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총 7 건 검색)
- 최태원, 대법서 ‘300억 비자금’ 진위 다툰다···상고이유서 제출(2024. 08. 06 14:03)
- 2024. 08. 06 14:03 사회
- 최태원 SK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022년 12월 2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최태원 SK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 소송 상고심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 ‘300억원 비자금’의 사실 여부를 다투기로 했다. 최 회장 측은 지난 8월 5일 이혼 소송 상고심을 심리하는 대법원에 약 500쪽 분량의 상고이유서를 제출했다. 최 회장 측은 상고이유서에서 주장한 내용을 바탕으로 노 관장 측과 법리 다툼을 할 예정이다. 최 회장 측은 상고이유서에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관련 2심 법원의 판단을 반박했다. 앞서 2심 법원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300억원이 최종현 전 회장 쪽으로 흘러 들어가 선경(SK)그룹의 종잣돈이 됐고 따라서 그룹 성장에 노소영 관장이 기여했다고 판단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옥숙 여사가 보관해온 1991년 약속어음과 메모를 근거로 들었다. 최 회장 측은 항소심 재판부가 SK C&C의 전신인 대한텔레콤의 주식 가치를 주당 100원으로 계산했다가 주당 1000원으로 사후 경정한 것도 오류라고 주장했다. 2심 법원이 SK 그룹이 성장하는 데 노 전 대통령이 ‘뒷배’가 되어줬다고 본 부분, 최 회장이 2018년 친족들에게 증여한 SK 지분까지 모두 재산분할 대상으로 본 것에 대한 최 회장 측 반박도 상고이유서에 담았다. 앞서 2심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최 회장은 홍승면(60·사법연수원 18기)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홍 변호사는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일하다 지난 2월 퇴직했다. 법무법인 율촌의 이재근(51·28기) 변호사 등도 대리인단에 합류했다. 노 관장은 법무법인 하정에 소속된 최재형(68·13기) 전 국민의힘 의원과 강명훈(68·13기)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최 전 의원은 서울가정법원장을 지냈다.
- 최태원 “3년 후에는 엔비디아 아닌 다른 칩 필요할 수도”(2024. 07. 19 13:49)
- 2024. 07. 19 13:49 경제
-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지난 7월 17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47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은 19일 그래픽처리장치(GPU) 생산기업 엔비디아에 대해 “아주 짧은 미래, 2∼3년 안에는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다른 형태 칩이 필요해서 현재 엔비디아가 가진 장점이 무너질 공산이 그다음부터는 깔린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날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의 제주포럼의 ‘AI 시대, 우리 기업의 도전과 미래 비전’ 토크쇼에서 엔비디아에 대해 “중요한 고객이다 보니 저희도 연구를 많이 하는데, 3년 안에는 솔직히 적수가 거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회장은 “누군가 칩을 비슷하게 만들어도 그 하드웨어를 구동하는 소프트웨어를 한순간에 만들 방법이 없다”며 “2∼3년간은 (엔비디아가) 하드웨어도 소프트웨어도 좋기 때문에 무너지기 힘들다”고 말했다. 다만 최 회장은 엔비디아가 2∼3년 후에는 무너질 가능성이 몇 가지 있다고 내다봤다. 최 회장은 “AI로 돈을 벌어내는 모델이 뭔지 아직 정확히 나오지 않았다”며 “지금의 엔비디아 세상이 아니라 다른 형태 칩이 필요해서 현재 엔비디아가 가진 장점이 무너질 공산이 그다음부터는 깔린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엔비디아를) 누가 깰 수 있느냐 하면 누구라고 얘기할 수는 없는데, 엔비디아 칩을 쓰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등이 엔비디아의 비싼 칩을 쓰기보다 자기 칩을 쓰고 싶어 하는 요구가 많다”며 “그들의 경쟁력이 얼마나 올라오느냐에 따라 엔비디아가 부서질 수 있고, 엔비디아 경쟁자인 AMD, 암(Arm) 등이 칩을 잘 만들 뿐 아니라 싸게 만들면 엔비디아 모델도 부서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최근 AI 열풍을 19세기 미국의 ‘골드러시’에 비유했다. 최 회장은 “옛날에 골드러시라는 게 있었는데 지금은 AI라는 금광을 캐러 사람들이 도전하고 있다”며 “금을 캐기 위해서는 청바지와 곡괭이 등 필요한 도구가 많은데, 골드러시가 생기고 금을 캐서 돈을 벌겠다는 사람보다 청바지와 곡괭이를 파는 사람이 먼저 떴다”고 했다. 이어 “엔비디아와 비슷하게 저희 전략도 곡괭이를 팔아서 돈을 벌자는 것”이라며 “문제는 금을 캐는 사람이 계속 금을 캐야 곡괭이도 계속 팔 수 있는데, 금이 안 나오면 곡괭이도 못 판다”고 말했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 4월 미국 새너제이 엔비디아 본사에서 젠슨 황 CEO와 만나 동반관계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 ‘최태원 리스크’ SK, 지배구조 셈법 ‘노심초사’(2024. 06. 10 06:00)
- 2024. 06. 10 06:00 경제
- “SK, 주가 부양·사업 재편 고차방정식 풀어야” “총수 사익과 계열사 일반주주 이해 충돌 우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오른쪽)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이 지난 4월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혼 소송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한국 재계서열 2위 SK그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로 그룹 전체가 불안감에 휩싸였다. 현금 부족에 따른 재무 리스크로 사업 재편을 진행 중인 경영진은 또 다른 난제를 안았다. 