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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폭발 사고 20대 “몸 곳곳에 흉터…앞으로 어떻게 사나 막막”
전주 폭발 사고 20대 “몸 곳곳에 흉터…앞으로 어떻게 사나 막막”(2024. 08. 12 06:00)
2024. 08. 12 06:00 사회
지난 5월 전주리싸이클링타운 폭발 사고로 5명 사상 “본래 업무 아닌 일 시켜, 안전관리자 못 봤다” 증언 전주리싸이클링타운 폭발 사고로 피해를 입은 A씨(26)가 지난 8월 4일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혜리 기자 산재 사고는 순간이지만 노동자의 피해는 오랫동안 지속한다. A씨(26)의 경우가 그렇다. A씨는 지난 5월 2일 오후 6시42분 전북 전주시의 음식물 쓰레기 처리장인 ‘전주리싸이클링타운’에서 메탄가스 폭발 사고가 났을 때 현장에 있었다. 사고로 A씨를 포함해 4명의 노동자가 다쳤고, 1명이 사망했다. 이곳은 ‘지하 처리장’이다. 폭발 사고가 난 곳도 지하 1층이었다. 지난 8월 4일 오후 대전시의 한 병원에서 기자와 만난 A씨는 “열심히 일한 것밖에 없는데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고 말했다. 전주리싸이클링타운에서 A씨는 실험실 업무를 했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는 음식물 파쇄, 유기물 분해, 건조 등의 과정을 거친다. A씨는 소화조에서 시료를 가져와 질소와 인 등이 얼마나 함유돼있는지를 측정해 공정이 잘 되고 있는지, 음식물 투입량이 적절한지를 확인하는 업무 담당이었다. A씨는 올해 들어 빈번하게 다른 업무에 동원됐다고 말했다. 회사는 A씨가 실험실 업무를 하고 있으면 불러 나무 자르기나 청소, 다른 노동자 보조를 시켰다. A씨가 ‘하던 일을 끝내고 가겠다’며 싫은 기색을 내비쳤지만 나이가 어린 축인 A씨의 말은 통하지 않았다고 한다. 나중엔 일주일의 절반을 실험실 업무, 절반은 다른 업무를 할 정도였다. 사고 당일에도 팀장으로부터 ‘작업을 좀 도와달라’는 전화를 받고 갑작스럽게 지하 1층으로 갔다. 구체적으로 어떤 작업을 하는 것인지 설명은 없었다. 그래서 이 작업에 어떤 위험이 있는지, 안전을 위해 무엇을 신경 써야 하는지도 예상치 못했다. A씨는 “폭발이 나고 본능적으로 계단을 통해 밖으로 뛰쳐나갔는데 다리에서부터 얼굴까지 불이 붙었다”고 했다. A씨는 얼굴, 팔, 등, 배, 다리 등 몸 전체에 화상을 입었다. 지난 6월 26일 전주시청 앞에서 전주리싸이클링타운 공동대책위원회가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피해 지원 다 해준다던 회사, 이젠 연락 없어”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메탄가스가 발생하는데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아 폭발로 이어진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노동조합과 시민단체들은 음폐수의 과도한 투입, 환기시설 미비 등 회사가 안전을 확보하지 않아 발생한 산재 사고라고 본다. 이들은 또 전주리싸이클링타운 시설이 전주시 소유이고 시설 운영의 주요 결정사항이 전주시 허가를 통해 이뤄졌을 것이라며 운영사인 성우건설 외에 전주시장도 형사책임 대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노동자가 1명 이상 사망하거나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하면 안전보건 체계를 구축하지 않은 사업주뿐 아니라 원청기업의 경영책임자까지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A씨는 지난 3개월간 매일 레이저 치료와 소독을 반복하면서 “너무 아파서 죽는 게 낫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얼굴을 포함해 몸 곳곳에 흉터가 남았고 햇볕도 제대로 쬘 수 없다. 언제까지 치료해야 할지조차 알 수 없다. A씨는 사고 때 생각을 안 하려고 하다가도 불쑥불쑥 생각이 나고, 트라우마 때문에 나중에 가스레인지를 켤 수 있을지도 걱정된다고 했다. 그는 “나아도 나은 것 같지가 않다. 앞으로 살날이 많은데 막막하고 힘들다”고 했다. A씨에게 전주리싸이클링타운은 대학 졸업 후 취직한 첫 직장이었다. 성우건설 측은 사고 직후 “본인들이 애사심이라든지, 사명감 때문에 작업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미루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A씨는 “어이가 없고 화가 났다”고 했다. 그는 “처음에는 회사가 피해에 대해 다 지원해 줄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이제는 연락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며 “전주시든, 회사든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것 같고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것 같은데 피해자들이 신체적·정신적으로 완치될 수 있게끔 해줘야 한다”고 했다. 기자는 성우건설에 여러 차례 전화 등으로 연락했지만 책임있는 관계자와 통화하지 못했다. 시민에 감춰진 쓰레기장…노동자 안전과 고용 방치음식물, 플라스틱·캔·유리병, 비닐, 오·폐수…. 우리는 매일 쓰레기를 만들고 버린다. 쓰레기를 종량제 봉투에 담거나 분리 배출해 집 바깥 정해진 위치에 갖다 놓는다. 환경미...https://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5&artid=202408121036001 지하로 가는 쓰레기 처리장…노동환경도 지하화된다그저 도심 속 공원의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푸른 잔디가 깔려 있고 잘 관리된 나무가 곳곳에 있었다. 아이들은 뛰어다니며 놀고 유아차를 끈 여성은 유유히 산책했다. 지난 7월 ...https://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5&artid=202408120600011
[8인8색 여행특집]힐링하시개! 반려견과 김제·익산·전주 여행(2022. 06. 17 11:21)
2022. 06. 17 11:21 문화/과학
ㆍ김제 벽골제·전주 한옥마을, 보고 즐기는 코스로 안성맞춤 ㆍ음식·숙박은 기대치 낮추고 사전 확인 필수 “방 하나 예약하려고 하는데요. 침대방이나 온돌방 아무거나 상관없습니다. 크지 않아도 되고요. 혹시 반려견도 동반 입실 가능할까요. 조그만 소형견이고 짖지도 않습니다만….” 김제 만경낙조전망대 전경 / 안광호 기자 숙소 예약부터 쉽지 않다. 홈페이지에는 ‘반려견 동반 가능’으로 돼 있고, 객실 현황에서도 빈방이 있다고 나오지만 숙소 주인이 “안 된다”고 하면 어쩔 수 없다. 또다시 다른 곳에 전화를 돌려야 한다. 수화기 너머 “가능한데 ‘세탁비’가 추가됩니다”라고 한다. 동반 입실만으로도 감지덕지다. 반려견과 함께 여행해본 반려인이라면 한 번쯤 해봤을 경험이다. 귀찮다 싶으면 비용이 더 들더라도 반려견 동반 호텔(펫캉스) 또는 전용 펜션을 예약하거나 애견호텔에 반려동물을 맡겨야 한다. 그마저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여의치 않긴 하지만…. 어렵사리 숙소를 해결했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목적지의 관광지를 검색하고 시설 이용료, 주변 맛집, 카페 등을 검색해본다. 가능한 몇 곳을 골랐으나 안심은 되지 않는다. 막상 가보면 또 다를 수 있어서다. 반려견 동반 입실이나 시설 이용을 제한하거나 추가요금을 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성수기에는 이런 사례가 더 많다.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전체(2092만7000가구)의 약 15%인 312만9000가구(통계청·2021년 조사)다.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2020년 3조4000억원 수준에서 2027년 약 6조원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 시장이 커지면서 반려인과 반려동물을 바라보는 사회의 인식도 과거에 비해 많이 달라졌다. 그럼에도 반려동물과의 동반여행은 곳곳에 높은 문턱이 여전함을 실감하게 한다. 업주만 탓할 수도 없다. 반려인 스스로 ‘펫티켓(펫+에티켓)’을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반려견과 함께 가볼 만한 곳 이번 여행 콘셉트는 ‘전북+반려견 동반+알뜰’로 잡았다. 3요소의 조합이니 꽤 까다로운 조건을 설정한 셈이다. 전북지역은 제주나 강원, 수도권 등에 비해 반려견과 함께할 만한 먹거리, 볼거리, 즐길거리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편이다.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전북도와 관광공사 홈페이지, 관계자 추천 등을 참고해 김제→익산→전주 코스로 일정을 짰다. ‘반려견과 2박3일 동반여행’의 첫 여행지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저수지인 김제 벽골제(사적 제111호)였다. 벽골제는 백제 11대 비류왕 27년(330)에 제방 길이만 1800보 규모로 처음 축조했다. 제방 축조 등에 연인원 32만명을 동원할 정도로 규모가 큰 국가사업이었다. 1420년(세종 2) 큰비로 유실된 후 지금은 약 3㎞ 길이의 둑만 남아 있다. 김제 벽골제 쌍룡조형물 / 안광호 기자 벽골제는 반려견 동반여행 콘셉트에 가장 잘 어울리는 명소다. 벽골제 관광안내소를 지나 단지 정문에 들어서니 왼쪽으로 메인 건물인 벽골제농경문화박물관이 나온다. 우리 농경문화의 전통과 역사를 전시하고 연구하는 곳이다. 2층 카페에서 음료를 사들고 3층 전망대로 향했다. 강아지를 안고 전망대에 오르면 탁 트인 호남평야가 한눈에 들어온다. 김제를 ‘지평선의 고장’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게 된다. 단지 안은 산책로를 잘 갖춰 놓았다. 소나무동산과 생태연못 사이로 산책하기 좋게 데크가 깔려 있다. 곳곳에 버드나무와 푸른 잔디 사이로 앉아 쉴 수 있는 벤치가 제법 많다. 벽골제의 상징이자 최고 인기 포토존은 잔디광장에 높게 세운 쌍룡조형물(높이 15m·폭 54m·몸통 직경 2m)이다. 이 지역의 전설에 착안해 2007년 대나무로 만든 쌍룡은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는 형태로 마주 보고 있다. 바로 옆 그네타기와 디딜방앗간에선 아이를 동반한 가족들도 전통놀이를 체험할 수 있다. 쌍룡조형물을 지나 단여광장과 중앙광장까지 걸어도 1시간 정도면 여유롭게 단지를 돌아볼 수 있다. 휴일이지만 비교적 한적했다. 사람이 많지 않았다. 단지 맞은편과 옆에 조성해놓은 주차장의 공간도 널찍하다. 주말에는 한복과 도자기 체험, 매듭 공예 등 가족단위의 다양한 체험도 할 수 있다. 오는 9월에는 이곳에서 지평선 축제(9월 29일~10월 3일)를 연다. 