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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만 드러낸 통합…제3지대 웃음거리로 만든 이준석·이낙연
차이만 드러낸 통합…제3지대 웃음거리로 만든 이준석·이낙연(2024. 02. 23 15:30)
2024. 02. 23 15:30 정치
반국민의힘·반민주당만 합창하다 한계 드러내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왼쪽)와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 연합뉴스 11일. 만남부터 결별까지 걸린 시간이다. 막장 드라마 속 연인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의 정치개혁을 이끌겠다고 나선 이준석, 이낙연 두 정치인이 함께 만든 현실이다. 정치에서 ‘신뢰’를 기대하기 어려운 시대지만 이들은 ‘구태정치 타파’를 명분으로 모였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럼에도 과거 제3지대의 행태를 답습하며 자신들이 혐오한 정치를 그대로 재현했다. 명분, 능력 측면 모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제3지대 ‘빅텐트’가 초기에 찢어지며 정치적 계산은 복잡해졌다. 국민의힘, 민주당의 대안으로 개혁신당이 떠올랐지만 다시 선택지는 넓어졌다. 제3지대 통합이 만들 파급력을 기대한 입장에선 악재일 수밖에 없다. 특히 여전히 이준석 대표를 중심으로 모여 있는 개혁신당은 확장성의 한계만 드러냈다. 류호정 전 정의당 의원,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 등이 대표하는 세력과는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이준석 대표 주요 지지층이 요구하는 바와도 일치한다. 문제는 추후 이준석 개인 지지세력과 개혁신당에 합류한 나머지 세력 간 의견이 엇갈릴 경우다. 결별 사태가 재현되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없다. 총선까지 함께 가더라도 늘 불안한 상황이 이어질 것이란 의미다. 한계를 드러낸 것은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 역시 마찬가지다. 개혁신당에 들어갔다 나오며 확장력은 더욱 쪼그라들었다. 실제로 같은 민주당 출신인 ‘원칙과상식’에서 김종민 새로운미래 공동대표만 이낙연 대표를 따라나섰다. 이원욱, 조응천 의원은 이낙연 대표와 다른 길을 선택했다. 동시에 이낙연 대표가 추구하는 정치도 더욱 불분명해졌다. 그는 개혁신당과의 결별을 발표하며 “진짜 ‘민주당’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대표 출신인 이준석 대표와 손잡은 지 11일 만이다. 혼란한 정체성은 기회주의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지향점이 분명치 않다면 정책 공약이라도 선점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제3지대에 모인 이들이 각자 당선 외에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제대로 알려진 바가 없다. 반국민의힘, 반민주당이 이들을 연결하는 사실상 유일한 고리다. 이마저도 당권을 놓고 양보와 타협이 불가능한 모습을 보이며 이들의 연대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보였다. 한국 정치를 개혁한다며 요란하게 시작했지만 제3지대는 시작부터 시험대에 올랐다. 이들은 왜 만났고, 왜 헤어졌나 “부실한 통합 결정이 부끄러운 결말을 낳았다”, “참담한 마음으로 국민께 사과드린다.” 지난 2월 20일 결별을 두고 각각 이낙연, 이준석 대표가 남긴 말이다. 개혁신당은 크게 4개의 정치세력(개혁신당·새로운미래·새로운선택·원칙과상식)이 모여 구성했다. 이들은 기존에 몸담았던 정당이 다르고 정치적 지향에서 완전한 합의를 이룬 적도 없다. 이는 이낙연 대표의 “신당 통합은 정치개혁의 기반으로 필요했다. 그래서 크게 양보하며 통합을 서둘렀다”는 설명을 통해 추론해 볼 수 있다. 쉽게 말해, 화학적 결합보다 총선을 겨냥한 물리적 결합에 가까웠다는 의미다. 제3지대의 이러한 통합을 두고 평론가들은 ‘묻지마 통합’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는 그 원인으로 세 가지 동기를 지적했다. 첫 번째는 여론조사 결과에서 발견되는 독특성이다. 제3지대에 관한 지지와 제3지대를 표방한 세력에 대한 지지가 일치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여론조사에서 제3지대를 지지한다는 응답은 20% 가까이 나왔지만 제3지대를 표방한 정당에 대한 지지율은 1~3%에 그치는 식이다. 이러한 결과가 이들이 서둘러 묻지마 통합을 하게 한 첫 번째 동기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두 번째는 두 거대 정당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이다. 제3지대는 이들 정당의 공천 잡음을 배경으로 통합을 시작하려 했지만 각 정당의 ‘컷오프’ 통보가 예상보다 늦어졌다. 결국 현역 의원 영입 등의 정치적 선전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우선 통합부터 시행했다는 의미다. 마지막 세 번째는 시점이다.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설 명절 앞에 통합을 발표하려다 보니 ‘대화와 설득’ 보다 일단 ‘양보’를 전제로 통합을 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를 종합해 “많은 것을 덮어둔 생존권 차원의 통합”이라고 비판했다. 의도야 어떻든 유례를 찾기 어려운 보수·진보의 통합인 만큼 이들이 만들 시너지에 대한 기대는 컸다. 묻지마 졸속 통합이라고 해도 총선이 5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굳이 합의를 깨지는 않을 것이란 기대도 있었다. 그럼에도 이들은 결별을 선택했다. 왜 깨질 수밖에 없었느냐 역시 분석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앞서 주간경향은 1566호에서도 제3지대 통합 문제를 다뤘다. 당시 내부 사정에 정통한 인물, 전문가를 두루 만났는데 그중 유일하게 이준한 인천대 교수만 “개혁신당이 몇 주 사이에 깨질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예측했다. 그에게 다시 왜 그렇게 확신했는지 물었다. 이 교수는 “깨진 것이 놀라운 것이 아니라 그들이 합당한 것이 놀랍지 않냐”며 “자꾸 결별 사유로 배복주니, 류호정이니 노선이 다르니 하는 거창한 말들을 하는데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좋겠다. 계산기를 두드려 보니 통합하기 전과 후의 결괏값이 달랐단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의 예측에는 나름의 근거가 있다. 첫 번째는 이준석, 이낙연 두 대표 모두 당의 전권을 노리는 인물이다. 어느 한쪽이 완전히 굴복하지 않는 이상 애초에 공존할 수 없다고 봤다. 두 번째는 이들을 제외하더라도 개혁신당에는 유독 한국 정치에서 개성이 강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이는 이들이 기존 정당에서 탈당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이해하기 쉽다. 마지막 세 번째는 이들의 이해관계를 초월할 정치적·이념적 지향점이 없었다는 점이다. 이 교수는 “오히려 최대한 빨리 정리된 것이 이들로서는 다행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빨리 깨진 것이 다행’이란 분석을 내놓은 것은 이 교수뿐만이 아니다. 새로운미래 측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낙연 대표 쪽은 자신들이 연배도 높고, 정치 생활을 더 오래 했으니 예우를 할 것이란 순진한 기대가 있었던 것 같다”며 “차라리 지금 나오는 것이 민주당 쪽 문제의 반사이익을 거둘 확률이 더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가치는 사라지고, 정치공학만 남았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지난 2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양정숙 의원 입당식에서 당 지도부와 함께 손뼉을 치고 있다. 연합뉴스 결별사태로 인한 관심은 이제 ‘제3지대의 존재감이 사라지느냐’, ‘총선의 핵심 변수로 다시 떠오르느냐’에 맞춰진다. ‘통합’을 화두로 삼았던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는 이제 정치적·이념적 ‘차이’를 강조하며 재기를 도모하려 한다. 개혁신당은 합당 파기 바로 뒷날인 지난 2월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도부 전원이 당 상징색인 주황색 옷을 맞춰 입고 나왔다. 이준석 대표는 “최고위에서 우리의 지향점은 ‘진짜 민주당을 만들겠다’는 목적과는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새로운미래와의 합당에 반발해 탈당한 당원들의 복당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광범위한 통합에서 기존 지지층을 지키는 전략으로의 선회했다. 이는 비례선거와 같은 전국단위 투표에서 안정적인 득표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이러한 조치가 이준석 대표 개인의 정치적 기반을 결집하는 것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도로 ‘이준석 당’이란 의미다.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당대표일 때 상근부대변인을 맡았던 신인규 변호사는 “냉정하게 말해 지금 개혁신당에 남은 사람들은 제3지대 같은 대의보다 본인 선거에 필요한 이준석 영향력을 기대하는 것 아니냐”며 “이렇게 보면 윤석열, 이재명이라는 두 지도자가 당을 사유한 상황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욱 심각한 것은 애초에 이준석 대표는 문제를 관리하고 조정할 능력이 없음을 보여왔음에도 누구도 지적하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라며 “이번 결별은 이준석 대표가 선거에서 벌어질 몇몇 전투는 승리할지 몰라도 결국 전쟁에서는 질 것이란 점을 예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 역시 “이제 개혁신당은 제3지대 통합정당이라기보다 이준석 당이라고 봐야 한다”며 “과연 선거가 끝날 때까지 이 결합이 유지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가 지난 2월 22일 국회에서 인재영입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로운미래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민주당 정체성을 언급하며 통합과는 멀어지는 중이다. 그런데 이는 민주당 내 공천 관련 잡음과 맞물리며 묘한 기류를 형성하고 있다. 실제로 민주당에서는 이른바 ‘이재명표 혁신 공천’을 두고 ‘비이재명(비명) 학살 불공정 공천’이란 반발이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탈당하는 현역 의원도 나왔다. 의정활동 평가에서 하위 20%를 받은 김영주 의원이 대표적이다. 통보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추가 이탈자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불만이 커질수록 부각되는 것은 그와 대척점에 선 이낙연 대표다. 김 대표는 “이제 새로운미래가 살길은 민주당 공천 내분이 어디까지 확대되느냐에 달려 있다”며 “이낙연 대표가 정통 민주당을 언급한 만큼 앉아서 죽느니 나가겠다는 사람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확장력이다. 민주당에서 컷오프된 현역 의원 몇몇의 합류로 독자적으로 존립 가능한 정당이 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경쟁력 있는 지역구 출마자를 낼 수 있어야 하는데 이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이탈자를 받는 것조차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 교수는 “민주당에서 컷오프된 사람들은 탈당해도 선거에서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 고민일 것”이라며 “차라리 당 내부에 머물며 선거가 끝난 뒤 이재명 책임론을 주장하는 편이 더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가 개혁신당과 결국 다시 손을 잡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양쪽 모두 지역구 출마자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없는 만큼 비례선거는 각자 치르되, 지역구는 선거연대를 할 것이란 주장이다. 이준석 대표 역시 “우리는 언제나 새로운미래와 열린 입장을 가져갈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한 내부관계자는 “결별 과정에서 국민의힘, 민주당이 아닌 선택지를 요구하는 민심이 큰 만큼 지역구는 단일 후보, 비례는 각자 가는 방향으로 정리하자는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아직 총선까지 시간이 많이 남은 만큼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제3지대는 통합, 개혁 등을 외치며 시작했지만 이들의 미래는 정치공학, 선거전략에 달린 상황으로 변해 가고 있다.
