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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선인 중 235명이 ‘효험’…대부분 총선 후 중단 ‘반짝쇼’(2024. 05. 13 06:00)
- 2024. 05. 13 06:00 정치
- 제22대 국회의원 김성회 당선인이 4월 7일 경기 고양시의 스튜디오에서 자신의 유튜브 채널 <김성회의 옳은소리>의 라이브방송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주간경향은 22대 총선 당선인들이 유튜브 채널을 얼마나 개설했고, 활용했는지를 전수조사했다. 당선인 300명 중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사람은 235명이었다. 비례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을 포함한 민주당 당선인 171명 중 164명이, 비례정당인 국민의미래를 포함한 국민의힘 당선인 108명 중 66명이 유튜브를 개설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지난 5월 7일 오전 8시 경기도 고양시 화정의 한 빌딩. 9층에서 엘리베이터를 내리니 다른 사무실은 아직 어두운데 <김성회의 옳은소리> 사무실만 홀로 불이 켜져 있었다. <김성회의 옳은소리>는 22대 총선에서 경기도 고양갑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한 김성회 정치연구소 와이 소장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이다. 평일 아침 9시에 생방송을 한다. 사무실 한쪽에 방송을 진행하는 스튜디오가 마련돼 있다. 유튜브 생중계용 카메라가 삼각대에 세워져 있고, 조명과 컴퓨터, 모니터 2대가 보인다. 스튜디오 마련에는 얼마나 들었을까. “가장 비싼 게 이 카메라입니다. 산 지 4년 정도 지났는데 이게 한 400만원 되고, 그다음이 컴퓨터로 100만원, 조명은 이게 80만원, 저게 50만원… 한 500만원 정도 들었네요.” 김 당선인의 자리 뒤로는 국회의원 당선증과 유튜브 ‘실버버튼’이 놓여 있다. 실버버튼은 구독자 10만을 돌파했을 때 ‘유튜브 크리에이터 어워즈’ 측이 제공하는 징표다. 다음 목표는 골드버튼, 100만 구독자다. 지난 5월 9일 기준 <김성회의 옳은소리> 구독자 수는 24만6000여명. 등록한 동영상은 1426개다. ‘유튜브 크리에이터’ 당선인의 생방송 김 소장은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신문을 읽는다. 종이신문을 일일이 넘겨 보는 것은 아니고 스크랩 마스터라는 프로그램으로 훑어본다. “각 언론사의 기사를 주로 비교하면서 맥락을 찾아가는 식입니다. 특히 제 구독자가 평소엔 잘 안 읽을 것으로 예상되는 보수언론의 논조를 소개하면서 이들 언론의 ‘의도’를 분석하는 방식이에요. 물론 ‘왜 조·중·동 이야기를 하냐’고 힐난조로 이야기하는 사람도 없지 않지만요.” 다루는 내용이나 진행 시간 등은 자세히 계산해 결정한다. 대부분의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은 오전 7시나 8시에 시작해 9시 이전에 끝난다. 유튜브 생방송을 9시에 시작하는 것은 일종의 ‘틈새시장’을 고려한 것이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생방송을 시작할 시간이 됐다. 10분 전부터 생방송을 켜놓고 체크했다. 방송 시작 전 대기 중인 구독자는 25명이었다. 방송이 시작하자 삽시간에 불어났다. 2분 만에 406명. 11분 후 642명이었다. 실시간 동시접속자가 1000명을 돌파한 것은 23분 후였다. 이날 최대접속자는 1181명. 청취자들은 <김성회의 옳은소리> 유튜브 생방송 창이 익숙한 듯 서로 아침 인사를 나눴다. “자,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고요. 제가 내일은 어버이날이라서 예전 같으면 방송했을 텐데 요즘은 지역 일정이 워낙 많네요. 하루 빠지고 모레 아침 9시부터 ‘아침부터 옳은 소리’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방송 클로징 멘트다. ‘옳은 소리’라는 채널명은 국민의힘의 공식 유튜브 채널 <오른 소리>를 패러디한 것이다. 지난 총선 기간 중 국민의힘은 채널 이름을 <오른 소리>에서 <국민의힘 TV>로 바꿨다. 지난 21대 총선과 이번 총선의 큰 차이 중 하나는 출마자들의 유튜브 선거였다. 가히 유튜브 총선이라 할 만했다. 정치인들이 채널명에 자신의 이름을 먼저 쓰고 뒤에 TV를 붙이는 것도 이번 총선을 거치면서 ‘표준’이 됐다. 주간경향은 22대 총선 당선인들이 유튜브 채널을 얼마나 개설했고, 활용했는지를 전수조사했다. 당선인 300명 중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사람은 235명이었다. 정당별로 보면 비례 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을 포함한 민주당 당선인 171명 중 164명이 유튜브를 개설했다. 국민의미래를 포함한 국민의힘 당선인 108명 중 개설자는 66명이었다. 영상 수와 구독자 수를 비교해보면 차이는 더 벌어진다. 개설 후 지난 5월 9일까지 국민의힘 당선인 66명이 게시한 영상 수는 총 1만8078개였고, 구독자는 총 89만9283명이다. 반면 민주당 164명이 게시한 영상 수는 총 4만6803개, 구독자는 총 469만9691명이었다. 구독자 수 기준으로 민주당이 국민의힘의 약 5.2배다. ‘유튜브 총선’ 결과는 민주당의 압승 당선인별로 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독자 수가 102만명으로 압도적 1위다. 전체 민주당 당선인 구독자 수의 20%가량을 이 대표가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2위 용혜인(32만2000명), 3위 이언주(30만4000명), 4위 정청래(28만7000명), 5위 추미애(26만5000명) 순이다. 국민의힘에서는 6위를 기록한 유용원 당선인(25만2000명)이 가장 높다. 그런데 유 당선인이 운영하는 <유용원TV>에 이번 선거 관련 영상은 전혀 없다. 유 당선인이 매일 2~3회씩 지속해서 올리는 콘텐츠는 조선일보 재직 시절부터 군사전문기자로 유명한 만큼 군 관련 콘텐츠가 전부다. 유 당선인은 지난 5월 6일 기자와 통화에서 “원래 군사전문 유튜브 채널로 운영해온 만큼 그 성격은 등원 후에도 유지할 계획”이라며 “정치인으로서 본격 활동을 하게 되면 유튜브를 통한 소통도 필요할 거로 보는데 기존 채널에 대화하는 채널을 추가할지 아니면 별도 채널을 개설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등록 영상 수로 순위를 매겨보면 조금 다르다. 1위는 뜻밖에도 조정훈 국민의힘 당선인이 차지했다(3364개). 2위는 2948개를 등록한 유용원 당선인이, 구독자 수에서 1위를 차지한 이재명 대표가 3위(2715개)를 기록했다. 4위는 정청래(2411개), 5위는 김병주(1849개) 당선인이 차지했다. 조정훈 의원실 최병현 보좌관에 따르면 조 의원은 <조정훈> 채널 이외에도 두 개의 채널을 더 운영하고 있다. <마포갑보안관>이라는 지역구민 전용 채널이 있고, 정치 현안 주요 이슈에 대해 발언하는 <요즘 여의도>라는 채널도 있다. 최 보좌관은 “국민의힘과 통합하기 전에 우리는 원내 소수정당이었던 시대전환이었다. 아무리 메시지를 내놓아도 주류언론에서는 우리 주장을 잘 안 받아준다. 우리 메시지를 좀 더 가성비 있게 내보자, 그래서 세 개의 채널을 만든 것이다. 세 채널의 주요 타깃층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조정훈 의원의 유튜브 채널은 최 보좌관이 총괄한다. 영상은 ‘쇼츠’(1~2분 내외의 짧은 영상)를 포함해 오전 2개, 오후 1개·저녁 2개 정도로 하루에 5개 정도의 콘텐츠를 만들어 등록한다. 최 보좌관은 “정치권에서 쇼츠 영상은 아마도 우리가 제일 먼저 만들었을 것이다. 하루에 5개 콘텐츠를 편집해 올리는데 노하우가 생겨 시간은 그리 많이 걸리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도 ‘유튜브를 가장 잘 활용하는 의원’으로 소문나 있다. 서울 은평갑에서 3선에 성공한 박주민 의원의 유튜브 채널 <박주민TV>의 구독자 수는 24만4000명으로 당선인 구독자 순위에서 앞에 소개한 김성회 당선인(24만6000명)에 이어 8위를 기록했다. 보통 유권자 수 12만~15만명으로 선거구가 획정되고 국회의원 투표율이 50~60%인 것을 고려한다면 현실적으로 국회의원선거에서 당선되기 위한 유효표 수는 5만~8만명이다. 물론 유튜브 구독자가 다 지역구 주민일 수는 없지만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구독자 중 3000~4000명만 지역민이라면 51%만 넘기면 되는 한국의 승자독식 선거제도에서 큰 무기가 된다. “지역에서 선거운동할 필요가 없을 리 있나. 물론 지역민 중에서도 유튜브를 보는 사람도 있지만, 구독자는 전국에 퍼져 있고 중요한 것은 구독자 수가 아니라 얼마나 ‘로열티’가 있냐에 달린 것 같다.” 박주민 의원실 관계자의 말이다. 그에 따르면 박 의원은 ‘정치인치고는 초기에’ 유튜브를 시작했다. 과거에 주목받았던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유튜브가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은 제작에 인력이 투입돼야 한다는 것. “다른 의원실에서 어떻게 해야 유튜브에서 성공할 수 있는지 문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인턴들에게 맡기면 성공할 수 없다고 조언한다. 중요한 것은 자기 콘텐츠가 있어야 하는데 박주민 의원은 본인 콘텐츠가 세고 공부가 많이 돼 있어 여러 전문이슈를 다룰 수 있었던 것이 그래도 잘 이용하고 있다는 평을 듣는 이유일 것 같다.” 대부분의 당선인이 4월 10일 총선 뒤 유튜브 콘텐츠 업데이트를 중단했지만, ‘유튜브를 잘 활용하는 것으로 소문난’ 박주민 의원은 ‘주민캠프 3주의 여정’이라는 제목으로 총선 회고 영상을 총선 1주일 뒤 올렸다. /박주민TV 캡처 조정훈 의원 측이 선거 이후 올린 개표 당일 선거캠프 상황을 기록한 유튜브 영상 <599표차, 그날의 기록> /조정훈 유튜브채널 캡처 조정훈·박주민 당선의 비밀은 유튜브? 주목받는 유튜브 채널만 볼 일은 아니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이다. 이번에 다시 국회의원 배지를 다는 데 성공한 국민의힘 박성민·이철규·이양수·박덕흠 의원의 공통점은 ‘친윤’ 또는 ‘윤핵관’만이 아니다.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지 않았다는 점도 같다. 지난 5월 8일까지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았던 윤재옥 의원도 유튜브를 하지 않는다. 이양수 의원은 왜 유튜브를 개설하지 않았냐는 주간경향의 질문에 “별 이유는 없다. 어쩌다 보니…”라고 말했다.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지 않은 당선인들이 전통적 지지기반 지역에 몰려 있는 것도 눈에 띈다. 국민의힘은 영남과 강남·강원, 더불어민주당은 호남지역 의원이 대다수다. 송경재 상지대 사회적경제학과 교수는 “당선인만 아니라 조사범위에서 낙선한 상대 당 후보까지 확대한다면 정반대의 데이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의 호남, 국민의힘의 영남·강원권 출마자들은 굳이 유튜브를 통해 새로운 지지세력을 끌어들일 필요 없이, 말 그대로 집토끼만 잡으면 되기 때문에 별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두 정당 외에 소수정당 당선인들은 거의 유튜브 활동을 하고 있지 않은 것도 눈에 띈다. 12명의 당선인을 낸 조국혁신당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출신으로 비례로 옮겨온 황운하 당선인을 제외하면 유튜브를 운영하는 사람이 없다. 3명의 당선인을 배출한 개혁신당도 의외로 따로 개인 유튜브 채널은 운영하지 않는다. 조국혁신당의 경우 창당한 지 얼마 안 되는 시점이라 정치 경험이나 노하우가 쌓이지 않은 탓으로 풀이된다. 조국혁신당 정책위의장을 맡은 서왕진 당선인은 “아직 전반적인 세팅이 덜 돼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 시절 ‘트위터(현 X) 활동지수’ 공식까지 만들어 공개했고,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친뉴미디어 행보를 보여온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나, 천하람 당선인 등이 개인 유튜브를 운영하지 않는다는 것은 의외의 행보다. 창당 전부터 이들이 공동으로 운영해온 채널 <여의도재건축조합>을 개원 이후에도 활용하고 따로 개인별 유튜브 채널은 개설하지 않을 방침이다. <여의도재건축조합>은 개혁신당과 별도 법인으로 당 공보국장을 겸임하고 있는 박종원 대표가 서울 마포구에 ‘미디어콘텐츠 창작업’을 업태로 지난해 신고했다. 지난 5월 8일 통화에서 박 대표는 “이준석 대표는 <여의도재건축조합> 채널 개설 당시 국회의원도 아니었지만 소통은 필요한 상황이라 만들게 된 것”이라며 “당시 선관위 쪽에 문의해보니 이 대표 이름으로 만들어 관련 수익이 발생했을 경우 정치자금법에 걸릴 수도 있다는 해석을 해서 외곽에 별도 법인으로 만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대부분의 당선인이 마지막으로 영상을 등록한 것은 1개월 전으로 나온다. 지난 4월 10일 총선 당일을 기점으로 활동이 중단됐다는 의미다. 그나마 구독자 수·영상 수에서 상위권에 올라온 당선인들의 활동은 선거 이후에도 활발하다. 결국 잘 되고 안 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는 뜻이다. 선거 후 활동 중단된 당선인들의 유튜브 김성회 당선인은 22대 국회에 등원하면 의원회관 사무실과 지역사무실에 스튜디오를 꾸리고 아침 생방송을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유튜브나 뉴미디어 담당 인력은 따로 두지 않기로 했다. “10분짜리 영상을 만드는데 외주를 준다면 회당 50만~100만원이 들어간다. 매일 영상을 만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하면 한 달에 400만원 인건비는 줘야 한다. 그렇다면 현금으로 연 5000만원은 든다는 이야기인데 현행 선거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후원받을 수 있는 정치자금의 상한액이 1억5000만원이다. 그렇다면 정치자금의 3분의 1 가까이 유튜브나 개인 홍보영상으로 써야 한다는 게 된다. 현실성이 없다.” 그는 이 문제를 현실화하려면 현행 정치자금법을 개정하거나 국회나 당 차원의 지원 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나 당 차원의 지원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박주민 의원실에 따르면 국회 차원에서 보좌관들을 모아 유튜브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프리미어 편집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법 등의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돼 몇 차례 열렸다고 한다. 지난해 9월에는 <이실직GO>라는 이름으로 각 의원실이 대담·토론 등 유튜브 콘텐츠를 직접 제작해 송출할 수 있는 스튜디오도 의원회관 2층에 마련됐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됐다고 하지만 보좌진 입장에선 현실적으로 바빠 교육에 참여하기 쉽지 않다”라며 “오늘(5월 8일)도 <이실직GO>를 활용해서 박 의원 유튜브 콘텐츠를 제작했는데 실질적으로 이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하헌기 새로운소통연구소 소장은 “정치인 유튜브가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의원 본인이 유튜브 생태계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의욕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유튜브를 하겠다는 의원은 엄청나게 많다. 그런데 실태를 보면 9급 비서나 홍보비서관 한 명이 전담하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제대로 하겠다는 사람은 5급 선임비서관 자리를 주기도 한다. 개점 휴업 상태인 유튜브가 많은 이유는 의원 본인이 유튜브의 메커니즘을 알고 생태를 알아야 하는데 보좌진에게 맡겨놓고 ‘조회수 좀 잘 나오게 할 수 없나’ 하는 식이면 실력이 있는 사람이 와도 성공할 수 없다. 보통 의원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시킨다. 이를테면 상임위 발언을 잘라 올리라고 한다든가. 그런데 갑자기 유세 연설을 올리면 알고리즘이 다 깨진다. 쉽게 설명하면 먹방 채널을 주제로 하던 유튜버가 어느 날 갑자기 경제학 강의를 하고 있으면 사용자들은 다 구독 취소한다. 먹방 채널을 보러 간 사람이 공부하러 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비례의원으로 당선된 김소희 의원이 개설한 유튜브 채널 <김소희 TV>는 지난 4월 22일 문을 열었다. 이번 총선 당선인 중 유일하게 총선이 끝난 뒤 유튜브를 개설했다. 영상은 2개이고 지난 5월 9일 기준 구독자는 5명이다. “당선 전에는 선거 유세 지원이 우선이었기 때문에 제 것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따로 없어 개설할 수 없었다. 유튜브를 개설한 4월 22일은 지구의 날이었고, 마침 그날 우리 당(국민의힘) 당선인 총회가 있었다. 당 당선인들에게 1회용품을 줄이자는 메시지도 전달하고, 기후변화라는 이슈에 대해서도 우리 당이 관심을 가졌으면 해서 생각해낸 것이 유튜브 개설이었다.” 지난 5월 6일 통화한 김 당선인의 말이다. 그는 이런 포부를 덧붙였다. “다들 22대 국회가 개원하면 정쟁이 계속될 것인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는데 내가 생각하는 22대 국회에서 협치해야 할 유일한 이슈가 있다면 기후 문제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유튜브 채널을 키워 다양한 전문가도 초빙해 토론하고 기후 문제를 알려 나가도록 힘쓰겠다.”
