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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중해의 경제 망원경](31) 곱씹어볼 스웨덴의 ‘인구정책 실험’
[서중해의 경제 망원경](31) 곱씹어볼 스웨덴의 ‘인구정책 실험’(2024. 07. 05 16:00)
2024. 07. 05 16:00 경제
2023년 12월 26일 서울의 한 공공산후조리원 신생아실 일부 요람이 비어 있다. / 연합뉴스 정부가 지난 7월 1일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하는 정부조직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신설되는 인구전략기획부는 저출생뿐 아니라 고령사회 대응과 인력, 이민 등 인구정책 전반을 포괄한다. 또 강력한 컨트롤타워로서 ‘전략·기획·조정’ 기능에 집중할 수 있도록 경제기획원과 유사한 모델로 설계했다고 한다. 인구문제를 전담하는 부총리급 부서를 신설할 정도로 인구문제는 국가적 과제가 됐다. 한국의 총인구는 이미 정점을 지나 감소세로 돌아섰다. 현재같이 낮은 출생률이라면, 2100년 한국 인구는 현 수준의 절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신설되는 인구전략기획부의 책무가 막중하다. 인구문제는 정책을 지금 실행해도 효과는 한 세대 이상의 지체가 발생한다.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목표와 수단으로 일관되게 추진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다. 이 점에서 한 세기에 걸친 스웨덴의 인구정책 실험은 좋은 참고가 될 수 있다. “인구 감소 극복, 사회정책 전환 필요” 1934년 알바 뮈르달과 군나르 뮈르달 부부는 <인구문제의 위기>라는 책을 스웨덴어로 발간했다. 30대 중반의 이들 부부는 훗날 노벨평화상(1982년 알바 뮈르달)과 노벨경제학상(1974년 군나르 뮈르달)을 수상했다. 책은 발간 즉시 스웨덴에서 베스트셀러가 됐다. 책에서 제안한 내용은 사회민주당 정부의 핵심강령으로 채택돼 복지국가로 불리는 스웨덴 국가발전 의제의 핵심을 차지하게 된다. 이 책은 영어로 번역되지 않았다. 대신 1940년 군나르 뮈르달은 <인구: 민주주의의 문제>를, 알바 뮈르달은 1941년 <국가와 가족: 민주적 가족 및 인구정책에 대한 스웨덴의 실험>을 영어로 발간했다. 두 책은 외부 독자들에게 스웨덴의 정책실험을 상세히 설명해 준다. 1930년대 스웨덴은 큰 전환의 시기였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전환하면서 출산율이 4명에서 2명으로 떨어졌다. 1930년대에 합계출산율은 1.77을 기록했다. 인구가 현상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합계출산율 2.1에 크게 미치지 못한 수준이었다. 과거에는 인구과잉이 문제였는데 이제는 인구 감소가 닥쳤고, 국가소멸의 위기로 인식되고 있다. 이런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는 길은 “완전한 사회적 전환”이라고 뮈르달 부부는 주장했다. 알바 뮈르달은 1941년 발간한 저서 <국가와 가족>에서 “인구정책은 사회생활의 모든 영역에 작용해야 하며 사회변화의 다른 모든 영역과 상호작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뮈르달 부부의 인구정책 관련 제안은 피임에서부터 양육비용의 사회화에 이르기까지 당시에는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그중에는 오늘날 관점에서 시대착오적인 것도 있다. 인구는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구의 질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사회적 부적격자에 대한 불임 정책을 지지한 것이 그러하다. 해당 불임 정책은 1975년에 폐지됐다. 이런 한계를 감안해도 인구 감소 극복을 위해 사회정책의 전환이 필요하고,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복지국가 비전을 제시하고 실행한 점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곱씹어볼 만한 교훈을 제공한다. 뮈르달 부부가 제창한 내용 중 오늘날에도 교훈을 주는 몇 가지를 정리해 보자. 첫 번째는 어떠한 출생률 제고 정책이라도 성공하려면 “기혼 여성이 경력을 쌓는 동시에 자녀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의 관점에서 보면 이 부분은 선견지명이라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자녀가 가족에게 경제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짚은 것이다. 군나르 뮈르달은 1940년 발간한 저서 <인구>에서 “문제는 오늘날 자녀는 노년기의 소득원이거나 부양수단이기보다는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점이다”라고 서술했다. 이어 출생률을 높이려면 “자녀를 양육하는 데 드는 경제적 부담의 상당 부분이 개별 가족에서 사회 전체로 전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실현하려면 부의 재분배가 부자와 빈자 사이뿐 아니라 자녀가 적거나 없는 사람과 많은 사람 사이에서도 이루어져야 한다. 세 번째는 인구정책 프로그램이 소득 수준에 따라 차별적인 것이 아니라 모든 가정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인 것이어야 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따라서 현금 보조금보다는 필요한 서비스를 직접 제공해야 한다. 이는 가족 지원에 관한 스웨덴 정책의 기본 원칙이 됐다. 네 번째는 제안한 과제들을 실현하고, 이를 위해 요구되는 사회개혁을 장기적으로 지속해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분간 인구문제에 관한 관심은 어느 정도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다시 전면에 등장할 것이고, 더 확실한 방식으로 나타날 것이다. 이때에야 전혀 다른 규모의 분배 개혁이 가능해질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사회구조 전반의 급진적인 변화를 수반하는 이러한 개혁조차 자녀 양육의 비용 격차를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군나르 뮈르달은 <인구>를 통해 이같이 지적했다. “모든 가정이 대상인 보편적 지원해야” 특히 마지막 부분이 크게 울린다. 사회 구조 전반의 급진적 변화를 수반하는 개혁조차 자녀 양육에 따른 추가적 비용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스웨덴 통계청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2023년 스웨덴의 합계출산율은 1.45이다.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 세기에 걸친 지대한 노력에도 출산율은 반전되지 않았다. 뮈르달 부부의 주장은 곧바로 사회민주당 정부에 채택됐다. 1935년 사회민주당 정부는 국가인구위원회를 설치했는데, 위원회에서 군나르 뮈르달은 주도적 역할을 수행했다. 이후 스웨덴은 가족과 인구정책을 핵심으로 이른바 복지국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현실적인 어려움은 이들 인구 관련 프로그램들이 효과가 있는 만큼 돈이 많이 드는 정책이라는 점이다. 스웨덴을 포함한 북유럽 복지국가들이 재정위기를 경험하고 일부 복지정책이 후퇴하게 된 가장 큰 요인은 재정 부담이었다. 새롭게 출범하는 인구전략기획부가 한 세대 이상을 내다보는 장기적 관점에서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국가적 의제를 설정하고 사회개혁에 버금가는 근본적인 정책을 추진하기를 기대한다.
서중해의 경제 망원경
“GDP 11%도 공포 수준 아냐” “그걸 감당할 인구, 너무 적다”(2023. 10. 06 11:06)
2023. 10. 06 11:06 경제
ㆍ주은선 경기대 교수·오건호 내만복 정책위원장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vs재정안정론’ 끝장토론 국민연금 개혁은 올해에도 물 건너가는 것일까. 연금개혁의 시간표가 다시 미뤄질 조짐이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활동기한을 내년 5월까지 연장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인기 없는 연금개혁 속성을 감안할 때 내년 4월 총선 이후에나 본격 논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민연금 개혁은 2007년 이후 번번이 무산돼왔다. 지난 16년간 정부와 정당들은 전문가들의 논쟁 뒤에 숨은 채 뒷짐만 져왔다. 정부와 정당이 각자의 입장을 내놓고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을 회피하는 동안 전문가들의 열띤 논쟁은 대중에게 제대로 소개되지 못했다. 주간경향은 국민연금을 두고 이어져 온 ‘소득대체율 인상론’과 ‘재정안정론’의 끝장토론 자리를 마련했다. 소득대체율 인상론 측의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와 재정안정론 측의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이 지난 10월 4일 경향신문사 여적향에서 논쟁을 벌였다. 주간경향은 국민연금을 두고 수년간 이어져 온 ‘소득대체율 인상론’과 ‘재정안정론’의 끝장토론 자리를 마련했다. 소득대체율 인상론 측의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왼쪽)와 재정안정론 측의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이 지난 10월 4일 경향신문사에서 만나 논쟁을 벌였다. 국민연금 개혁해야 하는 이유는 -국민연금 개혁이 필요한 이유에 대한 생각부터 양측이 다른 것으로 안다. 왜 개혁이 필요한지를 각자 말해달라.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이하 오) “국민연금이 지속가능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고강도 재정안정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최근 5차 재정계산서도 확인됐다. 현재 젊은 세대들이 국민연금을 불신하는 이유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불안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청년들에게 비전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물론 공적연금의 존재 목적이 노후소득 보장인 만큼, 노후소득 보장을 강화하는 제도개혁 또한 필요하다. 하지만 어떤 방식이 적절할지는 서로 이견이 있다. 서로 잘 논의해 앞으로 조정이 되길 바란다.”(재정계산은 현 보험료와 연금액을 유지할 때 기금이 언제 소진되는지 등을 보여주는 계산으로, 국민연금법에 따라 5년마다 하도록 돼 있다. 올해 5차 계산에선 현 제도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기금이 2055년 소진되고, 그해 걷어서 그해 연금액을 충당할 경우 미래 청년세대 보험료율은 최대 35%까지 오른다는 결과가 나왔다-편집자 주)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이하 주) “국민연금이 도입된 지 30년이 지났지만, 노후소득 보장 기능이 너무 심하게 부족하다. 