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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희복의 인물탐구]민주당 국회의원 송영길 “주한미군 카드 역으로 활용해야”(2019. 12. 20 16:34)
- 2019. 12. 20 16:34 정치
- 한국과 미국의 제11차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방위비분담금이란 1991년 한국과 미국 간 체결한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에 따라 주한미군 주둔비용 중 일부를 우리가 부담하는 것이다. 미국은 2020년 분담금 규모를 2019년 1조389억원의 5배가 넘는 ‘50억 달러’(약 6조원)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일부 진보 정당과 시민·사회단체는 “주한미군 철수”를 외치며 반대시위를 벌이고 있다. 야당은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자’는 입장이었고, 여당은 정부의 눈치를 봤다. 사실 여당 정치인 입장은 미묘하다. 미국의 압력에 수세적 입장인 정부를 비난할 수도, 미국에 각을 세우는 것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문제에 분명한 목소리를 내는 국회의원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56)이다. 그는 과도한 방위비분담금 요구를 거절하는 것은 물론, 거꾸로 우리가 미군 주둔비를 받아야 한다는 지론을 펴고 있다. 12월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그를 만나 지론의 배경을 들었다. 반대로 우리가 미군 주둔비 받아야 -한·미 간 방위비분담금 협상 진행 상황을 듣고 있었나. 우리 대표단이 잘한 것인가. “우리 측 대표단 정은보 단장은 기재부 차관 출신으로 나도 잘 아는 사이다. 협상 기간 나와 긴밀히 소통하고 있고, 뚝심 있게 잘 버틴 것 같다. 이번 협상은 일종의 프레임 대결이었다. 우리는 미국에게 방위비분담협정(SMA) 체제 내에서 구체적 증액 근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했는데 미국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여야 47명 의원이 미국의 과도한 인상 요구에 반대하는 성명을 냈다. 이 성명을 주도한 이유는 무엇인가. “100여 명의 서명을 받을 수 있었는데, 시간이 없어 47명밖에 못 받았다. 국회에서 이리 세게 나와야 우리 협상팀에게 ‘우리 국회 분위기가 이러니 비준이 안 된다’는 말도 할 수 있다. 외교부 관계자로부터 이번 성명이 시의적절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지난해 방위비분담금 국회비준에도 반대했다. 왜 반대했나. “지난해 8.2% 인상도 과도한 것이었지만 매년 1000억원 이상 남고, 1조원 이상 쌓여 있지만 회계감사권이 우리에게 없다. 특히 미군은 고용하고 있는 1만여 명의 노동자(군속)에 대해 근로기준법도 지키지 않고 있다.” -지난해 방위비분담금 협상에서 과도한 증액도 문제지만,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비용 중 전기·가스 비용과 위생·세탁 심지어 폐기물 처리비용까지 우리가 부담하기로 했다. 이는 방위비분담금 취지에 맞지 않는다. 또 협상 유효기간도 3년에서 1년으로 줄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왜 그리 많은 양보를 했을까.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지난번 협상으로 주일미군 비행기 정비비용 일부도 우리가 부담하게 돼 있다. … 나는 문재인 대통령 문제라기보다 지금 외교부·국방부가 약하다고 본다. 국방부 장관이나 외교부 장관은 그냥 관료일 뿐이다.” 사실 국제협상에서 특히 미국과 협상에서 일사불란한 의견 통일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 좋고, 특히 큰 반대 목소리는 ‘수세적’ 협상에서 유리한 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 지난해 전체 국군 의무·보건·복지향상비는 3708억원으로 주한미군 주둔비 1조389억원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이 돈이면 우리 국군의 보건·복지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주한미군을 위해 우리가 직·간접 부담하는 비용은 이보다 훨씬 많은 5조5000억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사실 방위비분담금은 패전국에 주둔하는 승전국 군인에 대한 일종의 ‘전쟁배상금’ 성격이다. 독일과 일본이 미군 주둔비를 부담하는 이유도 제2차 세계대전 패전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일은 외국군대 주둔비를 대는 것은 ‘굴욕적’이라며 1971년부터 미국산 무기구매로 대체했고, 일본은 주일미군 주둔비를 대지만 자국이 집행하고 있다. 패전국도 아닌 우리가 미군 주둔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1991년 ‘쌍끌이 재정적자’에 시달리던 미국이 주한미군을 철수하려 하자, 이를 주저앉히기 위해서였다. 미군 없으면 안보가 불안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독일·일본은 패전국으로 주둔비 부담 -공신력 있는 세계기관은 우리의 군사력은 세계 7위이고 북한은 15위에 불과하다고 평가한다. 전쟁 수행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력은 북한이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이다. 그런데도 우리 야당과 보수층, 군부는 ‘안보가 불안하다’고 얘기하고 있다. “우리 국군 능력으로 북한을 이기지 못한다는 장관이나 참모총장이 있다면 당장 해임해야 한다. 그런 무능한 장관·장군에게 어떻게 우리 안보를 맡길 수 있나. 지금 국방부 장관은 ‘우리가 이길 수 있다’고 분명히 말하고 있다. 우리 미사일 현무 1·2·3은 북한보다 훨씬 성능이 좋다. 현무 3은 크루즈(순항) 미사일인데 한반도는 물론 중국 일본까지 커버한다. 세종대왕급 이지스함은 미국 다음으로 뛰어나고, 우리 전차도 최첨단이다. F-35A까지 도입되면 공군력은 북한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11월 15일 송영길 의원 등이 미국의 과도한 방위비분담금 요구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이제 주한미군은 북한의 남침을 억제하는 역할보다 대중국 봉쇄용으로 봐야 하지 않나. 그래서 미국이 주한미군 철수 운운할 때 ‘갈 테면 가라’고 한 것인가. “그렇다. 보수언론이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안보가 불안하다’고 하는 것은 우리의 교섭력을 무너뜨리는 보도다. 이제 한·미관계는 재정립이 필요하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군사이익을 지키는 일종의 GP인데 우리보고 돈을 내놓으라고 하는 것은 문제다. 주한미군을 미국의 협상무기가 아닌, 우리의 협상무기로 바꾸는 프레임이 필요하다.” -내년 국방비는 올해보다 7.4%가 증액돼 처음으로 50조원이 넘었다. 게다가 국방중기계획에는 2023년까지 방위비를 270조원까지 투입하기로 했다. 그런데 지난해 4·27 남북합의에서 남북은 군비축소에 합의했다. 아무리 미국의 요구가 있다지만 이 때문에 남북관계도 꼬이고 있는 것 아닌가. “그렇다.… 북한이 난리 치는 이유 중 하나가 남북이 군축에 합의하고 우리가 방위비를 ‘더블’로 늘리기 때문이다. 스텔스 전투기인 F-35A도 도입하고, 핵추진 잠수함을 만든다고 하니….” 그는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민주당 ‘동북아평화협력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문재인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을 지내고 현재 특별고문으로 있다. 그는 ‘북방경제·평화경제’ 전문가다. 송 의원은 “지난해 남측 기업인 100명과 함께 평양을 방문하기로 합의했다”면서 “그러나 남북관계가 답보상태가 되면서 모두 스톱돼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래도 그는 우리와 중국, 러시아를 잇는 ‘동해 크루즈’를 준비하고 있다. 