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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규열의 세계는 창업 중](13)핀테크·이커머스로 창업 강국 된 인도네시아(2022. 04. 01 14:19)
2022. 04. 01 14:19 국제
2021년 기준 세계에서 5번째로 많은 스타트업을 창업(2197개)한 나라. 세계 4위 인구 대국이면서, 2020년 세계은행(WC) 기준 구매력지수에서 경제 규모 세계 7위인 나라, 바로 인도네시아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5~2020년) 인도네시아의 디지털 분야 경제성장률은 41%로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높다. 미국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T) 미디어 매체인 시비인사이트(CB Insights)의 집계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인도네시아의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의 수가 7개로 아세안 국가 중 가장 많다. 벤처기업 대상 기술 투자 기업인 센토 벤처캐피털(Cento VC)의 2020년 보고서를 보면 인도네시아는 동남아 스타트업 투자 자본의 74%를 차지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시 남부의 도심 전경 / Photo by Afif Kusuma on Unsplash 청년층, IT산업 성장 발판 인도네시아는 1만7000여개의 섬으로 이뤄진 국가다. 2020년 12월 기준 총인구가 2억7350만명으로 인터넷 사용인구 2억명 중에서 절반 이상이 30대 이하인 젊은 나라다. 인터넷 보급 확대와 인구구조, 2016년 첫 디지털혁명 영향으로 핀테크뿐 아니라 이커머스 산업이 크게 발전할 수 있었다. 두 산업을 중심으로 2021년 IT산업은 전년 대비 40% 이상 성장했다. 시장규모로는 1470억달러인데 2024년에는 3200억달러 규모로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남아시아에서 디지털 경제의 규모가 가장 크고, 성장 속도도 가장 빠르다. 특히 핀테크 산업은 30대 이하 젊은층의 적극적인 사용으로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온라인 네트워크를 활용해 상품 및 서비스를 사고파는 이커머스 산업도 스마트폰 보급 확대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인터넷 서비스공급자협회(APJII)의 2020년 조사에 따르면 약 2500만명의 인터넷 사용자들이 신규 유입됐다. 세계 인구 4위의 큰 내수시장과 인터넷을 이용하는 30대 이하 젊은층의 유입은 스타트업 성장의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인도네시아는 네트워크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2017년 8월부터 전역에 초고속 통신망을 설치하는 ‘팔라파 링(Palapa Ring)’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는 인터넷 인구 확산의 원동력이 됐고, 모바일 결제와 SNS를 활용한 이커머스 산업이 성장하는 기반이 됐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소비 연령층이 확대되면서 이커머스 산업은 또 한 번 성장의 동력을 얻었다. 인도네시아의 여러 스타트업 인큐베이트와 액셀러레이터가 스타트업 육성과 투자에 적극 나서면서 도움을 줬다. 인도네시아 통신정보기술부는 2016년 창업기업 활성화를 위해 ‘국가적 부흥운동’이라는 뜻을 담은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Gerakan Nasional 1000 스타트업’을 시작했다. 디지털 분야에서 창업기업 성장을 돕기 위해 규제를 해제하고 인프라를 지원하는 정부 역할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tokopedia 트위터 1개 데카콘, 6개 유니콘 보유 인도네시아에는 기업가치 100억달러(약 12조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을 뜻하는 데카콘 1개 기업(J&T Express)과 6개 유니콘(Akulaku·Xendit·Ajaib·Kopi Kenangan·Traveloka·OVO)이 있다. 아마존의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의 선택을 받은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루모(Lummo)’도 있다. 루모는 2019년 중소기업을 위한 회계 장부 앱인 ‘부쿠카스(BukuKas)’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다. 2020년 작은 가게나 소규모 사업자들이 자체적으로 쉽게 온라인 스토어를 개설할 수 있게 도와주는 ‘토코(Tokko)’와 합쳐 재탄생한 스타트업이다. 시비인사이트의 유니콘 기업 명단에 올라 있는 전 세계 1000여개 기업 중 데카콘 타이틀을 얻은 건 J&T 익스프레스(J&T Express) 등 52개에 불과하다. 