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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산 전기차 BYD, 한국서 ‘메기’ 될까(2025. 01. 13 06:41)
- 2025. 01. 13 06:41 경제
- 혁신 없이 가격만 ‘찔끔’ 내리는 전기차 시장에 경쟁 유발 가능성 현대차의 주력 전기차 더 뉴 아이오닉5/현대차 홈페이지 갈무리 한국 완성차 업계가 시험대에 올랐다. 환경부는 지난 1월 2일, ‘2025년 전기자동차 보급사업’ 보조금 지침을 발표했다. ‘더 싸게, 더 멀리, 더 친환경적으로’에 더해 올해는 ‘더 안전하게’까지 추가하며 보조금 지급 기준을 강화했다. 각종 기준은 까다로워지고 보조금 상한선은 줄었다. 환경부가 설정한 기준을 100% 충족 시 받을 수 있는 최대 국가보조금은 중·대형차는 지난해보다 70만원 줄어든 580만원, 소형차는 20만원 적은 530만원으로 결정됐다. 강화된 보조금 지급 기준에 맞춰 경쟁력을 높여야 할 시점에 중국산 전기차의 공세도 시작됐다. 오는 1월 16일 중국 최대 전기차회사 BYD가 한국 판매를 시작한다. 개별 구매뿐만 아니라 렌터카(임대차) 등 관련 업계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는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1월 20일)과도 겹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전기차를 두고 “주행거리는 짧은데 가격은 비싸고, 중국에서 생산된다”며 비판적 견해를 밝혀왔다. 한국 완성차 업계는 테슬라, BYD와 전기차 판매 경쟁을 하는 동시에 미국 시장을 놓치지 않기 위해 내연기관, 하이브리드차까지 신경 써야 할 상황에 놓였다. 전기차 보조금, 무엇을 말하나 전기차 보조금 지급 요건은 다양한 부분에서 강화됐다. 가장 핵심은 보조금 지원을 받기 위한 차량 가격이다. 정부가 규정한 보조금 100%를 받을 수 있는 가격은 지난해 5500만원 미만에서 올해는 5300만원 미만으로 변경됐다. 5300만원 이상이면 보조금 50%만 받을 수 있고, 8500만원 이상 차량은 지난해와 같이 보조금 지원이 없다. 정책적으로 전기차 가격 인하를 유도하는 상황은 추가지원책에서도 확인된다. 올해 1월 13일부터 6월 30일까지 구매 계약되거나 출고되는 전기승용차의 경우, 제작 및 수입사가 자체적으로 차량 할인계획을 제출하면 가격 인하 수준에 비례해서 추가지원을 받을 수 있다. 차량 기본 가격이 5300만원 미만이어야 한다는 전제가 붙지만 조건만 충족하면 차종별 최대지원금을 넘어 추가지원을 받을 수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속도 조절은 필요하겠지만 내연기관 차량 수준으로 가격을 낮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2일 환경부가 발표한 ‘2025년 전기자동차 보급사업’ 보조금 지침. 보조금 산출방식이 나와 있다./환경부 제공 성능 평가 역시 강화됐다. 전기차 성능의 관건은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다. 더 멀리 갈수록 추가지원이 붙는 방식이다. 그런데 올해는 정부가 정한 주행거리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보조금이 대폭 깎이는 쪽으로 강화됐다. 이를 위해 정부는 주행거리계수(차량 성능에 따른 보조금 지급 비율을 조정하기 위한 가중치) 계산식에 변화를 줬다. 예를 들어, 성능 측면에서 보조금은 기본 보조금×주행거리계수로 산출한다. 지난해 중·대형 전기승용차는 1회 충전 시 주행거리 기준을 400㎞로 삼았다. 수식상 400㎞를 넘어설수록 주행거리계수가 증가한다(0.0014×주행거리+0.4214). 단, 500㎞를 초과하면 최대 주행거리계수는 1.12로 고정된다. 반대로 400㎞ 미만으로 달리면 수식에서 상수 0.3786을 빼서 주행거리계수를 줄였다(0.0034×주행거리-0.3786). 주행거리가 줄어들수록 보조금이 깎이는데 400㎞에서 10㎞씩 줄어들 때마다 기본 보조금(200만원)에서 6만8000원씩 빠진다. 올해 해당 계산식의 수치가 변경됐다. 우선, 1회 충전 시 주행거리 기준은 440㎞로 강화됐다. 440㎞ 이상 달릴 수 있는 경우 주행거리계수가 증가하는 것은 지난해와 같다(0.0019×주행거리+0.164). 단, 550㎞를 초과하면 고정 주행거리계수는 1.21로 고정된다. 반대로 440㎞ 미만으로 달리면 주행거리계수를 계산할 때 상수 1.376을 빼서 주행거리계수를 확 줄였다(0.0054×주행거리-1.376). 이 경우 440㎞에서 10㎞씩 줄어들 때마다 기본 보조금(150만원)에서 8만1000원씩 줄어든다. 소형차의 경우 지난해 대비 주행거리 기준은 250㎞에서 280㎞로 올리고, 해당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시 10㎞당 줄어드는 보조금은 4만5000원에서 5만원으로 늘렸다. 정부가 설정한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를 충족하지 못하면 지난해 대비 큰 폭으로 보조금이 삭감된다. 배터리 구성물질의 ‘재활용 가치’는 지난해에서 큰 변화가 없다.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 등의 1㎏당 가격이 높을수록 재활용 가치도 커진다. 사실상 한국 배터리 제조사가 만들고, 한국산 완성차에 탑재되는 삼원계 배터리를 지원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삼원계인 NCM은 니켈+코발트+망간의 결합이고, 망간 대신 알루미늄을 넣으면 NCA, 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을 모두 넣으면 사원계 배터리(NCMA)가 된다. 중국이 주력인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는 말 그대로 리튬+인산+철의 결합이다. 재활용 가치를 따지는 기준에 포함되는 물질이 적은 만큼 삼원계 혹은 사원계 배터리에 비해 낮게 평가된다. 가격, 성능, 재활용 가치 등은 전기차 보조금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올해는 여기에 한 가지 더 추가했다. ‘더 안전하게’다. 노후 전기차를 폐차하고, 전기차를 재구매하는 경우 국비 20만원을 추가 지원한다. 다만 이는 BMS(Battery Management System) 안전기능 업데이트가 불가능한 차량에 한정된다. BMS의 주요 기능은 배터리 이상을 주행 혹은 주차 중 감지해 차주 및 제작사에 알리는 기능이다. 지난해 논란이 됐던 배터리 화재를 염두에 둔 보조금이다. 전기차 보조금 지급 기준은 이처럼 날이 갈수록 촘촘해지고 있다. 그런데 강화되는 기준만큼 눈에 띄는 혁신이 나타나지는 않는다. 올해도 현대·기아차의 몇몇 차종은 별다른 기술혁신 없이도 보조금 100%를 무난히 가져갈 전망이다. 환경부가 아직 확정 발표를 하지 않았음에도 일부 언론은 현대차의 아이오닉6, 기아차의 EV6가 보조금 100% 지급대상이 될 것으로 특정했다. 달라지는 것이 있다면 현대·기아차 전기차 중 일부 모델이 조만간 5299만원으로 ‘가격 맞추기’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점 정도다. BYD, 저가 자동차 인식 뒤집을까 전기차 보조금에는 역설이 있다.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한 전방위적 ‘혁신’ 대신 보조금이 정해 둔 범위 내에서 가격 ‘변화’만 나타난다는 것이다. 회사별 전기차 기술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보조금 차등 지급은 결국 차량 판매 가격으로 결정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100% 보조금을 받기 위한 차량 가격은 2021~2022년 6000만원, 2023년 5700만원, 2024년 5500만원, 2025년 5300만원 미만으로 지속해서 변해왔다. 그런데 이 가격은 그해 전기차 가격의 하한선으로도 작동한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2021년 테슬라 모델3 롱레인지의 판매가 5999만원이다. 보조금 100%를 받을 수 있게 기준 가격에서 딱 1만원 인하했다. 현대·기아차의 가격정책도 테슬라와 유사하다. 2025년 보조금 지급 기준으로 차량 가격이 5300만원 이상이면 보조금 100%를 받을 수 없다. 2025년 1월 9일 기준, 현대 더 뉴 아이오닉5의 인기 상품인 롱레인지 익스클루시브 모델은 5410만원이다. 업계에서는 해당 차량이 5300만원 미만으로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차량가격을 낮춘다고 해서 반드시 손해를 보는 것도 아니다. 보조금 지급은 순수 차량 가격만을 기준으로 책정된다. 편의시설, 이른바 ‘옵션’ 가격은 빠진다. 현대차는 이미 선택 품목이란 이름으로 옵션을 다양하게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게다가 현대차는 아이오닉5, 6 롱레인지 모델에서 각종 편의시설을 제외한 이른바 ‘전기차 보조금 획득용’ 차도 별도로 판매하고 있다. E-Lite(이-라이트) 모델이다. 아이오닉5, 6 이라이트 모델은 모두 506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올해도 무난하게 보조금 100% 지급 대상이다. 그 결과, 보조금은 전기차의 혁신을 이끌기보단 한국에서 전기차 실구매가가 몇 년째 4000만원대 후반~5000만원대에 고착되는 데 더 기여하고 있다. 테슬라와 현대·기아차 모두 굳이 해당 가격대를 벗어나 경쟁할 유인이 없다. 보조금 지급 기준 가격에 맞춰 정체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산 전기차 BYD의 등장은 ‘메기 효과’에 대한 기대감을 키운다. 1월 16일부터 한국에서 판매하는 중국산 전기차 BYD. 지난 1월 9일 기준, 판매개시까지 6일 18시간이 남았음을 보여주고 있다./BYD 코리아 홈페이지 갈무리 BYD의 국내 진출은 중국산 저가 자동차라는 인식을 뒤집을 수 있느냐에 달렸다. 일부 언론에선 BYD가 애초에 일반 판매가 아닌 렌터카 판매에 주력하며 저가형 전기차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BYD 관계자는 주간경향과의 통화에서 “사실과 다르다”며 “렌터카는 브랜드 경험 및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좋은 전략일 수도 있지만, 브랜드 이미지 및 차종에 따라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일반 구매자를 대상으로 한 차량 판매 및 BYD가 생산하는 고가형 자동차의 판매도 고려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실제로 BYD는 저가형부터 고가형까지 다양한 전기차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준중형 SUV 전기차인 아토 3(Atto 3)는 유럽연합(EU)이 고안한 전기차 주행거리 기준인 WLPT 기준 최대 420㎞ 주행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내 판매가는 11만9800위안(약 2400만원)이다. 한국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3000만원 초반대에 판매할 수 있다. 한 전기차 업계 관계자는 “BYD가 지난해부터 국내 시장을 조사하며 준비해온 만큼 상당히 싼 가격에 차를 출시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에서 중국산이라는 꼬리표를 달고도 가격경쟁력으로 성공한 사례는 있다.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한 테슬라 모델Y 후륜구동(RWD)은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우려를 딛고, 한국에 안착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해당 모델은 2024년 한 해 동안 1만5052대를 국내에서 판매했다. NCM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Y 롱레인지(3460대), 퍼포먼스(205대)를 압도한다. BYD의 등장이 정체된 한국 전기차 시장의 가격, 기술혁신을 만들 수 있을지 주목하는 이유다.
