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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성인의 난세직필] (33) 한덕수와 최상목(2024. 12. 20 15:00)
- 2024. 12. 20 15:00 경제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12월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지금 대한민국의 운명은 문자 그대로 몇 사람의 손에 달려 있다. 이런 기괴하고 위험하고 비극적인 상황을 야기한 사람은 주지하듯이 윤석열 대통령이다. 헌법적 통제를 벗어난 비상계엄이 국가의 운명을 몇 사람의 손에 맡겨 버린 것이다. 그 “몇 사람”의 면면은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달라졌다. 비상계엄을 해제하고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킬 때까지는 국회의 시간이었고, 이때는 국회의장과 여야 당대표가 큰 역할을 했다(물론 차가운 날씨에도 국회 앞 도로를 가득 메웠던 민주 시민들의 뜨거운 성원이 좌고우면하던 일부 국회의원들에게 도도한 역사의 흐름을 각인시켰던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금은 헌법재판소의 시간이다. 그러나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판단을 해야 하는 헌법재판소의 영역은 생각보다 그리 넓지 않을 수 있고, 결론은 어쩌면 이미 예정돼 있을 수도 있다. 두 사람의 최근 행적 신뢰를 주지 못해 그래서 나는 폭넓은 재량권을 행사하면서 나라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몇 사람”이 한덕수 국무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한편으로 대통령의 공백을 메꾸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나라의 살림살이가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두 사람의 최근 행적이 이들이 담당하는 역사적 소명의 무게에 부합할 정도로 충분한 신뢰를 우리에게 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우선 한덕수 총리부터 살펴보자. 한 총리는 12월 11일, 국회 대정부 질의 과정에서 무려 다섯 차례나 고개 숙여 사과했다. ‘비상계엄을 궁극적으로 막지 못했다’라는 것이 사과의 이유였다. 그러나 이런 사과에도 불구하고 개운치 않은 뒷맛이 있다. 예를 들어 “더 많은 국무위원을 모아 대통령의 결정을 말리기 위해” 자신이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한 국무회의를 소집했다는 주장을 살펴보자. 계엄법 제2조 제5항에 따르면 대통령은 계엄을 선포하기 전에 의무적으로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즉 무조건 국무회의가 열려야 한다. 따라서 만일 한 총리가 국무회의를 소집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대통령이 계엄법을 준수할 생각이었다면) 대통령이 소집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 총리의 주장은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소집할 때보다 자신이 소집할 때 “더 많은” 국무위원을 모을 수 있고, 이를 통해 대통령을 더 잘 말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인가?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 될까?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소집하는 경우와 총리가 소집하는 경우 중 언제 국무위원이 더 많이 참석할까? 굳이 따지라면 대통령이 소집할 때가 아닐까? 그럼 한 총리 주장이 말이 안 된다. 그게 아니라면, 대통령이 비상계엄에 찬성할 것 같은 국무위원만 선별적으로 소집할까 봐 걱정돼서 자신이 소집하면서 “더 많은” 중립적인 국무위원이 참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는 뜻인가? 그런데 알려진 바에 따르면 그 당시 국무회의에 참석한 거의 모든 국무위원이 명시적 혹은 묵시적으로 비상계엄에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고 한다. 만일 위와 같이 해석하려면 대통령이 소집한 비상계엄 찬성파 국무위원과 총리가 추가로 “더” 소집한 계엄 반대파 국무위원 간에 찬반을 두고 격론이 벌어졌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일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럼 뭘까? 대통령이 (계엄법을 어겨가면서) 국무회의 자체를 소집하지 않고 비상계엄을 선포할까 봐 걱정돼서일까? 그런데 여기서부터는 우리 머릿속에서 비상등이 울리기 시작한다. “어, 이거 어찌 보면 계엄법이 규정한 비상계엄 선포 요건의 외양을 갖추기 위해 한 총리가 국무회의를 소집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대통령을 도와준 것 아닌가?” 흐음. 계엄 선포 당시 행적에 대한 정보 공개돼야 다음 최상목 경제부총리로 가보자. 최 부총리는 비교적 빨리 비상계엄의 ‘빨간 딱지’에서 빠져나온 국무위원으로 분류되는 듯했다. 그러나 최근 문제가 발생했다. 최 부총리는 12월 13일 국회 본회의 긴급 현안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대통령실 관계자로부터 비상계엄 선포 당시 메모(혹은 쪽지)를 받았는데 그 내용은 대략 ‘비상계엄 상황에서 재정자금을, 유동성 확보를 잘하라’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다만 이 내용은 당시 상황이 급박해서 나중에 파악한 것이며, 해당 메모는 보관 중이라고 답변했다. 그런데 12월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의 답변은 위 답변과 상당히 달랐다. 우선 최 부총리는 해당 메모를 ‘사본을 만들지 않은 채’ 수사기관에 제출했다고 답변했다. 메모의 내용에 관해서도 다른 증언이 나왔다. 윤인대 기획재정부 차관보에 따르면 그 내용은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계엄과 관련된 예비비 관련 재정자금 확보”였다는 것이다. 이 내용은 앞선 12월 13일의 본회의 답변 내용과 상당히 결이 다르다. 12월 13일의 증언은 좋게 해석하면 ‘계엄으로 경제상황이 어려울 수도 있으니 재정을 잘 관리하고 유동성도 확보해 두라’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12월 17일의 차관보 증언은 다르다. 물론 각자의 해석이 다를 수 있겠으나 얼마든지 ‘계엄을 지속하려면 돈이 들어갈 수 있으니 예비비 관련 항목 등을 잘 찾아봐서 돈을 좀 마련해 두라’는 취지로 읽힐 수 있는 내용이다. 만일 이런 지시를 이행하려 시도했다면 그것은 중요한 정도로 내란에 동조했다고 볼 수도 있다. 상황을 곱씹어 볼수록 여러 가지 의문이 든다. 우선, 국회에서 문제가 된 메모를 수사기관에 제출하면서 사본을 남기지 않았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말이 될까? 그리고 애당초 12월 13일 본회의 답변 시 왜 조금 더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 윤인대 차관보에게 먼저 확인하고 답변하지 않았을까? 혹시라도 “계엄 관련한 예비비”라는 단어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서였을까? 나는 두 사람의 행동이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 나처럼 느끼는 사람들이 혹시 더 있을지 모른다. 이렇게 두 사람의 행적에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두 사람이 좌지우지하는 국가의 운명은 더욱 안개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 그래서 지금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두 사람의 비상계엄 선포 당시의 행적에 대한 보다 상세하고 객관적인 정보가 국민에게 공개돼야 한다. 특히 최 부총리가 수령해서 수사기관이 보관 중이라는 메모의 공개가 필요하다. 다른 하나는 두 사람이 최소한 해당 직위에서 국가의 중대사를 운영하는 기간만큼은 목전의 이익이나 정파적 계산을 떠나 공정하고 현명하게 그 소임을 다해야 한다는 점이다. 만에 하나 자신들이 사라졌을 때의 국가적 불확실성을 인질 삼아 국가의 안위를 제쳐두고 다른 목표를 추구한다면 그 허물은 두고두고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 전성인의 난세직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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