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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속살해죄’ 삭제 논란 와글와글
- 2011. 04. 19 17:08 생활
- 부모 등 직계존속 살인 범죄를 일반 살인 범죄보다 무겁게 처벌하는 ‘존속살해죄’ 조항이 형법에서 사라질 전망이다. 이는 날이 갈수록 험악해지는 패륜 범죄의 처벌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법무부는 19일 “형사법개정특위가 전날 대검찰청 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어 형법 ‘살인의 죄’ 장(章)에서 존속살해 조항을 없애기로 의결하고 개정 시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특위는 ‘누구든지 사회적 신분에 의해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받지 않는다’는 헌법 제11조의 평등권 조항을 고려할 때 존속살해죄는 ‘출생에 따른 차별’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폐지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위는 존속상해죄와 존속폭행죄도 폐지하고 일반 상해·폭행 조항으로 처벌하는 내용으로 형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성균관과 적지 않은 시민단체는 “자기를 낳아준 존속은 다른 사람과 비교할 수 없다. 인륜을 거스른 패륜 범죄는 일반 범죄와 다르다”며 “특위의 견해는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도덕성을 훼손시키려는 통탄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달리 특위의 방침이 옳다는 목소리도 높다. ‘존속살해죄’의 위헌적 요소를 주장하는 학자들은 “인간은 ‘자손을 낳을 자유’는 있지만 ‘출생하는 자유’는 없는데, 직계비속이라는 신분 때문에 다른 범죄자보다 무거운 책임을 지는 것은 사회적 신분에 따른 차별”이라고 주장한다. 오늘날의 가족은 개인 대 개인의 평등관계로 봐야 하는데 존속범죄에만 가중처벌을 하는 것은 봉건적 가족제도를 전제로 한 전근대적 법률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법과 도덕은 구별돼야 하며, 효라는 도덕 가치로 법 위에 설 수 없다는 것, 부모가 자식을 죽이는 비속살인은 가중처벌하지 않으면서 존속살해만 무겁게 처벌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한편 외국의 경우 대부분의 나라는 ‘존속살해’ 조항을 따로 두고 있지 않다. 일반 살인죄로도 죄질에 따라 사형이나 무기징역 등 무겁게 처벌할 수 있는 만큼 굳이 별도의 규정을 둘 필요가 없다는 시각이다. 미국·영국 등 영미법계 국가는 예전부터 존속 대상 범죄를 가중처벌하지 않았다. 독일과 헝가리는 과거엔 존속살해 규정이 있었으나 지금은 삭제됐다. 존속살해를 엄중 처벌하는 이탈리아와 아르헨티나는 존속 뿐 아니라 비속이나 배우자를 살해했을 때도 가중처벌하는 규정을 함께 두고 있다. 우리와 가까운 일본은 존속살해 외에도 존속상해치사, 존속유기 등 우리 형법처럼 존속에 대한 범죄를 가중처벌하는 규정을 많이 두고 있었으나 1973년 최고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내려진 후 1995년에 가중처벌 규정을 모두 삭제했다. 이런 논란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특위는 자유 발언 형식으로 위원들이 의견을 모은 것일 뿐”이라며 “형사법제과에서 개정안을 만들고 공청회를 거쳐 국회에 제출해야 하는 등 아직 갈 길이 멀다. 최소한 내년 이후에나 폐지에 대한 가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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