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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인천공항 정규직 연봉 9130만원이 되기까지(2020. 07. 17 15:54)
2020. 07. 17 15:54 경제
ㆍ신입사원 평균 연봉도 4589만원으로 공기업 중 가장 높아 2019년 기준 공기업 정규직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7941만7000원이다. 주요 대기업 평균 연봉과 유사하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의 지난 3월 조사결과를 보면, 국내 500대 기업 중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318개사의 2019년 직원 연봉 평균 7920만원이었다.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3층 출발층 / 김창길 기자 공기업마다 연봉 수준은 천차만별이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의 평균 연봉은 9159만원인데 한국공항공사는 7113만원이다. 가장 많은 평균 연봉을 받는 한국중부발전(9285만원)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5937만원)의 차이는 3348만원이다. 왜 공기업 간 평균 연봉 차이가 크게 나는 것일까.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 부연구위원은 “임금체계는 기준이 필요한데 현재 공기업 임금체계는 이렇다 할 합리적 기준이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정 위원은 “대체로 수익이 많이 나는 공기업의 임금이 높은 편이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도 아니다. 적자가 많은 공기업이라도 이미 공고화된 호봉체계가 작동해 높은 임금 수준을 유지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인천공항공사)의 2019년 정규직 직원의 평균 연봉은 9130만원이다. 신입사원 평균 연봉은 4589만원으로 공기업 중 가장 초임이 높았다. 인천공항공사는 최근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과정에서 갈등을 겪었다. 높은 초봉이 고임금 구조로 안착 인천공항공사 정규직의 고임금 구조를 단순히 ‘공사에서 수익이 많이 나기 때문에 임금도 높다’고 설명하긴 어렵다. 인천공항공사 임금구조를 들여다보면 공사 설립 과정, 정부의 정책 기조, 연공서열이 반영된 호봉제 등이 고임금 구조에 모두 녹아 있다. 인천공항공사의 모태는 신공항건설기획단(1990년·교통부 산하)이다. 이후 수도권신공항건설본부(1992년·한국공항공단 산하)→수도권신공항건설공단(1994년)으로 이어진다. 한국공항공단(현 한국공항공사) 산하에 있다 분리된 수도권신공항건설공단은 1999년 인천공항공사가 됐다. 인천공항공사 정규직 직원들이 받는 고임금의 토대는 ‘공단’ 시절 만들어졌다. 인천공항이 있는 인천 영종도는 1990년대만 해도 오지였다. 1994년 이후 인천공항공사 입사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인천공항공사 직원들은 매일 오전 8시 인천 서구 율도에서 화물선을 타고 출근했다. 근무는 컨테이너에서 했다. 1996년 대기업의 평균 대졸 초임은 1860만원이었다. 1996년 공기업 정규직 연봉은 1400만~1600만원에서 형성됐다. 고임금은 일종의 유인책이었다. 당시 신공항건설공단은 평균 연봉이 1900만원을 넘었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교통비 명목으로 매달 40만~45만원이 수당으로 붙었다. 과거 정부기관 보고서에도 초창기 인천공항공사 임금 수준이 높았던 사실이 드러난다. 한국행정연구원이 2002년 12월 발간한 <우수 정책사례집>을 보면 “타 조직에 비해 높은 임금 수준을 책정하는 등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유인체계도 마련해 우수한 인재를 유치했다”고 나와 있다. 인천공항공사 임금체계는 고임금이 초기 인재 유인책으로 작용하고, 연차가 쌓일수록 임금이 높아지는 호봉제까지 더해지는 구조다. 박용석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은 “초기 급여 인센티브에 신생 공기업이라 인사 적체가 없어 승진도 빠른 구조였다. 승진과 더불어 호봉제가 적용되니 임금 인상 속도도 상대적으로 빨랐다”고 말했다. 인천공항공사 정규직이 입사 초기 받는 고임금이 ‘정률제 임금 가이드라인’을 따라가다 보면 다른 공기업과의 평균 임금 격차도 벌어진다. 현재 공기업 임금은 기획재정부가 제시한 정률제 임금 가이드라인 틀에서 움직인다. 공무원 보수인상률에 준해 임금이 오르는 구조다. 물가상승률·경제상승률이 반영된다. 2015~2017년 공무원 보수인상률(3.8%→3%→3.5%)과 공기업 총인건비 인상률은 동일했다.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항공일자리 취업지원센터 근처에서 보안검색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 김창길 기자 정규직 고임금에 보탬이 된 아웃소싱 신입사원 초임이 2000만원인 공기업 ㄱ사와 1500만원인 공기업 ㄴ사가 동일하게 10%씩 5년간 임금이 올랐다고 가정해보자. ㄱ사는 5년 뒤 기본급은 3221만원이고, ㄴ사 기본급은 2416만원이다. 인상률은 같지만 총액 격차는 더 벌어진다. 인천공항을 둘러싼 정부의 정책 목표도 정규직 고임금과 무관하지 않다. 인천공항공사는 애초에 민영화를 전제로 출범한 조직이었다. 인천공항공사는 1999년 1월 공기업 경영구조개선 및 민영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민영화 대상에 포함됐다. 민간자본을 유치해 민영화를 한 뒤 경쟁력 있는 공항운영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취지였다. 당초 목표는 2002년 민영화 완료였다. 정부는 민영화 추진을 위해 인천공항공사를 ‘가벼운 조직’으로 만들었다. 정부는 가벼운 조직이어야 민영화 추진에 직원들의 반발이 상대적으로 적고, 기업 입장에서 비용인 인건비를 최소화해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봤다. 2000년 당시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는 비핵심업무를 아웃소싱하겠다고 국회에서 밝혔다. 규모는 필요인력의 85%인 3044명이었다. 인천공항공사의 정규직 직원은 2001년 675명, 2002년 714명, 2003년 735명이었다. 관리직군을 제외하곤 대부분 아웃소싱한 결과였다. 인천공항공사는 출범 이후 2007년까지 기재부의 경영평가를 받지 않았다. 대신 경영평가 결과에 따른 성과급 대신 자체적으로 실적수당과 성과급을 지급했다. 이때 평균 연봉은 2004년 5386만원에서 2007년 6549만1000원으로 올랐다. 2008년부터 경영평가를 받으면서 경영평가에 따른 성과급이 임금에 반영됐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전까지 기재부 경영평가 지침은 인건비를 줄이면 점수를 높게 줬다.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노동생산성이나 계량인건비 등 적은 임금으로 노동자를 얼마나 고용했는지 평가해 아웃소싱을 유도했다. 이때 아웃소싱을 확대하면 성과급 확보에 유리한 구조가 만들어졌다. 사람을 줄일수록 노동생산성은 올라가고, 정규직 1명에게 돌아가는 성과급은 늘어나게 된다. 아웃소싱의 대가로 성과급을 한 푼이라도 더 받는 정규직과 그렇지 못한 비정규직 임금 격차는 자연스레 늘어났다. 인천공항공사의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상대 임금은 2004년 65%에서 2016년 53.5%로 임금 차이가 벌어졌다. 인천공항공사가 추진한 아웃소싱 흔적도 곳곳에 나타난다. 