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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옥 뷰 루프톱 수영장에서 유유자적…라한호텔 전주의 여름
- 2023. 08. 08 14:46 레저/여행
- ‘라한’은 우리말 ‘라온’과 한국의 ‘한’을 조합한 이름이다. 라한호텔 전주는 ‘문화예술의 도시’라는 지역 특색에 맞게 기획, 설계됐다. 기와지붕 처마 사이에서 찾아낸 옛것의 흔적, 미로 같은 골목에서 발견하는 고수의 맛집. ‘아날로그’ 여행을 즐기기에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있을까. 유무형의 역사를 품은 전주 한옥마을을 더욱 가까이에서, 선명하게 둘러볼 수 있는 라한호텔 전주에 다녀왔다. 발길 닿는 곳곳에 여유가 있는 곳 지난 7월 26일, 열차 사고로 기차가 연착되면서 예정된 일정을 진행하기 애매한 시간에 전주역에 도착했다. 계획을 변경하고 호텔행을 택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찰나의 여유, 평소 ‘파워 J’의 성격대로라면 택시 안에서부터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했겠지만 ‘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이 넘치도록 가득한 전주, 게다가 한옥마을의 끝자락에 있는 호텔이 아니던가. 라한호텔 전주 로비의 풍경 무엇이든 하게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불안감을 잠재웠다. ‘점심으로 무엇을 먹으면 좋을까요’라는 질문에 ‘장르별’ 메뉴를 읊어주신 택시 기사님의 공도 컸다. 마침내 도착한 라한호텔 전주. 로비에 들어선 순간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다. ‘조용하고 아늑하다’라는 사전적 의미 그대로 호텔의 첫인상은 고즈넉했다. 창밖 너머 한옥 지붕과 맞닿은 하늘, 오래도록 자리를 지켜왔을 나무들이 채운 여백, 마치 한편의 수채화가 떠올랐다. 호텔 1층에 자리한 북스토어 ‘전주 산책’에는 북 큐레이터가 추천한 여행, 음식, 문학, 키즈 등 주제별로 엮은 도서 1만여 권이 준비돼 있다. 호텔 투숙객이라면 ‘전주 산책’의 도서와 장난감을 10% 할인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프런트에 짐을 맡기고 호텔 1층에 자리한 북스토어 ‘전주 산책’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유럽 여행에서 마주했던 시골 도서관이 떠오르는 이곳에는 전주를 테마로 한 이색 서가를 비롯해 북 큐레이터가 추천한 여행, 음식, 문학, 키즈 등 주제별로 엮은 도서 1만여 권이 진열돼 있었다.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창가에 앉아 책을 읽다 창밖을 내다봤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듯한 한옥 앞에 마치 시간 여행자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옷 소매 붉은 끝동>부터 <미스터 션샤인>까지 스펙터클한 드라마 한편을 내 멋대로 찍고 나니 ‘체크인’ 알림이 울렸다. 창 한가운데에 적힌 ‘전주, 오길 잘했지?’라는 문구에 괜히 속내를 들킨 것 같아 뜨끔했다. 객실에서 바라본 해 질 무렵의 한옥마을 뷰. 한옥마을을 품은 호텔 체크인 후 객실에서 본 한옥마을 뷰는 로비에서 봤던 것과 미묘하게 달랐다. 한복을 입고 곳곳의 포토존 앞에서 ‘인증’ 사진을 남기는 이들부터 부채 만들기와 에코백 그리기 같은 체험 행사를 즐기는 이들까지 저마다 취향을 반영해 여행을 즐기는 모습에서 활기가 느껴졌다. 2020년 4월 오픈한 라한호텔 전주는 한옥 위주의 숙박시설이 즐비하던 이 도시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팬데믹이라는 악재에도 세련된 감각이 반영된 인테리어, 다채로운 편의시설이 더해진 호텔은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입소문을 타며 MZ 세대와 가족 단위 여행객들의 성지가 됐다. 한 누리꾼은 ‘5성급 같은 4성급’이라는 호평을 남기기도 했다. 객실 내부는 정갈했다. 우리말 ‘라온’과 한국의 ‘한’을 조합한 이름처럼 문화예술의 도시를 감각적으로 담아낸 흔적이 액자 하나, 소품 하나에서도 전해졌다. 전주의 특색을 살린 부채 선물도 인상적이었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날씨에 서둘러 호텔을 나섰다. ‘맛집’ 투어 생각에 발걸음이 급했다. 계단을 따라 내려간 후문, 한옥마을은 그곳에서부터 시작됐다. 라한호텔 전주 루프톱 수영장에서 내려다본 한옥마을. 노을 질 무렵의 물속에서 바라본 한옥 뷰는 색다른 경험이자 힐링을 선사한다. ‘호캉스’의 꽃, 루프톱 수영장 허기진 배를 채우고 나니 다시 호텔이 그리워졌다. 더 정확히는 루프톱 수영장이 궁금했다. 라한호텔 전주, 하면 루프톱 수영장이 연관 검색어로 뜬다. 소셜미디어의 ‘전주여행’ 해시태그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핫플’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천편일률적인 여행의 틀에서 벗어나 호텔 자체가 여행의 목적이 되는 곳, 독특하고 깊이 있는 경험과 색다른 영감을 주는 공간”이라는 호텔 지향점이 가장 빛을 발하는 공간이 아닐까 싶다. 3층에 위치한 수영장은 높이 약 1.2m의 성인 풀과 0.5m의 키즈 풀 두 공간으로 나누어져 있어 남녀노소 즐길 수 있다. 또한 구명조끼와 튜브 등이 준비돼 있어 여행 짐 부담을 덜어준다. 대형 호텔 수영장과 비교해 상대적 아담한 크기였지만 물놀이를 하기엔 충분한 규모였다. 이곳에서도 ‘한옥마을 뷰’는 이어진다. 특히 노을 질 무렵의 물속에서 바라본 한옥 뷰는 색다른 경험이자 힐링을 선사했다. 반대편 방향에는 나지막한 산 하나가 자리해 시야를 편안하게 만들어줬다. 언젠가 전주를 생각하면 초록과 파랑이 떠오를 것 같다는 아이의 표현에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였다. 오락가락 빗줄기에 행여 감기에 걸리진 않을까 걱정했지만 30도를 오가는 수온 덕에 추위를 느낄 틈이 없었다. 사이드바에서 주문 가능한 주전부리 역시 부담 없는 가격에 즐길 수 있다. 일행이 많았다면 널찍한 카바나를 예약했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수영장은 투숙객이 아니어도 이용할 수 있다. 한옥마을의 전망을 통창으로 담아낸 카페 ‘하녹당’의 대표메뉴 모나카 세트. 뷰 맛집 찍고 곰탕 맛집 받고 총 195의 객실로 구성된 라한호텔 전주는 고층은 고층대로, 저층은 저층대로 한옥마을의 각기 다른 매력을 선물한다. 특히 한옥마을의 전망을 통창으로 담아낸 카페 ‘하녹당’에서는 파노라마 사진 한 장을 찍듯 한옥마을을 감상할 수 있다. 변덕 심한 여름 날씨마저도 아름답게 느껴지는 마성의 공간이다. 전통적인 문양의 과자 안에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녹차 아이스크림이 들어간 ‘모나카’ 세트와 치킨 세트가 이곳의 대표 메뉴다. ‘더 플레이스’의 셰프가 3일간 정성껏 끓인 가마솥 곰탕. 호캉스의 마무리는 조식이다. ‘더 플레이스’의 셰프가 3일간 정성껏 끓인 가마솥 곰탕은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진국이다. ‘리필’까지 하고 나니 하루의 에너지가 모두 충전되는 기분이 들었다. 모름지기 여행이란 평범한 일상과 다르게 특별한 추억을 쌓아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그러나 일상이 쌓여 만들어지는 삶, 그 어느 지점을 관통하는 순간이야말로 여행의 또 다른 이름은 아닐까. 푹 쉬고 잘 먹고 즐거운 시간으로 꾹꾹 눌러 적은 일상의 기록, 라한호텔 전주에서의 여정이 그랬다.
- [정원 여행자] 전북 전주 - 따끈한 구들 위로 단잠이 눈처럼 쏟아졌다
- 2015. 12. 02 17:18 레저/여행
- 잘생긴 기와지붕을 얹은 전주 톨게이트를 지나 위풍당당한 ‘호남제일문’을 통과하는 짧은 찰나, 전주 사람도 아니거늘 고개가 빳빳해졌다. 한옥마을의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오목대에 올라 검푸른 기와의 도도한 물결을 마주한 순간에도 그러했다. 전주 땅을 밟는 순간, 「혼불」의 작가 최명희가 이야기한 ‘꽃심’이라도 지핀 것일까. 이 고장의 근거 있는 자부심에 동화된 채 종내 식지 않는 흥으로 걷고, 마시고, 기웃거렸다.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진 성당과 한옥마을이 어우러진 풍경은 고색창연한 조화를 이룬다. 고속도로를 통한 여행길이라면 톨게이트는 해당 여행지의 첫인상이 된다. 사실, 그 첫인상이 강렬한 도시는 많지 않다. 운전자가 아닌 이상 졸다 지나치기 십상이며, 모든 톨게이트가 해당 도시의 상징을 담고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전주는 다르다. 한옥 기와지붕을 맵시 있게 올린 톨게이트가 보일 때쯤 여행객은 비로소 전주에 왔음을 실감한다. 현판의 힘찬 서체도 근사하다. 한글이 반포된 이후 서민들이 쓰던 글씨체라 하여 ‘민체’라 이르는 서예가 여태명씨의 글씨다. ‘전주’ 현판은 입구와 출구의 글씨가 미묘하게 다르다고 알려져 있다. 입구 현판은 ‘전주’의 자음을 작게, 모음을 크게 쓰고, 출구 현판은 자음을 크게, 모음을 작게 썼다는 것. ‘자음은 아들을, 모음은 어머니를 뜻하는데, 고향으로 들어올 때는 어머니의 큰 사랑과 따뜻한 정을 느끼게 하고 나갈 때는 자식들이 크게 돼라’는 뜻을 담았다고 한다. 전주 톨게이트를 지나면 전주시의 관문인 ‘湖南第一門(호남제일문)’이 등장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일주문으로 유명하며, 현판의 한자는 강암 송성용 선생의 글씨다. 호남제일문이란 이름은 전주가 전라감영의 문, 호남평야의 첫 관문이란 뜻을 지니고 있다. 조선 초기 전주에 설치된 전라감영은 1896년까지 전라남북도를 포함해 제주도까지 통할하는 관청이었다. 전주는 후백제의 왕도이자 조선왕조의 시조인 전주 이(李)씨의 고장으로, 조선왕조의 발상지라는 자부심이 옹골찬 도시다. 왕복 5차선 대로를 가로지른 위풍당당 호남제일문은 그 유서 깊은 자부심의 첫인상이기도 하다. 육교의 기능도 겸하니 한번 올라가볼 만하다. 느릿느릿 걸으며 산책하기에 좋은 운치 있는 전주 한옥마을 풍경. 한옥마을의 전경을 한눈에 담고자 오목대로 향했다. 황산대첩을 승리로 이끈 이성계가 귀경길에 들러 잔치를 벌였다는 이 언덕은, 그가 개국의 꿈을 내비침으로써 정몽주와 갈라서게 된 역사적 장소이기도 하다. 700여 채의 한옥이 빽빽하게 군락을 이룬 풍경 앞에 감탄을 삼킨다. 때론 침묵으로 감탄사를 대신해야 할 때가 있다. 깊고 푸른 바다를 만났을 때가 그렇고, 도도한 검은 기와의 물결을 마주할 때도 그러하다. 전주 한옥마을의 유래는 1990년 초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일본인들의 세력 확장에 반발했던 전주 사람들이 교동과 풍남동 일대에 한옥을 짓고 모여 살면서 지금의 한옥마을을 이루게 됐다고 한다. 1 호남 지역의 서양식 근대 건축물로는 가장 오래된 전동성당.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 중 하나로 손꼽힌다. 2 전동성당이 세워진 자리는 원래 전라감영이 있던 자리로, 우리나라 천주교 첫 순교자가 나온 곳이기도 하다. 3 대하소설 「혼불」을 남긴 전주 출신 최명희 작가의 삶과 문학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최명희문학관. 4 기록문화의 땅으로 전주를 재조명하고자 설립한 완판본문화관. 꽃담 너머 이야기를 기웃거리며 「삼국사기」 중 백제 위례성의 새 궁실을 묘사한 문구인 ‘儉而不陋 華而不侈(검이불루 화이불치: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는 전주의 문화와 전통, 의식주를 아우르는 미학이다. 톨게이트부터 시작된 ‘전주다움’은 발길 닿고 눈길 닿는 족족 온전히 그러했다. 국내 현존하는 향교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고 제대로 보존된 전주향교는 공자의 위패를 모신 대성전과 학생들을 가르치던 명륜당 등의 건물로 구성돼 있다. 