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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자기만의 색깔’ 내나?(2021. 01. 29 17:30)
2021. 01. 29 17:30 정치
ㆍ‘손실보상제’ 관련 기재부 질책하며 정치적 추진력 보여줘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저항세력이 있게 마련이라는 말을 했지, 기재부의 나라라는 말을 하진 않았다.”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정세균 총리가 밝힌 말이다. 인터뷰는 1월 22일 진행했지만, 지면에는 1월 27일에 실렸다. 정세균 총리가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며 기획재정부를 개혁 저항세력으로 언급했다는 기사가 일제히 실린 날은 1월 21일. 전날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김용범 1차관이 ‘선례를 찾기 어렵다’며 손실보상제 법제화에 난색을 표한 것에 대해 꺼낸 질책으로 보도됐다. 언론보도는 ‘격노’했다는 분위기도 전했다. 의문은 이것이다. 정 총리가 자신의 말대로 그런 말을 하지 않았으면 5일 뒤에 나올 인터뷰가 아니라 바로 정정했어야 한다. 정확한 워딩은 달랐더라도 적어도 분위기나 톤은 기재부 성토였다는 뜻이 된다. 정세균 국무총리(왼쪽)가 1월 2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참석한 국무위원들과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오른쪽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연합 “정확히 당시 상황을 말씀드리면….” 총리실 관계자의 설명이다. “김용범 차관의 발언이 보도된 직후에 ‘…에 김용범 반기드나’라는 보도가 있었다. 그것을 보고 드리니 지난번(4월 CBS 보도)처럼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 이 사람들을 혼내야 하나’라고 혼잣말을 하셨다. 국무조정실장이 기재부 출신이다. 차관에게 전화해 ‘진의가 뭐냐’고 물었다. 자기는 그런 뜻이 아니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 관계자는 이렇게 당시 상황을 정리했다. “엄밀히 말하면 질타한 적 없다. 기재부의 태도에 대해 (총리실 분위기가) 부정적인 것은 사실이었다. 연합에서 제일 먼저 기사를 내면서 전화를 걸어와 물어보기에 그런 말을 한 적은 없고, 기재부 처신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인 것은 사실이라고 했는데 그렇게 정리되어 나간 것이다.”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 발언 막전막후 손실보상제를 둘러싼 논란은 다시 1월 21일 홍남기 부총리가 “영업제한 손실보상에 대한 입법적 제도화와 관련해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어서 정말 짚어볼 내용이 많았다”며 재정 문제를 거론하면서 계속됐다. 직후인 1월 24일, 매주 일요일 총리공관에서 진행하는 당·정·청 고위정책조정회의에 감기몸살을 이유로 불참한 것도 총리와 기재부를 대표하는 부총리 사이의 긴장관계를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어쨌든 논쟁 과정에서 확실해진 것은 손실보상법 추진과 관련 총리의 주도권이 뚜렷해졌다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1월 27일 세계경제포럼 특별연설에서 “손실보상제·이익공유제가 포용적 정책의 모델이 될 것”이라며 여권 주자들이 각자 트레이드마크로 삼고 있는 코로나19 방책의 손을 들어줬다. 정치엔 기류가 있다. 정확한 워딩이나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흐름’은 뚜렷해진 것으로 보인다. “확실히 시동 건 것이다. 본인 색깔을 낼 수 있는 거점 중 하나가 드러난 것이다. 기재부가 입장을 바꾸는 것을 보면서 총리가 정치적 추진력도 있구나라는 것을 확실히 보여준 것이다. 그동안 이낙연이나 이재명과 같은 여권 리더십이 보여주지 못했던 리더십 말이다.” 박상철 경기대 부총장의 말이다. 코로나19 국면에 대한 대응에서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이익공유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전국민 재난기본소득’을 대표방책으로 제시했다면 ‘손실보상제’가 정세균 총리의 강력한 정책브랜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신용철 더체인지플랜 선임연구위원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좌우명으로 언급되는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감각’에서 ‘상인의 감각’을 체화한 사람이 있다면 바로 정세균 총리일 것”이라고 말한다. 기업인 출신으로 DJ에게 발탁된 정 총리는 언론인 출신으로 발탁된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종종 비교돼 거론되곤 한다. 박신용철 연구위원은 “아직까지 정 총리가 출마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대권에 대한 꿈은 계속 있어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3후보 정세균’의 가능성은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아시아경제의 의뢰로 지난 1월 16일부터 이틀간 실시한 ‘민주당 제3주자 유력인물’ 조사에서 정 총리는 17.0%의 성적표를 받아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위는 12.1%를 받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며 임종석 전 비서실장(7.4%), 김부겸 전 행안부 장관(6.4%) 순이었다. 그러나 대권주자 적합도 조사에서 정 총리의 성적은 저조하다. 3~4%대를 넘지 못하고 있다. 아직까지 여권의 두 유력주자의 대안으로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제3의 인물을 찾는다면 현재로선 정세균밖에 선택지가 없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 소장의 말이다. 이 소장은 그러나 정세균 출마에는 조건이 있다고 덧붙였다. “확실한 건 정세균이 이재명의 대체재는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의 구도에서 이낙연 당 대표가 완전히 무너진다는 것이 전제돼야만 가능할 것이다. 만약 정세균이 출마 선언을 하고 두 사람이 10%대 초반대의 지지율에 머무르고 있다면 게임은 끝나는 것이다. 정 총리가 이런 상황을 모를 수 없다. 만약 여권 대선주자 경선에 출마한다면 2등 하기 위해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재명의 상대는 이낙연일까 정세균일까 정 총리의 행보가 주목받는 것은 향후 정치스케줄 전망 때문이기도 하다. 이낙연 당대표는 선거에 출마하는 인사는 선거 1년 전 당직을 내놓게 돼 있는 당헌당규에 따라 3월 8일까지 대표직을 수행할 수 있다. 이후엔 지역구 국회의원 신분으로 돌아간다. 이익공유제 등 내놓은 정책을 이후에도 당이 뒷받침한다는 보장이 없다. 그러나 이재명은 경기도지사직을, 정세균은 총리직을 계속 수행할 수 있다. 정책을 뒷받침해 행정을 동원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 “정 총리가 만약 대통령까지 한다면 국회의장과 총리, 대통령까지 하게 되는 대한민국 역사상 유일한 정치인이 될 것이다. 총리를 맡는 과정에서 이미 노욕(老慾)이라는 비판을 들은 사람이다. 정 총리가 잘 따지는 사람이다. 만약 분위기가 안 좋다고 하면 조용히 숨을 것이고, 결국 출마를 한다면 더 이상의 대안이 없는 상황이 돼야 대타를 자임하게 되지 않을까.” 박신용철 위원의 전망이다. 이강윤 소장은 “이낙연 당대표 체제가 계속될 3월 8일 이전에 이낙연이 무너질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성급하다”라며 “정 총리가 대선레이스가 뛰어든다고 선언한 뒤 이뤄지는 첫 여론조사에서 두 자릿수 이상의 지지율이 나와 줘야 의미 있는 후보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총리 측으로 분류되는 정치권 인사는 “정치권에서는 10% 지지율에서 13~14%로 가는 것보다 1%에서 3%로, 3%에서 5%로 가는 것이 훨씬 힘들다는 말을 한다”라며 “정 총리 주변에서도 자력으로 5%를 만들어놓으면 그때부터 열심히 뛰겠다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재명 지사와 별도로 이낙연 대표와 정세균 총리가 대체재의 관계로 볼 수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 “어차피 본격적인 경선국면에 들어가야지만 게임은 시작되는 것이고 지금은 당대표는 대표대로, 총리는 총리대로 자기의 역할을 충실하게 하는 축적의 시간”이라고 덧붙였다.
