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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프리뷰] 베놈: 라스트 댄스-지구 지키는 영웅이 된 악당의 마지막 여정
[시네프리뷰] 베놈: 라스트 댄스-지구 지키는 영웅이 된 악당의 마지막 여정(2024. 10. 30 06:00)
2024. 10. 30 06:00 연예
큰 기대는 하지 않은 편이 낫다. 이 영화는 원작 만화에서 스파이더맨에 맞선 최강 악당이자 안티히어로였던 베놈을 무리수를 두면서 프랜차이즈화한 것이다. 이야기의 개연성이나 세계관의 정합성 같은 건 골치 아프게 따지지 않는 것이 좋다. /소니 픽처스 제목 : 베놈: 라스트 댄스( Venom: The Last Dance) 제작연도: 2024 제작국: 미국 상영시간: 109분 장르: 액션 감독 : 켈리 마르셀 출연 : 톰 하디, 치웨텔 에지오포, 주노 템플, 리스 이판, 페기 루, 알라나 우바치, 스테판 그레이엄 외 개봉: 2024년 10월 23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수입/배급 : 소니 픽처스 ‘떡밥’은 회수됐다. 너무나 싱겁게. 베놈/에디가 남긴 ‘심비오트’ 조각이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2021)에서 연쇄살인마 캐서디와 결합한 최악의 악당 ‘카니지’처럼 성장할 기회는 없었다. 말 그대로, 진짜로 이 심비오트를 시험관처럼 생긴 특수격리 용기로 ‘회수’한 것은 51구역의 비밀 특수부대였다. 떡밥이 나온 건 벌써 3년 전. <스파이더맨: 노웨이 홈>(2021)의 쿠키 영상에서다. ‘멕시코’라고 적힌 모자를 쓴 에디/베놈이 술값으로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데, 마치 껌처럼 거기에 약간의 심비오트가 묻어 있었다. 실실 흘리고 다니는 게 아마 술에 너무 취해서일 것이라고 해석할 수는 있는데, 그게 방치되면 어떤 끔찍한 사태가 벌어질 것인가를 직전 작 <베놈 2>를 본 사람이라면 예상할 수 있었다. <베놈: 라스트 댄스>는 <베놈 2>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다. 성당에서 혈투 끝에 베놈/에디는 자신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미친 심비오트 카니지를 물리치지만 누명을 쓰게 된다. 하필이면 에디를 뒤쫓던 멀리건 형사도 그 과정에서 죽은 것으로 돼 있는데 그 살해 누명까지 덤터기다. 만천하에 공개 수배된 에디는 미국을 떠나 멕시코의 바닷가 마을에 처박혀 알코올중독 폐인으로 살고 있었다. 여기까지가 기본 설정. 지구에 남게 된 외계종족 베놈 심비오트에 관한 설명도 필요할 듯싶다. 한때 어린아이들 사이에 유행한 액체괴물처럼 생긴 외계생명체다. 이들은 혼자 생존할 능력이 없다. 숙주에 들어가 산다. 그런데 그게 ‘복불복’이다. 궁합이 잘 맞으면 숙주의 지력, 신체적 능력도 무한대로 강화하며 잘 살지만, 안 맞으면 숙주는 머지않아 저세상행이다. 심비오트도 개성이 있고 능력치도 천차만별이다. 에디에 들어간 베놈은 스스로 심비오트들 중 루저(패배자)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여자친구에게 차인 에디와 뭔가 맞아떨어진 모양이다. 1편에서 심비오트들은 지구로 대거 침공할 계획이었지만, 지구를 사랑하게 된 베놈은 계획을 저지하고 남는다. 정확히 말하면 루저인 탐사기자 에디의 몸속에. 원래 이들의 주식은 사람의 뇌다. 그래서 사람의 머리를 와그작와그작 씹어먹어야 하는데 에디는 자신과 공생하려면 악당들만 먹어야 한다는 규칙을 만든다(평상시에는 비슷한 성분이 들어가 있는 초콜릿이나 ‘닭대가리’를 대신 먹는다). 이들이 은거지로 범죄조직 ‘카르텔’이 판치는 멕시코를 선택한 이유다. 영화에는 자세한 설명이 나오지 않지만 수백억년 전 심비오트를 창조한 이, 그러니까 심비오트 종족의 신(神)에 해당하는 캐릭터가 널(knull)이다. ‘보이드’에 갇혀 있던 널이 탈출하는 데는 코덱스라는 것이 필요한데, 숙주가 한번 죽었다 다시 살아나면 그것이 발동하는 모양이다. 전편에서 죽었다 돌아온 에디/베놈이 포착되자 널은 포털(서로 다른 시공간을 이어주는 출입구)을 열어 심비오트 사냥꾼 제노페이지를 지구로 보낸다. 원작의 설정상 널은 ‘손가락 튕기기’로 우주의 생명체 절반을 날려버린 <어벤져스>의 악당 타노스를 넘어서는 무시무시한 괴력을 지녔다. 이런 널이 코덱스를 입수해 다시 우주를 손아귀에 쥐게 되면 지구를 넘어 우주의 종말이 온다. 널이 보낸 제노페이지들에 맞서 51구역에 감금돼 있던 심비오트들이 여성 과학자, 군인들을 숙주 삼아 싸운다. 말하자면 우주적 위기에 맞서 인간과 심비오트들의 합동 방어 작전이다. 우주적 위기에 맞선 합동 방어 작전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은 편이 낫다. 애초 영화는 원작 만화에서 스파이더맨에 맞선 최강 악당이자 안티히어로(반영웅)였던 베놈을 무리수를 두면서 프랜차이즈화한 것이다. 이야기의 개연성이나 세계관의 정합성 같은 건 골치 아프게 따지지 않는 것이 좋다.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는 ‘데드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아이언맨’인 것처럼-그는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아이언맨이 죽은 뒤 마블시네마틱 유니버스의 또 다른 최강빌런 ‘닥터 둠’으로 돌아올 모양이다- 톰 하디가 오토바이를 타고 종횡무진 취재 현장을 누비는 민완 탐사 기자 에디 브룩으로 열연했다. 그리고 슈퍼맨이나 스파이더맨처럼 슈트를 입고 변신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몸속에 있던 ‘액체괴물’ 베놈이 시도 때도 없이 혀를 날름거리며 나타나 나쁜 놈들을 물리친다. 물론 자신의 허기를 채우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런데 지구정복을 노리는 나쁜 놈들을 물리치기 위해 외계 종족과 지구인이 힘을 합쳐 싸운다는 것은 과거에 아동용 저예산 특수촬영물 TV 시리즈에서 자주 본 설정 아닌가. 할리우드 자본의 힘을 빌려 확실한 눈요깃거리로 만든 것이 다르겠지만. 이번 편이 마지막? 스파이더맨과 베놈의 대결은 어디로 /www.sideshow.com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세계관에 기반한 영화들은 보통 두 개의 쿠키 영상을 보여준다. 영화가 끝난 직후, 그리고 엔딩크레딧 뒤에 덧붙이는 형태다. 소니 픽처스가 판권을 가지고 있는 ‘스파이더맨 유니버스’에 포함된 베놈이 MCU와 어떻게 연결될지가 초미의 관심 대상이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스파이더맨: 노웨이 홈>의 첫 번째 쿠키 영상을 통해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베놈이 등장할 것이라 예고했고, <베놈>(2018)에서는 애니메이션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2018)로 이어지는 흑인 소년 버전의 스파이더맨 예고가, <베놈 2>의 두 번째 쿠키 영상 속 텔레비전 화면에서는 악당 미스테리오가 스파이더맨의 정체(피터 파커)를 폭로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때 복면을 벗은 피터 파커는 MCU의 톰 홀랜드다. 그러니까 이 베놈 이야기는 <스파이더맨: 노웨이 홈>과 같은 시간대의 이야기이며, 머지않은 미래에 스파이더맨과 베놈은 만날 운명이라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그런데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라는 <베놈: 라스트 댄스>에 스파이더맨은 나오지 않는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이번 편으로 베놈 트릴로지(3부작)는 확실히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앞으로 베놈이 다시 등장해 스파이더맨과 대결(사진)을 펼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 속단할 수 없다. <데드풀과 울버린>(2024)에서 그랬듯이 필요하다면 멀티버스상 다른 버전의 지구에서는 베놈과 스파이더맨이 숙적으로 대결을 펼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원작 만화가 기준이라면 아동용 특수촬영물 속 영웅에 가까운 영화 속 베놈이 오히려 예외이지 않을까 싶다.
