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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중해의 경제망원경](39) 폭정은 어떻게 어났나(2024. 12. 20 15:00)
2024. 12. 20 15:00 경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난 12월 14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탄핵 촉구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기뻐하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2022년 대통령선거에서 48.56%의 득표율로 당선돼 2022년 5월 10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그후 2024년 12월 14 국회에서 국회의원 204명의 찬성으로 탄핵소추안이 통과됐다. 임기 5년 중 2년 7개월을 채우고 대통령 직무가 정지된 것이다. 스스로 공작한 ‘12·3 비상계엄 사태’는 국민 대부분의 반대에 직면했다. 세계 민주주의 지형에서 한국은 상위 그룹에 속한다. 아시아에서는 최고 수준의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몇 안 되는 국가다. 이런 나라에서 비상계엄이 발동됐다. 비상계엄은 좌절됐지만, 비상계엄을 위한 모의가 속속 드러나는 가운데 비상계엄을 정당화하려는 시도도 뒤따르고 있다. 어떻게 이런 어났을까?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윤석열 대통령의 행위는 독재자의 딜레마를 상기시킨다. 국민의 진정한 요구와 당면한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때 정책이 실패할 가능성이 크고 이는 체제의 불안정을 초래한다는 것이 독재자 딜레마의 한 모습이다. 지난 칼럼(‘타인의 진심을 어디까지 알 수 있을까’)에서 다루었듯, 정치 지도자들이 국민의 선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때 초래되는 파국이다. 그런데 국민의 선호를 매번 반드시 투표를 통해 확인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수시로 발표되는 여론조사를 보면, 윤석열 정부에 대한 지지는 매우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취임 초 50%를 넘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 비율은 계엄 사태 직전인 지난 11월 4주차 한국갤럽조사에서 19%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계엄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한 것에 대해서는 다른 설명이 필요하다. 독재자 딜레마에 빠진 대통령 대략 600만명의 유대인이 제2차 세계대전 중 인종 학살로 목숨을 잃었다. 전쟁 전 유럽에 살았던 유대인 인구의 67%에 해당한다. 폴란드에서는 90% 이상의 유대인이 나치가 만든 가스실에서 목숨을 잃었다. 인종 학살을 주도한 나치주의의 본질은 무엇까.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생각 없는 대중과 정치 엘리트의 동맹이 나치주의나 스탈린주의 같은 전체주의의 길을 열었다고 설파했다. 아렌트는 1933년 나치 독의 유대인 탄압을 피해 파리로 이주했다가 전쟁이 어나자 1941년 미국으로 망명했다. 1951년 출판된 아렌트의 <전체주의의 기원>은 전체주의가 어떻게 발생했는지 역사적으로 조망한다. 이 책은 나치 독과 스탈린의 소련과 같은 20세기 초 전체주의 체제를 설명하며 근원과 메커니즘을 탐구한다. 그 메커니즘의 하나가 ‘대중사회와 소외’의 문제다. 전체주의는 대중사회의 등장에 따른 대중의 소외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산업화와 도시화로 전통적 공동체가 붕괴하면서 사람들은 고립되고,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 소외된 대중은 자신을 대표하는 집단적 정체성을 찾으며, 전체주의 운동에 쉽게 동원된다. 전체주의는 대중의 고립감을 악용해 ‘운동’이라는 이름으로 개인의 자율성을 말살하고 복종을 요구한다. 아렌트는 전체주의의 궁극적 목적이 개인의 말살과 인간 존엄성의 파괴라고 결론짓는다. 전체주의는 정치적 자유와 다원주의를 부정하고, 하나의 절대적 이념과 체제에 모든 것을 종속시킨다. 전체주의는 단순히 특정 독재자나 정치 체제의 문제가 아니라 근대 사회의 구조적 변화와 대중의 불안, 이데올로기의 폐쇄성에서 비롯된다. 생각이 없는 대중은 현실에서 도피한다. 대신 권위에 충성한다. 생각 없는 대중과 이들을 악용하는 정치 엘리트의 결합은 전체주의의 길을 열게 된다. 이 지점에서 아렌트의 목소리를 들어 보자. 아래 인용에서 ‘생각 없는 대중’은 원문의 mass 또는 mob을 의역한 것이다. “생각 없는 대중은 현실에서 도피하려는 열망에 사로잡혀 있다. 이는 근본적인 ‘정신적 유랑 상태’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들은 현실이 우연적이고 현실이 이해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동시에 그들은 허구를 갈망한다. 생각 없는 대중의 현실 도피는 그들이 살아갈 수 없는 세상에 대한 심판이다.” “전체주의 운동에서 구성원들이 보여주는 무조건적인 충성과 전체주의 정권에 대한 생각 없는 대중의 지지보다 더 불안한 것은, 이러한 운동이 대중뿐만 아니라 엘리트들에게도 의심의 여지 없이 매력을 발휘한다는 점이다.” “생각 없는 대중과 엘리트 간의 불안한 동맹 그리고 그들의 열망이 기묘하게 치하는 현상은 이 두 계층이 국가와 사회에서 가장 먼저 배제된 데서 기인했다. 이들은 시적이라도 서로를 쉽게 알아보았다. 이유는 그들 모두가 자신들이 시대의 운명을 대표한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들은 수많은 사람이 자신들을 따르고 있으며, 유럽 민중의 대다수도 머지않아 그들이 으킨 혁명을 함께할 것으로 생각했다.” 시민들이 전체주의 망령 막아 계엄령이 선포됐다가 철회된 직후인 12월 4부터 탄핵이 국회에서 결정된 12월 14까지 거리에는 두 그룹의 시위대가 등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반 시민들과 계엄을 지지하는 극우세력이다. 극우세력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이들의 주장이 오래된 냉전 시기를 연상시키는 극단적인 이데올로기적 편향성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안정과 균형이라는 가치를 지향하는 보수주의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집단으로 판단된다. 극우 지지자들과 여기에 동조하는 정치 엘리트들의 동맹이 계엄이라는 폭정을 불러왔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국민의힘의 비극은 이들 집단이 지지자들의 부를 구성한다는 점이다. 어떤 지역에서는 이 지지자들이 우위를 점하기도 한다. “지금 반대해도 1년 뒤면 국민이 다 찍어주더라”는 윤상현 의원의 말은 같은 당 의원들로부터 “입단속 좀 시켜요”라는 반응을 불렀다. 보수 정당을 표방하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스펙트럼이 넓다. 한국은 지표로 보면 최고 수준의 민주주의이지만, 내면적으로는 극복할 과제가 많다. 불평등과 정치적 양극화 그리고 언론의 독립성이 미흡하다고 평가받는다. 근저에는 산업화에 따른 급속한 사회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사회 주류에서 소외된 소수집단의 불만이 누적되면 극단의 정치가 출현한다. 이들이 불만을 표출하는 창구 중 하나가 유튜브이다. 전체주의의 망령은 상 속에 잠복해 있다가 호시탐탐 정권 탈취를 노린다. 깨어 있는 시민들이 전체주의 망령의 등장을 막았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살아 있다. 한국의 민주주의에는 희망이 있다.
서중해의 경제 망원경
[편집실에서] 상을 되찾기 위해서는(2024. 12. 18 06:00)
2024. 12. 18 06:00 오피니언
홍진수 편집장 지금도 불쑥불쑥 화가 납니다. 집에서 세상모르고 잠든 아이들의 얼굴을 볼 때, 회사에서 점심을 먹고 산책을 하다, 교복 입은 학생들이 까르르 웃으며 지나갈 때, 퇴근길 지하철에서 친구와 즐겁게 이야기하는 승객들을 볼 때 저도 모르게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물론 아이들에게, 학생들에게, 승객들에게 화가 난 것은 아닙니다. ‘권력을 지키기 위해 작지만 소중한 상을 모든 이들에게서 빼앗으려 했다니’란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시 또 화가 납니다. 지난 12월 3 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6시간 만에 끝났지만, 이미 시민들의 상은 무너져내렸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얼마 전까지 제 소소한 즐거움 중 하나는 자기 전에 소설 <삼체>를 읽는 것이었습니다. <삼체>는 중국 작가 류츠신이 쓴 SF소설입니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삼체>를 읽을 때는 (워낙 규모가 커서) 백악관의 도 사소하게 보인다”고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어려운 과학 이론이 수시로 나오지만, 읽다 보면 책 밖의 들을 짧게나마 잊어버릴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삼체>를 제대로 읽지 못했습니다. 책 속에서 지구인들이 소멸위기에 처해도, 외계인과 전쟁이 벌어져도 책 밖에서, 그러니까 제가 발 딛고 있는 현실에서 어난 을 뛰어넘지 못했습니다. 책을 잡았다가도 다시 휴대전화를 켜고 뉴스 사이트를 ‘새로 고침’ 합니다. 아이들에게는 “다 잘 해결되고 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하면서도 저는 내심 불안합니다. 밤사이에 또 무슨 이 벌어지지 않을까 두렵기까지 합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의 윤 대통령 탄핵 추진에 맞서 ‘질서 있는 퇴진’을 말했습니다. 탄핵은 “실제로 가결될지, 가결되더라도 헌법재판소에서 어떤 결정이 나올지에 대해 불확실성이 있기”에 “시기를 정하는 조기퇴진이 더 나은 방안”(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계엄 선포를 했던 사람이 아직도 대통령 자리에 있는 것만큼 불확실한 이 있을까요. 그나마 부라도 대통령 탄핵으로 돌아서 동참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었습니다. 지난 호에 이어 이번 호에도 주간경향 지면 대부분은 ‘12·3 비상계엄 사태’에 관한 기사들이 차지했습니다. 외부 필자들이 보내는 칼럼도 비상계엄 사태라는 주제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여느 시절이라면 한국인의 축제이기도 했을 지난 12월 10(현지시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시상식도 시민들은 마음껏 즐기지 못했습니다. 한강 작가조차 시상식에 앞선 기자회견에서 “여전히 뉴스를 보고 있다”고 말할 정도였으니까요. 하루빨리 우리의 상이 돌아오기를 희망합니다. 제가 마음 놓고 <삼체>를 다시 읽을 수 있는 날을 기다립니다. 대통령 탄핵은 그 길로 가는 출발점입니다.
