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총 23 건 검색)
- [신간]열망한다, 젠더의 ‘재활력화’(2024. 04. 17 06:00)
- 2024. 04. 17 06:00 문화/과학
- 젠더 스터디 캐럴 스미스-로젠버그 외 지음·김보명 외 옮김·후마니타스·4만2000원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주요 주제와 개념을 놓고 전통적 접근 방식이 가진 한계를 다양한 각도로 조명한다. 젠더 연구에서 다루는 핵심 용어들을 설명하면서도, 그 설명이 현실적으로 적절하며 성찰적인지 독자들 스스로가 끊임없이 질문하게 만든다. 예컨대 신체와 문화, 인권, 정의, 신화, 권력, 규제, 종교와 같은 각각의 개념어를 소개하며, 이들이 그간 어떻게 젠더를 무시했는지, 또 어떻게 이를 은밀하게 재생산해 왔는지 치밀하게 파고든다. 모든 개념 속 젠더 사유의 우선권을 부여하면 지적이고 정치적인 세계가 무한히 확장되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이 책은 개별적인 장을 독자적으로 집필해 순서에 상관없이 읽을 수 있도록 그 자체로 완결적인 내용을 목표로 작성됐다. 독자들은 자신의 관심이 가는 대로 손에서 펼쳐지는 곳부터 어디든 읽어나갈 수 있다. 나아가 오늘날 각각의 개념이 젠더와 어떤 상호 영향을 주고받고 있는지, 상호작용을 통해 장차 어떤 전망이 등장하고 있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 이는 페미니즘과 젠더 연구에 대한 교차적 관점을 제공한다. 동시에 정치학과 사회학, 인류학, 철학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젠더 연구가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젠더 스터디>에서는 주디스 버틀러와 로런 벌랜트, 웬디 브라운, 조앤 W. 스콧, 웬디 도니거 등과 같이 페미니즘 연구는 물론, 사회과학과 인문학 분야에서 ‘가장 저명한 학자들의 지적 향연’이 펼쳐진다. 이들의 조합은 지난 40여 년간 페미니즘이 다른 인문사회과학 분야와 어떻게 결합하고 있으며, 또 어떤 영향을 주고받고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통찰을 제시한다. 젠더 렌즈로 삶을 조망하고 변혁을 꿈꾸는 자. 반젠더·반페미니즘에 경도된 자 모두가 읽어볼 만한 책이다. 여왕은 떠나고 총리는 바뀐다 권석하 지음·안나푸르나·2만3000원 세계 민주주의를 꽃피운 영국 왕실과 정치에 관한 이야기다. ‘가장 깊이’ 영국에서 한국인으로 살며 느꼈던 저자의 경이와 비감이 공존하는 글을 통해 영국의 빛과 그림자를 만날 수 있다. 우리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건 덤이다. 조선왕조 탄핵실록 이세준 지음·다돌책방·1만7500원 조선시대 왕들은 왜 탄핵당했을까? 무속과 주술, 반성 없는 유흥, 술자리 정치와 측근 비리, 낙하산 인사, 국내외를 막론한 국정 실패 등 20개의 사례로 살펴보는 탄핵 지침서. 조선시대 역사 속에서 찾아낸 탄핵의 팁이 담겨 있다. 달라붙는 감정들 김관욱 외 지음·아몬드·1만7500원 세월호 참사와 코로나19 확산, 이태원 참사. 지난 10년간 반복돼온 사회적 참사는 우리 몸과 마음에 무엇을 남겼을까. 5명의 인류학자가 각자 현장에서 기록한 이 책은 일상에서 연이어 벌어진 참사의 궤적 속에 놓여 있는 우리의 안부를 묻는다.
- 신간
- [신간]인종·젠더혐오를 비틀다(2024. 03. 06 06:00)
- 2024. 03. 06 06:00 문화/과학
- 경계 짓기와 경계 넘기 김경옥 외 지음·한울아카데미·4만6000원 ‘혐오’는 분명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단어다. 젠더혐오, 노인혐오, 아동혐오, 지역혐오. 지난 대선은 정치판에도 ‘혐오’가 매표수단으로 자리 잡은 해였다. ‘갈라치기’란 말은 상대방에 대한 혐오라는 말과 다름없다. 사실 가장 멀리해야 할 이 말이 성행한다는 건 불행한 일이다. 꾸준히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 책은 제도와 관습 속에 숨어 작동하는 인종과 젠더 위계에 기반한 혐오의 메커니즘을 비판적으로 들여다본다. 오늘날 혐오는 노골적이고 단순한 ‘증오’로만 표출되지 않는다. 걱정으로 포장되거나 관습에 숨어 작동한다. 사회의 승인과 방조가 뒷받침돼 교묘히 증식한다. 연구진들은 이런 현상이 잘 드러나지도, 잘 포착되지도 않는 데 주목한다. 혐오를 드러내고도 “그럴 의도가 없었다”, “단순한 실수였다”는 변명으로 가려진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차별과 혐오는 없다”라는 ‘정상성 신화’가 강화된다. 혐오 현상의 복잡함을 묵인하고, 차별의 구조를 외면할수록 지속적인 혐오가 재생산된다고 분석한다. 책은 총 3부, 12장으로 구성됐다. 1부 ‘비틀어 본 경계 짓기’에서는 오늘날의 인종차별, 젠더혐오의 양상을 문학작품을 통해 살펴본다. 인종과 젠더 문제로만 혐오를 바라보는 시각을 비틀자는 시도다. 2부 ‘경계를 흔드는 실천’에서는 사회적으로 구성된 인종과 젠더혐오의 기존 관점을 비판한다. 예컨대 국내 여성 인권신장 문제는 1960~1970년대 페미니즘을 그 기반으로 보고, 일명 ‘꼴페미’ 등의 여성혐오로 종종 악용된다. 책에서는 1920년대 발생한 인천 선미 여공(정미업 종사 여성 노동자)의 파업을 근거로 여성 간 연대와 인권의식의 근원이 훨씬 오래됐음을 증명한다. 3부에서는 혐오를 넘어서는 대항 담론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혐오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이를 극복할 예술적 상상력을 보여준 작품들을 분석한다. 세균에서 생명을 보다 고관수 지음·계단·2만원 생물학, 그중에서도 세균학은 다양한 곳에 응용된다. 당연히 여기에 이르기까지는 세균을 연구한 여러 과학자의 다양한 노력이 뒷받침했다. 책은 세균학의 모든 것을 만들어온 결정적인 연구를 소개한다. 세균학은 생명체의 비밀을 밝히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우리 문학을 이끈 11명의 작가들 조운찬 지음·빈빈책방·1만4000원 고전 문학을 꽃피운 작가 11명을 통해 고전 문학사를 살펴본다. 우리 문학이 언제 형성됐는지, 처음으로 문학의 문을 연 사람은 누구인지부터 출발한다. 친숙한 작품이 어떤 배경과 생애 속에 탄생했는지 등 작품 이해를 돕는다. 우리말꽃 최종규 지음·곳간·1만9000원 서른세 해에 걸쳐 ‘우리말사전’을 돌봐온 저자가 그간 우리말사전을 쓰고 엮으면서 느낀 소회를 예쁜 우리말 소개와 엮어 55가지 이야기에 담았다. 우리말이 생각을 잇고, 삶을 잇고, 사람과 사랑을 잇는 징검다리라고 저자는 말한다.
- 신간
- [단독]국민통합위, 청년 젠더갈등 실태조사 착수(2022. 10. 07 14:01)
- 2022. 10. 07 14:01 정치
- ㆍ지난달 연구용역 발주… 국가 차원 노력 필요성 인정 ㆍ 부산 청년세대 조사에서 갈등 원인으로 ‘언론’ 최다 지목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원회가 청년세대 젠더갈등의 실태 파악에 나섰다. 젠더갈등의 현황 및 분석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국민통합위는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해당 사안을 정식 과제로 채택할지 결정할 방침이다. 국민통합위는 사회의 다양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 및 사업 등 대안을 마련하는 역할을 한다.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직속 1호 위원회다. ‘행동하는 보통 남자들’ 회원들이 지난 2월 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이대남’ 담론을 통한 젠더와 세대 갈등을 거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들은 정치권이 과대 대표된 일부 ‘남초’ 커뮤니티의 목소리를 대다수 의견인 듯 받아들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 한수빈 기자 이와 별개로 청년층 젠더갈등의 주요 원인이 언론과 정치권에 있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언론 등이 남녀 간 인식 차이를 과장해 갈등으로 부풀리고 정치권이 이를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청년 남성들은 성평등 정책이 ‘기계적 평등’을 이뤄야 한다고 오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남녀 인식 차이를 좁히고 이런 차이가 갈등으로 확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년 젠더갈등 인식 여론조사 주간경향 취재결과, 국민통합위는 지난 9월 ‘청년층의 젠더갈등 현황 및 분석 연구’라는 제목의 연구용역을 발주해 업체 선정을 마쳤다. 국민통합위는 “우리 사회 젠더갈등은 국민 5명 중 3명 이상(63%)이 심각하다고 인식하며, 특히 청년세대(75%)에 있어서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어 “첨예한 청년층의 젠더갈등은 점차 심화되고 있어 국가 차원의 노력이 동반되지 않으면 쉽게 해소되기 어려운 상황으로, 젠더갈등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쟁점별 갈등을 완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라며 배경을 설명했다. 연구용역의 과업 내용에는 우선 청년층 젠더갈등과 관련한 인식을 살펴보기 위한 여론조사가 담겼다. 젠더갈등의 심각성 정도, 해결 과제 및 대안 방향 등이 여론조사 주제가 된다. 여론조사 결과를 정리·분석해 시사점을 도출하는 작업도 진행한다. 또 그간 언론보도 및 연구자료 등을 수집 분석한다. 젠더갈등을 주제로 한 정책 추진 경과, 이해관계자 요구사항 분석, 법·정책적 현황 및 문제점 분석 및 대안 검토 등도 이뤄진다. 원인 분석 및 대안 검토의 방법으로 전문가와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하는 방안도 포함된다. 연구용역은 오는 12월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국민통합위는 연구결과를 검토해 청년층의 젠더갈등을 위원회의 정식 과제로 삼을지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과제로 선정되면 위원회 내 별도의 특별위원회 등을 꾸려 공론화 및 해결책 마련에 나설 방침이다. 국민통합위 관계자는 “청년층 젠더갈등이 심하다 보니 여론조사 등을 통해 사전에 현황을 파악해보는 것”이라며 “아직 위원회의 과제로 채택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해결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특별위원회 등에서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연구용역은 기획분과 쪽에서 발주했다. 이 분과는 국민통합 어젠다를 기획·발굴하고 위원회의 운영을 총괄 기획·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기획분과에는 차인순 국회의정연수원 겸임교수가 위원으로 참가하고 있다. 그는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을 지낸 젠더 입법정책 전문가다. 이 때문에 청년층 젠더갈등 문제가 과제로 다뤄진다면, 차 교수가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이번 연구용역 발주 과정에 차 교수가 관여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국민통합위는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직속 첫 번째 위원회로 지난 7월 27일 출범했다.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 대표가 위원장을 맡았다. 김 위원장은 앞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국민통합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 그는 출범식에서 “국민통합위는 담론 수준에 그쳤던 기존 위원회 방식을 탈피해 실용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문제해결형 위원회’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민간위원 24명과 정부 위원 8명이 위원회를 꾸렸다. 