데카콘과 유니콘의 등장은 인도네시아가 디지털 창업 부분에서 신기원을 이룩하는 기반이 됐다. 스타트업에서 성장한 대표적인 기업으로 고젝(Gojek)이 있다. 인도네시아 최초의 유니콘 기업으로 2019년 데카콘이 됐다. 지난해 5월 또 다른 유니콘 기업인 토코피디아(Tokopedia)와 합병해 지주사 고투(GoTo)로 재편된 후 오는 4월 4일 기업공개를 앞두고 있다. 고젝은 교통, 물류, 결제, 뉴스,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오토바이를 우버처럼 사용할 수 있게 한 고라이드(GoRide)에서 출발해 배달서비스인 고마트와 고푸드, 화물 운송 서비스인 고박스와 고센드, 핀테크 앱인 고페이 등 여러 슈퍼앱을 선보이며 동남아 지역의 가장 큰 기술 플랫폼 중 하나로 성장했다. 토코피디아는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접근 가능한, 가장 큰 전자상거래 플랫폼이다. 매월 1억명 이상이 사용한다. 개인, 소규모 상점, 브랜드 등이 자체 온라인 매장을 열고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온라인몰 비즈니스 모델이다. 2019년 10월 방탄소년단을 홍보모델로 발탁하기도 했다. gojek 홈페이지 지난해 8월 상장한 부칼라팍(Bukalapak)은 토고피디아, 그리고 싱가포르 기업들인 소피(Shopee), 라자다(Lazada)와 함께 동남아시아 시장을 이끄는 전자상거래 기업들이다. 고객서비스 업무를 로봇이 아닌 인력으로 처리하고, 특히 중소기업과의 상생으로 사랑받고 있다. 트래블오카(Traveloka)는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행 관련 앱 중의 하나다. 모바일 앱을 3000만 번 이상 내려받을 만큼 인기 있는 여행 예약 앱으로 자리 잡았다. 오보(OVO)는 디지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인도네시아에는 잠재적인 유니콘 기업들도 많다. 특히 차세대 유니콘으로 성장하는 분야가 애듀테크와 헬스테크다. 루앙구루(Ruangguru)는 대표적인 에듀테크 기업이다. 추정 평가액이 5억달러에 달해 차세대 유니콘으로 꼽힌다. 헬스테크 분야에서는 원격의료 플랫폼인 알로독터르(Alodokter)가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거래량이 늘면서 시장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스타트업들의 대다수는 디지털 기반이다. 그럼에도 4세대(G) 이동통신 접속이 되지 않는 마을이 전체의 15% 수준이어서 정보기술 인프라 개발이 절실하다. 전자상거래 스타트업 분야가 성장하려면 1만8000여개의 세계 최대 도서국가라는 점을 고려해 인터넷 네트워크망과 배송시간 문제 해결, 물류시스템의 발전 등이 뒤따라야 한다는 과제도 안고 있다.
전규열의 세계는 창업 중
[우리가 모르는 인도](20)이커머스 시장 활짝…‘이것’이 잘 팔린다(2022. 01. 14 15:05)
2022. 01. 14 15:05 국제
메트로폴리탄에 거주하는 사람이 애플워치를 차고 나이키 운동복을 입고 조깅을 합니다. 바디숍 제품으로 샤워를 하고 한국식 스킨케어 제품으로 피부를 가꾸며, 환경보호와 건강을 위해 구리로 된 물병에 담긴 물을 마십니다. 또 다양한 건강기능 식품을 챙겨 먹고, 크루아상에 커피 한잔을 곁들이며 아이폰으로 통화를 합니다. 인도 현지에서 생산한 왕라면 / 왕라면 페이스북 갈무리 요즘 인도에서 트렌디한 이미지를 가상으로 조합해 그려본 단면입니다. 어디까지나 메트로폴리탄의 고소득자에 국한한 가상 인물이기에 현실과 좀 동떨어질 수 있지만 아주 없는 이야기도 아닙니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방영되는 인도 영화 <우리 이혼합니다(Decoupled)>의 몇가지 장면을 예로 들어볼 수도 있습니다. 영화 배경은 뉴델리 근교의 구르가온입니다. 인도가 맞는지 어리둥절할 정도로 고층 빌딩과 고급 아파트촌이 들어서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사무실을 비롯해 ‘포춘’지가 선정한 500개 기업 중 250개 기업의 지사가 있어서 북부 인도에서 가장 트렌디한 지역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판매 지표의 큰 축이 된 온라인 플랫폼들 주인공들은 유명 작가와 벤처 투자자 커플인데, 구르가온의 고급 빌라촌에 살고 있습니다. 영화 중간중간 나오는 장면을 보면 아이폰을 사용하고, 운동 후 마시는 영양 가득 셰이크부터, 트위터와 왓츠앱으로 소통하며 지구의 날을 맞이해 빌라촌 전체가 소등하는 이벤트도 나옵니다. 이런 영화의 설정은 현재 인도 사회에서 선망하는 모습을 투영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고, 지금 인도에서 인기 있는 상품들에 대한 추정도 가능하게 합니다. 그러나 결코 모든 사람이 영화에 나온 상품들을 소비하며 살지는 않습니다. 다양성과 폭넓은 범위가 존재하고, 존중되는 나라, 인도이니까요. 코로나19로 혼란스러웠던 2020년을 보내고, 2021년 초 또다시 2차 파동을 겪으며 인도는 온라인 구매 문화가 광범위하게 정착됐습니다. 단순히 온라인 구매율이 늘었다는 점이 아닌, 300%대 가까운 성장률을 보인 이커머스 산업이 이제 겨우 시작단계에 불과하다는 점이 주목됩니다. 