마당에 400년 수령의 은행나무도 만날 수 있는데, 벌레가 타지 않는 은행나무처럼 유생들이 반듯하게 자라길 기원하는 마음으로 향교엔 꼭 은행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전주향교 앞의 완판본문화관은 기록문화의 땅으로 전주를 재조명하고자 설립한 곳이다. 전주에서 발간한 옛 책과 판본을 이르는 ‘완판본’은 서울의 ‘경판’과 함께 조선시대 목판인쇄의 양대 산맥으로 통했다. 목판인쇄 및 제본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당시의 기법으로 책을 만들어볼 수도 있다. 이야기를 품은 작은 골목길로 이어진 전주 한옥마을은 자신의 보폭으로 완성하는 여행지다. 담장 너머를 기웃거리며 발길 닿는 대로 이어지는 길 위에 마음을 얹으면 족하다. 야트막한 담장 너머 여염집을, 아기자기한 공방과 카페를 기웃거리며 걷다 보니 최명희문학관 앞이다. 「혼불」의 작가 최명희는 그의 고향이기도 한 전주를 ‘꽃심을 지닌 땅’이라 했다. ‘꽃심’은 사전에 없는 말이지만 ‘꽃의 마음’, 혹은 ‘꽃의 힘’으로 풀어도 충분하리라. 아름다운 우리말로 민족의 역사와 정신을 생생하게 그려낸 「혼불」은 그가 17년에 걸쳐 200자 원고지 1만2,000장 분량으로 완성한 대하소설이다. 작가는 말한다. “원고를 쓸 때면 손가락으로 바위를 뚫어 글씨를 새기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라고. ‘생애를 기울여 한마디 한마디 파나간’ 소설을 단숨에 읽어내릴 수는 없는 일. 적어도 한 시절을 기울여 읽어야 할 소설이다. 최명희문학관까지 왔다면 바로 이웃해 있는 부채문화관과 교동아트센터를 함께 둘러볼 만하다. 경기전과 전동성당도 가깝다. 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봉안하기 위해 창건된 경기전은 경사스러운 터에 지어진 궁궐이란 뜻을 담고 있다. 경기전에서 궁궐 담장 너머로 바라보는 전동성당은 매우 인상적이다.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진 성당과 한옥마을이 어우러진 풍경은 이물감보다는 고색창연한 조화를 이룬다. 세월을 입은 건축물들은 동서양의 차이를 넘어 아름답게 낡아가는 속성을 공유하는 까닭이다. 내친김에 보폭에 탄력을 실어 남부시장까지 걸었다. 조선 3대 시장으로 통했을 만큼 역사와 규모를 자랑하는 전통 재래시장에 색다른 재미가 깃들었다는 소문을 들어온 터였다. 시장 2층에 형성된 ‘레알뉴타운’ 청년몰이 그것. 재기 발랄한 청년들이 운영하는 20여 곳의 이색 점포들은 전통의 도시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1·3 남부시장 2층에 조성된 청년몰. 재기 발랄한 청년들이 운영하는 이색 점포가 전통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2 유수한 명창들의 판소리 공연이 열렸던 학인당 본채 거실. 일제강점기 국악인과 예술인들의 교류 장소로 기능했다. 4 한옥마을의 정신적 중심지인 전주향교의 대성전. 샘이 깊은 집에서의 하룻밤 여행객에게 해가 짧은 겨울은 언제나 아쉽다. 더욱이 전주처럼 볼 곳 많은 도시라면 뉘엿거리는 해가 입 속에서 닳아 없어지는 알사탕처럼 아깝기만 하다. 하지만 또한 다행인 것이, 전주에서의 한옥 숙박은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여정이 된다. 한옥마을엔 숙박이 가능한 한옥 체험관과 한옥 게스트하우스, 한옥 민박 시설이 100여 곳에 이른다. 그중에서도 학인당에 방을 잡은 것은 행운이었다. 고택 문화재이기도 한 학인당은 1905년부터 약 3년에 걸쳐 연인원 4,280명이 참여해 지은 집으로, 한강 이남 민가 중 가장 화려한 고택으로 손꼽힌다. 궁중 건축양식을 민간 주택에 도입한 예로 본채 건물의 내부 구조는 창덕궁 희정당과 비슷하다. 건물 구조는 전통 한옥 양식을 취했지만 유리 여닫이문을 두르고 내부 생활공간을 서재, 세면장, 목욕탕, 화장실 등 양옥 형태로 구성해 생활의 편리를 추구했다. 개량형 한옥의 모습을 지닌 학인당은 근대 한옥 구조 변천사를 이해할 수 있는 건축사 학술 자료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학인당은 국내 최초의 한옥 국악 공연장으로도 유명하다. 학인당의 건립자 인재 백낙중은 국악과 소리를 아꼈던 인물. 전주감영과 전주부에서 내려오던 대사습 경연이 조선 말 중단된 것을 안타까이 여긴 그는 본채의 넓은 대청을 판소리 연희장으로 제공, 국악인들을 초청해 꾸준히 공연을 열며 판소리의 명맥을 유지하도록 후원했다. 그의 아들 백남혁 역시 선대의 유지를 받들어 일제강점기 때 국악인과 예술인들의 교류 장소로 학인당을 제공했다. 임방울, 박녹주, 김연수, 박초월, 김소희 등 유수한 소리꾼들이 이곳을 거쳐 갔다. 소리로 민족의 정신을 지켜낸 학인당은 광복 후, 김구 선생 등 정부 요인의 전주 방문시 영빈관의 역할을 맡기도 했다. 본채 큰방의 명칭이 ‘백범지실’인 이유도 그 때문. 김구 선생이 머물렀던 본채 큰방도 숙박 체험공간으로 일반에게 공개하고 있다. 학인당에서 또 하나 주목할 곳은 정원이다. 소나무와 돌과 연못을 배치한 정원은 여느 전통 한국식 정원과 다를 바 없지만 그 이면엔 비밀스러운 샘을 간직하고 있다. 연못 한쪽에 조성된 이끼 낀 돌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 만나게 되는 아담한 박우물이 그것. 땅 밑에 있다 하여 땅샘이라 부른다. 학인당 본채를 지을 당시 발견한 우물 자리를 보존하기 위해 그와 같이 독특한 구조를 고안해냈다고. 기실, 대부분의 우리나라 전통 정원이 본채 뒤에 조성되는 데 반해 학인당은 본채 앞에 정원을 조성한 것이 특징인데, 이 오래된 우물을 지키기 위한 의도임을 짐작할 수 있다. 강물은 흐르고 샘은 솟아야 조화로운 법. 먼저 자리 튼 물길을 위해 사람이 비켜 선 사려 깊은 조경 원칙과 마주하니, 정원이 꼭 인위의 산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땅샘은 여름에도 서늘한 온도를 유지해 예부터 자연 냉장고로 쓰였다고 한다. 지금도 여름이면 수박 같은 과일을 띄워놓는 운치를 누린다 하니, 샘을 지킨 복록이 대대손손 이어지는 듯싶다. 학인당의 종손은 초겨울이라 정원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며 아쉬워했지만 샘솟는 이야기가 야윈 풍경을 충분히 갈음했다. 100년 전에 지어진 잘생긴 한옥에서 머무는 하룻밤은 가만가만, 선비 걸음으로 깊어갔다. 잠들기 아쉬운 밤, 시간이 사위어드는 풍경을 지켜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따끈한 방바닥에 몸을 뉘고 바스락거리는 홑청에 싸인 솜이불을 코까지 끌어다 덮으니 단잠이 눈처럼 쏟아졌다. 모처럼 꿈 없는 잠을 잤다. <■글 / 고우정(여행작가) ■사진 / 현일수(리빙룸스튜디오)>
- 정원 여행자
- 전주 미니 ‘먹방’ 투어
- 2014. 11. 19 13:31 레저/여행
- 전주 한옥 마을에 다녀왔다. 예스러운 한옥의 정취를 느끼고자함은 빌미일 뿐, 실은 오로지 먹고 또 먹는 ‘먹방’ 투어가 목적이었다. 음식은 비빔밥이나 거한 한정식이 아닌 가볍게 먹을 수 있는 간식 종류로 엄선, 여자들이 특히 좋아할 만한 미니 ‘먹방’ 투어를 즐겼다. 전주 한옥 마을과 처음 마주했을 때 서울의 북촌 한옥 마을과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다른 점이 있다면 줄줄이 먹거리 가게가 이어져 있다는 것. 군침 넘어가게 하는 다양한 비주얼의 음식을 둘러보다가 블로그를 통해 전주 한옥 마을에서 가장 맛있는 곳이 ‘길거리야’라는 정보를 입수, 곧바로 가게 위치를 추적했다. ‘길거리야’는 바게트 안에 돼지고기와 청양고추, 소스를 넣어 만든 바게트 버거로 빵의 바삭함과 매콤한 돼지고기, 소스가 어우러진 절묘한 맛이 일품이었다. 몇 개 안 먹었는데도 금세 배가 불러올 정도로 큼직한 사이즈도 만족스러웠다. 잠시 쉬었다 갈 겸 수제 초코파이로 유명한 풍년제과에 들러 카페라테 한 잔과 함께 초코파이를 즐겼다. 시중에서 먹던 초코파이와는 또 다른 맛으로, 진한 초콜릿과 안에 들어간 달콤한 딸기 시럽이 입맛을 당겼다. 아, 자꾸만 생각나는 중독성 강한 맛이로다! 또 다시 한옥 마을을 거닐며 그나마 양이 적은(?) 츄러스로 쉬지 않고 먹방 투어를 이어갔다. 놀이 공원에 가면 빠지지 않고 먹던 음식이 츄러스였는데, 이곳에서는 안에 치즈가 든 것, 초콜릿소스에 찍어 먹는 것 등 다양한 종류를 선보였다. 달달한 음식을 좋아하는 터라 초콜릿소스에 찍어먹는 것을 선택. 맛을 본 결과,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그냥 오리지널이 더 맛있었다. 당일 여행을 계획했던 터라 음식 몇 가지를 먹고 나니 어느덧 버스에 탑승해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하지만 버스에 올라타기 전까지도 새로운 음식을 놓칠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선택한 음식은 통통한 오징어를 그대로 튀겨 소스를 묻힌 ‘오징어 꽃다발’. 소스는 칠리, 치즈, 불고기 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데 그동안 먹은 음식의 느끼함을 달래기 위해 칠리소스를 선택했다. 한 입 베어 문 순간, ‘왜 이 음식을 진작 먹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통통한 오징어와 고소한 튀김옷, 매콤한 칠리소스의 삼박자가 조화를 이룬 맛에 반해 먹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특히 다리 부분이 씹는 식감이 더 좋은데, 다음에는 다리만 따로 사서 먹어야겠다는 다짐까지 하게 만들 정도다. <■글&사진 / 장인화 기자>
- [정덕희의 사람 향기가 있는 곳, 고택](4) 고귀함이 피어오르다 전주 학인당
- 2014. 04. 04 13:15 레저/여행
- 학인당의 품격과 향기가 남달라 앞마당을 거닐자면 고고한 양반가 규수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햇빛 잘 드는 사랑채에 앉아 차를 우려 마시다 보면 저절로 등이 곧아 자세 또한 바르게 된다. 집의 좋은 기운이란 사람의 마음가짐을 변화시키고 인생을 바꾼다. 한옥의 근대적 발전 전주시 교동 학인당의 큰 솟을대문을 앞에 두고 그 위용에 잠시 주춤했다. 초인종도 없고 여느 고택처럼 늘 대문이 열려 있는 것이 아니라서 말이다. ‘똑똑똑’ 손기척으로는 기별도 안 갈 것 같았는데 어느새 알고 종손과 종부가 대문을 활짝 열어주며 반긴다. 앞마당에 한 발 들여놓았을 뿐인데 1백 년 전으로 타임슬립을 한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든다. 학인당은 수원 백씨 백낙중의 고택으로 올해로 1백6년이 됐다. 다른 고택들과 달리 비교적 머지않은 과거에 지어졌기 때문인지 현실과의 괴리감은 비교적 적게 든다. 그저 어디론가 멀리 떠나온 듯 아련한 노스탤지어를 느끼게 한다. 윤이 반짝반짝 나는 정돈된 고택, 보존을 잘한 근대 물건들. 모두가 서화순(56) 종부의 정성에 빛을 발한다. “종택을 지을 당시 백미 4천 석에 해당하는 공사비를 들였다고 해요. 이 건축을 시작한 백진수 어른께서 흥선대원군과 인연이 있었던 터라 백두산 일대에서 금강송을 공수했고 궁궐 건축을 담당하는 도편수와 대목장이 공들여 지었다고 합니다.” 학인당은 궁궐의 모습이 곳곳에 묻어난다. ‘ㄱ’자 형태로 된 사랑채를 돌아다니려면 복도를 따라 걸어야 하는데 이는 궁궐에서만 사용되던 양식이다. 모든 방문이 3중 처리된 점 역시 민가에서는 볼 수 없는 형태다. 전체적으로 사랑채 전면은 시원스럽게 창을 내어 채광과 환기가 용이하다. 한옥으로는 특이하게 다락방(조상들의 추억이 담긴 물품으로 진열해놓은 안락한 공간이다)에 창문을 낸 복층 구조로 아늑함을 준다. 정원에 파놓은 땅샘은 한여름에도 선선한 자연 냉장고가 된다. 지금도 땅샘에 수박과 참외를 띄워놓고 운치 있게 여름을 보낸다고 한다. 안방 한쪽 벽에 걸린 백범 김구 선생과 정부 요인들의 사진도 인상적이다. 광복 이후에는 김구 선생을 비롯한 정부 요인들의 영빈관으로 사용됐던 곳이라고 한다. 안방은 김구 선생과 해공 신익희 선생이 머물던 방이라 하여 ‘백범지실’, ‘해공지실’이란 이름이 붙기도 했다. 이렇게 기세등등했던 학인당은 그 규모가 많이 축소됐다. 