- 트럼프 2기를 맞는 중국의 전략과 한계(2024. 12. 02 06:00)
- 2024. 12. 02 06:00 국제
- 중국, 구금된 미국인 3명 석방…“대화 열려 있다” 메시지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만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첫 포격을 날렸고 중국은 차분했다. 동맹국이라고 예외를 두지 않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를 중국은 오래 준비해 온 ‘판다 댄스’와 ‘회복 탄력성’으로 돌파할 채비를 마쳤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11월 25일 ‘취임 첫날인 내년 1월 20일 멕시코·캐나다 제품에 25%, 중국산 제품에는 추가로 10%를 더한 관세를 매기겠다’고 발표했다. 이들 나라가 마약과 불법 이민 문제 해결에 소극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중국은 “무역전쟁의 승자는 없다”고 받아쳤다. 이틀 뒤인 11월 27일 중국은 미·중 수감자 맞교환 조치에 따라 중국에서 간첩·마약 혐의로 구금된 미국인 3명을 석방했다. 미·중 긴장을 완화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공적을 만들어 주면서 중국은 대화에 열려 있다는 메시지를 보여줬다는 해석이 나왔다. 트럼프와 정면 대결 부담스러워 트럼프 2기 시대를 맞는 중국의 속내는 편치 않다고 여겨진다. 트럼프 당선인이 ‘이미 겪어 본 상대’라고는 하지만, 중국의 사정 역시 트럼프 1기 집권 시절(2017~2021)과 사뭇 달라졌다. 정면 대결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경제적으로는 모든 여건이 악화했다. 무역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18년만 하더라도 중국 경제는 성장세였다. 활황 상태인 부동산시장이 성장의 4분의 1을 이끌며 무역전쟁 효과를 상쇄했다. 그러나 중국 부동산시장은 코로나19 시절인 2021년부터 꺾여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주택시장은 공급 초과 상태에 들어서 성장을 견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가계·기업·지방정부 모두 빚에 짓눌려 있다는 것도 중국 경제의 위험 요소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정부 부문 부채가 147조위안에 달하며, 국제결제은행(BIS)은 가계·기업부채를 합하면 중국 국내총생산(GDP) 규모의 3배인 350조위안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발 관세전쟁은 이전보다 훨씬 큰 타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금융계 일각에서는 중국에 생산 거점을 둔 해외 제조업체 60% 이상이 빠져나갈 가능성도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수출 부진이 기업 도산, 실업, 사회안정 악화로 이어지는 것이 중국 지도부에게 가장 악몽 같은 시나리오다. 중국은 이 모든 시나리오를 예상하고 준비해 왔다. 대외적으로는 중국의 우군을 계속 만들어 미국을 포위하고, 내부적으로는 사회안정을 위한 ‘방화벽’을 두텁게 쌓고 지역의 ‘회복 탄력성’에 집중해 중국 안팎에서 쏟아지는 압력을 견딘다는 전략이다. 중국은 올해 들어 몇 년 동안 마찰을 빚어온 호주, 인도, 한국, 일본과 잇따라 관계 개선에 나섰다. 지난 9월 브릭스(BRICS) 정상회담을 계기로 5년 만의 공식 중국·인도 정상회담을 열었으며 국경분쟁 완화를 선언했다. 미·중 긴장이 더 첨예해지는 시대에 갈등 전선을 줄인 것이다. 중국 베이징의 한 플랫폼 배달원이 음식을 배달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한국과 일본엔 일방적 무비자 입국 한국과 일본을 상대로도 일방적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는 등 관계 개선을 꾀하고 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중국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때문에 일본 배타적 경제수역(EEZ) 내에 설치한 부표도 제거할 수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은 동북아시아에서는 한·미·일 추가 밀착을 막고 무역·경제 문제에 공동 대응을 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발도상국에는 대대적 투자를 약속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9월 모든 아프리카 수교국과의 양자관계를 전략적 관계로 격상하고 3년간 3600억위안(67조원) 투자를 약속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과는 자유무역협정(FTA) 3.0 협약을 맺었다. 페루에 13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항만 투자를 비롯해 브라질, 아르헨티나, 멕시코, 칠레 등 남미 국가에도 대대적 투자를 약속하고 있다. 남미와 아세안을 상대로 중국 농산물 시장 개방도 약속했다. 미국 시장에서 잃어버릴 몫을 다른 지역에서 최대한 벌충하고, 군사·외교적 긴장을 완화하는 것이 중국의 목표다. 미국 우선주의 시대 중국이 미국을 대체하는 지도국가의 위상을 확립한다면 전화위복이 된다. 당장 지난 유엔기후변화협약 총회(COP29)에서부터 기후위기 시대 중국이 새로운 리더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간접 지원하는 것은 ‘판다 댄스’의 스텝을 엉키게 만드는 요소다. 중국은 미국과 달리 자유무역과 평화를 옹호한다는 목소리로 우군을 확보하려 하고 있지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지난 11월 19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시진핑 주석과 양자회담에서 중국이 러시아와 관계를 지속하는 한 협력에는 한계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중국의 제조업 생산 능력은 개발도상국에서도 경계를 사고 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브라질이 테무 등 중국 저가 쇼핑몰의 진입에 제한을 두거나 조사를 시작했다. 미국 시장을 잃은 중국산 제품들의 개도국 진출은 중국의 우호적 제스처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를 긴장으로 몰아넣고 있다. 중국 처지에서 대외 전략보다 어려운 것은 내부 안정화다. 중국의 안정 조치는 양면성이 있다. 민심이 흔들리지 않고 트럼프 시대의 고통을 함께 견뎌낼 수 있도록 충성심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회안전망 확보와 통제 조치 강화가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낙후된 농촌·지방 도시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며, 지역 공동체를 활성화하려는 여러 조치가 올해 입법돼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농촌집체경제법 등이 대표적이다. 도농 이동을 제한해 농민공 차별을 정당화한 중국식 호적 제도인 ‘후커우 제도’ 정비를 비롯해 굵직한 개혁에도 매달리고 있다. 1600만명에 달하는 플랫폼 배달원 집단에 공산당 지부도 건설하고 있다. 그러면서 국가안보와 애국도 강조된다. 지난해 반간첩법에 이어 올해는 기밀보호법이 강화돼 경찰의 노트북, 휴대전화 불심검문이 가능해졌다. 현재는 대학생만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군사훈련을 중학생까지 의무화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상하이에서는 핼러윈 축제를 금지하는 등 중국 정부는 군중이 모이는 이벤트에 점점 민감해지고 있다. 인터넷 사용자가 인터넷의 여러 사이트에 올린 글을 한꺼번에 확인할 수 있는 ‘온라인상 주민번호제도(왕하오)’ 도입을 두고 의견을 수렴 중이다. 이런 조치들이 중국 내부의 불만 여론을 누르고 있지만, 유예된 갈등이 더욱 크게 폭발할 여지도 있다. 오히려 회복 탄력성이 약화하는 것이다. 다만 미국의 대중 압박책이 강경해지면 내부 불만이 미국을 향할 가능성도 있다. 인권 문제는 우크라이나 문제와 더불어 서방과의 관계 개선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대내정책이 대외정책에 영향을 주는 악순환도 만들어지는 것이다. 중국은 여러모로 트럼프 2기 시대 갈림길에 서게 됐다.