시네프리뷰
“기후위기로 이어진 우리···녹색당의 정부는 지구(2023. 06. 23 11:18)
2023. 06. 23 11:18 정치
6월 10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글로벌그린즈(세계녹색당) 총회에서 참가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주영재 기자 지난 6월 9일 점심 무렵의 인천 송도컨벤시아. 2층 로비에 10여명이 빙 둘러앉아 축복을 위한 의식을 준비하고 있다. 전날(8일)부터 11일까지 이곳에서 열린 제5차 글로벌그린즈(세계녹색당)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호주와 솔로몬제도, 한국 등지에서 온 이들이다. 서핑으로 유명한 호주 본다이 지역에서 가져온 흙을 한 호주 녹색당원이 옆에 있는 유정길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에게 발라준다. 이마에 길게 한 줄, 양쪽 볼에 두 줄씩 칠하니 마치 전사의 분장처럼 보인다. “그쪽(호주)의 정신을 이쪽에 연결하는 의미라고 하네요.”(유정길) 1999년부터 뉴사우스웨일스주 웨이벌리 카운슬 시의원과 부시장 등을 지낸 도미니크 카낙씨는 성공과 승리를 뜻하기도 한다면서 자신이 선거에 나섰을 때 웃어른에게 받은 흙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신성한 땅, 탐욕의 손은 안 돼(Sacred lands, not greedy hands)’라고 써진 옷을 입고 있었다. 이날 열린 작은 의식은 해수면 상승으로 수몰위기에 처한 태평양 도서 국가 주민들의 안녕과 평화를 기원하기 위한 목적에서 열렸다. 월정사의 지철 스님이 이들의 요청을 받아 솔로몬제도가 그려진 그림을 들고 축원했다. 지철 스님은 “불교의 인드라망은 모든 것이 연결돼 있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환경도 그렇고, 서로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이어진 존재라는 거죠. 기후위기를 벗어나겠다는 마음이 나비효과처럼 이어지면서 변화하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라고 말했다. 공동 원칙 공유하는 글로벌 정당   2001년 호주 캔버라에서 첫 글로벌그린즈 총회가 열린 이후 다섯 번째 총회가 한국에서 열렸다. 글로벌그린즈는 녹색정치에 뜻을 둔 정당과 단체의 연합체다. 녹색당과 생태당, 생태녹색당 등 조금씩 이름은 다르지만 모두 동일한 가치를 공유한다. 글로벌그린즈 헌장에 담긴 참여 민주주의, 지속가능성, 비폭력, 다양성 존중, 사회정의, 생태적 지혜라는 6가지 원칙이다. 이 원칙에 동의해야만 ‘녹색당’이 될 수 있다. 첫 총회 때 의장을 맡아 이 헌장을 비준하는 의사봉을 두드렸던 크리스틴 밀느 전 호주 녹색당 대표(전 태즈메이니아 상원의원)는 이날 기자에게 “전 세계 모든 녹색당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일련의 원칙에 합의했고, 그것이 글로벌그린즈의 헌장이 됐다”면서 “우리는 이제 전 세계에서 어떤 문화, 어떤 언어, 어떤 정치 체제에 속해 있든 상관없이 세계화된 유일한 정당”이라고 소개했다. 현재 글로벌그린즈는 아시아·태평양녹색당연합, 아프리카녹색당연합, 아메리카녹색당연합, 유럽녹색당 연합 등 4개의 연합체가 있다. 그 안에서 약 100개의 녹색당이 활동 중이다. 비록 국내에선 아직 국회와 지방의회를 통틀어 녹색당 출신의 의원은 없지만, 해외에선 무시할 수 없는 정치세력으로 성장했다. 글로벌그린즈의 2021년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의회와 같은 초국적 단위에서 선출된 의원(39명)을 포함해 국가(367명), 지방(917명), 지역(1만6989명) 단위에서 2만명 가까운 선출직 의원을 배출했다. 소수정당의 의회 진출 가능성을 높인 비례대표제를 적극 도입한 나라일수록 녹색당의 활동이 활발하다. 부총리와 외교부 장관을 포함해 5개 부처 장관을 배출한 독일 녹색당이 대표적인 사례다. 2021년 열린 연방선거에서 14.8%의 정당 득표율을 기록해 제3당이 된 독일 녹색당은 사민당, 자민당과 함께 연립정부를 구성했다. 독일에 이어 녹색당의 의회 진출이 활발한 나라는 멕시코다. 현재 멕시코 녹색당은 상원의원 6명과 하원의원 41명을 두고 있고, 두 곳의 주에서 정부를 구성했다. 거의 1000명의 시의원을 배출했다. 이들이 170개 도시를 운영 중이다. 콜롬비아에도 4명의 상원의원과 15명의 하원의원이 있다. 레오나르도 알바레스 멕시코 생태녹색당 국제관계위원장(전 상원의원)은 아메리카 녹색당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는 이유를 ‘환경보호에 대한 감수성’에서 찾았다. 그는 “채굴과 벌채로 숲이 파괴되고, 원주민들의 삶이 위협받는 일은 아메리카 대륙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다. 기업과 정치인들은 자신의 땅을 지키는 원주민들을 죽이고 그들의 신성한 땅을 파내고 파괴한다”고 말했다. 그는 “개발은 사회정의, 환경정의와 균형을 맞춰야 하며, 그게 바로 지속가능한 개발이고 녹색당이 이루고자 하는 주요 목표”라면서 “총회는 사회정의와 환경정의에 대한 정치적 의제와 선거 경험을 공유하면서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내는 데 목적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총회에서는 30개가 넘는 주제회의가 열렸다. 기자는 에코사이드(생태학살)와 기후이주를 주제로 한 회의와 창당 이후 처음 열린 한국 녹색당 전당대회를 관심 있게 지켜봤다. 에코사이드 범죄화 논의  에코사이드는 ‘생태학살’, ‘생태살해’로 번역할 수 있다. 인간 활동으로 환경파괴와 기후위기가 초래됐고, 이로 인해 인간은 물론 모든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는 인식에서 대규모로 장기간 그 영향이 지속될 환경파괴 활동을 하는 개인과 국가, 단체(기업)를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전쟁 범죄, 반인도적 범죄, 집단 살해, 침략 범죄를 관할하는데, 에코사이드를 여기에 추가해 국제범죄로 다루자는 움직임도 생겼다. 이 운동을 주도해온 비정부기구 ‘스톱 에코사이드’는 에코사이드를 “환경에 심각하고 광범위하거나 장기적인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는 행동인데도 이를 불법 혹은 고의적으로 저지른 행위”로 정의한다. <침묵의 범죄, 에코사이드>(조효제·창비)에 따르면 에코사이드라는 말은 1969년 신경제학 슈마허센터에서 발간한 ‘에코사이드와 제노사이드의 경제학’이라는 제목의 소논문에 처음 등장했다. 이후 1970년 미국의 생명윤리학자 아서 갤스턴이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의 고엽제 무차별 살포를 에코사이드로 비판하면서 대중적으로 알려졌다. 당시 미국은 베트남 전 국토의 5분의 1에 고엽제와 네이팜탄을 투하했다. 210만~480만명의 주민이 고엽제에 노출됐다. 암과 피부병, 백혈병, 호흡기 질환 등으로 성인이 고통을 입는 데 끝나지 않고, 태아의 이상 발육과 기형을 유발해 대를 이어 그 피해가 이어졌다. 갤스턴은 “자신의 고유한 방식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거주하는 환경을 고의적·영구적으로 훼손하는 행위인 에코사이드는 반인도적 범죄로 간주해야 마땅하다”고 선언했다. 기후위기가 현실화되면서 에코사이드 논의는 최근 다시 힘을 얻었다. 이론을 넘어 법적 체계에 포함하려는 구체적 실천이 시도되고 있다. 벨기에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2020년부터 형법에 에코사이드를 포함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녹색당이 주도하지만 보수당도 힘을 보태고 있다. 179개 의회를 대표하는 국제의원연맹(IPU)은 2021년 7월 열린 총회에서 에코사이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회원국 의회에 환경에 대한 광범위하고 장기적이며 심각한 피해를 방지하고 처벌하기 위해 형법을 강화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터키, 인도, 니카라과 세 나라를 제외한 모든 회원국이 찬성표를 던졌다. 사무엘 코골라티 벨기에 하원의원(녹색당)은 지난 6월 10일 열린 에코사이드 세션에서 “비록 구속력이 없는 문서지만, 생태학살을 인정하자는 주장이 처음으로 국제사회의 목표로 등장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에코사이드는 기업보다 기업의 최고결정자와 같은 개인의 처벌에 중점을 둔다. 이날 세션에 참석한 스톱 에코사이드의 공동창립자 조조 메타는 국제범죄로서 에코사이드가 갖는 의미를 ‘억지력’에서 찾았다. “국제범죄의 강력한 측면 중 하나는 책임이 큰 개인을 표적으로 삼는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대기업의 최고경영자나 정부의 장관, 심지어 국가 원수라도 기소될 수 있습니다. 기업이 기소되는 것도 가치가 있지만 의미가 다릅니다. 기업은 소송비용에 대한 예산을 책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개인이 소송에 연루되면 구속에 따른 자유를 위협받을 수 있고, 재정적인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훨씬 더 강력한 억지력을 갖게 되죠.” 지난 6월 6일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에 있는 노바 카호우카댐이 폭발로 파괴됐다. 이런 파괴 행위 또한 에코사이드로 볼 수 있다. 