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경향(총 9 건 검색)
- 건물주 “내가 장사할테니, 나가요”…그럼 내 권리금은?
- 2024. 03. 12 07:32 재테크
- - 건물주가 선택한 세입자라도 권리금 거래 보장하면 문제없어 - 법률상 건물주가 마음대로 세입자 선택하면 위법에 해당 - 건물주가 세입자 점포 인수해 장사하려 한다면 권리금 줘야 건물주가 구한 신규 세입자라도 기존 세입자는 권리금 거래를 요구할 법적 권리가 사라지지 않는다. 픽셀이미지 “이번 계약 기간이 끝나면 계약을 갱신하지 않고 권리금을 회수할 계획이었습니다. 문제는 제가 아닌 건물주가 자신의 지인을 신규 세입자라고 소개했다는 겁니다. 황당한 마음이 크지만, 권리금 회수에 차질이 생기는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신규 세입자 주선을 기존 세입자가 아닌 건물주가 직접 하는 사례가 등장하면서 마음고생 하는 세입자들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건물주의 이러한 행동이 세입자의 권리금 회수 기회의 방해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건물주가 신규 세입자를 데려온다… 권리금은? 11일 엄정숙 부동산 전문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는 유튜브 채널 ‘법도TV’를 통해 “상가 임대차에서 세입자가 권리금 회수를 하려면 신규 세입자를 직접 구해 건물주에게 주선해야 한다”며 “반면 세입자가 아닌 건물주가 마음대로 신규 세입자를 구한다면 기존 세입자의 권리금 회수 기회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하지만 건물주가 구한 신규 세입자라도 기존 세입자는 권리금 거래를 요구할 법적 권리가 사라지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권리금’이란 영업시설, 거래처, 신용, 영업상 노하우, 위치(바닥)에 따른 이점 등을 기준으로 비롯된 금전적 가치를 뜻한다. 세입자의 신규 세입자 주선은 법으로 정해진 강력한 권리다. 세입자가 직접 신규 세입자를 구해야만 동종업계 종사자를 구할 수 있고 그래야만 권리금 거래를 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세입자의 권리를 무시한 채 건물주가 마음대로 신규 세입자를 구해버린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 경우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하 상임법)상 위법에 해당할 수 있다. 상임법 제10조의4 제1항 제4호에는 ‘중대한 사유 없이 임대인(건물주)은 임차인(세입자)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와 임대차 계약의 체결을 거절하는 행위’는 세입자의 권리금 회수 방해라고 규정한다. 엄 변호사는 “건물주 마음대로 혹은 자신의 지인이라는 이유로 신규 세입자를 내세우는 건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며 “따라서 이 경우 세입자가 건물주의 권리금 회수 기회 방해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손해배상청구소송’이란 건물주 방해로 권리금 회수 기회를 놓쳤으니 상응하는 금액을 계산해 배상토록 제기하는 일명 ‘권리금반환소송’을 말한다. 권리금분쟁 전문 법률상담을 제공하는 법도 권리금소송센터의 ‘2024 권리금 통계’에 따르면 2015년 상임법 개정 이후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하기 위한 법률상담은 총 500건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건물주의 신규 세입자 주선이 법률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상임법상 건물주가 선택한 신규 세입자와 관련된 규정이 이를 뒷받침한다. 상임법 제10조의4 제2항 제3호에는 ‘임대인(건물주)이 선택한 신규 임차인이 임차인과 권리금 계약을 체결하고 그 권리금을 지급한 경우’ 권리금보호 위반이 아니라고 규정하고 있다. 엄 변호사는 “건물주가 마음대로 신규 세입자를 주선했거나 주선한 사람이 동종업계 종사자가 아니더라도 권리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기존 세입자에게 주거나 보상했다면 문제가 없다”며 “따라서 세입자는 건물주가 마음대로 신규 세입자를 구했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권리금 회수에 관한 주장을 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건물주가 직접 장사하겠다고 한다면? 한편 건물주가 마음대로 신규 세입자를 구한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직접 장사하겠다며 세입자의 점포를 직접 인수하려 한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가령 세입자가 운영하는 점포에 장사가 잘된다는 사실을 안 건물주가 본인이 직접 장사하려는 경우를 말한다. 실제로 세입자가 운영하던 점포를 건물주가 그대로 이어받아 장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엄 변호사는 “단순하게 본다면 건물주는 본인 소유의 건물이니 기존 세입자와 권리금 거래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며 “하지만 이 경우에도 세입자가 운영해 오던 시설과 상권을 인수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리 건물주라도 세입자에게 권리금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점포를 인수한 건물주가 추후 또 다른 신규 세입자에게 점포를 임차해줄 때는 건물주도 권리금 거래를 할 수 있다.
- 웰컴투코리아 ‘천하장사 샅바벨트’로 안전하게 모십니다
- 2023. 06. 20 15:29 레저/여행
