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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총 26 건 검색)

[정태겸의 풍경] (76) 전북 장수 영월암-쉼이 필요했던 날의 아침 풍경(2024. 11. 27 06:00)
2024. 11. 27 06:00 문화/과학
연말이 다가올수록 몸이든 마음이든 지쳐가고 있다는 걸 절감한다. 하루쯤은 쉬고 싶다고, 마음 놓고 쉬고 싶다고 되뇌곤 한다. 가을이 깊어가고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는 게 느껴지는 어느 날이었다. 전북 장수는 좀처럼 인연이 닿지 않던 곳이었다. 한국의 오지를 이야기할 때, 강원도를 빼면 의외의 지역이 등장하게 마련이다. 그중 하나가 ‘무진장’이다. 무주, 진안, 장수. 전주와 대전이 가까워 무슨 오지가 있나 싶겠지만, 의외로 한국 최고의 오지라고 불리는 곳들이다. 그중 장수의 영월암을 찾았다. 인연 있던 스님이 그곳에 자리를 잡으셨다고 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뒤였다. “스님 내려갈게요.” 전화기 너머에서 스님은 흔쾌히, 언제든 내려오라고 하셨던 참이다. 푹 쉬라면서 스님은 방의 한쪽을 내주셨다. 차를 마시는 동안 며칠 전 보았다는 절 아랫마을의 운무를 이야기해 주셨던 게 아른거려 늦잠을 잘 수 없었다. 무거운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와 절의 위로 올랐다. 맞은편 산 아랫마을에는 운무가 가득했다. 보통 봄이나 가을의 물안개는 물가 주변에서 피어오르게 마련이다. 큰 강이 없는 산서면에는 조그만 물길만이 졸졸 흐르고 있었지만, 그런데도 안개가 피어올라 마을 위를 덮었다. 가을 아침의 맑은 풍광이 눈에 가득 담겼다. 어깨를 묵직하게 누르던 피로감마저 저 안개 위로 스르륵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정태겸의 풍경
[정태겸의 풍경](75) 전북 익산 교도소 세트장-그대를 향한 내 마음, 철컹철컹(2024. 11. 13 06:00)
2024. 11. 13 06:00 문화/과학
예전에는 전북 익산을 여행지로 생각할 만했다. 충청도와 전라도로 뻗어 나가는 기찻길이 익산으로 모여들어 인구도 많았고, 여행하기 좋은 여건이었다. 지금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있었다. 아쉽게도 지금은 ‘여행지 익산’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런 흐름을 바꿔놓은 게 있으니 익산 교도소 세트장이다. 폐교를 고쳐 교도소처럼 꾸민 곳인데, 온갖 영화와 드라마에 등장하면서 이제는 여기를 찾는 사람이 꽤 많아졌다. 여기에 하나의 장치를 더 했다. 수갑이다. 언젠가부터 연인들은 온갖 여행지에 자물쇠를 걸어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부질없는(?) 짓을 하기 시작했다. 연장선으로 떠올린 게 수갑이었다. 모든 건 관광두레 기획자의 아이디어. 교도소와 수갑의 원래 의미를 뒤집어 버린 생각의 전환이 전국의 가족과 연인과 친구들의 발길을 불러 모았다. 세트장만 덩그러니 있었다면 지금 같은 호응은 없었을 거다. 익산의 별칭도 만들었다. ‘고백의 도시’. 여러 의미를 담았다. 그만큼 갈 곳, 볼 곳, 먹을 게 많다는 의도이기도 하고, 고백하기 좋은 도시라는 뜻이기도 하다. 시도는 성공적이었다. 철조망에 수도 없이 많은 수갑이 주렁주렁 매달렸다. 자진해서 철창 안으로 들어가 익살맞은 사진을 남기기도 한다. 저 삭막한 철창과 철조망에, 로맨스라니. 나도 하나 걸어볼까 고민하다 그만두기로 했다. 기왕 할 거면 아내가 보는 앞에서 하는 게 맞다. 혼자서는 궁상맞기 그지없는 짓일 뿐이다.
정태겸의 풍경
[정태겸의 풍경](67) 전북 군산 경암동 철길마을-숨 가쁜 일상 속 나를 보듬는 철로(2024. 05. 24 16:00)
2024. 05. 24 16:00 문화/과학
10년 만이다.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만 해도 세상에 막 알려지기 시작할 때였다. 입소문을 따라 찾아온 사람이 이곳에서 사진을 찍고 독특한 여기만의 정취를 즐기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렇게까지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지금은 다르다. 대형마트 건너편, 도로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그 뒷골목은 이제 현란한 간판과 호객행위를 하는 소리로 시끌벅적하다. 예전 교련복으로 갈아입고 철길을 걸으며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골목이 가득 찼다. ‘많이 변했구나’라는 생각에 실망감에 휩싸일 때쯤, 맞은편 골목이 눈에 들어왔다. 그곳엔 아직 예전의 분위기가 남아 있었다. 길을 건너 철길이 놓인 골목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기가 질릴 만큼 시끄러운 저쪽과 달리 이곳은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아직도 골목 안 철길 양쪽에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기차가 다니지 않지만 철로는 그대로다. 곁에 텃밭이 있고, 사람이 심은 꽃과 바람에 실려 날아온 꽃이 공존한다. 기차가 다니던 그 길을 따라 걷는데 마음이 짜르르 울렸다. 누군가의 일상이 나의 일상을 위로해 주는 풍경. 봄의 끝자락에 한들거리며 피어난 데이지, 한쪽 구석에 붉은 꽃잎 선명한 양귀비. 이 모든 것이 내 등을 어루만지는 손길 같았다. 쏟아지는 햇볕처럼 따뜻했다. 여행은, 이렇게 찰나의 순간으로 나의 삶을 다독거린다.
정태겸의 풍경
[정태겸의 풍경](37)전북 진안 사양제 - 이토록 아름다운 가을 햇살(2022. 11. 25 14:28)
2022. 11. 25 14:28 문화/과학
전북 진안의 새벽은 제법 차가웠다. 비로소 겨울 기운이 조금씩 스며드는 기분이었다. 인적 드문 아침을 열고 밖으로 나오자 햇살이 쏟아졌다. 그 온기에 새벽의 한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파란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마이산 두 봉우리가 우뚝 모습을 드러냈다. 저 모습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마이산 자락 곁에 있는 사양제. 이곳은 말의 귀를 닮은 마이산의 모습을 가장 아름답게 담아내는 저수지다. 마이산 일대에는 유난히 저수지가 많다. 그럴 만한 것이 마이산은 역암(礫岩)으로 이뤄진 우뚝한 봉우리가 서 있어 좀처럼 물이 없을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남쪽 비탈면에서 섬진강의 수계가 시작된다. 북쪽에서는 금강의 첫 물길이 시작된다. 물이 풍부해 인근에서는 이 물길을 가둬 저수지를 많이 만들었다. 사양제도 그렇게 만들어진 곳이다. 저수지 동쪽 산 너머에서 떠오른 햇살이 차가운 대지를 달군다. 부연 물안개가 일어나고, 햇살이 나무와 나무 사이로 쏟아져 장관을 이룬다.