[주간 舌전]“이낙연과 윤핵관, 다를 바 없다“
[주간 舌전]“이낙연과 윤핵관, 다를 바 없다“(2024. 02. 05 05:30)
2024. 02. 05 05:30 정치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서성일 선임기자 “이낙연의 개혁미래당에 실망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지난 2월 1일 전남 순천을 방문해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렇게 말했다. 이날 이 대표는 민주당을 탈당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를 겨냥해 “지금까지 이재명 대표와 이견이 있어서 나왔다고 주장하면서 정작 이준석을 개혁하려 달려든다”며 “개혁이라는 이름을 썼으면 대한민국을 어떻게 개혁할 것인지 더 나은 의견을 내놓으면 같이 갈 의사가 있지만, 현재까지는 윤핵관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저는 이러한 상황을 벗어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낙연 전 대표를 겨냥한 이 대표의 발언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 31일에도 “지향점이 같아야 합당을 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는 (개혁미래당의) 그런 지향점을 확인하지 못했다.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단순히 호남지역 출마자를 확보하기 위한 그런 수단으로서의 합당이나 연대라는 것은 지역민의 공감을 사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제3지대 간 통합 논의에 진척이 없는 상황을 두고는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역시 민주당을 탈당한 조응천 미래대연합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은 “저희가 기득권이 싫어서 양당에서 나왔다. 국민께 마치 도토리들이 기득권 다툼을 하는 듯한 그런 느낌을 준다면 저희는 폭망”이라며 “갈라져서는 그걸 할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주간 舌전
이준석·이낙연 제3지대 빅텐트 실현될까
이준석·이낙연 제3지대 빅텐트 실현될까(2024. 01. 05 13:00)
2024. 01. 05 13:00 정치
연말·연초 여론조사 두 신당 합쳐 20% 내외 지지…‘양당체제 파열구’ 결과로 이어질까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가칭 ‘개혁신당’ 지도부가 지난 1월 1일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에 참배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새해 첫 업무일인 1월 2일 오후, 서울 여의도를 찾았다. 중앙선관위에 등록된 대부분의 정당은 국회도서관 건너편 블록에 모여 있다. 이날 오전 부산 가덕도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사건이 벌어진 탓인지 거리는 한산해 보였다. 신년을 맞아 플래카드가 내걸린 곳도 없었다. 이날 국회 앞 여의도를 찾은 것은 신당들의 움직임을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측이 계약한 것으로 알려진 한양빌딩은 아직 공실로 남아 있었다. 과거 오랫동안 한나라당·새누리당사가 있던 곳이다(이곳을 떠난 국민의힘은 2020년 켄싱턴호텔 맞은편 남중빌딩을 매입해 현재까지 입주해 있다).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끌던 새정치국민회의 당사가, 2004년에는 당시 돌풍을 일으키며 10명의 당선자를 배출한 민주노동당이 이곳에 입주해 있기도 했다. 기자와 통화한 이낙연 전 대표 측은 “신당 당사 계약은 10층으로 한 것으로 안다”며 “이제 막 계약만 했을 뿐 아직 집기를 들이거나 하진 않아 올라가봤자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발생한 ‘이재명 피습’ 사건이 신당 추진 일정에 차질을 빚지 않겠냐는 관측에 대해 그는 “며칠 정도 일정이 딜레이되는 것은 있겠지만, 큰 방향에서 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원칙과 상식 등 민주당 내 비명계 인사들의 합류도 당장은 어렵겠지만, 1월 말 정도 시점이 되면 어느 정도 입장이 정리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강서구 당사’서 시작하는 이준석 신당 이준석 전 국민의힘 당대표가 추진 중인 (가칭)개혁신당의 당사는 특이하게도 국회 앞 여의도에 마련돼 있지 않다. 이 전 대표가 탈당 선언을 한 2023년 12월 27일 창당준비위원회를 신고한 것으로 돼 있는 이 당의 소재지는 ‘강서구 공항대로 396 귀뚜라미빌딩 3층’으로 돼 있다. 대표자도 당대표실 부실장을 지낸 조용환으로 돼 있다. 선관위에 신고된 활동기간 만료일은 2024년 6월 27일. 창준위 체제로 시작한 창당작업에 주어지는 시간은 6개월로 돼 있기 때문에 설정된 기간이다. 지난 1월 3일 기자와 통화한 조용환 부실장은 “창당 절차가 그렇게 간소하지 않아 임시로 창준위원장을 맡았다”며 “1월 4일이나 5일 중으로 천하람·이기인·허은아 전 의원 세 사람이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을 맡는 것으로 변경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1월 4일 중앙선관위 대표자 정보는 위 세명이 맡는 거로 변경됐다.) 조 부실장의 말이다. “현재 당사로 등록한 곳은 업무 편의상 임시방편으로 서울시당과 겸한 것이다. 중앙당사 사무실은 새로 알아보는 중이다. 여러 곳을 알아보고 있는데 조만간 계약할 것이다. 기존 정당들이 여의도에 중앙당사를 둬야 하는 것처럼 돼 있는데 꼭 여의도에 중앙당이 있어야 한다는 법은 없는 것 아닌가.” 그는 ‘여의도 생활 20년’ 해본 경험으로 미뤄 특히 주차 문제 등에서 여의도 당사의 불편한 점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회에서 너무 멀면 또 언론 접근성 등이 떨어질 수도 있으니 여러 상황을 고려해 당사를 선정하려 한다.” 1월 초 신당 관련 가장 큰 이슈는 현재 각각 추진 중인 이낙연 신당과 이준석 신당의 연대 가능성이다. 1월 2일 오전과 오후 CBS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각각 출연한 이낙연·이준석 전 대표는 연대 가능성에 대해 열어놓는 발언을 했다. “양당 정치의 최악 폐해를 끝내자는 뜻에 동의한다면 누구와도 협력해야 한다.”(이낙연, <김현정의 뉴스쇼>), “이낙연 전 총리의 뜻이 정치 개혁에 있다면 저는 그 방향성에 대해 충분히 서로 얘기해 볼 계제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이준석, <박재홍의 한판승부>) 양측이 물밑 접촉을 하고 있다는 것은 여러 경로로 확인되고 있다. 하지만 공식적인 만남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준석 전 대표가 천하람·이기인 등과 함께 진행하는 유튜브채널 ‘여의도재건축조합’을 통해 잠재적인 연대 상대인 다른 신당 측 인사들과 대담형식의 토론 영상 공개 방식을 ‘실황중계’ 중인 반면, 이낙연 전 대표 측의 움직임은 거의 외부에 노출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30일 전격적으로 이뤄진 ‘명낙회동’의 경우도 라디오에 출연한 이낙연 전 대표가 밝힌 바에 따르면 자신이 인터뷰하는 와중에 이재명 전 대표로부터 전화와 문자가 와서 기자들에게 이야기를 들으니 “(자신을 만나러 이재명 대표가) 사무실로 오거나 집으로 찾아오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해 ‘무리할 필요가 있느냐, 내일이라도 시간을 정해서 만나자’라고 해 이뤄진 자리”였다(위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낙연의 발언). 이낙연 대표 측의 행보가 전형적인 기존 정치권 문법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면, 이준석 전 대표의 움직임은 지역구 갈빗집 탈당 선언부터 기존 정치문법을 깨는 형태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여론조사서 존재감 드러낸 ‘제3신당들’ 연말·연초 진행된 여러 여론조사에서 이낙연·이준석 신당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음에도 상당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리서치뷰가 지난해 12월 29일부터 31일까지 사흘간 벌인 정기여론조사에서 신당이 출현할 경우 민주당은 35%, 국민의힘은 31%, 정의당 3% 그리고 이낙연 신당은 8%, 이준석 신당은 11%의 지지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당을 제외하고 조사했을 때는 민주당이 44%, 국민의힘이 39%, 정의당이 2%였다. (전국 18세 이상 1000명 대상 RDD무선 100%, 응답률 3.7%,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아직 두 신당 추진 세력의 실체도 불분명한데 두 당을 합쳐 20% 안팎으로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기성정당에 대한 염증·불만족이 크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다. 신당 추진세력이 앞으로 구체화되고 뭔가 비전을 내놓고 인물들의 윤곽이 드러나면 2016년 안철수 국민의당 등장 때보다 파괴력이 더 클 수도 있다.” 위 조사를 진행한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의 말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에서 ‘원심력’이 작동할 변수가 아직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상황 변화에 따라 신당에 몰리는 구심력은 지금보다 훨씬 더 커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안 대표의 말이다. “지금 국민의힘은 영남물갈이론이 대두되면서 현역 의원들이 보좌진을 데리고 지역구에 내려가 올인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국민의힘에서 기득권으로 찍힌 의원들은 좌불안석인 상황이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수박으로 낙인찍힌 수십명의 의원 지역구에 이른바 ‘친명자객’들이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여러 지역 여론조사를 보면 지금 비명 현역 중 그나마 버티고 있는 사람은 홍영표 정도뿐이다. ‘원칙과 상식’에 참여하고 있는 네 의원(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 모두 회생불가로 나오고 있다. 친명 후보가 강세를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 예컨대 강력한 ‘친명 스피커’로 거론되고 있는 김어준 유튜브 방송의 구독자가 140만명인데, 평균 조회 수가 1콘텐츠당 100만 회다. 단순 계산하면 한 지역구당 4000명씩 있는 셈인데, 과거 권리당원 ARS투표가 40~50% 정도 나온다. 민주당 강성 친명 지지층이 한 지역구의 4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ARS조사 특성상 비명 현역은 이길 수 없다. 여기에 현역한테 하위 20% 감점이 주어지는 반면 친명 신인의 경우 신인 가산점이 주어진다. 따라서 비명·반명은 십중팔구 날아간다고 봐야 한다. 결국 위기감을 느끼는 의원들은 경선이 시작되기 전 거취를 심사숙고할 것이고, 그런 것이 민주당에 남아 있는 악재라고 봐야 한다.” ‘이재명 피습’의 나비효과: 여당기조 변화 반면, 연초에 벌어진 이재명 피습이라는 악재가 당내 비명의 행보를 제약하게 되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공희준 시사평론가는 “이재명 지지층은 이전부터 결속될 대로 결속된 반면 정치라는 것은 어떤 속도를 얻었을 때 가속이 붙어야 움직일 수 있는데 한번 주춤하면 동력이 상당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적어도 언론에 이름을 올린 비명계 정치인은 이재명 피습으로 당을 나가기는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건이 미치는 파장이 당내 비명계뿐 아니라 정부·여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체제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여당이다. 한동훈 비대위까지 정부·여당에는 ‘이재명 때리기’ 이외의 플랜B가 없었다. 오로지 이재명을 사법처리하면 선거에서 이긴다는 미신 혹은 착각·환상에 빠져 있었다. 결국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이재명 때리기’에서 ‘운동권 카르텔 때리기’로 앵글을 바꾸기만 했는데 문제는 이것이다. 역대 어느 집권세력도 야당 때리기만으로 선거에서 이긴 적이 없다. 2020년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여당이었고, 정권의 중간평가 성격의 총선임에도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야당, 즉 미래통합당을 잘 때려서가 아니라 사실상 선대위원장이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코로나19 위기관리의 대내외적 성공 덕분인데, 지금 정부·여당이 윤석열판 정은경을 발탁할 수 있겠나. 정은경이 있어야 할 자리에 한동훈이 있는 것 아닌가.” 