평균급여액이 약 60만원이다. 초고령화 국면에서 노후빈곤을 어떻게 예방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그간 소극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초고령사회에선 노후소득을 획기적으로 보장해야만 살 만한 사회가 된다. 게다가 2030년에서 2050년 사이 국민연금을 받게 되는 사람들의 보장수준은, 보험료를 내는 기간은 더 늘어나는 데도 오히려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007년 급여삭감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소득대체율 인상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소득대체율은 은퇴 후 받게 될 연금액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다. 현재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42.5%다. 일하던 시기 100만원을 벌었다면 은퇴 후 연금액으로 42만5000원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40년 가입 기준이다. 보험료 납입기간이 40년보다 짧으면 실제 대체율 수준은 더 낮아진다. 대략 1년당 1%씩 낮아진다고 보면 된다. 현 소득대체율 42.5%는 조금씩 줄어 2028년 40%에 도달하게끔 돼 있다. 이번 토론에서는 편의상 소득대체율을 40%로 놓고 대화했다-편집자 주) -재정계산 결과를 보면, 미래 청·장년 세대의 보험료 부담이 커지는 것은 사실로 여겨진다. 주 “재정계산은 팩트가 아니라 추정일 뿐이다. 현재 시점에서 미래라는 과녁에 화살을 던지는 것과 같은데 성장, 고용, 소득, 인구 등의 변수에 따라 과녁은 계속 움직인다. 그런 의미에서 언론이 자주 쓰는 ‘2055년 기금 고갈된다’는 등의 표현은 타당하지 않다. 추정을 팩트로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재정계산 결과로 흐름은 볼 수 있다. 미래 생산세대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맞다. 그런데 노인이 인구 40%를 넘는 사회에서 국민연금 지출이 GDP의 약 11%가 되는 것이 비상식적인가 싶다. 그 시기 노인들이 받아갈 연금액을 온전히 청·장년 개인들이 보험료로 부담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분담 구조를 어떻게 짤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풀어야 할 문제다.” 오 “재정계산이 미래의 수치를 알아맞히는 작업이 아닌 것은 맞다. 그 대신 ‘구조’를 보는 것이다. 특정 시점에서의 지출과 수입의 구조를 봐서 재정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지 아닌지를 보는 것이다. 불균형이라면 불균형의 규모를 보는 것이다. 미래의 국민연금 재정이 매우 불안정해지기 때문에 현세대와 달리 미래세대의 재정부담이 무척 커진다는 계산 결과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주 교수가 말한 고용, 소득, 인구 등의 변수를 다양하게 넣어도 이 메시지는 변하지 않는다.” “미래세대 개인이 모두 부담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민연금의 소득재분배 성격을 고려하면 조세 투입을 못 할 이유가 없다. 현재 부과 대상이 GDP의 30%를 안 넘는다. 플랫폼 기업 등에도 부담을 지워야 한다.” - 주은선 경기대 교수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50%로 인상한다고 해도 미래의 연금지출액은 GDP의 11% 수준이며, 개인이 이를 모두 부담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새로운 재정 패러다임을 짜야 한다고 말한다. 미래세대 부담, “심각하다” vs “과장이다” -‘미래세대 부담이 심각하냐 아니냐’에 대한 입장이 갈리는 것 같다. 주 현재의 소득대체율 40%를 유지했을 때 70년 후 국내총생산(GDP)의 9%가량이 연금액으로 지출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면 70년 후 GDP의 약 11%를 지출하게 된다. 지금도 노인 세대를 위한 공적연금에 GDP 11% 이상을 지출하는 나라들이 꽤 있다. 이 정도를 그리 공포스러워 해야 하나. 시장에서 일하지 못하는 인구에 적정 소득을 보장해 소비할 수 있게 해서 경제균형을 이뤄나가는 것 그게 복지국가고 복지 자본주의다. 미래세대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을 떠넘긴다고 얘기하는 것은 과장이다.” 오 먼저 소득대체율을 40%에서 더 낮추자는 입장은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 지금의 소득대체율을 유지하자는 입장이고, 그럴 경우 말한 대로 70년 후 미래세대가 GDP 9% 지출을 감당해야 한다. 그런데 그들이 처할 환경이 무척 어려울 거다. 연금액 지출에 GDP 11% 이상 지출하는 서구 국가들 얘기를 했는데, 20세기 중후반의 서구와 비교할 때 한국의 노인부양비는 매우 높아지는 구조다. 초저출생 때문이다. 서구 국가들의 GDP 10%와 미래 한국사회의 GDP 10%를 감당하는 인구 규모가 완전히 다르다. 우리가 훨씬 적을 것이다. 게다가 그 세대는 그해 걷어서 그해 지출해야 하는 건강보험과 기초연금 등의 부담도 훨씬 커질 전망이다. 미래세대가 GDP 9% 지출을 감당할 수 있도록 지금 우리가 도와줘야 한다고 본다. 현재 우리의 연금액 지출은 GDP 2%다. 지금부터 단계적으로 올려야 한다.” 주 보험료 인상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소득대체율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다만 지나친 연기금 적립 역시 문제이므로 그 속도와 폭을 조정해야 한다. 70년 후 GDP 9~11% 지출이 큰 부담이냐 아니냐에 대한 얘기를 이어나가겠다. 공적연금 지출을 줄여주는 것이 과연 미래세대의 부담을 덜어주는 일일까. 부모가 국민연금만으로 노후를 보내기 어려워지면 자녀의 사적이전(생활비를 드리는 것) 부담이 늘어난다. 은퇴 이후가 불안해 사적연금 시장에 기대는 이들도 많아질 거다. 아울러, 연금액이 낮아 노후빈곤에 처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기초연금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같은 공공부조 부담도 늘어난다. 사회연대의 원리에 입각한 국민연금이 더 많은 사람의 노후를 제대로 보장하게 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모두의 부담을 더는 길이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 개인들이 GDP 11%를 전부 부담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새로운 연금재정 패러다임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도 있다.” 새로운 재정 패러다임, 가능할까 -미래의 청·장년 세대 개인이 모두 부담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가능할까. 주 장기적으로 조세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우리의 국민연금엔 소득재분배 성격이 있다(국민연금은 보험료를 낸 만큼 연금액을 받는 구조가 아니다. 평균소득보다 적게 번 이들에게 상대적으로 더 얹어주는 하후상박 구조다. 물론 절대적인 연금액은 고소득층이 높지만, ‘낸 보험료 대비 연금액’의 비율은 저소득층이 더 높다-편집자 주). 국민연금의 소득재분배 성격을 고려하면 조세 투입을 못 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자본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식도 있다. 지금은 기업과 개인이 보험료를 5:5 부담하는데, 기업 부담을 65~70%로 올릴 수도 있다. OECD 평균이 대략 그 정도다. 아울러 보험료 부과 대상소득이 GDP의 30% 이하로 26%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테면 사실상 ‘사용자’ 역할을 하고 있는 플랫폼 기업에 보험료 부담을 지워야 한다. 프랑스는 자산소득을 비롯한 모든 종류의 개인소득과 대기업 법인세에 사회보장세를 부과한다. 장기 미래에 가능한 재정 패러다임 변화를 지금 구체적으로 얘기하긴 어렵다. 미래에 부가 어떤 방식으로 창출될지 그 변화를 미리 예단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오 국민연금에 보험료 이외 재원 투입될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미래세대의 지출 부담은 지금 명확하게 수치로 확인이 되는데, (소득대체율 인상론 측이 말하는) 충당 방안은 아직 범주 수준이다. 저는 소득대체율 ‘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소득대체율 ‘유지’ 역시 미래세대 부담이 크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가늠을 해봤다. 현재 보험료 부과대상이 GDP의 30%가 채 되지 않는다고 했다. 마치 70%라는 미지의 영역이 남아 있는 것처럼 여겨지지만, 국민계정에 분배 GDP 구성을 들여다보면 추가 부과대상으로 삼을 만한 것이 그리 많지 않다. 부과대상을 현 30% 수준에서 40% 수준으로 높이고 보험료율 15%로 인상해도 재원은 여전히 매우 모자라다. 결국은 법인과 자본에다 과세하자는 주장인데 부족액을 충당할 만큼 확보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있다. 우리는 이미 기업과 자본소득에 대해서 과세를 하고 있다. 자동차든 로봇이든 부동산이든 결국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로 거둬질 거다. 여기에 횡재세 정도가 추가될 수 있다. 과세를 강력히 한다고 해도, 여전히 부족할 것이다. 나아가 혹시 충분한 재원이 나온들 그걸 소득대체율 인상에 따른 부족액을 메우는 데 쓰는 게 맞느냐는 또 다른 논점이 있다.” -무슨 뜻인가. 오 현재 가입자들은 보험료가 너무 낮다 보니 낸 것에 비해 과하게 많이 받게 돼 있다. 낸 것보다 ‘더’ 받는 만큼을 미래세대에 빚지고 있는 거다. 이걸 현세대가 보험료 인상으로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 그다음 조세 투입도 얘기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저는 보험료율 15%까지는 점진적으로 인상하되, 그 이후에도 재정이 어렵다면 그때는 국고 투입이 가능하다고 본다. 하지만 재정을 투입하더라도 그 돈이 ‘소득대체율 인상’에 우선적으로 쓰이는 것에는 찬성하지 않는다.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긴 노동시장 중심부의 노동자들이 대체율 인상의 혜택을 가장 크게 입을 것이기 때문이다. 가입기간이 짧아 소득대체율이 실질적으로 낮은 불안정 노동자들을 위해 재정이 우선적으로 쓰여야 한다고 본다.” “국민연금 보험료가 너무 낮다 보니 계층 간 역진성 문제가 생긴다. 고소득자가 덜 받는 만큼 저소득자가 더 받아가는 게 아니다. 모두가 낸 것보다 더 받아가며 그 돈이 미래세대에서 온다. 기간이 길고 임금이 높을수록 순혜택이 크다.” - 오건호 내만복 정책위원장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현세대가 미래세대 부담을 방치해선 안 되며, 소득대체율 인상은 자칫 노동시장 중심부에 대한 혜택만 강화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한다. 