편집실에서편집실에서
미·이 한국 비상계엄을 우려하는 까닭(2024. 12. 16 06:00)
2024. 12. 16 06:00 정치
미 당국자 “윤 대통령 심한 오판”… ‘반 여론으로 번질 수 있다’ 우려 지난 12월 4(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의 한 마트 신문 가판대에 이날자 1면 기사와 사진으로 한국 계엄 사태를 다룬 월스트리트저널(WSJ·왼쪽부터), 워싱턴포스트(WP), 뉴욕타임스(NYT) 등이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한국 탄핵 표결 무산 소식을 지난 12월 8 1면 기사로 전한 본 신문들 / 연합뉴스 “미국과 한국의 동맹이 수십 년 만에 최대 시험에 직면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으킨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미국 간 뉴욕타임스(NYT)가 지난 12월 3(현지시간) 내놓은 평가다. CNN 방송은 윤 대통령을 “‘아메리칸 파이’ 노래를 부른 보수주의자”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의 ‘골프 외교’를 준비하고 있다지만, 과잉 행동으로 입지가 위태롭게 됐다”고 했다. 본 외무성의 한 간부는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무산 다음 날인 지난 12월 8 “(한·) 정상과 각료의 상호 왕래 등 관계 개선 노력이 진행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전망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12월 3 저녁 10시 23분 긴급담화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외신은 탄핵소추안 상정, 투표 불성립으로 인한 탄핵안 폐기까지 각 단계를 1면 머리기사 등으로 전하며 관심을 집중했다. 주요 20개국(G20)에 속하는 나라에서 왜, 어떻게 이런 이 벌어졌는지, 한국 민주주의는 위기에 처한 것으로 봐야 하는지 등 주제도 분석 대상이었지만,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시아 지역 외교·안전보장 질서에 어떤 후폭풍이 몰아칠지는 특히 민감한 현안으로 다뤄졌다. 북·중·러에 맞서 한·미· 삼각안보체제를 구축해 온 미국과 본 정부·언론의 관심이 컸다. 다만 양국이 한국의 탄핵 정국을 맞아 제시한 한·미관계와 한·관계 위기론의 근거와 논리는 결이 조금 달랐다. 미국은 한국이 민주주의 정치 체제라는 동맹의 명분에 초점을 맞췄다면, 본은 한국 내 실무선의 급변과 국내 정치권력의 향배에 더 집중했다. ■미국, ‘민주주의 동맹’ 위기감 “민주주의는 한·미동맹의 기초를 이루고 있다.” 지난 12월 3 비상계엄 해제 직후 백악관 미국 국가안보회의(NSC)가 내놓은 “우리는 윤 대통령이 그의 우려스러운 계엄 선포를 철회하고 대한민국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를 존중한 것에 안도한다”는 성명은 미국이 생각하는 한·미관계의 핵심을 드러낸다. 뉴욕타임스는 ‘민주주의 대 독재’ 구도로 외교 정책을 펴면서 북·중·러에 대항해 한국과 군사협력을 강화해 온 조 바이든 정부가 “힘든 선택”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처음 주최하는 등 전 세계적 민주주의 촉진을 최우선 순위로 여겨왔기 때문에 한국의 계엄령이 더욱더 뼈아플 것이라고 짚었다. 바이든 정부는 임기 초부터 ‘민주주의 연대’를 내세우며 한국, 본과의 양자 동맹 및 한·미· 협력 강화에 공을 들여왔다. 미 정부·의회에서 비판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커트 캠벨 국무부 부장관은 지난 12월 4 워싱턴에서 열린 아스펜전략포럼에서 “윤 대통령이 심한 오판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 당국자가 동맹국 정상의 행동을 공개 논평하며 ‘오판’과 같은 부정 어감이 강한 표현을 쓴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사전 통보가 없었던 것도 미국이 당혹감을 표하는 요인이다. NSC는 계엄령 선포 몇 시간 만에 짧은 성명을 내고 “미국은 이 발표를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아프리카 앙골라를 방문 중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월 3 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외교협회(CFR)에는 “한·미동맹의 ‘린치핀’(핵심축)이자 계엄령에 간접적으로 연루될 수도 있는 2만8000여명의 미군이 (한국에) 주둔 중임에도 주한미군에 알리지 않았다”는 비판 글이 게시됐다. 당혹감을 넘어 돌발적 계엄 선포가 안보상 위험을 초래할 수 있었다는 불만이 감지되는 대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월 4 사설에서 “한국 내 혼란 징후는 북한 독재자 김정은의 무모한 군사 행동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짚었다. ■본, 반윤석열 여론 ‘불똥’ 튈까 본은 윤 대통령의 탄핵 정국 전후로 한·관계가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양국 관계 개선을 추진해 온 윤 대통령 및 현 정부 인사들의 공백으로 논의 정체가 초래될 거란 인식이 단 보인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한 측근은 윤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가 두 차례 정상회담 동안 “모처럼 분위기가 좋았다”며 “(양자 간 정상회담은) 이 상황에서는 힘들다. 한 달 뒤에 윤석열 정권이 있을지도 알 수 없다”고 아사히신문에 말했다. 이시바 총리는 내년 초 방한해 윤 대통령과 회담하는 방안을 조율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본 언론은 이시바 총리가 방한 계획을 중단하고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방문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보도했다. 연내 방한 예정이던 나카타니 겐 방위상도 ‘상대방’인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사퇴하자 정을 미뤘다. 한의원연맹 회장인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도 이달 중순 예정된 방한을 취소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 역시 본 출장을 취소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반발이 ‘반’ 여론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과거 (한국에선) 지지율이 부진하면 대통령이 ‘반’로 선회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독도 방문’을 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 사례를 거론했다. 닛케이는 “(향후) 한국 야당 세력이 정권을 잡으면 본에 강경한 태도를 보 가능성이 있다”고도 전망했다. 민주당이 제강점기 강제동원 노동자, 본군 ‘위안부’ 등 역사 문제부터 경제·영토·군사 갈등 사안 대부분에서 강성 기조였다는 데 주목한 분석이다. 산케이신문은 사설에서 야당 주도로 만들어진 탄핵소추안에 “본 중심의 기이한 외교정책을 고집하며 본에 경도된 인사를 정부 주요 직위에 임명하는 등의 정책을 펼쳤다” 등이 포함된 것을 주목했다. 공영방송 NHK가 지난 12월 6~8 1224명 대상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66%는 비상계엄 사태가 한·관계에 미칠 영향을 우려한다고 답했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 12월 10 “어떤 정권에서든 한·관계는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 역시 지난 12월 9 “우리와 대한민국의 관계는 철통 같다”고 했다. 기존 방한 계획을 보류한 뒤 찾은 본에서 오스틴 장관이 한 말이다.