송 의원은 “북한의 나진 하산 프로젝트는 유엔 제재 대상도 아니다”면서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만나는 자리에서 이 점을 얘기했는데, 그걸 만들지 못하는 외교력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고착된 남북관계를 타개할 방법은 문 대통령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과감하게 여는 방법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송 의원은 1963년 전남 고흥 출신으로 임진왜란 때 왜군과 첫 전투를 벌인 송상현 동래부사와 전라좌수사로 이순신 장군을 보좌한 송희립 장군이 먼 할아버지다. 초등학교 때 광주로 유학, 북성중학교를 나왔다. 이낙연 총리를 비롯해 배기선·신계륜·배기운 전 의원 등이 이 학교 출신이다. 그는 광주 대동고 3학년 때 5·18 광주항쟁을 체험했다. 1981년 연세대 경영학과에 입학해 1984년 총학생회장이 됐고, 1986년 전두환 암살 음모혐의 사건으로 남산 안기부에 끌려가 한 달간 조사를 받기도 했다. 송 의원은 총학생회장이지만 당시 분파인 NL(민족해방)이나 PD(민중민주) 계열, 특히 당시 ‘운동권’에 유행하던 주체사상 계열도 아니었다. 그는 고 노회찬 의원과 함께 인천지역노동자연맹(인민노련) 계열로 인천에서 7년간 노동운동을 했다. 총학생회장 출신이 적당히 사회운동하다 정치에 입문한 것과 달랐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양김씨의 분열로 노태우가 당선되는 것을 보고 정치권에 환멸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이화여대 경제학과를 다니며 학원민주화추진위원회 부위원장이던 아내(남영신)와 함께 인천에서 노동운동을 하다 결혼했다. 그리고 사법시험에 도전, 1994년 제36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변호사 생활을 하던 그는 1999년 인천 계양구 재선거에 출마했지만 낙선하고, 2000년 16대 총선에서 당선됐다. 이어 17·18대 국회의원 3선 연임을 거쳐 2010년 인천광역시장에 당선됐다. 그는 노동운동을 했지만 통일문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그는 다시 방송통신대에 진학해 한반도 주변국(중국어·일어) 언어를 전공하고 현재 러시아어를 배우며, 이들 나라 정치인과 교류를 넓히고 있다. 4선에 인천시장 경력, 관운은 없어 현 대권주자 1위로 꼽히는 이낙연 총리도 그렇지만 광역시장의 행정 경험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핵심 문제는 관료를 장악하지 못하는 것이다. 송 의원도 지적했지만 문 대통령은 좋은 말을 계속하지만, 실행되는 것이 없는 이유도 바로 관료들이 정책을 구체화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 ‘윤석열 검찰의 이반’도 관료를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극명한 반증이다. 그 역시 인천시장을 하면서 공무원의 관행과 싸우는 것이 매우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에게 공무원을 장악하는 방법을 조언했다. 그는 “대통령은 수석보좌관 회의가 아닌 국무회의를 통해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면서 “계속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만 보이면 장관은 껍데기가 되고 관료장악은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행정 경험이 없는 교수 출신 법무부 장관을 기용한 것도 ‘시간만 낭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4선 의정 경험과 수도권 광역시장을 지낸 행정 경험에 비추어 정작 그는 당직이나 관운이 별로 없어 보인다. 양김씨에게 줄 서지 않겠다는 특유의 소신 때문인지 모른다. 대부분 1980년대 학생운동 세대(요즘 86세대)는 양김씨에 대충 줄 서 비교적 쉽게 정치적으로 ‘한 자리’씩 했다. 그러나 송 의원은 노동운동을 하다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를 거치고 민중의당을 통해 정치에 입문했다. 그는 “그래서 ‘송영길은 세가 없다’는 평가도 있지만 나는 독자적 생명력으로 스스로 커왔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다른 86 정치인과 달리 당당하다. 그는 최근 86세대에 대한 비판에 이렇게 말했다. “86세대는 한번도 집단적 대의로 뭉쳐보지 못했다. 학생운동을 하던 86세대는 모두 남의 스태프(참모)만 했다. 자신의 가치를 가지고 당 대표나 대권 도전에 나서지 못했다. 나는 지금까지 끊임없이 공부·진화한 축적의 시간이었고, 이제 양에서 질로 전환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다음 21대 국회에서 우리 86세대가 대의를 만들 것이다.”
- 원희복의 인물탐구
- [특집]주한미군 문제, 한국은 패가 없다(2018. 05. 14 13:54)
- 2018. 05. 14 13:54 정치
- ㆍ남측 이해한다는 북한, 감축·철수 거론하는 미국, 우리는 마땅한 카드 안 보여 9507억원. 지난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으로 한국 정부가 지급한 액수다. 그리고 올해 3월부터 한·미 양국은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연말까지가 시한인 현재의 제9차 협정이 만료되면 내년부터는 양국이 협상을 통해 새롭게 정한 분담금을 한국 정부가 지급해야 한다.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남북 양측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완화에 합의한 상황이지만 한국과 미국, 북한까지도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지 않는다. 주한미군이 가까운 장래에 한반도에서 철수할 가능성은 극히 낮은 것이다. 때문에 한국 정부에겐 가능한 ‘싸게’ 미군을 주둔시키는 것이 가장 큰 과제로 남았다. 4월 11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평화센터에서 열린 제10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체결을 위한 2차 회의 시작 전 장원삼 외교부 방위비분담협상 대표와 티모시 베츠 미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 대표가 대화하고 있다. / 공동취재단 현재 진행 중인 10차 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만 놓고 보면 주한미군의 거취를 두고 논란이 된 것은 공교롭게도 한국 쪽이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에 “(평화)협정이 체결된 뒤에는 주한미군의 계속 주둔을 정당화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에 대해서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있어 중요한 정치적 딜레마가 될 보수세력의 강력한 반대가 있을 것이다”라고 기고한 부분이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곧이어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하는 것에 민감한 국내 보수진영의 비판이 잇따랐다. 남북관계와 무관하게 미군이 계속 한반도에 주둔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는 보수진영으로서는 문 특보와 현 정부의 안보정책을 도마에 올린 것이다. 논란이 된 특보 발언 진화나선 청와대 문 특보를 비롯해 청와대도 바로 진화에 나섰다. 논란이 된 기고의 논지가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한 것은 아니며 주한미군 유지는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문 특보는 5월 10일 열린 제52회 동반성장포럼에서 “저는 (주한미군) 철수론자가 아니다”라며 “북한이 정상회담에서 대화를 하고 한·미 군사훈련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은 주한미군을 기정사실화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한만이 아니라 북한도 주한미군 유지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미래에는 주한미군 주둔의 정당성이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현 시점에서 주한미군 계속 주둔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국내 여론의 입지를 확인하는 모양이 됐다. 