기재부가 작성한 <2008년도 공기업·준정부기관 경영실적 평가보고서>를 보면 “인천공항공사는 2008년도에 2단계 사업의 오픈으로 인한 증원 소요 인력을 아웃소싱함으로써 인건비를 절감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대목이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노조원들은 지난 7월 9일 정규직 전환 추진에 대한 공익감사를 감사원에 청구했다. / 김영민 기자 과실은 주로 정규직에게 인천공항공사는 2008년 작성한 <경영효율화 추진계획에 의한 아웃소싱용역비 절감계획(안)>에서 2009년부터 4년간 1675억원에 달하는 아웃소싱비를 절감하겠다고 밝힌다. 세부 방안으로는 용역업체에게 ‘연장 및 휴일근로수당을 적용하지 않는 방안’, ‘교육훈련비 등 경비 최소화’, ‘소규모 공사의 수선유지 자체 시행’ 등을 제시했다. 정규직으로 고용했다면 투입해야 할 간접비를 최대한 줄이려는 의도가 드러난다. 황선웅 부경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이익을 공유하는 방식이 다소 불평등했다. 황 교수는 “아웃소싱 비용을 낮추는 것은 곧 비정규직의 임금을 낮추는 과정이었다. 아웃소싱 비용을 낮추면 경영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며 “인천공항이 각종 공항평가에서 1등을 한 것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다같이 모여 이룬 성과였다. 현재는 과실이 상당수 정규직에게 집중됐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인천공항이 우수한 평가를 받는 데에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몫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12년 연속 1위를 차지한 세계공항서비스평가(ASQ)에는 평가항목이 34개가 있다. 주요 평가요소 중 하나인 친절과 청결 항목은 대부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담당한다. 빠른 출입국 시간도 평가요소인데, 공항 설계 당시 갖춰진 정교한 시스템에 더해 보안검색 비정규직 직원들의 역할도 크게 작용한다. 공기업 임금체계는 어디로? 인천공항공사 정규직이 안정적인 고임금을 유지하는 또 다른 이유는 ‘독점’ 덕분이다. 인천공항공사는 국내 공항 인프라를 독점한 공기업이다. 독점적 지위에서 나오는 안정적 수입은 성과급을 포함한 고임금으로 이어진다. 인천공항공사의 독점적 지위에서 나온 수익의 대표 사례는 비항공수익이다. 비항공수익에는 상업시설 임대수익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해 상반기 인천공항공사 수익 1조3674억원 중 비항공수익은 9056억원(66.2%)이었다. 비항공수익에서 면세점 등 상업시설 임대수익은 8309억원이었다. 반면 착륙료·공항이용료 등 항공수익은 4618억원(33.8%)이었다. 인천공항이 문을 연 2001년에는 항공수익과 비항공수익이 각각 1867억원(49.6%), 1900억원(50.4%)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인천공항공사 측은 비항공수익이 높은 구조도 경영 방식의 일환이라고 했다. 인천공항공사 측은 비항공수익 비중을 높이는 대신 항공이용료 등을 낮춰 여객과 화물을 끌어모으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인천공항공사 측의 설명을 감안하더라도 전체 수익의 3분의 2가량이 임대료에서 나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독점을 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임대수익 등 일종의 ‘지대(Rent)’를 소수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맞는지 이제는 고민해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공기업 임금체계를 둘러싼 고민은 인천공항공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2018년 기준으로 36개 공기업의 평균 임금은 5년 전에 비해 624만원 오른 7800만원이었다. 같은 기간 32개 공기업의 당기순이익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공기업은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데, 고임금이 고착화된 연차 높은 정규직 직원들의 임금 상승까지 맞물려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철승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올초 쓴 논문 <기업 내 베이비부머·386 세대의 높은 점유율은 비정규직 확대, 청년고용 축소를 초래하는가?>에서 이 같은 통계를 근거로 “연공제로 인한 기업의 비용위기와 비용위기로 인한 비정규직의 증대 및 청년고용 감소”를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대대적인 공기업 임금체계 개혁은 저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고, 단계적으로 임금체계를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황선웅 교수는 “불평등을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다만 기존 정규직의 임금을 깎는 방식으로는 어렵다”며 “오래 걸리더라도 같은 기업 내에서도 정규직-비정규직의 연대, 공항노동자들이나 운수교통노동자들처럼 산업별 연대의 움직임으로 해결해나가는 게 맞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공기업 임금체계의 투명화를 진행해야 공기업 임금체계 개선도 이뤄진다고 봤다. 노 소장은 “지금은 공공부문 전체의 임금체계를 조금 더 객관화해서 임금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어떤 일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를 받고, 어떤 시스템에서 임금이 지급되고 있는지 지금까지는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정흥준 부연구위원은 “공공부문 임금체계 개편은 불가피하지만, 개편하면서 기존에 받고 있는 정규직의 임금은 수정하기 쉽지 않다”며 “결국 기존 임금은 보장하면서 새로운 임금체계를 도입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초봉은 다소 올리고 호봉 상승에 따른 기울기를 조금 낮추는 방식을 1차적으로 선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집
[렌즈로 본 세상]검역 1차 관문, 인천공항의 긴장감(2020. 02. 03 16:34)
2020. 02. 03 16:34 사회
입자 모양이 왕관을 닮았다고 해서 라틴어로 왕관을 뜻하는 ‘코로나(corona)바이러스’가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발생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종전에 보고된 코로나바이러스와 달라 ‘신종’이라는 단어가 붙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우한 폐렴·사스·메르스보다는 어감이 좋지만 그렇다고 왕관 모양의 바이러스를 반길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지난 1월 28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 도착한 여행객들이 왕관 대신 마스크를 쓰고 검역소로 향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관련해 중국 전역을 검역대상 오염지역으로 지정하고 전체 입국자를 대상으로 검역과 건강상태질문서 제출을 의무화했다.
