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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력망 혁신이 탄소중립 부른다(2022. 01. 07 15:27)
- 2022. 01. 07 15:27 경제
- 전남 신안군은 ‘천사섬’으로 불린다. 신안군에는 우리나라 섬의 3분의 1에 달하는 1027개의 섬이 있는데 바닷물이 밀려올 때 잠기는 바위섬을 뺀 섬다운 섬만 합치면 1004개라서 붙은 별칭이다. 압해도에서 암태도를 잇는 길이 10㎞의 대교의 이름도 ‘천사대교’이다. 신안의 섬들은 저마다 크고 작은 갯벌을 품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로 갯벌에 칸막이를 만들어 바닷물을 들이면 염전이 된다. 갯벌을 흙과 섞어 복토한 땅 위에서 농사도 짓는다. 비금도의 시금치는 당도가 높아 맛있고, 마늘도 유명하다. 새우와 전복, 우렁이 등 양식업도 상당히 발전했다. 전남 신안군 자라도에 24㎿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가 설치되어 있다. 신안군은 조례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을 분기별로 주민들에게 배당한다. / 신안군 제공 천사대교를 건너면 암태도에 닿고, 해상교량 2곳을 더 거치면 안좌면이 속한 안좌도가 나온다. 안좌도의 서남쪽에 붙은 작은 2개의 섬 박지도와 반월도는 ‘퍼플섬’으로 불리는데 최근 유엔세계관광기구가 선정한 관광마을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인 화가 김환기의 생가도 안좌도에 있다. 신안의 자랑거리는 또 있다. 강한 햇빛과 바람이다. 일조량이 하루 평균 4시간 이상으로 전국에서 가장 좋고, 연평균 초속 7m의 바람이 분다. 안좌도를 찾은 지난해 12월 17일 오전에도 초속 13m의 북서풍이 불었다. 눈이 예보된 이날, 영상 5도에도 체감온도는 영하 1도까지 떨어졌는데 구름 사이로 햇빛이 비치면 확연히 따뜻해졌다. 탄소중립 시대의 에너지원인 햇빛과 바람을 풍부하게 갖춘 신안은 재생에너지 발전 후보지로 첫손에 꼽힌다.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이 이미 상당한 규모로 이뤄지고 있고 대규모 해상풍력도 가세할 예정이다. 소금과 시금치를 만드는 햇빛과 바람이 전기가 되어 빛의 속도로 전국 곳곳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에너지 스타트업 식스티헤르츠가 전력거래소 데이터를 이용해 제공하는 햇빛바람지도를 보면, 지난 1월 6일 신안군 251개소(태양광 249곳·풍력 2곳)의 재생에너지 발전소에서 2678㎿h(예측치)의 전력을 만들어내고 있다. 약 480가구(4인 기준)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전국에서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가장 많은 전라남도에서 영광군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햇빛과 바람으로 평생연금 만든다” 신안군은 이렇게 풍부한 재생에너지 자원으로 얻은 이익의 일부를 주민에게 나눠준다. 2018년 10월 제정한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 등에 관한 조례’에 근거를 뒀다. 햇빛과 바람, 조류 등 지역 자원을 이용한 재생에너지 개발이익을 분배할 때 지역주민이 소외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다. 미국 알래스카주에서 “주의 자원은 주민의 소유”라는 주 헌법에 따라 1982년부터 석유 등 천연자원 수입 일부를 주 거주기간 1년 이상인 모든 주민에게 매년 지급하는 것과 비슷하다. 주민참여로 진행된 발전용량 96㎿ 규모의 안좌도 스마트팜앤쏠라시티의 경우 사업비 2826억원 중 113억원(4%)을 조합 명의로 대출해 충당했다. 사업자가 발전시설을 담보로 제공하고 이자와 원금을 갚기 때문에 주민의 금전적인 부담은 없다. 사업 참여에 동의하는 주민들이 회비 1만원을 내고 협동조합에 가입하면 분기별로 배당금을 받는다. 사업자는 영업이익의 30%를 배당금으로 지급하는데 안좌면 태양광조합은 지난해 4월과 7월, 11월 주민 1인당 12만~36만원씩을 지급했다. 섬의 길목마다 배당금 지급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안좌도에서 자라대교를 건너면 나오는 자라도의 빛솔라에너지(24㎿)도 주민참여로 완성돼 3차례 배당금을 지급했다. 지난해 11월 29일 3번째 주민참여 사업인 지도의 100㎿ 규모 태양광 발전 이익 배당금도 처음 지급했는데 3512명의 주민이 1인당 11만~35만원씩을 받았다. 신안군은 2년 내로 태양광발전 규모를 1.8GW로 확대하고, 2030년 세계 최대인 8.2GW 규모의 신안해상풍력까지 더하면 연간 태양광과 풍력으로 모든 군민이 각각 최대 600만원씩의 배당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16일 방문한 안좌면 신재생에너지 주민·군 협동조합 사무실 한쪽에는 “신재생에너지 이익공유 평생연금 구현”, “주민참여 탄소제로·기후변화대응” 등이 적힌 ‘조합구호’가 붙어 있었다. “신재생에너지 민주주의로 새로운 주민 소득 복지 구현”이라는 구호도 적혀 있었다. 박두훈 협동조합 사무국장은 “국가에서도 주기 힘든 평생연금을 햇빛연금, 바람연금으로 제도화하는 것”이라면서 “(기본소득에 관심이 높은) 경기연구원과 여러 지자체에서 우리 사례를 배우려고 찾아왔다”고 말했다. 박 사무국장은 “우리 지역에서 나온 햇빛과 바람은 우리 것이고 여기서 나온 이익을 주민 모두가 나누자는 생각에서 출발했다”면서 “배당금을 현금이 아니라 지역상품권으로 주기 때문에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신안군은 2014년 이후 7년 만에 인구가 유입됐는데 이익공유제가 한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그는 “세계 각국의 정책도 마찬가지고 우리나라도 탄소중립에서 비켜나갈 수 없는 상황이다”면서 “해야 할 일이라면 전 국민이 평생연금을 받을 수 있는 형태로 제도화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민들도 이익공유제를 반겼다. 임선호 마진리 이장(66)은 “일부에게만 보상금을 주면 주민 간에 갈등이 심할 텐데 공동으로 나누니 좋다”면서 “배당금이 나오는 날은 반찬 사고, 비료나 농약도 사고, 외식도 하면서 마을이 북적인다”고 말했다. 발전소·송전망 건설 둘러싼 갈등 여전 발전사업자는 이익공유로 주민 반발과 민원이 줄어 사업 추진을 빠르게 할 수 있다. 정상권 안좌도 스마트팜앤쏠라시티 발전소장은 “기업이 지역사회에서 개발사업을 할 때 지역민과 상생하려는 의지가 없으면 앞으로 갈수록 더 어려워질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개발 이익을 주민들과 일정 부분 나누자는 제안이 합리적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정 소장은 “발전사업은 단기 사업이 아니라 20년 이상의 긴 호흡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라 주민들과의 화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주민들의 지지를 얻어낼 수 있다면 일정 부분 이익을 공유하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박두훈 안좌면 신재생에너지 주민·군 협동조합 사무국장이 지난해 12월 16일 주민 이익공유제를 소개하고 있다.(왼쪽) 정상권 안좌도 스마트팜앤쏠라시티 발전소장이 같은 날 태양광발전소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 주영재 기자 배당금 지급을 시작하면서 반발 여론이 많이 누그러졌다고 하지만 토지를 빌려 일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반감이 크다. 읍동리에서 만난 최성문씨(44)는 “땅을 가진 지주나 연세 많은 분들은 좋아하지만 땅을 빌려 새우 양식업이나 농업에 종사하는 젊은 사람들은 지주가 발전소 사업을 시작하면 다 그만두고 나와야 한다”면서 “농사를 지으려고 만든 멀쩡한 간척지 땅에도 태양광발전소를 지으려 일부러 땅을 깊이 파 염해 판정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지역상품권의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불만도 있다. 특히 태양광발전이 늘면서 변전소나 송전망이 주변에 건설되는 것에 거부감이 강했다. 창마리의 한 주민은 “배당금을 받아 좋긴 하지만 발전소나 송·변전 시설 건설에 따른 피해 보상이라고 본다”면서 “나중에 몇백만원씩 평생연금으로 온다면 좋겠지만 대통령이나 군수가 바뀌면 또 뒤집힐 수 있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재생에너지 확대의 걸림돌은 주민 수용성만이 아니다. 더 큰 숙제가 있다. 기후나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들쑥날쑥한 재생에너지의 특성 탓에 전력계통의 안정성 문제가 불거진다는 점이다. 전력망을 선제적으로 정비하고, 유연하게 관리할 수 있는 운영기술을 확보해야 하는 이유다. 전력계통의 주파수는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60Hz다. 전력 수급이 일정하지 않으면 주파수 변동으로 전력망에 물려 있는 전기 관련 모든 설비가 영향을 받는다. 심하면 대규모 정전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최순호 전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일반 가정용은 문제가 없는데 59Hz보다 주파수가 감소하면 화력발전기가 설비 보호를 위해 운전을 멈추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주파수가 떨어지면 수급을 일치시켜 주파수를 회복하도록 일부 지역에서 임의로 정전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력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 주파수 안정을 위해 임의로 발전기 출력을 줄이거나 가동을 중단하는 출력제약(Curtailment)을 한다. 제주에서 출력제약이 빈번한데 2015년 3회로 시작해 2020년 77회, 2021년 64회 등 7년간 225회에 달했다. 화력이나 가스발전기는 최소출력을 유지해야 하므로 재생에너지 발전에 먼저 출력제약을 건다. 주로 풍력발전이 대상이었지만 지난해부터 태양광으로 확대했다. 출력제약은 재생에너지 사업자의 수익을 낮추고,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낭비하는 비효율성의 원인이다. 재생에너지 발전에 앞선 독일, 호주, 미국, 일본이 모두 겪는 문제이기도 하다. 국내에선 제주에 이어 지난해 육지에 상륙했는데 신안군이 첫 번째 지역이다. 제주에서 육지로 확대된 출력제한 지난해 12월 16일 안좌도 서쪽 끝에 있는 스마트팜앤쏠라시티 발전소를 찾았다. 24만6240장의 국산 태양광 모듈이 지표면에서 약 1.2m 높이에서 15도 각도로 태양을 향하고 있었다. 전력을 보내는 동안 손실을 막기 위해 154kv로 승압하는 변전소도 근처에 있었다. 땅에는 염생식물인 함초가 자란다. 이날 날이 흐려 발전량은 100㎿h 정도로 평균치의 3분의 1이 채 되지 않았다. 일조량이 좋은 3~4월에는 하루에 거의 700㎿h까지 나온다. 이렇게 햇빛이 좋은 날, 강한 바람까지 불면 출력제약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스마트팜앤쏠라시티 발전소도 한전의 요청에 따라 지난해 3월 이후 3차례 출력제어를 했다. 