정반대로 미국에서는 <뉴욕타임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미 국방부에 주한미군 감축 검토를 지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청와대에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이 기사를 놓고 펄쩍 뛰었다”고 밝힐 정도로 한국과 미국 정부 모두 보도내용을 부인했지만 파장은 적지 않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대선 전부터 한국을 ‘안보 무임승차국’으로 지칭하며 한국 정부의 방위비 분담금을 높여야 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미국이 당장 주한미군을 감축할 의사가 없음에도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비롯해 한국과의 각종 현안에서 미국의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패로 이 문제를 꺼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한·미 양국을 포함해 북한까지 얽힌 주한미군 문제가 실제 유지냐 철수냐의 논의로 진전시키는 대신 서로의 협상용 카드로만 쓰이고 있다는 점은 한국으로선 불리한 조건이다.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때부터 주한미군 문제를 꺼낼 수 없는 남측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모습을 보여온 점이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이해한다”고 회담 전 방북특사단에 언급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북·미관계가 개선될 조짐을 보이면 북한은 주한미군 거론을 피하며 현실적으로 주둔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태도를 내비쳤다. 2000년 10월 당시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이 평양을 찾았을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미군은 이제 안정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주한미군 유지를 수용할 수도 있다는 태도를 보이는 북한이나,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를 검토할 수 있다고 나올 수 있는 미국에 비해 한국 정부에겐 쓸 만한 카드가 부족한 셈이다. 당장 남북 간의 평화협정이 체결될 정도로 관계개선이 진척되더라도 중국 등 주변국과의 정세를 고려하면 주한미군 유지가 비교적 유리한 점이 많다고 판단하는 현 정부로서는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검토한다는 식의 카드를 꺼내기 힘들다. 게다가 국내 보수진영이 노리는 역풍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도 쓸 수 없는 수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북한과 달리 우리 정부는 주한미군 유지가 변동 여지가 없는 상수로 보고 문제에 접근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무역 같은 다른 분야에서 외교적 거래를 하는 방법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다”고 말했다. 매년 늘어나는 분담금은 베일에 싸여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둘러싼 ‘기울어진 운동장’ 같은 협상 환경 탓에 한국의 분담금 액수는 줄곧 높아져 왔다. 2005년 6804억원이던 정부의 분담금은 2010년 7904억원, 지난해 9507억원까지 올랐다. 연도별 방위비 분담금을 전전년도 소비자물가지수를 반영하여 인상하되 최대 상한폭을 정하는 방식으로 협정을 맺었기 때문에 액수 자체는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정부가 지출한 분담금 중 군사건설비 불용액만 2016년 3287억원이 넘는 등 미군이 한국 측 방위비 분담금을 다 쓰지 않는데도 부담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주한미군사령부는 ‘서울과 북부지역의 주한미군 기지를 미 육군 캠프 험프리즈 등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데 들어가는 총비용 107억 달러 가운데 한국이 92%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며 “책정된 방위비 분담금과 실제 사용액 사이의 불일치, 즉 불용액의 규모가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군이 미 의회에 한국 정부의 방위비 분담금을 포함해 주둔비용 내역을 밝히는 것과는 달리 한국 국회에는 분담금의 용처를 공개하지 않는 등의 문제도 여전히 남아있다. 정 대표가 지적한 미군기지 이전비용의 한국 분담비율이 90%를 넘은 사실도 당초 기지 이전비용 관련 협정에서는 한·미 양국이 동일한 비율로 부담하도록 협정을 맺었지만 미군 측에서 한국이 지급한 방위비를 써서 자국이 부담할 이전비용 일부를 메운 데서 비롯됐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미국은 한국의 주한미군 주둔 경비 지원액을 축소해 분담률을 계산한다”며 “협정 외에도 카투사 지원, 사유지 부동산 지원, 기지 주변 정비, 세금 및 공공요금 감면 등 상당한 수준의 직·간접 지원을 병행하고 있어 이를 모두 포함하면 한국의 분담률은 70% 이상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0.016%인 독일의 분담금이나 0.064%인 일본보다도 높은 0.068%를 지출하는 한국 정부로서는 불리한 외교적 상황이지만 타국과의 형평성 문제를 내세우며 협상에 나서는 수밖에 없다. 지난 4월의 2차 분담금 협상에서 미국 측은 전략자산 전개비용까지 한국에서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어 양국의 입장차는 계속되고 있다. 때문에 한국 정부로서는 당장 분담금 규모나 비율을 낮추기는 어렵더라도 집행내용을 미군이 투명하게 공개하게 하는 합의만이라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동엽 교수는 “투명한 비용 분담률 재산정으로 분담금 총액을 현실화하면 쓰지 않고 쌓아두고 있는 분담금을 파악할 수 있는 한편 분담금을 다른 용도로 전용하는 것도 금지하는 쪽으로 합의가 가능하다”며 “단순히 주한미군에 대한 비용 분담이 아니라 한·미동맹 차원에서 국방비 지출 수준, 대외적인 군사활동과 지원 등을 포괄한 안보부담 개념으로 협상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 [특집]국방장관 후보 플린, 주한미군 문제 거론(2016. 11. 15 15:26)
- 2016. 11. 15 15:26 국제
- ㆍ트럼프 정권의 외교·안보, 경제 이끌 인물은… 한·미 관계 어떤 변화올까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70)가 미국의 차기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한·미관계도 재정립의 위기를 맞고 있다. 트럼프는 한·미관계에 있어 기존 버락 오바마 정권의 외교·안보 및 경제정책과는 180도 다른 길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정부와 재계에서는 전환기의 한·미관계를 이끌어갈 트럼프 정부의 주요 인맥 찾기에 바빠졌다. 미국의 한반도 정책을 담당할 외교·안보 분야와 경제 분야 전문가들의 면면을 점검해본다. 트럼프 정부에서 외교·안보 관련 한반도 정책을 담당할 3대 축은 국무·국방장관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다. 특히 외교·안보 분야 경험이 전무한 트럼프로서는 참모들의 입장에 귀기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이들의 영향력은 어느 정권 때보다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오른쪽)가 승리연설 후 마이크 펜스 부통령 지명자와 악수하고 있다./AP연합뉴스 국무장관 후보 깅리치 전 하원의장 유력 여기에 국무부의 부장관, 동아태담당 차관보, 대북정책 특별대표, 북한 인권특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과 아태담당 선임보좌관 등이 실무 책임자로서 주요 정책을 만들고 조율한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미국 측 6자회담 수석 대표도 겸하고 있다. 국무장관 후보로는 대선 개국공신들이 주로 거론된다. 먼저 국무장관 후보로는 부통령 러닝메이트 후보로도 거론됐던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이 우선 유력하게 꼽힌다. 