렌즈로 본 세상
인천공항 ‘더부살이’ 난민 가족의 사연(2019. 02. 18 15:33)
2019. 02. 18 15:33 사회
ㆍ앙골라 루렌도의 여섯 가족 입국 거절당해 두 달째 공항 터미널에서 생활 루렌도(47)는 앙골라에서 택시를 운전했다. 지금은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 ‘산다.’ 지난해 12월 27일, 앙골라를 떠났으니 공항 생활이 두 달째로 접어들었다. 제1터미널 43번 게이트를 지나 2층으로 올라가면 ‘고급 라운지’들이 줄지어 있다. 이를 지나 마사지숍을 끼고 돌면 루렌도의 여섯 가족이 사는 거처가 나온다. 부인 바테체(40)와 아이 넷(9세·7세 쌍둥이·5세)이다. 앙골라에서 온 루렌도 가족이 머물고 있는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의 임시 거처./이하늬 기자 사람이 오래 머무는 곳에는 체취가 스며들게 마련이다. 이들을 방문한 지난 2월 11일 밤, 마사지숍을 지나자 후각이 반응했다. 눈으로 보기 전에 그들이 사는 곳임을 알았다. 긴 소파 3개를 나란히 붙였고 오른쪽 끝에는 15개가량의 캐리어가 쌓여 있었다. 루렌도 가족이 가진 전부다. 공항 카트에는 아이들 옷이 걸려 있었다. 빨래를 말리는 중이라고 했다. ‘콩고로 피난’ 이력 때문에 고국서 차별 루렌도 가족은 모두 앙골라인이지만 앙골라에서 차별에 시달렸다. 콩고에서 왔다는 이유 때문이다. 앙골라 내전이 심했던 1970년대, 앙골라와 콩고의 접경지역 주민 상당수가 콩고로 피난갔다. 루렌도와 바테체의 가족도 그 중 하나다. 이들은 성인이 된 이후 본국으로 돌아갔다. 문제는 콩고 정부가 앙골라 내전에서 반군을 지원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앙골라에서는 콩고 사람들에 대한 반감이 높다. 콩고에서 살다 온 앙골라인은 생김새는 같지만 사용하는 언어가 달라 금세 티가 난다. 앙골라 정부는 대놓고 콩고 사람, 콩고에서 온 앙골라인을 추방한다. 콩고 정부에 따르면 2018년 10월에만 앙골라에서 추방된 이주민은 2만8000명이다. 콩고 정부는 “앙골라 경찰들에 의해 수십 명이 살해됐다”고도 주장한다. 루렌도 가족의 비극도 여기서 시작됐다. 지난해 11월 루렌도가 운전하던 택시가 앙골라 경찰의 지프와 부딪혔다. 경찰은 현장에서 루렌도를 체포했다. 택시는 사고현장에 둔 채였다. 루렌도는 열흘간 구금됐다. 그는 “경찰이 이유도 말해주지 않고 무작정 나를 때렸다”고 말했다. 이후 현장을 찾았지만 택시는 없었다. 그렇게 생계수단을 잃었다. 루렌도가 구금되어 있는 동안, 경찰 2명이 그의 집을 찾았다. 집에는 바테체와 아이들이 있었다. 경찰은 다짜고짜 주먹으로 바테체의 얼굴을 때렸다. 안경이 날아가며 부서졌다. 이어 경찰들은 바테체의 멱살을 잡아당겼고, 옷이 찢어지자 그를 강간했다. 경찰에게 당한 일이라 신고할 곳조차 없었다. 여전히 바테체의 몸에는 당시의 흔적이 남아있다. 그는 경찰에게 맞으면서 날아간 안경을 아직 쓰고 있다. 부러진 안경테에는 투명 테이프가 감겨 있었다. 성폭행을 당한 뒤에는 복통에 시달리고 하혈도 했다. 한국에 와서야 자궁에 이상이 생긴 걸 알았다. 인천공항에 있는 병원에서는 “큰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으라”고 했다. 집을 팔아 항공권을 샀다. 한국에 대한 정보는 별로 없었다. 하루빨리 앙골라를 떠나야겠다는 마음이 컸다. 누군가 “한국은 인권이 보장되는 망명의 나라”라고 했다. 루렌도 가족이 살던 동네에는 한국대사관이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인천공항에서 입국조차 거절당했다. 난민심사를 본격적으로 받을 만하지 않다는 것이다. 루렌도는 한국 정부가 강제송환을 시도했다고 주장한다. “뒤에서 밀면서 비행기로 들어가라고 했어요. 하지만 우리는 차라리 공항에 남겠다고 했어요. 아이들은 ‘아빠를 죽이지 말라’며 무릎을 꿇고 울었어요.” 이에 대해 법무부 난민과는 “한 번도 강제송환을 시도한 적은 없으며 (루렌도 가족이) 송환지시를 두 차례 거부했다”고 밝혔다. 공항생활은 쉽지 않다. 의식주 모두 정상적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공항에는 24시간 불이 켜져 있다. 적정한 온도 유지를 위해 에어컨을 가동한다. 낮에는 괜찮지만 잠을 청하기엔 낮은 온도다. 11일 밤, 루렌도 가족의 거처 끝자리에 누웠다. 경량패딩에 패딩, 담요까지 덮었지만 추위가 가시지 않았다. 코끝에 에어컨 바람이 느껴졌다. 2개뿐인 침낭은 아이들 몫이다. 루렌도는 늦게까지 잠들지 못했다. 밤에도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녀 잠이 오지 않는다고 했다. 또 혹시 사고가 일어날지 몰라 걱정된다고도 했다. 실제 많은 이들이 가던 걸음을 멈추고 루렌도 가족을 빤히 쳐다보곤 했다. 루렌도는 새벽 1시가 다 되어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오전 6시쯤 눈을 떴다. 얼굴에는 피곤이 묻어났다. 밥은 하루 두 끼만 먹는다. 아침마다 루렌도는 근처 빵집에서 가장 값싼 식빵 세 봉지를 산다. 2월 12일 오전 10시, 아이들이 하나둘 일어나자 바테체가 아침을 준비했다. 루렌도가 기자에게 “같이 먹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성인인 기자와 바테체, 루렌도에게는 음료가 전부였다. 아이들은 딸기우유와 식빵을 한 조각씩 먹었다. 오가는 한국인들의 호의가 큰 힘 몸이 상할 수밖에 없다. 자궁에 문제가 있는 바테체는 물론이고 루렌도의 건강도 나빠지고 있다. 최근 그는 인공조미료가 가미된 자극적인 음식은 먹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모르지만 자꾸 구토를 한다. 하지만 공항에서 구할 수 있는 음식은 인공조미료가 들어간 것이거나 가공식품뿐이다. 그래서 가끔 지나가는 사람들이 주는 과일이 큰 도움이 된다. 아이는 넷이지만 신발은 두 켤레뿐이다. 그나마도 슬리퍼다. 겨울에 신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아이들은 양말을 신은 발을 슬리퍼에 우겨넣고 왔다갔다 했다. 물기가 있는 화장실을 갈 때가 아니면 그냥 ‘버선발’로 지낸다. 부모는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지 못하는 게 걱정이다. 말이 통하는 친구도 없다. 가족 중 바테체만 영어가 가능하고 모두 프랑스어를 쓴다. 