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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성인의 난세직필] 채무자 보호와 개인채무자보호법의 한계(2024. 10. 25 15:30)
- 2024. 10. 25 15:30 경제
- 개인채무자 보호법이 시행되면서 금융채무자의 보호 측면에서는 과거보다 진일보했지만, 아직도 많은 문제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교대역에 게시돼 있는 채무 관련 법무법인 광고물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문재원 기자 지난 10월 17일 ‘개인금융채권의 관리 및 개인금융채무자의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개인채무자보호법)이 시행에 들어갔다. 이 법이 시행되면서 금융채무자의 보호 측면에서 분명히 과거보다 진일보한 상황이 기대된다. 그러나 채무자 보호에는 아직도 많은 문제가 존재한다. 이하에서는 이 법 시행에 즈음해 채무자 보호의 본질적 필요성과 이 법 시행상의 문제점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혹시 사람의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무슨 공상과학영화의 한 장면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현실 세상에서의 사례를 말하는 것이다. 나는 본 적이 있다. 그것도 두 번씩이나. 두 번 다 돈 문제였다. 한 번은 채무 재조정과 관련한 발표를 하기 위해 개인파산을 경험한 사람들의 모임에 참석했을 때였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사람들이 보내는 눈빛은 폐부를 찌르기에 족했다. 다른 한 번은 부실 경영으로 퇴출 대상이 된 미래저축은행 사태에 관한 토론회 때였다. 알토란 같은 돈을 저축은행에 넣었다가 예금보호 한도를 초과하는 돈을 떼이게 된 예금자들의 눈에서는 그야말로 가슴을 서늘하게 만드는 형형한 불빛이 나왔다. 개인채무자보호법은 분명 진일보 돈이란 무서운 것이다. 남의 돈을 꿀꺽하거나 제대로 갚지 못한 경우 끔찍한 상황이 발생하곤 한다. 떼인 돈을 받아 드린다는 ‘형님’들이 나서고, 추심에 지친 채무자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성난 예금자들의 성화에 지친 금융회사 직원들도 극단적 선택을 한다. 가히 인간 사회 갈등의 막장이 거기 있다. 돈 문제가 얽혔을 때도 갑과 을이 존재한다. 무한히 소송할 수 있는 금융회사가 갑이고, 역량과 정보가 제한된 개인들이 을이다. 을은 금융회사와 맺은 관계에 따라 채무자가 될 수도, 채권자가 될 수도 있다. 빚 갚을 날이 돌아왔으나 갚을 돈이 없어 연체 중인 을은 채무자고, 부실 저축은행의 예금자나 불완전 판매에 속아 부실 펀드에 투자한 을은 채권자다. 이 두 가지 상황 모두에서 을은 갑인 금융회사와 대등한 상태에서 거래할 수 없기 때문에 정책적 보호 대상이 돼야 한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을이 채권자인 경우에는 그래도 제도적 보호 장치가 어느 정도 마련돼 있다. 일정 한도까지 예금 지급을 보장하는 예금자보호법이 시행 중이고, 불완전 판매나 사기적 판매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하는 자본시장법과 금융소비자 보호법도 제정된 상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도 금융투자상품의 판매자에 대해서는 설명 의무나 적합성의 원칙처럼 ‘고객보호 의무’라는 근원적 의무도 도입됐다. 이에 비해 채무자인 을을 보호하는 제도는 답보상태다. 채무자회생법상의 파산 절차는 일부 채무자 보호 효과가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여러 채권자가 파산자의 재산을 질서 있게 뺏어가는 것을 규율하는 법이다. 개인회생절차 역시 주택을 담보로 잡힌 채무자를 보호하지 못하고, 회생 기간도 노예제를 방불케 할 정도로 장기간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신용회복위원회가 주관하는 신용회복 절차 역시 기본적으로 채권자인 은행들과 그 큰 형님 격인 금융위원회가 주도하는 절차다. 채무자 보호에서 더 근본적인 문제는 ‘금융회사가 채무자 보호 또는 채무 재조정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에 관한 논리가 정립되지 있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는 투자자 보호를 논할 때 금융회사가 ‘(일반 투자자에 대해) 고객보호 의무’를 부담한다는 것을 상식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채권자인 금융회사가 ‘특정 채무자를 보호해야 할 의무를 진다’는 원칙은 생소하기만 하다. 오히려 채무자 보호 문제가 나오기만 하면 금융회사들은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득달같이 들고나온다. 참으로 갈 길이 멀다. 이런 점에서 이번에 새로 시행되는 개인채무자보호법은 분명 진일보한 법이다. 금융채무를 지고 있는 개인채무자에 대한 금융회사의 채권 회수 행위에 명시적 제한을 가하는 법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이 법은 3000만원 미만의 채무를 진 채무자에 대해 금융회사는 과도한 채권추심을 할 수 없고, 채무자가 채무 재조정을 요구할 경우 이에 성실하게 응해야 할 의무를 부과했다. 연체 이자의 산정 방식도 조금 더 합리적으로 조정했다. 유예 기간 추가는 월권…즉각 시행해야 그러나 이 법에는 아직도 세 가지 문제가 있다. 두 가지는 법의 본질적 내용과 관련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 법의 시행과 관련된 것이다. 첫 번째 문제는 이 법의 혜택이 일부의 소액 채권자로 지나치게 좁게 적용된다는 점이다. 이런 제약을 규정한 독소 조항은 제3조다. 제3조는 이 법에 등장하는 여러 채무자 보호 장치의 적용을 배제하는 규정인데 기본적으로 3000만원 이상 채무를 진 채무자는 적용에서 배제된다. 물론 채무자 보호 장치를 모든 채무자에게 적용할 필요는 없지만 왜 3000만원 미만의 채무자만 보호 대상이 돼야 하는지에 대해 설득력 있는 논거를 찾기는 어렵다. 두 번째 문제는 이 법이 채권 금융회사의 특정 행위만을 규제할 뿐, 왜 금융회사가 그런 규제의 대상이 돼야 하는가에 관해 더욱 근원적인 법률적 논거를 결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법률적 논거는 ‘채무자를 보호할 의무’를 천명하는 것인데, 이 법에는 그런 보호 의무가 명시적으로 도입돼 있지 않다. 기껏 눈을 씻고 찾은 조항이 제4조 제2항인데 이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개인금융채무자의 권익을 침해하지 아니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노력할 의무라고? 문제가 참 많다. 예를 들어 이 조항을 “금융회사는 개인금융채무자의 권익을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가상적 조문과 비교해 보면 그 내용이 얼마나 허구적인지 실감할 수 있다. 세 번째 문제는 그나마 절반의 성공에 불과한 이 법의 시행을 금융위원회가 “계도”라는 명목으로 사실상 저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도대체 누굴 계도하기 위해 유예가 필요하다는 것인가? 법을 준수할 대상자가 금융회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계도의 대상 역시 금융회사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법 부칙에서 공포 후 시행까지 9개월의 유예 기간을 이미 부여했다. 9개월이라면 금융회사들이 새 법의 시행을 준비하기에 충분한 기간이다. 금융위원회가 임의로 3개월의 유예 기간을 추가한 것은 월권일 뿐이다. 마땅히 즉각 시행해야 한다. 채무자를 보호하는 것은 돈이 얽힌 문제라서 원래 어렵다. 반발과 저항도 만만치 않다. 그래도 보호해야 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회사의 근본적인 인식 전환을 촉구한다.