- 표지 이야기
- 총선 여론·출구조사는 왜 틀렸을까(2024. 04. 22 06:00)
- 2024. 04. 22 06:00 정치
- 범야 200석·국힘 100석 이하 예측 실체는 있어…출구조사 데이터 공개 필요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22대 총선일인 4월 10일 오후 국회도서관 강당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개표방송을 시청하고 있다./성동훈 기자 “틀린 부분에 대해서는 비판을 받는 것이 맞다. 투표 날 저녁부터 그다음 날 방송·유튜브까지 패널로 참여한 곳에서 예측 실패에 대해 공식 사과를 많이 했다. 국회방송 총선토론회에서 사회를 보던 정관용 교수가 ‘엄 소장님, 한마디 하셔야지요?’라고 말씀하셔서 또 사과했다. 사과는 당연히 하는 것인데 큰 틀에서 이번 선거 판세가 국민의힘에 불리하게 돌아가는 것은 알았지만 입장을 유지한 측면도 있고, 선거 막판 방향과 흐름이 여론조사와는 달리 나올 거로 봤다.” 총선 1주일 뒤인 지난 4월 18일 통화한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의 말이다. 주간경향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2회에 걸쳐 정치평론가·선거컨설턴트 8인의 판세 예측을 제시했다. 선거 6일 전인 지난 4월 4일까지 엄 소장은 ‘국민의힘 과반 예측’을 유지했다(민주당 130·국민의힘 151). 8인 전문가 예측을 선거 결과에 비춰보면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의 예측(민주당 171·국민의힘 108)과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고문의 예측(민주당 165~175·국민의힘 105~115)이 실제 선거 결과에 제일 가까웠다. 이와는 별도로 주간경향은 MBC와 서울대 박종희 교수 연구팀의 ‘여론M’을 활용해 판세를 예측했다. 주간경향은 지난 3월 29일부터 4월 7일까지 매일매일 업데이트되는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판세를 전망했는데 3월 29일 첫날 범야권은 199석을 얻는 것으로 나왔다. 선거일이 가까워지면서 여론조사 결과가 추가됨에 따라 이 수치는 매일 변했다. 개혁신당을 포함한 범야권 의석 예측 수는 202→209→207→205 순으로 달라졌다. 범야 200석은 개헌과 탄핵을 할 수 있다. 예측에 따라 범야 개헌의석의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정당은 개혁신당에서 진보당으로, 마지막에는 조국혁신당으로 바뀌었다. 여론조사 기반 예측 200석 나온 까닭 범야 ‘200석+α’는 주간경향만 내놓은 수치가 아니다. 유튜브 정치·시사 채널들도 앞다퉈 비슷한 예측을 제시했다. 공표금지 기간 직전까지 치러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3~4석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대부분 비슷한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선거 전날 여론조사업계에 있는 지인으로부터 “업계에서는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받을 의석을 두고 85석, 87석 이야기가 나온다”라는 말을 들었다. 헌정사상 최초 범야 200석 돌파는 거의 확정된 듯했다. 그리고 선거 당일 오후 6시에 발표된 출구조사 결과에서 KBS는 민주당 178~196석·국민의힘 87~105석, MBC는 민주당 184~197석·국민의힘 85~99석, SBS는 민주당 183~197석·국민의힘 85~100석을 예측했다. 대체로 12~14석을 받을 것으로 나온 조국혁신당을 더하면 범야 200석이 만들어진다는 전망이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해찬·김부겸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 등 당 지도부가 4월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제22대 국회의원선거(총선) 민주당 개표 상황실에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며 환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개표 결과는 예측과 달랐다. 민주당(비례정당 더불어민주연합 포함) 175석, 국민의힘(비례 국민의미래 포함) 108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진보당·새로운미래 각 1석이었다. 여론조사 기반 예측에서 최소 1석이었던 무소속 당선은 없었다. 부산·경남(PK)지역에서는 국민의힘 후보가 대거 당선됐다. 범야 200석을 이야기했던 여론조사 종합 판세·출구조사는 왜 실패했을까. 흥미로운 대목은 공표금지 기간 직전까지의 여론조사 결과가 다른 방법으로 조사된 출구조사까지 이어졌다는 점이다. “출구조사의 경우 나온 것을 그대로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한쪽 방향으로 보정한다. 듣기로는 이번에는 거의 보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출구조사를 자문하는 사회학이나 통계학 교수들이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세(勢)가 워낙 강하니 조정하지 않은 듯하다. 지난 총선 당시 집권당이던 현 민주당이 180석을 한다는 결과를 받고 조정했는데 결국 그 보정이 틀렸다는 ‘경험’이 쌓이면서 이번 출구조사 보정에 반대로 영향을 끼친 것 같다.” 신창운 한국여론평판연구소 소장의 말이다. 여론조사·출구조사 민주당 편향, 왜? 이번 방송 3사 출구조사는 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입소스 3개사가 수행했다. 조사는 4월 10일 전국 254개 선거구 1980개 투표소에서 진행됐다. 응답자 추출 방법은 ‘투표소 출구로 나오는 매 5번째 투표자를 같은 간격으로 조사하는 체계적 추출’이다. 총조사자 수는 35만9760명. 조사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9%포인트~7.4%포인트다. 방송 3사는 유권자의 31.28%, 1384만9043명이 참여한 사전투표를 어떻게 조사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번 출구조사에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김영원 숙명여대 통계학과 교수가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내용을 보면 사전투표는 투표 종료 후 5만 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가상번호 전화 면접조사를 했다. 5만 명 중 비례대표는 6000명, 지역구는 4만4000명(55개 경합선거구에 800명씩) 조사해 당일 출구조사 보정에 반영했다. 이 조사는 응답자 중 40% 정도가 사전투표자일 것이라는 가정으로 설계됐다. 출구조사의 구체적 데이터는 개표방송 당일 각 방송사가 제시하는 그래프나 웹사이트에 개설한 총선 특집 페이지를 제외하곤 따로 공개되지 않는다. 총선·지방선거·대선 모두 마찬가지다. 선거 관련 여론조사데이터를 모아 제시하는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 홈페이지나 중앙선관위가 사후에 발간하는 <선거총람>에도 이 자료는 포함되지 않는다. 사실 세대별 정당·후보 지지율 등의 유일한 근거가 바로 이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다. 2021년 재보궐 이후 논란이 됐던 ‘이대남 72.5% 보수 지지-이대녀 15% 군소후보 지지’ 주장의 근거도 이 출구조사 세대 지지율이 바탕이었다. 여심위·선관위는 “출구조사는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론조사가 아니기 때문에 출구조사 결과의 검증이나 수집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4월 9일 서울 동작구 중앙대병원 앞에서 나경원(동작구을) 후보 지지 유세를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여심위에 등록되지 않은 여론조사 결과는 더 있다. 공표금지 기간에 실시되는 여론조사와 각 정당이 수행하는 비공표 여론조사다. 조선일보는 지난 4월 14일 기사에서 국민의힘 측이 수행한 비공표 여론조사 동향에 대한 흥미로운 내막을 전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취임할 당시 국민의힘 자체 판세 조사에서 예상 의석수는 80~90석이었고, ‘부산에서도 과반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왔다는 것이다. ‘서울 49석 중 우세 6석’이라는 국민의힘 자체 분석 결과가 이 시점에 회자됐다. 기사에 따르면 지난 1월 이른바 김건희 여사 명품백을 둘러싼 한동훈·윤석열 극렬대치가 봉합되면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올라갔다. 1월 말에는 100석, 2월 하순엔 130석을 넘어섰다. 지난 2월 25일에는 대통령실 참모 출신인 장성민 후보가 160석을 거론했다. 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내부 수치는 지난 3월 첫 주에 140석을 넘기며 과반이 눈앞에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지난 3월 10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도피성 호주대사 임명,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발언(3월 14일)이 터지며 지지율은 급전직하했다. 기사에 따르면 서울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1주일 사이에 15% 빠졌다. 3월 하순 대파 논란, 민생토론회, 의료개혁으로 당 자체 분석 의석수는 100석으로 내려갔다. 한 달 상간에 지지율이 롤러코스터를 탄 것이다. 선거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범야 200석을 막아달라”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유세는 단순히 지지자 결집용 엄살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이 ‘롤러코스터’는 대부분의 여론조사와 정치평론가·선거전문가들의 분석에서 일치하는 대목이다. “김어준 여론 동원에 여연도 당했다” 상반되는 의견이 있다. 방송인 김어준씨와 유시민 작가 등이 내세우는 주장이다. 이번 선거의 구도는 정권심판 선거였으며 일찌감치 민주당 등 야권의 압도적 우세가 결정돼 있었다는 것이다. 근거는 김씨가 자체적으로 설립한 여론조사기관인 ‘꽃’의 여론조사 결과와 민주당 지지세가 변하지 않은 MBC 패널 조사 등이다. 다른 여론조사 결과에서 잡힌 1~2월 중 국민의힘 지지율의 ‘깜짝 상승’은 국민의힘 경선 여론조사를 기다리던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과다표집돼 벌어진 착시라는 주장이다. 어떤 분석이 맞는 걸까. 국민의힘 측 여의도연구원(여연) 부원장을 지낸 김장수 장산정책연구소장는 “이번 총선에서 여론조사에 한한다면 김어준의 ‘프로파간다’에 우리 측 여연도 당한 셈이다”라고 말했다. 무슨 뜻일까. “샤이 보수가 응답을 안 한 것이 아니라 거꾸로 어떤 성향 사람들이 과다하게 응답한 것이다. 그 사람들이 누굴까. 김어준의 유튜브 방송 구독자가 150만 명이다. 온라인만이 아니라 오프라인에도 통하는 막강한 망(네트워크)이다. 여론조사기관 ‘꽃’ 설립 의도는 민주당 지지자들을 모빌라이즈(동원)하는 것이었다. 그게 밴드웨건 효과(많은 사람이 모일수록 사람들이 따라 하는 효과)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편향은 ‘꽃’에서만 나타난 것이 아니라 다른 기관 조사에서도 나타났고, 그 경향이 출구조사까지 이어졌다. ‘꽃’만의 기관 편향 문제가 아니었다.” 그는 문제를 더 정확히 본다면 샤이 보수의 숨은 표가 아니라 응답자 편향이 지배한 것이 이번 총선에서 여론조사·출구조사 실패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정치평론가나 선거전문가들은 여론조사 추이만으로 판세 예측을 하지 않는다.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는 “최종적으로 판세를 예측할 때 54군데를 접전지역으로 봤는데, 거기엔 스윙보터 지역도 있고 초접전 지역도 포함돼 있다”라며 “역대 선거 결과와 여론조사 추이, 후보의 인물 경쟁력과 정국 구도 아래 나온 여론조사 등을 종합해 특정선거구의 유불리를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종적으로 예측에 실패한 것이 부산·경남 지역인데 부산은 민주당·조국혁신당 등 야권에 상당히 여론도 좋고, 여론조사에서도 두 개 정도 앞섰기 때문에 야권이 더 득표할 것으로 봤다”며 “공표금지 기간에 들어가면서 샤이 보수라기보다는 100석 위기에 대한 위기감이 부산을 포함한 전체 영남을 휩쓸었다. 부산의 경우 대부분 선거구에서 민주당이 40~45%선에서 접전을 벌였는데 막판에 1~2% 차로 뒷심에서 달렸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실제 이번 총선에서 여야의 대치 전선은 ‘여권 100석 여부’를 두고 그어져 있었고, 막판 PK 결집이나 경기 분당 등에서 엎어지면서 최종 108석이 된 것은 ‘양문석 효과’와 같은 야권 악재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미완의 선거 혁명이었다고 본다. 탄핵 여부를 떠나서 나라가 이대로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표심을 통해 드러난 민심이었다. 결국 윤석열이 바뀌어야 하는데 선거 막판, 그리고 선거 후까지 보여주는 윤 대통령의 태도는 자신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태도를 바꾸려면 100석 이하가 돼야 의미가 있었다. 양문석 당선인은 어떤 의미에서는 역사에 죄를 저지른 셈이고, 그 죄를 만든 후과는 어떤 식으로든 현 민주당 지도부에게 돌아올 것으로 본다.” 과연 그렇게 될까. 공표금지 기간 6일 없애거나 줄여야 현행 6일로 규정돼 있는 공표금지 기간은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선거 여론조사·출구조사 문제가 나올 때마다 항상 지적된다. 김능구 대표는 “소위 깜깜이 기간이라 불리는 공표금지 기간에 이뤄진 여론조사가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아직도 사람들이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우르르 한쪽으로 몰려갈 수 있다는 의심을 전제하고 있는데 실제 국민의 마음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보여주도록 공표금지 기간을 없애거나 단축해야 한다”라며 “한편으로는 여론조사가 실제 투표에서 나타나는 주권자로서 민심 표시와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도 명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빈번하게 예측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총선 출구조사에 대한 개선은 여전히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창운 소장은 “한국의 선거 여론조사에서 안심번호 제공과 같은 여건은 선진국들과도 비교해도 나쁘다고 할 수 없다”라며 “똑같이 사전투표가 시행되는데 대선이나 지방선거에서 출구조사의 정확성은 높은 데 비해 총선 출구조사 실패가 계속되는 걸 보면 실패의 원인을 단지 사전투표 실패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신 소장에 따르면 예컨대 미국의 경우 선거가 끝난 뒤에도 유권자들이 어떤 이유로 어떤 후보를 지지하는지 연구용으로 공개해 연구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개돼 있는데 한국은 공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많은 돈을 들여서 하는 조사인데 투표가 완료되면 그날 오후 6시부터 30분 정도 사용하고 끝이다. 개표가 시작되면 출구조사는 더 활용을 안 한다. 당연히 딱 1시간 사용하려고 그 많은 비용을 들이느냐는 말이 나올 수 있다. 이 부분도 다른 선진국 사례를 벤치마킹해 개선할 부분은 개선해야 한다고 본다.” 출구조사 결과에 대한 종합판단은 조사를 진행한 세 개 조사기관이 보고서를 만들어 올해 4월 하순 방송 3사 자문교수단과 함께 평가회의를 열어 검토하지만 내용은 비공개다. 방송 3사 출구조사에 참여한 한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대선이나 지방선거 광역단위와 달리 사실 몇퍼센트 차이로 바뀌는 것이 많아서 개별선거구 단위로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않다”라고 말했다. 출구조사 자료 공개 여부에 대해서는 “조사를 수행한 기관이 소유권을 갖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방송협회 등이 결정할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여론M 판세 예측이 국민의 절묘한 선택에 이바지했다면 보람” 박종희 서울대 교수·국제정치데이터센터장 인터뷰 박종희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4월 15일 자신의 연구실에서 총선여론조사와 관련해 인터뷰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에 집계되는 각 여론조사기관 데이터를 종합분석해 판세 예측을 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여심위에 올라온 기관별 개별 데이터를 내려받아 분석하는 작업은 품이 많이 드는 일이었기 때문에 선거전문가나 정치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가진 소수의 사람만 수행하는 작업이었다. 박종희 서울대 교수 연구팀과 MBC가 2020년부터 개설한 여론M 사이트는 그 작업을 대신하는 한편, 들쑥날쑥한 각 여론조사 결괏값의 편향을 제어해 선거구별 판세를 카토그래프 형태로 실시간으로 제공하면서 누구나 쉽게 자신만의 판세를 만들어볼 수 있도록 했다. 지난 4월 16일 서울대 연구실에서 박종희 교수를 만나 한국 여론조사의 현황과 여론M의 전망 등을 들어보았다. -이번 선거를 돌이켜보면 여론M에서 실시간 판세 예측을 해준 덕분에 누구나 쉽게 자신만의 판세를 만들 수 있게 됐다. 그러다 보니 개인 주장 판세가 특정 기관 내부자료가 유출된 것처럼 오해도 생겼다. “당연히 어떤 것이 새롭게 나오게 되면 부작용도 있다. 우리가 여론M을 내놓았던 의도와 다르게 소비하는 사람도 당연히 생긴다. 물론 우리가 내놓은 결과가 객관적인 조사 중에서는 가장 정확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조사가 다르다면 이것 역시 잘못된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도 그런 고려를 하고 있다. 예컨대 공표금지 기간이 없는 미국의 경우 투표 당일까지 이번 선거에서 (미국) 민주당이 과반을 획득할 확률은 몇퍼센트다, 와 같은 확률발표를 하는데 우리는 그런 것까지는 하지 않고 있다. 통계적으로 계산할 수 있는 확률과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확률은 좀 다르다. 일반인들은 그것을 승률로 본다.” -이번 선거 결과에서 흥미로운 대목은 공표금지 기간 전까지의 여론조사기관의 예측 실패가 출구조사까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여론조사가 여론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여론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한국은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이 선진국 기준으로 봤을 때 너무 길다.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 전에 진행된 조사 결과가, 예를 들어 이번 선거처럼 유례없이 야권 200석을 돌파할 수 있다고 한다면 당연히 두 가지 가능성이 생긴다. 첫째는 민주당을 꼭 찍어줘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내가 굳이 투표하지 않아도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하자면 투표를 자제하는 요인이 된다. 둘째는 반대쪽으로 이번에는 안 찍으려 했는데, 그러니까 반대당을 찍을 정도로 내가 마음이 변하지 않았지만 이번에 여당이 하는 게 마음에 안 들어 투표를 안 하려고 했는데 이 정도라면 나라도 투표해야겠다, 그렇게 마음먹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출구조사의 경우 앞으로 더 경험과 자료가 쌓이면 정확한 방향으로 개선되리라고 보는가. “세계에서 여론조사에 안심번호를 사용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조사환경은 제가 농담으로 하는 말인데 ‘K-polling(한국투표제도)’도 수출해야 한다고 할 만큼 우리가 굉장히 좋아지고 있다. 또 선관위나 선관위 안의 여심위도 굉장히 과학적이고, 중립적인 역할을 많이 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여론조사가 우려할 만한 방향으로 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앞으로 조사기관과 여론조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의 지식이나 노하우가 점점 더 쌓이고, 국민의 민도도 높아지면서 저는 굉장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다만 결과를 미리 투명하게 알아버리게 되는 건 다른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본다.” -여론M이 거둔 성과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국민 개인이 일차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본인의 표다. 그런데 유권자로서 내가 마지막에 표를 선택할 때는 전체 판세 예측도 필요하다. 이번에 민주당 쪽에서 우리를 원망할 수도 있다. 여론M 때문에 사람들이 200석 넘게 줄 수도 있었는데 주춤하게 했다고. 그런 말을 한다면 이렇게 답하고 싶다. 민주당으로 봐서는 안 좋은 일이지만 한국 정치를 봐서는 좋은 일 아닌가. 정치학에서는 ‘밸런싱’이라고 하는 게 있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에 표를 주면서도 그 정당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으면 하는 마음이다. 조금 과장을 하면 여론M을 통해 가늠할 수 있었기 때문에 국민이 미시적으로 내 한 표를 행사하면서 거시적으로 밸런싱을 하는, 이 두 개가 이번 선거에서는 아주 잘 작동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결국은 여당도 국민으로부터 교훈을 얻었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야당도 국민에게 큰 상을 받았지만 과한 상을 받지 않은 절묘한 선택이 됐다.”