- 문화체육관광부는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서 고덕역을 고가는 6300번 공항버스 내 안전띠에 씨름 샅바 매듭을 입혔다고 밝혔다. 씨름 선수들이 착용하는 ‘샅바’가 인천공항을 오가는 버스에 등장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서 고덕역을 오가는 6300번 공항버스 내 안전띠에 씨름 샅바 매듭을 입혔다고 밝혔다. 오는 28일까지 한시 운영되는 샅바 안전띠는 ‘K씨름 안전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단오절 겸 씨름의 날(22일)을 맞아 기획됐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서울 도심으로 향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기존 안전띠와 결합한 ‘샅바’ 디자인을 접하게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K씨름에 관한 관심을 유도한 것이다. 동시에 ‘안전한 K여행’의 의미까지 더했다. 문체부는 누구나 휴대전화 카메라로 씨름에 관해 소개하는 영상을 볼 수 있도록 공항버스 창가에 QR 코드가 삽입된 스티커도 부착했다. 프로젝트 취지를 알리는 ‘씨름 삽화(김정윤 작가 작품)’ 스티커도 부착했다. 이용객들은 스티커에 그려진 QR 코드를 통해 씨름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영상은 영어, 일본어, 중국어로 서비스된다. 문체부 측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된 K씨름 진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안전띠 마케팅 프로젝트를 통해 더욱 많은 방한 외국인에게 K씨름의 매력이 전달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 사극이 잘 어울리는 ‘착한 장사꾼’ 장혁
- 2015. 09. 25 17:01 연예
- 갓, 도포 그리고 한 손에 움켜쥔 부채까지. 이 모든 게 장혁보다 잘 어울리는 남자가 또 있을까. 조선판 ‘쩐의 전쟁’에 뛰어든 그의 남다른 각오를 들어봤다. 이미 ‘추노’, ‘뿌리 깊은 나무’, ‘빛나거나 미치거나’로 사극 연기에 두각을 드러냈던 장혁(39)이 다시 한번 사극으로 돌아왔다. KBS-2TV 수목드라마 ‘장사의 신-객주 2015’는 조선 후기 보부상들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린다. 1979년부터 4년간 서울신문에 연재됐던 소설 「객주」를 원작으로 하는 이 드라마의 중심 뼈대는 시장 권력에 핍박받는 보부상이 거상으로 성공하는 스토리다. 장혁은 주인공 천봉삼을 연기한다. “사극은 역사적 사실을 새로 가공할 여지가 있어서 참 재미있어요. 이 작품 자체가 돈에 관련돼 있다 보니 팍팍함이 느껴지는 장면들이 많은데, 이 안에서 재미있고 밝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가 바로 천봉삼인 것 같아요. 해학적 느낌을 잘 살리려고 노력 중입니다.” ‘천가객주’ 주인이었던 아버지를 여덟 살 때 여의고, 누이 천소례(박은혜 분)에게 버림받은 천봉삼. 하지만 굴하지 않고 보부상이 돼 객주를 다시 일으키려고 한다. 절대 편법을 쓰지 않고 성공을 향해 가는 모범 답안 같은 그의 인생 앞에 맹목적인 욕망으로 가득 찬 길소개(유오성 분)가 나타나고, 이내 둘은 경쟁 구도를 이룬다. “아무래도 돈을 두고 경쟁하면서 서로를 이겨야 하는 상황이니까 캐릭터들이 다소 진중하고 유연하지 못한 면이 있어요. 그래서 촬영 현장이 웃으면서 장난치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아요. 모든 배우가 절실하고 간절하게 연기를 하고 있어서 저도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게 돼요.” 천봉삼을 짝사랑하는 매월 역의 김민정은 “잠깐 같이 있어봐도 바르고 좋은 사람인 게 느껴진다. 자기 일을 하지만 전체를 아우르는 느낌이다”라고 동료 장혁을 평했다. 호평에 흐뭇해하면서도 주인공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다 보니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 작품이 시청자들에게 설득력 있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특히 주인공 역할이다 보니 다른 배우들과 합을 잘 맞추고 다 같이 얼싸안고 가야 하는 입장이에요. 부담이 있어서 그런지 현장에서 극도의 긴장감과 설렘이 동시에 느껴져요. 너무 극단적이어서 즐거운 정도로요(웃음).” 주인공 천봉삼의 성공 스토리는 ‘열심히 하면 된다’라는 메시지를 던져준다. 그런데 드라마가 던지는 화두가 과연 우리 사회에서, 특히 젊은이들에게 얼마나 통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천봉삼은 사람들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서가 아니라, 사람들에 의해 추대돼서 중심에 서게 돼요. 그가 설득력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면 중심에 설 수 없었을 거라고 봐요. 군대에 있으면서 ‘개그콘서트’를 재미있게 봤어요. 일단 웃기니까 보기 편하고, 어떤 게 나올까 기대가 됐죠. 이처럼 웃음을 주면서 그 안에 진중함을 담는다면 시청자에게 좀 더 푸근하게 다가가지 않을까, 생각해요.” 장혁의 어깨가 무겁다. 첫 대본 리딩 현장에서 김종선 PD가 장혁을 일으켜 세우며 “우리는 다 이 사람을 살려야 되는 의무가 있는 거다. 이 드라마는 천봉삼의 드라마다”라고 말했을 정도니 말이다. 직전에 방영됐던 ‘어셈블리’가 작품성을 인정받은 데 비해 낮은 시청률로 고전하며 막을 내린 상황. 후발 주자로 나선 ‘장사의 신’이 판도를 뒤집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글 / 노도현 기자 ■사진 / 김동연(프리랜서)>
- 상수동 ‘무명집’ 양진석 대표가 홍대 앞 장사를 꿈꾸는 이들에게
- 2015. 06. 01 16:53 화제
- 홍대 앞에서 손님으로 10년, 술집 주인으로 5년을 살았다. 하루가 멀게 간판이 바뀌는 이곳에서 5년을 버틴 건 대단한 일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치열하다는 홍대 상권. 무수히 많은 ‘잘되는 집’과 ‘안 되는 집’을 겪어온 그는 홍대 앞 소자본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다. 홍대 앞은 지난 십수 년 동안 한국에서 가장 크고 복잡한 상권을 형성하고 있는 곳이다.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북적이는 인파에 섞여 골목 구석구석 자리 잡은 상점들을 오가다 보면 ‘나도 홍대 앞에서 장사나 해볼까?’ 하고 마음에도 없는 생각이 고개를 들 정도다. 하물며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탐나는 자리다. 구직난에 허덕이는 청년들, 빡빡한 회사생활에서 탈출을 도모하는 직장인들, 노후를 준비하는 중장년층과 주부들까지 부푼 꿈을 안고 홍대 앞을 기웃거린다. 양진석(41) 대표도 그중 한 명이었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직장인으로, 글 쓰는 사람으로 살던 그는 지난 2010년 상수동에 막걸리 바 ‘무명집’을 열었다. 3년만 돼도 “대단하시네요”라는 인사가 오가는 이 바닥에서 같은 간판으로 5년 동안 장사를 했으니, 이만하면 훈수를 둘 만하다. 얼마 전엔 홍대 앞에서 성공한 골목 사장 9인의 이야기를 담은 「홍대 앞에서 장사합니다」를 펴냈다. 기대 가득한 표정으로 눈을 반짝이는 기자에게 ‘창업 성공자가 알려주는 유망 창업 직종’류의 조언이라면 애초에 포기하라고 웃으며 손을 내젓는다. 