정태겸의 풍경
[정태겸의 풍경](25)전북 완주-하얀 봄의 선물(2022. 04. 01 14:19)
2022. 04. 01 14:19 문화/과학
대둔산은 ‘호남의 금강산’이라고 부른다. 한반도의 척추인 태백산맥에서 뻗어나온 노령산맥이 김제의 만경평야를 향해 뻗어나가다 금산 일대에서 독립적인 산군을 이룬다. 전라북도 완주, 충남 논산과 금산에 넓게 걸쳐져 있는 산이 대둔산이다. 이중 완주 운주면에서 보는 대둔산은 말 그대로 비경이다. 하늘을 향해 가파르게 솟아올라 하얀 암벽이 민낯을 내민다. 가파른 산세는 보기에 멋져도 오르기엔 버겁다. 산을 따라 걷는 길에 가파르고 긴 철제계단을 놓은 이유다. ‘미친 계단’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다행인 건 이 산에 케이블카가 있다. 몇년 전 새로 단장한 케이블카를 타면 927m의 선로를 따라 5분 만에 정상부까지 오를 수 있다. 그 위로 오른 날, 아래의 세상에서는 상상도 못 했던 봄의 선물을 만났다. 밤새 암봉 주변에 하얗게 내린 3월의 눈, 그 위를 뒤덮은 안개. 가히 신선이 머물 법한 풍광이었다. 뒤로는 봉우리와 봉우리가 모여 수놓는 선경이, 앞으로는 아래로 뻗어가는 산맥의 흐름과 그 너머로 이어지는 인간의 세상이 한눈에 들어왔다. 도저히 입을 다물 수 없는 선물이었다. 이 짧은 겨울과 봄 사이 자연은 이렇게 살아 움직인다.
정태겸의 풍경
‘1강’ 전북에 도전할 K리그 다크호스는(2020. 02. 14 15:50)
2020. 02. 14 15:50 스포츠
#전북, 압도적인 1인자의 위상 한동안 ‘절대 1강’으로 군림했던 전북은 지난해 울산 현대의 강력한 도전을 받아 우승을 놓칠 위기에 몰렸으나 마지막 경기에서 짜릿한 역전 우승극을 만들어냈다. 2019년 12월 1일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9 K리그1 38라운드 전북 현대와 강원FC의 경기에서 전북 선수들이 우승이 확정되자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북의 올해 목표는 리그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대한축구협회(FA)컵을 모두 우승해 구단 최초의 ‘트레블’을 달성하는 것이다. 권경원과 문선민이 군에 입대하고 로페즈가 떠나 전력의 공백이 생기는가 싶었는데, 이적 시장에서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굵직한 선수들을 쓸어담았다. 지난해 K리그1 최우수선수였던 김보경을 울산에서 데려왔고 경남FC에서 고군분투한 쿠니모토(일본)를 영입해 중원을 단단히 했다. 수비에도 오반석에 수원 삼성에서 뛰던 구자룡까지 합류시켜 뒷문을 단단히 했다. 이걸로도 모자라 김학범호에서 맹활약한 조규성과 포항 스틸러스의 ‘신성’ 이수빈, 196㎝의 장신 외국인 선수 라스 벨트비크(남아공)까지 가세시켰다. 측면 공격수가 모자란다는 단점이 보이나, 전북은 원래 측면 공격수에 큰 비중을 두는 팀이 아니다. 올해도 전북이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라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전북의 대항마는 누가 되나 울산은 지난 시즌 다잡았던 우승 트로피를 포항과의 시즌 최종전서 패하면서 아쉽게 놓쳤다. 시즌이 끝난 후, 울산은 대대적인 전력 유출에 시름했다. 당장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두 ‘기둥’ 김보경과 믹스가 빠져나갔고, 박용우는 군에 입대했다. 이들 3명의 이탈로 울산은 미드필더진이 사실상 ‘붕괴’ 상태에 이르렀다. 여기에 김승규·주민규·강민수·황일수 등 주축 선수들 대부분이 팀을 떠났다. 울산도 시즌을 앞두고 서둘러 보강에 나섰다.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MVP로 뽑힌 원두재를 데려왔고, 국가대표 경력이 있는 윤빛가람과 고명진을 영입해 중원 공백을 채웠다. 여기에 대구FC에서 국가대표 수문장 조현우를 영입했으며, 수비진에도 가시마 앤틀러스에서 뛰던 정승현을 추가해 두터움을 더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지난해만 못하다는 평가가 많다. 오히려 사람들이 주목하는 팀은 따로 있다. 지난 시즌 ‘병수볼’ 돌풍을 일으켰던 강원FC다. 올해도 김병수 감독이 지휘하는 강원은 오프시즌 내 전북 못지않게 굵직한 선수들을 영입하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성남FC 부동의 센터백인 임채민을 데려왔고, 수원에서 뛰던 수비수 신세계도 영입했다. 또 전북에서 뛰던 고무열과 김승대까지 더해 스쿼드가 한층 두터워졌다. 물론 강원도 약점은 있다. 강원은 현재까지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지 않은 유일한 팀이다. 현재 스쿼드 상에 있는 외국인 선수는 지난해 말미 아시아쿼터로 영입한 풀백 자원 나카자토뿐이다. 그러나 강원은 지난해에도 외국인 선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극히 낮은 팀이었다. 오히려 강원은 주축 선수들을 대부분 다 지켜낸 가운데 굵직한 선수들을 영입하며 전력이 크게 상승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그들을 이끄는 수장이 김병수 감독이라는 것이 가장 큰 전력이다. 조제 모라이스 전북 감독은 지난해 K리그 시상식에서 K리그1 최고의 전술가로 김병수 감독을 꼽은 적이 있다. 2019년 12월 5일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2019 승강플레이오프 1차전 부산 아이파크와 경남FC경기. 부산 경남 선수들이 공중볼을 다투고 있다. / 연합뉴스 #전력 보강한 서울, 그렇지 않은 수원 한동안 K리그를 대표했던 두 명문 구단 서울과 수원은 최근 몇 년간 적잖은 비판을 팬들로부터 받았다. ‘슈퍼 매치’로 불리는 두 팀의 맞대결에 쏠리는 열기도 이전과 비교하면 훨씬 덜한 것이 사실이다. 냉정하게 말해 K리그의 ‘리딩 구단’은 이제 이들이 아닌 전북이다. 이번 시즌을 앞둔 두 팀의 상황은 상반된다. 그동안 전력 보강에 다소 인색했던 서울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모처럼 보강을 했다. 전남 드래곤즈에서 주축 미드필더 한찬희를 데려온 데 이어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풀백 자원인 김진야를 영입해 깊이를 더했다. 여기에 서울의 전성기를 함께했던 아드리아노까지 영입하면서 전력이 한층 상승했다. 다만, ‘화룡점정’을 할 수 있는 기성용의 영입에 실패한 것이 옥에 티다. 이에 비해 수원은 주축 선수들이 대거 이탈했으나 보강은 제대로 하지 못했다. 