댐 폭파로 인한 홍수와 지뢰유실로 인명 피해를 입는 데 그치지 않고 농지가 훼손되면서 식량위기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드니프로강의 물을 냉각수로 쓰는 자포리자 원전의 안전성이 위협받고, 강 하류에 있던 화학공장에서 유출된 오염물질이 흑해를 오염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조조 메타는 “우크라이나의 댐 파괴는 매우 심각하고 광범위하며 잠재적으로 매우 장기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면서 “댐을 파괴한 행위는 생태학살 범죄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명백한 사례”라고 말했다. 국제형사재판소는 에코사이드 실무그룹을 내년에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국제형사재판소 관할 범죄에 에코사이드를 추가하려면 회원국(123개국)의 3분의 2인 82개국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조조 메타는 가능성을 높게 봤다. “유럽연합(27개국)이 지지한다면, 82개국의 거의 3분의 1을 확보한 셈이 됩니다. 또한 많은 작은 섬 국가들도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몇 개의 국가 블록이 모이면 실제로 달성할 수 있습니다.” 기후난민 문제에도 해법 찾아야  에코사이드는 자연환경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해당 지역에 사는 이들의 경제·사회·문화 지속성도 위협한다. 이 지점에서 에코사이드와 제노사이드(집단학살)가 연결된다. 1944년 제노사이드 개념을 처음 제시했던 법학자 라파엘 램킨은 제노사이드를 단순히 많은 사람을 죽이는 학살행위로 보지 않고, 특정 집단의 정치적·사회적·문화적 정체성을 소멸시키는 행위를 핵심으로 봤다. 광물과 석유를 채굴하는 기업들이 숲을 파괴하고, 그곳에 살던 원주민을 쫓아내거나 심지어 살해하는 행위는 에코사이드와 제노사이드가 서로 얽혀 있는 문제임을 보여준다. 6월 10일 열린 한국 녹색당 전당대회에서 강원 녹색당 당원들이 당의 활동을 소개 하고 있다. / 주영재 기자 기후이주나 기후난민(기후변화로 실향민이 된 사람들)의 문제와도 연결된다. 네팔과 방글라데시 등 히말라야 인근 국가들에서는 빙하가 녹으면서 돌발 홍수가 일어난다. 그 뒤엔 가물어 농사를 지을 수 없어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마을이 텅 비고, 그곳에 살던 이들이 뿔뿔이 흩어지면서 문화도 사라진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에서 네팔의 책임은 거의 전무한데도,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는 최전선에서 감당하고 있다. 빙하가 다 녹아 물이 사라지면 심각한 물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총회에서 만난 티카 반다리 아시아·태평양녹색당연합 공동의장은 히말라야 지역의 환경과 문화유산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어 녹색당은 지역의 공동체와 문화를 보존하기 위한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온이 상승해 뎅기열과 말라리아모기가 산기슭까지 올라왔고, 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의 수도 증가하고 있다. 빙하가 녹으면서 산이 건조해지고, 빙하가 녹은 물은 빙하호수를 범람시켜 홍수를 일으킨다. 우기에는 산사태가 자주 일어난다. 위험성이 커지고 있지만 이를 심각하게 여기고 적절하게 대응하는 정부는 별로 없다”고 말했다. 총회에서는 해수면 상승으로 수몰 위기에 처한 태평양 도서 국가 주민들을 위해 난민 제도의 손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현재의 난민협약은 기후이주민에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뉴질랜드 녹색당은 기후난민에 영주권을 부여하는 새로운 비자 제도를 정부와 협의 중이다. 이 당의 에밀리 서튼 의원은 “태평양 지역에서 매년 100명에게 발급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기후변화로 인한 이주와 적응에 필요한 자금 조달은 태평양 지역 사회에 대한 손실과 피해를 보상하는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총회 맞아 전당대회 연 한국 녹색당  세계 여러 곳에서 정부 운영에 참여하는 녹색당이 많아지고 있지만, 아직 한국은 녹색정치의 ‘무풍지대’에 가깝다. 2012년 창당 후 3번의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선거를 경험했지만, 아직 어느 단위에서도 당선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국회의원선거 비례대표 득표율은 2012년 0.48%에서 2016년 0.76%로 뛰어올랐지만, 2020년 21대 선거에선 0.21%로 꺾였다. 지난해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도 비슷한 성적을 냈다. 한국 녹색당은 이번 총회가 국내에서 녹색당이 비상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고 있다. 그런 점에서 총회와 함께 열린 한국 녹색당의 첫 전당대회는 전국의 녹색당원이 한자리에 모여 결의를 다지는 자리이기도 했다. 강원 녹색당원들은 ‘설악산 케이블카’, ‘강원난개발특별자치도’를 쓴 팻말을 격파하는 등 지역 당원 한명 한명이 모두 단상에 올라 지역 의제와 당을 소개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이날 전당대회에서 만난 녹색당원들은 선거제도 개혁을 강조했다. 서울 녹색당의 김서린 당원은 “최소한 사람들이 투표한 비율만큼은 의석을 가져갈 수 있도록 개선돼야 사람들도 내 표가 사표가 될 것이라는 걱정 없이 소신 있게 투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녹색당은 대의원을 추첨으로 뽑는다. 김씨는 2015년 입당한 다음 해 대의원에 뽑혔다. 그는 “대의원 활동을 하면서 당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면서 “추첨으로 대의원을 뽑는 건 당이 당원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고 모두가 결정할 권한과 능력이 있다는 걸 믿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그린즈에 대해서도 자부심을 표했다. “녹색당의 자랑스러운 부분 중 하나가 세계의 녹색당과 함께 연결돼 있다는 점인 것 같아요. 기후위기는 한 국가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고, 또 그 외에도 국경을 넘어서는 여러 문제가 있는데 모두가 상황은 다르지만 이런 문제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자신이 치열하게 활동해온 경험을 공유하면서 힘을 받아갈 수 있는 뜻깊은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기후위기와 생태위기, 소수자 문제 등 기존 정당이 중요하게 다루지 않은 문제를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방향을 찾아가는 녹색정치에 우리의 미래가 달렸다고 강조했다. 강원 녹색당에서 온 연주씨(21)는 “기후위기 시기가 이미 다가온 만큼 녹색당의 힘은 더욱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표지 이야기
[렌즈로 본 세상]군사비 지출 1분에 56억원 ‘지구는 속 탄다’(2023. 04. 28 10:56)
2023. 04. 28 10:56 사회
스웨덴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가 지난 4월 24일 ‘2022년 세계 군사비 지출 현황’을 발표했다. 이에 맞춰 세계군축행동의 날 캠페인에 나선 35개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가 지출한 군사비는 2021년 대비 3.7% 증가해 약 2980조원이며, 한국의 군사비 지출 순위는 사상 처음으로 세계 9위를 기록했다. 참가 활동가들은 “1분에 56억원이 군사비로 사라지고 있으며, 한정된 예산과 자원의 우선순위를 군사비가 아닌 기후위기 대응과 평화구축에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군사비가 늘어나는 와중에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예산은 부족하며, 군사 부문의 탄소 배출은 통제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회견문 낭독을 마친 활동가들은 ‘군사비로 사라지는 돈, 1분에 56억원’을 표현하기 위해 권총 모양의 라이터로 지구와 피 묻은 달러화 모형을 태웠다.
렌즈로 본 세상
[시네프리뷰]유랑지구 2-할리우드 위협하는 중국영화의 최전선(2023. 04. 28 10:55)
2023. 04. 28 10:55 연예