정 소장은 “안좌변전소에서 (해남의) 하원변전소로 연결되는데 최대 수용치가 250㎿”라면서 “바람도 좋고 햇빛도 좋은 날은 과부하의 우려가 있어서 올해 출력제약이 있었고, 앞으로 이를 대비하기 위해 한전에서 안좌·화원 간 해저케이블 증설 공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전문가를 중심으로 출력제약에 따른 발전사업자 보상 방안이나, 출력제약 대상을 선정하는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영환 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전력 공급)피크 때 4~5% 정도만 잘라도 피크를 모두 수용할 때에 비해 송전망 부담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면서 “4~5%의 출력제약은 무보상으로 하고, 그 이상 계속될 경우 보상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출력제약 대상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입찰제를 제안했다. 돈을 내고서라도 발전하겠다는 사업자는 제외하는 대신, 출력제약에 참여한 사업자에 보상금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전력거래소도 비슷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전력거래소는 주간경향의 문의에 “2023년 10월 신재생입찰제도를 도입해 발전계획량을 입찰하고, 출력제어에 참여하는 신재생발전기에 보상을 추진할 계획”이라면서 “입찰에 참여해 발전계획에 반영된 용량 중 출력제어 지시로 발전하지 못한 양은 시장가격으로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에너지 스타트업 ‘식스티헤르츠’가 제공하는 햇빛바람지도를 보면 전국 각지의 재생에너지 발전소의 예측 발전량을 파악할 수 있다. 사진은 지난 1월 6일 신안군의 재생에너지 발전 현황 / 햇빛바람지도 남거나 부족한 전기를 서로 주고받는 유럽과 달리 전력계통의 ‘섬’으로 존재하는 한국은 국내에서 출력제약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배터리 저장, 수소 생산, 양수 발전 등이 해법으로 거론된다. 태양광 연계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주던 보조금이 사라져 배터리 ESS를 통한 해법은 동력이 꺾인 모양새다. 태양광발전소는 크게 두가지로 수입을 얻는다. 화력·가스·원전 등을 통틀어 전력 생산 원가를 뜻하는 계통한계가격(SMP)과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통한 매출이다. 지난 1월 6일 기준 SMP 평균가(육지)는 ㎾h당 162.41원, REC 평균가는 1REC당 4만7원이다. 발전소는 1000㎾h당 1REC를 받는데, 이는 일종의 탄소배출권으로 전기 소비자가 구매할 경우 재생에너지 사용을 인정받는다. 화력발전을 하는 기업은 의무적으로 일정량의 REC를 구매해야 한다. REC 가중치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의 수익을 좌우하는데 정부는 2020년 12월까지 태양광 연계 ESS에 가중치 4를 줬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변동성을 보완하는 장점이 있지만 투자 비용이 크기 때문에 4배로 보상한 것이다. 비용 부담이 크고, 운영이 효율적이지 않다고 판단해 지난해 1월부터 이 가중치를 없앴다.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은 태양광 연계 ESS에 주던 가중치가 사라지면 적자가 나기 때문에 ESS를 붙일 수 없다고 말한다. 정 소장은 대안으로 잉여전력으로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소장은 “RE100(생산 시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뜻함)이나 탄소중립이 세계적인 대세가 됐다. 탄소중립으로 가려면 재생에너지가 늘 수밖에 없는데 이를 늘리려면 사업적인 메리트를 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전력망 보강은 출력제약을 막기 위해서도, 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재생에너지 설비는 2~3년이면 건설하는데 송전망은 계획부터 주민반발에 의한 건설 지연까지 합하면 평균 7년이 걸린다.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확충 속도에 전력망이 따라가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28일 ‘전력계통 혁신방안’을 발표해 ‘선 전력망 후 발전’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문제의식에서다. 대선을 앞두고 ‘에너지 고속도로’를 만들겠다는 말도 나온다.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재생에너지 설비를 지어놓고 활용을 못 하면 안 되니 일종의 에너지가 다닐 수 있는 길을 만들겠다는 것”이라면서 “옛날에는 설비를 먼저 지어놓고 송배전망을 확충하는 방식이었다면 이젠 송배전 계획을 먼저 실행하고 그다음 설비가 들어오는 식으로 우선순위가 변했다”고 말했다. 옥상을 발전소로 에너지의 전기화가 진행되면 전력 생산 확대에 맞춰 송전망 확충도 불가피하다. 밀양의 송전탑 반대 운동이 지금까지 13년째 이어지듯 송전망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반발은 강하다. 결국 전력 수요지에서 최대한 에너지를 자급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최근 공장과 물류센터의 옥상 등 유휴부지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갖추는 움직임이 주목을 받는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11월부터 인천 영종도에 있는 제1통합물류센터에 연간 발전량 1371㎿의 태양광 발전 설비를 가동했다. 물류센터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한 것은 국내 면세점 최초다. 축구장 두 배 크기의 옥상에 태양광 모듈 2240장을 붙여 물류센터 연간 전기소비량의 67%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했다. 옥상이 태양광 설비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지 구조 진단을 거쳤고, 수익성 시뮬레이션에서도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12월 15일 현장에서 만난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ESG 경영 차원에서 우리의 유통망이나 인프라를 활용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 전기차를 도입했는데 더 적극적인 방법으로 직접 생산을 해보자는 생각에서 태양광발전을 하기로 했다”면서 “결과적으로 생산량이 잘 나와서 탄소 절감효과가 큰데 이런 사례가 확대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업은 물론 시민 모두가 자기가 쓰는 전기를 스스로 만들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은 모두가 에너지 생산이 가능한 시대로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소장은 “주민수용성 문제 때문에 특히 초대형 송전탑을 건설하는 것은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것”이라면서 “그래서 지역 단위의 분산발전 시스템을 택해 지역 생산·지역 소비, 수요관리로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의 옥상과 공단 지붕에는 기본적으로 태양광이 올라가야 한다”면서 “그런 점에서 올해 태양광 예산을 삭감한 서울시의 행보는 도시의 책임을 강조하는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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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요금 올리고 전력시장 개방해야”(2022. 01. 07 15:27)
- 2022. 01. 07 15:27 경제
- ㆍ송배전망 건설·전력망 운영·전력 유통시장 모두 변화 필요 탄소중립을 위한 속도전이 시작됐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낮은 한국은 더 잰걸음을 해야 한다. 2020년 전 세계 발전에서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26.3%인데 한국은 6.5%에 불과하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보면 2050년에는 필요 전력량의 57~71%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해야 한다. 미래 전력 수요를 고려하면 연간 약 710~890TWh의 전력을 공급해야 하는데 그 절반을 태양광으로 채운다면 약 300GW의 태양광을 보급해야 한다. 매년 약 10GW씩 늘려야 하는데 최근 태양광 보급 속도의 2배에 달한다. 해상풍력은 2050년까지 100GW를 보급해야 한다. 미국 뉴잉글랜드 지역의 송전망 / AP연합뉴스 2025년 시점이면 국내에서도 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와 비교해도 경제성을 갖게 된다. 이미 저위도 지역에선 태양광이 가장 저렴한 발전원이 되면서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간 보급을 막았던 재생에너지의 경제성 문제는 자연스레 해결될 것으로 보이나 문제는 중앙집중식으로 공급하던 기존의 전력시장이 분산전원인 재생에너지가 주요 발전원이 되는 상황을 감당할 수 있는지 여부다. 송배전망 건설과 전력망 운영, 전력 유통시장에서 모두 변화가 불가피한 시대가 도래했다. 에너지 전환 위해 전기료 ‘해방’시켜야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는 송전선로와 변전소를 거쳐 배전선로를 통해 소비자에게 공급된다. 그 흐름을 전력계통이라 하는데 발전설비, 송·변전설비, 배전 및 고객 설비로 구성된다. 최근에는 전력계통을 ‘그리드’로 부르기도 한다. 전력계통의 주요 행위자는 한전과 전력거래소이다. 한전은 송·변전사업자로 설비 건설과 운영을 책임지고, 전력거래소는 전력계통을 분석하고, 전력망을 통해 전력거래를 책임지는 운영자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28일 안정적 전력계통 운영을 위한 ‘전력계통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박기영 산업부 차관은 “2030 국가감축목표(NDC) 이행 및 2050 탄소중립 실현 과정에서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전원은 더욱 빠르게 확대될 전망”이지만 “우리 전력계통은 향후 확대될 재생에너지를 수용하기에는 많은 도전과제에 직면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과제는 복합적이다. 우리나라는 인근 국가와 전력망이 연결돼 있는 유럽과 달리 잉여전력을 거래할 수 없는 ‘계통섬’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재생에너지가 주요 발전원이 되면 기후와 날씨의 영향을 받아 발전량이 변동할 때 안정성 문제가 커진다. 