본에 기회만 주는 윤석열 정부(2024. 12. 09 06:00)
2024. 12. 09 06:00 정치
‘물컵론’부터 ‘비상계엄’까지···한· 정상회담도 불투명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월 3 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하고 있다./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초래한 ‘12·3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정부 대외정책 변화도 불가피해졌다.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책임과 기여를 다한다는 대외정책 기조에는 아무런 변함이 없다”는 윤 대통령 말과 달리 국무위원들이 사의를 표명하며 사실상 정부 기능이 멈췄다. 범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한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대한 준비뿐만 아니라 예정돼 있던 국가 간 교류가 속속 취소됐다. 특히 현안인 ‘한·관계 불협화음’ 대응도 미궁에 빠졌다. 사도광산 추도식 파행으로 불거진 본의 약속 불이행 문제는 또다시 흐지부지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이미 본 정부는 한· 간 현안을 사도광산에서 계엄 이후 상황으로 빠르게 옮겼다. 이시바 시게루 본 총리는 지난 12월 4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 상황을) 특단의 중대한 관심을 갖고 주시하고 있다”며 “재한 본인의 안전에 대해서는 최대한의 대응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추진 중이던 내년 1월 방한 정과 관련해서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양국 간 현안이 된 사도광산 추도식 문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윤석열 정부를 상대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 ‘제강점기 때 산업유산의 유네스코 등재 문제’ 등을 차례차례 해결한 본은 한국과의 ‘약속 불이행’ 문제에서도 벗어나고 있다. 해제만 하면 끝? 비상계엄의 여파 ‘12·3 비상계엄 사태’가 만든 행정 공백은 외교 현안에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11월 24 본 니가타현 사도섬 아이카와 개발종합센터에서 열린 ‘사도광산 추도식’ 파행과 관련한 정부의 실효적 대책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비상계엄 사태가 터졌다. 주간경향은 비상계엄이 선포되기 전인 지난 12월 3 오후, 외교부에 ‘본의 약속 불이행에 대한 실질적 대응책은 무엇인가’, ‘사도광산 추도식 참여 인사나 추도사 내용 등에 관한 세부적 합의가 없었나’ 등을 질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외교부도 ‘긴급상황’이란 이유다. 지난 7월 27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사도광산’에는 조선인 강제동원 문제가 엮여 있다. 분쟁 유산인 사도광산은 윤석열 정부의 동의를 받고 세계문화유산이 됐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본은 ‘사도광산 전체 역사를 반영한 전시 및 매해 추도식 개최’를 약속했다. 전시 관련 약속은 시작부터 깨졌다. 전시물에 ‘강제동원’ 문구가 빠졌다. 추도식 관련 약속도 깨졌다. 한국 정부는 추도식이 열리기 하루 전인 지난 11월 23 불참을 결정했다. “본 측 추도사 내용 등 추도식 관련 사항이 애초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시 합의한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라는 이유다. 실제로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차관급)이 읽은 추도사에는 “전쟁이라는 특수한 사회적 상황 아래,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생각하며 광산 내의 위험하고 가혹한 환경 속에서 어려운 노동에 종사했다”는 내용만 담겼다. 조선인 강제동원 언급과 반성은 없었다. 지난 11월 25 본 니가타현 사도광산 조선인 기숙사 터에서 열린 사도광산 강제동원 한국인 희생자 추도식에서 한국 측 유족과 참석자들이 헌화한 뒤 묵념하고 있다./연합뉴스 합의와 이행이 다른 본의 행태는 2015년 군함도(하시마)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때와 닮았다. 당시에도 본은 “의사에 반해 끌려와 엄혹한 환경에서 을 하게 된 조선인 노동자를 알리겠다”고 약속했다. 정작 등재 이후엔 군함도가 있는 규슈 나가사키현이 아닌 도쿄 신주쿠구 산업유산정보센터에서 해당 내용을 짤막하게 소개하는 것으로 대체했다. 본이 2015년과 같은 방식으로 2024년에도 한국을 속이는 데 성공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를 두고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합의 불이행에 대해 본이 국제사회의 평판 부담을 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문화유산 전문가들은 본의 태도 변화는 사실상 예견됐는데 한국 정부의 주의가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기준은 총 10가지로 구성된다. 이중 1번부터 6번까지가 문화적 기준이다. 본은 군함도, 사도광산 모두 4번 ‘특정 시대의 중요한 건축물, 기술적 성취, 또는 도시 계획의 대표 사례’로 등재신청을 했다. 그런데 군함도나 사도광산처럼 역사 문제 등으로 합의가 필요한 문화유산은 ‘갈등 기억유산’으로 신청할 수 있게 별도의 기준이 있다. 6번 ‘인류에 미친 중요한 영향이나 과거의 갈등이나 재난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경우’다. 실제로 본이 전쟁 피해사례로 강조하는 ‘히로시마 원폭돔’이 6번 기준으로 세계문화유산이 됐다. 정부가 믿은 약속처럼 본이 애초에 조선인 강제동원을 대대적으로 홍보할 것이었다면 쉬운 길인 6번 기준을 두고 굳이 4번 기준으로 갈 이유가 없었다. 본은 해당 시도의 의미를 이미 군함도 때 보여줬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군함도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땐 차관, 똑같은 방식으로 사도광산이 등재될 땐 장관이 조태열 현 외교부 장관”이라며 “이게 우연인지, 실력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지난 11월 28 국회 외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사도광산 문제와 관련한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의 질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똑같은 방식으로 두 번 속은 정부는 이번에도 ‘유감 표명’ 외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산업유산 전문가인 강동진 경성대 교수는 “이미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만큼 개발 등으로 유적 가치가 훼손되지 않는 한 이제 특별한 대응 방법은 없다”며 “본은 등재 당시 약속한 것들의 시행 여부를 이행보고서 형태로 유네스코에 제출하게 돼 있는데 그때 우리가 이의제기하는 것 정도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12·3 비상계엄 사태’로 녹록지 않게 됐다. 정상 외교가 가능할까? 이른바 ‘물컵론’이라고 불리는 윤석열 정부 대외교 기조는 ‘한국이 먼저 양보하고, 본의 호응을 기다린다’는 것이다. 문제는 호응은커녕 오히려 본에 비판까지 받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추도식 하루 뒤인 지난 11월 25 본 정부 대변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한국 측이 추도식에 참석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할 입장은 아니지만 유감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양기호 성공회대 본학과 교수는 “대체 정부가 무엇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정부가 추도식 하루 전날까지도 문제를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불참한다고 하니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협조를 얻어야 할 현안을 해결한 본은 이제 관계가 악화하면 악화했지 한국에 무엇인가를 양보할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외교의 불문율인 ‘하나 주고, 하나 받는’ 상호주의가 무너진 상황에서 한국 외교는 비상계엄 여파까지 맞았다. 윤석열 정부 표현대로면 본에 받을 것이 남은 상황에서 내년 1월 한· 정상회담 개최는 불투명해졌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현안에 대한 한· 간 공동대응 역시 어렵게 됐다. 한·관계 전문가인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도광산을 포함한 한· 문제는 양국 정상이 만나고, 대화를 통해 풀어나가야 하는데 계엄 여파로 이를 위한 여건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 삼각협력 역시 삼국 정상 중 교체되지 않고 유하게 남은 윤 대통령이 협력의 중심이 돼야 할 상황에서 스스로 대외 신뢰도를 낮출 수 있는 결정을 한 것”이라며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입장에선 한· 정상 모두 국내 지지 기반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기존 삼각협력을 지속해야 할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12·3 비상계엄 사태’의 여파는 사회불안, 경제뿐만 아니라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외교에서도 크게 굴러가고 있다. *외교부는 지난 12월 6 입장을 알려왔습니다. ‘사도광산 추도식 참여 인사나 추도사 내용 등에 관한 세부적 합의가 없었나’ 등의 질문에 “협상의 상세 내용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면서도 “우리 정부는 세계유산위원국으로서 한 양자 차원의 협의와 함께 유네스코 틀 내에서 본의 세계유산위원회 결정 이행을 지속 점검하고 문제제기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불황 탓까, 정치 탓까···다시 증가한 흡연율(2024. 12. 03 10:42)