- 특집
- [기고]4월 총선에 묻는다…미래세대에 ‘탄소 빚’ 떠넘길 텐가(2024. 04. 03 10:55)
- 2024. 04. 03 10:55 경제
- 그린피스는 지난 3월 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위 사진), 앞서 3월 4일에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게 기후 편지를 전달했다. 그린피스 제공 “대통령님, 5년 후 기후위기를 바꾸어주세요. 집이랑 갔가우면 걸어가고, 바닸가애 쓰레기도 못버리개 해주세요. 언재간은 우리나라도 잠기잔아요.”(-오다윤 목포유달초등학교 1학년) 2년 전 1월,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초등학교 1학년 오다윤양이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에 보낸 편지다. 오양의 편지는 1만5000통 가까이 되는 다른 학생들의 편지와 함께 유력 대통령 후보들의 선거사무실에 전해졌다. 편지를 받아본 모든 후보는 답장을 썼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고 있으며 꼭 노력해 보겠다고. 그로부터 2년이 흘렀다. 이제는 제22대 국회의원선거가 코앞이다. 답변을 보내온 대통령선거 후보 중 일부는 올해 국회의원선거를 치른다. 이제 초등학교 3학년이 된 오다윤양을 대신해 정치권에 묻고자 한다. “여러분은 기후위기 대응에 어떤 비전을 갖고 있습니까?” 불공정한 탄소예산, 절박한 기후 유권자들 그린피스의 활동가들은 지난 3월 4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다음날인 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직접 찾아가 ‘기후 편지’를 전했다. 이들은 2030년 이후를 살아갈 청년과 아동들에게 기후위기 대응의 짐을 떠넘기지 말아 달라고 호소하며 미래세대에 가혹하고 불공정한 탄소예산의 재분배를 요구했다. 두 정치인 모두 청년의 절박함이 묻은 기후 편지를 받았고,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3월 20일 발표한 기후공약에서 탄소예산 기준으로 탄소중립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초등학교 1학년 오다윤양이 대통령 후보들에게 보낸 편지 /그린피스 제공 그린피스가 문제를 제기한 탄소예산은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내로 붙잡아두기 위해 인류에게 제한된 탄소 배출 총량’을 뜻한다. 그린피스가 유엔(UN) IPCC 보고서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한국의 탄소예산은 2023년 기준으로 45억t에 불과하다. 그러나 현재 정부 계획대로라면 6년 뒤인 2030년까지 전체의 90%에 달하는 41억t을 소진하게 된다. 가까운 미래에 탄소예산을 펑펑 써버린 후, 탄소중립에 도달해야 하는 2050년까지는 단 4억t의 탄소예산으로 버티겠다는 계획이다. 기적이 일어나지 않고서는 불가능해 보인다. 탄소예산을 펑펑 써버리면 결국 현재 세대뿐만 아니라 미래를 살아갈 이들의 삶까지 모두 저당 잡게 될 것이다. 지금의 청년세대도, 미래를 살아갈 어린이들도 ‘탄소의 빚’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도 한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탄소예산 문제는 미래로 그 책임을 미루는 ‘폭탄 돌리기’처럼 다뤄지고 있다. 때로는 한 나라가 다른 나라에 떠넘길 수 있는 문제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탄소 감축, 목표는 높이고 예산은 늘려야 먼저 한국 정부의 대응을 살펴보자. 정부의 탄소중립 목표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그리기에 매우 부족하지만, 그 방향성도 부실하기는 마찬가지다. 2023년, 정부는 탄소 감축을 위한 5년간의 국가예산으로 89조9000억원을 상정했다. 연간 17조9000억원 규모다. 이는 2023년 전체 예산의 3%에도 미치지 않는다. 탄소 배출에 따른 지구 온도 상승이 초래할 악영향을 국가예산의 3%로 막아보겠다는 주장은 누가 보아도 충분치 않아 보인다. 한국의 탄소예산은 2023년 기준으로 45억t에 불과하다. 2030년까지 41억t을 쓰면 남은 20년을 4억t으로 버텨야 한다. 그린피스 제공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탄소중립 기본계획에서 산업 부문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를 2018년 계획이었던 14.5%에서 11.4%로 줄였다. 언제 상용화될 수 있을지 불투명한 탄소포집기술(CCUS)과 실효성이 부족한 국제 감축 사업에 상당 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지금보다 곱절, 아니 그보다 많이 탄소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산업 부문의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를 하향하고, 불확실한 미래 기술에 운을 맡겼다. 정부는 ‘현실성’을 결정의 이유로 꼽았다. 2018년 산업 부문의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가 애초부터 현실성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앞서 설명했듯, 2030년 이후부터 2050년까지 20년 동안 남은 탄소예산은 단 4억t에 불과하다. 2022년 한 해에만 6억t가량의 탄소를 배출한 한국이 어떻게 갑자기 4억t으로 20년을 살아 낼 것인지에 대한 계획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의 현실적인 결정이 조만간 아주 비현실적인 상황을 만드는 데 일조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 3월 4일 그린피스 활동가가 한동훈 국민의 힘 비대위원장이 타운홀미팅을 열고 있는 충남 천안 백석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그린피스 제공 기후 대응에 핑계 대지 않는 해외 국가들 한정된 탄소예산을 어떻게 잘 운용할 수 있을지는 많은 나라의 고민으로 남아 있다. 현실이 아주 밝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영국과 독일이 있다. 영국은 아예 법적으로 기후변화위원회를 만든 나라다. 이 위원회는 정부에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를 제시하고 의회에 정부가 기후변화에 잘 대응하고 있는지 보고한다. 이러한 노력 끝에 영국은 탄소예산을 점검하고 준수하는 것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수립의 첫 목표로 설정할 수 있었다. 신민주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독일의 경우 최초, 2030년 탄소 배출 40% 감축을 목표로 삼았지만 2021년 이를 55%로 상향했다. 이후 기후변화 대응법의 목표가 미진하다는 이유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받자 기존 목표를 다시 65%로 상향했다. 산업의 부담과 현실적 어려움 등은 이들 국가에도 결코 더 가볍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 국가들은 현실적인 이유를 핑계로 지금의 짐을 미래로 떠넘기지 않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기후위기는 그 위험을 현재와 미래가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의 문제와 연결된다. 정치가 기후위기 대응에 핵심적 역할을 한다는 점을 생각할 때, 24년 총선은 중대한 갈림길 위에 서 있다. 얼마 남지 않은 탄소예산을 펑펑 쓰며 예견된 비극을 마주할 것인지, 아니면 그 비극을 예측하고 새로운 대안을 찾을 것인지의 갈림길 말이다. 4년의 운명을 결정할 총선은 반드시 지구 온도 1.5도를 지켜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중요한 시기, 모두의 신중한 선택을 빈다.
- ‘낙동강벨트’는 22대 총선의 바로미터(2024. 04. 01 06:00)
- 2024. 04. 01 06:00 정치
- 한강벨트 이기면 제1당…충청권도 총선 승리 가늠자 강동을은 서울의 대표적인 총선 ‘바로미터(척도)’ 지역구다. 이곳에서 승리한 정당이 바로 서울지역 총선의 승리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최근 다섯 번 총선(17~21대)에서 서울지역 승리는 더불어민주당이 17대, 19대, 20대, 21대 총선 때 차지했다. 반면 이명박 정권 초기에 치러진 18대 총선에서는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이 승리했다. 19대 총선에서는 민주당이 새누리당에 127 대 152로 졌지만, 서울지역에서는 30 대 16으로 이겼다. 결과적으로 강동을 지역구의 승리가 서울지역의 승리와 매번 일치했다. 15대 대통령선거(1998년·김대중 대통령 당선)부터는 강동을에서 이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이런 지역을 ‘스윙 스테이트’라고도 한다. 이번 총선에서는 강동구청장 3선 출신으로, 재선 의원에 도전하는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재영 전 국회의원(비례)이 맞붙는다. 21대 총선에서도 두 후보가 맞붙어 이해식 의원이 승리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월 28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서 열린 류삼영 후보 지지 유세에서 류 후보와 함께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 지역 옆 강동갑 역시 총선의 바로미터 지역으로 불린다. 17·18·19대 총선에서는 보수정당 후보가 계속 당선됐다. 민주당이 서울 선거에서 승리한 20대·21대 총선에서 진선미 의원이 두 번 연거푸 승리했다. 진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3선에 도전한다. 국민의힘에서는 판사 출신인 전주혜 의원(비례)이 맞붙었다. 김종무 전 민주당 시의원(강동 2)은 “이곳은 진 의원이 연거푸 어렵게 승리한 지역으로 서울지역의 여론이 어떻게 돌아가느냐가 매우 중요한 곳”이라고 말했다.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이 지역에서 패배했다. 김 전 시의원은 “최근에도 민주당에 불리한 여건이 조성됐으나 이종섭 주호주 대사 파동으로 인해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면서도 “스윙보터 역할을 하는 부동층이 많아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으면 안 되는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와 함께 범강남권에 속하는 강동구는 여야가 선거 때마다 격전을 벌이는 한강벨트의 가장 동쪽 전선에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월 26일 부산 사하구 신평역 앞을 찾아 이성권 사하갑 후보와 함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강벨트는 서울지역 최대 격전지 한강벨트(강서·영등포·동작·마포·용산·중구성동갑·광진·송파·강동)는 서울지역 총선의 최대 격전지다. 이곳에서 매번 박빙의 승부가 펼쳐질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승리한 정당이 서울지역 총선에서 승리했기 때문이다. 2016년 20대 총선 때 새누리당은 한강벨트 중 강서을·동작을·송파갑에서만 승리하는 데 그쳤다. 당시 서울지역 총선 결과는 49석 중 새누리당 12석, 민주당 35석으로 나타났다. 4년 뒤 21대 총선에서는 한강벨트 중 용산·송파갑·송파을만 미래통합당이 건졌을 뿐이다. 이번 총선에서도 한강벨트는 격전지로 떠올랐다. 국민의힘이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겨냥해 저격수 윤희숙 전 의원을 중구·성동갑에 출격시켰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임 전 실장 대신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배치하는 강공을 선택했다. 애초 ‘비명횡사’ 공천으로 민주당으로 불리하게 돌아가던 선거 판세는 한강벨트에서 가장 먼저 돌변했다. 조국혁신당의 붐과 함께 윤석열 정권 심판의 바람이 한강의 강변을 따라 거세게 불어왔다. 여론조사에 의하면 중구·성동갑에서 전 후보의 우세로 더욱 격차가 나는 것으로 보인다(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용산에서는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전 통일부 장관)과 강태웅 민주당 후보(전 서울시 부시장)가 지난 총선에 이어 다시 격돌한다. 여론조사에서도 엎치락뒤치락하면서 판세가 거세게 뒤흔들리면서 한강벨트의 격변을 가늠케 한다. 동작을은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을 공략하려는 민주당의 거센 공격이 퍼부어지고 있다. 류삼영 전 총경이 후보로 나섰는데, 이재명 대표가 여러 번 방문해 지원사격을 하고 있다. 그만큼 한강벨트에서 동작을 선거가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수원지역은 수도권 바로미터 수도권지역에서는 수원의 전체 5석이 이번 총선의 초반부터 바로미터 성격을 띠었다. 국민의힘이 방문규 전 산업부 장관(수원 병)과 이수정 교수(수원 정)를 수원에 투입하는 강수를 두었기 때문이다. 특히 방 전 장관을 투입한 수원 병은 친명 김영진 의원의 지역구라 관심을 모았다. 격전으로 예상됐으나,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이 유리하게 나타나고 있다. 원도심에 속하는 이 지역은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가 부친에 이어 5선까지 한 지역구다. 하지만 최근 20대와 21대 총선에서는 민주당이 승리해 전국 선거의 결과와 똑같은 양상을 보였다. 경기도에서는 또 분당갑(이광재 민주당 후보 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분당을(김병욱 민주당 후보 대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이 수도권지역 선거의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역대 총선지도. 경향신문 전국적으로 보면 충청지역의 투표가 총선에서 1·2당의 결정과 사실상 비슷했다. 대선에서는 충청지역 민심을 잡아야 승리한다는 공식이 나올 정도인데, 총선도 마찬가지다. 대전·세종·충남·충북을 포함하면 28개 선거구의 승리가 제1당을 가늠하는 척도가 돼왔기 때문이다. 지난 총선에서는 민주당이 28석 중 20석을 차지했다. 대전·세종의 9석은 민주당이 석권했고, 충남·북의 농촌지역은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이 간신히 선방했다. 그 때문에 민주당의 지역구 숫자가 많은 반면, 지도상으로 넓은 농촌지역을 포함하고 있는 국민의힘 지역구 면적은 더 넓다. 20대 총선에서는 민주당 대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의 의석수 대결에서 충남에서 5 대 6, 충북에서 3 대 5, 대전에서 4 대 3, 세종에서 1 대 0(민주당 계열 무소속 이해찬 당선)이었다. 전체 판세로 보면 13 대 14로 호각지세였다. 이번 총선에서도 격전지가 이곳에서 속출하고 있다. 지난 2월의 ‘국민의힘 바람’, 3월의 ‘민주당 바람’으로 민심이 출렁이고 있다. 