- 전성인의 난세직필
- [편집실에서]국가채무의 역설(2021. 09. 03 15:41)
- 2021. 09. 03 15:41 오피니언
- 고향집에서 우연히 1996년 발행된 잡지 한권을 발견했습니다. ‘적금 금리 연 16% 보장’이라는 금융권 광고가 눈에 띄더군요. 지금으로는 상상도 안 되는 이율입니다만 그때는 정말 그랬습니다. 이 정도라면 저축할 맛이 나지요. 요즘 시중은행 적금상품을 보니 기본금리가 1% 초중반입니다. 우대금리를 받아야 2%를 넘습니다. 금융소득세 15%를 떼고 이달 물가상승률(2.6%)을 생각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입니다. 저축할수록 손해를 본다는 얘깁니다. 시대가 달라지면 투자의 개념도 바뀝니다. 저축은 더 이상 재산을 불리는 투자수단이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빚도 과거의 그 ‘빚’이 아닙니다. 한번 빌리면 무지막지하게 불어나 파산으로 내몰던 ‘그놈’이 아니라는 얘깁니다. 2007년 7월 기준금리는 4.75%였습니다. 지금 기준금리 0.75%보다 6.3배나 높습니다. 2007년 1억원 빌릴 때와 지금 6억3000만원의 빌릴 때의 이자 부담이 같다는 뜻이 됩니다. 내년도 국가채무가 1000조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처음으로 50%를 넘어섭니다. ‘이러다 나라 망하는 것 아니냐’는 자극적인 기사가 쏟아집니다. 물론 빚 총량이 빠르게 늘어나는 것은 경계해야 합니다. 하지만 총량만 보고 걱정하는 것도 ‘바보’가 될 수 있습니다. 우선 정부가 빚진 1000조원 중 40%가량은 ‘장부상의 빚’으로 보면 됩니다. ‘금융성채무’라고 부르는 건데요, 자산매입을 위해 돈을 조달하느라 진 빚입니다. 예컨대 외환보유를 하기 위해서는 달러를 시장에서 사야 합니다. 이때 정부는 국채를 발행해 원화를 조달하고, 이 돈으로 달러를 삽니다. 언제든지 갚을 수 있는 돈입니다. 나머지 600조원이 국가가 갚아야 하는 빚인데요, 이 빚의 85%는 한국인이 원화채권으로 보유하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장부상 100만원 빚을 지고 있는데 어머니로부터 85만원을 빌린 것과 같습니다. 일본의 국가부채가 GDP 대비 250%를 넘어서도 위기가 오지 않는 것이 바로 이 원리 때문입니다. 어쨌든 국가채무 1000조원은 크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질적인 금리부담은 생각보다 늘어나지 않습니다. 사실 국가부채가 늘어났다는 말은 가계부채가 줄어들었다는 뜻이 됩니다. 재난지원금을 쓰면 정부는 지출이 되지만 가계는 소득이 되기 때문이죠. 올해 돈을 많이 썼다고는 하나 미국, 일본, 유럽에 비해 정말 적게 썼습니다. 그만큼 한국 자영업자들은 죽어났다는 얘기도 됩니다. 국가채무가 GDP 대비 50%라 위험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가계부채는 GDP 대비 100%가 넘었습니다. 외환위기 때 빠르게 국가재정건전성을 회복한 데는 실직한 가장들이 자살로 내몰릴 때 외면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위기 때마다 책임을 국민에게 떠맡기는 것, 이제는 끝낼 때도 되지 않았을까요? 그게 진짜 선진국입니다.
- 편집실에서
- [정창수의 ‘나라살림을 제대로 바꾸는 법’]‘채무 제로’ 꼼수, 무엇을 위한 채무 제로인가(2018. 05. 21 16:08)
- 2018. 05. 21 16:08 경제
- 작년에 채무 제로를 선언한 용인시와 시흥시의 경우에도 4985억원과 1조9045억원의 부채가 남아있다. 채무 제로를 선언한 20개 지자체 모두 부채가 남아있다. 즉 채무 제로 선언은 꼼수라고 비판 받을 여지가 다분한 셈이다. “경기도 채무 제로 선언은 거짓말” “잘못된 팩트에 대해 사과하라.”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이재명 후보와 남경필 후보(전 지사)의 논쟁이다. 지방선거가 본격화하면서 ‘채무 제로’ 논쟁이 시작되고 있다. 남경필 후보는 출마선언에서 “지난 연말까지 2조6600억원의 빚을 갚았고, 민선 6기가 마무리되는 6월까지 100% 채무를 상환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이재명 후보 측에서 경기도 및 행정안전부 공시자료 수치가 완전히 다르다며 채무는 여전히 2조9910억원이 남아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경기도지사 후보(위)와 남경필 자유한국당 후보의 '채무 제로'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 권호욱 기자 연합뉴스 그러자 남 후보 측은 이 후보 측이 제시한 2017년 결산 기준이라는 표현을 문제 삼았고, 이 후보 측은 남 후보의 3대 거짓말이라며 ▲3조원에 가까운 지방채 채무가 남아있는 점 ▲본인이 다 갚았다는 가짜채무(미지급금과 기금차입금)조차 5063억원이 남아있다는 점 등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는 민선 6기에 도래하는 채무를 다 갚았다는 것이고, 남은 것은 7기에 갚으면 된다고 밝혔다. 결국 채무 기준에 대한 해석이 다른 것이다. 이는 민선 6기에서 치적 선전의 일환으로 채무 제로를 선언하기 시작하면서 벌어지고 있는 새로운 양상이다. 하지만 양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디서 상반된 주장이 나타나는지 알 수 있다. 채무와 부채는 상당히 논쟁적인 요소가 많다. 문제는 부채가 아니라 재정관리 상태 먼저 개념부터 알아보자. 채무는 날짜와 금액이 정해져 있는 반면, 부채는 매년 변하기도 또는 변하지 않기도 한다. 또 채무는 현금을 빌려 이자를 지불하는 빚을 이야기하지만 부채는 이자지불이 없다. 부채는 ‘갚아야 할 빚’이라는 커다란 분류만 있을 뿐 매우 다양한 요소로 존재한다. 따라서 부채는 채무보다 큰 개념이다. 채무와 부채는 따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모든 채무는 부채에 포함된다. 따라서 어떤 기준으로 보느냐에 따라, ‘빚’인지 아닌지에 따라 논란이 일게 된다. 이번에 문제가 제기된 채무 중에 ‘지역개발기금’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해당 기금은 자동차 등록, 건축 인·허가에서 발생하는 의무적 매입채권에서 발생했다. 이를 두고 갚고 한쪽에서는 발행하는 ‘돌려막기’이기 때문에 빚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반면 한쪽에서는 이자 2.5%를 지급하기 때문에 명백한 채무라는 상반된 주장을 한다. 이런 맥락을 보면 ‘채무 제로’ 선언은 정치적인 선언일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이런 구체적인 내역을 이해하기 힘든 시민들은 채무가 없어진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게다가 이런 논쟁 대부분은 본청 예산을 기준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사실상 시가 재정을 운영하는 산하기관이나 공기업의 부채는 제외하고 이야기한다는 의미다. 게다가 본청 예산만 본다고 해도 공무원의 퇴직금 등 부채가 있기 때문에 ‘채무 제로’라는 말이 성립하기는 어렵다. 얼마 전 채무 감축을 자축하며 ‘재정위기 탈피’를 선언한 인천시도 여전히 공기업 등에 10조원가량의 부채가 남아있어 논란이 됐다. 작년에 채무 제로를 선언한 경기도 용인시와 시흥시의 경우에도 4985억원과 1조9045억원의 부채가 남아있다. 채무 제로를 선언한 20개 지자체 모두 부채가 남아있다. 즉 채무 제로 선언은 꼼수라고 비판 받을 여지가 다분한 셈이다. 채무 제로 선언이 등장한 때는 2010년 즈음이다. 당시 지자체들이 재정위기를 겪고 있었다.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의 ‘모라토리엄’(지급유예) 선언은 그런 상황을 인상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후 이 시장은 부채의 대부분을 갚고 탈출을 선언했다. 재미있는 것은 이번에 문제를 제기한 이재명 시장의 성남시는 채무 제로를 선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부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지한 것이라고 보인다. 