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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 출근’ 10분 전 도착 vs. 정시 도착, 당신의 의견은?
‘9시 출근’ 10분 전 도착 vs. 정시 도착, 당신의 의견은?
2023. 07. 21 10:47 화제
전국 만 20세~69세 남녀 3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직장 내 세대 간 인식 차이’에 대한 기획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1%, 즉 10명 중 6명은 출근 시간은 ‘회사에 도착하는 시간’이라고 응답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출근 시간 기준’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올라왔다. ‘미리 도착해서 근무 준비해야 한다’ 같은 ‘일찍 출근’ 의견과 ‘지각이 아닌 이상 정시 출근이 잘못은 아니다’라는 ‘정시 출근’ 의견 등이 팽팽하게 맞섰다. 만약 정해진 출근 시간이 9시일 경우 이는 회사에 도착하는 시간이 9시란 의미일까, 출근 후 업무를 시작하는 시간이 9시란 의미일까. 온라인 조사 전문기관 ㈜피앰아이는 전국 만 20~69세 남녀 3천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세대 간 인식 차이’에 대해 기획 조사를 진행했다. 전체 응답자의 61%, 즉 10명 중 6명은 출근 시간은 ‘회사에 도착하는 시간’이라고 응답했다. 세부 응답 데이터에 따르면 베이비부머 세대의 경우 56.2%, X세대 60.2%, 밀레니얼 세대 64.3%, Z세대의 경우 60.2%가 출근 시간은 ‘회사에 도착하는 시간’이라고 응답했다. 또한 근무시간이 9시~18시인 경우 베이비부머 세대는 ‘10분 전 출근’이 33.6%로 가장 많은 응답 비율을 보였으며, ‘30분 전 출근’ 15.1%, ‘20분 전 출근’ 14.8%,’5분 전 출근’ 14.0%, ‘9시 정시에 맞춰서 출근’이 12.1% 순으로 나타났다. Z세대의 경우에도 ‘10분 전 출근’이 33.6%로 베이비부머 세대와 동일하게 가장 많은 응답 비율을 나타냈다. 하지만 Z세대의 경우 9시 정시 맞춰서 출근~5분 전 출근이 47.8%로 절반의 응답자가 해당 시간을 출근 시간으로 생각했다. ‘20분 전 출근’은 9.7%, ‘30분 전 출근’은 6.2%로 베이비부머 세대의 출근의 대한 생각과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분분한 ‘출근 시간’의 정의, 이로 인한 직장 내 갈등이 있을까. 출근 시간으로 인한 직장 내 갈등 경험 유무에 대해 확인한 결과 ‘내가 직접 경험해봤다’가 22.3%, ‘직장 동료나 주변 지인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해봤다’가 36.1%로 나타났다. 즉 10명 중 6명은 직, 간접적으로 갈등을 경험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이윤석 교수는 “세대 간 가치와 행동 방식의 차이는 세대 간의 ‘갈등’ 아니라 서로 인정해야 할 ‘다름’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미디어에서 MZ세대에 대한 이미지를 때론 편향되게 묘사하고, 기성세대와의 대립을 일반화하는 컨텐츠 프레이밍을 통해 부정적인 단편적 이미지가 보편화되는 사례를 쉽게 접할 수 있다”면서 “조직 내 세대 간 갈등은 회사의 운영 및 목표 달성에 리스크가 될 뿐이다. 세대 간 편견을 배제하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함과 동시에 개인에 대한 이해와 존중, 배려를 매개로 한 조직 내 소통이 강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소를 머금은 소녀처럼, 배우 정시아 봄을 그리다
미소를 머금은 소녀처럼, 배우 정시아 봄을 그리다
2015. 01. 26 18:42 연예