여기에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과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장 등도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깅리치는 한반도 문제에 있어 전통적인 공화당 주류의 입장을 가진 인물이어서 트럼프 당선 후 우려가 커지고 있는 주한미군 철수 등의 이슈에서 방화벽이 될 수 있는 인물이다. 당장 깅리치는 2012년 대선후보 경선 당시 “대통령이 된다면 한반도 안정을 위해 미국의 강력한 역할을 추구하겠다”며 주한미군 감축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국방장관 후보로는 마이클 플린 전 국가정보국(DIA) 국장이 1순위로 꼽힌다. 세션스와 공화당의 외교·안보통으로 꼽히는 짐 탤런트 전 상원의원, 존 카일 전 상원의원, 스티븐 해들리 전 국가안보보좌관 등도 후보군이다. 정치전문매체 는 덩컨 헌터 하원의원도 유력 후보로 거론했다. 탤런트는 미군 병력 확대와 이라크에 대한 강경책을 주장해왔다. 세션스는 4선 상원의원으로 17년간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활동해온 거물이다. 플린은 트럼프의 논란이 된 외교·안보 정책들을 만들어낸 당사자다. 따라서 플린이 국방장관에 내정되면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재분배 문제 등 한·미동맹 이슈들은 논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예비역 중장인 플린은 로드아일랜드대 학군단(ROTC)을 거쳐 1981년 임관한 후 33년간의 군 생활에서 정보와 특수전 분야에서 근무했다. 2012~2014년 DIA 국장을 지낸 플린은 국장 재직 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 참모진과 자주 의견 충돌을 빚어 눈 밖에 나 대장으로 승진하지 못한 채 전역했다. 플린은 현역 장성은 전역 후 7년이 지나야 국방장관에 취임할 수 있도록 제한한 규정에 걸려 청문회 과정이 순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문제다. 때문에 플린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발탁 가능성도 거론된다. 세션스 의원과 함께 트럼프 캠프의 외교·안보 3인방으로 불린 외교참모 왈리드 파레스 미국 BAU 국제대학 부총장, 국방참모 제프리 B. 고든도 중책을 맡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파레스는 외교 문외한인 트럼프에게 대외정책의 기본방향을 조언하고 백지상태나 다름없는 외교공약을 밑그림부터 그려나가고 있는 인물로 알려졌다. 행정부 직책 중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북한 인권특사는 미 상원의 인준절차가 필요한 정무직이 아니다. 통상 정권교체와는 상관없는 자리라는 의미다. 따라서 이제 막 임명된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경우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높다. 대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업무의 연속성을 위해 보통 새 정부 출범 후 6개월 정도 후 교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캠프 외교·안보팀에서 활약한 카터 페이지 글로벌에너지캐피털 창립자, 벤 카슨 참모 출신의 조지 파파도폴로스 허드슨연구소 에너지안보 분석가 등도 중용 가능성이 크다. 왼쪽부터 뉴트 깅리치, 데이비드 말파스, 마이클 플린, 스티브 너친./경향신문 자료사진 무역대표부 후보 “한·미 FTA 재협상” 한국 경제에 영향을 미칠 정책을 좌우할 핵심 자리는 재무·통상장관과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다. 트럼프 본인이 기업가 출신인 데다 공직생활은 대통령이 처음인 만큼 경제분야 주요 인맥은 이론가보다는 경제인들이 다수다. 트럼프 캠프가 지난 8월 공개한 14명의 경제 자문 그룹은 금융, 부동산 개발, 헤지펀드 투자가 등으로 구성됐다. 트럼프 정부의 경제정책 수장인 재무장관에는 골드만삭스 출신 유명 헤지펀드 투자가 스티븐 너친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너친 가문은 트럼프 캠프의 선거자금 모금을 진두지휘했다. 너친은 골드만삭스에서 18년간 일했고, 이후 개인 회사를 창업해 아바타, 엑스맨 같은 유명 할리우드 영화에 투자해 성공한 경력이 있다.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도 재무장관 후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아이칸은 월스트리트 출신의 유대인으로 개인 자산이 80억 달러에 달하는 대표적인 부호이자 자선사업가로 평소 중도를 표방한 인물이다. 트럼프가 공개적으로 아이칸을 재무장관으로 임명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본인은 입각 의사를 부인하고 있다. 석유기업 루카스 오일의 창업자인 포레스트 루카스도 후보에 포함됐다. 상무장관으로는 기업가들이 거론된다. 억만장자인 윌버 로스와 철강회사 누코의 전 회장 댄 디미코 등이 후보군이다. 디미코는 미국 제조업과 일자리 보호를 위한 강력한 보호주의를 주장하는 인물이다. 트럼프의 강력한 무역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총대를 멜 수 있는 인물이다. 하원의원 가운데 최초로 트럼프 지지선언을 했던 크린스 콜린스와 조지아 주 상원의원 데이빗 퍼듀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통상협상을 담당할 USTR 대표로는 월스트리트 경제전문가 출신인 데이비드 말파스가 우선 거론된다. 말파스는 미국이 체결한 FTA가 상호주의 원칙에 기반하지 않았다고 비판하고, 한·미 FTA를 통해 미국의 대한 무역적자가 확대됐다고 주장해온 인물이다. FTA 재협상을 주도할 수 있는 인물이다. 디미코 전 회장이나 US스틸의 대리인으로 중국을 상대로 철강분야 반덤핑 제소를 담당했던 로버트 라이시저 전 USTR 부대표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 특집
- [포커스]특혜덩어리 주한미군 전기료, 국군보다 싸다(2014. 10. 21 14:53)
- 2014. 10. 21 14:53 정치
- ㆍ국내서 가장 낮은 산업용보다도 9%나 저렴… 낭비도 심해 1인당 사용량 한국군의 9배 우리나라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은 일부 공공요금에 대해 할인혜택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전기요금이다. 그런데 할인규모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역시 할인혜택을 받는 국군과 비교해도 최근 5년 동안 473억원 규모의 전기요금 특혜를 더 받았다. 10년 전에도 주한미군의 전기요금이 지나치게 싸다는 여론이 일었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올해 주한미군 주둔비용으로 9200억원을 분담해야 한다. 분담금과는 별도로 전기요금까지 과도한 특혜를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재협상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소속 회원들이 2013년 3월 6일 미군부대 앞에서 한·미행정협정(SOFA)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 홍도은 기자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홍익표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한국전력으로부터 받은 ‘최근 5년 동안 계약종별 평균 전기판매단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한전이 주한미군에 공급하는 전기요금의 판매가격은 ㎾h당 91.95원으로 계약종별 중 가장 쌌다. 주택용(127.02원)과 일반용(121.98원), 교육용(115.99원)보다 각각 28%, 25%, 21% 저렴했다. 주한미군의 전기요금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싸게 공급하고 있는 산업용(100.70원)보다도 9%나 쌌다. 주한미군의 전기요금은 국군(㎾h당 113.91원)보다도 19.3%나 쌌다. 주한미군의 전기사용량을 국군의 단가에 맞춰 계산해보면 2009년 85억원, 2010년 87억원, 2011년 42억원, 2012년 111억원, 2013년 147억원의 요금을 국군보다 덜 냈다. 최근 5년 동안만 473억원 규모의 전기요금 할인혜택을 본 것이다. 