그는 이재명 피습사건으로 이낙연 대표의 신당 행보가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제3신당의 추진 주체는 양·금·석(양향자·금태섭·이준석) 트리오가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주간경향이 접촉한 선거전문가·정치평론가들은 4월 총선에서 제3신당이 의미 있는 자리를 가지기 위한 현실적 목표로 기호 3번을 달고 나올 수 있느냐가 1차 관문이 되리라는 의견에 대체적으로 동의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지난해 11월 주간경향과 인터뷰에서 탈당 이후 자신이 만들 신당의 경로에 대해 “적어도 원내교섭단체 규모의 21대 현역 의원들과 같이해야 선거토론 등에서 3분의 1 지분이 생긴다”며 자신과 뜻을 같이할 현역 의원이 여야에서 상당한 규모로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1월 4일 현재 현역 의원의 추가 탈당 선언은 그러나 비례 허은아 의원(1월 3일)이 유일하다. 비례의원의 경우 탈당과 동시에 의원직은 상실하게 되고 비례명단의 후순위 의원에게 승계된다. 현재 추진되는 신당 중 현역 의원이 있는 경우는 양향자 의원이 대표를 맡고 있는 한국의희망이 유일하다.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와 양향자 의원이 주축이 돼 만들어진 한국의희망은 현재 추진 중인 신당 중에서 가장 먼저 창당 선언을 하고 활동하는 정당이다. 김진수 한국의희망 대변인은 “양향자 대표는 이준석 전 대표와 개인적으로 연락하는지 여부는 알 길이 없으나 이미 유튜브 채널을 통해 토론 영상을 찍은 적이 있고, 이낙연 전 대표는 대표 시절 최고위원으로 두루두루 관계를 형성하고 소통을 계속하는 편”이라며 “전체적으로 우선해야 할 과제를 제시한 것에 따라 공통분모가 있다면 어느 순간에 만나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희망은 지난 총선에서 조정훈이나 용혜인 등 민주당의 위성정당에 참여하는 형식의 신당 창당은 선거공학에 따른 것이지 국민 지지에 따른 것이 아니라고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창당기조였다”라면서도 “다만 앞으로 총선 일정이 구체화된다면 상황에 따라 예컨대 양당 기득권 정치 청산 요구가 나온다면 얼마든지 제3신당 빅텐트 논의 주체와 대화 및 협력은 가능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3년 12월 3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이재명 대표와 회동을 마친 뒤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제3지대 빅텐트’ 1월 말 윤곽나온다 “4월 총선에서 적어도 3지대는 ‘하나의 빅텐트’로 모이지 않는다면 어느 당이나 당선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다시 여의도. 극동VIP빌딩 8층에 마련된 새로운선택 당사에서 한지원 정책실장을 만났다. “3지대 빅텐트에 대한 기본문제의식은 공유하고 있다. 다만 다들 누군가 상을 차려주기만 기다리고 있다. 상이 멋지다 싶으면 숟가락을 얹으려고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나서서 물밑작업을 하려 하고 있다. 우리 당 정도면 딱히 고수할 기득권도 없고 어느 쪽이든 부담스러워할 것이 없기 때문에 우리 당이 중재 역할을 하기에는 딱 적당한 사이즈가 된다고 본다.”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 측이 나서서 “각자 지지층에 명분이 약하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이낙연·이준석 신당 측의 물밑 공동대응을 중재하겠다는 뜻이다. 이낙연·이준석·금태섭·양향자, 정의당 세번째권력 등 현 제3신당 추진세력이 모두 함께하는 ‘제3지대 빅텐트’는 과연 만들어질 수 있을까.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이준석의 경우 과거 정치권 신당이 의존했던 지역주의가 아니라 세대 콘셉트로 가는데 열린우리당 등이 나왔던 20~30년 전에는 2030세대 유권자들이 57%를 차지한 반면 지금은 그 규모가 31%밖에 안 된다는 점이 불리한 부분”이라면서도 “당장 이번 총선만 목표로 삼지 않고 세월을 자신들 편으로 보면서 장기전으로 나간다면 승산이 없지도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낙연의 경우도 ‘이재명은 아니다’라는 관점에서 결국 ‘답은 이낙연·이재명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라는 게임을 하고 있는 셈인데 이재명의 성공 내지 실패 여부에 따라 결과는 정반대일 수밖에 없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며 “당장 90여 일밖에 남지 않은 총선 국면에서 두 세력이 합당까지는 어렵더라도 예를 들어 서울 종로는 A당, 중구는 B당이 출마하는 식의 상호지원·선거연대는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분명한 사실은 이번 총선과 2026년 지방선거를 통해 보수·수구 기득권 세력이 독점하고 있는 양당체제가 깨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4월 총선은 말하자면 이후 새로운 정치지형 변화의 교두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1월 중순 정치분석서 <이기는 정치학: 현실주의자의 진보집권론>을 낼 최병천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의미 있는 제3신당’이라는 말은 상당히 넓은 결과를 포괄하는 말”이라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이를테면 4월 총선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 모두 과반을 못 하는 경우의 수도 있는데 만약 제3신당이 그런 결과를 만들어낸다면 그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여론조사별로 차이가 있지만, 이준석 신당의 지지율이 예컨대 10% 지지율이 나온다고 할 때 이걸 의석으로 환원하면 4.7석이다. 이준석이 목표로 설정한 원내교섭단체에는 못 이른다고 하더라도 의미 있는 결과다. 최대로 의미를 설정한다면 교섭단체(원내 20석) 이상을 얻는 것인데, 나는 이준석이나 이낙연 쪽 모두 교섭단체 이상 당선자를 내긴 어려우리라고 본다. 관전포인트는 2016년 안철수 국민의당이 얻은 38석이라는 성적표다. 당시 국민의당이 호남 전체 28석 중 20석 이상 석권했는데 이번에 만들어질 신당 중 그만큼의 퍼포먼스를 보여줄 가능성이 있을지 여부다. 거의 없다고 본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 중심으로 4월 총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여전히 높고, 제3신당이 교섭단체 이상의 지지를 받기는 어렵겠지만 설혹 한 자릿수라도 국회 진출에 성공하면 나름의 의미는 있으리라는 진단이다. 김성순 시사평론가는 “정치인들이 흔히 빠지는 함정이 메시지만 내면 국민이 박수 치고 따라오리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라며 “예컨대 코로나19 시기 백신에 대한 루머가 돌 때 문재인 대통령이 팔 걷고 백신을 맞는 것도 하나의 메시지이고 국민의 행동을 이끌어내는 일이었다. 지금 신당을 추진하는 정치인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현장에서 국민과 함께 동고동락하지 않고, 자기들끼리의 여의도 문법에 따른 이합집산뿐”이라고 말했다. 정치공학적 표 계산에 따른 ‘제3지대 빅텐트’는 만들어질 가능성도 낮고 설혹 만들어져도 성공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낙연 측 남평오 연대와공생 부이사장은 “(이낙연 측과) 이준석 신당의 연대 여부는 결국 시대나 국민의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각자 신당을 만들더라도 양당 기득권 청산이라는 대의에 따른 국민적 요구로 인해 결국 하나의 길에서 함께하게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과연 그렇게 될까. 남 부이사장이 내다보는 이낙연·이준석 연대 시점은 설날(2월 10일) 전후다.
이재명·이낙연, ‘진짜 한팀’ 될 가능성 있나(2023. 07. 21 11:16)
2023. 07. 21 11:16 정치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1년간의 미국 유학 생활을 마친 뒤 6월 2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지지자들을 향해 발언하고 있다. / 인천공항 공동취재단 또 불발됐다. 7월 20일 MBC라디오<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이낙연 측 윤영찬 의원은 ‘집중호우에 따른 수해복구 총력기간’이라는 점 이외에 애초 7월 11일에서 19일로 연기된 ‘명낙회동’이 연기된 “다른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윤 의원의 말이다. “수해로 수많은 피해로 사망자가 발생했고, 이런 기사가 계속 나가는데 거기에 두분이 만나 악수하고 웃고 하는 게 한가해 보이지 않겠나. 아무리 행정적인 책임이 없다 하더라도 야당 지도자들인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마음의 부담이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의 회동 약속은 이낙연 전 대표가 귀국하던 6월 24일 잡혔다. 이재명 대표가 전화해 ‘만나서 밥 한번 하자’고 제안을 건넸다. 윤 의원은 만남을 불편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에 “어떤 의제를 가지고 협상하는 자리가 아니라 인사하는 자리”라며 “어떤 부담을 갖거나 할 필요는 전혀 없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두 번째 불발된 ‘명낙회동’  “대한민국이 이 지경이 된 데는 제 책임도 있다는 걸 잘 안다. 못다 한 제 책임을 다하겠다.” 지난 6월 24일, 이낙연 전 대표의 귀국 일성 중 대부분의 언론사가 뽑은 핵심 대목이다. 원고 없이 한 10여 분의 연설 바로 앞 대목에는 ‘모든 국정을 재정립하고 대외관계를 바로잡아주길 바란다’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바람이 있다. 이 전 대표는 일본에는 ‘원전오염수 해양방류를 중지하고 대안을 찾아야’ 하며, 미국과 중국은 ‘대한민국을 더 존중해야 옳다’고 말한다. 러시아에는 ‘침략은 영원히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내치와 외치에서 ‘이 지경’을 만든 윤석열 정부로 정권이 교체된 데는 자신의 책임도 있다고 했다. 그리고 ‘못다 한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표현은 외교적 수사에 가깝다. ‘못다 한 책임’은 지난 대선에서 자신이 대선후보가 됐어야 한다는 말일까. 아니면 최소한 민주당 대선후보가 당선돼 정권교체가 되지 않았더라면 그가 이날 연설에서 밝힌 ‘민주주의와 복지후퇴’를 막을 수 있었다는 뜻일까. 경선으로 대선후보가 확정된 후,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 현실적인 선택지는 둘이었다. 여의도 입법 활동 경험이 없는 두 사람, 윤석열 아니면 이재명 중 하나였다. 그리고 다음 대선. 민주당의 현실적 선택지도 현실적으로는 둘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재명 아니면 이낙연이다. 이날 공항에는 1000여명의 이낙연 지지자들이 결집해 이낙연을 연호했다. ‘세(勢)’를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공항 밖 여론 공간에서는 그들의 목소리를 듣기 쉽지 않다. 왜일까. 귀국에 앞서 이낙연 전 대표는 책을 한 권 냈다. ‘이낙연의 구상’이라는 부제가 붙은 <대한민국 생존전략>이라는 책이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신냉전의 길로 접어든 미·중 경쟁 국면에서 북핵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이며, 대한민국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를 다룬 부분이 1장부터 3장까지 내용으로 이 책의 중심 부분이다. 4장은 과거 국무총리를 지내며 만난 각국 정상 이야기와 에피소드를 담고 있고, 5장은 대한민국이 나아갈 길로 ‘연성(軟性)강국’을 들고 있다. ‘신외교’를 주창하는 5장의 곳곳에는 지난 대선 경선 당시 이 전 대표의 캐치프레이즈였던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라는 표현이 나온다. 부록으로 미국과 독일 대학에서 한반도평화를 주제로 강연했던 원고를 담았다. 책을 보면 이 대표가 직접 기술했다는 것이 느껴진다. 기자 출신 특유의 단문으로 쓴 문장들이 이어진다. 놀라운 건 책도 그렇지만, 이 전 대표가 직접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정부 외교를 정면 비판하고 있는데도 민주당 지지성향 SNS나 커뮤니티의 반응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 전 대표의 행보를 두고 여전히 민주당 진영, 특히 ‘친명’ 지지자 상당수는 지난 대선 당시 0.73%의 ‘패배’ 책임이 그에게 있다는 인식을 나타내고 있다. 선거 막판에 불거져 현재까지 이재명 당대표의 사법리스크 핵심으로 똬리 틀고 있는 ‘대장동 의혹’을 꺼내든 당사자가 이 전 대표가 아니었냐는 비난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대장동 비리 범죄자가 대통령이 되는 걸 방관할 수 없다’며 지지자들 일부가 대선 막판 선을 넘어 윤석열 지지로 달려간 데 대한 책임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시각이다. 