빚을 완전히 없앤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재정의 상태이다. 과도한 빚은 문제가 되기 때문에 줄여야 한다. 하지만 아예 없다는 것은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재정구조를 왜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지자체들이 채무 제로를 선언하려면 부채의 규모와 내용을 정확히 알려야 한다. 그리고 어떻게 빚을 줄였느냐를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한 지자체는 한 곳도 발견되지 않는다. 지난 대선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지사 시절 발표한 채무 제로 선언도 그런 의미에서 논란이 됐다. 홍 후보는 채무를 갚았다고 주장했으나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빚을 줄인 방식을 문제 삼았다. ▲무상급식 등 사업을 중단해서 남은 돈과 ▲시·군 조정교부금 ▲매칭사업 도비 지원 등 시·군에 주어야 할 돈 ▲오랫동안 적립된 기금의 여유재원으로 갚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채무 제로를 선언할 때 그 내역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경기도의 지자체들처럼 땅을 매각하여 빚을 갚는다든지 하는 것은 재산을 줄인 것이므로 본래적 의미의 채무탕감이라고 보기 어렵다. 빚도 문제지만 돈을 쓰는 것도 중요하다 궁극적으로는 자금관리의 문제가 있다. 수치상 빚이 없는 것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된다. 수치상 부채를 줄이기 위해 산하기업이나 공기업, 더 나아가 민자사업 등으로 빚을 이전하는 풍선효과가 나기 쉽기 때문이다. 또 차라리 본예산에서 지방채로 남아있으면 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노력할 유인효과라도 있는데 이전되어 있으면 그만큼 책임성이 약화된다. 이런 상황 때문에 단체장들은 치적 쌓기 일환으로 채무 제로를 선언하고 수치상의 빚만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 나아가 엄연히 존재하는 빚도 사실상 빚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다. 또 재미있는 점은 지자체들이 늘 빚에 허덕이는 것 같지만 실제 지자체들의 수입은 매년 10% 이상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초과세입 등 사용이 정해지지 않은 순세계잉여금이 전체 지방자치단체 예산의 20%가 넘는다. 경상남도 진주시의 경우 2016년 결산 결과 예산액수의 38%나 잉여금이 남아서 전국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100원 수입에 38원이 남아있다는 이야기이고, 전국은 20원이 남아있는 것이다. 즉 빚도 문제지만 국민들의 세금을 사용할 곳도 못 찾고 있는 셈이다. 이제 민선 7기 새로운 지방자치단체가 한 달 후면 출범한다. 과도한 빚은 줄여야겠지만 있는 돈을 어떻게 잘 사용할 것인가 하는 중대한 과제가 남아있다. 정책은 타이밍이다. 돈을 아껴 안 쓰는 것은 낭비하는 것에 못지않게 바람직하지 않다.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정책 목표이다. 재정은 그 수단이다.
- 정창수의 ‘나라살림을 제대로 바꾸는 법’
- 국가채무 40%대, 그래도 “괜찮다?”(2015. 09. 15 17:27)
- 2015. 09. 15 17:27 경제
- ㆍ4년 만에 무려 11.8%포인트 상승… 방문규 기재부 제2차관은 “문제 없다” “한국의 지금 수준도 재정건전성 측면에서는 세계 1위라는 것을 신용평가사들이 인정하고 있다.” 지난 9월 4일 정부세종청사. 2016년 예산안 발표 사전브리핑에서 방문규 기획재정부 제2차관은 내년 처음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40%를 넘게 되는 한국의 국가채무에 대해 “문제 없다”고 말했다. 한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내년 40.1%를 기록한 뒤 2017년 41.0%, 2018년 41.1%로 높아진다. 2009년 금융위기로 GDP 대비 국가채무가 30%대로 뛴 지 7년 만에 본격적으로 40%대로 진입하는 셈이다. 지난 7월 금융기관의 가계대출은 사실상 9조5000억원이 늘어 2007년 12월 통계편제 이후 7월 중 가장 많이 늘었다. 가계부채가 매달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국가채무도 40%대로 접어들면서 ‘부채’는 이제 한국 경제의 주요 이슈가 됐다. GDP 대비 국가채무 40%대는 정부가 국가부채 관리에 사실상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40%라는 숫자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가 임기 마지막 해인 2012년에 예측했던 2016년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28.3%였다. 4년 만에 무려 11.8%포인트나 높아진 것이다. 지난해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임명되면서 부채비율 상승은 눈에 띄게 가팔라졌다. 지난해부터 밀어붙인 확장재정과 올해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결정타가 됐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지난 6월 1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참석해 방문규 제2차관(왼쪽)과 자료를 살펴보며 답변 준비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공공기관·지방공기업 합하면 70% 넘어 시장의 관심은 한국이 부채를 감내할 능력이 얼마나 되느냐에 쏠리고 있다. 각국이 견딜 수 있는 부채의 임계점이 얼마인지에 대해서는 학자들마다 의견이 엇갈린다. 나라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정부부채 기준으로는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 기준이 많이 쓰인다. GDP의 60%다. 이 비율을 넘으면 해당 국가는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져 예산을 제대로 짤 수 없을 것으로 본다. 이 기준으로 보면 한국은 이제 막 40%를 넘어서기 때문에 여유가 있어 보인다. 그런데 변수가 있다. 라인하트와 로고프의 연구를 보면 선진국과 개도국이 다르다. 선진국의 경우 GDP의 90%까지 빚이 있어도 감내할 수 있지만 개도국은 60%를 넘어서면 곤란하다. 심지어 또 다른 연구는 신흥국의 경우는 국가채무가 GDP의 40%를 넘으면 안 될 것으로 본다. 신흥국은 약간의 우려에도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면서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기준을 적용한다면 한국의 GDP 대비 40% 국가부채는 안심할 수준이 아니다. 박양수 한국은행 금융안정연구부장은 “한국이 신흥국이냐 선진국이냐에 따라, 그리고 그 중에서도 어느 수준이냐에 따라 논쟁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조사도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설문조사를 한 것을 보면 정부의 경우 GDP 대비 부채비율 마지노선이 90%다. 정부 수입 대비 원리금상환액으로 본다면 30%를 넘으면 위험하다. 연간 300조원이 총수입이라면 90조원 이상 이자비용을 내면 안 된다는 얘기다. 정부는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가 비교해 한국의 국가빚은 아직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OECD 국가들은 금융위기 이후 GDP 대비 국가채무가 70~115%포인트 증가했다는 것이다. 방 차관은 “OECD 국가 평균으로 보면 GDP 대비 국가부채가 41%포인트 올랐다”며 “하지만 우리는 2008년 이후 9%포인트밖에 안 늘어났다”고 말했다. 