[표지 이야기]정세균 총리 대권도전설 ‘솔솔’(2020. 09. 04 16:28)
2020. 09. 04 16:28 정치
ㆍ‘이낙연 대안’으로 가능… 매주 일요일 열리는 당·정·청 모임 주목 “결론적으론 없다. 과거 전국 선거나 당 선거를 할 때 임의로 외곽단체를 만든 것이 국민시대 같은 모임이다. 몇몇 모임은 개인 팬클럽 형식으로 자체적으로 돌아가는 것일 뿐, 지금 있는 모임들은 실제 총리 이후 다음 행보와 관련이 없다.” 지난 2018년 5월 3일, 청와대에서 열린 헌법기관장 초청 오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회의장, 이낙연 국무총리가 오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왼쪽은 이진성 헌법재판소장이며, 문 대통령과 정 당시 국회의장 사이 뒤쪽은 권순일 중앙선관위원장이다. / 청와대 사진기자단 정세균 총리 보좌관 출신인 고병국 서울시 의원의 말이다. 고 의원은 정 총리의 대학 직속 후배로 국회의장 시절 정무비서관을 역임하는 등 20년 동안 정 총리를 보좌해온 최측근이다. 그는 현재 자신은 ‘내부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전제 아래 “적어도 내가 아는 한 대선 행보를 염두에 두고 별도로 조직을 만들거나 가동하는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세균 총리의 대권도전설은 이번에 처음 나온 것이 아니다. 국회의장 시절이나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정 총리의 지역구였던 종로에 출마할 때도, 당대표 선거 때 김부겸 후보와 연합설이 제기될 때도 거론됐다. 급기야 정 총리는 지난 6월 4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코로나19 방역에 온 힘을 쏟아도 모자랄 판에 무슨 정치행보나 하는 것으로 비치는 보도 때문에 마음이 무겁고 안타깝다”라며 “대권이니 당권이니 아무런 상관도 없고 관심 가질 겨를도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때마다 흘러나오는 정세균 대권도전설 기자는 이낙연 대표가 당시 야권 당대표였던 황교안 대표와 종로에서 ‘1:1 빅매치’를 준비 중일 때 정세균 측과 벌어진 미묘한 신경전에 대한 ‘첩보’를 들은 적이 있다. 당시 ‘첩보’에 따르면 종로에서 재선한 정세균 측이 이낙연 측에 조직을 인계하는 것이 아니라 세 불리기를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국회의장을 마치고도 ‘차기’를 노린 행보가 아니냐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비슷한 시점에 한 원로 언론인으로부터 이른바 ‘정세균 캠프’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 유력인사를 통해 자신도 참여 권유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때까지 정세균은 주요 유력 대권주자군으로 전혀 거론되지 않는 시점이었다.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까지 한 마당에 다시 대권에 도전한다는 것은 ‘정치 도의를 넘어선 욕심’이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앞서 고 의원은 “기존 종로지역구였던 정 총리와 이 대표 측이 갈등을 빚었다는 것은 실제 선거를 도왔던 내 경험에 비춰 봐도 말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총선 당시 이낙연 캠프에서 선대본부장을 맡았다. 그는 이런 에피소드도 전했다. “당시 이낙연 캠프가 정 총리의 지역구 사무실이 있던 건물 3층에 들어섰는데, 한 층으로는 부족하니까 우리 지역구 사무실(5층)도 비워 사무실로 쓰게 했다.” 최대한 협조하는 관계였지 갈등설은 말이 안 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기자가 정 총리 측 대권 모임의 핵심인사로 소개받은 학계 인사의 생각은 살짝 달랐다. “지금 출마에 관심이 있다고 하면 우스운 일 아니냐. 나라의 큰일은 자기 욕심으로 되는 게 없다. 항상 시대가 자신을 부르고 지금이 그 시점이라고 느낄 때 나서는 거지.” 현재까지는 이낙연 대표가 대세인 것은 맞지만 상황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대체재’로 정 총리가 호명될 수 있으며, 주위에서는 그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총리 취임 이후에도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만난 정 총리가 ‘대통령 선거에 나서고 싶다’는 의중을 주변 사람들도 다 알아차릴 정도로 말한 적이 있다. 적어도 ‘출마 뜻이 없다’고 단언할 상황은 아니다. 냉정하게 이야기하자면 정치인 출신 총리가 총리 오래 해서 뭐할 것인가. 잠재적 대권주자로 나서는 것이 가능한 상황에 총리로만 머무른다? 나는 그럴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인사에 따르면 국회의장이 총리로 임명받는 과정도 외부에 알려진 것과 다른 사정이 있었다. “처음에 문재인 대통령이 염두에 둔 사람은 김진표 전 부총리였다. 그런데 그에 대한 내외 여론이 좋지 않고 당내 반발기류도 나타났다. 문 대통령이 총리 이야기를 꺼냈을 때 정 총리는 몇 번 고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 것이었다.” 총리 취임도 정치적 욕심이 아니라 시대적 요구에 의한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정세균 총리와 이낙연 대표가 걸어온 길은 여러모로 비교가 된다. 법학과 출신으로 비법조인의 길을 걸었고, DJ의 러브콜로 정치에 입문한 선후배 정치인이다. 지역적 기반도 호남으로 비슷하다. 정 총리가 나이는 두 살 위이지만 정치데뷔는 4년 앞섰다. 앞선 학계 인사의 말. “국회의장을 역임하면서 여권 주요 대권주자 명단에서 빠졌을 뿐 당내 조직이나 행정 경험에서 결코 뒤지는 인물이 아니다. 지역적 한계로 지목되는 호남 출신이라는 것도 처가가 경북 포항이고, 본인도 상당한 연을 가진 만큼 보완이 가능하고….” 코로나19나 의사 파업사태 등에서 뚜렷한 대처능력을 보여주면 대권주자로 전 국민 인지도 상승에는 어려울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첫 당대표·총리 만남이 될 총리공관 모임 유력 대권주자가 중도에 그만둘 수밖에 없는 당대표에 출마하는 것을 두고 이 대표는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위기에 대한 대응이 필요한 특수한 상황”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코로나19 리더십’은 정치인 출신인 정세균 총리도 강조하는 대목이다. 이낙연 당대표 선출 이후 당 안팎에서 주목하고 있는 것은 매주 주말 열리는 당·정·청 모임이다. 통상적으로 일요일 오후 6시 30분부터 9시 전후까지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다. 당에서는 대표와 원내대표, 사무총장 정책위의장이 참석하고 정부에서는 총리와 국정조정실장, 총리비서실장과 주요 현안이 있는 장관이 참석한다. 청와대에서는 비서실장과 정책실장, 정무수석이 참여하는 회의다. 공식적인 자리는 아니지만 사실상 현안에 대한 당·정·청 입장을 조율하는 최고수뇌 회동 자리다. 노무현 대통령 때 시작한 전통을 이번 정부 들어서는 초대 총리였던 이낙연 총리가 되살린 모임이다. 이 총리는 막걸리를 즐겨 마셔 통칭 ‘막걸리 모임’이라고도 했다. 총선 시기 당 국난극복대책위원장 자격으로 1·2회 참여한 것 이외에 이낙연 당대표는 그동안 이 모임의 공식멤버가 아니었다. 이 대표로서는 자신이 만든 모임에 자격을 달리해 다시 들어가게 되는 셈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모임의 주최자는 어디까지나 총리”라며 “총리가 술을 안 마시는 편이라서 막걸리 모임은 아니고 기껏해야 반주로 와인 정도나 나오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당대표 선출 후 기자간담회에서 이낙연 대표는 “이번 주 빠른 시일 내에 코로나 긴급지원 대책을 논의하는 당·정·청 모임을 갖겠다”고 했다. 이 모임은 당초 9월 3일 비공개로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야당 정책위 의장을 접촉한 이 대표가 다시 자가격리에 들어가면서 모임은 연기됐다. 결국 이후 열릴 주말 정기 총리공관 모임이 이낙연 대표 취임 후 첫 대표·총리 만남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 자리에서 어떤 이야기가 흘러나올지 촉각이 곤두서는 대목이다.
표지 이야기
[총선 격전지-서울 종로구]오세훈·정세균 ‘정치 1번지’ 맞짱
[총선 격전지-서울 종로구]오세훈·정세균 ‘정치 1번지’ 맞짱(2016. 04. 05 16:51)
2016. 04. 05 16:51 정치
ㆍ전 서울시장 대 5선 의원 거물급 대결… 후보 10명 출마 경쟁률 가장 높아 ‘정치 1번지’ 서울 종로구는 총선이 벌어질 때마다 가장 주목받는 곳이었다. 20대 총선도 다르지 않다. 여당의 유력 대권후보군 중 한 명인 새누리당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5선의 야권 거물급 인사인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의원이 치열하게 맞붙고 있다. 여기에 지역구의 정치적 상징성 때문에 10명의 후보가 출마하면서 종로구는 전국에서 경쟁률이 가장 높은 선거구가 됐다. 오세훈 후보는 당내 경선에서 승리한 바람을 타고 현역 의원인 정세균 후보보다 앞서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종로구에서 3선을 역임한 박진 전 의원과 치열한 당내 경선을 거치는 과정에서 일찌감치 총선 분위기를 주도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본격적인 공식 선거운동 시작일인 3월 31일에도 오전에 출정식을 연 뒤 낙원시장 등 지역구 관내 현장들을 찾아다니면서 “서울시장 재임 시절 강남과 강북의 격차를 해소하는 데 노력했고, 이젠 강북의 중심인 종로를 지역구로 해 경제를 살리기 위해 뛰겠다”며 유권자들에게 악수를 건넸다. 3월 30일 서울 종로구 흥사단에서 열린 ‘클린-존 지역 선포식 및 전국 클린선거운동 다짐식’에서 무소속 김대한·국민의당 박태순·새누리당 오세훈 후보,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 유원옥 상임대표, 더불어민주당 정세균·노동당 김한울 후보(왼쪽부터)가 공명선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오세훈, 경선 승리하며 분위기 주도 현역 의원임에도 막강한 상대를 맞아 지역구 재선이 불투명하게 된 정세균 후보는 현장 지원에 나선 김종인 더민주 대표와 함께 선거운동의 시작을 알렸다. 정 후보는 김종인 대표와 동묘앞역에서 현장 유세에 나선 뒤 남대문시장으로 옮겨 더민주 중앙선대위 출정식에 참석했다. 정 후보는 “서민들이 중산층이 되고, 중산층은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더불어 사는 경제를 만들겠다”고 유권자들에게 호소했다. 두 후보를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시각은 엇갈렸다. 