미소를 담뿍 머금은 얼굴이 소녀처럼 해사한, 배우 정시아를 만난 날. 흩날리는 눈꽃이 무색할 만큼 따뜻한 봄이 온 것 같았다. 이제야 알게 된 현장의 매력 배우 정시아(33)를 보고 있으면 아직도 ‘샴푸의 요정’이 떠오른다. 두 아이를 둔 엄마지만 여전히 전직 요정답게 사랑스럽고 예쁜 그녀. 10년 전, 마술 샴푸로 머리를 감으면 미녀가 되는 여고생의 좌충우돌 성장기를 담은 MBC-TV 시트콤 ‘두근두근 체인지’는 배우를 꿈꾸던 연극영화과 학생을 일약 스타덤에 올려놓았다. 샴푸의 효과가 지속되는 4시간 동안 등장했던 주인공 ‘신비’는 당시 남학생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 모습 그대로, 늘 소녀의 얼굴이던 그녀가 올해 데뷔 15년 차를 맞았다. 최근 종영한 SBS-TV 드라마 ‘모던 파머’에서 청년회장 상득의 첫사랑 유미영 역을 맡았어요. 그러고 보면 데뷔 이후 지금까지 줄곧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네요. 연기자 하길 잘한 것 같아요(웃음). 아니면 결혼과 동시에 인생의 멜로는 끝이었을 텐데, 직업 특성상 아직도 여러 가지 사랑의 감정을 느끼니까요. 촬영지가 경상북도 봉화군이에요. 지방 촬영이라 힘들었겠어요. 서울에서 3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곳이에요. 처음에는 매주 2박 3일간 서울과 봉화를 오갈 생각에 걱정을 많이 했죠.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여행 가는 기분이 들었어요. 공기도 맑고 산과 나무도 가까이서 느낄 수 있고, 동네 어르신들 인품은 말할 것도 없고요. 외지에서 온 젊은이들 먹으라고 감도 따다 주시고, 라면 끓이고 있으면 밭에서 파도 뽑아다 주세요(웃음). ‘파 송송 계란 탁’ 넣어 먹다 보면 이런 게 행복이구나 싶죠. 1999년 ‘학교2’로 데뷔했어요. 그래도 정시아라는 이름을 대중의 머릿속에 각인시킨 건 2004년 ‘두근두근 체인지’의 ‘신비’ 역할을 맡은 직후였죠? 맞아요. 샴푸의 요정! 요즘도 남편한테 서운한 일이 있으면 “요정한테 이래도 되는 거야?”라고 면박을 주곤 해요(웃음). 그게 벌써 11년 전이에요. 그때와 지금, 연기를 대하는 마음이 좀 바뀌었나요? 촬영 현장의 마음가짐부터가 완전히 달라요. 요즘은 배역을 얻는 것부터 현장에서 스태프들과 대화하고 호흡하는 것까지 모두 행복해요.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져도 괜찮고, 비중 있는 역할이 아니라도 신경 쓰지 않아요. 예전에는 욕심만 많아서 제 분량이 적다 싶으면 실망하고 짜증부터 냈었죠. 촬영 현장과 사랑에 빠지기라도 한 걸까요? 평소에는 평범한 엄마로 살아서 그런지 오늘처럼 화보 촬영을 하거나 드라마 촬영장을 가면 신이 나요. 그동안 쌓여 있던 육아 스트레스가 싹 풀릴 정도로. 그렇게 촬영 후 집에 돌아가면 다시 기쁜 마음으로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기죠. 일과 육아가 시너지를 내는 덕분에, 결혼 7년 차인데 아직 큰 어려움 없이 워킹 맘으로서의 삶을 살고 있어요. 워킹 맘이 된 여배우 오목조목 예쁜 얼굴의 소유자라는 건 진즉부터 알고 있었지만, 결혼과 출산 뒤에는 편안하고 아름다운 분위기까지 더해져 반짝반짝 윤이 난다. 실제로 20대 초반과 지금의 그녀는 생각의 간극이 꽤 크다. 예전에는 성공하는 것, 인정받는 일이 인생의 제일 높은 가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주위 사람들과 행복하게 즐기며 사는 것이 목표가 됐다. 일하는 엄마, 정시아의 삶은 어때요? 둘째 서우를 낳고 MBC-TV 드라마 ‘구암 허준’으로 복귀하기 전, 1년 동안 육아에만 전념했어요. 엄마 손이 가장 많이 필요한 시기에는 아이에게 올인하고 싶었죠. 시간을 유동적으로 쓸 수 있다는 점은 배우라는 직업의 가장 큰 장점이에요. 드라마 촬영 때는 일에 집중하고, 끝나면 가정을 돌보는 데 전념해요. 남편은 육아를 많이 도와주는 편이에요? 그럼요. 서로 작품이 끝나고 여유 있을 때는 온 가족이 함께 공연 보러 가거나 놀러 다녀요. 대신 남편이 작품 들어갈 때는 제가 내조를, 제가 작품 들어갈 때는 남편이 외조를 확실하게 해줘요. 둘 다 연기를 하니까 서로가 작품에 몰두할 수 있게 많이 배려하는 거죠. 세 살배기 딸 서우양 사진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어요. 엄마를 쏙 빼닮은 얼굴이 어쩜 그렇게 예쁜지. 훌륭한 DNA를 물려받았어요. 예전에는 아이들과 바깥에 나가면 사람들이 저를 알아보고는 “정시아다!”라고 했는데, 요즘은 서우부터 보고 예뻐하고 반가워해주세요(웃음). 태어나면서부터 눈이 크고 쌍꺼풀이 있더라고요. 친정 식구들 말로는 저 어렸을 때랑 똑같다고 하던데, 자라면서 점점 더 닮아가는 것 같아요. 주변 분들은 ‘정시아 미니미’ 같다고도 하세요. 첫아들 준우군은 올해 벌써 일곱 살이에요. 딸, 아들 키우는 재미가 다르죠? 아들은 아기인데도 든든한 느낌이 들어요. 딸은 애교도 많고, 사랑스럽고. 제가 외동딸이라 형제자매 있는 친구들이 부러웠던 터라 준우와 서우, 둘이 같이 놀고 있는 모습만 봐도 뿌듯해요. 동네 엄마들과의 브런치 시간이 가장 즐겁다고 했어요. 동네에서는 여배우로서의 신비주의를 포기하는 건가요?