지난 시즌 득점왕 타가트가 건재하지만, 그 외 보강은 미미하다. 신세계·전세진·구자룡 등 주축 선수들이 이탈했는데, 눈에 띄는 영입은 전북에서 데려온 명준재 정도다. 지난 시즌 FA컵 우승으로 올해 ACL에 나가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오히려 주포인 타가트가 시즌 중 이적할 수 있다는 소문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광주와 부산, K리그2에서 올라온 팀들의 운명은? 광주FC와 부산 아이파크는 이번 시즌을 K리그1에서 맞이한다. 광주는 지난 시즌 K리그2 우승을 차지하며 K리그1으로 직행했고, 부산도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경남을 잡고 역시 K리그1으로 승격했다. 시도민구단인 광주는 기본적으로 큰돈을 쓸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비싼 선수들을 영입하기보다는 가격이 다소 저렴한 베테랑 선수들을 요소요소에 보강하는 데 주력했다. 일본 J리그 경험도 있는 센터백 한희훈을 대구에서 데려왔고 경남으로부터 김효기, 울산으로부터 김창수를 영입했다. 특히 김효기와 김창수는 이적료가 발생하지 않는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었다. 그래도 광주를 쉽게 봐서는 곤란하다. 광주는 지난해 박진섭 감독의 지휘 아래 엄원상·임민혁·김정환 같은 젊은 선수들이 자리를 잡았다. 젊은 패기에 베테랑의 관록이 더해져 함부로 얕볼 수 없다. 지난 시즌 광주의 돌풍을 이끌었던 펠리페·아슐마토프·윌리안 같은 핵심 외국인 선수들이 모두 남은 것도 플러스 요인이다. 지난 시즌 K리그2에서 화끈한 공격 축구를 선보였던 조덕제 감독의 부산은 전력 보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고민이었던 왼쪽 풀백에 윤석영을 영입하며 해결했고, 베테랑 센터백 김동우와 수비형 미드필더 김정현을 보강해 중원과 수비진에 두터움을 더했다. 지난 시즌 K리그2 안산 그리너스에서 뛰었던 196㎝의 장신 외국인 공격수 빈치씽코는 호물로, 이동준과 함께 부산의 공격 축구를 더욱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K리그 1강’ 전북의 독주는 언제까지(2018. 10. 15 14:19)
2018. 10. 15 14:19 스포츠
전북의 독주가 반복되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전북이 나홀로 독주하고 있는 것이 스포츠의 가장 큰 매력인 경쟁과 긴장을 잊게 만들 수 있어서다. 올해도 프로축구는 ‘전북 천하’가 됐다. 10월 7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18 KEB하나은행 K리그1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의 경기가 끝난 후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최강희 감독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북 현대가 같은 ‘현대가(家)’인 울산 현대와 10월 7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맞붙은 ‘2018 KEB하나은행 K리그1’ 32라운드. 전북은 1-2로 끌려가던 후반 종료 직전 페널티킥을 얻었다. 그리고 골잡이 이동국(39)이 침착하게 찬 공이 골키퍼가 몸을 던진 반대편에 꽂히면서 2-2로 비겼다. 전주에서 관광버스 6대를 대절해 무려 300㎞를 달려온 전북의 열혈 팬들은 폭죽을 터뜨리며 환호했다. 선수들도 팬들 앞에 모여 어깨동무를 하며 펄쩍 뛰었다. 팬도, 선수도 무승부에 기뻐한 것은 시즌 종료까지 6경기를 남긴 시점에서 조기 우승을 확정한 까닭이다. 전북은 이날 무승부로 승점 74점를 쌓아 2위 경남FC와의 승점차를 19점으로 벌려 남은 6경기에 모두 져도 1위가 바뀌지 않는다. 6경기 남기고 조기우승 확정 K리그에서는 팀당 33경기를 치른 뒤 상위(1~6위)·하위(7~12) 스플릿으로 나눠 마지막 5경기를 펼친다. 상위는 우승, 하위는 2부 강등을 놓고 경쟁한다. K리그에서 2012년 스플릿 제도가 도입된 이래 스플릿 라운드 전에 우승팀이 확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전북은 1991년 대우 로얄즈와 2003년 성남 일화와 함께 가장 많은 경기를 남기고 우승한 팀이 됐다. 전북은 이제 K리그 최다 우승(성남·7회) 도전에 단 하나의 우승컵만 남겼다. 1994년 창단한 전북은 2005년 최강희 감독이 지휘봉을 잡기 전까지는 그저 그런 지방의 평범한 팀이었다. 그러나 2009년 처음으로 K리그 정상에 오른 뒤 2011년과 2014년, 2015년, 2017년, 2018년 리그를 제패하며 ‘K리그 1강’으로서 독보적인 위치를 굳혔다. 최근 5년만 따지면 2016년을 빼고 무려 4차례 정상에 올랐다. 전북의 꾸준한 성적은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수원 삼성(5위)과 FC서울(9위)이 시즌 도중 감독이 경질되는 등 예년만 못한 성적에 신음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더욱 놀랍다. 축구전문가들은 그 원동력을 프로다운 투자에서 찾는다. 전북은 K리그에서 유일하게 정규리그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할 수 있는 더블 스쿼드를 갖췄다. 지난해 프로축구연맹을 통해 공개된 연봉 총액만 K리그 최다인 약 156억원이다. 매년 정상급 선수가 최소한 1~2명 영입돼 긴장을 푸는 선수는 내부 경쟁에서 밀려 벤치 신세로 전락하기 일쑤다. K리그 최고의 골잡이라는 김신욱도, 아드리아노도, 이동국도 선발을 장담하지 못한다. 하지만 어떤 선수도 자신이 경기를 뛰지 못하는 것에 불만을 품기보다는 경쟁을 이겨내려고 노력한다. 과거 서울에서 트러블 메이커로 불렸던 아드리아노도 선발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면 묵묵히 훈련하면서 기회를 기다렸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좋은 분위기, 지지 않는 분위기를 계속 이어가려고 선수들 스스로 노력한다”며 만족감을 보였다. 전북의 또 다른 원동력은 우승을 통해 쌓은 경험이다. 강호로 거듭나면서 우승에 꼭 필요한 고비를 넘길 수 있는 집중력이 생겼다. 전북은 라이벌전이나 우승을 다투는 상대와 맞붙는 승점 6점짜리 경기에서는 더욱 강해진다. 최 감독은 “꼭 이겨야 하는 상대를 만나면 철저히 분석하고 연구해 상대의 장점을 틀어막는 것부터 생각한다”며 “선수들도 경험이 생기니 비길 경기를 이기더라”고 설명했다. 