지구에 엔진을 달아 옮기는 것도 부족해 이번엔 달을 박살 낸다. 일단 2시간 53분이라는 상영시간부터 압도적이다. 영화 속 유랑지구 작전도 장장 2500년 동안 완성되는 초장기 이주계획이다. 말 그대로 스케일이 다르다. 제목 유랑지구 2(流浪地球 2/ The Wandering Earth Ⅱ) 제작연도 2023 제작국 중국 상영시간 173분 장르 SF, 액션, 드라마 감독 곽범 출연 오경, 유덕화, 이설건, 영리, 주안만자, 사일, 왕지 개봉 2023년 5월 10일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BoXoo엔터테인먼트 20세기 ‘재난영화’ 장르의 선구자는 롤랜드 에머리히임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그의 영화에서는 하늘을 뒤덮는 크기의 대형 외계 우주선이 백악관과 세계 각국의 랜드마크를 날려버리거나(<인디펜던스 데이>), 핵실험으로 인해 돌연변이 거대 도마뱀이 뉴욕을 초토화시키고(<고질라>), 지구 온난화로 빙하기가 도래한다(<투모로우>). 또 고대 마야 문명에서부터 회자돼온 인류 멸망이 현실이 되고(<2012>), 급기야는 달이 지구를 향해 떨어지기까지 한다(<문폴>). 독일인이지만 대부분 작품을 미국에서 만들어 미국 감독 아니냐는 오해를 사기도 하는데, 그만큼 이쪽 장르가 대규모 자본과 첨단기술이 담보돼야 가능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2019년 발표된 <유랑지구>의 제목과 로그라인을 보는 순간 헛웃음이 나왔다. “대재앙을 맞은 지구를 이동시켜라!” 이제 하다 하다 지구를 옮기는 영화까지 나왔구나 싶었다.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딱지도 애초 영화에 대한 기대치를 하향시키는 데 한몫했다. 막상 영화를 보고 있자니 애초의 괄시가 서서히 무안해진다. 황당무계한 설정을 너무나 진지하게 밀고 나간다. 과학적 상식이나 근거는 깡그리 무시한 난센스의 연속이지만 이상하게 유치하지 않다. 심지어 그것을 구현한 컴퓨터 그래픽의 완성도도 수준급이다. 뻔뻔함의 스케일이 다른 상상력 이번 <유랑지구 2> 역시 영화가 시작되고 1분 만에 그때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래, 어차피 거짓말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지구에 엔진을 달아 옮기는 것도 부족해 이번엔 달을 박살 낸다. 일단 2시간 53분이라는 상영시간부터 압도적(?)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유랑지구 작전도 장장 2500년이라는 기간 동안 100세대를 거쳐서야 비로소 완성되는 초장기 이주계획이다. 말 그대로 스케일이 다르다. 1편은 중국 과학소설의 3대 천왕이라 불리는 작가 류츠신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류츠신은 2008년 발표한 ‘삼체(三體)’로 SF계 노벨문학상으로 불리는 휴고상을 아시아 국적 작가로는 최초로 수상했다. 영화는 소설의 설정만 가져왔을 뿐 상당 부분 재창작됐다. 이번 작품은 속편이지만 전작의 전사(前史)를 다룬 ‘프리퀄’이다. 별도 원작 없이 순수 오리지널 시나리오로 개발됐지만, 류츠신이 각본에 참여했다고 한다. 영화에 사용된 기술도 꽤 진취적이다. 많은 장면에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했지만, 완성도는 충분히 인정할 만하다. 긴 시간을 넘나드는 이야기인 만큼 배우들의 젊은 모습은 캡처기술과 인공지능으로 구현했다. 전편을 유작으로 사망한 배우 ‘오맹달’은 100% 컴퓨터 그래픽으로 창조돼 짧게 등장한다. 다소 이질감이 느껴지지만 수용할 만하다. 세계시장을 겨냥한 진취적 도전 <유랑지구>뿐 아니라 한국에서 중국영화는 그리 환영받지 못한다. 일단 수년에 걸쳐 경제·문화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마찰을 빚고 있는 외교 상황과 이에 대한 부정적 국민정서를 무시할 수 없다. 여기에 더해 중국 내에서 거국적으로 흥행한 대형 화제작일수록 두드러지는 중화민족주의와 소위 ‘중국뽕’ 과잉이 거부감을 증폭시킨다. 그나마 <유랑지구> 시리즈는 상대적으로 중국 제일주의를 상당히 걷어낸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1편과 마찬가지로 국내 포스터에 배우들의 얼굴이 등장하지 않는 건 이런 한국시장 분위기를 의식한 수입사의 미봉책이라 이해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자국 내 압도적 흥행에 고무된 중국 제작진으로선 수요가 전 세계로 확장되길 욕심내는 게 당연해 보인다. 새로운 주인공을 연기할 배우로 중화권을 넘어 국제적 인지도를 확보한 유덕화를 캐스팅했다는 건 이런 포석의 일환이 분명하다. 비중은 크지 않지만, 중국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한국 배우 클라라(이성민)의 캐스팅도 눈에 띈다. 비판적 시선에도 불구하고 중국영화 역사에 뚜렷한 전환점을 마련한 작품임은 부정할 수 없다. 작품 자체의 평가는 차치하더라도 이후에 펼쳐질 새로운 도전에 있어서 무한한 가능성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한국영화계가 견제하고 주목해야 할 작품이다. 중국의 국민배우 오경 왼쪽부터 이연걸, 견자단, 오경 / 페이스북 현재 중국 상업영화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배우 중 한 사람이 오경(吳京·Wu Jing)이다. 1974년 중국 북경에서 태어난 그는 북경체육대학을 졸업했다. 이연걸과 견자단 역시 이곳 출신으로 동문이다. 1984년부터 1986년까지는 중국무술대회 3연패를 비롯해 다수의 대회에서 우승하며 뛰어난 무술가로서 인정을 받았다. 1993년 선배인 이연걸 주연의 <태극권> 단역 출연을 시작으로 영화배우의 길에 들어선다. 이후 이연걸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태극권 2>(1996)의 주연으로 발탁됐다. 다수의 드라마에 출연하며 경력을 쌓아간다. 간간이 <촉산전>(2002), <살파랑>(2005), <남아본색>(2008) 같은 작품들로 국내 팬을 만났다. 애초 배우로서는 평범하고 선한 얼굴인 데다 대부분 조연이나 악역에 머무는 작품들이어서 그리 큰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다. 2010년대 중반 이후, 그가 출연한 <특수부대 전랑>(2016), <1953 금성 대전투>(2020), <장진호>(2021) 등 애국주의를 내세운 대작 영화들이 크게 성공했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까지 더해진 작품들을 기획하면서 오경의 입지는 급격히 단단해졌다. 내수시장만으로도 세계 흥행순위를 좌지우지하는 그들만의 특수한 상황과 규모가 외부에서는 그리 좋아 보일 리가 없다. 국내에서 오경의 인지도가 어느 정도 생기기 시작한 것도 이런 화제와 맞닿아 있는 터라 한국에서는 그를 일단 ‘국뽕배우’로 폄훼하는 시선도 많다. 출연, 연출, 제작까지 손을 대는 작품 대다수가 새로운 흥행기록을 써나가고 있는 황금 손으로서 당분간은 중국 상업영화시장의 중요한 존재임을 부정할 수 없다. 올해는 거대 상어를 다룬 영화 <메가로돈 2> 출연으로 할리우드에 입성한다.
시네프리뷰
7000여명 함께 ‘지구촌 사랑’ 발걸음
7000여명 함께 ‘지구촌 사랑’ 발걸음(2023. 04. 25 11:00)
2023. 04. 25 11:00 기타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 ‘새생명 사랑 가족걷기대회’ 걸으면서 지구 사랑을 실천하는 행사가 열렸다. UN DGC 협력단체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이하 ‘위러브유’)는 지난 4월 23일 서울 월드컵공원 평화광장에서 ‘제24회 새생명 사랑 가족걷기대회’ 행사를 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3년 만에 재개된 이번 행사에는 위러브유 회원과 시민 등 7000여명이 참가했다. 주한 엘살바도르·라오스·벨라루스 대사, 앙골라 대사대리, 이라크 1등 서기관, 튀르키예 2등 서기관 등 9개국 외교관과 이배근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장, 배우 김성환 등 각계 인사들도 함께했다. 위러브유는 이번 걷기대회를 통해 재난, 빈곤과 질병, 기후변화 등으로 고통받는 세계의 이웃들을 돕고자 7억여원을 지원했다. 최근 잇따라 발생한 국내 산불이재민을 위한 구호성금 1억원도 내놓았다. 또 복지소외·다문화가정 141세대를 돕는가 하면, 형편이 어려운 어르신들의 수술을 지원하고자 노인의료나눔재단에 3000만원을 기탁했다. 튀르키예·시리아 지진이재민을 위해서는 이달(4월) 초 마련한 구호품 3,870상자와 함께 성금 1억원을 지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피해민, 엘살바도르·라오스·앙골라 등 20개국의 취약계층에도 도움의 손길을 전했다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평화광장에서 출발해 평화의공원 산책로를 지나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1.3㎞ 구간을 걸었다. 이들은 바다생물을 보호하고 지구 온도를 낮추기 위한 일회용품 줄이기, 재활용품 분리배출, 절전, 나무 심기 등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도 함께 다졌다.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가 지난 4월 23일 개최한 제24회 새생명 사랑 가족걷기대회 참가자들이 건강한 지구, 지속 가능한 인류 행복을 응원하며 행진하고 있다. |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 제공 이날 아내, 중학생 아들·딸과 함께 걸었다는 양경진씨는 “뉴스에서 튀르키예 지진 이재민 등 어려움에 처한 이웃들의 소식을 접하고 마음이 아팠다”며 “돕고 싶어도 방법을 몰라 쉽지 않았는데 이렇게 위러브유가 마련한 행사에 동참하게 되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양씨 가족은 환경보호 실천을 위해 음식점에 다회용 용기를 가져가 구입한 김밥을 들고 왔고, 개인 물병 4개에 각자 마실 물을 담아왔다고 말했다. 위러브유는 이날 시민들의 ‘2050 탄소 중립’ 참여와 세계 기후난민을 돕는 환경복지활동 실현을 독려하고자 실생활 환경보호활동인 ‘클린액션 캠페인’을 실시했다. 참가자들은 쓰레기 버리지 않기, 일회용품 사용 자제, 대중교통 이용 등에 동참했다. 걷기대회에 처음 참여했다는 허아영, 이길영씨 부부는 “어제가 지구의 날이었는데 오늘 행사도 쓰레기 줄이기 같은 환경보호 취지가 있어 더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새생명 사랑 가족걷기대회는 2002년부터 열린 위러브유의 대표적인 연례 복지행사다. 23회 동안 모두 23만1000여명이 지구 13바퀴 반에 해당하는 약 54만7500㎞를 걸었다. 2019년부터는 해외로도 확대해 미국 뉴저지주 저지시티, 페루 리마, 필리핀 케손시티에서도 행사를 열었다. 위러브유는 65개국 15만5000여명의 회원들이 활동 중인 글로벌 복지단체다.