항소심 판결이 총수의 사생활을 넘어 SK그룹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해외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항소심 결과를 전하며 SK그룹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이나 헤지펀드 위협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국내에서는 재판부가 ‘정경유착’을 사실로 인정한 만큼 비자금을 몰수하는 법안이 발의되는 등 사회적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대법원에서 항소심이 그대로 확정되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가장 앞장서온 SK그룹으로선 유무형의 피해가 불가피하다. 최태원 회장은 “SK가 성장해온 역사를 부정했다”며 대법원 상고에 나섰고, 노소영 관장은 말을 아꼈다. 외신 “적대적 인수합병·헤지펀드 위협 우려” 서울고등법원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을 재산 분할 대상으로 인정해 약 4조원에 달하는 두 사람의 합계 재산 중 35%를 노소영 관장에게 지급하라고 지난 5월 30일 판결했다. 이번 재판에서는 1심과 달리 ‘주식’을 분할 대상으로 보고 1조3808억원이라는 역대 최고액을 지급하라고 결정한 데 이어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그룹 성장에 기여했다고 명시해 주목을 받았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6월 3일 열린 긴급 대책 회의에서 개인적인 일로 그룹에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해 사과하고, 경영과 국가 경제에 차질이 없게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SK가 성장해온 역사를 부정한 판결에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SK와 구성원 모두의 명예를 위해 반드시 진실을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실추된 기업의 명예를 바로잡고 지배구조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SK㈜ 주가는 항소심 판결 이후 경영권 분쟁이 예상되면서 3거래일 연속 급등하다가 하락 전환했다. 최 회장의 정면돌파 선언 이후에도 우려는 잦아들지 않았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6월 5일 ‘10억달러 규모의 한국 이혼, 수치심에 실패했을 때 작동하는 방법’이라는 오피니언 칼럼을 통해 “최 회장의 SK에 대한 지배력이 약해질 수 있어 적대적 인수합병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최 회장이 이혼 소송을 해결하기 위해 지분을 일부 양도하거나 매각해야 한다면 회장 일가의 지분율은 20%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며 “적대적 인수합병이나 헤지펀드 행동주의 캠페인의 위협이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 본사 / 연합뉴스 소수의 지분으로 대기업 집단을 이끄는 국내 재벌 지배구조의 취약점을 꼬집은 것이다. 실제로 대법원에서 항소심이 확정되면 최 회장은 천문학적인 현금을 확보해야 하는데, 주식 외에 다른 형태로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3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최 회장은 자산 대부분을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SK㈜ 지분으로 갖고 있다. 앞으로 최 회장의 지분 매각이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최 회장은 SK㈜ 지분 17.73%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SK㈜를 통해 다른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특수관계인을 포함해도 최 회장 측 SK㈜ 지분이 25%에 불과해 경영권 방어에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계에서는 통상 지분이 35% 정도는 돼야 안정적으로 경영권 방어가 가능한 것으로 본다. 시장에서는 SK㈜ 지분으로 주식담보 대출을 받거나 비상장사인 SK실트론의 지분을 매각하는 방법이 자금 마련 방법으로 거론되고 있다. ‘사익편취 혐의’ SK실트론, 사익 위해 또 매각? 지분 매각 1순위로 거론되는 SK실트론은 웨이퍼(반도체 원판) 생산 기업이다. 최 회장은 2017년 SK㈜가 LG㈜에서 SK실트론(당시 LG실트론)을 인수할 당시 총수익스와프(TRS) 방식으로 지분 인수(29.4%)에 참여했다. 현재 실트론의 지분 가치는 7000억~1조원가량으로 추산된다. TRS는 자산을 직접 매입할 수 없는 투자자를 대신해 증권사가 기초자산을 매입하는 계약 형태다. 투자자는 자산 가격 변동에 따른 손익을 취하며 증권사에 수수료를 준다. 인수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SK㈜가 실트론 지분 전부를 인수하지 않고 최 회장이 지분 일부를 인수한 것에 대해 공정거래법상 사익 편취(사업기회 제공) 혐의로 보고 그룹과 최태원 회장에게 시정조치(향후 금지명령)와 과징금 8억원씩을 부과했다. 기업이 자연인인 총수에게 직접적으로 부당한 이익을 제공한 행위를 제재한 첫 사례였다. SK와 최 회장은 이에 반발해 행정 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대법원에서 다투고 있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 박주근 대표는 “SK실트론 지분 취득 과정을 둘러싼 이슈가 해소되지 않는 한 매각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사익편취 꼼수가 붙는 주식 취득 과정에 이어 또다시 (SK실트론을) 이혼 재산 분할을 위한 용도로 처분하려 한다면 사회적 비난을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설사 매각에 나선다 해도 대주주 요건을 적용받아 양도소득세 25%를 추가로 내야 한다. 또 다른 대안인 주식담보대출을 받으려면, 주가 부양이 필요하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가치는 지난 5월 말 기준 약 2조2800억원 규모다. 주식담보대출의 한도는 시세 대비 50~60%로 SK㈜의 주가가 올라가야 최 회장에게 유리하다. 주가가 떨어지면 증권사가 담보주식을 강제 처분하는 반대매매가 발생해 주가를 방어할 수 있는 배당 확대 등의 부양책이 나올 것으로 시장은 기대하고 있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배당 여력이 큰 SK텔레콤을 필두로 자회사들이 배당금 확대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며 “SK그룹의 지배구조 관련 문제를 줄일 방안으로는 우량 자회사 배당 확대가 사실상 유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같은 이유로 그룹 안팎에서는 SK㈜와 중간 지주사인 SK스퀘어의 합병이 거론된다. 최 회장이 하이닉스 배당 확대에 따른 수혜를 입기 위해선 두 회사의 합병이 유리하다. SK스퀘어는 SK하이닉스의 최대 주주다. 