기획, 정치·지역, 경제·계층, 사회·문화 등 4개 전문 분과가 설치됐다. 국회의원 출신 최재천 변호사, 김민전 경희대 교수,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 윤정로 울산과학기술원(UNIST) 석좌교수 등이 위원으로 참여했다.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위원회는 과제를 선정하면 특별위원회를 꾸려 해결 방안을 논의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앞서 지난 9월 ‘대·중소기업 상생 특별위원회’와 ‘장애인이동편의증진 특별위원회’를 각각 출범시켰다. 특위의 위원장은 분과 소속 위원이 맡고 민간 전문가 9명이 위원으로 활동한다. “언론·정치권이 젠더갈등 조장” 국민통합위의 연구용역과는 별개로 최근 유사한 주제의 연구보고서가 발간됐다. 부산여성가족개발원이 지난 9월 28일 발표한 ‘부산지역 2030 청년세대 젠더인식 조사 및 대응 방안’이다. 정다운 연구위원(행정학 박사)과 옥소연 전문연구원이 지난 4월 부산에 거주하는 20·30대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20명을 상대로 초점집단면접조사 등을 벌인 결과가 담겼다. 우선 응답자 중 62.2%는 ‘젠더갈등이 심각하다(대체로 심각하다+매우 심각하다)’고 인식했다. 젠더갈등의 원인으로는 ‘언론 및 방송매체의 성별 갈등 조장’(27.9%)을 가장 많이 꼽았다. 초점집단면접조사에서도 참여자들은 ‘여초·남초’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벌어지는 성별 혐오 발언을 언론이 조회수를 위해 무분별하게 다룬다고 말했다. 이런 자극적인 요소로 인해 남녀의 인식의 차이가 젠더갈등으로 부풀려지고 혐오 댓글이 달리면서 갈등이 더욱 확장된다는 것이다. 또 58.8%가 페미니즘 관련 지식이나 정보를 신문·방송에서 얻는다고 응답했다. 언론보도가 젠더인식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청년들은 정치권에서 ‘이대남’, ‘이대녀’ 프레임을 통해 갈등을 극대화한다고 인식했다. 언론 등에서 이슈화한 것을 정치권이 정치적 이득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언론은 보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정치권은 실질적인 성평등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치문화를 개선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정다운 연구위원은 주간경향과 통화에서 “언론 기사는 TV나 인터넷 포털 등을 통해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접하는 구조인데다 언론이나 정치인들이 말하는 내용은 한번쯤 팩트체크를 거친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만큼 성평등 문화 확산과 인식 개선 등에 있어서 언론과 정치인의 영향력이 매우 크고 중요하다”고 했다. 젠더갈등과 관련한 언론보도 양상을 분석한 내용도 보고서에 담겼다. 젠더갈등을 키워드로 한 기사 건수는 2010년 22건에서 2018년 405건으로 18배 이상 증가했다. 2018년을 기점으로 급증했다. 특히 2021년에는 2647건, 2022년 1~5월에는 전년의 3분의 2 수준을 기록했다. 젠더갈등 관련 기사의 연관어를 살펴보면, ‘여가부(여성가족부)’를 중심으로 양성평등, 청년들, 이대남, 이대녀, 남혐, 여혐, (정당의) 최고위원, 위원장의 단어들이 부각됐다. 보고서는 “젠더갈등이라는 단어가 정치적인 이슈와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해석했다. 실제 지난 대통령선거 때부터 여가부 폐지를 둘러싼 젠더갈등을 정치권이 정략적으로 다룬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 1월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지지율이 급락했을 때 여가부 폐지 공약을 내세웠다. 최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비속어 논란 등으로 인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와중에 당정은 지난 10월 3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여가부 폐지의 구체적인 사안을 협의했다. 이어 행정안전부는 6일 여가부를 폐지하고 해당 기능을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로 이관하는 내용 등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발표했다. 전국 286개 여성시민사회단체는 지난 10월 4일 성명을 내고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대선 시기부터 근거도 내용도 없이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하고, 대통령 지지율 24%라는 최저점을 찍은 지금에 이르기까지 정치적 위기마다 여가부 폐지 카드를 꺼내들었다”라고 비판했다. 성평등 정책 적극 홍보 필요 부산여성가족개발원의 설문조사 결과 젠더갈등 발생 원인의 2·3위는 ‘어려서부터 학습된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24.9%), ‘가부장적 사회문화’(24.4%)로 집계됐다. 특히 여성 응답자들은 ‘가부장적 사회문화’(29.2%)와 ‘학습된 성별 고정관념’(29.1%)을 가장 큰 원인으로 거론했다. 정다운 연구위원은 “고정된 성역할을 어릴 때부터 교육받아 아무렇지 않게,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 온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통합위원회가 지난 8월 16일 제2차 전체 운영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 국민통합위원회 유튜브 갈무리 실제 초점집단면접조사 결과 여성 참여자들은 가정생활에서 성차별을 경험한 사례가 많았다. 성역할 고정관념에 따라 가사노동을 하거나, 대학이나 진로를 선택할 때 취업이 안정적인 학과를 선택하도록 강요받은 참여자도 있었다. 보고서는 “어린 시절 가정에서부터 성별분업의 성역할 고정관념을 경험하게 되면 유연한 사고를 하지 못하고 성장 과정에서 스스로 고정관념의 틀에 가둬 한계를 짓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성차별과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으로 남녀 청년 39.0%가 ‘교육을 통한 성차별 인식 개선’을 꼽았다. 청년층 젠더갈등 해소를 위해 필요한 요소로 26.3%가 ‘성평등 교육 및 인권교육 의무화’라고 답했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부모를 대상으로 한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제안했다. 또 평교사 및 교장·교감을 대상으로 한 성인지 교육, 학생을 대상으로 한 생애주기별 성인지 교육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페미니즘 교육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보고서는 “부산 청년들은 페미니즘 이슈에 관심은 있으나 페미니즘과 관련된 잘못된 정보로 이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고, 이 때문에 페미니즘을 지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성평등 정책 수립 배경 등을 시민에게 홍보하는 방안도 시민의식 제고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제언했다. 설문조사에서 ‘현재 성평등 관련 정책들은 남성의 입장은 무시하고 여성의 입장만을 대변한다’는 질문에 35.7%가 동의했는데, 특히 남성은 51.5%가 공감했다. 초점집단면접조사에서도 참여자들은 “충분한 설명 없이 좋은 정책이니 무조건 따르라는 것은 오히려 정책에 반감을 갖게 되고 좋은 취지와 내용으로 수립된 정책의 의미가 오인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에 보고서는 “많은 성평등 정책이 성별을 떠나 도움이 되는 정책인데도 내용이나 시행 배경을 잘 알지 못해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몇몇에 의해 혐오적 표현에 노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구조적 성차별 해소해야 보고서는 성평등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도 했다. 청년 남성은 디지털성범죄 n번방, 소라넷 사이트 폐지, 성매매 방지, 미투 운동,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 등 젠더폭력과 관련한 이슈에 높은 지지도를 보였다. 반면 성평등 정책과 관련해 필요하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은 문항은 ‘경찰, 소방관, 군대 등 남성 비율이 높은 직종에서의 여성 비율 확대’(28.5%), ‘여성 우선 주차장’(25.1%), ‘양성평등 채용목표제’(22.6%), ‘고위직 공무원, 국회의원 등 여성 비율 확대’(19.3%) 등이었다. 보고서는 “이처럼 여성을 우대하는 것으로 보이는 정책을 두고는 남성의 반감이 높은 편”이라며 “기존에 여성만을 위한 정책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남성들의 동의도 이끌어낼 수 있는 성평등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초점집단면접조사에선 남녀 간 의견 차이가 두드러졌다. 여성 참여자는 “성평등 정책은 생존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정책이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대부분의 남성 참여자는 “현재 성평등 정책은 여성을 우대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남성에게 반감을 주고 있으며, 지금처럼 여성 우대정책을 시행하려면 남성 우대정책도 같이 시행돼야 공정한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또 “이미 제도적으로 성평등 기반이 잘 갖춰져 있고 평등한 상태이므로 성평등 정책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도 나왔다. 보고서는 “성평등 정책 추진 시 대상자를 여성과 남성의 성별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젠더에 기반을 둔 포괄적인 성평등 정책의 범주를 재설정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라며 “구조적인 차별을 없애는 방향으로 성평등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다운 연구위원은 구조적 성차별의 예로 노동시장의 사례를 언급하며 해결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채용 과정에서의 성차별, 성별 임금 격차, 유리천장 등이다. 정 연구위원은 “여성이든 남성이든 채용 과정에서 차별받지 않고, 동일한 직종에서 같은 직급으로 일하면 같은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젠더폭력을 거론하며 “직장 내 위계에 의한 성희롱, 성폭력 및 괴롭힘 등은 가해자의 권력에 기인한 것으로 이 또한 불평등한 권력 구조, 즉 구조적 성차별의 문제라 할 수 있다”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성평등한 조직문화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연구위원은 마지막으로 “부산지역 청년들은 공정함·동등함에 대해 남녀가 똑같은 기준을 적용받아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라며 “남녀가 처한 상황적 고려 없이 똑같은 기준을 적용받는 것, 즉 기계적 평등만을 공정한 것이라고 오인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그는 젠더인식 차이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두고 “남녀 청년들이 젠더이슈와 관련된 의견을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도록 주기적인 소통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라며 “정책적으로는 지역 차원에서 청년의 젠더인식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에 대한 자료 축적을 위해 정기적인 실태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 특집