[할 말 있습니다](20)응급실의 지구, 메스는 함께 들어야 한다(2022. 11. 25 14:28)
2022. 11. 25 14:28 국제
지구는 여전히 병원 응급실에 있다, 우리는 지금 급격하게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하지만 이번 COP 회의에서 이 문제를 다루지 못했다.”(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지난 11월 20일(현지시간)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린 ‘제2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폐막 총회에서 사메 쇼크리 의장이 성명을 발표하자 대표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1월 6일부터 18일까지 계획됐던 유엔 기후변화협약 제27차 당사국총회는 막판 합의에 진통을 겪으면서 지난 20일 가까스로 종료됐다. 최종 합의문에 그동안 남반구 국가(개발도상국)들이 꾸준히 요구해오던 ‘손실과 피해’ 해결을 위한 기금 마련에 합의를 이뤘다. 그래서 이번 회의는 남반구 국가와 기금 설립을 함께 요구해온, 기후위기 최전선에 노출된 공동체와 시민사회 등의 승리로 평가받고 있다. ‘손실과 피해’는 기후변화로 인해 빈도가 늘어나고 강도가 세진 태풍, 폭염, 가뭄, 홍수 등의 극한 기상 현상과 평균기온 및 해수면 상승과 같은 점진적인 변화로 야기되는 기후변화의 부정적 측면을 다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 때문에 1990년대 초부터 피해를 가장 많이 받으면서도 복구 역량이 부족한 작은 섬나라들로 구성된 군소도서국가연합(AOSIS)이나 최빈국그룹(LDCs)을 중심으로 하는 개도국 그룹에서 손실과 피해에 대한 별도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꾸준히 제기했다. 이번 회의에서 구체적인 재원 마련이나 기금 운용 방식 등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내년 회의까지 국제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가 생겼다. 199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제기돼온 ‘손실과 피해’ 문제가 해결책을 위한 첫걸음을 디뎠다는 점에서는 분명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는 어쩌면 응급실에 입원해야 할 만큼 위독한 지구가 기후위기로 인해 나타나는 아픈 증상, 즉 ‘손실과 피해’를 치료하기 위해 의지를 나타낸 정도로 표현할 수도 있겠다. 증상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지만 병의 근본적인 원인인 온실가스를 없애는 수술적인 대책에 대한 논의는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지구 기온 상승의 주범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한발짝 더 나아간 합의 마련이 필요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오히려 인도를 비롯한 일부 국가들이 지구 온도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하고자 하는 국제사회의 목표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번 회의에서 온실가스 감축 분야는 지난해 COP26의 합의 정도에 머무르는 수준이었다. 국제에너지기구는 선진국의 경우 2035년까지 전력생산과정에서 더 이상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완전한 탈탄소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난 COP26에서는 석탄발전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비효율적인 화석연료 보조금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올해는 여기서 한발짝 더 나아가기 위해 많은 국가가 모든 화석연료의 단계적 감축 또는 퇴출을 요구했다. 화석연료에 산업기반을 둔 아랍국가의 반대와 600명이 넘는 화석연료 기업 로비스트 등의 방해로 이 같은 요구는 관철되지 못했다. 다만 지난해 석탄 발전 퇴출에서 감축으로 수위를 낮추는 데 역할을 했던 인도가 올해는 입장을 바꿔 모든 화석연료의 단계적 감축을 요구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유럽연합(EU)과 노르웨이, 뉴질랜드, 스위스, AOSIS, 중남미연합(AILAC), 영국, 아이슬란드, 미국, 호주, 캐나다도 모든 화석연료에 대한 감축 또는 중단을 요구했다. 한국, 글로벌 기후민폐국가 행태 여전 이번 회의기간 어쩌면 한국 정부는 그동안 ‘기후민폐국’이라는 오명을 씻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글로벌 중추국가’라는 외교기조를 내세우는 윤석열 대통령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가장 중요한 국제회의에 아예 불참했다. 국제사회가 가장 염려하고 우선 대응해야 할 이슈가 기후위기임을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통령의 불참은 한국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에 어떤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정상급 연설에 나선 나경원 특사 역시 “말보다 행동”을 외쳤지만 특별한 제안은 없었다. 개도국의 기후적응에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연간 12억원을 지원하겠다는 기재부 발표가 나오기는 했다. 한국 정부가 화석연료에 투자하고 있는 막대한 금액과 비교하면 기재부의 지원금액이 얼마나 미미한 수준인지 알 수 있다. COP27 회의 직전 미국의 환경단체 오일체인지인터내셔널(OCI)과 지구의 벗 미국 지부(Friends of the Earth US) 등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G20 국가 가운데 공적금융을 통한 해외 화석연료 산업에 대한 투자 규모가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국가로 나타났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 정부가 공적금융기관을 통해 해외 화석연료 사업에 투자한 금액은 연평균 17조원(127억달러)에 달한다. 17조원과 12억원은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지난 9월 5일 파키스탄 남서부 발루치스탄주의 자파라바드에서 전례 없는 홍수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바지선을 이용해 가축 사료용 건초를 나르고 있다. / AP연합뉴스 엉뚱한 부분에서의 노력을 치적으로 삼기도 했다. COP27 회의 이후 환경부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정부 대표단 활동의 성과 중 하나로 “신기술을 활용한 원자력, 그린수소 등 새로운 청정에너지의 국제적 확대를 위해 에너지 믹스에서 청정에너지 확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문안을 결과문서에 반영하는 등 협상 진전에 기여했다”라고 쓰고 있다. 실제로 우선순위를 두고 해야 하는 화석연료 발전 감축이라든가 재생에너지 확대에는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으며 시급한 기후위기 대응에 별반 도움이 되지 않고 위험한 에너지인 원전에 치중하는 모습을 국제사회에서도 어김없이 시전했다. 그린수소 역시 막대한 재생에너지 발전 기반을 갖춘 뒤에야 비로소 풍부한 풍력과 태양광 전력을 활용해 만들어낼 수 있다. 이 점을 고려하면 재생에너지 확대 속도를 늦추는 한국 스스로 앞뒤가 안 맞는 주장과 행태를 보여준 셈이다. 재생에너지 목표치 낮춰 지적받아 COP27 회의 기간 엉뚱한 노력을 기울이던 한국 정부는 국제사회로부터 또 다른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저먼워치와 뉴클라이밋 연구소 등 해외 비정부기구와 연구단체가 발표한 올해의 기후변화성과지수에서 한국은 지난해에 이어 59개국 중 56번째라는 최하위권 성적을 기록했다. 한국보다 뒤처진 국가는 이란, 카자흐스탄, 사우디아라비아뿐이다. 세 국가의 경제 모두 석유와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자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한국이 낮은 점수를 받은 데에는 부족한 재생에너지 발전 목표가 큰 역할을 했다. 평가 분석 내용을 보면 국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가 30%에서 21.5%로 떨어진 점을 지적한다. 평가기관은 또 기후변화성과지수 분석결과를 토대로 한국 정부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를 상향하고 2030년까지 석탄발전을 퇴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국 정부가 국제무대에서 기후위기와 관련한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리라는 점은 어쩌면 이 전에 발표된 국내 정책들을 통해 이미 예견됐던 부분이기도 하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3년 기재부 예산안을 보면 정부의 의지 부족이 그대로 드러난다. 예산안에 따르면 지난해 신재생에너지 보급 금융지원사업 예산은 9804억원에서 올해 6643억원으로 33% 감소했다. 산업부 예산안에서도 저탄소 전환 예산이 1조8986억원에서 4779억원 삭감된 반면 원전 예산은 4839억원에서 5738억원으로 증가했다. 재생에너지 지원을 위한 정부 정책도 후퇴했다. 산업부의 재생에너지 정책 개선방안을 보면 재생에너지 관련 협동조합에 대한 인센티브를 폐지하고, 발전사업자들의 재생에너지 의무 공급제도마저 축소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쯤 되면 한국 기후정책에 대한 수술 차원의 전반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한국 정부가 그간의 잘못을 바로잡고 글로벌 중추국가로 변모하길 바란다.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이 결코 작지 않다는 점은 반대로 변화했을 때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한국의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세계 9위 수준이다. 역사적 배출량(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 누적 배출량) 역시 200여개국 가운데 17위에 해당한다. 누적 배출량은 하위 129개국의 누적 배출량을 합친 양과 비슷하다. 누적 배출량 17위, 걸맞은 책임져야 오명을 씻고 글로벌 중추국가가 되기 위해 반드시 노력할 점이 세가지 있다. 첫째, COP27 이후 ‘손실과 피해’ 기금 마련을 위한 협상에 책임 있는 자세로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한국은 이번 COP27 협상에서 올해 기금 마련 결정을 내년으로 미루려는 입장에 있었다. 향후 ‘손실과 피해’ 금융 기금 조성에서 구체적인 방법과 시기, 국가 간 책임을 논의하는 과정 동안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두 번째 과제는 국내외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를 완전히 멈추는 일이다. 화석연료에 대한 보조금을 폐지하고 공적금융기관의 국내외 화석연료 산업에 대한 투자를 중단해야 한다. 셋째, 보다 과감한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정부가 제시한 2030년 신재생에너지 21.5%는 엄밀히 말하면 신에너지+재생에너지 발전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석탄복합가스화발전 등 신에너지를 제외하면 실제 재생에너지 발전 목표는 19.5%에 불과하다. 