김홍식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배당금을 SK㈜가 받으려면 SK㈜가 SK하이닉스 지분을 가진 SK스퀘어와 합병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재계에서는 대법원 판단이 나오기까지 2~3년가량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현재 추진 중인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회사는 지난해 말부터 모든 계열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고 있다. SK그룹은 주요 계열사들의 대규모 적자 등으로 지난해 기준 차입금이 116조원을 돌파하며 빚이 가장 많은 그룹 1위에 올랐다. 이에 따라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비주력 사업 매각 작업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총수 사익과 계열사 주주들 간의 이해 충돌이 발생할 수 있어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주사인 SK㈜는 자체적으로 영업이익을 내는 곳이 아닌 만큼 주가를 올리려면 계열사의 가치가 오르거나 현금 창출 능력이 있는 계열사로부터 자금이 들어와야 한다”며 “사업재편 시 기업을 쪼개거나 붙이고 주식을 인위적으로 부양하게 되면 총수 사익과 계열사 일반 주주들 간의 이해가 상충하는 경우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소버린 사태를 겪은 최 회장이 SK㈜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지난 2003년 외국계 운용사인 소버린은 SK㈜ 지분을 14.99%까지 끌어올리며 최대 주주로 부상, 최태원 SK 회장 퇴진 등을 요구했다. 이듬해인 2004년 3월 SK㈜ 정기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 끝에 최 회장이 승리하며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고, 2005년 7월 소버린이 SK㈜ 지분을 전량 매각하며 경영권 분쟁 사태가 마무리됐다. “300억 비자금, 노 관장 기여 여부 3심서 쟁점” 향후 경영권 분쟁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노 관장 측도 SK그룹 지배구조가 흔들리는 걸 원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언젠가는 최 회장과 자신 사이의 자녀 중 누군가가 이어받아야 할 기업이기 때문이다. 노 관장 측 법률 대리인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항소심 판결만 선고돼 아무것도 확정된 것이 없는 현재로서는 향후 상황에 대해 이런저런 의견을 밝히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노 관장의 입장”이라고 했다. 향후 대법원에선 가사소송 특성상 결론을 뒤집기 어렵다는 의견과 대법원이 법리를 다시 판단할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대법원은 사실관계를 다시 검토하기보다는 항소심 판결에 법리적으로 문제가 없는지를 따지는데, 2심의 판단이 법리에 명백히 어긋나는 것이 아니라면 법관의 재량을 존중해주는 편이다. 반면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분할 가능한 재산으로 볼 수 있을지 법리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 또 300억원 유입이 사실이라고 해도 ‘부친’의 기여를 ‘딸’의 기여로 볼 수 있는지 등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종잣돈 300억원이 기반이 된 1조3808억원을 노 관장의 돈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돈의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데다 상속 과정에서 세금도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들이 국고 환수를 주장하고 국회에서 환수법이 만들어진 이유다. 불법 자금이라고 해도 지금은 시효가 끝난 데다 당사자도 사망해 환수나 추징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 특집
- 최태원 회장은 이혼할 수 있을까?(2016. 01. 05 14:42)
- 2016. 01. 05 14:42 경제
- ㆍ합의해도 위자료 규모 엄청날 듯… SK텔레콤이나 SK이노베이션 요구할 가능성 2015년 재계는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삼성, 한화, 롯데 등 대기업 간 ‘빅딜’이 어느 때보다 활발한 해였다. 수출 감소, 내수 침체 등으로 기업 수익이 감소하면서 인력 구조조정도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 재계를 충격 속에 빠뜨린 또 하나의 ‘사건’이 새해를 맞기 며칠 전에 일어났다. 바로 SK그룹의 오너인 최태원 회장이 공개적으로 자신의 외도 사실과 혼외자의 존재를 밝힌 것이다. 대기업 오너의 사생활은 늘 세간의 관심사다. 가족문제나 유명 연예인과의 관계를 둘러싼 갖가지 추측성 소문들이 늘 돌고돈다. 대부분은 소문에 그친다. 오너가에서 철저하게 사생활을 보호하는 탓에 현실적으로 사실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어쩌다 사실과 근접한 소문이 돌더라도 오너가에서 부인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최 회장은 언론사에 편지를 보내 자신의 사생활과 관련된 치부를 낱낱이 드러냈다. 재계에서는 ‘놀랍다’를 넘어 ‘해괴하다’는 반응까지 나왔다. ‘왜 그랬을까’를 놓고 정말 다양한 해석이 쏟아지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최 회장이 이혼할 계획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최 회장의 이혼으로 시가총액이 100조원에 달하는 SK그룹 전체가 흔들리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외도와 혼외 딸의 존재를 털어놓은 최태원 SK회장. 현행법에서는 부부관계 파탄의 책임이 있는 배우자의 경우 이혼소송을 청구하지 못하게 돼 있다. 결혼생활 중 외도를 하고 혼외자를 낳은 남편이라면 이혼소송 청구가 불가능하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다. 최 회장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합의이혼뿐이다. 최 회장 측이 “대화로 해결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이유다. 문제는 합의이혼의 경우 그냥 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상대방이 납득할 만한 ‘대가(위자료)’를 지불해야 한다. 