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총 82 건 검색)
- 보수 몰락 자초하는 검사 출신 정치인들(2025. 01. 13 06:00)
- 2025. 01. 13 06:00 정치
- 기울던 여권 권력 핵심축 ‘쌍권’ 등 검찰 출신 일색…보수 운명 짊어져 탄핵 심판 결정 후 그들의 리더십 무너질 가능성…여당 미래 밝지 않아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지난 1월 9일 비대위 전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정치는 모든 것을 아우르는 종합예술이다.” 국민의힘 관계자 A씨는 검사 출신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적 몰락에 대해 이렇게 대답했다. 이 관계자는 “그래서 정치라는 게 검사 출신이 처음부터 잘하기 힘든 분야”라고 강조했다. 검사 출신으로 ‘정치의 쓴맛’을 본 인사는 내란죄 혐의로 수사를 받는 윤 대통령뿐만 아니다. 지난해 12월 16일 당 대표직에서 사퇴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역시 지난해 4월 총선 참패 이후 두 번째 정치적 시련을 맞이했다. 그런데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난파선처럼 기울어가던 여권 권력의 핵심축 역시 검사 출신 정치인으로 채워져 있다. 권영세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라는 ‘쌍권’ 지도부가 대표적이다. 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와 주진우 당 법률자문위원장, 유상범 법사위 간사 등 ‘탄핵소추 정국’에서 법률적 정치 행위를 해야 할 인물도 검사 출신으로 채워져 있다. 올해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할 가능성이 큰 홍준표 대구시장과 한 전 대표 역시 마찬가지다. 사실상 당을 장악하고 있거나 향후 당을 이끌 정치인이 거의 ‘서초동 검찰청사’를 거친 이들인 셈이다. 보수정당, ‘육법당’서 ‘여의도 지검’으로 과거 군사독재 시절 보수정당은 육군사관학교 출신 지도부로 구성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법조인들이 가세해 ‘육법당(陸法黨)’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그러다가 육사 출신이 물러가고 검사 출신이 대거 보수정당에 들어와 한때 ‘서울중앙지검 여의도지청’ 또는 ‘여의도지검’으로 불릴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보수정당 지도부가 이렇게 검사 출신 일색이 된 것은 극히 드문 예다. 김철현 경일대 특임교수(정치평론가)는 “검사 출신 여권 권력 핵심인사들이 지금 보수의 운명을 사실상 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윤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 영장 집행에 응하지 않고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안에서 버티는 상황이라든지, 친윤계를 중심으로 한 44명의 국민의힘 의원이 관저 앞에서 체포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나선 것도 검사 출신 ‘쌍권’ 지도부가 당을 이끄는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검사 출신 정치인들이 유독 보수정당에서 지도부 인사가 될 수 있는 것은 보수정당의 권위주의적 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위계질서를 존중하는 검찰문화가 보수정당의 권위주의적 리더십과 연결된다는 것이다. 엄 소장은 이를 ‘퇴행적’·‘구시대적’이라고 비판하며 일종의 ‘검사의 냄새’라고 표현했다. A씨는 “검사 출신은 특정대학 법대, 사시 몇 기라든지 특수통 같은 일종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데, 정치를 하면서도 거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A씨는 “이들은 검찰에서 범법자의 과거를 캐물었지, 국가의 미래를 논하는 데 익숙지 않다”면서 “게다가 범법자 또는 율사만 만날 뿐 그 외의 사람들과 접촉할 시간이 없었기에 쌍방향 의사소통에 서툴다”고 평가했다. 민주주의적 정치문화와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에도 검사 출신 의원이 많아졌다. 하지만 운동권이 주류인 민주당에서 이들은 권력의 중심에 진입하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14일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로 자중지란에 빠질 것 같았던 여당은 그나마 ‘계엄 반대, 탄핵 반대’라는 방어선으로 전열을 가다듬었다. ‘쌍권 체제’가 들어서면서부터다. 김철현 교수는 “박근혜 탄핵 경험으로 보수정당은 ‘분열이 최악의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는 교훈을 얻었다”며 “그 때문에 보수 분열의 위험은 어느 정도 사라졌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당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심판 결정을 내리고 나면, 윤 대통령과 ‘쌍권 지도부’라는 검찰 출신 정치인의 리더십이 한순간에 무너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60일 이내 조기 대선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A씨는 “지금 검사 출신 중심의 여권 권력은 점차 몰락해가는 검찰의 운명과 무관치 않다”면서 “어떻게 보면 기득권을 지키려는 마지막 몸부림이 될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윤·한 아직 검사 DNA 갖고 있어 정치 쓴맛 전문가들은 검사 출신 정치인에 대해서 윤 대통령과 한 전 대표처럼 바로 지도부에 영입된 정치인과 밑바닥을 거쳐 지도부가 된 정치인을 구분했다. 김 교수는 “홍 시장과 권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는 이미 5선의 정치활동을 통해 어느 정도 ‘검사스러움’을 벗어난 인사”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나름대로 정치적 실패를 경험해 정치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지만, 윤 대통령과 한 전 대표는 아직 이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A씨는 “홍 시장과 권 비대위원장·권 원내대표가 정치인 DNA를 갖고 있다면, 윤 대통령과 한 전 대표는 아직 검사 DNA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두 검사 출신 정치인에 대한 평가는 혹독하다. 김 교수는 “검사적 시각에서 보면 윤 대통령에게 이재명 대표는 범법자였을 뿐”이라면서 “이 대표와의 정치적 대화를 협치가 아닌 ‘뒷거래’로 생각하는 한 올바른 정치가 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엄 소장은 “윤 대통령은 계엄을 통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 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 훈련이 전혀 안 된 정치인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면서 “보수정당의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평가했다. 엄 소장은 “한 전 대표 역시 정치적 통찰이 부족해 결국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상황에 이르렀는데 차기 대선후보가 되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 핵무장이 필요한 건…한국 안보인가, 선거 앞둔 정치인인가(2024. 07. 08 06:00)
- 2024. 07. 08 06:00 정치
- 국민의힘 당권 경쟁서 나온 ‘핵무장론’의 실체와 가능성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나경원 의원(가운데)이 지난 7월 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안보의 새로운 비전 핵무장 3원칙 세미나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다. 불가능해 보인 일이 현실이 되고, 당연해 보인 일이 공상이 된다. 정치적 이상, 목표란 이름으로 포장된 ‘가능성’의 영역에서 이성적, 논리적 판단은 후순위로 밀린다. 속고, 속이고, 속아주는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설사 불가능해도 지지층이 원하는 대로 말하는 것’이다. 실현 가능성에 대한 비판은 부당한 ‘정치 공세’로 치부한다. 선거 때면 ‘가능성의 예술’ 외엔 설명할 길 없는 공약이 난무하는 것 역시 해당 맥락의 연장선에 있다. 이러한 가능성의 영역에 특화된 소재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주기적으로 다시 제기된다는 점, 구체적 계획보다 선언적 수사가 앞선다는 점 등이다. 전제에, 전제에, 전제가 완벽히 맞아떨어져야 실현 가능하다는 것 역시 공통적이다. 역설적으로 이는 매번 불가능한 것으로 결론 나는 소재가 잊을 만하면 부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러 전제 중 하나만 새롭게 충족해도 가능성의 영역에서 다시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치에서 이를 보여주는 사례는 차고 넘친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국민의힘 당권 경쟁 과정에서 나오고 있는 ‘핵무장’론이다. 핵무장과 당대표 선거 “6·25입니다. 이제는 우리도 핵무장을 해야 합니다”. 여당의 유력 당권주자로 꼽히는 나경원 의원이 지난 6월 2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이다. 지난 7월 1일에는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핵무장 3원칙, 대한민국 안보의 새로운 비전’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도 열었다. 나 의원은 이 자리에서 “당대표가 되면, 핵무장 3원칙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핵무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핵무장을 자신만의 차별화된 공약으로 만들며 가능성의 영역으로 끌고 들어온 것이다. 사실 핵무장은 보수를 표방하는 정치인이라면 누구든 탐낼 수밖에 없는 소재다. 이는 남북관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대북 강경책→북한과의 갈등 증폭→핵무장 추진’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순환구조를 이룬다. 이 구조는 그 자체로 지지층 결집을 만든다. 남북대결로 안보위협이 증가한 만큼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주장 자체에도 논리적 결함이 없다. 