입지, 상권, 유동 인구, 객단가, 테이블 회전수…. 성공을 위한 공식은 이미 충분히 나와 있다. 중요한 건 그 안에서 ‘내 가게’를 찾아 ‘나다운 장사’를 하는 것이다. “지금이야 상수동과 합정동, 연남동까지 홍대 상권이 확장되며 유동 인구가 많아졌지만 5년 전만 하더라도 상수동은 해가 지면 흡사 읍내 같은 시골 분위기를 자아낼 정도로 한산한 곳이었어요. 홍대 전철역을 중심으로 한 서교동과 합정동은 이미 임대료가 부풀대로 부푼 상황이었고, 저는 저평가된 상권을 찾아다녔죠.” 물론 그 배경에는 넉넉지 못한 자금 사정이 있었다. 상수역사거리와 인근 동네를 서성대며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요일별, 시간대별로 분위기를 살피던 중 상수역 근처 2층 점포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1층을 얻고 싶었지만 2층보다 보증금이 두 배가 비쌌다. 그나마 건물주에게 읍소해 부족한 보증금을 감면받는 데 성공, 2층에 프리미엄 막걸리 전문점 ‘무명집’을 열게 된다. 그의 인생 중 ‘가장 결기와 에너지가 넘쳤고, 동시에 가장 겁 많은 어린애 같았던 시기’였단다. “상수역사거리 인근 2층에 점포를 얻었다고 하니 뭘 믿고 그런 데 가게를 차렸냐고들 하더라고요. 물론 자금 사정도 있었지만 고즈넉한 동네 풍경이 마음에 들었어요. 20대 위주의 소비 편향에 소란스러운 길목은 피하고 싶었거든요. 인테리어도 직접 했어요. 소위 ‘생계형 인테리어’라고 하죠(웃음). 전문성이나 완성도는 떨어질지 모르겠지만 덕분에 구석구석 제 손때가 묻은 곳이라 더 애착이 가요.” 홍대 앞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은 누굴까? 자영업자? 아니다. 건물주와 부동산중개업자 그리고 인테리어업자들이다. 장사가 잘되면 임대료가 올라 쫓겨나고 안 되면 못 버티고 나갈 수밖에 없다. 비워진 자리엔 어김없이 더 세련되고 화려한 인테리어로 무장한 새 가게가 들어온다. 그런 가게들에 비하면 ‘무명집’의 인테리어는 소박하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 댁에서 봤을 법한 자개상 테이블은 양 대표가 동네를 돌아다니다 구한 것이고, 영화를 좋아해 한쪽 벽면은 영화 포스터들로 빼곡하게 채웠다. 종종 가게를 찾는 영화감독들은 자리에 앉자마자 어김없이 자신의 작품을 찾는단다. 트렌디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편안하면서 독특한 분위기가 주인을 꼭 닮았다. ‘무명집’만의 분위기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장소, 직접 꾸민 인테리어가 성공의 필수 조건은 아니다. 하지만 주인의 개성과 스토리가 묻어나는 가게는 곧 그곳의 정체성이 된다. “주위에 홍대 앞에서 살아남은 사장님들의 공통점이 있어요. 바로 ‘나다운 장사’를 한다는 거예요. 자신의 취향을 가게의 브랜드로 만들고 알바생 대신 정직원과 일하는 등 자신만의 방식으로 가게를 운영합니다. 돈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게 가장 중요한 건 아니라는 거죠. 장사를 시작하기 전 꼭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이 ‘이 장사로 나는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입니다. 장사를 잘할 수 있을지, 돈을 잘 벌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만큼 중요해요. 장사는 앞으로 평생을 몸담을 직업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이 점을 간과했다가는 잘못 들어선 길인 줄 알면서도 되돌릴 수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계속할 수도 있습니다. 일상으로서 이 장사가 보람되고 즐거울 수 있을지 반드시 생각해봐야 해요.” 장사는 장사고, 낭만은 낭만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동네인 홍대 앞은 그 뜨거움만큼이나 몸살을 앓고 있다. 상권이 팽창하며 주택가 골목골목까지 상업 공간이 침투하고 영업이 부진한 가게는 쉴 새 없이 간판을 바꿔 단다. 야심 차게 돈을 쏟아 부어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해놓아도 “동네 분위기랑 어울리지 않는데?”라며 외면당하는 일도 많다. 저마다 개성이 넘치니 웬만해선 경쟁력을 얻기 힘들다. 창업을 위해 홍대로 모여드는 사람들 중에는 유독 작고 낭만적인 가게를 꿈꾸는 사람들이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낭만에 젖은 채 장사를 시작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장사는 장사고, 낭만은 낭만이더라.’ 홍대 앞 장사에 대해 환상에 취해 있는 이들에게 양 대표가 해주는 말이다. 장사할 때는 야무지게 하고 낭만은 가게 밖에서 즐기라는 것이다. “보통은 업종이나 아이템을 정하고 거기에 맞는 목 좋은 가게를 보러 다니는 식으로 창업을 합니다. 하지만 반드시 그 순서를 따를 필요는 없어요. 본인이 꿈꾸던 업종에 대한 맹신이 합리적인 일 처리를 방해할 수도 있거든요.” 좋은 점포를 발견하고 거기에 억지로 자기 아이템을 끼워 맞추다 보면 분명한 약점이 눈에 띄는데도 괜찮을 거라고 스스로 최면을 걸게 된다. 그래서는 곤란하다. 업종을 탄력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 시작하기 전 관련 업종을 직접 경험해보는 것도 중요하다. “술장사를 하고 싶으면 술집에서 일해보는 게 최고로 유익합니다. 6개월 정도, 짧아도 3개월 정도는 관련 업종을 경험해보고 시작하는 것이 좋아요.” 일이야 진지하게 임하면 보름에서 한 달이면 익숙해질 수 있다. 나머지는 경영 전반의 노하우를 익히고 우발적인 사건·사고를 겪어보는 시간이다.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정말 이 장사가 나에게 맞는지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다. 실제로 경험을 쌓을 겸 양 대표를 찾아와 일을 시작한 창업 준비자 몇 명은 술장사의 ‘실상’을 몸소 체험하고 마음을 고쳐먹기도 했다. “술장사는 맞지 않는다며 밥장사로 업종을 변경한 분도, 밤낮이 바뀐 생활이 본인에게 맞지 않다는 걸 깨달은 분도 계세요. 나름 아주 유용한 경험을 한 셈이죠. 책이나 상담만으로는 알 수 없어요. 물리적인 시간 투자가 필요해요.” 부정적인 얘기로 시작 전부터 기운을 뺄 의도는 없다. 하지만 만반의 준비 없이 장사에 뛰어드는 건 그만큼 위험한 일이라는 걸, 먼저 겪어본 사람으로서 꼭 말해주고 싶다. 홍대 앞 장사뿐만 아니라 창업을 준비하는 모든 예비 사장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다. “마치 결혼한 친구가 미혼자에게 ‘넌 결혼하지 말고 혼자 살아!’라며 섣부르게 참견하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요?