문제는 한국의 구조적 상황이 매우 나쁘다는 점이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국민연금·공무원연금 등 공적연금과 국민건강보험 등의 지출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경우 한국의 재정은 급속도로 악화될 것으로 추정된다. 3년 전인 2012년 한국은행의 추계를 보면 현 상황을 가만히 두면 2030년 한국 정부의 부채는 GDP 대비 70%까지 상승한다. 만약 인구 감소에 따라 주택가격이 하락해 자산가치가 감소하고 금융성 채무가 증가할 경우에는 2030년 GDP 대비 부채비율이 100%를 넘어설 수도 있다. 15년 만에 재정이 급속도로 악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당시 예측보다 더 낮고, 부채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는 것을 감안하면 2030년 한국 재정은 이보다 더 나빠질 수도 있다. 가계부채도 매달 사상 최고치 갱신 한국의 부채문제를 국가채무만으로 봐서는 곤란하다는 주장도 있다. 국가채무는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직접 진 빚만을 더한다. 공공기관 등에 숨어 있는 빚은 빠졌다는 얘기다. 한국은 주요 정부 사업을 공공기관이 수행하는 일이 다른 나라보다 많다. 예컨대 4대강 사업의 경우 총 22조원이 들었지만 이 중 정부 빚으로 계산되는 것은 14조원뿐이다. 나머지 8조원은 한국수자원공사의 빚으로 분류된다. 이런 식으로 남겨진 빚이 LH공사, 코레일, 도로공사 등에 많다. 임대주택을 짓고, 철도와 도로를 깔면서 생긴 빚들이다. 또 지방공기업의 부채도 만만찮다. 부산, 대구, 대전, 광주 지하철 건설이나 인천아시안게임 주경기장 건설 등을 위해 진 부채는 국가채무 집계에서 빠져 있다.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 분석을 보면 ‘국가채무+공공기관부채+지방공기업 부채’를 모두 합친 국가부채는 2014년 말 현재 1127조3000억원에 달한다. 공식적인 국가채무 533조2000억원의 두 배가 넘는다. 한국 GDP가 1600조원이니까 잠재적인 국가부채를 모두 더하면 GDP 대비 70.4%까지 상승한다. 국가부채와 함께 주목되는 것이 가계부채다. 가계부채는 가계가 진 빚이지만 국가부채와 상관관계가 매우 크다. 국가가 복지를 책임지면 국가부채가 늘지만, 복지를 줄이면 가계부채가 늘어난다. 가계가 빚을 져서 복지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외환위기를 극복하면서 국가부채와 기업부채는 줄고 기업부채가 폭증한 것은 이 때문이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이 부채를 줄이면서 그 부채가 국가와 가계로 넘어왔다”며 “특히 최근에는 국가부채를 관리하면서 부채가 가계로 몰리는 현상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가계부채 증가를 방치할 경우 결국은 기업과 정부부채로 전이된다. 원리금 부담을 느낀 가계가 소비를 줄여 실물경제가 위축되고 집값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불황이 장기화되면 기업 수익이 줄어들고, 경기를 살리기 위해 정부는 추경 등을 통해 다시 빚을 져야 한다. 혹시나 가계가 빚을 갚지 못하게 되면 금융기관이 부실하게 돼 정부는 공적자금까지 퍼부어야 한다. 1991년 금융위기를 맞았던 덴마크가 이런 길을 걸었다.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 자료를 조면 2014년 국가부채는 전년보다 42조5000억원이 늘어났지만, 가계부채(66조3000억원)와 소규모 자영업자 부채(21조4000억원)는 108조8000억원이나 늘어났다. 김성태 한국개발원 연구위원은 “GDP 대비 30%니 40%니 하며 국가부채에 대해 숫자에 매달리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며 “지금 60%가 넘더라도 장기적으로 하향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문제가 안 되는데, 지금은 앞으로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측이 되니 불안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특집| 고시원의 엘레지]고시원의 슬픈 채무자들(2013. 07. 16 14:30)
- 2013. 07. 16 14:30 사회
- 쉽게 구하고 쉽게 떠날 수 있는 고시원. 지금 그 곳에는 고시생, 창문, 거주자를 방문하는 사람이 없다. 대신 빚에 쫓긴 사람들의 한숨, 빚독촉 전화벨과 노크소리, 채권추심 우편물만 쌓여간다. 고시원에는 보통 세 가지가 없다. 고시생이 없고, 햇빛이 없다. 그리고 거주자를 찾는 사람이 없다. 고시원 방문을 두드리는 사람의 기척은 고시원에 사는 사람들에겐 생경한 것이다. 대개는 어쩌다 방값이 밀리면 찾는 고시원 총무의 노크 소리이고, 그 외에 누군가 거주자를 찾는 소리가 나면 평범한 일은 아니라고 봐야 한다. 그 평범하지 않은 일들 중에는 빚을 독촉하는 대부업자가 찾아오는 일이 포함된다. 서울시내 한 전통시장 입구에 쉽게 돈을 빌릴 수 있다고 선전하는 대부업체의 광고 전단이 수북이 쌓여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대부업체서 급전 빌려쓰고 전전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한 고시원에서 총무일을 하고 있는 최인섭씨(29)는 고시원의 우편물 중에 제일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채권추심 관련 서류라고 말했다. 최씨가 일하는 고시원에는 70개 가까운 방이 있다. 우편물의 수가 적지 않지만 휴대전화요금·신용카드대금 고지서 등 통상적인 우편물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어떤 돈이든 미납한 이유로 날아오는 것들이다. 하지만 이 우편물들 중 상당수는 주인의 손에 쥐어지지 않는다. 이미 독촉을 이기지 못하고 다른 고시원으로 떠난 사람들에게 오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리는 사람들은 대부분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다. 예상치 못한 질병이나 사고 등의 이유로 급하게 목돈을 필요로 하지만 당장 통용할 수 있는 돈이 없을 때 대부업체 사무실 문턱을 넘게 된다. 정민국씨(가명·34) 역시 그랬다. 가구공장에서 일하던 정씨는 2011년 7월 가구제품을 회사 화물차에 싣고 운송하던 도중 교통사고를 냈다. 큰 사고는 아니었다. 하지만 회사는 사고 책임을 정씨에게 물으며 피해 운전자와 차량에 대한 배상을 정씨가 모두 떠안으라고 요구했다. 당장 수중에 돈이 없던 정씨는 결국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를 받은 돈과 대부업체에서 빌린 돈으로 사고를 처리했다. 빚의 무게에 눌리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였다. 사고 처리비용을 두고 회사와 빚어진 갈등 때문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정씨는 가구공장을 나와야 했다. 당장 들어올 돈이 없어져 생계도 막막한데 대출금 납입이 늦어지자 추심 전화는 빗발쳤다. 신용카드사를 포함해 정씨가 돈을 빌린 곳은 모두 세 군데, 빌린 원금은 합해서 100만원이었다. 별로 크지 않다면 크지 않다고 할 수도 있는 돈이었다. 그러나 거듭된 독촉전화에 지친 정씨는 앞선 대출금을 갚으려 또 다른 빚을 냈다. 빚 갚으라는 전화와는 달리 돈을 빌려줄 때는 친절했던 대부업체 상담원의 목소리를 정씨는 기억했다. 현재 정씨에게 남아 있는 빚은 모두 더해 800만원가량이다. 100만원이 8배 이상 불어난 것이다. 정씨가 보여준 한 대부업체의 독촉장에는 정씨가 내야 할 돈이 265만원이라고 고지돼 있다. 정씨가 2011년 8월 처음 빌렸던 원금은 20만원이었다. 정씨도 빚을 갚고 싶었고, 그래서 지금까지 70만원을 상환했다. 하지만 높은 이자율 때문에 빚이 줄어들기는커녕 더 불어나고 있다. “이제는 갚는 건 포기했어요. 애초에 이렇게 될 줄 모른 내가 잘못한 건 맞지만, 그래도 도저히 낼 수 없는 돈을 내라는 것도 말이 안 되는 것 아녜요?” “갚을 길은 없고… 딴 곳으로 튀었어.” 정씨의 월수입은 60만~70만원 사이다. 야간에 공연홍보 벽보를 붙여서 돈을 번다. 