다만 ‘주한미군과의 공존’, ‘국제사회 제재 가능성’, ‘핵무장에 필요한 비용 및 장소’, ‘동아시아의 핵도미노 현상’ 등 핵무장 시 반드시 따져봐야 할 요소들을 언급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핵무장이 매번 정치적 레토릭(수사)에서 끝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나 의원의 핵무장 주장도 유사한 맥락에 있다. 그가 밝힌 방식은 ‘자체 핵무장’이다. 미국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식의 핵 공유와는 차원이 다르다. 쉽게 말해 한국이 완전한 핵보유국이 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밝힌 3원칙은 ‘국제정세를 반영한 핵무장’, ‘평화를 위한 핵무장’, ‘실천적 핵무장’이다. 그런데 해당 원칙을 다르게 표현하면 이는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미국을 포함한 국제 사회로부터 인정을 받고’, ‘북한과의 핵군축을 포함한 평화협상이 가능하고’, ‘확장억제를 안보의 기반으로 한 윤석열 정부를 움직여서’ 핵무장을 한다는 것이다. “핵무장을 추진하겠다”는 시원한 발언 뒤에는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만드는 조건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것이다. 이는 나 의원만의 특징도 아니다. 최근 나오는 핵무장 논의를 주의 깊게 보면, 대부분 이와 유사한 형태다.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선언적 발언은 크게 부각되는 반면, 함께 붙인 다양한 이름의 ‘조건’은 이해하기 어렵게 꼬아놓거나 언급 자체를 하지 않는 식이다. 이유가 있다. 현재 제기되는 핵무장론 대부분은 오는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트럼프가 재집권한다는 불확실한 가정에 기반한다. 즉 ‘아니면 말고’식 시한부 주장을 하는데 세부사항까지 촘촘히 고려할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행태는 핵무장에 관한 건전한 논의를 막는다. 찬성하는 쪽은 ‘문제없이 핵무장을 할 수 있다’고 믿고, 반대하는 쪽은 ‘우스갯소리’로 치부해 버리는 식이다. 그런데 조금만 따져보면 핵무장의 필요성, 실현 가능성은 선언적 수사에 휘둘릴 만큼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이 아니다. 핵무장의 전제조건 한국의 핵무장 논의에는 뿌리 깊은 역사가 있다.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박정희 정부 당시 핵무장 논의다. 베트남 전쟁을 거치며 대외 군사개입에 한계를 느낀 미국은 1969년 ‘닉슨 독트린’을 발표하며 정책 전환을 시도한다. 핵심은 ‘한국 안보의 한국화’다. 미군에 안보를 의존하던 아시아 각국은 향후 당면한 위협에 스스로 대처하라는 것이다. 단, 이때도 핵 위협에 대한 핵우산은 제공하는 방식이었다. 이로 인해 한국이 직면한 위기는 주한미군 철수 문제였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안보 공백에 대한 대안으로 핵무기 개발을 들고나왔다. 당시 결정이 실제 핵무장에 초점이 맞춰졌느냐, 협상의 지렛대였느냐를 두고는 해석이 엇갈린다. 다만 그 결과는 박정희 정부가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고 미사일 개발에 전념하면서 양국 간 치솟던 갈등이 완화됐다는 것이다. 1975년 한국의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은 그 증표로 남았다. 북한의 위협 증가, 미군 철수 위협 등의 대외관계 변화 속에 시작된 핵무장 시도는 미국의 핵 비확산 기조에 동조하며 끝났다. 반세기가 훌쩍 지났지만 한국의 핵무장 주장은 이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여전히 북한의 위협증가로 이어지는 대외정세 변화, 주한미군 철수로 인한 안보위기가 명분이다. 나 의원의 핵무장 주장 역시 “북핵은 고도화되고 있으며, 북·러 협력 등 국제정세도 대한민국 안보에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로 시작한다. 문제는 1960~1970년대는 눈앞에 당면한 위기에 대한 대처였다면, 2024년의 위협은 아직 도래하지 않은 위협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라는 점이다. 즉 만성적인 북핵 위협을 차치하면 아직 눈앞에 보이는 변화는 없다. 반면 핵무장으로 가는 길은 50여 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길이 됐다. 실제로 핵무장을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두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하나는 미국에서 트럼프가 재집권한 뒤 주한미군 철수 혹은 한국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방위비 증액을 요구할 것, 또 다른 하나는 국민이 NPT 탈퇴 및 핵무기 개발로 인한 국제사회의 제재, 압박을 정확히 인지하고 정부를 믿고 이 기간을 버티는 것이다. 이중 후자는 핵무장을 주장하는 정치인 중 누구도 말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현재 정치권에서 나오는 핵무장 주장의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 전략센터장에게 물었다. 정 센터장 역시 핵무장은 ‘트럼프가 재집권한다’는 가정에 기반하고 있음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바이든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핵무장에 필요한 조건 자체가 달라진다”며 “이 경우 자체 핵무장은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재집권에 성공한다는 첫 번째 가정하에 2기 행정부 구성에 관한 두 번째 가정이 붙는다. 미국 정부가 우선주의(고립주의)를 주장하는 인물들로 채워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 센터장이 주목하는 두 인물은 크리스토퍼 밀러 전 국방부 장관 대행, 엘브리지 콜비 전 미 국방부 전략·전력 개발 담당 부차관보다. 정 센터장은 “두 사람 모두 미국의 국방비 지출을 과도하다고 보고, 해외 주둔 미군을 축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한국의 자체 핵 보유에 대해서도 열린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과 같은 생각을 가진 인물들이 트럼프 2기 내각에 다수 입각한다는 가정하에 세 번째 가정이 붙는다. 트럼프 행정부가 실제로 주한미군 철수 혹은 감축, 한·미연합훈련 축소를 추진하거나 이와 관련한 비용을 한국 정부에 전부 청구한다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기본 가정이다. 진짜 문제는 다음부터다. 한국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와 방위비 분담금에 관한 협상을 하거나 자체 핵무장을 하는 것이다. 후자를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이 핵무장론자들의 생각이다. 그런데 이 단계를 지나면서 정 센터장과 보수 정치인의 핵무장 주장이 여전히 같은 궤도에 있는지가 불분명해진다. 핵무장을 주장하는 정치인 중 예상되는 문제에 관해 언급한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25일 부산 해군작전기지에서 미 해군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에 승선해 비행갑판을 시찰하고 있다./대통령실 제공 핵무장의 손익계산서 핵무장을 위해서는 가장 먼저 NPT 탈퇴와 핵무기 개발 과정에서 부과될 국제사회 제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미국만 승인하면 끝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는 유엔안보리 제재와 관련해서는 틀린 말이 아니다. 다만 중국이나 러시아, 이에 동조하는 세력의 독자 제재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게다가 미국이 ‘핵 비확산’ 기조를 깨고 한국만 특별 승인할지도 불분명하다. 한국의 주변국 역시 핵무장을 요구하는 ‘핵 도미노‘ 현상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이에 정 센터장은 이스라엘의 핵무장 과정을 따를 것을 충고한다. 핵에 관한 NCND(Neither Confirm Nor Deny·긍정도 부정도 아님) 방식을 통해 제재를 최대한 경감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미 이 방식은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이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만약 한국의 핵무장이 시작된다면 국민의힘 당론으로 공개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핵무장의 안보효과도 따져봐야 한다. 핵무장의 기본 가정은 트럼프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주한미군 감축 혹은 철수 요구에서 시작한다. 이는 역으로 핵무장이 주한미군 완전 철수의 명분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주한미군의 인계철선, 확장억제 등이 약화하는 방향이다. 지난 3년, 한·미 안보협력 강화를 최대 성과로 내세운 윤석열 정부의 국정기조와도 정확히 반대 방향이다. 게다가 핵은 안정-불안정의 역설을 만든다. 핵을 보유한 국가끼리는 핵전쟁을 피하는 ‘안정성’이 나타나지만, 국지 도발과 같은 제한적 도발은 오히려 증대되는 ‘불안정성’이 초래된다는 의미다. 안보상 역설은 이뿐만이 아니다. 핵 도미노 효과는 한반도를 둘러싸고 갈등하고 있는 주변국 모두가 핵을 보유하는 상황을 초래한다. 이는 안보가 강화된 것이 맞는지 근원적 의문을 만든다. 마지막으로 핵무장에 필요한 비용과 핵실험, 무기 보관 등에 사용할 장소 문제다. 예를 들어, 나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동작구을에 핵무장에 필요한 시설을 설치할 것이냐다. 원자력발전소, 사용후핵연료 처분장을 짓는 것조차 극렬한 반대에 직면한다. 선거를 앞두고 핵무장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 정도 예상되는 문제의 해결책도 함께 발표돼야 한다. 하지만 핵무장 주장 외에 예상 문제를 언급한 사례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다. 이준한 인천대 정외과 교수는 “핵무장을 국민의힘 당론으로 채택한다는 것은 여당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4월 미국과 직접 합의한 ‘워싱턴 선언’을 뒤집겠다는 의미냐”며 “미국이 ‘핵무장해라, 대신 주한미군은 전부 뺀다’고 해도 정치권이 기존 주장을 유지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핵무장 주장은 대통령 선거가 아닌 여당 당대표 선거에서 나오고 있다. 실현 가능성을 차치하더라도 설익은 논의로 핵무장을 웃음거리로 만드는 것은 피해야 한다. 정당이 감당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 특집
- “정치인으로 남은 11년…진영·이념 떠나 국민 삶의 질 위해 최선”(2024. 05. 06 06:00)
- 2024. 05. 06 06:00 정치
