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총 29 건 검색)
- [정태겸의 풍경] (77) 전남 강진 다산초당-고요한 숲속 다산의 거처(2024. 12. 11 06:00)
- 2024. 12. 11 06:00 문화/과학
- 바람은 차가웠지만, 숲 안쪽은 견딜 만했다. 나무 사이를 걸어 만덕산 기슭을 넘어가자 먼발치에 집 하나가 놓였다. 다산 정약용이 유배 생활을 보냈던 거처다. 그는 강진에서만 18년을 보냈는데, 그중 10년을 여기서 머물렀다. 긴 세월을 머물렀으니 남긴 것도 많다. <목민심서>, <경세유표>, <흠흠신서> 등 우리에게 낯익은 수많은 책이 이곳에서 태어났다. 무려 600여 권에 달하는 조선 후기 실학이 여기서 집대성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산초당에 오르면 눈여겨봐야 할 게 또 있다. 현판이다. 이 글씨는 추사 김정희의 친필을 집자해서 모각한 것이지만, 추사만의 기품이 오롯이 배어 있다. 이곳을 찾은 건 고요함에 머무르고 싶어서였다. 숲길 안쪽 깊숙한 이곳은 시끄러운 세상일에서 잠시 떠나 있기에 안성맞춤이다. 가만히 앉아 있자니 새소리만 가득하게 차올라온다. 바람이 불 때마다 사그락거리는 나무의 소리도 반가웠다. 집 주위를 가득 메운 자연이 주는 선물로도 충분히 좋았지만, 여기서 생을 보냈던 인물이 정약용이어서 더 좋았다. 그가 일생에 걸쳐 남기고자 했던 건 무엇이었을까. 다산의 그 뜻이 무겁게 다가오는 연말. 이 숲의 거처가 그 어느 곳보다 의미 있게 다가오는 오후였다.
- 정태겸의 풍경
- [정태겸의 풍경](72) 전남 진도 관매도 해송숲-섬에서 받은 숲의 선물(2024. 09. 11 06:00)
- 2024. 09. 11 06:00 문화/과학
-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배를 탄다. 거리로는 24㎞. 한 시간 반 정도, 바다를 가르며 유유히 나아가던 배가 관매도에 뱃머리를 이었다. 관매도는 진도의 관할 아래 독거도, 청승도, 신의도, 죽항도, 개의도, 슬도와 함께 독거군도를 이루는 섬이다. 오래전 선비 조씨가 귀양 가던 중 백사장을 따라 무성하게 핀 매화를 보고 관매도라 했다고 전한다. 그러나 이제는 매화가 보이지 않는다. 멸종한 것으로 추정할 따름이다. 대신 지금 이 섬의 주인공은 곰솔(해송)이다. 세찬 바닷바람을 막아선 소나무가 해안가를 따라 길게 늘어섰다. 수백 그루가 폭 200m로 2㎞에 걸쳐 이어진다. 면적만 9만9000㎡(약 3만평)에 달한다. 언젠가부터는 ‘백패킹’을 좋아하는 캠퍼들이 하나둘 관매도의 이 숲을 찾아오기 시작했다. 이유는 명확하다. 해보니 알 것 같다. 철썩이는 파도 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소나무 가지의 소리. 텐트를 치고 곁에 의자를 펼쳐 앉는 순간부터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이곳에 앉았을 뿐인데, 섬의 풍광 속으로 들어와 있다는 것만으로 위로를 받는 것만 같았다. 섬과 숲이 안겨준 이틀간의 선물이다.
- 정태겸의 풍경
- [정태겸의 풍경](71) 전남 담양 명옥헌-여름이 분홍빛으로 일렁이거든(2024. 08. 14 06:00)
- 2024. 08. 14 06:00 문화/과학
- 분홍빛 구름이 일렁인다. 백일 동안 꽃을 피운다는 배롱나무꽃. 뙤약볕에 한 걸음 내딛기도 힘든 여름날이었다. 전남 담양의 명옥헌 원림은 배롱나무꽃이 절정을 이루며 여름의 한가운데를 통과하고 있었다. 바람이 불면 나무 위에 걸린 구름이 흔들리고, 다시 바람이 일면 후드득 꽃비가 쏟아졌다. 연못 뒤 숲속 그늘에 얌전히 앉은 누각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더위도 썩 견딜 만했다. 원림은 정원을 의미한다. 명옥헌은 1625년, 명곡 오희도의 넷째 아들 오이정이 아버지를 기리며 지었다. 오희도는 당대의 인재 중 인재였다. 인조가 왕위에 오를 때 인재를 찾는 과정에서 그를 발견했고, 세 번이나 찾아와 당신의 사람이 돼주기를 청했다. 그러나 끝내 오희도는 거절의 뜻을 밝혔다. 연로한 어머니를 모셔야 한다는 이유였다. 인조가 찾아오던 그때도 그는 이 자리에 머물렀다고 전한다. 한국의 정원은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풍경이라 했던가. 이곳은 그 말의 의미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 사람의 손이 닿았지만, 그 뒤로는 오랫동안 자연의 숨결이 공간을 다듬어 왔다. 지형과 지물을 되도록 고스란히 살려 그 속에 녹아들었다. 풍요로운 남도의 대지, 그중에 담양을 골라 지은 정원. 온갖 욕망이 뒤얽힌 도시를 등지고 이곳에 앉아 있노라면, 한없이 평화로울 수 있을 것만 같은, 여름이다.