한 달에 23만원 하는 고시원 방값을 내고 식비와 교통비로 나가는 돈을 제하면 남는 돈은 얼마 안 된다. 애초에 정씨의 벌이로 갈 수 있는 곳은 고시원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씨는 지금의 고시원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얼마 전에 또 독촉장이 왔는데 평소와는 약간 다르길래 보니 방문예정통지서라고 적혀 있더라고요. 그날부터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불안해지기 시작했는데, 그래서 방을 옮기려고요.” 이미 정씨는 휴대전화 요금 연체 때문에 이전에 쓰던 전화는 정지된 상태다. 외국인들이 주로 쓰는 선불폰으로 바꿨다. 전화를 걸 일은 거의 없지만 일하는 데서 오는 전화는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전화번호가 바뀌면서 추심전화도 받지 않게 돼 좋아했던 정씨는 대부업체가 방문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시 불안해진 것이다. 정씨처럼 쉽게 떠나고 쉽게 방을 구할 수 있는 곳으로는 고시원만한 곳이 없다. 보증금도 없고 다달이 월세만 내면 된다. 대체로 방은 좁지만 자주 옮겨다니느라 짐도 단출한 사람들에게는 넓이가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차홍석씨(44·가명)는 고시원을 자주 옮겨 다녔다. 한 곳에서 6개월 넘게 머물지 않으려 한다. 흔히 일수라 부르는 대부업체로부터 크게 당한 뒤로는 혹시라도 누가 찾아오지 않을까 불안하다. 차씨의 방 책상에는 종이상자에 짐이 담긴 채 올려져 있다. 언제라도 떠날 수 있게 처음 이사올 때부터 짐을 풀지 않았다고 한다.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한 고시원의 내부 모습. 어두운 복도 양편으로 거주자들이 사는 방과 공용 화장실이 배치돼 있다. | 김태훈 기자 차씨는 한때 ‘사장님’이었다. 테이블 6개 정도가 들어가는 작은 가게에서 1년 6개월 전까지는 고깃집을 했다. 자취생·하숙생들이 많은 대학 주변 동네라 처음에는 그럭저럭 장사가 됐다. 그러나 2년 전부터 매상이 서서히 떨어지면서 고기를 들여놓기도 어려운 상태가 됐다. 어쩔 수 없이 가게 셔터 틈에 잔뜩 끼여 있던 일수 전단지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그때가 방학 때라 학생들이 없어서 방학 끝날 때까지만 버티면 다시 장사가 좀 되겠지 생각했는데, 방학이 지나도 영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더라고.” 그나마 매일 ‘일수를 찍어줄’ 정도는 됐던 매상은 다음 방학에 완전히 곤두박질쳤다. 차씨는 가게를 정리했고 남은 보증금으로 일수도 모두 갚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아내와 자식들을 경기도에 있는 부모님 집으로 보낸 뒤 차씨는 고시원의 작은 방을 빌려 서울에서 다시 일할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대부업체가 고시원으로 찾아온 것은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방문을 두드리는 대부업체 직원의 얼굴을 처음 봤을 때 차씨는 반가운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어쨌든 장사하던 몇달 동안 매일같이 보던 친구니까. 그때는 매일 꼬박꼬박 돈을 줬으니까 다툴 일도 없고 웃으며 지냈지. 근데 갑자기 빚이 아직 남았다는 소릴 하는 거야.” 그 직원은 숫자가 잔뜩 적힌 종이와 차씨가 처음 작성했던 계약서를 보여주며 아직 갚아야 할 돈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원금이 완전히 해결된 게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화도 내고 사정도 한 끝에 300만원을 더 내기로 합의했다. 매일 5만원씩 60일 동안 갚아나가는 식이었다. “그때 처음으로 노가다(건설현장 일용직)를 뛰었는데, 두 달만 하면 끝나니까 이 악물고 한동안 일했지. 근데 나같이 경험도 없는 잡부한테 매일 일이 있는 게 아니잖아. 하루 이틀 (일수가) 밀리기 시작하면서 그놈(직원)이 하는 짓도 험악해지고, 돈 줘야 되는 기간은 더 늘어나기만 하고…. 그래서 토꼈어(도망쳤어).” 차씨는 미리 봐둔 다른 고시원에 방을 잡은 뒤 그날로 밤중에 짐을 쌌다. 하지만 처음의 고시원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고시원으로 옮긴 탓인지 차씨를 우연히 발견하고 뒤를 밟은 대부업체 직원에게 사는 곳을 들키고 말았다. 차씨는 남은 기간의 방값도 포기하고 며칠 만에 또 다른 고시원으로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가족 괴롭힐까봐 아예 연락 끊고 살아 차씨의 경우처럼 대부업체가 거주지를 찾아가 추심행위를 하는 것은 불법이다. 특히 차씨는 고시원에 같이 살고 있던 다른 거주자들까지 차씨가 빚에 쫓긴다는 사실을 알게 됐는데, 이렇게 제3자에게 채무자의 대출 사실을 알리는 행위 역시 불법이다. 그러나 이런 불법추심행위는 끊이지 않고 있다. 당시 차씨가 살던 고시원 주인인 이모씨는 차씨 외에도 빚을 독촉하러 오는 대부업자들이 고시원에서 소란을 피운 일이 몇 차례 있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한 번은 경찰에 신고까지 했는데 경찰도 그 사람들(대부업자)을 밖으로 내보내기만 할 뿐이었다. 그 사람들이 나가면서 나를 노려보는 눈빛이 무서워서, 그 다음부턴 혹시나 나도 해코지당할까 싶어 신고도 못한다”고 말했다. 법보다 가까이에 있는 실제의 위협을 두려워하는 심리가 적극적인 대응을 막도록 만드는 것이다. 차씨에 대한 불법추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차씨의 행적을 찾지 못한 업체에서 차씨의 부모님 집으로 독촉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본인 외 가족에게 대출 사실을 알리거나 상환을 요구하는 것 역시 불법이다. 하지만 대부업체는 되레 법원에 재판을 걸었고, 얼마 후엔 차씨 부모님 주소로 판결문까지 날아왔다. 고민 끝에 차씨는 당시 살고 있던 고시원으로 자신의 주민등록 주소를 옮긴 뒤 다시 또 다른 고시원으로 이사를 했다. 차씨의 가족도 이사를 하고 전화번호를 바꿨다. 그 뒤로 차씨는 집요한 추심의 고통에서는 벗어났지만 그에겐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법적 책임이 찝찝하게 남아 있다. 빚의 굴레는 심지어 부모와의 인연도 끊게 만든다. 고시원을 운영하는 서정상씨(64)는 지금은 자신의 고시원을 떠난 한 거주자의 사례를 기억하고 있다. 아직도 날아오는 채권추심 업체의 우편물 때문이다. 서씨에 따르면 유모씨는 그 고시원에서만 6년 넘게 살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그런데 그가 고시원을 떠나기 약 1개월 전부터 신용정보업체에서 유씨에게로 오는 우편물이 늘기 시작했다. 그 무렵 유씨의 어머니도 고시원을 찾아와 유씨에게 왜 갑자기 채무상환을 독촉하는 우편물이 발송되는지 물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뒤 유씨는 살던 방 열쇠만 남긴 채 흔적도 없이 떠났다. 유씨의 어머니가 몇 차례나 찾아와 아들의 행방을 물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서씨가 그 물음에 대답할 도리는 없었다. 취재를 하기 위해 만난 고시원의 채무자들은 처음엔 기자를 경계하는 눈빛을 보였지만 대화가 이어지면서 빚과 관련 없는 이야기도 술술 말했다. 기자의 눈엔 그 모습이 고시원 생활 특유의 고립감 때문인 것으로 비쳐졌다. 그들이 일반적인 인간관계에서 적잖이 벗어나 있다는 인상은 자신이 채무 당사자임에도 “그래도 빚은 갚아야 한다”고 말하는 데서나, 빚 해결을 위한 개인회생·파산 등의 방법 또는 정부의 국민행복기금 등의 대책에 대해 들은 적이 없다고 말하는 데서 감지됐다. 그들은 사회의 안전망에서도 벗어나 있다. 건강보험·국민연금 미납으로 인한 자격상실 통지서는 채무 독촉장만큼이나 자주 그들에게 발송된다. 만일의 사고나 질병, 그리고 노후를 대비할 최소한의 방책도 갖추지 못한 것이다. ‘찾는 사람’이 없기를 바라며 고시원을 전전한 차씨는 기자를 배웅하며 말했다. “다음엔 그냥 한 번 놀러와.”