- 재선 성공한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 인터뷰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4월 27일 서울 마포의 지역구 사무실에서 주간경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정훈 의원실 제공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52)은 4년 전 21대 국회 개원을 맞아 주간경향이 만난 초선의원 10명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자신의 신분을 ‘입법노동자’로 규정하고 보좌진과 나란히 기자회견을 해 화제를 모았다. 당시 인터뷰에서 그는 “두 딸에게 기본소득이 실현된 세상을 물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4년이 지났다. 원내 소수정당 시대전환 의원에서 집권당 국민의힘 의원으로 처지가 바뀌었다. 지난 총선에서는 인재영입위원으로 활약했고, 총선 패배 후엔 총선 백서 기획단장을 맡았다. 지금 그는 지난 4년간 의정활동을 어떻게 평가할까. 그리고 또 앞으로 4년은 무엇을 이루고 싶을까. 지난 4월 27일 오후 서울 마포의 지역구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총선 백서 기획단을 맡으면서 ‘다시는 지고 싶지 않아서’라고 말했습니다. 이걸 보면 국민의힘 정체성을 명확히 한 것 같습니다. 총선 출마를 준비하면서 내걸었던 플래카드엔 ‘좌와 우를 넘어 앞으로!’라고 적었습니다. 진영을 넘어서자는 것이 목표였을 텐데 어느 한 진영에 서기로 마음먹은 겁니까. “지난해 가을 서울 마포 출마를 고민하면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플래카드를 걸어봤어요. 좌와 우를 넘어서야 한다는 건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번 총선 백서 TF 회의에서도 여러 이야기가 나올 겁니다. 첫 공개 회의를 앞두고 온라인 방에 ‘그냥 있는 걸 다 쏟아 내자’고 올렸습니다. 과연 우리의 정체성을 ‘보수=강남, 보수=영남, 보수=부자, 보수=남자’로 갈 거냐 아니면 확장할 것이냐 기로에 서 있다고 봅니다. 보수일 수도 있고, 진보일 수도 있다고 봅니다. 다만 우파냐 좌파냐 물어보면 저는 우파인 것 같아요.” -예전부터 그랬던 것 같습니까. “대한민국에서 사회주의보다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선택하는 것이 바르다고 봅니다. 하지만 보수냐 진보냐를 묻는다면 저는 보수나 진보는 아직도 수단이라고 생각해요.” -과거에 ‘나는 태도 보수’라고 말했죠. “네. 그래서 생활 진보라는 말도 했고요. 국민의 삶을 도와준다면 진보 의제도 거침없이 재해석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직 우리(국민의힘) 정강 정책에는 김종인 박사가 만들어놓은 그런 것들이 남아 있고요. 총선평가 백서에 얼마나 담길지 모르지만 전략으로서의 ‘확장성 실패’는 부정할 수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합당하면서 (국민의힘이 변화하도록) 수술칼이 되겠다고 말했는데 솔직히 마포 출마를 결심하고 준비하면서 ‘앞으로는 못 떠나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침, 점심, 저녁을 다 마포에서 먹었습니다. 되게 미안한 마음이었습니다. 수술칼 역할을 제대로 했나, 조정훈 때문에 우리 국민의힘이 확장했나, 이쪽 동네에서는 겨우 마포갑 하나 건진 거거든요. 이것 가지고는 정말 안 되겠다고 싶어 (총선 평가 기획단을 맡겠다고) 손들고 시작했습니다. 다들 말렸어요. ‘괜히 욕만 먹는다’, ‘가만히 있는 게 낫다’, ‘가만히 있어도 너한테 기회가 온다’면서요. 진짜 6·25 참전 용사 중에 동지들은 다 죽었는데 혼자 살아남았다는 느낌? 그 빚을 갚고 싶어서 시작했습니다.” -원래 우파였는데 ‘좌도 우도 넘어서 앞으로!’라고 할 때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라고 이해하면 되는 거죠. “그럼요.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국민의 삶을 위해서라면 모든 아이디어·정책·인물을 다 갖다 써야 한다, 국민의 삶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지킬 수 있는 이념이란 저는 없다고 봅니다.” - YS(김영삼)가 3당 합당에 참여하면서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던 것이 생각납니다. 과거 시대전환 시절엔 민주당에 대한 비판도 그렇지만, 국민의힘도 청산 대상인 주류 기득권 정당으로 보지 않았던가요. 그런데 기득권 정당의 일원이 돼서 내부 혁신이 가능하다고 지금은 판단하는 겁니까. “첫 시도는 시대전환의 자생 성장이었죠. 비유적으로 말하면 창업해서 한번 대박 내보려고 했는데 실패하고 대기업 경력직으로 들어간 거죠. 그걸 부정할 수는 없어요. 창업해서 실패한 경험, 아프죠. 같이 창업했던 동지들에게 미안하죠. 그 숙제와 빚은 제가 아마 평생 갖고 가야겠죠. 다만 그런데도 우리가 현실정치를 하기로 마음먹고 뛰어들었는데 우리가 생각했던 독자생존이 어렵다고 판단한다면 대안을 찾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 대안은 민주당보다 국민의힘이 공간과 확장의 가능성이 넓다고 판단했습니다. 그게 제 판단이고 시대전환의 판단이었습니다. 아직 결론은 안 난 것 같습니다. 제가 살아남았다고 성공했다 할 수 없고요. 앞으로 국민의힘에서 제가 어떤 역할을 하고 제가 속한 국민의힘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이제 진짜 저의 숙제로 풀어낼 시간이 온 것 같습니다.” -총선 때 이야기를 해보죠. 국민의힘 선거 기조 중 하나가 격차 해소였어요. 그런데 정권심판 바람이 불면서 그 기조가 날아가고 정권심판론 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으로 흘러가게 된 것은 아쉽습니다. 양당이 정책경쟁으로 갔으면 좋았을 텐데요. “정책경쟁으로 갔으면 우리가 이겼을 수도 있을 거라고 봅니다.” -왜 그렇게 봅니까. “왜냐면 야당은 업의 본질이 여당 비판이잖아요. 할 수 있는 것이 그것밖에 없으니까. 저는 여당으로서 또는 크게 봐서 정치,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업의 본질이 지역 주민 삶의 질을 개선하는 거라고 봐요. 그런데 상대방인 민주당 후보가 처음부터 끝까지 정권심판을 내세우면서 오히려 선명한 각이 만들어졌다고 봅니다. 물론 집권당 프리미엄을 우리가 잘 활용했는지는 평가를 해봐야겠지만요. 예컨대 메가시티 공약 같은 건 좀더 끌고 갈 수 있었습니다.” -메가시티 공약은 잘한 거로 생각합니까. “아이디어 자체는 굉장히 좋고 우리 당이 이건 계속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거 결과를 보면 해당 지역 주민에게도 지지받지 못한 공약 아닙니까. “맞아요. 원하는 지역부터 편입시키면 되죠. 싫다는 걸 억지로 할 필요는 없는데 진짜 아주 객관적으로 상당수가 서울 편입을 원하신다, 그럼 행정부를 맡은 정부가 마다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국민의 삶을 위해서라면 모든 아이디어·정책·인물을 다 갖다 써야 합니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총선과 같은 선거를 앞두고 내놓을 수 있는 전략이기는 한데 저 같은 일반 유권자 눈에는 이것이야말로 진짜 포퓰리즘 공약이거든요. 선거 표 의식해 막 던지는. “수도권 서울 편입이요? 저는 서울은 공공재라고 생각합니다. 서울 편입이 마포구에서는 그렇게 인기 있는 이슈는 아니었어요. 그럼에도 저는 지지했습니다. 모든 정책에는 피해를 보는 사람이 있게 마련인데, 저는 이걸로 피해 보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서울주민이 싫어한다는 건 정서적 자존심인데 이건 다른 방법으로 보듬어주면 되는 거고요. 또 경기도가 더 쪼그라든다고 하는데 지금 경기도는 너무 큽니다. 경기도는 민주당도 반으로 자르자면서요.” -경기북도를 만드는 논의가 진행 중이죠. “그 취지나 일부를 서울에 편입시키고 경기도를 균형 있게 하자는 거랑 똑같습니다. 방법론인데 저는 경기남도·북도는 행정가의 머리에서 나올 수 있는 최대치이고, 서울 편입은 정치가의 머리에서 나올 수 있는 최대치라고 생각해요. 이건 한번 끝장 토론해봤으면 해요.” -유세할 때 ‘앞으로 저에게 정치인으로서 생활은 11년 남았다’라는 말을 했어요. 딱 15년만 하고 접겠다는 말로 들리는데요. 세계은행에도 15년 다녔잖아요. 그렇게 인생 계획을 세운 겁니까. “이명박 대통령도, 노무현 대통령도 다 15년 하셨더라고요. 박근혜 대통령도 정확하게 15년입니다. 정치를 시작하고 집으로 돌아가기까지. 그래서 한 인간에게 15년 시간을 국가가 먹고사는 업에서 면제시켜줬다면 자기가 할 건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초선 당선인 인터뷰 때 국회의원은 입법노동자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했죠. “지금도 의원실 방에 그렇게 붙여놨습니다.” -실제 의원생활을 4년 경험해보니 달라진 건 없습니까. “처음엔 되게 힘들었어요. 마포에 출마 선언하면서 비례대표를 하면서 몰랐던 걸 하나 깨달았어요. 합당하면서 전략공천도 안 하고 경선 뛰고 진짜 할 것 다 했어요. 우리 인턴이 스물아홉 살입니다. 밤 10시에 법무부 실장에게 전화해서는 주기로 한 자료를 주지 않았다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법무부 실장이 그 소리를 다 들어주고 자료를 준 건 유권자 한 분 한 분의 권력을 우리가 수렴해서 4년 동안 아주 독점적이고 배타적으로 쓰는 거예요. 이건 굉장히 뭐랄까 어떻게 보면 숙연하기까지 한 과정이라고 봐요. 더 부담되는 건 저를 안 찍는 사람까지 제가 대표해야 한다는 거죠. 선거에서 599표 차로 이기니까 더더욱 절실하게 느낍니다.” -4월 5일 마포 유세 때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이렇게 지원 유세를 해요. ‘한동훈·조정훈이 맨 앞에서 눈보라, 화살, 폭풍 맞겠다. 서서 죽겠다.’ 실제 조 의원이 내놓은 정책과 과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추진했던 정책이 유사합니다. 조 의원이 ‘이민정책 톺아보기’ 세미나를 열면서 이민정책 컨트롤타워 이야기를 했는데 한 전 위원장도 장관 시절 이민청 설립 논의를 주도했습니다. 서로 공감하거나 공유하고 있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선거 끝나고는 통화한 적 없다면서요. “네. 선거 과정에서는 세 번 통화하고 본인이 비대위원장 사퇴하던 날에도 전화해서 ‘(당선) 축하한다. 고생했다, 좀 쉬어라’는 말씀을 했고 ‘곧 보자’고 했는데 아직 연락이 없네요. 그전에는 따로 아는 건 없었습니다. 대학도 다르고 살아온 궤적도 너무 달랐거든요. 법사위에 배정받았는데 저는 율사 출신도 아니지 않습니까. 도대체 뭘 할까 고민하다가 이민정책을 한번 해보고 싶었습니다. 제가 ‘글로벌 떠돌이’로 오래 살았고, 외국인 정책에 대해 농반진반으로 ‘새로 만들어질 이민청이 장관급이면 나는 무조건 간다’고 했습니다. 솔직히 국회의원 떨어지면 이민청에 가고 싶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저는 확신범입니다. 이건 제가 한동훈 위원장을 설득했죠. 국정 현안 질의 때 다른 사람들은 다 공수처·김건희 특검 이야기할 때 뜬금없이 이민청 이야기를 했어요. 뜻밖에 잘 받아줘서 이민정책에 대한 TF를 만들었죠. 