- 중국 엎친 데 트럼프 덮쳐···철강업체 줄폐쇄(2024. 12. 02 06:00)
- 2024. 12. 02 06:00 경제
- 국내외 철강 업체, 중국 덤핑 수출·불황에 구조조정 몸살 철강위기, 일자리와 지역소멸·구조전환 문제 함께 풀어야 포스코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 가동 중단 기념사진 / 포스코 제공 산업의 쌀이자 국가 기간산업인 철강업계가 풍전등화의 위기를 맞고 있다. 세계 경기 불황 속 중국의 저가 제품 공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폭탄 우려 등으로 철강업체들이 잇달아 공장 문을 닫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 유수의 철강 기업들도 구조조정과 감산에 나서며 몸살을 앓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적으로 철강 산업이 구조 전환 시기를 맞이한 만큼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도록 업계와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포스코가 45년 넘게 운영해온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을 지난 11월 19일 전격 폐쇄했다. 올해 7월 포항제철소 1제강공장 폐쇄에 이어 3개월여 만에 주요 철강 생산시설을 또 닫았다. 국제 철강 공급 과잉과 중국산 저가 공세 등에 악화하는 수익성을 개선하고 효율화를 위한 결정이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선재 시장의 생산능력은 2억t에 육박했으나, 수요는 절반도 못 미치는 9000만t에 불과해 공급 과잉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1선재공장에 소속된 노동자 전원은 공장 정리 후 다른 곳에 재배치될 계획이다. 선재(wire rod)는 철강 반제품을 압연해 선 형태로 뽑아낸 제품이다. 1선재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은 못, 나사 등의 재료와 자동차 고강도 타이어 보강재 등 생활 곳곳에서 활용됐다. 포스코는 저수익 사업으로 분류된 중국 장쑤성의 장가항포항불수강 제철소 매각도 검토 중이다. 지난 11월 13일에는 국내 2위 철강사인 현대제철도 경북 포항 2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철강업계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9월 조강(쇳물) 생산량은 4764만t으로 2010년 이래 14년 만에 가장 낮았다. 공장 가동률은 포스코 85%, 현대제철 84%로, 최근 3년 새 최저 수준이다. 올해 3분기 철강 부문 영업이익도 포스코는 전년 동기 대비 40%, 현대제철은 77% 급감했다. 관세 장벽으로도 못 막는 중국 저가 공세 불황의 직접적인 요인은 세계적인 공급 과잉이다.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중국의 내수 부진으로 과잉 생산된 철강이 소비되지 못하고 있다. 수요가 없으면 공급(생산량)을 줄여야 하는데, 중국은 실업을 막으려고 보조금 등을 지원하며 공장 폐쇄를 막는다. 세계 각국의 경쟁업체들이 문을 닫을 때까지 ‘버티기 작전’에 들어간 셈이다. 중국 부동산시장 침체 속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무역 전쟁이 확전하면 중국 경제가 더 어려워져 공급 과잉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이미 세계 각국은 중국산 철강 공세에 관세 장벽을 세우거나 반덤핑 조사에 들어갔다. 유럽연합(EU)은 지난 5월 주석도금강판에 대해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고, 캐나다도 중국산 철강 제품 대상 25% 관세 부과안을 발표했다. 대표적인 친 중국 국가인 브라질도 중국 철강 대상 관세를 올렸다. 한국도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0월 중국 후판(두께 6㎜ 이상의 두꺼운 강판) 업체들을 상대로 반덤핑 조사에 돌입했다. 하지만 관세장벽도 속수무책이다. 중국산 철강 가격이 워낙 낮은 데다, 위안화 약세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세계 유수의 철강 기업들도 줄줄이 공장을 폐쇄하거나 감산에 나서고 있다. 트럼프 집권 2기는 설상가상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11월 25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내년 1월 20일 취임 당일 중국에 추가 관세에 더해 10%의 관세를 더 부과하고, 멕시코와 캐나다에는 각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방침은 대선 당시 공약으로 언급되지 않은 내용이다. 그는 대선 때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에 대해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지만, 멕시코와 캐나다를 대상으로 한 25%의 관세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시절 중국기업이 멕시코에 공장을 지어 미국에 대한 우회 수출 경로로 이용하는 것과 관련해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 대한 재협상을 해당 국가에 통보하겠다고 공약했다. 다만 트럼프 관세가 현실화하면 멕시코와 캐나다, 중국 모두 가만히 있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멕시코는 2018년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 등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자 미국 농축산물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며 맞불을 놨다. 중국은 트럼프 1기 재임 시절 위안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춰 중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유지했다. 중국 우회 수출 차단 위해 새 관세 예고 철강업계는 트럼프 재집권으로 관세 부과와 국가별 수입 쿼터(할당량) 감소 등 무역 장벽이 높아지는 것을 우려한다. 현재 한국이 미국으로 수출하는 철강재는 년간 263만t까지 관세 면제 혜택을 받는다. 2018년 트럼프 1기 정부가 철강을 국가안보 연관 물품으로 판단해, 한국으로부터 철강 수입량 관세 면제 쿼터를 그렇게 정했다. 이전까지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량은 340만~440만t이었지만, 해당 조치 후 수출량은 250만t대로 주저앉았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이 지난 11월 24일 정부에 전달한 ‘미국 대선에 따른 철강 산업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통상 분야에서 대중국 견제를 강화하면 한국 철강업계도 피해를 본다. 트럼프 공약대로 보편관세가 도입되고, 대미 수출 쿼터가 현재보다 축소될 경우 한국 철강의 대미 수출 타격이 불가피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멕시코와 베트남 등을 중국산 제품의 우회 기지로 보고, 무역장벽을 강화할 때도 국내 기업이 운영하는 해외 생산법인에 충격을 줄 수 있다. 포스코멕시코, 포스코베트남 등이 피해를 볼 수 있다. 미국은 포스코베트남에 대해 한국산 철강의 베트남 우회 덤핑 조사를 개시했다. 미국의 대중 견제와 자국 산업 보호주의에 맞서 중국의 공세적 수출도 예상된다. 미국이 중국산 철강 수입 제한에 나서면 중국 제품은 더 싼값에 한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 풀려 한국산 철강 제품과 경쟁한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정책 재편이 일어나면 한국 철강산업의 기회가 될 것이라 봤다. 연구원은 “미국이 규제 완화를 통해 미국 내 화석연료 생산을 확대하고 에너지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산업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석유가스 채굴·액화천연가스 시장, 건설기계용 중장비 시장 등에 고부가가치의 특수강 수요가 몰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국 정부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한국산 철강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거나 쿼터를 축소하려고 할 경우, 철강 외 다른 품목과 함께 패키지 협상을 추진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철강 산업의 위기는 당장 포항시의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도 있다. 포항시는 지역 철강 산업 위기와 관련해 산업 위기 대응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국내 대기업 국산 철강 사용 할당제 도입, 산업 위기 대응 특별지역 지정 등을 정부에 건의키로 했다. 지난 10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펜실베이니아 지역 철강 노동자와 사진을 찍고 있다. / AP 연합뉴스 국내 철강·조선업계는 올해 하반기 선박 후판 가격 책정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철강·조선업계는 1년에 두 번 후판 가격을 협상한다. 하반기 후판 가격은 통상 매년 6~7월께 결정됐는데, 올해는 현격한 입장차로 연말을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극심한 불황을 겪다 호황기에 진입한 조선업계는 후판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 하락에 따라 후판 가격도 인하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철강업계는 업황 부진을 이유로 난색을 표한다. 중국의 저가 공세와 전방 산업 부진 등으로 실적 악화를 겪고 있는 철강업계는 후판 가격을 내리기 어렵다고 말한다. 중국산 후판 수입가는 1t당 70만원대로 국내 생산 후판 가격보다 최대 20만원가량 낮다. 그 결과 올해 상반기 중국산 후판 수입량은 69만t으로 2022년 한 해 수입량을 넘어섰다. 이에 현대제철은 지난 7월 “중국 업체들의 저가 후판 수출로 피해를 보고 있다” 며 산자부에 반덤핑 제소를 요청했다. 