그나마 다행인 건 한국인 변호사와 시민단체들 도움으로 바테체가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서울 녹색병원이 무료로 검진과 치료를 해주겠다고 나섰다. 바테체는 2월 14일 ‘긴급상륙허가’를 받아 공항을 떠나 병원으로 갔다. 바테체는 “간단한 처치로 끝나면 좋겠지만 수술을 해야 한다면 아이들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인들의 호의도 큰 힘이 된다. 이들의 사연이 알려지자 출국하는 사람들은 이들에게 각종 음식과 칫솔 등 생활용품, 아이들 장난감, 그리고 겨울옷 등을 가져다주었다. 아이들은 아침식사가 끝나자마자 기부받은 블록을 쌓으며 놀았다. 12일 오전에는 한모씨(33)가 자신은 쓰지 않는다며 노트북을 루렌도에게 건넸다. 한씨는 “난민심사를 준비하려면 필요할 것 같아서…”라고 말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개인들의 호의에 기대 지낼 수는 없다.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하다. 루렌도 가족의 변호인인 이상현 변호사는 “루렌도 가족의 경우 난민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한두 시간만 조사하고 난민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건 굉장히 섣부르다”면서 “무조건 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정식 심사를 받을 기회를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입맛 당기는 인천공항 ‘맛집 대결’(2015. 10. 12 17:25)
2015. 10. 12 17:25 경제
ㆍ유동인구 많은 특수상권에 브랜드 이미지 제고 효과 높아 외식업체들 총력전 연초 면세점 사업권 입찰을 놓고 유통 재벌 간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던 인천국제공항이 하반기 들어서는 대기업들이 주도하는 ‘맛집’ 대결의 장으로 탈바꿈했다. 연간 이용객이 4500만명에 이르는 인천공항은 안정적 고객 확보가 가능한 대표적 특수상권이다. 외국인 이용객 비율도 36%나 되기 때문에 인천공항에서 사업을 성공시키면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 명실상부한 한국의 관문에서 외식업 승기를 잡기 위해 업체들은 저마다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한류 열풍에 힘입어 외국인 관광객 위주로 한식 바람을 일으키려는 시도가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인천공항은 올해 초 3기 식음료 매장 운영 사업자로 CJ푸드빌, SPC그룹, 아워홈, 풀무원 이씨엠디, 아모제푸드 등 5곳을 선정했다. 이들은 인천공항 여객터미널과 탑승동 등에서 오는 2019년 2월까지 매장을 운영하게 된다. 인천공항 식음료 매장이 바뀌는 것은 2008년 2기 사업자 선정 이후 7년 만이다. 새로 입찰을 따낸 업체들은 지난 3월부터 리뉴얼 공사를 시작해 올 여름부터 속속 가게 문을 열기 시작했다. 인천공항에 입점한 한식 전문점 ‘비비고’ 매장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비빔밥 메뉴를 살펴보고 있다. CJ푸드빌 직영 브랜드 총집합 가장 먼저 진용을 갖춘 것은 CJ푸드빌이다. CJ푸드빌은 지난달 말 인천공항에 비비고, 계절밥상, 뚜레쥬르, 투썸 커피, 제일제면소 등 직영 브랜드 매장 12개를 모두 개점했다. CJ푸드빌은 인천공항 내 계열 식음료 매장을 ‘CJ 에어타운’이라는 이름으로 묶었다. 지난 2기 사업 때 인천공항 지하 1층에서 푸드코트 하나만 운영했던 CJ푸드빌은 이번 3기 사업에선 공항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1층 입국장과 3층 출국장 등 ‘랜드 사이드’(일반인 출입허용 구역) 구역을 따냈다. 해당 구역은 여행객은 물론 배웅이나 마중 목적의 공항 방문객, 입주사 직원 등 모든 사람의 출입이 자유롭다. 때문에 인천공항 식음료 사업장 가운데 매출이 가장 높은 ‘알짜’ 부지로 꼽힌다. CJ푸드빌은 매장 설계 과정에서 공항 특성에 맞게 기존 브랜드의 분위기와 성격을 대거 바꿨다. 패밀리레스토랑 ‘빕스’는 포장 메뉴를 강화한 ‘빕스 익스프레스’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뚜레쥬르는 ‘베이커리 카페’ 콘셉트로 자리를 잡았다. 제일제면소는 늦은 시간 공항을 이용하는 입출국 고객을 위해 나이트 메뉴를 마련했다. 인천공항에 새로운 형태로 문을 연 패밀리 레스토랑 ‘빕스 익스프레스’에서 고객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공항 식음료 매장을 ‘K푸드’ 문화의 진원지로 삼겠다는 전략을 세운 CJ푸드빌은 한식에서도 차별화를 시도했다. 기존에 운영하던 한식뷔페 ‘계절밥상’과 비빔밥 전문점 ‘비비고’를 합쳐 ‘비비고 계절밥상’으로 매장을 냈다. 정통 한식과 뷔페형의 간단한 한식 메뉴까지 다양한 요리를 맛보게 해 외국인들의 접근성을 높일 목적을 담고 있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전 세계인들이 매월 한두 번은 한국 음식을 경험하는 등 한식 세계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전초기지 역할을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개장 초기 반응도 나쁘지 않다. 지난 추석 연휴 기간 CJ푸드빌이 운영하는 사업장 매출은 전년 추석에 비해 130%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여객 숫자가 지난해보다 113%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초과 성적을 낸 셈이다. CJ푸드빌은 한식을 중심으로 인천공항에서 실적을 낸 뒤 해외진출의 교두보로 삼을 계획을 가지고 있다. CJ푸드빌은 지난 8월 기준으로 뚜레쥬르, 비비고, 투썸, 빕스 등 4개 외식 브랜드가 미국, 영국, 중국, 일본, 베트남, 싱가포르 등 10개국에 진출했다. 해외매장 수는 230여개에 이른다. 이를 2020년까지 15개국 3600개 매장으로 늘려 현재 10% 수준인 회사의 글로벌 시장 매출 비중을 44%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목표다. 