최근 5년 동안만 473억 원이나 수혜 이렇게 전기요금이 싸다 보니 주한미군이 전기를 헤프게 쓴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주한미군의 1인당 전기사용량(지난해 기준)은 2만3578㎾h로 국군의 1인당 사용량(2547㎾h)의 9배가 넘는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전기요금이 지나치게 싸기 때문에 미군들이 전기를 낭비할 수 있는 요소가 있다”며 “전기요금 등 미군이 특혜를 받고 있는 공공요금도 주둔비용에 포함시키면 미군도 전기를 아껴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요금과 관련해 미군이 누리는 혜택은 또 있다. 주한미군의 육군 모 부대는 지난 6월분 전기요금을 9월 중순까지 내지 않았다. 그래도 한전에서는 이에 대해 어떤 대응도 하지 않았다. 주한미군에는 밀린 전기요금에 대한 연체료를 부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보통 우리나라의 경우 한전이 매달 1∼5일 검침을 하고 요금을 계산해 고지서를 발부하면 국민들은 20일 이내에 전기요금을 납부해야 한다. 만약 정해진 시한에 요금을 내지 않을 경우 당장 연체료가 붙는다. 미군이 전기요금과 관련해 각종 특혜를 받는 근거는 지난 1962년 7월 1일 한전과 미군이 체결한 ‘주한미군 전력공급계약서’다. 이 계약서의 1조(C항, ii호)에는 주한미군과 (전기) 공급조건이 유사한 타 수용가에게 적용되는 최저요율을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이 전기요금에는 (연체 등의 경우) 벌과금 또는 이자를 부과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당시 5·16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정권이 미군에 안보를 전적으로 의존하는 상황에서 미군에 일방적으로 유리하도록 계약을 맺은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50년이 지나도록 이 계약서는 한 글자도 수정되지 않았다. 지난 2003년 주한미군의 전기요금이 지나치게 싸다는 비판적인 여론이 일자 양국은 한·미행정협정(SOFA) 합동위원회의 의결로 전년도 전체 고객 평균 판매단가를 주한미군의 전기요금으로 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최근 전기요금이 자주 인상됨에 따라 전년도를 기준으로 내는 주한미군의 전기요금과 다른 요금의 차이는 오히려 더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당시 SOFA 위원회에서 주한미군의 전기요금 연체료 부과문제도 제기됐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여전히 ‘주한미군 전력공급계약서’가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제는 주한미군의 역할이 바뀐 만큼 계약서도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계약서 작성 당시 미군의 주둔 목적은 유사시 북한으로부터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현재의 주한미군은 대북 억제력만을 위해서 존재하는 게 아니다. 주한미군에는 미국의 전 세계 군사전략 차원이 투영돼 있다. ‘‘전략적 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 개념이나,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계획(GPR)에 따라 주한미군 3만여명의 주둔지를 언제든지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는 ‘신속기동군’ 개념이 대표적이다. 즉 한국의 이익만이 아니라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도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는 얘기다. 1960년대에 맺은 계약서 아직까지 적용 시민단체인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의 유영재 미군문제 팀장은 “현재의 미군은 과거와는 달리 우리의 필요에 의해서라기보다는 미국이 필요해서 우리나라에 주둔하고 있는 것”이라며 “과연 미군 주둔비용 이외에 전기요금까지 우리가 특혜를 줘야 하는지 사회적인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한미군 전력공급계약서’에 불평등한 내용이 있고 이 계약서를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은 한전이 의뢰한 법무법인에서도 나왔다. 한전은 2012년 8월 ‘주한미군과의 전기요금 계약서 변경’과 관련해 모 법무법인에 컨설팅을 의뢰했다. 이 법무법인은 가격조항과 연체비용을 부과하지 못하는 조항 등을 예시하고 “원계약의 내용 중 귀 공사에 상당히 불리한 것으로 사료되는 일부 조항들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원계약서 중 귀 공사에 불리한 조항들의 내용을 수정하는 방향으로 앞으로 주한미군과의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주한미군의 전기요금을 현실화하려면 결국 SOFA 합동위원회에서 통과돼야 한다. 우선 한전에서 상위기관인 산업통상자원부에 계약서 개정을 요청해야 하고, 산업부는 이를 기획재정부에, 기재부는 SOFA 공공용역분과위에 이를 의제로 올려서 통과시켜야 한다. 여기서 개정안이 통과되면 외교부에 요청해 SOFA 합동위에서 최종적으로 심의·의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홍익표 의원은 “우리 국민은 전력대란을 피하기 위해 한여름에도 실내 냉방온도를 26도 이상으로 유지하는 등 피나는 노력을 해왔는데 과연 미군은 어땠는지 모르겠다”며 “적어도 우리 국군과는 동일하게 전기요금이 적용되도록 SOFA 합동위에서 이 문제를 즉각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는 주한미군의 전기요금 현실화에 소극적이다. 미국이 원하지 않는 문제를 제기했다가 자칫 외교문제로 비화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주한미군의 전기요금을 정하는 기준시기를 현실에 맞게 조정해달라는 공문을 기획재정부에 보냈었다”며 “하지만 기재부에서 이와 관련한 답변이 아직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 특집
- [표지이야기]1953년 주한미군 32만 5000명에서 현재는 2만 8500명 주둔(2013. 06. 04 16:29)
- 2013. 06. 04 16:29 정치
- 1953년 10월 1일, 한국과 미국은 상호방위조약을 맺었다. 이것이 한·미동맹의 시작이다. 이후 한국 현대사는 미국의 존재를 빼놓고 설명하기 어렵다. 냉전시기를 거치면서 한국의 위정자들은 한·미동맹을 ‘혈맹’으로 불렀다. 지금도 일각에서는 ‘혈맹’이란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5월 7일 백악관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한·미동맹은 기본적으로 안보동맹이다. 주한미군의 존재는 북한에는 재남침 시도에 걸림돌이 됐다. 또한 한국군은 미군의 수요에 응답해 두 차례 해외파병을 했다. 하지만 지난 60년간 주한미군의 수는 꾸준히 감소해 왔다. 1964년 베트남 전쟁, 2003년 이라크 전쟁의 시기 동안 미국은 군비 감소를 위해 주한미군을 일부 철수했다. 냉전이 끝난 이후 수천명의 주한미군이 한국을 떠나기도 했다. 현재 주한미군은 약 2만8500명이 주둔하고 있으며, 총 58개 기지, 91개 시설에 분산 배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한미군은 2016년까지 2개 권역(평택·오산, 부산·대구) 49개 시설로 재배치될 예정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재배치 이후 주한미군이 사용할 부지는 2억4200만㎡(약 7320만평)에서 3분의 규모인 7737만㎡(약 2341만평)으로 축소될 예정이다. *자료 : 외교통상부, ‘미국 개황’, 2011, 언론보도 종합 등 2016년까지 주한미군 재배치 예정 전문가들은 한·미동맹이 무조건 양국의 협력 속에서 진행된 것은 아니라고 진단한다. 역사비평사가 엮은 ‘갈등하는 동맹 : 한·미관계 60년’은 한·미관계를 “동맹의 수준과 갈등의 수준이 자주 정비례 관계에 놓이곤 했던 사례”로 칭했다.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될 당시도 양국은 갈등 속에 있었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한국전쟁이 휴전하기 전부터 한·미상호방위조약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미국의 반응이 미지근하자 이 대통령은 1953년 6월 18일, 2만여명의 반공포로를 미국의 승인 없이 석방해 갈등을 야기했다. 