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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한 미소가 꼭 닮은 부부 최문순 강원도지사·이순우 여사
- 2013. 05. 02 17:06 화제
- 엄기영 전 앵커와 격전을 벌이던 강원도지사 선거 후보 시절 만난 후로 2년. 춘천 가는 길이 조금 더 빨라진 만큼 강원도에 사는 것이 조금 더 행복해졌을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MBC 기자를 거쳐 노조위원장과 사장직을 수행하고,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뒤 강원도지사에 당선돼 도정을 책임지고 있는 최문순 도지사의 곁에는 27년간 따뜻한 그늘이 돼준 이순우 여사가 있었다. 권위를 벗어던진 도지사 인터뷰는 강원도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의 언덕에 자리 잡은 도지사 공관에서 이뤄졌다. 겉보기에는 빨간 기와를 얹은 아담한 가옥이지만 안으로 들어서니 잘 손질된 잔디가 깔린 정원과 함께 넓은 회의실, 복도로 연결된 도지사 가족의 생활공간이 나온다. 예전 같으면 국장급 공무원도 중요 회의 때나 회의실에 올 수 있었다는데 최문순(57) 도지사는 공관 벽을 허물고 ‘문순씨네로 놀러오세요’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강원도민이라면 누구나 사전 신청을 거쳐 회의실과 북카페를 이용할 수 있고 심지어 정원에서 뛰어놀 수도 있단다. 조금은 어리둥절해하며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있는데 최 도지사가 등장해 예의 함박미소를 짓는다. 이순우(53) 여사도 단아한 자태로 기자를 맞이했다. 자연스레 공관을 일반인에게 공개하게 된 이유를 물었는데 듣다 보니 부부에게는 남다른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부친이 군인 출신이라는 점. 어려서부터 권위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다 보니 오히려 탈 권위에 대한 열망이 더욱 커졌고 그 덕에 공관 벽 허물기에도 이견 없이 합의를 볼 수 있었다고. 군 장성 출신의 아버지를 둔 이 여사는 타지에서 공부를 하다가 방학이면 찾았던 집(관사)이 그렇게 위압적으로 보일 수가 없었단다. 아버지 역시 서먹하기는 마찬가지. 그래서 절대 군인과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는데 강원도가 고향인 어머니를 통해 춘천 출신의 최 도지사를 소개받았다. 처음 만날 당시 최 도지사는 MBC 기자 3년 차로 한창 현장을 누비던 시절이었다. 짬짬이 6개월간 데이트를 하며 결혼에 골인은 했지만 곡절이 많았다. 미술교사를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나선 이 여사는 유독 사람을 좋아하고 후배들을 챙기는 최 도지사의 성정 때문에 속도 엄청 끓였단다. 그래도 술 먹고 늦게 들어올 때면 각서를 써서 겨우 위기를 모면하고 부부 싸움을 할 땐 최 도지사가 늘 못 이기는 척 져줬다고 한다. “남편이 경찰서 출입기자 하던 시절이었어요. 현금으로 받은 월급은 주머니에 넣어두었다가 후배들 먹이느라 며칠 만에 다 써버리더라고요. 결혼 전에 통장 잔고를 들켰는데 28만원이 남아 있었나. 결혼하고 나서 제가 경제권을 잡으니까 주변에서 최문순 결혼 잘못 했다는 둥 말이 많았어요(웃음).” 서로의 어디가 맘에 들었느냐고 물어도 사람 좋은 미소와 함께 손사래만 칠 뿐이었다. 부부의 두 번째 공통점을 꼽자면 꾸밈이 없는 모습이 아닐까. 갖은 인맥으로 얽힌 한국사회에서 한 사람의 힘만으로 이뤄낼 수 있는 성취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부부를 ‘공동운명체’라고도 하지만 최 도지사 부부에게는 조금 낯선 이야기. 그는 오히려 부인과 딸을 일로부터 철저히 분리하려고 애썼다. 이 여사를 쏙 빼닮은 두 딸 해린, 예린씨는 모두 미술을 전공했다. 마침 부모님을 보러 온 둘째 딸이 응원해서인지 부부는 사진 촬영에 어색해하면서도 다정한 포즈를 곧잘 취해주었다. “군인 사회의 경우 부인들 사이에도 계급이 존재하고 아이들 역시 그렇거든요. 