이낙연이 ‘불신’받는 이유  “누구라고 밝히진 못하지만, 이낙연 라인 쪽에서 이런 사건이 있다고 정보를 건넨 것은 사실이다. 저희도 대략적으로 듣는 것도 있고 확인하고 화천대유 쪽 입장도 들어보니 신빙성이 높고 제보자의 주장이 터무니없는 것 같지 않아 기사를 내게 됐다.” 당시 ‘이재명 후보님, “(주)화천대유자산관리는 누구 것입니까?”’라는 기자수첩 칼럼을 써 이 문제를 최초보도한 박종명 경기경제신문 대표가 지난 7월 18일 통화에서 밝힌 말이다. 그는 대장동 의혹을 최초제기하고 관련 소스를 준 게 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이낙연 캠프 측 아니었나라는 질문에 대해 “이낙연 라인에서 정보를 건넨 건 사실”이라면서도 의외의 답을 내놓았다. “여기저기서 억울함을 표하고 그쪽(이낙연 캠프)에도 상세한 정보를 많이 건넨 것 같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쪽에서 오픈하지 않고 덮어놓은 게 아닌가 싶다. 이낙연 캠프에 더 디테일한 정보를 건넨 것 같은데, 같은 당이라서 덮어놓은 것 같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이낙연 쪽은) 받은 자료들을 투명하게 공개해 시시비비를 빨리 가리는 편이 낫다.” 도미 중 장인상을 맞이해 임시귀국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왼쪽)가 지난 4월 9일 오후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을 마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배웅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기자는 대장동 의혹이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직전, “김만배 머니투데이 부국장이 설립한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이 조성한 현금흐름이 수상하다”는 제보를 받아 김만배 부국장과 통화했다. 박종명 대표가 위 칼럼을 게시한 다음 날이었다. 기자는 30여 분간의 김만배 부국장 인터뷰를 바탕으로 2021년 9월 21일 일문일답 인터뷰 기사를 썼다(“[단독] 화천대유 대주주 언론인 “이재명 지사와 무관…합법적으로 돈 벌었다” 기사 참조). 이 인터뷰는 나중에 공개된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이 뉴스타파 전문위원이라는 타이틀로 진행한 대담을 제외하면 지금까지 유일한 대장동 핵심인사 김만배의 언론인터뷰 기사다(지난해 11월 24일 출소한 김만배는 당시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어떤 언론과도 인터뷰하지 않고 어디서도 따로 얘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기자와 인터뷰 당시 김만배씨는 기자의 취재가 정치권의 ‘오더’에 따른 것이라 생각하는 듯했다. “언론인이었으니 취재가 그런 식으로 진행되는 게 아니라는 걸 잘 알지 않냐”고 했지만, 그는 통화가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기자는 최근 당시 최초정보를 제공한 당사자를 다시 만나 문제 제기 경위를 들었다. 이 인사가 당시 이낙연 캠프 측에서 활동한 것은 사실이다. 그는 대장동 관련 의혹 조사가 “당시 후보(이낙연)의 지시나 재가에 따른 것은 아니었다”라고 밝혔다. “알다시피 이낙연 전 대표는 기자 출신이다. 완벽한 팩트가 확보되지 않는 한 이야기를 꺼내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당시 김만배라는 사람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했다. 정말 이 사람이 머니투데이 부국장이 맞는지부터가 의혹 대상이었다. 찾을 수 있는 단서는 이성문 화천대유 대표와 같이 골프장에서 찍은 사진 정도가 전부였다.” 이 인사에 따르면 이낙연 캠프가 대장동 사건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그해 7월 최기수씨라는 대장동 원주민 대책위 대표가 바리바리 서류뭉치를 싸들고 오면서부터다. 캠프와 상관없이 관련 TF팀이 만들어지고 검증작업이 시작됐다. 이 인사는 “공개돼 있지 않은 관련 회계자료 등을 사비를 들여 떼는 등 여러 각도에서 들여다봤다”라고 덧붙였다. 또다른 인사는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증언을 덧붙였다. “당시 청와대에서 이 사안을 제대로 검증했다면 지금처럼 큰 정치적 이슈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관련 제보를 받고도 이 사건이 자당의 유력 대선주자와 연결될 것으로 보이니까 선을 긋고 덮어버린 것이다.” 이 ‘증언’은 지금까지도 정치권에서 암암리에 거론되고 있는 대장동 사건이 세상에 나온 경위와 다르다. 알려진 이야기는 청와대 민정으로 들어온 첩보의 정치적 파장을 고려해 덮은 뒤, 특정 국회의원과 인적 연계고리를 통해 이낙연 캠프 쪽으로 토스했다는 것이다. 최초 제보자로 지목된 ‘대장동 원주민 대책위 최기수씨’와 관련해 포털뉴스에서 검색하면 관련 뉴스를 찾을 수 없다. 대신 시일이 흐른 뒤 BBC코리아에서 보도한 최기수씨의 억울한 사연 취재 기사를 볼 수 있다. 이른바 ‘50억 클럽’과 관련해 최씨는 BBC코리아와 인터뷰(2021년 11월 6일)에서 “우리 대장동 원주민 9명이 성남시에 낸 소송금액이 평균 6억원에서 54억원쯤 된다. 퇴직금으로 50억원씩 받아갔다니 이게 어떻게 정상적인 환수라고 할 수 있겠나”며 “주민들 돈으로 잔치한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지난 7월 17일 ‘2020년 7월에 이낙연 캠프를 찾아갔냐’는 기자의 질문에 최씨는 “나는 거기와 관계가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대장동 의혹’ 이낙연의 현재 생각은  경선 막판 ‘대장동 의혹’을 꺼내든 이낙연 전 대표의 지금 생각은 어떤 걸까. 대선 이후 이낙연 전 대표는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아직 밝힌 적이 없다. 과거 이낙연 전 대표와 여러 선거를 치렀던 인사는 “과거같이 선거를 치러본 내 경험에 비춰봤을 때 드는 생각은 이낙연이라는 사람은 특히 선거 때 네거티브를 활용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과거 선거와 비교해보면 당시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의원 중심의 캠프는 처음 경험했다. 그래서 네거티브전 성격으로 흘러버린 구도에 별다른 터치(제재)를 못 한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자기 책임을 말한 귀국 일성에는 그 대목도 포함돼 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지난 대선 경선을 되돌아보면) 이낙연 대표 본연의 매력, 이런 것은 하나도 드러나지 않고 네거티브하고,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 돼버렸다. 나는 그게 너무 안타깝다.” 이 인사에게 계속 물었다. -어쨌든 대장동 의혹을 제기했고, ‘이재명 대표가 후보가 되면 안 된다’는 메시지가 경선 때 마지막으로 나와 있는 데서 멈춰 있는 것 아닌가. “나도 캠프를 했으니 그 책임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후보 본인 생각이었냐는 거다. 이미 의혹이 불거진 상황에서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경선토론에서 꺼낸 것이다. 대장동 의혹은 대선에서 민주당이 진 계기가 됐지만, 경선에서 NY(이낙연)가 진 이유로도 작용했다. 전반적으로 보면 네거티브 양상으로 흘러버린 게 뼈아팠다. 문제는 당시 전략을 담당했던 의원들이 지금도 그대로 포진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크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설훈·윤영찬 의원을 말하는 건가. “구체적으로 누구라고 찍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다 그대로 있고 오히려 더 가까워져 있지 않나.” 7월 17일 국회에서 열린 제75주년 제헌절 경축식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참석했다. 왼쪽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 국회사진기자단 -추미애 전 장관이 최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을 사임시켰고, 문 대통령은 당으로부터 건의받았다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추 전 장관은 당시 문 대통령의 생각을 번복할 수 있는 두 사람 중 한 사람을 나중에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는데, 당에서 건의한 주체로 이낙연 전 대표를 사실상 지목했다. “추미애도 (이낙연 전 대표에 대한) 감정이 사나워서 경선 때부터 계속 그러고 있다고 본다. 만나서 풀어야 한다. 싫어도 해야 하는 일이 있다. 그것을 푸는 것이 정치다.” 이 인사는 이재명 당대표와의 만남으로 그동안 쌓인 앙금이 쉽게 풀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내다봤다. “절대 안 된다. 갈등 이야기가 나오니까 그런 이미지라도 불식시켜보려고 하는 건데, 그마저도 계속 불발되고 있지 않나.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 사면초가다. 안 하면 안 한다고 그러고. 가만히 있어도 돌아온(귀국한) 것 자체가 갈등을 만들고 있다. 심지어 신당 창당 의혹까지 나오고 있으니….”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다음과 같이 진단했다. “예전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선후보가 될 때 상황과 비슷한 거다. 일단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적이 미운 것이다. 당시 한나라당과의 차이라면 그때는 대통령이 됐지만, 지금은 안 됐다는 점이다. 앙금이 더 많이 남을 수밖에 없다. 이재명 팬덤의 ‘이낙연 악마화’는 아마 내년 총선 선거국면까지 계속될 것이다. 이낙연 전 대표 쪽은 정치세력화는 안 돼 있으니 일방적으로 당할 것이고. 즉 이재명 팬덤의 관점에서 이낙연은 지속적으로 ‘분란만 일으키는 미꾸라지’로 보일 것이다.” 엄 소장은 현재의 민주당 주류가 교체됐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펴왔다. 문재인 정부 때만 하더라도 민주당의 주류는 호남과 586 그리고 영남개혁세력의 연합이었다. 그것이 지금은 이재명을 견고하게 지지하는 40대 반보수 강성지지층과 ‘개딸’로 대표되는 신주류로 바뀌었다. 이어지는 그의 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비판하는 추미애의 최근 행보를 보면 민주당의 주도세력이 40대로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이재명 대표가 이들을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다는 걸 추미애는 동물적으로 캐치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주류편승을 시도하는 것이다. 박지원이 이재명 지킴이를 자임하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낙연 전 대표가 민주당의 옛 주류였던 호남 586과 영남개혁세력 세를 모아 반전을 꾀해보려는 듯한데, 쉽지 않을 것이다. 당분간 반보수 대표성은 이재명 대표가 가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민주당의 주류가 바뀌었다”  의문은 이것이다. 어찌됐든 언젠가는 ‘명낙회동’은 성사될 것이다. 다만 여러 전문가가 예측하듯 회동에서 ‘윤석열 정권의 실정을 지적하고 내년 총선을 위해 힘을 합칠 것’과 같은 원론적인 메시지 이외의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오긴 힘들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마음은 알 수 없다고 하지만, 회동 이후에도 두 사람이 화학적 결합을 이뤄내리라 전망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히려 두 사람의 표면적인 ‘화해’ 제스처를 놓고도 강성팬덤이 반발할 가능성마저 있다. 현재 강성 민주당 지지층은 이재명 당대표를 지지하고 있지만 달리 말하면 이 대표가 ‘강성팬덤’이라는 호랑이 등에 올라탄 형국이다. 당 요구에 따라 “수박표현을 자제해 달라”고 발언했을 때 일부 팬덤에서 나온 반발에서도 조짐이 보였다. “그건 현재 이재명 팬덤의 특성이다. 어느 정도 선을 넘으면 자기네가 지지했던 플레이어조차 비판하고 부정하며 무주공산을 만드는 그런 팬덤이다. 그런데 그게 또 이재명 스타일이기도 하다. 자신이 가는 길과 안 맞으면 다 배척한다. 분명 이재명이 이낙연과 형식적으로 손을 잡는 뉘앙스만 보여도 팬덤 일부에서는 강하게 반발할 것이다. 그러면 이재명은? 팬덤과 손절할 것이다. 골치 아프면 그런 팬덤 버리고 다시 만들자, 그렇게 해왔다.” 박신용철 더체인지플랜 선임연구위원의 말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이재명, 이낙연 대선 예비후보가 2021년 8월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본경선 3차 TV토론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왼쪽부터). / 국회사진기자단 그는 내년 총선까지의 구도를 다음과 같이 전망했다. “이낙연 지지세력 중 일부는 공천 때문에 분당을 바랄 수는 있지만, 이낙연 측이 당을 깰 명분과 동력은 잘 안 보인다. 일부는 떨어져 나가더라도 분당 자체는 쉽지 않을 것이다. 