- 정태겸의 풍경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51) 전남 여수 해안-엎드려 있는 개펄도 맛있다는 서대(2024. 07. 24 06:00)
- 2024. 07. 24 06:00 문화/과학
- 전남 여수 바다에서 바닥에 숨어 있는 노랑각시서대를 포착했다. 이 서대는 황갈색 바탕에 흑갈색 가로띠가 예뻐서인지 ‘각시’라는 수식이 붙었다. 보기에는 예쁘지만 다른 서대에 비해 비리고 맛이 떨어져 인기 있는 품종은 아니다. 서대는 가자미목 서대아목에 속하는 박대, 참서대, 개서대, 용서대, 흑대기, 노랑각시서대 등을 통칭하는 이름이다. 모두 비슷하게 생긴 데다 지역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에 개인적으로는 통칭인 서대가 정감이 가고 편하다. 서대는 우리말로 ‘셔대’라고도 불렸다. 조선시대 동물백과전서인 <전어지>에는 혀를 닮았다 해서 ‘설어(舌魚)’,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장접(長鰈)’이라 했다. 정약전은 서대를 “몸은 좁고 길며 짙은 맛이 있다. 모양은 마치 가죽신 바닥과 비슷하다. 속명은 ‘혜대어’”라고 했다. 이를 근거로 볼 때 서대란 이름은 ‘설어(舌魚)’ 또는 ‘셔대’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서대의 영어명 역시 ‘텅피시(Tonguefish)’인 것도 머리는 둥글고 꼬리 쪽으로 갈수록 뾰족해지는 길쭉한 모양새가 혀를 닮았기 때문일 것이다. 서대는 넙치류나 가자미류와 달리 등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가 꼬리지느러미와 합쳐져 하나로 연결돼 있다. 서대류는 눈이 오른쪽으로 몰려 있는 것을 납서댓과, 눈이 왼쪽으로 몰려 있는 것을 참서댓과로 분류한다. 이들은 가자미, 넙치와 같은 저서성 어류로 바닥에 납작 엎드려 지낸다. 서대는 여수를 중심으로 한 남해안 중서부 지방과 충남 서천, 전북 군산 지방에서 명물로 꼽힌다. ‘서대가 엎드려 있는 개펄도 맛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래서 여수를 중심으로 한 전남 해안가를 방문하면 서대 요리는 꼭 맛을 봐야 하는 음식으로 꼽힌다.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
- [정태겸의 풍경](63)전남 구례 화엄사 홍매화-이토록 성마른 봄이라니(2024. 03. 20 06:00)
- 2024. 03. 20 06:00 문화/과학
- 남쪽에서 길을 달려오는데 꽃이 쑥 얼굴을 내밀었다. “아니 벌써?” 절로 튀어나오는 소리. 여느 해보다 1주 이상, 혹은 2주 가까이 빨라진 것 같았다. 3월이 훌쩍 넘어가야 보이던 꽃이 벌써. 전남 구례쯤 왔을 때 혹시나 해서 검색창을 열었다. 역시나. 화엄사 홍매화가 꽃잎을 열었다는 소식이 올라와 있었다. 남쪽 섬에 머문 게 고작 일주일인데, 그사이 봄이 이만큼이나 서둘러 발걸음을 내디뎠다. 빠른 꽃 소식에 세상은 ‘기상 이변’이라며 떠들썩하다. 요상한 이 봄을 길 위에서 눈으로, 몸으로 체감한다. 따사로운 햇볕도 계절이 달라졌다는 걸 어깨를 톡톡 두드려 알린다. 아, 화엄사의 꽃이 만개할 때가 됐구나. 묵직하게 틀고 앉은 각황전 곁, 붉은 그 자태를 찾지 않을 수 없다. 몸을 비틀어 하늘을 향해 봄의 춤을 추는 그 나무는 이맘때면 구례의 주인공이 된다. 홍매화가 꽃 소매를 활짝 펼치면 이내 꽃향도 만발한다. 산수유가 노란 안개처럼 피어나고, 동백은 빨간 꽃송이를 툭툭 길 위로 떨어뜨릴 거다. 그 후론 길상암으로 오르는 길에서 벚꽃이 분홍빛 머금은 허여멀건 한 향기를 흩날릴 테지. 인적을 피해 길상암 마루에 앉아 하염없이 봄볕을 즐길 때가 왔다.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성질 급한 봄을 봤나.