부인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누차 “가정을 지키겠다”며 이혼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는 점을 볼 때 위자료 규모가 엄청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 회장의 경우 자산 대부분이 보유 중인 그룹 지분가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동산만 해도 40억원대의 현재 자택을 빼면 별로 없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지분가치는 SK 4조1905억원 등 총 4조1942억원에 달한다. 결국 지분을 처분하거나 지분의 일부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위자료를 충당해야 할 판이다. 증권가 등에서는 이혼문제의 주도권을 쥔 노 관장이 그룹의 특정 계열사를 위자료로 요구할 가능성을 보고 있다. 가장 유력한 계열사는 SK텔레콤이다. 최태원 회장의 부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부인 노소영씨 “가정을 지키겠다” SK텔레콤이 거론되는 이유는 태생의 문제 때문이다. SK텔레콤은 노 관장의 아버지인 노태우 전 대통령 집권 시기에 SK그룹으로 편입됐다고 보는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SK는 노 대통령 집권 말기인 1992년에 정부로부터 제2이동통신사업권을 따낸다. 이통사업권은 당시에도 이미 ‘황금알을 낳게 될 거위’로 불렸다. 알짜배기 사업권을 대통령의 사돈 기업이 가져가자 주변의 시선이 고울 리 없었다. 당시 여당의 차기 대통령 후보였던 고 김영삼 대통령도 사업권 반납을 요구했다. 결국 세간의 비난 속에 SK는 이통사업권을 반납한다. SK에 다시 기회가 찾아온 건 노 전 대통령 퇴임 후인 1994년이다. 당시 KT가 들고 있었던 제1이통사업자인 한국이동통신이 매물로 나왔고, SK가 이를 인수해 계열사로 편입했다. 훗날 SK텔레콤의 전신이다. SK는 한국이동통신 인수 시점을 들어 노 전 대통령과 SK텔레콤이 무관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선 한국이동통신 인수 자체가 제2이통사업권 반납에 대한 일종의 보상 차원으로 해석하고 있다. SK에서는 “당시 5만원 상당의 주가를 30만원씩 주고 매입했다”고도 강변한다. 하지만 SK텔레콤이 그룹에 20년 넘게 가져다준 수십조원의 수익을 생각하면 이는 “100만원짜리를 10만원에 샀다”고 하소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SK텔레콤이 없는 SK는 상상하기 어렵다. 최근 주가가 많이 떨어져 시가총액이 20조원 밑으로 줄긴 했지만 SK텔레콤은 단일 기업 시총 기준 국내 10위권 안에 드는 거대기업이다. 이통사업의 수익성 하락이 있긴 했지만 여전히 매년 1조7000억~1조8000억원 수준의 엄청난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SK텔레콤이 SK그룹의 ‘금고’로 불리는 이유다. 그룹의 또 다른 ‘캐시카우’가 된 SK하이닉스를 인수한 것도 그룹이 아닌 SK텔레콤이었다. SK텔레콤을 떼주게 되면 SK하이닉스 역시 내줘야 할 판이다. SK텔레콤은 또 그룹의 미래로 불리는 미디어·플랫폼 사업도 총괄하고 있다. 여러 가지 면에서 최 회장이 SK텔레콤은 내주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SK텔레콤을 제외하면 유력한 계열사로 SK이노베이션이 남는다. 시총 규모도 비슷하고, 그룹의 주력 계열사의 지위도 가지고 있다. 노 전 대통령과의 연관성은 SK텔레콤보다도 깊다고 알려져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전신은 1980년 고 최종현 선경그룹 회장이 인수한 대한석유공사(유공)다. 당시 유공은 매출규모에서 재계 1~2위를 다투는 굴지의 기업이었다. 이에 비해 선경의 사세는 유공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쳤다. 이 때문에 선경이 유공을 인수한 과정에는 정권 차원의 배려가 있었을 것이라는 해석이 파다했다. 당시 전두환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었던 노태우 보안사령관은 고 최종현 회장 집안과 가까운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SK이노베이션을 내주는 문제 역시 간단치 않다. 그룹의 ‘맏형’인 데다 창업주 시절부터 오늘날 SK그룹을 있게 한 ‘뿌리’와도 같기 때문이다. SK텔레콤 본사. 그룹 후계 구도 얽혀 이혼 쉽지 않을 듯 주력 계열사를 내주느냐 마느냐의 문제도 결국은 노 관장이 이혼을 받아들여야 가능한 일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노 관장이 어떤 조건으로도 이혼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며 “이는 계열사를 내주고 이혼하는 것보다도 더 안 좋은 영향을 그룹에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노 관장이 이혼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는 유력한 이유가 바로 자녀 문제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슬하에 장녀 윤정(26), 차녀 민정(24), 아들 인근씨(20) 등 1남2녀를 두고 있다. 윤정씨는 미국 시카고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베인&컴퍼니에 입사해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민정씨는 현재 해군 중위로 복무 중이다. 인근씨는 미국 브라운대에서 공부하고 있다. 자녀 모두 장성해 이혼과정에서 양육권을 다툴 부분은 없다. 하지만 후계 문제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최 회장은 “아이(혼외자)를 책임지고 싶다”고 공언한 상태다. 본인의 호적에 입적시킬 가능성이 높다. 혼외자는 아직 6살로 어리지만, 최 회장이 향후 20여년가량은 회장직을 유지할 수 있다고 봤을 때 혼외자도 후계구도에 오를 수 있는 나이가 된다. 재미 블로거 안치용씨의 보도를 보면 혼외자의 엄마인 김모씨는 전 남편 사이에서 2002년 태어난 13세 아들도 두고 있다. 최 회장이 김씨와 정식 혼인할 경우 김씨의 아들 또한 후계 문제에 일정 부분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노 관장 입장에서는 이혼을 받아들일 경우 자녀들이 후계구도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낄 수 있다. 곧 자녀를 보호하는 문제와도 직결될 수 있어 이혼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혼문제가 원활히 풀리지 않을 경우 그룹에는 두고두고 리스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외도와 혼외자 출생 사실이 확인된 만큼 이와 관련된 온갖 억측과 루머가 난무하고, 그때마다 그룹과 계열사의 주가는 요동칠 것이다. “결자해지하고 경영에 전념하고 싶다”던 최 회장의 바람도 실현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 [커버스토리]최태원은 열정형, SK는 미래지향적(2009. 05. 28)