윤석열 정권과 검찰은 이른바 ‘이재명 사법리스크’를 어떻게 하든 공천 시즌인 올해 12월이나 내년 1월 중에 (그 전에 나올) 1심판결을 소재로 대대적으로 때리면서 민주당의 판을 흔들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이건 고전적 수법이다. 민주당은 역으로 검찰을 앞세워 정치공작을 하는 것 아니냐고 되받아칠 게 뻔하다.” 그는 결국 윤석열 정권의 ‘기획’은 상쇄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 이재명 당대표 재판에서 핵심은 선거법 재판이 아니다. 신속하게 끝날 수 없다. 이재명 입장에서 대법까지 가면 최소 3년 이상 간다. 검찰 입장에서는 이재명 유죄 또는 무죄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총선 전에 정치적 타격을 줘야 하는데, 그게 계획대로 되진 않을 것이다. 결국 이재명으로서는 이대로 총선까지 끌고 가더라도 해볼 만하다고 판단하지 않겠나.” 이재명 입장에서 본다면 당내 화합과 확장을 위해 이낙연과 손잡고 가야 한다는 당위가 있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절실하지는 않으리라는 해석이다. 내년 총선 본선서 ‘이재명’ 통할까  ‘민주당의 변화된 당내 상황’은 서울에서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한 당직자 출신 인사의 고민에서도 엿볼 수 있다. “출마를 계획하는 지역구 권리당원 수가 3500명이다. 수도권 지역의 경우 평균적으로 3000에서 5000여명의 권리당원이 있다. 현재 지역위원장에게 지난 3월까지의 당원 관련 자료를 주는데, 그게 현 지역위원장으로서는 엄청난 이점으로 작용한다. 자료를 보면 권리당원은 2016년과 2017년 그리고 2021년에서 2022년 시기에 가입이 집중돼 있다. 2021년 대통령 경선할 때는 사실 국민선거인단이었지 당원이 아니었다. 2022년 대선 때 국민선거인단을 했는데 이재명이 떨어져 열 받아서 가입한 사람들이 압도적인 다수다. ‘개딸’이라고 20대 여성이 호명됐는데, 실제 이때 들어온 권리당원들을 보면 20대는 거의 없고 50대가 대다수다. 여자보다 남자가 많다. 그다음이 40대, 60대, 50대 순이다. ‘민주당 지지라기보다 이재명 지지’가 압도적 다수다. 그 당원들의 지지를 받지 않고서는 안 되니까 모든 의원이 ‘친명’을 할 수밖에 없다. 지역마다 특성이 있기는 하다. 특히 서울의 경우 이재명만 가지고 본선에서 될까. 다시 말해 경선은 ‘이재명’으로 하더라도 본선에서 ‘이재명’으로 될 지역이 얼마나 될까.” “한쪽이 이기고 졌으면 다른 관계가 성립됐겠지만, 똑같이 대선을 다시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또다시 경쟁 관계에 들어가기 때문에 그리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 대선 경선이 끝난 지 2년 가까이 흘렀는데도 이재명·이낙연 사이의 앙금이 왜 사라지지 않는지’에 대한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의 분석이다. “예컨대 2007년 한나라당 경선 때 MB는 최태민·최순실 관계를, 박근혜는 BBK와 다스 관계를 연일 폭로하며 서로 공격했지만, 대선을 앞두곤 타협의 악수를 했다. 당시 박근혜가 MB 정부의 성공을 바라고 정권교체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갈등이 봉합됐는데, 현재의 이재명·이낙연 관계는 그렇지 않다. 서로 다시 링에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둘의 경쟁·갈등 관계는 불가피하다고 봐야 한다.” 이낙연 ‘호남 민심’ 돌아봐야  그는 특히 이낙연 전 대표가 귀국 때 밝힌 ‘못다 한 책임’을 다 하려면 자신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호남 민심’을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는 지난 대선 경선 때 이낙연 후보가 광주에서 1% 차로 승리하는 것을 보고 경선이 끝났다고 봤다. 호남 대표주자가 자신의 홈그라운드에서 어떻게 1% 차로 이기는가. 호남 유권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의외로 이낙연 전 대표에 대한 거부반응이 상당하다. 그 반응은 단순히 이재명이 좋고 이낙연이 나쁘다, 그런 차원이 아니다. 이재명 지지를 떠나서 이낙연이 큰 상처를 줬다는 얘기다.” 그는 이낙연이 호남 민심을 잃고 추락한 계기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 제기를 들었다. “호남사람들은 전두환·노태우로부터 시작해 현재 국민의힘 세력으로 면면히 이어져 온 그 세력에 대한 거부감·정서가 강하다. 이명박·박근혜가 그들을 이어 집권했는데, 그 사람들 사면을 이낙연이 이야기하니, ‘저 사람 우리 편이 아니지 않나,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지’라며 지지를 철회해버렸다. 호남에서 이재명에 대한 지지율이 지금도 높은데, 이재명의 리더십에 열렬히 환영해 그렇다기보다 지금 우리를 위해 저들과 맞서 싸울 장수는 이재명이다, 이렇게 인정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당분간 현재로서는 이재명 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 이렇게 그들은 생각하지 않을까.” 사면론은 한때 40%가 넘던 ‘이낙연 대세론’을 한 방에 무너뜨린 결정적 패착이었다. 사면론 제기와 관련해 이낙연이 할 이야기가 없는 건 아니다. 그는 대선 전 펴낸 문형렬 작가와의 대담집 <이낙연의 약속>에 실린 1문 1답에서 “최근 혼자 소리 내 울었던 때는?”이라는 질문에 “지난 1월, 오해와 비난을 받았을 때”라고 답했다. 책에서 그는 “무엇보다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 그 일로 아프게 배웠다. 내 생각이 무엇이든, 거론의 시기와 방법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자는 사면론이 나왔을 당시 막후에서 벌어진 상황과 관련한 기사를 썼다(주간경향 1411호, ‘이낙연의 사면론, 묘수일까 자충수일까’ 기사 참조). 사면론을 꺼내들기 사흘 전, 이 전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과 독대했다. 어떤 형식이든 발언 전 대통령의 의중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으리라는 게 당시 정가의 관측이었다. 최근 추미애 전 장관처럼 이낙연 전 대표도 가슴에 묻어둔 이야기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능구 대표는 “이낙연 대표는 당시 양정철의 말을 대통령의 메시지로 생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워딩’을 대통령의 공감 내지는 재가를 받은 것으로 착각했다는 주장이다. 이 역시 앞으로 언젠가는 밝혀져야 할 운명을 가른 역사적 ‘진실’이다.
표지 이야기
이낙연 고향’ 호남, 왜 이재명 택했나(2021. 10. 15 13:52)
2021. 10. 15 13:52 정치
ㆍ호남, 본선 경쟁력 잣대로 전략적 투표 ㆍ 이낙연 지지층 이탈 등 경선 후유증 우려 호남 민심은 한때나마 착잡했다. 경선 불복 조짐이 더불어민주당의 원팀 붕괴를 넘어 이재명 후보의 경쟁력까지 훼손시키는 게 아닌가 우려했다. 치열한 진영 간 대결이 예측되는 이번 대선에서 내분은 사실 공멸이나 다름없다. 광주시민은 이러다가 5월 광주의 꿈마저 무너지나 싶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왼쪽)과 이재명 경기도지사 / 경향신문 자료사진 광주 민주진영 인사들은 후보 선출 당일(10월 10일) 이의제기가 터지자 긴박하게 움직였다. 지난 2002년 제16대 대선을 앞두고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지자,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로 교체를 요구했던 후보단일화협의회(후단협) 사태를 떠올렸다. 지난 2012년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에서도 중도 사퇴자의 무효처리를 두고 갈등이 나왔지만, 이번처럼 격렬하지는 않았다. 민주당 경선에서 보지 못한 초유의 강한 파열음이었다. 이낙연 후보 측의 공격은 연일 계속됐다. 불안한 후보를 넘어 위기의 후보라고 부채질했다. 분열의 조짐마저 보였다. 광주의 목소리가 필요했다. 광주 민주인사들은 지난 10월 13일 ‘원팀 촉구 시민 성명’을 발표했다. 이낙연 후보의 경선 승복을 강하게 압박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경선결과를 부정하려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걱정스럽다”며 “단결할 때 단결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은 또다시 과거의 늪으로 빠져 촛불시민과 함께 이룩한 모든 성과와 희망을 송두리째 짓밟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80년 이전에도 이후에도 광주는 오로지 민주정부를 위해 헌신해왔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기본권 시대를 여는 대동세상 5월 광주의 바람을 위해 경선 승복, 원팀”을 촉구했다. 이낙연 후보에게 첫승을 선물한 광주·전남에서 경선 승복을 요구하는 첫 메시지였다. 성명에 참여한 한 인사는 “민주당 경선결과가 나온 지난 10일 이의제기 같은 불복 움직임이 나오자 바로 저녁부터 전화와 만남을 통해 의견을 모았다”며 “경선 불복 사태는 대선을 앞둔 민주당뿐 아니라 민주진영에도 엄청난 악재라는 위기의식이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광주의 압박 메시지가 전파됐는지 이 후보는 경선결과 수용을 선언했다. 아슬하고 긴박했던 사흘이었다. 이낙연 ‘도덕성’보다 이재명 ‘돌파력’ 이번 민주당 경선에서 호남은 내심 고민이 많았다. 광주시당 한 권리당원은 “양 후보의 캐릭터와 인생 내력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상당수 당원이 고심을 많이 했다고 들었다”면서 “광주는 이재명 후보의 본선 경쟁력과 돌파력을, 전남은 이낙연 후보의 고향으로 깨끗한 후보론에 더 마음이 다가선 것 같다”고 후평했다. 호남은 역대 경선에서 시대정신과 본선 경쟁력을 잣대로 전략적 투표를 실시했다. 지난 2002년의 경우 이인제 후보(31.3%)의 대세론을 뚫고 광주는 시대정신의 아이콘 노무현 후보에게 1위 37.9%를 몰아주었다. 이른바 노풍이었다. 2012년에는 또다시 부산 출신 문재인(48.5%)을 선택했다. 당시 광주·전남의 장인으로 불렸던 손학규 후보는 32.3%에 그쳤다. 2017년에는 안희정 바람(20%)이 불었지만, 다시 될 만한 후보 문재인에게 5년 전보다 더한 몰표(60.2%)를 주었다. 광주·전남 당원들이 고심은 했지만, 호남 전체로 보면 50.75% 대 42.8%로 이 지사의 승리였다, 호남 민심은 도덕성을 강조한 신중한 이낙연보다는 돌파형 리더십으로 성과 성취형인 이재명 후보를 선택했다. 이재명은 호남사람들에게 ‘쌈빡하고 아싸리한’ 후보다. 전라도 방언에서 카리스마 있는 사이다형 정치인을 흔히 ‘쌈박하다’, ‘아싸리하다’고 한다. 산뜻하고 깨끗하다는 뜻인데, 그보다는 잘 드는 칼로 한 번에 싹 베는 듯한 결단과 돌파력을 상징한다. 더불어민주당 광주·전남 합동연설회가 열린 지난 9월 25일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앞에 민주당 지지자들이 모여 있다. / 광주=연합뉴스 “화학적 원팀 쉽지 않을 것” 이제 이 전 대표의 경선 수용으로 더 이상 파열음은 나오지 않을 듯싶다.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의 앙금과 서운함은 남겠지만, 이들 또한 민주당 당원이기 때문에 일정 시간이 흐르면 원팀에 녹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명낙대전의 경선 후유증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남아 있다. 광주지역 한 언론인은 “이번 경선결과 이낙연을 지지했던 호남지역 정치인들은 향후 진행될 지방선거에서 자신들의 처지가 불투명하게 됐다”면서 “호남은 민주당 경선이 본선이기 때문에 결국 이재명 지지자 대 이낙연 지지자로 지방 선거판이 짜일 게 뻔하다. 이런 상황에서 화학적 원팀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시각을 반영하듯 이낙연 지지자들의 민주당 이탈도 엿보인다. 오마이뉴스가 리얼미터에 의뢰한 여론조사를 보면 이 전 대표 지지층은 이재명 대 윤석열 대결에서 이 지사를 14.2%, 야권 후보인 윤 전 총장을 40.3%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대 홍준표 대결에서도 이 지사 13.3%, 홍 의원 29.9%이다. 경선 직후라 깊은 앙금이 그대로 녹아 있지만, 어느 정도의 이탈은 예견된다(10월 11~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27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2%포인트). 이낙연 지지층의 이탈은 역으로 이재명 후보가 호남과 이 전 대표를 전력을 다해 끌어안아야 함을 보여준다. 집토끼부터 확실하게 챙겨야 한다는 것. 나아가 이낙연 후보와 진정 원팀이 된다면 이 후보의 약점을 이낙연으로 메울 수 있는 정치적 보완재가 될 수도 있다. 이이제이(以李制李)라 할까. 민주당 전남당원인 이모씨(54·나주)는 “이낙연 전 대표의 온건하고 진중한 이미지가 경선에서는 한쪽을 선택해야 했기 때문에 배제됐다”며 “이재명 지사의 뚜렷한 시대정신과 정책적 업적, 성취에 이 전 대표의 캐릭터가 더해지면 의미 있는 조합으로 본선에서 상당한 플러스 요인”이라고 말했다. 대선은 정당, 후보자, 미래의 선택이라고 한다. 경선이 격했던 터라 다소 어수선하지만, 호남의 시선은 이재명에게 향하고 있다. 대선 무대에 올라선 그에게 묻는다. 코로나19 민생위기, 기후·생태위기, 4차 산업혁명과 노동위기, 균형발전과 지역소멸의 위기를 타파할 수 있는가. 더불어 5월 광주의 지난한 꿈을 이룰 수 있는지도 되묻는다. 호남은 다시 이재명 후보를 주시한다.