계속 그 자리를 통해 몇 번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민정책, 그러니까 국익 중심의 이민정책과 글로벌 시민의 의무 충돌을 우리가 어떻게 관리할 거냐, 그런 논의를 했죠.” -국민의힘 당선인 중엔 사실 ‘친윤’은 있어도 ‘친한(동훈)’, 그러니까 ‘나는 한동훈 쪽이다’라는 것을 내놓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생각이 비슷하다면 서로 받쳐줄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그럼요. 가는 길이 비슷하다면, 우리 세대가 그래요.” -그렇습니까. “비슷한 면이 있죠. 우리 세대가 가질 수밖에 없는 무게감이랄까요. 우리 세대는 아마 선배들 세대보다 정치의 기간이 짧을 겁니다. 짧아야 하고. 우리도 길게 가자고 한다면 이제 환갑이나 돼야 정치를 시작할 수 있을 겁니다. 짧게, 그 대신 굵게 우리의 의제를 실천하고 물려주자, 그런 면에서는 맞아요. 그런데 우리 세대는 선배들 세대처럼 막 모이면 조직도 만들어야 하고 회장·부회장·총무 뽑는 게 아니라 그냥 번개 모임이에요. ‘번개’니까 못 나와도 쿨해요. N 분의 1씩 나눠 내는 것도 쿨한 태도이고. 그래서 이렇게 무슨 ‘친한’이 돼서, 또는 ‘친조(조국)’가 돼서 우리 그룹을 만들자, 이런 주장엔 알레르기 반응을 다 일으키지 않을까요. 그래서 아마 이슈별로 블록을 만들어서 움직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조정훈 의원실 제공 -지난해 3월에 대표발의한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 그러니까 ‘최저임금 적용 없는 월 100만원 외국인 가사 도우미’ 법안은 21대 국회가 마무리되면 자동 폐기되겠죠. “그러겠죠. 외국인 가사도우미는 조금 다른 거예요. 이건 이제 동일 노동 차별 임금으로 가자는 것이 아니라 최저임금을 직종별로 조금 다르게 하자는 겁니다. 이거는 ILO(국제노동기구)에서도 허용하거든요. 우리나라의 특정 법도 허용합니다. 직군에 따라 지금 최저임금보다 더 줘야지만 사람을 구하는 데도 있고 아닌 데도 있어요. 이걸 바꾸자는 거죠. 이미 ILO도 지역·직군별로 임금을 차별화할 수 있게 하고 있어요. 그런데 우리는 그걸 안 하거든요.” -국회 전문위원의 법안 검토보고서를 읽어보니 국회 입법전문위원이 ‘국적에 따라 근로조건 차별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및 ILO 협약에 상충할 우려’와 ‘최저임금제도가 도입된 OECD 국가 중 그 사례가 없다’라는 의견을 제시하는데 그게 아니라는 말이네요. “국적에 의한 근로조건 차별 금지에는 상충할 우려가 있어요. 그런데 제가 주장하는 건 직종별로 최저임금을 달리하자는 거죠. 최저임금제가 도입된 OECD 국가에서 외국인 임금이 최저임금 밑으로 내려간 적 없다는 건데 이것도 잘못된 것이 앞에 단일 최저임금제도라는 전제가 빠져 있어요. 그런데 우리가 주장하는 건 단일이 아닌 다양한 다중 최저임금 제도로 가자는 거예요. 그래서 특정업종은 더 높이고 특정 업종은 필요하면 낮추는….” -싱가포르 같은 경우 OECD 국가에 포함 안 되나요. “OECD 국가죠. 그런데 최저임금이 없어요.” -그래서 필리핀 가사노동 인력을 많이 데려올 수 있는 거군요. “ILO 협약에 가입한 나라가 그렇게 많지 않아요. 우리는 가입했죠. 일본도 가입 안 했어요. 거기서 탈퇴하자는 주장은 아니에요. 그러면 진짜, 진짜 보수우파겠지요. 그 틀 안에서 제도를 바꾸자는 겁니다.” -22대에도 다시 발의할 겁니까. “그럼요. 무조건.” -처음 국회에 비례연합 공천으로 들어갔습니다. 민주당 행태에 대한 비판과 별도로 국민의힘을 선택한 것이 유권자 입장에서는 배신이 아닌가, 이런 생각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텐데요. “당시 더불어시민당을 찍은 유권자분들에 대해서 죄송한 마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선거하면서 경의선 숲길에서 저를 만나 그런 이야기를 하는 분들이 있었어요. 심한 말씀을 하는 분도 있었고요. 저는 그냥 다 묵묵히 받아들였습니다. 죄송하다고 했고, 대신 좋은 정치하겠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러면 ‘뭐 필요 없다’고 가는 분도 있고 ‘내가 지켜볼 거야’라고 하는 분도 있었어요. 정치인에게 진영을 옮긴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죠. 그런데 저는 제3지대에서 보수로 간 거지 진보에서 보수로 간 건 아닙니다. 그동안 제가 이 질문을 얼마나 많이 받았겠습니까. 다시 말하면 저는 우파인 것 같아요. 좌파는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보수·진보는 제가 앞으로도 넘나들 것 같아요. 제가 건드리지 못할 의제는 없다고 생각해요.”
- [만나고 싶었습니다](3)“분노만 부추기는 정치인 막말, 우려스럽다”(2024. 01. 05 13:00)
- 2024. 01. 05 13:00 정치
- 강상구 노회찬정치학교 교장 강상구 노회찬정치학교 교장/강상구 제공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의 말이 쏟아지지만, 상대를 향한 ‘분노의 막말’과 실체 없이 텅 빈 ‘좋은 말’들은 유권자들의 귀에 가 닿지 못한다. 강상구 노회찬정치학교 교장은 “(막말은) 일종의 ‘매운맛’ 중독이다. 그런 말들이 쌓이고 쌓여 물리적인 폭력으로까지 연결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회찬의 말’이 있던 시기에는 막말의 바다 속에서도 사람들이 바라볼 수 있는 ‘부표’ 같은 게 있었다. 지금은 그게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 교장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말해 논란이 된 ‘동료 시민’에 대해서는 “좋은 의미의 말이 ‘한동훈’이라는 메신저에서 나오자 사람들이 색안경을 끼고 볼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며 “그 색안경은 사람들이 알아서 낀 게 아니라 한 위원장이 나눠준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좋은 말’의 의미가 정치인의 삶의 궤적과 일치할 때만 그 말에도 힘이 생긴다는 뜻이다. 강상구 교장은 2019년 <노회찬의 말하기>(이음), <언제나, 노회찬 어록>(루아크)을 출간했고 지난해 11월에는 노회찬재단에서 ‘약자들의 무기, 노회찬의 말하기 교실’을 진행했다. 연 1회로 기획됐던 강의는 문의와 요청이 잇따르면서 곧 2기 강의 개설을 앞두고 있다. 연 7회로 일정도 대폭 늘어났다. 강 교장은 “노회찬의 말이 주는 후련함은 지금 양당 정치세력의 극단적 지지자들만 열광하게 하는 후련함과 달랐다. 평범한 국민, 사회적 약자들이 ‘내가 주인이구나’라고 알게 되는 후련함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3일 서울시 구로구 천왕동에서 강상구 노회찬정치학교 교장을 만났다. -정치인 고(故) 노회찬 전 의원의 말에 주목하는 이유는. “정치인의 말은 공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정치인의 말’이라고 하면 ‘막말’이 떠오를 정도로 경쟁세력에 대한 분노만 부추기는 말이 너무 많다. ‘막말’은 지지자를 결집하는 데 효과적이다. 또 막말의 강도가 높아질수록 극렬 지지세력의 반응도 더해진다. 일종의 ‘매운맛’ 중독이다. 그런 말들이 쌓이고 쌓여 물리적인 폭력으로까지 연결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또 거대양당 간 막말을 앞세운 싸움 속에서 비정규직, 기후재난, 소수자의 권리 등 약자들의 시급한 문제들은 실종된다. ‘노회찬의 말’이 있던 시기에는 막말의 바다 속에서도 사람들이 바라볼 수 있는 ‘부표’ 같은 게 있었다. 지금은 그게 보이지 않는다. 막말 중독에 해독제가 없는 셈이다. 정치인의 말이 정쟁의 도구, 차별·혐오의 도구가 된 상황에서 말을 평등의 도구, 풍자의 도구 나아가 약자의 무기로 썼던 노회찬의 말에 주목하는 이유다.” -노회찬 의원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국면에서 치러진 17대 총선을 앞두고 방송사 토론에 나서면서 대중에게 각인됐다. 양당체제를 비판하며 ‘50년 동안 똑같은 판에다 삼겹살 구워 먹으면 고기가 시커메집니다. 판을 갈 때가 왔습니다’라고 말한 일은 지금도 유명하다. ‘판갈이론’은 이전부터 있었는데, 유독 노 의원의 말이 큰 화제가 됐던 이유는 뭘까. “‘삼겹살 불판’은 ‘정치치제를 바꾸자’는 말이다. 어려운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일상에서 쓰는 말들도 아니었다. 노 의원이 ‘삼겹살 불판’이라는 친숙한 재료를 사용해 메시지를 담아냈기에 화제가 될 수 있었다고 본다. 물론 비유 자체의 신선함만으로 사람들이 그렇게 오래 기억하지는 않는다. 철학이 없는 비유는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당시 노 의원은 ‘삼겹살 불판’만이 아니라 국민의 시선, 사회적 약자들의 시선에서 새로운 논리, 신선한 비유·풍자 등을 종합적으로 제시했다. 이를 통해 노 의원은 ‘TV 보고 계시는 국민 여러분이 정치의 주인이다’라는 메시지를 주었다. 예를 들면 당시 법원은 2002년 한나라당이 LG그룹으로부터 150억원이 실린 2.5t 탑차를 불법 정치자금으로 받은, 일명 ‘차떼기’ 사건 판결에서 재벌 총수, 국회의원의 형을 감경해줬다. 노 의원은 이에 대해 ‘국회의원은 3선 의원이므로 형을 낮춘다. (재벌 총수는) 한국경제에 오랫동안 이바지한 바가 크므로 낮춘다. 다 그런 식이에요. 국가 경제를 위해 30년 동안 노동자로 일해왔기 때문에, 지난 25년간 농사짓느라고 땀 많이 흘렸기 때문에 형을 경감한다, 이런 판결 있습니까? 없잖아요’라고 말했다. 생전 처음 듣는 논리였지만, 이 발언으로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해야 하나, 만 명만 평등한 대한민국’의 현실을 드러냈다. 동시에 노동자와 농민, 사회적 약자들, 소위 힘없고 백없는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올려놓았다. 그 외에도 많다. 토론회에서 한나라당, 열린우리당, 민주당, 자민련 의원들이 서로 발언하겠다고 나섰다. 사회자가 이를 제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자 ‘밖에서는 국민을 괴롭히더니, 안에서는 사회자를 괴롭히네요’라고 말해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함께 후련함을 남겼다. 이 후련함은 양당의 정치세력이 할 말 못할 말 다하면서 극단적 지지자들만 열광하게 하는 지금의 후련함과는 다르다. 평범한 국민, 사회적 약자들이 ‘내가 주인이구나’,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바로 저거였어’라고 알게 되는 후련함이다. 당시 토론을 보던 국민 입장에서는 명절도 아닌데 종합선물세트를 덜컥 받은 느낌이었다. 한 번도 보지 못한 구성품이 가득했고, 그 구성품 하나하나가 국민의 목소리 그 자체였기 때문에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노회찬의 말’이 있던 시기에는 막말의 바다 속에서도 사람들이 바라볼 수 있는 ‘부표’ 같은 게 있었다. 정치인의 말이 정쟁의 도구가 된 상황에서 말을 평등의 도구, 풍자의 도구 나아가 약자의 무기로 썼던 노회찬의 말에 주목하는 이유다.” -노회찬 의원 말의 원천, 철학은 무엇이었나. “‘노회찬의 말’의 근원은 ‘약자와 함께하는 철학’이다. 말로만 약자를 위하는 것과 실제 그런 철학을 지니고 사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예를 들어 최근 한동훈 위원장의 ‘동료 시민’이라는 말이 논란이 되고 있다. ‘시민’의 사전적 의미는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정치적 권리를 갖고 있는 주체’다. 만약에 노 의원이 ‘동료 시민’이라는 말을 썼다면 모두 수긍했을 것이다. 한 위원장도 ‘동료 시민’의 뜻을 지식의 수준에서는 이해하고 있겠지만,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은 다르다. 