- 2009. 05. 28 경제
- ‘치밀형’이 대세인 대기업 회장의 리더십 유형 중에서 최태원 회장은 독보적으로 ‘열정형’ 리더십을 강하게 보여주고 있다. 대중은 그룹 차원에서 홍보를 통해 만들어낸 영웅적 리더십에 대한 이미지를 수용하기보다는 최 회장의 행동 방식과 비즈니스 형태에서 보이는 열정형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이 같은 최 회장의 리더십은 SK그룹의 브랜드 이미지인 아이디얼리스트 성향과 어느 정도 일치한다. SK그룹은 ‘젊음’란 이미지가 강하다. 다른 그룹 회장과 달리 최 회장이 ‘열정형’ 리더십이 부각된 것도 같은 이미지의 SK그룹과 SK텔레콤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과거 TV 프로그램 등으로 부각된, 젊고 꿈꾸고 도전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기업의 이미지는 현재의 젊은 그룹 총수 이미지와 절묘하게 일치하고 있다. 최 회장이 보여주는 열정형 리더십의 속성은 상투적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강조하는 다른 기업과 차이가 있다. 지속적인 성장보다 지속적인 변화를 강조한다. 하지만 이 변화는 자신이 예측할 수 있고 통제 가능한 범위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이것은 최 회장의 리더십이 ‘자신이 믿을 수 있는 사람과 세력을 만들고 유지하려고 한다’는 특성으로 부각되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과거 SK 사태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불거진 지지기반이나 지원 세력의 문제를 대중은 이런 리더십 속성으로 해석한 듯하다. 하지만 열정형이라고는 해도 무모한 도전을 한다는 느낌은 없다. 다른 사람의 인정이나 지지를 받으면서 자신의 기반을 다진 후에 이를 계속 확장해 나가는 스타일이다. 이것은 본인이 주변의 다양한 것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그것을 이뤄낼 수 있는 기반을 사람에 두려는 성향과 일치한다. 실제로 최근 최태원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직원들은 회사 그 자체이자 계속 진화·발전시켜야 하는 자산”이라고 강조한 것에도 드러난다. 지지기반 없이 새로운 모험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타입이라는 결론이다. 이런 유형의 사람은 파이를 늘리는 일은 하지만, 파이 자체를 새로 만들어 내는 것은 쉽지 않다. 잘 시도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좋은 결과를 얻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글로벌 회사로 확장해 나가는 SK그룹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미 성공한 국내 사업 확장의 방식대로 해외에진출하는 선호한다는 뜻이다. 열정형으로 나타나는 최 회장의 리더십은 모험을 하거나 새로운 일을 벌일 수는 있지만 그것이 난관에 부딪히거나 기대한 실적이 나오지 않을 때 그 자리에 멈춰 버릴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된다. 주변 사람이나 상황을 확인하고 어렵다 싶으면 더 이상 매진하지 않는 형태의 리더십을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다. 빠른 판단으로 손실을 최소화하겠지만 “그때 조금만 더 했더라면” 하고 후회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룹 브랜드 이미지 아이디얼리스트 & 관계 SK그룹의 핵심 속성은 ‘아이디얼리스트(idealist)’이고, 기업 자체가 외부에 알리려고 하는 이미지는 ‘관계(relation)적’ 속성이다. 새로움을 추구한다는 것을 대중이 느끼고 있다. 첨단과 창의성을 강조한다는 이미지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그룹은 미래지향적이고 다른 그룹과 차별화를 추구한다. 남들과 다르다는 점을 보여주면서 자아도취와 우월감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SK그룹을 의인화하면, 대중은 그룹의 브랜드에서 쌩쌩하고 잘 나가는 첨단 통신, IT회사 그러면서도 깔끔한 컨설턴트 같은 이미지를 떠올린다. 사람이나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많고, 관행이나 의무적 방어를 거부하면서 늘 자신의 정체감을 확인하고 또 이것을 확장하려는 이미지다. 이 경우 자신이 관심을 갖는 다양성에 대해 주위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다양함이 타인과 공감을 이루지 못할 경우 공허해지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SK그룹 브랜드의 메시지는 ‘행복’이나 ‘인간’을 강조하는 것이지만, 대중은 IT의 특성인 속도감을 느끼고 있다. 영리하며 재빠르게 움직이지만 이것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이란 인상을 주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대중으로부터 높은 신뢰를 얻기는 힘들다. SK그룹은 집단적으로 일하지만 개별적으로 활동하는 느낌을 주는데, 이런 개인주의적 성향이 그룹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라는 것이 대중의 이미지다. SK그룹과 같은 브랜드 이미지를 가진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상하 서열이 확실하거나 서로 인정하는 분위기에서는 잘 협력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어려움에 봉착한다. 다른 사람이 가진 생각을 서로 공유하게 되면 업무수행이 매끄럽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각자 하는 일이 공허하게 보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내부적으로 다소 자학적인 성향을 보일 때가 있을 것이라는 인식도 대중은 갖고 있는 것 같다. 즉각적인 성과가 없다면 바로 포기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SK그룹 브랜드에는 ‘행복’이라는 단어가 많이 나온다. 이윤을 내야할 기업이 이상적인 개념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SK그룹 브랜드의 이미지는 갈등 구조라고 볼 수 있다. 아무리 큰 이상이라도 현실적으로 잘 구현되지 않는다면, 대중에게 인정받지 못하면 그저 엇박자로 보일 수 있다. 최 회장의 열정형 리더십이 가진 내적 속성이기도 하다. ◇TIP 최태원 회장 ‘열정형 리더십’ ◇특징 ●자신이 믿을 수 있는 사람과 세력을 만들고 유지하려고 한다. ●도전이나 복잡한 상황 앞에서 오히려 힘을 얻는 편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한다. ●추진력이 강하다. ●현재의 수행에 만족하지 않고 지속적인 성장을 강조한다.