2024. 12. 03 10:42 사회
러스트 김상민 기자 한국 성인의 흡연율이 지난해 다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율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질병관리청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영양조사 제9기 2차년도(2023년) 결과를 12월 3 발표했다. 1998년부터 실시한 국민건강영양조사는 국민의 건강과 영양수준을 파악해 건강정책 수립과 평가에 활용하는 것이 목적이다. 매년 약 1만명을 대상으로 흡연, 음주, 신체활동, 영양, 만성질환 등을 조사한다. 지난해 조사에선 19세 이상 성인의 현재 흡연율(반담배 기준)이 남자 32.4%, 여자 6.3%로 2022년 대비 각각 2.4%포인트, 1.3%포인트 늘었다. 최근 10년치를 보면 남자 흡연율은 2014년 43.2%에서 2022년 30.0%까지 감소했다가 반등했다. 여성은 2014년 5.7%에서 2018년 7.5%까지 늘어난 후 2022년 5.0%까지 줄었다가 역시 다시 늘었다. 남성 중엔 50대 흡연율이 2022년 32.5%에서 작년 42.1%로 9.6%포인트, 여성의 경우 20대 흡연율이 같은 기간 5.8%에서 12.1%로 6.3%포인트 늘어 증가세가 컸다. 전자담배를 포함한 담배 제품 현재 사용률도 남자 38.9%, 여자 8.3%로 각각 전년 대비 2.3%포인트, 1.1%포인트 늘었다. 최근 1년간 1번에 평균 7잔(여자 5잔) 이상 술을 마시거나 주 2회 이상 마시는 성인의 비율인 ‘고위험 음주율’은 남자는 19.9%로 전년(21.3%)보다 줄었으나 여자는 7.0%에서 7.7%로 늘었다. 유산소 신체활동 실천율은 남성 54.5%, 여성 50.4%로 전년보다 소폭 줄었다. 지난해 성인의 비만(체질량지수 25 이상) 유병률은 남자 45.6%, 여자 27.8%로, 전년보다 남자는 2.1%포인트 줄고 여자는 2.1%포인트 늘었다. 연령별로 보면 남자 20대(19세 포함·42.8%→43.9%), 여자는 20대(18.2%→22.1%)와 30대(21.8%→27.3%)에서 지난해 비만율 증가가 두드러졌다. 남성 30대(50.4%)와 40대(50.2%) 비만율은 줄었지만 30∼50대 남성의 절반은 비만이었다. 50대 비만율은 49.9%로 전년보다 02%포인트 늘었다. 고혈압 유병률은 남자 23.4%, 여자 16.5%, 당뇨병은 남자 12.0%, 여자 6.9%로, 고콜레스테롤혈증은 남자 19.9%, 여자 21.4%로, 대체로 전년과 유사하거나 소폭 줄었다. 식생활 측면에선 국민(1세 이상 전체)의 곡류, 과 섭취가 줄고 육류, 음료류 섭취가 늘어나는 경향이 지난해에도 유지됐다. 지난해 남녀 과 섭취량은 하루 116.3g으로 전년 대비 7.3g, 2014년보다는 69.3g 줄었다. 반면 육류 섭취량(129.0g)은 전년 대비 4.0g, 2014년 대비 22.3g 늘고, 음료류 섭취량(274.6%)도 전년 대비 8.0g, 2014년 대비 97.0g 크게 늘었다. 지방을 통해 얻는 에너지의 비율(26.3%)도 계속 늘어 특히 여성 20대(30.1%)의 경우 한국인 영양소 섭취 기준의 지방 에너지적정비율 상한선(19∼29세 30%)에 근접했다. 질병청은 지난 10년간의 조사 결과를 보면 남녀 50대의 건강행태와 만성질환 지표가 모두 악화했으며, 남자 흡연율과 신체활동 실천율, 여자 비만율에서 소득수준에 따른 격차가 커졌다고 말했다. 가령 2014년엔 소득 ‘하’ 여성의 비만율이 ‘상’그룹보다 10.0%포인트 높았는데, 작년엔 그 격차가 14.6%로 벌어졌다. 지영미 질병청장은 “2023년 국민의 건강 수준은 고혈압, 고콜레스테롤혈증이 감소한 반면 흡연은 증가, 음주·신체활동·비만은 정체됐다”며 “건강행태 변화와 만성질환 원인을 파악하는 추적조사를 도입해 만성질환 예방·관리의 근거 생산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정 이야기] 우체국 ‘한· 해상특송’, 싸고 편리해졌다(2024. 11. 27 06:00)
2024. 11. 27 06:00 경제
우정사업본부은 지난 11월 15 본행 전자상거래 상품을 대상으로 한· 해상특송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 제공 한국에서 선박으로 본에 소포를 보낼 때 통관 절차를 간소화한 우체국 해상특송 서비스가 시행된다. 이에 따라 한국업체가 본과 전자상거래할 때 불편함이 대거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는 지난 11월 15부터 우체국에서 한국-본 간 해상특송이 시행한다고 밝혔다. 한· 해상특송은 국내 우체국에서 물건을 접수한 후 선편(해상)으로 운송한 뒤 본에서 소포로 배달하는 본행 계약고객 전용 전자상거래 상품이다. 주 6회 운항하는 부산항-하카타항 페리 노선을 활용해 높은 배달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또 항공편보다 가격이 절반 이하로 저렴하다는 장점도 있다. 발송은 10㎏ 이하만 가능하다. 한· 해상특송은 본 우정의 내수용 상품인 유팩(~10㎏)과 유패킷(~1㎏·높이 3㎝)도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자세한 사항은 우정사업본부 홈페이지 공고 또는 우편고객센터 전화(1588-1300)로 확인할 수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한· 간 전자상거래 시장이 크게 성장하자 국내 중소·벤처기업에 친화적 수출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본우정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8월 본발 해외직구액은 2억6900만달러(약 3525억원)로 집계됐다. 본에서 한국 제품을 구매하는 역직구는 5억9700만달러(약 7831억원)로 두 배 이상 많았다. 한국과 거래하는 나라 중 역직구액이 직구액보다 많은 국가는 본이 유하다. 해외 주요국과의 해상특송 서비스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전남지방우정청은 2015년 6월부터 2㎏ 이하 저중량 전자상거래 기업을 대상으로 한·중 해상특송 서비스를 개시했다. 당시 우정청은 “해상특송은 국제특송(EMS)보다 시간은 하루 이틀 정도 더 걸리지만 가격이 훨씬 저렴하다”라고 홍보했다. 국제특송은 1㎏ 상품 기준 운송 비용이 1만8800원, 해상특송은 7500원 수준이다. 해상특송 서비스는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약진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중국발 해상특송을 주로 처리하는 평택세관의 경우 특송장을 거친 해외직구 물량은 2020년 1326만3000건에서 2021년 2036만8000건으로 늘었다. 이후 2022년 3164만3000건, 지난해 3975만2000건으로 급증세다. 정부는 지난해 3월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부산을 본 대상 해상특송 거점으로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에는 현재 인천, 경기도 평택, 부산 3곳에 해상특송장이 있다. 2022년 기준으로 평택항과 인천항의 처리물량이 전체의 99%에 달한다. 해상특송 절차가 마련되면서 향후 부산을 거치는 해상특송 물량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조해근 우정사업본부장은 “앞으로도 시장환경 변화와 고객의 요구에 맞는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라며 “고물가 시대에 우체국 이용고객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했다.
우정이야기전자상거래우정사업본부해상특송
방위비·관세 ‘돈맹’ 우려…인상 찡그리는 (2024. 11. 18 06:00)
2024. 11. 18 06:00 국제