유럽 여러 나라는 이때 전력을 주고받으면서 전력계통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지만 우리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래서 중국과 북한, 일본 등을 전력망으로 잇는 ‘동북아 그리드’가 오래전부터 논의돼왔지만 정치 갈등 탓에 민간 차원의 연구만 근근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값싼 전기료 탓에 국내외 IT 기업들이 대도시권에 데이터센터를 대규모로 지으면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전력 수급 불균형이 심해질 조짐이다. 확대가 예상되는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는 호남(6.7GW·40.6%)과 영남(3.6GW·21.8%)에 집중돼 수도권으로 계통을 연계하는 문제가 더 불거질 전망이다. 전력망 보강의 부담이 가중되는 것이다. 전력은 생산과 소비가 일치해야 한다. 소비전력보다 공급전력이 적을 경우 정전이 발생하고, 공급전력이 소비전력보다 많으면 전력 난조 현상이 발생한다. 전력 난조 현상이 일어나면 배전 설비가 물리적으로 파괴되는 등 전력 인프라의 대규모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 초과 공급을 흡수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확보하면 도움이 되지만 전력망을 무한정 보강할 순 없으니 발전량을 예측해 공급과 수요를 조절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전력시장 감시할 독립기구 필요 발전소 출력예측에 필요한 디지털·인공지능 기술도 확보해야 하지만 가격 결정 구조를 바꿔야 한다. 수급 조절은 가격의 영향을 받는데 지금 구조로는 융통성을 발휘하기 어렵다.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배터리에 저장해 차후에 꺼내 쓰거나, 수소 등 다른 에너지원으로 바꾸는 섹터 커플링, 수요가 부족한 시간대에 수요를 늘릴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플러스 DR’ 등을 실시할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전력 수급에 맞춰 시장가격이 결정되도록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책적 배려와 물가관리 명목으로 전기료를 낮게 유지하면서 수익성이 나지 않아 여러 사업 모델과 기술의 진입이 늦어지고 있다. 태양광발전만 해도 개인 간 거래가 안 되는 건 싼 전기를 한전에서 받는데 굳이 이웃에게서 비싼 태양광발전 전기를 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면서 “친환경 기술이 시장성을 확보하려면 전기요금이 높아져야 하고, 그래야 에너지 관련 신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영환 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도 “가격 신호를 통한 에너지 수요 조절과 효율화로 지금의 전력 설비를 잘 운영하는 기술이 중요하다”면서 “전력망을 개량하고 백업 전원을 다양하게 확보하면서 설비량보다 운영의 기술, 기술보다는 정치와 경제의 전환으로 중심을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옛날에는 전기를 다른 산업을 보조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인식해 무조건 싸게 공급하면 좋다고 생각했지만 이젠 전기 자체가 하나의 비즈니스로서 에너지 산업 자체가 커져야 하는 상황이다. 에너지를 합리적으로 쓸 수 있게 가격이 가치를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력시장 개방도 필요하다. 전영환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 중 전력시장을 독점체제로 운영하는 나라는 우리뿐”이라면서 “석유도 경쟁체제로 바꿔 매일 가격이 바뀌고, 통신사도 민영화되면서 인터넷과 통신망이 세계 최고 수준이 됐던 것처럼 전력산업도 경쟁체제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지금은 잉여전기를 전기차에 저장하거나 (물을 전기분해해 ) 수소로 바꾼 후 전력이 부족할 때 전력화하려는 사업자가 있어도 전기를 팔 수 없다”면서 “한전을 민영화하자는 게 아니라 지금처럼 한전이 전력 판매를 독점하지 않고 아이디어를 가진 사업자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개방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잡한 전력시장을 다루려면 지금보다 전문성 있는 독립기관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규제기관이 전문성 부족으로 오히려 규제 대상에 포획되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방송통신위원회나 공정거래위원회 정도의 위상을 갖추고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유수 위원은 “발전설비 인허가부터 시장 감시, 분쟁조정, 전기요금 규제 등 규제와 관련한 건 독립해 다루는 게 맞고 에너지정책은 정부에서 수립하는 방식으로 이원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은 “기재부가 기후문제에 대한 인식이 없으면 아무리 제도를 만들어도 예산 집행이 안 된다”면서 “기후에너지부를 만들자는 말도 나오지만 청와대 안에 경제수석만이 아니라 기후수석도 만들어야 하고, 모든 부처가 기후위기 대응을 최우선 목표로 삼도록 전반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표지 이야기
- 김종규 식스티헤르츠 대표 인터뷰 “가상발전소에서 흩어진 전력 모아 관리”(2022. 01. 07 15:27)
- 2022. 01. 07 15:27 경제
- 전력망의 안정적 관리가 탄소중립 시대의 과제로 부상했다. 재생에너지 보급에 속도를 내야 하는 동시에 날씨의 영향으로 발전량이 달라지는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야 한다. 전력 수급의 불균형이 커지면 전자제품 가동에 문제가 생기거나 심한 경우 대규모 정전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력의 공급과 수요가 일치할 때 우리나라 전력망은 60㎐의 주파수를 유지한다. 에너지 스타트업 ‘식스티헤르츠’의 이름은 전력망의 안정성을 상징한다. 에너지 IT 소셜벤처 식스티헤르츠의 김종규 대표가 1월 4일 서울 삼성역 위워크에서 주간경향과 인터뷰하고 있다. / 박민규 선임기자 제주에선 2020년 풍력발전이 77회 멈췄다. 지난해 전남 신안군에서는 태양광발전소가 3차례 전력 생산을 중단했다. 김종규 식스티헤르츠 대표는 공급이 수요를 초과해 전력망의 안정성이 위협받는다면 재생에너지가 아니라 화석연료 발전의 가동을 줄이는 것이 사회적·경제적으로 올바른 선택이라고 본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 식스티헤르츠가 제공하는 가상발전소다. 식스티헤르츠는 공공데이터를 이용해 만든 ‘햇빛바람지도’에서 전국 재생에너지 발전소의 발전량 예측치를 무료로 제공한다. 지난 1월 4일 서울 삼성역 인근 ‘위워크’에서 김종규 대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전력시장이 중앙집중에서 분산화로 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IT 기술의 역할은. “기존의 체계는 대규모 화력·원자력발전의 비중이 높았다. 지금은 발전소 관리의 패러다임이 작은 발전소를 묶어 관리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무선통신 인프라가 발전해 계량기와 센서에서 데이터를 받아 인공지능 기술로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예측하고, 발전소가 이상 없는지 판정할 수 있다.” -가상발전소를 소개한다면. “간단히 말해 IT 기술로 소규모 분산전원을 연결해 관리하는 기술이다. 풍력과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 발전소와 전기차, 스마트 가전까지 포함한다. 최근 가상발전소와 관련해 의미 있는 시도는 소규모 전력중개사업이다. 소규모 분산전원을 가상발전소로 모아 발전량을 예측하고 에너지를 거래할 수 있다. 이전 전력시장은 큰 발전소가 몇개 있는 시장이라 복잡한 상황이 덜 일어났는데 지금은 국내 태양광발전소만 10만개를 넘었다. 큰 회사가 아니라 평범한 시민이 운영하기 때문에 관리하는 전문성 있는 사업자가 필요해졌고, 그 역할을 전력중개사업자가 맡게 됐다. 전력중개사업자가 가상발전소를 운영하는 사업자라고 말할 수 있다.” -가상발전소가 출력제한 해결에 도움이 되나. “출력제한은 제주도를 중심으로 발생하는데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아 특정 시간대에 전력이 남기 때문이다. 우리가 하루 전 혹은 3일 전에 언제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남는지 알 수 있다면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끄는 것 말고 다른 대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전기가 남을 때 전기차를 충전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연료비도 드는 화석연료 발전소들의 가동을 줄일 수도 있다.” -기상 데이터로 예측의 정확도를 어느 정도 높일 수 있나.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를 해주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최대한 다양한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6GW 정도 모아 예측하면 하루 전 발전량 예측 오차가 3% 이하로 나온다. 현재 한국에선 하루 전 발전량 예측이 중요한데 꽤 정확하다. 한국은 기상기술이 괜찮은 국가라 그 정보를 기반으로 예측하면 상당히 정확하게 나온다.” -미계량 태양광 예측도 정확하게 할 수 있나. “미계량 태양광은 전력시장에 참여하지 않는 태양광발전소인데 이들은 규모가 작다는 특징이 있다. 단독주택 옥상에 설치한 태양광 중에는 전력시장을 통하지 않고 발전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게 국가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계량기를 설치해 관리하면 되지만 설치하는 데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하고, 지금 당장 내일 혹은 현재 국가 전체의 태양광 발전량이 얼마나 되는지를 아는 건 전력망 안정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앞으로 태양광 비중이 높아지면 더 중요해질 문제이다. 계량기 설치가 안 됐지만 위치와 용량 정보만 있으면 기상정보를 근거로 현재 발전량을 추정할 수 있으니 그 데이터를 활용해 미계량 태양광발전량을 예측하는 서비스를 공개했다.” -에너지 분야 데이터 산업의 발전을 위해 어떤 종류의 데이터가 필요한가. “공공데이터가 생각보다 많지만 아쉬운 점도 많다. 예를 들면 태양광·풍력발전소와 연결된 에너지저장장치(ESS)가 많은데 관련 데이터를 찾을 수 없다. 두 번째로 송배전망 정보의 경우 유럽은 어디랑 어디가 연결돼 있는지 지도 위에 세부적으로 다 나온다. 