낙원시장에서 만난 상인 배모씨(68)는 “오세훈은 서울시장도 했고 이제 대통령까지 할 만한 사람인데, 지역에 그만한 사람이 의원으로 있는 게 낫지 않겠느냐”며 오 후보 지지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주민 김민욱씨(47)는 “서울시장일 때 무상급식 때문에 싸우다가 결과가 안 좋았던 모습이 아직 기억에 강하게 남아 있어서 그다지 지지하고 싶은 생각이 안 든다”고 말했다. 현역 의원인 정 후보에 대해서도 인식이 엇갈리는 점은 비슷했다. 종로구 내에서 야권 지지율이 높고 정 후보에게도 호의적인 여론이 강한 숭인동 일대에서 만난 서현석씨(51)는 “(정 후보가) 진행이 안 되던 뉴타운 사업을 멈춘 덕에 이 동네 세 들어 있던 사람들은 한시름 놨다”고 말했다. 그러나 같은 동네 주민 최옥윤씨(56)는 “정 의원이 떨어지는 사람은 아닌데 상대가 오세훈 전임 시장이니까 나도 오세훈 쪽으로 마음이 기운다”고 말했다. 인물 경쟁력에서 정 후보가 비교적 열세에 놓인 셈이다. 서울의 도심지역을 끼고 있는 종로구 안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곳인 숭인동과 창신동 일대의 주거지역은 전통적으로 야권 성향이 강한 곳이다. 주거지가 형성된 지 오래되어 낙후된 서민층 인구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대학로 주변의 혜화동과 이화동 일대도 야권 지지 성향이 두드러진 곳이다. 반면 평창동, 삼청동, 사직동 등 비교적 고급주택 비율이 높은 곳에서는 여당 지지 성향이 강한 편이다. 박진 전 의원이 16·17·18대 의원을 지낼 정도로 보수정당이 좋은 성적을 거둬온 곳이지만 19대 총선에서는 당시 정세균 후보가 과반 득표로 새누리당의 홍사덕 후보를 누르는 이변을 연출하기도 했다. 인물 대결에서 만만찮은 상대를 맞고 있는 정 후보는 야권 단일화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국민의당에서 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 대표가 후보로 뛰고 있고, 정의당에서는 윤공규 종로구위원회 위원장이 나섰다. 3월 29일 발표된 SBS와 TNS코리아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후보 지지율은 48.6%로 37.3%의 정 후보를 10%포인트 이상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정 후보가 야권 단일화를 했을 때에는 같은 여론조사에서 오 후보 49.9%, 정 후보 41.5%로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안으로 좁혀졌기 때문에 정 후보에겐 야권 단일화 문제가 급선무가 된 상황이다. 정세균, 야권 단일화 문제가 걸림돌 어느 한쪽도 우세를 점하지 못하고 여야 지지율이 비등하게 나오는 청운효자동 일대에서는 대체로 연령대에 따라 오 후보와 정 후보에 대한 지지가 갈라지는 양상이 보였다. 통인시장에서 만난 주부 이진경씨(39)는 “오세훈씨는 이전까지 좋던 이미지를 서울시장 하면서 다 말아먹었다”면서 “애들 키우는 젊은 엄마들 중에서 사정 넉넉지 않은 사람들일수록 (오 후보에 대한) 반감이 강하다”고 말했다. 반면 비교적 높은 연령대의 유권자들은 오 후보의 서울시장 재임시기에 관해서도 좋은 평가를 내렸다. 자영업자 구모씨(69)는 “시장 그만둘 때야 쫓기듯이 갔지만 처음 취임했을 때는 인기가 좋았다”며 “동네에서 인사하는 것 보니 그때처럼 인기가 많더라”고 말했다. 서울시장 재임 중이던 2011년 전면 무상급식 반대 투표에 시장직을 걸었다가 투표율이 개표 기준에 미달해 투표함이 아예 열리지 않자 책임을 지고 사퇴한 오 후보는 지난 5년간 정치권 밖에 머물며 재기를 위한 준비를 해 왔다. 아프리카 등지의 개발도상국 자문단으로 활동하며 복귀 시기를 저울질해 오다 20대 총선을 계기로 전면에 나서며 여당 내 대권주자 후보군에도 당당히 진입했다. 오 후보는 2000년 16대 총선 서울 강남을 선거구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2006년과 2010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연달아 당선된 바 있다. 정 후보는 쌍용그룹 임원을 거쳐 정계에 입문한 뒤 과거 열린우리당에서 원내대표와 당 의장, 통합민주당 대표 등을 지냈다. 15·16·17·18대를 전북 진안·무주·장수·임실에서 내리 4선을 한 뒤 19대 총선부터 서울 종로구로 지역구를 옮겨 당선됐다. 정 후보는 이번 총선 공천과정에서 오영식·전병헌·강기정 의원 등 본인의 계파 의원들이 대거 컷오프에 걸리면서 당내 입지도 흔들리고 있다. 6선에 성공하는 것이 이전의 입지를 회복하는 첫 발판이기에 물러설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지지율이 낮아 주목은 못 받고 있지만 종로구엔 소수정당과 무소속 후보들도 함께 총선 레이스에서 뛰고 있다. 노동당 김한울 후보, 녹색당 하승수 후보, 진리대한당 이석인 후보, 한나라당 박종구 후보, 무소속 김대한·이원옥 후보가 그 주인공들이다.
[커버스토리]정세균, 대권 위해 정치생명 걸었다(2009. 04. 23)
2009. 04. 23 정치
“차기 총선 지역구 포기” 승부수 던져 인천 부평 을 선거가 명운 좌우할 듯 민주당 정세균 대표(오른쪽 세 번째) 등 지도부가 4월 15일 인천 부평구 갈산종합복지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인천 부평 을 재선거에 나선 홍영표 후보(오른쪽 두 번째)와 필승을 다짐하면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정세균 대표가 승부수를 던졌다. 차기 총선서 호남 불출마를 선언하며 정동영과 일전을 벌이고 있다. “전북의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이 뜰 수 없다”는 정치생명을 건 승부수.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그의 정치도박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전북의 하늘에는 두 개의 태양이 뜰 수 없다. 민주당이라는 집에는 두 명의 가장(家長)이 있을 수 없다. (정세균·정동영) 둘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정치 생명을 걸고 승부수를 던졌다. 정 대표는 4월 10일 “19대 총선에서 현 지역구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것을 약속드린다”고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그의 지역구는 전북 진안·무주·장수·임실로 15대 국회(1996년)부터 내리 4선에 성공한 곳이다. 즉 정 대표는 깃발만 꽂으면 당선할 수 있는 지역구를 포기하고 2012년 총선에서는 서울 또는 수도권에 출마해 자웅을 겨루겠다는 것. 물론 그의 ‘호남 불출마’ 명분은 민주당의 전국정당회를 위해 희생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결정의 이면에는 정치적 라이벌인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에게 자신도 당선이 보장된 텃밭을 포기했으니, 호남(전주 덕진) 출마를 접어달라는 마지막 경고였다. 이와 함께 그는 고향 출마를 고집하는 정 전 장관과 차별화를 꾀하고, 정 전 장관에 대한 공천 배제 결정에 따른 비판 여론을 잠재워 보자는 의도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무소속으로 전주 덕진에 출사표를 던진 정 전 장관 측은 정 대표의 호남 불출마 선언이 정 전 장관의 공천 배제를 정당화하기 위한 ‘꼼수’라고 맹비난했다. 1996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름을 받고 정치에 입문한 정세균 대표와 정동영 전 장관의 10여 년 동안 정치적 동지관계가 하루아침에 ‘적’으로 뒤바뀌는 순간이었다. 전문가들은 정 대표의 ‘호남 불출마’ 선언과 정 전 장관과의 대립을 차기 대권 가도를 위한 포석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4선 의원으로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와 당의장을 두 번이나 역임하고, 민주당 대표를 하고 있는 정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특히 정 대표는 당의 간판이던 정동영 전 장관, 손학규 전 대표가 지난 대선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역부족을 실감한 터라 자신도 그들과 특별히 처질 것이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을 수도 있다. 10여 년 정치적 동지, 적으로 바뀌어 하지만 정 대표가 대권을 위해서 가장 먼저 극복해야 하는 것은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일이다. 정동영·손학규 전 대표 등에 비해 인지도가 훨씬 낮은 그가 대선을 3년 앞둔 시점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충격요법뿐이다. 정치평론가 고성국씨는 “이제껏 정 대표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카리스마였다”면서 “이번에 정동영 배제 카드를 쓰면서 무서운 면모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일반적으로 대선 주자로 부상하려면 최소한 70% 이상 국민적 인지도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정 대표는 충격요법으로 고향인 호남 불출마와 정 전 장관의 공천 배제를 단행했다. 대부분 역대 대권주자들도 인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구사했다. 예를 들면 손학규 전 대표는 지난 대선 전에 경기지사를 마치고 배낭 하나 달랑메고 ‘100일 민심 대장정’을 떠났다. 덥수룩한 수염과 초췌한 표정으로 농촌봉사활동을 하는 그의 모습이 언론에 자주 비치면서 그는 단번에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이어 국민 지지율 3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또 정세균 대표의 약점은 전북 출신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전북에는 두 명의 거물 정치인(정동영·정세균)이 있다. 호남의 변방인 전북에서 두 명의 대권 주자가 나올 수 없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에 따라 둘 중 한 사람은 탈락해야 하는 운명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정 대표 측은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정동영 전 장관과 경쟁 구도를 형성하면서 인지도를 자연스럽게 끌어올린다는 숨은 뜻도 포함돼 있다. 현재 대구·경북을 대표하는 ‘박근혜·강재섭’이라는 걸출한 정치인이 있지만 강 전 대표가 박 전 대표에게 항상 밀리는 이유도 같은 텃밭을 공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정세균 대표의 결정에는 그의 뒤를 떠받치는 친노 386 세력과 손학규계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친노 386은 송영길·안희정 최고위원과 최재성·서갑원 의원 등이 있으며, 손학규계는 원혜영 원내대표, 김부겸 의원 등이 있다. 이들은 지난해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세균 후보를 대표로 옹립하면서 당 지도부로 진출했다. 