글로벌, 전통, 문화, 야간, 부대 체험 등 5개 분야 59개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김제 벽골제 단지는 입장료가 성인 기준 1인당 3000원이다. 김제시민과 6세 이하 영유아, 65세 이상 고령자는 입장료가 무료다. 매주 월요일 휴관한다. 700여개의 한옥이 군집한 전주한옥마을도 반려견과 함께 가볼 만한 장소다. 매년 10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다녀가는 곳으로, 강아지와 마을 골목길을 산책하기 좋다. 다만 주말이나 휴일, 휴가철 등 관광객이 몰릴 때는 반려동물을 이동가방에 넣고 다니는 게 서로 편할 듯싶다. 산책코스도 사람들이 붐비는 마을 주도로가 아닌 샛길을 권한다. 마을 내에서 강아지 동반 입장이 가능한 문화재는 전주향교(입장료 무료)가 유일하다. 전주향교는 공자와 그 제자들을 제사 지내는 곳으로, 조선시대 국가 교육기관의 역할을 했다. 대성전과 명륜당 앞뜰에는 400년 된 은행나무가 각각 2그루 있다. 가을에 절정을 이룬다고 한다. 영화 <YMCA 야구단>이나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등의 촬영지로 유명하다. 한옥마을에서 큰길을 건너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자만벽화마을과 옥류벽화마을도 강아지와 함께 가볼 만한 코스 중 하나다. 한옥마을이 유명해지면서 이 마을을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 언덕에 자리한 자만벽화마을에서 한옥마을을 내려다보면 발아래 전주향교가 한눈에 들어온다. 골목마다 영화와 애니메이션 주인공들이 등장하고 곳곳에 카페와 쉼터가 있다. 강아지들이 짖거나 배설물을 치우지 않는다는 민원도 있어 이곳을 찾는 반려인들의 주의와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익산 성동포구마을에서는 반려견을 동반한 가족단위 체험이 가능하다. 자연 생태습지와 5㎞ 구간의 바람개비길을 걷거나 자전거 투어를 할 수 있다. 금강과 아름다운 생태공원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추억을 쌓을 수도 있다. 익산 용안생태습지공원 전경 / 한국관광공사 제공 편하게 먹고 마실 만한 곳 반려견과의 동반여행 일정을 짤 때 빼놓을 수 없는 코스 중 하나가 애견카페다. 김제 벽골제에서 차로 10분가량 거리에 있는 한 애견카페를 들렀다. 잔디가 깔린 마당 주변으로 4명이 넉넉하게 앉을 수 있는 파라솔을 갖춘 탁자와 의자들이 10개가량 놓여 있다. 마당 크기는 아이들과 대형견을 포함한 반려견들이 뛰놀기에 충분한 공간이다. 대형견 2마리를 포함해 15마리 정도의 강아지가 마당을 휘젓고 다닌다. 평소 휴일에 비해 많은 편은 아니라고 했다. 마당 주변에서는 견주들이 마당을 뛰노는 강아지들을 보며 여유롭게 커피와 간식을 즐긴다. 실내에서도 간단한 음식과 커피를 마실 수 있게 좌석을 마련해 놓았다. 가격대는 아이스아메리카노 6000원, 자동조리기에서 끓인 라면 3000원 정도다. 돈가스와 김치볶음밥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메뉴들도 있다. 한끼 식사하기에는 양이 조금 부족한 편이다. 야외 마당 옆으로는 수영장이 있다. 이용하려면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 소형견은 1만원, 대형견은 3만원이다. 시설 운영이나 가격은 휴가철에도 동일하다. 카페 맞은편에는 차량 7~8대 정도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애견카페 이용에 제한은 없다. 기본적인 펫티켓만 알고 가면 된다. 목줄과 배설봉투, 입마개(대형견) 등이 필수다. 수컷의 경우 실내에서는 ‘매너 벨트’로 불리는 기저귀를 착용해야 한다. 본능적으로 영역을 표시하는 마킹 행위를 하기 때문이다. 간혹 배변을 수거하지 않는 견주들도 있지만 과거에 비해 많이 줄었다고 한다. 업주가 가장 걱정하는 상황은 공격성이 있는 강아지들이 일반 강아지들과 섞이는 경우다. 사회성이 떨어지는 강아지들은 처음엔 다른 강아지들을 피해다니거나 견주 주변에서만 맴돌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다른 강아지들과 곧잘 어울린다. 하지만 공격성이 강한 강아지는 시간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는다. 카페 업주는 “자신들이 키우는 강아지가 공격적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별생각 없이 다른 강아지와 섞이게 하는 견주들이 간혹 있다. 방문하기 전 전화로 카페 동반 입장이 가능한지 물어보거나 아니면 방문을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통상 반려견과 여행할 때는 먹거리 기대치를 낮출 필요가 있다. 우선 실내에서 반려견과 함께 식사할 수 있는 식당이나 카페가 많지 않다. 선택지가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반려견 놀이와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음식 맛과 가격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전주한옥마을에서는 비교적 이런 걱정을 덜 수 있다. 한옥마을의 많은 식당과 카페가 야외석을 따로 두고 있어서다. 반려견 동반 가능 식당으로도 잘 알려진 B식당은 별관에 따로 켄넬(반려동물 이동가방)을 갖추고 있다. 중형견까지 충분히 들어갈 만한 크기다. 한옥마을을 찾는 반려인들에게 인기가 많아 주말이나 휴일엔 항상 긴 대기 줄이 만들어진다. 이날은 평일 오후 1시를 넘긴 터라 예약을 따로 하지 않고도 여유롭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면 종류(2인 1만7000원)만 팔기 때문에 회전율이 빠르다. 전주 자만벽화마을 전경 / 안광호 기자 한정식집인 T식당도 반려인들이 한 번은 가볼 만하다. 오전에는 한정식(2인 기준 3만원) 단일 메뉴만 주문할 수 있다. 이곳도 반려견 동반 손님들은 별채로 안내한다. 사람에 따라 양념이 자극적이라고 느낄 수도 있겠으나 나오는 반찬들이 깔끔하고 맛도 나쁘지 않았다. 한옥마을에 있는 카페들도 야외석을 마련한 곳이 많다. 반려견 동반 입장은 가능하지만 실내 출입은 불가하다. 카페 주인이 직접 야외석으로 나와 주문을 받고 카드로 계산한 후 주문한 음료와 영수증을 가져다주는 방식이다. 김제에서는 반려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M카페를 찾았다. 만경읍 골목에 있다. 200년 된 느티나무에 버려진 나무와 자재들로 식당 입구를 멋스럽게 꾸몄다. 전체적으로 한옥과 나무 자재를 엮은 구조다. 사다리를 타고 3층 다락방 형태의 트리하우스에 오르면 고즈넉한 시골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애견 전문 카페는 아니지만 야외석에서 반려견과 동반 식사할 수 있다. 대형견은 들어갈 수 없다. 식사 메뉴는 새우볶음밥 등 모두 3가지다. 영업시간은 오후 6시까지며, 식당 맞은편에 5~6대 주차가 가능한 공간이 있다. 걷기 좋은 곳과 쉴 만한 곳 전북에는 반려인과 반려동물이 맘 편하게 산책할 수 있도록 한 ‘눈치보지마시개 길’ 10곳이 있다. 기존 둘레길과 공원, 호수길 중에서 주차 공간이나 주변 관광지와의 연계성, 탐방객 수 등을 따져 전북도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하고 있다. 이번 여행에서는 김제와 익산, 전주 등 3곳을 둘러봤다. 김제 만경읍 화포리 새만금광역탐방로는 토정마을에서 진봉면사무소까지 이어진 편도 6.5㎞ 구간이다. 만경강 제방길을 따라 간척지와 들판, 바람, 갈대가 있는 생태환경을 반려견과 함께 체험하며 걸을 수 있다. 시작점인 만경낙조전망대에서 만경 8경 중 1경으로 꼽는 만경낙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전망대 주차장에 야외 공용화장실이 있긴 하나 코스 중간에는 화장실과 쉼터가 없다. 익산 성당포구 바람개비길은 성당포구 금강체험관 뒤에 있다. 성당포구 마을에서 출발해 바람개비길과 용안생태습지공원을 거쳐 다시 성당포구 마을로 돌아오는 4.8㎞ 구간이다. 형형색색의 바람개비들이 춤을 추며 방문객을 반긴다. 쭉 뻗은 길을 반려견과 함께 걸으며 사계절 내내 그림 같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낭만여행지다. 바람개비길 주위엔 약 67만㎡ 규모의 용안생태습지공원이 있다. 이곳에선 나비광장, 풍뎅이광장, 조류전망대 등 다양한 습지 생태계를 관찰할 수 있다. 또 느릿하게 흐르는 금강을 바라보며 반려견과 쉬어갈 수 있는 조망 쉼터도 잘 갖춰져 있다. 반려동물 동반 식사가 가능한 전주한옥마을 식당의 한정식 상차림 / 안광호 기자 전주 바람쐬는길은 전주자연생태박물관에서 출발해 슬로길 쉼터(반환점)를 거쳐 다시 전주자연생태박물관으로 돌아오는 약 4㎞ 구간이다. 전주한옥마을에서 걸어서 5분이면 시작점에 도착할 수 있다. 길 오른편으로 맑은 전주천이 흐른다. 왼편으로 승암사, 치명자산 성지, 세계평화의전당 등을 지난다. 코스 내내 나무 그늘이 있어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반려견과 함께 느릿느릿 산책하기 좋다. 바람쐬는길을 포함해 지난 5월 눈치보지마시개 길로 추가 선정한 4곳(전주·군산·익산·고창)은 길을 알리는 이정표나 상징물이 아직 설치돼 있지 않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처음 이 길을 찾는 방문객들이라면 길의 시작점과 코스, 종착점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전북도와 관광공사는 오는 7월 중순까지 코스 주요 지점에 안내판을 설치 완료할 계획이다. 반려견 동반이 가능하면서 비용까지 저렴한 숙소를 고르는 일도 만만치 않은 과제다. 여행 콘셉트에 따라 반려견 전용 펜션은 애초부터 고려 대상에서 제외했다. 반려견 동반 숙소들은 통상 ‘세탁비’ 명목으로 최소 1만~2만원의 추가 비용을 요구한다. 결국 김제와 익산에서 숙소를 구하지 못하고 전주에서 2박을 했다. 두 군데 모두 가격은 7만원으로 동일했다. 비성수기이면서 조식 없이 일요일과 월요일에 숙박했기에 이 가격대가 가능했다. 전주한옥마을 내 B한옥체험 숙소에서 첫 1박을 했다. 한옥마을의 감성을 느끼면서 시간에 구애없이 반려견과 산책이 가능하다. 도보로 한옥마을 내 식당이나 카페, 관광지 방문도 할 수 있다. 한옥마을 변두리에 있다. 상가와 주택이 빼곡히 들어선 중심지에 비해 여유롭고 조용한 편이다. 주차장도 무료공영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다. 가격대에서 알 수 있듯 시설 수준이 아주 만족스러운 편은 아니다. 방과 화장실이 좁고 냉장고 등 숙소가 갖춰야 할 기본적인 가전설비가 없다. 전주 구도심에 있는 D숙소의 경우 시설 수준에선 조금 나은 편이나 근처에 편의시설이 없고 한옥마을에서 2㎞ 정도 떨어져 있다는 게 단점이다. 두 군데 모두 원룸 형태인데다 조리시설이 없어 가족단위의 반려여행객들에게 그다지 추천할 만한 장소는 아니다. 숙소를 예약할 때 보통 홈페이지나 블로그 후기를 참고한다. 전적으로 믿어서는 안 된다. 당일이라도 사전에 방 상태와 추가 요금 등을 유선으로 확인하는 게 좋다.