표지 이야기
[오늘을 생각한다]이낙연의 정치가 남긴 것
[오늘을 생각한다]이낙연의 정치가 남긴 것(2021. 10. 15 13:50)
2021. 10. 15 13:50 오피니언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이재명 후보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문재인 정부 최장수 총리로서 한때 대세를 형성했던 이낙연 후보는 어쩌다 패배했을까. 당혹스러웠던 박근혜 사면을 고집했던 장면이나 우습기 짝이 없던 ‘적통론’을 제기했던 장면 등이 떠오른다. 그보다는 이낙연의 굵고 짧았던 호시절이 민주당과 우리 정치에 남긴 것들을 살펴보는 편이 유익할 것 같다. 경선 패배가 확정된 날, 이낙연 후보 측에서는 이의를 제기했다. 중도 사퇴한 후보들의 표를 무효표 처리한 것이 당규를 위반했다는 이른바 ‘무효표 사사오입’ 주장이다. 이 후보 측 주장에도 일말의 타당함은 있었으나, 본선을 앞두고 경선 결과에 불복하는 모습은 볼썽사나웠다. 사실 여기까지 왔으면 후보에게는 선택권이 없다. 모양이 빠지더라도 비벼볼 구석이 있으면 일단 비벼야 하는 게 호랑이 등에 올라탄 사람의 신세다. 그와 별개로, 이낙연이라는 정치인이 당대표-대선후보를 거치며 민주당에 확립한 기풍이 있다. 이제 저 당은 당헌당규가 어떠한가를 따지는 정당이 아니라 내가 그 당헌당규를 지킬 필요가 있느냐를 따져야 하는 정당으로 전락했다는 사실이다. 이낙연 캠프에서 불복 의사를 밝히자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즉각 “경선은 당헌당규에 따라 진행됐다”며 수용불가 입장을 밝혔다. 송 대표가 저 말을 했을 때 민주당 지지자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코웃음 쳤다. 이제 저 당의 당헌당규를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이런 근본 없는 정당으로 전락한 데에는 누구보다 이낙연의 기여가 크다. 총선을 앞두고 위성정당 창당 논쟁이 한창이던 지난해 3월, 여야를 통틀어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였던 이낙연은 당선대위원장을 수락한 뒤 “비난은 잠시 책임은 4년”이라는 어록을 남기며 위성정당 창당의 길을 연다. 상대 당에 맹렬한 비난을 퍼부었던 바로 그 일을 똑같이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1년 뒤 치러진 박원순과 오거돈의 후임자를 뽑는 재보궐선거, 이낙연의 ‘엄중한’ 잣대는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오른다. 이낙연 지도부는 재보선 귀책사유가 자당에 있을 경우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당헌을 변경하면서까지 모든 선거구에 후보를 냈다. 이낙연은 당의 미래와 승리 확률까지 고려했을 때 그 선거에서 가장 좋은 기회-후보를 내지 않을 기회를 그렇게 날린다. 선거 참패와 추락한 지지율, 경선 패배와 불복사태. 민주당이 원칙없는 ‘내로남불 정당’으로 각인되는 데 혁혁한 공로를 세웠던 그가 이제 와서 당헌당규의 훼손을 규탄했다. 짧았던 ‘이낙연의 민주당’ 시절은 어떻게 기록돼야 할까. 위성정당 창당-재보궐 공천-경선 불복으로 이어진 일련의 결정은 공당으로서 민주당의 신뢰도를 실추시켰다. 집권당의 모럴해저드를 방조·강화해 정치의 도덕 하한선을 낮추고 유권자 정치환멸을 유발했다는 점에서, 나는 그가 우리 정치의 질적 수준을 한단계 떨어뜨린 장본인이라고 생각한다. 언제나 엄중하게 지켜본다는 ‘엄중 선생’이 실제로는 가장 경박스러운 기풍을 심어놓았다.
[주간 舌전]“오로지 이낙연의 정치적 생명을 끊는 데에 집중하겠다”
[주간 舌전]“오로지 이낙연의 정치적 생명을 끊는 데에 집중하겠다”(2021. 08. 20 14:40)
2021. 08. 20 14:40 정치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씨가 지난 8월 18일 자신의 경기관광공사 사장 내정을 두고 ‘친일프레임’ 공격을 하는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을 향해 독설을 내뱉었다. 황교익 맛칼럼니스트 / 연합뉴스 황씨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부터 청문회 바로 전까지 저는 오로지 이낙연의 정치적 생명을 끊는 데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CBS 라디오에 나와 “같은 문재인 정부에서 일하고 정신적인 동지라고 생각했던 사람에 의해 적들이 던진 프레임을 받아 저한테 공격한다는 게 인간적으로 도리가 아니다. 이것은 인간의 일이 아니다. 짐승이나 이런 일을 한다”면서 이 전 대표를 비난했다. 그러면서 “인간적인 배신감을 느꼈다”며 “이낙연씨는 인격적 모독을 한 것에 대해 사과하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는 일부 강성 지지층도 강하게 비판했다. 황씨는 “극렬 문파들은 사람을 죽이려고 덤비는 악마들”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7일 이낙연 캠프 상임부위원장인 신경민 전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황씨가) 일본 음식에 대해서 굉장히 높이 평가하고, 한국 음식은 그 아류라는 식의 멘트를 많이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인식을 갖고 무슨 관광공사, 특히 경기도관광공사를 할(맡을) 수 있을 것인가 의심이 든다”며 “일본 도쿄나 오사카 관광공사에 맞을 분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주간 舌전
‘상승세’ 이낙연 이재명 넘어설까(2021. 08. 02 11:28)
2021. 08. 02 11:28 정치
이낙연, 호남·2030 지지율 탄력… 이재명, 핵심기반층 40대 탄탄 “도서관에서 정숙하라고 소리지르는 것과 비슷하다. 이런 건 네거티브에 속한다. 안 했으면 좋겠다.” 7월 29일 광주MBC 라디오의 대담프로그램에 나온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말이다. “지역구도라는 것은 우리 사회의 오래된 상처인데, 상처를 대할 때는 아픈 사람의 입장에서 대하는 것이 옳다는 말씀을 드렸다. 그런 점에서 서로 자제하고 그런 선에서 매듭지어지기를 바랐는데 결과는 그렇게 안 됐다.” 같은 날 KBS 라디오에 출연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말이다. 두 사람은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다. 치킨게임이 계속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들이 7월 28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원팀’ 협약식에서 ‘정정당당 경선’ 선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추미애, 박용진, 이낙연, 정세균, 김두관, 이재명 후보 / 국회사진기자단 이낙연 지지율 상승세, 원인은 7월 28일 TV토론을 시작으로 더불어민주당 본경선이 시작됐다. 토론에 참여한 6명 후보는 원팀 협약식 퍼포먼스까지 했지만, 첫 토론부터 네거티브 신경전이 재현됐다. 당내 경선 1위 주자 이재명과 2위 이낙연의 싸움이다. 싸움의 원인은 결국 지지율이다. 1차 경선이 마무리된 뒤 1중에 머물렀던 이낙연의 상승세가 뚜렷해졌다. 일부조사에서는 야권주자와 대선경쟁력에 대한 질문에선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이재명을 앞선 결과까지 나왔다. 원래는 ‘이재명 본선 과반 저지-5일 이내 치르게 돼 있는 결선에서 역전’ 시나리오가 이낙연의 전략이라는 관측이 다수였다. 그런데 상승세가 심상찮다. 아직 소수의 전망이긴 하지만 전국순회경선 단계에서부터 이낙연이 앞지르기 시작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온다. 과연 그럴까. 우선 궁금한 건 최근 이재명 지지율 정체-이낙연 상승세의 원인이 무엇인가라는 문제다. “백제 발언 논란 파문은 꽤 오래 갈 것이다. 당장은 문제삼은 이낙연이 마이너스로 보이지만 백제를 꺼낸 것 자체가 이재명의 잘못이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KSOI) 소장의 말이다. 이 소장은 그렇다고 두 대권주자의 지지율은 당장 엎어질 것으로 보진 않았다. 이재명 대세론이 유지되고 있고, 지지자들의 ‘물불 가리지 않는’ 충성도가 높기 때문이다. “윤석열의 지지율이 빠지는 것과 연계될 것이다. 이재명과 함께 종전 2강을 형성하는 구도였는데, 이 관계가 흔들리면서 빠진 지지율이 어디로 갈 것인가의 문제다. 두 사람의 지지율이 서로 영향을 주는 관계는 맞지만 완전히 커플링된 관계는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관전평에 기초한 전망을 이렇게 덧붙였다. “앞으로 남은 200일은 지난 200일보다 훨씬 더 길고 쫀쫀하게 갈 것 같다.” 생각보다 엎치락덮치락 하는 격변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평이다. 여권 1위 주자인 이재명과 2위 주자 이낙연의 지지율이 빠른 시일 내에 역전될 가능성으로 보는 전문가는 드물다. 2위를 달리고 있는 이낙연 캠프조차 인정하는 분위기다. 캠프 핵심인사의 발언이다. “지금의 지지율은 8월 초까지는 간다. 백제 발언은 그걸 지키고자 이재명이 전략적으로 꺼내놓은 것이다. 호남 못지않게 영남결집을 노린 것이다. 우리 당의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다.” 이 관계자는 그럼에도 1차 본선에서 이낙연의 지지율이 이재명을 앞지를 것으로 보진 않았다. “당에서 2차 선거인단 모집을 300만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모집되는 인원이 하루 2만명선이다. 이대로면 현실적으로 200만명이다. 권리당원표가 70만표인데 뭉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아직 2개월 남았으니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결선투표를 통해 이기는 것은 여전히 현실적 목표다.” ‘이낙연이 이재명을 결국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은 오히려 당 밖에서 나온다. 이번 대선의 성격은 정권교체·심판 선거라고 주장하는 김장수 제3정치연구소 소장은 “윤석열을 기준으로 평가한다면 이낙연이 이재명보다 어렵다”고 전망한다. “이재명·이낙연이 받고 있는 현 지지율은 결국 역전될 것이라고 한달 전부터 전망했다. 중요한 것은 후보를 선출하는 민주당의 선출방식이다. 70만 권리당원과 선거인단에서 200만표를 나눠가는 것이라면 1순위는 호남이고, 2순위는 친문이다. 중요한 지표는 민주당 지지층 내 지지율이다. 이런 부분에서는 이낙연이 다 따라잡았다. 이재명이 당 선거에서 이기려면 백병전으로 조직동원을 엄청 해야 한다는 결론인데, 과연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다.” 그는 심지어 이렇게 주장했다. “2002년 노무현 선거처럼 끝날 수 있다. 지역순회경선에서 광주 전에 엎어지기 시작할 것이다. 권리당원의 경우 많은 경우 호남이거나 친문이다. 이들 상당수가 이낙연 쪽인데 이재명이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과연 그럴까.