원래 2천 평이었던 집은 5백30평으로 줄었고 안채와 행랑채는 없어진 상태다. 이제는 과거 공연을 하거나 연회를 베푸는 장소였던 사랑채가 주된 생활공간이 됐다. “한때 이 사랑채마저도 모 재벌가 회장님이 욕심을 냈다고 해요. 1976년에 당시 매매가 3억원을 제시하셨다고 합니다. 그러나 조부님은 사랑채만큼은 어떤 일이 있어도 팔고 싶지 않아 하셨대요. 행여 후손들이 팔 것을 염려해 문화재로 묶어놓았다고 하더군요. 대신 종손이 살면서 집을 관리했기 때문에 유지돼 이렇게 공개될 수 있었겠지요.” 선조들은 수원에서 전주로 토착한 후 풍요로운 호남의 땅을 바탕으로 부를 일궈 만석꾼이 됐다. 그러나 ‘만석꾼 재산보다는 수백 년을 갈 집’을 후손에게 선물해주고 싶은 조상의 마음으로 큰 집을 지은 것이다. “수원 백씨인 선조께서 조선 시대 중종 때인 기묘사화에 연루돼 이곳 전주로 낙향하게 된 것이지요. 이후 전주 최씨와 혼인을 하고 이곳에 정착합니다. 토착 후 부를 일구다 보니 만석꾼이 되셨어요.” 흥선대원군이 경복궁을 중건하기 위해 당백전을 발행하던 당시 만석꾼이던 고조부는 큰돈을 쾌척했다. 그것을 계기로 그야말로 대궐 같은 집을 지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고택보다 사람! 만석꾼이던 집안은 일제강점기, 6·25전쟁에 이은 토지 개혁 등을 겪으면서 재산이 많이 줄었다. 그러나 학인당만은 그 험난한 시기 속에서도 온전히 지키며 여기까지 왔다. “한옥 체험을 위해 오시는 분들 중에는 어린 시절 추억을 갖고 계신 분들이 많아요. ‘우리 집도 한옥이었는데 전쟁통에 파괴됐다’, ‘관리하기가 어려워 없애버렸다’ 등등 구구절절 사연이 있으시죠. 마지막에는 ‘어려운 고택 관리를 참 잘하고 있다’라는 격려의 말씀을 잊지 않으시지요.” “아름다운 문화를 잘 지켜줘 고맙다”라며 종부에게 돈 봉투를 쥐어주는 재일교포도 있었다. 미국이나 유럽 쪽 외국인들이 학인당에 머물며 한옥의 아름다움에 감탄할 때, 종부로서 그간 쌓였던 피로가 싹 풀리고 보람을 느낀다. “집은 자고로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하잖아요. 저 하나 누울 공간만 있으면 그곳이 보금자리라고 생각해요. 저희는 집을 섬기며 살고 있어요. 완전히 주객전도가 된 모습이죠. 숙명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전국의 고택을 다니면서 고택의 보존도 중요하지만 그 속에서 사는 사람도 더욱 소중하다는 것을 몸소 느낀다. 전통에 대한 애착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다. 하늘은 그릇이 큰 사람을 잘도 알고 이곳으로 이끈 모양이다. “처음 시집왔을 때는 큰 집이 겁도 나고 정말 힘들었어요. 10년간은 제 삶은 없고 오로지 집을 위해 살았지요. 시집살이는 없었지만 식구대로 따로따로 상을 차려내는 일도 만만치 않았어요. 제사도 시제까지 합쳐 1년에 열여섯 번을 지내야 했고요.” 지금은 고택 관리는 남편과 아들이 물심양면 도와주고 있으며 제사도 많이 간소화했다. 이제는 외출하는 데 자유롭고 선산 휴지에 좋아하는 차 농사도 짓고 있다. 학인당을 방문하는 사람에게 본인이 직접 만든 차를 대접하며 인연을 맺는 것. 고택에서 사는 그녀의 즐거움이다. 귀한 것을 알아주는 고마운 아들 한옥 체험 손님을 맞을 때 가장 철저하게 관리하는 부분은 잠자리다. 특히 외국인이 주로 머무는 학인당은 푹신하고 깨끗한 이부자리에 무척 신경을 쓴다. “한옥에 오시면 이부자리 걱정을 많이 하세요. 옛날집이라고 이부자리마저 예스럽다면 머무는 분들이 불편하죠. 저 역시 먹는 것보다 잠자리가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전 주한미대사인 캐슬린 스티븐스씨가 업무차 전주에 들러 이곳에서 하루 숙박하신 적이 있어요. ‘외국인에게 온돌방이 너무 뜨겁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 다음날 일어나서 ‘피로가 싹 풀렸다’라며 매우 좋아하시더군요. 이후 개인적으로 가족을 데리고 한 번 더 오시기도 했지요.” 한옥 체험으로 개방하기 시작하면서 학인당의 독특한 건축양식은 입소문으로 퍼져나갔다. 그것을 직접 보기 위해 건축을 공부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잦다. 그런 영향일까, 학인당을 이어갈 5대 종손인 그녀의 아들은 건축을 전공했다. “외지에 있던 아들이 지난해 결혼을 했고, 저희 부부를 도와주기 위해 학인당에 머물고 있어요. 자의 반 타의 반이겠지만 집에 대한 애착이 커요. 종부로서의 사명도 있겠지만 대를 이을 아들 덕분에 더 힘을 낼 수 있었죠.” 아들이 뜻을 이어받을 생각이 없었다면, 학인당은 지금까지 원형 그대로 보존된 고풍스러운 자태를 지닐 수 있었을까. 후손에게 좋은 집을 지어주기 위해 공을 들였던 선조, 그 집을 제 손으로 쓸고 닦으며 아들을 위한 기반을 만드는 어머니. 모두 자식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됐다. 이것이 바로 ‘위대한 유산’이다. “아들 내외가 집을 관리하면서 우리 부부처럼 고생스럽지 않을까,하는 걱정은 남아 있어요. 정부에서 수리 보수에 대한 지원을 해주긴 하지만 작은 것 하나하나 보수를 요청하기도 쉽지 않은 부분이 있거든요. 큰 사랑채 기와는 지원받을 수 있겠지만 뒤채 기와까지 해주실지는 모르겠어요. 고택을 수리하는 장인들이 많이 남아 있지 않아 부르는 게 값인 실정이죠. 한 채의 기와를 가는 것만으로도 4천만~5천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요.” 며느리도 가구 디자인을 전공해 고가구를 비롯한 옛 물건에 관심이 많고 좋아한다. 학인당에는 더할 나위 없는 새사람이다. “아이들이 고마운 것이 산소를 모시는 일도 ‘안 한다’라는 이야기를 안 해요. 그저 여기저기 퍼져 있는 산소들을 한곳으로 모아달라는 부탁을 받았지요. 젊은 애들이라 밖에 나가는 것이 더 좋을 텐데 참 대견해요. 그동안 고생한 보람이 있나 봐요.” 우리는 시간이 지나서야 뒤늦게 고택의 소중함을 알았다. 안타깝지만 지금이라도 지켜 나가야 할 우리 모두의 유산이다. 네 번째로 방문한 고택, 학인당에서 퍼지는 깊고 은은한 향기가 더욱 고결하게 느껴진다. “아이들이 고마운 것이 산소를 모시는 일도 ‘안 한다’라는 이야기를 안 해요. 그저 여기저기 퍼져 있는 산소들을 한곳으로 모아달라는 부탁을 받았지요. 젊은 애들이라 밖에 나가는 것이 더 좋을 텐데 참 대견해요. 그동안 고생한 보람이 있나 봐요” <■기획 / 이유진 기자 ■사진 / 안진형(프리랜서) ■촬영 협조 / 학인당(063-284-9929)>
- 정덕희의 사람 향기가 있는 곳, 고택
- 영전에 바친 트로피 ‘전주원 그리고 어머니’
- 2013. 05. 24 16:51 화제
- 딸은 어머니에게 얼마나 많은 트로피를 안겼을까. 그중에서도 어머니가 가장 고대하던 바로 그 트로피. 어머니는 결국 영전에서 그 트로피를 받았다. 우승제조기 농구 스타였던 딸이 만년 꼴찌 팀의 코치로서 따낸 우승 트로피였다. 이번 인터뷰는 원래 전주원의 어머니와 할 계획이었다. 전주원(41)이 누구던가. 1990년대 한국 여자 농구의 간판스타이자 꼴찌 팀을 1등으로 만든 명코치가 아니던가. 그래서 그녀의 어머니가 궁금했다. 딸을 훌륭하게 키운 비결을 묻고자 했다. 그런데 인터뷰 섭외 중 비보를 듣게 됐다. 전 코치의 어머니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는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대신, 전 코치를 만났다. 전 코치의 입을 통해 어머니를 만나고 싶었다. 그녀의 이야기는 지난 3월 19일부터 시작됐다. 그날은 여자 농구 프로팀 춘천 우리은행 한새를 이끌고 있는 전 코치에게 잊을 수 없는 날이었다. 4년째 꼴찌를 하던 우리은행이 통합 우승(정규 리그 우승+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차지한 날이자 어머니의 입관식이 있는 날이기도 했다. 그녀는 우승 소식을 안고 한달음에 어머니에게 달려갔다. 그 소식은 그녀의 농구 인생 23년을 지켜본 어머니가 가장 바랐던 선물이었고, 그녀의 코칭 능력을 인정하는 눈부신 결과였다. 1990년대는 농구 드라마 ‘마지막 승부’와 일본 만화 ‘슬램덩크’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그야말로 농구의 시대였다. 중·고등학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농구화를 신고 다녔고 농구선수들은 아이돌 가수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당시 연세대 농구팀 팬들과 서태지 팬들이 자존심 대결을 펼친 일화는 유명하다. 연세대 농구팀의 숙소와 서태지의 자택은 각각 연세대 동·서문에 위치해 있었는데, 팬들이 서로의 세를 과시하며 신경전을 벌인 것이다. 남자 농구가 대세를 이끌었지만 여자 농구도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인기몰이를 했다. 그 중심에는 단연 한국 여자 농구의 간판스타 전주원이 있었다. 1991년 농구대잔치 신인왕으로 시작해 한국 여자 프로농구 최초의 영구결번, 올림픽 사상 최초의 트리플더블(한 선수가 득점, 어시스트 등 5개 부문 중 3개 부문에서 두 자릿 수 이상의 숫자를 기록하는 것) 등 그녀가 농구계에 남긴 족적은 수도 없다.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금메달, 2000년 시드니올림픽 4강 신화에도 그녀가 있었다. ‘코트의 여우’는 두뇌 플레이에 능한 그녀에게 팬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당연한 말 같지만 전 코치를 키운 건 어머니였다. 낳고 기른 것은 물론 딸이 아무런 걱정 없이 농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챙겼다. 처음에는 예쁘고 똑똑한 딸이 ‘험한’ 농구를 한다기에 말렸지만 결국 딸의 농구를 가장 사랑하고 지지를 보냈다. 농구계에서 전 코치의 어머니 고 천숙자 여사는 유명하다. 천 여사는 딸의 경기가 있는 날엔 항상 관중석에 앉아 있었고, 경기가 끝나면 딸뿐 아니라 팀원까지 함께 먹을 수 있도록 넉넉히 준비한 음식 보따리를 풀었다. 동료들이 당시 선수였던 전 코치에게 “어머니는 또 언제 오시느냐”라고 보챌 만큼 그 맛은 훌륭했다. 어머니가 자주 해주셨던 식혜. 그 식혜는 아직도 전 코치 집 냉장고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큰 경기를 앞두고 스트레스로 음식을 먹지 못하던 딸을 위해 어머니가 손수 만들어 보내준 것이다. 어머니는 딸이 선수생활을 접고 코치로 활동할 때도 음식 챙기는 걸 잊지 않았다. 전주원, 코치로 변신하다 2년 전, 전주원은 여자 농구 최강 팀인 신한은행 에스버드를 시작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최고의 선수 출신 코치가 최강 팀을 만났으니 호랑이 등에 날개를 단 격이었으리라. “평생 해온 게 농구잖아요. 은퇴 후에도 농구와 관련된 일을 계속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런 상태에서 지도자 제안이 왔고요. 그 제안을 거절하기엔 제가 일 욕심이 조금 많아요(웃음). 선수와 코치가 하는 일이 다르긴 하지만 지도자로서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덥석 맡았죠.” 덥석, 시작은 했지만 부담감이 없지는 않았다. 그녀가 한 발 한 발 내딛는 발걸음이 후배들에게 이정표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신한은행 코치직을 수락할 당시 여자 지도자가 없었다. 여자 농구팀인데도 감독과 코치는 모두 남자였다. “제가 하는 행동에 따라서 후배들이 지도자가 되는 길이 좀 더 쉬워지느냐 어려워지느냐가 결정되는 거잖아요. 부담감을 안 가질 수 없었죠.” 그해 신한은행 에스버드는 승승장구했고 그해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물론 코치로서 받은 성적표는 A플러스다. 그런데 이후 그녀는 의외의 선택을 했다. 4년 연속 리그 최하위를 차지한 우리은행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모두 놀랐다. 탄탄대로를 버리고 굳이 비포장길을 선택한 그녀를 이해하지 못했다. “다들 말렸죠. 신한은행은 워낙 선수들이 탄탄해요. 실력도 자신감도 넘치죠. 