한국전쟁 휴전 직후 약 32만5000명이었던 주한미군은 전쟁 이후 단계적으로 철수해 1960년대에는 약 6만3000명 선을 지켜왔다. 하지만 1969년 취임한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해외 군사개입 축소를 시사했고(닉슨 독트린), 1971년 3월 미국 제7사단 2만여명이 한국을 떠났다. 닉슨의 후임인 카터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의 유신독재에 비판적이었고, 주한미군 지상군 완전 철수를 시사했다. 하지만 미국 국내 안보전문가들이 반발하고, 박 대통령이 정치범 석방을 약속하는 등의 이유로 주한미군 철수규모는 약 3400명 선에 그쳤다. 1964년부터 1973년까지 한국은 미국의 요청에 따라 매년 4만여명의 군인을 베트남에 보냈다. 하지만 무리한 전비에 부담을 느낀 미국이 주한미군을 감축하자 양국 정부가 갈등을 빚기도 했다. 냉전이 끝난 이후 미국은 또다시 주한미군을 감축했다. 1992년 미국의 여야는 미국의 아시아 주둔군을 3단계에 걸쳐 대부분 철수하는 계획을 세웠으며, 주한미군은 1차로 7000여명이 철군했다. 하지만 1993년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면서 추가 철군은 중지됐다.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자 외양상 한·미동맹이 위험에 빠진 듯 보였다. 노 대통령은 ‘반미주의자’로 통했고, “미국에도 할 말은 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미국의 요청에 따라 이라크 전쟁에 한국군을 파병했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기도 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미군 완전철수 계획도 노무현 정부는 자주국방을 내세웠고, 미국은 이라크 전쟁으로 인해 해외 주둔군 전환배치가 필요했다. 2004년 양국은 주한미군을 2만5000명까지 감축하기로 합의했고, 2004년과 2006년 두 차례에 걸쳐 주한미군이 철수했다. 하지만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한·미 양국은 북한의 핵 위협 등을 이유로 주한미군을 2만8500명 선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한다. 수만명에 달하는 주한미군의 존재에서 주한미군 범죄는 한·미동맹의 어두운 부분이다. 1967년 2월 발효된 주한미군 지위협정(SOFA협정)은 미군 범죄자를 한국 법정에서 처벌하지 못하고, 미군기지 내의 환경오염 문제를 한국 정부가 조사할 수 없는 등 불평등한 내용을 담고 있다. 소파협정이 발효되기 전까진 주한미군 범죄에 대한 통계조차 낼 수 없었다. 주한미군 범죄도 주한미군 숫자가 줄어들면서 자연스레 감소추세를 보였다. 1970년대에는 연평균 2000여건에 달하던 주한미군 범죄 건수가 1990년대는 연간 1000건 미만으로 떨어졌고, 현재는 연간 300~400여건의 미군범죄가 벌어지고 있다.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의 박정경수 사무국장은 “소파협정의 불평등한 부분이 개정되거나 2002년 미선이·효순이 사건처럼 한국 사회에 파장이 큰 사건이 발생하면 큰 폭으로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존재는 한국전쟁 이후 한국 경제의 재건에 큰 역할을 했다. 1946년 4900만 달러 수준이던 미국의 경제원조는 1958년 연간 3억2127만 달러를 기록하며 정점을 기록했다. 이후 경제원조는 점점 줄어들지만 1976년까지 매년 미국의 원조액은 약 57억4540억 달러에 달했다. ‘주한미군’ 지위협정 불평등 논란 미국이 한국의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한동안 미국은 한국의 제1 교역국이었다. 1960~80년대 기간 중 미국은 한국 수출량의 30%, 수입량의 25% 정도를 차지했다. 이후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한국 무역에서의 미국의 비중은 20% 아래로 낮아져 최근에는 10% 정도로 집계되고 있다. 미국의 경제원조는 1970년대 들어 끝났지만, 이후 한국은 미국을 상대로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해 왔다. 1970년대 말 10억 달러 수준이었던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규모는 1990년 26억 달러, 2000년 80억 달러, 2012년 150억 달러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 [사회]주한미군은 ‘환경의 적’ 인가(2011. 05. 31 17:54)
- 2011. 05. 31 17:54 사회
- ㆍ오염 사고 47건 대부분 배상 처리 흐지부지 끝나 “1971년 년 봄부터 이듬해까지 DMZ(비무장지대) 안에 들어가 ‘풀 죽는 약’을 뿌렸다. 해골이 그려진 포대자루에 담긴 약간 붉은 색 분말이었다. 손으로 했다. 손으로 약을 (물에) 풀고 분무기에 타서 농약처럼 살포했다.” 강원도 철원군 민간인출입통제선 지역 주민 권종인씨가 지난 5월 25일 증언한 고엽제 살포 사실이다. 1971~72년 수차례 민간인 신분으로 작업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권씨 외에도 주한미군의 고엽제 매립·살포에 관여했다는 증언이 끊이지 않고 있다. 5월 24일(현지시간) 전 주한미군 병사 스티브 하우스씨가 미국 애리조나주 자택에서 1978년 경북 칠곡군 캠프 캐럴 내 고엽 제 매립작업에 동원된 중장비 사진 등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시 미군기지에 근무했던 전직 미군의 증언도 나왔다. 1978년 경북 칠곡의 미군기지 캠프 캐럴에서 군복무를 한 스티브 하우스는 고엽제 매립에 동원된 중장비 사진을 공개하고, 한국 언론을 통해 “205ℓ짜리 600여개 분량의 고엽제가 묻혔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부천, 동두천 등지에서도 고엽제 등 화학물질이 매립됐을 가능성이 환경단체들을 중심으로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급기야 존 D 존슨 주한 미8군 사령관이 직접 해명에 나섰다. 존슨 사령관은 지난 5월 26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기지에 있는 미국인, 한국인 직원, 그리고 주변 한국인들의 안전과 건강에 굉장히 관심을 갖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한미군의 환경오염 사례는 그동안 밝혀진 것만 해도 수십 건에 달한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1991년 이후부터 밝혀진 주한미군의 환경오염 사고 건수는 이번 고엽제 매립까지 총 47건이다. 유형별로 보면 기름유출이 29건, 무단방류가 7건, 불법매립이 5건, 토양오염이 3건, 기타 3건이다. 대표적인 사건에서의 사후관리, 배상 실태를 보면 현재 진행중인 고엽제 매립사태의 해결 방향도 짐작할 수 있다. 용산 미군기지 포르말린 한강 방류 사건 영화 의 소재가 된 사건이다. 2000년 2월 용산 미군기지 내 영안실 건물에서 시체방부처리용 포르말린 475㎖들이 470병 분량이 싱크대에 버려졌다. 당시 영안실 부소장 앨버트 맥팔랜드의 지시로 군무원들이 포르말린을 버렸고, 이는 아무런 정화과정 없이 하수구를 통해 그대로 한강으로 흘러갔다. 이 일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다가 같은 해 7월 내부 제보로 밝혀졌다. 포르말린의 주성분이자 발암물질이기도 한 포름알데히드는 인체에 대한 독성이 강한 기체로, 이에 노출된 사람은 피부나 점막이 응고되거나 기관지염 증세를 보인다. 사건이 알려지자 미8군 사령부는 공식 사과를 하고, 맥팔랜드 부소장에게 감봉 30일의 징계를 내렸다. 이후 시민단체들이 맥팔랜드를 유해화학물질관리법, 폐기물관리법 등 위반 혐의로 고발했지만 검찰은 이듬해 3월 맥팔랜드를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이후 법원 직권으로 맥팔랜드가 정식재판에 회부됐다. 한편 주한미군 측은 법원에 “한국 측의 형사 재판권이 없다”고 통보했고, 맥팔랜드는 재판정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사건 이후에도 용산기지에서 군무원으로 근무하다가 재판에 회부된 지 3년 9개월 만인 2004년 12월에야 법정에 출석했다. 재판부는 다음해 1월 피고에게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기름유출 사건 2001년 1월, 서울 용산구 소재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에서 지하수가 기름에 오염된 사실이 알려졌다. 