(웃음) 같은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 엄마들 만나서 브런치 먹는 게 낙이에요. 교육이나 생활에 대한 고급 정보가 다 거기서 나오거든요(웃음). 엄마들이랑 친하게 지내는 덕분에 제가 촬영장에 있어서 아이들 마중 못 갈 때는 서로 도와주기도 해요. 일상에서는 정시아가 아닌 준우, 서우 엄마이고 싶어요. 물론 일할 때는 배우 정시아로 돌아와야 하고요. 운동, 나 자신과의 약속 화보 촬영을 하며 카메라 앞에서 자유자재로 포즈를 취하고 표정 연기를 하는 그녀에게 놀라는 것도 잠시. 군살 하나 없는 탄력 있는 몸매에 현장 스태프들의 감탄사가 이어졌다. ‘일주일에 3번 이상 운동하기’를 실천한 덕분이란다. 요즘은 필라테스 그리고 발레와 요가를 접목시킨 ‘발레요가’에 푹 빠져 있다. 몸이 정말 탄력 있어요. 예전에는 마른 편이었는데 이제는 20대 때보다 더 탄탄하고 건강한 느낌이에요. 운동하세요! 원래 체형이 마른 편이라 운동을 안 했어요. 근데 둘째 낳고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다 보니 군살이 붙더라고요. 먹는 걸 좋아해서 음식은 못 줄이겠고, 대신 일주일에 3번 이상 운동하기로 제 자신과 약속했어요. 꾸준히 8개월 정도 하니까 몸이 훨씬 가볍고 탄탄해졌어요. 예전에는 몸 움직이는 게 싫어서 마사지만 받았는데, 요즘은 스트레칭 안 하면 이 안 닦은 기분이랄까(웃음). 발레요가, 필라테스처럼 몸속 근육을 키우는 운동을 하고 있어요. 운동을 시작하니까 뭐가 제일 좋아요? 1시간 동안 운동하고 나면 사우나 한 것처럼 몸이 개운해요. 전체적으로 활력도 생기고. 대신 운동을 안 하면 살이 처지고 노폐물이 쌓이는 것 같은 약간의 강박이 생겼다는 건 좀 걱정이에요(웃음). 그래도 아이들 키우다 보면 집에서 늘어질 때도 있지 않나요? 그럼요. 매일 제 자신과 싸워요. 사람이다 보니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은 날도 있잖아요. 그래도 훌훌 털고 일어나서 운동하고 오면 ‘이겼다’라는 성취감이 들어서 좋아요. 예전에는 집 밖에도 잘 안 나갈 정도로 게을러서 별명이 ‘나무늘보’였는데. 그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죠(웃음). 동안 비법 좀 알려주세요. 이름 하여 정시아가 말하는 ‘15년째 늙지 않는 셀프 관리법!’ 하루에 1, 2번은 마스크 팩 하기. 굳이 비싼 것 쓸 필요 없이 로드 숍 제품을 사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쓰면 돼요. 집에서 걸레질할 때도, 차 안에서 이동할 때도 습관적으로 붙여요. 사실 동안 비법은 누구나 다 알고 있듯 잘 먹고, 운동하는 기본을 지키는 데 있어요. 거기에 스트레스 받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긍정적인 마음가짐 갖기! 너무 교과서 같았나? 마지막 질문이에요. 오늘 화보 촬영, 어땠어요? 계절이 바뀌기 직전, 봄을 맞이하는 순백의 여인을 담고 싶었어요. 사진 찍는 걸 좋아해요. 새로운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랄까. 남들은 알지만 나는 몰랐던, 숨겨진 모습을 볼 수 있잖아요. 열심히 촬영하고 대화하니까 활력이 넘쳐요. 즐거웠어요! <■글 / 서미정 기자 ■사진 / h.gio(쟈뎅 드 라망, 02-3445-2927) ■리터칭 / 김도훈 ■의상&액세서리 협찬 / 꼼뜨와 데 꼬또니에(02-546-7836), 모조에스핀·브루노말리 (02-514-9006), 스톤헨지(02-3446-7725), 앤디앤뎁(02-6911-0726), 케이트앤켈리·프란시스케이(02-508-6033) ■헤어&메이크업 / 강예원, 김진미(제니하우스 올리브점, 02-512-1563) ■스타일리스트 / 김지연>
‘환상의 짝꿍’의 예능 신동 ‘귀선생’ 정시연
‘환상의 짝꿍’의 예능 신동 ‘귀선생’ 정시
2009. 08. 05 15:50 연예
예능 신동이 나타났다. 주인공은 MBC-TV ‘환상의 짝꿍’에서 ‘귀선생의 참 쉬운데’ 코너를 진행하고 있는 정시연. MC들의 혼을 쏙 빼놓는 재치 있는 입담과 허를 찌르는 엉뚱함으로 요즘 인기가 급상승 중이다. 무릎‘탁’ 치게 만드는 그 끼는 어디서 온 걸까? 아홉 살 꼬마숙녀 정시연과 어머니 허춘화씨를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어른들의 고민해결사로 예능감 발휘, ‘리틀 무릎팍 도사’ “붐처럼 웃기고 싶어요”(닉쿤) “일단 한국말부터 배우세요”(귀선생), “아직 남편 앞에서 방귀를 못 텄어요”(윤손하) “남편의 방귀를 칭찬해주세요”(귀선생), “부인에게 사랑받고 싶어요”(이혁재)” “가출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귀선생)…. 