(웃음) 결혼도 창업도 백이면 백 모두 다르게 나타나고 이뤄져요. 하지만 위험 요소와 기회 손실을 꼼꼼하게 따져보고 시작해야 한다는 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겉모습보다는 실속을, 떳떳하게 보람을 느낄 수 있는 ‘나만의 것’을 찾으세요. 장사는 내 인생뿐 아니라 가족의 생계와 행복을 책임지는 중요한 일이잖아요.” 예비 창업자들을 위한 양진석 대표의 조언 1 창업 관련 실용서는 참고용으로 삼아라. 유명 창업 컨설턴트가 소개하는 유망 직종은 광고일 가능성이 높다. 마음을 열고 겸손하게 받아들이되 비판적 시각과 또렷한 자기 주관을 견지하라. 2 가장 실질적인 조언은 관심 있는 상권의 사장님으로부터 나온다. 용기를 내 자문을 구하라. 3 창업 준비 기간은 적어도 6개월 이상으로 충분히 가져라. 4 사장은 곧 가게의 브랜드이며, 스토리텔링은 무형의 인테리어다. 공감과 호감을 유발하는 ‘가게의 사연’을 궁리하라. 5 장사는 규모가 아니고 효율이다. 작게 감당할 수 있을 만큼으로 시작하라. 6 대출이 필요하다면 인터넷에서 묻지 말고 당장 나가 사람을 만나라. 소상공인 지원센터나 은행 창구를 방문하자.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안지영>
- [BOOK]한국형 장사의 신 外
- 2014. 05. 12 16:02 문화/생활
- Hot 한국형 장사의 신 일본 요식업계의 전설 우노 다카시가 쓴 「장사의 신」을 한국판으로 만든다면 누가 쓸 수 있을까, 했는데 우리에겐 맛 컨설턴트 김유진이 있었다. 21년째 음식 관련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맛있는 음식은 어떻게든 먹고야 마는 그가 작정하고 한국형 장사, 대박 식당의 성공 전략을 파헤쳤다. 맛에 대한 깊이 있는 식견뿐만 아니라 원가 계산, 마케팅 노하우 등 경영 전반을 아우르는 지식도 대단하지만, 무엇보다 요즘 ‘잘나가는’ 식당들에 대한 다채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더욱 흥미롭다. 저자가 음식 맛 평가를 할 때만큼이나 차진 표현과 위트도 책을 읽는 재미에 한몫한다. 김유진 / 쌤앤파커스 내 인생 첫 번째 클래식 건반 위에서 격정적인 교감을 나누는 드라마 속 주인공들의 연주 장면을 보면서 ‘왜 작가가 저 곡을 골랐을까’ 의문이 들었다면, 지금이라도 클래식 입문이 늦지 않았다. 바흐, 드뷔시, 쇼팽, 리스트 등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대가 16명의 인생과 음악 이야기, 알기 쉽게 요약한 클래식 역사, 클래식으로 유명한 영화 12편 등의 내용을 그림과 함께 담아내 부담 없이 클래식과 친해질 수 있도록 했다. 글·그림 강모림 / 컬처그라퍼 한국 춤이 알고 싶다 춤꾼을 주인공으로 해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오디션 프로그램의 두 번째 시즌이 6월에 다시 안방극장을 찾는다. 이즈음 발간돼 주목을 받는 이 책은 무대 위 박제된 무용수가 아니라 춤꾼들의 실제 모습을 생생히 담은 의미 있다. 살풀이춤, 승무, 장구춤 등 대표적인 한국무용의 의상과 소도구 등에 대한 소개와 더불어 시대의 무용가라 불리는 이들의 인터뷰 등 한국무용 발전에 보탬이 될 기록서로도 손색이 없다. 유인화 / 동아시아 종가를 지켜온 종부의 손맛 KBS-2TV ‘생방송 오늘’의 ‘종부의 손맛’은 1년간 각 지역을 대표하는 종갓집의 내림 음식을 선보여 인기를 모았던 코너다. 보드라운 보리순이 발산하는 봄 향을 물씬 느낄 수 있는 한양조씨 양절종가의 보리순 홍어애국, 원주변씨 간재종가의 두릅 콩가루찜, 반남박씨 서계종가의 쇠고기 애호박찜 등 제철 식재료를 활용해 정성껏 차려내는 종부들의 솜씨를 배우고 싶다는 시청자의 요청이 책 발간의 계기가 됐다고. 이윤희 / 오픈하우스 우리 집 정리 플래너 1년에 한 번 정리 의욕이 불끈 솟는 계절이 왔다. ‘봄 대청소’를 실천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 시간 관리법, 잡동사니 정리법으로부터 시작해 옷장, 부엌, 화장실, 냉장고에 이르기까지 집 안 모든 공간을 정리하는 요령을 52주에 걸쳐 제안하는 이 책의 프로젝트를 따라보자. 1년에 한 번 사용할 물건에 지나치게 후한 보관료를 지급하고 있지는 않은가? 적게 소유하고 풍요롭게 생활하는 법, 그리 어렵지 않다. 제니퍼 베리 / 나무발전소 쉼표, 순천 보성 ‘일상에 쉼표가 필요한 여행자를 위한 맞춤 여행서’라는 취지로 출간되고 있는 국내 여행 시리즈 중 순천 보성 편.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순천만과 녹차밭 그 이상의 순천과 보성 구석구석을 재조명했다. 이 책이 추천하는 봄 여행지는 ‘꽃절’이라 불리는 선암사에서 매화 향기에 취하고, 벌교 시내를 돌며 문학 기행을 해보는 것. 실제 여행에 유용한 정보 위주로 구성해 여행자의 동선을 배려한 코스 추천이 눈에 띈다. 이환길 / 퍼블리싱 컴퍼니 클 교육&육아 외동아이 키울 때 꼭 알아야 할 것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이미 한 자녀 가정의 비율은 2007년에 50%를 넘어섰다고 한다. 외동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갖는 공통된 고민이 있다. 독선적이거나 나약하게 자라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다양한 자녀 양육 고민에 관한 저서를 써온 저자는 외동아이라서 가지고 있는 장점을 살리고, 형제가 없어서 발생하는 몇 가지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안한다. 모로토미 요시히코 / 나무생각 선생님과 함께 떠나는 문학 답사 1 전국 각지에서 근무하는 토박이 교사 40명이 의기투합해 각자 자신의 지역 문학 답사를 기획하고, 학생들과 답사를 거친 뒤에 완성한 생생한 답사 안내기다. 총 2권으로 구성됐으며 1권은 서울, 경기, 강원, 대전, 충청권을, 2권은 광주, 전라, 제주, 부산, 울산, 대구, 경상권을 담았다. 각 코스는 하루로 구성해 부담을 줄였고, 해당 장소가 등장하는 문학 작품이나 작가의 이야기를 함께 실었다. 국어 교사 20명 / 창비 초등 입학 전 학습놀이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힘든 부모들이 많은 양의 장난감과 교구, 교재 구입에 열을 올리곤 한다. 하지만 이런 화려한 교구에 길들여진 아이는 정작 그것이 없으면 집중하기 힘들다고. 현직 초등학교 교사인 저자는 한글을 읽고 쓰기 시작하고 수의 개념을 깨우치기 시작하는 3~7세 아이들이 부모와 교감을 느낄 수 있는 학습놀이에 주목했다. 학교에서, 집에서 아이들과 진행했던 놀이 90가지를 한 권에 담았다. 김수현 / 청림라이프 우리가 공부를 결심해야 하는 이유 명문대 입학생들의 ‘성공기’를 다룬 책은 많다. 