경부터 짚고 들어가야 해. 원작은 로알드 달이 1964년에 쓴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라는 동화이지. 영어권의 안데르센, 그림형제라고 불릴만한 아동작가이고, 대표작인 이 동화는 아이들이 영어 배울 때 필독서라고 하더라고. 1971년에 영화화돼서 <윌리 웡카의 초콜릿 공장>이라고 개봉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초콜릿 천국>이라고 제목이 달렸어. <찰리와 초콜릿 공장> 보도 스틸 윤 : 영화 제목이 바뀐 건 웡카 초콜릿을 만들어서 팔기 위한 상품화 전략이었다고 하죠. 박 : 그런 식으로 이름이 헷갈리니깐 편의상 1971년작을 1편이라고 부르자고. 그러다가 개성 넘치는 영화로 유명한 팀 버튼 감독이 재해석을 해서 2005년에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제작했고, 이게 우리가 잘 아는, 가장 유명한 영화이지. 이게 2편. 사실 1편과 2편의 스토리는 거의 같아. 다만 1편은 찰리의 시각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데 반해 2편은 웡카가 주된 인물로 그려지지. 그의 배경에 대해서도 나오고. 그러다가 이번에 3편 <웡카>가 개봉한 거야. 여기서는 1, 2편의 스토리가 만들어지는 배경, 그러니까 웡카가 초콜릿 공장을 만들게 된 사연을 설명하면서 전편들과는 다른 이야기가 전개돼. 윤 : 프리퀄이죠. 스타워즈로 치자면 에피소드 4부터 먼저 개봉했다가 인기를 끄니까 나중에 그 배경인 1, 2, 3편이 나온 것처럼요. 박 : 이런 배경을 감안해두고서 오늘 선정한 영화인 <웡카>, 그러니까 3편부터 얘기를 해보자고. 일단 나는 이 영화가 재미가 없었어. 윤 : 흥행은 했지만 실망스럽죠. 특히 전편들에 비해서… 너무 갈등이 없어요. 그냥 말 그대로 동화 같고, 있는 그대로 읽히는 영화죠. 박 : 맞아. 영화 같은 예술에는 뭔가 숨은 의미가 있고 상징이 있으면 좋은데. 대표적으로 우리 정신과 의사들은 엄마 아빠와의 관계를 굉장히 강조하는데, 3편에서 나오는 건 아버지는 없지만 엄마가 그냥 엄마야. 착하고 아들에게 헌신적인 전형적인 엄마, 좋은 엄마. 그러니깐 재미가 없어. 윤 : 원작 자체도 전형적이에요. 움파룸파가 부르는 노래를 보면 아주 상징계적이죠. 규칙을 따르라고. 그러지 않으면 풍선이 되거나 쓰레기통에 처박히는 벌을 받는다고, 아주 교훈적이죠. 박 : 교훈적이지. 찰리가 영원히 씹는 껌을 되돌려주니깐 착하다며 상으로 공장을 물려주기까지 하고. 1, 2, 3편 모두 교훈적인데, 유독 3편만이 재미없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고 봐. 1, 2편은 애들만 재미있게 본 게 아니야. 어른들도 너무너무 즐거워했거든. 어른들 마음속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어린 시절의 유아적 소망을 충족시켜주기 때문에 재미가 있는 거거든. 윤 : 3편은 그러질 못했다는 거군요. 박 : 그렇지. 움파룸파의 노래나 동화의 결말은 상징계적이지만, 그 내용은, 특히 초콜릿 공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상상계적이지. 프로이트식으로 얘기하자면 상상계는 쾌락원칙을 따르는 1차 과정 사고이고, 상징계는 현실원칙을 따르는 2차 과정 사고라고 할 수 있어. 동화가 재미있으려면 그 사이를 미묘하게 왔다갔다 해줘야 해. 쾌락도 추구하면서 현실성도 주는 거지. <웡카> 보도 스틸 윤 : 다섯 명의 아이들은 쾌락만을 추구하는, 상상계적인 인물의 전형들이라고 볼 수 있죠. 식탐, 소유욕, 경쟁심 같은 거요. 융의 원형 개념과 비슷해요. 박 : 하지만 3편에서는 그러질 못했어. 쾌락원칙에 따르는 내용이 너무 약해. 일단 기본 설정 자체부터 등장인물들이 다 어른이야. 그리고 초콜릿을 좋아하는 것도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들이지. 그러다 보니 초콜릿 연합 같은 어른들이 벌이는 행동이, 이건 초콜릿이 아니라 꼭 무슨 마약상 얘기 같아. 마약을 둘러싼 음모와 암투, 그런 느낌을 준단 말이야. 윤 : 지나치게 상징계만을 다룬다는 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관여되어있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 3편에는 아버지가 없어요. 아버지에 대한 얘기가 전혀 안 나오죠. 그러면서 웡카는 자기보다 위에 있는 사람들하고는 타협을 못 해요. 초콜릿 연합들도 그렇고 경찰서장이나 신부님도 다 자기보다 나이 많고 기득권자들이죠. 다시 말해 권위주의가 있는 사람들은 다 적이고 깨부숴야 하는 존재들에요. 여관 주인 두 남녀한테도 그렇고요. 박 : 어떻게 보면 2편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묻어있는 것 같아. 우선 아버지가 하필이면 치과의사야. 아이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곳이 어디? 치과지. 이빨 뽑는 걸 세상에서 제일 겁내. 