본서 본 미 대선 이후… 이시바 시게루 본 총리/연합뉴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이 확정된 후, 본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것은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의 ‘5분 전화 회담’이다. 통역을 제외하면 인사만 하고 끝난 것이다. 여기서 고인이 된 아베 신조가 다시 소환되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2016년 11월, 당시 아베 신조 총리가 골프채를 들고 취임 전 트럼프의 집을 방문해 친목을 다진 사례가 전설처럼 회자한다. 이시바도 당면한 G20 회의를 즈음해 트럼프와의 회담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시인처럼 말하는 정치인’으로 정평이 난 이시바를 트럼프의 거친 리더십이 상대해 줄까? 본 여론과 오피니언 리더들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북·미 정상회담의 부활과 미·중 무역전쟁 재연이 키워드로 부상한 한국과 중국의 분위기와는 온도 차가 있다. 본의 반응은 트럼프가 부과할 것이 확실한 ‘협상 과제’에 대한 우려다. 먼저 방위비 증액과 관련해 기시다 내각에서 이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기준인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으로 끌어올렸지만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이시바 내각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는 그 이상을 요구할 것이고, 고액의 방위 장비 구매 청구서도 내밀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더해 주미군기지 유지경비 관련 협상 또한 예정돼 있다. 방위비용과 관련해 본은 그동안 지속적인 엔저 현상의 영향으로 막대한 추가 재정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의 안전보장 관련 비용 요구는 본의 재정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고, 이것이 다시 엔화에 대한 신뢰도를 낮추는 악순환을 만들 수 있다. 이시바 총리가 이를 끊어 낼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시선은 거의 없다. 트럼프의 관세정책을 둘러싼 협상 또한 본에 난제다. 본의 자동차 등 제조업계는 이미 손실을 각오하고 있다. 나아가 본 경제 전체에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관세장벽으로 인한 미국 국내 인플레이션의 지속 또는 상승이 달러의 강세와 엔화의 약세를 지속시킬 것이고, 이는 곧 본 국내의 물가 상승을 가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민당이 지난 총선에서 참패한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임금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한 것이었다. 현재 소비세를 비롯한 감세를 주장한 정당들이 의석수를 확대한 상황이다. 이시바 내각은 트럼프의 귀환으로 이중의 재정압박을 받게 됐다. 경제안보와 관련해 가장 우려되는 것은 트럼프의 대중전략 향방이다. 본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공급망 구축에 미국과 보조를 함께해왔지만, 대중 경제관계 회복을 위한 움직임을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트럼프가 중국과 무역전쟁을 선포하고, 첨단 분야를 넘어 전 업종에서 디커플링을 추진할 경우, 본 경제는 최악의 상황이 될 수 있다. 또 유사시 대만에 대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입장과 향후 대응도 주목받는다. 중국의 대만 침공에도 무력 불개입을 시사해왔던 트럼프의 발언이 진정성을 보인다면, 미·동맹은 물론 본의 외교안보 정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대만해협의 전쟁은 곧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본 해협의 전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시바 내각은 과반수에 미치지 못하는 소수여당을 이끌고 대응해야 할 처지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아베 외교의 레거시(유산)가 칭송되고 있지만 정치자금 스캔들, 아베노믹스 등의 영향으로 총선에서 패배한 이시바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다. 이시바의 지론인 ‘미·지위협정 수정’ 가능성은 없어졌고, ‘아시아판 NATO’ 등 다자간 안전보장 협력의 새판짜기도 입 밖에 내기 어려운 정세다. 트럼프가 미·동맹을 기축으로 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애써 수정하지는 않겠지만, 미·동맹의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약해질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의 외교는 가치보다 실리를 목표로 양자관계를 중시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박정진 본 쓰다주쿠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특히 “취임 전 전쟁을 끝낸다”는 트럼프의 예고가 현실화할 것인지 관건이다. 트럼프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종전을 끌어낼 경우, 이는 곧 북·미관계와 미·중관계로 연동된다. 러시아와 북한의 밀월관계는 약화하는 반면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은 부활하기 때문이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으로서는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을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서 이시바의 외교 구상은 또다시 좌절할 수 있다. 이시바는 총리 선거에서 북· 정상회담은 물론 연락사무소 설치 등 독자적인 대북정책을 공약했지만, 이러한 국면에서는 실현되기 어렵다. 국제무대에서 트럼프식 외교가 실천력을 보수록 한·미· 협력과 한·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2021년 4월에 발표된 바이든-스가 공동성명에서 본은 인도·태평양전략의 최전방 국가로서 대만 유사 사태를 본의 유사 사태로 간주한 바 있다. 같은 해 5월, 문재인-바이든 공동성명에서는 비확산 체제 유지를 위한 한·미· 협력을 ‘한·동맹의 핵심 징표’로 정의했다. 그러나 대만 유사 사태 시 미국이 무력 개입을 거부하고 북·미 정상회담 부활이 북한 핵 폐기가 아니라 핵 동결로 귀결될 조짐이 보인다면 한·미·관계는 당분간 유동적인 상태가 될 수 있다. 현재 본에서는 미·동맹이 ‘악화’되지는 않겠지만 ‘약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더불어 한· 안보협력의 필요성이 다시 강조되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이시바 내각이 내년 여름 참의원 선거까지 유지될 것인지 아닌지다.
표지 이야기
“명태균 관련 거짓말에 캠프서 있었던 공개하기로 결심”(2024. 11. 11 06:00)
2024. 11. 11 06:00 정치
윤석열 대선캠프 정책총괄지원실장 지낸 신용한 전 서원대 석좌교수 인터뷰 신용한 전 윤석열 대선캠프 정책총괄지원실장이 11월 5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주간경향과 인터뷰하고 있다. /서성 선임기자 “나는 정의의 사도가 아니다. 나만 깨끗한 척할 도 아니다. 그런데 명태균이라는 사람 한 마디에 제대로 된 답도 못 하고 우왕좌왕하면서 끌려다니는 대한민국을 놓고 너무 부끄러웠다. 내가 이런 정권을 만들기 위해서 새벽 5시 10분부터 밤 12시 10분까지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그 을 했던가. 자괴감이 들었다. 폭로라는 단어도 좋아하지 않는다. 담담하게, 내가 했던 에 대해, 그리고 지금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대한민국의 국가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용한 전 서원대 석좌교수는 지난 11월 5 주간경향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캠프 정책총괄지원실장을 맡았다. 신 전 교수는 자신이 캠프에 있을 때 명태균씨가 작성한 ‘대외비 여론조사 결과’도 받아보았다며 해당 PDF 파을 공개했다. 신 전 교수가 최근 국회 국정감사 등에서 ‘폭로’에 나서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총공세에 나섰다. “당시 캠프에서 신 전 교수를 본 적 없다”, “신 전 교수는 그런 정보를 다룰 위치가 아니었다”, “정치판을 기웃거린 철새다(신 전 교수는 총선을 앞둔 지난 2월, 민주당에 영입 인재 15호로 입당했다)” 등. “나는 이 사람들(윤 대통령 부부)이 잘되기를 바랐다.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을 위해서. 그러나 이렇게 계속해서 거짓말을 하는 거, 이건 아니라고 본다.” 신 전 교수가 말했다. “국감이 있던 날 철새 이야기를 하니 이렇게 답했습니다. ‘철새는 추운 곳에서 따뜻한 곳으로 먹이를 찾아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알곡을 눈앞에 두고 자기 스스로 추운 곳으로 가는 철새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무슨 뜻이냐면 인수위가 가장 권력이 막강할 때잖아요. 그때 사표 낸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 하세요. 대한민국에서. 제가 잘났다는 것이 아닙니다. 인수위 경제1분과 소속이었습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장관급인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장을 했으니 장관 자리는 안 준다고 하더라도 어디 차관급이나 공기업 사장을 줬을 거 아닙니까. 