특집
[취재 후]‘전주형 모델’이 지방도시 되살릴 해법될까
[취재 후]‘전주형 모델’이 지방도시 되살릴 해법될까(2020. 05. 22 14:42)
2020. 05. 22 14:42 경제
2018년 한국고용정보원은 ‘한국의 지방소멸’ 보고서에서 전국 시·군·구의 40%가량이 ‘소멸위험지역’으로 30년 뒤에는 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소멸위험지역은 65세 이상 인구수가 20~39세 여성의 수보다 2배 많은 지역을 뜻합니다. 서울 수도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중소도시는 소멸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지방자치단체가 소멸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흔히 택하는 방법은 신도심 개발입니다. 택지를 개발하고 신도심을 만들면 인구가 유입된다고 믿습니다. 중소도시 외곽마다 ‘OO도시·OO시티’라는 이름의 개발사업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구수는 적지만 도시의 꼴을 갖추기 위해 재정을 투입해 각종 공동생활시설과 학교와 같은 필수 인프라를 구축해야 합니다. 결과는 어떨까요. 신도심 아파트에는 기존 원도심 사람들이 이전해 갑니다. 타 지역에서 유입되는 인구수는 미미합니다. 사람이 빠져나간 원도심은 급속히 쇠락합니다. 슬럼화·공동화를 막기 위해 지방정부는 원도심에 예산을 책정해 재생사업 혹은 개발사업을 벌입니다. 예산은 예산대로 투입하고 인구는 뿔뿔이 흩어집니다. 결과적으로 원도심과 신도심 모두 활기를 잃은 죽은 도시가 됩니다. 개발사업이 답이 아니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해답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답을 찾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도시가 있습니다. 전북 전주입니다. 무차별적인 팽창 대신 도시 내부 효율성을 높이는 압축도시를 만든다는 계획입니다.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시민사회연대를 통한 사회적 경제 활성화에 투자한다고 합니다. 사회적 연대는 코로나 국면에서 착한 임대료, 해고 없는 도시, 재난기본소득과 같은 ‘전주형 모델’을 만들어낸 토양이 되기도 했습니다. 전주형 모델이 죽어가는 지방도시를 되살릴 해법이 될 수 있을까요. 관심을 가지고 지켜봅시다.
취재 후
[표지 이야기]전주의 새 명물, 사회적 연대 ‘전주형 모델’(2020. 05. 15 16:55)
2020. 05. 15 16:55 사회
전북 전주시 덕진구 소재 ㅁ실업은 직원 48명 규모의 세탁업체다. 전주 시내 병원에서 나온 환자복과 시트, 담요를 수거해 세탁하는 일을 한다. 임직원 절반 이상(25명)은 장애인 노동자다. 평균 근속연수는 18년. 임직원 대부분이 60대 이상 고령이다. 1995년 설립한 이 회사는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2015년 메르스 사태도 무사히 넘겼다. 전주 한옥마을 / unsplash 그런데 코로나19는 달랐다. 회사의 주 거래처인 병원들이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일감이 끊겼다. 일반 환자가 입원하지 않아 세탁물이 나오지 않은 탓이다. 지난 2월을 기점으로 매출이 감소하더니 3월에는 전년 대비 10분의 1수준까지 떨어졌다. 전 임직원 임금을 10%가량 삭감했다. ㅁ실업에서 23년째 일하고 있는 김진숙씨(가명)는 “어렵다고 해도 이번처럼 월급을 깎은 것은 처음”이라며 “직원들이 월급을 적게 줘도 좋으니 자르지 말라고 얘기하는 걸 듣고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지난 4월 21일 전주시가 ‘해고 없는 도시’ 상생 선언을 한 다음 날 ㅁ실업은 전주시에 고용 유지 지원 신청을 했다. ㅁ실업 측은 “해고 없는 도시 뉴스를 보고 절박한 심정으로 전화를 걸었다”며 “공과금 지원이라도 받아서 사람을 내보내지 않고 버텨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4월 22일 전주시의 <해고 없는 도시 상담일지>에는 ‘ㅁ실업 지원 요청, 인원 감축 위험 직전, 작업 능률상 감원해야 하지만 인정상 고용 유지할 의향이 있다고 함’이라고 적혔다. 해고 원치 않는 기업 지원망으로 유도 전주의 ‘해고 없는 도시’ 선언은 구속력이 없다. 지역 노·사·정이 합의했지만 강제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해고 없는 도시는 큰 틀에서 보면 지원 사업의 일종이다. 고용보험 미가입 사업장이 고용보험에 가입할 경우 6개월간 보험료를 지원하고 고용유지지원금의 기업체 부담금은 3개월 동안 전액 지원한다. 해고 없이 고용을 유지하는 기업에는 특별지원금(500억원)을 통해 0.1% 저금리 대출도 해준다. 물론 지역 내 사업장 모두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아니다. 심사를 거쳐 지원 요건에 맞는 기업에 한해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때문에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전주 덕진구에서 인쇄업을 하고 있는 이한영씨(가명·49)는 “해고 없는 도시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나처럼 직원 3명을 두고 있는 영세 자영업자에게도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다”며 “다른 대책처럼 말만 그럴듯하게 해놓고 실속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해고 없는 도시’는 변화를 기대해볼 만한 시도다. ㅁ실업처럼 ‘해고를 원치 않는 기업’을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찾아내 지원망 안으로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다. 지역사회에 ‘해고 도미노’를 막는 분위기를 만들어 사업주로 하여금 해고를 ‘고민’하도록 만든다. 고용유지지원금 지원뿐 아니라 지방세 유예·공공요금 감면과 같은 지원책도 고용 안전망을 두텁게 만드는 데 보탬이 된다. 황택수 전주시 중소기업과 주무관은 “주로 영세한 기업들이 가족 같은 직원들을 자를 수 없다며 상담 신청을 해온다”며 “도움을 청한 기업이 해고 없는 대상 요건을 갖추지 않았더라도 전문 컨설팅을 통해 지원 방안을 찾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준호 전북대 경영학과 교수는 “첫 시도인 만큼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지역의 경제 주체들이 문제해결을 위해 사회적 대화를 할 수 있는 출발선에 선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해고 없는 도시는 재난 상황에서 등장한 세 번째 ‘전주형’ 모델이다. 앞서 지난 2월과 3월에 진행된 착한임대인운동과 재난기본소득은 해고 없는 도시에 앞서 전주형 모델이라는 이름표를 달았다. 3월 27일 전주시는 전국 지자체 가운데 가장 먼저 재난기본소득 신청을 받았다. 모두 5만1626명이 신청했고, 4만125명에 대한 지급이 결정됐다. 4월부터는 선별된 인원을 대상(중위소득 100% 이하·건강보험료 지역 4만7260원, 직장 7만4670원 이하)으로 52만7000원을 지급했다. 신청도, 지급도 중앙정부보다 빨랐다. 재난기본소득을 도입한 최초 사례인 만큼 전국적인 관심이 쏠렸다. 재난기본소득 지급 이후 전주 신중앙시장도 활기를 되찾았다. / 반기웅 기자 그렇다면 전주시 재난기본소득은 어디에 쓰였을까. 전주시 재난기본소득 사용 내역(4월 3일~24일·선불카드 기준)을 살펴봤더니 상위 50개 업종 가운데 46개가 동네마트와 슈퍼마켓이었다. 나머지 4개 업종은 병원과 도시가스, 주유소, 정육점이었다. 결과적으로 재난기본소득은 먹고 치료하고, 이동하고, 공과금을 내는 데 쓰였다. 당장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급한 불’을 끄는 데 쓴 것이다. 선별 대상에 한해 제한적으로 지급한 돈이지만 바닥 경기는 생기가 돌고 있다. “빨간카드로만 하루에 90만원어치를 판 적도 있어요. 빨간카드 아니면 여기 장사 안 됩니다. 그거 나오고 나서 돈이 돌고 있어요.” 5월 12일 전주 완산구에서 만난 유성배씨(62·의류 소매업)의 말이다. 유씨가 말하는 빨간카드는 재난기본소득을 쓸 수 있는 선불카드(전주함께하트카드)다. 유씨는 “빨간카드 손님이 많이 사가는 게 겨울 내복이에요. 의외죠. 저도 놀랐어요. 손님들에게 물어봤더니 먹을 거 사먹으면 사라지니까 아깝다고…. 지원금 남았을 때 겨울 준비하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올해는 다들 먹고살기 힘들 거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전주에서 시작한 재난기본소득은 경기도를 비롯한 타 지자체와 중앙정부로 확산됐다. 현시점에서는 이른바 ‘대세’ 정책이 됐지만 전주에서 도입을 논의했던 시기만 해도 보수 야당을 중심으로 ‘지자체 재정을 고려하지 않은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재난기본소득을 두고 갑론을박을 하던 사이 취약계층은 무너지고 있었다. 전주시가 재난기본소득 지급과 동시에 진행한 ‘코로나가 경제활동에 미친 영향·응답자 3504명’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29%가 코로나 이후 월소득이 50만원 이하로 떨어졌다고 답했다. 코로나 이전(7%)과 비교하면 4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코로나 전 대비 월 소득 100만원 미만 가구는 15% 이상 증가했다.