빠른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을 줄여야 한다.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국제사회에서 기여하는 국가로 인식되는 길이다. 기후행동에 있어서 한국 정부의 의지와 계획은 올해 12월 제10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의 최종 내용과 내년 3월 예정된 첫 번째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력수급 기본계획은 전기사업법 제25조에 따라 전력 수급의 안정을 위해 전력 수요를 예측하고 이에 따른 전력 설비와 전원구성을 설계하는 중장기(15년) 계획이다. 즉 미래의 재생에너지 발전 목표를 확인할 수 있는 정부 계획이 확정되는 것이다. 부족한 재생에너지 발전 목표로 인해 해외기관의 평가에서도 낙제점을 받았는데, 여전히 낮은 목표 안을 확정할지 지켜볼 대목이다. 또 하나는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의 내용이다. 2021년 국회는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을 입법했다. 법 시행 후 1년이 되는 내년 3월에 국가는 탄소중립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 법 제10조를 보면 국가는 20년을 계획기간으로 하는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한다. 여기에는 온실가스 배출 목표와 전망 부문별·연도별 대책을 담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된 국제 협상 및 이에 관한 사항과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한 재원 규모와 조달방안까지 담긴다. 사실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로드맵 등은 이미 국제에너지기구 등 많은 해외기관에서 제시한 바 있다. 이를 달성하려는 과감한 정치적 의지가 있는지 확인될 것이다. 한 기후활동가가 지난 11월 12일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의 COP27 행사장 인근에서 시위하면서 “지불하고 청소하고 입을 다물라”라고 적힌 표지판을 들고 있다. / AP연합뉴스 만약 제대로 된 정부의 역할을 기대할 수 없다면 국회와 시민이 메스를 들어야 한다. 국회가 입법 활동을 통해 재생에너지 확대 등 에너지전환의 사회적 제도 기반을 구축하고 삭감된 예산을 복원할 수도 있다. 가령 국회에서 계류 중인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나 풍력발전보급촉진특별법을 들 수 있다. 분산에너지법은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이나 법으로 정한 의무 사용자가 에너지 사용량 일부를 재생에너지와 같은 분산에너지를 설치해 사용하도록 규정한다. 이 법은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을 지정해 누구나 쉽게 분산에너지로 생산된 전기 판매를 허용한다. 그린 프로슈머가 성장하는 새로운 시장을 연다는 의미가 있다. 기존의 전력 소비자가 이제는 자신의 집 태양광 등에서 생산하고 남는 전기를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소비자와 생산자 역할을 함께하는 프로슈머가 된다는 뜻이다. 풍력발전 보급촉진 특별법은 복잡한 풍력 사업 인허가 절차를 정부가 주도해 지원한다. 인허가 절차를 평균 6년에서 2년 10개월로 대폭 단축할 것으로 기대되는 법안이다. 영국의 기후에너지 싱크탱크인 엠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풍력발전의 발전 비중은 0.55%에 불과하다. 낮은 재생에너지 목표와 함께 복잡다단한 인허가 제도 등이 풍력발전 확대의 발목을 잡았다. 풍력발전법의 통과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2024년 4월 총선이 앞으로 20개월도 남지 않았다. 시민이 유권자로서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 재선을 위해서 온갖 힘을 다하려는 국회의원들에게 시민의 목소리와 압력은 어느 때보다 더 강력한 무게감으로 다가갈 수 있다. 녹색산업으로 전환 안 하면 경제위기 마지막으로 기후위기는 곧 경제위기라는 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자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줄곧 기업 경영하기 좋은 나라, 투자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책임지고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발전을 빠르게 늘리지 못했을 때 한국경제가 갖게 될 글로벌 리스크에 대해서는 많이 고민하지 않은 듯하다. 기후위기로 인한 경제위기는 3가지 정도로 나눠 생각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느린 에너지전환으로 인한 위기다. 글로벌 경제시스템이 RE100(전력 사용을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는 기업들의 자발적 캠페인) 등의 여파로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재편 중이다. 우리만 이 같은 주류 질서에서 소외되려고 발버둥 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사인 맥킨지는 2050년 전 세계 에너지 믹스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80~90%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미 재생에너지는 전 세계 인구 3분의 2에 해당하는 국가에서 가장 값싼 에너지원이 됐다. 전 세계 신규설비의 81%는 재생에너지다. 두 번째는 화석연료 가격 상승으로 인한 경제위기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2년 10월 수출입 동향 자료를 보면 무역수지가 7개월째 약 9조원의 적자를 이어갔다. IMF 사태 이후 25년 만에 가장 긴 적자 기간이다. 무역적자의 최대 원인은 화석연료 가격 상승이다. 러시아발 에너지 대란 등으로 지난달 3대 에너지원인 원유·가스·석탄의 수입액은 전년 대비 46억달러 오른 155억3000만달러에 이르렀다. 이러다 보니 EU 같은 경우 ‘REpowerEU’라는 정책 패키지를 통해 재생에너지 전환을 더욱 가속화하고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을 낮추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마지막은 기후위기로 인한 직접적인 위협이다. 기후위기의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발전 분야의 재생에너지 전환을 신속하게 하지 않는다면 극단의 이상기후 현상이 산업기반에 큰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이미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기후위기로 폭염이 심해지면 노동생산성이 줄어든다. 해수면 상승으로 해안가에 있는 공장이나 원전 등은 상시적인 침수 위협에 노출된다. 포스코의 경우 올여름 태풍 힌남노로 침수 피해를 입으면서 매출이 2조400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 반도체공장 역시 올해 초 이상기후로 인한 폭설로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3000억~4000억원의 피해액이 발생했다. 경제를 가장 우선시하는 정부라면 기후위기는 곧 경제위기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국내외에서 재생에너지 확대 등 빠른 전환을 위한 과감한 정책적 노력을 펼쳐야 한다. 불치병에 걸린 사람에게 당장은 고통스러워도 수술실의 메스는 결국 생명을 구하는 귀중한 도구가 된다. 한국이 글로벌 중추국가로 거듭나고자 한다면 스스로 기후에너지 정책에 메스를 들이대는 용기를 보여줘야 한다. 세계가 미증유의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대수술 과정에서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공동의 책임을 다하는 일인 동시에 전환기의 지속가능한 한국경제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선택이다.
할 말 있습니다
[신간]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과 즐겁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는 법 外(2022. 11. 25 14:27)
2022. 11. 25 14:27 문화/과학
ㆍ과학부정론 깨기, 증거보다 존중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과 즐겁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는 법> 리 매킨타이어 지음·노윤기 옮김·위즈덤하우스 2만2000원 지구는 둥글지 않고 평평하다. 이런 주장을 진지하게 믿는 이들이 놀랍지만, 존재한다. 기후변화는 사기에 불과하다거나 백신은 몸에 해롭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복잡한 우주와 생명체를 누군가 설계했다는 ‘지적 설계론’을 신봉하는 이도 있다. 모두 과학부정론자에 속한다. 과학부정론은 “실제는 아무것도 아닌 주장을 합리적인 논쟁이나 정당한 토론처럼 보이도록 수사학적 전술을 사용하는 일”을 말한다. 과학부정론을 지탱하는 뿌리는 확증편향이다. 자신의 신념을 뒷받침하는 증거만 편향적으로 선택하면서 신념에 반하는 증거는 거부한다. 근거 없이 추측에만 기대는 음모론도 큰 영향을 준다. 지구 평평론자들은 “달 착륙은 없었고, 할리우드 세트장에서 촬영했다”고 주장하거나 “우주에서 촬영한 사진들은 포토샵으로 조작한 것”이라고 말한다. 가짜 전문가에 의존하고, 모든 완벽한 증거가 나오기까진 아무것도 알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20년 가까이 탈진실 시대의 과학적 소통을 연구해온 철학자다. 그는 과학을 부정하고, 이성적 대화를 거부하는 이들을 바꾸려면 먼저 그들과 직접 만나야 한다는 생각에서 여러 유형의 과학부정론자들과의 대화에 나섰다. 그 결과를 이 책에 정리했다. 책에서 과학부정론자였다가 전향한 이들은 하나같이 자신을 믿어준 단 한 사람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이 음모론에 빠지기 쉽다. 그들은 과학부정론자 집단 안에서 소속감을 느끼면서 하나의 종교처럼 믿어버린다. 증거를 토대로 한 과학적 논쟁은 이들의 생각에 실제로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오히려 자신과 자기가 속한 집단이 부정당한다는 생각에 더 강하게 저항한다. 과학부정론자의 마음을 얻는 유일한 해결책은 존중과 배려가 가득한 자세로 진지하게 대화하는 일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경제 뉴스가 그렇게 어렵습니까? 이상민 지음·빨간소금·1만6000원 경제 분야 미디어 리터러시에 관한 책이다. 저자는 경제 용어를 정확히 알고, 항상 질문하며 읽는 습관을 길러야 경제 기사를 보는 안목이 생긴다고 말한다. 경제 기사를 비판적으로 읽고 감시할 수 있는 시민이 늘어날 때, 정부 정책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노동자 없는 노동 필 존스 지음·김고명 옮김·롤러코스터·1만6000원 인공지능이 세상을 바꿀 주역처럼 여겨지는 시대다. 그 뒤에는 인공지능이 학습할 데이터에 이름을 붙이는 불안정한 지위의 노동자들이 있다. 저자는 세계 곳곳에 흩어져 필요할 때마다 동원되는 ‘미세노동’의 실태를 고발한다. 더 공정한 노동을 보장받을 방법을 모색한다. ▲차별과 혐오를 넘어서 김수아 외 지음·컬처룩·1만7000원 혐오와 차별은 서로 다른 문화와 집단에 대한 무지와 편견에서 기인한다. 저자들은 혐오와 차별의 문제를 문화 다양성 관점에서 접근한다. 역동적이고 창의적인 사회를 만드는 문화적 다양성은 혐오에 대응하는 실천과 인식 개선 노력이 뒷받침될 때 가능하다고 말한다.