- 표지 이야기
- [경제]최태원, 그룹지배구조 개편 ‘가속’(2009. 03. 05)
- 2009. 03. 05 경제
- (주)SK 보유주식 팔아 920억 원 마련… 경영권 강화 위해 SKC&C 지분 늘릴 듯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월 2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 비스타홀에서 열린 SK그룹 신년교례회에 참석해 ‘지속 성장 위한 속도, 유연성, 실행력을 갖춰야 한다’는 내용의 신년사를 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 자신이 갖고 있던 (주)SK 지분을 대부분 매각해 900억 원이 넘는 자금을 확보했다. 이 자금의 사용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월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 회장은 24일 (주)SK 보유지분 104만787주(2.22%) 가운데 1만 주를 뺀 103만787주(2.19%)를 시간외 대량매매를 통해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의 (주)SK 지분은 0.03%밖에 남지 않았다. 8만9300원의 주당 매각단가로 이날 확보된 현금은 920여억 원에 이른다. 최 회장은 이번에 (주)SK 지분을 ‘거의 전량’ 매각했지만 SK그룹의 지배구조나 경영권에 직접 영향을 끼치지는 못할 전망이다. SKC&C→(주)SK→SK에너지를 비롯한 기타 계열사로 이어지는 그룹의 순환출자구조상 최 회장이 비상장회사인 SKC&C 지분 44.5%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SK에 대한 최 회장 지분이 없더라도 SKC&C의 (주)SK 지분 31.82%와 자사주 13.81%로 경영권을 유지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주)SK 주식 대량매각은 SK그룹의 지배구조상 최 회장의 지배력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 굳이 중간 지주회사 격인 (주)SK 지분을 보유하고 있을 필요도 없다”라고 분석했다. SK그룹 브랜드관리실의 임수길 팀장은 “글로벌 경제 위기로 경영 환경이 불확실해져 유동성을 미리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위기대응차 매각한 것이며 향후 성장동력이나 사업 기회가 생겼을 때 용도로 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 회장도 최근 발행된 SK그룹 2월호 사보에서 “예측할 수 없는 경제상황을 맞아 현실이 어떻게 전개되고 움직일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생존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때 가서 필요한 행동을 지금 준비해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SK증권 지분 확보 뛰어들 가능성도 재계와 증권업계에서 최 회장의 이번 지분 매각이 향후 SK그룹의 지주사인 (주)SK의 지배회사 SKC&C의 지분을 확보해 지배구조를 탄탄히 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물론 지금도 최 회장이 SKC&C 지분을 44.5%를 소유하고 여동생인 최기원씨가 10.5%를 소유해 특수관계인 지분이 50%를 넘어 가족회사나 다름없는 지분율을 가지고 있지만 수년 전 소버린의 경영권 간섭과 같은 ‘쓰라린 경험’을 한 최 회장으로서는 불필요한 지분을 처분하면서 SKC&C의 지분을 단기적으로 확대해 그룹 전체의 경영권 지배구조를 견고하게 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현재 증시 여건이 좋지 않아 SKC&C 상장이 지연되고는 있지만 최 회장의 주식 매각 대금 확보로 SKC&C의 조기상장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이번 실탄 확보의 또 다른 용처로 짐작되는 것은 최 회장이 앞으로 SK증권의 지분 확보에 뛰어들 가능성이다. 이런 관측의 배경에는 SK네트웍스가 가진 SK증권의 출자지분 때문이다. 비금융 지주회사의 자회사는 금융자회사를 둘 수 없도록 하는 공정거래법상 규제가 오는 6월부터 시행됨에 따라 SK네트웍스는 SK증권 출자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부득이 하게 SK증권을 팔아야 하는 최 회장이 향후 SK그룹의 유일한 금융사인 SK증권의 지분을 사들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 최 회장이 (주)SK 주식을 팔아치운 당일 증시에서 최 회장이 SK네트웍스가 보유한 SK증권 지분 22.43%를 사들이기 위해 자금 확보에 나섰다는 해석이 일었고 이 때문에 이날 SK증권 주식은 10.6% 올랐다. 이러한 활발한 지배구조 개선 작업과 함께 최근 최 회장은 그룹의 원로인 손길승 SK 전 회장을 다시 영입해 재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손 전 회장은 2004년 회사 자금 유용 등 혐의로 구속 수감돼 8개월 감옥살이를 하고 보석으로 풀려나와 경영일선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손길승 명예회장 복귀도 눈길 지난해 12월 8일 당시 SK텔레콤 김신배 사장(현 SKC&C 부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손길승 전 SK 회장의 SK텔레콤 명예회장 추대식을 겸한 조촐한 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손 명예회장은 “SK그룹은 원래 오너와 전문경영인 간의 파트너십 경영이 오랜 전통이 되어 왔다”며 “SK가 그동안 여러 어려운 일이 있었지만 이런 전통을 바탕으로 위기를 잘 극복해 온 것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또 2월 19일에는 조석래 현 전경련 회장이 제32대 회장으로 재선임되면서 제28대 전경련 회장을 역임한 손 명예회장을 전경련 명예회장으로 추대했다. 4년 만의 공식 컴백으로 재계 전면에 화려하게 ‘복귀 신고식’을 치른 셈이다. 이에 대해 SK그룹의 한 관계자는 “손 명예회장이 경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을 것이고 사무실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의미를 일축했다. 