- “젠더 갈라치기 아닌 성평등의 가치 살려야 할 때”(2022. 04. 22 15:12)
- 2022. 04. 22 15:12 정치
- ㆍ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권인숙 민주당 의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주요 공약인 ‘여성가족부 폐지’ 논의를 일단 뒤로 미뤘다. 차기 정부가 부서 폐지를 위해 정부조직법을 개정하려면 여전히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란 벽을 넘어야 한다. 민주당이 여성가족부 해체란 의제에 어떻게 대응할지, 어떤 방침을 갖고 있는지가 중요한 이유다. 사진 / 권호욱 선임기자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권인숙 민주당 의원을 지난 4월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났다. 권 의원은 20대 대선 이재명 민주당 후보 캠프에서 공동상황실장과 젠더·여성 의제를 맡았다. 그는 “지금이 ‘여성가족부 존폐’란 테두리를 벗어나 성평등이란 가치를 실현할 방안을 논의해야 하는 절박한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또 “성별·세대별 혐오와 갈등을 부추기는 정치는 우리 사회의 미래가 될 수 없다”는 점을 이번 대선이 남긴 교훈으로 꼽았다. ‘젠더 갈라치기’ 전술을 적극 구사한 상대에 대한 대응과 선거 직후 민주당으로 향한 여성들의 지지를 언급하는 부분에선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고민과 다짐도 엿보였다. -여성가족부를 비롯한 부서 통폐합 논의는 매번 선거 때마다 나왔던 레퍼토리다. 이번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은 기존의 여성가족부 폐지 혹은 타 부처 개편 논의와 어떻게 다른가. “혐오·갈등을 이용해 관심을 모으고, 이에 동조하는 사람들을 선거에 동원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적극적으로 이용한 것이다. 또한 지금까지 한번도 언급되지 않았던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진단이 나왔다. 후보자(당선인)가 경험적·의식적으로 내린 선택이라기보다 선거 때 지르고 나서 뒷수습하는 식의 무책임한 전략에 부처 하나가 이용당하는 상황이다. (여성가족부 폐지가) 대선의 핵심 공약으로 자리 잡은 건 다른 나라에서도 보기 힘든 사례다.” -여가부 폐지 공약은 청년 정책의 일환으로 나왔다. 청년층을 젠더로 갈라치는 걸 어떻게 대응할지, 지난 선거 과정에서 고민은 무엇이었나. “갈등을 부추기는 한편이 아닌, 갈등을 초월하는 쪽에 서기가 핵심이었던 것 같다. 표적집단면접(FGI)을 해봤을 때, 말초적 형태의 젠더갈등 때문에 여성과 남성 모두 많이 지쳐 있는 게 분명했다. 그동안 젠더갈등이 계속 언론의 먹잇감이자 선정적 요소로 다뤄졌다는 뜻이다. 사실 집권 민주당도 관점을 내놓지 않았고, 행정부도 조정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 무책임함을 극복하는 일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다. 쉽진 않았다.” -쉽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인가. “지도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이 문제가 어떤 수위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심각함을 잘 몰랐다. 애초에 (젠더갈등을) 잘 알기 어려운 50대 이상 남성이 대다수이지 않나. 민주당 내에선 세차례의 지자체장 문제를 겪으면서 되게 많은 상처를 입다 보니 젠더 이슈에 대한 내부적 반발감도 있었던 것 같다. 성인지나 성평등에 동의하기 힘든 사람들이 생산되는 과정도 있었던 것 같고. 하여튼 뭔가 확 빠르게 진행돼 가는 속에서 사회적 동의와 전반적인 공감대를 확산시키기 어려운 요소가 있었다. (성평등이) 왜 의미가 있는지 설득할 시간은 짧은 상황에서, 그 설득할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별로 없었던 현실도 있다.” -투표 결과를 보면 특히 20대 여성들이 ‘우리도 표가 있다’를 보여줬다. 선거 직후 민주당에 후원과 입당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런 행동이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보나. “한쪽에 편향된 극단적 갈라치기는 더 이상 안 된다는 것이다. 그 전까지 여론조사에서 나타나지 않던 유권자의 메시지가 (이번 선거 결과) 꽤 세게 나타났다. (국민의힘에 간) 남성 표도 지난해 4·7 재보궐선거 때보다 훨씬 줄었다. 납득하기 어려운 극단적 흐름에 반대한다는 의사가 표심에 적극적으로 드러났고, 이것이 혐오 문화 속에서 저질러지는 반(反)성평등 흐름에 제동을 가하는 큰 힘이 됐다. 여성들의 민주당 입당이 이어진 건, ‘이대남’으로 대표되던 반성평등 흐름을 새로운 방향으로, 더 긍정적인 메시지와 보편적 가치로 끌고 갈 수 있는 큰 힘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여성 당원이 들어온 의미를 분석하는 토론회를 열었을 때 반응이 뜨거웠던 것 또한 민주당을 새롭게 만들어보자는 흐름을 잘 이해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의 반영이었다. (이 흐름이 앞으로 계속 이어지도록 하는 게) 나의 큰 숙제다.”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여가부가 ‘소명’을 다하려면 향후 어떤 방향으로 개편 내지는 재정비돼야 한다고 보나. “이제는 실질적인 효과를 내야 한다. 약자 보호뿐만 아니라 디지털 성폭력, 고용, 저출생, 낙태 같은 문제에 대해 성평등 관점에서 전반적인 부처가 함께 움직일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만드는 데 여가부가 기여를 많이 해야 한다. 부처 이름이 어떻게 되든 간에, 성평등이란 과제를 중심에 제출할 힘이 있게끔 바뀌어야 한다. 고용, 임금격차, 경력단절 같은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지 않나. 그러면서 저출생 이야기를 하는 건 난센스다. 각 부처가 성평등과 연결되지 않는다면 현재로선 활로가 없다. ‘일을 할 수 없으면 애를 낳지 않는다’가 여성들 삶의 기획 속에 들어와 있다. 구조적으로 보면 여성이 저임금과 비정규직에 편재된 상황 속에서, 여성의 고용 문제는 저출생과 같이 연결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반복된다. 문제의 중심에 성평등이 있다는 것을 사회가 인식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전망도 미래도 없다. 구조적 변화를 지도자들이 이끌어내야 한다.” -윤석열 당선인이 일단 여성가족부 해체를 뒤로 미루고 ‘해체 로드맵을 밟으라’며 여가부 장관을 내정한 건 어떻게 보나. “(민주당이 다수당이기 때문에) 한동안은 해체가 가능하지 않을 거다. 부서의 형식은 한동안 해체하지 못하겠지만 문제는 내실이다. 젠더갈등 해결을 포함해 계속 의제를 선점하면서 사회를 설득해가야 하는 과제에 당면해 있는데 그런 식의 내실을 전혀 기할 수 없는 상황이므로 껍데기만 유지하려는 방식으로 갈 가능성이 가장 답답하고 두렵다.” -아무래도 당분간은 여가부 업무가 흔들릴 거란 우려가 나온다. 이를 견제하거나 방지할 방법은 무엇인가. “법으로 역할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최대한 노력하겠다. 행정부가 노력하지 않고 의지가 없는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 어쨌든 법으로 정해진 일을 안 하는 일은 없도록 막는 게 우리 입법부의 역할이다. 우선 윤석열 정부가 어느 정도로 이 문제에 대해 신념적 의지가 있는지조차 확인된 바 없기 때문에 당장은 (윤 당선인과 김현숙 장관 후보자가) 내놓을 방안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20년째 여가부 존폐 논의가 반복되는 것에 대한 소회는 어떠한가. “논의 수준이 완전히 바닥으로 떨어져 답답하다. 젠더갈등과 징병제 개선이 새로운 논제로 올라왔고, 경제성장률과도 연동되는 여성 고용 문제는 답보 상태다. 여가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어떻게 성평등이란 보편적 가치를 살려낼지에 대한 고민을 절박하게 해야 하는 순간이다. 정말 절박하다. 외국 사례를 봐도 성평등과 평등의 업무 영역이 힘을 받으면서 고독이나 1인 가구 같은 분야를 포함한 각종 사회 이슈에 대안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 우리도 딱 그걸 해야 하는 시기다. 각각의 근거가 제 위치에 가서 이야기되지 않는 게 문제다. 이 혼란기를 겪으면서 새로운 화두를 이끌어내야 하지 않을까. 젠더갈등이란 표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은 거의 없다고 본다. 고용과 노동의 이중시장 문제,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 문제 등이 젠더 갈라치기를 통해 해결될 여지는 전혀 없다. 젠더갈등을 내세운 선거 운동 방식이 갖는 부작용이다.” 사진 / 권호욱 선임기자 -국회 입성 전 학자로서 병영·남성문화를 연구하지 않았나. 현재 일부 20대 남성들의 성평등 반발은 어떤 맥락에서 바라봐야 할까. “징병제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집단적 경험이다. 20대 남성의 희생을 한동안 개선하지 않고 이용해왔다. 징병제를 제대로 변화시켜 나가는 방식보다는 군가산점제를 비롯한 몇몇 제도를 만지작거리며 희생을 이어가는 방식을 사회가 계속 부추겼다. ‘희생에 사회가 고마워하지 않는다’는 데에서 오는 그들의 불공정 인식을 외면하고 눈감아온 게 사실이다. 그 결과 여성과 남성으로 갈라치기 가장 좋은 부분이 되고 말았다. 그 경험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바꿔나가야 할지가 중요한 시점이 됐다. 징병제 개선을 위해선 시민적 판단이 필요하다. 이는 시민이 군 인권을 비롯한 정책 결정에 폭넓게 참여하는 걸 의미한다. 입대하기까지 오래 기다려야 하는 시기가 있었는데, 그때 고위급 회의에 참여해보니 아무도 그 현실을 모르더라. 자신의 시간을 희생한 젊은이들을 국가가 섬세하게 잘 보살피고 책임지며 불이익의 양을 최대한 줄이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 것 같아 답답했다. 징병제를 단순히 안보를 위한 도구로만 봐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선 시민적 관점이 더 들어가야 한다.” -차별을 차별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구조적 차별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목소리가 온라인 커뮤니티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나온다. 차별 문제에 있어서 정치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구조적 차별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자리 잡고선 각종 문화 현상과 현실을 양산한다. 우리는 ‘노골적 차별’을 해선 안 된다는 전제도 만들어지지 않은 사회다. 심지어 그런 식의 차별을 정치인이 오히려 부추기는 새로운 지형이 막 열리고 있는 듯하다. 정치인이라면 이번 대선이 남긴 교훈을 적극적으로 되새겨야 하지 않을까. (교훈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성별·세대별 혐오와 갈등 부추기기는 우리 사회의 미래가 될 수 없다, 미래 권력의 핵심일 수 없다는 것이다.”