지금도 그런 문화가 남아 있어서 명절이면 인사하러 몰려다니는데 그게 좋지 않은 문화잖아요. 노조위원장을 하면서 전 그런 걸 특히나 경계했어요. 그래서 아이들하고 아내는 직장 근처에도 못 오게 하고 사장이 돼서도 제 앞으로 나오는 회사 차 한 번 안 태워줬어요.” 걱정도 많고 일도 많아 사실 가정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기자에서 노조위원장으로, MBC 사장으로 그리고 국회의원까지 최 도지사의 결단을 지켜봐온 이 여사는 이 대목에서 말이 많아지는 것이 당연하다. 정치인의 길에 들어서는 것에도 고민이 많았지만 선거 일선에 나선 것이 부인으로서는 최초의 공식적 내조나 다름없었다. “당시 민주당 국회의원(비례대표)으로 임기도 안 끝난 상황이었는데 마음의 준비할 새도 없이 선거운동에 뛰어들어야 했어요. 강원도지사가 되면 딸들하고도 떨어져 지내야 하는데 그걸 염두에 둘 겨를도 없었죠. 당선이 된 후에는 더욱 조심스럽더라고요. 도지사 부인이란 자리가 그렇잖아요.” 강원도에 부는 훈훈한 변화의 바람 남다른 고집과 신념이 있었기에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변화의 바람은 훈풍처럼 서서히 불어오고 있다. 강원도청 관계자는 “처음엔 도지사께서 권위와 격식을 너무 따지지 않으셔서 당황할 정도였다”라고 전했다. 경비 직원에게까지 깍듯이 허리 숙여 인사하는 모습으로 주변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이 바로 최문순식 도정이다. 지난 2011년 4·27 강원도지사 보궐선거 당시 여당의 텃밭에서 엄기영 후보를 물리치고 당선된 저력은 한 번이라도 그를 직접 만나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특유의 소탈함과 성실함을 무기로 그는 강원도 전역을 누비고 있다. 실적이나 성취로만 평가할 수는 없지만 개발과 발전에 목마른 강원도의 실정상 더 많은 일자리와 사업을 만드는 것 또한 중요하다. 요즘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 기반시설 마련과 고용 창출로 ‘성장(올해 목표 5.2%)과 복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분주하다. “평창이 ‘동계올림픽 특별구역’으로 지정되면 경제자유구역과 같은 혜택이 주어집니다. 세제 혜택과 기업 유치 등으로 많이 벌어서 많이 나눌 수 있게 할 겁니다. MBC 사장 시절 ‘커피프린스 1호점’, ‘내 이름은 김삼순’ 등의 드라마로 드라마왕국을 부활시켰다는 평가를 받았고 ‘무한도전’에 김태호 PD를 기용해 신개념 예능 프로그램 포맷을 만들었지요. 시청률을 높이고 광고를 많이 붙여서 수익을 나누는 전략이었어요. 도정도 원칙은 같아요.” 춘천까지 전철이 개통되고 도로망이 확장되는 등 접근성이 편리해져 국내외 관광객이 꾸준히 느는 가시적인 변화를 문화 인프라로 확장할 계획이다. 남이섬은 당일 데이트 코스로 각광받은 지 오래지만 동남아 관광객들에게는 단풍 관광 코스로 떠오르고 있단다. 올해 강원도 관광객 유치 목표가 1억 명인데 그중 외국인 관광객을 2백만 명으로 예상하고 있을 정도. 또 최 도지사는 지역 내 대학 인근에 ‘대학로’를 조성하는가 하면 상설 길거리 공연을 만드는 등 문화 콘텐츠로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으려고 한다. “춘천 하면 운치와 낭만으로 유명하지 않습니까? 한동안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다녀갔는데 요즘엔 은행과 단풍을 보러 동남아에서도 많이들 오세요. 난생처음 눈을 본다며 좋아하는 분들도 많고요. 지역의 가장 큰 현안은 춘천-속초 간 철도 건설입니다. ITX(준고속열차 등급)가 춘천까지 들어왔는데 이를 속초까지 연결하는 것을 여야가 1순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아직 타당성 조사 단계에 머물러 있어요.” 청춘의 도시로 활기를 띠던 춘천의 영화는 어느새 외국인과 타지인의 차지가 됐다. 가족 단위의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추진하고 있던 케이블카도 설악산에 설치된다. 최 도지사는 환경을 최대한 보전하면서 개발을 꾀하기 위해 소통을 1순위로 내걸고 현장의 목소리를 수용하며 추진하고 있다. “케이블카는 오래전부터 환경부가 진행하던 사안이에요. 