- 특집
- [특집| 고시원의 엘레지]대부업체 대출자 3분의 1이 다중채무자(2013. 07. 16 14:30)
- 2013. 07. 16 14:30 사회
- ㆍ저소득층일수록 의존도 높아… 연체율도 급상승 고시원 거주자와 같은 저소득·저신용 계층의 대출은 은행보다는 제2금융권과 대부업체에 집중돼 있다. 특히 대부업체의 대출 중 83.9%는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의 저신용자가 대상이었다. 하지만 저소득층의 자금수요가 대부업계로 몰리면서 연체율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의 2013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6월 말 5.8%였던 대부업체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2012년 말 9.4%로 급등했다. 대부업체의 전체 대출금액 가운데 저신용 연체자에 대한 대출금액 비중도 2012년 말 46.4%로 전년 대비 0.7%포인트 상승했다. 대부업계와 함께 저신용층에 대한 고금리 대출 비중이 높은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 역시 2010년 말 10%이던 것이 2012년 말엔 13.1%로 높아졌다. 같은 시기 상호저축은행의 저신용 연체자 대출금액 비중 역시 전년도에 비해 4.8%포인트 상승한 36.5%에 달했다.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서울 강남구 한국자산관리공사 앞에서 서민층 채무대책으로 조성된 국민행복기금의 확대를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해 6월 대출잔액 8조 넘어서 연체율 상승과 함께 대부업계의 대출 잔액과 대부업 거래자 수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2010년 6월 말 6조8158억원이던 대부업계 총 대출잔액은 지난해 6월 말 8조4740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대부업을 통해 대출을 받은 거래자는 189만명에서 250만명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세 곳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는 80만9000명에 달해 전체의 3분의 1에 육박했다. 2010년에 비해 14만명이나 늘어난 것이다. 문제는 자금 융통이 어려운 저소득·저신용층이 은행 등 제도금융권 대신 대출금리가 높은 대부업과 저축은행으로 몰린다는 데 있다. 특히 다중채무자의 경우 은행과 제2금융권에서 더 이상 대출을 받을 수 없어 대부업체의 대출에 의존하는 만큼 연체율을 상승시켜 대부업체의 자금 상황까지 악화시킬 소지가 크다. NICE신용평가 금융평가실의 이동선 선임연구원은 “소득의 양극화가 진행됨에 따라 저소득 가구의 비중이 증가하면서 대부업체들이 크게 성장할 수 있는 배경이 됐다”면서 “그러나 채무자의 상환능력 저하에 따른 연체율 상승 등으로 대부업권의 영업 상황이 주춤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저소득층 채무에 대한 대책으로 국민행복기금이 조성됐지만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체기간이 6개월이 지나야 기금을 신청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대부업체가 연체 후 6개월이 되기 전에 법원에 압류를 신청하기 때문이다. 압류된 부채에 대해선 기금을 지원하지 않는 점이 제도의 허점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금융정의연대의 최계연 사무국장은 “단기 연체자라도 재무상담을 통해 상환 가능성 진단을 받고 상환 불능 여부에 따라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어야 한다”며 “대부업 최고금리 인하와 등록요건 강화, 그리고 서민금융 활성화가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특집
- [경제]면책된 채무를 또 갚으라고?(2012. 10. 09 14:32)
- 2012. 10. 09 14:32 경제
- ㆍ금감원 소극적 민원처리로 불법 추심 해마다 반복 ㄱ씨는 2004년 구두를 만드는 작은 기업을 운영하던 중 부도를 맞았다. 고생 끝에 2010년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면책 결정을 받게 돼 채무를 갚을 법적 의무에서 벗어났다. 그런데 돈을 빌린 적도 없는 ㄴ대부업체로부터 지난해 느닷없이 빚 독촉을 받게 됐다. 자초지종을 알아보니 ㄷ카드사가 ㄱ씨에 대한 대출채권을 대부업체에 넘긴 것이었다. ㄱ씨는 ㄴ대부업체로부터 채권추심 위임계약을 체결한 ㄹ신용정보사로부터 지속적으로 빚 독촉을 받다가 지난 4월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면책된 채무에 대한 부당한 추심을 막아달라”는 취지였다. 금감원은 “민원이 접수된 이후 ㄹ신용정보는 민원인이 파산면책자임을 확인하고 채권자와 협의한 뒤 채권 종결처리를 약속했다”는 민원 처리 결과를 알려왔다. 고금리와 불법 채권추심 등의 피해를 입은 금융피해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 박재찬 기자 “신용정보사 추심 성공 땐 막대한 이익” 30대 여성 ㅁ씨는 한 백화점카드의 추심업무를 위탁받은 ㅂ신용정보로부터 2009년 6월 빚 독촉을 받았다. 이 추심업체는 ㅁ씨가 얹혀 살고 있는 친구의 집으로 전화를 해 “ㅁ씨의 채권 때문에 집으로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친구는 임신 3개월째로 안정이 필요한 시기였다. 하지만 추심업체는 친구에게 “사기 파산으로 친구를 고소하겠다”며 윽박지르기까지 했다. ㅁ씨의 휴대폰으로도 연락이 왔다. 그는 “면책을 받았다”고 항변했지만 추심업체는 “당신을 사기 파산면책으로 고소하겠다”며 협박했다. ㅁ씨가 법원에 면책을 신청할 당시 채권자 목록에 이 백화점을 실수로 누락한 것이 문제가 됐다. 파산법은 과실로 채권자 목록에 기재하지 않았더라도 고의가 아닌 경우에는 기재하지 않은 채무에 대해서도 면책효과를 주도록 정하고 있다. 민원을 접수한 금감원은 “ㅂ신용정보회사 관리팀장이 담당직원의 위법행위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며 “추심 담당직원에 대해서는 주의조치와 함께 앞으로 1개월 동안 채권수임 배정을 제한했다”는 답변을 ㅁ씨에게 보냈다. 면책 결정을 통해 법적으로 돈을 갚을 의무가 없는 면책자에 대해 고의적으로 채권추심을 일삼는 불법 채권추심 사례가 무더기로 발견되고 있다. 면책자에 대한 채권추심 건수를 보면 2008년 68건, 2009년 36건, 2010년 39건, 2011년 37건, 2012년 6월 현재 13건 등으로 지속적으로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 면책된 채권은 법적으로 변제 의무가 없어 시장가격이 ‘0원’에 가깝지만 신용정보사가 추심에 성공할 경우 엄청난 이윤을 보장받기 때문에 이 같은 불법행위가 기승을 부리는 것이다. 무소속 노회찬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2009년부터 2012년 6월까지 총 9301건의 ‘채권추심 민원목록’과 ‘면책자에 대한 채권추심 민원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해마다 면책된 채권에 대한 불법 채권추심이 반복되고 있음에도 금감원은 고발이나 조사 등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회찬 의원 “추심회사 봐주기 안될 말” 노 의원은 “금감원은 추심업체가 면책자인 ㅁ씨 본인은 물론 친구에게도 반복적으로 채무사실을 알리는 등 협박을 했다는 점을 알면서도 고발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9조는 채무자 또는 관계인을 협박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고, 위반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감원은 금융위원회에 해당 신용정보사를 신용정보법 제27조 6항에 따라 등록 취소하고,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9조에 따라 고발할 수 있다. 