지금까지 귀선생이 출연자들의 고민을 해결해주며 남긴 어록이다. 귀선생이 ‘환상의 짝꿍’에 등장한 건 지난 5월 100회 특집부터다. ‘귀선생의 참 쉬운데’ 코너를 통해 출연한 연예인들의 고민을 아홉 살짜리 어린이의 눈높이로 명쾌하게 해결해주며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귀선생을 보기 위해 일요일 늦잠을 포기했다는 시청자들이 늘고 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명쾌한 해답, 아이의 시선으로 어른들의 고민을 일순간에 해소해주는 귀선생의 ‘촌철살인’은 무릎팍 도사가 울고 갈 정도. 이미 95회 때 출연해 예능감을 검증받은 시연이는 그때 다 보여주지 못한 끼를 고민해결사로서 유감없이 발휘하며 ‘예능 신동’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100회 특집 출연 제의를 받고 지금까지 출연했던 아이들을 모아서 녹화하는 줄 알았어요. 나중에 시연이가 ‘리틀 무릎팍 도사’ 같은 코너를 맡는다는 걸 알고 ‘시연이 혼자 할 수 있을까?’ 살짝 걱정이 됐는데 애드리브도 쳐가면서 잘 하더라고요.” ‘귀선생’은 시연이가 직접 지은 이름이다. 코너 이름을 무엇으로 할지 스태프들과 고민하던 중에 시연이가 “내가 귀여우니까 ‘귀여운 선생님’을 줄여서 ‘귀선생’으로 해요”라고 해서 ‘귀선생의 참 쉬운데’ 코너가 탄생했다고 어머니 허춘화씨가 귀뜸한다. 지금은 귀선생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시연이지만 사실 시연이는 ‘환상의 짝꿍’ 재수생이다. “식구들 모두 ‘환상의 짝꿍’ 팬이었고 그 중 유독 시연이가 좋아했어요. ‘나도 퀴즈 잘 맞힐 수 있는데’라고 하면서 자기도 한번 나가보고 싶다고 여러 차례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1학년 때 신청을 했는데 떨어졌어요. 2학년이 되어 다시 신청을 해서 출연한 거예요.” 사실 엄마가 보기에 시연이에게는 ‘끼’보다는 ‘깡’이 있다. 이것저것 재주가 많지는 않지만 어딜 가나 주눅 드는 법 없이 하고 싶은 말은 다 한단다. 그것이 당돌하고 철없기보다는 느긋하고 여유 있는 ‘애늙은이’에 가까워 할머니와 같이 사냐는 얘기를 수도 없이 들었다. 당시 면접을 봤던 심사위원들에게도 시연이의 그런 면이 어필하지 않았나 싶다. 시연이에게 합격비법을 물었더니 “비밀이에요” 하며 호기심을 자극한다. “잘 웃고 목소리 크게 하는 건 기본이고요, ‘몰라요’라는 말은 탈락의 지름길이에요.” 방송에서는 출연자들의 고민에 척척 답을 내놓지만 집으로 돌아와 엄마 앞에서는 입을 꾹 다문단다. 평소 수다스러운 시연이가 엄마 앞에서만 조용해지는 이유는 뭘까? “최종면접 때 무슨 질문을 받았는지 물어봤는데 ‘엄마, 뭘 알려고 해. 방송 봐~’ 이러고 말더라고요. 처음 학교 들어갔을 때도 뭘 배웠는지 궁금하잖아요. 그래서 물어보면 뭐가 그렇게 궁금하냐며 말을 안해요.” 시연이 말로는 귀찮아하는 건 절대 아니란다. 왜 그런지 물어봤더니 아홉 살짜리다운 대답을 내놓는다. 허를 찌르는 재치의 원천은 한자 공부 “엄마가 용띠거든요. 화나면 괴물처럼 무서워져요.” 사실 엄마는 맏딸인 시연이에게 엄한 편이다. 특히나 방송을 시작하며 또래 아이들과는 조금 다른 환경 때문에 시연이가 흐트러질까봐 신경을 쓰는 것이 부담이 됐나보다. “방송 때문에 학교나 친구들에게 소홀히 한다거나 엄마, 아빠, 동생에게 투정하고 짜증부리지 않기로 약속했어요. 시연이가 동생을 더 잘 챙겨줘야 한다는 조건도 달았고요.” 시연이는 자기가 좋아서 방송을 하는 거지만 그것 때문에 엄마가 동생에게 신경을 못 쓸 수 있으니 엄마처럼 동생을 잘 돌봐주기로 한 것이다. 시연이가 엄마를 그렇게 무서워하는지는 방송을 보고 알았단다. 개그우먼 김지선이 “아이들에게 매를 들지 않고도 말을 잘 듣게 하는 방법이 없을까?”라고 질문하자 시연이가 “나도 엄마한테 회초리를 맞고 나서 방문 닫고 들어가 운다”며 엄마들이 회초리 드는 것에 반대한다고 얘기한 것. 시연이는 “인터넷에 ‘엄마한테 매 맞는 아이들의 모임’을 만들 생각”이라고 말해 출연진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엄마에게는 뼈가 있는 말이었다. “시연이가 하는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어요. 이제는 화를 안 내고 그만 혼내야지 싶더라고요. 시연이가 그렇게 방송을 통해서 엄마한테 하고 싶은 말을 해요(웃음).” 그 방송 이후로는 매를 잘 안 든다는 허춘화씨의 말을 듣고 있던 시연이가 한마디 던진다. “엄마는 과연 천사엄마로 변한 걸까요, 아니면 고양이가 쥐 생각하는 걸까요~?” 