저는 그냥 홀연히 떠났어요. 탄핵 트라우마 때문에.” -대선캠프에서 윤 대통령을 겪어보니 ‘이 정권은 탄핵으로 갈 수밖에 없다’라고 생각한 건가. “분명 윤석열 대통령의 큰 장점은 있다. 정말로. 에피소드를 말하자면 당시 캠프에 저와 동갑내기로 정승윤(현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이라고 있었다. 검사 출신으로 부산대 로스쿨 교수였다. 이 친구가 캠프에서 정책발표를 하는데 보도자료 초안에 ‘오또케’라는 말을 여성비하인 줄 모르고 써서 난리가 났다. 언론에 두들겨 맞으니까 캠프에서 사퇴했다. 같이 하던 사람이 부산으로 짐 싸서 간다고 하니 위로, 격려할 것 아닌가. 그때 윤석열 후보가 뭐라고 그랬냐면 ‘정승윤, 너무 힘 빠지지 말라고 해라고 전해라.’ 뒤의 정확한 말은 기억나지 않는데 내가 곧 다시 부를 테니 걱정하지 말고 있으라는 의미였다. 이런 게 굉장한 장점이다. 그런데 이런 리더십은 어디서 통하는 건가. 또래집단 같은 데다.” -형, 동생 하는 조폭 같은 조직들을 말하는 건가. “그렇다. 예를 들어 학교 선후배 술자리 같은 데서 ‘야, 인마 이 XX 뭐 걱정하지 마’ 이런 거다. 그러나 기업 단위나 어떤 큰 공조직, 국가 단위에서 통하는 것은 아니잖나. 그런 곳에서는 냉정한 이성을 갖고 판단해야 한다. 그 장점으로 (윤 대통령 밑에) 수많은 소위 ‘똘마니’들이 있는 것이다. 충성파 똘마니들. 이렇게 되다 보니까 회의가 늘 하향식이다. 거기다가 이분(윤 대통령)이 재미있는 것이 잡학다식하다.” -그런 인상평이 많다. “정말 잡학다식하다. 예를 들면 검사들이 전국 돌면서 근무하지 않나. 내 광주에 방문해서 공약을 발표한다 치자. 광주가 고향이 아닌 사람이 지역 현안을 얼마나 알겠는가. 그러니 국회의원이든 전문가든 광주 출신을 대동하고 회의 자리에 간다. 참고자료가 있고 맨 위에 A4 2장 정도 요약본이 올려져 있는 회의자료가 나온다. 후보도 회의 자리에서 한 4~5분은 듣는다. 시작하면 어쩔 수 없이 듣는다. 그러다가 ‘야, 내가 말이지. 광주지검 근무할 때 말이야. 그 지검 앞에 치킨집이 있는데 야, 이름이 고상하게 치킨집 이름이 포시즌이다’ 이렇게 이야기를 한번 시작하면….” -그걸 또 아무도 제지를 못 하는 건가. “주말 같은 때, 토요 오후가 되면 긴장이 풀린다. 그러면 이야기가 3시간씩 간다. 속된 말로 만담꾼이다.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또 재미있다. 인간적인 면이 있다. 예를 들어 오전 11시에 기자회견이 있다면 오전 10시에 들어가야 한다. 조금 있으면 기자회견이니 예를 들어 GTX 연장 지도를 놓고 막 설명해야 한다. 한 5분 듣다가 또 이야기한다. 설명에 집중하지 않는다. 기자회견 10분 남겨놓고 그때 가서야 요약 페이퍼만 대충 보는 거다.” -검사 출신들이 많은 분량의 공소장을 읽으려면 속독을 잘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말한다. “펜을 꺼내서 대각선으로 짚으며 읽는다. 아마 조서를 많이 읽을 때 습관인 듯하다. 후보자 토론을 하는 데 공보·정책 담당은 난리가 난다. 예를 들어서 수치 같은 게 틀렸다는 지적이 나오면 사실관계 확인을 해 해명이 나가게 해야 한다. TV토론 준비팀은 따로 있는데 백업팀도 죽어난다. 한 20명이 모여 하는데 살인적인 정이다. 매 명태균에게 휘둘리는 걸 보고 정말 감회가 새로웠다. 내가 이따위 정권을 보려고 그 새벽부터 정말 그렇게 120 동안 했냐고. 나는 박근혜 정권에서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장으로 탄핵을 겪었기 때문에 탄핵 트라우마가 있다. (2022년) 2월부터 혼자 슬슬 마음을 먹고 있었다. -떠나겠다고? “정의와 공정을 캐치프레이즈로 후보도 됐고, 대통령도 됐다. 대외적으로는 그렇게 포장했는데, 내가 본 모습은 선택적 정의와 공정이었고, 상식과 합리를 말했는데 ‘선택적’ 상식과 합리였다. 아래를 섬기는 리더십 같은 걸 본 적 없다. 대통령은 참모 몇 사람만 상대하는 것이 아니지 않나. 국정이라는 것이 국민적 공감과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래서 총괄선대본부장 등 본부장들과 ‘오늘 회의 마치면 진언을 드리자’고 이야기했다. 회의 끝나고 진언할 타이밍인데 전부 휴대폰을 꺼내 딴짓하고 다른 이야기를 하더라. 모두 눈치를 보고 아무도 말을 못 꺼내는 것이다. 윤 대통령 사고방식이 자기가 하는 것은 옳고 남이 하는 것은 그른 것이다. 모든 것을 선과 악으로 재단한다. 그런데 세상이 그렇지 않지 않나. 원탁회의를 하는데 누가 김 여사 도이치모터스 대응 관련 전화를 한 모양이다. 그런 전화는 따로 안쪽에 후보 방으로 가서 받는다. 그런데 밖에도 들리도록 큰소리로 쌍욕이 터져 나온다. 그다음에 나와서 ‘다시 회의하자’고 하는데….” -분위기가 싸늘해졌겠다. 김 여사에 대해서도 아무도 말을 못 꺼내는 분위기였나. “김 여사와 관련해 뭘 건의한다든가 언급하는 건 내가 그 많은 회의에 참석했지만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대선 전에 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의 김건희 여사 녹취록이 터졌고, 김 여사 비선 라인 의혹이 터졌다. 캠프 내에서는 그에 관한 이야기가 없었나. “왜 뒷말이 없었겠나, 많았다. 누구누구가 멤버라더라, 황○○, 우○○가 어떤 관계다. 그런 이야기는 그때도 많이 있었다. 그리고 그 친구들이 비선이라는 것은 다른 게 아니다. 그 친구들이 스스로 떠들어서 그런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남이 떠든 게 아니고.” 신 전 교수는 인터뷰 중에 자신의 휴대폰에 저장된 단화 관련 대외비 문건, 선거 당 열린 회의 메모 등을 보여줬다. “내가 이것 가지고 오버해 허위사실을 이야기할 은 없다. 했던 과 관련해 담담하게 말할 뿐이다. 다만 성격이 꼼꼼한 편이다. 이것만은 덧붙이고 싶다. 명태균 사건을 보면서 남는 소회다. 나는 이 사람들(윤 대통령 부부)이 잘되기를 바랐다.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해서. 그러나 이렇게 계속해서 거짓말을 하는 거, 이건 아니라고 본다.”
표지 이야기
빈곤 탓 늘어난 무연고사…“남의 아냐” 사회적 애도(2024. 11. 04 06:00)
2024. 11. 04 06:00 사회
무연고자 공영장례에서 고인의 이름이 쓰인 지방을 태우고 있다. 나눔과나눔 제공 지난 10월 9 44세의 남성 이원호씨(가명)가 광주광역시 북구의 한 고시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의 죽음을 알린 건 ‘냄새’였다. 고시원을 관리하는 A씨가 이씨의 방에서 부패한 냄새가 나자 마스터키로 문을 열어 시신을 확인했다. “TV가 켜져 있고, 화장실 불도 켜져 있어서 들어가 보니 화장실에 쓰러져 있었어요. 지난달 말에 고시원비를 내지 않아서 전화해봤더니 ‘병원에 있다’고, 곧 내겠다고 했거든요. 그 후론 마주친 적이 없었죠. 죽은 지 며칠은 된 것 같았어요.” 이원호씨가 이 고시원으로 들어온 것은 약 8개월 전. 고시원의 다른 입주자들과 교류도 많지 않아 그의 행방을 궁금해하는 이는 없었다. 관리인 A씨는 지난 10월 21 기자와 통화에서 피곤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고시원에서 4년째 하는데 사람이 죽은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그래서 입실할 때 눈여겨보긴 하는데, 몸이 안 좋아 보인다고 ‘딴 데 가라’ 할 수도 없지요.” 시신 발견 8 후 이원호씨에 관한 ‘마지막 기록’이 보건복지부의 장사정보서비스 포털 ‘e-하늘장사’에 올라왔다.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장제 사무를 처리하고 다음과 같이 공고하오니, 연고자는 유골을 인수하시기 바랍니다.” 이씨가 공영장례로 화장된 뒤 광주광역시의 영락공원에 봉안됐다는 내용이었다. 결혼과 혈연 등으로 맺어진 법적 연고자가 없거나 연고자들이 장례를 포기한 ‘무연고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장종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무연고 사망자는 5415명. 3년 전(2020년 3136명)보다 72.7% 늘었다. ‘한 해 무연고 사망자 5000명’은 병든 한국사회를 드러내는 지표다. 지난해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약 4700만원. 국내총생산(GDP·1조6733달러)은 세계 13위를 기록했다. 경제 성장은 가팔랐으나 IMF 외환위기(1997년), 글로벌 금융위기(2007~2008년), 코로나19 등의 위기 때마다 누군가는 ‘패자’가 되어 ‘정상의 삶’으로부터 밀려나야 했다. 실업과 질병, 가족불화와 해체, 빈곤의 대물림이 반복된 결과가 ‘무연고사의 급증’이다. 인천의 부귀후원회 관계자들이 무연고자 공영장례를 진행하고 있다. 이혜리 기자 늘어나는 무연고 사망이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이 사회의 실패라면, 이들에게도 사회적 애도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약 95%의 지자체가 공영장례 조례를 만들어 예산을 편성하고 무연고자 장례식을 치르고 있다. 그리고 한국사회의 모든 ‘산 자’들을 대신해 이들의 공영장례에 참여하고 무연고자와 그 가족들을 위로하는 이들이 있다. 2011년 ‘위안부’ 할머니들의 장례를 위해 결성된 뒤 무연고자 장례 모델을 만들어 확산시켜 온 ‘나눔과나눔’은 서울시의 모든 공영장례를 장례의전 업체와 함께 진행하고 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부산시에서 공영장례 조례 운동을 펼쳤던 ‘부산반빈곤센터’는 조례 제정 뒤 부산 시민들로 구성된 조문단을 만들어 조문 운동을 벌이고 있다. 장례지도사들로 구성된 인천시의 ‘부귀후원회’는 공영장례를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업체들을 비판하며 무연고 사망자를 진심으로 애도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들이 공영장례 현장에서 바라보는 한국사회의 풍경은 무엇을 말하는가. 