실제로 인도네시아 등 해외 외식업체 관계자들이 인천공항 내 특화 매장을 살펴본 뒤 프랜차이즈 유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인천공항 여객터미널에 문을 연 아워홈의 식당가 ‘푸드 엠파이어’의 입구 모습. 지난 7월 가장 먼저 식당가 ‘푸드 엠파이어 고메이 다이닝&키친’을 개점한 아워홈도 한식에서 재미를 보고 있다. 3기 사업으로 인천공항에 처음 진출한 아워홈은 가장 넓은 4036㎡(1221평) 공간에 18가지 브랜드 맛집을 입점시켰다. 중국 요릿집인 ‘싱카이’와 이탈리안 ‘모짜루나’, 멕시칸 ‘타코벨’, 한식 ‘반주’, ‘손수반상’ 등이 들어섰고, 이달에는 할랄푸드를 파는 ‘니맛’ 등도 추가로 들어온다. 개장 한 달 만인 지난 8월 푸드엠파이어를 찾은 고객은 30만명을 넘겼다. 이 기간 전체 매출 가운데 한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가까웠다. 아워홈 관계자는 “공항에선 내국인과 외국인 모두 한식을 선호한다”며 “내국인은 오랜 해외여행 동안 먹기 힘든 한식을 마지막으로 먹고 떠나려 하고, 외국인들은 한국을 여행하고 떠나는 아쉬움을 공항에서의 한식 식사로 달래는 성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고 인기 메뉴인 비빔밥의 경우 8월에만 3만 그릇이 넘게 팔렸다. 아워홈은 다음달까지 고급 한식 레스토랑인 ‘손수헌’을 추가로 들이기로 했다. 인천공항에 입점한 파리바게뜨 매장에서 손님들이 제품을 고르고 있다. 매장 임대료 올랐지만 기꺼이 지불 중견 외식업체 아모제푸드는 길거리 음식으로 분류되는 김밥, 순대, 떡볶이 등 분식류를 중심으로 ‘K 스트리트 푸드’를 열고 한식 마케팅에 동참했다. 여객터미널 4층에 들어선 해당 매장엔 단팥빵과 궁중떡 전문점도 함께 개장해 한식 디저트를 알리기로 했다. 풀무원 계열 외식업체 이씨엠디는 여객터미널 4층에 ‘한식 문화의 거리’를 콘셉트로 한 한식 면 전문점 ‘풍경마루’를 개점했다. 반면 본격 한식 브랜드가 없는 SPC그룹은 ‘파리바게뜨’, ‘파리크라상’, ‘빚은’, ‘베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등 기존 브랜드의 해외 인지도를 높이는 데 방점을 찍었다.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 한국어는 물론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 등 4개 국어로 된 메뉴를 준비하고 판매사원들을 대상으로 외국어 교육을 실시해 서비스를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대표적으로 파리바게뜨의 경우 실제 추석 연휴 매출이 지난해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기존 랜드 사이드에서 ‘에어 사이드’(환승 및 탑승 면세지역)로 입지가 바뀌고도 도리어 실적이 개선된 것이다. SPC 관계자는 “출국심사를 마친 외국인 관광객들이 선물 구입 등의 목적으로 들르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 확대를 노린 외식업체들의 공항 사업 경쟁이 격화되면서 인천공항 식음료 매장 임대료도 덩달아 뛰고 있다. 올해 사업권을 딴 5개 업체가 인천공항에 낸 임대료는 470억원으로 지난해 242억원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업체들은 홍보효과 등 수치로 잡히지 않는 무형의 투자효과까지 고려하면 아깝지 않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인천공항 입점 면세점들이 월 2000만원 이상의 평당 임대료를 지불하면서도 기꺼이 사업을 이어가는 것과 마찬가지 이유다. 한 외식업체 관계자는 “공항 매장은 브랜드를 홍보하는 일종의 ‘쇼케이스’나 마찬가지”라며 “유커(중국인 관광객)를 비롯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늘어날수록 공항 식당가를 선점하려는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점규의 노동여지도]인천공항 ‘전 세계 공항 비정규직 비율 1위?’(2014. 04. 08 20:40)
2014. 04. 08 20:40 경제
인천공항에 도착해 비행기에 오를 때까지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정규직은 출국심사를 하는 공무원뿐이다. 비행기표를 발권해주는 항공사 직원도 협력업체 직원이고, 출국장 입구에 경찰 복장으로 서 있는 특수경비대도 하청업체 소속이다. 일찍 피어버린 꽃들을 시샘하는 비바람을 가르며 공항철도가 달린다. 공항으로 향하는 여행객들의 설레는 표정과 행복한 미소가 얼굴마다 가득하다. 4월 3일 아침 인천공항 교통센터를 지나 1층 입국장에 들어선다. 평일인데도 사람들로 붐빈다. 전 세계 공항 서비스평가 9년 연속 1위’ 현수막이 곳곳에 큼지막하게 나붙어 있다. 인천공항은 3월 28일 개항 13주년을 맞아 음악축제와 흥겨운 잔치를 열었다. 인천공항공사 최홍열 사장 직무대행은 “인천공항이 개항 13년 만에 연간 여객이 4000만명을 넘는 대형공항으로 성장하고, 세계 공항 서비스평가 9연패라는 눈부신 성과를 이뤘다”고 자축했지만, 잔치에 초대받지 못한 노동자들은 함께 기뻐하지 못한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인천공항 세계 1위를 올림픽 금메달인 양 홍보하지만, 공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빅토르 안의 금메달보다 더 멀게 느낀다. 공항노동자 7100명 중 87.4%가 비정규직 비행기와 공항을 연결하는 탑승교를 유지·관리하는 정안석 지회장과 3층 출국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공항에 도착해 비행기를 탈 때까지 만나게 되는 노동자들이 누구인지 설명해준다. 중국 여행객들이 줄지어 티케팅을 하고 가방을 맡긴다. 비행기표를 발권해주는 항공사 직원, 가방을 받아 스티커를 붙이고, 컨베이어벨트에 싣는 사람, 컨베이어를 운전하는 노동자는 모두 정규직이 아닌 협력업체 직원이란다. 인천공항 출국장 모습./주간경향 기내 가방을 든 승객들이 출국하려고 줄을 선다. 출국장 입구에 경찰 복장으로 서 있는 특수경비대도, 비행기표와 신분증을 검사하는 직원도, 소지품과 신체를 보안검색하는 노동자도 모두 하청업체 소속이다. 