해마다 면책자에 대한 불법 채권추심이 반복되는 이유는 금감원이 불법 유형이 유사한 민원이 반복돼도 해당 신용정보사에 민원을 이첩하는 등 소극적인 민원 처리를 했고, 신용정보사의 계속되는 민원 취하 요구로 민원인이 민원을 취하해 구체적으로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노 의원실의 분석이다. (위부터)신용정보회사 추심 전화, 금감원 민원 접수 문자 | 노회찬의원실 제공 무역회사에 다니던 이모씨(38)는 무역금융 건으로 회사 대표이사의 연대보증을 선 뒤 회사가 부도 처리되자 보증 건을 떠안게 됐다. 이씨는 2006년 5월 30일부로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파산을 선고받았고, 같은 해 8월 23일부로 면책을 결정·확정받았다. 이씨는 채권자들에게 면책 결정이 됐다는 내용증명을 보냈음에도 지난 6월 ㅅ신용정보로부터 채무변제 독촉을 받았다. 이씨가 지난 7월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한 뒤 금감원으로부터 한 달가량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한 반면 ㅅ신용정보는 “민원을 취하해달라”며 11차례에 걸쳐 이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씨는 “‘전화가 올 때마다 우리 집에 오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에 6살 딸을 유치원에 못 보낸 적이 있다”고 말했다. 또 한 민원인은 지난해 면책된 이후 추심업체로부터 반복적인 채권추심을 받게 되자 내용증명으로 해당 신용정보사에 면책결정문 등을 보냈는데도 지속적으로 불법 채권추심을 당했다. 그는 지난 1월 금감원에 민원을 냈지만 금감원은 해당 신용정보사로 민원을 이첩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 의원은 “금감원이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만들며 소비자 보호에 앞장선다고 말하지만 이번 채권추심 민원목록을 검토한 결과 사실상 신용정보회사 봐주기로 일관한 것을 볼 수 있다”며 “채권추심회사의 불법행위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보지 말고 불법행위를 적극적으로 조사하고 제재할 것”을 주문했다. 금감원은 최근 민원 조사 결과 채권추심 과정에서 채무자를 협박하거나 가족에게 대신 갚도록 요구하는 등 불법행위를 한 것으로 추정되는 금융회사(5건)에 대해서는 채권추심을 중단토록 지도하고 경찰청에 수사의뢰를 했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파산면책 이전에 이미 매각된 채권 및 일반 상사채권 등을 금융회사가 아닌 단체 또는 개인이 불법적으로 채권추심을 할 경우 금감원이 관할할 수 없으므로 당사자가 직접 사법당국에 수사의뢰해야 한다”고 말했다.
- [재무설계]나도 혹시 채무 중독?(2010. 11. 24 16:32)
- 2010. 11. 24 16:32 경제
- 2008년 말 기준으로 은행 전산망에 신용불량자 꼬리표가 붙은 사람은 25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 외에도 신용회복위원회와 법원 등 중재기관을 통해 개인워크아웃, 개인회생, 파산 등을 신청한 사람까지 포함하면 신용위험에 빠진 사람은 500만명을 넘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우리나라 전체 경제활동인구를 약 2500만명으로 추정할 경우 약 20%에 해당하는 사람이 신용위험 상태, 즉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는 말이다. 특히 요즘처럼 가계경제가 불안할 때는 ‘빚 청산’이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 당장은 문제가 없을지 몰라도 어느 순간 소득감소나 대출이자 상승으로 인해 타격을 받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돈 많은 사람보다 빚 없는 사람이 행복하다’는 명제는 요즘 같은 시대에 딱 맞는 말이다. 1. 비상금부터 만들어라 - 불황기 가정경제의 최우선 과제는 최악에 ‘대비’하는 것으로, 부채상환이나 과도한 교육비, 혹 가족 중 누군가 갑자기 병원치료를 받게 되는 등 지출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당장 여유가 없더라도 조금씩 준비해야만 소득감소, 부채이자 등 외부충격에도 가정경제가 건실하게 유지될 수 있다. 2. 마이너스 통장 정리하기 - 한 번 만든 마이너스 통장은 쉽게 줄지 않는다. 심지어 상여금을 받아 목돈으로 마이너스를 막아 넣었는데도 다시 마이너스가 시작되는 현금흐름이 반복된다. 이런 현금흐름은 갑자기 소득이 감소하거나 목돈 쓸 일이 생기면 순식간에 마이너스 통장에서 신용대출로, 신용대출에서 카드론까지 발전할 위험이 있다. 심지어 마이너스 통장과 카드 결제 통장을 연결해놓고 쓰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한 달 생활비는 물론 현금흐름을 전혀 파악할 수 없어 더욱 위험하다. 3. 신용카드 정리하기 - 신용카드는 외상구매다. 돈의 기본은 벌기, 쓰기, 모으기, 그리고 다시 ‘모아서’ 쓰기이다. 신용카드를 손에 쥔 현찰로 착각하는 순간 돈의 흐름은 쓰기, 벌기, 갚기로 왜곡되기 쉽다. 수입과 지출의 균형을 맞추는 체계적인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4. 고정지출을 줄여라 - 고정지출이 줄면 돈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매월 현금흐름은 생각만큼 일정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 소비 수준은 상여달과 인센티브달에 맞춰져 있는데 매달 소득은 그에 미치지 못해 결과적으로 마이너스 현금흐름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맞벌이 중단, 경기 후퇴로 인한 일시적 소득 감소 등을 대비해 평상시 고정지출을 군살 없이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5. 불필요한 보험 정리하기 - 보험은 매달 나가는 고정지출 항목이기 때문에 불필요한 보험을 정리하는 것은 고정지출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뿐만 아니라 해약시 나오는 해약환급금을 통해 밀린 카드결제금이나 마이너스 통장 등 기존 부채를 상환해 금융비용을 줄일 수 있는 효과도 있다. 김인경<KFG 종합재무설계사> giraffe1023@paran.com
- 재무설계
- [숫자세상]서울시의 지난해 총채무액 外(2010. 07. 27 19:37)
- 2010. 07. 27 19:37 사회
- 3조2454억 서울시의 지난해 총채무액.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시 채무액은 3조2454억원으로 전년의 1조8535억원에 비해 1조3919억원(75.0%) 증가했다. 이를 시민 수로 나누면 시민 1인당 채무액이 2008년 17만7000원에서 2009년 31만원으로 상승한 셈이다. 이는 서울시가 지난해 경기 부양 등을 위해 지방채를 대거 발행함에 따라 전체 채무 규모가 거의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104만3989가구 가족 없이 혼자 사는 독거노인의 올해 추정 수치. 기획재정부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올해 독거노인 가구 수가 104만3989가구로 추정돼 지난해 98만7086가구에 비해 5만6903가구나 늘었다. 독거노인은 2006년 83만3072가구였으나 2008년 93만3070가구로 90만가구를 돌파한 바 있다. 연령대로는 70~74세가 34만1579가구로 가장 많았다. 37.2% 청소년에게 술을 판매한 것으로 조사된 업소의 비율. 여성가족부와 소비자시민모임이 지난 6월 전국 16개 시·도 2800여 개 업소를 대상으로 ‘청소년 유해약물 모니터링 사업’을 벌인 결과 술은 조사 대상 2823곳 가운데 1049곳(37.2%), 담배는 2824곳 가운데 924곳(32.7%)에서 청소년에게 판매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청소년에게 술을 판매한 1049곳 가운데 975곳(92.9%)과 담배를 판매한 924곳 가운데 839곳(90.8%)은 연령 확인을 하지 않았다. 1852명 정신장애 치료 경력자의 총기 소지 허가자 수. 감사원이 지난 2∼3월 경찰청에서 관리하는 개인 소지 허가 총기에 대해 점검한 결과 엽총과 공기총 소지 허가자 17만7883명 가운데 1852명(2438정)이 최근 3년 동안 10차례 이상 정신장애로 입원 또는 외래 치료를 받은 경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숫자세상