지난 7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18 KEB하나은행 K리그1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의 경기가 끝난 후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전북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북이 연패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강팀도 연패를 당하면 무너진다. 전북은 올해 K리그에서 유일하게 연패가 없다. 승리가 없었던 가장 긴 시간은 1무 1패를 기록한 12~13라운드뿐이었다. 전북이 시즌 내내 기록한 패배도 단 4번(경남 1패·포항 2패·인천 1패)에 불과했을 정도다. 전북 천하가 올해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는 이유다. 반면 전북의 독주가 반복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전북이 나홀로 독주하고 있는 것이 스포츠의 가장 큰 매력인 경쟁과 긴장을 잊게 만들 수 있어서다. 중국 취임설 도는 최 감독 거취 주목 최 감독조차 우승을 확정한 직후 “(전북의 독주는) 분명히 걱정이 된다”며 “K리그가 하향 평준화되고 있다. 리그 자체가 위축되면 전북이 아닌 다른 팀들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하소연했다. 전북이 아낌없는 투자로 정상을 지켜낸 것처럼 다른 팀들도 씀씀이를 조금 더 늘려 K리그 전체가 발전해야 한다는 뜻이다. K리그가 한국 축구 전체의 요람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한국 축구의 경쟁력 유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다만 나머지 팀들의 각성 여부에 관계없이 전북 천하가 끝날 변수도 남아있다. 매년 시즌이 끝날 무렵이면 반복되던 최 감독의 중국행 소식이 이번에도 들려온다. 올해는 톈진 취안젠이 성적 부진으로 경질된 파울로 소사 감독의 대안으로 최 감독을 낙점했다는 중국 언론의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최 감독은 우승 직후 기자회견에서 “3년 전부터 이 시기만 되면 계속 (난) 중국에 가 있는 걸로 (기사가 나온다)”라는 말로 일축했다. 그러나 최 감독의 심복인 박충균 코치가 톈진의 감독대행으로 내정됐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오면서 상황은 복잡하게 흘러가고 있다. 박 코치는 축구대표팀과 울산, 전북, 풍생중 등에서 코치로 활약한 경험이 있지만 톈진에서 고액을 들여 지휘봉을 맡길 경력은 갖고 있지 않다. 박 코치가 먼저 톈진을 맡은 뒤 최 감독이 내년 정식으로 부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전북 관계자는 “전북 천하는 최 감독이 부임해 시작된 것”이라며 “우리는 최 감독이 떠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최 감독이 떠나면 전북도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목! 이 사람]전북 장수군 수화교실 1호 수강생 정명순씨 “농인들 말동무해줄 수 있어 보람”(2018. 07. 16 16:30)
2018. 07. 16 16:30 사회
평소에는 눈길을 주지 않던 전봇대였다. 마을 산책을 나선 그날따라 전봇대에 붙은 전단지가 눈에 밟혔다. 전단지에는 ‘수화교실 수강생 모집’이라는 간결한 문구와 함께 연락처가 적혀 있었다. 오래전 배웠던 수화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이내 전화를 걸었다. 2015년 전북 장수군 수화교실 1호 수강생이 된 정명순씨(48) 얘기다. 정씨는 장수군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다. 1989년 우체국 입사 첫해, 고창군으로 발령받아 근무한 2년 6개월을 빼고는 내내 장수군에서 살았다. ‘수화’와 첫 인연을 맺은 곳도 장수군이다. 정씨는 “스물여덟이 되던 해였나, 다니던 교회 농학교에서 수화를 처음 배웠어요. 열심히 배우다 흐지부지 다 배우지 못하고 접었는데, 두고 두고 아쉬움이 남더라고요”라고 말했다. 20년 만에 다시 만난 ‘수화’는 정씨의 일상을 바꿨다. 농인의 ‘말’을 능숙하게 하게 된 정씨는 자연스럽게 청각장애인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게 됐다. 시작은 농아협회 바자회였다. 일손이 부족했고 지역에서 수화를 할 수 있는 사람도 적었다. 바자회 봉사를 시작으로 정씨는 농아협회에서 하는 행사에 손을 보탰다. “당장 바자회를 진행하는 데 도와줄 사람이 필요했어요. 바자회가 끝나니 체육대회가 있었고, 그 다음엔 또 농인분들 모시고 여수로 가는 수련회가 잡혀 있었어요. 농아협회 직원은 3명뿐이거든요. 한 명이 아쉬운 상황이어서 고민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정씨와 뜻이 같은 사람들이 하나둘씩 수화교실로 모였다. 인원이 늘면서 수화교실은 2015년 11월 봉사단체 ‘수향’으로 거듭났다. ‘수향’이라고 하면 대부분 손에 나는 향기(香)라고 생각하지만 원래 수향은 동작이라도 손의 방향에 따라 뜻이 달라지는 수화 용어 ‘수향’에서 따다 만들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손에 나는 향기’로 생각을 해서 지금은 두 의미를 나누지 않고 쓴다. 현재 수향은 회원 10명이 활동하는 장수군의 어엿한 대표 봉사단체 중 하나가 됐다. 가입절차는 있지만 회원 비회원 구분이 없다. 일손이 부족하면 회원 자녀들, 남편들이 와서 돕는다. 다니는 회사에 얘기해 후원을 받아주는 고마운 회원도 있다. 정씨의 남편도 수향을 물심양면으로 돕는 고마운 ‘비회원’이다. 사회복지사인 남편은 남 돕는 일로 늘 바쁜 와중에도 정씨를 챙긴다. “남편과 살다보니까 자연스럽게 어려운 사람 돕는 모습을 보게 되더라고요. 누구네 집에 갔더니 냉장고가 비었더라며 사비를 털어 냉장고를 채워놓고 오는 그런 사람이에요. 그 사람 따라서 저도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따게 됐습니다.” 지난 6월 정씨는 문맹 청각장애인을 위한 봉사활동을 한 공로를 인정 받아 ‘우정봉사상’을 수상했다. 정씨가 기뻤던 건 수상보다는 ‘상금’이었다. 상금 덕분에 곧 있을 농인 체험행사에 필요한 차편을 마련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봉사라고 특별히 뭔가 하는 건 없어요. 같이 가서 그분들과 얘기하고 노는 거예요. 그렇게만 해도 많이들 좋아해 주세요. 오다가다 만나서 나누는 인사로도 농인 분들께 기쁨을 드릴 수 있습니다.”