- 표지 이야기
- [취재 후]트랜스젠더를 받아들이는 사회가 되길(2022. 04. 18 13:31)
- 2022. 04. 18 13:31 사회
- 트랜스젠더는 태어날 때 지정받은 성별과 스스로 느끼는 성별정체성이 다른 사람을 뜻합니다. 이들은 성별정체성과 다른 자신의 몸을 보고 큰 불쾌감을 느끼는데, 이를 ‘성별 위화감’ 혹은 ‘젠더 디스포리아’라고 합니다. 개인차가 있어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사람도 있지만 어떤 이는 극도의 고통을 느낍니다. 트랜스젠더 취재를 위해 인터뷰한 믹스씨는 “가슴이 나올 때 칼로 잘라버리거나 자궁을 도려내고 싶을 정도로 싫었다”고 말했습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호르몬 치료는 성별 위화감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목소리와 외모가 변하면서 병원을 이용하거나 취업 면접을 볼 때마다 원치 않게 자신의 성별정체성을 밝혀야 하는 불편함을 겪어야 합니다. 트랜스젠더에 대한 편견이 있고 관련 지식이 부족한 의료진은 왜 호르몬 치료를 받는지 되묻고, 진료를 거부하기도 합니다. 한 트랜스젠더는 “아프고 싶어서 아픈 게 아닌데 의료서비스를 받으러 갈 때마다 부당한 차별을 느낀다”고 했습니다. 트랜스젠더는 남녀 성별 구분만을 정상이라고 보는 사회 속에서 늘 혼란과 불안을 느낍니다. 부모나 친구, 사회가 자신의 성별정체성을 거부하면 심한 외로움을 느낍니다. 트랜스젠더들이 느끼는 고통을 두고 누군가는 “너희가 선택한 결과니 너희가 감당하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애초에 선택 가능한 길이었다면, 왜 그런 가시밭길을 택했겠습니까. 세계보건기구나 미국 정신의학회 등은 이미 트랜스젠더를 질병이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를 고칠 수 있는 병처럼 보는 태도는 트랜스젠더를 사회적으로 고립시키는 역효과만 가져옵니다. 3월 31일은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이었습니다. 트랜스젠더의 삶을 세상에 알리는 날로,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11월 20일)과 함께 트랜스젠더의 정체성을 긍정하고자 만든 기념일입니다. 미국 국무부는 이날을 기념해 지난 4월 11일부터 여권 신청 시 성별 표기에 남성이나 여성 외에 ‘X’도 선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자신을 여성 또는 남성으로 확고히 정체화하지 않는 ‘논바이너리’나 생식기 등이 성별 이분법적 구조에 해당하지 않는 ‘간성’ 또는 기존 성별 구분에 불편함을 느끼는 이들을 위한 조치입니다. 미 국무부는 성정체성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의 자유와 존엄, 평등을 보호·증진하고, 개인의 사생활을 존중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한국도 트랜스젠더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 취재 후
- “시선이 더 아파”…몸 아파도 꾹 참는 트랜스젠더(2022. 04. 08 14:54)
- 2022. 04. 08 14:54 사회
- 영화 <히든 피겨스>는 소련과의 우주경쟁에서 승리를 가져온 천재 흑인 여성 수학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주인공 중 한명인 캐서린 고블이 쓸 수 있는 화장실이 없어서 참다 참다 결국 유색인종 전용 화장실까지 상당한 거리를 전력질주하는 장면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오늘날 그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이들이 트랜스젠더다. 출생 당시의 성별과 성별정체성이 서로 다른 사람을 뜻하는 트랜스젠더에게 화장실은 일상생활의 큰 걸림돌 중 하나다. 화장실이 급해도 사람이 없을 때를 노려 들어가는데, 들어가더라도 누가 올까봐 가슴을 졸여야 한다.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다. 화장실에 안 가고 참는 이들이 많아 방광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많다. 국가인권위원회의 2020년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에 따르면 화장실에 가는 걸 피하려고 음료나 음식을 먹지 않거나 가더라도 인적이 드문 화장실을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이들이 조사 참여 트랜스젠더 10명 중 4명꼴에 가까웠다. shutterstock 2014년 미국에서 실시한 연구결과를 보면 동성애자와 양성애자, 트랜스젠더를 포함한 성소수자 인구는 사회 전체인구의 약 2.2~5.6%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수다. 그들은 우리 곁에서 사는 평범한 이웃이지만 전혀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산다. 화장실 문제를 비롯해 투표를 할 때도, 관공서나 은행을 찾을 때도 “주민등록번호 뒷자리와 다른데 본인 맞아요”라는 질문을 받기 일쑤다.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하기가 힘들다. 병원 이용도 자주 포기한다. 그래서 건강과 관련한 문제가 불거지기 쉽다. 성별 정정을 위해 호르몬 치료와 외과적 수술을 받는 위험도 안고 있다. 성별 정정이 안 되면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데 성별 정정의 조건인 의료적 트랜지션은 비용 부담이 크다. 건강한 삶, 윤택한 삶을 살기 어려운 상황으로 자꾸만 내몰리고 있다. 주간경향은 트랜스젠더 4명(다채롬·바다·믹스·강)을 인터뷰해 이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의료 접근성의 문제를 짚었다. 죽을 만큼 아파야 병원에 가는 이유 20대 중반의 믹스는 트랜지션을 위한 호르몬 치료를 받고 있다. 일반인은 이해하기 어렵지만 태어날 당시 지정된 성별과 스스로 인식하는 성이 일치하지 않아 생기는 불쾌감(젠더 디스포리아·성별 위화감)을 크게 느끼고 있다. 이를 줄일 수 있는 외과적 수술을 원하지만 학교에 다니면서 돈을 모으기가 쉽지 않아 미뤄둔 상황이다. 트랜스젠더는 호르몬 치료 외엔 거의 병원을 가지 않는다. 아파서 응급실에 실려갈 정도가 아니라면 참는다. “감기로는 병원에 안 가고, 축농증이 심해 이비인후과를 자주 찾지만 그것도 별로 안 가려고 한다. 진료를 보는데 갑자기 간호사가 들어와 이름이나 주민등록번호를 불러보라며, 슬쩍 떠보는 질문을 할 때마다 서러움을 느낀다. 의사 중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를 보지 않고 진료하는 분들도 있는데 상체를 까기 싫다고 했더니 ‘여자나 싫다고 하지 남자가 무슨’이라고 말하는 분도 있었다.”(믹스) 다채롬은 20대 후반의 트랜스여성으로 최근 <다채로운 일상>(돌베개)이라는 책을 냈다. 시스젠더(트랜스젠더가 아닌 사람)의 편견과 선입견을 덜어주려는 생각에서다. 트랜스젠더로서의 삶은 그에게도 녹록지 않았다. “진료를 보고 나왔는데 의사가 내 이름을 부르면서 헐레벌떡 뛰어와 성별이 남자인데 남자분이 맞냐고 큰소리로 물어봐 당황한 마음에 뛰쳐나온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의료진의 따가운 시선과 차별 탓에 ‘젠더 친화적’이라고 알려진 병원을 수소문해 찾아가기도 한다. 대개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에 있어서 지방에 사는 트랜스젠더의 경우 병원을 오가려면 하루를 꼬박 허비해야 한다. 강은 젠더퀴어에 속한다. 여성과 남성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다고 보는 유형이다. 강은 “우리 주변에 트랜스젠더가 존재한다는 걸 알리고자 하는 사람이라 아무 병원이나 가서 진료를 받는 편”이지만 자궁경부암 등 건강 이상을 위해 산부인과를 찾아갔던 경험은 정말로 괴로웠다고 말했다. “예약을 하러 가면 ‘본인이 와야 한다’고 말하는데, 그럴 때 사람들의 반응이 느껴진다. 여성분들 사이에서 앉아 있는 것도 괴롭다. 여성으로 패싱될 땐 그런 경험이 없었는데 그땐 간호사들이 고의로 진찰 과정을 쳐다본다는 느낌을 받았다.” 20대 후반인 강은 자신의 건강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게 사회의 시선이라고 했다. 자신의 정체성과 달리 세상은 늘 여성과 남성의 이분법으로 사람을 대한다. “사람들은 나를 여자로 알면 어떻게든 여자에 끼워넣으려고 한다. 남자처럼 보여도 이력서에 여성으로 적혀 있으면 ‘되게 남성스러운 분이네요’라고 말한다.” 단순히 갈 수 있는 병원이 적다는 문제에서 그치지 않는다. 2차 성징이 나타나기 전 호르몬 요법을 시작하면 성별 위화감을 상당히 완화할 수 있는데 이 시기에 치료를 받으려면 부모의 동의가 필요하다. 가정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당사자가 부모와 함께 병원을 찾기란 더욱 어려운 일이고, 결국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신체가 자라는 걸 막지 못한다. 다채롬 작가는 “사춘기 이후 신체를 고칠 수 없기 때문에 디스포리아를 평생 가지고 가야 한다. 내 몸이 평생에 걸쳐 트리거가 될 수 있다. ‘이런 몸으로 살아서 뭐하지’라는 극단적인 생각을 하기 쉽다”고 말했다. 건강 위협하는 ‘소수자 스트레스’ 막 30대에 들어선 트랜스남성 바다는 트랜스젠더가 의료와 취업, 일상생활과 학교교육 등 사회 모든 분야에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당장 취업을 하고 싶어도 이력서를 쓸 때부터 난관이다. 출신학교를 적으라고 하는데 여고 출신이면 그 학교 이름을 적을 수 없다. 직장생활 와중에 성별 정정을 하면 이직 후에 내가 한 활동을 증명할 방법이 없다. 기록을 갖고 이직하자니 아우팅(성별정체성의 비자발적 공개)이 될 위험부담이 있어서다.” 코로나19로 방역패스가 존재할 땐 돌아다니기도 쉽지 않았다. “방역패스용 음성확인서에 성별 구분이 있어서 보여줄 때마다 커밍아웃을 안 한 상황인데 아웃팅이 될까봐 안 보이게 하려고 무지 고생했다.”(믹스) 바다는 본인이 맞다고 해도 의심하는 상황을 맞을 때마다 존재를 부정당하는 느낌과 함께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고 나대로 떳떳하게 살고 싶은데 사회의 시선이 그렇지 않으니 괜히 눈치 보고 위축된다. 일생이 다 거짓말이 된 것 같다.” 배제는 트랜스젠더의 존재를 숨긴다. 없는 사람 취급을 한다. “외국에 갔더니 장애인을 쉽게 볼 수 있었는데, 한국에 오니 길거리에서 장애인을 한명도 볼 수 없는 게 너무 기이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한국은 정상이라 여기지 않는 소수자를 사회에서 지우는 데 능숙하고 트랜스젠더도 마찬가지다.”(다채롬) 성별 위화감에 더해 소수자로서 트랜스젠더가 겪는 차별과 고립감은 스트레스가 되어 건강을 위협한다. 인권위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9년 한해 동안 의료기관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거나 치료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한 참여자는 전체의 57.1%였고, 24.4%는 공황장애 진단이나 치료를 받았다고 답했다. 당시 연구에 참여했던 이혜민 박사(고려대 일반대학원 보건과학과)는 이를 ‘소수자 스트레스’ 모형으로 설명했다. 모든 사람이 가정과 일터에서 스트레스를 일상적으로 겪긴 하지만 성소수자는 거기에 더해 자신의 소수자 지위로 인해 차별이나 폭력 등 편견적 사건과 경험, 배제에 대한 예상, 정체성 숨김, 내재화된 혐오 등의 소수자 스트레스를 경험한다. 이 박사는 “몸이 외부의 반응을 스트레스라고 인지할 때 체내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이 나오고, 이로 인해 인체의 균형이 깨지면서 건강이 안 좋아지는 생물학적 기전과 스트레스를 받으면 음주와 흡연을 많이 하게 되는 요인이 함께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성별 정정의 높은 벽만 허물어도 믹스는 호르몬 치료를 시작한 지 5년째가 되면서 외형이 많이 변했다. 취업을 해야 하는데 면접에서 걸릴까봐 걱정한다. 성별 정정을 허락하는 법원의 기준은 엄격하고 때론 모호하다. 현재 법원은 성별 정정 허가의 조건으로 정신과 진단과 불임 그리고 외부성기 성형수술을 요구한다. 