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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럼] 전공의들이 ‘반국가 세력?’
[메디칼럼] 전공의들이 ‘반국가 세력?’(2024. 12. 13 15:00)
2024. 12. 13 15:00 건강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전공의 등 젊은 의사들이 지난 12월 8일 서울 마로니에공원 앞에서 ‘의료계엄 규탄 및 의료개혁 철폐’를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2024년 12월 3일 밤, 잠자리에 들기 전 스마트폰을 들었다가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할 뉴스를 접했다.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바로 TV를 틀어 뉴스 채널을 돌려보니, 윤석열 대통령이 밤에 기습적으로 계엄령을 발포하는 장면이 반복해서 나오고 있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 저는 이 비상계엄을 통해 망국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자유대한민국을 재건하고 지켜낼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저는 지금까지 패악질을 일삼은 망국의 원흉 반국가 세력을 반드시 척결하겠습니다.” 구체적인 종북 반국가 세력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을 척결하기 위해 계엄령을 선포한다고 했다. 밤 11시가 지나자 계엄사령부에서 제1호 포고령이 발포됐다. 그중에는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라는 내용도 있었다. 윤 대통령이 말한 반국가 세력 중 하나는 확실해졌다.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 그중에서도 전공의들은 ‘패악질을 일삼은 반국가 세력’임이 틀림없었다. 사직한 뒤 개인병원에 취직해 있는 전공의 한 명에게서 카톡이 왔다. “계엄령이라는데 이게 뭘까요?” 나는 우선 안심시켜줬다. “걱정하지 마라. 48시간 이전에 윤석열이 먼저 끝장날 거다.” 계속해서 사람들과 통화하고 연락하면서 TV를 보다가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되는 것을 보고 나서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계엄은 이미 끝나 있었다. 그 이후 계엄령이 내려지게 된 전모가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아직 모든 것이 밝혀진 것은 아니나 대한민국 대통령 윤석열은 이미 음모론에 빠져 정상적인 판단이 되지 않는 상태인 것은 틀림이 없다고 알려졌다. 그가 대통령직에 있다는 그 자체로 국가는 이미 예측할 수 없는 위기 상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전시 등 국가 위기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44년 만에 비상계엄령을 내리는 사람이 이 나라의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이 너무도 참담했다. 이미 전공의들은 사직하고 개인병원 등에 취직해서 일하는 상황이고, 그 사직도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 때문에 사직서를 내고도 3개월 동안 받아들여지지 않다가 지난 6월 초에 정부가 스스로 명령을 철회하고 나서야 수리가 됐다는 사실을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모르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파업하고 있는 전공의를 계엄법에 의해 처단’하겠다는 이 포고령 제5조가 어떻게 쓰였는지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으나, 이 생각이 누구에게서 나왔는지는 알 것 같다. 2024년 12월 현재, 남아 있는 전공의들은 각 병원에서 수련을 받고 있으며, 2024년 2월까지 일하던 대다수 전공의는 지금 그 자리에 없다. 결코 파업 중이 아니고, 개인병원 등에 취직해 있든지, 의료계가 아닌 다른 직장을 구했든지, 또는 쉬고 있다. 이를 잘 모르는 시민들이 ‘현재 의료파업 중이다’라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데, 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 무지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놀랍다. 위헌적 규제 받는 전공의를 ‘악마’로 묘사 2024년 5월에 해외직구 금지를 검토한다는 뉴스에 민심이 흉흉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의사들은 이미 그런 식의 규제에 매우 익숙했다. 당시 인턴 의사들은 의대 졸업 후 의사 면허증을 취득하고 아직 병원 구경도 못 해봤는데 진료 유지명령 때문에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고도 병원에 무단결근하는 상태였다. 우리 병원의 전공의들은 매년 근로계약서를 갱신하는데도 불구하고, 사직서를 내고도 또 근로계약서도 없는 상태에서 진료 유지명령을 받고 다른 곳에 취직도 못 하고 마이너스통장으로 생활하고 있었다. 당시 여론도 이런 정부의 행태를 비판하기는커녕 전공의들을 환자를 버린 악마들로 묘사하기에 거리낌이 없었다. 그러다가 계엄령이 떨어지자 비로소 이 정권의 무도함을 국민도 느끼고 있다. 의사들은 군인, 판사, 검사, 교사와 같은 공무원이 아니며 의사의 양성과정에서 세금이 직접 들어가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진료 유지명령과 같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위협할 수 있는 위헌 소지가 있는 규제를 받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도 의사들을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쓸 수 있는 ‘장기판의 말’과 같은 존재로 생각하는 듯하다. 올해 들어 많은 대학병원 교수가 그만두었는데, 특히 우리 외과에서 가장 많은 응급수술을 하던 교수의 사직 이야기는 매우 분통이 터진다.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던 그 교수가 사직서를 제출한다는 소식을 언론이 전 한 뒤 한 기자가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에게 이에 관한 의견을 물었다. 박 차관은 “그만두는 그 교수라는 분은 정식 교수가 아니라서 의료공백에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방송에서 그 장면을 본 당사자는 당장 그만두어야겠다는 결심을 굳혔다고 했다. 우리 병원에서 가장 많은 응급수술을 하며 많은 생명을 구했던 그 교수는 그렇게 우리 병원을 떠났다. 정상적이지 않은 대통령과 그런 대통령에게만 충성한 정부가 만든 의대 증원 정책이 한국 의료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출구조차 아직 보이지 않는다. 성공한 쿠데타도 처벌받아야 할진 데, 친위쿠데타로 내란을 획책한 대통령을 가만히 둘 수 없다. 하물며 막말을 일삼고 대화할 수 없던 의협회장도 탄핵당했다.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정권이 교체된다고 한들, 갑자기 희망스러운 미래를 그릴 수는 없을 것이다. 이미 망가진 폐허 위에서 새로운 기초를 쌓아야 할 때다. 의대 정원이 늘어나야 한다면, 늘어나야 한다. 미용 또는 실손보험이 그렇게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올바른 정책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그런데 어떠한 정책을 시도하더라도 비상계엄을 선포하듯이 그렇게 하면 또다시 망할 수밖에는 없다.