좋은 의미의 말이 ‘한동훈’이라는 메신저에게서 나오자 사람들이 색안경을 끼고 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그 색안경은 사람들이 알아서 낀 게 아니라 한 위원장이 나눠준 것이다. 대다수의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많은 정치인이 ‘공정’, ‘평화’, ‘상식’ 등의 좋은 말을 하지만, 그들은 그런 말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 ‘좋은 말’이 뻔하고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노회찬 의원은 ‘뻔한 말’을 실제 삶에서 구현하려 했던 사람이다. 노 의원은 어떤 원칙을 가졌기에 그렇게 살게 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저야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살았을 뿐이에요. 어려움이 예상되더라도 옳다고 믿으면 행하라, 이렇게 교과서에서 배웠지 옳은 건 옳은 것이지만 대충 불리할 때는 뒤로 빠져라, 그렇게 가르치는 선생님은 한분도 안 계셨습니다.’ 교과서가 ‘뻔한 말’의 잔칫상 같은 것 아닌가. 그 말을 보고 진짜 삶을 그렇게 살아버린 것이다. 노회찬 말의 힘은 ‘말 아닌 것의 힘’ 바로 삶에서 나왔다.” 2017년 2월 노회찬 당시 정의당 원내대표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회찬의 말’과 일치되는 정치인 노회찬의 궤적을 소개해 달라. “‘투명인간’으로 불렸던 분들과 늘 함께했다. 2009년 쌍용자동차정리해고 반대투쟁, 용산참사 현장 등 긴급한 필요가 있는 현장에 항상 함께했다. 국회의원으로서 발의한 법안을 살펴보면 더욱 그렇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2021년 제정됐지만, 2017년 4월 노 의원이 사회운동 연대단체와 함께 준비해 발의한 ‘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 책임자 처벌에 관한 특별법안’이 그 토대였다. 2007년에는 민주노동당 민생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법제화를 위한 운동을 해 전국의 영세자영업자들로부터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당시 노 의원은 신용카드사들이 대형 유통업체에는 낮은 수수료를 받으면서 중소상인들에게는 폭리를 취하는 행태를 지적했고, 2007년 11월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가 대폭 인하됐다. 이 노력은 굉장히 오랫동안 지속돼 2018년 ‘중소자영업자의 신용카드 우대수수료율 적용확대를 위한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 발의로 이어졌다. 차별과 혐오에 맞선 싸움도 중요했다. 2005년에는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을 발의했고, 2007년 통과됐다. 2006년에는 ‘성전환자의 성별 변경 등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고, 2008년에는 차별금지법을 발의했다. 차별금지법에는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등을 이유로 한 정치적·경제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 금지’가 포함돼 있다. 노 의원은 차별금지법이 통과되지 못한 것을 두고 ‘우리의 민주화가 절반밖에 안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회찬의 말하기 특징으로 ‘선명하게 말하기’, ‘쉽게 말하기’, ‘친절하기 말하기’, ‘재미있게 말하기’, ‘통쾌하게 말하기’ 등을 꼽았다. “앞의 세 가지는 ‘말의 철학 및 자세’와 관련된 것이다. 뒤의 두 가지는 ‘말의 기술’에 대한 것이다. 흔히 노회찬 의원을 떠올리면 ‘말의 기술’을 주로 떠올리지만 이는 수면 위에 올라온 것이고, 수면 아래에는 ‘말의 철학 및 자세’가 거대하게 자리하고 있다. ‘선명하게 말하기’는 과격하거나 거칠게 말하는 것과 다른데 어느 당을 막론하고 이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듣는 사람에게 잘 들려야 선명한 거다. 노 의원은 “정치를 배달증명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자신의 뜻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에게도 자신의 말이 쉽고 일상적으로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또 ‘내가 한 말은 이미 누가 한 말이다’라는 말도 했다. 말의 창조자이면서 동시에 수집가였는데, 평범한 사람들의 말을 경청하며 ‘말의 재료’를 건져 올리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책에서 본 말을 읊조리는 게 아니라 자신이 대변해야 하는 사람들의 말을 하는 게 정치인의 기본이다. 쉽게 말할 수 있는 비결이었다. 노 의원의 말 중 요즘 같은 때 소개하고 싶은 재미있고 통쾌한 말이 있다. 2004년 민주노동당이 중국 건국 55주년 기념 리셉션에 참여했을 때, 방중을 비판하는 당원들도 있었다. 중국공산당의 천안문 사태 무력 진압, 티베트 인권 탄압 때문이었다. 당시 노 의원은 ‘외교는 사교가 아니다’라고 말했는데, 맥락은 조금 다르지만 요즘 딱 들어맞는 말 같다. 또 ‘대다수 국민에게는 대한민국이 험지입니다’라는 말도 했다. 선거철에 정치인들이 당선 가능성만을 두고 ‘험지냐 아니냐’를 따지는데, 많은 국민은 대한민국에서 학교 다니기 힘들고, 취업하기 힘들고, 아이 키우기 힘들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정치인의 말하기가 점점 ‘토론 배틀’처럼 돼가는 경향이 있다. “정치세력 간에 전쟁하듯 싸우지만, 거기에는 진짜 삶 속에서 전쟁을 치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없다. 정치라는 무대에 선 ‘잘난 자들’끼리의 격투기에 불과하다. 노회찬 의원은 정치라는 무대 위에 ‘무대 밖의 프레임’을 갖고 왔다. 관중으로 머물기를 강요당한 사람들에게 목소리를 주는 일이었다. 예컨대 노 의원은 한 인터뷰에서 ‘306세대’를 언급했다. ‘386(3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세대’라는 말에는 대학에 다녔다는 의미가 들어 있지만, 그 세대 중에는 대학에 가지 않은 사람이 사실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국회의원, 재벌 감형’ 비판도 마찬가지다. 이런 프레임이 신선하게 보이는 건 한국 정치의 주류에게는 없는 사고의 틀이기 때문이다. 노 의원은 단지 토론에서 이기는 것, 타당을 비판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이 이기는 것, 기존 양당제의 폐해를 넘어 새로운 정치체제로 나아가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 토론에서도 ‘무대 밖의 프레임’을 견지했다.” -총선을 앞두고 노회찬 의원을 언급하는 정치인이 많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도 ‘함께할 수 있는 스펙트럼은 노회찬의 정의당까지’라고 말했다. “여성에 대한 혐오에 기반해 정치적 자산을 쌓은 게 이준석 전 대표다. 노회찬 의원이 최초로 발의한 법안이 ‘호주제 폐지 법안’이었다. 3월 8일 여성의날마다 장미꽃을 나눠줬다. <82년생 김지영>(조남주·민음사)을 읽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권했고, 조남주 작가와의 대화에서는 ‘차이를 차별로 만드는 야만으로부터 탈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야만에 편승했던 게 이 전 대표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노회찬의 정의당’까지 함께할 수 있다니. 그동안의 과오를 반성하겠다는 뜻인가. 그런 거라면 부끄러워 말고 솔직히 말하길 바란다. 노회찬 의원이 계셨더라면 ‘정상참작’을 해보겠다거나 ‘성평등 세상으로의 귀순을 환영한다’고 했을 수도 있다. 그런 게 아니라면 이 전 대표가 아무리 김칫국을 마셔도 노회찬 의원이 떡 줄 생각을 했을 리가 없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의 말이 쏟아진다. 정치인의 말은 어떠해야 할까. “정치인의 말이 한 사회에 모범이 돼야 하는데, 지금은 정치권이 말의 우범지대가 됐다. 정치인의 말이 사회변화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또 지금 정치인들의 말은 그저 정쟁의 수단이다. 일례로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취임사에는 복수심만 가득했다. 민주당 싫은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새로 뽑힌 운전사가 보복운전을 다짐하면 되나. 국민을 안전하게 목표지점으로 모시고 갈 생각 같은 건 없나. 노 의원은 ‘분노는 뜨겁지만 물도 끓일 수 없다’고 했는데, 이런 식의 분노가 제일 하찮은 분노다. 세상의 변화나 시민들의 삶에 대한 비전을 두고 벌이는 경쟁은 불가능한가. 예를 들어 주요 정치인들이 기후재난 대책을 놓고 격론을 벌이는 일을 본 적이 없다. 그런 걸 좀 해보자. 끝으로 품격 있고 세련되게 말하자. 위트가 가미되면 더 좋다. 예를 들면 이렇게 말이다. 2018년 정의당 신년인사회 때 노회찬 의원은 ‘포복절도의 한 해를 만들겠습니다’라고 했다. ‘가득 찰 포(飽), 배 복(腹)으로 배를 가득 차게 만들고, 절도(絶盜)는 도둑을 근절하겠다는 의미’라면서 ‘민생을 챙기고 세금도둑, 양심도둑을 근절하겠다’고 말했다. 올해가 진짜 그런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
- 만나고 싶었습니다
- [정봉석의 기후환경 이야기](8)오염수 논쟁, 과학인가 정치인가(2023. 07. 14 11:20)
- 2023. 07. 14 11:20 경제