미국 조선업 부활 철강에 기회 될 수도 철강업계는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조선업계의 이해를 바라지만, 과거 높은 후판 가격으로 수익성 타격을 경험한 조선사들은 중국산 후판 투입 비중을 늘려 원가를 절감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국내 ‘빅3 조선사’(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의 중국산 후판 사용 비중은 20%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연례적인 협상과 달리 양측이 모두 지속할 수 있는 생존 구조를 만드는 문제로 접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이 협력을 기대하는 미국 군함과 특수선박 등의 사업에는 중국산 후판이 들어갈 수 없다”며 “한국이나 일본이 만드는 고부가 제품이 들어가야 하는 만큼 한국 철강·조선업계가 힘을 합해 (트럼프 재집권을)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조선업 등의 분야에서 중국을 배제하고 자체역량을 키우는 데 한국이 파트너가 될 수 있도록 전략을 짜야 한다는 주문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중국의 과잉생산과 덤핑 관행 등에 대해 대응할 수 있는 실질적인 보호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소재산업환경실장은 “주요 국가들처럼 안전에 대한 규제 수준을 높이고 환경을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 모니터링을 하는 등 (중국산 철강) 수출을 억제하는 다양한 비관세 장벽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며 “저가 공세에 대해서도 세계무역기구(WTO)에 준하는 수준에 맞춰 적극 목소리를 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명예특임교수는 “철강 산업 내 수요·공급·부품 기업들이 한팀으로 전체 이익을 보며 움직여야 한다”며 “정부는 미국이 자체 생산하지 못하는 특수강 등의 고부가가치 제품에 대해 쿼터제 품목 예외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민 교수는 “철강 위기는 기간산업의 쇠퇴, 일자리와 지역(포항) 소멸 문제, 탄소중립에 따른 구조 전환 문제 등 많은 것을 함의한 고차원 방정식을 풀어야 해결할 수 있다”며 “통상현안을 넘어 탄소중립 지원과 기술 개발 등을 비롯한 정부 차원의 장기적인 로드맵이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 [가깝고도 먼 아세안] (38)중국에 분열되는 아세안, 남중국해 분쟁의 이면(2024. 10. 11 16:00)
- 2024. 10. 11 16:00 국제
- 2014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벌어진 필리핀 거주 베트남인과 필리핀인들의 반중국 시위/qpxmska VTC NEWS 2012년 7월 캄보디아에서 열린 아세안 장관회의에서 아세안 창립 45년 만에 처음으로 공동성명을 발표하지 못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필리핀과 베트남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영유권 주장과 공격적인 행태를 아세안 공동성명에 포함하고자 했다. 하지만 당시 아세안 의장국인 캄보디아는 “특정 국가 간 영토 분쟁을 아세안 공동성명에 포함하는 것은 아세안의 역할을 벗어난다”며 강력히 반대했다. 아세안 공동성명은 만장일치로만 채택되기 때문에 캄보디아의 반대로 ‘중국의 일방적인 영유권 주장을 규탄’하는 성명은 발표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아세안 통합성에 의문이 제기됐고, 중국의 ‘아세안 분열 작전’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같은 해 7월 20일 미국의 보수 싱크탱크인 국제전략연구소(CSIS)도 논평을 통해 “중국이 캄보디아를 압박해 아세안 내부 분열을 일으키고 있다”고 경고했다. 당시 캄보디아 측이 중국을 규탄하는 아세안 성명서 초안을 중국에 공유했고, 중국이 캄보디아를 압박해 남중국해 문제가 공동성명에 포함되지 못하게 했다는 이야기가 파다했다. 2016년 라오스에서 개최된 아세안 장관회의에서도 남중국해 문제는 공동 성명에 포함되지 못했다. 당시 중국과 필리핀이 영유권을 다투고 있던 섬에 대해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는 “중국의 영유권을 인정할 수 없다”며 필리핀 손을 들어줬다. 이에 필리핀과 베트남은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결을 아세안 공동성명에 포함하자고 했다. 하지만 또다시 캄보디아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혔다. 의장국인 라오스는 캄보디아의 반대를 이유로 공동성명 채택을 부결시키며 사실상 중국 손을 들어주었다. 이에 캄보디아에 이어 라오스도 중국에 포섭됐다는 비난 여론이 일었다. 싱가포르 외교 싱크탱크인 유소프 이샤크 연구소의 탕시우문 아세안 연구센터장은 2016년 6월 싱가포르 언론 CAN에 게재한 칼럼에서 “아세안을 억압하는 중국이 우려스럽다”고 했다. 또한 중국 입장을 두둔하는 캄보디아와 라오스를 “아세안을 마비시키는 중국의 트로이 목마”라고 비판했다. 사실 캄보디아와 라오스는 베트남의 영향력 하에 있던 나라들이었다. 캄보디아에서 국민 200만명 이상이 학살당한 ‘킬링필드’ 폴 포트 정권을 몰아내고 훈 센이 38년간 정권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 곳은 베트남이다. 베트남을 도와 미국과 전쟁을 한 라오스 공산당이 정부를 수립할 수 있게 물질적·군사적 지원을 한 곳도 베트남이다. 하지만 중국이 이들의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빠르게 경제가 성장한 중국은 2000년대 후반 캄보디아와 라오스의 도로, 발전소, 댐 등 인프라 사업에 투자하며 이들을 친중 국가로 포섭해 갔다. 최근 캄보디아는 친중 깃발을 펄럭이며 급기야 베트남과 갈등을 키우고 있다. ‘캄보디아 해군기지의 중국군 주둔’과 ‘푸난 테초(Funan Techo) 건설’ 등으로 두 국가 간 긴장은 심화하고 있다. 이에 더해 지난 9월 20일 캄보디아는 라오스-베트남과 함께하는 CLVDTA(캄보디아-라오스-베트남 개발 삼각지역) 협정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했다. CLVDTA는 국경을 맞대고 있는 3개국이 접경지역을 공동 개발하고 인프라 확충을 할 목적으로 1999년 만든 우호 모임이다. 하지만 아버지 훈 센에 이어 캄보디아 총리에 취임한 훈 마넷은 자국 내에 이 협정으로 캄보디아의 영토와 주권을 베트남에 빼앗긴다는 부정적인 여론이 일고 있다며 탈퇴를 선언했다. 중국을 등에 업은 캄보디아가 이제 베트남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제 갈 길을 가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아세안을 분열시킬 가장 뜨거운 화염이 인도차이나반도에서 본격적으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1967년 8월 8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외무장관 5명이 태국 방콕에 있는 외무부 건물 메인 홀에 모여 아세안 창립 문서에 서명하고 있다./아세안 홈페이지 아세안 분열 촉진 중국도 아세안 10개국을 동시에 상대하기는 버겁다. 이에 따라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직접적으로 영토 분쟁을 겪고 있는 2개국(필리핀·베트남), 영유권을 주장하지만 소극적인 2개국(말레이시아·브루나이), 그리고 영토 분쟁과 무관한 나머지 6개국으로 분리해서 대응하고 있다. 중국은 주로 두 번째와 세 번째 그룹 국가의 일대일로 인프라 사업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남중국해 문제에서 아세안의 단일한 목소리가 나오지 않게 막고 있다. 특히 중국은 라오스-태국-말레이시아-싱가포르를 잇는 고속철도 사업에 적극적이다. 표면적으로는 내륙국가들의 물류망 개선을 지원하는 것이지만 중국 기업들의 아세안 진출을 쉽게 해 아세안에서의 경제적 영향력을 강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또한 중국과 아세안 고속철도 연계에서는 믈라카해협의 봉쇄 가능성에 대비해 육로 운송망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이유도 엿보인다. 중국이 수입하는 원유와 천연가스의 85%는 이 믈라카해협으로 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육로 운송망 확장을 통해 아세안 국가들의 남중국해에 관한 관심과 중요도를 축소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반면 최근 필리핀에 대한 중국의 강경한 태도는 남중국해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2023년부터 중국 해경은 물대포를 사용해 필리핀 해경을 공격했으며, 2024년 6월에는 중국 해경이 도끼와 칼로 필리핀 해군을 공격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필리핀 해군의 손가락이 절단되면서 필리핀 각지에서 대대적인 반중 시위가 벌어지고, 필리핀 상원의장은 방송에서 중국산 제품 불매운동을 촉구하기도 했다. 필리핀 정부는 자국 내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온라인 도박장을 단속하고 중국인 스파이가 신분을 속여 필리핀 지방도시의 시장이 됐다는 의혹을 제기해 반중 정서를 고조시켰다. 여기에 발맞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24년 4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글로벌 인프라 파트너십(PGI)’을 발표하며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응하는 인프라 지원 계획을 밝혔다. 도전받는 아세안 중심성 아세안 지역 내에서 발생하는 정치, 경제, 안보 이슈 등 주요 문제를 아세안이 중심이 돼 해결하는 것이 ‘아세안 중심성(ASEAN Centrality)’의 핵심이다. 아세안은 미국, 중국, 인도, 일본 등 아시아·태평양의 강대국과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강대국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설립됐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갈등 속에 어느 한쪽 편을 들도록 강요받으면서 아세안의 설립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메콩 협력체와 같은 기구를 통해 아세안 내에서 중재 역할을 할 수 있는 나라는 대한민국이다. 2011년에 출범한 한-메콩 협력체를 통해 한국은 메콩강 유역 5개국(캄보디아·미얀마·라오스·태국·베트남)과의 협력을 강화해 메콩강 문제를 평화롭게 풀어나갈 기회를 맞았다. 특히 2019년 11월 한국이 주최한 한-메콩 정상회의는 큰 기대를 모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그 흐름이 끊겼다. 아세안이 내부 분열을 극복하고, 미국과 중국 모두에 휘둘리지 않고, 본래의 중립적 모습을 회복하기를 바라며 한국이 그 촉진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다시 한번 기대해본다.