한국은 그런 정도의 정보는 주지 않는다. 태양광·풍력발전 사업자는 어떤 곳에 설치해야 송배전망과 잘 연결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용량이 꽉 찼다면 연결을 못 한다. 지도를 펴놓고 여유 있는 곳에 한번 개발해볼까 이런 식으로 접근하면 좋은데 지금은 주소를 입력하고 연결돼 있다, 아니다 정도만 확인할 수 있어 비효율적이다. 이런 정보를 세세하게 줘야 민간에서 입지정보 분석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재생에너지 보급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한전이 직접 발전 사업에 뛰어들어 이런 정보를 독점한다면 불공정한 경쟁이 될 수도 있다.” -발전량 예측치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 “발전량 예측을 잘하면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제도가 지난해 10월 생겼다. 발전량 예측 정산금 제도라고 하는데 하루 전 재생에너지 발전소 운영자들이 내일 발전량이 얼마나 될지 시간별로 예측을 해 신고를 하고 그게 정확하면 정산금을 받는 구조다. 발전량 예측을 활용해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시장이 생긴 것이다. 다만 보통 발전소를 소유하신 분들은 IT 조직을 갖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우리가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구매해 시장에 참여할 수 있다. 발전량이 넘칠 때 전기를 쓰면 오히려 수익을 얻는 ‘플러스DR’에도 도움이 된다.” -발전량이 남을 때 전기차를 충전하는 V2G(Vehicle to Grid) 사업도 출력제약의 대안으로 거론된다. “전기차는 도로 위에서는 운송수단이지만 주차장에 있을 때는 배터리다. 그러니 에너지가 남을 때 (플러스DR로) 대폭 할인된 가격에 충전하고 모자랄 때는 방전을 하면서 전력망 안정에 기여할 여지가 상당하다. 자동차 회사는 대규모 ESS를 보유한 회사가 된다. 테슬라는 발전사업도 직접 하고 태양광 패널도 생산한다. 전기차는 에너지와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어 큰 성장이 기대된다.” -도시의 소규모 태양광이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최대한 가까운 곳에서 전기를 공급받아야 중간에 손실이 없어진다. 현실적으로 서울에 원전을 짓기는 어려움이 있으니 태양광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해외의 경우 신축건물 옥상에는 거의 무조건 태양광발전을 짓도록 하는 규칙이 만들어지고 있다. 옥상은 사실 굉장히 아까운 공간이다. 앞으로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려면 신축건물에는 태양광발전소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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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병통치약’ 원전? 미래 전력망 위기 부른다(2021. 08. 09 14:08)
- 2021. 08. 09 14:08 경제
- ㆍ잘못된 근거로 무장한 ‘대정전 위기설’ 시민 불안 증폭시켜 올해 전 세계를 덮친 기후위기의 대표적 증상은 ‘열돔(Heat Dome)’이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리턴(Lytton) 지역은 사상 최고 기온인 49.5도 폭염에 1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캘리포니아대학(UCLA)의 기후학자 대니얼 스웨인은 이런 온난화의 수치가 “최고치가 아닌 최저치에 가깝다”며 갈수록 더 큰 재앙이 닥칠 것을 경고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8월 5일, 그린피스는 한국의 고온 지역 면적이 9년 사이 2배로 증가했다는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경상북도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 및 양북면 봉길리에 위치한 월성 원자력 발전소 1호기(오른쪽)와 2호기 / 이석우 선임기자 산업통상자원부는 7월 4주 최대 전력 수요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7월 1일 발표한 ‘여름철 전력수급 전망 및 대책’을 통해 코로나19 영향과 이른 폭염에 대비한 전력수급 안정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발표 직후부터 약 한달간 전력 비상상황으로 대정전이 올 수 있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한국전력거래소가 지정한 전력 비상상황은 전력 예비력 5.5GW(전력 예비율 약 8%) 미만임에도 불구하고, 전력 예비율이 10% 이하로 떨어지면 위기상황이라는 보도가 반복됐다. 또한 전력 예비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질 경우, 이는 탈원전 정책 때문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2024년 총 원전 설비율 최대를 기록하고, 2085년까지 원전을 유지하는 탈원전 정책이 오늘날의 전력수급 위기를 부추긴 정책으로 호도된 것이다. ‘전력수급 위기와 탈원전’ 토론회 특히 원전 3기 재가동 결정 소식이 전해진 7월 19일, ‘탈원전으로 인한 대정전 위기설은 정점에 닿았다. 다수의 언론매체는 재가동 결정 소식을 두고 ‘탈원전 정책을 고수하던 정부가 전력수급 위기에 결국 원전의 계획예방정비를 단축하고 조기 가동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에 더해 평균 2개월이던 정비 일수가 문재인 정부에 들어와 반년으로 늘었다며 이 역시 탈원전 정책 때문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린피스와 에너지전환포럼은 8월 2일 ‘전력수급 위기와 탈원전, 무엇이 팩트인가?’ 토론회를 열고 왜곡된 정보를 바로잡고 객관적 사실을 알리기 위한 자리를 가졌다. 이번 토론회에서,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국수력원자력의 담당자는 최근 보도를 놓고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계획예방정비는 법령에 정해진 기준과 매년 산업부와 협의해 결정한 정비계획에 따라 진행하며, 전력수급 일정에 따라 원전의 정비 일정을 임의대로 조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여름이나 겨울 혹은 특정 부하 기간에 맞춰 원전의 가동을 조정하는 것은 불가하다고 전했다. ‘원전 정비 일정 조정’ 기사가 보도되는 동안 가려진 중요한 사실이 있다. 첫째, 일부 계획예방정비가 당초 계획보다 늘어난 원인은 원전의 안전성 문제에 있다. 조정아 원자력안전위원회 안전정책과 과장은 한빛 4호기 격납건물의 공극(구멍)이 발생한 사건, 13기의 원전에서 방사성 물질 누출을 차폐하는 격납건물 내벽 철판(CLP·Containment Liner Plate) 부식이 9998건이나 발견된 것, 시험성적서 위조 사건에 따른 점검을 진행하다 보니 정비가 늘어난 것이라고 밝혔다.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원전 1호기에 탈핵을 요구하는 빔프로젝트를 쏘고 있다. / 그린피스 둘째, 원전은 전력망 안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토론회에 참석한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2016년 대형 원전인 디아블로 캐니언 1·2호기를 수명 연장 없이 폐쇄한 사례를 소개했다. 태양광 발전량이 증가함에 가변적인 전력의 수요 공급량을 경직성이 큰 원전이 맞추지 못해 불시 정지의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원전의 폐쇄 결정 원인은 전력망에 엄청난 충격을 일으켜 대정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기술적 판단이었다. 한국과 유사한 전력 계통을 가진 영국은 지난해 재생가능에너지 발전량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고 전력 순수요가 줄어 사이즈웰-B 원전의 출력을 약 5개월간 50% 감발했다. 석광훈 박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와 영국의 사례가 한국의 미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 이는 이미 당도한 과제다. 태양광 발전 비중이 약 6% 수준으로 증가해 지난해부터 연휴 기간 중 신고리 3·4호기 원전의 출력을 20%씩 줄인 바 있다. 원전이 전력망에 미치는 부담이 가시화된 것이다. 이는 원자력 업계가 신규 건설을 촉구하는 신한울 3·4호기뿐만 아니라 현재 가동 중이거나 건설 중인 대형 원전들이 이미 전력수급 안정에 큰 과제가 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탈원전으로 인한 대정전 위기’ 없어 셋째, 태양광 발전은 전력수급 안정에 상당히 기여했다. 정응수 한국전력거래소 계통운영처 처장은 최대 전력 피크가 기록된 7월 27일, 예비력은 11%로 안정적인 상황이었으며, 총 20.3GW의 태양광 발전량이 전력수급과 공급 능력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시간으로 계량되는 약 5GW 이외에 전력구매계약(PPA), 자가용 태양광 등 약 15GW의 비계량 발전량이 전력 수요 감축 효과로 나타났다. 이는 결과적으로 한낮인 14~15시에 머물던 전력 피크 시간을 17시로 지연시키는 역할을 했다. 산업부는 8월 4일 브리핑을 통해 비계량 발전량을 추계한 결과, “7월 중 기온이 높은 한낮의 태양광 발전 비중이 총 수요의 11.1%를 차지한 것으로 추산됐다”고 밝혔다. 7월 동 시간대 평균 전력 수요가 9만1164MW(메가와트)였는데, 태양광 발전량이 이중 1만118MW를 충당한 것이다. 토론에 참석한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의 김선교 부연구위원은 “탈원전은 장기 계획이고 전력수급 관리는 단기 계획이기에 두 문제는 서로 영향을 끼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의 전력 예비력은 전력 비상수급 첫 단계인 5.5GW의 약 2배인 10GW에 달해 대정전 가능성을 논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으며, 태양광과 유연성 에너지원의 확대로 이제는 불확실성에 대처할 능력이 더 커졌다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8월 2주로 예상되는 또 한 번의 폭염에도 예비력 부족 상황은 없을 것이며, ‘탈원전으로 인한 대정전 위기’는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객관적인 사실을 외면하고 잘못된 근거로 무장한 ‘대정전 위기설’은 시민의 불안과 불편을 증폭시켰다. 잘못된 정보가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는 근거가 됐다. 전력이 부족해 대량의 설비가 필요하며, 대정전이나 전력수급 불안을 막기 위한 ‘만병통치약’이 원전이라는 사고방식은 구태일 뿐 아니라 위험하다. 지금은 전력 부족이 아니라 전력 과다로 인한 안정적인 전력망 구축이 시급한 상황이다.