코치로서는 일하기가 굉장히 편한 팀인 거죠. 하지만 코치의 길로 들어선 만큼 좀 더 제가 필요한 곳 그리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곳에서 일하고 싶었어요.”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일을 찾아 그녀는 우리은행 농구팀에 코치로 입단했다. 전 코치의 입단을 원하는 구단에서는 높은 연봉을 제시했지만 그녀는 스스로 연봉을 낮추고 들어왔다. 이 역시 의외였다. “연봉과 관련된 이야기는 쑥스러운데요. 그렇게 많이 낮추지도 않았어요(웃음). 단지 1년 차 코치 전주원이 이뤄낸 성과에 비해서 다소 연봉이 과하지 않았나 생각했을 뿐이에요. 이제는 지도자니까 농구선수 전주원이 아닌 코치 전주원으로만 평가받고 싶기도 하고요.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적정선을 불렀던 것뿐이에요.” 어떤 절차 하나 어물쩍 넘어가는 법이 없다. 자신감 있고 확실하다. 일을 할 때 그녀의 이런 성격은 더욱 빛을 발한다. 매번 일등만 하던 그녀는 우리은행에서 패배감을 느꼈다. “팀워크를 회복하고 선수 개개인이 자신감을 되찾는 게 최우선 과제였어요. 그렇다면 자신감은 어떻게 되찾느냐. 정답은 훈련이에요. 지도자들은 선수들의 훈련을 늘려요. 그리고 ‘이만큼 했으니까 작년보다 훨씬 잘할 수 있다’라고 되새겨주는 거죠.” 그녀가 코치로 부임한 후 우리은행 농구팀의 훈련이 달라졌다. 시간은 비슷했지만 강도가 급격하게 높아졌다. 멀리서 전 코치의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선수들이 긴장할 정도였다고 한다. 팀 훈련이 끝나고 저녁 무렵부터 진행되는 개별 지도 역시 강도가 세졌다. 그러나 결코 후배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일은 없었다. “성별에 따른 차이가 있잖아요. 여자 선수들은 감성이 섬세해요. 같은 말을 하더라도 ‘돌직구’보단 상황에 맞게 돌려서 말하면 더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되죠. 이런 식이에요. 예를 들어 슛 성공률이 떨어지는 선수가 있다고 가정해볼게요. 이미 선수 자신도 이런 부분 때문에 많이 고민하잖아요. 그런데 이런 선수에게 ‘슛 성공률이 왜 이렇게 떨어져. 연습 좀 더 해’라고 강하게 말하면 자존심에 상처를 받거나 반감이 생길 수 있죠. 이보단 ‘슛 성공률이 높았던 거 같은데, 요즘 조금 떨어졌네. 하루에 슛 연습 몇 개 하니? 아, 그래? 그럼 좀 더 해볼까. 슛 연습을 좀 더 해보고, 그래도 안 되면 다른 방법을 함께 찾아보자.’ 이렇게 말하는 거죠.” 아무리 좋은 감독이나 코치라도 경기장에 나설 수 없다. 결국 코트에서 직접 뛰는 것은 선수들이다. 선수의 기분이 상하면 가진 능력을 100% 발휘하기 어렵다. 최고의 선수였던 전 코치는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도전하던 딸과 걱정하던 어머니 전 코치가 선수들과 구슬땀을 흘리고 있을 때 어머니는 직접 준비한 음식을 싸들고 어김없이 연습장을 찾았다. 어머니의 방문은 신한은행에 있을 때보다 더 잦아졌다. “어머니는 굉장히 오래전부터 제 건강을 챙겨주셨어요. 선수 때부터요. 입이 까다롭진 않지만 체력이 중요한 직업이다 보니 건강에 대해 각별히 신경을 써주셨죠. 더욱이 제가 시즌 중에는 밥을 제대로 못 먹는 편이에요. 아무래도 긴장이 되니까요. 그럴 때 어머니가 항상 반찬을 만들어 오셨어요.” 1993년 농구대잔치 때, 딸이 좋아하는 음식을 잔뜩 싸서 부산까지 갔던 일화는 유명하다. 어느 부모인들 그러지 않겠냐마는 그녀의 어머니는 지극정성으로 딸을 보살폈다. 코치가 된 다음에는 그만둘 만도 하지만 어머니는 떡이며 식혜며 갖은 반찬을 가지고 연습장과 경기장을 찾았다. “제가 코치가 됐어도 어머니는 여전하셨어요. 선수들이 건강해야 경기에서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잖아요. 저희 어머니는… 동네 아주머니 같은 분이세요. 다른 사람들 챙겨주기 좋아하는 그런 분이요. 평생 다른 사람만 돌보다 가셨어요.” 그녀는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어머니의 정성과 마음 씀씀이가 생각났던 것이리라. 우리은행 선수 중 전 코치 어머니의 음식을 먹어보지 못한 사람이 있을까. 그녀의 어머니는 세상을 등지기 하루 전에도 경기장을 찾아 손수 만든 식혜를 건넸다. 세상을 떠나기 하루 전날인 지난 3월 17일, 여느 때처럼 손녀와 함께 딸의 경기를 지켜보던 어머니는 그날따라 체한 사람처럼 가슴을 두드리셨다고 한다. 가족은 ‘단지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이겠거니’ 생각했다. 그러나 이튿날 새벽, 어머니는 심장마비로 세상을 등졌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이른 아침, 고요한 농구팀 숙소에 전 코치의 울음소리가 퍼졌다. 끈끈한 모녀 관계를 잘 알기에 그 누구도 그녀에게 섣불리 말을 건네지 못했다. 더욱이 다음날은 2012-2013년 여자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 3차전이 예정돼 있었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전 코치에게 어머니 빈소를 지키라고 했지만, 그녀는 예상을 깨고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통합 우승까지 단 1승만 남겨놓은 경기였다. “제가 팀을 옮기고 난 후 어머니가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아무래도 신한은행보다는 전력이 약해서겠죠. 그래서 기도를 많이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어머니가 다니는 절에 가면 연등에 우리 선수들 이름이 다 쓰여 있대요. 어머니가 선수들 한 명 한 명씩 이름을 부르면서 기도를 드리셨나 봐요.” 이런 각별한 마음을 아는지 선수들도 어머니를 잘 따랐다. 마지막 결승전, 선수 모두 왼쪽 가슴에 검은색 리본을 달고 경기에 나섰다. 그리고 그날, ‘만년 꼴찌팀’은 정규 리그와 챔피언 결정전 통합 우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창단 7년 만에 이룬 쾌거였다. 축포가 터지고 꽃가루가 휘날리는 경기장에서 전 코치는 선수 한 명 한 명과 포옹을 나누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정말 고맙다. 엄마가 많이 좋아하실 거야”라는 말을 남기고 우승 행사 중 경기장을 떠나 빈소로 향했다. 입관식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원래는 입관식이 경기 전에 잡혀 있었어요. 입관식이 예정대로 진행됐다면 경기장에 가지 못했을 거예요. 그런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입관식이 조금 연기됐어요. 아버지가 그러시더라고요. 경기장에 다녀오라고. 어머니가 선수 이름 하나 하나 부르면서 새벽에 기도를 하셨으니까, 끝까지 딸이 경기장을 지키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할 거라고. 그게 맞는 거라고. 아버지의 말씀을 들었지만 고민이 됐죠. 그런데 누군가에게 입관하기 전까지는 돌아가신 게 아니라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렇다면 엄마가 그토록 고대하던 우승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경기장으로 향했죠.” 딸에게 물려줄 어머니의 유산 축하 행사는 최대한 단출하게 진행됐다. 우리은행 자체 행사 역시 모조리 취소됐다. 경기 후 위 감독과 선수단도 바로 빈소를 찾아 고인의 영전에 트로피를 바쳤다. 장례 일정이 끝난 후 그녀는 휴식을 취하며 마음을 추스르고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농구를 시작해 승승장구해온 전주원. 단 한 번도 어머니의 속을 썩인 적이 없던 그녀였다. 질풍노도의 사춘기에도 운동을 하느라 방황을 겪을 시간도 없었다. 마음과 몸이 피곤할 땐 조용히 음악을 듣는 정도였다. 언제나 어머니 편이었고 어머니의 자랑거리였던 전 코치. 그녀도 어머니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을까. “아무래도 어머니와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점이 가장 아쉬워요. 칠순이시라 여행 보내드리려고 계획 세우고 있었는데, 갑자기 가버리셨어요. 함께 여행 간 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는데…. 10년 전 금강산 여행이 마지막이 돼버렸네요.” 애석하게 가버린 어머니는 아직도 딸의 생활습관에 그대로 살아 있다. 딸은 은연중에 엄마를 흉내 낸다고 하지 않던가. 그녀 역시 어머니와 닮은 점이 많다고 말한다. 또 어머니처럼 딸을 키운다고 한다. “어렸을 때 제가 교육 받은 대로 하게 되더라고요. 저희 어머니는 방목 스타일이셨거든요. 챙겨주시긴 했지만 자율성을 강조하셨어요. 초등학교 때 아버지가 농구를 시키셨거든요. 어머니는 싫어하셨어요. 공부를 하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하셨겠죠. 부상의 위험도 있고요. 하지만 결국 인정해주셨어요. 제 의견을 존중해주셨죠. 그리고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으셨어요. 나중에는 항상 경기장에 오실 정도로 제가 농구하는 모습을 좋아해주셨죠. 저도 비슷해요. 딸이 알아서 크게 놔두는 편이에요.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죠. 그 일을 찾으면, 저도 엄마가 했던 것처럼 마음속으로 격려해주고 싶어요.” 권위나 순위를 중시하는 스포츠계에서 코치라고 하면 어깨에 힘을 줄 만도 하다. 게다가 그녀가 누구던가. 코트를 날아다니던 천하의 전주원 아니던가. 하지만 인터뷰 내내 그녀는 겸손했다. 권위보다는 배려가 느껴지는 코칭 철학도 가지고 있었다. 90분가량 이어진 인터뷰 말미, 기자는 전 코치의 어머니를 어렴풋하게 그릴 수 있었다.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박은혜(프리랜서) ■사진 / 김영길>
- [엄마와 봄날의 추억]전주 한옥마을 소리&명상 여행
- 2013. 04. 29 16:23 화제
- ‘누군가를 제대로 알고자 한다면 사흘만 같이 여행해보라’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일상을 함께하고 공유하는 사이라 해도 새로운 곳에서 마주하는 서로는 훨씬 특별하고 또 솔직할 수 있다. 화사한 꽃처럼 예쁘고 황홀한 이야기로만 매일을 채워나가고 싶어지는 봄날에는, 엄마와 가벼운 여행을 계획해보자. 가정과 일에 지친 엄마와 나에게 휴식과 기쁨이 되고, 서로를 좀 더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돼줄 그런 여행을 말이다. 달빛 머금은 한옥 마당에서 멋과 흥에 취하다 소리의 정찬, 마당창극 공연 엄마와 함께하는 봄날의 여행지로 선택한 곳은 바로 전통문화의 중심 도시 전라북도 전주다. 번거로운 준비 없이도 주말을 활용해 훌쩍 다녀올 수 있을 뿐 아니라 모녀의 각각 다른 취향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을 만큼 다채로운 매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예부터 볼거리, 즐길거리가 가득하고 예술을 향유하는 이들이 많아 ‘예향’이라 불렸던 전주. 발길 닿는 곳곳 소박하면서도 정다운 풍경이 펼쳐지고, 구석구석 멋스럽게 배어 있는 한국적 정서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온 곳이다. 특히, 국내에서 유일하게 도심 한가운데에 자리한 7백여 채 한옥 군락은 장엄하면서도 단정한 멋을 뿜어낸다. 각종 전시관과 체험관을 찾아 색다른 경험을 쌓고, 한 폭의 그림 같은 한옥 마당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겠다. 무엇보다 수준 높은 공연과 전통문화 체험, 푸짐한 음식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놓치지 말 것. 