이에 따라 정세균 대표와 당권파는 ▲4·29 재·보선 ▲6월 임시국회 ▲10월 재·보선 ▲내년 지방선거까지 장기 전략을 세워놨다. 우선 이번 4월 29일 재·보선을 MB(이명박) 대 반MB연합전선으로 만들어 승리를 이끌고, 재·보선의 승리를 발판으로 6월 임시국회에서 한나라당의 미디업법 처리를 실력 저지한다는 구상이다. 또 여세를 몰아 올 10월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다시 승리하고 사실상 이명박 대통령의 중간평가가 될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만약 내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한다면 2012년 총선과 대선 국면에서 상당히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 민주당의 구상대로 된다면 정세균 대표의 위상도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그러면 정 대표도 대권 후보권으로서 정동영·손학규 전 대표 등과 당당히 어깨를 나란히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정동영 전 장관이 4·29 재·보선에 뛰어들면서 민주당의 이러한 구상이 사실상 수포로 돌아갔다. 이번 재·보선에 정 전 장관이 무소속으로 전주 덕진에 출마하고 전주 완산 갑에 신건(무소속) 전 국정원장이 출마함에 따라 민주당은 텃밭인 전주에서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또 민주당이 당력을 집중하고 있는 인천 부평 을 선거 판세도 한나라당 후보와 백중세를 이루고 있다. 민주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정동영 전 장관 때문에 선거 구도가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면서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에 패한다면 이것은 천추의 한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과 범민주세력의 대권 구상과 관련해 정세균 대표는 민주당 안팎에 있는 차기 후보들이 올해 10월부터 당에 들어와 경쟁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현재 당 밖에는 정동영 전 장관을 비롯해 손학규·김근태 전 대표,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가 있으며, 당 내에는 정세균 대표와 천정배·추미애 의원 등이 포진해 있다. 실제 정세균 대표는 정동영 전 장관과 담판에서도 정 전 장관에게 10월 재·보선 출마 또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를 주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거절당했다. 부평 을 재·보선을 지원하고 있는 손학규 전 대표는 오는 10월 재·보선을 통해 정계에 복귀할 예정이다. 정 대표가 호남 불출마를 선언한 것도 호남에서 국회의원을 한 번 더 하는 것보다 여태껏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대권에 도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출한 것이다. 명분은 물론 민주당을 지역당(호남당)이 아닌 전국 정당화하는 것이다. 특히 수도권의 지역위원장이나 정치 지망생들은 다음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 대표의 구상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친노386 세력·손학규계 결정적 역할 이에 따라 4·29 재·보선 중 유일하게 수도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천 부평 을 선거 결과가 정 대표의 명운을 좌우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민주당이 부평 을에서 승리하면 정세균 대표의 ‘호남 불출마’가 명분을 얻을 수 있지만, 선거에서 지면 책임론이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때문에 정 대표와 민주당은 모든 당력을 부평 을 선거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 부평 을에서는 산업자원부 차관 출신 한나라당 이재훈 후보와 한미FTA국내대책본부장 출신 민주당 홍영표 후보가 맞붙는다. 정 세균 대표 등 지도부는 이 지역에 상주하다시피 하면서 홍영표 후보를 지원하고 있다. 정치컨설팅 포스커뮤니케이션의 이경헌 대표는 “부평 을은 전통적으로 투표율이 낮은 곳으로 양쪽 모두 조직 동원이 쉽지 않다”면서 “민주당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이슈 선점을 통한 바람몰이밖에 없다”고 밝혔다. 만약 민주당이 온갖 악재에도 불구하고 부평 을에서 승리한다면 정세균 대표의 위상은 앞으로 좀 더 높아질 것이다. 정 대표는 한층 높아진 위상을 바탕으로 민주당을 안정적으로 이끌 것이다. 이는 자신의 대권 가도에도 플러스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민주당이 부평 을에서 패배한다면 선거 후폭풍에 급격히 휘말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민주당 비주류 측에서는 정세균 대표 체제에 선거 패배 책임을 돌리며, 지도체제 개편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상정할 수 있는 것이 임기를 1년 이상 남기고 있는 정 대표를 교체하는 조기 전당대회 개최론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이종걸 의원은 최근 “4·29 재·보선 승리를 위해 당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조기 전당대회를 개최해 새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세균 대표 후임으로 개혁 성향의 천정배 의원을 지목했다. 하지만 선거 패배 후 당 대표 교체론에 대해 당권파 쪽에서는 강력히 반발했다. 민주당 윤호중 전략기획위원장은 “지난 열린우리당의 경험처럼 전투에서 질 때마다 장수를 교체하면 전쟁에서는 반드시 패배한다”면서 “그들은 오히려 당을 걱정하기보다 지도부를 흔들어 정치적인 이익을 얻으려는 발상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일각에서는 다양한 이념적 스펙트럼으로 구성된 민주당이 이념과 노선을 중심으로 분화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사실상 차기 대권 가도에 뛰어든 정세균 대표가 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한 장밖에 없는 민주당 대선 후보 자리를 거머쥘지, 아니면 정 전 장관에 가려진 ‘영원한 전북의 2인자’로 남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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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정세균의 사람들 누가 있나(2009. 04. 23)
2009. 04. 23 정치
대부분 친노386 세력과 손학규계 왼쪽부터 송영길, 최재성, 윤호중, 강기정, 안희정, 서갑원, 조정식. '친노 386’. 비주류 측 의원들이 민주당 정세균 대표의 주위에 있는 인사를 비판적으로 일컬을 때 쓰는 말이다. 여기에서 ‘친노 386’은 구체적으로 ‘친노이고 386’이 아니라 ‘친노 또는 386’을 말한다. 비주류 측은 “친노 386이 정세균 대표체제를 호위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공천 배제에 앞장선 것이 친노 386이라는 것이다. 비주류 측 이종걸 의원은 “정세균 체제의 한 축이 친노”라며 “이들은 빨리 2선으로 물러나거나 정계 은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박연차·강금원 게이트와 관련해 친노 세력의 2진 후퇴를 주장한 것이다. 이 의원이 지목한 친노 인사로는 정세균 대표를 비롯해 윤덕홍·김진표 최고위원, 서갑원 원내수석 부대표 등이다. 정 대표와 김 최고위원은 참여정부 시절 장관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덕을 톡톡히 봤다는 것이 이 의원의 주장이다. 비주류 측 강창일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은 이미 오래 전에 당을 탈당해 민주당과 아무 관련이 없는데 정 대표를 비롯한 친노 세력 때문에 민주당이 재·보선에서 고전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비주류측, 친노세력 2선 후퇴 주장 비주류 측이 지목하는 386인사는 송영길 최고위원을 비롯해 안희정 최고위원, 강기정 대표 비서실장, 윤호중 전략기획위원장, 최재성 전 대변인, 조정식 원내 대변인 등이다.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송 최고위원은 지난 대선에서 손학규 후보를 지지, 지난해 7월 전당대회까지 손학규계 인물로 분류됐다. 7월 전당대회에서 1위로 최고위원에 당선해 현 지도부에서 386을 대표하는 인사가 됐다. 송 최고위원은 그동안 정 전 장관의 행보에 대해 매섭게 비판했다. 송 최고위원은 4월 17일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정 전 장관은 수차례 탈당과 분열을 한 원죄가 있고 스스로 수차례 그런 행위를 반성한 바 있는 분”이라고 비난했다. 정 전 장관과 가장 첨예한 각을 세운 인물은 최재성 전 대변인이다. 동국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재선의 최 의원은 정 전 장관의 귀국을 전후해 정 전 장관의 저격수로 나서면서 일약 스타로 발돋움했다. 정 전 장관을 옹호하는 ‘정통들’(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이 최 의원에 대해 ‘국회의원인가 파파라치인가’라는 보도자료를 돌릴 정도로 최 의원은 정 전 장관 측으로서는 눈엣가시다. 최 의원은 정 전 장관의 귀국에 앞서 미국을 방문해 ‘공천 불가’라는 정세균 대표의 메시지를 전달하러 간 것이 아닌가라는 추측을 낳았다. 최 의원은 “미국에 있을 당시 정 전 장관이 이미 무소속 출마까지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며 “계속 이중 플레이를 해온 셈”이라고 비난했다. 최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원내 대변인으로 활약하면서 정 전 장관의 대선 후보 시절 측면에서 한나라당을 비판하는 공격수 역할을 맡았다. 그의 논리적인 언변을 높이 평가한 지도부에서 지난해 다시 당 대변인으로 발탁했다. 그는 지난 2월까지 대변인으로 활동했다. 윤호중 전략기획위원장 역시 정 전 장관을 매섭게 비판한 386 인사다. 서울대 학원자율화추진위원회 위원장 출신인 윤 위원장은 17대에 당선했으나 18대 총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원외 인사로 전략기획위원장을 맡아 그동안 정세균 대표 쪽의 대표적인 인물로 꼽혔다.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는 승리 작전을 짜는 작전 참모로 활동하고 있다. 