이 책을 소개하는 이유는 공부의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이며, 그 과정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공부 동기’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명문대에 진학한 학생 100인을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하고, 어떤 이유로 공부를 시작하게 됐는지 각자의 사연을 들어보았다. 또 그 공부 동기를 유형별로 분석해 그에 걸맞은 공부 방법을 제시한다. 양현 외 / 예담프렌드 행복한 ㄱㄴㄷ 지난달 「레이디경향」에 실린 우리 아이 첫 한글 교육 기사에 대한 독자들의 호응에 탄력받아 추천하는 그림책이다. ㄱ을 가위, 고구마 등의 단어가 아니라 ‘괜찮니?’, ‘고마워’ 등 각 상황에 맞는 따뜻한 말 한마디로 익히도록 했다. 한창 말을 배우기 시작하는 아이들이 보다 행복하게 글을 읽는 즐거움을 익힐 수 있는 첫 단추가 될 만하다. 주인공 아이와 교감을 나누는 동물 친구들의 그림도 사랑스럽다. 글·그림 최숙희 / 웅진주니어 Hot 내일은 바게트 프랑스의 낭만부터 떠올리게 되는 바게트. 겉은 딱딱하지만 속은 솜사탕처럼 부드러운 이 기다란 빵은 소녀 가장 미나의 성정과도 꼭 닮았다. 장편 동화 「열세 번째 아이」로 문학동네 어린이문학상을 수상한 이은용 작가의 첫 청소년 소설로 주인공 미나는 불우한 환경에서 좌충우돌 시련을 겪으면서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믿음직한 소녀다. “아저씨의 말대로라면 나는 지금 숙성 과정을 거치는 중인지도 모른다. 성인이 돼 사회에 나가기 전에 천천히 저온 숙성 중인 반죽”이라는 구절이 청소년기를 언제 지났는지도 모를 이들에게도 와 닿을 듯하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읽을 만한 깊이 있고 따뜻한 성장소설이다. 이은용 / 문학과지성사 <■담당 / 장회정 기자>
- 씨름에 푹 빠진 이방인, 커티스 존슨의 천하장사 도전기
- 2013. 12. 02 15:39 화제
- 한국 전통 기예, 씨름은 힘과 기술의 조화로 승부를 결정짓는 운동이다. 무조건 힘의 논리로 승자를 정하는 스모보다 스포츠 정신이나 과학적 요소가 더 깃들어 있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자국내 인기, 세계적인 인지도 모든 면에서 스모보다 뒤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씨름의 매력에 푹 빠져 한국을 찾은 미국인 커티스 존슨의 존재는 큰 힘이 된다. 씨름의 세계화, 그로부터 시작될지도 모를 일이다. 지난 11월 초, 국내 대회 참가를 앞두고 인천 인하대학교에서 맹훈련 중인 그를 만났다. 233cm! 충남 서산에서 열리는 ‘천하장사 씨름 대축제’에 참가하기 위해 미국에서 온 커티스 존슨의 신장이다. 기자의 생애에서 가장 큰 사람을 만났다. 그를 만나 인터뷰하는 것도 미션이었지만 개인적인 또 다른 미션은 나란히 사진을 찍어보는 것이었다. 큰 것에 대한 잠재적 동경일까? 마치 최홍만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싶은 심리와 같을 것이다. 게다가 그는 최홍만보다 더 크다! 괜히 군침을 삼키며 커티스 존슨과 일대일 인터뷰를 시작했다. 키가 얼마나 되나요? 발 사이즈는요? 키는 233cm, 발 사이즈는 400mm입니다. 혹시 최홍만 선수라고 아세요? 아! 격투기 선수지요? 인터넷을 통해 경기하는 걸 봤습니다. 엄청나게 크고 빨간색 머리가 인상적이었죠. 본인이 16cm나 더 큰 거 아세요? 정말이요? 몰랐어요. 제가 정말 크긴 크군요(웃음). 몇 번째 한국 방문인가요? 2011년과 2012년 뉴욕 천하장사 대회 우승으로 한국을 방문했고, 이번이 세 번째 방문입니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천하장사 씨름대회’에 출전하기 위해서 왔어요. 그동안 한국에서 이룬 성적은 어느 정도인가요? 예선 통과도 못했습니다. ‘천하장사 씨름대회’에 참가했다는 의의만을 갖고 돌아갔죠. 그렇지만 이번에는 달라요. 미국에서 틈틈이 연습도 했고 올해는 상위권 진입이 목표입니다. 미국에서는 어떻게 연습을 해왔나요? 모래판이 없을 텐데. 미국 코치가 있어요. 1주일에 2, 3일씩 미국에 계신 코치에게 훈련을 받았죠. 주말이나 일을 마치는 저녁 때 시간을 내서 했지요. 모래판은 없지만 매트가 깔린 도장이나 공원 잔디밭에서도 연습했습니다. 또 한국에서 열린 씨름대회 동영상을 찾아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됐어요. 본업은 무엇인가요? 뉴욕 맨해튼 록펠러센터에 있는 영국계 은행 바클레이스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하고 있어요. 대회 일정이 꽤 긴 걸로 아는데 휴가를 낼 수 있었나요? 1년 치 휴가를 전부 모으면 3주간의 휴가를 가질 수 있어요. 이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 하루도 쉬지 않고 일만 했답니다(웃음). 한국 첫 방문 때에 비하면 그의 실력이 일취월장했다는 사실은 주변 씨름 관계자들도 인정한다. 신체적으로도 유리할 뿐만 아니라 기본기도 많이 늘었다는 평가다. 그는 이번 ‘천하장사 씨름 대축제’에서 세계 특별장사 씨름대회, 세계 씨름 친선 교류전 그리고 천하장사 결정전에 출전한다. 외국인 선수로는 미국인인 그뿐만 아니라 스페인, 몽골, 러시아 등 씨름과 유사한 전통 기예가 있는 나라의 프로 선수 50여 명이 참가한다. 씨름이라고는 전무한 나라에 살고 있고, 게다가 아마추어인 그가 겨루기에는 외국 프로 선수들도 만만치 않은 상대다. 대회를 앞두고 준비하고 있는 나만의 필살기가 있을까요? 말할 수 없어요. 비밀입니다(웃음). 농담이고요. 제 장점인 큰 체구를 이용해서 상대방을 밀어 넘어뜨리는 전법을 주로 연습했습니다. 현재 컨디션도 매우 좋은 편이에요. 샅바를 매는 건 꽤 어려운 일인데요. 혼자 맬 수 있나요? 아직은 불가능해요. 미국에는 샅바가 없어요. 한국에는 당연히 있을 줄 알았는데 다 짧아서 제게 맞는 게 없었어요. 급하게 특별 제작한 것을 가져와서 연습하고 있어요. 원래 운동선수 출신이지요? 2003년도 대학농구 우승 팀인 세인트존스대학교 소속으로 농구를 했어요. 포지션은 당연히 센터였죠. NBA의 하부 리그인 ABA에 진출했다가 발목을 다치는 바람에 운동을 그만두고 수술하고 재활치료를 했어요. 그리고 중국 리그로 스카우트됐다가 다시 발목에 문제가 생겨 쉬고 있던 중에 씨름을 접하게 된 거예요. 유독 씨름에 빠지게 된 이유가 뭘까요? 운동은 늘 부상 위험이 뒤따르게 마련지만 모래 위에서 하는 씨름은 소프트하잖아요. 위험도가 적어서 일단 마음에 들었고요. 제 큰 체구를 이용해서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는 운동이라 더욱 좋아하게 됐어요. 가족에게 한국에 가겠다고 하니 뭐라고 하시던가요? 저희 집은 할아버지 때부터 버지니아 주 노퍽이라는 곳에서 농사를 지었어요. 현재는 큰 규모로 돼지 농장도 하고 있죠. 시골 소년인 제가 뉴욕에 처음 온 건 대학교에 입학하면서였죠. 그 정도로 시골이니 부모님들은 한국에 대해서 잘 모르세요. 어머니는 처음에 “왜 굳이 지구 반대편 나라까지 가려 하니?”라며 놀라셨어요. 아버지는 “남자라면 하고 싶은 일은 해야지! 