주목! 이 사람
전북 현대, 아시아 무대서 퇴출되나(2017. 01. 24 16:32)
2017. 01. 24 16:32 스포츠
전북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 국내에서 받은 징계로 K리그 승점이 삭감돼 ACL 진출 자격인 2위로 K리그를 마쳤다. 그런데 대회 참가를 또 막는 것은 이중 징계로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지난해 아시아 정상에 올랐던 전북 현대가 ‘심판 매수’ 파문으로 올해 아시아 무대에서 퇴출됐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산하 독립기구인 출전관리기구(Entry Control Body·ECB)는 18일 전북에 “올해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출전 자격을 제한한다”고 통보했다. ECB는 “AFC 클럽 대회 매뉴얼 제11조 8항에 의거해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2016년 내내 전북을 흔들었던 심판 매수 악몽이 올해까지 발목을 잡는 셈이다. 전북 아시아 퇴출은 왜?… CAS에 항소 전북이 아시아 무대에서 퇴출된 근거는 ‘심판 매수’ 파문 탓이다. 전북 스카우트 ㄱ씨는 2013년 심판에게 돈을 건넨 사실이 드러나 2016년 부산지방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 때문에 전북은 K리그에서 승점 9점이 삭감돼 우승컵을 놓쳤지만 ACL 우승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국내에 한정된 이슈로 끝날 것 같았던 이 사건의 불씨가 살아난 것은 호주 강호인 애들레이드 유나이티드가 최근 전북의 퇴출 필요성을 강력하게 제기했기 때문이다. 당초 AFC는 전북에 추가 징계를 내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올해 ACL에서 전북과 같은 H조에 묶인 애들레이드가 국제스포츠 중재재판소(Court of Arbitration for Sport·CAS)에 제소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CAS는 국제스포츠 경기에서 일어나는 분쟁을 공정하게 판단하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1984년 창설한 기구다. 심판 판정과 금지약물, 승부 조작 등 스포츠에서 금지된 행동을 해당 종목의 주관 단체가 해결하지 못할 때 해결사로 등장한다. 이번 사안에서도 CAS가 AFC에 전북의 심판 매수 사건을 재심사할 것을 요구했고, AFC는 ECB라는 새 조직을 만들어 대응했다. 2016년 11월 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 K리그 클래식 마지막 경기 전북 현대와 FC 서울의 경기에서 전북 선수 뒤편으로 FC서울 서포터즈들이 내건 심판 매수 비판 현수막이 보이고 있다. / 김기남 기자 ECB는 출범 첫 심사 대상이 된 전북이 AFC 클럽 대회 매뉴얼을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ECB가 문제삼은 제11조 8항에는 ‘승부 조작의 범죄가 확인된 어떤 클럽이든 자동적으로 1년간 대회 출전이 금지된다’고 명시돼 있다. AFC는 이 규정에 따라 2015년 승부 조작을 벌인 캄보디아의 클럽 프놈펜 크라운 FC의 2017 AFC컵 출전권을 박탈한 바 있다. ECB도 전북이 1월 17일 소명자료를 제출한 지 하루 만에 출전자격 제한을 전격 결정했다. 그렇다고 전북이 올해 ACL에 출전할 가능성이 아예 막힌 것은 아니다. 전북은 ECB의 통보를 받은 즉시 “CAS에 항소절차를 밟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전북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 국내에서 받은 징계로 K리그 승점이 삭감돼 ACL 진출 자격인 2위로 K리그를 마쳤다. 그런데 대회 참가를 또 막는 것은 이중 징계로 볼 여지가 있다. 또 금품 공여에 대한 책임은 인정하지만, 법원에선 전북에 유리하게 판정을 했다는 승부 조작 정황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 사건이 매수를 넘어 승부 조작으로 역사에 남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북이 믿는 구석이 승부 조작으로 퇴출된 프놈펜 사례라는 게 아이러니다. 프놈펜이 캄보디아 리그에서 7명의 선수가 연루된 승부 조작 사건으로 징계를 받았지만 CAS에 항소해 복권이 성사됐기 때문이다. 전북의 또 다른 관계자는 “프놈펜의 사례처럼 CAS까지 가면 우리 손을 들어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그러나 CAS가 프놈펜처럼 전북의 손을 들어줄지는 미지수다. 우선 프놈펜 사례를 살펴보면 상황이 다르다. 프놈펜 구단은 2015년 여러 코치와 선수들이 샘 슈바인그루버 감독을 내쫓으려 승부 조작을 시도한 것을 알아채고 맞서 싸운 정황을 인정받았다. 승부 조작을 모의하는 선수들의 대화를 녹음해 증거를 확보했을 뿐만 아니라 관련자들에게 자체 징계를 먼저 내린 것이다. 이 때문에 프놈펜은 전북과 똑같은 제11조 8항 위반으로 아시아 무대에서 퇴출됐을 때 “우린 부패, 부정, 승부조작과 맞서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 왔다”며 CAS에 당당히 항소할 수 있었다. CAS 또한 2016년 8월 말 프놈펜의 손을 들어주면서 이미 진행 중인 예선 조별리그를 건너뛰고 다음 단계인 플레이오프에 직행할 수 있었다. 반면 전북은 승부 조작으로 입건된 경남FC를 조사하던 사법당국에 의해 심판 매수가 적발됐다. 또 프놈펜처럼 적발 이후 구단의 별도 조치가 발빠르게 이뤄진 것도 없었다. 전북이 CAS에 프놈펜처럼 면죄부를 달라고 요청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시간 싸움에 쫓기는 K리그 전북을 더욱 다급하게 만드는 것은 부족한 시간이다. 전북 대신 ACL에 출전하는 울산 현대가 2월 7일 ACL 플레이오프(PO)를 치르기 전까지 CAS의 결정을 받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전북은 ECB에 ACL 출전 박탈 근거를 요청한 상태다. AFC 규정에는 ‘결정일 10일 이내에 박탈 결정에 대한 근거를 ECB에 요청할 수 있고, 그 근거를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CAS에 항소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전북은 ECB 답변을 언제 받을지 장담할 수 없어 답변이 오지 않더라도 CAS 제소절차를 진행하기로 했지만, 모든 절차를 밟는 데 보름밖에 남지 않았다. 울산이 ACL PO를 치른다면 사실상 ACL 출전은 포기해야 한다. 이철근 전북 단장은 “PO가 열리는 2월 7일 이전에는 CAS의 결정을 받아내야 한다”고 다급한 심정을 내비쳤다. 시간과의 싸움에 들어간 것은 울산도 똑같다. 울산은 원래 K리그 개막(3월 5일)을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지만, ACL 출전으로 모든 계획을 앞당겨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당장 울산은 2월 7일 키치(홍콩)와 하노이(베트남) 간의 승자와 ACL PO를 치러야 한다. 앞당겨진 일정보다 골머리를 앓게 만드는 것은 전력 보강이다. 울산은 지난해 활약했던 외국인 선수 4명 중 멘디와 셀리오, 마스다를 방출했다. 잔류한 코바를 빼면 무려 세 자리가 빈다. 울산은 김도훈 신임 감독이 점찍었던 선수를 스페인 무르시아 전지훈련 전후로 점검해 영입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AFC 선수 등록기간에 쫓겨 하루빨리 선수 영입을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울산 관계자는 “원래 AFC 선수 등록기간이 23일까지였지만, AFC가 우리 구단의 상황을 배려해 27일로 연장했다”며 “그날까지는 무조건 선수 영입을 마쳐야 한다”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 부상선수를 빼고 대체선수를 30일까지 추가 등록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27일까지가 마지노선이다. 울산은 또 해외 전지훈련 일정도 대폭 축소해야 한다. 원래 스페인 무르시아에서 2월 10일까지 전훈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ACL 일정으로 선수단이 보름 정도 앞당겨 1월 28일 조기 귀국하도록 했다. 울산 관계자는 “ACL에 출전하는 것은 영광이지만, 이런 방식은 사양하고 싶다”고 말했다.