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들의 88%는 ‘코로나19’를 원인으로 꼽았다. ‘올 들어 극단적인 생각을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26%가 ‘그렇다’고 답했다. 생계 지원하고 지역 살리는 ‘빨간카드’ 지난 5월 4일 전주 완산구 한 공원 쉼터에서 ㄱ씨(63)가 숨진 채 발견됐다. ㄱ씨는 재난기본소득 지급 대상자다. 4월 7일부터 21일까지 관내에서 재난기본소득 선불카드를 사용했다. 지출의 대부분 슈퍼마켓과 식당, 병원에서 이뤄졌다. 지급받은 재난기본소득을 모두 소진한 뒤 ㄱ씨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ㄱ씨는 유서를 통해 생활고를 호소했다. 재난기본소득은 임시 방파제 역할을 했지만 근본 해결책은 될 수 없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앙정부에서는 기본소득과 같은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사회안전망을 짜고 지방정부는 지역 취약 계층에 대한 사례별 접근을 통해 지원책을 마련하는 상호보완적인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12일 전주 한옥마을에서 시작된 임대료 인하 운동(착한 임대료)도 처음에는 건물주 14명의 ‘선언’에 불과했다. 이후 전주 전역으로 퍼진 임대료 인하 운동은 순식간에 전국 각지로 뻗어나갔다. 5월 7일 기준 전주시에서만 900여 개 점포가 공식적으로 임대료 인하에 동참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주 지역 내 건물주뿐만 아니라 외지인 건물주들이 동참한 결과다. 임대료 인하 점포의 40%가 전체 임대료의 20%를 깎아주고 있다. 전주 덕진구 신중앙시장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안중근(49)씨는 지난 2월 임대료 한 달치 60만원을 면제받았다. 2월은 코로나19 여파로 시장에 이용객 발길이 끊기면서 매출이 거의 나오지 않았던 시기다. 안씨는 “정말 힘들었던 시기에 월세를 아낄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됐다”며 “다행히 고비를 넘기고 나니까 빨간카드(재난기본소득)가 나왔고, 매출이 회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재난기본소득 카드 사용이 가능한 전주 도심 매장 / 반기웅 기자 중·고생 수학전문학원(덕진구)을 운영하는 김진석(가명)씨도 지난 3월분 임대료 50만원을 면제받았다. 물리적 거리 두기로 임시 휴원을 하면서 수입이 끊겼던 때였다. 김씨는 “사정상 임대료를 일주일만 미뤄달라고 했더니 상가 임대인이 아예 받지 않겠다고 했다. 그때가 가장 막막했던 시기였는데 덕분에 지금껏 학원 운영을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착한 임대료 운동은 어디에서 왔을까. 임대료 인하는 건물주의 자발적인 의지로 시작한 운동이다. 다만 이들이 신속한 결단을 내릴 수 있었던 데에는 전주시의 ‘사회적부동산제도’와 같은 정책도 한몫했다. 사회적부동산제도는 지난해부터 전주시가 시행한 ‘착한 임대문화’ 유도 정책이다. 한옥마을과 전주 객사길(객리단길)의 급속한 임대료 상승에 따른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해 마련됐다. 사회적부동산중개업소 50곳을 지정해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서 적정 임대료를 산정할 수 있는 가교역할을 하도록 했다. 전주 도심 건물주들은 사회적부동산제도를 통해 착한 임대료의 선행학습을 한 셈이다. 구본기 생활경제연구소장은 “임대료를 인하한다는 발상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다”라며 “현재 착한 임대료 건물은 전주시가 다져놓은 사회적 연대라는 토대 위에 지어진 건물”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경제활성화기본조례’도 제정 사회적 연대는 착한 임대료뿐만 아니라 해고 없는 도시와 재난기본소득과 같은 ‘전주형 모델’을 만들어낸 토양이다. 전주시는 사회적 연대를 기반으로 한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사회적 경제 활성화에 상당한 투자를 해왔다. 2014년 지방정부 최초로 국 단위의 사회적 경제 지원단을 신설했고, 이를 뒷받침할 ‘사회적경제활성화기본조례’도 제정했다. 사회적 경제는 전주형 독립경제시스템의 한 축이다. 사회적 경제가 활성화될수록 사회적 연대의 고리는 더욱 단단해진다. 전주시가 지원한 마을 공동체 가운데에는 협동조합과 같은 마을 기업, 나아가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하는 곳도 있다. 예비 마을기업인 삼천도시대학협의회(협동조합)는 2011년 전주 삼천2동 주민 6명이 모여 만든 마을 공동체가 시초다. 2015년 온두레공동체 공모사업에 지원해 디딤-이음-희망 3단계 성장 코스를 밟았다. 단계별로 300만원에서 600만원, 1500만원까지의 사업비가 차등 지원된다. 단계가 올라갈수록 더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야 한다. 경쟁력 없는 공동체는 걸러진다. 1단계 디딤에 60곳의 공동체가 모였더라도 3단계 ‘희망’까지 가는 공동체는 4곳 정도에 불과하다. 동네 꽃심기로 공동체 활동을 시작한 삼천도시대학협의회는 수제 비누 제작을 거쳐 막걸리빵, 3D 작업을 통한 상품 제작을 통해 수익을 내는 예비 마을 기업으로 성장했다. 임정례 삼천도시대학협의회 기획실장은 “시가 성의 있는 태도로 마을 공동체 육성을 지원하고 있다”며 “공동체끼리 연대할 수 있는 창구도 생기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시민사회의 소통이 활발해진다”고 말했다. 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사회적 연대는 재난 상황에서 두드러진 역할을 한다. 지방정부가 선도적 정책을 내놓으면 풀뿌리 공동체가 나서 시민의 참여를 독려한다. 시민의 참여와 지지는 재정·행정역량이 부족한 지방정부에게 선도적 정책을 펼 수 있는 원동력이다. ‘전주의 힘’은 여기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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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스크린]폭력의 씨앗-전주영화제가 인정한 화제작
[터치스크린]폭력의 씨앗-전주영화제가 인정한 화제작(2017. 10. 31 14:34)
2017. 10. 31 14:34 문화/과학
제목 폭력의 씨앗 (The Seeds of Violence) 제작연도 2017년 제작국 한국 러닝타임 82분 장르 드라마 감독 임태규 출연 이가섭, 정재윤, 김소이, 박성일 개봉 2017년 11월 2일 등급 미정 공식적으로 소개된 줄거리만 보고는 스릴러 영화일까 생각했다. ‘꿈에도 그리던 하룻밤의 외박이 서로에 대한 불신과 폭력 속에 누군가를 색출해내야 하는 지옥 같은 시간이 된다?’ 하지만 그것은 필자의 지나친 상상에 불과했다. 뭐 오해의 원인은 그냥 개인적 취향 탓이었다고 해두자. 임태규 감독은 그보다는 현실에 굳건히 발을 디디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군복무 중인 일병 주용(이가섭 분)은 분대원들과 함께 단체 외박을 나온다. 모처럼 답답한 병영을 벗어난 금쪽 같은 시간이건만 상전 노릇하는 고참들도 모자라 군생활에 적응이 더딘 후임병 필립(정재윤 분)까지 함께 동행하고 있다는 현실에 주용의 마음은 영 편치가 않다. 막사를 빠져나와 근처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있을 즈음 부대 안으로부터 지금 외박을 나온 인원 중 누군가가 고참병들의 가혹행위를 간부에게 고발하려 했다는 소식이 전해져온다. 분이 바짝 오른 고참들은 고발자를 잡아내 손봐주겠다며 이를 갈고 있고, 후임병 필립은 자신은 고발하지 않았다며 도와달라고 매달린다. 중간에 끼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주용은 자칫 꼼짝없이 고발자로 낙점될 모양새다. 이 심란한 상황에서 주용을 구원해줄 수 있는 유일한 기회는 마중을 나오겠다고 약속했던 누나의 전화뿐이지만 웬일인지 아무리 기다려도 전화벨은 울리지 않는다. 만 하루라는 짧은 시간 동안 주인공 주용의 주변에는 폭력이 넘쳐난다. 영화 속에서 실질적으로 보여지는 묘사는 소극적인 편이지만 주인공의 행동을 변화시키고 관객들의 감정을 이끌어가기엔 충분하다. 당연히 군대를 경험한 남성들이라면 공감의 여지는 더욱 클 테다. 사회적 이슈와 더불어 배우들의 무난한 연기와 감독의 차분한 연출이 맞물려 나름의 가치를 확보한 영화 은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한국경쟁부문 대상과 더불어 CGV아트하우스 배급지원상도 수상해 2관왕을 기록했고, 현재까지도 크고 작은 해외영화제에 초청되며 꾸준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런 여세는 개봉 후 관객들의 반응은 어떨지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 이렇게 비교적 화려한 장편 데뷔식을 치른 신인감독은 2개의 이슈를 중요한 포인트로 설정했다고 한다. 첫 번째는 과도한 폭력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정작 일상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폭력들에 대해서는 무뎌져가는 우리의 모습이다. 이는 작품 속에서 군대와 가정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구체화된다. 두 번째는 가해자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지극히 평범했던 그들에게 잠재된 폭력성을 자극하고 분출되게 몰아가는 것은 결국 태생적인 과잉 폭력성향이 아니라 사회라는 시스템의 문제가 아닐까 하는 의문이다. 영화 은 적어도 이 두 가지 포인트는 충실히 이야기 속에 녹여내고 있으며, 이를 통해 관객들에게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애초의 소임은 분명히 한다. 하지만 독립영화의 품위를 지켜내려는, 또는 저예산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해 포착되는 익숙한 기시감은 이런 포석을 흔쾌히 받아들이기에 걸림돌이 되고 있기도 하다. 또 근래 보기 드문 4:3 화면비율이나 철저한 음악 사용의 배제, 명쾌한 답을 회피한 열린 결말 등은 감독이 심사숙고한 선택이지만, 말초적 재미와 속도에 집착하는 요즘의 영상물에 익숙한 관객들에게는 답답함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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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하는 도시]전북 전주시…개발중심에서 사람우선 고장으로(2015. 11. 03 14:59)