신간
[미래로 가는 농업](2)윤성영 댄스위드비 대표 “꿀벌을 살려야 지구가 살아난다”(2022. 09. 23 14:25)
2022. 09. 23 14:25 경제
모든 벌은 한때 육식 곤충이었다. 지금의 말벌처럼 작은 곤충을 잡아먹었다. 꽃이 지구에 등장하기 전의 일이다. 약 1억5000만년 전 생겨난 벌은 1억년 전 꽃을 만나게 된다. 꽃에 앉은 벌레를 먹으려다가 꿀과 꽃가루도 함께 먹게 됐을 것이다. “아, 이거 맛있네. 모두 와서 먹어봐.” 그렇게 벌의 일부는 꿀을 먹는 채식으로 식단을 바꿨고, 지금의 꿀벌로 진화했다. 벌이 꽃가루를 여기저기 나르면서 다양한 종의 꽃식물이 등장했다. 꽃과 벌은 함께 진화하면서 지구를 더 아름답고 풍요롭게 만들었다. 윤성영 댄스위드비 대표가 지난 9월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열린 사단법인 다른백년의 ‘농업의 미래, 미래의 농업’ 강연에서 꿀벌과 인간의 공존을 주제로 열리는 댄비학교를 소개하고 있다. / 주영재 기자 위기는 인간이라는 복병을 만나면서 시작됐다. 꽃이 가득한 들판이 농경지로 바뀌어 먹을거리가 줄었다.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의 살충제로 방향 감각을 잃은 벌들은 꿀을 찾으러 나갔다가 객사했다. 최근에는 기후변화까지 겹치면서 어려움이 커졌다. 먹이활동을 하러 나간 벌들이 느닷없는 추위에 동사하거나, 온난화로 꽃이 일찍 피고 지면서 꿀을 채취할 기간이 줄어들기도 한다. 꿀벌이 사라진다 인간이 꿀벌이 생존할 수 있는 여유를 주지 않는다면, 꿀벌 없는 지구를 맞이할지 모를 일이다. 꿀을 맛볼 수 없는 것은 물론, 꿀벌의 가루받이로 열매를 맺는 다양한 과일도 귀해질 것이다. 꿀벌이 사라지면 지구의 아름다움이 한풀 꺾이고, 인간의 생활은 곤궁해진다. 유엔 식량농업기구(2018)에 따르면 100대 농산물 생산량에서 꿀벌의 기여도는 71%에 달한다. 그 경제적 가치를 그린피스(2017)는 373조원으로 추산했다. 댄스위드비의 윤성영 대표가 꿀벌과 인간의 공존을 목표로 ‘꿀벌과 함께 춤을’이라는 뜻의 법인을 세운 이유 중 하나다. 20년 이상 디자이너로 일하다 2018년 커머스 플랫폼 ‘프롬’을 창업한 윤 대표는 그곳에서 토종꿀 생산자를 만나면서 꿀벌의 매력에 빠졌다. 윤성영 대표는 지난 9월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열린 사단법인 다른백년의 ‘농업의 미래, 미래의 농업’ 강연에서 “꿀벌과 꽃이 함께 진화하면서 지금 지구생태계의 다양한 모습이 만들어졌다”면서 “꿀을 모아 비축하고 군락을 이루면서 사회성 곤충으로 진화하는 반복적인 활동이 지구생태계에 엄청나게 커다란 변화를 일으킨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표는 토종꿀 판매로 토종벌의 보호 가치를 알리면서 양봉농가와 토종벌의 상생을 도모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다 올해 2월 댄스위드비를 창업했다. 토종벌은 벌통 하나에 약 1만마리, 서양벌은 약 3만마리가 산다. 꿀벌은 독립적인 개체지만 꿀벌군락은 하나의 몸처럼 움직인다. 생물학에서 말하는 ‘초(超)개체’다. 개체들이 서로 의존하고 내부의 의사소통과 조율을 통해 혼자서는 불가능한 능력을 발휘하는 공동체라는 뜻이다. 윤 대표는 “일벌의 수명은 3~6개월이지만 벌통이라는 군락 자체는 자연재해 등으로 죽임을 당하지 않는 한 계속해서 초개체라는 형태로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꿀벌 중에서도 토종꿀벌에 주목했다. 경쟁이 치열한 서양벌 양봉과 달리, 토종꿀 사업은 파고들 여지가 있어 보였다. 지역을 이동하면서 하나의 꽃꿀만 주로 채취하는 서양벌 양봉과 달리 토종벌은 자기가 사는 지역에서만 사는 습성이 있다. 그래서 토종꿀은 마치 와인처럼 지역 고유의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다. 미식의 관점에서 수요가 있다고 보고 토종꿀 검사법을 아는 전문가들과 손잡고 토종꿀 사업을 시작했다. 이내 핑크빛만은 아니란 걸 깨달았다.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와 농약 탓에 꿀벌군락이 통째로 사라지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20년 뒤에는 꿀벌이 사라질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처음에는 4000억원 규모의 국내 벌꿀 시장을 토종꿀에서 시작해 장악해보고자 했는데, 좋아할 일이 아니었죠. 꿀벌이 사라져 생태계의 커다란 체인이 끊기고 심각한 식량위기가 올 수 있는 큰 문제에 봉착한 거죠.” 토종꿀의 가치와 꿀벌의 위기를 알려야겠다는 진정성을 갖고 사람들을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윤 대표는 “여섯 번째 대멸종이 시작됐다고 하는데 이전까지의 대멸종에서 생태계 최상위 종이 살아남은 적은 없다”면서 “꿀벌을 살리는 게 인류를 살리는 일이라는 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건강한 꿀벌이 건강한 지구 만들어 석기시대 벽화에 벌꿀 채취 모습이 있을 정도로 꿀벌과 인간의 인연은 깊지만, 현대적인 양봉이 본격화한 건 100년 정도에 불과하다. 벌을 사육하면서 꿀과 로열젤리를 전부 가져가는 대신 꿀벌에게는 겨울을 날 식량으로 당 성분만 제공하는 방식이다. 윤 대표는 이렇게 꿀벌의 생산물을 약탈하는 방식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겨울을 날 수 있는 정도의 꿀은 남겨놔야 한다고 했다. “한두 번은 모르지만 10~100년 이런 방식으로 키우면 꿀벌의 체질이 반드시 변하게 됩니다. 100% 당 성분으로만 키우면 꿀벌이 멸종할 수 있다는 것이죠. 발도르프 교육법으로 유명한 루돌프 슈타이너는 양봉 전문가이기도 했는데 그가 100년 전 한 말입니다.” 기후변화와 농약 외에도 꿀벌의 영양상태를 악화시키는 착취적인 사육 방식이 꿀벌의 생존을 위협한다. 영양 부족으로 꿀벌의 체액을 빨아먹고 사는 꿀벌파괴응애 같은 해충이나 낭충봉아부패병 등 전염병에 취약해진다. 낭충봉아부패병에 특히 취약한 토종꿀벌을 보호하기 위해 농촌진흥청은 2020년 육지와 20㎞ 떨어진 전북 부안군 위도에 토종꿀벌을 격리해 키우는 육종장을 세우기도 했다. 댄스위드비는 단순히 꿀벌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쇼핑몰에 그치지 않고, 꿀벌을 사랑하는 이용자들 간의 자발적인 소통과 참여가 이뤄지는 공동체인 ‘커뮤니티 커머스’를 지향한다. 그래서 꿀벌과 함께 춤을 추는 사람들인 ‘꿀벌 연대’를 조직하고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벌이고 있다. 꿀벌의 생태를 배우는 ‘댄비학교’, 판매금의 일정액을 토종벌 부흥에 활용하는 ‘댄비마켓’, 토종벌꿀 생산자의 벌통을 후원하고 밀원지를 지키는 ‘댄비허니팟’ 등이다. 참가자들은 배우고, 만들고, 소비하면서 토종벌을 보호하는 것이 곧 지구를 지키는 일이라는 생각을 공유하게 된다. 기후변화는 미래세대를 배려하지 않고 지금 당장의 편리만을 따진 기성세대가 초래한 위기다. 불편함과 희생을 감수하고 공동체를 지키려는 꿀벌의 모습에서 배울 점이 있다. “침을 쏘면 죽는데도 애벌레를 지키려 침을 쏘고 대신 죽죠. 꿀벌 군락에 새 여왕벌이 나와 이사(분봉)를 하는 중에도 뒤처진 늙은 벌을 끝까지 기다립니다. ‘모두가 나’라는 방향으로 진화했기 때문이죠. 꼭 꿀벌 같은 초개체가 될 필요는 없지만, 우리 역시 각자가 가진 재능과 열정으로 가치 있는 일을 지향하면서 함께한다면 희망이 있지 않을까요.”
미래로 가는 농업
[만화로 본 세상]지구를 움직이려는 자들의 여정(2022. 09. 02 11:30)
2022. 09. 02 11:30 문화/과학
ㆍ지. -지구의 운동에 대하여- 우리는 때로 사고방식 등에 커다란 변화가 생겼을 때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는 말을 쓴다. 이는 우주의 중심이 지구가 아니라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돌고 있다는 ‘지동설’을 주장한 폴란드의 천문학자 코페르니쿠스의 이름에서 따온 말이다. 독일 철학자 칸트가 자신의 중요한 업적을 표현하는 데 처음 사용한 후 지금까지 흔히 쓰일 만큼 이 발상의 전환은 인류와 과학에 있어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다. 21세기에 사는 현재의 우리는 당연한 사실이라 놀라지 않겠지만, 이 변화를 직접 겪은 당시 사람들의 기분은 어떠했을까. 우오토의 만화 <지. -지구의 운동에 대하여->(이하 지.)는 그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으로 그린 작품이다. 우오토의 한 장면 / 문학동네 작가는 <지.>의 배경을 15세기 P왕국으로, 극중 주인공들과 대립하는 악역을 C종교라고 설정한다. 모티브가 무엇인지 알기 쉽지만, 그럼에도 이것은 가상의 이야기임을 확실히 하는 장치이다. 실제로 만화에서만큼 지동설을 주장하는 이들과 가톨릭의 관계가 나쁘진 않았다. 코페르니쿠스는 자신이 교회에서 높은 위치에 있기도 했고, 그의 연구는 교회가 달력을 만드는 것에 크게 기여하며 인정받았다. 지동설을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이지도 않았다. 당시는 천동설이 이론적으로 더욱 준비된 시대였다. 우주선을 쏘아올리는 지금도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이들이 있고, 그들이 내세우는 이론만 들으면 무척 그럴싸하게 들린다는 점에서 충분히 이해된다. 땅을 밟고 사는 사람으로서 지구가 돌고 있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소리였다. 하지만 후대의 갈릴레이 갈릴레오가 망원경을 개량해 목성과 그 주위를 도는 4개의 위성을 관측하면서 우주의 모든 별이 지구를 중심으로 돌고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이런 연구가 담긴 갈릴레이의 책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그는 늦은 나이에 가톨릭의 재판을 받게 되고, 결국 집에 갇혀 최후를 맞이한다. 아마도 억압받는 <지.>의 캐릭터에 가장 많이 반영된 인물일 것이다. <지.>의 진행방식에서 신선하고도 탁월한 점은 주인공이 고정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대신 지동설을 믿게 되거나, 믿고 있는 인물들이 차례로 등장해 그 타이틀을 가져간다. 현실에서도 마찬가지다.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는 말에서 우리는 누군가의 천재적인 발상이 한순간 역사를 바꿔놓은 것처럼 여기지만 사실은 많은 사람이 오랫동안 연구를 이어받으며 지금의 상식을 만들어온 것이다. 코페르니쿠스도 이미 수세기 전의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타르코스가 쓴 저서를 통해 지동설을 접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을 발전시킨 이론에도 허점이 있었는데, 요하네스 케플러가 타원 궤도의 법칙 등을 더하며 이를 보완하고, 아이작 뉴턴이 마무리를 지었다. 이 밖에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많은 이들의 역할이 있었을 것이다. 결코 짧은 시간에 이룬 것도 아니다. 멀리서 보면 우리도 지금 커다란 사고방식의 전환기에 있을지 모른다. 전통적인 가족 사회가 붕괴하고, 오랜 이성애 중심의 사고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지구가 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던 것처럼 이 변화를 받아들이기 힘든 이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시간이 지나서야 알게 되겠지만, 우리도 커다란 변화의 파도 안에 있는 것 같다.