설악산이 4개 군에 걸쳐 있는데 한 곳에 설치하기로 해서 지자체 간 합의를 거쳐 양양에서 하게 된 거죠. 가능한 한 환경을 훼손하지 않는 가족형 케이블카를 도입하려 합니다.” 남북관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가운데, 분단으로 남북으로 갈라진 강원도 도민이자 도지사에게 ‘남북관계는 강원도의 생명’과 같다. 경제적인 문제로 보이지만 근본적으로는 평화의 문제인 것. 정권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사안이지만 현 시국에서 ‘강원도를 평화특별자치도로, 고성을 평화특구로 만들겠다’라는 공약은 언제쯤 실현될지 알 수가 없어 안타까운 상황이다. 임기를 1년여 남긴 가운데 최 도지사의 직무수행 평가는 긍정적인 의견이 54.5%로 절반을 넘겼다. 도민들은 최 도지사가 가장 잘한 일로 무상급식과 반값등록금제 시행을 꼽았다. 딸이 행복한 세상 만들고파 아무리 일정이 바빠도 두 딸의 귀가는 꼭 확인한 뒤 하루를 마무리한다는 ‘딸 바보’ 최 도지사는 여성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의 삶에도 관심이 많다. “제가 늘 하는 말이 ‘딸 한 명인 아빠는 진보주의자, 딸 두 명인 아빠는 좌파, 딸 세 명 아빠는 혁명가가 된다’입니다. 여성이 행복한 사회, 딸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근본적으로 여성의 시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성 대통령이 등장했지만 아직 여성을 위한 기회가 많아지거나 한 건 아니죠. 저도 고위직에 여성을 발탁하는 등 여성 권익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쉽지 않은 일이에요.” 강원도의 산이 좋은 거야 잘 알지만 막상 산행을 즐길 여유가 없는 것은 이 부부도 매한가지다. 이 여사가 원하는 것도 남들처럼 평범하게 가족들과 휴가를 보내는 것이란다. “사실 저는 평범한 일상이 좋아요. 가족들과 틈틈이 산행도 다니고요. 막상 와서 지내 보니 강원도가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철 따라 먹을거리도 많고요. 특히 남편이 좋아하는 제철 나물이 풍성해요. 강원도 감자와 옥수수는 어디에서도 그 맛을 못 따라오죠.” 강원도지사 선거 후보 시절 내세운 ‘카메라출동의 정신으로 현장주의 도지사가 되겠다’라는 공약을 그는 잘 지키고 있을까. 짬이 나면 최 도지사는 마라톤에 나선다. 얼마 전에는 광주-양양 간 항공노선의 홍보를 위해 호남국제마라톤대회에 출전했다. 트위터로 도민들과 실시간 소통하는가 하면 판로가 막혀 팔지 못하고 있던 고성 지역의 도루묵 판매도 돕고 있다. “입맛이 가장 보수적이라고 하잖아요. ‘고향의 맛’을 참 좋아합니다. 평소 고기를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춘천닭갈비는 즐겨 먹어요. 참, 독자 여러분도 도루묵 좀 사주세요. 강원도 최북단 고성 도루묵을 긴급 판매합니다. 문의는 033-120(강원도 민원콜센터)으로 주세요. 감사합니다(웃음).”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위성은(객원기자) ■사진 / 김영길>
- [강원도지사 후보를 만나다]민주당 강원도지사 후보 최문순
- 2011. 04. 07 17:07 화제
- ㆍ“제가 도정을 이끌게 된다면 책상에 앉아 있지 않을 겁니다. ㆍ‘카메라 출동’을 했던 정신으로 현장주의 도지사가 될 겁니다” 강원도는 언제나 변방이었다. 정치적으로는 물론이고 경제적으로도 낙후돼 있었다. 최근 강원도의 보궐선거에 관심이 모이는 이유는 앞으로의 변화 가능성 때문이다. 민주당에서 강원도지사 후보로 출사표를 던진 최문순 전 의원(55)은 경쟁자인 엄기영 후보와의 각별한 인연으로도 화제다. 강원도지사 선거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지난 50년간 한나라당이 독식했던 도지사 자리에 처음으로 당선한 민주당 이광재 전 지사의 뒤를 누가 잇느냐가 다음 대선의 판세까지도 좌우할 만한 변수라는 정략적 판단 때문이다. ‘선거의 여왕’이라 불리는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강원도에 두 번이나 방문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아무래도 인지도 면에서는 엄기영 후보가 앞서 있고 사전 여론조사에서도 10~20% 정도 앞선 것으로 나왔지만 한나라당 내부(여의도연구소)에서도 ‘박빙’을 조심스레 예측하고 있어 최문순 후보의 선전을 예상할 수 있다. 