소득대체율 인상, “고소득층에 더 유리하다” vs “사회보험의 특성을 이해해야” -소득대체율 인상이 어떤 효과를 낼 것이냐에 대한 논의로 이어가자. 재정안정론 측에서는 소득대체율 인상이 실질적인 소득대체율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안다. 오 국민연금 급여는 결국 소득비례, 가입기간 비례다. (연금액을 일제히 높이는) 소득대체율 인상의 효과는 높은 임금을 받으면서 장기간 고용된 노동시장 중심부에 집중될 것이다.” 주그 주장은 사회보험이 정의롭지 않다고 얘기하는 것과 같다. 고용보험의 실업급여 역시 소득비례다(더 많이 벌던 사람이 더 많은 실업급여를 받는다는 뜻이다-편집자 주). 실업급여의 소득대체율을 50%에서 60%로 올리는 것은 임금이 높을수록 혜택이 크니 정의롭지 않은 것인가. 국민연금의 급여나 고용보험의 실업급여나 본질적으로 ‘기존 소득의 대체’ 기능을 하도록 돼 있는 것이다. 그게 그 제도의 목적이다. 게다가 다른 사회보험과 달리 국민연금에는 강력한 재분배 요소가 들어가 있다.” 오 사회보험의 특성과 국민연금의 재분배 요소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의 국민연금엔 보험료가 너무 낮다 보니 생기는 계층 간 역진성의 문제가 있다(저소득층보다 고소득층에 더 유리하다는 뜻-편집자 주). 무슨 얘기냐면, 지금 국민연금에 소득재분배 기능이 있긴 하지만 고소득자가 덜 받는 ‘만큼’을 저소득자가 더 받아가는 구조가 아니다. 모두가 낸 것보다 더 받아가는데, 그 돈은 미래세대에서 오는 것이다. 낸 보험료보다 더 돌려받는 만큼을 ‘순혜택’이라고 하는데, 가입기간 길고 임금 높을수록 순혜택 절대액이 커진다. 즉 미래세대 부담으로 귀결되는 순혜택의 이득이 노동시장 중심부 고소득자들에게 집중된다는 얘기다. 이것이 옳으냐 하는 문제 제기다.” 노동·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공적연금강화국민운동 회원들이 지난 9월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 공청회에서 재정계산위를 규탄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 권도현 기자 주 국민연금에서 각자 낸 보험료와 급여의 수익을 따지며 계층 간 역진성(고소득층에 유리한 성격) 얘기하는 자체가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국민연금제도는 각자 계정에 돈을 쌓고 자기가 낸 돈에 상응해 급여를 받는 제도가 아니다. 총량적으로 수입(보험료)과 지출(연금액)을 맞춰가는 제도이며 장수에 대응하는 제도이므로 수명에 따라 보장 총량이 달라진다. 개별 수익을 중심으로 연금제도를 보는 것은 공적연금의 본질과 어긋난 접근이란 생각이다. 하지만 계층별 수익을 따진다고 하더라도, 오 위원장의 문제 제기는 일정 수준 이상의 보험료 인상으로 해소된다. 이것은 소득대체율 인상을 가로막을 근거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소득대체율도 인상하되 거기에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재분배성이 강하게 설계할 것이냐에 대한 얘기를 해야 하지 않을까.” 오 보험료 인상과 더불어 소득대체율을 인상하면 보험료 인상의 효과가 상쇄된다. 미래세대의 부담을 덜어주지 못한다는 얘기다. 그 세대의 부담으로 귀결되는 혜택이 노동시장 중심부에 집중되는 문제를 풀지는 못한다. 국고지원을 적극 얘기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 저도 반대하지 않는다. 그런데 입장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이렇게 나눠서 얘기했으면 좋겠다. 국민연금 부족액을 위한 국고지원, 크레딧 제도와 보험료 지원사업을 위한 국고지원으로 말이다.” -국고를 투입하더라도 무엇에 우선적으로 지원할 것이냐에 대한 얘기인 것 같다. 주 뭘 먼저 하고 뭘 나중에 한다는 식으로 접근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우리나라 국민연금 보장 수준은 그냥 무슨 짓이든 다 해야 하는 수준이다. 소득대체율 인상과 가입기간을 늘려주는 조치가 같이 가야 하는 것이지, 우선을 따질 일이 아니라고 본다. 크레딧 제도는 군복무, 출산 등 사회적 공헌을 한 이들에게 가입기간을 늘려주는 것이다. 소득대체율은 급여산식을 바꿔서 적용하는 폭넓은 조치인 반면 크레딧 제도는 일정한 공헌을 한 사람을 타켓팅한 제도다. 그리고 질병이나 장애 등 여러 사정으로 인해 사회적 공헌을 못 하는 이들도 많다. 두 기제는 대체 가능한 것이 아니다. 아울러 취약계층 보험료 지원사업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과제를 뒤로 미루자는 얘기가 아니다. 오히려 소득대체율 인상과 결합할 때 이런 조치의 보장성 강화 효과는 더 커진다. 또 중심부 노동자들 얘기를 하셨는데 그렇다면 그들은 은퇴 이후 소득절벽이란 위험에서 벗어나 있나. ‘소득대체율 인상하면 이 사람들만 혜택 봐요’라고 하면서 마치 이들이 기득권을 형성하고 있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 실질적으로는 별 기득권도 없는데.” 퇴직연금은 연금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나 오 중간계층, 중산층의 연금액도 충분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결국은 한정된 자원의 배분 문제 아닌가. 우선순위로 무엇을 둘 것인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소득대체 인상도 미래세대 부담이 될 재원 문제 때문에 다른 대안을 찾자는 것이다. 가입기간이 짧은 불안정 노동자, 저소득층에게 가입기간을 늘려주는 조치(크레딧 제도를 의미. 가입기간을 1년 늘려줄 때 소득대체율 1%씩 늘어난다-편집자 주)를 통해 그들의 실질적인 소득대체율을 올려줄 수 있다고 본다. 중상위 계층에게도 소득대체율 인상 대신 다른 대안이 있다. 기업이 매년 임금의 8.34%씩을 퇴직금으로 쌓아두고 있다. 지난해 한해간 쌓인 퇴직금 적립액이 그해 국민연금 보험료 총액을 넘어섰다. 든든한 연금으로 기능케 할 잠재력이 퇴직금에 충분히 있다는 뜻이다.” 주 현 제도는 퇴직급여 제도이고 퇴직금과 퇴직연금 중 선택할 수 있게 돼 있다. 퇴직연금 가입률은 가입대상 노동자의 절반을 약간 넘는다. 퇴직연금은 금융시장을 통해 돌아가는 사적연금으로 재분배 기능이 없고 유족급여, 장애급여도 없다. 국민연금처럼 죽을 때까지, 물가연동으로 실질가치를 보장해주는 그런 질 좋은 연금이 아니다. 퇴직연금에 대해 제대로 된 노후소득보장 기능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오 퇴직연금은 사적연금인 건 맞다. 여러 한계가 있지만 그럼에도 사용자가 전액 기여(매해 각 노동자의 임금 8.34%를 적립)하는 제도다. 저는 두 가지의 정책 과제를 더하면 퇴직연금도 중상위층이 기댈만한 연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한가지는 ‘1년 미만 고용된 노동자’에게도 퇴직금 제도를 적용하는 것, 또 다른 과제는 비자발적 실업기간에도 실업급여를 보장해줘 퇴직금의 중간해지를 엄격히 규제하는 것이다. 네덜란드나 덴마크 등에선 퇴직연금이 노후소득원의 한 축으로 작동한다.” 서울 중구 국민연금공단 종로중구지사 고객상담실에서 시민들이 상담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주 네덜란드, 덴마크는 산별협약에 의해 작동하는 퇴직연금으로 성격이 다르다. 한국에는 그런 기반이 없다. 퇴직금을 제대로 된 연금으로 작동하도록 제도를 개혁하는 데 시간이 매우 많이 걸릴 것이다. 가능할지도 불확실하다.” 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인상해도 효과가 나타나려면 지금부터 20년 있어야 한다. 20년이면 퇴직연금의 개혁도 할 수 있는 시간이다. 다층연금체계로 노후소득보장 효과를 충분히 볼 수 있다고 본다. 중상위계층에겐 국민연금+퇴직연금, 중간계층은 국민연금, 하위계층에겐 국민연금+기초연금의 체계가 적용되게끔 하자는 것이다.” 주 공적 노후보장제도에 대해 이렇게 계층별로 나눠서 접근하는 것은 맞지 않다. 우리는 국민연금 보험료를 냄으로써 미래의 연금 청구권을 쌓아간다. ‘기여’를 했으니 나중에 생산되는 부의 일정한 ‘몫’을 받아갈 권리가 생긴다는 얘기다. 그런데 기초연금은 그런 제도가 아니다. 국민연금의 역할과 사회 상황에 따라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지 모르는 제도이다, 이것을 미래 노후소득보장 한축으로 확정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맞지 않다. 국민연금에 10년 납입해서 받는 연금액은 기초연금을 합쳐도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내년 생계급여 71만원에 미치지 못한다. 기초연금이나 국민기초생활보장급여를 통해 보장받는 최저수준보다 국민연금 보장수준이 훨씬 높아야만 공적연금이 제대로 돌아간다.” -각자가 생각하는 개혁안은. 간단히 말해서 얼마의 보험료와 소득대체율이 적절하다고 보나. 오 지난 9월 1일 재정계산위원회가 제시한 안을 기본축으로 해서 사회적 논의가 이뤄졌으면 좋겠다. 앞으로 10년 동안 매해 보험료율을 0.6%포인트씩 올려 15%에 도달케 하자는 방안이다. 여기에 연금수급개시 연령을 2048년에 최장 68세까지 상향하는 안과 기금수익률을 높이는 안을 조합했다.” 주 2007년 소득대체율을 50%에서 40%로 떨어뜨리는 제도 변화가 있었다. 이것을 50%로 다시 회복시켜야 한다. 보험료율은 13% 선을 생각했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속도로 그 선에 도달하느냐는 열어놓고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재정계산위 사퇴 뒤 우리의 비전을 보여주는 대안보고서를 준비 중이다(지난 8월 31일 주은선 교수와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복지부 산하 재정계산위원회가 소득대체율 인상론을 제대로 다루지 않는다는 이유로 재정계산위의 민간위원직을 사퇴한 바 있다. 재정계산위는 국민연금의 장기적인 수입·지출, 기금 규모를 계산해 정부에 보험료·연금액 조정안을 제안하기로 한 보건복지부 산하 민·관 합동위원회다. 두 교수는 재정계산위와 별도로 ‘대안 보고서’를 준비 중이다.-편집자 주).” -좋은 연금개혁을 위한 조건이 있다면. 오 정치권에는 연금이 부담스러운 주제일 것이다. 하지만 책임 있는 정치를 하겠다고 한다면 자기의 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본다. 이 중요한 의제에 대해 논의가 시작됐음에도 아직 안이 없는 것으로 안다. 게다가 국회 연금특위를 내년 5월까지 연장한다고 한다. 총선 전에 연금개혁에 대한 입장을 안 낼 수도 있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미래를 좌우할 정책에 대해 안을 내고 국민에게 선택을 받는 것이 선거에 임하는 정당의 책임 있는 자세 아닐까.” 주 연금개혁은 정부가 중심이 되어 끌어갈 수도 있고, 정당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갈 수도 있다. 어떤 방식이 됐든, 책임을 더 많이 져야 하는 주체들에게 의견을 묻고 제대로 책임을 부여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간]인구위기 外(2023. 07. 14 11:19)
2023. 07. 14 11:19 문화/과학