재계에서는 손 명예회장의 복귀에 대해 다양한 시각으로 해석하고 있다. 첫 번째가 이석채 KT 사장의 카운터파트너로 보는 시각이다. SK텔레콤의 라이벌인 KT가 최근 정보통신부 장관 출신인 이석채 사장을 영입하면서 KTF 합병을 본격화하는 등 ‘거물’답게 거침없이 공격적인 경영을 하자 이에 위기감을 느낀 SK 쪽이 대응책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손 명예회장 카드가 나왔다는 것이다. SK텔레콤도 대표이사를 김신배 부회장에서 최 회장의 핵심측근인 정만원 사장으로 바꿨다. 정 사장은 경제 관료 출신으로 94년 (주)유공으로 이직하며 SK와 인연을 맺은 이래 SK캐쉬백 사업 성공, SK글로벌 사태를 해결해 오너인 최태원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얻은 인물이다. 즉 KT 이석채 사장의 대항마로 정만원+손길승 카드를 빼들었다는 평가다. 또 다른 시각은 SK그룹의 사촌 간 분가 절차를 원활히 해결하기 위한 ‘해결사’ 역할이라는 평가다. SK그룹의 한 관계자는 “사촌들 간 계열 분리 문제는 본인들도 부인하는 얘기인데 왜 자꾸 얘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라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SK그룹 내에서 창업주인 고 최종건 회장의 아들인 최신원 SKC 회장과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 고 최종현 회장의 아들인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SKE&S 부회장 겸 SK가스 대표이사 간의 계열 분리 작업은 언젠가는 해결해야 할 숙제이고 손 명예회장이 그 적임자라는 것이다. 즉 손길승 명예회장에게 최태원 회장과 최신원 회장 사이를 중재, 적정한 선에서 분리시키는 중재자 역할을 맡기려는 것으로 관측된다는 분석이다. 어쨌든 최 회장에게 올해는 이래저래 바쁜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이 얽힌 실타래를 풀고 SK그룹의 확고한 오너로서 새로운 도약을 이끌어낼지 재계는 주목하고 있다.
- 경제
- [E@L]최태원 진퇴 주주들의 표심은?(2005. 03. 08)
- 2005. 03. 08 경제
- 3월 중순 외국자본 소버린과 일전 앞둔 SK(주) 주총 관심집중 오는 3월 11일로 예정된 SK(주)의 정기주총은 올해 재계에서 가장 주목을 끄는 이슈 중 하나다. 이번 주총은 최태원 SK(주) 회장과 소버린자산운용이 근 2년에 걸쳐 끌어온 경영권 분쟁의 마지막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3월로 임기가 만료되는 최회장의 이사 재선임을 놓고 SK와 소버린은 표대결을 벌인다. 여기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최회장의 이사 재선임에 반대하는 소버린이 이긴다면 외국자본에 의해 국내 굴지의 기업 오너가 경영권을 박탈당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SK(주)의 우세가 점쳐지고 있다. 지난해 말 최회장과 SKC&C 등 계열사들은 의결권 기준으로 모두 15.62%의 지분을 확보해 소버린을 제치고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여기에다 SK(주) 채권단과 삼성전자, 팬택-큐리텔 등 백기사들의 지분까지 합하면 전체 우호지분은 26%를 훌쩍 넘어선다. 하지만 14.85%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소버린이 최근 (주)LG와 LG전자의 지분매입을 통해 SK에 대한 반격에 나선 상황이라 최회장의 이사 재선임 여부를 속단할 수만은 없다. 또 외국인 주주와 소액주주의 지분율이 60%에 이르고 있어 이들의 향방에 따라 최회장의 이사 재선임 여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회장이 이사로 재선임되려면 총 발행주식 4분의 1 이상과 참석주주 의결권의 과반수 찬성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한다. SK(주) 주주 대상 적극적 위임장 유치 지난 2월 21일 최회장을 이사 후보로 추천한 SK(주) 이사회는 “사내이사는 기업가치와 전체 주주의 이익 관점에서 회사의 경영현황을 가장 잘 이해하고 경영능력이 뛰어나며 탁월한 비전과 리더십으로 임직원과 조화할 수 있는 인사가 선임돼야 한다”면서 최회장을 적임자로 내세웠다. 이와 동시에 금융감독원에 위임장 권유활동에 대한 신고서를 제출함으로써 기관투자자 및 소액주주의 의결권을 확보하기 위해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활동에 본격 돌입했다. 국내외 기관투자가와 일정 수량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소액 주주를 직접 면담하는 등 적극적인 위임장 유치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SK(주)의 전략은 정면 승부다. 이사회 중심 경영을 표방한 뒤 착착 다져온 경영방식의 변화와 이를 통한 사상 최대의 실적 외에 무엇이 더 필요하겠느냐는 입장이다. 실제 SK(주)는 사외이사의 비중을 국내기업 중에서 가장 높은 70%로 높이면서 최회장의 집무실을 사외이사들에게 내줬다. 한달에 7~8회씩 사외이사 회의가 소집되는 것은 보통이고 이들이 받는 보고서도 A4지 분량으로 400~500장에 이른다. 이 덕분에 지난해 SK(주)는 매출 17조4000억원, 영업이익 1조6400억원을 돌파하는 사상 최고의 실적을 일궈냈다. S&P, 무디스 등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도 SK(주)의 신용등급 전망치를 올리면서 “이사회 중심 경영을 실천하고 꾸준한 지배구조 개선과 투명경영 실천, 국내 최초로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한 점 등을 높게 평가한다”고 밝혔다. 홍콩의 경제전문 월간지 ‘아시아머니’도 SK(주)가 소액주주권리 인식 제고와 기업 이미지 개선을 위해 가장 많은 활동을 한 기업으로 꼽았다. 