그래! 가서 상금 타와라”라고 말씀하셨죠. 아마 미국에서 응원하고 계실 거예요. 씨름을 좋아해서일까? 덩치 큰 이방인인 커티스 존슨에게 이질감을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기자보다 두 살이 어리니, 귀여운 남동생처럼 느껴진다. 본인에게는 모든 것이 낯선 환경이지만 말 한마디마다 사람들을 웃기려는 개그 본능은 숨길 수 없었다. 사실 미국식 유머라 잘 와 닿진 않았지만 그의 해맑은 표정만으로도 절로 웃음이 났다. 한국 음식도 가리지 않고 잘 먹어 인터뷰 전날 저녁에는 삼겹살을 먹으며 파무침을 세 번이나 추가해 먹었다는 후문이다. 159cm 신장의 본지 기자와 함께. 한국의 느낌은 어떤가요? 전 한국이 좋아요. 제일 좋은 것은 씨름이고요. 한국 사람들은 친절해요. 또 음식도 정말 맛있어요. 3년째 오다 보니 순대, 매운탕을 비롯해 거의 모든 한국 음식을 먹어봤어요. 단, 개고기는 빼고 말이죠. 순대는 맛있었나요? 매운탕은 맵지 않았어요? 전 생고추도 잘 먹어요. 쏘가리 매운탕은 최고였어요! 순대에 함께 나오는 간도 맛있었어요. 하지만 동물의 발이나 내장은 잘 못 먹겠어요. 미혼으로 알고 있는데 한국 여성은 어떤가요? (박장대소를 한 다음) 잘 모르겠어요. 한국 여성들은 저를 보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것 같아요. 존슨씨가 잘생겨서 그럴 겁니다. (또 박장대소한다) 그렇겠죠? 미국에서도 종종 듣는 얘기입니다. 사실은 한국 모 기업에서 CF를 찍자는 연락을 받은 상태예요. 지금 관계자와 협의 중입니다. 커티스 존슨은 촬영 당일, 인하대학교 씨름부 학생과의 연습 경기에서 1승 2패로 석패했다. ‘씨름은 기술’이라는 말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살아볼 생각도 해봤나요? 지금 당장은 계획이 없고요. 미국에서 직장 잘리면 한국에 오겠습니다!(웃음) 씨름에 대해서는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요? 미국에서 주짓수(브라질 유술)를 가르치는 도장에서 씨름 훈련을 하곤 했는데요. 제가 씨름 연습하는 걸 보고 주짓수를 배우던 사람들이 “나도 배울 수 있냐?”라고 많이 물어왔어요. 그런 걸 봤을 때 씨름은 미국에서도 가능성 있는 스포츠라고 생각해요. 씨름의 인기는 일본의 스모보다 낮은 게 사실이지요? 저는 영원한 씨름맨입니다. 씨름은 스모보다 훨씬 재밌는 운동이에요. 기회가 된다면 미국인들에게 씨름에 대해 널리 알리고 싶어요. 그의 입에서 나온 ‘씨름맨’이라는 단어에서 새 희망이 꿈틀거리고 있음을 느낀다. 우리가 그간 무관심했던 씨름에 무한 애정을 쏟는 낯선 이의 눈빛을 보며 조금은 머쓱해진다. 그의 무모하지만 의미 있는 세 번의 도전은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이 참 많다. 인터뷰 후 씨름 대회에 참가한 커티스 존슨은 세계 특별장사 씨름대회 부문 3위를 차지했고 외국인 선수의 가능성을 보여준 점을 높이 평가받아 ‘기술왕상’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김영길, 김천기>
- [따뜻한 이웃들의 이야기]30년 노점 장사로 마련한 집, 이웃 위해 쾌척한 이복희 할머니
- 2013. 10. 11 21:42 화제
- 추석을 며칠 앞둔 경기도 안양 중앙시장. 이른 아침부터 손님과 상인들의 바쁜 발걸음이 오가는 이곳에는 이복희(69) 할머니의 ‘마르지 않는 옹달샘’이 있다. 바로 시장 한가운데 자리 잡은 할머니의 노점이다. 이곳에서 30년 가까이 장사를 해온 이복희 할머니는 얼마 전 4억5천만원 상당의 자신의 집을 안양시 인재육성장학재단에 기부했다. 그동안 시장에서 도라지와 더덕 등 나물을 팔아 번 할머니의 전 재산이다. 재단은 할머니의 집에서 나오는 월세로 한 부모나 조손가정 청소년들을 지원하기로 했다. 매년 약 2천만원의 ‘이복희 장학금’이 지급될 예정이다. 적지 않은 돈을, 그것도 오랜 세월 고생해 번 돈을 선뜻 내놓게 된 사연은 무엇일까? 할머니가 기부하기로 마음먹은 결정적인 계기는 돌아가신 친정어머니 때문이었다. “4년 반 정도 아픈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는데,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항상 남을 도우며 살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당신도 생전에 참 정이 많은 분이셨고요.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안양시청을 찾아갔죠. 애초에 오갈 곳 없는 홀몸 노인들을 위해 집을 내놓을 생각이었는데 뜻 깊은 곳에 쓰이게 돼 감사할 따름이에요.” 젊은 시절 남편과 헤어진 뒤 식당과 분식집, 리어카 행상, 노점 등의 장사를 해온 할머니는 하루하루 살아내기 힘든 세월을 겪어봤기에 누구보다 어려운 사람들의 마음을 잘 안다. “남을 도울 수 있어 도리어 내가 감사하다”라고 말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한때는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저세상에 가려고 했던 적도 있어요. 그때 제가 사람들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면 지금 이렇게 남을 도울 수도 없었을 거예요. 저는 지금 이 땅을 밟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요.” 할머니는 “주는 것이 곧 받는 것이다”라며 이야기를 꺼냈다. 옷 한 벌, 신발 한 켤레 제대로 사본 적이 없을 정도로 억척스럽게 돈을 모은 할머니는 1984년 안양 대림대학교 옆 후미진 곳에 집을 샀다. 꼬불꼬불한 골목이 이어지는 집이었다. 그때 집 뒤에 아파트를 짓고 있었는데 그곳에서 일하는 인부들이 아침이면 할머니 집 앞을 지나갔단다. 할머니는 매일 아침 그 소리를 듣고 일어나서 부지런히 일을 나갈 수 있었고, 그것이 고마워 인부들에게 커피도 주고 화장실을 쓰라고 아예 집 열쇠를 복사해줬다. 근 3년 동안 인부들은 할머니 집에서 목을 축이곤 했다. “신기하게 그 즈음부터 장사도 잘되고 형편도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어요. 세상에 버려지는 건 없구나, 나눈 만큼 돌아오는구나 싶었죠.” 할머니의 나눔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동안 노점에서 모은 돈으로 틈틈이 쌀을 사 주민센터에 기증하고 결손가정의 남매를 집으로 데리고 와 돌보기도 했다. 남에게 알리지 않고 조용히 해왔던 선행이 이번 일로 함께 알려지게 됐다. 하물려 방세도 못 낼 정도로 힘들게 살았던 자신도 지금 이렇게 베풀고 있는데 어느 누구라도 다른 사람과 나누며 살 수 있단다. “옹달샘의 물도 퍼내지 않으면 썩어요. 자꾸 퍼서 쓰면 다시 새 물이 솟아나요. 저에겐 이 노점이 옹달샘이에요. 살아 있는 동안 부지런히 퍼서 나누려고요. 이 나이에 이 정도로 건강하게 장사할 수 있으니 저는 더 욕심 부릴 게 없어요.” ◆‘미소 한 스푼’에서는 숨 가쁜 일상 속 비타민이 돼줄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모두가 앞만 보고 달려가는 세상, 잠시 주변을 돌아보며 쉬어가는 건 어떨까요. 지친 하루에 기분 좋은 미소를 부르는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입니다.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김영길>