- 가깝고도 먼 아세안
- [가깝고도 먼 아세안] (37) 중국의 부채 함정에 빠진 라오스(2024. 09. 06 16:00)
- 2024. 09. 06 16:00 국제
- 라오스 고속철/라오스 고속철역 홈페이지 미국의 경제전문지 ‘시이오월드 매거진(CEOWORLD Magazine)’이 지난 5월 6일 세계은행 자료를 바탕으로 ‘2024년 중국에 가장 많은 빚을 진 국가’ 순위를 발표했다. 상위 20개 국가 대부분은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빈곤 국가들이 차지했다. 이중 세계적으로 가장 큰 우려를 사고 있는 라오스는 105억달러(약 14조원)라는 국내총생산(GDP)액만큼의 채무를 지고 있는데, 그중 절반이 중국에 진 빚이다. 라오스는 2015년부터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주요 프로젝트로는 메콩강 유역의 수력발전 사업과 중국 국경까지 연결하는 고속도로 사업 등이다. 특히 2021년 12월 개통된 중국-라오스 간 414㎞의 고속철도는 라오스의 중요한 물류망을 구축한 프로젝트로 기록되고 있다. 이에 더해 지난 7월 19일에는 라오스에서 태국 방콕까지 철도가 개통되면서 중국-라오스-태국-말레이시아가 철도로 연결됐다. 내륙 국가인 라오스로서는 중국과 말레이시아 해안까지 연결되는 물류망이 확보되는 사업이었다. 하지만 제조 기반 시설이 거의 없는 라오스가 중국으로 수출할 수 있는 것은 농산물과 일부 천연자원에 불과하다. 반대로 각종 중국산 저렴한 공산품과 농산물이 라오스를 장악하면서 중국으로의 경제적 종속이 심해지고 있다. 중국 경제에 종속된 라오스 미국 윌리엄앤드메리대학의 ‘에이드데이터(AidData) 연구소’가 중국의 해외 대출과 보조금을 추적해 내놓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중국-라오스 고속철 사업에는 59억달러(약 7조9000억원)가 투입됐다. 철도 사업은 중국과 라오스가 함께 투자해 ‘7 대 3’으로 지분을 나눠 갖는데, 라오스는 부담해야 할 자금 대부분을 중국수출입은행에서 빌려 충당했다. 라오스는 중국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하면서 국가채무가 2배로 늘어났다. 메콩강에 수력발전소를 짓는 프로젝트에 55억달러, 중국과 라오스 북부를 연결하는 176.3㎞ 도로 건설에 38억달러, 경제특구 및 산업단지 개발에 12억달러 등이 투입됐다. 대체로 중국 자본으로 짓고, 중국 국영 기업이 운영하다 50년 후에 라오스에 돌려주는 방식이다. 문제는 중국 자본을 빌려 국가 인프라를 확충하고 국가 이익도 창출한다는 취지로 일대일로에 참여했지만, 라오스는 이자도 제대로 갚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20~2023년 라오스가 중국에 지불을 연기한 채무액은 20억달러(2조7000억원)에 달한다. 무리한 일대일로 사업 참여로 인해 국가 채무가 늘어나고 외환보유액이 줄어들자 라오스 환율은 하염없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세계은행이 2024년 4월 홈페이지에 게재한 ‘라오스 국가 개요’에 따르면 “라오스 통화 ‘킵’은 2023년 1월에서 2024년 2월 사이 미국 달러 대비 23% 하락했으며, 이는 2024년 2월에 25%에 달한 높은 인플레이션을 촉진하는 요인이 됐다”. 2022년 1월 1일 기준 ‘미국 1달러=라오스 1만1200킵’이던 것이 2024년 9월 1일 현재 2만2170킵으로 2년 8개월 만에 100% 가까이 폭등했다. 환율이 폭등하자 라오스 환율 기준으로 갚아야 할 채무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라오스는 빚 구덩이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다. 라오스가 채무를 갚지 못하면 중국과 공동 투자한 수력발전댐, 고속도로, 철도는 고스란히 중국의 소유가 된다. 라오스는 이미 2020년 9월 라오스 국영 송전 전력회사(EDLT·Électricité du Laos Transmission Company Limited)의 지분 90%를 중국 남방전력망공사에 넘겼다. 라오스가 감당할 수 없는 23개의 수력 발전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55억달러의 채무를 일부 감당하기 위해 매각한 것이다. 이제 중국이 마음먹고 전력 공급을 안 하면 라오스 국가 전체가 멈추게 된다. 라오스가 중국에 종속된 것이다. 중국의 부채 함정 외교 인도 뉴델리 정책연구센터의 브라마 첼라니는 교수는 이를 두고 중국의 ‘부채 함정 외교’라고 명명했다. 중국이 저개발국가에 자금을 제공하며 인프라 사업을 제안해 공동 개발에 나서는데 대체로 수익이 나지 않아 해당 국가들의 채무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난다. 빚 갚을 길이 없는 해당 국가들은 결국 인프라 사업 소유권을 중국에 넘기게 된다는 것이다. 파키스탄의 과다르 항구, 스리랑카의 함반토타 항구, 우간다의 엔테베 공항처럼 중국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했다가 빚만 지고 국가 인프라를 빼앗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 다른 문제는 중국이 각 국가에 제안한 인프라 사업들이 해당 국가에는 도움이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중국에 군사·안보적으로 필요해서 제안하는 것으로 의심된다는 것이다. 파키스탄의 과다르 항구, 스리랑카의 함반토타 항구 모두 미국이 중국을 해상 봉쇄했을 때 중국의 해외 해군기지 역할을 위해 진행된 프로젝트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라오스 철도 사업 역시 라오스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중국 자원 수입량의 80%를 차지하는 믈라카해협이 미국으로부터 봉쇄당했을 때 말레이시아-태국-라오스-중국으로 연계되는 육로 운송망을 확보하기 위함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중국의 부채 함정에 빠진 국가는 정치적으로도 중국에 종속된다. 라오스에 이어 아세안에서 두 번째로 중국에 채무가 많은 캄보디아는 2012년 아세안 의장국 시절 중국 편에 서서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공동 성명을 채택하지 못하게 막았다. 이는 아세안 역사상 처음으로 공동 성명이 채택되지 않은 사건으로 기록됐다. 2016년 아세안 의장국이었던 라오스 역시 베트남과 필리핀이 제안한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무효로 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 판결 내용을 아세안 공동 성명에 포함하지 못하게 막았다. 물론 중국이 인프라 투자를 제안한 저개발국가에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는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 그만큼 중국은 큰 위험을 떠안기 때문에 채무에 대한 이자가 높고, 이를 감당하지 못한 국가들의 인프라 사업을 대신 운영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실제로 중국은 유럽 물류의 허브로 떠오른 그리스 피레우스 항구 사례나 아프리카 케냐의 물류 개선과 관광 활성화를 일으킨 동아프리카 고속철도 사업을 일대일로 성공 사례로 내밀기도 한다. 하지만 수익을 내기 어려운 인프라 사업을 제안하고, 갚을 수 없는 규모의 채무를 짊어지게 해서 결국 중국으로 소유권이 넘어가는 이런 방식이 ‘신식민지 정책’임을 경고한 마하티르 전 말레이시아 총리의 말에 수긍할 수밖에 없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2018년 6월 미국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가난한 나라에 큰돈을 빌려줄 때 그 프로젝트가 중국 자신들의 것이 될 것을 이미 알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은 이를 겸허히 수용해야 하지 않을까.
- 가깝고도 먼 아세안
- [IT 칼럼] 중국산 배터리가 벤츠에 장착된 이유(2024. 08. 23 16:00)
- 2024. 08. 23 16:00 경제
- 지난 8월 14일 서울 시내 한 벤츠코리아 공식 서비스센터에 서비스 접수 표지판이 놓여 있다. 인천 청라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 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이날부터 자사 모든 전기차에 대한 무상점검을 개시했다. 연합뉴스 중국산 배터리를 장작한 벤츠 전기차가 인천 청라아파트에서 불이 난 후, 내 전기차의 배터리는 무엇이 들어 있는지 다들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배터리는 전기차 가격을 좌우할 만큼 비싼 부품이라고 알려져 왔는데, 고급 외제차의 대명사 벤츠에 처음 듣는 브랜드의 배터리가 들어 있었다는 반전은 뉴스거리가 되기에 충분했다. 사실 이미 벤츠는 르노의 엔진도 가져다 장착했다. 급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어느 민감한 소비자가 묻더라도, 공동 개발했다거나 최적화됐다고 설명하면 된다. 한편 르노는 자신들 차에 벤츠 엔진을 탑재했다고 판촉하니 서로 남는 장사다. 브랜드가 글로벌 공급망을 다스리는 시대, 부품이 어디 것인지가 무슨 대수냐고 생각한 듯싶다. 하지만 벤츠로서는 이번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만큼은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이미 그들 자신도 예감하고 있는 거대한 변화에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사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변화란 바로 전기차 이행을 포함한 IT화, 그리고 그에 따른 완성차 브랜드의 위상 변화다. BMW와 아우디까지 이들 독일 3사는 대중적인 프리미엄이라는 이율배반적인 개념을 아슬아슬 유지해 오면서 높은 이윤의 비즈니스를 구가할 수 있었다. 승차감이 어떻고 하차감이 어떻고 뭐라도 있을 것 같은 바로 그 느낌의 가격, 이를 부풀릴 수 있어야 웃돈, 그러니까 프리미엄이 붙는다. 그런데 그 프리미엄은 내연기관 시대엔 유용했지만, 유통기한이 있다. 자동차 시장은 변화가 없는 것 같지만, 지나고 나면 변화투성이다. 한때 미국은 압도적인 자동차 1위 생산국이었고, 호주 또한 무시 못 할 브랜드를 지녔던 나라였다. 볼보와 사브로 유명한 스웨덴도 지금은 중국 기업의 연구소 입지가 돼버리고 말았다. 