당신을 무연고자 공영장례식으로 초대한다. ■“배웅해드릴 수 있어 다행입니다” “지금부터 고 박남주(가명)의 장례를 진행하겠습니다. 운명하기 전 미추홀구에 신고되어 있었습니다. 어떠한 상황에서 죽음을 맞이하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주거지인 자택에서 홀로 외로운 죽음을 맞이하였고,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발견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가족들은 오랜 단절이나 장례식의 경제적 부담으로 인하여 미추홀구청에 시신을 위임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난 10월 26 오전 10시 40분 인천시립 장사시설인 인천가족공원의 별빛당 1층 ‘인천시립 공영장례실’. 기자를 포함한 성인 5명이 고 박남주씨의 위패 앞에 섰다. 백합과 흰 장미로 꾸며진 제단 앞엔 고사리와 도라지나물, 북엇국 등의 음식과 배, 대추, 사과, 곶감, 약과가 놓였다. 장례지도사들의 모임 ‘부귀후원회’가 진행하는 인천시의 공영장례였다. 고인이 다음 생에서는 부귀하게 태어나길 바란다는 뜻을 담아서 ‘부귀후원회’로 이름 지었다고 한다. 가기환 부귀후원회 대표가 고인의 사망진단서 등에 담긴 최소한의 정보를 토대로 고인을 소개한 데 이어 상주를 맡은 또 다른 봉사자가 술 한잔을 올리고 음식에 수저를 꽂았다. ‘마지막 식사’를 올린다는 의미였다. 기자도 술 한잔을 올렸다. 가 대표가 이어 조사를 읽어내려갔다. “외롭고 힘들었을 삶의 무게를 내려놓고 이제 영원히 가시는 길이 아쉬워 이렇게 술 한잔 올려드렸습니다. (중략) 늦게나마 위로해드리려 우리가 여기 이렇게 모였습니다. 배웅해드릴 수 있어 참 다행입니다. 부디 먼 길 편히 가십시오.” 가 대표와 봉사자들은 화장장으로 이동했다. 고인을 모신 관을 화장로로 옮기는 운구 절차가 이어졌다. 화장로마다 유족들이 빼곡하게 줄지어 선 모습이 들어왔다. “엄마, 엄마~” 고인을 부르짖는 소리가 화장장에 울려퍼졌다. 그러나 박남주씨의 관이 옮겨진 화장로만은 텅 비어 있었다. “그 사람들, 가족이 버린 거 아닌가요?” 문득 공영장례 빈소로 오는 동안 택시 기사가 한 말이 떠올랐다. 인천 부귀후원회 관계자들이 무연고자의 시신이 화장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이혜리 기자 다수의 무연고 사망자에게 가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5년간의 무연고 사망자(2만609명) 10명 중 7명(73.1%·1만5069명)은 연고자가 시신 인수를 거부하거나 피해 무연고자로 분류됐다. 시신 인수 거부·기피는 장례를 포기했다는 의미다. 이유를 들여다보면 죽음까지 파고든 빈곤 현실을 만나게 된다. 무연고자 유족들의 시신위임 사유를 분석해온 나눔과나눔 박진옥 이사는 말한다. “위임서상의 사유를 보면 대개 가족관계 단절과 경제적 사정 두 가지로 나뉘어요. 그런데 유족을 만나 사연을 들어보면 단절보다는 경제적 문제가 큽니다. 많은 사람이 장례엔 돈이 안 들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2015년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평균 장례비용은 약 1300만원이다. 빈소를 차리지 않고 시신 안치·입관·염습·운구·화장만 한다 해도 대략 300만원은 필요하다. 고인이 오래 투병해 밀린 병원비까지 있다면,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처지에선 엄두 내기가 쉽지 않다. 이날 장례를 진행한 가 대표 역시 ‘장례빈곤’을 목격하고 장례봉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큰 상조회사에서 하면서 돈이 없어 발인을 못 해 발을 동동 구르는 걸 자주 봤어요. 한번은 이런 경우가 있었죠. 남편이 대학병원에서 두 번 수술했는데 실패했대요. 그런데 의사가 한 번만 더 수술하면 살 수 있다고 해서, 아내가 집을 팔았다고 해요. 아들 둘이 있는데 장애인이고요. 병원비랑 시신 처리비용이 1000만원이 넘게 나왔어요. 장례지도사들끼리 돈을 모으고, 장례업체와 흥정을 해서 겨우 고인을 모셨죠.” ■“제가 형의 시신을 포기했습니다” 공영장례를 치르는 이들은 때로 장례 현장에서 유족을 만난다. 아직 공영장례가 널리 알려지지 않은 탓에 대개는 “화장하는 것이라도 보려고” 화장장을 찾은 가족들이다. 3년 전, 서울에 살던 60대 초반 남성의 공영장례가 치러졌을 때다. 자신을 고인의 막냇동생이라고 밝힌 이가 장례에 찾아와 서럽게 울며 말했다고 한다. “제가 형의 시신을 포기하고 왔습니다.” 그가 나눔과나눔 활동가들에게 전한 사연은 이랬다. 막내가 열한 살 때 어머니를 잃은 네 형제는 찍부터 경제활동을 하며 각자 살았다. 막냇동생은 시각장애인인 아버지와 함께 지냈고 운수업으로 생계를 이어왔다. 세월이 흘러 아버지와 큰형이 사망했을 때 둘의 장례는 막냇동생이 치렀다. 그러나 둘째 형이 세상을 떴을 때는 그럴 수가 없었다. 코로나19로 감이 없어 생활고를 겪고 있었다. 사망자의 연고자가 장례를 포기하고 시신처리를 지자체에 위임한다는 내용의 위임서. 이유란에 ‘경제적 어려움’이라고 쓰여 있다. 시신 위임 현황과 이유 등을 분석해 온 나눔과나눔 박진옥 이사는 “장례를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는 빈곤”이라면서 “장례는 돈이 안 든다는 것은 실제와 다르다. 빈곤층에게는 엄두가 나지 않을 만큼의 돈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고 했다. 나눔과나눔 제공 활동가들이 접하는 무연고 사망자와 그 가족들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한국 현대사다. 유족들 사연의 공통점을 묻자 나눔과나눔의 김민석 사무국장이 답했다. “한국사회가 IMF를 잘 겪어냈다고 자부하잖아요. 저는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이런 이야기를 많이 접해요. IMF 때 실직해 무너졌다가 재기해보려 했지만 잘 안돼서 술에 의존하고, 가족과 멀어지게 되고, 고시원이나 쪽방, 여관에서 홀로 생활하다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요. 코로나19의 영향도 앞으로 10~20년은 모니터링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봐요.” IMF와 무연고 사망 간 관계는 통계로도 드러난다. 2015년에는 서울시 무연고 사망자 가운데 50대(386명·29.6%)가 가장 많았는데 지난해에는 60대(431명·35%)가 가장 많았다(나눔과나눔 ‘나이로 본 무연고 사망자 통계’). 무연고 사망이 가장 많은 연령대가 ‘늙어가고’ 있는 것이다. 박진옥 이사는 “IMF 때 30~40대였던 이들이 가장 많이 무연고 사망을 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거 아니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서 “우리가 이제까지 확인한 IMF의 충격은 부였고, 수면 아래에 있던 빙산이 이제야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무연고자 공영장례를 치르는 사람들의 모임 ‘나눔과나눔’ 활동가들이 지난 10월 30 서울 마포구의 사무실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서성 선임기자 무연고자 공영장례를 치르는 사람들의 모임 ‘나눔과나눔’ 활동가들이 지난 10월 30 서울 마포구의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마친 후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임예원 팀장, 김민석 사무국장, 박진옥 상임이사 / 서성 선임기자 ■공영장례가 돈벌이? 무연고 사망자는 장례를 치르지 않아도 되는 사람인가. 2010년대에 나눔과나눔이 공영장례 운동을 하며 사회에 던진 질문이었다. 이들의 질문에 많은 지자체가 ‘응답’했다. 2018년 서울시가 광역지자체 최초로 공영장례 조례를 만든 후 지금은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가 공영장례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인식 변화가 느리면 제도는 겉돌기도 한다. 지자체 지원금이 나오는 무연고 장례를 돈벌이로 활용하는 사례가 이를 보여준다. 가기환 부귀후원회 대표는 조례 제정 뒤 장례업체와 갈등을 겪은 얘기를 들려줬다. “예전에 조례도 없고 예산도 없었을 때는 저희가 장례식장을 쫓아다니면서 부탁했어요. 무연고 사망자들이 있으면 연락을 달라고, 저희가 장례를 치르겠다고요. 몇몇 장례식장은 ‘그래 봉사한다는데 도와줄게’ 했죠. 하지만 조례가 생기고 나서 장례식장들이 등을 돌렸어요. 자기들이 직접 하면 지원금이 나오니까요.” 무연고 사망자를 ‘돈’으로 보는 업자들이 제대로 된 장례를 치를 리 없었다. 모형음식을 올려 상을 차리거나, 장례가 끝난 빈소에 들어가 위패만 갈아 끼워 구청 제출용 사진을 찍는 도 있었다. 가 대표는 “장례식장과 갈등이 깊어지니까 실망하고 돌아간 봉사자들도 있었다”면서 “우리는 제물상과 제단을 다른 장례와 똑같이 마련하려 노력하고, 5시간에 걸쳐 유골 봉안까지 직접 마치지만 ‘쓸데없는 짓’이라고 대놓고 말하는 업체도 많다. 공영장례를 그저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기 때문”이라고 했다. 기자가 참석한 지난 10월 26의 공영장례 현장에서도 타 업체가 받아 가지 않은 유골함을 부귀후원회 봉사자들이 대신 봉안했다. 무연고 사망자 장례를 ‘장례지도사 실습용’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있었다. 