전라북도와 전주시가 주최하고 전주문화재단이 주관하는 마당창극 ‘천하맹인이 눈을 뜬다(이하 천하맹인)’는 참여객들에게 공연과 함께 한옥마을에서 접할 수 있는 다채로운 즐거움을 선물한다. 공연 티켓을 구입하면 공연 시작 전 부채, 목판, 풍물, 다도 등의 전통문화 체험 중 관심이 가는 분야를 골라 체험할 수 있으며, 전주막걸리를 비롯해 전, 수육, 떡 등 정성스럽게 차려낸 음식을 맛볼 수 있다. 5월부터 10월까지 매주 토요일 저녁 8시에 열리는 공연 ‘천하맹인’은 이 시대 최고의 소리꾼들이 선보이는 심청 이야기다. ‘심청가’ 중 ‘황성맹인잔치’ 장면을 중심으로 재구성한 마당창극으로, 마당극적인 해학과 정통 창극의 짙은 감성을 조화롭게 버무렸다. 판소리계의 ‘슈퍼스타’로 불리는 안숙선 명창을 비롯해 왕기석, 박애리, 김성예, 이순단, 송재영, 김학용 명창 등이 대거 출연한다. 또 정형화된 실내 공연장이 아닌 야외 마당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다는 점은 ‘천하맹인’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다. 아련하게 비치는 달빛 아래 따스한 바람을 타고 전해지는 명창의 유려한 노래와 미세한 울림을 가만히 눈을 감고 감상해보면서 모녀만의 특별한 추억을 새겨보도록 하자. ●일정 5월 18일~10월 5일 매주 토요일 저녁 8시 ●장소 전주한옥마을 소리문화관 놀이마당 ●입장권 전석 2만5천원(공연 관람+전통문화 체험+잔치 음식 포함) ●문의 063-283-0223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위로하는 고요한 시간 멈춤·비움·채움, 아침 명상 언제나 자신보다는 가족이 먼저인 엄마를 위해, 사회의 일원으로 한창 제 역할을 하며 살아가느라 정신없는 딸을 위해 치유와 재충전의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자. 억지로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마음이 차분해지는 사색의 공간, 전주한옥마을에서는 아침 명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매월 첫째 주와 셋째 주 일요일 아침 진행되는 ‘전주한옥마을 아침 명상’은 이곳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여유로운 휴식과 새로운 삶의 에너지를 제공하고자 기획됐다. 곧게 늘어선 대나무 사이로 사각사각 불어오는 바람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경기전을 비롯해 전주 향교, 한옥마을 곳곳에서 프로그램을 따라 마음을 달랠 수 있다. 우선 슬로시티로 지정된 마을을 거닐며 자연의 소리와 함께 내면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바쁘게만 움직이던 도시의 시간을 내려놓고 몸과 마음을 비워낼 수 있다. 이후 몸의 피로와 독소를 배출하는 아침 명상 요가를 배워보고, 정서 안정과 명상에 도움이 되는 전통 명상 음악을 감상한다. 이를 통해 사랑하는 이들을 한 번 더 떠올려보고 그들과 자신을 더 아름답게 사랑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게 될 것이다. 그리고 정갈하게 차려낸 전주콩나물국밥으로 아침을 먹으면 완벽한 하루의 시작이 되지 않을까. ●일정 5월 19일~10월 6일 매월 첫째·셋째 주 일요일 ●장소 전주한옥마을 일원(경기전 대숲, 전주향교 등) ●참가비 1만5천원(아침 명상 프로그램+조식 포함) ●문의 063-283-9227 맛의 고장 전주에서 즐기는 3味 전국 팔도에서 ‘맛’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곳이 또 맛의 고장 전주 아니겠는가. 가게에 들어가 막걸리 한 주전자만 시켜도 상다리가 휘어질 만큼의 풍성한 안주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전주에서는 어딜 가도 깊은 손맛과 풍성한 인심을 맛볼 수 있다. 전주비빔밥 워낙 대단한 유명세를 누리는 탓에 가끔 ‘기대만 못하다’라는 평을 듣기도 하지만, 그래도 ‘전주’ 하면 비빔밥을 빼놓을 수 없다. 잘 지은 밥에 직접 만든 고추장, 고유한 맛을 살린 20여 가지 고명을 얹어 내오는데 입 안에서 각각 다른 맛이 살아있으면서도 전체적인 어우러짐이 절묘함을 느낄 수 있다. 한정식 도시에서 제대로 된 한정식 한 상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전주한정식은 가짓수도 많고 맛도 좋으면서 가격도 합리적이어서 전국에서도 으뜸으로 꼽힌다. 전주는 기름진 평야와 산간 지역, 서해와 강 등 타고난 자연환경 덕에 각종 신선한 재료를 얻을 수 있고, 여기에 화학조미료 대신 감칠맛 나는 갖은 양념을 더해 맛을 살린다. 콩나물국밥 어젯밤 마신 막걸리 기운이 아직 남아 있다면 시원한 콩나물국밥으로 지친 속을 달래보자. 깔끔하면서도 정갈한 맛의 전주콩나물국밥은 육수에 밥과 콩나물을 넣어 부르르 끓여내지 않고, 뚝배기에 밥을 넣고 맑은 콩나물국을 말아 먹는 방식이다. 밥그릇에 담아 함께 내주는 날달걀에 국물을 몇 숟가락 부어 먹는 것도 별미다. <■글 / 이연우 기자 ■취재 협조&사진 제공 / 전주문화재단>
- 전주 한옥마을로 떠나는 하룻밤 소리 여행
- 2012. 07. 17 19:12 레저/여행
- ㆍ멋과 맛과 흥이 한자리에 예로부터 볼거리, 즐길거리, 느낄거리가 가득하고 예술을 즐기는 이들이 많아 ‘예향’으로 불렸던 전주. 넉넉한 풍경이 주는 따뜻함과 고유의 한국적 정서가 살아 있어 사계절 내내 여행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도시다. 특히 국내에서 유일하게 도심 한가운데에 펼쳐진 700여 채 한옥 군락의 단정하고 장엄한 멋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으며 유려한 우리의 소리를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이들의 손을 잡고 돌아보기에 적합한 곳이기도 하다. 이처럼 곳곳에 이야기와 소리가 배어 있는 전주에서 재미와 감동이 가득한 특별한 공연이 열린다. 수준 높은 아름다운 가락과 전통문화 체험, 푸짐한 음식을 함께 즐길 수 있는 행복한 시간 속으로 당신을 초대한다. 잘 차려진 맛과 멋 한 상, 특별한 공연 나들이 2012 전라북도 방문의 해를 맞아 공연, 전통문화 체험, 잔치 음식이 결합된 특별한 마당창극 ‘해 같은 마패를 달같이 들어 메고(이하 해마달)’가 펼쳐진다. 고즈넉한 정취가 스며 있는 한옥마을 내 전주소리문화관 놀이마당에서 매주 토요일 저녁 8시에 열리는 이 공연은 이 시대 최고로 손꼽히는 명창들이 선보이는 춘향전 이야기다.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는 판소리 다섯 마당 중 하나인 ‘춘향가’ 중에서 변학도 생일잔치와 암행어사 출두 장면을 중심으로 재구성했다. 무엇보다 마당극적인 해학과 정통 창극의 깊은 울림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기품과 흥이 넘치는 새로운 매력을 선사하고 있다. 마당창극 ‘해마달’의 가장 큰 특징은 관객들에게 공연 관람 외에도 한옥마을에서 느낄 수 있는 이색적인 즐거움을 종합적으로 전달한다는 것이다. 공연 티켓을 구입하면 전통문화 체험, 잔치 음식, 공연 관람의 기회를 한꺼번에 누릴 수 있다. 그야말로 1일 콘서트 휴가 여행인 셈이다. 무대를 휘어잡는 이름난 소리꾼들의 대거 출연은 이 공연의 수준을 보증하는 요소다. 안숙선, 김영자, 조영자, 이난초, 왕기석, 모보경 등 당대 최고의 명창들이 돌아가며 주요 배역을 맡는다. 좀 더 풍성하고 다채로운 무대를 위해 유파별로 4인 4색 캐스팅을 준비했다. 웬만해서는 한자리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명창들이 호흡을 맞춰 연기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놓칠 수 없는 재미다. 무엇보다 정형화되고 답답하게 느껴지는 실내 공연장이 아닌 야외 마당에서 공연이 진행된다는 측면에서 색다른 경험을 해보고픈 이들의 관심이 높다. 뺨을 간질이는 시원한 여름 바람을 맞으며 바로 앞에서 전해지는 명창의 작은 숨결과 미세한 울림을 고스란히 느껴보는 경험은 그 어디서도 겪어보기 힘든 귀중한 추억이 될 것이다. 【공연 개요】 일정 10월 27일까지 / 매주 토요일 저녁 8시(9월 28, 30일 추석 특별 공연 추가) 장소 전주 한옥마을 내 전주소리문화관 놀이마당 관람료 일반 2만원 / 청소년 1만원 문의 전주문화재단 문화시설팀 063-283-0223 즐거움 하나 온 가족이 함께 특별한 추억을, 전통문화 체험 공연 당일 티켓을 수령하고 나면 다섯 가지 전통문화 체험 중 원하는 것 한 가지를 선택해 참여할 수 있다. 각 체험 프로그램은 오후 5시부터 6시까지 진행되며 30명 정원으로 선착순 마감한다. 내 손으로 만드는 시원한 여름 바람 부채 만들기 체험 찌는 듯한 여름 무더위를 날려버릴 수 있는 부채 만들기 체험은 그리는 재미는 물론 실용성까지 더해져 특히 인기가 높은 프로그램이다. 예부터 ‘바람의 땅’이라 불렸던 전주의 부채는 조선시대에 임금에게 진상품으로 올렸을 만큼 빼어남을 인정받아왔다. 곧고 단단한 대나무에 질 좋은 한지, 그리고 전주 사람들의 예술성과 장인정신이 결합되어 더욱 청명한 바람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가족이 함께 참여해 각자 좋아하는 글귀를 새겨 넣거나 표현하고 싶은 그림을 그리며 예술적 감각을 뽐내기에도 좋다. 체험이 진행되는 전주부채문화관에서는 전주 부채의 역사적 가치와 문화사적 의미를 함께 짚어보고 전시되어 있는 다양한 부채 유물을 살펴볼 수 있다. -전주부채문화관 http://fan.jjcf.or.kr 한옥마당에서 배워보는 우리 소리 한 판 풍물 체험 어깨가 절로 들썩이는 신명나는 풍물 가락을 배워보는 시간. 국악에 관한 간단한 설명과 함께 풍물 가락을 익히고 연주해볼 수 있다. 비, 구름, 바람, 천둥 등 자연의 소리가 한데 어우러졌다는 풍물 가락은 어린아이들도 어렵지 않게 배울 수 있어 가족이 함께하기에 적합한 프로그램이다. 음악 교과서로만 접했던 우리의 소리가 실제로 얼마나 귀에 착착 감기며 쉽게 다가오는지 느껴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 더불어 풍물 체험이 열리는 전주전통문화관은 국악 전용 한벽극장, 전통음식관, 전통혼례식장, 교육체험관 등의 다양한 시설을 갖춰 풍물 체험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전통생활문화를 살펴볼 수 있다. -전주전통문화관 http://www.jt.or.kr 한 자 한 자 새겨보는 진중한 지혜 목판 체험 세계 최고의 목판인쇄술을 발달시켜온 선조들의 위대함을 발견할 수 있는 체험이다. 완판본문화관이 소장하고 있는 체험용 목판으로 직접 옛 책을 만들어볼 수 있다. 먹물을 바르고 한 자 한 자 한지에 글자를 신중히 새겨보는 목판 체험과 글자가 새겨진 한지를 한 장씩 엮어 한 권의 책을 만들어보는 제본 체험 등을 통해 조상들의 지혜를 엿보고, 우리가 지속적으로 지켜나가야 할 전통문화가 어떤 모습인지 깨닫게 된다. 어린아이들도, 어른들도 모두 만족해하는 호응도 높은 프로그램이다. 체험이 진행되는 완판본문화관은 홍길동전 등 출간된 여러 완판본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이곳 또한 놓치지 말고 꼭 둘러보고 오도록 하자. -완판본문화관 http://www.jtcf.or.kr/main/wan 그윽한 차 향기 속에서 배우는 차 예절 다도 체험 널찍한 마루, 정갈하게 마련된 도기,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차 향기 등 바쁜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고요한 순간을 만끽하기에 가장 완벽한 조건을 갖춘 곳인 설예원에서는 다도 체험이 이루어진다. 차를 마시는 예의범절과 몸가짐을 배우고 최상의 품질을 자랑하는 차의 맛과 향을 배워볼 수 있다. 아이들에게는 차분한 정서를, 어른들에게는 흥미로운 배움을 충족해주기 때문에 남녀노소 모두가 선호하는 프로그램이다. 다도를 통한 예절교육은 단순히 차 예절을 익히는 것 외에도 아이들에게 정서적인 안정감과 인성을 길러줄 수 있다는 점 등 다양한 교육적 효과도 지니고 있다. 