상황을 제대로 짚었다. 스튜디오는 웃음바다가 됐다. 이렇게 허를 찌르는 속담이나 사자성어를 구사하는 게 시연이의 특기다. 이런 언어구사는 당장 방송을 위해 연습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비결은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해온 한자 공부였다. “다섯 살 때부터 한자 공부를 시작해서 4급 자격증까지 땄어요. 막 한글을 읽을 때인데 한자 공부를 하겠다고 해서 조금씩 시켰어요. 그게 시연이 언어구사력에 도움이 된 것 같아요.” 한번은 시험 전날 공부를 늦게까지 했는데 다음날 시험을 보고 와서는 “엄마, 과유불급이야. 어제 너무 늦게까지 해서 시험을 더 못 봤어” 하더란다. 초등학교 2학년 아이의 입에서 나온 말치고는 너무 어른럽다 싶었는데 그런 어른스러움이 방송에서 통했다. 어른들도 생각지 못하는 해답을 귀여운 넉살로 풀어내는 것을 보면 저절로 웃음이 터져나오면서 고개가 끄덕여진다. “아직 ‘환상의 짝꿍’ 말고 다른 활동은 생각 안 해봤어요. 시연이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줄 수 있겠구나 싶어서 시작한 거고 시연이가 즐기면서 재미있게 할 수 있을 때까지만 시키고 싶어요. 나중에 커서 웃으며 볼 수 있는 그런 좋은 추억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귀선생의 고민은? ‘작은 키’ 많은 사람들이 귀선생 코너에 대본이 있는지 궁금해한다. 아무리 귀선생이 용해도 아홉 살짜리 꼬마가 즉석에서 청산유수로 말을 그렇게 잘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매회 녹화 전 작가님들이 시연이를 인터뷰하세요. 출연자들의 고민을 들려주고 시연이에게 답을 미리 들어요. ‘이 아저씨는 이게 고민이래. 어떻게 할까?’ 그러면 시연이가 답을 얘기하고 작가 분들이 정리하는 식이에요. 녹화를 하다 보면 출연자 분들이 돌발 질문을 할 때가 있는데 그걸 잘 넘기더라고요. 드리브도 점점 늘어서 저도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아요.” 특히 요즘엔 MC 김제동에게 자꾸 말을 건다. 김제동은 시연이의 비공식 매니저다. “제동이 아저씨는 눈 작은 것만 빼면 제 이상형이에요. 요즘은 재미있는 남자가 대세죠.” 한번은 방송이 끝나고 가수 채연에게 “제동이 아저씨 어떠세요?”라며 다리까지 놓았단다. “제동이 아저씨가 제 매니저 하시랴, 방송 일 하시랴 너무 힘드실 것 같아서 여자친구를 선물해드리려고요.” 이래저래 바쁜 시연이다. 제일 좋아하는 연예인은 이승기. 얼마 전 ‘환상의 짝꿍’에 출연한 가수 김C가 이승기의 연락처를 알려주겠다는데도 거절한 이유를 묻자 시연이답지 않게 얼굴을 붉힌다. 남자친구 때문이라며 허춘화씨가 살짝 귀띔한다. 이럴 때 보면 영락없는 아홉 살짜리 꼬마숙녀다. 시연이의 고민은 뭘까. 또래보다 키가 작은 시연이는 어떻게 하면 키가 클지 고민 중이다. “MC 수영 언니는 키가 큰데 어릴 때 우유를 안 마셨대요. 우유 먹으면 키 큰다고 해서 열심히 먹고 있었는데 계속 먹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 중이에요. 나중에 어른 돼서 키 크면 ‘어른 짝꿍’ 할 거예요.” 원래 과학자가 꿈이었는데 요즘 방송을 하며 개그맨으로 바뀌었다. 개그맨이 되면 과학자 역할도 할 수 있단다. 언제나 다른 사람들의 고민을 풀어주느라 바쁜 시연이. 시연이의 고민도 하루빨리 해결됐으면 좋겠다.■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이성원 ■의상 협찬 / 빈폴키즈
중견 배우 백윤식 며느리 얻던 날! 백도빈♥정시아 결혼식
2009. 04. 06 연예
배우 백도빈과 탤런트 정시아가 지난 3월 7일 서울 임페리얼팰리스 호텔에서 화촉을 밝혔다. 두 사람은 같은 영화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1년간의 교제 끝에 결실을 맺었다. 특히 신랑 백도빈은 중견 배우 백윤식의 장남이다. 화려한 스타 가족이 또 탄생한 것.또 하나의 스타 가족, 탄생하다 연기파 중견 배우 백윤식(62)이 연예인 며느리를 새 식구로 맞으면서 연예인 가족에 합류했다. 신부는 요즘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탤런트 정시아(26)다. 백윤식의 장남 백도빈(30) 역시 개성 있는 연기를 선보이며 활동 중인 영화배우다. 영화 ‘범죄의 재구성’으로 데뷔해 ‘타짜’, ‘너는 내 운명’ 등에 조연으로 출연했다. 최근에는 tvN ‘맞짱’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정시아와는 지난해 여름 영화 ‘서바이벌’을 촬영하면서 만났다. 