대표 비서실장인 강기정 의원 역시 정 대표 쪽 인물로 비주류 측의 공격을 받았다. 전남대 삼민투 위원장 출신인 강 의원은 개혁당에서 활동했다. 2007년 대선 과정에서 이명박 후보 자녀의 위장 근무 의혹을 제기하면서 야당 공격수로 부각됐다. 386인사는 송영길·안희정·강기정 등 안희정 최고위원은 친노 386이라는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는’ 지도부 인사다. ‘좌희정 우광재’로 불릴 정도로 친노 386의 대표주자다.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4위로 최고위원에 선출되면서 기세를 올렸지만 최근 강금원 게이트와 관련해 이름이 거론되면서 정치적 고난기를 다시 맞이했다. 선출직인 원내대표의 지도부에서 활동하지만 서갑원·조정식 의원도 정세균 체제의 ‘친노 386’ 의원으로 비주류 측의 공격 대상이 됐다. 서 원내수석부대표는 노 전 대통령의 대표적인 386 인물로, 참여정부때 청와대 의전비서관으로 근무했다. 연세대 운동권 출신인 조 원내대변인은 제정구 전 의원 밑에서 정치를 시작했다. 2007년 대선 과정에서 손학규 캠프에서 활동해 대표적인 손학규계 인물로 손꼽힌다. 정세균 체제의 386의원은 대부분 참여정부 시절 중립에 속했던 인사다. 이들 인사의 뿌리와 관련해 당내 인사들 사이에는 2006년 초 발족한 ‘소통과 화합의 광장’(광장 모임)이 언급된다. 문희상·원혜영·이미경 의원과 유인태 전 의원이 주축이었던 광장 모임은 정동영·김근태 전 장관으로는 2007년 대선 승리가 어렵다고 보고 새로운 길을 모색했다. 이 모임 구성원들은 친노 의원들의 모임인 ‘의정연구센터’ ‘참정연’과는 달리 비교적 중립에 가까운 입장을 견지했다. 이들이 2007년 대선에서 손학규 후보를 전략적 후보로 선택한 것이다. 대선 직후 정동영계가 2선으로 물러나면서 이들 세력은 손학규 대표 체제와 함께 주류로 부각했다. 이후 지난해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정세균 체제로 옮아간 것이다. ‘친노 386’ 외에도 박주선·김진표·김민석 최고위원, 이미경 사무총장을 비롯해 원혜영 원내대표, 박병석 정책위 의장 등은 정세균 지도부 체제와 공동운명체 성격을 띠고 있다. 정세균 대표는 ‘Weekly 경향’과 인터뷰에서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과반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았는데 친노 386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은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손학규 전 대표와 관계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어떤 그룹이 대단한 세력을 이루고 있는 것이 아닌 민주화한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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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정세균은 누구인가(2009. 04. 23)
2009. 04. 23 정치
카리스마 없지만 ‘부드러운 리더십’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지난 4월 10일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공천 배제를 결정했던 당무회의에 굳은 표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의 다른 면을 봤다.” 4월 10일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민주당 공천 배제를 결정한 정세균 대표를 두고 하는 말이다. 조용하고 부드러운 리더십의 대명사로 여겨지던 정 대표가 칼을 뽑아든 데 대한 놀라움의 표시다. 정가에서는 정 대표을 ‘포스코 맨’, 그의 리더십을 ‘포스코 리더십’이라고 부른다. ‘소리 없이 세상을 바꾼다’는 포스코 광고 카피를 정 대표와 그의 리더십에 빗댄 것이다. 그는 1995년 정치에 입문한 이래 지난 15년 동안 당 기조위원장, 국가비전 21본부장, 노사정위원회 상무위원장, 예결위원장, 노무현 후보 경제특보, 정책위의장, 원내대표, 당의장 등을 지내고 노무현 정부에서 산업자원부 장관을 역임했다. 하지만 그에게 떠오르는 이미지는 ‘결단’과는 거리가 멀다. ‘소방수’가 어울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이 어려울 때면 그 뒷수습을 할 수 있는 ‘적이 없는 정치인’이다. 정치권에서 ‘무적의 리더십’은 카리스마형 리더십의 상대적 개념으로 통한다. 정 대표의 결정(정 전 장관의 공천 배제)이 특별하게 여겨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를 정 대표의 입장에서 본다면 정치 인생의 중대한 사건인 셈이다. 뒷수습할 수 있는 적이 없는 정치인 그러나 정 대표는 의미 부여를 경계한다. 그는 “내가 보스 스타일은 아니다”라면서도 “그러나 나를 잘못 보면 실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을 위해서라면 결단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른 말로 하면, 정동영 전 장관의 공천 배제를 정치적 투쟁 과정의 ‘결단’으로 치부하는 데 대한 불편함의 표시다. 그렇다면 그의 말과 결단에 진정성이 있는 것일까. 삶의 궤적을 통해 이번 결정의 진정성을 따져보자. 2002년 일이다. 그는 강현욱 전 전북지사와 민주당 전북지사 후보 경선을 벌였다. 30여 표 차이로 강현욱 후보가 결정됐다. 그러나 개표 과정에서 부정이 드러났다. 강 후보 측이 196명의 대의원 표를 바꿔치기 한 것이다. 재판 결과, 사실이 확인됐고 관련자는 형사처벌을 받았다. 그러나 정 대표는 “문제삼는 게 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승복을 선언했다. 김원기 전 국회의장의 사촌동생인 김생기 전 석유협회 회장은 “정치적으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면서 “문제의 사건이 발생했던 지구당이 공교롭게도 전주 덕진이었다”고 말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7월 6일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뒤 환호에 답하고 있다. 그의 정치적 스케일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가 있다. 2007년 1월 31일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 때다. 경합자는 이미경 의원과 장영달 전 의원이었다. 장영달 전 의원은 합의추대로 당의장이 확실시되는 정 대표 고향과 동향인 전북(전주)이었다. 전북이 의장과 원내대표를 싹쓸이하는 것은 곤란하지 않느냐’는 당내 여론이 만만치 않았다. 지역 맹주의 경쟁자인 장 전 의원을 배척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 대표는 정치적으로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정 대표가 당시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장영달 원내대표는 탄생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면서 “원내대표는 당 소속 의원의 총의로 선출해야 한다는 원칙을 정 대표가 지켰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당시 당이 깨지느냐 마느냐 하는 누란 위기 상황에서 이 같은 행보를 보인 것이어서 더욱 돋보였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 시각이다. 그는 “불합리와 모순, 그리고 술수를 용납하지 않는 정 대표 식 정치철학을 유감없이 보여준 사례”라면서 “그게 진정 선 굵은 정치”라고 말했다. 선 굵은 정치는 숙성된 사유와 꿈의 산물이다. 그의 정치 입문은 오랜 꿈이었다. 그는 전북 장수 산골마을의 소년 시절, 정치인의 꿈을 가졌다. 장수 능길초등학교 5학년 어느날 등굣길에 우연히 본 국회의원 선거 포스터를 보고 ‘저런 포스터에 내 얼굴 사진을 붙이겠다’고 다짐했다. 4H운동을 주도했던 지역 의원인 전휴상 전 의원의 이름을 세기면서 그의 꿈은 영글어갔다. 1995년, 그 꿈이 이루지기까지 꼭 30년이 걸렸다. 그 과정에서 많은 곡절이 이어졌다. 쌍룡그룹 입사 재벌가 사위로 그는 가정 형편 때문에 전주공고에 입학했지만 대학 진학의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그는 ‘결단’했다. 그는 무작정 인근에 있는 인문고등학교 전주 신흥고를 찾아갔다. 전학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이 학교 교장은 학생 정세균이 줄곧 1등을 한 성적을 보고 장학금을 지급하면서 입학을 허락했다. 신흥고 110여 년 역사에서 첫 국회의원 탄생을 ‘예견’한 선견지명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두 번 낙방한 끝에 고대 법대에 진학했다. 그러나 유신헌법으로는 공부할 수 없다는 생각에 고시를 포기했다. 학생운동(총학생회장 역임)도 했지만 취업엔 문제가 없어 쌍용그룹에서 18년 동안 근무(상무로 퇴직)한 뒤 본격적으로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14대 국회 중반, 무주·진안·장수(무진장) 지역구가 사고 지구당이 됐다. 그는 지구당위원장에 도전했다. 상대는 한광옥 전 의원 등 당시 민주당의 주류가 지원하는 국회의원 출신 오상현씨였다. 그러나 결과는 재야의 이부영 전 의원과 김원기 전 국회의장 등의 도움을 받은 정 대표의 승리였다. 정 대표는 “국제화 열풍이라는 시대적 요구와 실무경제 전문가 수혈이라는 당시 야당의 정치적 요구가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뒤 그의 정치 인생은 말 그대로 탄탄대로였다. 그는 당 의장에 두 번이나 합의추대됐다. 원내사령탑인 원내대표도 무투표로 당선했다. 심지어 네 차례의 국회의원 공천에서 그의 경합자는 한 명도 없었다. 심지어 2006년 5·31 지방선거에서 정 대표의 지역구인 무주·진안·장수 가운데 2곳의 기초자치단제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패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8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그에게 도전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자신을 “운이 좋은 정치인”이라고 말한다. 아무리 복을 타고 난다 해도 노력이 없다면 복은 발현하지 않는 법이다. 정 대표는 “‘성실’이라는 단어가 내 삶을 관통해왔다”고 말한다. 그는 워커홀릭에 걸린 사람이다. 더욱이 일을 만들어내는 타입이다. 이 때문에 붙은 별명이 ‘진촌’이다. ‘진짜 촌놈’ ‘진안의 촌놈’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런 성실성이 그의 첫 직장인 쌍용그룹 창업자인 고 김성곤 회장의 눈에 띄었다. 이것이 ‘진촌’이 경상도 재벌가의 사위가 된 이유다. 15대 국회 당시 이상수·김민석·정한용 의원과 함께 정 대표는 ‘재경위의 야당, 초선 4인방’으로 불렸다. 이상수 전 의원은 첫 국정감사 때 그의 활약을 보고 “국회의원으로 장수할 재목”이라고 평가했다.