ㆍ저출생 문제를 해결할 해법은 ▲인구위기 알바 뮈르달, 군나르 뮈르달 지음·홍재웅, 최정애 옮김 문예출판사·2만4000원 저출생 문제의 심각성은 더 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2022년 합계출산율 0.78명으로 세계 최하위, 인구학자 데이비드 콜먼은 2006년 “한국의 저출생 현상이 지속되면 인구감소로 인해 소멸하는 제1호 국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때보다 출산율이 더 떨어진 지금은 소멸위기를 말할 것도 없다. 국가 소멸위기에도 정부는 대책이 별로 없다. 수십조원을 쏟아부은 저출생 대책 대부분이 실패로 돌아갔다. 이 책은 스웨덴의 노령화·저출생 문제의 진단과 해법을 다뤘고, 실제로 정책적 효과로 나타난 사례라는 점에서 참고할 만하다. 약 90년 전인 1934년 출간된 책이지만 저자들이 해법으로 제시한 정책 아이디어들은 약 한 세기 전에 쓰인 책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진보적이고 실효성이 있다. 저자들은 저출생 문제의 심각성을 경고한 뒤 진보적 가족정책을 통해 출산율을 높이고, ‘인구의 질’과 ‘삶의 질’을 모두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제시된 해법도 오늘날 다뤄지는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출산과 양육 비용의 대부분을 사회가 부담하고, 기혼 취업 여성도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이 양립할 수 있도록 사회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들이 주장하는 저출생 정책의 핵심이다. 특히 여성의 취업 등 아이의 가정양육이 어려운 현실을 감안해 이를 충분하고 안전하게 대체할 수 있는 ‘사회적 돌봄’의 확대를 강조했다. 책 출간을 계기로 스웨덴의 인구감소 관련 논쟁은 잦아들었고, 인구정책으로도 채택됐다. 정치의 역할도 중요했다. 집권당이던 스웨덴 사회민주당은 해당 정책의 정당성을 옹호하며 더 창의적이고 과감한 정책을 시행했다. 그 결과 1935년 합계출산율이 1.74명(당시로선 최저 수준이었다)이던 스웨덴은 1950년 2.43명으로 크게 올랐다. ▲인정욕구 에노모토 히로아키 지음·김지선 옮김·FIKA 1만6800원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는 본능적이다. 심리학적으로 인간은 타인에게 인정받으면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기 때문이다. 인정욕구가 과하거나 부족해 발생하는 문제와 이를 조절하는 방법 등을 알려준다. ▲선생님, 노동을 즐겁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이승윤 지음·소경섭 그림·철수와영희 1만3000원 노동의 가치와 의미, 노동자의 권리 등을 어린이 눈높이에서 풀어낸 책이다. 감정·돌봄·야간·플랫폼노동 등을 주제로 모두가 존중받으며, 안전하고 즐겁게 일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알려준다. ▲더 좋은 선택: 결핍과 불균형, 바꿀 수 있다 마야 괴펠 지음·김희상 옮김·나무생각 1만8000원 저자는 기후변화와 자원고갈, 생태계 파괴 등 전 지구적 위기가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책임과 협력의 가치를 깨닫고, 새로운 목표와 사회구조의 변화를 꾸준히 실천하는 일이 중요하다.
신간
나라의 운명은 인구에 달렸다(2023. 03. 10 11:13)
2023. 03. 10 11:13 경제
우리나라는 자원이 풍부하지 않으니 기술력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지난 시절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에 대한 전망을 제시했던 대부분의 사람이 입버릇처럼 한 말이다. 마침내 세계경제 10위권 안에 들었고,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2021년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분류한다고 공표했다. 식민지 경험이 있는 나라 중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나라는 우리가 최초다. 쾌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지금 마냥 좋아라 할 수만은 없다. 왜냐하면 오랜 노력으로 전 국민적 소망을 이뤘으나 곧바로 곤두박질칠 위험 앞에 놓여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병원 산부인과 신생아실에서 간호사들이 아기를 돌보고 있다. 앞쪽에 보이는 아기침대는 비어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지난 2월 22일 통계청은 2022년 인구동향 조사 발표에서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자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0.78명으로 전년(0.81명)보다 0.03명 감소했다고 보고했다. 정상적인 나라에서는 2.1 정도라고 하는데 이에 비하면 한참 뒤처진 상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1.59명이다. 너무나 심각한 상황이다.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경제성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력이 아니고 인구다. 기술력은 인구가 탄탄히 받쳐준 상태에서 더 높이 치고 나갈 수 있는 중요 요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인구의 성장 없이 기술력 혼자만으로 성장은 불가능하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가 지금 걱정해야 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글로벌 대기업이 갖추고 있는 경쟁력으로서 기술력을 어떻게 더 높일까가 아니라 국가의 존립 자체다. 지역소멸이나 초고령화 사회, 인구감소는 해묵은 주제다. 이는 이미 수많은 사람의 입에서 ‘회색 코뿔소’라는 명칭을 얻어가며 개선을 촉구받았다. 이번 통계청 발표가 인구와 관련된 분기점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제 더 이상 인구문제는 지역에서 인구 유출을 고민하는 차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이날 발표에서 통계청은 2030년보다 훨씬 이전에 5000만명 아래로 우리나라 인구가 감소하리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기존에는 5000만 인구의 붕괴 시점을 2030년으로 점쳤으나 무려 2~3년 정도를 앞당겼다. 심각한 경고다. 이대로 가면 내년에는 또 한 차례 앞당겨질 수 있다. 이제 인구문제는 지역소멸이나 지역소외 차원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존립 자체를 뒤흔드는 단계로 부상했다고 봐야 한다. 이게 현실이다. 인구문제 다루는 정책이 실패한 이유 인구정책의 목표는 출산율이 아니라 생활 수준의 향상과 경제적 복지여야 한다. 저출생은 현상이자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시절 지역소멸이나 인구소멸 등 인구문제를 다루는 방식은 “왜 출산을 하지 않는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무엇을 해주어야 하나?” 등으로 잘못된 과녁을 설정하고 정책을 추진했다. 문제가 해결될 리 만무하다. 가임기 여성이나 그 가족은 현재의 삶에 너무 지쳐 있고, 또 경제적으로도 버겁기 때문에 출산하지 않거나 못 하고 있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가 바로 지역소멸이나 인구감소 현상이다. 국민의 생활 수준이 높고 경제적 복지가 견고하면 아이는 자연스레 생긴다. 우리 사회는 눈부신 성장에도 불구하고 성장의 결실이 국민에게 고르게 분배되지 않아 생활 자체가 힘든 사람이 대부분이다. 이를 놓고 불평등의 심화, 고용 없는 성장 등으로 부른다. 10억원 이상의 자산가가 넘쳐나고 아파트값이 수십억원에 달하지만, 우리나라 월평균 임금은 320만원 정도다. 이는 고액 연봉자를 모두 합한 후 평균을 구한 값이기 때문에 평균의 함정이 존재하는 수치다. 이보다 중앙값을 구해야 정확하다. 굳이 구해보지 않더라도 300만원 미만의 월급쟁이가 훨씬 많다는 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통계청이 지난 2월 20일 발표한 국민 삶의 질 2022 보고서를 마냥 신뢰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즉 핵심은 삶의 질을 얼마나 향상시킬 수 있느냐다. 이 문제와 정면으로 맞서지 않는 한, 정부가 아무리 재정지출을 늘리더라도 사람들은 아이를 낳지 않는다. 기후변화법, 덴마크와 미국의 교훈 인구문제는 국가 수준으로 인식하고 추진체계를 만들어야 비로소 해결 가능하다. 국가 수준의 사안은 중앙정부의 인식과 지방정부 그리고 민간이 협력할 때 비로소 해결의 실마리가 찾아진다. 이런 의미에서 거버넌스는 문제를 올바르게 인식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문제다. 기후변화를 둘러싼 덴마크와 미국의 사례를 통해 국가적 사안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교훈을 얻어보자. 미국은 클린턴 대통령 이후 기후변화에 대한 대대적인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해왔다. 법안 하나 없이 추진했다는 사실을 알고선 많은 사람이 놀란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법안을 마련해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는 않다. 바이든은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이를 대신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기후변화 대응 정치 인프라가 왜 그토록 취약한지 설명해주는 단서이기도 하다. 백악관 국내 기후정책실과 국가기후TF를 가동 중이지만, 정권이 바뀌면 근본부터 흔들릴 게 뻔하다. 정책의 지속가능성의 기준에서 보면, 트럼프와 바이든의 기후변화 정책은 정반대다. 따라서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비해 덴마크는 견고한 대응 기조를 펼치고 있다. 이는 덴마크가 기후변화법을 제정하면서 8개 주요 정당의 합의를 기초로 거버넌스 체계를 갖추었기 때문이다. 2019년 98%의 찬성률로 기후법이 의회를 통과했다. 국가 수준의 컨트롤타워는 ‘기후변화위원회’가 맡고, 기후법이 탄탄하게 받치고 있어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미국형에 가깝다. 이런 거버넌스에서는 정권이 바뀌면 방향이든, 사람이든 모두 바뀌어 인구문제 대응의 지속가능성과 정치적 인프라가 대단히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인구문제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린 100년지 중대사지만 당장에 꺼야 할 불이 있다면 지혜롭게 현재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 당장 필요한 건 초당적인 합의 속에서 국가 수준의 컨트롤타워를 세워내는 일이다. 그렇게 해서 인구문제 대응 추진체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
벌써…‘인구 1위’ 뺏긴 중국(2023. 02. 24 11:15)