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7월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0대 대선 후보자 ‘원팀’ 협약식에서 핵심공약 원팀 퍼즐 맞추기 퍼포먼스를 하는 이낙연 전 대표를 바라보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당 밖 관측 “지역순회경선 전에 엎어질 수도” 홍형식 한길리서치 대표는 “현재까지 여당 경선구도는 2강으로 더 집중되는 추세”라며 “소위 친문진영이 김경수 지사 재판 전에는 관망하다가 최근 들어 이낙연으로 기우는 것 같다”라고 전망했다. “이재명 지지자들의 특성을 보면 좌고우면 관망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바로 선택하는 반면, 그동안 관망하고 지켜봤던 층들은 뒤집어놓고 보면 이재명이 1위이니 마음에 안 들어 선택할 수 없어 관망했던 것인데 이낙연이라는 대안이 다시 떠오르니 선택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가 보기엔 이재명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상승요인이 사실상 고갈된 것도 역전가능성이 높아진 한 이유다. “사이다 이미지도 줄어들었고, 이재명이 가지고 있는 개혁이미지는 이미 지지율에 다 반영된 상태다. 기본소득은 사실상 출구전략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이낙연의 지지율을 끌어올린 호남, 친문, 관망파가 무제한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닌데, 지금의 국면은 ‘관망파’들이 선택을 거의 끝내가는 과정이라고 봐야 한다. 우리 조사결과를 보면 전체에서 이재명은 6%포인트 정도를 앞섰고, 민주당 내에서는 1~2%포인트 정도를 앞선다. 조금만 더 확보하면 박빙이 되니 네거티브전이 나온 것이다.” 그는 남은 경선 일정 내에 있는 광복절에 문재인 대통령이 8·15 사면카드를 꺼내든다면 판구도 자체가 바뀔 수 있다고 전망했다. 보수매체를 중심으로 솔솔 불을 지피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과 함께 두 전직 대통령 중 한명, 예컨대 건강문제로 병원에 입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을 시행한다면 2위 주자인 이낙연에게는 큰 호재가 된다는 것이다. “여권 지지자들에게 사면론과 관련해 이낙연에게 제기된 비판 중 큰 부분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사면을 대통령의 의중과 관련 없이 밀어붙였다’인데,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사면을 한다면 그 비판이 힘을 잃는 것이다. 사실 이 전 대표가 대통령의 의중과 상관없이 사면을 꺼내진 않았을 것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의 생각은 다르다. “백제 논란 등이 반영된 7월 25~26일 리얼미터 조사결과 등을 보면 깜짝 반등했던 이낙연 지지율은 다시 소강상태가 됐다. 본선 후보토론회에서 이재명은 이재명다움을 되찾은 것 같다. 본인이 매번 이야기했던 불공정에 대한 분노에 붙여 그동안 ‘기조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기본시리즈에 대한 입장도 정리한 듯하다. 한마디로 정면돌파 기조다. 반면 네거티브를 적극 들고나오면서 그동안 합리적 중도 이미지를 고수하던 이낙연은 상승추세가 꺾여버렸다.” 이낙연은 호남과 여성에서 이재명보다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민주당의 핵심지지층은 40대와 50대의 이재명 지지율이 워낙 탄탄해 뚫고 들어가지 못하면서 지지율이 정체됐다는 것이 엄 소장의 분석이다. “이재명 지지율이 확장성이 없다는 주장도 많지만, 데이터를 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소위 진보층만 아니라 역설적으로 보수층에도 확장성이 있다. 포퓰리스트적 특성 때문이 아닌가 한다. 본인도 양파라고 하는데, 양쪽 진영 모두 확장성을 인정받고 있는 유일한 민주당 후보가 이재명이다.” “선정적인 네거티브가 이낙연의 색깔과 맞을까.” 박신용철 더 체인지플랜 선임연구위원이 던지는 질문이다. “과거 이낙연이 점유하고 있던 프레임은 점잖고 화이트칼라에 어필하는 스마트함 같은 것이었다. 그걸 버린 것이다. 개싸움을 하더라도 이기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선사후당(先私後黨)이다. 자신이 먼저 살아야 당이 산다는 것이다. 네거티브라도 해야 결선투표에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인데, 그 효과는 의문이다.” 그는 이낙연의 가장 큰 약점을 자신의 본거지인 호남에서 대표주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여전히 호남에서 절반 정도의 지지율에 머무르고 있다. 나머지 절반은 여전히 이재명을 지지하고 있다. 호남에서 인정해주지 않는데 어떻게 1위로 올라설 수 있을까.” 네거티브 난타전, 누구에게 유리할까 사면 관련으로도 그는 다른 의견을 냈다. “분명 다음 정권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 정권퇴임 전에 사면하기는 할 것이다. 굳이 8월 15일에 사면할 필요도 없다. 가장 극단적인 사례는 YS 정권의 전두환·노태우 사면이다. 대통령선거 직후 취임 전 당선인 신분으로 DJ가 YS에게 건의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대선 전 사면이라면 내년 3월 1일에 할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사면카드’를 만지작거리기에는 상황이 너무 이르다는 것이다.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을 역임한 신철우 시사평론가는 “이재명이라는 캐릭터를 보면 그동안 네거티브를 당하면서도 거칠게 맞서 싸우면서 포인트 이미지를 계속 쌓아올린 인물”이라며 “현재 2위 주자인 이낙연의 경우, 지난 1차 경선 때도 본인이 직접 네거티브전에 뛰어들기보다 하위 주자들의 네거티브에 얹혀가는 모양새를 보여왔는데 지금은 본인이 직접 나서는 형세”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네거티브로 상처투성이인 인물과 그동안 합리적 중도진보, 강한 신사 이미지를 가져온 사람이 네거티브 난타전을 한다면 국민이나 제3자가 봤을 때 누구에게 더 마이너스가 될지는 뻔한 결과”라고 말했다. 민주당 당 경선이 양자구도로 수렴된다고 해서 낙마할 후보지지가 2위 주자인 이낙연으로 간다는 보장도 없다는 것이 신 평론가의 말이다. “현재 이재명과 지지집단이 겹치는 추미애를 제외한다면 정세균, 박용진, 김두관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재명도 이낙연도 아니라고 봐야 한다. 이들이 경선에서 떨어진다면 그 표는 어디로 갈까. 쉽게 갈 수 있는 표라면 진작 갔어야 할 표들이다. 다시 말해 정치공학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표가 아니라는 뜻이 된다. 결국 이 표들이 민주당 표라고 한다면, 선출될 민주당 후보에게 갈 표다.” 이재명 대세론이 대선후보 선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책에서 밝힌 후보자 X파일](2)이낙연 “사면론 오해와 비난에 홀로 소리 내 울어”(2021. 07. 23 15:04)
2021. 07. 23 15:04 정치
ㆍ형제자매·외아들 사생활 검증국면엔 복병 될 수도 “그러나 무엇보다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습니다. 그 일로 저는 아프게 배웠어요. 제 생각이 무엇이든, 거론의 시기와 방법이 좋지 않았습니다.” 이낙연 민주당 경선후보가 문형렬 작가와 펴낸 대담집 <이낙연의 약속>에서 언급한 사면론 제기에 대한 반성이다. 사면론은 한때 40%가 넘었던 ‘이낙연 대세론’을 꺼뜨린 결정적인 패착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 후보가 삭여야 했던 마음의 고통도 컸을 것으로 보인다. 책에는 짧게 질문하고 답변하는 1문1답도 실려 있는데, “최근 혼자 소리 내 울었던 때는?”이라는 질문에 “지난 1월, 오해와 비난을 받았을 때”라고 답한다. 21세기북스 불씨는 아직 꺼지지 않았다. 이재명 지지성향을 보이고 있는 온라인커뮤니티들에 올라온 글들을 보면 여전히 ‘이낙연을 못 믿는 이유’로 이 사면론 문제를 들고 있는 경우가 많다. 최근 지지율이 회복되면서 3강 구도가 성립되자 당내 경쟁주자들도 다시 문제 삼을 태세다. 이어진 문답에서 이 후보와 문 작가는 영화화된 소설 <밀양>을 거론하며 소설의 주제인 용서와 구원을 거론한다. 문 작가가 “사면을 반대하고 비난한 많은 분의 정서도 소중하다”고 말하자 이 후보는 “이해하고 공감한다”며 “용서도 빌지 않는데 어떻게 용서할 수 있겠습니까 하는 정서도 다 느낀다”고 답한다. 그는 “용서를 청하는 현실적 전제가 당연히 있어야 한다”며 “대한민국 현대사의 불행했던 시절을 마감하고 대승적이고 화쟁적인, 화해의 장으로 나아가게 하는 역동성이 생기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다른 대권후보들과 마찬가지로 가족과 관련된 사생활은 언제든지 화(禍)를 불러올 수 있다. 이 후보의 외아들 동한씨는 지난해 2월 의학 관련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코로나는 코로 나온다 이런 말을 하려고 했는데”라고 발언한 게 뒤늦게 발견되면서 구설수에 올랐다. 코로나19로 사망자까지 나온 마당에 희화화한 발언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책에서는 동한씨의 의대 진학에 ‘부모찬스’를 쓰지 않았냐는 질문에 “아들이 직접 선택하고 삼수해 들어갔다. 신생아 때 결핵에 걸렸고, 대학 때 미국 어학연수를 가서 현지 병원에서 진단해보니 뇌하수체 종양에 걸리는 등 전신마취 수술을 여섯 번 한 경험에 몸에 대해 알고 싶어했다. 그게 의사가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답한다. “내 몸이 내 몸이 아니다. 오른 팔뚝은 누구 거고, 왼 팔뚝은 누구 거고. 평생에 신세진 사람들이 쭉 있거든요. 많이도 얻어먹고 살았죠. 그것도 부자한테 얻어먹으면 덜 미안한데 왜 꼭 저보다 조금 나은 정도의 그런 사람들만 찾아다니면서 얻어먹었는지.” 이 후보가 책에서 동생들에게 했다고 밝힌 말이다. 이 후보의 아버지는 1991년에, 어머니는 2018년에 세상을 떠났다. 이 후보는 7남매의 장남이다. 위로는 장녀 연순씨가 있다. 형제자매가 많은 것도 검증국면엔 복병이 될 수 있다. 당장 다섯째 동생인 계연씨가 대표이사로 재직한 삼부토건과 관련 옵티머스 사건 연루의혹이 인터넷에서는 거론되고 있다. 책에서는 특히 대학 다닐 때와 사회초년 시절 신세진 친구들의 이름이 실명으로 거론돼 있는데 검증국면을 넘어 만약 그가 차기 대통령이 된다면 역시 권력을 이용한 보은(報恩)이 없을지 임기 내내 조명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표지 이야기
대권주자 이낙연, 회생 가능할까(2021. 04. 23 11:29)
2021. 04. 23 11:29 정치