믹스는 “진단서도 받고, 수술도 마쳐 생식능력이 없다는 게 확인됐음에도 법원에서 기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성별 정정의 수술요건을 없애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수술이 건강권 등 기본권 침해의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박한희 희망을 만드는 법 변호사는 “생식력 제거와 외부성기 제거와 같은 소위 성확정 수술은 건강상 미치는 악영향이 크고 건강보험 적용도 안 돼 비용 부담이 크다. 본인이 수술을 원하지 않음에도 받아야 하는 사람도 있다. 자기가 원하지 않는 불임을 강제당하는 건 일종의 고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유엔인권최고대표 등 국제기구는 이미 수차례 이런 조건을 없애라는 권고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유럽 국가의 경우 대부분 수술 없이 성별 정정이 가능하고, 대만 역시 지난해 수술 없이 성별 정정을 인정하는 판례를 내놨다고 덧붙였다. 박 변호사는 “어떤 법원은 필요한 서류만 있으면 바로 해주고 어떤 법원은 불필요한 서류까지 요구하면서 때론 모욕적인 발언도 한다. 법원 재량에 맡겨진 절차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적합 수술을 강요하는 건 이분화된 젠더 관념에서 나온 관행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승현 연세대 법학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성적합 수술이 접근하는 방식은 여성이면 이런 몸을 가져야 하고 남성이면 이런 몸을 가져야 한다는, 신체를 이분화하는 관점이 하나의 젠더 규범으로 잡혀 있기 때문”이라면서 “근본적으로 사람의 신체가 다양하다는 생각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과적 수술은 성별 정정을 위한 법적 요건이지만 다수의 트랜스젠더에겐 성별 위화감을 완화하는 역할도 한다. 그래서 대다수 트랜스젠더가 의료적 트랜지션을 원하지만 비용 부담으로 시도를 못 하는 경우가 많다. 다채롬 작가는 “수술비를 마련하지 못해 성별 정정도 못 하고 성별 정정을 못 하니 일자리를 제대로 갖지 못해서 수술비를 벌지 못하는 악순환을 한단계라도 끊을 수 있으면 훨씬 낫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결국 트랜스젠더의 건강권을 보장하고, 이들이 빈곤의 악순환에 빠지는 걸 막으려면 의료적 조치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 이미 2014년 기준 세계 118개국 중 43개국이 트랜지션 관련 의료의 전부 또는 일부를 국가 건강보험이나 기타 공공의료체계에서 보장하고 있다. 트랜스젠더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려면 의료진의 인식 개선과 트랜스젠더 관련 의료지식 강화를 위한 교육도 필요하다. 믹스는 “진료를 보러 갈 때 사람들 앞에서 면박을 주거나 ‘이게 뭐예요’라면서 놀라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 게 우리한테는 최소한의 배려”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16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 행동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트렌스젠더 성별 정정 수술요건 폐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한수빈 기자 WHO ‘성전환증’ 정신장애 분류 삭제 성별 정정 과정에서 정신과 진단을 관문처럼 요구하는 건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호르몬 요법과 같은 트랜지션 과정을 진행하려면 먼저 정신의학과에서 ‘한국표준질병 분류번호 F64.0’ 진단코드를 받아야 한다. 진단명은 성전환증, 성 주체성 장애, 성별위화감 등으로 표기한다. 다채롬 작가는 “성소수자의 정신건강을 관리하면서, 성정체성 확립을 도와주는 방향으로 가야지 정신의학과의 진단서를 일종의 성별 정정을 위한 통과의례처럼 활용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흐름은 트랜스젠더를 병리현상으로 보지 않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8년 6월 국제질병분류 ICD-11을 개정했는데 트랜스젠더의 성별불일치를 정신질환이 아니라 성적 건강 상태로 분류했다. WHO는 “트랜스젠더 정체성이 더는 정신장애가 아니라는 점은 명백하며, 그렇게 정의하는 일은 트랜스젠더에 대한 엄청난 사회적 낙인을 유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한국은 통계청의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서 성전환증을 ‘정신 및 행동 장애’ 범주의 하나인 ‘성주체성 장애’로 분류하고 있다. 인권위는 지난 3월 21일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를 개정해 성전환증을 정신장애 분류에서 삭제할 것을 권고했다. 박한희 변호사는 “한국도 WHO 회원국이라 우리에게도 2022년부터 국제질병분류 개정의 효력이 적용된다. 한국의 경우 WHO가 만든 기준을 조금 변형해 통계청이 5년마다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작성하는데 인권위의 권고는 2025년까지 기다리지 말고, 지금이라도 당장 질병분류에서 삭제하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통계조사 통해 양지로 불러내기 인권위는 최근 국가 승인통계 작성을 위한 국가 수준의 설문조사에 성별정체성에 대한 문항을 포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승현 연구원은 “국가 정책을 수립하려면 대상을 정하고, 이들의 필요를 파악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일단 인구현황부터 파악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성소수자 통계 작성이 필요하다. 통계조사를 통해 이들이 우리 사회의 일원이라는 걸 인지할 수 있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트랜스젠더를 비롯해 성소수자 여부를 파악하려면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묻는 질문이 포함돼야 한다. 성적지향은 자신과 같은 성별이나 다른 성별의 사람 또는 양자 모두에 대한 성적이거나 낭만적인 끌림을 경험하는 지속적인 성향으로 정의된다. 성별정체성은 자신이 남성, 여성 또는 그 밖의 성별인지에 대한 개인의 내적인 감각을 의미한다. 이런 문항이 포함될 수 있는 조사로 가장 먼저 통계청이 5년마다 실시하는 인구주택총조사를 들 수 있다. 현재 조사에서 성별은 남녀 두가지로만 응답할 수 있다. 혼인·가구 형태에서도 동성부부는 제외돼 사실상 성소수자는 인구집단으로서 어떠한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다. 반면 캐나다 연방통계청은 2021년 인구총조사를 위한 테스트 질문에 지정성별과 젠더 항목을 포함시켰다. 영국 역시 2021년 인구총조사에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문가들은 우리 역시 다가오는 2025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성적지향·성별정체성 설문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혜민 박사는 학술적·정책적 의미를 강조했다. “낙인과 차별을 많이 받는 집단의 경우 개인 설문조사라 해도 연구자들이 참여자의 크기를 키우기 쉽지 않다. 참여자가 부족한 상태에서 설문조사를 하면 그 결과도 대표성을 띠기 어렵다. 하지만 대표성 있는 자료로 근거를 만들면 차별이나 낙인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고, 그 결과가 트랜스젠더 인구집단 전체에 적용될 수 있는 결과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건강이 안 좋으면 어떻게 정책적으로 개입할지도 근거에 기반해 고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구주택총조사에 성소수자를 파악할 수 있는 문항을 넣으면 이들의 계층과 소득을 파악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의 국민보건의료실태조사 등 건강변수가 들어가는 설문조사에 성별정체성 등을 물을 수 있으면 해당 데이터로 성소수자의 건강을 연구할 수도 있다. 두 데이터를 결합하면 성소수자와 관련한 다양한 연구가 가능해진다.
- 표지 이야기
- “트랜스젠더를 병리현상으로 봐선 안 돼”(2022. 04. 08 14:54)
- 2022. 04. 08 14:54 사회
- ㆍ영국의 작가 숀 페이에게 듣는다 정치인의 성평등 인식을 묻는 것이 한국의 상황이라면, 영국에선 최근 수년 사이 트랜스젠더(성별정체성이 본인이 태어났을 때 지정받은 성별과 일치하지 않는 사람들)에 관한 정치인의 입장을 묻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다. 영국에서 트랜스젠더가 미디어에 등장해 의견을 제시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트랜스젠더의 ‘가시화’가 두드러졌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더 심한 조롱과 차별의 대상이 되는 측면도 분명 있다. 트랜스젠더가 존재를 드러낼 수 있게 된 분위기만으로 차별까지 없어졌다고 보는 건 크나큰 착각이다. 의 작가이자 팟캐스트 의 진행자, 성소수자 인권단체 스톤월의 활동가로 일하는 숀 페이 / Paul Samuel White 영국은 트랜지션(트랜스젠더가 자신의 성별정체성에 맞게 사회적 성별을 변화시키는 과정)을 위한 호르몬 요법과 외과적 수술의 일부를 국민건강보험(NHS)으로 보장한다. 보건의료 측면에서 우리보다 앞선 면이 있지만 차별과 혐오 문제에서는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미성년자인 트랜스젠더가 느끼는 젠더 디스포리아(성별 위화감)를 인정하지 않거나 그에 맞는 치료를 받기 어려운 문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성인이 돼 실업과 가난의 악순환을 겪는 문제는 한국과 마찬가지다. 양로원에 들어간 트랜스젠더들이 다시 출생 시의 성별로 취급당하거나 관리자나 수용자들에게 학대·소외당하는 문제는 고령화 속도가 빠른 한국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영국의 작가이자 성소수자 인권단체 스톤월의 캠페이너로 활동하는 숀 페이는 트랜스젠더가 겪는 문제가 노동계급 일반이 겪는 현상과 유사하다고 봤다. 차별과 불평등을 해결할 열쇠로 ‘해방’과 ‘정의’를 강조하는 까닭이다. 그는 최근 한국어로 번역된 저서 <트랜스젠더 이슈>(돌베개)에서 ‘트랜스젠더 평등권’ 같은 소박한 목표로는 부족하다면서 “트랜스인이라면 자본주의적이자 가부장적이며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을 착취하고 모멸하는 이 세상에서 평등한 존재가 되기를 바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트랜스젠더가 겪는 불평등은 ‘시스젠더’(트랜스젠더가 아닌 사람)도 경험하는 것이며, 다른 소수자 집단이 경험하는 것과 같은 불평등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랜스젠더의 건강권 보장과 차별 해소를 위한 해법을 숀 페이와의 e메일 인터뷰로 들었다. -트랜스젠더의 건강을 위협하는 원인은 무엇인가. “어릴적 학교에서의 따돌림과 사회적 배제, 가족과 지역 사회에서 자신의 정체성이 거부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 직장에서의 차별과 배제, 친밀한 사람에 의한 학대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직장 내 차별은 트랜스젠더가 빈곤을 경험할 가능성을 높인다. 의료환경에서의 차별과 결합할 경우 신체건강에 있어서도 장기적인 문제를 겪을 수 있다.” -영국에서 의료적 트랜지션을 시작할 때까지 최소 3~4년을 기다린다. “일반적으로 트랜지션은 정신과 또는 심리학 배경 지식을 가진 임상의가 운영하는 전문 ‘성정체성 클리닉’에 국한된 ‘전문가’ 영역으로 간주된다. 환자는 치료에 대한 접근이 허용되기 전 여러차례 그들의 개인사와 관련해 치료와 관련 없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이는 트랜스젠더를 병리적 현상으로 바라보는 것이자 긴 대기열을 만드는 불필요한 방해가 된다. 우리가 찾은 해법은 트랜지션 조치를 복잡한 전문 분야로 취급하는 것을 중단하고 보다 유연한 치료 모델을 갖는 것이다. 일반 개업의와 (해당될 경우) 내분비 전문의가 안전한 호르몬 수치와 같은 건강지표를 모니터링하는 데 집중하면 된다. 