양주나 화장품을 사려고 들어간 면세점 직원도, 건물 청소·기계 설비·승강기 운영 노동자도, 비행기에 오르기 전 마지막으로 표를 검사하는 사람도, 공항 건물부터 비행기까지 탑승교를 설치·수리하는 이들도 모두 비정규직이다. 인천공항에 도착해 비행기에 오를 때까지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정규직은 출국심사를 하는 공무원뿐이다.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을 환영하는 인파가 몰려들 때 가장 먼저 달려오는 특경대도, 누군가 다쳐 뛰어오는 소방대도, 공항을 순환하는 무료 셔틀버스 기사도 비정규직인 공항이 인천국제공항이다. 직접적인 공항업무를 보는 노동자 7100명 중 정규직은 12.6%인 990명뿐이고, 87.4%인 6100명은 모두 비정규직이다. 비정규직노조는 면세점·항공사·화물·물류·세관 등을 포함하면 비정규직이 3만명이 훨씬 넘는다고 설명한다. 비정규직 비율이 이보다 더 높은 공항이 세계 어디에 있을까? 점심시간이 다가온다. 고객터미널 동편 지하 1층으로 내려가니 직원식당이 있다. 외부인은 출입금지다. 공항 음식점 김치찌개는 1만2000원인데 직원식당 밥값은 3500원이다. 그런데 이 식당을 이용하는 인천공항공사의 직원은 거의 없다. 그들은 두세 정거장 떨어진 공사건물 주변 식당을 이용한다. 고객터미널 서편 지하, 탑승동, 업무지원단지의 경비대식당까지 4개의 직원식당은 모두 정규직 월급의 40%도 받지 못하는 가난한 하청노동자들의 ‘함바집’이다. 인천공항공사 쌍둥이빌딩이 마주보이는 오피스텔의 작은 사무실에 민주노총 인천공항지역지부 간부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6100명의 비정규직 중 1900명이 조합원이다. 얼마 후면 2300명까지 늘어난다. 지난 12월, 19일간의 파업은 공항 역사상 처음 벌어진 하청노동자들의 대규모 저항이었다. ‘높으신’ 분들이 나타나면 유령처럼 숨어 지내야 했던 노동자들이 출국장 중앙 로비와 교통센터를 점거하고 당당하게 인간임을 선언했다. 공항철도를 타고 계양역으로 향한다. 3년 전인 2011년 12월, 동파 방지를 위해 선로에 들어갔다가 열차에 치여 5명의 하청노동자가 숨진 현장을 지나간다. 며칠 전 삼성전자 비정규직 노동자는 가스에 질식해 죽고,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는 바다에 빠져 죽었다. 1년에 1900명, 하루 평균 다섯 명이 넘게 죽는데 대부분 비정규직이다. 열차의 속도보다 더 빠르게 하청화된 일터에서 위험과 죽음도 하청이 대신하고 있다. 일제시대 군수물품을 생산하던 인천은 오래된 공업도시다. 지금도 부평, 남동, 주안, 도화, 가좌에 자동차·전기·금속·화학·정유 등 2만개가 넘는 공장과 20만명이 넘는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인천은 노동운동의 도시다. 노동자들이 이끈 1986년 인천 5·3항쟁은 다음해 6월항쟁을 촉발시켰다. 구제금융사태의 직격탄을 맞고 1999년 대우그룹이 해체되기 전까지 대우자동차와 대우중공업을 주축으로 한 인천지역 노동운동은 전국 노동운동의 주역이었다. 하지만 대우그룹 부도 15년, 지금 인천은 불안한 정규직과 가난한 하청의 도시다. 비정규직 근로자 희망 키우는 노동운동 한국지엠 부평공장 정문. 부품을 실어 나르는 트럭과 통근버스가 오가고, 오전 일과를 마친 노동자들이 빗속에서 발걸음을 재촉한다. 그러나 예전의 활기가 보이지 않는다. 이달 부평 2공장은 20일 중 13일만 근무한다. 유럽 수출물량이 철수하면서 일감이 확 줄었다. 전북 군산공장의 비정규직이 쫓겨나기 시작했고, 군산의 정규직이 부평으로 오면 부평의 하청노동자들도 짐을 싸야 할지 모른다. 부품사도 직격탄을 맞았다. 동광기연은 올해 8월 회사를 전북 익산으로 옮기겠단다. 올해보다 내년이 더 걱정이다. KM&I 김상겸 노조지회장은 대우그룹 부도 이후 가장 어려운 상황이 닥쳐오고 있다고 말한다. 한국지엠 세르지오 호샤 사장이 1월 9일 외국인 투자기업 오찬에서 한국 철수설을 부인했지만 노동자들은 조만간 현실이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공업도시의 중심이었던 인천의 주요 공단들은 ‘비정규직 공장’으로 변하고 있다. 제조업 직접 생산공정에는 파견노동자를 사용할 수 없는데도 인크루트, 사람인 등 취업사이트에는 부평과 남동공단 등에서 전기·전자·반도체 등에 파견노동자들을 모집한다는 광고가 끊임없이 올라온다. 지난 1월 ‘인천지역 노동자 권리찾기 사업단’은 부평공단 노동자 174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 82곳 가운데 46.3%에서 임금과 상여금, 수당 등 비정규직 차별이 심각하다고 밝혔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일이 없으면 비정규직을 해고하고 일이 생기면 비정규직을 뽑는 일을 반복하고 있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인천의 경제활동 참가율과 고용률은 7대 대도시에 비해 높았지만 1인당 개인소득은 가장 낮았다. 인천시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민간 위탁의 직접고용을 추진했지만, 인천공항과 주요 공단의 노동자들은 하청인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천 노동운동을 경력으로 10명 넘게 국회의원이 되고, 시장과 도지사까지 됐지만 인천의 노동자는 대도시 중에서 가장 가난하다. 인천공항 개항 때부터 일하고 있는 조성덕 지부장은 그래도 희망은 노동운동이라고 말한다. 인천공항 비정규직 조합원은 5년 만에 4배로 늘었다. 하청업체의 중간착복은 거의 사라졌고, 노조를 통해 싸워서 업체가 바뀌어도 해고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유령처럼 살아왔던 노동자들이 “여기 사람이 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10월 인천 남동구도시관리공단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힘을 합쳐 비정규직 132명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경력을 적용한 호봉제를 실시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짝퉁 정규직’이 아닌 진짜 정규직 전환의 물꼬를 텄다. 그는 20~30년 전 인천이 노동운동의 희망이었던 것처럼 2014년 비정규직 노동자의 희망이 되길 꿈꾼다.