-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로 방사능 누출 사고가 일어났던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2019년 2월 18일 방사성 오염수를 저장해놓은 탱크가 줄지어 늘어선 모습이 보인다. / 로이터연합뉴스 2011년 3월 11일 일본 산리쿠 연안 태평양 앞바다에서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다. 규모 9가 넘는 거대지진으로 동아시아 국가 사상 역대 최대의 해저 지진이다. 바다에서 발생한 거대지진은 곧바로 강력한 쓰나미를 발생시켰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 두 차례의 쓰나미가 덮쳤다. 이 사고로 원자로 3기가 녹아내렸다. 운영자들은 녹아내린 연료를 식히기 위해 바닷물을 원자로에 주입했다. 12년 지난 지금도 계속되는 냉각 과정에서 매일 130t 이상의 오염수를 발생시킨다. 사고 이후 130만t이 넘는 핵폐수를 수거·처리해 원전 내 탱크에 보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더 이상의 탱크 저장 공간이 없기에 태평양에 방류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한다. 일본은 삼중수소라는 방사성 동위원소와 다른 방사성 물질 미량이 포함된 폐수가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2023년 7월 4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관련 최종보고서를 발표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보고서 서문에서 “일본이 선택한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 오염수 방류에 대한 접근 방식과 활동이 국제적인 안전 기준과 일치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이를 근거로 올여름 안에 방사성 물질 오염수를 30~40년 동안 바다로 방류하는 작업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오염수 방류에 대한 과학 논쟁 이 오염수 방류를 놓고 과학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몇몇 언론과 정치인들은 IAEA는 국제적으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과학기구이기에 IAEA 보고서의 내용을 믿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학적 사실을 정쟁 도구로 쓰지 말라고 조언한다. 일본과 IAEA의 주장은 과학적으로 맞는가? 그들의 주장이 과학적이지 못한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IAEA는 원전 오염수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데 한계가 있다. IAEA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권장”하는 국제기구다. 동시에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군사 목적에 원자력이 사용되는 것을 억제하는 사찰기구다. 따라서 순수한 과학적 목적으로 이뤄진 기구가 아니다. 동시에 원전 사업자들과 특수한 이해관계를 가지며 원전 사업의 확장을 추구한다. 이는 마치 설탕 사업자들이 모인 에이전시(Agency)가 설탕 회사가 만든 설탕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것과 같다. 아무리 설탕의 안전성을 정확하게 검사했다고 해도, 그 에이전시의 이해관계상 설탕의 검사결과에 의심의 눈길을 없애기 어렵다. 둘째, 일본과 IAEA의 주장이 과학적이라는 것에는 보편성의 문제가 있다. 어떤 결과가 과학적이라고 주장하려면 그 과정과 방법이 보편적이어야 한다. 누구든지 그 과정을 똑같이 따랐을 때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과학의 재현성이라 하고, 과학적 방법의 황금률이자 초석으로 여겨진다. 어떤 과학자가 자신이 발견한 장치나 방법으로 어떤 효율의 성능을 가졌다고 주장하려면 다른 이가 같은 장치나 방법으로 실험했을 때 같은 효율의 정량적 성능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그 주장에 보편성이 있다. 현재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는 일본업체가 만든 ALPS라는 장비에 의존하고 있다. IAEA에서 제공된 자료에 따르면 ALPS는 직렬로 연결된 여러 개의 필터를 오염수가 통과하는 형태다. 단계별로 특정 물질에 해당하는 흡착 물질을 사용해 거르는 구조로 돼 있다. 또한 ALPS는 삼중수소는 거르지 못하고 그대로 통과되는 것으로 발표됐다. 보도된 자료에 따르면, 이 오염수 처리 설비가 구체적으로 어떤 필터 구조를 가지고 동작하는지, 어떤 오염 물질을 어떻게 흡착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공개돼 있지 않다. 따라서 ALPS는 아직 과학적으로 증명된 장비라고 보기 어렵다. 더군다나 ALPS는 운행 중 처리수 누출사고, 오작동에 의한 긴급정지 사고 등이 있었다. 그리고 농도가 높은 오염수를 처리할 때 위험물질이 제대로 걸러지지 않았다고 도쿄전력도 인정했다. 도쿄전력은 농도가 높은 오염수의 경우 ALPS를 여러 차례 거칠 것이기에 오염수를 안전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나는 그들의 주장을 믿고 싶다. 그 장치가 정말 그렇다면 130만t이 넘는 핵폐수 문제를 풀어가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이 과학적이라는 논리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아직 구체적인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고, 이해관계가 없고 객관적인 제삼자의 정량분석을 실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셋째, 일본은 ALPS로 걸러지지 않는 삼중수소는 기준치 이하로 묽게 희석해 바다로 방류하면 괜찮다는 입장이다. 방사성 핵종의 해양 확산 시뮬레이션 결과를 근거로 오염수가 방류돼도 주변 국가에 끼칠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해양 확산 시뮬레이션은 그러나 어렵고 여러 가정-예를 들어 초기조건, 경계조건, 모델 단순화-이 많이 포함된다. 이는 시뮬레이션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시뮬레이션 결과를 과학적으로 정량하기 위해서는 이해관계가 없는 전문가의 검증과정이 필요하다. 또 시뮬레이션 결과가 증명되기 위해서는 실제 현장 결과치와 비교하는 모델 검증과정을 거쳐야 한다. 무엇보다 희석이 해결책이라는 현 시뮬레이션 분석은 유기 결합, 생물 축적 및 생물 농축의 생물학적 과정과 지역 해저 퇴적물에 축적되는 현실을 무시한다. 축적된 폐냉각수에 포함된 방사성 핵종 대부분은 반감기가 수십 년에서 수백 년에 이른다. 그 해로운 영향은 조개, 굴, 게, 랍스터, 새우, 생선 등 같은 해양생물에 미치고 그 해양생물을 섭취하는 사람들의 DNA 손상과 암 위험 증가에 이른다. 이를 어떻게 검증할 것인가. 이런 이유로 미국해양연구소협회(NAML)는 오염수 방류 계획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해양연구소협회는 ALPS가 오염수에 존재하는 60여 가지의 방사성 핵종을 거의 완벽하게 제거했다는 중요한 과학적 데이터가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희석이 오염의 해결책이라는 가정은 가장 큰 생물학적 자원을 보유한 태평양을 위협하기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과학을 벗어나는 문제 무엇보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는 과학의 영역을 벗어나는 문제를 가진다. 일본의 선례로 한국과 서해를 공유하는 중국에서 비슷한 경우로 오염수를 방류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일본 역시 1993년 러시아 해군이 방사성 폐기물을 동해상에 방류했을 때, 이웃 국가는 물론 세계적으로 심각한 환경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항의했다. 그 결과로 1996년 런던협약이 개정돼 핵폐기물의 해양투기 금지를 더욱 강화했다. 과학적으로 오염물질의 농도가 얼마 이하라고 말하는 것과 그것을 바다에 방류해도 괜찮은가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는 일본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정치·외교적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IAEA 최종보고서가 나오기 전 일본 정부는 IAEA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발표했다. 역설적으로 IAEA 최종보고서 첫 장에는 IAEA와 회원국은 이 보고서의 사용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결과에 대해 어떠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리고 핵폐수 처리수의 방출은 일본 정부의 국가적 결정이고, 이 보고서가 그 결정에 대한 권고나 지지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서로에게 책임을 넘기고 있다. 서로가 책임지지 않으려는 이 전대미문의 결정을 어떻게 과학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서로가 판도라의 상자를 넘기고 있다.
- 정봉석의 기후환경 이야기
- [오늘을 생각한다]정치인, 정치질, 정치세력화(2023. 05. 26 11:00)
- 2023. 05. 26 11:00 오피니언
- 애먼 사람들이 ‘진보’나 ‘정치인’을 자처하자, 그 의미도 붕괴했다. 코인 투기를 통한 사익추구에 몰두하는 정치인, 위성정당을 통해 여의도에 입성한 후 반성 없이 기생 전략을 지속하는 정치인, 걸핏하면 소리나 지를 뿐 부자들의 이익에만 관심 있는 정치인 등이 우리 시대 ‘정치인’의 표상이다. 최근 급증한 무당층 여론이 여느 때보다 이해되는 요즘이다. ‘진보’의 표상 역시 사모펀드에 투기하는 56억원 자산가나 코인 투자에 심취한 정치 인플루언서들이 거머쥔 듯하다. 이들은 문제해결 과정에서 실력을 검증받는 것이 아니라 관심경제에서 ‘좋아요’를 받고 주목받는 일에 단련돼 있다. 거칠게 말할수록 “용기 있다”고 칭송받는 일에만 심취할 뿐, 우리 사회가 넘어서야 할 통념과 난제, 평범한 사람들의 힘겨운 현실을 바꾸는 일에는 도전하지 않는다. 과학적 근거 없이 음모론에 집착하거나 ‘내로남불’ 논리를 설파할 뿐이다. 정치에 대한 정의는 저마다 다르다. 막스 베버는 “국가의 운영 또는 이 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활동”이라 했고, 이스턴은 “권위 있는 가치 배분 행위”라고 폭넓게 가리켰다. 최근 들어 많이 인용되는 것은 “정치적인 것은 적과 동지를 구별하는 것”이라는 칼 슈미트의 말이다. 서바이벌예능 프로그램에서 ‘정치질’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쓰는 출연자들은 그런 의미를 가장 노골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듯하다. 하긴 정치인 명함을 단 이들을 보고, ‘정치질’이란 말을 떠올리지 않기란 어렵다. 문제는 ‘정치질’을 의심 없이 체현하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 ‘사회’를 향한 공격이 거리낌 없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어차피 세상이 승자독식과 권모술수로 가득한 ‘정치질’에 의해 지배되는 것이라면, 흔쾌히 자신도 그걸 피하지 않겠다는 현실순응의 논리가 내재해 있다. 모두가 같은 길을 걸어오진 않았다. 좁고 오래된 길도 있다. ‘내로남불’을 택한 이들보다 더 많은 사람은 시민사회운동의 현장으로 뛰어들어 영혼마저 갈아넣으며 싸우고 있다. 또 어떤 사람들은 돈 없고 배경 없는 노동자들에게 ‘권력’이 필요하다고 여겨 노동운동의 현장에서 삶을 바쳤다. 최근 그 활동가들이 잃어버린 ‘정치세력화’의 길을 고민하고 논쟁 중이다. 정치가 이렇게 엉망인데, 뭘 어떻게 세력화한다는 걸까? 준비도 안 된 소수정당들을 억지로 합친다고 해결될까? 제3지대에서 엘리트들을 모은다고 가능할까? 그럴 것 같진 않다. 결국 정치세력화는 기성 정치인들의 ‘정치질’과는 완전히 다른 길이어야 한다. 일단 그것은 부익부 빈익빈 사회를 바꾸기 위한 구체적 행동의 여정에서 시작해야 한다. 권리를 빼앗긴 사람들, 오직 몸뚱이 하나로 일하며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 ‘깡통전세’로 고통받는 피해자들, 장시간 노동과 실업난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권리를 회복하고, 함께 잘살기 위한 크고 작은 행동의 연합이다. 이제 비관과 냉소는 질린다. 거대 양당의 이전투구에 이입하고 싶지도, 내 삶에서 ‘정치질’을 하고 싶지도 않다. 내 삶에서부터 ‘정치세력화’를 시작하자.