지역적으로 공주·부여·청양 지역구에서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과 박수현 민주당 후보가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충청지역은 수도권의 광역화에 따라 점차 수도권의 표심과 비슷해지고 있다면서 이번 총선에서는 홍성·예산 지역구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평택과 충남 천안에 이어 이 지역까지 수도권 주민들이 유입되면서 민주당으로서는 한번 해볼 만한 선거구가 됐다는 것이다. 이 지역구는 강승규 국민의힘 후보와 양승조 전 충남지사(민주당)가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다. 두 지역구를 포함해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에서 승리한 충남 남쪽 지역 4개 선거구(서산·태안, 보령·서천)가 ‘민주당 바람’으로 국민의힘 우세에서 격전지로 바뀔 가능성이 커졌다. 충청권 지역의 특성상 아직은 여론조사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잡히지 않지만 민심 변화의 조짐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장철민 민주당 의원은 “수도권에 부는 현 정권 심판 바람이 이제 충청권에서도 피부로 느껴지고 있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지난 총선에서 20 대 8로 민주당이 이겼지만, 선거 초반은 지난 총선과 정반대의 분위기였다”면서 “최근 민주당이 치고 올라오긴 했지만, 충청지역에서는 아직 국민의힘이 전체적으로 민주당보다는 나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은 충청 민심 좌우하는 곳 충청지역 중 대전은 도심지역인 데다, 충청도 민심을 좌우하는 곳으로서 충청 바로미터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7석 중 4석을 차지했고, 3석은 새누리당이 승리했다. 전체 총선에서 민주당이 겨우 123석(새누리당 122석)으로 제1당을 차지한 것과 비슷한 결과를 낳았다. 21대 총선에서는 전체 7석을 민주당이 모두 석권했다. 이런 결과는 180석으로 압승한 민주당의 21대 총선 결과와 똑같은 양상을 나타냈다. 대전이 충청권 바로미터 중 알짜 바로미터에 속한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대와 21대 총선을 비교하면 20대에서 대전 동부권인 중구·대덕구·동구가 새누리당 지역구였는데, 21대 총선에서는 이곳마저 민주당에 빼앗겼다. 국민의힘은 이번 총선에서 대전 동부권이 아닌 유성을 지역구의 이상민 의원을 민주당에서 영입해 한때 대전지역 선거구에서 기선을 잡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이종섭·황상무 사태로 국민의힘에서 역풍이 불자, 거꾸로 동쪽 지역이 격전지가 됐다. 동구에 출마한 장철민 민주당 의원은 “대전 원도시인 중구, 동구, 대덕구가 원래 보수성향이 강했는데, 지난 총선 때처럼 이번에도 민주당에 분위기가 좋다”고 설명했다. 분위기 급반전으로 가장 격전지로 부각되는 곳이 중구다. 이곳이 사실상 국민의힘이 선전할 수 있는 곳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조국혁신당으로 간 황운하 의원 자리에 민주당 박용갑 후보와 국민의힘 이은권 후보가 열띤 대결을 벌이고 있다. 부산·경남(PK)의 낙동강벨트 역시 전체 총선 결과와 맞물리는 바로미터 지역으로 손꼽힌다. 보수 우위의 이 지역에서 민주당이 선전할 경우 민주당이 전국 선거에서 승리하고, 이곳에서 보수당의 석권을 허용할 경우 민주당이 전국 선거에서 패했기 때문이다. 대선과 지방선거 결과 역시 이와 비슷했다. 국민의힘에서는 공천 초기에 김태호·서병수·조해진 의원을 해당 지역구가 아닌 21대 총선 패배 지역인 민주당 현역 의원 지역구에 일찌감치 투입했다. 하지만 현역 의원이 맞붙은 서병수·전재수 의원의 부산 북구갑, 조해진·김정호 의원의 경남 김해을, 김태호·김두관 의원의 경남 양산을 지역구의 여론조사 결과는 국민의힘에 녹록지 않다. 오히려 이곳뿐만 아니라 부산 북구, 경남 김해·양산 등에서 불붙은 민주당 표심 상승이 PK 전역으로 옮겨붙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특히 민주당과 진보당이 단일화를 한 지역구(부산 연제구 노정현 진보당 후보와 울산 북구 윤종오 진보당 후보)에서 이들이 선전하는 흐름을 나타내 관심을 끌고 있다. 박빙 격전지의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상승 결과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엄경영 소장은 “이들 여론조사를 자세히 보면 조국혁신당 현상과 맞물려 진보 응답자가 비정상적으로 많다”면서 “이런 국면에서 ‘샤이 보수’가 숨어있다고 봐야 하기 때문에 총선 결과와는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홍형식 소장은 “진보 응답자가 많다는 것 자체도 진보의 현 정권 심판 목소리가 커지고, 보수의 변명이 궁색해져 목소리가 작아졌다는 측면에서 하나의 흐름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여론조사에 나타난 흐름대로 바닥 민심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가 3%포인트 이내 초박빙 선거구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거뒀지만, 지역구별로 살펴보면 박빙의 선거구가 많았다. 결론적으로 박빙의 선거구에서 민주당이 대부분 승리했기 때문에 압도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었다. 그런데 가장 미세한 박빙은 오히려 국민의힘 승리로 돌아갔다. 인천 동구미추홀을 지역구에서는 윤상현 미래통합당 후보가 남영희 민주당 후보를 불과 171표 차로 이겼다. 윤 의원이 40.59%의 득표율을 얻었고, 남 후보가 40.44%로 0.15%포인트 차가 났다. 이곳에서 두 후보는 4년 만에 다시 격돌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는 3%포인트 이내로 승부가 갈린 곳이 많았다. 이중 수도권은 유독 많았다. 용산에서는 권영세 의원이 강태웅 민주당 후보를 0.7%포인트 차로 눌렀는데, 이번에도 재승부하게 된다. 용산은 국민의힘이 강북에 상륙하는 교두보가 되는 셈이고, 민주당은 이를 막는 한강벨트 중심지다. 또 다른 강북 상륙작전의 거점지로 국민의힘은 광진을을 꼽고 있다. 4년 전 선거에서는 고민정 민주당 의원이 오세훈 현 서울시장(당시 미래통합당 후보)에 2.6%포인트 차로 승리했다. 이번 총선에서는 오신환 전 의원이 지역구를 옮겨와 고 의원과 승부를 펼친다. 낙동강벨트에서는 박빙 승부로 민주당이 승리한 곳이 유독 눈에 띈다. 부산 사하갑에서 최인호 민주당 의원이 불과 0.87%포인트 차로 승리했다. 이곳에서는 최인호 의원이 이성권 국민의힘 후보와 격돌한다. 부산 남을에서 박재호 민주당 의원이 1.76%포인트 차로 배지를 달았다. 이번에는 ‘남구’로 지역구가 합쳐져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과 맞붙었다. 북구갑 전재수 민주당 의원은 지난 선거에서 2.01%포인트 차로 승리했는데, 이번에는 저격수 서병수 전 부산시장(국민의힘 의원)과 격전을 앞두고 있다. 경남 양산을 역시 지난 총선에서 1.68%포인트 차로 김두관 민주당 의원이 신승한 곳이다. 이곳에서 김 의원은 지역구를 옮겨온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국민의힘 의원)와 승부를 겨뤄야 한다. 충남의 아산갑과 천안갑도 지난 총선에서 3%포인트 이내 박빙으로 승부가 났다. 이번 총선에서 아산갑에서는 지난 총선에서 석패한 복기왕 민주당 후보가 김영석 국민의힘 후보와 대결을 벌이고, 천안갑에서는 지난 총선에서 겨우 승리한 문진석 민주당 의원이 신범철 국민의힘 후보와 겨루고 있다.
- 의사 파업은 총선 호재냐 악재냐(2024. 03. 25 06:00)
- 2024. 03. 25 06:00 정치
- 의료대란 일어나면 여당에 불리·극적 타결 땐 유리 의대 증원으로 인한 반발로 의료대란이 지속하고 있는 지난 3월 12일 서울 시내 한 공공병원에서 의료진이 환자 옆을 지나가고 있다. 한수빈 기자 이번 총선도 4년 전처럼 ‘보건·의료’ 이슈가 여야의 승패를 좌우하게 될까. 지난 총선(2020년 21대 총선)은 ‘코로나19 사태’가 거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다. 당시 ‘해외입국 원천봉쇄’를 주장한 야당(미래통합당)과 정부의 방역 대응을 옹호한 여당(더불어민주당)이 맞붙었다. 유권자들은 1차 대유행을 막은 문재인 정부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고, 그 결과 민주당이 압승했다. 4년 전 코로나19 이슈보다 영향 적어 공교롭게도 4년 뒤 올해 총선에서도 윤석열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증원 추진이라는 보건·의료 이슈가 선거판을 흔들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 20일 내년도 의대 입학정원을 2000명 늘리는 안을 확정해 발표했고, 의대 교수들이 이에 항의해 집단 사직을 예고했다. 서로 각자의 길을 가는 의·정이 정면충돌해 총선 막바지에 ‘뜨거운 감자’가 될 가능성이 점차 커졌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이종섭 주호주대사(전 국방부 장관)와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리스크(위험)가 어느 정도 가라앉게 되면 ‘의료계 집단행동’이 가장 변수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철현 정치평론가 역시 “의사 증원이 마지막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국민의힘에는 가장 큰 총선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여당으로서는 지난 2월 말·3월 초의 유리한 국면을 되살릴 수 있는 ‘불씨’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 소장은 최근 국민의힘에 불리하게 돌아가는 선거 판세 속에서 “만일 의·정의 극적 타결이 이뤄지면 보수가 결집하고 중도 일부가 합류해 국민의힘이 제1당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김 평론가는 “용산 대통령실에서 (의사 증원을) 밀어붙이고 여당에서는 정략적으로 거리 두기를 하는 모양새를 보인다”면서 “대통령실에서 소극적인 여당의 태도에 불만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고 진단했다. 엇갈린 처지로 인해 대통령실의 의대 입학 정원 증원 추진이 여당의 선거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유권자들에게 있어 대통령과 정당은 구분이 된다”면서 “(의사 증원 문제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율 상승에는 이득이 될지는 몰라도 총선을 앞둔 여당과는 별개의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짚었다. 문제는 야당인 민주당의 입장이다. 민주당은 정원 확대에는 찬성하면서도 의·정의 충분한 대화와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충돌이나 의료대란 같은 극한 대결을 피하자는 것이다. 홍 소장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면 양당 의견이 찬반으로 갈려야 하는데, 사실상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어정쩡한 입장이 민주당 득표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만, 역설적으로 여당인 국민의힘에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김포지역의 서울특별시 편입 문제처럼 민주당이 여당의 정책을 사실상 따라가는 모양새를 취하면 총선에 득인지 실인지 계산이 잘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총선에서 의대 정원 확대 문제가 큰 쟁점이 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양당의 입장이 대립적으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18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을 방문해 병원장 등 참석 의료진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상대적으로 의대 정원 확대 문제의 영향권은 4년 전 코로나19 이슈보다 넓지 않다. 코로나19 사태는 전 국민이 피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렸는데 의대 정원 확대 문제로 인한 의·정 갈등은 환자와 환자 가족 등으로 피해 범위가 제한적이다. 따라서 총선에 미치는 여파가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홍 소장은 “코로나19는 외생변수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사태지만, 의·정 대립은 정책 충돌로, 여러 가지 소통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인위적인 방식으로 해결될 여지가 많다는 점에서 총선에 파괴적인 이슈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의료계 집단행동 사태는 이종섭·황상무 사태와도 묘하게 맞물려 있다. 앞서 의사 증원을 기대하는 유권자들의 바람은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의대 정원 확대 방침 발표 이후 윤석열 정부의 국정 지지율은 20%대 하강 국면(갤럽 정기여론조사)에서 30%대(2월 3주차 조사)로 반등했다.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 이유로 ‘의대 정원 확대’(2월 4주차 조사)를 손꼽는 비율도 높아졌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런 가운데 이·황 사태가 벌어졌고, 선거국면에 두 사안은 복잡하게 얽혔다. 민주당 측 보건복지위 관계자는 “의사 증원 정책이 국민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으나 검찰 정권의 강압적 추진이 오히려 역기능을 낳고 있다”고 평가했다. 의료계와의 소통 방식이 대화와 절충·협상이 아닌 수사기관의 수사 압박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야권은 검찰 정권의 국정 운영 방식이 두 사안에서 똑같이 일방적인 지시와 강행으로 나타나면서 부작용이 더 커졌다고 보고 있다. “대통령실 일방적 추진에 피로감” 의료계의 저항과 진료 차질을 충분히 예상하고도 윤석열 정부가 대책을 전혀 준비하지 않은 점은 비판받고 있다. 그 때문에 국민 건강에 대해 불안감만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안 대표는 “이번 사태는 대통령실과 여권이 총선을 앞두고 일방적으로, 당리당략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인상을 풍기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여당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안 대표는 또 “대통령실의 일방적 추진이 국민에게 피로감을 안기고, 오히려 의료계 현안임에도 불구하고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이렇게 막무가내식으로 해결하려는가라는 의문을 낳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향후 의대 교수들이 집단으로 사직하게 되면, 한 달 이상 전공의의 이탈 공백으로 지친 병원에 의료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 의료대란으로 인한 불똥이 제대로 준비도 하지 않고 밀어붙이는 정부뿐만 아니라 여권에도 쏟아질 수도 있다. 최병천 소장은 “‘의대 정원 극적 타결’은 국민의힘에 도움이 되고, 반대로 윤석열 정부와 의료계가 정면으로 맞붙어 의료대란이 일어나게 되면 국민의힘에 불리하게 된다”고 전망했다.