2023. 02. 24 11:15 국제
중국이 세계 최대 인구대국 자리를 인도에 내줬다. 예견됐던 일이지만 중국의 급격한 출생률 감소로 인구 역전 시기가 앞당겨졌다. 생산과 소비 등 모든 측면에서 중국 경제성장을 견인해 온 막대한 인구의 감소는 중국경제뿐 아니라 세계경제에도 암울한 영향을 미치리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 각 지방정부는 충격 속에서 산아제한 완전 철폐와 출산·육아 보조금 확대 등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인구 감소 추이를 피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중국 춘제(설) 연휴를 앞두고 지난 1월 광둥성 광저우시의 한 거리에 인파가 몰려 있다. / AFP연합뉴스 ‘인구 데드크로스’…61년 만의 인구 감소 중국 국가통계국이 집계한 인구통계를 보면 지난해 중국 전체 31개 성·시·자치구의 인구는 14억1175만명으로 전년보다 85만명 감소했다. 중국의 인구 감소는 대기근의 여파로 인구가 줄었던 1961년 이후 61년 만에 처음 나타난 현상이다. 1961년 인구 감소가 마오쩌둥(毛澤東)의 ‘대약진 운동’ 실패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었던 반면 지난해 인구 감소는 장기적인 출생률 저하에 따른 것이라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전문가들은 이르면 올해 중국의 인구 감소가 시작될 수 있다고 예상해 왔지만, 지난해 출생률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인구 감소 시기가 더 앞당겨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 인구 감소가 당국의 예상보다 9~10년 일찍 시작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처음 연간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앞서는 ‘인구 데드크로스’ 현상이 발생했다. 지난해 전체 출생아 수는 956만명으로 전년(1062만명)보다 106만명 감소해 1961년 이후 처음 100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해 출생률은 0.677%(인구 1000명당 6.77명)로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래 최저치였다. 사망인구는 모두 1041만명으로 전년(1014만명)에 비해 27만명이 늘었다. 사망률도 약간 높아지기는 했지만, 출생인구가 더 크게 감소했기 때문에 인구 자연증가율이 -0.06%를 나타냈다. 중국의 출생인구 감소는 장기적인 추이다. 2016년 1883만명으로 정점을 찍었던 한 해 출생아 수가 지난해까지 6년 연속 감소해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이에 따른 전체인구 감소 추이도 장기화가 불가피함을 의미한다. 성장 동력 약화, 세계경제에도 영향 인구 감소는 중국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14억에 이르는 막대한 인구는 생산과 소비 등 모든 영역에서 중국의 경제성장을 견인한 주요 동력이었다. 출생률과 인구 감소는 노동 가능 인구의 감소로 이어져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온 중국의 산업 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집계한 지난해 16~59세 노동연령인구는 8억7556만명으로 전년(8억8222만명)보다 666만명 감소했다. 전체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21년 62.5%에서 지난해 62.0%로 낮아졌다. 인구 감소는 내수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중국은 미국과의 갈등 속에서 수출과 개혁개방을 지속하면서도 내수 확대를 중심에 놓는 ‘쌍순환’ 전략을 펴고 있다. 인구가 감소하면 내수 확대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인구 감소는 이 밖에도 고령화 추세에 따른 노인 부양비 증가 등 부대적인 지출을 가져온다. 중국의 60세 이상 노인인구는 지난해 2억8004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9.8%를 차지해 전년보다 비중이 0.9%포인트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2040년이면 중국 노인 인구가 4억명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본다. 급격한 노인부양비 증가와 연금 고갈 등의 문제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중국 춘제(설) 연휴를 앞두고 지난 1월 상하이 기차역에서 한 귀향객이 아이를 목말 태운 채 줄을 서 있다. / EPA연합뉴스 세계 2위 경제대국의 이 같은 인구 위기 영향은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 경제매체 인사이더는 “중국은 지난 수십년간 노동연령인구의 증가로 세계의 공장이 됐고 태양 전지판의 70%, 농업 기계의 60%, 로봇의 25%가 중국에서 만들어졌다”며 “중국의 제조 능력과 공급망에서의 중요한 위치 때문에 중국 노동연령인구 감소는 세계경제에 크고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노동력 감소로 중국경제는 생산성 증대가 둔화되고 과거처럼 세계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역할도 하지 못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중국의 경기 둔화는 전 세계에 심각한 연쇄효과를 가져오리라고 전망했다. 출산 지원책 쏟아지지만 ‘백약이 무효’ 중국은 지난해 인구통계 발표 후 큰 충격 속에서 지방정부 차원의 결혼·출산 장려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중국에서 인구가 5번째로 많은 쓰촨(四川)성은 올해 들어 산아제한을 완전히 폐지하고 미혼자에게도 자녀 등록과 양육을 허용하는 정책을 내놨다. 등록 자녀 수 제한을 없애고 기혼자가 아니어도 자녀를 등록해 육아 휴직 등 출산·양육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했다. 간쑤(甘肅)성과 산시(山西)성 정부는 결혼과 출생률 제고 정책의 일환으로 2월부터 신혼부부에게 주는 유급 휴가 기간을 3일에서 30일로 늘리기로 했다. 현금 지원책도 쏟아진다. 윈난(云南)성은 올해부터 각 가정에 자녀 수에 따라 최대 5000위안(약 94만원)의 출산 보조금을 주고, 둘째와 셋째 아이에 대해서는 3세가 될 때까지 1인당 연간 800위안(약 15만원)의 육아 보조금을 주기로 했다. 또 산둥(山東)성 지난(濟南)시와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시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시 등에서는 둘째 또는 셋째 아이를 출산하면 3세가 될 때까지 매월 최대 1000위안(약 19만원)의 육아 보조급을 지급하는 정책을 내놨다. 이런 유인책들이 실제 인구 감소를 막는 데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젊은층의 결혼과 출산 기피 현상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가족계획협회와 인구·발전연구센터 등이 내놓은 조사 결과를 보면 중국 여성들의 평균 초혼 연령은 1980년대 22세에서 2020년 26.3세로 높아졌다. 또 가임기 여성의 출산 예정 자녀 수는 2017년 1.76명에서 2021년 1.64명으로 줄었다. 1990년생과 2000년대생의 출산 예정 자녀 수는 2021년 기준으로 각각 1.54명과 1.48명에 그쳤다. 동시에 평생 아이를 낳지 않는 여성의 비율도 2015년 6.1%에서 2020년에는 10% 가까이 늘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기사에서 다른 나라들의 인구 감소 사례와 출산·육아 지원책 등을 소개하면서 “수년 동안 인구 감소와 씨름해온 많은 나라는 역사적으로 일단 인구 감소의 문턱에 들어서면 정부가 그것을 되돌리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이 2016년 한 자녀 정책을 공식 종료하고 현금 인센티브와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줬지만 출생률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면서 “이 모든 것이 중국 인구가 계속 줄어드리라는 걸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가깝고도 먼 아세안](6)1억 인구 앞둔 베트남 ‘도시화’로 성장 박차(2023. 02. 17 11:04)
2023. 02. 17 11:04 국제
평균 연령 32.5세. 유엔이 극찬하는 생산가능인구가 70% 달하는 인구 황금 구조의 나라 베트남이 올해 공식적으로 인구 1억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보건부 산하 인구가족계획국은 ‘해마다 100만명의 신생아가 태어나는 베트남 상황에 비춰 2023년 중순쯤 인구 1억명을 돌파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2023년 2월 14일 현재 베트남 인구는 유엔 기준 9962만명이다. 규모로는 전 세계 15위다. 아세안에서는 인도네시아(2억7750만명), 필리핀(1억1730만명)에 이은 3위다. 베트남 정부는 2035년까지 베트남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인구 1억명이 넘으면서’,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가 넘는 나라’는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 멕시코 등 5개국뿐이다. 브라질이 조만간 그 대열에 합류하고 베트남이 그다음 후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풍부한 인구를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베트남을 두고 영국의 싱크탱크인 경제경영연구센터 CEBR(Centre for Economics and Business Research)은 2035년에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이라 불리던 대만(21위)과 ‘아세안 최대 경제국가’인 태국(29위)을 물리치고 베트남이 세계 19위의 경제 국가가 되리라고 예측했다. 베트남 수도 하노이의 호안끼엠 호수 주변 전경 / VNEXPRESS 물론 많은 인구가 꼭 국가 경제 성장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인구 1억이 넘는 파키스탄, 나이지리아, 방글라데시, 이집트, 필리핀 등은 그 풍부한 인구 덕분에 폭발적으로 성장하리라고 평가하지만 여전히 ‘언젠가는 성장할 나라’ 후보 신세다. 하지만 풍성한 인구와 그에 걸맞은 도시 인프라가 개발된다면 탄탄한 내수 시장이 국가 경제 발전의 주요 원동력이 될 것은 틀림없다. 2018년 내생적 성장 이론으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폴 로머 미국 뉴욕대 교수는 개발도상국이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있는 방법은 ‘도시화’라고 단언했다. 