당시 서울시, 주한미군, 환경부는 합동전문가회의를 열고, 녹사평역 지하수를 오염시킨 것이 용산미군기지의 지하유류탱크에서 나온 휘발유임을 확인했다. 등유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하기로 했다. 2003년 5월 농업기반공사(현 한국농촌공사)는 지하수가 용산미군기지 남쪽에서 녹사평역 방향으로 흐르기 때문에 등유 오염원 역시 미군기지이며, 등유의 종류는 항공유 JP-8로, 용산미군기지에서 사용되는 것과 동일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한미군 측이 이러한 주장을 끝까지 수용하지 않았다. 결국 서울시 측이 자체 비용으로 녹사평역 일대의 주변 정화를 시행했다. 이후 2006년, 서울시는 SOFA 규정에 따라 국가를 상대로 조사와 정화 비용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 2009년 대법원이 서울시의 손을 들어줘, 서울시는 국가로부터 이자를 포함한 정화비용 37억6600만원을 돌려받았다. 올해 3월 서울시는 추가로 녹사평역 주변 정화작업 비용 6억5000만원을 국가에 청구할 것임을 밝혔다. 재판과정에서 재판부는 주한미군 측에 기름유출 관련자료 제출을 요청했지만 주한미군 측은 해당 자료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SOFA 규정에 따라 서울시에 배상한 금액을 미국에 구상권을 청구해 돌려받아야 하지만, 사건이 발생한 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미국 측으로부터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 강원도 원주 캠프 롱 기름유출 사건 2001년 5월, 강원도 원주시에 소재한 미군기지 캠프 롱 인근 주민들이 유출된 기름으로 인해 농작물이 죽어가고 있다고 신고했다. 이후 원주시가 현장을 파본 결과 기름 유출이 사실임이 드러났다. 원주지방환경관리청은 마을에 유출된 기름의 성분이 녹사평역에서 발견된 JP-8과 동일하며, 이것은 캠프 롱에서 사용된 기름과 같은 성분이었다고 발표했다. 7월, 이 지역 주한미군 사령관 데소토 대령은 기자회견을 열고 기름 유출 사실을 인정하고 배상의 뜻을 밝혔다. 이후 미군 측은 2003년 원주시에 1차 조사비용 3263만원을 배상했다. 당시 원주시는 6700㎡ 면적의 토양이 오염된 것으로 파악, 5년간 11억원을 들여 복원해야 한다고 추정했다. 그러나 주한미군 측의 반발로 2004년 재조사가 시행됐고, 복구기간과 비용이 6개월간 1억5000만원으로 대폭 축소됐다. 이후 원주시는 자체 비용으로 토양 복원을 실시한 이후 주한미군 측에 복원비용 배상을 요청했으나, 주한미군 측은 배상을 거부했다. 주한미군 측은 캠프 롱 내부의 오염은 미군 측이 처리하지만 부대 밖 오염은 한국 정부가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원주시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 2009년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이자를 포함한 복원비용 2억200만원을 국가로부터 환수했으나, 주한미군 측은 국가에 어떠한 배상도 하지 않은 상황이다. 한편 2008년 3월 13일 캠프 롱에서 기름유출 사고가 재발했다. 원주시 시민단체에 따르면, 당시 오염지점의 석유계탄화수소 농도(석유오염도)는 토양오염 우려기준보다 50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는 우선 원주시가 오염을 복원한 이후 국가에 배상을 청구할 것을 제안했다. 현재까지 주한미군은 1차 조사비용 외에는 전혀 배상을 하지 않은 상황이다. 한편 2010년 6월 4일 캠프 롱이 공식 폐쇄됐지만 1년이 지난 현 시점까지 캠프 내부에 대한 환경영향조사는 실시되지 않았다.
- [플래시]주한미군 문제 고발 사진작가 이영남 소장(2004. 08. 26)
- 2004. 08. 26 사회
- "저는 미군 철수를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미군이 우리나라 국민을 주권국가의 국민으로 대할 때까지, 국내법의 적용을 받을 때까지 이 싸움을 계속할 생각입니다." 이용남 현장사진연구소 소장(49)은 이렇게 말을 시작했다. 경기 파주에서 태어나 한 평생 파주에서 살아온 그는 파주의 모습을 사진에 담다가 지금까지 16년 동안 미군 문제와 관련된 사진을 찍어 세상에 알려온 인물이다. 1975년 파주의 한 광산노동자로 사회에 발을 내딛은 이 소장은 자신의 직장에서 사회의 잘못된 점에 눈을 뜨면서 사진과 인연을 맺었다. 20대 초반의 건장한 청년들이 갑자기 피를 토하고 죽어가는가 하면, 광산노동자들은 항상 털이 남아 있는 돼지비계를 안주삼아 술을 마셨다. 비계의 털로 목 속의 먼지 등을 쓸어내리라는 회사측의 배려였다고 한다. 그는 서울 청계천의 세운상가로 달려가 카메라를 구입한 뒤 광산노동자의 삶을 찍어 거리에 전시하기 시작했다. 이후 1980년대에는 민주화 물결을 사진에 담았고 동시에 파주 지역에 살고 있는 실향민과 사라져가는 농촌마을을 찍었다. 그런 그가 미군 문제 해결을 위한 사진을 찍는 쪽으로 방향을 튼 이유는 무엇일까. 아버지가 미군 부대 내에서 일을 하며 가족을 먹여살렸다는 개인적인 이유와 반공교육 '덕택'에 그는 미군 문제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초등학교 때 '꿀꿀이죽'을 얻던 친구가 미군이 휘두른 총 개머리판에 맞아 죽었을 때나 중학교 때 친구 여동생이 미군 여러명에게 강간당했을 때에도 미군을 심하게 비난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파주 지역민과 함께 호흡하며 그들의 생활상을 사진에 담으면서 생각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미군은 훈련을 한다는 이유로 밤낮없이 탱크를 몰고 와서 농작물과 가축 등에 피해를 주었고, 파주 지역주민을 인간 이하로 대접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올림픽 개최로 한참 시끄러웠던 1988년 결정적인 사건이 터졌다. 한 일곱 살짜리 남자아이가 미군의 차량에 치였던 것. 문제는 사고 자체가 아니라 그 뒤의 처리과정이었다. 사고를 낸 미군은 쓰러진 아이 위에 흰 천을 덮고, 미군 수사기관이 올 때까지 사고당한 아이를 1시간 동안 방치했다. 소식을 듣고 달려와 흰 천 아래의 아이를 살펴본 아이의 아버지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때까지 숨이 붙어 있었던 것이다. 깜짝 놀란 아이 아버지는 애를 들쳐업고 병원으로 뛰었다. 1시간 정도 걸려 병원에 도착했으나, 아이는 병원 문턱에서 숨졌다. 현장을 목격한 이 소장은 '이런 사건이 미국 내에서 벌어졌다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했다. 갑자기 화가 치솟았다. '이건 교통사고가 아니다. 교통사고에는 반드시 신속한 응급처치가 뒤따라야 한다. 하지만 이 사건에는 그런 게 없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소장의 마음속은 미군에 대한 분노로 가득 찼다. 이 사건 이후로 그는 미군과 관련된 사건이 터지면 어김없이 달려가 사진을 찍었다. 그런 뒤 그는 가감없이 일반 시민에 알리기 위해 찍은 사진을 길거리, 약수터 등 사람이 많이 오가는 곳에 전시했다. "현장의 모습을 보여주고 제대로 된 상황을 인식하는 데 도움을 주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주력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런 활동을 해왔기에 그는 2002년 전국이 월드컵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 있을 때 발생한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사망사건'을 그는 '살인사건'으로 규정한다. "효순이와 미선이는 우연히 죽은 게 아닙니다. 1988년 일곱 살 아이가 치어죽은 뒤 월드컵 때까지 많은 사람이 죽어왔고, 피해를 입었고, 미군에 수없이 진정서를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미군이 문제를 개선하지 않은 것뿐입니다. 효순이-미선이 사건이 발생하기 몇 개월 전에도 주민이 사고가 발생한 길에 탱크가 다니지 못하도록 시위를 했고, 미군측에서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하지만 며칠 뒤 약속은 깨졌습니다. 수없이 지적했던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한 사건이라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사건'인 것입니다." 그가 바라는 것은 미군이 한국인을 인격적으로 대우해주고, 잘못을 하면 국내법으로 처벌받는 것이다. "미군은 한국을 지켜주기 위해 왔다고 하지만, 그들 개인적으로는 돈을 벌기 위해 온 용병입니다. 