- 오늘을 생각한다
- [시사 2판4판]민생 챙기느라 정치인 발언 모르고…(2022. 08. 19 11:57)
- 2022. 08. 19 11:57 정치
- 시사 2판4판
- [이기중의 복잡미묘](10)법조인과 정치인은 상극이다(2022. 01. 03 13:34)
- 2022. 01. 03 13:34 사회
- 법과 정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법치주의는 근대 민주주의 국가 원칙 중 하나이고, 정책은 입법을 통해 구현된다. 법을 다루는 법조인 출신 정치인이 많은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근대 민주주의의 기초가 된 사건으로 평가되는 프랑스 혁명을 이끈 로베스 피에르도 변호사 출신이었고, 미국 역대 대통령 45명 중에는 링컨부터 바이든까지 무려 26명이 법조인 출신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노무현·문재인 두 대통령이 법조인 출신으로 대통령은 많이 배출하지 않았지만, 국회의원 중 상당수가 법조인 출신이다.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법을 다루는 법조인이 법을 다루는 국회의원을 잘할 것 같지만, 한편으로 법조인과 정치인은 상극이기도 하다. 재판은 과거의 일을 다루고 정치는 미래의 일을 다룬다. 재판은 승소냐 패소냐가 명확히 갈리는 일이지만 정치는 타협을 근간으로 한다. 법은 명확성의 원칙을 따라야 하지만, 정치는 회색지대의 일을 다룬다. ‘정치의 사법화’는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이다. 정치의 영역에서 경쟁과 타협, 여론의 심판에 따라야 할 일을 법정으로 가져가 결정하는 일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정치의 사법화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말이 ‘불법은 아니다’라는 말이다. 정치인은 때로 자신의 권한 밖의 일이나 도덕성의 문제, 기존 법 테두리 안에서의 편법과 특권에 대해서도 여론의 눈치를 보고 사과하지만, 법조인은 불법인지 아닌지를 따진다. 시사프로그램은 정치인이 되고 싶은 법조인들과 법조인이었던 정치인들이 넘쳐난다. 조국 사태 이후 정치평론은 형사법 절차에 대한 논쟁과 재판 평석이 됐고, 그후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갈등, 검찰의 고발사주 의혹, 대장동 사건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누가 유죄인가’를 가리는 싸움이 돼버렸다. 최근에는 이재명 후보의 아들과 윤석열 후보의 부인이 불법행위를 저지른 혐의가 대선판의 주요 이슈다. 역대 대선에서도 후보의 도덕성 문제가 이슈가 됐고, 상호 간 고소고발도 있었지만, 이렇게 모든 이슈가 법적 문제로 귀결되는 대선은 처음이 아닌가 싶다. 실제로 대선 전에 재판을 통해 결론이 날 수 있는 문제는 하나도 없겠지만, 국민은 아마 대선 내내 상대를 수사하고 내 편을 변호하는 법조인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대선에서 진 쪽은 철저하게 수사받고, 이긴 쪽은 적어도 임기 중에는 의혹을 묻을 수 있을 것이다. 양 후보의 도덕성 문제는 사실 당내 경선 당시부터 제기됐다. 도덕성에 의심을 받는 후보들이 그럼에도 선출된 이유는 상대방을 가장 잘 공격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윤석열 후보는 말할 것도 없고, 이재명 후보도 적폐청산에 가장 큰 목소리를 낸 것으로 명성을 쌓았다. 결국 증오와 복수의 정치가 낳은 것이 지금 양당의 후보들이다. 변호사는 의뢰인의 이익을 최선으로 해야 한다. 때로는 말이 안 되는 소리도 하고, 거짓말까지는 아니더라도 불리한 진실에 대해선 침묵하며,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어도 불법은 아니라는 자세로 임해 재판에서 승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런데 정치인도 그래야 할까. 불법 여부를 따지기 전에 깔끔하게 사과하는 것이 우선 아닐까. 날마다 방송패널로 나와 자기 후보의 변호사 역할에 매진하는 정치인들을 보고 있기 괴롭다.
- 이기중의 복잡미묘
- “노회찬은 사람을 사람으로 본 정치인”(2021. 10. 08 14:52)
- 2021. 10. 08 14:52 정치
- ㆍ민환기 감독이 연출한 다큐 영화 “한나라당과 민주당, 고생하셨습니다. 이제 퇴장하십시오. 50년 동안 썩은 판을 이제 갈아야 합니다. 50년 동안 똑같은 판에다 삼겹살 구워 먹으면 고기가 시커메집니다. 판을 갈 때가 이제 왔습니다.” 6411번 버스를 탄 고(故) 노회찬 의원 / 노회찬 재단 제공 노회찬이란 이름 석자가 시민들에게 알려진 것은 2004년 3월부터다. 17대 총선 직전 열린 방송토론에서 그는 ‘삼겹살 불판론’을 설파해 기성정치에 답답함을 느끼던 이들의 가슴을 뚫어주었다. 그로부터 17년이 흘렀다. 대선이 다가왔건만 거대 양당은 상대 허물이 더 크다며 아귀다툼을 벌이는 데에만 혈안이다. 이들 틈에서 정의당은 “양당체제의 불판을 갈겠다는 초심”을 얘기해보지만, 지지율은 3~4%대를 맴돈다. 원내 첫 진출 때의 성적(2004년 총선 민주노동당 득표율 13%)에 한참 못 미친다. 기성정치의 ‘불판’ 교체가 난망해 보이는 이때 더욱 그리운 이름, 노회찬. 그의 삶을 다룬 첫 다큐멘터리 <노회찬 6411>이 10월 14일 개봉한다. 영화의 제목은 고(故) 노회찬 의원이 2012년 했던 연설에서 따왔다. 이 연설에서 노 의원은 강남에 청소하러 가는 여성 노동자들로 매일 만원인 6411번 새벽 첫차에 대해 얘기했다. “이분들이야말로 투명인간입니다. 존재하되 그 존재를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함께 살아가는 분들입니다.” 그리고 그는 자성했다. “이분들이 필요로 할 때 이분들의 손에 닿는 거리에 우리는 없었습니다.” 노회찬 의원이 세상을 떠난 지 3년여가 흘렀다. “인간에 대한 존중과 믿음을 저버리지 못해서 고단한 경로를 택했던 인간 노회찬의 일대기”(민환기 감독)인 이 다큐멘터리는 어쩌면 노회찬을 향한 ‘공적 애도’의 진정한 시작점일지 모른다. 노회찬의 삶을, 노회찬이 돼서 바라볼 때 관객은 생전에 그를 짓눌렀을 중압감과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지난 10월 5일 화상회의 서비스 ‘줌’을 통해 <노회찬 6411>의 민환기 감독과 대화를 했다. “누군가를 오래 지켜보며 특정한 상황에서의 그들의 선택과 미묘한 변화를 포착하는” 방식으로 인물을 입체적으로 담아온 그는 고인의 생전 삶을 ‘관찰’하기 위해 200시간 넘는 인터뷰를 했다고 한다. 미담이나 영웅담을 좋아하지 않는 감독 덕분에 <노회찬 6411>엔 우리가 미처 몰랐던, ‘인간 노회찬’의 고단했던 생이 담겨 있다. 의 감독 민환기 중앙대 교수. 그는 창업에 뛰어든 청년들의 도전과 불안을 그린 로 부산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 경쟁부문 대상(BIFF메세나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인디밴드 멤버들의 이야기를 담은 , 제주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30대 여성을 다룬 등의 다큐멘터리도 만들었다. / 명필름·시네마6411 제공 -노회찬 의원의 부인과 어린 시절 친구, 노동운동과 진보정당 운동을 함께했던 동료들까지 모두 43명을 만나 200시간 넘게 인터뷰했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사실 말 잘하는 사람을 좋아하지는 않아요. 그런데 말씀들을 잘 하시는데도 호감이 가더라고요. 영웅담이나 미담을 모아서 보여주는 것은 제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노회찬 의원의 약점이 뭡니까’라는 질문을 많이 던졌는데 의외로 있는 그대로 얘기해 주려고 다들 노력하셨어요. 결정이 매우 느리고, 술을 많이 드셨다는 얘기들을 들었습니다. 한편으로는 노회찬 의원이 ‘다큐 찍기 어려운 분이셨겠구나’라는 생각도 했어요. 가까웠던 이들에게도 속마음을 보여주지 않았고, 남 욕도 절대 안 하는 분이었다고 해요.” -‘청년 노회찬’ 시절부터 약 36년간의 얘기가 진보정당의 역사와 함께 펼쳐지더라고요. “노회찬 의원은 진보정당을 위해 인생을 바친 사람이라고 얘기할 수 있잖아요. 그런 관점에서 보면 진보정당의 흥망성쇠가 노회찬 의원의 삶과 같이 갔던 것 같아요. 진보정당의 성장, 정체, 위기에 대한 얘기 없이 이분의 삶을 얘기하는 게 힘들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누군가는 진보정당 운동의 역사를 많은 사람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작업을 시작하고) 꽤 빠른 시간 안에 그렇게 결정했어요.” <노회찬 6411>은 도입부에서 맑은 날의 숲길을 보여준다. 5·18 민주화운동 이듬해 사회과학 서적만 잔뜩 담은 배낭을 메고, 숲속 암자로 향했던 ‘청년 노회찬’(당시 26세)이 보았을 그 숲길이다. 이어 노회찬 의원의 육성 회고가 낮게 깔린다. 노회찬 의원은 “어린 나이였지만, 남은 인생을 어디다 바칠 것인가, 대중과 함께해야겠다. 자기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소외된 노동자와 함께해야겠다고 거기서 결심을 완전히 굳혔습니다”라고 말한다. 노회찬은 정말 그 결심대로 살았다. 1987년 민주화, 1991년 소련 해체를 겪으며 ‘비합법의 길’ 대신 제도권 진보정당이라는 수단을 택했을 뿐, 노동자와 투명인간을 위한 삶을 살겠다는 원칙은 끝까지 고수했다. 환희의 순간은 노회찬의 생각보다는 빨리 찾아왔다. 그는 용접공으로 위장취업해 노동운동을 하다 2년여 복역 후 1992년부터 진보정당 운동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2000년 창당한 민주노동당은 2004년 총선에서 10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하는 깜짝 놀랄 만한 선전을 하게 된다. 여기엔 노회찬이 추진했던 1인 2표 정당명부 비례대표제가 도입된 영향이 컸다. 