[포커스]GM작물 시험재배지 전북혁신도시를 가다(2016. 09. 13 10:33)
2016. 09. 13 10:33 사회
ㆍ주민이 우연히 발견… 외부에 유출되면 자연 생태계 오염 가능성 “쉬쉬했죠. 저희뿐 아니라 지자체와도 전혀 협의하지 않았어요. 전북도도, 전주시, 완주군과도….” 완주군 이서면 정농마을 여성만 전 이장(58)의 말이다. 7일, 정농마을 옆에 있는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앞에서 그를 만났다. 그가 이곳에서 유전자변형(GM) 작물이 재배되고 있음을 우연히 알게 된 때는 지난해 11월쯤이다. “그때는 이런 방풍림도 없었어요. 내부가 훤히 들여다 보이는데, ‘LMO법에 의한 유전자변형 생명체가 재배되는 시설’이라는 표지판이 눈에 띄는 거예요. 설마 저게 유전자변형 생물체일까 싶어, 때마침 강의하러 온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에게 물으니 그렇다는 거예요.” 태풍 몰려오면 비닐하우스 견뎌낼까 철망 넘어 비닐하우스는 뼈대만 남겨진 상태로 벗겨져 있었다. “안전시설로 그물망을 쳤다고 하는데, 저기 보이는 뿌연 것이 비닐을 들었다놨다 하는 개폐기입니다. 이게 논란이 되니 자기들이 언론에 ‘태풍에도 안전하다’고 이야기했는데, 농사짓는 사람은 다 압니다. 비닐하우스 기능은 보온과 비가림이에요. 안전시설은 아니거든요. 태풍까지는 갈 것도 없이 지난 4월에 돌풍이 부니 찢어졌습니다. 유튜브에 보면 EBS 에서 방영된 영상을 볼 수 있는데, 그게 찢어져 펄럭거리는 것이 나옵니다. 얘내들(농촌진흥청) 말은 순 거짓말이에요. 그 원인이 바람에 찢어진 것이 아니라 업자가 싼 자재를 써서 배상 받으려고 일부러 찢어놨다는 거예요.” 비닐하우스 안에는 어떤 작물이 있었을까. 여 전 이장은 “사과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5일 농진청이 언론에 배포한 설명자료에 따르면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이곳 총 2400㎡ 부지에서 ‘망실하우스’를 통해 GM사과 격리포장 실험을 한다고 되어 있다. 여 이장을 만난 뒤 전북혁신도시(완주군)에 있는 농진청 관계자는 “논란이 되었던 비닐이 찢어진 망실하우스 안에서는 아무런 재배도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고 밝혔다. 여성만 전북 완주군 이서면 정농마을 전 이장이 7일 농촌진흥청의 GM작물 시험재배단지 앞에서 최근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 정용인 기자 기자가 방문하기 하루 전인 6일, 농진청 GM작물 시험재배지 인근에서 ‘충돌’이 있었다. 전북도청 앞에서 열린 전북 농업인단체와 GMO 반대 전북도민행동(이하 도민행동)이 주최한 전북도민 결의대회에 참여한 농민 중 150여명이 집회를 마치고 농진청 앞으로 이동했다. GM작물 시험재배지가 있는 국립농업과학원 쪽으로 향하는 행진은 출동한 경찰병력에 의해 저지됐다. 김희숙 도민행동 사무국장은 “공공도로가 아니라 농진청 도로라 출입할 수 없다고 하지만 평상시 출입이 봉쇄된 곳도 아니고, GM작물 재배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겠다는 것뿐인데, 그걸 막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농진청, 현재 146종의 GM작물 연구 왜 전북도가 GM작물 논란의 중심에 있는 것일까. 농진청은 2014년 8월 경기도 수원에서 이곳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했다. 농진청과 함께 농진청 산하 각급 연구기관들도 이전해오면서 GM작물 재배지도 이곳에 집중됐다. 한승우 GMO전북도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의 말에 따르면 지난해 농진청이 승인 GM작물 시험재배 허가면적 20만9876㎡ 중 20만6713㎡가 전북에 위치하고 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우리나라 GM작물 개발의 98%가 전북도에서 이뤄지는 셈이에요. 다시 말해 전북이 GMO 개발의 중심지인 거지요.” “…어제는 그렇게 못 들어가게 기를 쓰고 막더니.” 여성만 전 이장의 말이다. 기자는 여 전 이장, 그리고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의 김성훈 비서관과 함께 이곳을 방문했다. 도로에 출입을 막는 시설은 따로 없었다. 다만 ‘여기서부터는 국가연구시설로 안전 관리와 보안을 위하여 허가받지 않은 사람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는 국립농업과학원장 명의의 표지판이 가로수에 박혀 있었다. 김성훈 비서관이 말했다. “여기 녹색으로 되어 있는 펜스는 전에 없었던 것인데…. 최근에 친 모양이네요.” 기자가 방문 전, 도민행동 측에 요청해 받은 지난 8월 하순 사진에는 기둥만 세워져 있었다. 8월 8일, 도민행동 측이 기자회견을 열어 “GM작물 시험재배 관리규정이 준수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 집회 보도 사진에는 아예 아무런 펜스도 존재하지 않았다. ‘급조’된 것이다. 관리규정이 위반되고 있다는 것은 무얼 뜻할까. “GMO라는 게 없었던 새로운 생명체를 만드는 것이어서 시험재배되는 동안에 이것이 외부에 유출되면 자연생태계가 오염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관련법을 만들어서 엄격하게 준수하도록 되어 있는데, 그게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한승우 위원장의 말이다. 관련법은 ‘유전자변형 생물체의 국가 간 이동 등에 관한 법률 및 통합고시’다. 실제 이 법에 따라 마련된 ‘농림축산업용 유전자변형 생물체의 관리방법과 조치사항’을 보면 다음과 같은 대목이 눈에 띈다. 7일 오후 일반 작업복을 입은 근무자들이 시험구역 내에 진입하는 것이 목격됐다. 연구시설 설치운영기준에는 ‘시험구역 내에서는 실험복을 착용해야 하고, 일반구역으로 이동시에는 실험복을 탈의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 정용인 기자 “(마) 유전자변형 식물을 재배하고자 하는 격리포장시설 설치 시는 야생동물 및 외부인 등에 의해 유전자변형 식물의 종자나 식물체 일부가 외부로 옮겨지지 않도록 고려하여야 한다. (아) 태풍, 홍수 등 천재지변으로 인한 유전자변형 식물체가 확산되지 않도록 안전대책을 강구하여야 한다.” ‘연구시설의 설치 운영기준’을 보면 ‘실험구역에서 실험복을 착용하고 일반구역으로 이동 시 실험복 탈의를 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실제 운영에서 이런 규정이 전혀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도민행동이 에 제공한 사진을 보면 이곳에서 관련 시설 설치작업을 하던 노무자들이 작업복 차림 그대로 문밖으로 나오는 사진이 있다. 여 전 이장, 김 비서관과 시험재배지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던 중 평범한 작업복을 입고 시험장 안에 들어가 작업을 하는 3명의 관계자를 목격할 수 있었다.