박점규의 노동여지도
[사회]인천공항 민영화 남는 장사 될까(2011. 07. 06 17:21)
2011. 07. 06 17:21 사회
ㆍ매각 수익 국민 부담 줄여 VS 경제적 실익·주권침해 우려 지난 2006년 10월 한·미 FTA 협상 당시 미국 측은 인천국제공항공사, 방송광고공사, 교육방송 등 5개의 공기업을 국제입찰에 부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정부는 인천공항 등에 대한 개방 예정은 없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지난해 12월 5일,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한·미 FTA 재협상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미 FTA 조항으로 인해 인천공항 지분 매각 이후 정부의 가격 규제 방침이 외국 투자자들의 반발을 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박민규 기자 전문가들은 인천공항의 지분이 외국자본에 매각될 경우, 외국 투자자들이 한·미 FTA 협정 과정에서 문제시 된 투자자-국가 제소제(ISD)를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ISD란 해외 투자자가 투자유치국 정부의 정책 등으로 피해를 봤을 때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등 국제기구에 중재를 요청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한·미 FTA 상에서 ISD는 한·미 FTA 협정문 11장 2절, 3절에 규정돼 있다. 이에 따르면 해외투자자는 투자유치국 정부가 한·미 FTA 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거나, 투자계약 또는 인가사항을 위반했을 경우 ICSID나 유엔 국제상거래법위원회(UNCITRAL) 등에 제소할 수 있다. 2007년 당시 정부 내에서 ISD로 인해 국익과 관련된 부분이 국제기구에서 논의될 경우 주권침해가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이후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는 ISD 문제는 다시 거론되지 않았다. ISD 도입, 미국인 제소 막을 수 없어 김인재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 교수는 연구서 에서 “한·미 FTA에 ISD가 도입된 이상, 미국인 투자자의 제소를 막을 수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김 교수는 미국인 투자자가 한국 정부의 공항산업 정책이 한국인 혹은 제3국인에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할 경우 한국 정부를 국제기구에 제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 이익이나 배당금이 한국 정부의 규제로 본국에 원활히 송금되지 못할 경우에도 미국인 투자자의 정부 제소가 예상된다. 특히 이 연구서는 한국 정부가 인천공항의 가격, 서비스에 대한 규제를 할 경우 미국인 투자자가 이를 ‘광의의 수용’(간접수용)으로 해석, 국제기구 제소를 통해 정부에 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고 본다. 한·미 FTA 협정문 11장 6조에는 “적용대상 투자를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수용하거나 국유화할 경우” 투자자에 대해 지체없이 보상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간접수용을 “어떤 규제를 취했는데 그것이 직접 재산을 빼앗는 것과 동등한 정도의 재산권 박탈을 가져오는 경우”라고 말했다. 최재천 법무법인 한강 대표변호사는 “국가가 세운 공항 때문에 주변 농가가 피해를 입은 경우 미국은 간접수용으로 보고 그 땅과 가축을 전부 다 배상하는 반면 한국에서는 구체적 피해 부분만 인정한다”며, 간접수용 인정이 한국법과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현재 정부·여당은 인천공항 시설 이용료 조정시 국토해양부 장관의 승인을 받게 하는 항공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ISD가 도입된 한·미 FTA가 발효되면, 인천공항에 투자한 미국인 투자자들이 국제중재기관에 한국 정부를 상대로 가격 규제가 간접수용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판단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 국제중재기관이 투자자들에게 보상하라는 판결을 내리면, 정부는 30일 이내로 보상해야 한다. 이 기간을 넘기면, 한·미 FTA 협정문 22장 13조에 따라 제소 당사국이 피소 당사국에 대해 관세 등 FTA 혜택을 정지하겠다는 통보를 언제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파로 가득한 인천공항의 모습. | 김창길 기자 작년 3월 인천국제공항공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박상은 한나라당 의원(인천 중·동·옹진)은 한·미 FTA 조항으로 인해 미국인 투자자들로부터 정부가 제소를 받을 가능성은 없느냐는 질문에 “적자 요인이 있어 가격을 올리면 몰라도, 이미 이익을 내고 있는 인천공항이 이익을 더 내기 위해 시설 이용료를 올린다고 하면 말이 되겠나. (제소가 되더라도) 충분히 이길 수 있고 너무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인천공항법 개정안은 정부·여당 측이 항공법 개정안과 더불어 제출한 것으로, 야당에서는 이 개정안의 통과를 ‘민영화의 전초전’으로 보고 있다. 인천공항법 개정안은 지분 매각 후에도 정부의 출자 지분을 51% 이상 유지하고, 외국인 주주 총량은 30%로, 특정 항공사 지분은 5%로 제한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지난 6월 22일 정부·여당 측이 인천공항법과 항공법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한 것이 알려지면서 인천공항 민영화 논란이 재점화된 것이다. 