이 시기 노회찬은 민주노동당의 ‘얼굴’로 방송토론에 나와 각종 어록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인생이 늘 그렇듯, <노회찬 6411>의 노회찬에게도 기쁨은 짧았다. 민주노동당은 창당 4년 만인 2004년 국회의원 10명을 배출했다. 당시 ‘기호 12번 민주노동당’ 띠를 두르고 유권자들을 만났던 노회찬 의원 / 명필름·시네마6411 제공 4년 후 민주노동당은 분당됐고 그는 진보신당 후보로 노원병에 출마하지만 패배한다. 2010년 서울시장선거를 완주한 후엔 ‘민주당 패배’를 초래했다는 비난도 한몸에 받았다. 2011년 통합진보당으로 진보세력의 힘을 합하는가 싶었는데 이듬해 또 분당사태가 터진다. -대중이 ‘기대하는’ 노회찬 의원은 유머와 위트가 넘치는 즐거운 사람이잖아요. 진보정당에 닥치는 위기를 몇 번이고 통과하는 ‘다큐 속 노회찬’을 보는 것이 조금 힘들기도 했습니다. “고난의 상황에서도 쉬운 방법을 택하지 않았던 것, 그게 그분의 진가라고 생각해요. 노회찬은 당내에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과 싸울 때도 인간의 보편적인 이야기, 휴머니즘에 호소했습니다. 이해관계를 위해 기술이나 기교를 부리지 않고 휴머니즘의 원칙을 계속 지켰던 거죠. 사실은 (분당사태 등의 갈등이) 재미없을 수도 있는 얘기예요. 사람들이 흥미로워할까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명필름에서 제게 감독을 맡긴 의도가 있었을 거라 생각했어요. 흥미 위주로 가자는 뜻은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했죠.” -통합진보당 분당사태 때의 몸싸움 현장이 그대로 나와 놀랐습니다. “노회찬 의원은 진보정당이 한국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에 대한 그림이 있었고 그것을 실현해 왔던 것 같아요. 2008년까지는요. 이후 민주노동당이 분당됐지만 그래도 ‘다 같은 생각을 하는 동지들’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양당체제를 흔들) 제3세력이 되기 위해 마지막 시도를 한 것이 2012년(통합진보당 출범)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분당사태가 또다시 터졌으니)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그 충격을 보여주는 방법으로 (몸싸움 현장을) 그대로 담았죠.” 노회찬 의원은 평소 동료들에게 소외된 ‘투명인간’들과 함께 비를 맞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그에게 문제의 해결은 함께 비를 맞은 후의 ‘결과’여야 했다. 2009년 당시 진보신당 대표였던 노회찬 의원이 용산참사 유가족, 문정현 신부와 함께 용산참사에 대한 정부의 책임 있는 해결을 촉구하며 삼보일배를 하다가 경찰에 막혀 무산되자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 명필름·시네마6411 제공 노회찬 의원은 “지금의 시대정신에 걸맞은 사회적 의제는 무엇인가를 고민하는”(이광호 전 진보정치 편집위원장) 정치인이었다. 특히 2005년 8월의 이른바 ‘떡값 검사’ 실명 폭로는 그의 정치적 결단이 빛났던 사건이다. 그는 국회에서 고위급 검사에게 “X파일에 돈 받은 걸로 나와 있다,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밝히라” 며 따져물었고, 검사들은 그의 추궁에 답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노회찬 의원이 있었기에 우리는 인사청문회에서 이런 질문에 답하는 대법원장 후보자도 볼 수 있었다. “후보자께서는 우리나라에서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답변: 법은 그렇게 돼 있죠) 판결문에 보면 이런 것들이 나옵니다. ‘전문경영인으로서 한 직장에서 수십년동안 성실히 재직해온 점을 감안한다’. 여쭙겠습니다. 대한민국 판결문 중에 ‘피고인은 수십년간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감수하면서, 산재 위험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노동해온 점을 감안하여’ 이런 구절 보신 적 있습니까. (답변: 못봤습니다)”(2005년 이용훈 대법원장 인사청문회) 노회찬은 한마디로 진심으로 ‘인간이 평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고, 그의 유머와 풍자는 이런 철학을 토대로 하고 있었다. <노회찬 6411>에는 그가 소외된 노동자 등 투명인간들과 함께 비를 맞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에게 문제의 해결은 함께 비를 맞은 후의 ‘결과’여야 했다. 그의 장례식 때 국회 청소노동자 등 수많은 사람들이 서럽게 울었던 것은 노회찬 의원이 “사람을 사람으로 보는”(민 감독) 정치인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노회찬의 위트와 유머, 풍자는 ‘사람은 모두 평등하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는 2004년 총선 이후부터 방송토론에 활발하게 나와 수많은 어록을 남겼다. 방송 토론장에서 포즈를 취한 노회찬 의원 / MBC 제공 -인터뷰 내용 중에 혹시 영화에 담지 못해서 아쉬웠던 대목이 있나요. “많은 분이 우셨어요. 그냥 우는 게 아니었어요. 얼마나 슬퍼하는지 알 수 있는 눈물을 봤어요. 3년이 지났는데도 그랬어요. 그 눈물만 이어놔도 되겠다 싶을 만큼요. 노회찬 의원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겠더라고요. 하지만 너무 슬프게 끝나게 될까봐, 영화에는 한분만 넣었지요.” <노회찬 6411>의 마지막 대목에선 노회찬 의원의 유서와 그의 마지막 선택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2018년 노회찬 의원은 유서에서 ‘경제적공진화모임’으로부터 4000만원을 받았으나 정상적인 후원 절차를 밟지 않은 사실을 밝히고 “참으로 어리석은 선택이었으며 부끄러운 판단이었다.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과거 ‘청년 노회찬’과 함께 노동운동을 했던 옛 동료 최봉근씨는 그의 선택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아는 것과 하는 것, 겉과 속이 일치하는 드문 사람이다. 그런데 마지막에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 불일치가 생긴 거예요.” 그는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북받치는 울음을 삼키며 덧붙였다. “그 불일치를… 목숨으로 바꿨죠.” -<노회찬 6411>을 만든 감독에게는 노회찬 의원이 어떻게 기억될까요. “노회찬 의원은 사람들이 ‘먹는 걱정’ 많이 하지 않으면서 인생을 즐길 수 있길 원하셨던 것 같아요. ‘모든 시민이 악기 하나쯤 연주하는 세상’ 얘기도 그래서 하신 것 같고요. 경제 규모를 생각하면 그 목표가 아주 멀리 있지는 않다고 판단하셨던 것 같고, 진보정당이 좀더 노력하면 노회찬 의원 당대에는 그런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그리고 노회찬 의원은 ‘사람을 사람으로’ 본 분이셨던 것 같습니다. 못배웠다고 해서 가르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존중하며 들으셨다고 해요. 그리고 다들 노회찬 의원을 만나면 그렇게 즐거우셨대요. 저에게 노회찬 의원은 인간이라는 불안한 존재에 대해 지치지 않는 존중을 보냈던 사람, 인간에 대한 믿음을 거두지 않았던 사람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 특집
- [주간 舌전]“정치인의 도덕성 기준이 높아야 한다”(2021. 08. 30 11:03)
- 2021. 08. 30 11:03 정치
-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8월 25일 의원직 사퇴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한 말이다. 윤 의원은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부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을 지적받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 연합뉴스 윤 의원은 사퇴를 발표하며 억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독립관계로 살아온 지 30년이 지난 아버님을 엮은 무리수가 야당 의원의 평판을 흠집 내려는 의도가 아니고 무엇이겠냐”고 말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은 윤 의원의 선택을 위로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윤희숙 의원의 사퇴는 반려돼야 한다”며 “숱한 전과와 거짓말, 막말과 패륜에도 당당한 민주당 후보를 보라”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은 국민의힘 대선주자 비전발표회에서 “민주당이 위선의 목소리 조국(전 법무부 장관)과 함께하는 정당이라면 국민의힘은 양심의 목소리, 윤희숙과 함께하는 정당”이라고 말했다. 반면 여당에서는 ‘쇼’라는 지적이 나온다. 양이원영 의원은 지난 8월 2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의원을 향해 “깜빡 속아 넘어갈 뻔했다”며 “스스로가 떳떳하다면 당당하게 특수본 수사를 받으라”고 말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도대체 이 땅이 얼마나 농사짓기 좋기에 3년 사이에 두 배 가까운 차익이 발생할 정도로 가격이 오르냐”고 비판했다.
- 주간 舌전
이전1
2
3
4
5
6
7
8
9
다음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