- 동북아 슈퍼그리드 남북 전력 협력으로 ‘그린 데탕트’ 열어야(2021. 06. 25 16:21)
- 2021. 06. 25 16:21 정치
- ㆍ북한 리스크 제거가 최우선… 미·중 세력 경쟁도 걸림돌 미국과 유럽연합이 외국의 탄소집약적 상품에 탄소조정세를 부과하려는 움직임을 구체화하면서 재생에너지 확보가 지상과제가 됐다. 글로벌 기업은 기업 활동에 재생에너지만 사용하는 ‘재생에너지 100(RE 100)’을 앞다퉈 선언하고, 공급업체에도 재생에너지 사용을 압박하고 있다. 탄소중립으로의 체질 개선에 한발 앞선 국가·기업들이 헤게모니를 유지하려고 무역과 공급망 구축에서 재생에너지를 강하게 밀고 있다. 중국 전력회사 노동자들이 2018년 5월 29일 중국 광둥성 둥관시에서 송전탑을 잇는 송전선로를 점검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깨끗한 전기’를 얻기 위한 총력전이 눈앞에 온 상황에서 한국의 선택지는 많지 않다. 재생에너지 100%를 지향해야 하지만 한국 내에서만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결국 부족한 재생에너지를 외국에서 일부 조달하는 전력망(그리드) 연계가 불가피하다. 재생에너지를 확대할 경우 기상조건이나 밤낮에 따라 출력이 달라지는 간헐성 문제도 커진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도 전력망의 지리적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 제 8·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동북아 슈퍼그리드’를 한 대안으로 제시한 까닭이다. 동북아 슈퍼그리드는 한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몽골 사이에 송전망을 구축해 극동 시베리아 및 몽골 고비사막의 청정에너지(풍력·태양광·천연가스)를 동북아 국가가 공동 사용하는 것이다. 동북아 슈퍼그리드로 주변국과 예비 전력을 공유하면 한국은 ‘에너지 섬’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재생에너지 수급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 전력 공유를 위한 협력 과정에서 동북아 역내 긴장 완화도 기대할 수 있다. 이런 장점 때문에 2011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비슷한 개념의 ‘아시아 슈퍼그리드’를 제안하기도 했다. 재생에너지발 전기는 미래의 ‘석유’ 탄소중립을 위해선 산업 분야와 이동 수단에서 화석연료 대신 전기를 쓰는 ‘전기화(electrification)’가 불가피하다. 그리고 그 전기는 깨끗한 에너지원에서 얻어야 한다. 미래에는 깨끗한 전기를 확보하는 일이 과거 석유 확보와 같은 중요성을 갖게 된다.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가 최근 ‘전기는 새로운 석유’라는 제목의 기사를 낸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일이 중요해지면서 과거 수년간 제자리걸음을 했던 동북아 슈퍼그리드나 남북 전력 협력 논의가 새롭게 탄력을 받고 있다. 김진수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는 “그간 동북아 슈퍼그리드 논의가 경제성이 확보되고 협력이 될 경우 하자는 분위기였다면, 이제는 탄소중립을 하려면 선택이 아닌 필수로 받아들여지면서 다시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유럽의 경우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그리드로 대응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 안에서는 간헐성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지만, 유럽 정도의 크기라면 한군데에서 문제가 있어도 다른 데서 송출하거나, 전력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으면 구매해서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북아 슈퍼그리드가 재생에너지 간헐성 문제에서 일종의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각국에서 재생에너지가 가장 저렴한 에너지원이 되고 있는데, 한국과 일본에선 여전히 재생에너지 가격이 높다. 동북아 슈퍼그리드가 있다면 재생에너지 가격도 크게 낮출 수 있다. 김 교수는 “몽골의 재생에너지 발전가격은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의 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면서 “고비사막은 일조량과 풍량이 좋아 대규모 단지를 만들 수 있어 우리나라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전력망 구축과 스마트 그리드 기술이 앞선 한국이 투자할 만하다. 변수는 지정학적 요인이다. 동북아에는 러시아와 몽골이라는 거대한 에너지 생산국과 한·중·일이라는 3대 에너지 수입국이 있어 전력망을 연계할 경우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크다. 하지만 그간 역내 정치적 갈등과 자원 민족주의 탓에 그리드 연결은 타당성 검토 단계를 넘어서지 못했다. ‘북한 리스크’ 역시 상존하면서 북한을 통과해야 하는 러시아의 천연가스(PNG) 파이프라인이나 중국과의 전력망 연계 사업의 성사가 어려웠다. 이런 난점은 지금도 해결되지 않았다. 여의치 않을 경우 동북아 그리드 연결은 북한을 거치지 않아도 가능하다. 한중 간에 해저 전력 케이블을 연결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중 간의 세력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중국과의 전력망 연결도 미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 시진핑 주석은 2015년 ‘글로벌 에너지 연계’라는 전력판 일대일로 사업을 발표했다. 2050년까지 50조달러를 투입해 북극의 바람과 적도의 태양자원을 통합 연계하는 사업이다. 중국은 이를 위해 세계 각지에 해저 전력 케이블을 깔고 있다. 미국 입장에선 전력 인프라로 개도국을 중국 영향력에 넣으려는 것도 문제이지만 해저 케이블은 잠수함 탐지 기능을 동시에 하기 때문에 더 껄끄럽다. 김연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는 “전력망이 디지털화하면서 트럼프 행정부 이후 미국은 전력이 가스보다 훨씬 안보에 위협이 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한중 사이에 전력을 해저 케이블로 연결하는 사업을 미국이 민감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로 남북 ‘그린 데탕트’ 가능성 동북아 슈퍼그리드는 탄소중립위원회가 지난 6월 23일부터 심의에 들어간 ‘2050 탄소 중립 시나리오’에도 포함됐다. 9차 전력기본계획에 나온 대로 중국(2.4GW)과 러시아(3GW)에서 전기를 끌어오는 것이다. 우리나라 전체 발전 설비 용량(119.1GW)의 4.5% 수준이다. 최근에는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북한과 전력 협력에 나서야 한다는 논의도 나온다. 풍력과 태양광 자원이 남한보다 풍부한 북한과의 협력은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많다. 하지만 이는 유엔의 대북제재 해제를 전제로 한다. 신정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대북제재 해제의 핵심적인 결정을 하는 미국의 의지가 중요하고,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도 변수가 될 수 있어 복잡하고 갈 길이 멀다”면서 “물꼬가 확 트일 것이라는 기대보다 중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긴 호흡으로 대북 문제, 한·미·일 공조 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장기적으로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남북 전력 협력 사업을 염두에 두고 있다. 남북 간에 재생에너지 협력을 토대로 ‘그린 데탕트’가 열릴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김광길 통일부 교류협력정책관은 “기후변화는 인류가 맞닥뜨린 가장 큰 위기라 앞으로 남북 협력이 진행된다면 이에 공동으로 대응하는 것이 한 방향성이 될 수 있다”면서 “구체적인 아이템은 없지만 과거부터 해온 남북 간 산림협력을 넘어 그 이상의 협력을 할 가능성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정책관은 “모든 협력 사업은 남북·북미 대화의 진전을 전제로 하지만 인류가 당면한 기후변화나 환경파괴에 대응한다는 당위적 측면에서 남북이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데 국제사회가 공감대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연규 교수는 “최근 성김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방한했을 때도 금강산 관광을 포함해 에너지 협력 사업을 북한과 할 수 있도록 의사를 물어본 것으로 안다”면서 물밑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을 제기했다. 신 연구위원은 남북 에너지 협력이 장기 지속하려면 민간의 참여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북한 리스크’ 제거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연구위원은 “북한은 유효한 구매력이 없어 북한에 발전시설을 투자할 경우 희토류 등 자원을 받는 식으로 투자금을 회수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런 방식으로 경제성을 확보하면 민간 참여를 어느 정도 유입할 수 있지만 지속가능하려면 사업 안정성에 영향을 주는 북한 리스크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신 연구위원은 러시아의 천연가스 라인이 북을 거쳐갈 때 북한에 사용료를 가스로 지급하거나, 북한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중국과 러시아를 사업에 참여시키면 북한이 함부로 행동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고 봤다. ‘북한 리스크’ 제거 선행해야 북한은 대북제재로 전략물자 반입이 금지돼 철강을 수입할 수 없다. 보일러도 못 들어가는 상황이다. 태양광 셀이나 전선도 마찬가지다. 김윤성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그래서 우선 대규모 협력보다 인도적 협력에서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김 연구원은 “북한은 전력 보급이 아프리카 사하라사막 이남 국가보다 열악한 상황”이라면서 “모성 보건과 어린이 교육 등 인도적 협력 차원에서 마을이나 병원, 학교에 소규모 재생에너지 시설을 설치할 경우 군사 전용 우려가 없고, 서로 간의 신뢰를 쌓아 더 큰 규모의 협력을 이어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파리기후변화협약에 재가입했고,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겠다고 한 만큼 에너지 빈국 문제에서도 리더십을 발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기후변화 대응에 모든 국가가 동참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전향적 변화를 기대할 만하다는 뜻이다.