최문순 전 의원은 같은 MBC 기자 출신으로 엄기영 후보보다 먼저 최연소 사장직에 오른 전력이 있다. 도지사 선거를 위해 비례대표 의원직까지 사퇴한 그는 강파른 얼굴에서 알 수 있듯, 강단 있는 정치가이자 강원도에 진보적 정치를 구현할 수 있는 후보자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정부의 정치 탄압, 방관하지 않을 것 LADY 강원도지사 후보로 출마하게 된 가장 큰 이유를 듣고 싶습니다. 최문순 강원도는 오랫동안 ‘여당의 텃밭’이라고 불렸죠. 천혜의 관광자원을 가지고 있지만 사람이 살기에는 척박한 땅입니다. 그래서 ‘힘 있는 사람’에게 손을 빌리면 더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한 거죠. 하지만 결과는 발전이 아니라 퇴보였습니다. 도민들의 잘못이 아니라 국가정책이 그렇게 만든 것입니다. 지난 지방선거 때 힘 있는 사람의 손을 빌리지 말고 스스로 해보자는 각성의 결과로 야당 후보인 이광재 지사가 탄생한 겁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법의 이름으로 이광재 지사를 탄핵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탄핵한 것처럼요. 이것은 정치적으로 각성한 강원도민들에 대한 탄핵이기도 합니다. 보궐선거가 결정되면서 당 내부에서 강원도민들의 분노를 대변할 인물을 두루 찾았습니다. 훌륭한 분들이 거명됐지만 많은 고민을 한 끝에 대의를 짊어질 적임자로 저를 선택한 겁니다. LADY 현장에서 느끼는 도민들의 정서는 어떻습니까? 최문순 인구가 현재 150만 명인데 계속 줄고 있어요. 재정 자립도도 최하위이고 국민소득도 평균에 훨씬 못 미쳐요. 노령화도 빨라 22만 명이 65세 이상입니다.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필요가 있어요. 남북관계도 개선되어야 합니다. 금강산 관광할 때는 고성, 속초 지역 경제가 살아 있었는데 그마저 중단되면서 폐허가 됐어요. 출마 선언을 하고 나서 하루도 쉬지 않고 강원도 전역을 다녔습니다. 구제역 파동으로 돼지 95%를 매몰한 철원 지역의 빈 축사를 돌면서 시름에 잠긴 농민들의 요구와 피해 규모, 대책을 일일이 수첩에 적었습니다. 20여 년간 기자생활을 해온 과정에서 생긴 버릇이죠. 제가 도정을 이끌게 된다면 책상에 앉아 있지 않을 겁니다. ‘카메라 출동’을 했던 정신으로 현장주의 도지사가 될 겁니다. LADY 아무래도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와 맞붙는다는 부담이 크실 것 같습니다. 정치인으로 객관적으로 평가하신다면요. 최문순 엄기영 한나라당 예비 후보는 저의 춘천고 5년 선배이자, MBC 입사 10년 선배입니다. 당시 회사에 고교 동문이 세 명뿐이어서 의지도 했었고요. ‘황희 정승’, ‘파리 특파원’, ‘장수 앵커’처럼 그분에게 붙은 수식어를 보면 장단점을 알 수 있습니다. 엘리트 코스를 밟았고, 현장을 누비며 서민과 동고동락한 경험이 없습니다. 심성이 착하고 섬세한 분인데 정치판에서 어려움을 당하시는 것 같아서 안타까워요. 권모술수를 쓰거나 권력을 추구하는 분은 아니에요. 정치하려면 뚜렷한 명분과 좋은 참모가 있어야 하는데, 민주당에 오셨으면 좋은 정치인이 되셨을 거예요. 저와는 살아온 길이 많이 다릅니다. 도민을 섬기는 도지사 후보로 나선 이상, 사적인 입장은 버리고 공인으로 심판을 받아야죠. 도민들께서 두 사람을 철저히 비교해주시기 바랍니다. LADY 정치인으로서 구현하고 싶은 정치는 무엇인가요? 최문순 제가 언론노조위원장 출신입니다. 인간 한 사람, 한 사람을 귀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정치철학을 갖고 있습니다. 국가는 인간의 존엄성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데 뒤집혀 있어요. 제가 사장에 부임해서 처음 한 일이 조직표를 뒤집는 일이었어요. 국장에게 ‘나는 당신들을 잘 모실 테니 당신들은 사원을 잘 모셔라. 