- “기후공약이 이번 총선 당락 가를 수 있다”(2024. 02. 16 16:00)
- 2024. 02. 16 16:00 사회
-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장 인터뷰 지난 2월 14일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장이 서울 마포구 녹색전환연구소에서 주간경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지난 1월 22일 ‘기후정치바람’은 전국 17개 시·도 1만7000명을 대상으로 기후위기 국민 인식조사(전국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기후정치바람’은 녹색전환연구소, 더가능연구소, 로컬에너지랩이 22대 총선을 앞두고 기후위기 이슈를 정치적 의제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로 만든 단체다. 지난해 12월 1일부터 27일까지 ‘기후유권자를 찾습니다’라는 목표로 실시된 이 여론조사는 유권자들의 기후위기 인지도, 민감도, 정책에 대한 관심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유권자 중 33.5%가 기후위기 이슈에 관심도가 높고, 기후위기 의제에 반응하는 ‘기후유권자’였다. ‘기후정치바람’의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장은 “유권자들은 이미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거론되는 다양한 제도를 전면적으로 깊이 있게 토론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22대 국회의원 임기인 2024년에서 2028년까지는 기후위기 대응의 골든타임”이라며 “유권자들이 정치인들에게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비전 없이 선거에 나서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주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여론조사는 22대 총선뿐만 아니라 2026년 지방선거와 2027년 대선을 겨냥해 매해 실시될 예정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 “기후위기 심각성에 대한 유권자들의 인지도는 높다. 정치가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동안 기후위기는 다른 정치적 의제들에 밀려나곤 했다. 각 정당과 정치인들이 ‘기후위기에 대응하겠다’고 했지만 말뿐이었다. ‘기후위기가 이렇게 후순위로 밀려나도 되는 주제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한 기획이다. 기후위기라는 정치적 의제를 갖고 투표하는 유권자들을 조사·분석해보기로 했다. ‘기후유권자’의 규모, 분포, 지지 공약 등을 분석해 기후위기 대응의 큰 그림을 그려볼 수 있고, 그 지도를 따라서 기후위기 정책을 만들어 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계층별·연령별·지역별로 유권자들의 입장을 세밀하게 분석하기 위해 조사 규모를 시·도별 1000명씩 1만7000명으로 키웠다. 단순히 ‘기후변화가 심각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정도의 피상적 조사에 그치지 않기 위해 5개월에 걸친 전문가 세미나를 통해 172개의 질문을 준비했다. ‘본인의 자산이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하십니까’, ‘기후위기 정책이 일자리 수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십니까’, ‘기후위기 대응정책이 살고 계신 지역의 산업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십니까’ 등 기후위기가 유권자들의 삶과 연결되는 지점의 질문들을 제시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33.5%를 ‘기후유권자’로 분석했다. ‘기후유권자’는 정확히 누구이며, 이 수치는 어떤 의미를 갖는가. “‘기후유권자’는 기후위기와 관련된 정보를 인지하고 있고 기후위기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며 기후위기 의제를 중심에 두고 투표할 수 있는 성향을 지닌 유권자를 뜻한다. 이 3가지 특성을 파악할 수 있도록 조사를 진행했고 응답 결과를 분석해 ‘기후유권자’라는 개념을 도출했다. 33.5%는 상당히 높은 수치다. 유권자들에게 기후위기는 이미 굉장히 중요한 이슈인 셈이다. 이 정도 규모의 ‘기후유권자’라면 정치인들은 여기에 응답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를 대변해주는 정치인도 없었고 정치적 의제로 발현될 공간도 없었다. 정치인들이 여기에 답변을 하고 공약을 내고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자기 비전을 갖도록 하는 게 앞으로의 숙제다.” -조사 결과에서 주목할 부분이 있다면. “기후변화의 원인을 묻는 질문에서 ‘인간의 활동’이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92.9%였다. 기후위기가 ‘인간의 경제적인 활동’에서 비롯된다는 것에 대해 한국사회는 어느 정도 합의를 이루었다고 볼 수 있다. 당위적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를 넘어 비용마련 방법에 대해서도 물었는데 이 또한 인상적이었다. ‘탄소세 신설’이 37.8%로 가장 많이 나타났다. 21대 국회에서도 탄소세 법안이 3개(장혜영 정의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의돼 있다. 탄소세를 거두고 마련된 재원을 배당 등을 통해 불평등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사용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은 나왔지만, 사회적 논의가 아직 활발하게 확장되지는 않고 있다. ‘탄소세 신설’에 대해 이 정도의 지지도가 나왔다면 관련한 논의를 심도 있게 진행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흔히 시민들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규제정책은 회피하리라 생각하는데 조사 결과는 이와 달랐다. 탈(脫)내연기관 정책에 관한 질문을 보면 신규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에 대한 찬성이 63.8%, 반대가 26%로 나타났다. 차량의 총 대수를 제한하는 차량등록제를 실시하는 정책에 대해서도 56.6%가 찬성, 33.9%가 반대했다. 유권자들은 이미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거론되는 다양한 제도를 전면적으로 깊이 있게 토론할 준비가 돼 있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장/서성일 선임기자 -사회적으로는 준비가 돼 있는데, 왜 정치적 의제가 되지 못하나. “첫째, 정치가 기후위기 대응을 구체적인 정책과 생활의제로 연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전환해야 하고 에너지전환은 산업전환과 연결돼야 한다. 재생에너지를 어떻게 얼마만큼 확충하고 산업 부문의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어떤 정책들이 필요한지 논의가 돼야 한다. 또 에너지전환은 집, 교통, 먹거리 등과도 다 연결된다. 예를 들면 정부와 정치권은 주택 문제를 공급의 측면에서만 말한다. 폭염, 한파, 홍수, 산불 등 기후재난에 안전한 주택으로까지 연결을 못 한다. 둘째, 정치와 언론 모두 수도권 중심으로 의제화돼 있기 때문이다. 기후재난은 서울이나 수도권보다 비수도권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전남은 심한 가뭄을 겪었고, 충남·강원·경북에서는 산불이 났다. 제주도도 기후위기에 가장 민감한 지역이다. 수도권 중심의 사회에서 기후위기에 영향을 받는 곳이 주로 비수도권이다 보니 기후위기에 심각성을 느끼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정치적 의제로 이어지지 못했다. 유권자들이 체감하는 것보다 정치권에서 기후위기 의제가 과소대표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이유다. 지금 선거가 50일 정도 남았는데, 기후위기를 비롯해 불평등, 인구위기 등 유권자가 시급하게 느끼는 이슈들이 정치적 의제가 되지 못하고 있다. 원론적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겠다’가 아니라 당장 2030년까지 18개의 석탄발전소를 폐쇄하기로 했는데 6년 안에 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이전에는 해보지 않았던 숙제를 해야 한다. 예컨대 태안, 하동, 보령, 삼천포 등 석탄발전소 폐쇄 지역 주민들의 경제활동과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답을 내놔야 하는데 정치권이 이 숙제를 미루고 있다.” 기후유권자가 결집하면서 선거에서 강력한 캐스팅보트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고, 선거 결과는 기후위기 정책과 제도 마련으로 이어질 것이다. 2027년 대선에 나오는 후보자는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리더십 없이 출마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여전히 선거를 앞두고 각종 개발 공약이 먼저 나온다. 또 지역소멸이 가시화되면서 각 지역에서 공장 유치 등의 일자리 공약을 앞세우고 있다. “정치권은 정책을 통해 기후위기 대응이 힘들고 괴로운 것만이 아니라 우리가 안전해지면서 일자리도 창출하고 비용도 줄이는 길이라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온실가스도 줄이고 생활비도 절감하면서 일자리도 만들 수 있는 1석3조의 정책을 제시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대대적으로 주택의 단열을 개선하는 집수리 사업을 벌이면 에너지 소비를 줄여 온실가스도 줄이면서 지역의 일자리도 만들 수 있다. 또 공공교통에 투자하는 것도 일자리 창출과 연결된다. 왜 버스기사는 녹색일자리가 아닌가. 공공교통에 대대적으로 투자해 이용자들의 비용을 낮추고 일자리도 만들 수 있다. 이처럼 유권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하고 설득해 나가는 게 정치권이 할 일이다.” -조사 결과 지역별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정책 수요가 조금씩 달랐다. “이번 조사를 통해 각 지역의 유권자들이 분명하게 원하는 정책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광주광역시는 폐쇄되는 군공항부지를 ‘100만 평 숲’으로 조성하자는 움직임이 있었다. 조사 결과 광주지역 응답자의 77%가 여기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정도의 찬성률이면 광주광역시에 출마하는 모든 후보가 이를 공약으로 내걸어도 되지 않을까. 울산광역시는 응답자의 76.7%가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에 대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광역시에서는 갯벌을 세계유산으로 등록하는 것에 대해 81.1%가 찬성했다. 각 지역의 출마를 준비 중인 후보자들이 귀 기울이고 준비해볼 만한 정책들이다. 한편 전국적인 이슈라 하더라도 지역에 따라 응답에 차이가 나타나기도 했다. ‘전기요금 차등화’에 대해서는 전국적으로 57.5%가 찬성했는데,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찬성률에 차이가 있었다. ‘전기요금 차등화’ 도입으로 비용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수도권의 찬성 비율(51%)이 비수도권(64.2%)보다 낮았다. 기후위기 대응에 한발 한발 더 깊이 들어가면서 합의하고 풀어나가야 하는 숙제들이다.” -2024년을 ‘기후총선’의 해로 만들기 위해 기후유권자들의 결집이 필요하다고 했다. “22대 국회의원 임기인 2024년에서 2028년까지는 기후위기 대응의 골든타임이다. 유권자들이 정치인들에게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비전 없이 선거에 나서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주어야 한다. 이번 조사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강조하는 후보에 어떤 태도를 보일지 물었는데 62.3%가 더 관심을 두겠다고 응답했다. 어떤 방식으로 관심을 두겠냐는 질문(복수응답)에 투표(90.7%)는 물론 주변에 지지를 권한다(41.2%)는 응답률도 상당히 높았다. 기후위기에 대해 강한 행동 의지를 가진 유권자들이 존재하는 만큼 이를 캠페인으로 엮을 생각이다. 우리 지역에 출마하는 후보들에게 직접 유권자가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공약을 물어보고, 후보자들을 불러 토론회를 열 수도 있다. 선거를 앞둔 지금이 정치인들이 가장 유권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다. 언론사 및 정치평론가들도 기후위기를 곁다리 이슈가 아닌 중요한 정치적 의제로 정면으로 다뤄야 한다. 이들이 각 정당과 후보들에게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이를 평가하는 역할을 해줘야 한다.” -향후 계획은. “2월 21일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고 ‘초격전지에서의 기후공약’에 대해 발표한다. 석탄발전소 폐쇄 지역, 기후재난이 발생한 지역 등에서 어떤 맞춤형 기후공약이 가능할지를 논의할 예정이다. 21대 총선에서 3% 이하 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된 선거구가 24곳 정도다. 이 같은 초격전지에서는 ‘기후공약’이 당락을 가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2월 말 또는 3월 초쯤에는 17개 광역시·도의 기후유권자를 분석한 ‘지역별 보고서’를 내놓을 예정이다. 각 지역의 후보자들이 꼭 읽었으면 한다. ‘기후유권자를 찾습니다’ 프로젝트는 ‘기후유권자’의 규모, 분포, 경향성 등의 변화 및 추이를 살펴볼 수 있도록 2027년 대선까지 매년 시행할 계획이다. 그 과정에서 기후유권자가 결집하면서 선거에서 강력한 캐스팅보트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고, 선거 결과는 기후위기 정책과 제도 마련으로 이어질 것이다. 2027년 대선에 나오는 후보자는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리더십 없이 출마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 [인터뷰] “운동권 청산이 총선 이슈? 양당 패권 정치 끝내는 것이 급선무”(2024. 02. 02 17:35)
- 2024. 02. 02 17:35 정치
- 조응천 미래대연합 공동창당준비위원장 조응천 미래대연합 의원이 지난 1월 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주간경향과 인터뷰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그가 민주당 재선 중진이었다는 게 오래전 일처럼 느껴진다. 인터뷰 한 날(1월 31일)을 기준으로 채 한 달이 안 됐다. 조응천 미래대연합 공동창당준비위원장. 지난 1월 9일 출판기념회를 열었고, 이튿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탈당 선언을 했다. 현재 그의 소속은 더불어민주당이 아닌 미래대연합이다. 이 당적도 곧 달라진다. 2월 4일 이낙연 측 새로운미래와 합친 개혁미래당(가칭) 창당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이 ‘제3신당 중텐트’ 소속 현역의원은 3명이다. 모두 미래대연합을 준비하던 사람들이다. 재선인 조응천 의원은 앞으로 만들어질 새 정당의 원내대표를 맡을 예정이다. 역시 재선인 김종민 의원은 8년 동안의 의정활동 경험을 살려 정치개혁-선거제 개혁을 전담하는 정치개혁위원장을 맡아 활동할 계획이다. 3선인 이원욱 의원은 잠정적으로 ‘빅텐트 3지대 통합’을 전담하기로 역할을 분담했다고 조 의원은 밝혔다. “아직 결정된 것은 아닌데 우리들의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제왕적 당대표의 폐해에 너무 시달렸던 사람들입니다. 정당법을 개정할 때까지 당대표를 없앨 수는 없으니 그냥 n분의 1로 가려고 합니다. 그러니까 당대표를 두기는 두되 원내대표가 겸직하는, 원내 정당을 지향하는 체제로 가려고요.” -여의도 정치권 속어 중 ‘당 밖은 시베리아’라는 말이 있습니다. 재선 의원이지만 탈당이나 당적 변경은 처음인데, 그사이 너무나 빠르게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집 나오면 고생한다…와 같은 말이겠지요? 예전 같으면 신경 안 써도 되는 일을 일일이 챙겨야 하니 몸이 많이 피곤하긴 합니다. 그래도 마음은 편안합니다. 이재명 대표 테러 사건에 대해 경찰이 은폐 축소 수사를 했다고 주장하잖아요. 국회 본청 계단에 의원들이 쭉 모여 손팻말을 들고 항의 집회를 하더라고요. 아이고, 저 당(민주당)에 내가 있었다면 속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디다. 아마도 저는 안 나갔겠지만요.” -당 주장에 동의하지 않아도 참석을 강요하는 무언의 압력 같은 것이 있었다는 말씀일까요. “지난 여름에 후쿠시마 오염수 이슈화를 하겠다고 대표가 단식도 했고, 매일 저녁 본청 앞에서 항의 집회를 했는데 저는 한 번도 안 갔습니다. 왜냐면 그게 과학적으로 명확히 입증이 안 된 상황이라서요. 당대표 사법리스크에 대한 방탄 물타기라고 생각해서 온당치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방탄을 위해 왜 전 당력을 동원해 저러고 있나, 출석 여부를 체크하더라도 불이익을 받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고, 나가는 게 제 양심에 맞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둘째는 의원총회입니다. 거기에 안 나가도 되니 마음이 또 편안해지더라고요. 어차피 결론을 내놓고 지도부나 원내지도부의 의중에 반하는 그런 쪽 발언이나 주장을 해봐야 받아들여지지도 않거든요. 아마 이재명 체포동의안 가결되고 박광온 당시 원내대표를 주저앉히기 위한 심야 의총 때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거기서 친명이나 강성 의원들 주장에 부합하는 이야기를 하면 막 박수 치고 ‘옳소!’ 그러는 게 있었는데, 그에 반하는 이야기를 하면 막 야유하고 ‘사퇴시켜라’ 하는 그런 말이 나왔죠.” “탈당 이후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편해요. 빅텐트는 가능성이 아닌 당위와 생존의 문제입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에서 떨어져나온 사람들이 모여야 가운데가 돼요. 어느 쪽에서든 우리 때문에 표가 갈라져서 졌다는 말도 못 하고요.” -의원총회에서요? “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쓸데없는 소리한다고 야유도 하고, 그러는 것을 보면서 ‘진짜 참, 의총인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그런 생각을 했는데 이제는 안 들어가게 되니 참 좋습니다.” -말씀을 들으니 궁금한 것이 여러 가지입니다. 하나는 이전에 ‘민주당의길’이나 ‘원칙과상식’이 처음 만들어질 때도 그렇고 당내에서 동조하는 의원들이 굉장히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리고 오히려 의총을 하면 몇몇 의원이 이른바 강성 친명 성향을 드러내지만, 상당수 의원은 당내에서 이렇게 하면 안 된다, 강성 팬덤에 휘둘려선 안 된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고, 그게 주류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막상 원칙과상식이 만들어질 때나 탈당 과정에서 의원들 대부분은 강성 팬덤에 휘둘리는 건 고쳐야겠고 사당화는 막아야겠지만 그래도 민주당은 지켜야 한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듯했거든요. 그러니까 박용진 의원이나 1월 9일 출판기념회에 왔던 이소영 의원 같은 사람들도 탈당을 만류한 거 아닙니까. “음… 아무리 해도 바뀌지 않으니까 남아서 장기전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주장도 있었는데 저를 비롯한 우리 ‘원칙과상식’을 하다가 나온 사람들은 내부충격으로는 이제 한계가 왔고, 답은 외부충격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안 되는 것 뻔히 아는데 안에 남아서 계속 뭐라고 하는 것도 사실은 좀 난감한 일이죠. 일제강점기 항일운동에 비유하자면 신간회와 의열단으로 나눠 합법투쟁과 무력투쟁, 뭐 그렇게 나뉠 것이라고 저는 주장하고 다녔어요.” -원칙과상식이 의열단입니까. “네. 의열단. 