부산반빈곤센터를 통해 공영장례 조문 운동을 하는 맹정은씨는 지난 8월 찾은 장례 현장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위패가 모셔져 있고 장례가 진행 중인 것 같은데, 학생들한테 ‘상 놔 봐, 젓가락 놔 봐, 어디에다가 놔야 해, 거기 놓으면 옛말에 XX라고 했어, 너 이거 어디에 놓는지 몰라?’ 이렇게 가르치고 계시더라고요. 공영장례 현장에서 예비 장례지도사 교육을 할 수는 있겠지만, 고인에 대한 예의를 이렇게 갖추지 않아도 되나요.” 학생들을 가르치던 장례지도사는 조문단에게 이런 말도 했다고 한다. “(사망자가) 치료비가 많이 나와서 유족이 (장례를) 포기했어요. 이분들 사실 못 와요.” 부산반빈곤센터의 ‘부산시민 공영장례 조문단 양성과정’을 수료한 시민들 / 부산반빈곤센터 제공 ■시민들의 조문 운동 돈벌이 수단으로 치부되는 부 공영장례 현장을 들여다보면,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공영장례를 장례답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부산반빈곤센터는 시민들의 ‘사회적 애도’에서 그 답을 찾았다. 지난해 5월부터 부산시민 공영장례 조문단을 꾸려 공영장례 조문 운동을 벌이는 이유다. 임기헌 활동가는 “올해의 경우 신청자 대다수가 기존 회원이나 인권 활동가들이 아니라 반 시민들이었다. ‘우리만 관심 있는 게 아니구나’ 싶어 놀랐다”고 했다. 아이 둘을 키우며 대학에 다니고 있는 이민영씨는 “인간이 태어나면 환대를 위한 각종 복지제도가 있는데, 반대로 죽음과 관련해선 왜 아무도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있던 차에 공영장례를 알게 됐다”면서 “알지 못했던 사람이지만, 우리 사회 공동체를 함께 살다간 분이니까 나의 이웃에게 인사드린다는 마음으로 조문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얼마 전 큰아들의 생에 무연고자 빈소를 함께 찾기도 했다. “와보니까 어떠냐고 물으니 아들이 ‘아무도 없어서 너무 안타까워’라고 하더라고요. 아들에게 이렇게 말 해줬어요. ‘(고인은) 우리가 원래 알던 분은 아니지만 우리랑 상관없는 분이 아니야. 우리와 함께 살다간 분이야. 앞으로 이렇게 홀로 돌아가시는 분들이 더 많아질 텐데, 우리가 이런 분들을 잘 보내드릴 수 있도록,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은 우리 몫이야’라고요.” 반빈곤센터는 고인을 제대로 추모하기 위해 가까웠던 지인을 수소문해 공영장례에 초대하기도 했다. “매달 찾아뵈면서 신뢰감이 쌓여서까. 고인은 조금씩 자신의 얘기를 들려주기 시작했습니다. 1980년대 초 사회운동하는 학생을 숨겨주었다가 고문당한 이야기, 그러면서 이혼을 하게 됐고 2명의 자녀와 연락이 끊긴 이야기…. 저에게 항상 좋은 말씀을 해주셨고, 본인 상황은 우울하지만 남 탓을 하지 않는 그런 분이셨습니다.” 호스피스 센터 간호사가 자신이 돌보던 노인의 공영장례에 참석해 발표했던 글 부다. 서울의 나눔과나눔 역시 사망자가 오래 머물던 고시원, 요양병원에 전화하거나, 직접 방문해 친밀한 지인들이 공영장례에 참석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공영장례 조문단으로 활동하는 이민영씨가 무연고자 공영장례 제물상에 올린 추모 엽서 / 반빈곤센터 제공 ■애도의 권리 공영장례를 치르는 사람들은 이런 질문을 종종 받는다. ‘장례 치를 돈으로 살아 있는 사람을 지원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공영장례는 ‘누구나 삶을 존엄하게 마무리할 권리’ 측면에서 보자면 고인을 위한 것이지만 활동가들은 그것만큼이나 고인 가족이나 친구, 동료들의 ‘애도할 권리’를 강조한다. 내 가족이, 혹은 가깝게 지낸 지인이 무연고 사망자로 ‘처리’돼 증발하듯 사라져버린다면 느끼게 될 심리적 충격을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빈소 없이 화장되던 과거보다는 나아졌지만, 공영장례가 애도의 공간으로 자리 잡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 공영장례식이 치러져도 시신을 포기한 가족들은 죄책감과 낙인 때문에 나오지 못하고, 친밀했던 지인들은 ‘법적 연고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장례 정조차 알기 어렵다. 박진옥 이사는 “한 해 5000명의 무연고 사망자에게 가족이 4명씩만 있다고 쳐도 2만명이고, 거기에 친밀했던 지인들까지 합하면 매해 수만명이 충분히 애도하지 못한 채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박탈된 애도’를 경험하고 있다”면서 “애도의 박탈을 막기 위해서는 모두에게 최소한의 장례 절차를 보장하는 보편적인 장례복지 제도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생전 친밀했던 이들이 장례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고인이 장례에 대한 유언을 남길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법적 보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아가 공영장례는 우리에게 누구나 존엄하다는 것을 깨우는 현장이기도 하다. 이유나 가족구성권연구소 공동대표는 “무연고자 장례는 빈소 없이 대충 치러도 된다는 생각엔 빈곤과 질병, 성 정체성, 관계 단절 등으로 차별받고 배제됐던 이들의 죽음은 ‘충분히 애도할 만하지 않다’는 평가가 들어 있는 것”이라면서 “장례와 애도 과정에서의 차별을 해소한다는 것은 이 사람의 삶에 대한 평가를 바꾸는 ”이라고 말했다. “저는 공영장례 조문을 다녀오면 사회가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껴요. 그리고 앞으로 더 좋아질 거라 믿고요. 공영장례에 오는 다른 분들도 그렇게 느끼실 거라 생각합니다. 장례는 죽은 사람이 아니라 산 사람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는 공간이라면, 그걸로도 의미는 충분하지 않을까요.” 공영장례 조문 운동에 참여하는 시민 이민영씨의 말이다.
표지 이야기
[편집실에서] 무너진 상들(2024. 10. 30 06:00)
2024. 10. 30 06:00 오피니언
홍진수 편집장 ‘상(日常)’이란 단어는 지루함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국어사전은 상을 ‘날마다 반복되는 생활’이라고 풀이합니다. ‘매 똑같이 굴러가는 하루’가 지겨워 ‘아파트 옥상에서 번지점프’와 ‘신도림역 안에서 스트립쇼’를 상상하는 노래(자우림 ‘탈’·1997)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상만큼 소중한 것이 또 없습니다. 하루하루 똑같은 삶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아무런 사고 없이 살아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니까요. ‘소소한 상에 감사하라’는 잠언이 많은 사람에게 공감받는 이유입니다. 상을 지키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살아가야만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상입니다. ‘평범하게, 남들처럼’ 사는 게 가장 어렵다고도 하죠. 이렇게 지켜온 상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흔들린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는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 내 상이 파괴됐을 때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다시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무너져내렸다면 평범한 개인이 감당할 수 있을까요. 주간경향 이번 호는 상이 무너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표지 이야기는 남북관계 경색으로 ‘골병이 든’ 접경 지역 마을을 다녀왔습니다. 한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과 마주 보는 인천 강화군 북단의 마을 당산리는 몇 달째 북한군의 확성기 소음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지난 7월부터 적게는 하루 20시간, 많게는 24시간 내내 소음을 견뎌야 합니다. 마을의 8개 지점에서 소음을 측정해보니 지하철보다 더 심한 수준이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소리가 크기만 한 게 아닙니다. 여자 비명, 늑대 울음소리, 칠판을 손톱으로 긁는 소리, 전투기가 추락하는 소리, 사이렌 소리 등이 번갈아 가며 들립니다. 수면 장애에 시달려 수면제를 먹는 주민도 있습니다. 두꺼운 유리로 창문을 교체하고 스티로폼을 덧대도 소용이 없습니다. 오는 10월 29 2주기를 맞는 ‘이태원 참사’의 유가족들은 아직 상으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작가와 활동가들이 이태원 참사를 애도하고 기억하고자 결성한 ‘10·29 이태원 참사 작가기록단’이 이들의 지난 2년간 이야기를 기록집 <참사는 골목에 머물지 않는다: 이태원 참사 가족들이 길 위에 새겨온 730의 이야기>로 냈습니다. 유가족 활동에 전면에 나섰던 부모들의 이야기부터 지역·해외에서 드러나지 못했던 유가족들의 심경, 트라우마, 참사 이후의 삶을 기록했습니다. 35년 만에 문 닫을 위기에 처한 방송사 TBS 구성원들의 목소리도 전합니다. 한국사회에서 실직은 곧 생존위기입니다. 보수진영은TBS의 위기가 ‘정치 편향성’ 때문이라 주장하는데 그렇다고 수백 명의 목숨줄을 끊는 것이 맞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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