중국도, 한국도 격변의 주체이자 수혜자였다. ‘중국산’이란 말에는 부정적 함축이 많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배터리가 계속 터지고 있다. 중국 검색 엔진에서 ‘突然起火的电动(돌연기화적전동)’이라고 검색해 보기만 해도 다양한 전동제품이 불붙고 있는 풍경이 나열된다. 올 초 난징의 아파트에서는 전기자전거 충전소에서 불이 타올라 15명이 사망하는 대형 인사사고도 발생했다. 마치 사회가 실험실 같은데, 모두가 동참하는 실험을 거쳐 될 때까지 밀어붙이면 세월과 함께 사회도 변화돼 있다. 지난 7월 중국에서는 처음으로 신차 등록 과반수를 전기차를 포함한 신에너지차가 차지했다. 내수 시장 진작과 자국 기업 부양책의 성과이기도 하다. 우한에서 운영 중인 무인 로보택시는 앱으로 손쉽게 잡아탈 수 있는데, 가격은 일반 택시의 반값이다. 물론 타고 내릴 수 있는 곳이 다소 제한적이라 약간 개인용 버스 같은 느낌도 들지만, 염가와 편리함 덕에 이미 지역 명물이 되고 있다. 택시 운전사의 반발이 없을 리 없지만 이미 결정돼 움직이기 시작한 사회는 일사불란 굴러간다. 과연 중국식이다. 그 방식이 좋은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세계 시장을 그렇게 선도할 수는 없다. 미·중의 첨예한 보호무역주의 속에 중국은 하나의 큰 온실이 돼버렸지만, 앞으로는 어찌 될지 모르는 일이다. 글로벌 밸류 체인(GVC)이 다시 하나가 될 때, 실험을 마친 중국산은 지금까지와 다른 비중의 부품이 될 수도 있다. 중국산 배터리와 손잡은 벤츠도 그러리라 생각했나 보다. 그 결단이 옳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 IT칼럼
- 개혁·개방 45년, 중국 과연 어디로 갈까(2024. 07. 22 06:00)
- 2024. 07. 22 06:00 국제
- 시진핑 3기, 마땅한 경제 청사진 제시하지 못해 곤혹 베이징 차오양구의 플랫폼 노동자들이 상가건물 앞 도로에 앉아서 주문을 기다리고 있다./박은하 베이징 특파원 중국의 중장기 경제정책 청사진을 제시하는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20기 3중전회)가 지난 7월 18일 폐막했다. 20기 3중전회는 ‘진일보한 전면 개혁 심화와 중국식 현대화 추진에 관한 당 중앙의 결정’을 발표했다. 3중전회는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중장기 경제정책을 결정하는 자리다. 중국공산당은 5년에 한 번씩 당대회를 열어 지도부를 구성하고, 5년 동안 총 7차례의 전체회의(전회)를 연다. 1·2중전회에서는 인사를, 3중전회에서는 중장기 경제정책을 다룬다. 1978년 개혁·개방 확정, 1993년 국유기업 개혁, 2003년 사유재산 인정 등이 3중전회에서 결정됐다. 20기 3중전회는 통상 개최 시점보다 8개월가량 늦어졌는데, 마땅한 청사진을 찾지 못해서라는 추측도 있었다. 신화통신이 요약해 전한 결정문을 보면 당 지도부는 이번 3중전회에서 국방력 강화, 과학 인재 양성, 재정·조세·금융 분야 개혁, 도시와 농촌의 통합 발전 등 ‘사회주의 현대화’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개혁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장기 집권을 염두에 둔 10년 단위 장기계획이 담길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으나 개혁 시점은 2029년까지로 제시됐다. 구체적 결정 내용이 담긴 전문과 이에 관한 시 주석의 설명은 며칠 뒤에 나올 예정이다. 20기 3중전회 18일 폐막 이번 3중전회에서 제시된 개혁은 시진핑 집권 1기(2013~2018년)였던 제18차 3중전회에서 이미 언급된 내용이다. 중국공산당은 2013년 18기 3중전회에서 ‘전면적 개혁의 심화’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호구제도 개혁, 부정부패 해결, 생태문명 건설(환경문제 해결) 등을 내세웠다. 개혁·개방 이후 역대 3중전회에서는 시장 개방, 사유재산 인정 등 자유주의 일변 개혁에서 일종의 방향 전환을 시도한 것이었다. 3중전회 결정사항이 알려지려면 며칠 더 지나야 하지만, 현재의 경제 침체를 반전시킬 만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 공산당 지도부가 미국과의 패권 경쟁 승리와 안보에 중점을 둔다는 점이 이유로 거론된다. 하지만 중국 경제가 과거의 ‘개방·자유화’만으로 풀 수 없는 구조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이유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지난 7월 15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올해 상반기 5.0% 성장했다. 수치만으로는 나쁘지 않으나 분기별 성장률을 보면 1분기에 5.3%, 2분기 4.7%로 둔화하는 흐름이다. 내용을 보면 불균형은 더욱 심각하다. 베이징 차오양구의 한 의류 가게에서 지난 5월 90% 세일을 하고 있다./박은하 베이징 특파원 중국의 지난 6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8.6% 성장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산업생산은 5.3% 증가했다. 반면 실질 구매력을 반영하는 소매 판매 증가율은 2.0% 증가에 그쳤다. 6월 소비자물가는 0.2% 증가로 5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으나 전월(0.3%)보다 상승폭이 떨어졌다. 상반기 성장률도 체감경기로 이어지지 않는 고정자산투자(3.9%), 그중에서도 제조업 투자(9.5%)가 이끌었다. 부동산 투자는 상반기에 10.1% 감소했다. 중국 경제매체 경제관찰보가 지난 6월 25일 소개한 후베이성의 소도시 화이허의 50대 농민공 천젠량의 사례는 소비 부진의 원인과 중국 경제가 처한 난맥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는 건설노동자로 일하면서 맞벌이로 월 8000위안(약 160만원)을 벌어들였다. 지역에서 중상위 소득자로 분류됐다. 월 6000위안은 본인 노후 등을 위해 저축하고 1300위안은 어머니 양로원 비용으로 지출했으며 나머지로 생활했다. 그러나 부동산시장 침체로 지금은 3개월째 실업 상태다. 중국은 1997년부터 한국의 국민연금에 해당하는 전 국민 양로보험 제도를 도입했으나, 제도 도입이 늦은 만큼 수급액이 적다. 급속한 고령화로 기금고갈 문제까지 대두된다. 실업으로 천젠량의 노후 대비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 부동산시장 침체는 개인의 생계뿐 아니라 중국 경제를 근본적 층위에서 흔들고 있다. 중국은 1994년 이후 조세 수입은 중앙 정부에 몰아줬다. 지방 정부는 부동산 판매 수입을 재정의 근간으로 삼아왔다. 소득세는 100% 중앙정부가 가져가며 GDP 대비 조세 비율인 조세부담률도 14%로 OECD 국가 평균( 21%)보다 훨씬 낮다. 이는 외자 유치에 유리하게 작용했지만, 지방정부가 앞다퉈 부동산 개발에 나서 자산 가격이 폭등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시작되자 이는 지방정부 재정위기로 이어졌다. 지난 4월 말 기준 중국 지방정부 부채는 41조7000억위안(약 7900조원)이다. 동북 지역의 랴오닝, 헤이룽장성 등 재정 상태가 열악한 지방정부에서는 버스 운영을 중단하고, 공무원 임금을 삭감하는 사례도 속출한다. 이번 3중전회에서 조세·재정 개혁과 법치 강화를 언급한 배경이다. 부동산 판매가 아닌 조세 위주의 재정 정책으로 재편하는 방안이 담겼을 것으로 예상된다. 20기 3중전회에서는 ‘사회주의’를 곳곳에서 강조했다. ‘시진핑 사회주의 사상’을 전면적으로 관철해야 한다는 구절도 결정문에 포함됐다. 플랫폼 노동자의 급증을 비롯해 실제 중국 사회의 불안 요소를 반영한 대목이다. 천젠량처럼 실업자가 된 이들은 플랫폼 배달원, 차량공유 서비스 기사로 몰리고 있다. 지난해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플랫폼 노동자는 약 2억4000만명으로 생산인구의 약 27%를 차지한다. 중국에서도 2010년대 중반 이후 공장 자동화가 이뤄지는 동안 플랫폼 노동은 실업을 흡수하는 역할을 해왔다. 최근 이마저도 한계에 달했다는 신호가 나오고 있다. 충칭, 쑤저우 등을 비롯해 전국 곳곳 도시들이 지난 3~4월 차량공유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며 신규 진입을 경고했다. 이번 3중전회에서 분배에 관한 획기적인 개혁안은 담기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대신 ‘과학기술’과 ‘고품질 발전’이 해결책으로 등장했다. 과학기술을 동력으로 첨단산업을 재편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인공지능, 뇌과학, 수소에너지, 6G 통신, 신소재 등 분야에 대대적 인재 육성과 투자 방안이 담겼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과의 전략경쟁에 대비하는 취지도 담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 6월 베이징에서 과학자들과 만나 “십년마일검(十年磨一劍·10년 동안 칼 한 자루를 간다)의 자세”를 주문했다. 안보 우선 기조가 여전하다는 점도 확인됐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3중전회 결정문에 “국가안보가 중국식 현대화의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중요한 기반”이라고 밝혔다. 국방 분야에 대한 대대적 투자도 예고했다. 즉 ‘방향 전환’은 없다는 것이다. 중국이 지난해 7월부터 강화된 반간첩법을 시행하는 등 안보를 강조하면서 외국인 투자가 급감하고 있다. 올해 1∼6월 중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작년 같은 기간 대비 29.1% 줄었다. 지난해에도 전년 대비 80% 이상 감소했다. 차이신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대중국 견제 여파로 반도체 하위 기업들은 도산하고 있다. 중국 경제는 내부적으로는 46년이 돼가는 개혁·개방 정책 결과 쌓여온 부작용이 커지고 있으며, 외부적으로는 서방의 견제에 맞닥뜨리고 있다. 지도부가 내놓은 답은 ‘사회주의 사상 교육의 심화’, ‘안보’, ‘과학기술’ 그리고 ‘재정개혁’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가장 중심에 있는 것은 ‘과학기술’과 ‘사상’이다. 독일 싱크탱크 메르카토르 중국 연구소는 3중전회 결과를 전망하며 “시 주석의 세계관에서 과학기술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 도구”라고 논평했다.