2015. 11. 03 14:59 사회
ㆍ저소득층에 도시락 배달 ‘엄마의 밥상’과 인간적인 도시를 만드는 ‘휴먼플랜 5G’ 눈길 전북 전주시는 선비의 고장, 맛의 고장, 풍류의 도시로 알려져 있다. 음식은 “상다리가 부러진다”는 말이 나오고, 처마끝 휘어진 한옥에서 판소리 한 소절 구성지게 주워 듣는 일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이런 전주의 모습은 도식적인 것에 그쳤다. 먹고사는 일에 부대꼈던 시민들에게 풍류는 사치일 뿐이었다. 전주시에서 최근 벌어지고 있는 잔잔한 변화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감사의 편지와 답장, 소통의 손편지 모토는 ‘사람 냄새 나는 도시’다. 그간 보여왔던 겉에서 보기 좋은 풍류의 도시가 아니라, 실제 시민들에게 행복지수가 전달돼야 한다는 것이다. “어린이 친구 여러분, 아침 도시락 맛있게 먹었나요? 먹고 싶은 것이 있거나 부탁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언제든 편지를 보내주세요.” 지난 10월 28일 새벽, 전주의 저소득층 가정에 배달된 따끈따근한 도시락에 손편지 한 장이 들어 있다. 김승수 전주시장이 직접 쓴 것이다. 지난해 10월 20일부터 시작된 ‘밥 굶는 아이 없는 엄마의 밥상’ 프로젝트는 청소년과 어린이 260명에게 매일 새벽 도시락과 간식을 전달하는 사업이다. 시민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현장에서 마련된 원탁회의는 시장과 시민들의 격의없는 소통의 자리로 인식되고 있다. 이 일을 시작했을 때 도시락 한 통이 이처럼 많은 웃음과 감동을 전할 수 있으리라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요즘처럼 기초생활 보장이 잘되는데, 설마 아이들이 밥을 굶겠느냐’는 생각이 많았다. 하지만 조사를 해 보니 깜짝 놀랄 결과가 나왔다. 문서상으론 멀쩡한 가정이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아침밥을 먹지 못하는 어린이들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엄마의 밥상’ 도시락은 배달된 지 1년이 됐다. 새벽에 도시락을 배달해 주는 일은 밤잠을 줄여가며 음식을 만들고, 배달해 주는 이웃들이 있기에 가능했다. 아침밥을 매일 새벽 전해받는 아이들은 밥을 다 먹고 난 빈 도시락에 손 편지를 써서 고마움을 표했다. 시장이 어린이들의 손편지에 손편지로 화답해 주는 것은 아름다운 소통의 현장이었다. 이 정책은 김 시장이 취임한 후 처음으로 벌인 ‘사람 냄새 나는 전주’를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였다. ‘엄마의 밥상’은 행정자치부가 주최한 ‘제3회 대한민국 지방자치박람회’에서 우수정책으로 소개됐다. 또 지난 1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15 자치분권 정책박람회’에서 보편적 복지와 지방자치 분야 전국 우수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엄마의 밥상 도시락’에 들어 있던 어린이의 손편지. 지자체들의 벤치마킹도 줄을 이었다. 각지 언론들은 우수 복지사례로 소개했고, 충남 아산시와 서울 서대문구, 금천구 등이 전주시청과 급식업체를 방문하는 등 견학이 잇따랐다. 성과는 행정과 수혜자인 아이들 외에 시민들을 하나로 묶었다는 데도 있었다. 시민들과 상인, 직장인, 교사, 기업인 등 전국 각지에서 십시일반 모아준 성금이 2억6258만원에 이른다. 쌀이나 김치, 멸치 등 현물 지원은 물론 정기적으로 일정액을 후원하겠다는 문의 전화도 잇따랐다. 휴식공간 제공 ‘전주 온통 숲 프로젝트’ 전주시는 지난 7월 민선6기 출범 1주년을 맞아 ‘휴먼플랜 5G’ 정책을 내놨다. 소외 없는 복지와 미소 띤 독립경제를 실현하는 ‘굿(Good)전주’, 생태거점 확충을 통한 생태도시 기반을 구축하는 ‘그린(Green)전주’, 전주정신 정립을 통해 시민들의 자긍심을 높이는 ‘글로리(Glory)전주’, 전주의 문화를 세계로 전파하는 ‘글로벌(Global)전주’, 더 위대한 전주를 만들기 위해 도시공간을 재창조하는 ‘그레이트(Great)전주’ 등이다. 지역공동체 회복과 전주형 공동체 구축을 위해 전주의 과거와 현재, 남녀노소를 관통할 수 있는 ‘전주 정신’이 필요했다. (가칭)‘전주 정신의 숲’(전주기록원) 설립 등이 추진됐다. 전주시 전역에 작은 숲을 조성해 하나의 거대한 생태 숲을 이루는 ‘전주 온통 숲 프로젝트’와 생태, 생물다양성 등의 가치를 배울 수 있도록 전주동물원을 생태동물원으로 조성하는 작업도 시민 체감 행복지수를 위한 일이었다. 시민들에게 좋은 먹거리 주권을 되찾아 주기 위해 추진하는 ‘전주푸드 플랜’과 마을 스스로 그 지역민의 복지를 책임지는 ‘동네복지’로의 복지체계 전환 역시 전주를 시민들이 살기 좋은 행복한 도시로 만들기 위한 계획들이다. 전국에서 한옥이 가장 잘 보존되고 있는 전주한옥마을. 설경이 가장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는다. 원탁회의는 행정편의주의가 아닌 인본(人本)주의에서 출발한 것이다. 시책 추진에 앞서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현장을 돌며 소통의 시간을 갖는다. 현장시청은 시민들이 가장 많이 반기는 시책이다.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애로사항을 즉시 해결하기 때문이다. 제1호 현장시청은 지난해 문을 연 ‘한옥마을사업소’였다. 시청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은 현재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로 자리 잡은 한옥마을 관련 업무를 담당하기 위해 한옥마을 인근으로 자리를 옮겨 근무 중이다. 전국 지자체 가운데 최초로 설치한 현장시청이다. 이후 기업들의 애로사항 해결을 위한 ‘기업지원사무소’와 한문화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한문화지원사무소’, 전통시장 활성화와 소상공인 보호를 위한 ‘전통시장육성지원사무소’가 차례로 시민들 곁으로 다가섰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전주가 서울보다 경제적으로 부유할 수는 없겠지만 서울보다 더 행복한 도시, 사람들이 살고 싶은 전주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성장 위주, 개발 중심에서 사람 우선, 인간 중심의 행정으로 모든 시민들이 소외받지 않고, 차별 받지 않는 전주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종합경기장 개발계획 백지화 ‘사건’ 올 한 해 전주를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 중의 사건’은 종합경기장 개발문제였다. 촉발은 김승수 시장이 취임하면서 전임 시장의 개발계획을 백지화하면서 빚어졌다. 전 시장이었던 송하진 도지사는 종합경기장 부지에 대형쇼핑몰을 건립하기 위해 롯데쇼핑과 협약을 체결했다. 새로 경기장과 야구장을 기부 받는 대신 경기장 부지를 주고 이곳에 롯데백화점의 5배 규모인 대형 쇼핑몰을 세우기로 한 것이다. 김 시장은 이곳을 뉴욕 센트럴파크 같은 시민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시민의 땅을 재벌이 아닌 시민들에게 돌려주겠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전임 시장이 합의문까지 써가며 확약했던 계획을 백지화시키는 데는 고민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중심부에 대규모 쇼핑 단지가 들어설 경우 지역 상권이 무너지고 전주 고유의 전통이 붕괴될 것이라는 우려가 앞섰다. 전주시는 대규모 쇼핑몰 대신 다목적 광장과 문화예술 공간·생태숲 등을 조성하는 내용의 종합경기장 개발사업을 추진 중이다. 시 의회는 물론 행정자치부 투·융자 심사까지 통과한 상황에서 당초 계획을 뒤집은 사례는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처음이었다. 애초 황금부지를 굳이 재벌기업에 넘기려는 의도에 대해 지역여론은 마뜩잖아 했다. 더욱이 전주시는 전국 최초로 대형마트 의무휴무제를 도입한 도시였다. 향토상권 보호를 위해 재벌마트와 싸움을 벌였던 전주시가 돌연 롯데에 부지를 넘기려 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결정은 도시재생으로 미래가치를 지향한다는 세계 흐름과 상통해 시민 지지를 얻어냈다. 전주시는 전주종합경기장을 완전히 허물지 않고 일부를 재생한 뒤 시민공원을 조성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미래 가치보다 더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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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그라운드. 넷]전주 대낮 알몸 질주 남자, 어떤 사연이?(2015. 08. 04 19:24)