이커머스 산업이 성장하다 보니 이제 잘 팔리는 상품들을 가늠해볼 수 있는 방법은 주요 온라인 플랫폼인 아마존과 플립카트, 쇼피파이, 나이카 등의 판매실적을 살펴보는 것입니다. 인도에서 판매되는 다양한 종류의 라면 / 한유진 제공 물론 온라인 판매는 전체 소비재 판매의 일부에 불과합니다.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판매량과 선호도는 주요 구매층이 다르다는 점에서 오프라인에서 소비하는 제품과는 다르게 해석해야 합니다. 도시지역에 사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할 때 2021년 주요 온라인 플랫폼들의 인기 상품은 의류, 휴대전화, 책과 문구류, 전자제품, 신발, 보석 및 장신구, 화장품 및 퍼스널케어 제품, 장난감 및 게임상품, 홈인테리어, 영유아 제품, 홈 피트니스 제품 등이 꼽혔습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활성화되면서 자신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의류제품 판매가 매우 활성화됐고, 재택근무 증가 및 타인과의 단절을 피하려 SNS 사용이 늘어나면서 더 좋은 카메라와 배터리 성능을 가진 휴대전화 수요가 늘어났습니다. 이와 더불어 아마존의 에코, 구글 홈 등과 같은 스마트 가전 디바이스 수요가 높았고, 건강을 생각해 운동하는 사람이 늘면서 운동화 수요도 늘어났습니다. 샌들 위주에서 국제적 트렌드에 맞는 부츠나 힐과 같은 신발 수요가 늘어난 점도 특이점입니다. 집에 오래 머무르며 온라인 검색시간이 많아지면서, 자신과 집을 꾸미려는 욕구가 늘어난 것 또한 주목할 만한 소비 트렌드입니다. 보석 구매가 늘어나고 스킨케어 및 마스크 시트와 같은 화장품 수요 증가를 비롯해 실내인테리어 관련 제품 소비가 늘어났습니다. 이를 대표하듯, 플립카트와 쇼피파이 등이 선정한 20개 인기 판매 제품은 필오프 마스크팩, 네일 제품, 홈트용 운동밴드, 휴대용 물병, 홈데코 이불, 요가·필라테스 매트, 자전거, 직소퍼즐, 주방가구와 식탁, 러그, 주방 도마, 노트북 커버 스킨, 마스크, 에센셜 오일 및 향초, 티·커피, 홈가든·식물, 전자제품, 애완동물 용품, 의료용품(마스크·소독제·PPE키트 등), 홈베이킹 도구 등이었습니다. 인도 구르가온에 있는 애완용품 전문 매장 / We are guraon 홈페이지 온라인 소비에서 빠질 수 없는 ‘식품’ 식품에서 눈에 띈 점은 즉석조리식품과 건강에 도움이 되는 식품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는 점입니다. 건강을 중시하고, 식품 성분에 대해 더 많이 의식하기 시작하면서 저설탕·무설탕 식품과 섬유질과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 지방을 줄인 식품, 천연 및 화학제품 무첨가, 글루텐 프리, (심지어 유제품을 선호하는 나라임에도) 락토 프리 제품이 나오는 등 인도의 식품 분야 트렌드는 급변하고 있습니다. 즉석식품 및 냉동식품 부분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데, 온라인 음식배달은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28%, 온라인 식료품 배달은 53% 성장률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인도는 자국의 음식 문화 자체가 워낙 다양하기에 팬데믹 이전에는 인도 음식과 인도화된 중국 음식, 피자와 햄버거가 주류였다면, 이제는 베이커리와 수제 맥주부터 태국, 베트남, 멕시코, 한국, 일본 음식부터 퓨전 요리까지 식문화도 다양해졌습니다. 즉석식품 분야에서는 한국 라면의 선전이 눈에 띕니다. 불과 5~6년 전만 해도 마트에서 한국 라면은 신라면 정도만 볼 수 있었고, 나머지는 일본, 태국에서 수입된 라면이 전부였습니다. 그 외의 라면은 우리가 아는 국물 라면이 아닌 네슬레가 인도인 입맛에 맞게 만든 볶음면과 비빔면의 중간쯤 되는 매기(Maggi)가 대세였습니다. 이런 라면시장에 한국의 진라면이 ‘채식’ 인증 제품으로 진출한 이후, K팝과 K드라마의 선풍적인 인기와 더불어 삼양의 불닭볶음면 시리즈와 맛있는 라면도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고, 인도 현지에서 생산하는 왕라면도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우리가 소비재 부문에서 인도시장에 진출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은 13억이라는 인구수보다는 연령, 성별, 지역, 소득수준 등과 같은 요소를 고려한 타깃 설정입니다. 인도의 일부 계층에 국한됐던 글로벌 트렌드 선호도가 훨씬 넓고 다양한 층으로 확산했습니다. 한국의 맛은 유지하되 인도인에 맞게 적절한 양으로 중량을 줄인 왕라면의 생산·출시는 시장 특성이 각기 다른 소비재 분야에 진출할 때 마주치는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지 생각해보게 하는 의미 있는 사례입니다.
우리가 모르는 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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