그런데 의열단 활동하기가 그렇게 쉽지 않죠. 20대 국회 때도 SNS가 없진 않았지만, 유튜버·개딸 영향력이 지금처럼 크진 않았어요. 있었다면 고작 트위터였죠. 그때도 계속 문제 제기를 했는데 그때 몇몇 다선의원이 말하길, 그때가 4·15 총선 때였나? 21대 총선에서 당선만 딱 되면 이제 청와대와 갑을이 바뀐다, 왜냐 임기가 대통령보다 훨씬 더 길기 때문에 (당이) 대통령·청와대 쪽에 아쉬울 게 없게 된다. 그러니 소신껏 하면 된다고 했죠.” -다선의원들 전망대로 흘러가지 않았다는 거네요. “더 심해졌죠. 더군다나 지금은 ‘무당 유튜버’들이 거의 방향을 잡고 세게 흔들면, 이렇게 말하면 심한 표현이긴 하지만 지령을 내리는 식이죠.” -무당 유튜버라고요? “네. 이슈를 일으키고 몇 번 방송하면 그게 금방 강성 당원에 전파되고 또 지도부도 그대로 거의 그 뜻에 맞춰서 그냥 움직이니까요. 총선이 지나면 지도부에도 소신껏 말할 수 있다는 말, 저는 별로 믿지 않았습니다.” -당에 남은 의원들도 결국 팬덤과 동조하는 지도부 눈치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결국 공천 때문에? “수박으로 찍히면 안 되니까요. 그 무당 유튜버들이 운영하는 몇몇 프로그램이 있는데 제가 구체적인 고유명사를 거론하지는 않겠습니다. 거기에 총선 출마 예정자가 출연하면 굉장히 인지도를 높여주는 쪽으로 굴러갑니다. 이런 식이에요. 개인적인 것 묻고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 이재명 대표는 어떻게 지키려고 하느냐. 그다음엔 출마하려는 지역에 누가 나오냐, 그 사람은 당신과 생각이 같냐 다르냐 묻고 다르니 수박이네, 그러면 당신이 돼야겠네 이렇게 딱 편 가르기를 해줘요. 그래서 그 지역에는 이 사람이다, 뭐 그렇게 하고 또 컨설팅 회사 운영하는 사람이 한때 당직도 겸업하고 요즘에는 여론조사회사까지 만들어 수박 지역구만 찍어서 여론조사 돌려서 그 수박이 지는 결과를 계속 반복해서 언급합니다.” -여론조사에서 기관편향 문제를 많이 거론하기는 하는데, 평론하는 분 중에서는 40대 민주당 지지자 전체가 정치고관여/강성 팬덤화됐다는 지적을 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당이 거기에 얹혀 가는 듯한 느낌도 들었고요. 이재명 당대표의 말이나 당 공식 사이트의 청원 같은 걸 통해 계속 수박들을 배척하라는 글이 올라오고, 공천 역시 저는 그 단계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이른바 검증이라면서 대놓고 셀프 단수공천을 하고 이제 하…(한숨) 뭐 훌륭한 분 모셔와 공관위를 꾸렸겠지만 과연 제대로 진용을 갖출 수 있을까, 소위 말하는 ‘찐명’이 아닌 의원은 그저 표적이 되지 않으려고만 하고 있어요. 표적이 되면 죽으니까.” -그래서 목소리를 못 내는 거네요. “목소리를 내면 표적이 되니까. 그러니 이낙연 전 대표 탈당 전에 100명이 넘는 의원이 탈당 반대 서명을 했죠? 한 서른몇명 빼놓고는 다 했다는 것 같은데 당 지도부를 빼고 나면 실제 안 한 사람은 20명 안쪽이에요. 그러니까 서명에 참여하지 않으면 표적이 되는 거죠.” “윤·한 갈등은 내부적으로 항복을 받아낸 한동훈이 남는 장사를 했죠. 그런데 ‘86 운동권 청산’은 국민의힘이 야당이면 모르되, 여당으로 내걸 총선 핵심 이슈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민생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이 ‘공백’으로 남거든요.” -국민의힘 ‘윤심’ 초선들이 주동해 당대표 후보자를 몰아냈던 과정과 비슷한 일이 민주당에서도 일어났다고 보는 거로군요. 알겠습니다. 빅텐트는 실현 가능할 것 같습니까. “이건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고 당위의 문제이자 실존적인 문제라고 봅니다. 국민께서 보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어쨌든 기득권 정치를 타파하겠다고 뛰쳐나왔고 패권 싫다고 뛰쳐나왔는데 그새 한 줌 권력을 놓고 도토리 키 재기식의 신경전을 벌인다면 국민은 ‘싹수가 노랗다’고 할 것이거든요. 그러니까 뭐 한 줌도 안 되는 사람들끼리 ‘나, 이것은 꼭 해야 해’, ‘이렇게 하면 안 돼. 이건 못 받아. 이건 패권이야’ 하는 식으로 밀고 당기고 할 게 아닙니다. 기득권을 내려놓고 패권에 대해서는 배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하나로 모일 때 국민이 ‘봐줄 만하네’라고 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그게 자신들이 기반을 두고 있는 지지자들 내지는 조직의 덫을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을 지지하는 사람 중에는 민주당 쪽 사람들과 합치는 것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있고, 이준석의 최근 발언도 그것을 반영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당장 미래대연합만 해도 이낙연 총리 쪽과 지지기반이나 정치개혁 비전이 많이 다르지 않습니까. “우리 내부에서 그것을 두고 정말 엄청난 격론과 진통이 있었습니다. 그 끝에 새로운미래와 합당이라는 결과를 발표했는데 ‘무엇무엇 때문에’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꾸기로 했고요. 그 무엇보다 그것 하나 극복하지 못하고 모아내지 못한다면 국민께 표를 달라고 할 용기가 어디서 생겨날 수 있을까, 그건 염치없는 짓이다, 그래서 저는 진짜 우리 내부와 또 다른 중텐트·소텐트들에 ‘그냥 내려놓자, 다 내려놓자’는 이야기를 계속해서 하고 있습니다. (잠시 침묵) 이게 안 되고 각자도생하면 그냥 다 죽는다는 걸 모두 잘 알 겁니다.” -총선 결과는 어떻게 전망하세요. “잘 모르겠습니다.” -한 가지 예상되는 건 결국 총선은 전체 의석의 절반을 차지하는 수도권 싸움입니다. 거기서 신당이 등장해 3자 대결 구도가 되면 제3신당 후보가 ‘당선되기는 어렵지만 야당 표는 분산시켜 결과적으로 여당 당선에 기여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그 비난의 화살을 맞을 수 있어요. 2010년 6·2 서울시장선거에서 한명숙이 석패한 것을 두고 당시 노회찬 정의당 후보에게 비난이 쏟아진 것처럼요. 지금 민주당 강성지지층이 보여주는 어떤 경로 의존성으로 놓고 볼 때 지난 대선 때 ‘당내 경선에서 진 수박의 비협조로 졌다’라고 한 것처럼 민주당이 혁신 부족이나 중도층을 못 잡았기 때문이 아니라 제3당이 표를 가져갔기 때문에 졌다, 이런 식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높거든요. 제 생각에 이 팬덤 정서는 바뀌기도 쉽지 않아 보이고요. “그렇기 때문에 빅텐트로 다 뭉쳐야 하는 거 아닌가요. 국민의힘에서 떨어져 나온 세력이나 민주당에서 떨어져 나온 세력이나 다 뭉쳐야 너희 때문에 표가 갈려서 우리가 졌다는 말을 못 할 것 아니겠습니까. 2010년 노회찬은 가장 왼쪽에 있었는데 왼쪽에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왼쪽에 있는 너희가 도와주지 않아서 오른쪽에 밀렸다고 말했다는 것 아닙니까, 그렇죠? 그런데 우리는 가운데 있으려고 해요. 가운데인데 아직은 완전히 합치지 않았으니 좀 왼쪽에 치우친 가운데일 수 있긴 합니다. 저기(이준석 개혁신당)하고 합치면 완전히 가운데잖아요. 그러면 국민의힘이나 민주당 양쪽 모두에게 ‘너나 잘해’라고 말할 수 있는 거죠.” /박민규 선임기자 -민주당 강성지지층 쪽에서는 결국 탈당한 사람들이 이상민 의원이 택했던 길, 국민의힘 입당으로 갈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보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하하. 우리는 1당·2당을 저울질해가며 몸값을 높여 받으려고 나온 게 아닙니다. 경우에 따라 특정 지역구에서 선거연대 제의가 들어왔을 때 당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주고받을 것을 받아 의석수를 확보하는 일은 있을 수 있어요. 그런데 그걸 가지고 빨간 당으로 간다, 파란 당으로 간다 그렇게 할 건 아닙니다.” -‘검사 출신 물 빠지려면 좀 오래 걸린다’는 말씀을 예전에 하신 적 있습니다. 지금 윤·한 갈등을 보며 남다르게 읽으시는 수(手)가 있을 듯싶습니다. “검사 출신과는 상관없고요. ‘한 수 위다. 한동훈이가.’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상대방은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어놓고 자기는 마음대로 움직이면서 ‘(윤석열)아바타’라는 딱지를 뗄 수 있는 그 정도로 힘 조절을 할 수 있는 만큼만 했습니다. 밖에는 갈등을 봉합한 것으로 돼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목숨만은 살려줄게’ 하고선 항복을 받아낸 거죠. 윤석열로부터.” -한동훈이 들이받았다는 걸 국민도 다 간파하는 거죠. 그렇다면 그게 총선에서 국민의힘에 유리한 방향으로 가게 되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한동훈 비대위는 ‘86 운동권 청산’을 이번 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키우려는 듯싶고요. “만약 국민의힘이 야당이고 민주당이 여당인데 운동권 청산을 내세웠다면 완벽했겠죠. 여당은 어쨌든 정부와 손잡고 나라를 이끌어가야 하고 국민을 좀더 살기 좋게 해야 할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당이니까요. 또 민심을 수렴해서 전달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앞엣것을 안 해. 마치 야당처럼 상대방 공격만 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그런데 ‘당신들은 도대체 뭐를 하는데’라는 부분이 공백으로 남습니다. 가장 취약점이 바로 수직적 당정관계나 ‘윤석열 아바타’를 극복할 수 있느냐 하는 겁니다. 제가 페북에도 적었는데 임기를 야구로 비유한다면 한동훈이 아무리 특급 마무리 투수라고 하더라도 8회말 9회초도 아니고 ‘3말4초’에 들어온 거잖아요. ‘롱 릴리프(중간계투)’도 아니고. 그나마 결정구도 못 던져요. 수직적 당정관계, 김건희, 공천 이 세 가지는 못 건드리는 겁니다. 만약 건드리면 감독이 투수를 교체할 거라고 전망했습니다.” -한동훈이 첫 격돌에서 생각보다 영리하고 민첩하게 대응했습니다. “영민하죠. 비유하자면 감독의 비리를(하하). 어쨌거나 한동훈의 입장에서는 남는 장사를 했습니다. 이번에 쫓겨나더라도 해외 출국했다가….” -돌아오면 되죠. 이번에는 진짜로 구원투수로. “그럼요. 그냥 업혀 가는 거니까. 그때는 국정은 완전히 결딴나 있을 것이고, 민주당도 어떻게든 이재명 방탄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을 것 같긴 합니다만….” -왜 윤석열 대통령은 사과에 인색할까요. 자기 잘못으로 벌어진 문제를 더 키우는 스타일 아닙니까. 이건 윤 대통령 개인의 ‘인성’ 문제로 보십니까. “개인의 인성에 기인한 문제라기보다는 소수 정파 출신 대통령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 이야기가 가끔 나오던데 이런 처지를 쿨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그걸 더 상황을 몰아붙이는 땔감으로 쓴다는 겁니다. 그래서 안 그래도 ‘다이내믹 대한민국’에선 뜨겁던 이슈가 며칠도 못 가고, 그냥 넘어가면 또 다른 게 터지는 식으로요. 또 요즘엔 잠잠하지만 압수 수색하고 누구 진술 나오면 언론은 동네 축구에서 공 쫓아다니는 것처럼 그리로 우르르 몰려가잖아요. 그렇게 하다 보면 또 망각합니다. 그러니 그냥 ‘좋은 공’ 하나씩 던져주면서 그때그때 모면하면 된다, 그런 생각인 것 같아요.” -혹시 덧붙일 말씀은 없는지요. “네. 어쨌거나 봄이 되면 새싹이 좀 볼 만하게 올라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 인터뷰
- 공직 신분으로 총선 출마 ‘진격의 검사들’(2024. 01. 08 06:00)
- 2024. 01. 08 06:00 정치
- 사표 제출 이성윤·신성식 등 면직처리 안 돼…국회의원 당선되면 혼란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걸린 깃발이 먹구름 낀 하늘 아래 펄럭이고 있다. 연합뉴스 공무원이나 공기업 임원 등이 선거에 출마하려면 기본적으로 선거 90일 전에는 해당 직을 그만둬야 한다. 이번 4·10 총선에 나가려면 오는 1월 11일 전까지는 사직해야 하는 것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이 그렇다. 공무원이 지위를 이용해 선거에 개입할 여지를 막겠다는 취지다. 그런데 ‘직을 그만둔다’는 건 면직처분의 확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사직서를 제출하는 행위만으로도 직을 그만둔 것으로 본다. 대법원의 판례도 그렇다. 이 지점에서 논란이 생긴다. 공무원 등이 사표를 냈으나 소속 기관이 수리하지 않거나 지연할 때다. 그러면 공무원은 그 신분을 유지한 채 선거를 치르게 된다. 나아가 국회의원에 당선된다면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 법률 정비 등을 통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선거 90일 전 공무원직 그만둬야 이런 사례가 최근 검찰에서 나오고 있다.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11월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저서 <꽃은 무죄다>의 출판기념회를 개최했다. 이 연구위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과 서울고검장 등을 두루 거쳤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들어 좌천됐고,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출판기념회에는 박상기·조국·추미애 전 장관 등 지난 정부의 법무부 장관들이 자리했다. 이 연구위원의 행보에 비춰 총선에 출마하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는 2022년 4월 법무부에 사표를 냈다. 신성식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또한 지난해 12월 6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어 저서 <진짜 검사> 출간에 맞춰 저자와의 대화를 열었다. 신 연구위원도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 3차장,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수원지검장 등을 지냈지만 이번 정부에서 한직으로 밀려났다. 1월 10일 순천대학교에서 북콘서트도 연다. 그의 페이스북에는 “순천시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라고 적힌 사진이 걸려 있다. 총선에서 전남 순천 출마를 준비 중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법무부는 그러나 이들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다. 공무원이 중징계에 해당할 수 있는 사안으로 수사나 재판을 받고 있으면, 퇴직을 허용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내부 감사·조사를 받고 있을 때도 그렇다. ‘국가공무원법’과 ‘공무원 비위사건 처리규정’(대통령 훈령)에 근거한다. 이는 공무원이 비위를 저지르고도 징계를 회피하기 위해 의원면직을 활용하는 꼼수를 방지하려는 게 본래 목적이다. 징계를 받으면 내용·수위에 따라서 변호사 개업 제한, 퇴직수당 삭감, 징계부가금 부담 등의 불이익이 뒤따른다. 이 연구위원은 형사재판과 법무부의 감찰 등을 받고 있다. 그는 2019년 ‘김학의 위법 출국금지 수사 외압’ 혐의로 2021년 5월 기소됐다. 지난해 2월 1심에서 무죄가 났으나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 신 연구위원은 지난해 1월 ‘검언유착 의혹의 녹취록 오보’ 사건으로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사표가 수리되지 않더라도 이들이 총선에 출마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는 않는다. 공직선거법은 공무원이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90일 전에 사직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사직서가 일단 기관에 접수가 되면 공무원직을 그만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2021년 4월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당선 무효소송에서 이런 해석이 맞다고 확인했다. 사표를 냈지만 수리되지 않은 공무원이 선거에 나갈 수 있는지를 판단한 최초의 판례이다. 황 의원은 경찰로 재직 중이던 2020년 1월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해 4월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황 의원이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으로 기소되면서 경찰청은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다. 그가 경찰 신분으로 총선에 나가 당선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국회의원은 국무총리나 장관 등 국무위원을 제외하고는 겸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자 경찰청은 황 의원에게 ‘조건부 의원면직’ 처분을 내렸다. 형사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경찰공무원 신분을 회복해 징계 절차를 밟겠다는 것이다. 황 의원은 지난해 11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고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관련 법률 국회 계류 중 이뿐만이 아니다. 김상민 대전고검 검사는 지난해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장으로 근무하면서 추석을 앞두고 지인들에게 정치활동으로 읽히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저는 뼛속까지 창원 사람”, “창원은 이제 지방이 아니라 또 하나의 큰 중심이 돼야 한다” 등이다. 대검은 진상조사를 벌였고, 대검 감찰위원회는 지난해 말 정식 징계가 아닌 낮은 수위의 ‘검사장 경고’를 권고했다. 그러자 김 검사는 법무부에 사직서를 낸 데 이어 언론을 통해 총선 출마 의지를 내비쳤다. ‘1월 6일에 출판기념회를 개최한다’는 사실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가 지우기도 했다. 대검은 추가 감찰과 징계 청구를 예고한 상태다. 대검은 박대범 광주고검 검사도 감찰 중이다. 박 검사는 지난해 12월 창원지검 마산지청장으로 근무할 때 총선과 관련해 외부인과 부적절한 접촉을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박 검사는 2016년 5월 ‘정치자금’ 분야에서 2급 공인전문 검사로 인증을 받은 바 있다. 공무원 신분으로 총선을 치르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법률이 국회에 계류 중이긴 하다. 그러나 별다른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20년 11월 박완수 당시 국민의힘 의원은 공무원이 명확하게 면직처분을 받아야 선거에 나갈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과 유상범 의원도 2021년 5월에 각각 유사한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냈다. 다만 고의로 사표 수리를 지연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공기업 사장도? 이런 유사한 사례가 공기업에서 나올 가능성도 있다. 원경환 대한석탄공사 사장의 4월 총선 출마설이 나돈다. 그런데 사장직을 유지한 채 선거를 치러야 할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원 사장과 산업통상자원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원 사장은 지난해 국정감사 직후인 10월 25일 사직서를 산업부에 제출했다. 산업부는 11월 2일 사직서가 접수됐다고 했다. 그러나 사표는 곧바로 수리되지 않았다. 2022년 9월 강원 태백 장성광업소 갱도에서 발생한 매몰 사망사고와 관련해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런 사례가 드물기 때문에 의원면직 제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검토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운영법도 공기업의 사장 등 임원이 사직서를 제출했을 때, 중징계에 해당할 수 있는 사안으로 수사나 재판을 받고 있으면 퇴직을 제한하는 조항을 두고 있다. 다만 국가공무원법처럼 강제 규정이 아니라 ‘의원면직을 허용하지 않을 수 있다’라는 임의 규정이다. 원 사장은 계속 사표가 수리되지 않자 12월 3일과 5일 산업부에 공문을 보냈다. ‘사직원을 낸 상태에서 기관장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현장에서 언제든지 사고 발생 위험이 있기 때문에 신속하게 대행체제 등을 갖춰달라’고 요구하는 내용이다. 그런 와중에 검찰은 지난해 12월 14일 매몰 사망사고와 관련해 원 사장 등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공기업 대표가 해당 법으로 기소된 건 처음이다. 원 사장은 12월 19일 재차 산업부에 공문을 보내 사표 수리 등을 촉구했다. 산업부는 이튿날 답변에서 사직서 수리와 관련한 법률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기관장으로서의 의무와 책임을 다해달라는 등의 취지로 회신했다. 원 사장은 결국 지난해 12월 22일 직원들에게 이임한다고 알린 뒤 출근하지 않고 있다. 원 사장은 “일부 언론에서는 돌연 사표를 내고 나갔다고 보도했지만, 관련 규정에 따라 2개월 전에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의 ‘공기업·준정부기관의 경영에 관한 지침’을 보면, 공기업의 임원은 사직을 희망하는 날로부터 2개월 이전에 사직서을 제출해야 한다. 그는 “산업부는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라 수리할 수 없다며 방관하고 있으나, 의원면직 제한 조항은 강제 규정이 아니기 때문에 산업부가 신속하게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원 사장은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연세대 동문회관에서 출판기념회를 개최했다. 이 때문에 원 사장이 총선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에 원 사장은 “총선에 나가는 게 제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다. 제가 결정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원 사장은 앞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의 재판을 두고 “성실하게 임하겠다”라며 “부하 직원의 생명을 지켜주지 못해 한스럽다.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원 사장은 2020년 4월 21대 총선에 강원 홍천·횡성·영월·평창의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바 있다. 강원 평창 출신으로 서울경찰청장을 지냈다. 산업부 관계자는 원 사장의 사표 수리와 후임 인선 등을 두고 “(원 사장이 경영에 복귀하지 않는다면) 별도의 어떤 조치를 해야 할지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검토하고 있다”라며 “석탄공사는 비상 경영체제를 가동해 본부장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 4월 총선은 한동훈 앞세운 윤석열 vs 이재명 3차전?(2023. 12. 22 16:00)