전통생활문화교육관인 설예원에서는 다도 체험 외에도 생활예절, 규방다례, 다과 만들기 등 각종 생활문화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으니 관심을 갖고 참여해볼 것. -설예원 http://www.seoryeowon.or.kr 전통의 풍류를 느낄 수 있는 막걸리 내리기 체험 인류의 형성과 더불어 자연 발생적으로 생겨나 뿌리내려온 ‘술’과 관련된 문화를 가깝게 접하고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 생활 속에서 정성스럽게 만들고 마셔온 우리나라 전통 술과 그 관련 모습을 생생히 보여준다. 쌀, 누룩, 물의 세 가지 순수한 재료로만 빚어낸 술을 직접 걸러보면서 우리 술의 특징과 채주 방법에 따른 분류를 배우게 된다. 조물조물 누룩을 빚고 직접 막걸리를 걸러보는 활동은 아이들이 무척 즐거워하는 시간. 달콤하면서도 구수한 막걸리의 맛을 즐기는 어른들에게도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경험이 될 것이다. 집집마다 술을 빚던 가양주의 전통을 오롯이 살려놓은 박물관 구석구석을 둘러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전주전통술박물관 http://www.jt.or.kr 즐거움 둘 맛깔난 잔치 음식 맛보기 전국 팔도에서 ‘맛’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곳이 또 맛의 고장 전주 아닌가. 세계에서 네 번째로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에 선정됐을 정도로 독창적이면서도 빼어난 맛을 자랑하는 전주에서 음식이 빠질 수 없다. 공연 관람을 위해 무대가 마련되어 있는 전주소리문화관으로 향하다 보면 입구에 채 다다르기도 전에 고소한 기름 냄새와 새콤달콤한 향이 코끝을 자극한다. 뛰어난 손맛을 보유한 ‘전주 어머니’들이 정성으로 만든 음식을 관람객 모두에게 제공하기 때문이다. 오후 7시 20분부터 입장이 시작되면 한옥 마당 한쪽에 차려진 정갈한 잔치 음식을 마음껏 맛볼 수 있다. 전주 막걸리를 비롯해 알록달록 보는 재미를 더하는 각종 전, 막 버무려내 신선한 풍미를 느끼게 하는 겉절이, 쫀득쫀득 달콤한 떡, 입 안에서 부드럽게 녹는 수육 등 맛있는 음식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면 된다. 즐거움 셋 은은한 달빛 내려앉은 한옥 마당에서 펼쳐지는 4인 4색 감동 공연 ‘꽃이로다. 5월 봄꽃이로구나. 춘향이 천지에 가득하니 동천에 달이 뜨는구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하는 구성진 소리가 울려 퍼지면 아늑한 한옥 마당은 금세 한 폭의 그림이 된다. 아련하게 비치는 달빛을 따라 명창들의 기품 넘치는 노랫가락이 퍼져 나간다. 관객들은 점차 이야기와 현실을 넘나드는 황홀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공연은 정통 창극이 가진 무게감과 마당극의 익살스러움을 적절히 버무려냈다. 70분 공연 시간을 맞추기 위해 ‘춘향전’ 중 주요 장면을 중심으로 내용을 적절히 덜어낸 것도 색다른 점이다. 여기에 방자와 춘향이가 극의 전반적인 해설을 담당하며 자연스럽게 관객들을 극으로 풍덩 끌어들인다. 배우들은 관객들과 가까이서 호흡하며 적절한 추임새를 더해 모두가 함께하는 ‘한마당’을 완성해낸다. “관객들과 같이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무대에 서는 배우들도 더욱 흥이 나요. 그동안 수많은 ‘춘향전’을 공연해왔지만 사실 이렇게 장면을 떼어서 재구성한 경우는 처음이라 첫 공연 전까지는 약간 긴장도 되더라고요. 그런데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재미있고 관객들의 호응도 뜨거워서 놀랐어요. 관객들께서 공연에 깊이 집중해 있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아무래도 쉽게 빠져들게 되니까 박수 치고 추임새 넣고 웃는 그런 반응들이 적극적으로 터져 나오는 것 같아요.” (월매 역 김영자 명창) “저는 최근 들어 판소리도 그렇고 창극도 마당으로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왔어요. 서구식 극장으로 들어가면서 우리 전통의 ‘판’이 갖고 있는 느낌이 많이 사라져버렸죠. 안타까운 부분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관객들과 더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바라왔는데 이번 공연이 그 좋은 시도가 됐다고 봐요. 마당극이라 조명이나 환경이 열악하고 불편한 부분이 없진 않지만, 그보다 좀 더 많은 이들이 쉽고 편안하게 우리 소리를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죠.” (이몽룡 역 왕기석 명창) 주요 배역인 월매, 이몽룡, 춘향이에는 각각 네 명이 캐스팅되어 각기 다른 매력을 보여주게 된다. 각 유파를 대표하는 이들은 화려한 이력만큼이나 완벽한 연기와 소리를 선보인다. 우람한 동편제와 아련한 서편제 소리가 조화를 이룬 ‘동초제’의 조영자·조희정·조용균, 웅숭깊고 굵은 맛이 좋으며 시원한 ‘정정렬제’의 모보경·김하은·박종훈, 강줄기처럼 탄탄하고 강직한 동편제 소리인 ‘강도근제’의 이난초·조선하·임현빈, 그리고 유파는 서로 다르지만 오랜 인연으로 다시 한번 뭉친 ‘비빔제’의 김영자·안숙선·왕기석까지 가히 불꽃 튀는 ‘유파별 배틀’이라 불릴 만하다. “유파별로 극의 세부적인 전개도 조금씩 다를 거예요. 이야기 속 춘향이와 동갑인 16세 춘향이부터 20대, 30대, 그리고 60대인 저까지 모두 다른 느낌의 춘향이를 만나실 수 있어요. 제가 1986년에 처음 춘향이를 맡은 이후 그동안 꾸준히 춘향 역을 했지만 이번에는 조금 고민이 되더라고요. 어린 흉내를 내면 자칫 징그러울 수도 있을 텐데(웃음), 어떻게 16세 춘향이가 될 것인가 하고요. 하지만 우리 소리의 위대함 덕을 보고 있어요. 춘향의 감정은 소리 자체에 촘촘하게 표현되어 있거든요. 사랑하고 이별하고 고통을 겪고 기쁨을 누리는 그 미세한 마음 하나하나가 소리에 다 짜여 있어요. 그게 바로 판소리의 매력이겠죠.” (춘향 역 안숙선 명창) 판소리의 본향에서 펼쳐지는 마당창극 ‘해마달’은 평소 우리 소리를 제대로 접해본 적이 없는 사람도, 판소리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사람도, 여러 번 ‘춘향가’를 감상해본 사람도 누구나 흥미롭게 빠져들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풍물패를 앞세워 연 판굿부터 어사또와 춘향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혼례를 치르기까지 지루하지 않도록 적재적소에 흥미로운 요소가 가득하기에 온 가족이 다함께 즐기기에 모자람이 없다. “평소 제가 소리의 이모저모를 엮은 문화 프로그램이나 강의 같은 것을 할 때면 의외로 참여도가 무척 높아서 놀라곤 해요. 그만큼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우리 문화에 관심을 갖고 계시다는 거겠죠. 앞으로 판소리도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다양한 시도와 노력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세월이 흐르고 소리를 계속 하면 할수록 우리 선조들께서 소리를 정말 잘 만들어놓았구나 하고 감탄하게 돼요. 사람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정서와 이야기가 정말 세심하고 아름답게 가락에 녹아들어 있거든요. 저도 소리를 평생 짊어지고 가기로 마음먹은 사람으로서 앞으로 제대로 된 우리 소리를 익히고 알리는 데 더 매진할 계획이에요.” (안숙선 명창) “기존의 판소리 보존도 중요한 일이지만 이 시대에 맞는 소리를 찾는 일도 무척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처음 활동도 어린이 창극으로 시작했던 만큼, 앞으로 부모님들이 어린아이들의 손을 잡고 와서 즐겁게 보고 갈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게 꿈이에요. 우리 것에 대한 편견이 있는 분, 젊은 분들, 잘 모르는 분들이 우리 소리의 진정한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해마달’ 같은 작품이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왕기석 명창) 공연 일정출연 명창 (유파별 구분)7월 14일까지동초제7월 21일~8월 18일정정렬제8월 25일~9월 15일동초제9월 22일강도근제(추석 특별 공연)9월 28일강도근제9월 29~30일동초제10월 6일~20일강도근제10월 27일 동초제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박동민 ■취재 협조 / 전주문화재단(www.jjcf.or.kr) ■장소 협조 / 삼도헌(063-282-3337)>
- [자전거로 찾아가는 문화기행]우리다움의 고향 전주 한옥마을
- 2011. 01. 17 17:17 레저/여행
- 막걸리 한 주전자만 시켜도 상다리가 휘어지게 나온다는 안주상을 받아보고 싶기 때문만이 아니라, 전주는 꼭 들러야 할 여행지 중 하나로 마음에 두었던 곳이다. 학회 참석차 방문한 전주에서 순간 자전거라이더로 ‘변신’한 필자 이재언의 여정이 내내 부럽기만 하다. (편집자 주) 오목대에서 본 한옥마을. 호남고속도로 전주 톨게이트. 한옥 외양의 톨게이트와 ‘전주’ 서체 현판이 인상적이다. 시내로 들어가는 기린대로 초입에서 통과하게 되는 ‘호남제일문’이라는 웅장한 한옥식 관문에서 다시 한번 호남이 가진 자부심의 실체와 포스가 말없이 전해졌다. 마침 ‘한국조형디자인학회’ 발표를 맡게 되어 1박 2일 일정으로 전주를 찾았다. 전주는 누가 뭐라 해도 전통이 살아 숨쉬는 명소 도시다. 한옥이 살아 있고 그 안에 우리의 소리, 우리의 맛, 우리의 글씨 예술과 종이가 ‘우리’를 선명하게 각인시키는 곳이다. 몇 차례 지나치기만 했던 전주를 이제야 비로소 자전거로 구석구석 둘러볼 기회를 잡은 것인데, 첫인상부터가 기대했던 것 이상이다. 자동차에 자전거를 싣고 도착한 곳은 완산구에 자리한 전주대학교. 오전 행사와 점심식사가 끝난 뒤 지인들과는 저녁 때 다시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자리를 떴다. 차 안에서 옷을 갈아입고 자전거를 타고 길을 나설 때 몇몇 지인들 앞을 지나쳤지만 아무도 알아보는 사람이 없었다. 그 누가 이 완벽한 변신을 알아차릴 수 있겠는가. 호남제일문. 경기전 이태조의 어진.전주학(全州學)의 현장으로 바로 전주대학교에서 조금만 북쪽으로 가면 삼천변 근처에 문학대공원이 있어 먼저 그곳으로 향했다. 문학대는 고려 공민왕 때 성리학자 황강 이문정이 후학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설립한 곳으로 이문정의 후손 이백유가 세운 황강서원이 바로 발아래 있다. 곤지산에 있던 것이 서원철폐령 이후 이곳으로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신도시 개발 중에 청동기 고분 유적이 발굴되어 공원화되었으며, ‘마전유적지’로 불리기도 한다. 삼국시대 초기의 유적으로 고분들의 구조와 유물들을 밖에서 볼 수 있게 유리관으로 만들어 보존한 공원으로 현재 고고학적 분석이 진행 중인 상태라 한다. 아직은 그다지 널리 알려지지 않았으나 유구한 시간의 여행을 즐길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곳이다. 그로부터 다시 남쪽으로 전주대 앞을 지나쳐 내려가면 국립전주박물관과 시립전주역사박물관이 나온다. 한쪽은 국립이고, 또 한쪽은 시립으로서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했다. 국립전주박물관은 전라북도 전역의 문화재와 역사유물이 보존되어 있는 데 비해 시립전주역사박물관은 이름 그대로 전주의 역사와 얼을 간직한 곳이라는 것이 차이점이다. 규모야 국립전주박물관이 훨씬 크지만 시립전주역사박물관이 더 눈길을 끌었다. 그 이유는 ‘전주학(全州學)’이라는 낯선 학문의 발신지임을 천명했다는 점 때문이다. 전주학의 요람임을 알리기 위해 시립전주역사박물관은 디스플레이 자체가 온갖 의욕과 아이디어로 차 있는 듯 보였다. 마침 식민지 수탈의 역사를 보여주는 사진전이 열리고 있었다. 