- [렌즈로 본 세상]미군 전력 증강배치, 북한 위협 잠재울까(2017. 02. 21 16:05)
- 2017. 02. 21 16:05 사회
- 경기도의 한 미군기지에 도착한 대형 화물기에서 포장된 군수품의 하역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탱크킬러’로 불리는 A-10 공격기가 중무장을 하고 활주로를 이륙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와 다음 달에 열리는 한·미 연합훈련인 키리졸브 훈련으로 이곳 기지에만 미군의 주력 전투기인 F-16이 12대 증강 배치되는 등 한반도 주변에 미군의 최신예 화력들이 집결하면서 긴장감이 점점 고조되고 있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북한, 아주 강력하게 다룰 것’이라는 트럼프의 대북 강경발언을 지켜보는 국민은 불안합니다. 눈앞에 펼쳐지는 안보 불안에 국민들은 촉각을 곤두세우지만 이들을 안심시켜야 할 정치권은 정작 다른 곳에만 신경을 쓰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 렌즈로 본 세상
- 전력분석관 차두리, ‘불통’을 뚫어라(2016. 11. 01 16:13)
- 2016. 11. 01 16:13 스포츠
- 협회는 슈틸리케 감독이 언어와 문화 차이로 선수들의 오해를 사고 있다는 판단 아래 해결사로 독일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하는 차두리를 해결사로 낙점한 것으로 보인다. “내 이른 은퇴를 처음 후회했죠.” 축구대표팀 전력분석관이라는 어색한 직함을 받아든 차두리(36)는 ‘난파 직전에 몰린 배’에 뛰어든 심정을 묻는 질문에 잠시 두 눈을 지긋이 감은 채 이렇게 표현했다. 자신이 너무 빨리 은퇴해 러시아로 향하는 항로가 흔들린다는 생각에 밖에서만 지켜볼 수 없었다는 뜻이다. 차두리가 1년 7개월 만에 슈틸리케호의 승조원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3월 31일 뉴질랜드와의 A매치에서 국가대표 은퇴식을 치렀던 그는 이제 전력분석관으로 대표팀을 돕는다. 지난해 FA서울에서 축구화까지 벗은 차두리는 독일에서 지도자로 제2의 인생을 차근차근 준비했다. 그의 일상에 변화가 시작된 것은 실패로 끝난 10월 11일 한국 축구의 이란 원정(0-1 패) 직후였다. 대한축구협회에서 전력분석관으로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62)을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고민 없이 수락했다. 한국 축구대표팀 전력분석관으로 선임된 차두리가 10월 27일 서울 신문로 아산정책연구원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벤치에서 대표팀 소통 가교역할 기대 차두리는 10월 27일 서울 신문로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당시 결정을 떠올리며 “나에게 국가대표로서의 자부심은 돈이나 명예를 뛰어넘는 중요한 가치”라며 “내 선수인생 마지막에 큰 선물을 주신 슈틸리케 감독님과 후배들을 돕고 싶었다. 한국이 러시아월드컵 본선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직함은 전력분석관이지만 사실상 코칭스태프다. 그는 독일에서 B급 라이선스를 땄지만, 아직 성인 선수를 지도할 수 있는 A급 라이선스는 취득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차두리가 전력분석관으로 벤치에 앉는 것으로 상황을 조율했다. 과거 홍명보 감독이 은퇴한 직후 라이선스 없이 2006년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한국 축구를 잘 모르는 딕 아드보카트 감독을 보좌한 것과 같은 사례다. 최근에는 이란이 은퇴한 자바드 네쿠남을 코치로 뽑아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의 승승장구를 돕고 있다. 케이로스 감독이 이란 축구협회와 쉼없이 마찰을 빚으면서도 아시아 최강으로 군림하고 있는 이유다. ‘네쿠남 효과’를 현장에서 직접 확인한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네쿠남을 보면서 차두리를 떠올렸다”며 “타이틀만 전력분석관을 달았을 뿐, 벤치에서 대표팀에 필요한 소통의 가교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편법이라 생각된다면 날 비판해달라”고 말했다. 협회가 편법 논란을 자처하면서 차두리를 데려온 것은 그만큼 상황이 절박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A조에서 2승1무1패로 이란(3승1무)과 우즈베키스탄(3승1패)에 이은 3위로 밀려났다. 최종예선에서 각 조 1·2위는 월드컵 본선에 직행할 수 있지만, 3위는 대륙 간 플레이오프를 거치는 험난한 길을 걸어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9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이라는 꿈이 무너질 수 있다. 형편없는 성적보다 뼈아픈 것은 슈틸리케 감독의 ‘설화’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란전에서 패배한 직후 “소리아와 같은 골잡이가 없었다”는 실언을 쏟아내 선수들의 신뢰를 잃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자신을 향한 갑작스러운 비판에 예민해져 오해의 발언이 있었던 것 같다. 우리 문화에서는 감독이 사죄하고 책임있는 자세를 보이는 게 중요하지만, 서구에선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다보니 누구 탓이나 핑계를 대는 것으로 보인 것 같다”고 애써 두둔했지만 거센 경질설을 막아내기는 쉽지 않았다. 11월 15일 안방에서 열릴 우즈베키스탄전까지 패배할 경우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협회는 슈틸리케 감독이 언어와 문화 차이로 선수들의 오해를 사고 있다는 판단 아래 해결사로 독일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하는 차두리를 해결사로 낙점한 것으로 보인다.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차두리는 독일어가 유창할 뿐만 아니라 지난해 호주 아시안컵을 슈틸리케 감독과 함께 치른 경험이 있다”며 “또 대표팀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소통의 가교 역할을 해줄 인물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2015년 3월 31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뉴질랜드의 대표팀 평가전을 대표팀 은퇴경기로 치른 차두리가 교체되어 경기장을 나오며 슈틸리케 감독과 포옹하고 있다. / 서성일 기자 “선수들 자신감 되찾는 게 중요하다” 차두리도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이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차두리는 “많은 분들이 내가 축구로 얼마나 도움을 줄지 걱정할 것”이라며 “지도자로는 처음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조금 다르다. 지금은 전력 분석이나 전술이 아닌 선수들이 자신감을 되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불과 넉 달 전만 해도 아시아 최강을 자랑했던 한국 축구가 흔들린 것이 실력이 아닌 결속력의 실종이라는 점에서 차두리 특유의 친화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차두리는 “이란전 이후 슈틸리케 감독이 겪고 있는 일을 난 (차범근 전 감독의) 아들로서 1998년(프랑스월드컵)에 겪었다. 한때 대통령까지 시켜야 한다고 했다가 경기에 패배하니 나라에 죄를 지은 사람이 됐다”고 떠올리며 “축구감독의 인생이란 이렇게 힘든 것이다. 이젠 내가 슈틸리케 감독을 옆에서 돕겠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님의 발언과 선수들의 받아들이는 자세에 밸런스가 맞지 않고 있다. 양쪽을 도우면서 선수들이 마음 편히 경기를 뛸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차두리는 자신의 합류로 생긴 변화가 외부에 드러나는 것은 경계하고 있다. 대표팀 내부의 일이 낱낱이 드러날수록 하나의 팀으로 되는 길이 지난해 오직 성적만으로 평가를 받기를 원했다.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반환점이라고 할 수 있는 11월 15일 우즈베키스탄과의 5차전이 바로 그 무대다. 차두리는 “감독이 잘못했든, 선수가 잘못했든 문제는 내부에서 해결해야 한다”며 “우리의 목표는 승리다. 그렇게 월드컵 본선이 열릴 러시아에서 2년 전인 브라질과는 다른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그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이자 감독님과 후배들, 그리고 팬들이 바라는 길일 것”이라고 말했다.