2015. 08. 04 19:24 사회
SNS와 인터넷 게시판에서 화제를 모은 전주 알몸 질주 남자 사진. / 개드립 “나는 달린다. 나를 압박하는 모든 것, 세상의 잔재를 벗어던지고 달린다. 그저 자유로운 영혼이 되고 싶었다. 나는 오늘도 달린다.” 한 누리꾼의 감상평이다. 거의 한 편의 시다. 7월 30일 오후 늦게 포스팅된 사진에 대한 반응이다. 전라(全裸)의 남성이 거리를 질주하고 있다. 경찰이 뒤를 쫓는다. 사진은 여러 장으로 구성돼 있는데, 자동차 안에서 바깥 상황을 찍은 것으로 보이는 마지막 사진을 보면 이 남성은 경찰에 잡혔다. 이 코너에서는 이전에도 비슷한 상황에 대해 다룬 적이 있다. 이른바 ‘서울 터미네이터’라는 별명이 붙었던, 서울 상수동에 출현했던 벌거벗은 남자 이야기다. 2012년이다.(1001호 ‘언더그라운드.넷’ 참조) 이번에도 ‘터미네이터’라는 별명이 붙었다. 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에서 미래에서 과거로 시간여행을 온 주인공들이 나신을 드러낸 채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2012년 상수동에 출현한 남자에 대한 감상평에는 안 나왔던 반응이 있다. “기형종의 출현이군.” 그 뒤 한국에서도 빅히트한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영향이다. 그나저나 이번 사진은 어떤 사연이 있었던 건가. 이번에는 목격자도 많다. 사진 속에는 거리 간판도 찍혀 있다. 전북 전주 덕진구 기린대로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일부 SNS에는 7월 30일 늦은 오후에 실시간으로 벌어진 사건이라고 했지만, 확인 결과 실제 사건은 하루 전인 29일 오후 6시께 벌어졌다. “기록에는 부모님에게 인계한 것으로 돼 있네요. 병이 있는 환자라서….” 이 남자를 거리에서 연행한 전주 덕진경찰서 당직자의 말이다. 정신지체 장애를 가진 청년이었다는 것이다. 전화 건 김에 평상시 궁금한 것도 물어봤다. 만약 보통 사람이 ‘스트리킹’을 한다면 적용되는 혐의나 형량은 어떻게 되는 걸까. 관련 법 조항은 경범죄상 과다노출이나 형법상 공연음란죄다. 과거 판례를 보면 ‘단순히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주는’ 것이 과다노출이고, ‘일반인의 성욕을 자극해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치는’ 경우가 공연음란죄에 해당한다. 경범죄는 즉심에 넘겨져 통상 1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지만, 공연음란죄는 형량이 세다. 1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보통 경계는 불명확하지만 이 경우는 딱 떨어진다. 땡볕이 내리쬐는 여름 대낮에서 스트리킹하는 남성을 보고 ‘성욕이 자극된다든가 성적 수치심을 해치는 경우는’ 별로 없을 테니. 다시 말해 경범죄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다. 계속되는 경찰 관계자의 말. “일반 사람들이야 의도를 가진 경우지만, 이 경우는 환자에 해당해 법 적용 대상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과거에도 이런 사례가 많았을까. 외국의 경우 경기장에 옷을 벗고 난입하는 것이 하나의 유행처럼 돼 있기도 한데. “이례적인 사건이긴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처음 접해보는 사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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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수의 도시 이미지 읽기]전주한옥마을의 소박한 행렬(2014. 08. 04 17:03)
2014. 08. 04 17:03 사회
누구는 전주한옥마을의 풍경이 변색되었다고 말하고, 누구는 역사적 유산 대신 카페거리로 변해가는 것을 못마땅해 한다. 그런 점도 있다. 그러나 전통이란 이름의 무지막지한 남성적 서사의 무게 대신 돌담 사이에 핀 꽃을 발견하고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나눠먹는 풍경, 함께 걸으면서 쉬지 않고 얘기를 나누는 풍경은, 어쩌면 더 아름답고 귀하다. 밤을 잊은 전주한옥마을. 그렇다. 휴가철이라서 거리마다 골목마다 사람이 반이요 자동차가 반이다. 인파로 인하여 한옥이 담장은 제대로 보이지 않고 차륜과 헤드라이트에 의해 지붕이나 처마의 선들도 뭉개졌다. 간신히 태조로(전주한옥마을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큰길)의 한 모퉁이에 자리를 잡고 앉아 이 행렬을 바라본다. 불빛과 소음으로 인하여 오래 전 전주한옥마을의 소요하기 딱 좋은 음전한 기운이 다 사라졌지만, 그래도 생각할 만한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만 보니 대체로 가족여행이지만,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에 가까운 여성들의 발걸음이 압도적이다. 가족여행자들을 빼놓고 나면 이 젊은 여성 여행자들이 한옥마을을 거의 채우고 있다. 여성들끼리, 그것도 젊은 여성들끼리 한옥마을의 숱한 카페와 아이스크림 가게와 장신구 파는 곳을 총총총 산보하며 섭렵한다. 남자들끼리, 그것도 젊은 남자들끼리 몰려다니는 휴가철의 해운대나 경포대 같은 조합은 보기 어렵다. 대개의 게스트하우스 손님들도 둘씩 셋씩 여행 떠나온 젊은 여성들이다. 지난 7월 28일 전주 한옥마을의 모습 | 정윤수 20대 후반~30대 중반 여성들 많이 찾아 나는 가만히 앉아서 여성들끼리, 그것도 젊은 여성들끼리 팔짱을 끼고 걸으면서 예쁘장한 가게가 나오면 서로들 예쁘장한 웃음을 나누며 즐겁게 구경하다가 마치 약속이라도 된 듯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셀카도 찍고, 다른 가게들로 이동하는 모습을 집요하게 주시하였다. 이런 행렬은 요즘 부쩍 늘고 있는 도시 여행의 트렌드다. 제주 올레길이나 부산의 감천마을이나 서울의 북촌·서촌이나 또 여기 전주의 한옥마을이나, 가족여행객 아니면 젊은 여성들끼리의 산보 행렬이다. 더불어 생각나는 트렌드도 있다. 다름 아닌 고양이다. 고양이 개체수가 크게 늘고 있다. 아파트의 주차장을 배회하는 길고양이도 많이 늘었지만,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 개체수도 부쩍 늘었다. 2013년 9월 6일, 농림수산식품부가 한국사회경제연구원에 조사 의뢰한 결과에 따르면, 집 고양이의 수가 2006년 47만 마리에서 2012년에는 115만 마리로 두 배나 급증했다. 이런 수치라면 고양이를 기르는 것 자체를 하나의 문화 트렌드로 봐야 한다. 관련 산업도 급신장했다. 인간 육아 관련 시장은 2012년 기준으로 2조6600억원대. 이 중에서 영유아 의류산업이 1조6500억원으로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그밖에 기저귀 4600억원, 분유 4000억원, 유아스킨케어·수유용품 1500억원 등으로 집계된다. 다시 말해 어린아이들에게 반드시 입혀야 하는 ‘의류’를 제하고 보면 1조원 정도가 육아시장 규모다.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 산업도 2012년 기준으로 약 9000억원, 즉 1조원에 육박한다. 그러니까 어린아이들에게 입히는 옷을 제외하고 보면 인간 육아와 반려동물 시장 규모가 엇비슷하다. 급격한 저출산과 반비례하는 반려동물산업 성장이 이러한 수치로 나타난다. 그렇다면 누가 고양이를 키울까. 대체로 젊은 여성들이라는 게 관련 업계의 판단이다. 인터넷 쇼핑몰 ‘G마켓’이 2013년 1월 1일부터 10월 21일까지 반려동물 용품 구매자를 분석한 결과 여성과 남성 비율이 각각 78%, 22%였다. 이 여성 비율을 100%로 보았을 때, 30대 여성이 3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인터넷 쇼핑몰 ‘11번가’가 같은 기간에 분석한 바에 따르면 반려동물 용품 구매를 하는 30대 여성이 무려 45%에 달했다. 왜 고양이를 기를까. 일반적으로 말하여 고양이는 개에 비해 외로움을 덜 타고 손이 많이 가지 않는다. 자잘한 신경을 크게 쓰지 않아도 홀로 잘 견디고 버티는 동물이다. 대도시 20~30대의 여성이 선호한다. 고양이의 도도한 우아함과 홀로 사는 20~30대 여성의 자존감이 겹쳐지는 풍경이다. 7월 28일 관광객들이 전주 한옥마을을 찾은 모습 | 정윤수 여성들은 랜드마크보다 작은 풍경에 관심 8년 전 독일에 갔을 때, 나는 베를린이며 뮌헨이며 바이마르의 역사적 장관을 하나라도 빼놓지 않고 보려고 했다. 월드컵 기간 중이라 국내에서 취재 나온 사람도 적지 않았다. 대체로 40대 남성 기자들은 짬을 내서 이런 행렬에 동참했다. 반면 30대의 여성 기자들은 독일이라는 말의 무게가 주는 압도적인 문화유산이나 거대한 역사적 흔적보다는 오늘을 살아가는 독일의 일상을 더 주목했다. 미세한 것, 너무 작아서 그 기미조차 잘 보이지 않는 것, 거대 역사에 밀려서 주변화된 일상들을 더 사랑했다. 작년에 시카고에 갔을 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나를 비롯한 40대 이상의 남성 동행자들은 시카고의 역사적인 건물을 랜드마크 삼아 걸었다. 반면 30대의 여성들은 이 행렬에서 벗어나 시카고라는 대도시의 작은 풍경들을 주목했다. 작은 가게와 서점과 오래된 식당을 더 사랑했다. 다시, 전주한옥마을을 본다. 누구는 전주한옥마을의 풍경이 변색되었다고 말한다. 그런 점이 있다. 누구는 전동성당이나 경기전이나 한벽당 같은 역사적 유산 대신 카페거리로 변해가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긴다. 그런 점도 있다. 그러나 전통(어쩌면 만들어진 전통)이란 이름의 무지막지한 남성적 서사의 무게 대신 돌담 사이에 핀 꽃을 발견하고 맛있는 빵과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나눠먹는 풍경, 함께 걸으면서 쉬지 않고 얘기를 나누는 풍경은, 어쩌면 더 아름답고 귀하다. 저 소박한 행렬은 지금 서로에게 가닿기 위해 걷고 있는 중이다. 마치 고양이를 쓰다듬듯이 서로에게 몰입한다. 이때, 전주한옥마을은 충분히 아름다운 배경으로 작동한다. 그렇다고 경기전이나 전동성당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혼잡한 한옥마을, 한 귀퉁이에 앉아서,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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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점규의 노동여지도]전주 시내버스의 아슬아슬한 질주(2014. 06. 02 19:36)