(사진) 이 경우는 규정위반은 아닐까. 여 전 이장과 헤어진 뒤, 기자는 김 비서관과 함께 농진청 농업과학원을 방문했다. 농업과학원 농업생명자원부 핵심 관계자에게 논란이 제기된 관리규정 준수 여부에 대해 물었다. -안쪽으로 출입할 때 복장 규정이 있나요. “복장 규정은 실험복이고, 작업자들은 작업복이에요. 풀 매고 하는.” -안 갈아입고 하는 경우는 없나요. “그런 경우는 없습니다. 여기 안에 들어가는 것이 다 엄격하게 규정되어 있는데.” -(카메라 연속사진을 보여주며) 이 분들은 밖의 차림 그대로 들어오는데. “여기 이 분들이… 이 밖에도 계셨어요? 아니 규정대로 해서 갈아입고….” -파란색 옷 입은 분 보이시죠. “사실은, 보시면 아시겠지만, 사실은 논에서 실험복 입고 일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옆의 관계자) 설치규정상 실험복이 특별한 가운으로 명시되어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농장에서 일하시는 분이 있고 실험실에서 일하는 분이 따로 있어요.” -(기자가 현장 작업 책임자로 지목된 분의 작업복을 가리키며) 저렇게 입은 분이 안에 들어가서 작업하는 것은 됩니까, 안 됩니까. (관계자) “안 됩니다.” (핵심 관계자) “연구자들도 여름에 덥고 계속 가운 입고 들어갈 수는 없으니까요. 그런데 어차피 화분 개화시기에는 나갈 때 에어 샤워시키고 하니…. 비판하는 사람들은 작년에는 안 하고 이제사 이걸(펜스) 설치하냐고 하지만 하여튼 그런 우려를 감안해서 한 것이고. 어쨌든 지금 시기는 개화시기는 끝나서 새만 막으면 되는 시기예요.” 의문은 계속된다. 8월 8일 도민행동 측이 기자회견을 할 당시만 하더라도 자라고 있는 벼들 위에 ‘조류차단망’은 없었다. 도민행동이 보내온 최근 사진과 7일 현장 방문 때는 흰 그물로 덮여 있었다. 농업과학원 관계자는 이날 기자 일행이 둘러보기 전 ‘GMO 격리포장 운영현황’ 브리핑에서 “화분비산 방지망, 2단계 야생동물 차단망, 조류 차단망 등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아무리 봐도 태풍이 닥치게 되면 저 시설들이 버티기는 힘들어 보이는데요. “저쪽 가포장한 지지대 정도면 견딜 수 있는데, 여기는 구조적으로 논이라 할 수 없어요. 문제는 태풍이 오면 지지대 문제가 아니고 망 자체가 날아갈 테니 어차피 의미가 없는 거예요. 지지대를 두껍게 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닙니다. 그래서 저희도 고민이 이걸 매년 이렇게 바꿔서 할 것이냐, 아니면 반영구 시설로 실험할 수 있는 온실을 지어서 할 거냐였습니다. 그런데 환경방출 위해성 평가 때는 자랄 때의 환경이나 생태에 대한 영향 등을 봐야 하니 완전온실 안에서는 또 안 되지 않습니까.” -안전성이 검증 안 된 시험재배이지 않습니까. “그렇죠. 심사를 받지 않은 것이니. 종자나 꽃가루가 유출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우리가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고, 예측할 수 없는 부분까지는 규정에 다 담을 수 없으니까요.” -규정에 보면 (아) 항목에 태풍 등 천재지변에 대한 확산방지책이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고 되어 있는데요. 화분 개화시기가 8월 초라고 했는데, 우리나라 기후 특성상 그때 태풍이 불어올 확률이 꽤 되지 않습니까. “태풍 때문에 손상되면 문제가 되겠죠. 다행이도 주변지역에 논이 없습니다. 태풍 방향을 보니까 저쪽 황방산 쪽으로 막혀 있기 때문에 태풍이 불어서 날아간다고 하더라도 자기 논에 떨어졌다고 문제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포장요건이나 지형조건은 그나마 안전한 지역에서 하는 것이라서….” 경찰병력이 6일 반GMO전북도민행동과 농민단체들의 행진에 맞서 GM작물 시험재배단지로 가는 길을 봉쇄하고 있다. / 반GMO전북도민행동 제공 GM작물 재배시험지는 5일 지역언론과 지역주재 언론사 등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기자가 방문한 것은 그 이틀 후. 농진청 측은 기자 방문계획에 대해 처음에는 난색을 표하다가 시설을 공개했다. 인터넷을 보면 지난 7월 2일 GMO 반대의 날 행사를 마친 시민사회단체와 농민들이 ‘GMO OUT!’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식량과학원 시험재배지에 들어가 반대 구호를 외치는 영상이 있다. 하지만 이들이 ‘무단침입’한 경작지는 기자 등이 방문한 실제 시험재배지는 아니었다. 진짜 GM작물 재배지는 여성만 이장 등 지역주민이 그 이후 다시 ‘발견’해낸 것이다. 농진청이 낸 설명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현재 농진청은 13작물 111종, 3가축 1곤충 35종 등 146종의 GM작물 연구를 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170종보다 다소 줄어들었다. GM작물 육성 절차를 보면 유전자 개발→형질전환 작물 육성→위해성 평가(환경위해성, 인체유해성)→위해성 심사(환경안전성, 식품안전성)의 단계를 거쳐 상업화 단계에 들어간다. 기자가 방문한 ‘시험재배지’에서는 다양한 단계의 위해성 평가와 심사가 이뤄지는 곳이다. 이곳에서 재배되는 것은 벼만이 아니다. 이전해 온 각 기관들이 각자의 프로젝트를 통해 연구하는 작물들이 종합적으로 시험되고 있다. 기자는 6일 집회에서 공개된 이곳 근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의 ‘메모’를 입수했다. 메모의 내용은 이렇다. “위원장님, 현재 GMO작물 재배시험지에서 일을 하고 있는 분들 중에 GMO에 대하여 전문지식이 있는 현장 주무관이 한 명도 없는 실정입니다. 계약직만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안전을 담보하겠습니까.” 시험재배지에서 일하는 계약직의 규모가 얼마나 되느냐는 의 질문에 대해 농진청 관계자는 “각 기관별로 3~4명의 계약직 작업자들이 들어와 일을 하기 때문에 정확한 규모는 알 수 없다”며 “모두 다 더해 20명 정도가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농진청에서 연구하고 있는 GM작물 대부분이 벼라는 점입니다.” 김현권 의원실 김성훈 비서관의 말이다. “GM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제일 많이 진행되고 있는 미국의 경우 옥수수, 면화 등의 작물은 상업화를 하고 있지만 주식에 해당하는 밀은 상업화를 아직 허용하지 않고 있어요. 그런데 왜 하필이면 우리는 주곡인 벼냐는 겁니다.” 왜 한국은 ‘GM벼’에 올인하는 걸까 실제 농진청 설명자료의 ‘GM작물 연구현황’을 보면 전체 146종 중 71종이 GM벼와 관련된 것이다. 한국의 전체 연구에서 절반을 차지한다. 격리포장 시험재배 현황만 놓고 봐도 압도적으로 많다. 