트랜스젠더가 되는 것은 마음의 장애가 아니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성별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다. 젠더의 병리화에 뿌리를 둔 모든 분야의 역할은 폐지돼야 한다.” -외과 수술로 생식능력이 없어졌다는 의사 소견이 성별 정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성별 승인 전 의사의 소견을 요구하는 건 국가가 트랜스젠더 당사자의 말을 신뢰할 수 없는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트랜스젠더의 마음을 볼 수 없는 의사가 왜 그러한 권력의 자리에 앉았는지, 그리고 왜 트랜스젠더는 의사가 듣길 원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의사에게 말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이런 상황의 이점은 의료기관을 통해 젠더의 경계를 통제할 수 있다고 시스젠더 사회를 안심시키는 것밖에 없다.” -일찍부터 사회적 트랜지션을 할 경우의 이점이 있는가. “개인이 결정할 문제지만 어렸을 때 트랜지션을 하면 자신의 (출생 당시) 성으로 겪는 고통을 상당히 완화하리라 기대할 수 있다. 아동은 자신이 이분법적인 젠더에 속하지 않는다고 표현할 때 ‘어른들로부터 처벌과 배제를 당하지 않을까’라는 공포를 느낀다. 건강한 사회라면 아이들이 그들의 젠더로 더 편안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찾도록 허용해야 한다. 어떤 경우엔 ‘완전한’ 사회적 트랜지션을 요구하지만 큰 사회적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도 젠더 유동성(자신이 동일시하는 젠더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이나 (성별 정체성) 탐색을 허용하는 것으로 충분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트랜지션의 이점은 고통을 완화하고 삶을 더 온전히 추구할 수 있다는 거다.” -2018년 영국 정부는 전국 단위 LGBT(성적소수자) 조사를 했다. 실태 파악이 중요한 이유는. “당시 조사는 일회성이었다. LGBT 권리가 퇴보하는 영국에서 더 나은 데이터에 대한 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차별을 정당화하기 위해 트랜스젠더의 현실을 최소화하고 지우려는 지속적인 시도가 있다. 이런 ‘삭제’를 방지하려면 정확한 데이터 확보가 중요하다.” -트랜스인의 해방과 정의를 강조했다. “평등과 인권은 트랜스젠더의 대의를 발전시키기 위한 중요한 틀이다. ‘해방’은 한걸음 더 나아가 자본주의와 사회계급, 가부장제, 인종차별주의와 국경선 같은 더 넓은 체제에 도전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트랜스젠더를 포함해 전 세계 수많은 사람을 해하고, 착취한다. 이미 타락한 시스템에서의 평등은 만족스러운 최종 목표가 아니다. 종종 다른 사람을 착취할 것을 요구하는 생활방식에 동화되는 것처럼 보인다. 트랜스 해방은 모든 형태의 압제를 살펴보는 데서 시작해 엘리트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사람들을 궁핍하게 만드는 모든 형태의 지배와 폭력의 체제에 도전하는 ‘연합의 정치’를 찾는 것이다.” -페미니즘과 연대할 수 있는 기반이 있다면. “트랜스젠더 해방과 여성 해방은 근본적으로 같은 투쟁의 두가지 표현이다. 둘 다 위계(남성의 여성 우위)를 재생산하기 위해 고정된 이분법적 젠더(남성과 여성)를 요구하는 가부장제 시스템에 도전하고 있다. 이분법적 젠더에 도전하는 것은 위계 구조에 도전하는 것이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남성이 여성보다 선천적으로 우월하지 않은데도 이들이 사회·경제·정치적 권력을 계속해 행사할 수 있는 것은 다른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여성을 동료 시민으로 보지 않는, 고의로 만들어진 ‘소원함’의 감정과 그로 인해 여성에 대한 폭력을 직접 혹은 국가폭력을 통해 행사할 수 있는 일종의 ‘면허’라고 인식하는 데서 기인한다. 트랜스젠더의 존재 또한 이런 소원함이 지속적으로 재생산되고 사람들에게 부과된다는 점을 폭로하는 역할을 한다. 가부장제는 트랜스젠더를 폭력과 자율권 제한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결국 두가지(트랜스젠더 해방과 여성 해방)는 연속적이다. 협력해야 잘 작동하는 형제간의 투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 표지 이야기
- she와 he 사이…교사는 트랜스젠더 학생을 어떻게 불러야 하나(2021. 07. 02 13:58)
- 2021. 07. 02 13:58 국제
- ㆍ트랜스젠더 운동선수의 출전 제한 등 논쟁은 갈수록 더 늘어날 전망 미국 연방대법원은 2015년 6월 26일(현지시간) 역사적 판결을 내렸다. 대법관 9명 가운데 5명이 동성결혼이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수도 워싱턴과 36개주에서만 허용됐던 동성결혼이 미국 전역으로 확대됐다. 이로써 미국사회에서 수십년간 지속된 동성결혼 합법화 논쟁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6년이 지난 지금 미국에선 동성배우자를 둔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이 미국 역사상 최초로 의회 인준을 통과하고 연방정부 장관으로 재직 중이다. 그럼에도 동성애자를 포함한 성소수자들의 성정체성 및 권리 존중을 둘러싼 미국 내 논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새로 취임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성소수자, 낙태 등에 대해 보수적 입장을 견지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을 뒤집자, 공화당과 보수진영이 반발하면서 충돌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학교 현장에서의 논쟁이 뜨겁다. 미국 시카고 그랜트 파크에 모인 군중이 6월 26일(현지시간) 성소수자 축제인 프라이드 퍼레이드를 즐기고 있다. / 시카고|AP연합뉴스 미국 언론은 6월 28일 연방대법원이 한 소송에 대해 내린 기각 결정에 주목했다. 트랜스젠더 학생이 학교에서 어느 화장실을 사용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소송이었다. 이 사건은 여성으로 태어났지만, 스스로를 남성이라고 생각하는 개빈 그림이 고교 2학년이던 2014년 자신의 성정체성에 맞는 화장실을 쓰게 해달라고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개빈은 성전환 수술을 받지 않은 상태였다. 연방 제4항소법원은 지난해 8월 교육위원회가 그림에게 성정체성에 맞는 화장실 사용을 금지시킴으로써 성차별을 했으며 권리를 침해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이 상고심을 심리하지 않기로 함으로써 트랜스젠더 학생은 학교에서 자신의 성정체성에 맞는 화장실을 사용할 법적인 권리를 보장받았다. 확대되는 젠더 다양성 논쟁 트랜스젠더 학생의 화장실 사용 권리를 둘러싼 재판이 7년 만에 일단락됐지만, 학교 내 젠더 다양성에 대한 논쟁은 더 넓고 복잡해졌다. 성소수자 권익보호를 주요 정책으로 내세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3월 학교에서 성, 성적지향, 성정체성에 따른 차별을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도 논쟁에 기름을 부었다. 미겔 카르도나 미국 교육부 장관은 6월 22일 하원 교육·노동위원회에서 메리 밀러 공화당 의원과 설전을 벌였다. 밀러 의원은 교육부가 제작한 성소수자 학대 예방 책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인간의 성(性)은 몇가지가 있느냐?”고 카르도나 장관에게 물었다. 책자 내용 중 교사가 성소수자 학생에게 양성만 있다고 말하는 것에 대해 학대 사례로 든 것을 염두에 둔 질문이었다. 카르도나 장관은 “질문한 것이 뭔지 알지만 그 질문의 뿌리를 답하고자 한다”면서 “교육자로서 보호하는 것이 우리 책임이라고 강하게 믿는다”고만 말했다. 카르도나 장관은 거듭된 재촉에 “의원께서는 만약 당신의 교실에 양성에 속하지 않은 학생이 있다면 어떻게 대하겠느냐?”고 되물었다. 의회가 연방정부 예산 승인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미국에서도 장관은 의회에서 ‘을’의 입장이다. 그럼에도 장관이 의원과 충돌을 마다하지 않은 것은 이 사안의 민감성을 반영한다. 양성에서 벗어난 성정체성을 일반적인 성의 범주에 포함시키느냐, ‘정상’을 벗어난 사례로 취급할 것이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이 문제는 호칭 문제로 연결됐다. 버지니아주 라우든 카운티의 한 초등학교는 6월 초 체육교사인 바이런 태너 크로스에게 수업 참여를 제한하는 징계를 단행했다. 크로스가 트랜스젠더 학생들을 부를 때 그들의 성정체성에 맞춰 부르라는 카운티 당국의 권고를 따르지 않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앞서 예로 든 그림처럼 여성으로 태어났지만 스스로 남성이라고 느끼는 학생은 she가 아니라 he로 부르라는 것이다. 크로스는 학교 측에 “나는 모든 학생을 사랑하지만 교사이기 이전에 신을 섬기는 사람으로서 생물학적 소년이 소녀가 된다거나 반대의 경우를 확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크로스는 스스로 트랜스젠더라고 느꼈던 청소년이 생물학적 성정체성으로 되돌아가는 경우가 있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6월 25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성소수자 인권의 달 기념 행사에 초청된 16세 트랜스젠더 청소년 애시턴 모타와 함께 박수를 치고 있다. / 워싱턴|AP연합뉴스 양성 이외의 성 수용과정의 불가피함 버지니아주 법원은 크로스가 제기한 소송에서 학교 당국이 표현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를 침해했다면서 크로스의 손을 들어줬고, 크로스는 다시 수업을 맡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트랜스젠더 학생이 스스로 규정한 성과 반대되는 대명사로 불린다면 어떻게 느낄까? 트랜스젠더 부모도 불만을 나타냈다. 여섯 살짜리 아들이 크로스의 수업을 들었던 트랜스젠더 아버지 크리스 캔디스 턱은 워싱턴포스트에 아들이 크로스를 아주 좋아했다면서 아들이 큰 혼란을 겪을까 걱정된다고 밝혔다. 트랜스젠더 운동선수의 출전 제한 논쟁도 한창이다. 미국 코네티컷주 소재 고교에 재학 중인 여자 육상선수 3명은 지난해 학교 및 체육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남자의 신체조건을 가진 트랜스젠더 여학생 선수들이 여성 종목에 출전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트랜스젠더 여학생 선수들 때문에 번번이 순위에서 밀려났고, 대학 입시에서 치명적인 불이익을 받게 됐다고 불평했다. 한 학생은 “누군가가 자신의 성정체성을 스스로 믿는다고 해서 생물학적 차이가 사라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소송이 제기될 당시 미국에선 코네티컷주를 포함해 16개주가 트랜스젠더 여학생이 제한 없이 여성부 경기에 출전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었다. 8개주는 태어날 당시 출생증명서에 기재된 성으로만 출전하거나 트랜스젠더의 경우 성전환 수술 또는 호르몬 요법을 받은 경우만 출전을 허용하는 등 제한을 두고 있었다. 올해 들어 플로리다, 아칸소, 몬태나, 웨스트버지니아 등의 주는 트랜스젠더 여학생 선수 출전 제한에 새로 동참했다. 흥미로운 것은 양측 모두 1972년 제정된 교육법 개정안 제9조를 법적 근거로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법은 교육기관이 성별에 따른 차별을 하지 못하도록 금지시켰다. 일반 여학생 선수들은 트랜스젠더 여학생 때문에 성별에 따른 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트랜스젠더 여학생 선수들 역시 자신들의 출전이 제한받는다면 성별에 따른 차별이라고 주장한다. 일반 여학생과 트랜스젠더 여학생을 체육경기에서 구분하지 않는 것이 차별인지, 구분하는 것이 차별인지의 논쟁이다. 논쟁은 갈수록 더 늘어날 전망이다. 수천년간 양성을 당연한 것으로 여겨온 사회가 양성 이외의 성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현상이기도 하다.