발치란 신체에 대한 손상이지만, 한편으론 상징적으로 페니스가 뽑히는 거세를 의미하기도 하지. 그런 아버지는 웡카한테 단것을 먹지 못하도록 해. 그러고는 크고 괴상한 교정기를 씌우는데, 그게 치아를 교정하는 게 아니라 마치 억지웃음을 짓게 만드는 기계처럼 보여. 그러다가 웡카가 집을 뛰쳐나올 때 집들 사이에 아버지 치과건물 한 채만 쏙 빠진 장면이 나오는데 그 모습이 꼭 이빨 빠진 것처럼 보여. 윤 : 나중에 치과건물이 다시 나타나는데 그땐 그 한 채만 딱 서 있어요. 꼭 페니스 같아 보이죠. 상징적인 이미지로요. 하지만 팀 버튼 감독의 다른 영화들, 그러니까 <가위손>이나 <배트맨>과는 다르게, 2편에서는 아버지와 화해를 해요. 그래서 이 영화는 좀 다르다고 생각됐어요. 박 : 실제로 감독 자신이 아버지와의 관계에 문제가 많은 사람이라고 해. 주로 할머니가 키워줬고 죽을 때까지 아버지랑은 말 한마디도 안 했다고 하니까. 윤 : 아버지가 없는 경우에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아니라 그 대신 엄마와의 애착관계가 병적으로 될 수도 있어요. 엄마와의 2자 관계에서 제대로 분할이 안 된다면 성격장애 쪽으로 갈 가능성이 높죠. 아이는 유기불안, 그러니깐 엄마마저 없다면 완전히 버림받게 될 거라는 두려움을 느끼기 쉬워요. 이런 아이들이 보이는 반응은 첫 번째로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 빠지는 거죠.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원하는 것에 맞춰줘요. ‘인간의 욕망은 타자의 욕망’이라는 말이 있죠. 여관에서 계약서에 서명을 강요받을 때 그게 부당한 데도 그냥 사인을 해요. 지하 세탁실에 갇혀서도 자기만 탈출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해방시켜주려고 하죠. 그들이 바라는 것을 위해서. 박 : 마지막에 엄마가 남긴 딱 한 개의 초콜릿마저도 나눠 먹지. 윤 : 또 다시 버림받지 않으려면 착한 아이가 돼서 남들의 욕망까지도 이뤄줘야 하는 거죠. 눈치도 보고, 언제나 밝고 명랑해야 하죠. 박 : 2편에서 보이는 괴팍하고 신경질적이고 심지어 어린아이를 싫어하는, 조니 뎁이 연기한 웡카와는 아주 다르게, 3편의 티모시 샬라메의 웡카는 해맑고 늘 웃지. 윤 : 유기불안이 클 때 벌어지는 두 번째 가능성은 경계선 성격이 되는 거예요. 집착하고 계속 상대방을 테스트하는 성격이죠. 무슨 일이 있어도 나를 안 버리는 사람을 원하잖아요. 1, 2편의 웡카는 5명의 아이를 불러다 놓고 자꾸 시험해요. 맛있는 걸 보여주고 먹지 말라고. 애들이 못 참고 먹어버리면 가차 없이 벌을 주죠. 처음엔 천사처럼 대하다가 자기 말을 어기면 ‘너는 악마야’ 하는 식으로 극단적인 경계를 왔다갔다해요. 박 : 그러니까 1, 2편의 비슷한 웡카랑, 3편의 다른 웡카 모두 공통적으로 그것이 아버지와의 관계 때문이든 엄마와의 관계 때문이든, 웡카는 기본적으로 유기불안을 가진 사람이라는 얘기네? <웡카> 보도 스틸 윤 : 그래서 제가 보기에는 웡카가 정말로 원했던 게 뭘까? 진짜로 초콜릿 공장을 물려줄 아이를 찾는 것일까 하는 거예요. 사실 전문적으로 경영할 어른을 뽑는 게 더 합리적이잖아요? 그런데 그러지 않는 것을 보면 공장을 물려주는 것에 대해 양가감정적일 수 있다는 거죠. 원래 사람이라는 게 욕망을 꿈꾸면서도 그것이 충족되는 것을 두려워해요. 박 : 그렇지. 거기에는 초자아의 개념이 들어가지. 윤 : 툭하면 아프다는 소리를 하는 할머니는 병원에 데려가 주길 바라는 게 아니죠. 사실 원하는 건 자식들이 자기한테 좀 더 신경 써달라는 거잖아요? 그런 것처럼 웡카도 바라는 것도 공장을 물려주는 게 아니라 누가 같이 있어 주는 거죠. 그래서 2편에선 아버지를 찾아요. 박 :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1, 2, 3편 모두 웡카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이든 유기불안이든 어떤 갈등과 관련된 스토리라는 거네. 윤 원장이 이 영화 자체에 대해 분석을 했다면, 나는 오늘 다른 쪽으로 얘기를 하고 싶어. 아이들은 왜 동화를 좋아하고, 어른들은 왜 영화를 즐길까 하는 얘기지. 윤 : 오늘 마지막 시간을 정리하는 얘기일 것 같네요. ▶정신과 의사처럼 영화 보기 ‘웡카’②[영화에 관한 정신과 의사들의 대화]에서 계속됩니다. 박성근과 윤병문은 정신과전문의이다. 고려대학교에서 공부를 하였고, 3년 선후배 사이로 같은 대학병원에서 정신과전문의 과정을 수료하였다. 현재 각각 마음과마음정신건강의학과 구로점과 용인수지점의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두 사람 모두 영화를 좋아한다. 네트워크 원장 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시간을 잡아 영화에 관해 수다를 떨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이 글이 쓰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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