메디칼럼
[애서가의 서재]전공의 범위를 넘어선 사회과학도서
[애서가의 서재]전공의 범위를 넘어선 사회과학도서(2012. 02. 14 17:31)
2012. 02. 14 17:31 문화/과학
ㆍ대학생 김바름씨 서울시립대 4학년을 휴학 중인 김바름씨(26)는 신사동에 산다. 강남 신사동이 아니라 은평구 신사동이다. 처음 은평구에 왔을 때 여기에도 신사동이 있는가 하고 의아했다. 신사동이라고 하면 누구든 강남구에 있는 신사동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강남에 있는 번쩍거리는 신사동은 아니지만 어쨌든 나는 ‘신사동 그 사람’을 만나러 추운 날씨에 은평구 신사동 주택가를 종종걸음으로 찾아갔다. ‘김바름’이라는 우리말 이름은 아버지가 지은 것이라고 한다. 바르게 살라는 뜻으로 그렇게 지으셨다는데 김바름씨 자신은 사실 굉장히 부담스럽다. 사회학을 공부하고 있는 그에게 ‘바르다’는 의미는 무척 복잡하고 무거운 주제다. 그런 이유 때문일까. 김바름씨의 작은 방을 채우는 책장에는 철학, 역사, 사회과학 책들로 가득하다. 학교 전공 때문에 구입한 것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보기에는 가지고 있는 책들이 무척 범위가 넓다. 조지 오웰과 미셸 우엘백의 소설,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들이 책상 위 벽에 붙여놓은 책장에 드문드문 보인다. 그 주변을 묵직한 사회과학 책들이 감싸고 있다. 책장에는 (김윤태), (빅토리아 D 알렉산더), (스티븐 사이드먼)같이 내게도 익숙한 책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사회학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즐거운 마음으로 읽어볼 만한 책들이다. 책장이 그리 크지 않아서인지 책장에 들어 있는 책보다 더 많아 보이는 책들이 책상 위에 쌓여 있다. 자주 읽을 만한 책들은 주로 이렇게 손을 뻗으면 금세 닿을 위치에 놓는다. 거기엔 강신주의 , 백승욱의 , 그리고 지그문트 바운만과 팀 메이가 함께 쓴 가 보인다.  책 좋아하는 공무원 아버지 덕에 김바름씨 집에는 책이 많았다. 물론 그가 읽을 만한 책은 많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책이 많은 환경에서 자랐음에도 책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책보다는 밖에 나가서 노는 걸 좋아하는 활동적인 아이였다. 그러다 학교에 흥미를 붙이지 못한 그는 중학교 2학년 때 스스로 자퇴를 결심한다. 부모님이 반대했지만 독학으로 중학교와 고등학교 졸업 검정고시를 통과한 김바름씨는 공부하러 가는 아버지를 따라 영국으로 떠났다. 열아홉 살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다음 그는 극심한 혼란기를 보냈다.  그를 기다리는 것은 대학입시와 군 입대 문제였다. 이때부터 마음을 다잡고 책을 읽었다. 처음엔 자기에게 모자란 것을 채우려고 자기개발서 읽기에 몰두했다. 그러다 그렇게 읽은 책들이 결국 주술적인 내용뿐이라고 느껴서 경제학 입문서를 찾아 읽었다. 책 속에 난 길을 따라 읽다가 마르크스까지 이르렀다. 거기에 흥미를 느끼고 대학 전공도 사회학을 선택했다. 지금 김바름씨는 강독 세미나에 열심히 나가고 있다. 마르크스의 이라고 하면 이미 1980년대 그 수명이 다 끝난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지금 다시 을 공부하거나 읽기 모임 하는 모습을 주변에서 자주 본다. 그는 3월부터 1년 동안 일정으로 계획하고 있는 동남아 일주 자전거 여행을 준비 중이다. 적은 나이도 아닌데 아직 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상태에서 떠나는 긴 여행이라 주변 사람들이 걱정하는 눈으로 본다.  그럴 때마다 그는 1판 서문 마지막에 마르크스가 옮겨 적은 의 한 구절을 생각한다. “Segui il tuo corso, e lascia dir le genti!(너의 길을 걸어라, 누가 뭐라 하든지!)”    윤성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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