그런만큼 이들에게 가장 큰 처벌은 월급을 깎는다거나 퇴직금을 압류하는 등 경제적으로 불이익을 주는 것입니다. 만약 잘못을 저지른 미군에게 손해배상을 의무화한다면 농작물을 짓밟거나 지역 주민을 함부로 대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미군은 말합니다. '한국군이 사고를 저지르면 한국 국민은 가만히 있다가 미군이 사고를 치면 벌떼같이 일어난다. 이것이야말로 '반미' 아니냐'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사고를 저지른 한국군은 처벌을 받습니다. 일반 시민은 안방에 앉아 TV를 보며 그들이 받은 처벌을 보기만 하면 됩니다. 하지만 미군은 사람을 죽이고도 공무 중이라는 이유로 무죄판결을 받았지요." 이런 까닭에 그는 "미군이 한국인을 주권국가의 국민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소파(SOFA, 한미주둔군지위협정)를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반미는 정치적인 반미가 아니다. 그는 정치적인 판단은 정치계에 맡긴다. 그는 "우리는 우리의 땅을 짓밟고 가족을 죽인 미군을 용서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민중적 반미'를 하고 있는 셈"이라며 "우리의 반미는 정치권이 바뀌더라도, 미군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이상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군 문제는 넘기 힘든 거대한 산이다. 지난 5월 그는 이런 벽을 마주했다. 사건은 수십여 년 전부터 당국의 인정하에 이뤄졌던 스토리사격장 내 농사가 올해부터 금지되면서 시작됐다. 미군의 포탄이 근처로 떨어지지 않기만 바라며 농사를 지어왔던 농민들은 이같은 결정에 분노했다. 특히 사격장 내에 농사지을 땅의 70~80%가 있었던 한 80대 노인은 먹고살기 위해서라도 이같은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노인은 4월 말 가지고 있던 지뢰를 들고 사격장 안으로 들어가 농사지을 준비를 하면서 '미군이 못하게 하면 같이 죽겠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이같은 소식을 접한 이 소장은 자신이 관계자를 만나서 문제를 해결할 테니 제발 그만두라고 노인을 설득했다. 이 소장으로부터 사정을 들은 국방부 관계자는 대토를 제시했고, 이 소장은 그 말을 믿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난 뒤, 약속했던 관계자는 다른 곳으로 가버렸고, 이 소장의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이 되고 말았다. 노인을 볼 면목이 없었던 이 소장은 5월 24일 효순이-미선이 추모비에서 파주스토리사격장 문제 해결 등을 요구하며 음독했다. 다행히 병원에 실려가 목숨을 건진 그는 재활과정을 거쳐 지난 7월 말 현장으로 복귀했다. 미군 문제 해결의 어려움을 깨달은 그는 '앞으로 더 이상의 타협은 없다'고 결심했다. 올해 10월 17일부터 이 소장은 미국 뉴욕의 9-11 테러현장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PS1박물관에서 자신의 사진 40점을 전시한다. "지난해 일본에서 사진전을 하고 있을 때, PS1 도쿄지부장이 사진을 뉴욕의 관장에게 보냈습니다. 미국의 관장은 한국에서 여 중학생이 장갑차에 깔려 죽은 사건이 발생했던 것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이런 미국인들에게 자국의 군대가 한국에서 무슨 일을 저지르고 있는지 사진으로 확실히 보여주고 소파를 개정하는 데 도움을 요청할 것입니다." 그의 활동은 외롭지 않다. 이미 파주에는 수많은 '이용남 소장'이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시민에게 사진을 찍는 방법을 알려주고, 항상 카메라를 휴대하며 사건이 발생하면 사진을 찍도록 하고 있다. 이미 150여 명의 시민이 활동하고 있다. 이 소장은 "우리의 활동은 소파가 개정되고 미군의 태도가 바뀔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정재용 기자 politika95@kyunghyang.com]
- [특집Ⅰ]주한미군 감축에 北, 되레 전전긍긍(2004. 06. 03)
- 2004. 06. 03 정치
- 최근 한국과 미국이 주한미군의 한국 내 재배치 논의를 시작하자 북한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5월 20일 평양방송은 "대북 핵선제 공격을 위한 사전준비 책동의 한 고리"라는 논평을 내기도 했다. 주한미군의 후방 배치에 대한 북한의 이같은 반응은 언뜻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 속내가 드러난다. 주한미군을 최전방에서의 후방으로 빼돌린 상태에서 미국이 자국 군대에 대한 보복공격의 우려 없이 마음놓고 북한을 선제공격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고 보는 것이다. 북한에 정통한 한 외교소식통은 "주한미군의 한국 내 재배치를 북한 당국자들은 불안 섞인 시선으로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북한의 의중은 주한미군이 한국 내 재배치와 맞물려 패트리엇 미사일 2개 대대를 한국에 추가로 배치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미국이 제2조선전쟁 도발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난 5월 7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이하 조평통) 담화에서 격렬한 반응을 보인 데서도 잘 드러난다. 북한은 미국의 이지스함 동해 상시배치계획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입장을 보였다. 주한미군 문제에 대해 북한만큼 신경쓰는 나라도 드물다. 내용은 다르지만 반응의 강도는 한국 못지않다. 하지만 주한미군 일부 병력의 이라크 차출과 감축 논란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주한미군에 대한 북한의 입장은 명확하다. 당장 한반도에서 철수하라는 것이다. 북한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과 조평통이 5월 13일 발표한 '남조선 동포형제들에게 보내는 호소문'이 좋은 사례다. 북한은 호소문에서 "주한미군은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핵 시한폭탄이며 2005년을 주한미군 철수의 원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한미군 철수는 핵 문제 해결의 전제라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한반도 평화와 민족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더는 미룰 수 없는 초미의 관심사라는 것이다. 전방 미군은 북한 안위와 직결 그런데 북한은 주한미군 이라크 차출과 감축 논의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은 최근 주한미군 감축 움직임의 방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특히 병력의 감축과 해-공군력의 증강 배치 논의가 동시에 이뤄지고 있는 것을 우려 섞인 시선으로 관심있게 지켜볼 것이란 얘기다. 주한미군의 해-공군력 증강은 대체로 무기와 장비의 첨단화에 기반을 두고 있다. 매년 국민총생산의 30% 이상을 국방비로 쏟아넣는 북한이지만 주한미군의 첨단화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군 당국자는 "북한은 주한미군 및 한국군 무기 현대화보다는 차라리 주한미군 병력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을 바랄지도 모른다. 최전방에 미군이 남아 있으면 그들의 안위를 우려해서라도 미국이 함부로 군사적 행동을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 북한군은 연료 부족과 장비 노후화, 훈련 부족으로 고충을 겪고 있다. 북한 당국자들은 안면이 있는 미군 당국자들과 사석에서 만날 때면 되도록 훈련횟수를 줄여줄 것을 부탁한다고 한다. 미군 전투기가 훈련을 위해 이륙하면 북한군 전투기도 함께 운항해야 하는데 그때마다 사용할 연료가 없어 쩔쩔 맨다는 것이다. 주한미군의 이라크 차출과 감축 움직임을 바라보는 시선에 걱정이 담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조호연[정치부 기자] c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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