역시 농진청 설명자료의 ‘격리포장 시험재배 현황’을 보면 전체 10품목 3만9410㎡ 중 벼가 차지하는 비중이 2만8478㎡(2016년 현재)로, 전체 면적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외국의 경우 GM벼가 위해성 심사까지 간 경우는 식품 12건, 사료용 6건이 있지만 실제 상품화를 한 경우는 아직 없다. GM밀도 마찬가지다. 제초제 내성, 병저항성, 영양성분 개선, 가뭄저항성 등의 특성을 띤 GM밀 연구는 계속되고 있지만 역시 현재까지 상업화한 적은 없다. 김 비서관은 “한국이 세계에서 최초로 개발했다는 레스베라트롤 성분 함유 벼의 경우, 사실 토마토가 더 생산효율이 높은데도 굳이 벼를 고집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농업과학원 관계자는 한국의 연구가 벼에 쏠려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육종을 포함해 기존의 연구 결과가 가장 많이 축적되어 있는 분야이고, 또 벼의 유전자 구조에 대한 연구도 많이 되어 있기 때문에 관련 연구가 많은 것”이라고 답했다. 앞의 농진청 설명자료를 읽다보면 이런 문구가 눈에 띈다. “농촌진흥청은 국민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 한 GM작물의 일반 재배는 실시하지 않습니다.” 강원도에서 군복무를 했다는 여성만 전 이장은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강원도 최전선이 우리나라 국방의 최전선이라면 식량안보의 최전선은 여기라고 봅니다. 여기서 오염되기 시작하면 우리나라는 여기가 GM 오염의 시작점이 되는 것이 아닙니까. 그것을 막는 의무가 우리에게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생태오염’ 또는 ‘재앙’으로 보는 주민의 관점과 ‘괴담 수준의 안전성에 대한 불신’을 이야기하는 농진청 관계자들의 인식 간격은 넓었다. 극과 극이다. 평행선을 달린다. 7일 기자가 농진청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안전성 여부를 둘러싼 설전은 계속되었다. 8월 8일 열린 GMO 반대 도민행동의 규정위반 기자회견에서 최종 목표는 ‘시험재배 중단’이었다. 지난 6월 27일 김현권, 윤소하 의원 등 국회의원 10인이 발의한 결의안도 ‘안전성 입증 때까지 시험재배 중단을 촉구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세계 동향에 뒤처져 기술종속국으로 추락하지 않으려면 미래를 대비한 기술력과 육종소재 확보가 필수’(농진청 설명문)라는 농진청의 인식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다. 결국 필요한 것은 대화와 소통이다. 그동안 지역주민 등의 공개 요구에 응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농진청은 ‘경쟁개발국 등에 대한 보안’을 이유로 들었다. 기자 공개에 이어 지역주민 및 김현권 국회의원 등의 공동실태조사 요구에 대해 “전향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열릴 주민설명회에 관한 협의 자리에 7일 참석한 한승우 위원장은 “공동실사 절차나 방법 등을 두고 이견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GMO 안전성 논란, 지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 “우리는 그린피스에 황금쌀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그만하라고 요청한다. 과학적 사실과 모순되는 감정과 학설에 기반해 GMO를 반대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 얼마나 많은 가난한 사람들이 죽어야 이것을 ‘인류에 대한 범죄’로 여길 것인가.” 지난 6월 말 노벨상 수상 과학자 110명이 그린피스에 보낸 공개서한이다. GMO에 대해 그린피스와 같은 시민단체들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편견에 기초해 반대운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린피스는 블로그를 통해 즉각 반박 입장을 밝혔다. “유전공학 황금쌀을 가로막고 있다는 비난은 잘못된 것이다. 황금쌀은 20년 넘게 연구되었지만 해법에 실패했고, 아직까지 상업화되지 않고 있다.” 그린피스 측은 “국제쌀연구소(IRRI)가 인정했듯이, 황금쌀은 (일부 저개발국에서 만연해 있는) 비타민A 결핍의 실제적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 증명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린피스는 그 대안적 해법은 “다양한 건강 음식물”이며, 생태농업에 기반을 둔 진짜 식품(real food)을 제공하는 것이 영양실조에 대한 대처일 뿐 아니라 기후변화 문제에도 대처할 수 있는 제대로 된 해법(scalable solution)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GMO 안전성 여부는 쉽게 입증되기 어려운 문제다. 지난 5월 17일 나온 미국 과학아카데미(NAS) 보고서의 결론처럼 유전공학이 도입된 작물(GE crops)과 전통 육종작물의 차이는 발견하기 어렵지만, 장기적인 환경 변화에 미치는 영향이나 유전공학기술이 장기적으로 생산량 증대와 같은 결과를 초래할지 쉽게 결론내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GMO 안전성 여부의 예측모델은 나심 탈레브의 ‘블랙스완’과 가깝다. 1000마리째까지 백조가 흰색이었다고 해서 1001번째 백조도 100% 흰색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 금융위기나 재앙은 사전적으로 예견되는 것이 아니라 사후적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딜레마는 거기서 발생한다. “이 정도면 충분히 검증되었다”는 진영과 “현재까지 발견되지 않은 불안요소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진영의 대립이다. 책 을 낸 저술가 최낙언씨는 후자의 입장을 ‘불안중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GMO를 섭취한 역사가 짧아 언제 어떻게 위험이 발현할지 예측할 수 없어 위험하다고 하는 사람이 많지만, 지나치게 추상적인 우려”라며 “GM작물은 육종이나 천연의 GMO에 비해 이론적으로 안전하고 역사적으로 가장 엄격한 검증을 거친 작물이라는 것이지, 잠재적 위험성까지 100% 안전한 작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GMO가 안전하다는 것은 개발되어 안전성이 검증된 것이지, 감시를 벗어나서는 무슨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며 “지금처럼 무작정 불안감을 조성하게 되면 양치기 소년이 되어 정작 위험이 닥칠 때는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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