시민 교육의 장으로서도 좋은 기능을 하는 것 같다. 박물관을 나서면서 ‘전주는 무엇인가’라는 화두가 이번 여행의 주제가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국립전주박물관. 남고산성 억경대 정상. 100여 년 전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은 전동성당(사진 위부터). 전통 전주의 백미 한옥마을 국립전주박물관에서 1번 도로를 따라 우전교와 완산교를 건너 7km 정도를 달려 한옥마을에 당도했다. 보수 중인 풍남문을 지나 태조로에 접어들면 가장 먼저 1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전동성당이 한눈에 들어온다. 가톨릭 순교지 위에 1908년 설립된 이 성당은 붉은 벽돌로 지은 로마네스크 양식의 아름다운 건축물로 고풍스러운 한옥마을과 조화를 이뤘다. 바로 맞은편에는 조선왕조의 성역이라 할 수 있는 ‘경기전(慶基殿)’이 있다. 전주는 조선왕조의 고향과도 같은 곳이다. 그리하여 조선 태종 임금이 태조 이성계의 어진(초상화)을 봉안하기 위해 궁궐 규모로 축조한 것이 경기전이다. 그 뒤로는 교동아트센터와 최명희문학관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교동아트센터는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아담하게 전주 미술의 단면을 엿볼 수 있는 전시를 하는 점이 눈에 들어왔다. 접근성도 좋은 편이고 개방적인 분위기 등 여러모로 이용객을 편안하게 해주는 안식처 같았다. 「혼불」로 널리 알려진 최명희는 우리의 풍속을 가장 아름다운 국어로 혼을 다해 쓴 작가다. 통영에 「토지」가 있다면 전주엔 「혼불」이 있다. 물론 소설의 주 무대는 가까운 남원이다. 특히 최명희의 글쓰기는 회화적인 묘사도 탁월하지만 전통 시조의 4언 절구 리듬을 연상하기에 충분한 운율의 글쓰기로 독자에게 소리 장단을 전해주는 듯한 치밀함이 돋보인다. 문학관에서 그의 육필 원고를 보는 것만으로도 큰 기쁨이 아닐 수 없었다. 특히 한옥마을의 백미는 태조로를 가로지르는 은행나무길 쪽으로 연해 있는 많은 한옥들이다. 한옥마을을 둘러보면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서각예술이다. 집집마다 현판이나 문패, 간판 등이 붙어 있는데 하나같이 그 글씨들이 판각으로 되어 있다. 그 글씨의 다양한 서체와 조형미가 탄성을 자아낸다. 처음엔 한옥 풍경 사진을 주로 찍다가 나중엔 서각 간판만 집중적으로 취재했다. 특히 강암서예관을 통해서 전주가 어떠한 서예의 전통을 지니고 있는지 잘 확인할 수 있다. 그러고 보니 호남제일문의 거대한 현판도 강암 송성용 선생의 글씨였다. 글씨만 집중적으로 살피다 보니 얻은 적지 않은 수확이다. 어느덧 해가 기울어져갈 무렵 한옥마을 내에서 현대미술 전시를 전문적으로 하는 아카(AKA) 갤러리를 찾았다. 서울에서 더 잘 알려진 조각가 국경오씨의 부인이 운영하는 갤러리로 전국 작가들의 작품을 유치하며 활발하게 전시활동을 하는 곳이다. 지방 도시에서 갤러리를 운영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 점을 잘 알면서도 예향 전주의 자존심을 위해서 나선 이 부부의 의지가 가상해 보인다. 주로 서울에서 활동하는 국경오 작가와 전주에서는 처음 이루어진 만남. 한옥마을을 조망할 수 있는 오목대에 함께 올라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도 모자랐는지 이야기꽃은 저녁식사를 하는 동안도 끊이지 않았다. 산해진미의 압축 식단인 전주비빔밥 만찬이 어찌 빠질 수 있으며 전주 별미인 막걸리 한 잔을 어찌 곁들이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남고산성에서 본 전주시 전경. 한옥마을 풍경. 남고산성 전주에서 하루를 묵은 다음날, 아침 공기가 많이 쌀쌀해졌다. 오늘은 남고산성을 오르기로 맘먹었다. 한옥마을에서는 그리 멀지 않지만 전주대 쪽에서는 한참을 동남 방향으로 이동해야 한다. 고덕산 줄기인 남고산에 축성된 남고산성은 901년 견훤이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남고산 초입부터 경사가 대단히 급했다. 남고사로 들어가는 서문 방향 길에서는 경사가 더 험해 자전거에서 내려야 했다. 자전거를 끌고 가는 것만으로도 힘이 들어 어쩔 수 없이 관목더미 뒤에 자전거를 숨겨두고 걸어 올라갔다. 산세가 그다지 험하지는 않지만 소나무 숲이 잘 우거져 아름다운 공원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성벽이 높지는 않지만 절벽 지형을 이용해 축성해서 요새로서의 역할을 하기에 더없이 좋아 보였다. 둘레가 총 5km 남짓하니 상당히 규모가 큰 산성이다. 덕진공원의 겨울 풍경. 남고사 맞은편으로 조그만 봉우리가 하나 있는데 이름 하여 만경대이다. 그곳에 포은 정몽주의 ‘우국시’가 암각되어 있다는 설명판이 있어 그 시가 새겨진 바위를 찾아다녔다. 이성계가 왜구 퇴치 작전 중 조상들의 고향인 전주에 들렀을 때 포은이 종사관으로 수행을 하게 되었다 한다. 그런데 지역의 원로들과 가진 잔치 자리에서 새나라 건국의 야심을 언뜻 비치는 이성계의 모습을 보고 이곳 만경대에 올라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면서 쓴 시가 바로 ‘우국시’라 전해진다. 「동국여지승람」을 통해 전해지던 시를 영조 22년 진장(鎭將) 김의수가 암각한 것이라 하는데 비밀스럽게 새기느라 그랬는지 글씨가 작고 희미한 상태였다. 태조의 성역 전주에 포은의 암각시비(詩碑)가 있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다시 맞은편 봉우리의 억경대로 올라가니 그야말로 전주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이곳에 성을 쌓아 완산벌을 지키려 했던 견훤은 제왕까지는 몰라도 장수의 안목을 가졌던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최명희문학관. 마전고분 유적지. 종이박물관의 한지체험실. 전주에서 만난 조각가 국경오 . 에필로그 점심때가 훨씬 지난 2시쯤에야 하산해 또 비빔밥으로 식사를 했다. 비빔밥도 식당마다 그 맛이 달랐다. 식사를 마치고 전주천에 연한 순교지로 유명한 치명자산 성지와 자연생태박물관을 거쳐 맑은 전주천 물을 굽어볼 수 있는 낭떠러지에 세워진 한벽당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기린대로를 따라 6km쯤 가면 ‘소리문화의 전당’이 나온다. 서울 예술의 전당에 견줄 만한 웅장한 규모가 인상적이다. 도대체 이 넓은 곳에서 어떤 문화 행사들이 펼쳐지는지 궁금했다. 공연뿐만이 아니라 전시, 아동 체험 프로그램, 대중 가수의 공연 등이 함께 열리는 복합 문화공간 같았다. 그러나 넓은 전시실들이 비어 있는 것을 보니 좀 아까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전북대를 관통해 덕진공원에 잠시 들러 시민갤러리에 들렀더니 마침 사진 동호회의 전람회가 열리고 있었다. 그리 넓고 세련된 공간은 아니지만 시민들과 함께하는 그런 전시활동이 좋아 보였다. 사진 작품들의 내용도 좋아 열심히 보던 중에 전시장 지킴이로 일하는 분이 차를 한 잔 가져다주었다. 좋은 작품 보는 것만도 고마운데 차까지 주다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다시 전주천을 건너 마지막 코스로 ‘종이박물관’을 찾아갔다. 그곳에서는 종이와 관련되는 문화를 보여주는데 한지 만들기 체험까지 무료로 제공해주었다. 예쁜 수제 한지 한 장을 만들고 나오면서 얻은 뿌듯함. 아이들이 참 좋아할 만한 체험 코스일 게다. 전주에서 한옥 다음으로 인상 깊었던 개성 넘치는 명품 서체들이 넘쳐나는 배경으로 풍부한 종이가 한몫했던 것은 아닌지…. 필자 이재언은… 1958년생. 강원대를 졸업하고 홍익대 대학원 미학과 석·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경희대 겸임교수, 선갤러리 조형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1989년부터 미술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일산-종로의 여정을 자전거로 출퇴근하며, 미술과 자전거에 관한 다수의 칼럼 집필이나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역서 「존 듀이 경험으로서의 예술」(책세상) <■글&사진 / 이재언(미술평론가)>
- 자전거로 찾아가는 문화기행자전거로 찾아가는 문화기행
- 전주 토박이 맛집 블로거 쉐비체어의 추천
- 2010. 03. 08 16:26 요리
- ㆍJeonju’s Best of Best Restaurant 전주의 음식 인심만큼 푸짐한 곳은 없다. 상다리 휘어질 정도로 가득 자리 잡은 찬은 보기만 해도 배부를 정도. 여기에 손맛까지 더해지니 전주에 가려면 칼로리 걱정은 나중으로 미뤄두고 떠나야 한다. 맛집들만 모인 전주, 그 중에서도 최고의 맛집을 소개한다. 광장식당 전주시청 광장 앞에 위치한 소문난 백반집. 단돈 5천원으로 상다리 휘어질 듯 푸짐한 밥상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상의 중심에는 우거지 된장국과 김치찌개, 달걀찜의 뚝배기 3형제가 자리를 잡고 그 주변에 수십 가지 나물과 생선, 육류 등의 반찬이 놓인다. 밥 한 공기를 다 먹어도 젓가락이 닿지 못하는 반찬이 많을 정도로 가짓수가 많다. 특히 음식의 대부분이 소화가 잘 되고 정갈하며 밥은 각자 먹을 만큼 퍼갈 수 있어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먹을 수 있다. ●위치 전주시청 광장 앞 ●영업시간 오전 10시~자정 ●문의 063-282-3641 다래콩나물 한옥마을 부근 콩나물국밥 거리에서 가장 맛있는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다래콩나물. 이곳의 특징은 달걀을 콩나물국밥에 풀지 않고, 달걀을 푼 그릇에 콩나물국밥을 몇 숟가락 떠서 넣고 김을 뿌려 비벼 먹는 것. 처음 먹어보는 사람은 달걀에서 비린내가 나지 않을까 살짝 걱정하지만 한 입 먹는 순간 시원하고 구수한 국물 맛에 반하게 된다. 반찬은 김과 겉절이, 깍두기가 전부지만 콩나물국밥의 맛을 배가시켜준다. 시원한 국물이 일품인 아욱국도 꼭 맛봐야 할 메뉴. ●위치 전주시 완산구 경원동 2가 14-1 ●영업시간 24시간 영업 ●문의 063-288-6962 막걸리 1번지 전주에서 막걸리 1번지를 모르면 간첩이라 할 정도로 늘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이다. 근처에 많은 막걸리 집이 있지만 유독 이 집만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 특히 재밌는 점은 막걸리를 주문했을 때 1-2-3번째 주전자별로 안주도 업그레이드된다는 것. 첫 번째에는 꼬막, 굴, 두릅, 두 번째 에는 파전, 세 번째에는 꽃게장 등의 안주를 맛볼 수 있으니 다음 안주를 기다리며 막걸리를 한 잔씩 기울이는 재미도 쏠쏠하다. ●위치 전주시 완산구 서신동 835-13 ●영업시간 오후 5시~새벽 5시 ●문의 063-254-7800 베테랑 분식 칼국수, 쫄면, 만두 이 3가지 메뉴로 사람들의 발길을 잡는 한옥 마을에 위치한 베테랑 분식. 오래된 냄비 가득히 칼국수면과 깨, 달걀, 김이 넉넉하게 들어간 칼국수는 면발이 쫄깃하지 않고 툭툭 끊어지는데 이것이 바로 매력이라 할 수 있다. 또 속이 훤히 비치는 얇은 피의 만두는 한 입 깨물었을 때 고소한 육즙이 입 안에 쫙 퍼진다. 이곳의 칼국수를 처음 맛본 사람들은 혹평을 하기도 하지만 3번 이상 먹으면 100% 중독될 정도로 독특한 매력이 있다. ●위치 전주시 완산구 교동 85-1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9시 ●문의 063-285-9898 진미집 포장마차의 원조인 중앙시장 진미집. 허름한 내·외관임에도 저녁 시간에는 발 디딜 틈이 없다. 이곳의 대표 메뉴인 연탄불로 구운 돼지불고기는 연탄에 그을린 특유의 냄새가 코끝을 자극하고 입에 들어가는 순간 사르르 녹는다. 또 달걀, 당근, 단무지, 시금치만 들어간 다소 빈약해 보이는 김밥은 중독성이 강해 마약 김밥이라고 불릴 정도. 