- [포커스]남아도는 1조원대 전력기금 대기업지원·원전 홍보에 펑펑(2014. 12. 16 13:58)
- 2014. 12. 16 13:58 사회
- ㆍ전기사용료의 3.7% 의무부과 소비자들 잘 몰라… 기업들 자체 수익사업·핵에너지 알리는 데 편중 지원 논란 경기 평촌의 한 아파트에 사는 김영식씨(가명)는 최근 전기요금에 전력산업기반기금(전력기금)이 포함돼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를 받아보면 전기요금이라는 항목만 있지 전력기금이라는 말은 없기 때문이다. 김씨처럼 대부분의 국민들은 전기 사용료의 3.7%를 전력기금으로 추가 납부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국민들은 10만원어치 전기를 사용했으면 3700원을 추가로 내고 있다. 이렇게 빈곤층에서부터 부유층까지 매달 전력기금을 세금처럼 내고 있다.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 연합뉴스 전체 사업비의 15% 대기업 지원에 써 문제는 공공재원인 전력기금이 엉뚱하게 쓰이고 있다는 점이다. 대기업, 원자력 에너지 홍보 등에 편중되게 지원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현재 전력기금의 여유자금이 1조원이 넘는 만큼 남아돌고 있는 기금을 줄여서 국민의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회 산업통산자원위원회 박완주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산업통산자원부가 제출한‘2013년 전력기금 사업별 지원현황’을 분석한 결과 총사업비 1조7297억원 중 2589억원을 대기업에 지원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지난해 전체 사업비의 15%에 달했다. 대기업들은 전력기금에서 매년 2000억원 이상씩 지원받고 있다. 전력기금은 지난 2001년 전력산업구조개편에 따라 한국전력이 수행하던 전력공익사업, 다른 에너지지원사업 등 공익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금이다. 대기업에 지원되는 분야는 전력산업융합원천기술 개발(907억원), 스마트그리드(전력계통망을 디지털화해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는 전력 생산·유통 시스템) 보급(40억원), 원자력융합원천기술 개발(960억원) 등 주로 연구개발(R&D) 분야와 대기업이 운영하는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126억원) 등 다양하다. 개별 기업별로 보면 두산중공업 108억원(전력산업융합원천기술 개발), 효성 105억원(신재생에너지 융합원천기술 개발), 현대오토에버 31억원(스마트그리드 보급) 등이 정부 보조금을 많이 받았다. 국회 산업자원위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지원받고 있는 사업들은 자신들의 수익 창출을 위해 개발하는 기술들이 대부분”이라며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발하는 미래기술로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기술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책사업도 아니고, 기업들이 미래의 먹거리를 창출하기 위해 연구개발하는 분야에 공적 전력기금이 지원되는 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전력기금을 지원받은 업계 관계자는 “정부 지원사업을 할 때는 중소기업, 대학, 연구소 등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것이 보통”이라며 “전체 사업비를 보면 기업들이 투자하는 자금이 정부 지원금보다 훨씬 많다”고 해명했다. 대기업에 지원된 기금 가운데는 장학사업 명목으로 GS파워 등 대기업 계열 발전 4사에 19억원이 지원됐으며, 에너지국제공동연구사업을 수행한 현대자동차에 2억원이 지원되기도 했다. 발전소가 들어서는 지역의 학생들은 발전사로부터 매년 장학금을 지급받는다. 위험·혐오시설로 분류되고 있는 발전소 건설을 허용해준 주민들에 대한 보상 차원이다. 기업들은 수익금이 아닌 전력기금에서 지원을 받아 장학금을 지급하면서 여태껏 생색을 내왔던 것이다. 시민단체인 에너지정의행동 관계자는 “발전소 주변지역에 지원되는 돈이 지역주민들에게 투명하게 지원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지원금이 동호회 체육대회나 특정한 문중에 지원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전력기금에서 원자력 홍보에 매년 50억원 이상 지원하고 있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전력기금은 원자력 홍보를 전문으로 하는 원자력문화재단에 내년 예산으로 53억원을 편성했다. 올해와 지난해에는 각각 56억원과 76억원이 지원됐다. 원자력문화재단은 방송 등 미디어를 통해 원자력의 위험성 대신 ‘깨끗하고 안전하다’는 점을 주로 홍보하고 있다. 이와 함께 원자력발전소를 유치하는 지역에는 화력발전소 등 일반 발전소와 달리 일반지원금 이외에 특별지원금이 추가로 지원되고 있다. 대체에너지 사업·에너지빈곤층은 외면 문제는 원자력 이외에 태양광, 풍력 등 다른 대체에너지도 많은데 원자력만 문화재단까지 설립해서 전력기금에서 운영비와 사업비를 전액 지급해줘야 하느냐는 것이다. 이는 대체에너지 개발에 골고루 지원돼야 한다는 전력기금의 취지와도 맞지 않다. 일종의 원자력에 대한 특혜라고 할 수 있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정부가 특정 에너지 홍보를 위해서 원자력문화재단을 설립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대체에너지를 홍보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다른 태양열, 풍력 등과 관련한 재단도 설립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반면 내년 전력기금 사업내역을 보면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지원은 없다. 매년 지원되는 농어촌 전기공급 지원사업(1750억원)만 편성됐을 뿐이다. 이렇게 전력기금에서 대기업이나 특정 분야에 지속적인 지원을 하고 있는 것은 기금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실제로 전력기금의 규모는 시행 첫해인 2001년 3793억원에서 2006년 2조원이 넘었고, 올해는 3조1496억원, 내년에는 3조8130억원이다. 올해의 경우 사업비로 1조7376억원을 사용하고도 여유자금이 1조1122억원이나 된다. 다른 기금의 경우 사업비 대비 여유자금을 10∼15% 선에서 유지하고 있는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여윳돈이 많기 때문에 이자놀이를 하는 실정이다. 이자수입만 해도 올해 320억원이며, 내년에는 38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금이 급증하는 것은 매년 전기사용량이 증가하는 데다 전기요금도 오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국민에게 부담을 주면서까지 여유자금을 1조원 이상 유지하는 것은 정부 재정운용 원칙상 맞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행 전력기금요율 3.7%에서 1%포인트만 줄여도 5600억원 정도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완주 의원은 “국민들이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사이 거둬진 전력기금의 여유자금이 올해 1조1122억원에 이르고, 기금사업은 대기업 퍼주기 등 방만운영이 심각하다”며 “국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금요율을 현행 3.7%에서 2%대로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 특집
- 그래서 전력수급이 제대로 될까(2014. 11. 10 17:38)
- 2014. 11. 10 17:38 사회
- ㆍ제6차 기본계획 발전사업자 선정 감사원 지적 받아… 수요예측 틀려 잉여설비 문제 가능성도 “…산업부에서는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적정예비율 목표(22%)를 설정하고 전원별로 신규 발전설비 구성방안을 마련한 뒤 연도별 설비소요량을 고려하여 평가순위가 높은 석탄 5개, 복합 4개 업체를 발전사업자로 선정함에 따라 당초 목표로 했던 설비예비율을 초과달성(26.2%→30.5%)하였는데도 계통연계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주식회사를 추가 선정한 사실이 확인되어 위 사업자를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하였다.” 11월 4일 감사원이 내놓은 ‘전력수급기본계획 관련 발전사업자 선정 실태’ 공개문의 일부다.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6차 수급계획)에 대한 ‘의혹’은 지난해 국감에서 불거졌다. 민간발전사업자 선정과정에서 특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의혹은 석탄 민간발전소를 짓겠다고 내놓은 두 민간기업에 집중됐다. 동부그룹의 동부하슬라파워와 동양그룹의 동양파워다. 위 공개문에서 ○○주식회사라고 언급된 기업은 동부하슬라파워다. 의혹은 사실로 드러났다. 감사원의 공개문을 풀어보면 동부하슬라파워가 6위를 차지해 발전사업자로 선정되었는데, 발전소를 짓겠다는 지역에 정해진 용량을 넘어섰고, 실제 전력을 생산해 외부로 보내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는데도 추가로 선정되었다는 것이다. 감사원 감사는 국회의 요청에 따라 이뤄진 것이다. 감사원이 최종 내놓은 공개문은 올해 국감이 끝난 뒤 제출되었다. 감사원의 공개문을 보면 동부하슬라파워뿐만 아니라 2위를 차지한 동양파워와 관련한 대목도 눈에 띈다. 금융전문가가 자본조달에 문제가 없다고 평가한 업체는 2점을 받아 탈락했고, 자기자본비율과 신용등급이 낮았던 동양파워는 최고점수인 3점을 받아 발전사업자로 선정됐다. 25분간 심사한 평가위원들은 자신들이 왜 그런 평가를 내놨는지 평가이유서도 남기지 않았다. 감사원이 산자부나 한전, 전력거래소 담당자들에게 내놓은 조치는 ‘주의’와 ‘개선권고’다. 특혜는 없었다는 말일까. 전력수급 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된 것은 대규모 정전사태 직전까지 가는 전력피크 현상 문제가 제기된 최근 2-3년 사이다. 지난해 8월,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전력수급상황실에서 직원들이 전력상황을 점검하며 비상근무를 하고 있다. | 정지윤 기자 “특혜라는 말은 법적인 용어지만, 명확하게 개념이 정의되는 말은 아니다. 우리가 들여다본 부분은 평가의 기준이 적절하게 마련되었느냐는 것이고, 그 중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드러나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한 것이다.” 11월 6일 과 통화한 감사원 관계자의 말이다. 6차 수급계획으로 민간발전사업자가 선정된 것은 2013년 2월이다. 전 정권 말이다. 민간발전업자들이 대거 포함된 부분에 대한 의혹이 많았다. 새정치민주연합홍영표 의원실 관계자는 “4대강 사업에 동원된 건설사들을 위해 보상 차원으로 만들어놓은 특혜가 아니었겠느냐”고 말했다. 전력 민영화의 사전단계라는 의혹도 제기되었다. 지난해 국감에서 의혹이 집중된 민간사업자는 앞서 언급한 동부하슬라파워와 함께 동양파워였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완주 의원실 관계자는 “6차 수급계획에서 특혜가 동양사태를 일으켰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동양그룹이 당시 제출한 계획을 보면 동양파워가 발전소를 운영하면 당기순이익이 6000억원이라고 되어 있다. 동양의 입장에서는 그것으로 돈을 당겼고, 그래서 결국 동양사태가 일어난 것 아니냐.” 동양파워는 동양그룹의 알짜배기 회사로 선전됐다. 논란이 더해지는 것은 지난해 4월, 성추행 논란으로 낙마한 최연희 전 의원을 사장으로 영입하면서다. 