- [김우재의 플라이룸](50) 한국의 의사, 중국의 엔지니어(2024. 05. 03 16:00)
- 2024. 05. 03 16:00 사회
-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지 60일째인 지난 4월 18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캐나다에서 살던 때의 일이다. 쇼핑몰에서 뛰던 아이가 넘어지면서 바닥에 튀어나와 있던 못에 무릎이 크게 찢어지는 일이 있었다. 오후 6시가 다 돼가던 시간이었고, 급하게 지혈을 하며 근처 병원 응급실로 차를 몰았다. 첫 번째 응급실 간호사는 아이의 무릎 상태를 자세히 보지도 않은 채 증상이 심각하지 않다고 판단했고, 두어 시간을 기다리다 지쳐 더 큰 대학병원 응급실로 향했으나 마찬가지였다. 8시간을 기다리고 나서 들어온 젊은 전공의들은 도대체 왜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렸냐며 급하게 찢어진 상처를 꿰매는 수술을 진행했다. 그 후에야 캐나다에선 웬만큼 심각한 증상이 아니면 응급실이나 병원에 가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전 국민 무상 의료를 실시하고 있는 캐나다의 현실이다. 완벽한 의료체계란 없다 한국, 미국, 캐나다, 중국의 의료체계를 직접 경험하며 살았다. 미국은 잘 알려져 있듯이 의료비가 엄청나게 비싸다. 보험 없는 사람이 자칫 응급실이라도 실려 갔다간, 엄청난 빚더미에 앉게 될 수 있다. 하지만 돈 있는 사람들에게 미국 의료체계는 천국이다. 자본주의의 극단에서 만들어진 의료체계를 보고 싶다면, 미국을 보면 된다. 미국에서 아이를 출산할 때, 우연히 나중에 명세서를 보게 됐는데, 약 2000만원이 청구돼 있었다. 대학에서 제공해주었던 보험이 아니었다면, 가난한 박사후연구원이 낼 수 있는 수준의 금액이 아니었다. 캐나다는 의사가 부족하다. 의사가 얼마나 부족하냐면, 당장 죽을 정도의 질환이 아니면 의사를 만나는 것 자체가 힘들다. 한 지인이 피부질환으로 수술을 받고 싶어했는데, 미용 목적으로 판단돼 몇 년을 기다리는 걸 본 적이 있다. 물론 캐나다는 진짜 무상 의료를 추구하는 국가다. 암에 걸려도 무료로 치료받은 사례를 여럿 목격했다. 하지만 그건 소득의 절반 이상을 세금으로 내는 캐나다라 가능한 일이다. 또한 부족한 의사 수 때문에 무상 의료를 받기 위해선 기다림이 필수다. 캐나다는 미국에 경제적으로 종속된 국가다. 과학기술은 물론 의료체계까지 캐나다는 미국이라는 이웃의 대국에 영향을 받는다. 실제로 캐나다 사람들은 급한 경우에 미국에 가서 치료를 받는다. 그리고 캐나다 의대생들은 졸업 후 미국에서 의사로 일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캐나다보다 미국 의사의 연봉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중국은 의사가 인기 없는 직업이다. 물론 의사가 되면 공무원처럼 평생직장을 보장받을 수 있지만, 들이는 시간과 일하는 양에 비해 의사 연봉이 형편없다고 알려져 있다. 근처 병원의 의사가 공동연구를 원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과학자인 내 연봉의 절반도 안 되는 돈을 받고 일하는 걸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의사가 인기가 없으니, 의료체계가 공공의료 중심으로 유지되고, 결국 첨단 의료에서 뒤처지게 된다. 중국의 의료체계는 문명국가를 추구하는 중국의 큰 약점 중 하나다. 의대생 증원을 두고 의료계와 정부의 대립이 지속하는 가운데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이 시작된 지난 3월 25일 서울의 한 대학 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한수빈 기자 공대생이 만든 나라 실제로 첨단과학기술 분야 대부분에서 미국을 앞선 중국이 유일하게 미국과 한국에 뒤처지고 있는 분야가 의생명과학 분야다. 특히 반도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산업 분야에서 중국에 주도권을 내주고 있는 한국은 지난 수십 년간 큰 규모의 투자와 더불어 여전히 중국보다 우위를 점유하고 있는 의생명과학 분야에 대한 장기적인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최근 북경과 선전 일대의 의생명과학 관련 연구소와 회사들을 둘러보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대로 게임이 진행된다면, 한국의 의생명과학 분야는 곧 주도권을 잃게 될지 모른다. 지난 4월 초에 미국 재무장관 재닛 옐런이 중국을 재차 방문해 태양전지판 등의 생산을 억제해 달라며 공급과잉의 우려를 전했다고 한다. 테무와 알리의 공습에서 알 수 있듯이, 이제 중국은 과잉생산을 통해 전 세계의 공급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고, 미국이 이를 위협으로 느낄 정도가 된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한국 언론은 중국에 관한 자극적인 기사만 내보내고 있고, 대통령과 정부는 아예 중국과의 관계에서 손을 뗀 상황이다. 그렇다고 더불어민주당이 딱히 제대로 된 대안을 가진 것 같지도 않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중국을 공대생이 만든 나라라고 말한다. 실제로 중국의 역대 최고 지도자 모두가 공대생이었다. 덩샤오핑은 프랑스에서 자동차공학을, 장쩌민은 상해 교통대 전기공학을, 후진타오는 칭화대 수리공정과를, 그리고 잘 알려져 있듯이 시진핑 현 주석은 칭화대 화학과를 전공하거나 졸업했다. 전병서 소장은 바로 이 중국 최고권력의 공대생 마인드가 서비스에 약한 공대생의 나라를 만들었다고 말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서비스업은 과학기술이라는 하부구조의 견고함이 없으면 결코 창발을 만들어낼 수 없다. 그것이 인도의 발전에 한계가 명확한 이유다. 의한민국 직업에 따라 노동의 대가가 어떻게 달라야 하는지에 대한 합의는 없다. 극단적으로 모든 노동에 대해 동일 시간 동일 임금을 주장할 수도 있고, 임금을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직업별 노동의 가치를 사회적 맥락 속에서 정량화할 방법은 아직 없다. 그런 게 있다고 해도 완벽하지 않을 것이며 부작용이 더 클 것이다. 하지만 한 직업이 지나치게 큰 가치를 부여받는 사회에선 해당 직업의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 사고실험을 해볼 수는 있다. 즉 해당 직업이 없다면 사회가 얼마나 빨리 무너질 것인지 상상해보는 것이다. 바로 이 사고실험을 통해 의사라는 직업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명확해진다. 의사는 분명 사회의 기능에 중요한 직종이며, 그들의 임금이 평균보다 높은 것도 당연하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 사회는 의사만큼 중요한 다른 직종들에 대해서도 그 정도의 임금을 보장하는가. 엔지니어가 없는 사회를 상상해보자. 발전소가 멈출 것이고, 당장 전기와 통신을 비롯한 생존의 필수체제가 무너질 것이다. 즉 엔지니어가 사라진 사회는 의사가 없는 사회보다 훨씬 더 빠르게 무너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노동이 공정하게 대접받는 사회에선 공대생이 의대생만큼 대접받아야 한다. 적어도 미국과 중국은 그런 점에서는 공정성이 유지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엔지니어 중에 기회만 된다면 외국으로 옮기려는 비율이 얼마나 될까. 그 답이 머릿속에 그려진다면, 대안은 뻔한 것이다. 얼마 전 AI 분야 상위 인재의 대부분이 중국계 과학기술자라는 통계를 보았다. 중국은 과학기술 인재 양성에 국운을 걸고 움직여왔고, 한국은 의사 양성에 국운을 건 듯 움직여왔다. 의사가 나라를 구할 것이다. 그러길 바란다.
- 김우재의 플라이룸
- [신간] 통설 너머 중국 정치의 역설(2024. 05. 01 06:00)
- 2024. 05. 01 06:00 문화/과학
- 당과 인민 브루스 J. 딕슨 지음·박우 옮김·사계절·2만6000원 중국공산당은 올해 집권 75년째를 맞는다. 세계 공산당 중 최장수 기록이다. 서방은 경제가 발전하면, 정치적 자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중국공산당도 민주화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이는 수십 년째 실현되지 않고 있다. 미국 조지워싱턴대 교수로, 중국 정치를 가장 중립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다고 평가받는 저자는 중국공산당 지배체제가 굳건히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한다. 핵심은 당과 인민 중 누구도 아직 서구식 자유민주주의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민주주의가 경제 성장과 정치적 안정에 반드시 더 유리하지는 않고, 중국인은 통치의 개선, 삶의 질 향상을 민주주의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를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위해 통치하는 것으로 본다는 점에서 이미 마오쩌둥 이후 민주화의 길을 겪고 있다고 인식한다. 저자는 통설에 갇혀 중국 없는 미래를 기대하기보다 중국을 다양한 가치와 생각이 공존·갈등하는 현대국가로 인정하는 것이 더 건강한 미래를 구상하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숨 쉬는 것들은 어떻게든 진화한다 마들렌 치게 지음·배명자 옮김·흐름출판·2만원 스트레스는 삶의 독일까. 행동생물학자인 저자는 환경에 적응하고, 성장하는 생물의 이면에 스트레스가 있다고 강조한다. 외부 조건에 올바로 대처하게 하고, 저항력을 높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사는 토끼를 연구한 끝에 ‘스트레스는 우리를 더 나은 곳으로 데려가는 이정표’라고 결론 내렸다. 먹이가 부족하고, 천적의 위협을 받는 환경을 피해, 도시를 택했다고 봤다. 이처럼 모든 생물은 스트레스를 삶의 경보 삼아 환경에 반응해 자신을 바꾸고, 위기를 넘어 진화한다고 말한다. 숲은 깊고 아름다운데 조이스 박 지음·제이포럼·1만6800원 전래 동화는 권력의 논리를 전하는 통로이자 당대의 지혜가 담긴 보물창고다. 저자는 전래 동화를 새롭게 해석하면, 가부장 권력을 돌아보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백설 공주를 비롯한 숲을 배경으로 한 동화를 살핀다. I의 비극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문승준 옮김·내친구의서재·1만8000원 고령화로 아무도 살지 않게 된 마을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시장은 ‘소생과’ 부서를 신설해 대응하지만 정작 이곳 직원들은 좌천당했다고 여긴다. 설상가상 불의의 사고로 이주민이 다시 떠난다. 저자는 이 모든 일이 우연이었겠느냐는 의문을 끌고 간다. 다르덴 형제 장 피에르 다르덴 외 지음·김호영 옮김·마음산책·1만7000원 칸영화제에서 2개의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감독 다르덴 형제의 인터뷰집이다. 다큐멘터리를 찍던 이들이 극영화로 넘어와 거장의 자리에 이르기까지의 여정, 영화의 비하인드 스토리, 창작자로서 영화를 찍을 때 갖는 철학을 살펴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 신간
- 알리부터 철강·전기차까지···중국 재고떨이에 몸살(2024. 04. 29 06:00)
- 2024. 04. 29 06:00 경제