특히 다른 지역의 사람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양념 돼지족발은 매콤하면서 고소해 꼭 한 번 먹어봐야 할 추천 메뉴로 꼽힌다. ●위치 전주시 완산구 서노송동 655-14 ●영업시간 오후 5시~새벽 5시 ●문의 063-254-0460 경기전 중앙 숯불 쇠고기를 직화구이로 즐기는 방식으로 식도락가들 사이엔 이미 검증된 중앙 숯불. 주인장 마음대로 투박하게 썬 고기지만 마블링이며 고기색이 신선함을 증명해준다. 살짝 구워 입에 넣으면 씹을 것도 없이 사르르 녹아 없어지는 맛이 예술이다. 또 고기를 다 먹은 뒤 밥과 청국장이 나오는데 집에서 담은 진한 청국장이 고기의 느끼함을 깨끗이 씻어낸다. 한옥 마을에 가면 베테랑 분식과 함께 꼭 들러봐야 할 곳. ●위치 전주시 완산구 풍남동 3가 80-1 ●영업시간 오후 5시~새벽 5시 ●문의 063-231-1771 상덕 커리 정통 인도식도, 그렇다고 일본식도 아닌 상덕만의 카레를 선보이는 곳. 커리와 상덕빵 요구르트가 세트로 묶인 메뉴는 간단한 듯하지만 상덕빵은 인도의 난, 요구르트는 랏씨의 맛을 그대로 재현했다. 특히 상덕 커리만의 노하우로 우리나라 사람의 입맛에 잘 맞도록 만든 커리는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메뉴. 특히 젊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아기자기한 내부 인테리어와 아이들의 순수함이 묻어 있는 그림 장식 등도 재미있는 볼거리이다. ●위치 전주시 완산구 풍남동 3가 67-18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3시, 오후 5시~오후 8시(월요일 휴무) ●문의 063-288-0824 중앙회관 전주 하면 떠오르는 전주비빔밥. 중앙회관은 전주비빔밥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비빔밥에는 채소도 많이 들어가지만 특히 주목할 점은 밥. 윤기 자르르 흐르는 밥은 전통 가마솥에 사골 국물로 밥을 지어 일반 밥에 비해 더욱 구수하다. 또 별다를 것 없어 보이는 반찬이지만 모두 깔끔하고 맛있다. 특히 두부로 만든 커틀릿은 상큼한 요구르트소스를 뿌려 여성들의 젓가락질을 더욱 바쁘게 만드는 반찬 중 하나이다. ●위치 전주시 완산구 중앙동 3가 78-1 ●영업시간 오후 5시~새벽 5시 ●문의 063-285-4288 옴시롱 감시롱 새빨간 고추장소스에 짤막하게 썰어 넣은 떡이 먹음직스러운 이곳 떡볶이의 특징은 달콤한 고구마가 들어간다는 것. 특히 고추장소스와 튀김소스에는 인삼까지 들어 있어 먹을 때 살짝 쌉싸래한 맛이 나지만 왠지 건강에 좋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또 반지르르한 윤기를 자랑하는 김밥은 몇 가지 재료만 들어가지만 다른 곳에서 파는 김밥과는 차별화된 맛이 느껴진다. 저렴한 가격 때문인지 이름처럼 오가면서 마음 편히 들를 수 있는 곳이다. ●위치 전주 영화제작소 뒤편 프리머스 옆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10시 ●문의 063-231-7367 함씨네 밥상 유기농 뷔페 음식점 함씨네 밥상. 웹상에서 콩의 여왕으로 알려진 함정희씨가 운영하는 곳으로 모든 음식이 콩을 베이스로 한다. 된장 순두부, 된장찌개, 청국장 등 된장으로 만든 모든 음식을 맛볼 수 있으며 채식 위주의 식단으로 구성돼 이곳에서 식사를 하고 나면 왠지 몸이 가벼워지고 상쾌해지는 느낌이 든다. 또 우리 콩으로 만든 청국장과 두부, 콩물 등이 전시·판매하는데 콩에 대한 새롭고 재밌는 정보도 알 수 있고 몸도 튼튼해지는 듯해 더욱 유쾌한 곳이다. ●위치 전주시 덕진구 반월동 849-42 ●영업시간 오후 5시~새벽 5시 ●문의 063-212-2112 반야 돌솥밥 전주는 비빔밥이 유명하지만 전주 시민들에게 전주비빔밥보다 인기 있는 메뉴는 오곡 돌솥밥이다. 반야 돌솥밥의 오곡 돌솥밥은 밤과 대추, 표고버섯, 은행 등 20가지가 넘는 재료가 들어가는 건강 밥이다. 지글지글 맛있는 소리가 날 때 간장 양념을 살짝 곁들여 비벼 먹으면 식감을 한층 돋워준다. 밥을 다 먹은 뒤 얇게 눌어붙은 누룽지를 체면불구하고 꼭 긁어 먹을 것. 또 반찬으로 나오는 단호박샐러드와 일품요리로 판매하는 녹두전도 꼭 맛봐야 할 메뉴다. ●위치 전주시 완산구 중앙동 4가 74-1 ●영업시간 아침 11시~오후 11시 ●문의 063-288-3174 네이버 블로거 쉐비체어 운영자 김병대씨 맛있는 음식을 먹고 여기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것이 무척이나 좋아 시작한 블로거. 지금은 전북에 있는 소문난 맛집을 98% 이상 섭렵했으며 음식에 대한 날카로운 평가를 내려 많은 사람들이 믿고 찾는 인기 블로거다. ■기획 / 정수현 기자 ■글&사진 / 김병대(네이버 블로거 쉐비체어 운영자)
- [Cine File]5월의 전주는 영화도시로 새 옷을 입는다
- 2005. 05. 01 문화/생활
- 인터넷 예매가 시작되자 개막작이 2시간 25분만에 전좌석 매진, 급기야 사이트가 다운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그럴만도 하다. 전주국제영화제에는 새로운 영화언어를 지닌 알토란 같은 영화가 넘치기 때문이다. 4월 28일부터 5월 6일까지 전주 12개 스크린에서 30개국 170편의 영화가 올려질 이번 영화제의 슬로건은 ‘자유, 독립, 소통’. 독립영화와 디지털 영화에의 지속적인 관심과 함께, 좀더 많은 대중과 호흡하고 싶다는 고민을 담아낸 구호다. 영화제를 여는 개막작은 전주국제영화제를 상징하는 ‘디지털 삼인삼색’으로 결정됐다. 이는 지난해 ‘디지털 삼인삼색’으로 발표된 작품들이 해외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아 영화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한데 따른 것이다. 올해 선보여질 ‘디지털 삼인삼색 2005’에는 한국의 송일곤 감독, 일본의 츠카모토 신야 감독, 태국의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이 참여했다. 폐막작은 임필성 감독의 ‘남극일기’로 결정됐다. 송강호, 유지태 주연의 ‘남극일기’는 혹한의 극지대를 배경으로 6명의 탐험대원들이 도달 불능점을 찾아 떠났다가 우연히 80년 전 영국 탐험대의 남극일기를 발견하면서 겪게 되는 미스터리한 일들을 소재로 하고 있다. 올해는 특별히 마니아 중심의 영화제에서 탈피하기 위해 온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궁전’ 섹션을 좀 더 다양하게 세분화한 점이 눈에 띈다. ‘인크레더블’의 브래드 버드 감독 작품인 ‘아이언 자이언트’, 최양일 감독의 ‘퀼’, 존 포드 감독의 ‘존 웨인의 도노반’ 등 5,60년대 흥행했던 영화 3편이 올려질 예정이다. 전주의 인기 프로그램인 심야상영 ‘전주 - 불면의 밤’ 가운데서는 ‘핑크 다큐의 밤‘이 가장 뜨거운 호응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핑크 다큐의 밤‘에서는 ‘외설적인 것’의 정체를 탐닉하는 다큐멘터리들이 상영되는데 이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포르노의 고전 ‘목구멍 깊숙이’의 제작 당시 논란을 살피는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딥 스로트’다. ‘핑크 다큐의 밤은’ 전주의 밤을 더욱 뜨겁게 달굴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도 일본의 거장 감독 소마이 신지 특별전과 아프리카 북서부에 위치한 마그렙의 영화를 만날 수 있는 마그렙 특별전 등도 준비돼 있다. ‘시네마스케이프’에는 장 뤽 고다르의 ‘영화사-선택된 순간들’, 올리버 스톤의 ‘피델 카스트로를 찾아서’, 잉마르 베리만의 ‘사라방드’, 부산영화제 화제작 ‘미치고 싶을 때’의 파티 아킨 감독이 연출한 ‘비전스 오브 유럽’ 등을 만날 수 있다. 조성우, 가와이 겐지 음악감독이 참가하는 ‘마스터클래스’에서는 관객이 직접 참여해 영화음악을 만들어보는 기회도 제공된다. 상영작을 대폭 줄인 대신, 디지털 영화를 늘려 내실을 기하고 있는 제 6회 전주국제영화제. 오는 5월, 전주의 낮과 밤은 영화로 물들여질 전망이다. New Movie 밀리언즈 기찻길 옆에서 놀던 9살 형 안소니와 7살 동생 데미안 형제 앞에 열차 강도가 실수로 던진 커다란 가방 하나가 뚝 떨어진다. 그 안에 든 것은 자그마치 백만 파운드라는 엄청난 양의 현찰! 하지만 이 돈의 사용기간은 유로화 통합 전까지인 단 열흘뿐이다. 난데없는 돈벼락을 맞은 두 형제는 일단 열흘 동안 맘껏 이 돈을 쓰기로 한다. 하늘이 준 선물인 줄 알았건만 돈가방을 찾는 열차강도가 그들 앞에 나타나고 형제는 골치 아픈 상황에 빠져든다. 5월 5일 개봉 우리, 사랑일까요? 7년 전 LA발 뉴욕행 비행기에서 만나 서로가 어울릴 수 없는 최악의 상대임을 단언하는 올리버와 에밀리. 그 후 7년 동안 그들의 관계는 끊임없이 이어지지만 언제나 타이밍은 좋지 않다. 하지만 서로 다른 연인과 다투고, 일로 고민하고, 이별을 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그들의 우연한 만남은 진실한 친구로서의 관계로 발전하는데… 혹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 사랑과 흡사한 그 무엇은 아닐까? 5월 20일 개봉 사과 무역회사에서 일하는 현정은 일도 연애도 신나기만 한 밝고 적극적인 여자. 현정은 어느날 7년째 사귀어온 민석에게서 이별을 통보 받는다. 그 무렵 현정에겐 사랑을 고백하는 또 다른 남자 상훈이 나타나고 아무 말 없이 명함과 꽃다발만 건네주는 그 앞에서 현정은 꾹꾹 참아왔던 눈물을 터뜨린다. 현정은 민석과 했던 무조건적인 사랑을 더 이상 믿지 않게 됐다. 대신 자신을 한결같이 좋아해 줄 것 같은 상훈과 결혼하는데. 5월 20일 개봉. 안녕, 형아 9살 장한이는 세상에서 무서울 게 없는 말썽천재이다. 학교 친구들은 모두 자기 똘마니이고 가족들은 부하나 다름없다. 특히 가끔 아프다고 투정부리는 형, 한별은 최고의 괴롭히기 연습상대. 그런 형아가 갑자기 뭔가 울컥 토하고는 쓰러졌다. 형아는 머리 속에 나쁜 혹이 있어서 머리를 열어서 잘라내야 한다고 한다. 수술실로 들어간 형아은 도통 잠에서 깨어날 줄을 모른다. 한이의 마지막 인사는 어떻게 될까? Good Bye 일까, Hi 일까? 5월 27일 개봉 Video 여선생 vs 여제자 작은 소도시 초등학교의 노처녀 여선생 여미옥은 거친 비포장 길을 자신의 차를 몰며 요란스럽게 학교에 나타나곤 하는 와일드 엽기녀. 그녀는 호시탐탐 서울로 올라가 근사한 서울 여교사가 될 궁리를 하는데 꿈에 그리던 이상형, 젊은 남선생 권상민을 만나자 전격 목표 수정에 들어간다. 하지만 여선생의 라이벌은 다름 아닌 당돌한 여제자 미남. 본격적인 여선생과 여제자는 대결모드에 들어가고 학교를 배경으로 웃음과 감동의 파노라마가 이어진다. 노트북 노아는 카니발에서 활달하고 천진난만한 앨리의 웃음을 보고 첫눈에 반한다. 두 사람은 빠른 속도로 서로에게 빠져들고 전부를 주어도 아깝지 않은 사랑을 한다 .그러나 신분 차이로 인한 집안의 반대로 두 사람은 이별을 하게 되고, 갑자기 일어난 전쟁은 더욱 확실하게 두 사람간의 연결고리를 끊어버렸다. 그렇게 7년이란 시간은 지나간다. 24살이 되어서도 그녀는 여전히 노아의 전부였고 우연히 신문에서 노아의 소식을 접한 앨리는 그를 찾아 나선다. DVD 공공의 적 2 대한민국 서울중앙지검 대표검사 강철중, 책상머리의 서류철을 들여다보기 보다는 현장에 직접 나가 날고 뛰는 것이 체질인 그는 공공의 적을 위해 부하와 동료의 피를 볼 순 없다는 일념으로 총기류 사용도 마다하지 않는 다혈질 검사. 그런 그에게 명선 재단 이사장 한상우 사건이 접수되고 특유의 기질로 나쁜 냄새를 직감한 그는 공공의 적과의 전면 대결을 선포하기에 이른다. 고교 동기동창인 한상우와 강철중은 검찰청에서 마주하게 되는데… 사이드웨이 와인 애호가인 영어 교사 마일즈는 이혼의 후유증을 와인으로 달래는 남자. 대학시절부터 동고동락해온 그의 단짝 친구 잭은 주가가 폭락 중인 배우로서, 여자라면 사족을 못쓰는 선천적인 플레이보이다. 성격도 외모도 천지 차지만 두 사람은 둘도 없는 친구사이다. 잭의 결혼식이 일주일 남은 시점, 총각파티를 겸해 여행을 떠난 두 사람. 하지만 이들의 여행이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두 사람은 선택의 기로에 서는데…. 담당/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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