- 정태겸의 풍경
- [정태겸의 풍경](56)전남 화순 야사리 느티나무 - 400년 된 나무의 가을(2023. 10. 27 11:20)
- 2023. 10. 27 11:20 문화/과학
- 전남 화순은 무등산을 사이에 두고 광주광역시와 이웃해 있다. 무등산은 단풍으로도 이름이 높은 곳. 화순의 국도를 따라 무등산의 북쪽을 향해 차를 몰고 있었다. 멀리 학교 운동장 안쪽에 커다란 나무가 보였다. 그냥 지나치면 아쉬울 것 같았다. 아무리 바빠도 잠시 들러서 구경하자 마음먹었다. 그 결정은 이번 여행에서 가장 잘한 일이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범상치 않아 보였다. 어쩐지, 기념물 제235호. 이름은 ‘화순 야사리 느티나무’. 야사리라는 작고 아름다운 마을의 자랑거리였다. 몸체가 하나인 줄 알았더니 2그루란다. 높이만 25m, 둘레가 최대 5.3m에 달한다. 수령은 약 370~400년. 세간의 풍파를 오래 견디고 살아남은 이의 풍채가 당당하다. 나무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그윽하고 아름답다. 머리 위로 곱게 단풍이 들어서 더 멋스럽다. 물론 새순이 막 돋아나는 계절에는 다른 느낌으로 존재감을 뽐낼 테지. 이 마을의 마스코트와도 같은 이 나무는 계절을 온전하게 온몸으로 보여준다. 시선을 확 잡아 끌기에 충분했다. 원래는 마을의 당제를 지내는 당산나무였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이 신성시하며 아껴준 덕분에 더 오래 살아남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생명이란 무릇 그렇다. 관심을 받고 씨줄과 날줄처럼 서로를 의지하며 거센 고난을 이겨내는 것. 그렇게 올해를 보낸 결실이 이 마을의 가을 풍경으로 완성된 듯하다.
- 정태겸의 풍경
- [정태겸의 풍경](52)전남 장흥 풀로만목장 - 목장의 여름나기(2023. 08. 11 14:58)
- 2023. 08. 11 14:58 문화/과학
- 입소문만으로 유명세를 탄 목장이 있다. 전라남도의 끝 장흥에 있는 이 목장은 10여 년 전부터 조금씩 이름을 알리더니, 이제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곳이 돼버렸다. 여름의 한복판, 이 목장도 찌는 듯한 더위와 싸우고 있었다. 아무리 짐승이라고 하지만 소 역시 행복해야 한다. 이 목장을 운영하는 조영현 대표의 지론이다. 쏟아지는 햇살을 자동으로 가려줄 가림막을 치고 하루에도 몇 번씩 지치지 않도록 연신 몸을 움직여 여물을 먹인다. 이 목장의 핵심은 여물이다. 알팔파와 라이그래스라는 국내에서는 잘 나지 않지만, 소에는 가장 좋은 사료를 컨테이너 규모로 수입해 먹인다. 그 덕일까. 여느 목장과는 다르게 코를 쥐게 하는 분뇨 냄새가 거의 없다. 한눈에 봐도 모든 소의 등판에 윤기가 흐른다. 신기할 만큼 건강하다. 그럼에도 올해 여름을 나는 건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물가는 뛰고, 환율은 점점 오르고 있다. 해가 갈수록 목장을 유지하는 일이 점점 버겁다. 행복하고 건강한 소를 키우는 일이 곧 우리의 행복과 연결된다는 신념이 그의 유일한 버팀목이다. 어렵지만, 이 더위도 언젠가는 끝날 것이다. 선선한 가을이 곧 다가올 것처럼 힘겨운 나날도 지나가리라. 늘 그랬듯이.