표지 이야기
[커버스토리]정세균 대표 “정동영, 민주당 복당 쉽지 않을 것”(2009. 04. 23)
2009. 04. 23 정치
“국민들로부터 민주당이 다시 관심을 받으려면 지도층부터 자기 몫을 챙기려 하기보다 자신의 것을 버리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지금까지 지역구인 무주·진안·장수·임실에서 4선했던 기득권을 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그의 정치 인생에서 대권 가도를 향한 승부수를 던졌다. 정 대표는 정치적 동지이자 라이벌인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전주 덕진 출마를 막기 위해 차기 총선에서 텃밭인 ‘호남 불출마’ 카드를 던졌다. 하지만 정 전 장관은 민주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4·29 재·보선의 결과는 정 대표의 운명을 결정하는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정 대표의 정치적 도박은 과연 성공할 것인가, 정 대표의 구상을 들어봤다. 차기 총선에서 호남에 불출마한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말하면 기득권 포기다. 민주당이 2006년 5·31지방선거 이후 지지율이 10%대에 머무는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로부터 민주당이 다시 관심을 받으려면 지도층부터 자기 몫을 챙기려 하기보다 자신의 것을 버리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지금까지 지역구인 무주·진안·장수·임실에서 4선했던 기득권을 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정 대표는 ‘호남 불출마’ 선언으로 배수의 진을 쳤지만 정동영 전 장관이 민주당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결행했다. “정 전 장관에게 10월에 나오거나 이번에 수도권에서 나오라고 했다. 정 전 장관이 이번에 전주 덕진으로 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얘기가 많이 나왔다. 특히 수도권 등 취약 지역에서 다음 선거를 준비하는 지역위원장들과 정치 지망생들이 그런 주장을 많이 했다. 마지막날까지 당을 설마 떠나겠느냐, 열린우리당 당의장을 두 번씩이나 하고 대선 후보를 한 분이 그렇게 한 것은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 정 전 장관 측에서는 ‘호남 불출마’ 선언이 정 전 장관의 공천 배제를 위한 꼼수라고 비난했다. “전혀 그런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도 그쪽을 비난하거나 그런 것을 자제해왔다. 그것은 내 얼굴에 침뱉기다.” 정 전 장관은 전주 덕진에서 당선하면 반드시 민주당에 복당하겠다고 했는데, 복당시켜줄 것인가. “그런 일이 잘 이뤄지겠나. 당헌·당규도 있고, 과거의 경험도 있고 쉽지 않을 것이다.” 정 전 장관이 4·29재·보선에서 무소속연대에 이은 신당 창당설이 돌고 있다. “그것은 민주당에 대한 적대적 행위다. 그동안 우리가 어떻게 통합했는데, 감히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나. 무소속연대설은 당을 흔들겠다고 하는 적대적인 생각이다.” 정 대표의 정 전 장관에 대한 공천 배제와 호남 불출마를 차기 대권 가도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아직까지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당 대표가 되고 나서 당을 살리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일부에서는 정 대표가 벌써 대권 플랜을 가동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는데 사실인가. “무슨 근거로 얘기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조직을 만든 적도 전혀 없고 그런 의사를 표명한 적도 전혀 없다.” 솔직히 정 전 장관과 라이벌 의식이 있지 않나. “(정 전 장관과는) 길이 좀 달랐다. 나는 정책 중심으로, 정 전 장관은 정치 쪽으로 매진해왔다. 처음부터 길이 달라서 지금까지 직접 경쟁했던 일이 한 번도 없다. 경쟁 의식을 느끼지는 않는다.” 정 대표는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는데. “내가 원래 정책 중심으로 활동했니까… 정책은 실력으로 하는 것이지 카리스마로 하는 것은 아니다. 정책통이 카리스마를 보일 기회는 별로 없다. 지난해 처음으로 전당대회에서 선거를 통해 당 대표에 당선했다. 그 전에는 정책 중심의 의정활동을 했고 이제는 그 영역을 정치로 넓히고 있는 중이다.” 정 대표는 손학규 전 대표 등 원외의 주요 인사들에게 10월 재·보선부터 민주당으로 들어오라고 하는데. “그때부터는 그럴 시기다. 원외에 있는 당의 주요 인사들이 당에 들어오는 길을 열어주겠다는 뜻이다. 아직 총선을 치른 지 1년밖에 안됐다. 당의 입장에서 (정동영·손학규 같은) 지도자들은 좀 더 숙려 기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민주당은 스타가 부족하다고 하는데 스타성이 있는 인사들을 당내에서 활동하게 광장을 만들어주고, 그런 과정을 통해서 국민들로부터 인정받고, 그런 노력으로 당의 지지율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 대표와 당권파가 4월 재·보선과 6월 임시국회, 10월 재·보선 및 내년 지방선거까지 로드맵을 그려놨는데, 정 전 장관의 출현으로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고 해석한다. “우선 이번 재·보선을 MB(이명박)정책 실패에 대한 심판이고, MB독주에 대한 견제 등과 같은 프레임을 상정했는데 차질이 생겼다. 원래 4·29재·보선에서 승리하고 그 여세를 몰아 6월 국회에서 미디어법 저지 등 입법 투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희망이었다. 이것은 올 가을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민주당이 이번 재·보선에서 패하면 지도부 교체를 위한 조기 전당대회 주장이 확산될 것 같은데. “결과가 좋지 않으리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이길 궁리하기도 바쁜데… 당연히 이번 선거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특히 인천 부평 을 지역은 선거 기간에 자주 왔다갔다 할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박연차 리스트와 관련해 검찰 소환의 초읽기에 들어갔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친노차별화’ 전략을 구사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아직 진상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 표적 수사·편파 사정이 될 수 있다. 잘못된 부분도 있는 것 같고, 좀 더 상황이 드러나야 하는데 지금 예단해서 얘기할 수 없다. 성역 없이 과거의 잘못이 있으면 법과 제도에 따라 심판받아야 한다. 그러나 정치적인 목적이 있다거나 불공정 수사는 절대 안 된다. 과거 권력과 현재 권력에 각각 다른 잣대를 대서도 안 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정정국이 친노386을 흠집내고 재·보선에 영향을 끼치려고 한다는 얘기가 있다. “타임(시간)이나 여러 가지 정황을 봐서 순수하게 보이지 않는다. 왜 하필 재·보선 전에 제대로 검증되지 않는 수사 상황이 보도돼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이런 것으로 볼 때 정말로 정치적인 목적이 있다고 본다.” 6월 임시국회의 최대 이슈는 아무래도 미디어법 처리 문제일 것 같다. 민주당 입장에서 한나라당이 미디어법을 강행 처리한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정말 치열한 (싸움) 수준을 넘을지도 모른다. 그야말로 당의 명운을 걸고 승부해야 할 때가 6월 국회다. MB악법이 국민 여론의 충분한 반영 없이 일방적으로 통과되는 일이 없도록 모든 가능한 노력을 다할 것이다. 모든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MB악법을 반드시 막아낼 것이다.” 이번 경기도 교육감 선거에서 김상곤 후보가 당선한 것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가. “MB정책에 대한 심판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이명박 정부는 교육정책과 관련해 중산층·서민층과 동떨어진 정책을 추진해왔다. 과외비를 늘렸고 교육 격차를 심화시켰으며, 특권 교육이 판치도록 했다. 이번 교육감 선거는 MB의 교육정책에 대한 중산층·서민층의 심판이다. 앞으로 다른 분야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이명박 정부를 심판할 것이다.”
표지 이야기
[신동준의 인물 비평]정세균 대표의 망자존대와 교주고슬
[신동준의 인물 비평]정세균 대표의 망자존대와 교주고슬(2009. 01. 28)
2009. 01. 28 정치
‘판정승’에 자만, 대화 닫으면 ‘자충수’ ‘입법전쟁’의 승리에 들떠 있던 민주당이 최근 소속 의원의 골프 외유 파문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반짝 상승 기미를 보였던 지지도가 다시 주저앉은 게 그 증거다. 동료 의원 남편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나갔다는 변명은 서민의 부아만 돋았다는 점에서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했다. 민주당 홈페이지에 잇따라 올라오고 있는 누리꾼의 비난은 통렬하기 짝이 없다. “폭력국회로 외국에 망신을 산 것도 모자라 이런 시국에 과연 라운딩할 생각이 나는가.” 민주당 의원 골프 외유 파문으로 곤혹 이번 파문을 바라보는 성난 민심의 현주소가 아닐 수 없다. 서민들이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그것도 회기 중에 태연히 골프 외유를 떠난 일부 선량의 행태는 망자존대(妄自尊大)의 후과로 볼 수밖에 없다. ‘망자존대’의 고사에 나오는 마원(馬援)의 역정은 이번 파문으로 가장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하게 된 민주당의 정세균 대표와 여러모로 닮아 있다. 마원전에 따르면 광무제 유수(劉秀)가 후한제국을 세울 당시 농서(감숙성 남부)와 촉(蜀: 사천성) 땅에도 외효와 공손술(公孫述)이 각각 황제를 칭하며 자립해 있었다. 원래 마원은 제후로 있던 증조부 마통(馬通)이 일족의 모반 사건에 연루되어 주살된 까닭에 관직에 나설 수 없는 폐문(廢門) 출신이었다. 정 대표 역시 전국 최고의 오지로 손꼽히는 전북 장수에서 태어난 후 가난으로 인해 어렸을 때부터 수십 리 넘는 길을 매일 걸어 통학하면서 나뭇짐을 져야 했던 한문(寒門) 출신이다. 마원이 인생의 전기를 맞이하게 된 것은 왕망이 신(新)나라를 건국하면서 연좌제를 해제한 데서 비롯됐다. 그는 2000석의 녹봉을 받게 된 형을 따라 농서로 가 외효의 신임을 얻어 장군이 되었다. 이는 정 대표가 지방학교를 세 군데나 옮겨다니며 공부한 끝에 고려대에 합격해 총학생회장을 지낸 뒤 직장생활을 하던 중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지은(知恩)을 입고 정계에 성공적으로 입문한 것에 비유할 수 있다. 국내 굴지의 무역상사에 근무하던 그는 국제 세일즈맨으로 동분서주하면서 미국 페퍼다인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따는 높은 학구열을 보여준 바 있다. 이는 만학 끝에 정치학 박사 학위를 딴 바 있는 김 전 대통령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정 대표가 고향에서 내리 네 번 당선한 후 마침내 제1야당의 대표 자리까지 오르게 된 배경이 여기에 있다. 마원이 건국공신이 된 것도 광무제의 지은에 따른 것이었다. 당초 동쪽의 유수와 서쪽의 공손술 사이에 낀 외효는 마원을 시켜 양쪽의 형세를 살펴보게 했다. 원래 마원과 공손술은 장안 주변의 우부풍군(右扶風郡)에서 함께 생장한 소꿉동무였다. 