- “고부가가치 기술로 무장한 제2 차이나 쇼크, 한국에 직격탄” “한국, 미·중 간 전략적 중립 유지하며 중국 대체시장 찾아야” 지난해 8월 롯데백화점 인천점에 마련된 ‘로보락’ 팝업 매장 / 연합뉴스 “철강, 석유화학, 전기차, 알리까지….” 중국산 초저가 제품이 쏟아지면서 중국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수출’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내수 침체 속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중국이 덤핑(물품이 정상가 이하로 수입되는 것) 공세로 재고를 밀어내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몸살을 앓고 있다. 한국의 기간산업인 철강업종에서는 중국이 자국 내 남아도는 철강을 저가로 수출하면서 세계적으로 1억t가량의 공급 과잉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 이에 각국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잇따라 관세 장벽을 세우고 있다. 칠레는 지난 4월 22일 중국산 철강에 최대 33.5%에 달하는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반덤핑 관세는 수입제품의 정상가격과 부당한 할인가격의 차액만큼 부과된다. 앞서 칠레 철강회사들은 정부 보조금을 업은 중국 철강제품이 저렴한 가격에 대량 수입되자 조업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칠레 정부의 결정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 철강에 대한 평균 관세를 기존보다 3배 이상 인상한 25%로 할 것을 미 무역대표부(USTR)에 지시한 뒤 나왔다. 이를 계기로 중국 철강에 대한 각국의 대응이 확산할지 관심이 쏠린다. 대표적인 친중 국가인 브라질도 중국 철강에 대해 반덤핑 조사를 벌이고 있다. 그 외 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들도 밀려드는 중국 철강에 골머리를 앓고 있어, 각국이 무역장벽을 높이면 길 잃은 물량이 한국으로 대거 쏟아질 가능성이 있다. 국내에서도 포스코, 현대제철 등이 중국산 철강에 대해 반덤핑 제소를 검토하고 있다. ■ 중국 덤핑 공세에 석화업계 구조조정 철강과 더불어 한국의 주요 수출 종목이었던 석유화학업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석유화학업계는 중국 기업들의 증설로 인한 공급 과잉과 경기 부진에 따른 수요 둔화로 고전하고 있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지난 4월 9일 저가 공세를 이어가는 중국산 스티렌모노머(SM)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나섰다. SM은 가전에 들어가는 합성고무 등을 제조하는 데 쓰이는 석유화학 원료다. 국내업계 1·2위인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이미 일부 공장 가동을 멈추고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인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에선 소비재가 밀려들고 있다. 중국 제조사들이 이커머스를 통해 재고를 초저가에 떨이로 팔고 있다. 동시에 중국은 전기차와 배터리 등 미래 먹거리에서도 추격 속도를 높이고 있다. 산업계 안팎에서는 중국의 디플레이션 수출로 ‘제2의 차이나 쇼크’가 오고 있다고 우려한다. 1차 차이나 쇼크는 중국이 개방 물결을 타고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생긴 무역 시장의 변화를 뜻한다. 중국 공산품이 저가로 쏟아지면서 세계 물가가 내려가고 각국에서는 중산층의 구매력이 커지는 효과를 누렸다. 대신 중국산에 밀려 경공업 기반 자체가 무너지는 부작용도 발생했다. 해당 기간 선진국은 산업 구조 재편을 통해 정보기술(IT)과 반도체, 인공지능(AI) 등의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했다. 이번 2차 차이나 쇼크는 양상이 다르다. 1차 때는 중국이 호황이라 각종 원자재를 대규모로 수입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불황이라 그런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세계 각국이 만든 상품을 중국에 수출할 여지가 적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 작년 대중 수출이 급감하면서 1992년 수교 이후 처음으로 중국에 무역적자를 냈다. 중국의 산업구조도 바뀌었다. 전기차, 배터리, 석유화학 등 한국과 경쟁 관계에 있는 주요 산업에서 저가의 중국 제품이 쏟아지고, ‘대륙의 실력’을 보여주는 상품도 등장해 세계시장을 긴장시키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자증권 연구원은 “대륙의 실력을 바탕으로 한 제품과 경쟁하는 세계 주요 첨단기업들이 1차와 다른 차이나 쇼크에 직면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가 위안화 약세를 일정 부분 용인하면서 자국산 제품의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산업현장 곳곳에서는 위기감이 감돈다. 독일의 중국 연구기관인 메릭스는 ‘메이드 인 차이나 2025’라는 보고서를 통해 제조업 의존도가 높고 첨단산업 비중이 높은 한국과 독일 등이 중국 전략에 가장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미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중국 브랜드 로보락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주도하는 국내 가전 시장에 진출해 로봇청소기 부문에서 2년째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150만원을 웃도는 최상위급 로보락은 먼지 흡입 후 걸레로 닦고, 걸레를 빨아 말리는 ‘올인원 기술’이 특징이다. 국내 전기버스 2대 중 1대는 이미 중국산이다. 중국 전기차 기업인 비야디(BYD)는 지난해 말 기준 테슬라를 제치고 판매량 세계 1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이커머스 분야의 침투 또한 만만치 않다. 알리의 모회사인 알리바바그룹은 물류센터 건립을 위해 한국에 1조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고 예고했다. 유통업계에서는 해외 시장으로 접근성이 좋은 한국을 ‘디플레이션 수출’의 전초기지로 활용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 중국 고부가가치 산업도 미국 추월 중국은 첨단기술 부문에서도 한국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올해 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요 5개국의 국가 핵심기술 수준을 분석한 ‘2022년도 기술 수준 평가’ 에 따르면, 1위인 미국을 100%로 봤을 때 중국은 82.6%로 한국(81.5%)을 앞섰다. 중국이 한국을 앞선 건 2012년 조사 이래 처음이다. 중국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면서 서방 국가가 견제에 나선 것도 1차 때와 다른 모습이다. 전기차, 2차전지, 태양광 판매는 중국이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분야다. 이미 유럽을 평정한 중국산 태양광 패널은 미국 시장 접수를 앞두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중국 제품의 가격이 저렴한 데에는 중국 정부의 지원이 있다고 보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저렴한 공장 용지를 제공하고, 각종 정책 보조금과 특혜 융자를 쏟아부은 결과라는 것이다. 중국 전기차업체 비야디의 모델 ‘탕(Tang)’ / 연합뉴스 주요 국가들은 자국 산업과 일자리 붕괴를 우려하며 규제에 나섰다. 단기적으로는 저가 제품이 소비자 입장에선 좋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과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위기감 때문이다. EU는 오는 7월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관세를 부과한다. 아울러 태양광 패널 등 광범위한 제품에 수입 제한과 고율의 관세 부과를 검토 중이다. 인도는 지난해 9월부터 중국산 철강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친중 국가인 브라질도 철강, 화학제품 등 최소 6개 분야에서 반덤핑 조사를 하고 있다. 각국이 준비하는 규제 중에는 한국 산업에 영향을 미칠 방안도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 EU는 2026년부터 수입 제품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수치화해서 배출량이 많을수록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탄소국경 조정 메커니즘(CBAM)’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다. 이영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전력 생산과정에서 탄소배출량이 높은 편에 속하고 석탄과 석유, 천연가스에 기반한 전력 생산 비중이 세계 평균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이라며 “전력 생산에 따른 탄소배출량을 두고 부담이 상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미·중 패권 경쟁 격화 속 한국 대비 필요 중국은 반발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미국과 EU 등은 경쟁력이 떨어지는 자국 기업을 지키려는 보호무역주의 정책의 구실로 삼고 있다”며 “중국의 수출 확대는 다른 나라 소비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고 물가 인하로 세계 경제에 기여하고 있는데도 중국을 깎아내리는 데만 골몰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미국 대선에서는 보호무역주의가 쟁점으로 부상해 바이든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통상 정책을 놓고 선명성 경쟁을 벌이고 있다. 향후 미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중국과 미국 간 무역전쟁이 격화될 공산이 커 한국으로선 선제 대비가 필요하다. 산업계 관계자는 “원재료 공급망을 쥐고 있는 중국이 미국 등의 반덤핑 공세에 보복 조치를 예고해 기업들에도 간접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중국이 잘하는 산업 품목과 (국내 기업이) 겹치는 부분이 있어 차별화된 초격차 전략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 분쟁이 단순한 무역·통상 분쟁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이어지는 패권 경쟁이 될 것으로 보고 양자택일식 논리를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이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중국을 규제할수록 장기적으로 미국에도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한국은 양국 사이에서 상인의 정신과 외교적 기술로 전략적 중립을 유지하며 줄타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기술의 굴기로 낙후되는 산업들을 경쟁력이 있는 쪽으로 옮겨주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며 “산업별 구조개편은 교육 등의 투자가 필요한 만큼 정부가 첨단 산업 육성에 대한 큰 로드맵을 갖고 산업별 구조조정을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대체 시장 육성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차이나 쇼크, 한국의 선택> 저자 한청훤 작가는 “내수 경기 불황 등에 따른 중국 경제 문제는 앞으로 더 악화할 가능성이 커 그에 따른 부작용을 대비해야 한다”며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점진적으로 축소하면서 인도와 동남아 등 기업이 중국을 대체할 시장을 찾을 수 있도록 외교력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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