2014. 06. 02 19:36 사회
전주시내버스대책위의 조사에 따르면 5월 22일 현재 시내버스 401대 중 법정 차령 제한인 9년을 넘긴 노후차량이 105대로 26%였다. 100만㎞ 이상을 운행한 버스들이 시내를 질주하고 있다. 무궁화호 열차가 만원이다. 열차 카페는 값싼 통학권을 끊은 학생들이 점령했다. 기차표를 확인하는 승무원이 안쓰럽게 승객들을 비집고 지나간다. 5월 폭염으로 낮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긴다는 예보다. 아침부터 푹푹 찐다. 열차가 좌우로 흔들린다. 세월호 이후 지하철, 터미널, 병원에서 잇따라 터진 사고들 때문일까? 괜한 잡념이 스멀거린다. 한여름에는 탈선에 대비해 철로에 물을 뿌린다는데 갑작스런 폭염에 괜찮을까? 열차에 불이 나면 어떻게 불을 끌 수 있을까? 천안을 지나자 조금 한산해진 열차 카페에서 음료를 사며 판매원에게 슬쩍 물어본다. “글쎄요. 여기는 소화기가 없어요. 저는 무전기도 없어서 열차 전무님들에게 알려줄 방법도 없는데.” 신성여객 | 박점규 9량의 무궁화호 열차에 기관사와 승무원 두 명이 탄다. 이들은 코레일 직원이다. 열차의 식음료 판매는 자회사인 코레일관광개발이 하고 있다. KTX 여승무원들은 코레일관광개발 소속인데 판매원들은 아니다. 판매업무를 대구백화점에 하청을 줬고, 대구백화점은 엠서비스에 재하청을 줬다. 무궁화·새마을호 4호차에 있는 열차 카페 판매원들은 모두 엠서비스 소속이다. 열차 카페 판매원 이씨는 아침 9시 서울역을 출발해 오후 2시11분 여수에 도착한다. 점심을 먹고 오후 4시 열차에 올라 밤 10시 서울에 도착한다. 다음날 새벽 열차를 타야 하기 때문에 숙소에서 잔다. 5월 한 달 동안 집에 들어간 날이 8일뿐인데 월급은 130만원이 안 된다. 젊은이들이 한두 달 버티다가 그만두는 이유다. 이씨가 열차 시간표를 보여준다. 승객들이 승무원인 줄 알고 시간을 물어보기 때문에 코레일에서 나눠준 것이다. 그는 하루 종일 승객들을 안내하고, 항의를 받는다. 사고가 나면 문을 열어 승객들을 대피시키고, 소화기를 찾아 불을 끌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는 코레일도, 코레일관광개발 소속도 아니기 때문에 그의 업무는 모두 불법이다. 승객을 구조하는 업무가 불법인 열차를 타고 가고 있다. 사경을 헤매고 있는 버스 기사 어느새 열차는 전주에 닿았다. 젊은 여행객들이 한옥마을로 가는 버스에 오른다. 지난해 한옥마을 방문객이 500만명을 넘었다. 전주시내 5개 버스회사들이 시민들과 관광객들을 실어 나른다. 시민의 발 버스노동자들의 삶은 어떨까? 전주시 팔복동 신성여객에서 일하던 진기승씨는 지금 사경을 헤매고 있다. 한 달 전인 4월 30일 밤 동료에게 “이용만 당한 것 같아 너무 억울하네요. 신성 동지 여러분, 사측 놈들의 농간에 나같이 놀아나지 마십시오”라는 문자를 남기고 회사 현관 국기봉에 목을 맸다. 고등학생 두 딸을 책임져야 했던 그는 민주노총을 탈퇴하면 복직시켜준다는 회유에 넘어가 회장 앞에 무릎까지 꿇었다.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그는 “내가 자존심 버리고 살아보려고 발버둥쳤는데 나를 이용만 하네요”라는 글을 남겼다. 다음날인 5월 1일 법원은 진씨의 해고가 무효라고 판결했지만 그는 이 소식을 들을 수 없다. 의식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회사는 “누가 죽으라고 했냐?”고 말한다. 화가 난 동료들이 버스 운행을 거부하고 농성을 벌이자 회사에서 나가라는 소송을 냈다. 노사가 성의 있게 합의점을 찾으라는 판사의 제안마저 거부하자 법원은 가처분신청을 무기한 연기했다. 신성여객 노조 사무실, 한낮의 기온이 32도를 넘었다. 554번 시내버스를 몰던 김승춘씨는 엔진이 과열돼 운행을 멈추고 차고지로 돌아왔다. 예비차량이 없기 때문에 텅 비어 있어야 할 회사에 6대의 차가 정비를 기다린다. 엔진 이상이 많고, 행선지 표지판(LED)이 고장 난 차도 있다. 승춘씨 버스는 2005년식으로 10년 된 노후차량이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자동차 차령 제한은 9년이지만 2년을 연장할 수 있기 때문에 운행되고 있다. 회사는 라디에이터를 뜯어야 한다며 오늘은 물만 뿌리고 운행하란다. 주말에 고치면 다행이지만 승춘씨 버스보다 심한 차가 생기면 수리는 또 미뤄진다. 전주시내버스대책위의 조사에 따르면 5월 22일 현재 시내버스 401대 중 법정 차령 제한인 9년을 넘긴 노후차량이 105대로 26%였다. 신성여객은 전체 95대 중 31대로 가장 많았다. 100만㎞ 이상을 운행한 버스들이 시내를 질주하고 있다. 승춘씨의 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갔다. 신성여객 버스 6대가 고장으로 운행을 중단했으니 시민들은 이유도 모른 채 버스를 기다렸을 것이다. 전북대학교에서 많은 사람들이 버스에 오른다. 구멍 난 버스 바닥 곳곳을 철판으로 때웠지만 승객들은 모른다. 승춘씨는 오늘도 자신과 승객들의 생명을 10년 된 노후버스에 맡기고 거리를 달린다. 10년 넘은 고물 버스들 시내 돌아다녀 고풍스런 전주시청 앞에 천막 한 동이 서 있다. 하나둘 모여든 버스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나선다. 불볕더위에 달궈진 도로에서 3보1배를 하며 걷는다. 연대하러 온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함께한다. 24년 동안 호남고속에서 시내버스 운전을 하고 있는 한인수씨는 서울에서 버스를 모는 친구가 부럽다고 말한다. 자신보다 한참 늦게 운전을 시작했지만 서울은 준공영제 때문에 일자리도 안정되어 있고, 월급도 훨씬 많다. 그가 일하는 호남고속은 800원과 5200원을 횡령했다는 이유로 노조원을 해고하고, 비정규직 기사를 대거 사용한다. 그래도 그는 2010년 전주 5개 버스회사에서 민주노조가 생기고 나서 많이 좋아졌단다. 민주노조가 없었다면 지금도 11년이 넘은 불법 고물버스가 시내를 활보하고 다녔을 것이다. 회사가 보조금을 횡령하고 세금을 떼어먹는 일이 계속되었을 것이다. 6·4 지방선거에서 버스공영제를 화두로 만든 것도 민주노조다. 버스노동자들이 15일째 전주시청에서 전주상공회의소를 왕복하는 이유는 전주시, 전라북도와 버스회사의 민·관유착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시민의 세금으로 버스회사들에 보조금을 퍼주면서 관리·감독을 소홀히하고, 회계법인의 보고서마저 공개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전주시와 버스회사는 해경과 청해진해운 사이라고 말한다. 호남고속 김택수 회장은 전주상공회의소와 지역신문 회장, 택시조합 이사장 등 9개 직종의 대표다. 2011년 1월 12일 송하진 전주시장의 중재로 마련된 노사 교섭 자리에서 김택수 회장이 “어이 송 시장”이라고 불렀는데, 얼굴이 붉어진 송 시장이 아무 대꾸도 못했다는 일화는 모르는 사람이 없다. 지금 송하진 시장은 새정치연합 전북도지사로 나섰고, 송 시장의 14년 비서는 전주시장에 출마했다. 5월 28일 은수미 의원을 비롯해 새정치연합 국회의원들이 내려와 사업주들을 만났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다. 시의회에서 ‘시내버스 조사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문제를 파헤치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던 오현숙 전주시의원은 “사용자들과 오랜 유착관계에 있는 호남의 새정치연합은 영남의 새누리당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호남고속 한인수씨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물 안 먹은 사람을 찍을 것”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저녁 무렵 신성여객 조합원이 어디선가 버스에서 불이 났다는 얘기를 전해준다. 급히 수소문해 확인했더니 시민여객 이상문 기사였다. 그는 아침 7시35분 완주군 봉동 하이트맥주 정류장으로 가는 길에 버스 뒤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는 걸 보고 차를 세웠다. 엔진 쪽 에어드라이기가 새고 있었다. 곧이어 엔진이 꺼지더니 시커먼 연기가 오르면서 불이 났다. 그는 20여명의 승객을 긴급 대피시키고, 소화기로 불을 껐다. 2005년 제작된 낡은 버스였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한옥마을에서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버스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타요버스’가 아니라 ‘불타요버스’라는 걸 알리자고 제안한다. 술잔을 부딪치며 마음을 모은다. 전주의 밤이 깊어간다. 새벽 5시 출발해 고단한 하루의 운행을 마친 버스들이 차고지로 들어오는 시각, 이들은 언제쯤 환한 웃음을 지으며 안전한 버스를 운행할 수 있을까?