폴 로머 교수는 한국과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경제가 서구 선진국들을 빠르게 추격할 수 있는 원동력이 바로 이 ‘도시화’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현대 경제에서 경제적 가치를 가장 많이 만들어 내는 공간은 도시이며, 국가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도시 개발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베트남 정부가 폴 로머 교수의 내생적 성장 이론을 적극 수용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요즘 베트남은 도시화율을 경제 성장의 원동력으로 삼고 도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베트남 2030년까지 도시화율 50% 달성 목표 2000년 24.4%, 2011년 31.1%였던 베트남 도시화율이 2022년 41.7%로 처음 40%대에 진입했다. 베트남은 아세안 10개국 중 도시화율 7위로 빠르게 발전하는 국가 경제 규모에 비해 아직도 도시화율이 저조하다. ‘급속한 도시화가 경제적 효율성과 빠른 경제 성장을 가져온다’는 폴 로머 교수의 이론에 따르듯 베트남은 도시화율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2025년까지 도시화율 45%, 2030년까지 50%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일반적으로 도시화가 이뤄지면 전국에서 인구가 몰려든다. 우수한 노동력이 공급된다. 기업들은 동종 업종을 중심으로 서로 인근 지역에 몰려든다. 생산 비용을 줄이는 효과가 발생한다. 반면 도시화는 땅값 상승과 주택 공급 부족, 교통 체증과 대기 오염, 수질 오염 등 부작용도 동반한다. 밀집된 인구에 부합하는 인프라가 건설되지 않으면 저소득층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환경 위생 문제와 범죄가 발생하기도 한다. 베트남 정부는 교통, 안전, 환경, 교육, 의료, 보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스마트 시티 기술을 도입해 이러한 문제를 최소화하려고 한다. 특정 도시 한 곳에 집중하지 않고 북부 하노이, 중부 다낭과 후예, 남부 호찌민과 껀터 등 전국 5개 광역 도시로 분산한 국토 균형 발전도 꾀하고 있다. 이에 호응해 2022년 5월 우리나라 중소기업중앙회와 중소벤처기업부가 공동으로 ‘스마트 시티 아시아 2022’를 호찌민에서 개최했다. 스마트 홈, 스마트 에너지, 스마트 팩토리, 스마트 모빌리티 등 스마트 시티 산업 전반에 대한 전시회를 열었다. 개막식에 이례적으로 베트남 외교부 차관과 정보통신부 차관이 함께 참석할 정도로 베트남 정부가 적극적인 관심을 표했다. 베트남 도시화와 한국 기업의 관계 베트남 정부가 지역 균형 발전을 꾀하는 스마트 도시 개발에 한국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2022년 12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베트남 북부 흥옌성과 스마트 시티 개발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산업단지 중심의 복합도시 개발, 사회주택 부문에서 스마트 시티 개발 협력 사업들을 추진 중이다. LH가 개발하기로 한 흥옌성은 수도 하노이와 베트남 북부 최대 항구 도시이자 LG그룹의 생산기지가 있는 하이퐁을 연결하는 지역이다. 이곳이 개발되면 하노이에 집중된 인구가 흥옌성으로 이주하게 돼 하노이 인구 과밀을 해소할 수 있다. 하노이에 집중된 전문인력들이 흥옌성에 거주하게 되면 전문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하이퐁의 취업난 해소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남부 호찌민의 경우 2020년 6월 총리가 ‘국가 디지털 변환 프로그램’을 적용한 호찌민 스마트 시티 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공개적으로 한국 기업들에 투자와 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롯데그룹은 투티엠(Thu Thiem)에 에코 스마트 시티 세부 조정안을 승인받고 롯데자산개발, 롯데쇼핑, 롯데호텔, 롯데건설 등이 9억달러(약 1조1500억원)를 투자해 5만㎡(2만2500평) 부지에 지하 5층, 지상 60층, 전체면적 68만㎡ 규모로 스마트 복합단지 건설을 준비 중이다. 베트남 정부가 장기적인 계획을 통해 특정 도시에 국한되지 않고 지역별 균형 발전과 국가경제 발전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은 극찬할 일이다. 다만 스마트 시티 개발의 의미가 단순히 효율적인 도시 운영만이 아니라 저소득층 시민이 공공 인프라를 통해 교육, 의료, 주택 등을 스마트하게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일이라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가깝고도 먼 아세안
‘백약무효’ 저출생·인구 유출, 근본적 해법 없나(2022. 09. 02 11:31)
2022. 09. 02 11:31 사회
ㆍ2015년 기점 청년층 수도권 유입급증·지방소멸 가속화 올해 초 겨울휴가 때 아들과 선산이 있는 전남 고흥군 대서면을 방문했다. 기자가 태어난 곳은 대도시지만 고흥은 선친의 고향이기도 하고, 아직도 많은 친인척이 거주하는 집성촌이다. 명절 연휴가 아닌 평일 대낮에 방문한 시골. 마을 길엔 고즈넉하다는 표현조차 민망할 정도로 아무도 없었다. 사람이 아예 안 사는 것은 아니다. 집 밖으로 나오지 않을 뿐. 이제 80세를 넘긴 큰어머니는 방안에서 누운 채 조카 부자를 맞이했다. 농사일은커녕 화장실을 가기 힘겨울 정도로 거동이 불편하다고 했다. 그나마 오가는 사람은 군청에서 나와 가가호호 돌아다니며 노인들의 안부를 묻는 사회복지사가 유일하다. 마을에 젊은이는 물론이고 장년층도 없었다. 마을 전체가 거대한 노인병동인 셈이다. 지난해 전남 영광군 합계출산율은 1.87을 기록해 3년 연속 1위를 달성했다. / 영광군 제공 현재의 인구감소 추세라면 2040년 일본 지자체의 절반인 896개가 소멸한다는 내용을 담은 일명 ‘마스다 보고서’가 나온 게 2014년이다. 보고서에서 사용한 기법(20세에서 39세의 가임기 여성을 65세 이상으로 나눈 값)을 적용해 한국의 ‘지방소멸위험지수’(0.5 미만이면 위험지역)를 밝힌 연구가 나온 것은 2년 뒤. 터무니없는 소리처럼 들리지만, 지방소멸은 이제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똑바로 직시하기 어려운’ 터부 같은 것이 돼버렸다. 마스다 보고서로부터 치면 8년, 위험지수 개발로부터 6년이다. 그동안 한국의 사정은 어떻게 됐을까. 지방소멸의 핵심동인은 저출생과 젊은층의 유출이다.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젊은층은 지방을 떠나 수도권과 같은 대도시로 유입되는데, 지방소멸 초기 단계에서는 역설적으로 대도시권으로 인구가 몰리는 일극집중현상이 나타난다. 젊은층이 대도시에 몰렸다고 대도시 저출생 문제가 극복되는 것은 아니다. 높은 주거비용 등으로 1인 가구가 늘어날 뿐이다. 지방소멸 보고서 그 후 6년 8월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출생통계를 보면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81명. 출생통계 작성을 시작한 1970년 이래 최저치다. 출생아 수는 시도단위로 보면 광주광역시(8.7%)와 세종특별시(2.9%)를 제외한 모든 시도에서 감소했고, 합계출산율 역시 광주와 대전을 제외한 15개 시도 모두 전년 대비 감소하는 결과를 보였다. 통계청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경북 의성군의 경우 지방소멸 위험지수 자료에서는 전남 고흥군, 경북 청송군 등과 함께 지방소멸위험도에서 항상 선두를 달리는 곳으로 지목됐다. 그런데 통계청의 2021년 합계출산율 자료에서 의성군은 합계출산율 1.38을 기록해 출산율이 높은 상위 10개 시군구 리스트에서 8위에 올랐다. 지난해 순위는 더 높았다. 합계출산율 1.76으로 전남 영광군(2.54), 전남 해남군(1.89)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지방소멸 위험지자체라는 불명예를 떨치기 위한 자치단체 노력의 결실일까. 통계청의 이 데이터에서 영광군은 지난해에 비해 합계출산율은 감소(1.87)했지만, 여전히 1위를 기록했다. 뉴스를 찾아보면 ‘전남 영광군이 3년 동안 합계출산율 1위를 한 비결’과 같은 기사가 넘친다. 조직 개편을 통한 인구일자리정책실 신설(2019년), 출산용품 구입비, 신생아 지원비, 난임부부 시술비 본임부담금 지원 등 출산장려정책 등과 함께 양육비(첫째 500만원, 둘째 1200만원, 셋째 3000만원 지원) 등을 꼽는다. 정말 영광군의 상황은 개선되고 있을까. 인근 광주광역시의 상대적으로 높은 집값 부담 때문에 젊은 부부들의 전략적 선택이 만들어낸 일종의 착시는 아닐까. “…차로 광주 광산구까지 30분 정도 걸리긴 한다. 영광에 거주하면서 광주로 출퇴근하는 젊은 부부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아무래도 주택 사정이 광주 서구나 그런 쪽보다는 영광이 더 좋으니까.” 8월 30일 통화한 김성균 영광군 인구일자리정책실장의 말이다. 합계출산율 3년 연속 1위 영광의 속사정 광주에서 영광의 신축아파트단지까지 통근버스가 운영되는 경우가 많은데 교통체증이 없으니 그런 목적으로 거주하는 사례가 없지 않다고 했다. 합계출산율로 3년째 전국 1위 지자체라는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지만, 지방소멸 위험은 영광군을 비껴가지 않는다. “합계출산율은 둘째를 낳는 여성도 포함하는데 아무래도 애를 낳을 수 있는 젊은 여성이 와야 한다. 인구는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김 팀장에 따르면 영광의 합계출산율이 대폭 올라간 것은 지원금 수준을 대폭 인상하면서부터. 예컨대 둘째를 낳으면 500만원 지원하던 것을 1200만원으로 올린 시점과 합계출산율이 2를 넘긴 시점이 일치한다. 고민은 출산장려금을 지급하지만, 그 가족이 영광에 남지 않는 경우가 꽤 된다는 것. 아이가 어릴 때 지원을 받고 초등학교 진학할 무렵이면 인근 광주광역시 등으로 이사하는 사례가 상당수에 이른다. 김 팀장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둘째를 낳으면 1200만원을 월별로 36개월을 지원한다. 쪼개면 매달 40만~50만원 선이다. 재원은 한정적인데 자녀가 초등학교 들어갈 때까지 지원금을 줄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 “최근에는 영광이었지만 과거에는 전남 해남이 항상 1위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정성호 강원대 사회학과 교수의 말이다. 지난해 순위에서 해남은 2위를 기록했다. “해남도 똑같은 딜레마를 겪었다. 애 한명 낳으면 얼마 식으로, 엄청나게 인센티브를 줬다. 그렇다고 해남의 절대인구가 늘었냐면 절대로 늘지 않았다. 아이가 일정한 나이가 되면 교육목적이 됐든, 뭐가 됐든 빠져나간다. 500만원, 1000만원 출산장려금만 받고 빠져나간다.” 정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정치권과 지자체들도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치인들은 영광이 출생율이 높은 게 보조금을 많이 줘 높다고 받아들인다. 전 정권 총리도 ‘다 해남같이 하면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돈을 많이 주면 해결된다? 천만의 말씀이다. 정치가나 자치단체장은 항상 경쟁을 원한다. 순위에 따라 차등지원하고 싶어한다. 나라 전체로 보면 제로섬이다. 