이후 연인 관계로 발전하면서 1년간의 교제 후, 웨딩마치를 울렸다. 결혼 소식이 언론에 발표된 후 정시아는 자신이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두 사람의 러브 스토리를 털어놔 주위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프러포즈요? 오빠가 집 옥상으로 불러 나가봤더니 깜짝 촛불 이벤트를 준비해놨더라구요. 반지와 꽃다발을 주며 제게 결혼하자고 했어요.” 결혼식장에서 만난 신랑 백도빈은 “지켜봐주시는 분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열심히 살겠다”고 밝혔다. 이 선남선녀의 결혼식은 동료 연예인들의 축복 속에서 성대하게 치러졌다. 엄정화, 임정은 등 백도빈과 같은 소속사 식구들과 백보람, 김신영, 송은이 등 MBC every1의 ‘무한걸스’에서 정시아와 호흡을 맞춘 멤버들, 그리고 유해진, 장혁, 문소리, 김자옥, 박준규, 박용우, 김기방, 김을동, 에이미 등 많은 동료 연예인들이 두 사람을 축복해줬다. 특히 이번 결혼식은 2대째 내려오는 연예인 집안인 만큼 다양한 연령층의 연예인들이 하객으로 참석했다. 사실 백윤식은 지난 2004년 부인 전선희씨와 27년간의 결혼생활을 정리하는 이혼의 아픔을 겪었다. 그러나 이날 결혼식에서 만큼은 부부의 연을 다시 이어 사이좋게 신랑·신부의 앞날을 축복했다. 결혼식은 1부와 2부로 나눠서 진행됐다. 1부는 탤런트 유건의 사회로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2부는 김신영의 사회로 한 편의 예능 프로그램처럼 즐겁고 유쾌한 피로연 파티가 벌어졌다. 이날 결혼식에서는 백도빈 가족과 친분 있는 목사가 주례를 맡았으며 가수 팀과 소녀시대의 티파니 그리고 힙합그룹 리쌍이 축가를 불렀다. 정시아는 갑작스런 결혼 소식과 더불어 그동안 활동하던 ‘무한걸스’와 ‘놀러와’ 등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요즘 연예인들 결혼의 ‘트렌드’가 된 ‘속도위반’을 제기했다. 정시아는 자신이 게스트로 출연하는 프로그램에서 임신하지 않았음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성대한 결혼식을 치른 후, 백도빈과 정시아는 태국의 코사무이로 4박 5일간 신혼여행을 다녀왔으며 방배동 서래마을에서 시아버지 백윤식을 모시며 신접살림을 꾸릴 예정이다. 백도빈ㆍ정시아 결혼식 에피소드 1 부케는 백보람의 손에 이날 정시아의 부케를 받은 주인공은 ‘무한걸스’의 백보람이었다. 결혼식 전 인터뷰에서 ‘무한걸스’ 멤버 중 다음 차례로 결혼할 사람으로 가장 연상인 송은이를 제치고 백보람이 지목됐다. 그녀는 현재 개그맨 김재우와 교제하고 있다. 조만간 연예계에 또 한 번 결혼 소식이 들리지 않을까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2 연인 사이, 따로 또 같이 엄태웅은 신랑 백도빈의 동료로 결혼식에 참석했다. 취재진들이 모여 있는 포토라인에서는 엄태웅 혼자 참석한 모습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식이 시작되면서 여자친구로 알려진 모델 이영진과 다정하게 하객 테이블에 앉아 있는 것이 목격됐다. 주위 시선을 의식해 따로 입장한 듯했다. 3 한국 중견 배우들의 모임 이번 결혼식은 백윤식의 오랜 연기 경력과 인간관계를 말해주는 자리였다. 1970, 80년대 활동하던 영화감독과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여 반가운 얼굴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일반 하객들의 수까지 합치면 천 명이 넘는 사람이 참석했다. 4 정시아와 무한걸스 ‘무한걸스’의 멤버들과 정시아의 끈끈한 우정을 말해주듯 식장에 들어서자마자 ‘무한걸스’ 제작진이 보낸 화환이 눈에 띄었다. 멤버들은 식이 진행되는 내내 웃음을 선사해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5 장모 사랑은 사위? 백도빈의 처갓집 사랑이 여실히 묻어나는 에피소드. 가족 단체 사진을 촬영하며 분장사가 백도빈의 어머니인 전선희씨의 메이크업을 수정해줬다. 그러자 백도빈은 분장사를 다시불러 신부 측 어머니 화장도 수정해달라고 부탁했다. 자칫 지나칠 수 있는 작은 부분에서도 상대방을 배려하는 신랑의 자상함을 느낄 수 있는 한 장면이었다. ■글/ 이유진 기자 ■사진 / 이성원, 이유진
태풍으로 지하 노래방에서 참변당한 故정시현·서영은
2003. 10. 01 화제