만화로 본 세상
라인강·양쯔강도 마른다…목 타는 지구(2022. 08. 19 11:58)
2022. 08. 19 11:58 국제
ㆍ가뭄에 산업·농업 생산·공급까지 차질 유발… 인플레이션 압박 가중시킬 듯 지구촌 곳곳이 ‘역대 최고 가뭄’ 기록을 새로 써내려가고 있다. 라인강, 양쯔강을 비롯한 큰 강의 수위가 위험한 수준으로까지 낮아지며 물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물 사용에 예민하게 날을 세우고 있다. 더 나아가 올여름 가뭄은 수운과 산업 생산에 차질을 빚으며, 공급 병목과 생산비용 상승도 유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17일(현지시간) 독일 빙겐에서 촬영한 라인강의 모습. 가뭄으로 강물이 바닥을 드러내며 본래 섬에 있던 탑까지 걸어서 갈 수 있게 됐다. / AFP연합뉴스 곳곳에서 바싹 말라가는 강물 영국 웨일스 북부 포이스 카운티에서 약 140년 전 사라졌던 랜위딘 마을이 최근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고고학적 발굴도, 대대적인 공사도 없었다. 랜위딘 마을을 세상으로 꺼낸 건 ‘가뭄’이다. 랜위딘 마을은 1891년 인공 저수지 비른위호가 완공되면서 수몰됐다. 그러나 영국 전역에서 폭염으로 인한 가뭄이 이어지며 하천과 저수지가 메말랐고, 비른위호의 수위도 급격히 낮아지며 랜위딘 마을 유적이 드러났다. 이 마을이 물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건 역시 가뭄이 심각했던 1976년 이후 처음이다. 스페인에선 아예 고대 로마 군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스페인 오렌세에 있는 아스 콘차스 저수지의 강변 제방이 싹 마르면서 기원후 약 120년 로마군이 사용한 요새가 지난 8월 11일(현지시간) 나타났다. 1949년 저수지 건설을 시작한 이후 통상 물에 잠겨 보이지 않거나 일부만 드러났던 유적이지만, 이달 역사상 가장 건조하고 뜨거운 8월을 기록해 저수지 유량 49%가 사라지면서 전체 유적이 물 밖으로 나왔다. 1288㎞로 ‘유럽에서 가장 긴 강’인 라인강의 상황도 좋지 않다. 라인강은 독일을 관통하며 서유럽 곳곳을 잇는 젖줄로, 서유럽 내륙 수상 운송의 80%와 독일 내 에너지 운송의 30%를 담당한다. 최근 라인강 수위는 바지선을 운항하기 위한 마지노선인 ‘수위 40㎝’를 위협받고 있다. 독일연방수문학연구소(BfG)는 지난 8월 12일 기준 주요 수위 측정 지점인 독일 카우프의 수위가 40㎝라고 밝혔고, 머지않아 30㎝ 미만으로 더 낮아지리라는 관측을 내놨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긴 포강의 유수량은 평시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낮아졌다. 대서양 건너 미국의 사정 역시 녹록지 않다. 미국 최대 인공호수 미드호가 역대 최저 수위로 내려가면서 물 밑에 있던 변사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상륙정, 난파 보트가 연이어 발견되고 있다. 미드호 수위는 미드호에 물을 채우기 시작한 1937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CNN에 따르면 미드호는 통상 약 3000만에이커(약 12만1405㎢)가 물로 채워지지만, 현재는 그 40% 수준인 1200만에이커(약 4만8562㎢)에 불과하다. 8월 11일(현지시간) 스페인 오렌세에 있는 아스 콘차스 저수지가 가뭄으로 인해 수위가 낮아지며 고대 로마 군영이 드러나 있다. / EPA연합뉴스 골프·불꽃놀이·맥주는 급하지 않다 물이 귀해지다 보니 자연히 물 사용에도 예민해졌다. 프랑스에선 골프장이 비판의 대상이 됐다. 송수관이 말라 마실 물을 구하기 힘든 지역도 있는데, 일부 지자체에서 골프장은 물 사용 제한 적용을 면제받았기 때문이다. 이달 중순 프랑스 환경단체 활동가들은 그린의 홀을 시멘트로 메우고 골프장으로 이어지는 송수관을 막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이 홀은 하루 27만ℓ의 물을 마시는데, 당신은 그만큼 마시나요?” 등 메시지를 내보냈다. 독일은 최근 연례행사 ‘라인강 불꽃놀이’에서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소방 호스로 물을 끼얹는 모습이 포착돼 도마 위에 올랐다. 라인강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불꽃놀이를 하자고 물을 낭비해선 안 된다는 비판이 야당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일었다. 이밖에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등에선 정부가 샤워 횟수를 줄여라, 미용실에서 손님 머리는 한 번만 감겨라, 잔디에 물을 주지 말고 세차도 하지 말아라 등 ‘사소한’ 용도까지 규제하고 나섰다. 코로나 맥주를 비롯해 세계 최대 맥주 수출국 중 하나인 멕시코는 주류 생산 중단에 나섰다. 지난 8월 13일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주류업체에 맥주 등 주류 생산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 심한 가뭄을 겪고 있는 북부에서 상대적으로 수량이 풍족한 남부로 주류 공장을 옮겨달라고도 당부했다. 가뭄이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멕시코에선 생수 사재기를 넘어 공용 물탱크 습격까지 벌어지고 있다. 멕시코수자원공사는 현재 멕시코의 41%가 가뭄 상태에 놓였다고 진단했다. 가뭄, 경제적 악재 이번 가뭄은 산업·농업 생산과 공급에 차질을 유발하며 인플레이션 압박을 가중시킬 전망이다. 독일 라인강 유역에선 공업용수가 부족해 공장 가동률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현지 매체 도이치벨레(DW)는 지난 8월 16일 “기업들이 이미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는 홀거 뢰쉬 독일산업연맹(BDI) 부국장의 우려를 전했다. 뢰쉬 부국장은 “장기간 가뭄과 낮은 수위가 산업 공급의 안정성을 위협하고 있다. 공급 병목 현상과 노동시간 감축이 유발될 수 있고 일부 산업 부문은 중단될 수도 있다”며 “공장이 꺼지고 운송이 멈추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밝혔다. 운송 비용 상승도 현실화됐다. 정보분석업체 인사이츠글로벌은 라인강으로 스위스 바젤까지 경유를 운송하는 비용이 지난 6월 초 1t당 25유로에서 지난 8월 10일 267유로로 10배 이상 폭등했다고 밝혔다. 유럽 내륙 수운이 연간 800억달러(약 104조4000억원)의 비용 감소 효과(블룸버그)를 내왔던 만큼, 라인강을 통한 수송이 멈추면 운송 비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8월 16일(현지시간) 중국 충칭시 양쯔강 유역이 지난 가뭄으로 바닥을 보이고 있다. / AP연합뉴스 역대 가장 긴 폭염을 기록 중인 중국에서도 산업이 타격을 입고 있다. 국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쓰촨성의 평균 강수량은 전년보다 51% 줄어 양쯔강 수위가 크게 낮아졌다. 전력 생산의 80%를 수자원에 의존하는 쓰촨성으로선 전력 공급에 위기를 맞은 상황이다. 쓰촨성은 현대자동차 중국 법인을 비롯해 전력 소비가 큰 기업에 생산 중단을 지시했고 도요타, 폭스콘 등도 가동을 중단했다. 쓰촨성은 세계 1위 배터리 업체 CATL과 애플워치를 만드는 폭스콘, 도요타 공장 등이 밀집한 대표적인 제조업 지역이기 때문에 글로벌 공급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식품 쪽으로 눈을 돌리면, 단적인 예로 케첩을 구경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가뭄 탓에 미국 캘리포니아의 토마토 평균 재배 비용이 1에이커당 4800달러로 10년 전 2800달러에서 71% 상승했다(캘리포니아 농업회사 울프파밍). 캘리포니아 토마토 경매가는 1t당 105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해 시장조사업체 IRI는 지난달 토마토소스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17%, 케첩은 23% 올랐다고 밝혔다. 폭염으로 미국, 중국, 이탈리아에서 2050년까지 토마토 생산량이 6% 감소하리라는 전망(지난 6월 ‘네이처’ 식품 연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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