박점규의 노동여지도
[길에서 만난 사람]한 문화 울타리로 거듭나는 전주와 완주(2014. 03. 04 11:05)
2014. 03. 04 11:05 문화/과학
전주시는 전주 한옥마을과 완주의 관광자원을 연계, 개발해 연간 10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세계적 관광도시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겨울이 물러날 즈음 이미 봄은 저만치 와 있다. 한옥으로 외경을 단장한 전주역에 내려 전주권역의 문화관광코스를 둘러볼 요량이다. 명확히 말하면, 전주시와 완주를 묶는 전주·완주 문화권역을 차근차근 돌아볼 셈이다.  전주와 완주는 전북혁신도시라는 이름으로 서로 이웃해 한 울타리의 문화권을 조성해 나아가고 있다. 이에 비교적 활성화된 전주의 문화 인프라를 중심으로, 둘레권역인 완주군의 문화자원을 연계해 새로운 문화관광 수요를 창출해 나아가고 있다. 신명나는 전주, 문화인프라 최고의 도시 한 지역문화 발전의 밑거름은 그 지역이 보유한 문화콘텐츠의 양적·질적 수준에 따라 결정되어진다. 이는 문화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또 보다 수준 높은 콘텐츠를 찾아내고 재해석하는 과정이다.  전주여행의 첫걸음, 호남제일문인 풍남문 이러한 범주에서 본다면, 전주는 지역 고유의 문화자원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문화인프라를 활성화해 성과를 이뤄내고 있는 대표적인 지자체 중 한 곳이다. ‘호남제일문’이란 현판이 내걸려 있는 풍남문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조선시대 전주읍성의 남문이었던 풍남문은 전주권역 문화관광의 중심이자 출발점이다.  전주한옥마을과 남부시장 등의 주변에 관광명소가 가까이 자리하고 있어 전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거점으로 삼는 곳이다. 바로 앞에 위치한 남부시장 골목으로 들어선다.  전주 남부시장은 전주 인근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시장으로, 빈 점포를 활용한 청년시장 개설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접목하여 전주의 대표적인 명소로 거듭난 곳이다.  콩나물국밥, 피순대 등 지역의 대표적인 먹거리 골목이 형성되어 있고, 전주한옥마을에서 불과 도보로 10여분 남짓한 입지로 관광객의 유입이 늘어나고 있다.  한옥마을과 연계된 자만벽화마을의 풍경을 만끽하는 사람들 시장 안은 이미 떠들썩하다. 마침 정월 대보름을 맞아 풍물패가 시장통을 돌며 한 해의 복과 안녕을 기원하며 흥을 북돋우고 있다. 시장 상인과 농악패가 하나로 어우러지니 말 그대로 신명나는 장판이 펼쳐진다. “전주가 맛의 고장이 아닙니까? 전주콩나물국밥, 피순대는 모두 전주사람들이 해장으로 즐겨 먹던 음식입니다. 그런데 이제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어요. 올 한 해도 시장 사람들이 모두 잘 되라고 흥을 돋우는 것이지요.”  농악패를 이끄는 조규채씨(완산필봉농악)는 지역의 어르신들로 구성된 농악패를 이끌고 있다. 관광객들 역시 갑자기 벌어진 신명의 굿판에 흥이 절로 나고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전주는 우리 전통문화를 대표하는 도시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많은 관광객들이 전주를 찾기 시작한 것은 한옥마을이 전통문화특구로 지정되고 10여년 동안 공을 들인 이후의 일이다.  지난해 전주한옥마을 방문객 수는 500만명을 돌파하는 기념비적인 성과를 얻었다. 2002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한옥마을을 찾은 관광객 수는 2011년 409만명, 2012년 493만명, 2013년 508만명으로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 수는 2010년 10만명에서 23만명으로 두 배가 넘게 증가했으며, 그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도 매우 크다. 이는 전주시가 전주한옥마을을 전통문화 특구로 조성하고, 지역 고유의 전통문화를 기반으로 연계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부가가치가 높은 문화상품을 창출한 노력의 결과이다.  맛의 고장인 전주의 대표적인 전통시장, 전주남부시장 한옥마을을 중심으로 경기전, 전동성당 등을 찾는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전통문화와 연계하고, 지역 내 상권과 남부시장 등 전통상권까지 아우르며 관광인프라를 조성한 데에 기인하다.  또한 지역의 특산음식과 고유의 음식문화, 생활문화 등 다양한 문화상품의 개발과 문화콘텐츠의 질적 도모에도 힘쓴 결과이다.  방문객 500만명 돌파를 계기로 전주한옥마을은 이제 전북지역 문화관광의 메카로 자리잡았다. 또 전주시는 인근 완주군 권역까지 문화관광 활성화를 도모해나가고 있다. 전주한옥마을 연간 방문객 500만 시대 열어 전주시를 둘러싸고 있는 완주군은 도시 외곽지역의 장점인 청정 자연환경을 아직까지도 유지하고 있는 고장이다.  특히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전주부에 속해 있었으며, 문화적으로 서로 유기적으로 관계되어 있는 셈이다. 지금도 전북도청, 전주시청, 완주군청이 모두 전주 시내에 자리하고 있다. 전주시는 전주 한옥마을과 완주의 관광자원을 연계, 개발해 연간 10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세계적 관광도시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이를 위해 전주 중심의 관광인프라를 완주권역까지 확장해 완주지역의 자원을 발굴하고 이를 각종 문화자원과 연계함으로써, 전주완주권역의 문화인프라를 더욱 확충해 나가겠다는 포석이다.  인물 (삼례문화 예술촌에서 목공소를 열고 있는 소목장 김상림 씨) 한옥마을을 찾는 연 500만명의 관광객을 완주와 연계 관광할 수 있도록 문화관광 상생 발전을 유도한다는 복안이다. 이에 따라 전주시는 전주의 전통문화와 완주의 전통농경문화를 접목하고, 완주군의 자연경관과 문화자원을 중심으로 연계동선의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또 이미 전주권 관광안내 콜서비스를 완주군 지역까지 확대 실시하고 있으며, 완주군 관광안내도 및 홍보책자를 한옥마을 관광안내소 등에 비치하고, 전주 문화해설사가 완주지역도 설명할 수 있도록 추진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최근 한적한 시골마을이었던 완주군 삼례읍에 관광객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지난해 6월 오픈한 삼례문화예술촌과 전주 서학동 예술인 마을이 관광객 유치와 지역의 상호 발전을 위해 손을 맞잡은 결과이다.  두 마을은 상호 관광자원을 서로 잇는 투어라인을 형성하고, 정보공유와 교류를 약속했다. 전주 서학동 예술인 마을은 지난 2009년 음악인 이형로와 소설가 김저운 부부가 터를 잡은 후 지금은 작곡가와 소설가·화가·행위예술가·설치미술가·사진작가·가수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 20여명이 거주하고 있는 마을이다.  또 삼례문화예술촌은 일제 강점기 수탈의 흔적이 남아 있는 양곡창고를 근대문화 유산으로 보존함과 동시에 문화예술공간으로 재창조한 공간으로, 디자인 뮤지엄을 비롯해 목공소·책 박물관·책 공방·문화카페·미디어아트 갤러리의 전시동과 창작공간이 들어서 있다. “삼례읍은 조선시대에는 호남 최대의 역참지로, 한양으로 올라갈 때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교통의 요충지였습니다. 만경강이 흐르고 있는 이곳에 1920년대 일제가 양곡창고를 지었는데, 호남평야에서 난 쌀을 임시 보관했다가 삼례역을 통해 군산항에서 일본으로 가져갔습니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전후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역사적 공간이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셈입니다.” 삼례문화예술촌에서 ‘김상림목공소’라는 간판을 걸고 입주해 있는 소목장 김상림 작가는 “지역 문화인프라의 핵심은 자연스러운 관계맺기라고 생각합니다. 즉, 역사와 문화, 지역주민들의 삶의 인과관계는 경계 지어질 수 없는 하나의 울타리입니다. 삶의 과정이 역사이며 문화의 본질입니다”라며 전주와 완주가 하나의 문화 울타리로 거듭나기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문화는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힘이며, 지역의 문화는 지역사회의 삶의 질을 높이고 풍부하게 하는 요소이다. 전주와 완주가 서로 소통하고 어우러져 한 울타리로 풀어지고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길에서 만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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