나는 초기부터 돈으로 직접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렇다면 어떤 해법이? 정 교수는 “저출생·지방소멸과 관련한 한 우리나라는 대안이나 대책이 없다”고 단언했다. “저출생 문제는 우리나라 사회경제적 문제를 다 포괄한다. 해결책이 없다. 점차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할 수밖에 없다. 대안이 뭐냐. ‘살 만한 나라, 애를 경쟁으로 내몰지 않는 나라, 교육제도 혁신’이 답이다. 다른 데서 찾으려니까 돈만 쓴다. 지방소멸도 마찬가지다. 서울집중이 더욱 심해진다. 젊은이들이 점점 더 서울로 올라가지 않는가.” 수도권 인구이동 데이터를 살펴보면 특이한 대목이 있다. 2000년대 들어 수도권 인구유입은 완만한 감소세를 보이다가 2016년 이후 증가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이중 20대의 움직임이다. 20대의 수도권 유입추이를 보면 2015년에 바닥을 찍었다가 이후 매해 급증하고 있다. 성별 추이도 특이한데 2015년 20대 남성의 경우 유입과 유출이 거의 동률을 이뤄 바닥에 수렴하는 반면, 여성의 수도권 유입은 남성보다 살짝 높은 정도였다. 그러다 매해 격차를 벌리며 압도적으로 20대 여성의 수도권 유입이 늘어나고 있다(그래프 참조). 2015년 전후가 수도권 인구 유입에 ‘터닝포인트’가 된 것은 여러 지표에서 확인된다. 2015년 청년층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전문가들이 내놓는 대체적인 ‘가설’에 따르면 이 시점을 전후로 한국의 산업구조 변동에 따른 일자리 변화가 일어났다. “제조업이 로컬서비스 영역 서너개를 창출한다는 ‘취업유발계수’는 이미 여러 연구에서 확인된 이야기다. 반대로 제조업 영역에서 괜찮은 일자리가 하나 없어질 때 부수적인 서비스 일자리는 더 많이 사라진다. 2010년대 중반 이후 새로운 일자리가 수도권에 더 많이 만들어지는데 일자리 양극화 현상과 연동된다. 데이터를 보면 경향적으로 확인되는 것은 사회서비스 일자리와 저임금 숙련 일자리가 한축이라면 다른 한축은 디지털 인재를 필요로 하는 양질의 일자리다. 양쪽 모두 남성노동력을 별로 필요로 하지 않는다.” 고용정보원 이상호 연구위원의 말이다. 대도시 서비스 영역의 저숙련 일자리나 사회서비스 직종, 고학력 인력 모두 여성이 더 많이 진출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종합해서 말하자면 지역 청년 남성은 그나마 줄어드는 제조업 일자리라도 비빌 언덕이 있는데 여성은 그나마 힘들어지게 됐다. 한편 지방에서 서비스 영역에는 더더욱 괜찮은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그런 기회가 상대적으로 더 많은 수도권으로 가는 것이다. 살던 지방에 비해 수도권에 기회의 격차가 더 많다고 느끼니 여성들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유출되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마스다 보고서의 방법을 원용해 지역소멸위험지수를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지방소멸이나 인구절벽을 주제로 한 대부분의 연구나 보고서는 이 연구위원이 만들어낸 데이터를 원용하고 있다. 지수를 발표한 지 6년이 지났지만, 상황은 개선되긴커녕 악화일로다. 지난 3월 그가 새로 계산해 내놓은 최신데이터에 따르면 소멸위험지역(지수가 0.5 미만)은 113개로 전국 228개 시군구의 절반(49.6%)에 달했다. 2005년 33곳에 불과했던 소멸위험지역이 10년 후인 2015년 80곳이 됐고, 2020년엔 처음으로 세 자릿수를 돌파해 102곳이 됐다. 그리고 불과 2년이 지난 2022년에 9개가 더 늘어 과반에 달했다. 불과 지난 2년 사이 소멸위험지수는 급증했다. 소멸위험지수가 0.2 미만인 소멸 고위험지역은 올해 3월에 45개로 집계됐는데 2년 전인 2020년 대비 23곳이나 급증했다. “이제 회복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 연구위원은 이미 지방소멸 경향을 뒤집을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구나 재정, 경제성장률 모두 예측을 통해 추계를 낸다. 인구변동과정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 출산력과 지역 간 이동인데 국가 수준에서 중요한 데이터는 출생율이다. 2019년 장래인구추계를 냈을 때 기준치가 0.94를 적용해 만든 전망이다. 고용정보원 일자리 전망도 다른 데이터가 아니라 0.94를 기준으로 냈다. 지금은 변곡점을 지나 그 아래로 감소하는데 아무도 그런 모형을 쓴 적이 없으니 다른 전망치도 모두 틀릴 수밖에 없다. 의아한 점은 정책적으로 위기의식이 숫자로 반영된 것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지방소멸 문제는 정말 백약이 무효일까. 이원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청년층의 수도권 집중 추세에 대해 “개인들 각자에게 어떤 인생을 살고 싶으냐고 물었을 때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고 직장을 갖고 싶다는 목표를 밝히는 것이 잘못은 아니다”라면서도 “청년 문제가 심각한 것처럼 정년 후 노후가 불안한 현재의 장년이 겪게 될 노인빈곤도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보수·진보를 떠나 정치권이 전체 세대를 아울러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안정을 줄 수 있는 비전 제시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표지 이야기
[서중해의 경제 망원경](4)인구감소 시대, 다문화사회를 준비해야(2022. 08. 05 14:37)
2022. 08. 05 14:37 경제
통계청이 지난 7월 28일 발표한 ‘2021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한국 총인구는 5174만명으로 전년 대비 마이너스(-)0.2%, 인원으로는 9만명이 감소했다. 인구통계는 대한민국 정부수립 후 1949년부터 실시했는데, 연간 인구수가 감소한 것은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경향신문은 이 사실을 보도하면서 ‘늙고 작아지는 한국’이라는 기사 제목을 뽑았다. 강원 춘천시 대표 관광지인 남이섬에서 열린 손 모내기 체험행사에서 외국인 유학생과 다문화가정 가족들이 모를 심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의 인구감소는 이미 예견된 사안이지만 정작 현실로 나타나고 보니, 드디어 올 때가 됐다는 심정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출산율을 생각하면 감소 추세는 더 가팔라질 것이다. 인구감소 시대로 들어가면 이전과는 다른 양상이 경제사회 전반에 펼쳐진다. 인구증가는 자연스러운 수요증대를 가져와 경제성장을 유인하는 효과를 가진다. 반면 인구감소는 경제성장에서 인구증가 프리미엄을 누릴 수 없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잠재성장률 하락이라 한다. 인구감소는 크게 떨어진 출산율에 직접적으로 기인하지만 저출산에는 보다 근본적인 사회경제적 요인이 작용한다. 인구문제의 근저에는 육아와 자녀 교육의 어려움, 청년들의 사회 진출 어려움, 자동화에 기인한 일자리 감소, 연금과 노인 빈곤 등 여러 사회경제적 난제가 얽혀 있다. 인구문제는 인류가 당면한 과제의 종합판이다. 그러다 보니 이 문제를 대하는 각국의 대응도 다양하다. 프랑스는 인구문제를 연금 개혁과 결부시킨다. 이탈리아와 독일은 불법이민자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본은 고령화를 인공지능(AI)·로봇 개발 등 기술혁신을 통해 대응하고자 한다. 미국은 전 세계 상위 인재를 끌어모으는 이민정책을 줄곧 유지한다. 중국은 해외에 있는 자국 출신의 우수 인재를 귀국시켜 경제도약을 실현하고자 한다(중국의 해외 인재 유치정책인 천인계획의 효과는 핵무기·우주선·AI 등 첨단기술 경쟁에서 미국을 따라잡는 데 성공한 것으로 이미 입증됐다). ‘비중과 역할’ 커지는 외국인 통계청이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인구통계에서 인구는 크게 내국인과 외국인으로 분류된다. 이번 조사에서 외국인은 165만명으로 총인구의 3.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집계하는 외국인은 외국인 등록인구와 3개월 이상 국내 체류한 경우를 포함한다. 3개월 이하 단기체류를 포함하는 법무부의 체류외국인 통계를 통해 파악해 보면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 숫자는 약간의 부침은 있지만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등록외국인 숫자는 2000년 24만4000명에서 2010년 126만1000명으로 크게 늘어났고, 2019년에는 252만4000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에는 203만6000명으로 감소했으며, 2021년에는 195만6000명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충격을 감안하더라도 대체로 현재 한국 인구의 약 4%는 외국인으로 보면 된다.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외국인은 비중뿐 아니라 역할에서도 크게 늘어날 것이다. 아주 오랫동안 단일민족국가를 유지해온 우리에게 전혀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는 의미다. 이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글로벌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대기업의 연구소에서부터 제조업 현장과 음식점 그리고 야간 고깃배까지 우리 경제사회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외국인은 이제 낯설지 않다. 이미 한국에서도 원주민들이 떠난 또는 원주민으로는 모자라는 많은 부분을 외국인들이 채워주고 있다. OECD 인구통계에서는 외국인구와 외국출생 인구를 구분한다. 외국인구 비중을 보면 한국은 2.4%로 일본(2.2%)과 함께 아주 낮다. 외국인구 비중이 높은 나라를 보면 스위스(24.2%), 오스트리아(16.1%), 독일(13.1%), 프랑스(7.3%), 미국(6.9%) 등이다. 외국출생 인구 비중을 보면 한국은 2% 수준인데, 호주(29.9%), 스위스(29.7%), 뉴질랜드(26.8%), 독일(16.1%), 미국(13.6%), 프랑스(12.8%) 등은 한국보다 현저하게 높다. 지난해 9월 27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관계자 및 이주노동자들이 공공기관 이주여성노동자 평등임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미래 대비하는 이주노동자 정책 세워야 현재 OECD 국가들은 대부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인종·다문화 사회다. 앞으로 한국도 지금보다 현저하게 높은 수준의 다인종·다문화사회로 변화할 것이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든 외국인을 대하는 방식은 그 사회의 개방성과 포용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척도다. 종교적 다양성과 정치적 견해의 차이를 인정하는 사회에서는 다른 민족과 다른 문화를 포용하기가 쉽다. 하나의 가치체계만을 고집하면 다른 세계를 배척하게 된다. 