- 정태겸의 풍경
- [정태겸의 풍경](43)전남 강진 백련사 동백나무숲 - 남도에 봄이 스미는 풍경(2023. 03. 03 11:28)
- 2023. 03. 03 11:28 문화/과학
- 3월에 접어들면 남도의 동백도 마지막 불꽃을 태운다. 선명한 붉은빛으로 겨울과 봄 사이에 화려한 춤을 춘다. 동백은 가지 끝에서 한 번, 땅 위에서 또 한 번 핀다고 했다. 꽃잎이 아닌 봉오리째 떨어진 꽃은 백련사 동백숲에 선명한 꽃봉오리 카펫을 깐다. 강진 백련사의 동백나무숲은 오래전부터 이름을 떨쳤다. 백련사에서 다산초당으로 넘어가는 길목, 5만2000㎡(약 1만평) 대지에 1500여 그루의 동백나무가 자생한다. 나무 한 그루당 키가 7m에 달할 정도니, 수령도 꽤 오래된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 규모의 동백나무숲은 전국 어디를 뒤져도 견줄 곳을 찾기 어렵다. 서남해안과 제주도 일대에 동백숲이 꽤 많다. 어느 곳도 그 크기와 역사를 강진 백련사의 동백나무숲과 견줄 수 없다. 조선시대 문인인 성임(1421~1484)과 임억령(1496~1568)은 시에 “백련사 동백나무숲의 뛰어난 경치를 직접 보지 못해 한스럽다”라고 적었다. 그러니까 아무리 적게 잡아도 1400년대 이전부터 이 숲은 유명세를 타고 있었던 셈이다. 동백나무숲을 지나 다산초당으로 가는 길, ‘사색의 숲’으로 오르다 보면 야생 차밭이 펼쳐지고 그 너머로 강진만의 바다가 보인다. 어느덧 따스한 봄의 온기가 그 풍경에 스며들었다.
- 정태겸의 풍경
- [정태겸의 풍경](41)전남 목포 보리마당 - 다시 피어난 그 시절 골목 풍경(2023. 02. 03 11:25)
- 2023. 02. 03 11:25 문화/과학
- 전남 목포가 다시 피어나고 있었다. 남도의 겨울, 봄보다 먼저 피어나는 동백처럼 그렇게 오래된 골목에서부터 목포가 살아나고 있었다. 목포항이 내려다보이는 유달산 기슭에 요즘 핫하다는 ‘보리마당’이 자리하고 있다. 전형적인 해안가 마을 모습이다. 가파른 골목은 보리마당이라 부르는 언덕 정점에서부터 서산동 해안가로 이어진다. 카페를 하는 사장은 아주 예전 그 언덕에 보리밭이 있었다고 했다. 다른 이는 이 자리가 보리를 패던 곳이라 보리마당이라 부른다고 했지만, 왠지 카페 사장의 말에 좀더 마음이 갔다. 좁은 골목을 걸어 올라가는 동안 알록달록 색칠한 담벼락에 시선을 빼앗겼다. 이 지역 시인과 화가가 치장한 흔적이다. 도시재생사업은 그렇게 마을을 되살리고 목포를 살아나게 한다. 보리마당에 올라 바라본 아래로 지붕과 지붕이 어깨를 걸고 내려갔다. 멀리 새벽부터 바다로 나선 배가 들어오고 따스한 남녘의 햇살이 쏟아졌다. 희망은 그렇게 꽃피고 있었다.
- 정태겸의 풍경
- [정태겸의 풍경](24)전남 고흥 쑥섬(2022. 03. 18 14:04)
- 2022. 03. 18 14:04 문화/과학
- ㆍ‘해병대나무’의 봄 전남 고흥의 나로도항에서 배를 타면 불과 5분, 바다만 건너면 바로 쑥섬이다. 쑥이 많아서라기보다 질 좋은 쑥이 많이 나서 쑥섬이라 부른다. 쑥섬 전용인 배를 타고 선착장에 내리면 지붕 위에 꽃게의 집게를 단 펜션과 갈매기가 육지를 응시하는 카페부터 눈에 들어온다. 2만1000㎡(약 6350평)의 작은 섬, 주민 30명 남짓한 이 섬의 인상은 아기자기하다. 쑥섬은 정상부의 꽃밭이 유명하다. 사시사철 온갖 꽃이 지지 않는다. 섬에서 눈여겨봐야 할 주인공은 그러나 따로 있다. 섬의 탐방로 시작점의 난대림이다. 이 작은 숲은 원시의 모습 그대로다. 숲은 섬을 일주하는 탐방로가 관통하고 지나간다. 여행자들이 좀처럼 눈길을 주지 않는 이 짧은 공간에는 후박나무며 푸조나무, 붉가시나무 등 온갖 생명이 가득하다. 그 안에서도 꼭 만나고 와야 하는 슈퍼스타가 존재한다. ‘해병대나무’, ‘국방부나무’라는 별명을 가진 육박나무다. 수피의 문양이 해병대 군복의 문양을 닮아 그렇게 부른단다. 이 나무는 서남해안의 섬 중에서도 극히 일부에서만 서식하는 종이다. 쑥섬은 육박나무를 보기 위해 들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그 나뭇가지에 봄이 앉았다. 햇살이 쏟아져 숲 아래로 푸른빛을 흩뿌린다. 섬에서 맞이한 봄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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