- 2023. 12. 22 16:00 정치
- 3신당 성공 여부 2월 중순 윤곽 선거제 개편 결과도 구도 바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2월 19일 국회 법사위에 출석하기 위해 입장하는 모습을 취재하기 위해 취재진이 국회 본관 안에서 기다리고 있다./박민규 선임기자 2024년 가장 큰 정치적 이벤트는 4월 총선이다. 2026년 지방선거가 있지만 총선 이후에는 곧바로 대선모드다. 총선 과정에서 각 당 차기주자의 리더십이 검증받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주목해야 하는 주요 일정은 8월 전후로 치러질 전당대회다. 당대표 선거를 겸한 전당대회에서 각 당의 대선경선룰이 확정된다. 각 당 유력주자로서는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현재까지는 야권이 유리해 보인다. 여론조사 지표들은 총선 여론이 정권안정론보다 정권심판론으로 기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과반 이상 유권자들이 꾸준히 정권심판론으로 가고 있다. 이 경향은 4월 총선까지 지속될까.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한동훈이 연착륙을 하는 데 성공한다면 586퇴진론이 또 하나의 프레임으로 등장할 것이다. 오늘 당장 선거를 치른다면 민주당이 유리할 수 있겠지만, 선거는 앞으로 석 달 남았고, 여권이 정리되면 결코 호락호락한 국면은 아닐 것이다.” 엄경영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의 말이다. 정권심판론, 4월 총선 때까지 지속될까 4월 총선은 2023년 12월 말 엇갈리는 정치 일정부터 시작된다. 12월 27일로 예고한 이준석의 탈당과 이튿날 정의당이 상정한 두 특검법의 국회 자동상정이다. 두 특검법이란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화천대유 50억 클럽 뇌물 의혹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과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다. 이중 논란이 집중되는 것은 후자,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이다. 여권이 투표에 보이콧하더라도 민주당을 위시한 야권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특검법의 통과는 무난하다. 문제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경우다. 통상적으로 거부권이라 이야기하지만 정확하게는 재의요구권이다. 헌법 제53조 제1항은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은 정부에 이송되어 15일 이내에 대통령이 공포한다”고 돼 있는데, 다시 제2항에서는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에는 대통령은 제1항의 기간내에 이의서를 붙여 국회로 환부하고, 그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다시 같은 법 제4항에는 “재의의 요구가 있을 때에는 국회는 재의에 붙이고,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전과 같은 의결을 하면 그 법률안은 법률로서 확정된다”고 돼 있다. 12월 28일 김건희 특검법이 국회에 상정되면 12월 29일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한은 ‘15일 이내’이므로 그 시한은 1월 13일이 된다. 문제는 김건희 특검법 상정 하루 전날 예고된 이준석 전 당대표의 탈당이다. 이 전 대표는 주간경향과 인터뷰에서 4월 총선에서 3당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자신 혼자만 탈당할 것이 아니라 1월 중순이나 2월로 예정된 창당 때까지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 수준의 창당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현행 국회법에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 의원 수는 20명이다. 4월 총선 이전 창당부터 20여명의 21대 국회의원과 함께한다는 목표다. ‘이준석 신당’에는 현재 야권에서도 함께할 의원이 있겠지만 공천에서 배제될 것이 확실한 현 여권, 국민의힘에서 같이할 사람들이 다수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시 말해 설령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법의 재의를 요구하며 돌려보내더라도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요구하고 있는 재의 조건이 변화된 정치 상황에 따라 관철될 수도 있는 상황이 된다는 뜻이다. 김건희 특검법이 관철될 경우 어떻게 될까.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1월 말 출범 2월 중순 수사가 시작된다. 30일 연장이 가능하므로 70일간 수사를 한다. 따라서 총선일(4월 10일)을 넘겨 특검 수사가 진행된다. 총선정국이 김건희 특검 정국이 되는 셈이다. 재의를 요구해 다시 공을 국회로 돌려 통과될 경우 개시가 15일에서 한 달간 늦어질 수는 있어도 총선 시기가 특검 정국이 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엄경영 소장은 “검사 생활을 30년 넘게 한 윤 대통령의 입장에서 특검은 별 타격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러지 않고서는 한동훈을 비상대책위원장에 앉힐 이유가 없다”라고 말한다. 거부권 행사가 어려우니 일종의 차도살인지계(借刀殺人之計)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시각이다. 다시 말해 용산 측은 특검법을 수용하고 한동훈 비대위가 연착륙하면 다시 국민의힘 우세국면으로 복귀할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검건희 특검과 한동훈 비대위원장 “일부 보수매체들이 꺼내든 것처럼 ‘한동훈식 6·29 선언’ 연출도 가능하다고 본다. 이를테면 비대위원장 한동훈이 윤 대통령에게 특검을 수용하자고 건의하고, 윤 대통령이 한동훈의 건의를 받아들여 김건희 특검법을 수용하는 그림을 연출해낼 수도 있다고 본다.” 공희준 시사평론가의 말이다. “최근 유력보수지들에서 연달아 윤석열 대통령을 견제하는 칼럼이나 사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을 주목해야 한다. 현재의 용산과 국민의힘 관계는 직영체제라고 봐야 한다. 당을 장악하는 정도가 아니라 당과 통합된, 그야말로 당정통합체제인데 이대로 가다간 범보수 궤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 광범위하게 퍼진 것이다. 보수 주류로서는 윤석열 정권과 동반 침몰 의사가 없다는 것을 그런 식으로 보여주고 있는 거다.” 그는 ‘한동훈 등판’의 효과가 지속되는 시기도 의외로 짧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정 정도 허니문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도 상정해봐야 한다. 한동훈 비대위도 약발이 통하지 않을 경우다.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 선거 사상 최초로 비대위도 붕괴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한동훈은 윤석열과 다르며, 젊은 세대 팬덤도 확보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지만 의외로 나이 많고 부유한 중산층 여성 이외의 확장력은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쉽게 말해 자녀를 다 출가시킨 ‘강남 아줌마’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얘긴데, 그 사람들은 어차피 다 찍을 사람이다. 간단히 말해 한동훈이 아니었다면 원래는 야당을 찍을 사람들이었는데, 그 사람들이 돌아섰다와 같은 변화가 없다는 뜻이다.” 한동훈 비대위의 외연 확장 효과가 생각보다 없으리라는 주장이다. 4월 총선이 친윤과 친명을 앞세운 국민의힘과 민주당 양당 사이에 벌어지는 대전이 되리라는 전망은 현재까진 유효하다. 0.73%포인트 표차로 승자와 패자가 결정된 지난 대선부터 2022년 지방선거에 이은 윤석열 대 이재명의 3차 대회전이 되리라는 관측이다. 다른 점도 있긴 하다. 이번 총선은 정권 중반기에 치러지는 선거다. 정권 중반기까지 이어져 온 강 대 강 구도가 총선을 기점으로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이번 총선에서 진 쪽은 급작스레 몰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 대표가 지게 된다면 당대표직을 유지 불가능한 수준을 넘어 2027년 대선에서 야권 대선후보에서 탈락할 위험이 있다. 반대로 여당이 패할 경우 임기 후반 정권 유지가 힘들 수도 있다. 야권 일각에서 “이번 총선의 성격은 심판선거가 아니라 탄핵 선거”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선거 패배는 곧바로 탄핵정국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인식이다. 그럼에도 주간경향이 만난 선거전문가·시사평론가들은 민주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200석 이상 석권/총선 후 탄핵정국’이 곧바로 열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양쪽 모두 원심력이 작동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준석이 공식적으로 요구한 것은 용산의 태도 변화인데 용산이 수용하지도 않고 수용할 리도 없다. 본인도 자기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을 공개 모집하고 있고, 12월 27일 이후 뭔가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반면 야권에서 이낙연 총리 쪽도 민주당의 본질적 변화를 요구하며 명분을 축적하고 있다. 여기에 원칙과 상식으로 대표되는 당내 비명·반명 쪽도 2023년 12월이라는 시한을 제시하며 1월에는 본격 행동에 나설 것을 상정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진짜 ‘제3지대’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본다. 구도 자체가 선택지가 한두개 더 늘어나는 것을 넘어서 지난 대선이나 지선과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의 말이다. 포인트는 여야에서 각각 따로 진행되는 이런 흐름이 하나로 합쳐질 가능성이 있느냐는 점이다. 지난 12월 17일 출범한 새로운선택 창당대회가 하나의 시금석이 될 수 있다. 이날 행사는 공동대표체제로 하나로 뭉치게 된 금태섭(새로운선택), 조성주·류호정 정의당 의원(세번째권력) 이외에도 양향자 한국의힘 공동대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준석 전 국민의힘 당대표가 참석했다. 김종인 전 대표는 현재 3신당 흐름의 막후에서 조율·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에서 신당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이낙연 전 총리는 이날 창당대회에 축하영상을 보냈다. “결국 관전 포인트는 이낙연과 이준석이 함께하는 3지대가 만들어질 수 있느냐가 될 것”이라는 게 안 대표의 분석이다. 이준석·이낙연 ‘반윤·비명 빅텐트’ 만들어질까 12월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로운선택-세번째권력 공동창당대회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가운데),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가 입장하고 있다./ 연합 “민주당만 놓고 보면 2020년 총선을 4개월 앞둔 2019년 말 시점과 지금의 여론조사 응답률을 비교해보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현재의 정치 상황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다시 말해 정치고관여층에 해당하는 사람들만 여론조사에 적극 응답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소극적 지지층이 현재의 도덕적 붕괴 상황에 실망해 등을 돌렸다는 얘긴데, 앞으로 당내경선 여론조사에서도 이 층은 적극성이 떨어지는 반면, 소위 이재명 친위대로 불리는 강성지지층은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공천권을 쥔 당대표도 최대한 친명 성향 후보들에게 좋은 공천판을 마련하려고 할 것인데 문제는 현역의원 중 비명낙인이 찍힌 사람 중 살아 돌아올 사람이 현실적으로 거의 없다는 점이다.” ‘친명 신인’에게는 가산점이 주어지는 반면 현재의 공천룰에서 현역 하위 20% 배제 페널티가 원내 친명/비명 의원들에게 차별적으로 적용된다는 의심이 확산하는 순간 무게중심 추가 순식간에 원심력 방향으로 기울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진단이다. “과거 의원 연구모임에서 발제를 한 적도 있고, 이재명 대표는 총선승리를 위해서는 뭐든지 내놓을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일종의 지연술이다. 전권을 내놓고, 실망감에 빠진 사람들을 재결집해 투표율을 60% 이상으로 끌어올리지 않는다면 총선에서 민주당은 어렵다. 지금 민주당 현역의원들의 경우 비유적으로 말하면 ‘가마 솥안의 개구리’ 상황이다. 현역들이 자기 기득권을 놓지 않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이라는 배가 구멍이 뻥뻥 뚫려 물이 들어오고 있는데도 선실 문을 꽁꽁 닫고 내 방은 문제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꼴이다.” 민주당·국민의힘 바깥에서 거론되는 ‘반윤반명 3지대 빅텐트’의 가능성에 대해 신당추진 측에서는 아직 열려 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남평오 연대와공생 부이사장은 “단지 상황 논리가 아니라 국가추락이라는 상황을 윤석열정부나 여당뿐 아니라 민주당과 같은 야당도 막지 못한다는 구조적 인식이 있기 때문에 양당 바깥에서 신당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현재까지 여권의 이준석 신당과 (우리가 추진하는 신당은) 결이 다르지만, 폭발 직전인 민생 문제를 해결하고 나라를 구해야 한다는 민심의 흐름 변화로 빅텐트가 만들어질 가능성은 있다”라고 말했다. 2월 중순 결정 예정 선거제도도 분기점 2월 중순으로 예상되는 선거제 확정도 중요한 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로 민주당을 중심으로 예컨대 위성정당 방지법 등의 수단을 통한 현재의 준연동형제의 보완과 같은 주장이 나오지만, 정치권이나 선거전문가·관련 학계에서는 여야 합의는 큰 틀에서 병립형을 기본으로 하되, 예컨대 권역별비례제와 같은 형태의 선거제 개편안이 나오는 정도가 되리라고 전망한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과거 선거법 개정과 관련 여야가 합의를 이뤄낸 시점을 평균 내보면 43일 전이었는데, 이를 기준으로 선거일인 4월 10일 이전으로 역산해보면 2월 중순이나 말 정도에 결론이 나리라고 예상한다”며 “선거제도는 정부 형태와 제도적 정합성을 따질 수밖에 없는데 현행 대통령제는 소선구제와 양당제를 세트로 하는 선거제도와 친화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측면에서 내각제나 다당제 친화적인 연동형은 제도개선론이 아니라 이식론에 가까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바람직한 선거제도로 연동형비례제 사수를 주장하는 것이 처음부터 잘못됐다는 주장이다. 확실한 건 4월 총선이 병립형으로 치러질 경우 기존 원내외 소수정당의 생존이 어려워진다는 사실이다. 당장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원내 소수정당으로 교두보를 확보해온 정의당이나 현재 1석을 확보 중인 기본소득당과 같은 단일의제 정당, 통합진보당의 후신인 진보당 등의 원내정당이나 현재 진보연합정당을 추진 중인 녹색당·노동당 등 원외정당들의 원내 진입은 사실상 어려워진다. 채 교수는 “병립형으로 될 경우 현재 각각 신당을 추진하는 이준석·이낙연도 합칠 가능성이 높다”며 “그 경우 동서화합 등을 명분으로 내걸지 않겠는가”고 덧붙였다. 총선을 앞두고 오는 1월 중순 정치분석서 <이기는 정치학: 현실주의자의 진보집권론>을 펴낼 예정인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그동안 한국 정치에서 패턴을 보면 중도확장 행보에 성공한 쪽이 총선에서 이길 가능성이 높은데 현재 상황은 어느 쪽도 낙관론을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역대 선거 결과를 놓고 보면 민주당도 과반을 달성한 사례는 별로 없지만, 반대로 국민의힘도 비례를 합쳐 과반인 150석을 이상을 얻기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한 정당이 과반을 달성하는 경우는 한쪽이 허물어졌을 때 발생하는 일인데 예컨대 지금 상황이 민주당이 초토화되고 국민의힘이 박수받는 상황은 아니며, 그 반대의 상황도 아니지 않냐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다만 현재의 정치구조는 기본적으로 양당제 구조인데 과거에 과반이 나오지 않았던 것은 다당제 구도도 작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개념적인 제3당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원내 교섭단체를 꾸릴 수 있는 정도는 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신당이나 이낙연 신당의 당선자가 5~10석 정도 된다면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본다.” 최 소장의 주장을 정리하면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이 각각 120석에서 140석 정도를 차지하고 원외 무소속이나 기타정당이 10~20석을 차지하되 과거 정의당이 차지했던 원내교섭단체에 ‘미치지 못하지만 의미 있는’ 원내 제3당의 자리를 이준석이나 이낙연 신당이 교체해 들어선다는 뜻이다. 주간경향이 접촉한 선거전문가들이나 관련 학자·정치 컨설턴트 들의 전망은 대체로 최 소장의 의견에 수렴되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과연 그렇게 될까. 물론 모두 다 그런 전망을 내놓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3월부터 “2024년 총선은 여야 모두 각자 분열을 일으켜 여 성향 2개와 야 성향 2개의 4당 체제로 치러지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던 김성순 시사평론가는 2024년 총선에서 “현재의 여야 정당 모두 80석에서 100석 정도밖에 얻지 못하는 참패를 기록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그렇다면 나머지 100~120석은 어디로? “무소속이 되든 빅텐트가 되든 양당 밖의 당선자가 많이 배출될 것이다. 반윤·반명 빅텐트 역시 하나의 흐름이 빠르게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 이 기회를 놓치면 이낙연도 죽고, 이준석도 죽을 수밖에 없다. 이재명 사법리스크는 총선까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총선 전 구속으로 사상 초유로 야권 당대표가 구속돼 부재한 상태에서 치러지는 총선이 될 수도 있다. 한동훈 등판도 역사의 해프닝으로 끝날 것이다. 김건희 특검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지지율은 추락할 수밖에 없다. ‘한동훈 브랜드’도 그 과정에서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을까.” 양당 기득권에 대한 불신·반발이 지속되는 가운데 윤석열과 이재명으로 똘똘 뭉친 양당에 반대하는 인사들의 무소속 출마·당선이나 제3의 신당 노선이 주목을 받으면서 기존의 양당체제가 무너지리라는 시각이다. 김 평론가의 이런 주장은 현재까지는 소수의견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 ‘정치신인’ 4인의 총선 무기는 신당·김장·유튜브·진심(2023. 12. 15 17:00)