그리고 사원들은 시청자를 잘 모시도록 하라’고 이야기했어요. 도지사로 당선되어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지배 군림하는 정치를 끝내고 국민을 모시는 정치를 해야 한다는 거죠. 이명박 정부의 문제점도 그것입니다. 경제보다 국민을 하위에 놓고 있어요. 표현의 자유, 거주의 권리와 행복추구권을 귀하게 여겨야 하는데 성장 위주로 모든 가치가 전도되는 것이 문제라고 봅니다. LADY 기자 경력과 최연소 문화방송 사장 경험이 도지사 활동에 발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요? 최문순 제가 MBC 사장이 됐을 때 만 48세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제 경영 능력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하지만 취임 2년 만에 MBC는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고, 시청 점유율 1위도 4년 만에 탈환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지금까지 기억하는 ‘무한도전’, ‘태왕사신기’, ‘내 이름은 김삼순’, ‘안녕! 프란체스카’, ‘굳세어라 금순아’, ‘대장금’ 등이 재임 시절에 제작된 프로그램입니다. 당시의 소중한 경험과 인맥을 도정 발전을 위해 투입할 생각입니다. 당시 소위 ‘대박’을 낸 드라마 중에는 전문직 여성의 성공 스토리가 많습니다. 방송가는 생각보다 보수적인 곳이어서 고위직에 여성이 없습니다. 저는 비서실장을 비롯해 여성을 핵심 직종에 많이 배치했습니다. 그리고 3년 내내 직원들하고 편한 자리에서 대화하고 드라마 현장에 매일 가고 사내 인트라넷 시스템으로 격의 없이 대화했습니다. 휴대전화 전화번호부가 지금도 그대로예요. 정치라는 게 기본적으로 나라 ‘살림’이지 않습니까. 남성에게는 권력이 목표지만 여성에게는 권력도 수단이에요. 갈등이 많은 자리에 여성들을 배치하면 다 없어져요. 정치 선진화의 기준은 여성이 얼마나 진출해 있느냐에 두어야 한다고 봅니다. 숫기 없는 아내는 또 다른 최문순 LADY 도지사 출마를 앞두고 가장 많이 상의한 사람은 누구였나요? 최문순 물론 아내였죠. 제가 그동안 그리 편한 삶을 살아오지는 않았어요. 해직 기자에서 노조위원장,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도 늘 농성하고 심지어 100일 동안 거리에서 미디어법 반대 서명운동을 벌였으니 아내 속이 까맣게 타들어갔을 겁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도지사 선거에 나선다고 하니 아내의 반대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겁니다. 하지만 20년을 넘게 함께한 제 아내는 또 다른 최문순이기에 옳은 일을 두려워하거나 피해가는 법이 없어요. 정치인의 아내로 살아갈 것이라고는 단 한순간도 생각하지 못했던 숫기 없는 아내가 이제는 사람을 만나면 먼저 인사를 건네고 눈을 맞추는 등 정말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미안합니다. LADY 부인과는 어떻게 만나셨는지 궁금합니다. 최문순 민주화항쟁 무렵에 중매로 만났어요. 평범하고 소심한 여성이에요. 결혼 후 미술 교사를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살아왔어요. 부부싸움을 하면 제가 거의 집니다. 남녀가 싸우면 제대로 이길 수가 없어요. LADY 이번 출마에 대해 딸들의 불만은 없었는지요? 최문순 가족은 정치에 뛰어드는 것을 반대했어요. 욕도 많이 먹으니까요. 딸이 둘인데 대학생이니까 다 자란 셈이지요. 아이들 학창 시절에 찍은 가족사진에는 항상 제가 없으니까 저를 오려 붙여놓은 적도 있어요. 휴일도 없이 일했으니까요. 선거에는 하는 수 없이 드러내는 거지만 예전에는 한 번도 가족을 공식석상에 공개한 적이 없어요. 정치적 격변기마다 가족을 보호하고 싶어서 개입하지 못하게 했어요. 딸들이 방송국 사장 차를 타게 해달라고 졸랐는데, 한 번도 안 태워줬어요(웃음). 선거를 앞두고 지난달에 가족과 2박 3일로 홍콩에 다녀왔어요.