- [아시아 아시아인]사채 천국 일본, 채무자 허리 휜다(2007. 05. 29)
- 2007. 05. 29 국제
- 대출 쉽지만 고율 이자로 피해자 속출… 중요 광고주로 방송서도 비판 자제 일본에서 TV를 켜면 자주 나오는 광고가 있다. 예쁜 치와와 강아지가 모델로 나오는데 “이 강아지를 사고 싶으면 그렇게 해준다”는 사금융(대부업) 광고다. 그 광고 속의 노래 가사도 사람들의 귀에 익숙하게 됐고, 광고 속의 치와와 강아지 인기가 치솟아 때 아닌 품귀현상이 일어날 정도였다. 아는 사람에겐 돈 못 빌리는 국민성 위_ 은행 등 금융기관과 유흥업소가 몰려 있는 일본의 거리. 아래 _ 일본 거리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사금융 광고. 한국 사람들이 자주 여행이나 유학 등으로 일본을 오가기 때문에, 이제는 일본의 많은 문화가 한국에 알려졌다. 하지만 그들과 깊이 생활하지 않고서는 잘 모르는 것이 일본 사람들 사이에 생기는 돈 관계다. 일본 주부는 정말 돈이 1만 원, 2만 원이 필요해도 평소 친한 아줌마에게 빌리지 못한다. 단돈 1000원도 절대 친구나 형제, 부모에게 부탁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남에게 그런 부탁을 하는 것은 본인의 약점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일본 문화를 대변해주는 것이 사금융이다. 일본의 고리대금업자는 일제 때 우리나라에서도 악명을 떨쳤지만, 일본 에도시대부터 마치 전통처럼 자리잡았다. 일본의 초등학생들은 TV를 보면서 “노란 간판이 보이면 돈을 빌리세요” “사고 싶은 것이 있으면 OOOO” 하는 노래를 흥얼거린다. 어릴 때부터 이런 사금융 광고에 익숙해지고 그들에게 돈 빌리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다. 일본 사금융 업체의 홍보 전략은 놀랍다. 일본의 어디를 가도 사금융의 홍보 문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도쿄시내 고층 빌딩 위에는 의례적으로 사금융 회사의 광고 간판이 걸려 있다. 지하철이나 길거리에서 티슈를 나눠 주는 이들은 대부분 사금융 회사 홍보직원이다. 그리고 돈을 빌리는 절차 또한 간편하다. 시내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현금인출기에서 카드로 현금서비스를 받는 것처럼 쉬울 정도다. 전화 한 통, 인터넷 클릭 한 번이면 누구나 쉽게 돈을 빌릴 수 있다. 이용하기 편리한 사금융 때문에 일본인이 가장 싫어하는 ‘남에게 아쉬운 소리’를 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언뜻 보면 ‘친절한’ 일본 사회를 보여주는 것 같다. 하지만 사금융 회사들은 허가받은 사채업자다. TV 광고를 하고, 건물에 홍보 간판을 거는 등 엄청난 광고비를 지출하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빌려주는 돈의 이자가 높을 수밖에 없다. 이자가 높기 때문에 한번 빌려 쓰면 이자를 갚는 것만으로도 허리가 휠 정도다. 한 예로 구로다씨(32)는 라면 가게를 열면서 모자라는 200만 엔(원화로 1800만 원 상당)을 유명한 사금융 업체에서 빌렸다. 그는 우연히 시부야 광장에서 받은 공짜 티슈에 적혀 있는 전화번호를 보고 돈을 빌렸다. 사금융 업체에서는 50만 엔 이하로는 절대 빌려주기 않기 때문에, 여러 곳에서 빌렸지만 절차가 간편해 전화 몇 통으로 하루 만에 대출을 받았다. 하지만 문제는 높은 이자였다. 연 29.9% 정도 되는 이자는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구로다씨는 “매일 라면 한 그릇 팔 때마다 이자 생각을 했다”면서 “이 한 그릇을 팔면 이자를 얼마나 갚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한다. 그의 가게는 손님이 많이 오가는 편이었지만, 이자를 갚는 것이 쉽지 않다고 털어놓는다. 그는 3년간 열심히 일했지만 그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몇 개월 전 가게 문을 닫고 말았다. 라면 가게를 접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이자 독촉에 시달리는 것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매일 가게로 걸려오는 독촉 전화와, 우편물, 그리고 손님으로 가장해 가게로 와서 협박하는 직원까지. 그는 가게를 처분하고 도쿄 이케부꾸로에 있는 사금융 피해자들을 위한 ‘해바라기모임’에 참여했다. 그곳에서 ‘사금융 쓰지 않기 위한 운동’의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다. 사금융 피해자 재활지원 단체 결성 ‘해바라기 모임’은 사금융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재활을 돕고 법적 절차를 알려주는 활동을 하고 있다. 잘못된 정보로 사금융에서 돈을 빌렸다가 파산하고, 이혼과 자살을 하는 사건은 이제 일본에서 흔한 일이다. 이런 피해자들을 위해서 자원봉사자들이 돌아가며 상담도 하고 사금융 회사의 불법 사례를 감시하기도 한다. 이 모임의 대표인 스즈키씨(46)는 “사금융의 뿌리를 파보면 야쿠자와 관련 있는 사람이 많다”면서 “이들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돈을 빌려가게 만드는지 잘 알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사금융 회사 직원들은 거의 군대를 방불케 할 정도로 조직적이다”면서 “이자를 받아내기 위한 교육이 너무나 철저하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필자는 취재 때문에 사금융 업체를 방문했던 적이 있다. 사전에 모든 취재 협조에 대한 서류를 보냈지만 그들의 태도는 적대적이었다. 그들의 말투는 일본에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고, 태도는 매우 무성의했다. 필자가 외국 언론인이지만 그들의 답변은 “네” “아니오”로만 일관했다. 그들은 의자에 삐딱하게 앉아서 서슴없이 반말을 하기도 했다. 필자와 함께 동행했던 일본인 코디네이터도 “평생 저렇게 불친절한 일본인을 본 적이 없다”면서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친분이 있는 일본 방송의 한 PD에게 이 사실을 전했을 때 그는 “그래도 당신은 외국 언론이라 만나준 것이다”면서 “우리는 취재 자체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방송 황금시간대 광고를 사금융 업체가 많이 하기 때문에 방송사에게 중요한 광고주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들의 광고는 대기업 광고와 동등하게 취급될 정도였다. 그 PD는 “어느 방송사에서 그런 광고주를 비판하는 방송을 할 수 있나?”라고 이야기했다. 일본에서 사금융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고, ‘해바라기모임’ 등 사회단체가 사금융 폐단을 홍보하면서 사금융 회사의 이미지가 타격을 받고 있다. 그 틈을 비집고 시중 은행에서 ‘모비트’라는 대출을 해주고 있다. 연 14% 정도의 이자로 30만 엔 이하를 대출해주고 있다. 일본 대부업계의 한국 진출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자칫 한국도 일본과 비슷한 상황이 될지 모른다. 우리의 아이들도 사금융 회사의 광고를 보고 노래를 부르면서 사채를 쓰는 데 익숙해질지 모르는 일이다. 김영미 gabjini3@hanmail.net
- 아시아 아시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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