- [기고]전례 없던 과학기술 분야와 젠더 이슈 발표(2021. 06. 11 14:41)
- 2021. 06. 11 14:41 경제
- 지난 5월 21일(현지시간) 종료된 한미정상회담에서는 대북·대중국 문제 등 외교뿐 아니라 기술, 과학, 국제정치, 환경, 젠더 등 수많은 의제가 논의됐습니다. 미국에 거주하는 익명의 전문가가 한미정상회담 발표 내용을 분석했습니다. 기고자 요청으로 가명으로 게재하는 점 양해 바랍니다. 달 표면에서 우주비행사들이 도구를 이용해 광물을 캐내고 있는 모습의 상상도 /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공 미일정상회담에는 언급되지 않고 한미정상회담에서만 다뤄진 과학기술 분야의 몇가지 주제를 살펴보자. 우선 해외시장에서 원전 공동건설 프로젝트를 언급한 점이 눈에 띈다. 한국에서는 아랍에미리트(UAE)에 건설된 바카라원전을 떠올리며 한미 공동 해외원전시장 진출이 당연하게 보일지 모르겠다. 그런데 한국 원전의 해외진출은 미국의 승인이 없이는 이뤄지지 않는다. 가령 바카라원전에 제공된 APR-1400 원자로의 경우 한국 독자기술로 개발됐다고 알려져 있지만, 기반기술은 웨스팅하우스사가 소유한 원자로 디자인이다. 그런데 이 기반기술을 가진 웨스팅하우스는 2005년 일본의 도시바에 인수됐다. 그러니 해외원전시장 공동진출을 할 계획이면 일본이 파트너가 되는 게 더 합당해 보일지도 모르겠다. 차세대 소형 모듈 원자로 염두 문제는 2011년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원전 사고 이후 미국의 원전 건설 기준이 강화됐고, 도시바사는 엄청난 적자로 거의 그룹 해체수준의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는 점이다. 결국 웨스팅하우스의 원전 부분은 2018년 캐나다 자산운용사에 매각됐다. 한때 전 세계 원전 건설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던 웨스팅하우스는 앞으로 추가 원전 건설 없이 기존 원전의 운영·보수 및 폐로 사업만 담당할 예정이다. 이랬던 미국이 갑자기 한국과 원전 해외 공동진출을 정상회담에서 언급한 것은 전통적인 원전이 아니고 차세대 소형 모듈 원자로(SMR)를 염두에 둔 행보로 보인다. SMR은 바이든 대통령이 주요 국정과제로 밀고 있는 탄소배출 감축의 핵심 기술 분야이다. 지난해 미국 정부는 SMR의 디자인을 승인했고, 이렇게 승인된 SMR에 핵심구성 부품을 두산중공업이 담당하고 있다. 더불어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100MWe급 SMR의 디자인과 기반시설 건설에 대한 합의를 마쳤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가 계획 중인 2기의 원전 건설에 미국과 한국이 협력한다면 다른 경쟁국들에 비해 월등히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을 것이다. 차세대 원전이 바이든 행정부의 환경과제와 밀접하게 연결이 돼 있다면 오픈 랜(개방형 무선접속망)은 과학기술 분야에서 중국 압박의 핵심적 요소이다. 중국이라고 명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다양한 정보통신(IT) 분야에서 보안에 대한 강조는 실제로 거의 모두 중국의 기술 탈취 및 강제 기술 이전을 문제 삼고 있다고 보면 된다. 미국은 5G 시장에서 화웨이를 배제하는 노력에 한국과 일본의 동참을 촉구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국제 통신시장에서 중국업체를 핀셋처럼 솎아내기만 해서는 높은 가성비의 중국업체를 근본적으로 배제할 수가 없다. 따라서 아예 통신시장에서 장비의존도를 혁신적으로 낮출 수 있는 오픈 랜 기술을 도입해서 현재 중국으로 기울어져 있는 통신시장의 지배력을 미국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소프트웨어 쪽으로 돌리는 노력을 하고 있다. 더불어 이 분야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한국의 동참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오픈 랜은 마치 1990년대 초반 전 세계 최첨단을 걷던 일본의 아날로그 HDTV를 영상압축 기술을 통한 디지털 HDTV 도입으로 단숨에 역전시킨 미국의 행보를 떠올리게 한다. 신뢰할 수 없는 중국 통신업계의 기술력을 반전시킬 미국의 히든카드라고 할 수 있겠다. 아르테미스 협정은 궁극적으로는 화성을 포함한 전체 우주의 탐사와 평화적 이용을 목적으로 한다. 올해 5월과 6월에 한국과 뉴질랜드가 참여해 현재 11개국이 회원국으로 있다. 면면을 보면 각 지역의 강력한 미 우방국들로 구성돼 있다. 중국은 원천적으로 가입이 금지돼 있다. 왜냐하면 2011년 미 의회가 울프 개정안(Wolf Amendment)을 통해 NASA가 중국과 협력하는 것을 일절 금지해 버렸기 때문이다. 중국이 미국의 우주과학기술을 탈취할 것을 우려한 미국 정치권의 결정이었다. 그런데 미국의 이런 우려와 견제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한미정상회담 1주일 전 화성에 보낸 탐사선에서 화성 표면 탐사로봇인 주롱을 무사히 안착시켜 화성표면 사진을 전송받았다. 미국과의 우주 경쟁에서 전통적 경쟁 상대였던 러시아는 탈락한 반면 새로운 경쟁자인 중국은 미국의 턱밑까지 치고 올라왔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아르테미스 협정 참가는 미국 주도의 우주 개발에 일원이 된다는 뜻이고, 미중 간 패권 경쟁에 미국 쪽에 힘을 실어준다는 의미가 있다. 한국의 미국 투자, 일본의 10% 미일정상회담과 달리 한미정상회담에서만 다뤄진 또 다른 분야가 있다. 여성의 이공계 분야 참여뿐만 아니라 여성의 전반적 사회 참여가 강조됐고 가정 내 폭력과 사이버 성착취 그리고 남녀 임금 격차를 포함하는 젠더 문제가 결론 부분의 2개 문단에 거쳐 광범위하게 논의됐다. 성명서에는 이들 문제가 양국에 같이 적용되는 문제라고 표현했지만, 미국에서 여성의 사회 참여와 남녀 임금 격차 수준을 생각해본다면 이번 한미정상회담 공동 발표문에 나온 젠더 이슈는 한국에 훨씬 더 큰 비중으로 다가오는 문제라고 보는 것이 맞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악의 남녀 임금 격차와 국제적 아동 성착취물 공유 사이트인 다크웹의 운영자 손정우씨가 겨우 1년 6개월 선고를 받을 정도로 국제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한국의 젠더 이슈가 한미정상회담에서 논의된 것은 아주 큰 의미가 있다. 이제 결론 삼아 이런 질문을 해보자. 역대 미국이 우방국 지도자와 가졌던 정상회담 중에 이번 한미정상회담 경우처럼 다양한 분야에 걸쳐 세부적인 내용이 구구절절 언급된 경우가 있는가? 현재는 물론 미래의 미국 국가 전략에 필요한 각종 기술과 생산능력에 한국만큼 해결책을 전방위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우방이 없기 때문에 이런 공동선언문이 나왔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최고 우방이었던 영국은 물론이고 냉전 시기부터 가장 강력한 우방이었던 독일과 일본의 제조업 능력도 이제는 차세대 배터리와 통신, 반도체 분야 같은 IT 영역에서는 도통 힘을 쓰지 못한 지 꽤 됐다. 미국에 도전하는 중국이 이 모든 분야에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우방국이라고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한국기업들이 44조원을 투자한다는데 대략 400억달러이다. 400억달러를 앞으로 몇년간에 나눠 미국 자동차용 배터리를 포함한 제조업 분야에 투자할 예정이다. 많은 돈 같지만 일본 투자액(6000억달러)과는 비교가 안 된다. 이런 투자는 몇년 후면 투자수익으로 돌아온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비슷한 시기에 개최된 미일정상회담과 비교해 분석한 3번의 글이 독자들에게 현재 한미관계와 한국의 역량을 객관적으로 가늠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기를 소망해본다.
- “젠더갈등? 20대들이여 속지 말자”(2021. 04. 23 11:29)
- 2021. 04. 23 11:29 사회
- ㆍ보궐선거에 대한 20대 여성들의 속마음을 들었다 왼쪽부터 김은설, 양예빈, A씨 지난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각각 다른 후보에게 투표한 20대 여성 세명이 모였다. A씨(28)는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일하는 비서다. 국회에서 일하며 두 번의 총선, 대선, 지방선거를 겪었다. 정치외교학과 학생인 김은설씨(21)는 국민의힘 중앙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바른정당을 지지했다가 통합이 되면서 국민의힘으로 왔다. 이번 재보궐선거에서는 오세훈 후보 캠프에 참여했다. 양예빈씨(25)는 재생에너지 관련 스타트업에서 커뮤니케이션 매니저로 일한다. 이번 재보궐선거에서는 기호 15번 신지예 후보를 찍었다. 소수정당에 투표한 15.1% 중 한명이다. 그들이 보는 이번 선거는 어떨까. 정말 젠더 정책 때문에 민주당은 재보궐선거에서 패배했을까. 소수정당 지지 15.1%는 어떻게 봐야 할까. 주간경향은 정치 플랫폼 섀도우캐비닛과 함께 20대 여성과 20대 남성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1차로 진행된 20대 여성 집담회에서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특히 이들은 젠더갈등이 핵심이 아니라며 언론과 정치권을 향해 “젠더갈등? 속이지 마. 20대들이여, 속지 말자”고 강조했다 집담회는 지난 4월 20일 오전 서울 서교동에서 진행됐다. 섀도우캐비닛의 김경미 대표가 좌담회 진행을 맡았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왜 그 후보에게 투표했나. A 박영선 후보는 정치력·행정력이 있다는 점에서 유능한 후보라고 생각했다. 여성이라는 점도 투표한 이유 중 하나다. 성폭력 문제로 재보궐선거가 열렸기 때문에, 남성 후보였다면 (민주당을) 찍기 어렵지 않았을까. 은설 빠르게 시장직을 수행하려면 경력이 있는 사람이 맞지 않나? 라는 점에서 오세훈 후보가 적합했다고 봤다. 또 하나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염증이 있다. 공정, 깨끗한 척하지만 이전 정권과 별로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런 부분에 대한 심판을 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의지도 있었다. 예빈 당선 여부와 상관없이 이번 선거가 새로운 정치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표 걱정 때문에 내가 뽑고 싶은 후보, 공감 가는 후보를 뽑는 걸 미루고 당선 가능성이 있는 다른 후보를 뽑는다면, 기존 정치세력이 계속 정치를 하게 된다.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다. -20대 여성은 제3지대에 가장 많은 지지를 보낸 그룹이다. 이유가 뭘까. 예빈 재보궐선거 원인이었던 젠더 이슈를 명확하게 짚고 넘어간 후보가 여야 모두 없었다. 민주당을 심판하고 싶었던 사람은 국민의힘을 뽑은 것이고, 둘 다 정말 아니다 싶은 사람은 소수정당에 투표한 게 아닐까. A 젠더문제에 관해서는 여야가 똑같다. 그런데 20대 여성에게는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는 대안 후보들이 있었다. 짜장면 위에 오이, 완두콩만 있는 게 아니라 볶음밥도 있었던 것. 