“내년에 결혼시켜 알콩달콩 사는 모습 보고 싶었는데…영혼결혼식이라니… 부활의 믿음처럼 천국에서 예쁘게 살기를 바랄 뿐입니다” 지난 12일 태풍 ‘매미’로 인해 경남 마산시 해운동 해운프라자에서 데이트를 하다 수몰돼 숨진 정시현씨와 약혼녀 서영은씨의 합동장례식이 16일 오전 마산삼성병원에서 눈물 속에 치러졌다. 영혼결혼식이기도 한 이날 장례식에서는 양가 부모들이 슬픔을 이기지 못해 실신, 주위 사람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고인의 부모들 장례 치르다 결국 실신 “아아~ 서현아~ 영은아~ 우리 애들 아까워서 어떻게 해요! 아까워서 어떡하냐구요! 물이 머리끝까지 차오는 그 지하에서 얼마나 엄마를 애타게 찾았을까! 시현아 영은아~” 하얀 국화 잎새가 힘없이 툭툭 떨어지듯 울음바다를 이룬 장례식장. 고 정시현(28)의 모친 서성남씨는 먼저 간 아들과 예비 며느리의 이름을 미친 듯이 부르고 있었다. 고 서영은(23)의 모친 최형심씨는 영안실을 지키다 넋을 잃은 듯 아예 누워버렸다. 정시현의 아버지 정계환씨(65, 경남대 교수)의 눈가에도 그렁그렁 눈물이 맺혀 있었다. 슬픔을 맞이할 만큼 아들과 예비 며느리의 죽음이 도무지 믿겨지지 않았던 것이다. “하늘이 정말 원망스럽습니다. 왜 이런 시련을 제게 주시는지… 아들 잘 키워내고 학생들 가르치며 일평생을 살고 있는데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정말 알 수가 없습니다. 태풍이 오고 바람이 불고 철근덩이가 엿가락처럼 휠 정도라면 위험지역에 있는 영업장에 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또 태풍주의보가 예보되면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게끔 해주는 게 당연한 일 아닙니까? 어떻게 키운 자식인데… 결혼식을 앞두고 이게 웬 청천벽력 같은 일입니까?” 그는 몸을 주체를할 수 없는 듯 바닥에 주저앉아 숨을 몰아쉬었다. 누구를 원망하기엔 너무도 많은 것을 잃었기에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 경찰과 시민들의 말을 들어보니까 당시 시현이가 영은이를 살리려 지하로 내려갔다가 변을 당한 것 같다고 얘기하더군요. 두 사람 애정이 각별해 충분히 그러고도 남았을 겁니다. 정말 잘 자라준 애들이었는데… 그래서 제가 생각한 것이 영혼결혼식입니다. 사람이 죽어나간 마당인데 경황이 있겠냐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실는지 모르지만 저는 우리 애들 영혼결혼식을 치러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미 양가도 합의를 보았습니다. 이승에서 못다한 사랑을 이뤄 천국에 가서라도 아름답게 살아줬으면 하는 마음이지요. 그게 지금 애비로서 바라는 마지막 말입니다. 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시종일관 담담하게 마음을 굳게 먹고 있던 그였지만 빈소에 들어서자마자 쓰러지는 친척들의 문상에 결국 그도 오열을 터뜨리고 말았다. 대쪽 같은 아버지라도 넘쳐오는 슬픔엔 무방비일 수밖에 없는 일이다. 미국으로 출장 갔다가 12일 비보를 접한 서영은의 부친 서의호씨(51, 포항공대 교수)도 넋을 잃긴 마찬가지. 그는 딸 서영은에 대해 “명랑하고 밝은 성격의 맏딸이었다”면서 내년 5월 결혼을 시킨 뒤  함께 미국으로 유학보낼 생각이었는데 이런 봉변을 당하다니 너무 어처구니 없다며 굵게 떨어지는 장대 같은 눈물을 손수건으로 가렸다. 백년해로하라는 바람으로 함께 안장 “영은이는 4남매 중 장녀예요. 교회도 열심히 나가고 신앙심도 깊었던 애죠. 미국에서 줄곧 자라 공부하다가 서울에 직장이 잡혀 일을 해왔는데… 이런 일을 당하게 될지 꿈에도 상상 못했습니다. 지난 1월, 미국에서 멋진 사람을 알게 돼 교제를 하게됐다면서 아주 예쁘게 살거라고 얘기했었는데 영정사진을 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지고 찢어질 듯 아픕니다. 결혼도 하기 전에 이런 참변이 벌어졌으니 누굴 탓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원래 교회에서는 영혼결혼식을 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워낙 아이들의 사이가 좋아 공원묘지에 두 사람 함께 안장시킬 생각입니다. 이제 사회에 첫걸음을 떼고 보란 듯이 살아갔어야 할 아이들인데 꽃다운 나이에 이런 험한 일을 당하다니 너무 억울하잖습니까?” 태풍 ‘매미’는 이렇듯 이들을 포함해 1백여 명이 넘는 생명을 송두리째 빼앗아가 버렸다. 