당시 공손술은 시위들을 섬돌 아래 벌려 세운 후 전상에 높이 앉아 마원으로 하여금 황제에 대한 배견(拜見)의 예를 올리게 했다. 배견이 끝나자 그는 오랜만에 만난 죽마고우와 아무 말도 나누지 않은 채 곧바로 안으로 들어가면서 마원에게 빈관(賓館)에 들도록 한 뒤 황제의 명의로 관직과 관복을 하사했다. 마원이 좌우에 말했다. “지금 천하는 호강(豪强)한 자들이 서로 다투고 있어 누가 이길지 아직 알 수 없다. 공손술이 이처럼 큰 소리를 치며 강대함을 자처하니 재사들이 어찌 그와 함께 공업을 세울 수 있겠는가.” 이어 농서로 돌아와 외효에게 이같이 보고했다. “공손술은 정저지와(井底之蛙 :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할 뿐입니다. 그는 천하가 넓은 것을 모르고 ‘망자존대’하고 있습니다. 동방(東方: 유수를 지칭)에 뜻을 두느니만 못합니다.” 촉 땅의 주인이 된 것을 가지고 마치 천하를 얻은 양 거들먹거리는 공손술을 소인배에 비유한 것이다. 이후 마원이 광무제의 휘하로 들어가 천하통일의 대공을 세운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당시 마원이 쌀알로 산과 골짜기의 모형을 만든 뒤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통일의 계책을 진언하자 그 의미를 쉽게 이해한 광무제가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적이 나의 안중(眼中)에 있다.” ‘안중무인(眼中無人)’의 자세로 ‘망자존대’한 공손술과 대비되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이는 죽마고우조차 ‘안중’에 두지 않은 공손술과 적의 부하 장수까지 ‘안중’에 둔 광무제의 운명이 극명하게 갈리는 순간이기도 했다. ‘깽판국회’의 공범인 민주당 의원들이 ‘판정승’ 운운하며 태연히 골프 외유를 떠난 것은 국민들을 ‘안중’에도 두지 않은 ‘망자존대’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리더십 높이며 ‘가시적 대권주자’로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1월 9일 농성을 벌이고 있는 민노당 의원을 찾아 농성을 먼저 푼 데 대해 사과하고 있다. 정 대표는 이번 사건의 보고를 받고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망자존대’한 일부 의원과 분명 다른 것은 확실하나 이것이 민원(民怨)의 표적에서 벗어나는 면죄부가 될 수는 없는 일이다. 정 대표는 어떻게 해야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것일까. 당초 정 대표는 작년 7월에 당 대표로 선출된 후 강경파 의원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시종 여야 공조를 통한 경제 회생을 역설해 왔다. ‘대안’도 제시하지 못한 채 ‘대결’만 능사로 삼는 야당은 끝내 국민들의 버림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여권의 화답은 그의 기대를 일거에 무너뜨렸다. 청와대 영수회담 후 여당이 상임위에서 한·미FTA 비준안을 날치기 처리한 게 그 증거다. 정 대표가 ‘MB악법 저지’를 기치로 내걸고 대여 투쟁의 진두지휘에 나선 것은 책장을 덮고 말에 오른 유장(儒將)의 모습과 닮아 있다. 결국 그는 ‘입법투쟁’에서 승리해 당내의 리더십 논란을 잠재운 것은 물론 대외적으로도 ‘잠재적 대권주자’에서 ‘가시적 대권주자’로 발돋움하는 성과를 일궈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그의 수훈(殊勳)은 시종 냉온탕을 오가며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인 여권 수뇌부의 리더십 부재에 따른 반사이익의 성격이 짙다. ‘가시적 대권주자’의 반열에 올라섰다는 호평 역시 아전인수의 측면이 강하다. 이번 입법 사태에서 가장 돋보인 중진 의원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의원와 강기갑·김형오·홍준표·원혜영 의원에 뒤이어 최하위인 6위를 차지한 게 그 증거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의원이 ‘망자존대’의 골프 외유를 감행함으로써 민심을 이반하게 만드는 악재가 터져나온 셈이다. 궁극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그로서는 보고를 받지 못해 만류하지 못했다는 식의 변명이 궁색해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번 파문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할 경우 여당에게 2월 임시국회 강행 처리의 빌미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4월 보궐선거에까지 악영향을 미칠지도 모를 일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우선 ‘망자존대’의 행보를 보인 의원들을 일벌백계해 당내 기강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이어 ‘MB악법’을 결사 저지해야 하는 이유와 배경 등을 국민에게 소상히 알리는 총력 홍보전에 나서야 한다. 이미 양날의 칼로 작용한 초강수를 둔 상황에서 유사한 책략을 구사하기도 쉽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할 때 이는 매우 시급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교주고슬(膠柱鼓瑟)의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염파인상여열전에 따르면, 전국시대 말기에 조나라 장수 조사(趙奢)의 아들인 조괄(趙括)은 병서를 두루 꿴 나머지 천하에 자신을 당할 자가 없을 것으로 자만했다. 부친이 이를 우려해 이같이 유언했다. “병사(兵事)는 흉사다. 그래서 선인들은 함부로 싸우지 말라고 경고한 것이다. 너는 결코 장수가 되어서는 안 된다.” 얼마 후 조나라에 효성왕(孝成王)이 즉위하자 진나라 군사가 쳐들어와 장평(長平: 산서성 고평현)에서 대치하게 되었다. 조나라 대장 염파(廉頗)가 오직 성을 굳게 지키며 응전하지 않자 진나라 승상 범수가 반간계를 구사했다. 진나라 첩자들이 조나라로 잠입해 이같이 소문을 냈다. ‘백봉 신사상’ 수상자다운 모습 보여야 2008년 12월 31일 국회정상화를 위한 대표회담에서 서로 고개를 돌린 채 자리에 앉는 박희대 한나라당 대표와 정세균 민주당 대표. “염파는 너무 늙어 겁이 많다. 진나라 군사가 두려워하는 것은 오직 조괄뿐이다. 속히 조괄을 내보내 진나라 군사를 물리쳐야 한다.” 조효성왕이 이 말을 곧이듣고 조괄을 대장으로 삼았다. 이 소식을 들은 인상여(藺相如)가 황급히 찾아와 간했다. “조괄의 명성은 한낱 병서를 읽고 얘기하는 ‘지상담병(紙上談兵)’에 불과합니다. 임기응변의 용병 이치를 모르는 그를 장수로 삼는 것은 교주고슬(膠柱鼓瑟)과 같습니다.” 그러나 조효성왕은 이를 듣지 않았다. 결국 장평대전에서 조나라 군사 40만 명이 몰사하고 말았다. 이는 전국시대 전투 중 최대 참사에 해당한다. ‘지상담병’은 이론에만 치우쳐 실제에 부합하지 않는 것을 뜻하고, 거문고의 줄을 고정시켜 탄주한다는 뜻의 ‘교주고슬’은 융통성이 없는 자를 빗대는 말이다. 정 대표가 2월 임시국회에서도 기왕의 성과에 자만한 나머지 또다시 결사저지로 나설 경우 이는 ‘교주고슬’의 자충수를 범하는 것이다. 국민 대다수가 민주당에 비상시국을 감안해 끝까지 여당과 타협해 문제를 풀어나갈 것을 강력히 주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2월 임시국회가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인기 발언이나 하면서 행동하지 않는 대통령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다짐한 점에 비춰 강행 처리의 가능성이 크게 점쳐지고 있다. 이 경우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을까. 정 대표는 4선 의원으로서는 유일하게 국회 출석률이 100%에 달하는데다 가장 신사적인 의원에게 주는 ‘백봉 신사상’을 6차례나 수상한 바 있다. 완급을 조절하며 끝까지 협의 타결에 노력하는 ‘신사의원’의 정수를 보여줄 경우 설령 여당이 강행 처리한다 해도 궁극적인 승리는 정 대표의 몫이다. ‘가시적 대권주자’에서 ‘명실상부한 대권주자’로 비상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여기에 있다. 신동준 xindj@hanmail.net 신동준 | 21세기정경연구소장. 기자. 도쿄대 동양문화연구소 객원연구원, 서울대·외국어대·국민대 강사. 등의 저·역서가 있다.
신동준의 인물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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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정세균 정치 시험대 오르다(2008. 07. 17)
2008. 07. 17 정치
임시국회 ‘쇠고기 정국’ 코앞… 당내 각 세력화합도 과제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7월 6일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된 후 환호에 손을 들어 답례하고 있다. “민주당 ‘정세균호’가 대의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출범했지만 앞길이 첩첩산중이다. 정세균 대표는 당 안팎의 현안을 헤쳐가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고 출범했다. 18대 국회가 우여곡절 끝에 42일 만에 문을 열었지만 이는 여야 간 갈등의 해결이 아닌 시작일 뿐이다. 특히 소속 의원이 81명밖에 안 되는 ‘미니 제1야당’인 민주당은 거대 여당인 한나라당(182석)과 싸워야 한다. 한나라당은 지난 총선에서 152석(김형오 국회의장 제외)을 획득했으며 친박연대(13석)·친박무소속연대(12석)·친여성향 무소속(5명) 의원들을 전원 복당 또는 입당시켜 몸집을 불릴 예정이다. 여기에 보수 성향의 자유선진당(18석)까지 포함하면 민주당은 범보수 진영의 협공에도 견뎌내야 하는 이중부담을 안게 됐다. ‘범보수’ 깃발 아래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이 손을 잡으면 자체적으로 개헌도 할 수 있는 200석에 이른다는 점에서 민주당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야당 색채내기 부적절 비판도 정 대표의 첫 시험대는 7월 임시국회다. 정 대표의 지도력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쇠고기 수입 문제와 관련한 ‘쇠고기 국정조사’에서 한·미 쇠고기 협상의 실체를 따지고 책임 소재를 규명해야 하며, 가축전염병예방법개정도 관철시켜야 한다. 또 민주당은 법사위원장 배정 여부 등 국회 원구성에서 한나라당과 양보없는 일전을 벌여야 한다. 민주당은 한나라당과의 원구성 협상에서 지난 17대 국회 때 다수당인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에 법사위원장을 양보했듯이 이번에는 한나라당이 민주당에 법사위원장을 양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방송통신위원회를 관장할 상임위원장도 서로 가져가겠다고 주장한다. 대통령 직속기구인 방통위는 국회 운영위 또는 문광위에 소속될 예정이다. 국회는 쇠고기 국정조사 특위를 8월 20일까지 진행하고, 국회법 및 상임위원 정수 규칙 개정 등 4개 특위는 8월 14일까지 활동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정세균 대표는 경제정책 실패의 책임자로 지목받고 있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퇴진을 계속 추진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강 장관의 해임건의안 발의를 추진했지만 실패했다. 민주당 의석으로는 해임건의안 발의 요건(100석)을 채울 수 없어, 야권의 공조가 필요했지만 민주노동당(5석)과 창조한국당(3석)으로는 턱없이 모자랐다. 결국 자유선진당이 강 장관의 해임안 발의에 동의하지 않아 무산됐다. 정 대표는 당 내부도 하루 빨리 정비해야 한다. 