남성들이 국민의힘을 뽑았다는 것은 대안이 없었던 거라고 본다. 완두콩과 오이 중에 골라야 했다. -재보궐선거의 원인이 민주당의 성폭력이다. 그럼에도 20대 여성은 40대 남성 다음으로 박영선 후보를 지지했다. A 국민의힘이 이준석처럼 젠더갈등을 부추기는 정치인을 앞세웠다. 여성들 입장에서는 도저히, 절대로 뽑을 수 없는 거다. 박영선 후보는 여성이어서 거부감이 덜했다. 다른 남성 후보가 민주당 후보로 나왔다면 저는 15.1%(소수정당)로 넘어갔을지도 모른다. 은설 저는 조금 다르게 본다. ‘그자찍’이라고 들어봤나. 그런다고 자한당 찍겠나(웃음). 그 정도로 보수정당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았다. 그런데 20대 여성의 40.9%가 국민의힘을 찍었다. 지금까지 20대 여성이 문재인 정부에 굉장한 지지를 보냈던 걸 생각하면 40.9%는 굉장히 높은 수치다. -여성의당 김진아 후보가 4위를 했다. 출마 경험이 전무한데, 이 약진을 어떻게 보나. 예빈 김진아 후보는 모든 공약에서 여성을 언급했다. 여성이 살기 좋은 세상이면 약자, 소수자 모두가 살 만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 이슈를 지지하는 시민의 입장에서 여성의당은 정체성이 명확하니까, 투표로 이어진 것 같다. -20대 남성 투표결과에 대해서 어떻게 보나. 20대 남성은 보수화됐을까. 예빈 언론에서 20대 남성 보수화를 이야기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세훈 후보에 대한 지지라기보다는 현 정권에 대한 불만, 실망이 반영됐다고 본다. 무엇보다 20대 남성의 보수화를 이야기하며 20대 때문에 (민주당이) 졌다는 태도 자체가 ‘남탓’이다. 은설 50대 이상에서는 산업화, 40대 이상에서는 민주화가 큰 어젠다다. 그러니 20대가 경험이 없어서 보수화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너무 단편적인 평가다. 당장 우리가 필요한 것은 살 집과 먹을 밥이다. 그걸 지켜주는 정당을 지지하는 게 우선인데, 선거 때마다 보수화·진보화 이야기를 한다. A 남성들에게 또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20대는 남녀를 불문하고 자신을 수치화해 증명해야 하는 세대다. 나는 죽어라 공부했는데 내 노력이 누구한테 빼앗기면 참을 수 없다. 그런 면에서는 각박해진 것 같다. 그런데 그건 보수보다는 생존에 대한 위기의식이다. 공정에 대한 욕구도 생존과 연결돼 있다. 이걸 보수라고 간편하게 규정하는 건 20대에 대한 ‘가스라이팅’이다. 속지 말자. 김은설씨 “가부장제라는 단단한 벽을 뚫어야 하는 싸움인데, 이 과정에서 20대가 희생양이 된 게 아닐까.” -젠더 정책 때문에 20대 남성이 이탈했다는 평가가 많다. 은설 사실상 민주당의 젠더 정책이라고 할 만한 게 없다. 다만 민주당은 국민의힘에 비해 페미니스트 이미지를 많이 활용했다. 문재인 대통령,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본인이 페미니스트라고 자처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정책이나 갈등 해결을 위해서는 뭘 했는지 모르겠다. 예빈 남성들이 민주당을 ‘페미당’으로 인식한다는 건 언론을 통해 봤지, 실제 주변에서는 본 적이 없다. 여성들이 민주당을 페미당으로 보고 있지 않다는 건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젠더 정책 때문에 이탈했다면 재보궐선거에서 젠더 이슈가 나왔어야 했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A 이야기를 듣다 보니 민주당은 20대 여성과 남성 둘 다 놓친 것 같다. -개인적으로 현실에서 느끼는 젠더갈등은 어떤가. A 온라인이나 언론에서 부추기는 것 때문에 ‘더’ 대립을 하는 것 같다. 제 동생도 20대 남성인데 언론, 정치권에서 묘사하는 그런 대상이 아니다. 지금 20대는 어디든 앉아야 하는데 앉을 의자가 없다. 그런데 우리더러 ‘의자가 없어? 그럼 허공에 앉아’라고 한다. 그러니까 화가 난다. 정치인들이 이런 문제는 해결하지 않고 여성을 특정해 여기에 분노의 에너지를 쏟으라고 한다. 예빈 동의한다. 온라인에 극단적인 글을 쓰는 남성들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친구들과 젠더 이슈를 이야기하면서 싸운 적은 없다. 오히려 2030대 남성은 이전 세대보다 훨씬 젠더 감수성이 있다. 성폭력이 일어났으면 해결을 해야지 왜 갈등으로 여론을 몰아가나. 은설 일상에서는 갈등이 크게 느껴지지 않지만 은연중에 남성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인식이 느껴지긴 한다. 가부장제의 혜택을 누린 건 20대 남성이 아니고 기성세대다. (기성세대 남성이 특권을 누린) 가부장제를 무너뜨리는 과정에서 왜 그 피해를 20대 남성만 보냐는 것. A 맞다. 남자 선배들은 가부장제 아래에서 누릴 것 다 누려놓고 1020대 남성에게 하지 말라고 하니까 ‘이게 뭔가’ 싶을 수 있다. 이해는 간다. 하지만 이전이 비정상이었기 때문에 가부장제의 잔재들을 부활시키자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들어보니 20대 남성의 상실감은 구체적인데 정치권에서 이를 들어주는 과정은 없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지금 나타나는 갈등을 젠더 하나로만 볼 게 아니라 세대·계급 등 복합적인 원인으로 보는 게 맞지 않을까. 은설 가부장제라는 단단한 벽을 뚫어야 하는 싸움인데, 이 과정에서 20대가 희생양이 된 것이 아닐까. 20대 남성은 쟤랑 나랑 같은 조건인데 왜 쟤는 여자라는 이유로 대접을 받는 거지? 생각하고 20대 여성은 내가 가해자가 아닌데 왜 나한테 뭐라고 하나? 이런 현실 속에서 갈등이 발생하는 것 같다. 기회를 골고루 주기 위한 과도기적 상황이다. 예빈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을 보면서 젠더보다는 권력의 차이가 핵심이라는 생각을 했다. 세대갈등이라는 표현보다는 위아래 갈등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양예빈씨 “민주당을 심판하고 싶었던 사람은 국민의힘을 뽑은 거고, 둘 다 정말 아니다 싶은 사람은 소수정당에 투표한 게 아닐까.” A 박 전 시장 사건에 대한 4050대 여성 선배들의 반응에 혼란스러웠다. 가해자로 여기지 않고 오히려 박 전 시장의 업적을 안타까워하더라. 나라면 어땠을까. 10년 20년 함께 활동한 동기, 선배가 그런 가해행위을 했다면 나는 어땠을까. 생각해봤다. 나는 용서할 수는 없지만 차마 밖에서 강하게 비판하지는 못할 것 같다. 선배들도 그런 마음이지 않았을까. 나는 세대갈등으로 규정짓기는 싫다. -이번에 여당이 패배한 요인은 뭘까. A 20대 여성의 관점에서는 불공정 이슈가 컸다. 친구들은 “있는 집 애들은 결국 의대까지 가는구나. 차라리 (정)유라가 낫다. 걔는 취소라도 됐지만 조민은 뭐냐”고 말한다. 30대는 부동산 관련 불만이 굉장히 많다. 그 와중에 김상조·박주민이 터졌다. 그런 게 쌓여 패배한 것 같다. 은설 문재인 대통령이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고 했다. 기대를 가졌지만 4년 동안 이뤄지지 않았고 민주당의 위선적인 부분이 드러났다. 믿었던 사람들에 대한 실망 때문에 기권을 한 사람도 많다. 개인적으로 박주민 의원에게 실망을 크게 했다. 거지갑, 워낙 깨끗한 이미지였는데…(진짜 배신감 들죠. 무슨 거지야). 예빈 시대에 뒤처졌다. 이번 선거를 보니 여야 할 것 없이 부동산, 토건 정책 등을 내놨다. 언제까지 이런 정책이랑 공약을 보면서 투표해야 하나. <응답하라 1988>에 나올 법한 공약들이다. 실망감이 들었다. -민주당 주류가 주장하는 적폐청산, 검찰개혁에 대한 인상은 어떤가. 은설·예빈 별 관심이 없다. 인생이랑 직결된 문제가 아니다. 추·윤이 싸우나 보다. 심지어 누가 우리 편인지 모르는 친구들이 대다수(맞아 맞아). 구호는 계속 들리는데 실질적으로 적폐가 청산되고 있다는 느낌은 안 든다. A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고,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검찰조사를 받는 모습을 떠올려 볼 때, 검찰이 얼마나 문제가 많은 조직인가? 그런 생각은 한다. 그런데 추·윤 갈등으로 흘러가면서 본질이 희석됐고,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사람들의 피로감이 쌓였다고 본다. -배신감, 내로남불이 가장 큰 패배요인이라면 전용기 민주당 의원과 김남국 민주당 의원이 언급한 군 가산점 재도입 등은 어떻게 보나. 은설 되게 단편적이다. 20대 남성 표가 안 나왔어? 그러면 20대 남성 너희가 원하는 게 뭐야? 딱 이 수준. A 정치권의 게으름, 무능함을 숨기려고 만들어낸 다른 차별이 젠더다. 군가산점제가 1999년에 폐지됐다. 당시 결정문을 보면 ‘다른 보상법을 찾으라’고 주문한다. 20년 동안 정치인들은 다른 보상법을 못 찾았고, 다시 소수자를 차별하는 방식을 꺼냈다. -박용진 의원의 남녀평등복무제와 모병제 전환은 어떻게 보나. A 대안을 제시하는 미래적인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를 소외시키지도 않는다. 저라면 지원한다. 여성의 기초군사훈련이 무섭지 않다. 대학에서도 직업 군인이 되려는 여자 친구들이 많았다. 오히려 20대 여성은 안전에 민감하다. 전쟁이 나도 스스로를 보호하고 싶다. 은설 여성들이 기초군사훈련을 받고 군대에 가면 차별이 없어질까? 무조건적인 징집이 옳은가? 아직 잘 모르겠다. 의무대상이 아닌 사람들에게 군세를 걷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 우리가 뭔가를 부담했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게. 예빈 남녀평등복무제와 모병제가 젠더갈등으로 묶여 논의되는 것을 경계해야 할 것 같다. 지금 시점에서는 계속 그쪽으로 묶인다. -젠더갈등은 해결될 수 있는 갈등이라고 보나. A 해결해야 하고 해결할 수 있는 이슈다.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리더가 있었으면 좋겠다. 나이의 문제는 아니다. 버니 샌더스 같은 사람을 봐라. 미래세대가 이준석, 김남국, 전용기 의원을 대안으로 볼까? 누군가를 갈라치고 소외시키는 정치는 무능하고 게으를 뿐 아니라 나쁘다. 은설 해소될 수 있는 갈등이다. 특정 누군가가 나서서 뭔가를 한다는 것보다는 2030대 이야기가 정치권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창구가 필요하다. 우리가 아무리 젠더갈등이 아니라 먹고사는 문제라고 말해도 전달할 기구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국민의힘은 아직까지는 청년 조직이 미약하다. 좀 더 활성화돼야 한다. 예빈 비슷한 맥락에서 새로운 정치세력이 필요하다. 지금은 5060대에 너무 치우쳐 있다. 공론장이 만들어진다고 해도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들이 그대로라면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슈가 얼마나 바뀔지 의문이다. -마지막으로 또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속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앉을 자리도 없어서 허공에 앉아야 하고 AI 면접까지 봐서 사회에 들어왔는데. 정말 중요한 게 뭐냐? 젠더갈등이 20대 남녀의 약점이라고? 속이지 마라. 20대들이여, 속지 말자!(일동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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