- 따뜻한 이웃들의 이야기
- 거액의 몸값 뿌리치고 꿈꾸던 가수 데뷔한 ‘소년장사’ 백승일
- 2006. 12. 01 연예
- 천하장사 백승일이 1년간의 준비 끝에 세미 트로트곡 ‘나니까’를 들고 나타났다. 살인적인 다이어트로 무려 50kg을 감량한 백승일은 거액의 몸값을 제시하는 많은 국내외 러브콜을 뿌리치고 사각의 링 대신 가수의 길을 택했다. 샅바 대신 마이크를 잡은 천하장사 백승일의 꿈을 들어본다.하루하루가 새로운 천하장사 신인 가수 천하장사 3회, 백두장사 7회, 샅바 대신 마이크를 잡은 ‘신인 가수’ 백승일의 이력이다. 지난해 LG씨름단이 해체되면서 씨름판을 떠난 뒤 한동안 모습을 볼 수 없던 ‘소년장사’ 백승일이 남성적인 세미 트로트곡 ‘나니까’를 들고 나타났다. 큰 체구에 어울리지 않게 “긴장된다”는 백승일은 요즘 하루하루가 새롭다. 그에게 “씨름을 할 때와 지금 중 어느 것이 더 힘드냐?”고 묻자 그는 “연예인으로 첫발을 내딛은 지금이 훨씬 힘들다”고 말한다. “씨름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줄곧 해오던 일이라 익숙하잖아요. 전혀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죠. 사실 지금 이렇게 인터뷰하는 것도 낯설어요. 물론 선수 생활을 할 때도 인터뷰는 했지만 그땐 ‘열심히’란 단어만 붙이면 됐거든요. 지금은 말하기 전에 이런저런 생각을 해야 해서 힘들어요.” 가수로 전업하기 전, 백승일은 ‘제2의 최홍만’을 찾는 많은 국내외 에이전트로부터 많은 러브콜을 받았다. 한 번은 K-1 링에서 단 한 번 서는 조건으로 승패와 관계없이 1억원의 출전료를 제안받기도 했다. 거액의 몸값을 포기하고 그가 가수의 길을 택한 것은 어렸을 때부터 갖고 있던 꿈이기 때문이다. “사실 어려서부터 가수가 꿈이었어요. 앨범이 나오기까지 외롭고 힘든 시간도 있었는데, 막상 내 이름이 새겨진 앨범을 마주하니까 너무 행복해요. 이제 실수하지 않고 멋지게 첫 방송만 하면 좋겠어요.” 백승일은 모래판의 가수왕이라고 불릴 만큼 회식자리와 같은 모임에서 숨겨놓은 끼를 발산했다. 연예인들과도 친분이 두터운 그는 한창 씨름으로 전성기를 구가할 때 몇몇 연예기획사로부터 러브콜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정작 가수를 하겠다고 마음먹고 나서 잡은 마이크는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꿈은 꿈이고 현실은 현실이더라구요. 지금 생각해보면 동내 가수였죠. 이제야 제가 얼마나 철없이 가수가 되겠다고 덤볐는지 알 것 같아요. 씨름은 아무리 힘들어도 죽어라 열심히만 하면 결과물이 보였는데, 노래는 열심히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구요. 막상 정식 가수가 되려니까 전부 바꿔야 했어요. 하루 2시간씩 볼펜 무는 연습에, 복식 호흡까지 휘성, 빅마마를 가르치신 선생님에게 직접 노래도 배웠는데 너무 힘들었어요.”‘씨름’ ‘노래’보다 힘들었던 ‘다이어트’ 자기보다 더 큰 거인도 한 방에 쓰러트리며 모래판을 평정한 그가 연신 ‘너무’를 붙여가며 ‘힘들다’고 말하는 모습이 귀엽다. 지난 1년 동안 가장 힘들었던 점을 묻자 그는 다이어트를 꼽았다. 그는 가수로서 무대에 서기 위해 150kg 나가던 몸무게를 90kg대로 만들었다. 웬만한 성인 여성 한 명이 몸에서 빠져 나간 셈이다. “한창 운동할 때는 기본 삼겹살 7인분을 먹었어요. 저만 그런 게 아니라 씨름선수들은 보통 그렇게 먹어요. 그랬던 제가 먹는 걸 앞에 두고 바라보기만 하려니까 노래 연습하는 것보다 더 힘들더라구요. 특히 밤마다 먹을 게 머릿속에서 둥둥 떠다니는데 지옥도 그런 지옥이 없더라구요.” 백승일은 휴대폰번호까지 바꿔가며 외부와 연락을 끊고 다이어트를 한 끝에 살인적인 체중 감량에 성공했다. 그런데 세련된 모습으로 변신한 아들을 보는 어머니의 마음은 안쓰럽기만 하다. 고향 순천에서 백승일은 천하장사에 버금가는 스타다. 처음 천하장사에 올라 고향에 내려갔을 때 그는 36개의 플래카드가 걸려 있던 시내를 세 시간 동안 카퍼레이드했다. 어머니에게 백승일은 자랑스러운 아들이었다. 일약 순천의 영웅으로 불리던 아들이 어느 날 갑자기 가수가 되겠다고 했을 때, 어머니가 가장 반대했다고. “어머니가 가장 크게 반대하셨어요. 그래도 제가 계속 가수를 하겠다고 하니까 ‘그럼 노래 한 번 불러봐라’ 하시더라구요. 그러고 나서 허락하셨어요. 이제는 ‘연예인들 아픈 게 다 못 먹어서 그렇다’며 몸에 좋은 것, 특히 목에 좋은 음식들을 챙겨주실 만큼 가장 든든한 후원자예요. 어머니 정성 때문이라도 씨름판에서처럼 노래로도 1등을 하고 싶어요.” 많은 스포츠 스타가 은퇴 후 숨겨둔 끼를 방송가에서 펼치고 있다. 중에는 오랜 시간 팬들의 사랑을 받는 스타도 있고, 데뷔 초 반짝 주목을 끌다가 소리 없이 무대 뒤로 사라진 스타도 있다. 어렸을 때부터 꿈꿔온 가수가 되기 위해 거액의 몸값도 뿌리친 ‘소년장사’ 백승일. 그가 모래판에서 그랬던 것처럼 가요계에서도 천하장사로 우뚝 서기를 기대한다. ■ 글 / 김성욱 기자 ■ 사진 / 박형주
- 씨름판 떠나 일본 종합격투기 무대에 진출하는 천하장사 최홍만
- 2005. 01. 01 화제
- “다시 돌아와도 씨름은 안 합니다” 최홍만은 모래판을 대표하는 스타였다. 이기고 난 후에 보여주는 귀여운 ‘테크노’를 보기 위해 씨름판으로 향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팀 해체 후 씨름에 대한 ‘비참함’을 이기지 못하고 ‘K-1’ 무대에 진출하게 됐다. 많은 사람들의 우려를 뒤로한채… 씨름을 위해 최선, 돌아온 것은 ‘비참함’ “한동안 팀을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씨름판은 씨름 선수를 너무 비참하게 만들었어요. 그런 때에 K-1을 보았고, 그 매력에 반했습니다.” 지난 12월 16일, ‘테크로 골리앗’ 최홍만(24)이 씨름판을 떠나 일본 종합격투기 ‘K-1’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왜 천하장사 타이틀을 버리고 격투기 무대로 가는가란 물음에 “비참해서”라고 대답했다. 최홍만에게 씨름은 운동 이상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의 머릿속에는 씨름과 관계자들에 대한 아쉬움만이 남아 있다. 80년대부터 90년대 중반까지 씨름은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중 하나였다. 이만기라는 걸출한 씨름 스타를 시작으로 이봉걸, 강호동, 이준희 등을 배출하면서 씨름은 한동안 가장 각광받는 운동이었다. 설날이나 추석, 명절 때만 되면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은 TV 앞에 앉아서 모래판 위에서 벌어지는 기술에 넋을 놓기 일쑤였다. 