동양그룹은 총 41명의 전·현 정권 인사를 사외이사나 고문으로 영입하면서 회생을 시도하지만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간다. 동양파워는 포스코에 3411억원에 매각된다. 현재는 포스파워라는 이름으로 사명을 바꿨다. 평가이유서도 남기지 않은 ‘특혜’ 의혹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어떻게 해명할까. 특혜의혹은 지난해 국감과 언론에서 여러 차례 제기되었다. 산업부는 당시 언론 보도와 관련해 낸 해명자료에서 “평가기준은 2개월 전 미리 공개했고, 접수 마감이 이뤄지기 전에 세부평가기준도 모두 공개해서 절차적 투명성을 확보했다”며 “건설의향 평가서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서 각계 전문가 139명으로 풀을 구성해, 평가가 이뤄지던 당일 새벽에 무작위 추첨을 통해 평가위원회를 구성해서 진행했다”고 밝혔다. “1박2일 동안 호텔에 가둬놓고 전화기도 다 뺏었다. 수능시험문제 출제위원처럼 외부와 접촉을 일절 끊고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노력했었다. 물론 마음 같아서는 위원들 숫자도 훨씬 더 많이 뽑고, 전국에 건설하겠다는 입지를 한 달이고 두 달이고 둘러보면 좋겠지만, 경쟁이 과열되어 있는 상태에서 그렇게 했을 경우 이번에는 그 평가위원들이 로비의 대상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산업과 핵심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대해 “겸허하게 받아들여야겠지만 답답한 부분이 있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특혜의혹에 대해 이 관계자는 “사실 법적으로 수급계획에 안 들어 간다고 발전소를 못 짓는 것도 아니다”라며 “수급계획이라는 것은 정책계획일 뿐인데 참여한 민간기업들은 사업계획이 무슨 권리라고 생각해 사고 팔고 하는 것이 답답할 노릇”이라고도 덧붙였다. 전력수급계획은 장기적인 전기수요를 예측해 발전설비를 새로 만들거나 운용하는 계획이다. 발전설비 건설은 하루 이틀에 되는 문제가 아니다. 원자력, 석탄, LNG, 신재생 등 각 분야별로 각각 다른 수급 전망을 만들어 전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하는, 고도로 복잡한 계획이다. 발전설비 건설로 끝나는 문제도 아니다. 밀양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논란에서도 드러나듯. 전기를 보내는 송전, 즉 계통문제를 비롯한 사회적 비용 문제도 같이 포함해 계획을 세워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완주 의원이 지난해 국감에서 공개한 석탄설비 건설 의향 평가표. 당시 박 의원은 평가위원들의 평가점수가 특정한 결과에 맞춰 재조정되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 박완주 의원실 전력 수요예측 실패 땐 혈세낭비 초래 지난 수년간 여름철 전력예비율이 급감하면서 과거 세운 수급계획의 수요예측 실패 문제가 대두되었다. 최근 1~2년 사이에는 동계 전력피크 현상도 새로운 문제로 나타났다. 전력수요 예측 실패는 혈세낭비 문제로 이어진다. 다시 말해, 발전용량 부족으로 정전사태가 벌어지는 것도 큰일이지만, 실제 수요를 넘어서는 발전설비를 만든다면 역시 국민 세금의 낭비다. “6차 수급계획은 과거 5차와 달리 거시모형을 도입했다. 획기적인 변화였다. 과거 1차에서 5차까지는 미시모형, 즉 가전기기 보급률로 전력수요를 예측했다면 6차에서는 경제성장률 등 거시지표를 바탕으로 계량경제학적 모형을 만들어내는 방식이었다. 기존에 비해 진일보한 예측모형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지난 11월 5일 에너지시민연대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토론회에 참석한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과 교수의 말이다. 하지만 거시모형에서도 마찬가지로 수요예측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있다. 일차적으로는 기온이다. 올해 여름에는 예상과 달리 전력피크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다. 예년과 달리 상대적으로 낮은 기온 때문이었다. 유 교수는 “6차 수급계획에서는 기상청의 장기전망 자료를 바탕으로 예측을 했는데 물론 다 예측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상당히 진일보한 모형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6차에서 거시지표로 도입된 경제성장률 역시 문제다. 세계 경제상황에 따라 경제성장률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홍영표 의원은 올해 국감에서 “6차 전력수급계획 수요전망 첫해인 2013년부터 실제 수요와 차이가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그 근거로 6차 계획에서 미래 전기요금 상승률을 과소 추정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2030년까지 소비자물가는 43% 인상되는데, 전기요금은 19%만 상승될 것이라고 가정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홍 의원은 “지난해 1월에 4.0%, 11월에 5.4% 각각 두 차례 전기요금이 인상된 결과, 이미 2014년에 2019년 예상치(112.47원)에 도달했다”며 “전기요금이 예상치와 다르게 급격하게 인상되면 다시 이것은 대규모 수요억제로 이어지는데, 결국 수요예측에 실패한 결과 당장 2016년부터 잉여설비 문제, 즉 지어놓고도 발전소를 돌릴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주먹구구식 계획이 혈세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은 “외진 곳에 원전이나 화력발전소 등 대규모 시설을 만들고 장거리 송전을 기본으로 하는 기존 전력 패러다임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밀양사태”라며 “6차 전력수급계획이 과거에 비해 거시모형을 도입하는 등 진일보한 면이 있지만, 전력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난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계속해서 발전소를 짓는 성장 패러다임에 정부가 집착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나와야 하는 제7차 계획 지지부진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013년부터 2027년까지 장기 수요예측을 바탕으로 만든 계획이다. 수급기본계획은 전기사업법 25조와 시행령의 규정에 따라 2년마다 마련하게 되어 있다. 예정대로라면 올해 말까지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나와야 한다. 하지만 아직 진행은 안 되고 있다. 7차 전력수급계획 참가자에 따르면 현재까지 진행된 회의는 두 차례. 그것도 첫 회의는 제주도 가스복합화력에 집중되었기 때문에 사실상 7차 계획과 관련된 회의는 한 번만 이뤄진 셈이다. 역시 앞선 국회 토론회에 참석한 채희봉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산업국장은 “환경부의 온실가스감축계획인 ‘포스트2020’에 맞춰 수요전망을 내 와야 하는데 아직 포스트2020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논의가 늦어지고 있다”며 “연말까지 계획을 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내년 2월 정도까지 계획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연 그렇게 될까. 뒤늦게 드러난 6차 수급계획의 주먹구구식 작성 문제는 내년 초 예정된 7차 계획에서는 과연 극복될까. 지켜볼 일이다.
- [2030 vs 5060]“운동권 전력 미화하거나 매도하는 건 시대착오”(2013. 06. 24 18:34)
- 2013. 06. 24 18:34 사회
- ㆍ5060 - 학생운동 경력 논란 최근 정치권에서 재미있는 해프닝이 있었다.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사건 담당검사의 학생운동 경력 논란이다. 요즘 학생운동은 정치적 목적을 가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 요새 대학생들은 학생의 복리문제에 더 관심이 있고, 정치문제와 관련한 학생 데모를 찾아보긴 어렵다. 과거 학생운동은 전혀 달랐다. 학생운동이 활발하던 때는 격동의 시기였다. 특히 1970년대 대학생들의 민주화운동은 목숨을 건 투쟁이었다. 유신독재 권력이 와해되자 기득권세력과 민주세력 사이의 헤게모니 다툼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다. 이 와중에 대학생들이 민주화투쟁의 선봉에 나섰다. 지금 돌이켜보면 부끄러운 생각도 든다. 내 선후배들은 용감하게 민주화를 외치면서 투옥됐다. 당시 나는 법대생으로서 고시공부를 한다는 이유로 현실의 문제를 도외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인생 반전은 금방 나타났다. 그 당시 신문지상에 수배된 사람들 중 상당수가 당당한 정치인으로 신문에 등장하게 된 것이다. 물론 학생운동을 개인적 입신을 위한 정치적 행위로 악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지만 사회적 불의에 대항해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정의를 외친 용기는 높이 평가돼야 한다. 물론 지나치게 극단적이고 편협한 비판 일변도의 자세는 지양돼야 한다. 하지만 실제 삶에서 이 같은 용기를 발휘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대체 왜 대학생 시절 학생운동 전력이 문제가 된 것일까? 이번 논란 과정에서 학생운동을 한 정치인은 공부만 한 정치인을 이기적인 사람으로 몰았고, 공부만 한 사람은 학생운동가를 배움을 게을리한 사람으로 매도했다. 이 풍경을 보고 안타깝기보다는 한 편의 코미디를 보는 느낌이 들었다. 시대가 이렇게 변했는데도 여전히 진부한 극단적 이분법 논쟁에 식상함을 넘어 쓴웃음을 감출 수 없었다. 과거에는 학생운동 경력이 있으면 고위공직자 취임이 거의 불가능했다. 연좌제가 있어 가까운 가족 중에 이념을 달리하는 자가 있으면 공직에 오를 수 없는 암울한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양한 가치관이 존중되는 글로벌 시대, 디지털 시대다. 좀 더 여유를 가져도 되지 않을까? 과거 대학생 시절 한때의 호기로 맥주를 박스째로 쌓아두고 마시기를 시도한 적이 있었다. 지금의 기준으로 당시 행동을 알코올 중독자와 같은 행동이었다고 매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젊은 호기로 너그럽게 봐줄 수도 있다. 지금은 경직되고 획일화한 사회가 아니라 여러 이념과 가치관이 공존하는 시대다. 과거의 다양한 경험은 시야를 넓혀주니 좋다. 만연한 편견과 이분법에 의거해 학생운동 전력을 미화하거나 매도하려는 시도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다. 중요한 것은 현재 위치에서 바른 가치관을 갖고 행동하느냐는 점이다. 우리는 기존 가치관으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변혁의 시대를 살고 있다. 예를 들어 범세계적으로 동성애자의 결혼도 합법화하는 현실을 어떻게 기존 사고의 틀로 이해할 수 있을까? 과거의 진부한 가치관만을 고집한다면 미래를 향한 기차에서 내려 떠나가는 기차를 마냥 바라보는 잘못을 범할 수도 있다. 학생운동 경험은 명예도 멍에도 아닌 개개인의 소중한 추억이며, 자신만의 어떤 의미를 가진 역사가 아닐까? ‘2030vs5060’ 코너는 이번 회를 끝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의견 보내주신 모든 독자 여러분께 감사 드립니다. 김승열
- 2030 vs 5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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