최회장은 그동안 여러 차례 “한번도 소버린과 전쟁을 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원칙대로 투명경영, 윤리경영을 실천해 기업 지배구조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모범적인 지배구조의 전형을 SK가 세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경영권 유지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또 최근 아시아와 미국을 방문한 최회장은 주주들을 만나 투명경영 노력과 우수한 경영실적을 알리는 한편 해외 유전개발, 중국 및 미국사업에 박차를 가해 앞으로 50년간 SK를 이끌 신성장 비전도 적극 제시했다. 반면 소버린은 지난해 말 SK(주) 임시주총 소집허가 신청과 항고를 한 뒤 한동안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다가 지난 2월 18일 국내 일간지에 주주권리 행사를 알리는 내용의 광고를 게재하면서 본격적인 공세에 뛰어들었다. 그 며칠 뒤에는 LG 지분을 매입하면서 기자회견을 갖고 LG의 지배구조를 극찬하면서 SK에 대한 공세를 강화했다. 소버린은 이와 함께 최회장의 이사 재선임을 반대한다는 내용을 담은 편지를 제임스 피터 대표 명의로 주주들에게 발송했다. 피터 대표는 편지에서 “SK(주)가 위대한 경영자를 맞이할 수 있도록 권리를 행사하는 것도 우리 모든 주주의 책무”라고 주장하면서 은근히 최회장 반대를 독려했다. 소버린 피터대표 최회장 반대 편지 발송 또 피터 대표는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를 통해 “주주총회에서 최태원 SK(주) 회장을 사퇴시키지 않는다면 모든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히면서 또 한차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에 대해 소버린이 구체적인 법적 대응방안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SK(주)와 그룹 계열사간 과거 거래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재계에서도 “SK네트웍스(옛 SK글로벌) 등의 과거가 문제되지 않겠느냐”면서 “소버린은 SK의 지배구조와 경영투명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주주의 권익이 침해됐다는 내용을 집중 부각시키면서 주주들의 표심을 얻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양측이 주총 때까지 홍보전과 공세를 통해 다른 주주들의 지지를 어느 정도 얻어내느냐에 따라 최회장의 진퇴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투명성 외면하는 소버린의 정체 SK(주)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소버린자산운용의 정체는 무엇일까. 2003년 국내에 처음 알려진 소버린은 기업에 대해서는 투명한 지배구조를 요구하면서 정작 자신의 정체나 기업구조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홈페이지(www.sov.com)에는 경영진의 이력, 투자이념, 개괄적인 기업 연혁이 담겨 있을 뿐 운용자산의 규모나 수익률, 과거 투자행태 등에 관한 정보는 없다. SK측은 담당 임원을 모나코로 파견해 소버린의 실체를 파악하려 했지만 소득없이 돌아와야 했다. 소버린은 SK(주) 지분을 매입하면서 “소버린은 기존 주주 및 경영진과는 관계 없는 장기투자자”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그동안 국내에서 보여준 행동을 보면 앞뒤가 맞지 않은 이중성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소버린은 당시 입장 발표 후 몇달 지나지 않아 SK(주)가 과거의 경영관행을 지속할 경우 지분의 일부 혹은 전부를 처분하겠다고 공표했으며 이후 지금까지 줄곧 경영진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예측 불허의 ‘튀는’ 행동도 지속되고 있다. 지난 2월 21일 LG전자 등에 대한 주식매입후 전례 없는 기자회견으로 ‘주가조작 가능성’의 의혹을 샀고 공시의무를 피하는 교묘한 방법으로 주주들에게 편지를 보내 최태원회장 재선임을 반대할 것도 권유했다. 이를 놓고 증권가에서는 “소버린이 공시의무 위반의 경계점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소버린은 그동안 지배구조 개선과 투명한 경영구조를 빌미로 SK그룹을 압박했다. 최회장 퇴진을 통해 궁극적으로 얻으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추측도 분분하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김선웅소장은 이에 대해 “수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펀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공교롭게도 소버린의 발언이나 공식적인 입장 발표 뒤에 주가상승가 상승한 것도 의혹을 자아낸다. 2003년 4월 14일 소버린이 SK(주)에 대해 국제적인 기업지배구조를 채택하고 기업투명성 제고를 통한 주주가치 창출을 촉진하겠다고 발표한 당일 SK(주)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했다. 그해 6월 SK(주) 지도부 교체를 요구한 뒤에도 4.42% 올랐다. 그해 12월 피터 대표가 국내 애널리스트와 간담회를 한 뒤에는 사흘 동안 최고 9%까지 올랐으며 지난해 10월 25일 SK(주)에 대해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한 뒤에도 사흘 동안 매일 3%씩 주가가 올랐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소버린의 발언에 일일이 대응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자체가 소버린 전략에 말려드는 것이라면서”소버린의 한마디에 국내 증시가 춤을 추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소버린의 국내 홍보대행사인 액세스커뮤니케이션은 “소버린에서 공식적인 대응지침을 전달받은 바도 없고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산업부/박경은기자 king@kyunghyang.com
맨위로