- 2023. 12. 15 17:00 정치
- 내년 총선 출사표 던진 남평오·김장수·김성회·김대남 예비후보 만나 보니 지난 12월 12일 내년 총선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다. 등록 첫날에만 전국에서 427명의 예비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본격적인 총선 레이스의 시작이다. 이맘때쯤이면 정치 담당 기자들의 휴대전화 메시지 함에도 차곡차곡 문자가 쌓인다. “저는 19○○년생으로 ○○○구에서 초·중·고를 나온 토박이입니다. 또 국회 인턴부터 시작해 당대표 ○○실장까지 역임한 ○○당의 정통일꾼입니다. 지역을 잘 알고, 정치도 잘 아는 준비된 국회의원입니다…”와 같은 프로필과 출마 선언 영상링크 등이 전달된다. 출마 선언과 함께 최근 급증한 것이 출판기념회다. 주간경향이 내년 총선에서 주목받는 여야 정치신인 4명을 만났다. 의원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정치라는 무대에선 각자의 위치를 지키며 관록과 경력을 쌓은 중진급 인사들이다. 총선을 앞두고 불가피해 보이는 정계개편에서 변곡점의 정점을 차지하리라 예상되는 인물들이기도 하다. <편집자 주> 12월 9일 서울 강서구 강서대학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사진 왼쪽에서 세 번째)와 남평오 연대와공생 부이사장(여섯 번째)이 참석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정용인 기자 1. “민주당 나와 신당으로 간다” 서울 강서갑 출마 남평오 연대와공생 부이사장 인산인해였다. 차를 가지고 오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한 것이 신의 한 수였다. 원래 정치인 출판기념회가 이렇게 사람들이 몰리는 자리였던가. 12월 9일 서울 강서구 강서대학. 언덕 위에 있는 대학 정문으로 들어가려는 차의 행렬로 부근 일대가 30분 넘게 교통체증을 빚었다. 남평오 연대와공생 부이사장의 출판기념회 행사가 열렸다. 행사장인 대강당에는 시작도 하기 전에 1000여명의 청중이 가득 찼다. 남평오 부이사장은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의 복심(腹心)으로 통한다. 실제 이날 행사장에서는 남 부이사장과 함께 이 전 대표가 현장에 들어오는 손님을 맞았다. 남 부이사장과 함께 이 전 대표는 행사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켰다. 하이라이트는 토크콘서트였다. “요즘 정치가 양극단으로 치닫고 있는데 해법이 있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이낙연 전 대표는 이렇게 답했다. “불행하게도 작년 대통령 선거부터 시험문제가 딱 이렇게 돼 있어요. 윤석열, 이재명 중 하나를 고르세요. 지금도 그 시험문제가 그대로 있고 이대로 가면 내년 총선거도 그 시험문제가 3년째 똑같이 나옵니다. 그런데 많은 국민은 이 시험문제에 답이 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출판기념회에 모인 청중의 박수와 함성이 이어졌다. “이 시험문제는 답이 없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께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해서 선택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 지금은 불가피한 단계라고 보고 있습니다. (…) 정답 없는 시험지에 또 다른 답안을 하나 올려놓는 노력을 함께할 단계가 됐다. 그것이 국가를 위해 필요하다, 라고 봅니다.” 비유적인 언급이지만 신당을 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이날 출판기념회를 다룬 언론 기사 제목의 대부분이 이 전 대표의 “답 없는 시험문제에 새로운 선택지 제공”이라는 말을 인용했다. 이날 행사가 진행된 대강당 앞줄은 내빈석으로, 참석예정자의 이름이 붙어 있었다. 이름표가 붙어 있는 인사 중 설훈·우원식·진성준 의원은 끝내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 남 부이사장이 출마를 준비하는 지역구는 강서갑으로, 현역 의원은 강선우 의원이다. 남 부이사장은 ‘원외 NY계 좌장’이라는 타이틀도 달고 있지만, 당내 유력 계파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의 핵심멤버이기도 하다. 진성준·설훈 의원이나 우원식 의원이 이날 출판기념회에 초대된 것은 민평련 인연으로 보였다(실제 민평련의 다른 이름인 김근태계-GT계-의 중심인물인 인재근 의원은 이날 행사에 참석했다). 진성준 의원이야 이웃 지역구인 강서을 국회의원이므로 정치 도의상 참석하지 않을 수 있지만, 설훈·우원식 의원의 불참은 궁금증을 낳았다. 12월 13일 통화한 남 부이사장은 “개인 SNS에 민주당의 정치는 이재명 당대표 노선과 결을 달리해야 한다고 글을 올렸는데, 그것을 보고 당내 친명인사들이 참석을 말린 모양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앞으로 만들어질 신당 후보로 출마 의사를 뚜렷하게 밝혔다. “… 이재명 개인에 대한 사감은 없다. 한국 정치의 구조, 민주당의 한계와 이재명 리더십이 훼손됐기 때문에 신당으로 가는 것이다.” 현역 의원 중 몇 명이나 동참할 예정이냐는 질문에 그는 “몇 명이나 동참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시차를 두고 1월이나 2월쯤에는 교섭단체 이상 규모의 의원들이 동참하게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늦어도 정당국고보조금이나 총선 때 기호가 결정되는 총선 60일 전, 그러니까 2월 14일 이전에는 신당 창당 작업이 완료되리라는 설명이었다. 충남 논산·계룡·금산에 출마 준비 중인 김장수 전 윤석열 국민캠프 정책총괄팀장이 지난 11월 9일 지역에서 열린 김장나누기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김장수 제공 2. “총선 핵심전략? 김장입니다” 충남 논산·계룡·금산 출마 김장수 전 윤석열 국민캠프 정책총괄팀장 충남 논산·계룡·금산에서 출마를 준비 중인 김장수 전 윤석열 국민캠프 정책총괄팀장은 기자의 오랜 ‘국민의힘·보수 쪽’ 취재원이었다. 윤석열 정권 들어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을 맡은 김 예비후보가 지역에 내려가 출마를 준비한다는 소식을 들은 건 벌써 몇 달 전이다. 그가 본격적으로 지역선거를 준비하며 통화도 뜸해졌다. 전화해서 물어보면 “어휴, 난 중앙정치에는 관심을 끊었습니다”고 손사래를 쳤다.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살아계신다. 형제들이 다 여기에 산다. 초등학교 때 나만 전학을 갔다. 지역 주민 중에 광산김씨가 한 10% 정도 있는데 성씨 연고도 있겠지만, 아버지가 여기서 농협을 처음 만들었다. 그 후배들이 지역 곳곳에 자리 잡고 있어 선거에 도움을 줄 거로 생각한다.” 12월 12일 기자와 통화한 김 후보의 말이다. 충청남도 지역이지만 의외로 험지라는 것이 김 후보의 주장. “우리 당(국민의힘) 후보가 지난 40년 동안 한 번도 이 당 간판으로 당선된 적이 없다. 그 전에 정진석 국회부의장 아버지 정석모가 공주·논산 지역구일 때 당선된 적은 있다. 2022년 지방선거 때 시장·군수를 3개 지역에서 모두 이겼다. 여기에는 호남 출신도 많고 지난 40여 년간 민주당이 ‘1당 독재’를 하던 곳인데 내가 나가면 이길 것이다.” 논산·계룡·금산의 현역 의원은 민주당 김종민 의원이다. 논산이 고향인 안희정 전 지사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다가 최근에는 비명 ‘원칙과상식’의 중심인물로 활동 중이다. 민주당 주변에서는 친명으로 분류되는 황명선 전 논산시장이 출마해 김종민 의원과 최종후보 선출을 위해 경합을 벌일 것으로 예상한다. 최종 출마 이전에 김 후보가 넘어야 할 벽은 당내 경쟁자다. 우선 ‘피닉제’라는 별명의 보유자인 6선의 이인제 전 의원을 넘어서야 한다. 현재 국민의힘 국책자문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찬주 전 대장도 이 지역에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아직 여론조사에서는 누구도 높이 나오진 않는다. 아무래도 일반 시민들 대상의 여론조사에서는 분위기가 뜨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반면 국민의힘 책임당원들 사이에선 내 지지율이 높게 나온다고 들었다.” 김 후보가 말하는 총선 핵심전략은 ‘김장’이다.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김장을 하면 새마을부녀회 사람들을 40~50명 단위로 만나는데 이것을 10번 이상하면 400명의 주민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시골은 예컨대 서울 성북구 같은 곳과 다르다. 국회의원이 일을 안 하면 저절로 발전할 수 없다. 지역발전 전략을 마련할 사람이 국회의원을 해야 한다. 국회의원이 되면… 군수산업단지에 기업 유치를 할 예정이다. 그거 하지 않으면 다들 망한다. 호남이든 충청이든 지역에는 돈이 없다. 좌파기득권이고 뭐고 이런 거 하지 않으면 답이 없다.” 경기 고양갑 김성회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가 지역 행사장에서 만난 주민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성회 제공 3. “휴대전화 연락 1200여 지역민이 정치적 자산” 경기 고양갑 출마 김성회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 경기 고양갑 출마를 준비 중인 김성회 예비후보는 이미 유튜브에서는 유명인사다. 여러 시사 관련 방송에 패널로 참여해 얼굴을 알린, 인터넷 용어로 하면 ‘네임드(named·저명인사)’다. 그의 출마 선언도 파격이었다. 고양갑 출마를 선언하며 고양에 사는 분들, 지인이 있는 분들을 알려 달라며 유튜브 방송을 통해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해버렸다. 구·시의원은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하지만, 총선 출마자는 공개하지 않는 것이 그간 정치권의 관례였다. 출마자가 자신의 휴대전화를 공개하면 별 이상한 사람들로부터 다 연락이 올 텐데? “예상외로 그런 전화는 별로 없었다. 밤늦게 전화해 술주정하는 사람도 없었고. 멀쩡한 분들이 연락을 준다. 내가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하고 난 다음부터는 다른 민주당 후보군도 자신의 번호를 공개하고 지역민들 연락처를 구하는 분들이 꽤 있었다.” 휴대전화 공개로 고양갑 거주 유권자 500여명의 연락처를 확보했고, 전체적으로 고양지역에서만 1200명 넘는 사람들로부터 연락을 받고 그분들과 소통을 통해 정책을 만들어간다고 한다. 김성회 후보의 말이다. “정확한 통계자료까지는 모르겠는데, 이 지역은 정주율이 높은 동네라는 점이 특이하다. 신도시를 지을 때 아파트 퀄리티나 도시계획은 좋았는데 거기에 맞게 집값이 오르지 않았다. 말하자면 현재 가진 돈으로 이 정도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 다른 동네에 가기 어려우니 대부분 이사를 하더라도 멀리 가지 않는 것이 이 지역 주민들의 특징이다.” 김 후보의 사무실은 그가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 ‘옳은소리’의 스튜디오를 겸한다. 라이브도 하고 동네 주민들이 직접 와서 볼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다. 사무실은 화정역 중심가 극장이 있는 건물 9층에 자리 잡고 있다. “그래도 여기가 역세권이라 사무실 임대료가 비싸다. 처음에 옳은소리 스튜디오를 외곽에 열었다가 방송 보신 분들과 소통도 할 수 있도록 하려고 여기로 옮겼다. 지난주 일요일(12월 3일)은 ‘영화 <서울의 봄>이 화제라고 하니 같이 보면 어떠냐’고 방송에서 제안해서 각자 표를 끊어 같이 영화를 봤다. 제 사무실에서 뒤풀이도 했다. 한 30여 분 정도가 영화를 보고 같이 올라와 영화 본 감상을 나눴다. 1979년 당시 서울에 살면서 총소리를 직접 들었다는 분도 있었고, 영화 엔딩 크레딧에 나오는 쿠데타 성공 기념사진 속에 나오는 군인으로부터 1980년대 임명장을 받았다고 분개하는 사람도 있었다.” 공개한 휴대전화로 연락 온 고양시민 1200여명은 그가 앞으로 선보일 공약을 만드는 데 중요한 원천이다. “정치연구소 와이를 할 때 주관식 설문조사로 시민들의 의견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이분들께 사는 지역은 어디고, 뭐가 제일 불편하냐, 선거 때 무슨 이야기를 하면 좋겠냐고 물었다. 보통 고양시 구청 같은 데서 시민 설문조사를 하면 1등이 일자리로 나오는데, 제가 했을 때 가장 많이 나온 답변은 교통 문제였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심상정 의원이 국회의원을 하는 동안 고양갑 지역은 교통 문제 해결에서 많이 소외돼 있었다는 뜻이다.” 먼저 넘어야 하는 벽은 현재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는 문명순 고양민주평화포럼 공동대표다. 당내 경선에서 이겨야 후보가 될 수 있다. “정치신인으로 가장 어려운 점은 당원 명단은 둘째치고 당원 수가 몇 명인지부터 가르쳐줘야 내가 확보한 숫자가 전체 지역 당원 중 얼마만큼의 비중인지를 알 수가 있는데, 도무지 알려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적어도 출마하려는 지역구 당원들에게 ‘출마하려는 김성회다’는 문자라도 한 번 보낼 수 있어야 하는데, 경선 며칠 전에 딱 한 번 문자 보내는 것이 가능하다고 알고 있다. 당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더라도 선거운동을 시작할 때 도당 같은 곳에서 지역 출마 예비후보 안내 정도는 해야 하는 것 아니냐.” 현역 고양갑 국회의원은 4선 관록의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다. 국회의원 임기가 4년이므로 심 의원은 지난 16년간 고양갑을 대표하는 정치인이었다. 앞서 18대 때는 손범규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지역국회의원이었다. 그전에는 유시민 열린우리당-개혁신당 의원의 지역구였다. “문 위원장이나 심 의원에게도 출마한다는 인사는 드렸다. 열심히 하라는 덕담은 들었다. 선거에서 경쟁은 어쩔 수 없다고 본다. 지금까지 20여 년 넘게 민주당에서는 의원을 배출하지 못했는데, 대한민국 진보개혁정치를 위해서 고양갑 시민들이 많이 양보해주셨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 지역발전이 너무 뒤처진 것도 사실이다. 힘이 있는 정치인이 돼서 지역 현안인 교통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아가 한국사회의 양극화를 해결하고 중산층과 서민을 위해 싸우는 정당으로 민주당을 바꿔내는 일을 하고 싶다.” 경기 용인시갑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김대남 전 대통령 시민소통수석실 비서관 대리가 10월 10일 열린 국민의힘 여성위원회 발대식 및 워크숍에 참석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대남 제공 4. “윤석열 정부 진심 전달하겠다” 경기 용인시갑 출마 김대남 전 대통령 시민소통수석실 비서관 대리 김대남 전 대통령 시민소통수석실 비서관 대리는 대통령실 출신 중 내년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으로선 험지로 불리는 수도권 출마를 제일 먼저 선언한 인사다. 지역은 경기 용인시갑. 지난 총선에서 용인시장 출신인 정찬민 의원이 당선됐으나 2021년 3자 뇌물혐의로 구속·수감되면서 우제창(18대), 이우현(19·20대)에 이어 3연속 당선자가 감옥에 간 불명예 지역구다. 구속된 직전 두 의원이 현 국민의힘 계열 의원이기 때문에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험지라면 험지라고 볼 수 있는 지역구다. 이동읍이나 특히 처인구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몰려 있는 신도심인 유림동·역삼동에는 젊은 유권자가 많다. 이들 사이에 강한 민주당 지지세는 국민의힘 후보로선 넘어야 할 벽이다. 그에 앞서 당내 경선에서 경쟁자로 떠오를 바른미래당 출신 이동섭 전 의원과 황준기 용인시 제2부시장, 당대표 선거 시절 김기현 후보의 전략기획본부장을 지낸 박제현 경기도당 대변인을 이겨야 한다. 민주당 쪽에서는 최근 이곳에 지역사무실을 개설한 권인숙 비례의원의 출마가 확실시되고 있다. 지난 총선에 도전했다가 2위로 낙선한 오세영 전 도의원, 그리고 19대 의원 출신으로 용인시장을 지낸 백군기 전 의원도 재도전 의사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정권심판론 때문에 (국민의힘 후보로서) 많이 어려운 게 사실이다. 어렵지만 윤석열 정부의 진심을 전달하는 일이 중요하다. 앞으로 국회에 들어가면 진심의 전도사로서 역할을 해보고 싶다.” 지난 12월 13일 김대남 후보가 밝힌 포부다. 김 후보의 사무실은 용인시 처인구 통일공원 옆 한솔빌딩 8층에 있다. 김 후보는 오전 7시부터 하루 일정을 시작한다. 출마 예정 지역을 돌면서 여러 행사에도 참여해 ‘이름을 알리고 축하하고 자리를 빛내는’ 것이 대통령실에 있을 때부터 몸에 밴 습관이라고 했다. “소통비서관실이 하는 일이 시민사회와 관계를 원만하게 하는 거다. 대통령실에 있을 때 소위 보수우파 단체들뿐 아니라 진보단체 행사에도 갔다. 통합과 소통을 위해 진보 쪽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의 신년하례회에 참석했던 일이 기억난다. 5·18유족회와 특전사 간 화해의 장을 만들기 위해 남몰래 뒤에서 노력도 했다. 보수 정부의 대통령실에 있었지만, 나름대로 좌우 균형감각을 가지고 업무처리를 했다고 자부한다.” 그는 앞으로 출마지역에서 만들어지게 될 용인 반도체산단 클러스터 사업을 이끌 적임자는 자신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했고, 도시개발 전문가다. 알다시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윤석열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해온 사업이다. 국회의원이 되면 누구보다 이 사업의 성공을 위해 발로 뛸 자신이 있다.” 국회의원이 되면 어떤 정치인이 되고 싶냐는 말에 그가 내놓은 답은 ‘생활정치인’이었다. “시민과 소통하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 정쟁에 짜증을 내는 시민들과 소통을 통해, 정말 정치를 통해 국민에게 즐거움과 희망을 쌓을 수 있는 생활정치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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