수익성 추구는 공공성 저하, 조세부담 불러 박 의원은 인천공항 지분매각을 통해 “공항고속도로 등 국민들이 비싼 통행료를 주고 다니는 주변 시설들을 인수해 국민 부담을 줄이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부터 인천공항 매각에 관심을 가져왔다는 박 의원은 인천공항이 많은 이익을 낸 우량공항이라는 야당의 주장도 반박했다. “인천공항 자체는 이익이 났을지 몰라도 공항과 연결된 인천공항고속도로, 인천대교, 인천공항철도에는 MRG(최소수입보장)로 인해 1000억 대의 세금이 이익 보전금으로 나갔다. 이를 다 합치면 이익이 아니라고 본다. 인천공항 지분매각을 반대한다는 민주당은 여당 시절, 다수당 시절엔 왜 공기업 민영화법 개정을 말하지 않았나.” 한편, 야당은 인천공항 매각 계획에 반대하고 있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한 인터뷰에서 “매매차익을 얻기 위해 공항자본이 아닌 투자금융자본에 공항을 넘긴다는 것은 단순히 급하게 팔아서 돈을 융통해 쓰겠다는 것”이라며, “선진경영기법을 배우기 위해 인천공항을 판다고 하는데 오히려 세계 여러 공항들이 선진경영기법을 배우기 위해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몇몇 전문가들도 인천공항 매각에 따른 경제적 실익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강남훈 한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연구서 에서 인천공항 지분 매각이 공공성 저하, 조세부담 증가를 불러올 것이라 지적했다. 강 교수는 여기서 주주들의 수익성 추구 경향으로 인해 인천공항의 무료 서비스가 유료화되거나 축소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지분 매각을 통해 단기적으로는 조세 부담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지만, 장기적으로 공기업 수익이 주주들에게 넘어가 결과적으로 조세부담 증가와 같은 효과를 불러온다고 설명했다.
[E-플라자]인천공항에 대규모 물류센터(2003. 10. 16)
2003. 10. 16 경제
세계 무역의 핵심은 물류이다. 우리나라가 동북아 물류 허브를 추진하고 있는 것도 그만큼 물류의 중요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는 동북아 물류 허브의 일환으로 인천 영종도-송도 등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해 항공물류-관광-레저단지 등의 특화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570개 다국적 기업에 대해 유치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또 인천국제공항의 동북아 허브공항화를 촉진시키기 위해 건설교통부에 '허브화지원팀'을 신설했다. 우편 물류를 책임지고 있는 우정사업본부도 물류의 효율성을 위해 서울국제우체국을 서울 목동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물류 허브에 걸맞게 2007년까지 4백97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에 부지 1만3천3백 평, 건물 8,300평의 국제물류교환센터를 건설키로 했다. 우정사업본부는 이 센터에서 국제운송, 보관 및 화물 추적조회 등 종합물류기능을 수행토록 하는 한편 컴퓨터-디지털-가전 등 IT(정보기술)업체의 부품 공급과 수출 전초기지로 만들 계획이다.  우정사업본부는 특히 세계 2위 PC 제조업체인 미국 델(Dell)이 주문생산형 비즈니스 모델 구축을 위해 훼덱스(FedEx)의 국제 특송서비스 및 물류센터를 활용하는 국제물류 제휴를 한 사례를 감안, 중국과 멕시코 등으로 생산라인 해외 이전을 추진 중인 국내 컴퓨터업체들과 제휴, 국제 물류를 대행해주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아울러 PDA(개인휴대단말기)와 디지털 가전 등 IT업체를 중심으로 이같은 물류 제휴를 확산해나갈 방침이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미국 DHL도 2007년까지 인천공항에 2백40억원을 투입, 6,800평 규모의 물류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라며 "국내 컴퓨터 제조업체들이 델의 주문생산형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할 경우 국제특송 시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정사업본부는 또 2006년 4월까지 소포물류센터와 3개의 우편집중국을 추가 건설할 계획이다. 소포물류센터(서울 구의3동)는 2006년 4월까지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자체 물류 창고를 보유하지 못한 중소 전자상거래업체의 물류 비즈니스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소포물류센터에는 하루에 소포 3만 개를 발송하고 9만 개를 보관할 수 있는 창고시설과 소포구분기, 컨베이어 등 자동화 설비 및 물류센터 정보시스템 등이 갖추어질 예정이다. 우정사업본부는 "물류센터 직발송에 따라 중소기업은 운송료 절감과 운송 소요시간 단축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모두 8백87억원을 투입, 울산-포항-목포 등 3개시에 추가로 건설되는 우편집중국은 우체국 택배활성화로 인한 소포물량의 급증에 대처하는 데 유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즉, 2006년 완공되는 3개의 우편집중국에서 1일 75만 통을 처리할 수 있게 될 뿐만 아니라 소포배달 취약 지역의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조완제 기자 jw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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