샅바를 잡고 선수들이 일어서면 장내는 갑자기 조용해진다. 호각 소리와 함께 안다리 걸기, 호미 걸이, 배지기 등 화려한 기술이 모래판 위에서 벌어지면 환호성과 함께 여기저기서 구호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용호상박’이다. 눈깜짝할 새 선수 중 한 명이 모래판에 넘어지고, 장내는 환호하기 시작한다. 만일 체구가 작은 선수가 배지기로 큰 선수를 공중에서 한 바퀴 돌리기라도 할라치면 장내는 그대로 ‘난리’가 난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씨름의 인기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선수들의 체급이 높아지면서 스피드와 기술보다는 힘에 의한 승부가 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이만기가 이봉걸을 이기는 것이 불가능해졌다는 이야기다. 한동안 침체기를 걸으면서도 씨름은 명절 때 빼놓을 수 없는 인기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다 씨름판의 부흥기가 한 선수에 의해 찾아왔다. 2m 18cm의 거구에 160kg의 몸무게. 보기만 해도 ‘기가 질리는’ 거구로 상대 선수를 이기면 ‘테크노’를 춰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그가 바로 최홍만. 부산 동아대학교를 중퇴하고 LG 투자증권 프로씨름단에 입단하면서 그는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2003년 진안대회 우승을 시작으로 2003년 천하장사대회, 2004년 정월장사대회와 함양대회에서 우승을 했다. 프로 데뷔 2년 만에 최홍만은 씨름판의 신화가 되어갔다. 데뷔 후 79전 51승 28패의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씨름의 대표적인 선수가 됐다. TV 프로그램에도 가끔씩 나와 그의 깜찍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팬을 늘려나갔다. 씨름은 그의 영원한 천직이 되어야만 했다. 하지만 지난 12월 6일, 최홍만에게 벼락같은 소식이 들렸다. ‘팀의 해체’. 오직 씨름만을 위해 뛰었고, 팬들을 위해 춤을 추면서까지 침체된 씨름판을 살려놨는데, 그의 마음이 얼마나 허탈하고 답답했을까 짐작이 간다. “제가 태어나서 처음 시작한 것이 씨름입니다. 태권도야 어릴 때 잠깐 해본 운동이고. 팀 해체 이후 고민을 참 많이 했습니다. 팀 동료나 감독님에게는 미안하지만 저의 미래가 더 중요합니다. 씨름팬에게 죄송하구요. 더 열심히 할 테니 응원을 많이 해주세요.” K-1 진출에 따른 계약 조건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는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국보다 월등히 앞서고 있는 ‘스타 마케팅’에 대한 호감도 숨기지 않았다. 이번 게약에는 방송이나 CF 수입도 들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K-1 진출 이후 그에게 남겨진 숙제 최홍만이 일본 종합격투기 무대에 진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사람들은 우려의 소리를 높였다. 특히 씨름인들이 이구동성으로 그의 일본 무대 진출을 반대했다. 신생 팀 창단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부재는 창단 작업에 많은 어려움을 가져올 것이고, 또 씨름을 대표하는 선수가 격투기 무대에서 주저앉을 경우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는 걱정이었다. 네티즌들도 그의 진출에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씨름판의 스타를 비참하게 할 정도로 만든 협회와 씨름 관계자들의 무능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최홍만 자신도 사람들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는 “격투기 운동을 해본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아직 젊으니까 노력할 것입니다. 경기장에 가득 찬 관중들과 K-1 경기 장면을 보니까 너무 매력적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격투기 기본기는 1월부터 트레이너의 지도를 받아 차근차근 쌓아갈 것이라고 한다. 일본 K-1에서 활동중인 이면주씨(28)는 이날 그의 기자회견을 뒤에서 지켜봤다. 이면주씨는 최홍만이 일본 무대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홍만 선수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조건이 너무 좋아요. 하이 레벨의 기술을 연마하지 않아도 기본만 잘 배우면 통할 것 같습니다. 모두 최홍만 선수에게 달려 있어요. 가볍게 봤다가는 큰코를 다칩니다.” 최홍만과 비교되는 선수로 일본 스모 ‘요코즈나’(천하장사격) 출신의 아케보노가 있다. 최홍만의 데뷔 상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2m 3cm, 230kg의 ‘인간 항공모함’으로 불릴 만큼 거대한 선수지만, 데뷔 이후 아직까지 첫승을 따내지 못하고 있다. 승리에 대한 스트레스로 ‘원형 탈모증’이 생길 만큼 K-1 무대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최홍만은 이제 씨름판을 떠나 K-1 무대로 향했다. 그의 데뷔 전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잡혀 있지 않다. 그는 몇 개월 안에 치러질 데뷔전에 대비해 새로 몸을 만들어야 한다. 모래판에서 괴력으로 상대 선수를 눕히는 통쾌함이 격투기 무대에서도 통할 것인지는 좀더 두고봐야 할 것이다. 한국 씨름의 간판선수가 일본 무대에서도 성공하기를 바란다. 그에게 쏟아진 비판과 비난을 이겨내는 것은 이제 그의 몫이 됐다. 글 / 최영진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K-1이란? 카라테, 킥, 권법, 쿵푸, 태권도 등 ‘K’가 붙는 입식 격투기 고수들이 토너먼트로 세계 최강자를 결정하는 무규칙 입식 타격식 격투기다. 1993년 처음 시작해 1회 대회부터 80%를 넘는 KO승을 올려 날로 흥미와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현재 무사시, 레미 본야스키, 아케보노, 밥삽 등의 선수들이 강자로 꼽히고 있다. 일본 내에서는 시청률 20%를 오르내리며 축구와 함께 최고의 인기 스포츠로 자리잡았다. 결승전은 ‘도쿄돔’에서 열리는데 매년 5만 명 이상의 관중이 운집해 그 인기를 실감하게 한다.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