ㆍ6월 예비경선과 9월 본경선 관문 통과가 우선 과제 “참석하실 겁니다.” 지난 4월 20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생활ESG행동 국민제안’ 행사 전날, 보도자료를 보낸 행사관계자에게 물었다. 기자가 받은 행사개최 보도자료에 그의 이름은 언급돼 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행보’와 관련된 행사라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었다. 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이날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진 않았다. 대신 자막으로 올라간 행사제안자 명단엔 전 국무총리 명의로 이름을 올렸다. 이낙연 측 핵심인사는 “5월 1일까지 외부 공개일정에 나서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해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 전 대표 측으로서는 ‘재보궐선거 패배의 여운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전 당대표이자 선대위원장으로서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본격 대권경쟁에 나서느냐’는 힐난을 피하기 위한 정무적 판단으로 보인다. 3월 23일 중앙대에서 열린 특강에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미래를 여는 ESG 책임국가’라는 주제로 특별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 이낙연 의원실 제공 반면 이날 비슷한 시간, 국회 인근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청소·경비 등 취약 노동자 휴게시설 개선 정책 토론회’에는 또 한명의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참여해 재보궐선거 결과와 향후 전망 등 최근 정국에 대한 자기 의견을 기자들과 질의응답형식으로 밝혔다. 이낙연 대선정책은 “생활ESG·신복지체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홍성국 국회의원, 김정희 아이쿱생협전국연합회 회장, 김은정 소비자기후행동 대표 등이 참여한 ‘생활ESG행동 국민제안’ 행사는 기후변화(Environment)와 사회(Social)위기, 민주주의(Governance) 위기에 대한 대응을 목표로 만들어진 생활ESG행동본부가 주최한 행사였다. 재보궐선거 기간이었던 지난 3월 23일 이 전 대표는 중앙대에서 ESG책임국가를 주제로 특별강연을 하기도 했다. 당시 주최 측은 “선거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가 이 운동의 최초 제안자이기 때문에” 특별강연에 나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강연에서 그는 “ESG를 정치영역으로 맨 처음 공식 제기한 것이 자신”이라면서 지난 2월 초 교섭단체 공식연설에서 내놓은 이익공유제가 ESG와 관련된 제안이라고 밝혔다. 이 강연에서 그는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신복지체제’의 개괄적인 틀도 제시했다. 소득, 주거, 노동, 교육, 의료, 돌봄, 문화체육, 환경 등 8개 삶의 분야에서 국가가 보장해줘야 할 의무적 영역으로 최저기준에서 대한민국 국민이 마땅히 누려야 할 적정기준을 선정해 그쪽으로 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권조직과 향후 제시할 공약의 개괄적인 틀을 밝힌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세계가 신기후체제로 가는 것은 이미 예정된 일이다. ESG 문제가 신기후체제의 핵심으로 본 것이다. 기후위기 문제에 대해서 자신의 입장을 명확하게 밝힌 사람은 대권주자 중 이낙연밖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앞의 핵심관계자의 말이다. 재보궐선거 패배의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지만 여의도와 마포 일대에는 이낙연캠프가 여럿 만들어져 활동하고 있다. 당대표 경선 때 대산빌딩에 만들어졌던 선거캠프는 이후 연대와 공생이라는 시민단체로 변경돼 활동하다가 최근 위에서 언급한 생활ESG행동본부로 이름을 바꿔 활동하고 있다. 대산빌딩 사무실은 비서나 홍보·전략 부문 캠프가 됐고, 싱크탱크는 정우빌딩에 마련돼 있다. 이밖에도 극동빌딩의 행복국가포럼, 예전 새누리당 당사가 있었던 한양빌딩의 정의평화포럼, 진미파라곤 빌딩의 NY포럼, 신태진빌딩의 우분투패밀리, 그리고 최근 극동빌딩으로 옮긴 생활ESG행동본부 등이 여의도에 포진한 이낙연계 단체로 알려져 있다. 공개단체만 다섯이다. “적어도 조직이나 세만 놓고 보면 이재명·정세균 등 다른 주자를 이낙연이 압도하고 있는 셈이다.” 앞서 이낙연 측 핵심인사의 말이다. 여의도와 별도로 광흥창에는 이낙연계 의원들이 모이는 사무실이 별도로 있다. 최근 이 모임과 관련한 흥미로운 보도가 있었다. 자가격리를 마친 이 전 대표가 당내 이낙연계 의원 20여명과 만난 자리에서 대권주자로서 문 대통령과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자 “문재인 정부에서 절반 이상을 2인자를 했는데 다른 소리를 하는 것은 사기다. 배신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자신이 대통령을 안 했으면 안 했지 문재인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뚜렷한 후보자가 없는 친문의 대표주자로 나서겠다는 것일까. “문 대통령 지키겠다” 발언 왜 했나 이 전 대표 측 또 다른 핵심인사는 “그냥 여담이라 생각하고 들어주면 좋겠다”며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일단 대선으로 가는 1차 관문은 당내 경선이다. 솔직히 거기서 떨어지면 본선에 못 가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대권주자로서 자기경쟁력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차별화가 필요하지만 기존에 같이해온 그룹들과의 공동보조는 맞추면서 가야 하는 딜레마가 있다.” 정책에서 차별화라고 했지만 그간 이 대표로서 자신을 드러낼 기회는 거의 없었다고 이 인사는 덧붙였다. “총리를 하면서 다른 의견을 내거나 행동을 하는 것은 부자연스럽다. 대표가 되면 자유로울 줄 알았는데, 코로나 시국이 겹치면서 국난극복이라는 과제가 떨어졌다. 선거에 진 뒤도 마찬가지다. 패장이 무슨 할 말이 많냐, 이런 비판이 나올 수 있다는 것 역시 잘 알고 있다.” 4월 20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KBIZ홀에서 열린 생활ESG행동 국민제안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생활ESG행동 10대 약속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정용인 기자 “한두 차례 변곡점은 있을 것이다. 5월 2일 전당대회가 끝나면 여러 후보가 공식출마할 것이다. 당헌당규에 따르면 6월에 예비경선을 하고 9월에 본 경선을 하는데, 아마 누구도 1차에서 과반을 받기는 힘들 것이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의 말이다. 예비경선과 본경선 사이가 첫 변곡점이라면 본경선 결선투표가 두 번째 변곡점이라는 것이다. “예비경선 때 대권후보를 6인 이하로 컷오프를 하도록 돼 있다. 이 6명 중에 의외의 후보가 예비경선을 통과하게 된다면 돌풍을 일으키는 후보로 주목을 받으면서 변곡점이 만들어질 수 있다. 둘째, 본 경선에서 과반이 안 나오면 결선투표를 하는데 3위 이하의 후보들이 어느 후보와 연대하느냐가 또 하나의 변곡점이 될 것이다.” 이낙연 전 대표의 경우 재보궐선거 참패에 가장 큰 책임이 있고 현재 원탑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지사에 밀리겠지만 경선룰에 따라 최종후보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은 남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자가 접촉한 대부분의 정치평론가·선거컨설턴트는 이 전 대표의 회생 가능성은 쉽지 않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대권주자로서 이낙연의 가장 큰 문제는 민주당 핵심지지층 40대와 소통키워드가 없다는 것이다. 사면론의 경우도 집권 후반기에 가면 탄력을 받을 수 있지만, 설사 탄력을 받더라도 그것이 이낙연 지지로 이어지기는 어렵다.”(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 내년 대선 2007년 정동영 참패 구도? “지금은 이낙연 조직이 탄탄하더라도 그 조직들 대부분은 이낙연 대권지지율이 40%대까지 올라갔을 때 만들어진 것이며, 이번 선거결과를 보면 당내 친문 지지 흐름을 업어 자기 것을 만들려고 한다고 하더라도 그 공백을 메꿀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박신용철 더체인지플랜 선임연구위원) 시사평론가 유창선 박사는 지금대로라면 내년 대선은 “2007년 대선 때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2007년 당시 현 민주당 쪽의 후보가 정동영으로 결정되자 당시 집권세력이었던 친노는 사실상 손을 놓으면서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이번 재보궐선거를 경과하면서 친문들 사이에서 이낙연 책임론·회의론이 확산된 마당에서 과거의 지지율을 다시 회복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유 박사는 “한편으로 임종석 전 비서실장 같은 인사가 친문과 586을 망라해 출마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데, 그 역시 지난 재보궐선거 민심을 악화시킨 장본인으로서 반향이 얼마나 있을지는 회의적”이라고 덧붙였다. 과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후원회장을 맡았던 이기명씨나 김종인의 복심으로 불렸던 최운열 전 의원 등이 현재 이낙연 전 대표와 함께하고 있는 인물들이지만 정치적으로 운명을 같이할 사람들의 부족도 이 전 대표의 약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지금보다 더 인재를 널리 구해야 한다. 완벽주의는 무기력을 초래한다. 자신의 이너서클, 참모들이나 같이하는 사람들이 본인의 눈높이에 못 미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들이 주요한 업무를 분장해 전략을 세우게 해야 한다. 후보가 너무 완벽주의를 추구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얼핏 듣기로는 책을 낼 계획이었지만 책도 마무리 못 했다고 들었다. 그 정도로 까다롭다. 그러면 참모들이 창의성이나 역동성을 가지고 일하는 건 쉽지 않다. 국가를 운영하는 리더를 만드는 것은 자신과 뜻을 같이하는 크고 작은 동지들을 만드는 것이 아닌가.” 만약 평가를 떠나 ‘선거컨설턴트로서 대권주자 이낙연 후보에게 조언을 한다면 어떤 말을 할 것이냐’는 물음에 대한 안일원 대표의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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