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정말 오랜만이어서 약간은 어색했지만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요. LADY 여성을 위한 정책과 출산 및 육아, 교육에 관한 입장은 어떠신지요? 최문순 저는 딸만 둘을 둔 ‘딸딸이’ 아빠입니다. 제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딸 한 명인 아빠는 진보주의자, 딸 두 명은 좌파, 딸 셋은 혁명가가 된다”입니다. 여성이 행복한 사회, 딸이 행복해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근본적으로 여성의 시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아무리 다른 남성들보다 평등한 시각을 가지고 있다 해도 여전히 남성이기 때문에 대접받고 살던 전통적인 남성상을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여성들이 좋은 정책들을 가지고 와서 반영해달라고 해도 그것을 예산을 책정하고 실현시킬 위원회가 남성들로 이뤄지면 한계가 있지요. 그래서 국회에서 ‘성인지 예산’을 도입한 겁니다. 남녀 똑같이 10명이 이용하는 화장실이 있다면 보통 사람들은 좌변기 수를 남녀 화장실에 똑같이 두겠지만 화장실 이용 시간이 길고 아이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은 여성 화장실의 좌변기 수를 더 늘려야 합니다. 여성 문제에 있어 여성의 시각을 반영시키는 것, 이것이 첫 번째이자 최대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출산, 육아, 교육 문제는 그 어떤 남성 정치인이 내놓는 공약보다 훨씬 훌륭하게 반영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딸들이 편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려고 하다 보니 자꾸 사회적 약자 편에 서게 됐어요. 당시 여기자들은 결혼하면 그만두게 되어 있었는데 제가 노조위원장이던 시절에 그걸 바꿨습니다. LADY 도시자로 당선되려면 엄 후보뿐만 아니라 이광재 전 지사도 넘어서야 할 것 같습니다. 최문순 이광재 전 지사가 만들어놓은 정책들은 현재 한나라당조차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정책들입니다. 그만큼 강원도민들의 기대가 컸고, 또 간절히 원하는 것들입니다. 이광재 전 지사의 정책을 이어받아 실현하되 ‘개발’에만 무게를 두기보다는 제가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복지, 여성, 육아, 교육, 문화 분야를 더 보강할 계획입니다. 인지도는 빠른 속도로 따라잡고 있다고 보는데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명운이 걸려 있어서 책임감이 큽니다. 바쁜 일정 때문에 살이 많이 빠졌어요. (엄 후보가) 민주당 후보로 오셨으면 진심으로 양보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늦은 얘기네요. LADY 만약에 이번 선거에서 당선되신다면 강원도의 변화는 어디서부터 시작될까요? 최문순 제가 당선된다면, 그 순간부터 도민들이 가장 큰 변화를 경험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강원도의 희망을 이광재 지사를 통해 품었다가 빼앗긴 지금의 심정은 패배감과 무기력감입니다. 제가 당선되는 날, 그 상처받은 자존심이 회복되리라 믿습니다. 강원도가 발전하리라는 기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고 도정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의사를 개진하면서 강원도민들도 변방인이 아니라 중심인이라는 사실을 당당하게 인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선거가 강원도 정치 발전에 큰 도움이 되고 경제적 재기에도 발판이 될 것 같아요. 제 고향이자 경춘선이 닿는 춘천으로 많이들 놀러오세요(웃음). <■글 / 위성은(객원기자) ■사진 / 이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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