하나의 가치체계를 고집하는 닫힌 사회에서는 혁신과 새로운 아이디어의 수용에서도 더디고 경제발전도 부진하다. 마이클 월저는 저서 <관용에 대하여>(2004)에서 개인에 대한 관용과 집단에 대한 관용을 구분하면서 역사적 사례를 다섯가지 유형으로 보여준다. 과거 로마와 페르시아, 현재의 미국과 같은 다문화제국에서는 여러 이민족으로 구성된 다양한 집단의 공존을 추구한다. 다문화 제국에서는 인종 그룹별로 자율적인 공동체를 형성하고 이들 사이에 문제없이 잘 지내는 한 국가가 개입하지 않는다. 다문화제국은 아니지만 현재의 스위스와 같이 다문화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국가도 있다. 한국과 일본과 같은 단일민족국가에서는 이민족은 집단으로서보다는 개인으로서 수용된다. 시민권은 개인에게 주어지며 소수집단의 고유한 정체성을 허용하지 않거나 부분적으로 경계를 지워 허용한다. 다문화국가에서는 시민권을 가진 여러 소수집단이 공식적으로 활동하는데 우리 역사에는 이런 경험이 드물다. 양필승·이정희의 <차이나타운 없는 나라>(2004)는 한국에서 화교가 어떤 부침을 겪었는지를 기록한 책이다. 화교는 과거엔 존재감이 뚜렷했지만, 현재는 잘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외국인을 수용할 것인가는 우리 사회가 당면한 중요한 숙제다. ‘캄보디아 이주노동자들과 함께한 1500일’이라는 부제가 붙은 우춘희의 <깻잎 투쟁기>(2022)는 젊은이들은 떠나고 고령자들만 남은 우리의 농촌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를 현장에서 보여준다. 깻잎뿐 아니라 농사 전반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없으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이주노동자의 인력을 이용만 할 뿐 그들이 한국사회에 정주해 살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는 현재의 이주노동자 정책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주노동자뿐 아니라 결혼이민자 등 다문화가족을 포함한 이주와 이민정책 전반을 인구문제 차원에서 다뤄야 할 때가 됐다. 다문화가족의 자녀를 예로 들면 2009년 10만7000명에서 2020년 27만6000명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2035년에는 다문화가족의 자녀수가 100만명에 이를 것이다. 인구감소에 당면해 미래를 대비하는 정책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다문화사회로의 적절한 이행방안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서중해의 경제 망원경
[정창수의 ‘나라살림을 제대로 바꾸는 법’]인구감소시대, 우물쭈물할 수 없다(2019. 08. 23 16:03)
2019. 08. 23 16:03 경제
저출산은 모든 사회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 고용이 되어야 결혼하고, 결혼해야 아이를 낳는 것이 기본적인 과정이기 때문이다. 핵심은 행복에 있다. 고용, 결혼, 출산, 돌봄, 보육 및 교육, 노후까지 보장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인구감소는 인간 역사에서 가장 거대한 결정적 사건 가운데 하나다. 세계 인구는 2060년을 기점으로 90억명까지 증가했다가 이후부터 급속히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 출생아 수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통계청 발표가 나온 2월 27일 서울 한 병원의 신생아실에서 사용되지 않는 침대에 덮개가 씌워져 있다. / 연합뉴스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을 제외하고는 전세계적으로 인구감소가 시작되었는데 아이를 낳지 않는 풍조가 표준이 되어버린 이른바 ‘저출산의 덫’에 빠져든 것이다. 전세계적인 도시화와 여성의 경제활동 확대 때문이다. 도시화는 양육비와 주거비 상승을 가져오고 여성의 권리 확대로 출산 결정권이 강화되었기 때문이다. 긍정 및 부정적인 측면이 혼재되어 있다. 한국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한국은 올해 출생자 수가 사망자의 수보다 적어지는 첫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출생자는 전년보다 2700명(9.6%) 줄어든 2만5300명이고 사망자는 지난해보다 700명(2.9%) 늘어난 2만4700명으로 집계됐다. 시·도별로 보면 세종시에서만 인구가 12.5% 증가했고 모든 지역에서 감소했다. 특히 비수도권의 감소가 가파르다. 저출산은 모든 사회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 고용이 되어야 결혼하고, 결혼해야 아이를 낳는 것이 기본적인 과정이기 때문이다. 비혼출산과 이민은 차별 없이 진행되어야 하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는 못한다. 인구감소가 오히려 긍적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오히려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급격한 변화다. 더구나 어느 정도 정책적으로 조절된 상황에서라면 감내할 수 있겠지만 추세가 너무 급격해 정부도 속수무책이다. 핵심은 행복에 있다. 출산하는 사람들이 행복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는 아이를 낳으면 출산장려금을 지원했다. 하지만 이는 거의 효과가 없는 것으로 증명되고 있다. 오히려 풍선효과로 이를 노린 원정출산 같은 기이한 행태까지 등장했다. 고용, 결혼, 출산, 돌봄, 보육 및 교육, 노후까지 보장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많은 부분에서 새로운 정책들이 등장하고 있다. 충남의 아기수당은 11개월까지 월 10만원을 지급한다. 아이를 집에서 키우는 경우 월 4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서울 중구는 65세 이상의 노인들에게 월 10만원의 공로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물론 163개나 되는 다양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기는 하다. 효과가 확실한 사업은 전국화를 할 필요가 있다. 이번 2020년 예산에서 또 하나 큰 변화 중 하나는 고교 무상교육의 시행이다. 사실 매우 늦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속한 36개국 중 한국만 시행하지 않고 있었다. 문제는 야당이었다. 야당은 처음에는 내년 총선용이라면서 반발했다. 올해 고3은 내년 유권자이기 때문이다. 그랬던 야당이 내년 전체 고교 무상교육을 하자며 선수를 치고 나왔다. 정부는 재원대책 등으로 소극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 저출산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느냐에 공동체의 미래가 달려 있다. 정부가 더 공세적으로 나가야 한다. 야당의 주장을 적극 수용하고 여기에 더해 다른 정책, 예를 들면 아동수당 증액이나 국가장학금 확대, 노인수당 증액 등 할 일은 많다. 한국은 주요 국가 중 가계는 빚더미이고 정부는 부자인 유일한 국가다. 사고의 전환을 가져보는 것도 현 상황을 타개하는 묘수가 될 수 있다. 국가는 필요할 때는 무엇인가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
정창수의 ‘나라살림을 제대로 바꾸는 법’
[장르물 전성시대]폭발-인구 증가의 심각성, 이제는 반대를 걱정할 판
[장르물 전성시대]폭발-인구 증가의 심각성, 이제는 반대를 걱정할 판(2019. 07. 19 15:25)
2019. 07. 19 15:25 문화/과학
이 작품이 발표된 1960년대에 인구 폭증에 대한 우려는 일본만 아니라 서구사회 전반의 비상한 관심사였다. 영미권 SF소설계는 인구압력의 후유증을 다룬 이야기들을 매년 수십 편씩 내놓았다. 호시 신이치의 단편 이 실린 개인선집 한국어판 표지 / 지식여행 부부와 자녀 둘이 고작 가로 3m, 세로 6m, 높이 2.5m의 비좁은 방에 산다. 아내는 조만간 출산을 앞두고 있다. 가족의 보금자리는 도시에 빽빽이 들어선 고층빌딩 어딘가의 한 구석. 외출은 사흘에 딱 한 번 허락된다. 학교수업도 회사근무도 다 집안에서 해결한다. 천장에서 칸막이가 수직으로 내려오면 저마다의 나눠진 공간에서 아이들은 귀에 리시버를 꽂고 원격 화상강의를 듣고 아빠는 전화로 업무를 본다. 아내는 TV홈쇼핑을 즐긴다. 잘 때에는 벽 가운데에서 수평판이 튀어나온다. 수평판 위에는 아이들이 자고 아래 바닥에는 부모가 잔다. 외출 제한시간은 고작 1시간이라 쇼핑센터와 건강센터 등 미리 정해진 인근 코스를 걷는다. 이 때 다른 사람들과 불과 30cm 간격으로 촘촘한 대형을 이뤄 이동해야 하니 멋대로 빨리 걷거나 늦게 걸어서는 곤란하다. 이게 다 걷잡을 수 없는 인구 폭증 탓이다. 인구폭발 문제를 전에 소개한 하오징팡의 <베이징 접기>가 애잔한 시선으로 그렸다면 호시 신이치(星新一)의 단편 <폭발>(1969)은 어이가 없을 만치 해학적이다. 지구촌 자체가 발 디딜 틈 없을 만치 인간들로 북새통이라 세계여행 따위는 꿈도 꿀 수 없는 숨 막히는 현실에서 TV는 굿 뉴스와 배드 뉴스를 잇달아 전한다. 정부가 아무리 애써도 인구가 여전히 늘어나 모든 가정이 지금보다 조금 더 작은 방으로 이사해야 한단다. 땅덩이는 그대로인데 더 많은 방을 만들자니 별 수 있겠는가. 대신 아나운서는 신약 개발의 낭보(?)를 전한다. 좁아터진 공간에 종일 있어도 스트레스 받지 않고 마치 탁 트인 데 있는 양 인지감각을 왜곡하는 약이 나왔단다. 이 작품이 발표된 1960년대에 인구 폭증에 대한 우려는 일본만 아니라 서구사회 전반의 비상한 관심사였다. 영미권 SF소설계는 고삐 풀린 망아지마냥 늘어만 가는 인구압력의 후유증을 다룬 이야기들을 매년 수십 편씩 내놓았다. 예컨대 J G 밸러드의 단편 <두 번째 밀레니엄>(1962)에선 식량 공급처인 농경지를 최대한 확보하고자 사람들이 대부분 도시의 비좁은 ‘세포 방’에 산다. 1인당 허용되는 법적 최대공간은 3.5㎡ 이하다. 거리가 얼마나 사람들로 넘쳐나는지, 한 번 행인들 간 체증이 일어나면 지나가는 데 며칠이다. 해리 해리슨의 장편 <좁다 좁아!>(1966)는 인구가 3500만명을 넘어선 뉴욕시가 무대인데, 이를 원작으로 한 영화 <소일렌트 그린>(1973)은 정부가 안정적 식량공급을 위해 갓 죽은 사람들의 살코기로 통조림을 대량생산한다는 카니발리즘적 발상을 추가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과학소설은 순문학소설 못지않게 시류(시대정신)에 민감하다. 과학기술에 아이디어 기반을 둔 이상 더 민감할지도 모르겠다. 인구증가 문제를 다룬 작품들은 1980~90년대에도 나왔으나 수가 크게 줄었고 2000년대에는 아예 작가들의 주관심사에서 벗어난다. 오늘날에도 지구촌 규모에서는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세계경제나 국제정치질서가 격랑에 휘말릴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일 것이다. 외려 국지적으로 보면 우리나라를 비롯해 산업화가 많이 진행된 국가들은 최근 예외 없이 인구증가율 정체·감소로 고민하고 있다. 심지어 중국마저 이런 걱정의 대열에 동참했다. 세상만사 새옹지마라던가. 이제 SF작가들은 정반대 현상을 탐구해야 할 판이다.
장르물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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