그는 우선 당내 열린우리당계, 구민주당계, 시민단체 등 다양한 세력을 화학적으로 결합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또한 당내에서는 정 대표의 이념이나 노선상 선명한 야당의 색채를 내기에는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세대교체 통해 새 판짜기 돌입 정세균 신임대표는 지난 7월 6일 전당대회 대표 경선에서 전체 대의원의 57.6%(5495표)를 획득해 추미애(2528표)겵ㅄ允?1517표)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리고 대표로 선출됐다. 정 대표가 결선 투표 없이 1차투표에서 압도적인 지지로 선출된 것은 대선과 총선의 잇단 참패로 사분오열된 진보개혁 진영을 하나로 묶어 힘 있는 야당으로 발돋움하는 데 화합형 리더가 적임이라는 당심의 선택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정 대표는 단일지도체제하의 강한 리더십을 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0년간 여당생활을 끝내고 야당으로 신분이 바뀐 이후 경선을 통해 처음으로 탄생한 지도부여서 대선 패배 후 과도기적으로 당을 이끌어온 손학규 전 대표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특히 국민의 압도적 지지로 당선한 이명박 정부가 실정을 거듭하고 있어, 잘만 하면 5년 후에 정권을 되찾아올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다. 민주당은 우선 2년 앞으로 다가온 2010년 지방선거에 대비하고 멀게는 2012년 총선과 그 다음 해의 대선을 바라보고 있다. 정 대표는 이미 당내의 ‘힘의 질서’ 재편을 통해 새판짜기를 시작했다. 그는 단순히 당 지도세력의 교체 차원이 아닌 실질적 세대교체를 시도하고 있다. 우선 정 대표는 당의 살림을 총괄하는 사무총장에 중진 여성 정치인인 이미경 의원을 발탁했고, 정책위의장으로는 대표 경선 때 선대본부장을 맡았던 박병석 의원이 낙점됐다. 여기에 정 대표의 손과 발 노릇을 하고 있는 최재성·강기정 의원이 대변인과 대표 비서실장을 담당하고 있다. 반면 정동영계와 김근태계로 불렸던 의원들은 뿔뿔이 흩어져 버린 상태이며, 경선에서 떨어진 추미애 의원과 천정배·이종걸 의원 등 ‘개혁 블록’ 진영은 지도부에서 한발 물러난 상태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실용’과 ‘개혁’이라는 양 날개로 균형을 이뤘던 민주당이 정 대표체제 출범을 계기로 급속히 ‘우향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 대표실 관계자는 “정세균 대표는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시절인 2005년에 ‘행정중심도시법’과 사립학교법 개정안 같은 개혁법안을 통과시켰다”면서 “정 대표는 다른 어느 누구보다 개혁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의 마지막 의장을 지낸 뒤 11개월 만에 당 대표로 컴백한 만큼 국민에게 새로운 이미지로 다가서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정치컨설팅 e윈컴의 김능구 대표는 “정세균 대표는 앞으로 험난한 상황 속에서 민주당을 이끌 리더십이 필요하다”면서 “무엇보다 정 대표는 당원들에게 다음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 체제의 안정성은 민주당의 지지율에 달려 있다. 정 대표는 현재 10%대에 머물고 있는 당 지지율을 올 연말까지 2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고 있다. 만약 새 지도부 출범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지금과 같이 답보 상태에 머문다면 정 대표의 태생적 한계가 거론되면서 잠복해 있던 당내 ‘개혁 블록’의 반격이 시작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2년 임기의 정 대표체제는 임기 내내 각 세력 간의 이념 및 노선 투쟁이 계속될 수 있다. ‘100년 정당’이라고 자부했던 열린우리당의 경우 잇따른 선거 패배와 노선 투쟁 등으로 10여 차례 당 의장이 바뀌는 혼란을 반복했다. 이와 함께 정 대표는 당의 살림 규모를 줄이는 구조조정도 무난히 마쳐야 한다. 지난 총선에서 소속의원이 절반 이상 줄었기 때문에 국고 보조금도 대폭 줄었다. 현재 240여 명의 당직자 중 100명 정도만 남기고 나머지는 내보내야 한다. 누가 남고 누가 떠나는가는 정 대표의 손에 달렸다. 한 당직자는 “지난 대표 경선에서 국회의원뿐 아니라 당직자들이 대거 정세균 대표 쪽으로 간 것은 다가올 구조조정에서 살아남기 위한 줄 대기의 일환이었다”고 고백했다. 정 대표가 진보개혁 진영의 정체성 확립과 지지층의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전북 진안 출생 ▲ 전북 신흥고 ▲ 고려대학교 법학과(학사) 고려대 총학생회장 ▲ 미국 페퍼다인대 대학원(경영학 석사) ▲ 쌍용그룹 상무이사 ▲ 15?6?7?8대 국회의원 (전북 무주겵騙?장수) ▲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 산업자원부 장관 ▲ 열린우리당 당의장
[직격인터뷰]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
[직격인터뷰]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2007. 06. 05)
2007. 06. 05 정치
“박상천 대표는 의원 빼가기에만 관심”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이 민주당과의 통합 협상에 난항을 겪으면서 점점 위기에 몰리고 있다. 지난 2월 14일 전당대회를 통해 출범한 ‘정세균號’가 범여권 대통합의 전권을 위임받은 시한이 6월 14일로 끝나기 때문이다. 만약 남은 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면 정 의장은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당의장 취임 100일째 되는 5월 24일 열린우리당 당사에서 정 의장의 고민을 들어봤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 발언을 둘러싸고 해석이 제각각인데, 노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의 의도는.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의 국정철학, 정책들이 아직도 마무리되지 않은 부분이 있으니까 잘 승계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려면 민주개혁진영이 제대로 성과를 내야 하는데, 그 방법론이 대통합으로 가야 하는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이 ‘국민을 바라보고 하라’는 것이나 노 대통령이 ‘대세를 존중하라’고 한 것은 민주개혁진영이 대동단결하라는 의미다.” - 정 의장은 민주당 박상천 대표의 ‘소통합’ 논의와 관련해 내년 총선용이라고 비난했는데. “지난번에 광주에 가서 5·18 민심을 보니까 대통합을 주문하고 있었다. 박상천 대표는 대통합은 하지 않고 우선 50명 정도의 당을 만들고, 나중에 대선이 임박해서 후보단일화 또는 후보연합을 하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후보단일화는 성사 가능성이 대통합 가능성보다 낮고 후보단일화가 안 되면 한나라당에 정권을 바치는 꼴이 된다. 이런 저의는 특정 지역에서 총선 준비나 잘 하자라는 의도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 박상천 대표가 50명 정도의 당으로 출발하자고 한 의미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빼가겠다는 것이다. 현재 민주당 의원 13명, 김한길 대표의 중도개혁신당 의원이 20명이 있는데, 박 대표의 목표는 이것을 통합해 중도당을 만드는 것이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추가 탈당을 유도해서 몸집을 키우겠다는 뜻이다.” - 박상천 대표가 끝까지 대통합에 반대한다면 박 대표를 배제하고 민주당 내 다른 통합파 의원들과 협상을 진행할 것인가. “(박 대표를) 제외할 생각은 없고 (다른 의원들과 통합협상을) 결행할 생각은 있다. 박 대표가 민주당 대표니까 같이했으면 하는데, 박 대표가 거부하고 있는 상태니까, 그렇다고 주저앉을 수는 없고, 박 대표의 변화를 기다리면서 다른 그룹과 대화를 할 생각이다.” - 유시민 의원이 보건복지부 장관을 마치고 열린우리당으로 돌아왔다. 유시민 의원 이 통합 협상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다. 최근에 만났는데 책을 쓰겠다고 얘기했다. 대통합이 당의 전당대회 결의사항인 만큼 (열린우리당 의원) 어느 누구도 전대 결의사항에 걸림돌이 될 수는 없다.” - 유시민 의원이 대선 후보로 나갈 것이라는 예측이 많은데. “유시민 의원이 대선에 관심이 있으면 지금 움직여야 하는데, 현재 움직이지 않고 있다. 내 감으로는 그럴 것 같지는 않다.” - 최근 ‘참여정부평가포럼’이 전국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친노세력의 정치세력화를 기정사실화하는데. “(참평포럼의) 원래 취지는 괜찮은 것 같다. 참여정부가 많은 노력을 했는데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부분도 있고, 이런 부분을 바로 잡고 국정내용을 국민들께 알리겠다는 취지는 좋다. 다만 취지를 벗어나면 안 된다. 정치 집단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정 의장이 대통합의 전권을 위임받은 시한이 6월 14일로 끝난다. 열린우리당의 향후 진로와 대통합 구상은. “우선 당을 정치적으로 해체한다는 것은 현실적인 얘기가 아니다. 당은 법적으로만 해체되는 것이다. 위임받은 기간 내에 전당대회 결의사항을 이행하지 못하면 사퇴를 포함한 정치적인 책임을 질 수 있다. 이것이 당의장 임기하고 연결된 것은 아니다. 당의 책임 있는 국회의원, 당협 위원장 등과 당의 장래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에 대한 공감대가 중요하다.” - 이른바 ‘제3지대 통합론’ 관점에서 시민사회진영과 통합에 대한 가시적 성과는. “미리 밝힐 수는 없다. 현재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지금은 후보자를 중심으로 한 그룹핑과 당 대 당 통합 등 대통합 추진을 병행하고 있다.” - 정동영·김근태 두 전 의장은 열린우리당 탈당을 시사하는 발언을 계속해 왔다. 이들과 끝까지 행동을 같이 해야 하나. “탈당한들 방법이 없다. 지금은 탈당이 목적이 아니다. 대통합신당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할 것이다. 당을 나간다고 뾰족한 수가 생기는 것이 아니다. 대통합신당을 만들어야만 비전도 있고 가능성이 있다.” - 정 의장은 김부겸 의원으로 하여금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접촉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등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개별적인 통합 논의를 묵시적으로 인정해왔다. 이유는. “그것은 이미 지난해에 열린우리당이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로 후보를 결정하기로 했다. 오픈프라이머리는 당 내 후보에 어떤 프리미엄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담을 싸놓고 있으면 의원들은 담장 밖으로 나가지 못할 것이다. 이러면 오픈프라이머리 자체가 안 된다. 자유롭게 활동하게 했다. 심지어 통합대상의 당과 논의해도 관계없다.” 미국 정부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을 거론할 것으로 보이는데. “협상해놓고 마음대로 하려면 협상을 무엇 때문에 했나. 재협상은 안 된다. 잘 버텨야 한다.” - 창간 15주년을 맞은 ‘뉴스메이커’에 한마디 한다면. “‘뉴스메이커’는 정론을 펼치고 언론의 기본적 사명을 다하는 데 선봉에 선 매체다. 애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뉴스메이커’가 우리 민족의 번영과 함께 더 크게 발전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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