이미 마산삼성병원 영안실엔 재해로 인해 생을 마감한 십여 명의 시신이 안치되어 있었지만 이들의 죽음이 회자되는 것은 정시현군(28)의 순애보적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밤, 정시현과 서영은은 마산시 해운프라자 지하 3층 노래방에서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내년 5월경 결혼식을 앞두고 있었지만 그녀가 추석연휴를 맞아 밤기차까지 타고 내려온 길이라 오랜만에 회포를 푸는 자리였다. 그런데 바람이 거세지면서 저녁 9시경부터는 해일과 만조로 바닷물이 범람해 노래방을 덥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노래방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심상찮음을 느낀 두 사람은 쏟아지는 바닷물을 헤치고 건물 지하계단을 필사적으로 빠져나오려 했다. 그러나 서씨가 떼밀려온 원목에 맞아 실신하고 만 것. 서씨는 지하로 떼밀려 내려갔다. 너무도 긴박한 상황이라 자신의 몸부터 구해야 할 상황이었지만 정씨는 망설임없이 서씨를 구하려 노래방 내부로 뛰어 들어갔다. ‘대비책 강구하라’유가족 한 목소리 그러나 그땐 이미 지하 노래방에 물이 가득 차 있던 상태였고 부상당한 서씨를 구해내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는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약혼녀를 구하러 지하로 내려갔다가 약혼녀와 함께 생을 마감한 것이다. 밤샘 수색 작업에 나선 소방대원들은 사고 24시간 만이 13일 오후 9시경 정씨를 인양한데 이어 14일 오후 4시 20분경 서씨의 시신을 수습했다. 한편 노래방을 경영하던 박상진씨(34)도 손님들을 대피시키다 변을 당해 주위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장례식장에서 박씨의 동생 상철씨(33)는 “사건 당일 형님과의 마지막 통화에서 손님을 모두 대피시킨 뒤 뒷문을 잠고고 가겠다”고 말했는데 “그게 형님과 마지막 통화가 됐다”면서 늘 가족을 생각했던 형의 모습이 아른거린다며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지하 2층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정아영씨(20)도 친구 부탁으로 평소 2시간 빨리 일을 나갔다가 참사를 당해 유가족들의 슬픔을 더했다. 이밖에 이들이 숨진 해운프라자 등 이곳 일대의 상가건물과 아파트에서는 모두 12명이 숨졌다. 마산시 재해대책본부와 소방서 등은 13일 새벽부터 해운프라자 등 인근 상가건물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수색작업을 벌여 시신 12구를 인양했다고 밝혔다. 피해는 해운프라자 외에 해운동 일대의 상가건물 2곳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도 발생했고, 14일 오전 11시 40분쯤에는 인근 두산2차아파트 207동 지하주차장에서 이 아파트에 사는 유희성씨(78)가 숨진 채로 발견됐다. 태풍 ‘매미’로 인해 빚어진 참혹한 자연재해 사건. 우리가 이 참사를 통해 교훈을 얻는 것은 무엇일까? 섬나라 일본의 경우는 집 근처마다 수로를 파고 시간을 정해놓고 시민들의 태풍 대비훈련을 꾸준히 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태풍으로 인한 사망자가 지난해 기준 1백여 명에서 60여 명 정도로 대폭 줄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태풍자체를 막기 위한 노력은 좀더 있어야 하겠지만 대비책을 마련하면 사망자수는 충분히 줄여나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피해 복구가 원활하게 이뤄지길 바라며 고 정시현·서영은씨를 비롯, 태풍으로 인해 운명을 달리한 고인들에게 삼가 명복을 빈다. 태풍 매미, 고인을 보내며… 태풍 매미가 물러간 이른 새벽 검정옷 사람들 옹기종기 눈물과 곡소리, 온 하늘이 맵다 눈 돌아간 어머니, 형제가 부축이며 목쉰 아버지, 허연 가슴 쓸어안은채 죽어도 떠나보내지 못할 이름들은 기어코 손놓고 말았다. 왜 그토록 바람 불었을까 그냥 오래도록 아름다우라 붙잡아두었으면 안 되었을까 내일 일을 내일도 준비하지 않은 것은 언제나 빈깡통 버려진 인간이련만 이제사 마악 하늘가에 안착한 영혼들은 나 죽었으니 단단히 망각하지 마라 하냥, 바람결로 도리질하고 있다. -취재 후기 글/ 연세영 기자  사진 / 황정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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